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능력시험 듣기 담화의 상황 맥락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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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STRACT

    Han Harim & Yang Jaeseung. 2014. 6. 30. A Study on the Context of Situation Emerged in the Listening Discourse of TOPIK. Bilingual Research 55, 457-485. Context of situation is referred to as the totality of extra-linguistic features. As the context of situation has a great impact on developing a discourse, it is impossible to understand discourse properly without understanding the context of situation. According to preceding research, context of situation consists of various components such as the relationship between participants in the conversation, domain of the discourse, purpose and functions of the discourse, topic or subject of the discourse. These components are contributed to the development of discourse contexts. The study aims to analyze different situational contexts represented in the TOPIK(Test of Proficiency in Korean) listening scripts. In addition, the study aims to suggest a framework for systematic design of various contexts of situation. To achieve its purpose, this study attempts to observe different contexts of situations that emerged from the 22nd to 31st TOPIK listening tests in three proficiency levels(beginner, intermediate, advanced). As a result, the scope of situational context is gradually expanded from an beginner level to an advanced level. It is because this expansion of various sub-components synthetically emerged from elementary to advanced levels. In conclusion, the study finds out the process of context of situations that emerge and suggests a framework available in an assessment situation.(Korea University)

  • KEYWORD

    한국어능력시험 , 듣기평가 , 담화 분석 , 상황 맥락

  • 1. 서론

    본 연구의 목적은 한국어능력시험(Test of Proficiency in Korean, 이하 TOPIK) 초‧중‧고급 듣기 담화의 상황 맥락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상황 맥락의 체계적인 설계 방안을 제안하는 데 있다.

    TOPIK은 국가 차원에서 시행되는 대규모 숙달도 평가로 2014년 7월 20일부터 초급, 중급, 고급의 3종 체제에서 한국어능력시험Ⅰ(초급), 한국어능력시험Ⅱ(중‧고급)의 2종 체제로 개편되어 실시될 예정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본 연구는 변화된 TOPIK 체제와 평가 목적에 부합하는 자료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TOPIK에 출제되었던 평가 자료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 중에서도 본 연구는 듣기 영역의 담화를 살펴볼 것이다.

    듣기 영역은 읽기나 쓰기 영역과 달리 대화 참여자 간의 상호작용을 관찰할 수 있는 평가 영역이다. 특히 TOPIK은 실제 의사소통 환경에서의 언어 사용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숙달도 평가이므로, 듣기 영역에서는 학습자들이 실제 의사소통 상황에서 접할 수 있는 담화들이 제시되어야 한다. 듣기 담화의 실제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담화의 상황 맥락이다.

    상황 맥락은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장면 속의 화‧청자 간 관계, 장소 및 시간, 메시지가 전달되는 매개 등을 종합적으로 일컫는 말(박영순, 2007:50)로, 실제 의사소통 상황에서 발화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의미 구성의 능동적 인자이다.

    또한 상황 맥락은 개별 언어가 가진 독자성과 다양성을 보여주는 요소로서(Berns, 1990; 전한성 역, 2012:40), 고맥락(high-context) 언어인 한국어에서 상황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준호(2010:318)에서는 한국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휘, 문법과 같은 언어적 요소를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상황 맥락의 틀 안에서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를 통해서 보면, 원활한 상호작용은 상황 맥락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있을 때 가능한 것으로, 상황 맥락은 의사소통의 실제성 뿐 아니라 언어 사용의 적절성과도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실제 의사소통 상황에서 상황 맥락은 화자와 청자의 상호작용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어교육에서 상황 맥락에 대한 연구는 미비한 편이다. 반소연(2010), 황성은‧심혜령(2013)에서 TOPIK 듣기 담화의 상황 맥락을 분석한 바 있으나, 반소연(2010)은 TOPIK 고급 10회~15회만을, 황성은‧심혜령(2013)은 TOPIK 중급 28회~31회만을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어, 한국어교육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전반적인 상황 맥락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또한 다양한 상황 맥락을 체계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상황 맥락에 대한 논의가 교육적인 제안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한국어교육에서 다루어지는 상황 맥락의 총체적인 모습부터 파악해야 할 것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TOPIK 듣기 영역 전 등급을 22회부터 31회까지 분석함으로써 숙달도 수준에 따른 상황 맥락의 확장 양상을 살펴보고, 상황 맥락을 체계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2. 상황 맥락의 개념과 구성 요소

    상황 맥락이란 무엇이며 상황 맥락은 어떠한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는가? 이는 상황 맥락의 범주를 어디까지로 설정할 것인가와 관련이 있다. 특히 이데올로기, 역사, 정치와 같은 문화적인 요소까지 상황 맥락의 범주 안에 포함시킬 것인가의 여부에 대해서는 논자에 따라 견해가 달랐다. 본 장에서는 상황 맥락에 대한 관련 연구들을 살펴본 뒤, 이를 토대로 상황 맥락에 대한 개념과 범주를 설정하고 상황 맥락의 구성 요소를 선정하기로 한다.

