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언어 학습자의 한국어 어종 인지 능력과 어휘의미 파악 능력의 연관성 연구 -홍콩 한국어 초급 학습자를 대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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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STRACT

    Polly LOONG. 2014. 6. 30. A Study on the Correlation between Korean Word Type Recognition Ability and Word Recognition Ability for Multilingual Korean Language Beginners in Hong Kong. Bilingual Research 55, 409-433. The Korean lexicon can be divided into three different types which are native Korean vocabulary, Sino-Korean vocabulary and loanword. This research is the first attempt to focus on the correlation between word type recognition ability and word recognition ability for multilingual Korean learners. During the vocabulary test, 22 beginner level students were required to distinguish the word types and to identify their knowledge of 30 essential Korean vocabularies. The test results showed that Hong Kong Korean language beginners’ ability to identify and understand English originated loanword was the highest, then followed by Sino-Korean vocabulary and native Korean vocabulary. Moreover, a strong positive correlation is found between the students’ word type recognition and word recognition abilities in English originated loanword rather than their mother-tongue (Cantonese). This research also revealed that positive results were found for Sino-Korean vocabulary with hanja that were identical with the learners’ Cantonese Chinese vocabulary, but negative results were found for those with hanja that were different. The study not only signified the positive language transfer of English knowledge for Hong Kong learners, but also suggested that their Chinese background knowledge helped them in learning Sino-Korean vocabulary, but the extent was less than loanword due to the interference from hanja of Sino-Korean vocabularies that were different from their mother-tongue.(Seoul National University)

  • KEYWORD

    어종 인지 능력 , 어휘 의미 파악 능력 , 고유어 , 한자어 , 외래어 , 다중언어 학습자 , 언어 전이

  • 1. 서론

    한국어의 어종은 크게 고유어, 한자어,1) 외래어로 구분된다. 배주채(2010:89)의 어휘 통계 조사에 따르면 한국어 어휘에서는 한자어 비율이 가장 높고, 그 다음 고유어와 외래어의 순이다.2) 한국어 모어 화자의 경우는 어종에 따라 단어 인지 수행 난이도가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3)가 밝혀진 바 있으나,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에서의 어종별 연구는 전무하다.한국어를 세 가지 어종으로 구별할 때, 그간 한국어 어휘교육 분야에서는 한자어와 외래어의 개별 연구가 주로 이루어져 왔으며, 강현화(2011)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30년간의 한국어 어휘 연구에서는 한자어와 관련된 연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4) 한국어교육에서 이루어진 한자어 혹은 외래어 어휘교육 연구를 대상자별로 구분해 보면 주로 학습자의 한국어 수준(초‧중‧고급), 언어권, 한자어권과 비한자어권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에서 한자어권 한국어 학습자의 경우 모어 표기인 한자에서 긍정적 전이(positive transfer)가 일어나기 때문에 세 가지 어종 중 한자어를 가장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은 한자가 단일 모어인 학습자의 경우에는 적용될 수 있겠지만 모어인 한자와 별도의 공용어가 공존하는 문화권 학습자에게는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언어 전이(language transfer) 이론에 따르면 모어만이 아니라 학습자들이 목표어를 학습하기 전의 모든 선행 학습 언어에서 전이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Odlin 1989:27, Brown 2000:224). 비록 학습자의 공용어 숙달도에 따라 전이의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다중언어권 학습자들은 한국어를 학습하기 이전에 학습한 모든 공용어와 모어에서 긍정적 및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다.

