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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아동 대상 한국어 문식성 교육을 위한 총체적 언어 접근의 비판적 적용*
  • 비영리 CC BY-NC
ABSTRACT
아동 대상 한국어 문식성 교육을 위한 총체적 언어 접근의 비판적 적용*
KEYWORD
Whole language approach , Korean language education for children , Literacy , Balanced approach , Synthetic education , Explicit teaching
  • 1. 서론

    본고는 아동1)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문식성 교육의 접근 방법으로서 총체적 언어 접근(whole language approach)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적용한 아동 대상 한국어 문식성 교육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최근 다문화 가정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2언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 개발, 교재 개발, 교사 연수 등이 이루어지면서 아동의 연령적 특성에 맞는 언어 교육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최근 들어 비록 활발하지는 않으나 아동 대상의 한국어 교육 방안을 제안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논의(김성혜, 2005; 김영주, 2008; 김정숙, 2010; 김지혜, 2011; 안미영; 2012)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김정숙(2010)2)을 제외한 대부분의 연구에서 제안하고 있는 교육 방안들은 대체로 전래동화를 활용한 교육 방안, 동요를 활용한 교육 방안, 교육 연극을 활용한 교육 방안과 같이 교수 기법 차원의 논의에 머물고 있다. 이와 같이 아동 대상의 한국어 교육에 대한 논의는 아동 학습자의 인지적인 특성, 언어적 특성, 언어 습득 과정, 더 나아가 언어의 본질에 대한 관점을 진지하게 논의하지 않은 채로, 미시적이고 표면적인 기법 차원의 논의에 맴돌고 있는 듯하다.

    이에 본고에서는 아동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문식성 교육에 대한 접근 방법으로서 문식성 교육에서의 유의미한 맥락을 강조하는 총체적 언어 접근의 적용에 대해 검토하고자 한다.

    총체적 언어 접근은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활동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모국어 읽기, 쓰기 교육에 대한 각성에서 시작된 현장 중심의 운동(이성은, 1998, 386; 양경희, 2001, 289)이었으며3), 현재는 유아와 아동 대상의 모국어 문식성 교육(유구종·박수화, 2005; 이재승, 1996), 유아와 아동 대상의 외국어 또는 제2언어로서의 언어 교육(Rigg, 1991; Redmond, 1994; Adair-Hauck, 1996; Schwarzer, 2001), 더 나아가 유아, 아동 대상의 교육 전반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접근 방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총체적인 언어 접근 방법에서는 분석할 수 없는 총체적인 존재로서 언어를 바라보며, 이러한 언어를 교수-학습할 때에도 역시 상징적이고 추상적인 형태로 언어를 쪼개거나 분석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목적과 기능을 살려 유의미한 맥락에서 교육해야 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의미를 구현하도록 하는 흥미로운 언어 활동을 주장하는 총체적 언어 접근 방법은 특히나 조작적이고 분석적인 능력이 완전히 성숙하지 못한 아동 학습자에게 적절한 언어 교육 방안을 도출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렇듯 총체적 언어 접근은 언어의 본질이나 언어 습득 과정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어 언어 교육 분야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총체적 언어 접근이 제2언어로서 또는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배우는 아동 학습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는 검토의 여지가 있다. 총체적 언어 접근법은 주로 모국어의 문식성 교육 또는 외국어로서의 영어 교육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으므로,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제2언어로서 또는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배우는 아동 학습자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비판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1)본고에서 다루는 아동 학습자는 국내의 중도입국 자녀 또는 외국인 노동자의 자녀 등 제2언어로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습자와 국외의 재외동포 또는 외국인 자녀 등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습자를 모두 포괄한다. 비록 제2 언어로서의 한국어 학습자냐,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학습자냐에 따라서 그 교육 내용과 방법이 크게 달라질 수 있으나, 본고에서 다루고자 하는 접근 방법의 층위에서는 ‘아동’이라는 연령적 공통점이 더욱 포괄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2)김정숙(2010)은 사회적 구성주의 이론에 근거하여 아동 학습자 간, 또는 교사와 아동 학습자 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어휘 및 문법 교육 활동을 제시하고 있다.  3)비록 총체적 언어 접근 방법이 교사들을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일어난 현장 중심의 개혁적 운동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그 기저에는 당대에 큰 영향력을 가졌던 교육 철학과 이론들이 바탕이 되고 있다(Edelsky et al, 1991:7). John Dewey의 경험 중심 교육 철학, Piaget의 구성주의 이론, Vygotsky의 사회적 구성주의, Goodman, Smith 등의 하향식 정보처리 이론의 성과들, Ferreiro & Tebrosky 등의 발생적 문식성, Halliday의 언어학, 화용론의 성과들이 바탕이 되어 총체적 언어 접근법의 관점이 형성되었다.