    상황 맥락이란 용어는 Manlinowski(1923)에 의해 처음으로 사용되었다1).Manlinowski(1923:325)에 따르면, 상황은 ‘사람들이 말하고자 하는 사건이나 행동’을 가리키는 것으로, 진정한 발화의 의미는 상황 맥락 내에서 알 수 있으므로 상황 맥락을 텍스트의 일부분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Malinowski(1923)의 상황 맥락 개념은 Firth(1957)에 이르러 일반 언어학 이론에 통합된다. Firth(1957)은 상황 맥락을 공동체 구성원들의 관습화된 행동과 생활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보았다. Firth(1957:28)에 따르면 언어의 의미는 결국 맥락 속에서 실현되므로 형태‧음운‧어휘‧통사적 요소와 같은 언어적인 요소들도 상황 맥락의 일부가 된다(Berns, 1990; 전한성 역, 2012:15에서 재인용).2) 이를 통해서 보면 Firth(1957)까지만 해도 상황 맥락의 범주 안에 언어적인 요소와 문화적인 요소가 포함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Firth(1957)의 상황 맥락 이론은 Halliday(1978), Halliday & Hasan(1989), Halliday(1999)에 이르러 체계화된다. 특히 Halliday (1999:6∼8)에서는 문화적 맥락과 상황 맥락의 구분을 명확히 하였다. 이는 아래의 <그림 1>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화적 맥락은 오랜 역사를 통해 형성되고 공동체 구성원들 간에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서 체계(system)로서의 특성을 지닌다면, 상황 맥락은 즉각적이고 일회적인 것으로서 용례(instance)로서의 특성을 지닌다. Halliday(1999)의 이러한 견해는 상황과 문화를 각각 일시적인 속성과 영속적인 속성을 지닌 것으로 구분하면서도, 언어 공동체가 지닌 문화의 영향권 하에 있는 상황의 속성을 잘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보면 상황맥락은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기 위한 조건들의 집합체로서 일시적이고 즉각적인 속성을 띠고 있으며, 역사를 통해 점진적으로 축적되어 온 문화적 맥락과는 구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담화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대화 참여자의 관계, 대화가 이루어지는 장소, 담화 목적 등이 존재해야 하는데 이들은 특정한 담화가 생산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상황 맥락의 구성 요소로 볼 수 있다.

    상황 맥락의 구성 요소와 관련하여 Hymes(1974)는 S(배경 setting, 장면 scene), P(참여자participant), E(목적ends, 결과outcomes), A(행위 순서act sequence, 형태form, 내용content), K(어조key, 톤tone), I(매개instrumentalities, 채널channel), N(규범norms), G(장르genre)의 SPEAKING 모델을 제시하였다.

    Halliday(1978)은 상황 맥락은 참여자(tenor), 내용(field), 양식(mode)의 세 범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고 하였다. 참여자(tenor)는 대화를 주고받는 화자와 청자의 사회적 관계를 말하는 것이고 내용(field)은 담화 내용과 관련한 것으로서 담화의 소재와 관련이 깊다. 양식(mode)은 담화의 수사학적 양식과 담화 내용이 전달되는 통로를 의미한다.

    Biber(1994:38~44)에서는 상황 맥락의 구성 요소를 ‘참여자들의 의사 소통적 특성, 송신자와 수신자 간의 관계, 배경, 채널, 텍스트와 참여자들간의 관계, 목적, 주제 및 화제’의 7개의 대범주로 나눈 바 있다.3)

    이를 통해서 보면, 연구자들은 상황 맥락의 구성 요소로서 ‘담화의 유형 및 상호작용의 매개’, ‘참여자 관계’와 ‘담화의 목적 및 기능’, 담화 소재’ 등을 공통적으로 꼽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본고에서도 상황 맥락의 구성 요소로 ‘(1)담화 유형’, ‘(2)참여자 관계’, ‘(3)담화 영역’, ‘(4)담화 목적 및 기능’, ‘(5)담화 소재’, ‘(6)채널’을 설정하고자 한다.

    ‘담화 유형’은 특정 담화가 지닌 장르적 특성에 대한 것이다. ‘참여자 관계’는 메시지를 주고받는 화‧청자의 사회적 관계에 대한 것이고, ‘담화 영역’은 담화의 배경이 공적인가 사적인가와 관련된 것이다. ‘담화 소재’는 담화의 주된 내용이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며, ‘채널’은 메시지가 전달되는 통로에 대한 것이다.

    상황 맥락 구성 요소들은 아래의 그림과 같이 일련의 선상에서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특정한 상황 맥락을 구현하게 된다.

    위의 그림에서 ㉮~㉴는 상황 맥락의 구성 요소이며, ‘‧’은 각 구성 요소에 속하는 하위 유목에 해당한다. 이때 한 구성 요소에서 하위 유목이 하나만 바뀌어도 상황 맥락은 다른 차원으로 바뀌게 된다. 아래에서는 각 구성 요소의 하위 유목을 선정하여 상황 맥락의 분석틀을 제시하기로 한다.