    본 연구는 다중언어 화자5)인 홍콩 한국어 초급 학습자를 대상으로 한국어 어휘를 어종별로 구별하는 능력과 의미 해석 능력의 연관성을 연구함으로써 초급 학습자의 한국어 어종 인지 능력이 한국어 어휘 의미 파악 능력과 어떠한 관련을 맺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한자와 영어에 대한 선행 언어 지식이 한국어 학습 초기의 어휘 인지에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또한, 광둥어 한자와 영어를 모두 구사하는 다중언어권 학습자의 경우는 (한국) 한자어(이하 한자어)와 영어 어원의 외래어(이하 외래어) 둘 중에서 어떤 어종의 의미 파악을 더 잘 할 것인지, 만약에 모어인 광둥어 한자보다 공용어인 영어의 긍정적 전이가 더 크게 작용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초점을 두어 살펴 보겠다.

    1)본 연구는 한자어권 화자들의 표기(문자)를 언급할 때 해당 표기를 ‘한자’로, 한국어에서 한자로 쓸 수 있는 한글로 이루어진 단어를 ‘한자어’로, 연구 대상자들의 모어인 광둥어의 한자 표기를 ‘광둥어 한자’로 구별하여 기술한다.  2)배주채(2010:89)의 한국어 어종별 통계에 따르면 고유어는 25.23%, 한자어는 57.26%, 외래어는 5.45%, 혼종어는 12.06%였다.  3)이광오(2003)에서 한국인 대학생을 대상으로 단어 인지와 어종의 연관성을 확인한 결과, 한국어 모어 화자들의 어종별 단어 인지의 수행 순서가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의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4)강현화(2011)는 1980년대부터 2010년까지 발표된 총 544편의 한국어 어휘교육과 관련된 학술지 및 학위논문을 분석하였는데, 주제별로 한자어의 연구가 무려 81편이 있었으며, 다른 영역을 앞세워서 1위를 차지하였다. 외래어에 관한 연구는 총 17편이 있었으며, 고유어 위주의 연구는 없었다.  5)홍콩특별행정구(香港特別行政區)의 ‘법정어문’(法定語文)은 ‘양문삼어’(兩文三語) 정책에 의하여 공용어로서 문어체는 ‘중문’(中文)과 영어로 하되 구어체는 영어, ‘광동화’(廣東話, 즉 광둥어), ‘보통화’(普通話, 즉 북경어)로 정해졌다. 따라서 본 연구 대상자들은 외국어로서 배우는 한국어 외에 적어도 모어인 광둥어, 북경어, 영어 등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으므로 다중언어 화자로 본다.

    2. 선행 연구 및 이론적 고찰

       2.1. 선행 연구 검토

    그동안 국어교육과 한국어교육에서 어휘교육은 핵심 연구 영역으로서 다양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한국어의 어종별 연구는 계량 통계 차원에 그쳤으며, 한국어 어종과 어휘 학습의 연관성에 대한 교육학 차원의 연구는 아직 없었다.

    한국어 어종과 어휘 인지에 관한 최초의 연구로 이광오(2003)를 들 수 있는데, 심리학적 관점에서 모어 화자를 대상으로 한국어 어종에 따른 어휘 인지 능력을 연구한 결과 한국어 모어 화자들의 어종별 단어 인지능력은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의 순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하게 심리학적으로 접근한 연구로는 고유어의 인지 처리 연구(이광오‧배성봉 2009)와 한자어의 인지 처리 연구(배성봉‧이광오‧박혜원 2012)가 있으며, 그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종마다 고유한 처리 방식이 있고 한 어종에서 다른 어종으로 자극이 바뀔 때 수행의 저하가 나타났음을 알 수 있다(이광오‧배성봉, 2009:245). 다소 아쉬운 점은 아직까지 외래어에 대한 연구를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어의 세 가지 어종에 따른 모어 화자의 인지 과정에 대한 전모가 밝혀지지는 못하였다.