    2. 총체적 언어 접근과 문식성 교육

       2.1. 총체적 언어 접근의 관점

    총체적 언어 접근을 기반으로 하는 언어 교실은 ‘큰책(big book)을 이용한 공동 읽기’, ‘듣거나 읽은 것을 재구성하여 말하거나 쓰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읽기 자료 만들기’, ‘대화일지(dialogue journal)’, ‘포트폴리오(portfolio) 쓰기’ 등의 활동을 전형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민덕기, 1997) , 이러한 활동들만으로 총체적 언어 접근의 본질을 규정하기는 어렵다. 이는 총체적 언어 접근이 특정한 교수법(method)이나 교수 기법(technique)이 아니라(Rigg, 1991:523), 언어 교육에 접근하기 위하여 기반이 되는 언어와 언어 습득에 관한 가정이나 관점(이재승, 1996:187; 유구종·박수화, 2005:364) , 즉 접근 방법(approach)4) 층위의 논의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총체적 언어 접근 방법은 ‘언어 교육’이라는 대상을 바라보는 특정한 입장이나 관점이므로, 그 입장과 관점이 어떠한가를 살펴보아야 비로소 그 실체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총체적 언어 접근이 가지고 있는 관점은 크게 언어에 대한 관점, 언어 학습에 대한 관점, 교수-학습에 대한 관점으로 나눌 수 있다(이재승, 1996; 임춘금, 2006:361). 아래에서는 총체적 언어 접근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세 가지 측면의 관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2.1.1. 언어에 대한 관점

    우선, 총체적 언어 접근은 총체적 존재로서의 언어를 존중한다. 여기에서 ‘총체적’이라는 말은 ‘분석적’이라는 말의 반대말로 이해할 수 있다. ‘전체는 부분의 합이 아니’라는 말이 있듯이, “언어를 그 하위의 구성단위로 분석하고 쪼개 놓은 것은 더 이상 언어가 될 수 없다” (Rigg, 1991:522)는 입장을 가지는 것이다. 언어는 의미(meaning)와 형식, 그리고 맥락(context)이 어우러져서 만들어진 총체적인 존재이다. 만일 이 중 하나가 빠지거나 분리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언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렇듯 총체적 언어 접근은 언어를 총체적 존재로서 바라보기 때문에, 언어를 그 하위의 구성 단위로 분석하여 가르치는 것은 올바른 언어 교육이 아니라고 보았다. 즉, 언어를 추상적인 조각들로 만들어 버리기보다는, 언어의 본질적인 목적과 기능,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까지 모두 포함하는 총체적인 상태 그대로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Goodman, 1986:18).

    이러한 총체적 언어 접근 방법의 관점은 아동 대상의 초기 문자 교육에 관한 논쟁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총체적 언어 접근 방법은 초기 문자 교육에서 의미가 아닌 형식적인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고 이루어지는 부호 중심 지도 방법(code-emphasis approach)5)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부호 중심의 지도 방법은 문자와 소리가 가지는 관계에만 집중함으로써, ‘의미’를 배제한 지루하고 힘든 연습만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에 총체적 언어 접근의 주창자들은 ‘의미’를 배제한 연습보다는 어떠한 ‘의미’를 주고받는 목적성 있는 활동들 속에서 문자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며6), 아동들에게 친숙한 어휘나 친숙한 문식 환경, 이야기 등을 활용해서 의미와 글자, 소리, 맥락이 모두 어우러진 상태로 문자를 가르치는 것을 의미 중심의 지도 방법을 지지한다. 이렇듯 총체적 언어 접근 방법에서는 초기의 문자 학습에 있어서도 의미, 형태, 맥락이 어우러지는 총체적 존재로서의 언어를 다루는 것이 필요함을 주장한다.