    1)Manlinowski(1923)은 문화 인류학자로 당시 코랄 섬(coral island)에서 거주하면서 원주민들의 삶을 관찰하던 중, 의사소통에서 맥락의 의미는 발화 환경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상황 맥락(situation of context)으로 칭하였다(Widdowson, 1998:1).  2)Firth(1957)은 상황 맥락을 사회문화적 맥락과 언어와 구분하지 않고 기술함으로써 그 범주를 지나치게 확장시키기는 하였으나, 사회문화적인 맥락의 바탕 위에서 상황 맥락을 이해하고자 한 점은 Halliday(1978)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3)이 중 ‘참여자들의 의사소통적 특성’은 송신자와 수신자의 수, 청중의 유무 등과 관련된 범주이며, ‘텍스트와 참여자들간의 관계’는 송신자의 생산 환경과 수신자의 이해 환경, 텍스트에 대한 태도 등과 관련된 범주이다.

    3. 한국어능력시험 듣기 담화의 상황 맥락 분석

    본 장에서는 한국어능력시험 듣기 담화의 상황 맥락 분석틀을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한국어능력시험 22회~31회까지의 초‧중‧고급 듣기 담화를 분석한 후, 그 결과를 살펴보기로 한다.

       3.1. 듣기 담화의 상황 맥락 분석틀

    2장에서 상황 맥락의 구성 요소로 선정한 것은 ‘담화 유형, 참여자 관계, 담화 영역, 담화 목적 및 기능, 담화 소재, 채널’이었다. 본 절에서는 관련 연구 검토를 통해 각 구성 요소의 하위 유목을 선정하였다.

    (1) 담화 유형

    담화 유형의 하위 유목은 강명순 외(1999), 이해영(2005), 김지영 외 (2014)에 제시된 담화 유형의 목록을 모은 후 검토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선정하였다. 먼저 하나의 담화가 여러 유형에 중복되어 포함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담화 유형의 하위 유목 중 일부를 통합하거나 삭제하였다. 또한 평가 담화의 특성상 제한된 맥락으로 인해 담화 유형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유사 담화 유형들을 하나의 항목으로 묶어 분류하였다. 최종적으로 선정된 하위 유목은 아래와 같다.

    (2) 참여자 관계

    참여자 관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화‧청자 간의 심리적 거리와 힘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김유정(2008:245)에서는 전자는 <친밀도가 가까운> <친밀도가 먼>, <친밀도를 파악하기 어려운>으로, 후자는 <화자 상위>, <지위 동등>, <청자 상위>, <지위 무관>, <상호 존중>으로 분류한 바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심리적 거리를 단순히 친밀도를 기준으로 분석할 경우, 그 정도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심리적 거리를 보다 객관적이고 일관성 있게 분석하기 위하여 서로가 이미 알고 있는 사이인지 아니면 처음 만난 사이인지를 기준으로 ‘아는 사이’와 ‘모르는 사이’로 구분하고자 한다.

    또한 힘의 관계에서도 화자와 청자 간에 위계를 형성시키는 다양한 요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하여, 힘의 관계를 일단 ‘평등’과 ‘상하’ 관계로 나눈 후에 상하 관계의 하위 요소로 ‘나이’, ‘사회적 지위’, ‘전문성’을 선정하였다.4)

    (3) 담화 영역

    담화 영역은 담화가 이루어지는 장면 속의 시‧공간 및 군중의 유무와 같은 물리적 배경에 대한 것으로 담화의 공식성과 담화 상황5)으로 나눌 수 있다. 담화 공식성은 담화가 회사, 방송과 같이 격식이 있는 공적 영역에서 발생하는가 아니면 친구 간의 대화와 같은 사적 영역에서 발생하는가와 관련이 있다. 담화 상황은 담화가 이루어지는 장소와 군중의 유무와 같은 물리적 환경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개인적‧일상적 상황’, ‘개인적 업무 처리 상황’, ‘개인적 공동체 상황’, ‘공적 업무처리 상황’, ‘사회적 공동체 상황’(김지영 외 2014:92)6)으로 분류할 수 있다.

    (4) 담화 목적 및 기능

    담화 목적은 크게 ‘정보 교류’와 ‘친교’로 나눌 수 있다. 담화 목적이 같더라도 특정한 상황 맥락 속에서 담화가 수행하는 기능은 다를 수 있으므로, 담화 기능도 함께 살펴볼 것이다. 담화 기능은 상위 담화 기능과 하위 담화 기능으로 나눌 수 있다. 상위 담화 기능은 Jakobson(1960:353~355)의 논의를 바탕으로 ‘참조적, 대인적, 통제적 기능’을 선정하였다.7) 이에 더불어 본고에서는 ‘기술적(descriptive) 기능’을 추가하였다.