    그 외에 Cho & Chen(1999)는 한국인 대학생 40명을 대상으로 한국어의 표기와 표기의 발음, 그리고 의미와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를 실시하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자어와 고유어의 인지 과정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화자의 언어 능력과 어휘의 어종인 것으로 나타났다.6)

       2.2. 이론적 고찰

    외국어교육에서 그간 언어 전이(language transfer)가 목표어 학습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특히 오류 분석에 관한 연구7)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러한 선행 연구의 특성 때문에 언어 전이 중에서 부정적 전이에만 초점을 두어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경우가 많았다.8) 본 연구는 다중언어권 학습자의 선행 학습 언어에서 언어 전이의 두 가지 측면, 즉 긍정적 전이 및 부정적 전이를 전반적으로 살펴봄으로써 한국어 어휘 학습에 촉진하는 요소 및 방해하는 요소를 파악하고자 한다.

    언어 전이의 개념에 대하여 Odlin(1989:1)은 범언어적 영향(crosslinguistic influence)을 ‘언어 전이’로 보고, 전이라는 것은 목표어와 학습자가 예전에 습득하였거나 학습하였던 언어의 유사성과 상이성에서 영향을 받아 발생되는 현상으로 정의하였다(Odlin 1989:27). 그러므로 다중언어권 학습자의 경우는 모어와 목표어뿐만 아니라 다른 선행 학습 언어에서도 전이 현상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전이의 유형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선행 지식이나 경험이 후행 학습에 옮겨지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는 경우는 긍정적 전이(positive transfer), 반대로 선행 지식이나 경험이 새로운 학습에 방해가 되는 경우는 부정적 전이(negative transfer), 즉 간섭(interference) 으로 분류된다(Brown 2000:94-95). 한편, 다중언어 어휘 연구에서 범언어적 영향은 어휘 간의 어종 거리(typological distance)와 관련된 결과인 것으로 나타났다(Cenoz 2003:104). 즉, 선행 학습 언어와 목표어의 어종 거리가 가까울수록 언어 학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본 연구는 언어 전이 이론을 바탕으로 홍콩 한국어 초급 학습자의 한국어 어종 인지 능력과 어휘 의미 파악 능력의 연관성을 분석함으로써 광둥어 한자와 영어 선행 학습 지식이 한국어 어휘 학습에 끼치는 긍정적 전이 및 부정적 전이에 대해 알아보고, 어종 거리 이론을 통해 초급단계에서 두 전이의 정도 차이를 파악하고자 한다.

    6)해당 연구는 한국어 표기를 고유어와 한자어의 두 가지 어종만으로 구별하였으므로 표기와 어휘의 발음과 의미와의 연관성에서는 외래어를 제외한 결과였다.  7)Richard(1971), Selinker(1974), Corder(1974), Dulay, Burt & Krashen(1982), Kleppin(1998), James(1998), Brown(2000), 조철현 외(2002), 이정희(2003, 2008) 등의 학습자 오류 원인 연구에서 모두 언어 전이를 오류 원인 발생 이유 중 하나로 분류하였다(폴리 롱, 2013:19 재인용).  8)Brown(2000:95)은 모어 간섭에 의한 오류는 가장 구별되기 쉽기 때문에 제2언어 교육에서 흔히 모어 간섭을 강조한 경향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3. 연구 내용 및 분석 결과

       3.1. 연구 대상 및 방법

    연구 대상은 ‘홍콩공회연합회 업여진수중심(香港工會聯合會 業餘進修中心)’에서 취미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초급 학습자9)로, 모두 광둥어를 모어로 하며, 공통어 교육도 받은 집단이다. 학습자10)들의 연령층, 인원수,11) 성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연구 방법은 예비조사(설문조사), 본 조사(어종 시험), 사후조사(설문조사), 사후면담으로 나누었다. 우선 예비조사는 2013년 10월 27일 광둥어로 구성된 설문지로 실시하였으며, 조사 내용은 학습자들의 어종에 따른 어휘 학습 난이도와 본인의 어휘 학습 전략, 어휘 교수 방법 평가 등으로 구성되었다.