    2.1.2. 언어 학습에 대한 관점

    총체적 언어 접근에서는 언어의 학습은 자연스럽고 유의미한 상황에서, 목적을 가지고 언어를 사용하는 가운데 비로소 이루어진다는 관점을 가진다. 이야기를 읽고 대화하고, 토론하고, 새로운 내용을 학습하면서 자연스럽게 언어를 배워 나가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총체적 언어 접근의 관점에서는 탈상황적, 형식적, 분절적, 기계적인 언어 학습은 비판의 대상이 된다. 언어 학습은 상황적이어야 하며, 유목적적이고, 유의미해야 하고, 통합적7)이어야 한다. 이러한 총체적 언어 접근의 관점은 결과적으로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와 같은 언어의 하위 기능(skill)을 구분하지 않는 기능 통합적인 수업이나, 언어 학습이 교과 내용 학습과 함께 이루어지는 교과 통합적인 수업8) , 놀이, 게임과 같은 실제적인 활동이 함께 진행되는 활동 중심의 수업, 동화와 이야기 등을 활용하는 문학 통합 수업으로 귀결된다. 언어는 언어 자체를 배우는 인위적인 과정에서보다 타인과 교류하거나, 문학적·신체적·예술적 행위를 즐기거나,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고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과정 속에서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2.1.3. 교수-학습에 대한 관점

    총체적 언어 접근은 기본적으로 아동 학습자들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학습자는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발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존재이다(이 재승, 1996:185). 학습자는 자신이 아는 것을 바탕으로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다양하게 시도해 봄으로써 검증하고, 적용하는 능력을 가진 존재이다. 즉 교수-학습은 비어 있는 학생의 능력을 교사가 일방적으로 채워주는 과정이 아니라, 학생으로 하여금 능동적으로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도록 촉진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따라서 총체적 언어 접근에서는 새로운 언어를 학습하는 데에 있어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의미를 펼칠 수 있게끔 권한을 준다. 총체적 언어 교실에서 흔히 사용되는 읽기 활동인 ‘스스로 읽기(SSR, Sustained Silent Reading)’9)는 이러한 학습자의 권한과 책무가 극대화된 형태의 활동이다. 학습자로 하여금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하여 정해진 시간 동안 조용히 그 책을 읽게 하는 ‘스스로 읽기’와 같은 활동은 교사의 강력한 개입이 없이도 원활하고 적극적인 활동이 가능하며 더 나아가 이를 통해 학습자의 실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10)

    또한 이러한 학습자 주도의 교육은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을 넘어 학교와 가정에서의 일관된 교육을 전제하고 있다. 학생들이 교실을 벗어난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학습을 해 나가는 과정 속에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총체적 언어 접근에서는 질적으로 수준 높은 학급 문고나 도서관 시설을 갖추어 다양한 문식적 경험을 하게 하거나11)(Rigg, 1991:524) 교실을 벗어난 상황에서도 학부모의 협조를 통해 다양한 언어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2.2. 총체적 언어 접근에 기반한 문식성 교육 방안

    일반적으로 총체적 언어 접근 방법에 기반한 문식성 교육 방안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교육 방안들은 총체적 언어 접근의 언어에 대한 관점, 언어 학습에 대한 관점, 교수-학습에 대한 관점을 잘 반영하고 있다.

    앞서도 밝혔듯이, 총체적 언어 접근에서는 언어를 의미와 형식, 맥락이 어우러진 총체적인 상태 그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본다. 그러므로 초기 문자 학습에 있어서도 의미를 배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의미 중심의 문자 지도를 주장한다. 의미 중심의 문자 지도에서는 글자를 소리뿐만 아니라, 의미와도 통합된 상태로 가르치고자 한다. 이에 따라 음소나 음운 단위로 문자를 제시하기보다는 단어나 문장, 또는 그 이상의 단위로 문자를 제시하고 그러한 단어나 문장, 문단 등의 큰 단위를 중심으로 문자를 익히도록 지도한다.

    또한 총체적 언어 접근에서는 언어 학습은 자연스럽고 유의미한 상황에서 목적을 가지고 언어를 사용하는 가운데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은 이름표, 간판, 시간표, 알림장, 편지, 책, 잡지, 간판, 상표, 포스터, 전화 번호 목록 등의 실제적인 자료의 활용, 다양한 교과 내용과 의 통합, 문학 작품과의 통합을 추구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특히 교과 내용과의 통합 수업은 아동 학습자들의 부족한 배경 지식을 채워 주면서도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하는 문식 활동을 경험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사회 교과와 연계하여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유명한 장소에 대해서 다양한 읽기 자료를 바탕으로 배워 보고, 그 장소를 방문한 후 방문기나 감상문을 쓰는 등의 활동 등이 교과 내용과의 통합에 해당된다.