    이는 ‘설명하기’와 같이 논리적 사고와 관련된 하위 기능을 포괄할 수 있는 상위 담화 기능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선정된 상위 담화 기능은 아래와 같다.

    하위 담화 기능은 김중섭 외(2011:65)에 제시된 ‘90개의 기능 목록’을 바탕으로 유사 기능의 통합, 문어에서만 나타나는 기능의 삭제, TOPIK 담화를 분석하는 데 필요한 기능의 추가8) 등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총 33개의 하위 담화 기능을 선정하였다. 구체적인 목록은 다음과 같다.

    (5) 담화 소재

    담화 소재의 하위 유목은 선행 연구의 비판적 검토와 TOPIK 기출 문항의 재분석을 토대로 만들어진 김지영 외(2014:82~83)의 소재틀을 사용하고자 한다.9) 담화 소재의 16가지 하위 유목은 다음과 같다.

    (6) 채널

    채널은 담화 속 화자와 청자가 상호작용하는 매개와 관련된 것으로 반소연(2010:27)에서는 채널을 <면대면>, <전화>, <방송 매체>, <기타 시청각 매체>로 분류한 바 있다. 그러나 평가 담화의 특성상 담화 장면 속의 청자를 기준으로 하느냐 아니면 담화 장면 밖의 수험자를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채널은 다르게 분석될 수 있으므로, 본 연구에서는 단순히 의사소통의 매개가 아닌, 수험자 입장에서 매체와 비매체를 구분할 수 있는 또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에 채널을 ‘수험자 입장’과 ‘담화 내 상호작용 유무’로 구분하였다. ‘수험자 입장’에서는 담화가 수험자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기준으로 ‘비매체’와 ‘(전화, 방송)매체’로 나누었고 담화 내의 청자와 화자 사이에 상호작용이 있는지를 추가적으로 분석하였다.

       3.2. 듣기 담화의 상황 맥락 분석 결과

    본 절에서는 앞에서 제시한 상황 맥락 분석틀에 따라 TOPIK 듣기 담화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볼 것이다. 분석 대상이 된 담화는 초‧중‧고급 22회~31회에 제시된 것으로, 초급 250개, 중급 250개, 고급 250개로 총 750개였다.10)

    ① 담화 유형

    초급에서 고급으로 갈수록 대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96.4%→71.2%→52.8%’로 감소하고 독백의 비중은 커졌다. 고급으로 갈수록 독백이 증가한 것은 <표 5>에 나타난 것처럼 ‘뉴스, 교양 정보 프로그램, 강연/강의’ 등의 출현 빈도 증가와 관련이 있다.

    담화 유형의 경우, 고급으로 갈수록 특정 하위 유목에 편중된 경향이 나타났다. ‘강연/강의’가 그 예 중 하나이다. 고급에서 제시된 ‘강연/강의’는 전체의 24.8%로, 특정 담화 유형이 고급 듣기 담화의 1/4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담화 유형이 특정 하위 유목으로 편중된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담화 유형의 다양화를 위해서는 초급에서는 자기소개, 광고, 일기 예보 등과 같은 독백의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고 고급에서는 ‘강연/강의’나 ‘교양 정보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다큐멘터리’와 같은 보다 다양한 종류의 담화 유형을 추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② 참여자 관계11)

    참여자가 서로 ‘아는 사이’인 경우는 중급이 67.6%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초급과 고급은 각각 57.9%, 53.5%로 등급 간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TOPIK 평가 기준에 따르면 중급에서는 사적이고 친숙한 소재에 관한 대부분의 이야기를 다루도록 되어 있는데, 이러한 대화는 주로 상호 간에 관계가 형성된 사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중급에서 ‘아는 사이’의 비중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모르는 사이’의 비율은 고급이 44.7%로 가장 높았다. 고급에서의 ‘모르는 사이’는 공적인 상황에서 낯선 이에게 격식을 차려야 하며, 담화 양식에 적합한 언어 코드를 구사해야 하는 상황인 경우가 많았다. 인터뷰 및 토론 상황을 예로 들 수 있다

    상하 관계는 초급에서는 2.5%에 불과했으나, 중급에서는 19.5%, 고급에서는 37.1%로 등급이 올라감에 따라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이는 급이 올라갈수록 회사와 같은 공적 영역의 비중이 커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특히 고급에서는 대담이나 토론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전문성에 의한 상하 관계의 비중이 중급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그러나 ‘나이’로 인한 상하 관계의 비중은 초급이 0.4%, 중급이 4.5%, 고급이 1.5%로 전반적으로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어의 특징 중 하나인 경어법이 담화 내에서 다양하게 구현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나이에 따른 상하 관계의 반영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③ 담화 영역

    담화 영역은 담화의 공식성에 따라 사적 담화와 공적 담화로 구분되는데, 아래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고급으로 갈수록 공적 담화가 증가하였다.