    본 시험과 설문조사는 2013년 11월 24일에 실시하였다. 본 시험은 어종에 따른 어휘 인지 난이도 시험(이하 어종 시험)이며, 한국어 초급 어휘(30개)를 어종별로 구별하는 부분(1부)과 의미 파악을 추측하는 부분(2부)으로 구성되었다. 사후 설문조사는 한국어 어종에 따른 어휘 학습 난이도, 한자어와 다른 어종과의 비교 및 한자어의 학습 난이도, 외래어와 한자어의 학습 난이도 비교의 세 가지 부분으로 구성하였다.

    사후 심층면담은 시험과 설문조사 참여자 중 3명과 현지인 한국어 교사를 대상으로 전화 면담 및 문자 메시지 면담 형식으로 실시하였다. 면담 대상은 어종 시험 및 사후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어종 학습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학습자와 반대하는 학습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한편, 한국어 현지인 교사와의 면담은 총 세 차례를 실시하였으며, 면담주요 내용은 평소 수업 시 어휘 학습의 상황이나 학습자 태도, 본 시험에 대한 교사 본인의 평가 등에 초점을 두어 진행하였다. 면담 대상자 및 면담 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3.2. 예비 설문조사 결과

    예비 설문조사는 학습자들의 한국어 어종에 따른 어휘 학습 난이도 인식 양상 및 평소 어휘 학습 방법을 위주로 구성하였다. 먼저 한국어 어휘의 어종별 난이도 인식 조사 결과부터 살펴보면 아래 <표 3>과 같다.13)

    어종별 난이도 조사 결과를 보면 23명 응답자 중 고유어와 한자어를 1위로 선택한 응답자가 각각 9명씩(총 18명) 차지하였으며, 외래어를 1위로 선택한 응답자는 불과 5명뿐이었다. 이는 학습자들이 외래어를 가장 쉬운 어종으로 인식하는 본 연구의 가설을 뒷받침하는 결과이다.

    고유어의 경우는 학습자의 선행 학습 언어와 가장 먼 어종 거리에 있기 때문에 예상대로 다른 언어권 학습자처럼 홍콩 학습자들도 고유어를 가장 어려운 어종으로 인식하였다. 여기에 주목할 만한 것은 고유어가 단독 1위가 아닌 한자어와 공동 1위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자어는 광둥어 한자와 유사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학습자들이 한자어를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심지어 어종 거리가 가장 먼 고유어와도 동등한 정도로 어려운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특히 해당 학습자 집단의 수업 매개 언어가 광둥어도 포함되어 있으며, 새 어휘 및 문법 항목의 의미를 해석할 때 현지인 강사가 반드시 광둥어로 설명하게 되므로 한자어와 대응하는 광둥어 한자를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떠올리게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다. 또한, 광둥어 한자의 표기 및 발음과 한국어의 유사성14)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어렵다고 인식하는 것은 긍정적 전이 외에 다른 부정적 요소가 어휘 학습 및 의미 파악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2위의 결과를 보면 외래어를 선택한 학습자가 한자어보다 많았는데,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추론할 수 있다. 첫째, 예비조사 문항에서 외래어에 대한 부가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일부 학습자들이 영어 외래어만으로 한정하지 않고 다른 어원의 외래어까지 포함하여, 한국어에서의 ‘외래어’ 전체로 받아들여 판단하였을 수 있다. 둘째, 설문지에서 ‘의미 파악 능력’에 대한 언급이 없었기 때문에 학습자들이 어휘의 이해력뿐만 아니라 표현력까지도 포함하여 판단하였을 수 있다.15)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사후조사에서 ‘영어 외래어’와 영어의 비교 문항을 별도로 추가하였다. 마지막으로 다른 선행 학습 언어(예를 들어, 일본어 학습 경험)16)에서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17)