    문학 작품과의 통합은 전래동요, 동시, 전래동화, 그림책과 같은 문학 작품들을 읽기, 쓰기와 통합시키는 것을 이야기한다. 커다란 동화책(Big book)을 펼쳐 들고 있는 선생님과 그 앞에 옹기종기 앉아 선생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총체적 언어 교실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전체가 함께 읽기(shared reading)’ 활동 중의 하나인 이러한 ‘빅북 활동’은 잠자리에서 어머니가 동화책을 읽어 주는 듯한 상황을 교실에 옮겨 놓은 것이다(민덕기, 1997:59). 빅북(Big book) 활동과 같이 작품을 읽고 이해하는 활동 외에도 무작위로 뒤섞인 문장 배열하기, 동화 구연하기, 연극하기, 그림을 보고 이야기 상상하여 말하고 쓰기, 작품에 나오는 인물에게 편지 쓰기 등의 다양하고 흥미로운 활동들을 계획할 수 있다. 이는 아동 학습자들의 흥미를 촉진시키면서도 자연스러운 문식 활동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좋은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총체적 언어 접근에서는 교실 안팎에서의 학습자 주도적인 학습을 촉진해야 한다고 본다. 이에 따라 총체적 언어 접근에서는 확장형 읽기나 포트폴리오 쓰기와 같은 교육 방안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 중 확장형 읽기(extensive reading)12)란 “학습자 스스로 읽을 텍스트를 선택하는 의미 중심의 읽기 행위(이선영, 2012:169)”로서 앞서 살펴본 ‘스스로 읽기’는 이러한 확장형 읽기 활동의 유형 중 하나이다. 여기에서 확장형 읽기는 집중형 읽기(intensive reading)와 대조되는 개념으로, 하나의 텍스트를 꼼꼼하게 살피고, 어휘, 문법, 담화표지 등의 세부 사항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며 읽는 집중형 읽기와는 달리 다양한 텍스트를 이해를 위해 읽는 확장형 읽기는 흥미와 즐거움을 위한 다양하고도 자발적인 교실 안팎에서의 읽기 활동을 추구한다(우형식·김수정, 2011:162).

    또한 학습자가 읽고 쓴 결과물을 수집해 놓은 자료 모음인 포트폴리오(portpolio) 쓰기는 오류를 포함하고 있는 학습자의 발달 과정을 가치롭게 여기는 총체적 언어 교수에서 활용하기에 적합한 쓰기 교육 방안이다. 포트폴리오를 통해 학습자의 발달 과정과 현재 수준, 오류의 양상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총체적 언어 접근의 문식성 교육은 “논리적 사고력에 의존하여 언어를 학습하지 않는”(최은지, 2012:432) 아동 학습자들에게 적합한 관점이라고 볼 수 있다. 조작적이고 분석적인 능력이 미성숙한 아동 학습자에게는 언어를 분석적으로 가르치기보다는 의미, 형식, 맥락이 어우러진 총체적인 상태 그 자체로 접근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동 학습자들에게는 “외국어를 학습하는 과정이 세상을 알아나가는 일과 구별되기 어렵다”(최은지, 2012:433)는 점에서도 총체적 언어 접근의 적용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아동은 문어 의사소통을 위한 내용적 지식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읽기, 쓰기 수업이 제자리를 맴도는 언어 활동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아동 학습자들에 대한 문식성 교육의 상황에서는 새로운 것에 대한 탐구와 그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 지식과 사고의 확장, 문학 작품의 감상이나 생산의 과정 등과 통합된 자연스러운 언어 활동으로 특징지어지는 총체적 언어 접근이 더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4)접근 방법은 “언어와 언어 학습에 대한 가정과 신념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Richards & Rodgers, 2001:29)” 층위의 논의로서, 구체적인 수업의 절차나 단계를 담은 교수법, 그리고 미시적인 수준의 교수 기법은 바로 이 접근 방법이라는 기반 위에서 구성될 수 있다.  5)부호 중심 지도 방법은 문자를 소리내어 발음하도록 하는 능력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발음 중심 지도 방법’이라고도 한다.  6)이러한 주장은 아동의 문자 습득 과정에 대한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한다. Goodman(1993)은 1학년 아동들이 즐겨보는 동화책에서 특정한 단어를 습득했음에도 불구하고, 맥락을 배제한 단어 목록에서는 그 단어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제2언어로서의 한국어를 배우는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초기 문식성 습득 과정을 살펴보았던 최은지(2014)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는데, 아동들은 특정한 단어를 읽고 쓸 수 있었지만, 그 단어에 포함된 글자가 다른 단어에 포함되었을 때에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아동들이 의미 또는 맥락과 함께 통합적으로 문자를 습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7)여기서 통합적이라는 말은 언어 그 자체가 뚜렷하게 교육의 목표로서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언어를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언어를 가지고 어떤 내용을 배우는가가 함께 통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8)이성은(1998:387)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UCLA에서 실시하는 KETWIP(Korean English Two Way Immersion Program)의 예를 보여주면서, 수학, 과학, 사회, 체육, 음악, 미술, 컴퓨터와 같은 교과 영역과 언어를 통합하거나 문화와 언어를 통합하는 총체적 언어 접근의 교육과정의 예를 보여주고 있다.  9)Sustained Silent Reading은 ‘지속적으로 묵독하기’와 같이 번역(민덕기, 1997:61)되기도 한다. 그러나 본고에서는 SSR의 핵심이 자율성에 있다고 보고 ‘스스로 읽기’로 번역한다.  10)Krashen(2002:2)는 ‘스스로 읽기’ 활동이 어휘, 문법, 철자, 쓰기 능력 발달을 돕는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54편의 연구 중 51편의 연구에서 ‘스스로 읽기’를 수행한 학생들이 읽기 이해 시험에서 더 좋은 결과를 나타냈으며, 그러한 읽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간이 길수록 더 효과가 큰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11)Krashen(2002:3)은 도서에 대한 접근성이 아동의 읽기 능력에 영향을 준다고 하였다. 도서관의 영향력은 이미 다양한 연구에 의해서 밝혀졌는데, Keith et al.(1993) 은 학교 도서관이 보다 많은 책을 보유하고 있고, 접근성이 좋을수록 학생들의 읽기 점수가 높다는 결과를 내놓았고, Krashen(1995)은 학교와 지역사회의 도서관 수준이 높을수록 4학년 학생들의 읽기 성취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12)이러한 확장형 읽기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질 높은 학급 문고나 도서관 시설의 조성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3. 아동 한국어 학습자의 특성과 총체적 언어 접근