    한편, 담화 상황과 관련해서는 개인적‧일상적 상황은 초급에서 52.8%, 중급에서 35.6%, 고급에서는 15.2%로 점점 감소하는 양상을 보인 반면,사회적 공동체 상황은 방송 담화의 증가로 중급에서는 39.2%로, 고급에서는 64.8%까지로 증가하였다.

    그러나 개인적 공동체 상황은 전 등급에 걸쳐 거의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는 담화에서의 대화 참여자가 두 명으로 제한된 것과 관련이 있다. 실제 의사소통 상황에서는 두 명 이상의 대화 참여자가 존재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경우에 따라 담화 참여자 수를 융통성 있게 확장할 필요가 있다.

    또한 초급에서는 어휘와 담화 길이의 제약으로 인해 담화 상황을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담화가 14.8%나 되었다. 상황 맥락은 언어 사용의 적절성과 직결되므로 구체적인 담화 상황이 드러나도록 상황 맥락을 구현할 필요가 있다.

    ④ 담화 목적 및 기능

    담화 목적은 크게 ‘정보 교류’와 ‘친교’로 구분할 수 있으며, 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하는 담화는 초급에서는 60.4%, 중급에서는 72%, 고급에서는 92%로 등급이 올라갈수록 증가하였다. 반면에 친교 목적의 담화는 고급으로 갈수록 감소하여 고급에서는 8%의 매우 낮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숙달도가 높아질수록 학습자는 향상된 의사소통 능력을 토대로 한국어 모어 화자와 깊은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되므로, 고급에서 친교 목적의 상황 맥락의 비중을 좀 더 높일 필요가 있다.

    한편, 동일하게 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하는 담화라도 초급과 고급의 담화에서 제시된 담화 기능은 상이하였다. 아래는 상위 담화 기능의 분석 결과를 정리한 표이다.

    고급으로 갈수록 참조적 기능과 대인적 기능은 감소한 반면, 통제적 기능과 기술적 기능은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통제적 기능의 증가는 회사와 같은 공적 영역의 담화의 증가와 관련이 있고 기술적 기능은 뉴스나 대담과 같은 사회적인 소재를 다룬 매체 담화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

    하위 담화 기능의 급별 특징을 살펴보면, 초급에서는 ‘묻고 답하기’ 와 ‘구매하기/교환‧반품하기’가 전체 담화의 50% 이상을 차지하였다. 중급에서는 ‘화제 소개하기’와 ‘조언하기’ 등이 많이 나타났는데, 이 중 ‘화제 소개하기’는 방송 매체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 고급에서부터는 강연/강의 담화의 증가로 ‘설명하기’, ‘화제 소개하기’의 비중이 커졌다. 하위 담화 기능의 구체적인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하위 담화 기능은 초급에서는 23개, 중급에서는 29개, 고급에서는 25개가 출제된 것으로 나타나 중급에서 가장 다양한 담화 기능이 출현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급에서도 29개의 담화 기능 중 13개가 5회 미만으로 출현한 것으로 나타나, 하위 담화 기능이 균형적으로 제시되지 못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5) 담화 소재

    급에 따른 담화 소재의 양상을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초급에서는 ‘생활’이 61.2%로 담화 소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중급에서도 여전히 생활 관련 주제가 24%로 가장 많이 나오기는 하나, 초급에 비해서는 큰 폭으로 줄어들었으며 그 대신 ‘사회’(16.4%)와 ‘일과 직업’(10%) 등 생활 영역에서 벗어나 사회적 영역과 관련된 소재의 비중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담화 기능과 마찬가지로 담화 소재도 중급에서 가장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었다.

    고급에서는 ‘사회’가 23.6%로 가장 많이 나타났고, 중급에서는 6.8%에 불과했던 ‘문화’가 고급에서는 18%로 대폭 증가한 것이 특징적이었다. 또한 중급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았던 ‘자연과 환경’ 및 ‘과학’이 고급에 와서는 비중 있게 다루어지기 시작하였다.

    (6) 채널

    수험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비매체 담화는 초급에서는 91.6%였으나, 중급에서는 66.4%로, 고급에서는 60.8%로 급이 낮아질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방송 매체 담화는 급이 올라갈수록 증가하였다.

    채널에서 특징적인 것은 비매체 담화 중 상호작용이 없는 유형이 중급은 7.6%, 고급은 25.2%로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는 고급에서 강연/강의 담화가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TOPIK 5급의 평가 기준을 살펴보면, 평가 기준의 하나로 ‘복잡한 상황 맥락에서의 함축적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제시되어 있다. 복잡한 상황 맥락은 제약이 많은 방송에서의 대화보다는 면대면 대화에서 출현하기 쉬우므로, 고급에서는 보다 특수한 상황에서의 면대면 대화의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결과, 초급에서 고급으로 갈수록 TOPIK 듣기 담화는 각 급의 수준에 맞게 상황 맥락이 확장됨을 알 수 있었다.