    위와 같이 총체적인 존재로서의 언어의 본질을 교육에 최대한 반영하고자 하는 총체적 언어 접근 방법은 아동 학습자들에게 적합한 문식성 교육의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특히 총체적 언어 접근 방법에서 추출할 수 있는 ‘의미에의 중시’, ‘통합적인 언어활동’, ‘학습자의 권리와 책무 강조’ 등의 핵심 원리들은 지루하고 반복적인 연습 중심의 문식성 교육에서 벗어나, 지식과 사고의 확장이 함께 이루어지는 흥미롭고 다양한 언어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교실을 실현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총체적 언어 접근에 관한 논의가 주로 모국어의 문식성 교육에 집중되었다는 점은 우리에게 또다른 숙제를 남긴다. 총체적 언어 접근에서 말하고 있는 원리가 과연 제2언어 또는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배우는 아동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인가의 문제는 짚어보아야 할 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에 이 장에서는 제2언어로서 또는 외국어로서의 언어를 배우는 아동 학습자의 특성과 함께 총체적 언어 접근의 적용에서 파생되는 논점에 대해 논의해 보도록 할 것이다.

       3.1. 구어적 기반의 부족

    모국어 학습자들과는 달리, 한국어 학습자들은 구어 능력이 없거나 매우 약한 상태에서 문어 학습이 이루어진다(Adair-Hauck, 1996:255).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화자들은 이미 구어 능력이 상당 수준 발달한 상태에서 문식성 교육을 시작하게 된다. 따라서 글을 읽거나 쓸 때 부족한 지식들을 구어를 통해 습득한 언어적인 지식들로 보충해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문식성을 쌓아 나간다. 이러한 구어 활동은 문식성 발달과 깊은 관계가 있다. 발생적 문식성 단계의 학생들이 보이는 구어적 능력은 추후 읽기 성취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 의해서 밝혀졌으며(Vaish, 2014:14), 이는 이미 앞서 발달한 구어적인 능력이 학생들의 문어 능력의 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러나 한국어 학습자들의 경우, 구어 능력의 기반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문식성 교육을 시작하게 되며, 이에 따라 자신들의 문식적인 능력이 부족할 때 기댈 수 있는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총체적 언어 접근을 아동 대상 한국어 문식성 교육에 적용하고자 할 때 논점이 될 수 있는 지점은 바로 교육 내용의 위계화에 대한 것이다. 총체적 언어 접근에서는 언어는 “출생 직후부터 성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하며, 가르치지 않아도 문해 환경 속에서 시행착오를 통해 자연스럽게 학습된다” (임춘금, 2006:361)고 본다. 이와 같이 통합적인 언어활동과 실제적인 문해 환경에의 노출을 통한 자연스러운 문식성 교육을 추구하는 총체적 언어 접근은 교육 내용과 자료의 위계화를 거부하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총체적 언어 접근에서 이야기하는 위계화에 대한 거부는 자연스러운 문어에의 노출로 이해되어, 가공되지 않은 실제적인 자료를 접하고13), 그를 통해 자연스럽게 문식성을 길러나가도록 하는 교육을 강조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계화에 대한 거부가 외국어나 제2언어로서의 한국어를 배우는 아동 학습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구어이든, 문어이든 한국어에 대한 노출의 경험이 전무하거나 매우 부족한 아동들에게 계획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언어 노출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러한 입장은 오히려 ‘교육’이라는 행위 자체의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까지 외국어교육에서 교육 내용의 선정과 배열은 매우 중요한 문제로 여겨져 왔다. 언어라는 거대한 낯선 덩어리를 습득하기 쉬운 측면부터 접근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작업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한국어를 비롯한 외국어 또는 제2언어 교실에서는 학습자들에게 주어지는 자료도 역시 보다 더 주의 깊게 선정 또는 개발되어야 한다(Adair-Hauck, 1996:255). 학습자들에게 주어지는 자료들은 형식, 의미, 맥락이 통합된 총체성을 유지하되, 학습자의 수준을 고려해 선정되어야 하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다듬어져야 할 것이다.

       3.2. 모국어 문식 능력의 발달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제2언어로서,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배우는 아동들에게 한국어에 대한 구어적인 기반이 부족하다는 것은 문식성 교육에 있어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아동 학습자들에게는 또다른 강력한 기반이 존재하기도 한다. 그것은 바로 아동 학습자들이 그들의 모국어에서 발달시킨 문식 능력이다. 많은 연구에서 아동 학습자의 모국어 문식성과 제2언어 문식성 발달 사이에 강한 상관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Anne, 2001:155). 즉, 아동들이 새로운 언어로 문식성을 발달시킬 때에는 자신의 모국어에서 습득하고 배운 것들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아동 대상의 한국어 문식성 교육에서 총체적 언어 접근 방법을 적용하고자 할 때 쟁점이 될 만한 것은 명시적 교수(explicit instruction)의 필요성에 대한 것이다. 사실 명시적 교수의 필요성과 관련된 논쟁은 이미 지금까지 총체적 언어 접근의 효용성에 대한 논쟁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던 문제이다. 실제적인 맥락에서의 자연스러운 언어 사용을 통한 언어 습득을 추구하는 총체적 언어 접근 방법은 교사의 개입과 명시적인 설명을 배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총체적 언어 접근을 비판하는 입장에서는 총체적 언어 교실에서 명시적인 교수를 배제함으로써 학생들의 읽기 성취도 하락을 가져 왔으며, 특히나 이는 풍부하지 못한 문해 환경에서 자란 저소득층 아동이나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비판하였다(이숙희·박혜경, 2008:108). Perez(1994), Reyes(1991)에서도 총체적 언어 접근의 제2언어 교실에서 명시적 교수를 배제한 상태로 귀납적으로 문어의 관습을 배우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연구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분명한 것은 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아동 한국어 학습자들에게 명시적인 지식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효율적인 교육을 위한 노력을 무시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아동 학습자들은 모국어를 통해서 어느 정도의 문식성을 쌓은 상태에서 새로운 언어를 배우게 된다. 이러한 아동 학습자들에게 모국어 화자들이 그러했듯 한국어의 문식적인 환경에 노출되어 자연스럽게 학습하는 것만을 강조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아동이 모국어를 통해 배운 것들과 연관 속에서 빠르게 발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더욱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동 대상의 한국어 교실에서도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언어의 분석적 부분에 대한 명시적 교수가 분명히 포함되어야 한다. 문자와 소리의 관계에 대한 명시적인 교수, 학생들이 자주 보이는 오류에 대한 명시적인 교수, 글의 종류나 구조에 대한 명시적인 교수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3.3. 배경 지식의 부족

    타 문화권에서 살아온 아동 한국어 학습자들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아동에 비해 읽고 쓸 내용에 대한 배경 지식이 부족하거나, 주제에 대한 친숙도가 높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Anne, 2001:155). 대부분의 아동 학습자들이 읽기, 쓰기에 있어 배경 지식과 스키마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지만, 한국어 학습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그보다 더 복합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동 한국어 학습자들은 생활 문화에서부터 정보 문화, 성취 문화에 이르기까지 한국 문화와 모 문화의 차이에 의한 배경 지식의 차이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고, 교육과정이나 교육 환경의 차이로 해당 연령의 아동에게 기대되는 지식 수준에 미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이러한 배경 지식의 문제는 문자 언어의 해독 능력이나 어휘 및 문법적인 능력, 담화적인 능력과는 별개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점에서는 총체적 언어 접근에서 파생되는 통합적인 문식성 교육이 매우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아동 한국어 학습자들에 대한 원활한 문식성 교육을 위해서는, 새로운 지식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문식적인 활동을 통해 더욱 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14)