    TOPIK 평가 기준에서 상황 맥락에 대해 언급한 부분을 살펴보면12),등급이 높아질수록 담화 영역은 ‘일상생활’에서 ‘업무적 전문적 영역’으로, 담화 소재는 ‘사적이고 친숙한 소재’에서 ‘사회적 추상적 소재’로 확장되는 경향을 보인다. 담화 유형 또한 ‘일상 대화’에서 ‘실용 담화’, ‘뉴스’, ‘강연/강의’로 급이 높아질수록 다양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4급에서부터는 ‘복잡한 맥락을 다룬 담화’가 등장하기 시작하며 5급에서부터는 ‘주례사 및 추모사’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의 맥락이 제시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서 보면 상황 맥락은 급이 올라갈수록 ‘단순한, 전형적인, 예측 가능한’ 특성에서 ‘복잡한, 특수한, 예측이 어려운’ 특성으로 확장된다고 볼 수 있다.

    실제 TOPIK 듣기 담화를 분석한 결과, 초급에서는 ‘개인적‧일상적 상황’과 ‘개인적 업무 처리 상황’에서의 대화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왔으며, 중급에서는 ‘공적 업무 처리 상황’과 ‘교양 정보 프로그램’이, 고급에서는 ‘강연/강의’ 담화가 크게 늘어난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서 볼 때, 듣기 담화는 TOPIK 평가 기준에 명시된 상황 맥락의 특성을 잘 구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담화 유형, 담화 기능과 같은 몇몇 구성 요소의 경우 특정 하위 유목에 편중된 경향이 나타났다. 담화 유형에서는 고급에서 강연/강의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고 참여자 관계 중 나이에 의한 상하 관계는 초, 중, 고급에서 출현한 비율을 모두 합하여도 약 6.5%에 지나지 않을만큼 그 비중이 매우 낮았다. 담화 목적 또한 고급에서는 친교의 비중이 8%로 매우 낮게 나왔으며, 대인적 기능 또한 1.6%에 지나지 않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특정 하위 유목으로의 편중은 상황 맥락이 다양하게 구현되지 못하였음을 의미한다.

    TOPIK의 듣기 담화는 각 등급의 수준에 적절한 상황 맥락을 구현해야 할 뿐 아니라, 상황 맥락의 다양성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듣기 담화에서 다양한 상황 맥락이 제시되는 것은 환류 효과가 큰 TOPIK의 특성을 생각해 볼 때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TOPIK은 시험의 내용이 교육의 내용과 직결되므로 수험자들이 실제 의사소통 상황에서 경험할 만한 다양한 상황 맥락을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담화의 실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황 맥락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해영(2005:279)는 ‘구어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고 숙달도에 따라 비중을 달리할 수 있으나 전체적으로 볼 때, 다양한 유형의 듣기 텍스트가 골고루 선택되어 교육되고 평가되어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전은주(2011:557)에서도 ‘언어 교육에서의 실제성은 언어 사용 맥락의 다양성과 언어 표현의 자연성을 바탕으로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개편된 TOPIK 체제의 경우, 중급과 고급이 <한국어능력시험Ⅱ>에서 함께 출제되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 맥락의 구현과 비중의 배분에 대한 심도 깊은 고려가 요구된다. 중급과 고급의 평가 기준에 부합되는 전형적인 상황 맥락을 구현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특정 상황 맥락이 중복되어 나타나는 것 역시 지양해야 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숙달도 수준에 적합하면서도 다채로운 상황 맥락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상황 맥락 설계에 대한 보다 본질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보고, 상황 맥락을 체계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기본틀을 제안하고자 한다.