    13)Goodman(1986:36)에서는 총체적 언어 접근 방법과 거리가 먼 양상 중 하나로서, “문장 구조나 어휘를 통제함으로써 자료를 단순화하는 일”을 제시하고 있다.  14)필자는 중국 출신 KSL 아동 두 명(초등학교 4학년)과 함께 ‘여행하고 싶은 곳’과 관련된 글을 써보는 과제를 시도한 적이 있다. 그렇지만 국내외의 지리, 여행 명소나, 각 지역의 유명한 장소, 음식, 물건 등에 배경 지식이 매우 부족하여 쓸 내용을 마련하는 단계에서부터 과제 수행이 거의 불가능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한 책을 함께 읽으며 통합적인 수업을 진행한 후에 같은 주제의 쓰기 과제를 시도했더니 쓰기 과제 수행이 어느 정도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처럼 아동 학습자들은 세상에 대한 지식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교과 내용, 문학 등과의 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

    4. 아동 대상 한국어 문식성 교육에서의 총체적 접근의 적용

    위에서는 총체적 접근의 관점과 그에 기반한 문식성 교육의 방안을 살펴본 후, 이를 제2언어로서 또는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배우는 아동 한국어 학습자에게 적용할 때 고민해야 할 지점들을 비판적으로 살펴보았다. 여기에서는 이를 종합하여, 앞서 살펴본 총체적 언어 접근의 문식성 교육 방안들에 대한 적용 방안을 제시할 것이다.

       4.1. 균형적인 문자 지도

    앞서도 살펴보았듯, 아동 대상의 한국어 문식성 교육에서 총체적 언어 접근 방법을 적용하고자 할 때 고민해 보아야 할 점은 명시적 교수의 필요성에 대한 것이다. 이러한 고민은 초기 문식성 지도 방안인 의미 중심의 접근 방법에도 고려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의미 중심의 접근 방법에 대해 과연 한글 하나하나가 상징하고 있는 소리에 대한 명시적인 교육을 제공하지 않고 스스로 그 관계를 익혀 나가기를 기대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중언어 화자를 대상으로 하는 많은 연구에서 음운적인 지식에 대한 명시적인 교수가 없는 문자 지도는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Chapman 2001 et al, 2001).

    대부분의 아동 한국어 학습자들은 이미 자신의 모국어를 통해 문자가 특정한 소리를 상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아동 학습자들로 하여금 추측과 추론으로 지나치게 시간을 지체하게 하기보다는, 소리와 문자의 관계에 대한 명시적인 설명을 통해 자신의 모국어에서 배운 지식을 한국어에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아동 한국어 학습자를 위한 초기 문자 교육에서는 의미 중심의 접근 방법을 기반으로 하되, 명시적인 교육을 함께 제공하는 균형적인 접근의 문자 지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균형적 접근법은 아동들을 의미 있는 읽기 자료에 많이 노출시키면서도 이와 더불어 읽기에 필요한 문자 인식 능력이나, 문자와 소리의 관계에 대한 지식, 기초적인 기능들을 직접적이고 명시적으로 지도하는 것을 말한다(이차숙, 2003). 학생들에게 의미를 담고 있는 어휘나 짧은 문장 중심의 읽기 활동을 수행한 후, 특정한 음소 또는 음운에 집중하여 명시적인 교수-학습을 진행하고, 마지막으로는 배운 어휘나 문장, 음소나 음운을 종합하여 좀더 확장된 담화 안에서 읽기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균형적 접근에 의한 문자 지도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15). 이러한 의미 중심 접근 방법에 명시적인 교수를 결합한 균형적인 접근은 아동 한국어 학습자의 초기 문자 학습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끌어 줄 수 있을 것이다.