    4)하위 요소로 ‘전문성’을 추가한 이유는 듣기 담화 내에서 담화 주제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특정 화자가 담화의 중심적인 내용을 주도적으로 생성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5)여기에서의 ‘상황’은 본고에서 논의하고 있는 ‘상황 맥락’의 하위 구성 요소로서 담화가 이루어지는 때와 장소 등을 나타내는 ‘협의의 상황’을 의미한다.  6)‘개인적‧일상적 상황’은 반복적으로 접하는 일상적인 상황을 의미한다. ‘개인적 업무 처리 상황’은 가게나 은행 등에서 개인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상황이고, ‘개인적 공동체 상황’은 동아리나 사적 모임과 같이 개인적인 친분 관계의 형성, 유지, 발전과 관련된 상황이다. ‘공적 업무 처리 상황’은 사무실이나 회의실 등과 같은 공적인 맥락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상황이다. ‘사회적 공동체 상황’은 방송이나 강연과 같이 대중을 고려한 상황을 의미한다.  7)Jakobson(1960:353~355)에서는 언어 기능을 ‘참조적(referential) 기능, 표현적(expressive) 기능, 행동촉구적(conative) 기능, 시적(poetic) 기능, 교감적(phatic)기능, 상위언어적(metalingual) 기능’으로 나누고 있다. 이 중에서 구어에서 주로 사용되는 기능은 참조적 기능, 표현적 기능, 행동촉구적 기능, 교감적 기능이다. 참조적 기능은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의사소통 기능으로서 일상생활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고 볼 수 있다. 표현적 기능은 화자의 감정, 태도 등을 나타내는 것과 관련된다. 교감적 기능은 “안녕하세요?”, “요즘 어떻게 지내요?”처럼 서로 아는 사이에서 심리적 교류를 위해 건네는 말로서 화자와 청자의 대화를 열어주거나 유대를 이어가는 데 필요한 기능을 말한다(배도용,2012:180). 표현적 기능과 교감적 기능은 화자와 청자 간의 관계 유지 및 발전을 위해 사용되는 기능이므로 이 둘을 통합하여 대인적 기능으로 명명하였다. 행동촉구적 기능은 화자가 청자에게 어떤 반응을 유도하는 기능으로 ‘설득하기, 명령하기, 지시하기’ 등이 포함된다. 행동촉구적 기능은 듣는 이에게 특정한 행동을 요구한다는 면에서 통제적 기능으로 볼 수 있다.  8)예를 들어, 중‧고급에 자주 등장하는 뉴스 담화의 경우 특정 화제에 대해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기능을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기능은 90개의 목록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에 ‘화제 소개하기’라는 기능을 추가하였다.  9)김지영 외(2014:82~83)에서 제시한 담화 소재 분석틀의 경우, 초급에 주로 등장하는 ‘일상생활’ 범주를 몇 개의 대범주로 세분화하였고 ‘언어’, ‘역사’ 등과 같이 빈도가 적은 일부 항목들을 하나의 대범주로 묶어 분석 시 효율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10)한 회당 출제되는 담화의 수는 초급이 27개, 중‧고급이 25개이나, 초급의 경우 1, 2번 문항(음운 식별하기)은 분석이 불가능하여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결과적으로 분석 대상이 되는 담화의 수는 초‧중‧고급 모두 한 회당 25개로 같았다.  11)각 등급별 분석 자료의 수는 초급 242개, 중급 179개, 고급 132개인데, 이는 전체 담화에서 독백을 뺀 수이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초급에서 고급으로 갈수록 독백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대화의 수는 점점 줄어든다.  12)TOPIK 홈페이지(www.topik.go.kr)에 게시된 듣기 영역의 평가 기준 중 상황맥락과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4. 듣기 담화의 상황 맥락 구현을 위한 제언

    4장에서는 담화 영역과 참여자 관계를 바탕으로 상황 맥락 설계의 기본틀을 제시하고자 한다. 상황 맥락의 구성 요소 중 특별히 담화 영역과 참여자 관계를 상황 맥락 설계의 기준으로 설정한 것은 한정된 수의 고정된 틀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만약 구성 요소에 포함된 모든 하위 유목을 설계의 기본틀에 제시할 경우, 출현 가능한 상황 맥락의 수는 무한대가 된다. 또한 담화 소재나 담화 기능은 하위 유목의 수가 많으므로 상황 맥락 설계의 기본틀이 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김정숙 외(2013:92)에서도 ‘한국어능력시험에서 문항 출제의 용이성과 안정성을 위해서는 담화소재와 담화 기능을 제외한 대부분의 요소를 고정적 요소로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담화 영역과 참여자 관계는 다른 구성 요소와 구체적인 상황 맥락의 구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동일한 소재를 다룬 담화라도 담화 영역과 참여자 관계에 변화를 주면 담화의 양상이 달라진다. 실례로, 아래의 (가), (나), (다)는 모두 ‘신체와 건강’이라는 동일한 소재를 다루고 있으나, 담화 영역과 참여자 관계의 차이로 인해 상황 맥락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가)는 초급에서 제시된 담화로 담화 영역은 사적 영역에 속하며 참여자 관계는 약사와 환자로 ‘모르는 사이-평등’에 속한다. 약사는 환자에게 약을 먹는 방법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이러한 대화는 약국에서 약을 살 때 흔히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전형성을 띠며 예측가능하다는 점에서 상황 맥락의 난이도는 낮은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중급에서 제시된 담화로 담화 영역은 초급과 동일하게 사적 영역이나 참여자 관계가 친구 혹은 동료 사이로 ‘아는 사이-평등’에 해당한다.

    (나)에서는 참여자 관계의 변화로 인해 (가)와 다른 양상의 상황 맥락을 띠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참여자 관계가 친구나 동료 관계로 바뀜에 따라, 담화 기능 또한 참조적 기능에서 벗어나 여자의 걱정에 남자가 조언을 해 주는 대인적 기능이 출현할 수 있는 상황으로 확장되었다.

    (다)에서는 (가), (나)와 동일하게 ‘신체와 건강’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담화 영역이 사적 영역에서 공적 영역으로 바뀜에 따라 고급 수준에 적합한 담화로 변한 것을 볼 수 있다. (다)는 교양 정보 프로그램으로서 담화의 내용이 여러 사람에게 공개되는 사회적 공동체 상황에 속한다.

    (다)에서는 대화 참여자가 ‘사회자’와 ‘박사’로 바뀜으로써 혈액 순환에 대한 보다 전문적이고 심도 있는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가), (나), (다)를 통해서 동일한 소재의 담화라고 할지라도, 담화 영역과 참여자 관계에 변화를 주게 되면 다룰 수 있는 담화 기능의 폭이 넓어지게 되면서 전혀 다른 상황 맥락이 출현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담화 영역과 참여자 관계가 상황 맥락 구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이를 바탕으로 상황 맥락 설계 시 활용할 수 있는 기본틀을 제안하고자 한다. 구체적인 기본틀은 아래의 <그림 3>과 같다.

    위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참여자 관계와 담화 영역의 하위 유목들을 결합하면 총 8가지의 상황이 도출된다. ①, ②, ③, ④는 개인적 일상적 상황, 개인적 업무 처리 상황, 개인적 공동체 상황에 해당하며, ⑤, ⑥, ⑦, ⑧은 공적 업무 처리 상황, 사회적 공동체 상황에 속한다.

    이러한 8가지의 기본 상황을 토대로, 담화 소재, 담화 기능의 다양한 하위 유목을 대입시키면 평가 목표와 평가 수준에 적합한 담화 상황을 도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위의 기본틀에 ‘취미와 여가’라는 소재를 대입하면 아래의 <표 11>과 같이 동일한 소재를 다루지만 난이도와 복잡성은 각기 다른 상황 맥락들을 얻을 수 있다.

    위의 8가지 상황에서 구현 가능한 담화 기능은 각기 다르다. 예를 들어, ①, ②에서는 단순한 정보를 교류하는 ‘묻고 답하기’ 기능이, ③에서는 ‘조언하기’ 기능이, ④에서는 ‘소개하기’ 기능이, ⑤에서는 ‘지시하기’, ⑥에서는 ‘설명하기, 비판하기’, ⑦에서는 ‘주장하기, 반박하기, 제안하기’ 등의 기능이, ⑧에서는 ‘서술하기’ 기능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상황 맥락 설계의 기본틀을 사용하면 비슷한 상황 맥락이 한 시험지 안에서 중복되어 제시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동일한 소재를 여러 상황 맥락에서 다룬 담화들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평가 목적과 숙달도 기준에 적합한 상황 맥락을 보다 쉽게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특정한 참여자 관계와 담화 영역에서 출현할 가능성이 높은 담화 기능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므로 보다 실제적인 담화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 맥락 설계의 기본틀은 TOPIK과 같은 표준화 시험에서 평가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으며, 출제자의 경험이나 직관에서 벗어나 보다 객관적으로 상황 맥락을 구성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하므로, TOPIK의 듣기 담화를 체계적이고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5. 결론

    상황 맥락은 담화의 이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담화의 실제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TOPIK 듣기 담화의 상황 맥락 양상을 파악하기 위하여, TOPIK 듣기 영역 초‧중‧고급을 22회부터 31회까지 분석해 보았다. 분석 결과, TOPIK 듣기 담화는 대체로 TOPIK 평가 기준에 부합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상황 맥락의 구성 요소 중 일부는 특정 하위 유목에 편중된 경향이 나타나 상황 맥락이 다채롭게 구현되지 못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에 급별 특성을 반영하면서도 다양한 상황 맥락이 구현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담화 영역과 참여자 관계를 중심으로 상황 맥락 설계를 위한 기본틀을 제시하고 활용 방안을 제안하였다. 상황 맥락 설계의 기본틀은 상황 맥락을 체계적으로 구현할 필요가 있는 교재 제작 및 평가 상황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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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1>] 언어와 맥락, 체계와 용례
    언어와 맥락, 체계와 용례
  • [<그림 2>] 상황 맥락의 구현
    상황 맥락의 구현
  • [<표 1>] 담화 유형의 하위 유목
    담화 유형의 하위 유목
  • [<표 2>] 하위 담화 기능 목록
    하위 담화 기능 목록
  • [<표 3>] 담화 소재의 하위 유목
    담화 소재의 하위 유목
  • [<표 4>] 채널의 하위 유목
    채널의 하위 유목
  • [<표 5>] 담화 유형 분석 결과
    담화 유형 분석 결과
  • [<표 6>] 담화 공식성 분석 결과
    담화 공식성 분석 결과
  • [<표 7>] 상위 담화 기능 분석 결과
    상위 담화 기능 분석 결과
  • [<표 8>] 하위 담화 기능 분석 결과
    하위 담화 기능 분석 결과
  • [<표 9>] 담화 소재 분석 결과
    담화 소재 분석 결과
  • [<표 10>] 채널 분석 결과
    채널 분석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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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3>] 상황 맥락 설계의 기본틀
    상황 맥락 설계의 기본틀
  • [<표 11>] 상황 맥락 설계 기본틀의 활용 예시
    상황 맥락 설계 기본틀의 활용 예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