       4.2. 명시적인 교수를 포함한 통합 교육

    명시적 교수를 포함하는 균형적인 접근은 비단 문자 지도에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과 내용과의 통합 교육이나 문학 작품을 활용한 통합 교육에서도 적용되어야 한다. 통합 교육에서는 자료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어휘, 문장, 구문, 문법 요소에 집중하도록 하여 이에 대해 명시적으로 지도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즉 교과 내용을 활용한 교육이나 문학 작품을 이용한 교육에서도 자연스럽고 유의미한 활동으로서의 읽기, 쓰기 활동만을 배치할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어휘, 문법 요소나 표현에 집중하는 명시적 교육이 이루어지는 단계가 추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언어적 수준이 초급인 경우 문학 작품 중에서도 ‘예측 가능한 책(predictable book)’을 활용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 ‘예측 가능한 책’은 내용을 뒷받침해 주는 그림과 반복적인 문장·구문·리듬을 포함하는 책으로, 앞으로의 내용을 예측하거나 반복되는 구절을 따라하고 기억하기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학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민덕기, 1997:59; Lee, 1988:44) 이러한 예측 가능한 책을 읽은 후 반복되는 문장이나 구문을 명시적으로 설명하고 이를 이용하여 새로운 문장을 생성해 보는 활동을 추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명시적 교수의 적용은 포트폴리오 쓰기 교육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포트폴리오를 통해 학습자가 많이 범하는 오류를 발견하고, 이러한 오류에 대해 명시적으로 교수하기 위한 자료로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교사가 학생이 범하는 오류를 뽑아 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수한 후, 학습자로 하여금 자신이 생산한 오류를 포트폴리오에서 찾아보게 하고, 이를 수정해 보도록 하는 식의 명시적인 교수를 행할 수 있다.

       4.3. 교육 내용과 자료의 위계화

    총체적 언어 접근을 아동 대상 한국어 문식성 교육에 적용하고자 할 때 고민해 보아야 하는 또다른 지점은 한국어에 대한 기반이 부족한 아동 학습자들에게 자연스럽고 실제적인 언어 환경에의 노출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2.2에서 살펴본 여러 교육 방안 중 확장형 읽기는 자연스럽고 유의미한 상황 속에서 학습자들로 하여금 주도적인 읽기 활동을 펼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총체적 언어 접근에서 추구하는 교육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확장형 읽기를 그대로 적용했을 때 한국어에 대한 구어적 기반조차 매우 약한 아동 한국어 학습자들의 자율성이 어느 정도까지 발현될 수 있을 것인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따라서 확장형 읽기를 수행하되, 읽기 자료를 학습자들의 수준과 요구에 맞게 위계화할 필요가 있다. 교사는 학습자의 연령, 언어 수준에 따라 읽기 자료를 선정하고 등급화16)하여 학습자들이 부족한 언어 기반 속에서도 의미를 추구하는 언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조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는 실제적인 자료를 활용한 읽기, 쓰기 활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가공되지 않은 실제적인 자료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학습자의 연령과 언어 수준을 고려하여 실제적인 자료를 선정하고 가공하거나 개발하는 작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15)「초등학생을 위한 표준 한국어 1」(국립국어원, 2012)의 1~5단원에서는 이러한 균형적 접근에 의한 문자 교수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어의 문자와 음운 지도를 주 목표로 하는 이 교재의 1~5단원은 먼저 하나의 맥락을 이루는 그림과 함께 목표 음소가 포함된 다양한 어휘를 제시함으로써 어휘 읽기를 수행하게 한 후, 목표 음소에 집중한 명시적인 지도로 이어지고, 명시적인 지도가 끝나면 배운 내용을 좀더 확장된 글 안에서 적용하며 읽어 보게 하는 활동으로 끝맺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16)우형식·김수정(2011)은 확장형 읽기 활동을 위한 한국어 읽기 자료의 선정과 등급 구분을 위한 요구조사 연구를 실시하였다. 이 연구는 성인 학습자들을 위한 확장형 읽기에 관한 연구이지만, 아동 한국어 학습자에 대한 확장형 읽기 자료의 선정과 등급 구분에 있어서도 그 기준을 참고할 만하다.

    5. 결론

    본 연구에서는 아동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문식성 교육에 대한 접근 방법으로서 총체적 언어 접근의 적용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하였다.

    총체적 언어 접근은 언어를 분석할 수 없는 총체적 존재로서 바라보며, 언어는 자연스럽고 유의미한 상황 속에서 목적을 가지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학습될 수 있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총체적 언어 접근은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력이 부족하며, 언어 학습의 과정을 세상에 대한 탐구의 과정과 구분하여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동 학습자에게 적합한 접근 방법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모국어 화자를 대상으로 하는 문식성 교육에서 중점적으로 논의되어 왔던 총체적 언어 접근이 제2언어로서 또는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배우는 아동 학습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할 만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본고에서는 모국어 화자에 비교하여 아동 한국어 학습자들이 가지고 특성을 ‘구어적 기반의 부족, 모국어 문식 능력의 발달, 배경 지식의 부족’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이에 본고에서는 모국어 화자에 대한 총체적 언어 접근에서 명시적 교수나 교육 내용의 위계화의 필요성이 다소 간과되었던 것과는 달리, 아동 한국어 학습자에 대한 교육에서는 명시적 교수와 교육 내용의 위계화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에 대한 주의 깊은 고려가 이루어져야 함을 주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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