    어휘 학습 및 전략에 대하여 학습자들 중 73.9%가 “한국어 어휘가 어렵다” 혹은 “상당히 어렵다”고 응답하였으며, 91.3%가 어휘 능력이 한국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거나 아주 도움이 된다고 답하였다. 그러므로 홍콩 초급 학습자들에게 한국어 어휘는 어려운 존재로 여기면서도 한국어를 학습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초급 학습자 중 65.0%가 평소 한국어 교재 외에 별다른 한국어 어휘 학습 자료를 사용하지 않으며, 과반수 학습자(52.0%)가 암기 학습 전략으로 어휘를 학습한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설문 참여자들의 암기 학습 전략은 그들의 선행 학습 언어에서 기인한 여러 가지 영향들을 확대시킨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3.3. 어종별 시험 내용 분석

    어종 시험은 어휘의 어종을 구별하는 부분(1부)과 어휘의 의미를 알고 있느냐의 부분(2부)으로 구성하였다. 시험에 출제한 30개 초급 기초 어휘는 『한국어 기초어휘집』(배주채, 2010:1-3)에 수록된 ‘초급1 기초 어휘’ 300개 중 본 연구 목적에 따라 학습자들이 시험 한 달 전까지 실제 학습한 어휘와 예비조사 결과를 참고하여 선정하였다.18) 아래 <표 4>는 시험 출제 어휘의 어종별 분포 내용이다.

    어종 시험에 출제한 30개 어휘 중 한자어의 비율이 50%로 가장 높았으며, 고유어와 외래어의 비율은 각각 33.3%와 16.7%로 구성하였다. 예비조사에서 밝힌 바와 같이 홍콩 학습자들이 광둥어 한자에서 긍정적 전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자어를 고유어와 같이 가장 어려운 어종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그 이유를 더 파악하기 위하여 한자어의 종류를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본고에서 ‘일치 한자어’는 한국 한자어와 학습자 모어인 광둥어 한자가 동일한 경우(예: ‘산(山)’의 한국 한자와 광둥어의 대응 한자(‘山’)가 동일함)로, ‘불일치 한자어’는 한국 한자와 광둥어 한자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예: ‘책(冊)’의 광둥어 대응 한자는 ‘서(書)’이며, 자형과 발음에도 큰 차이가 있음)로 구분하였다. 다음 <표 5>는 어종 시험에 출제된 어휘의 어종별 목록이다.

       3.4. 어종별 시험 분석 결과

    어종 시험 결과, 세 가지 어종의 평균 정답률과 의미 파악 시험의 평균 응답률19)은 각각 69.8%와 67.0%로 나타났다. 이 평균 백분율만 감안하면 학습자들의 어종 구별 능력과 의미 파악 능력에 별로 큰 차이가 없어 보였으나 백분율의 분포와 함께 살펴보면 어휘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표 6>을 보면 어종 구별 시험의 정답률 분포(9.1%-100%)가 의미 파악 여부 응답률 분포(36.8%-89.5%)보다 훨씬 더 넓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습자들이 몇 개 특정 어휘의 어종 구별을 의미 파악보다 더 어려워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종 시험의 결과를 더 상세하게 분석하기 위하여 어종별 결과를 분석하였다.

    시험 결과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홍콩 학습자들이 외래어의 어종구별과 의미 파악 능력이 가장 높았다는 것이다. 이는 초급 단계에서 홍콩 학습자들은 한자어보다 외래어를 더 쉽게 파악할 것이라는 가설과 예비조사의 결과를 서로 뒷받침해 주었다. 또한, 학습자들의 어종 구별 능력에서는 고유어가 한자어보다 더 높았을 뿐만 아니라 ‘일치 한자어’의 결과만 보아도 다른 두 어종에 비해 구별 능력이 떨어졌다는 것도 유의미하다. ‘일치 한자어’의 경우는 학습자 모어의 선행 지식이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두 어종보다 구별 차원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모어의 긍정적 전이보다 공용어(제2언어)의 긍정적 전이가 더 우세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한편, ‘불일치 한자어’의 경우 의미 파악 능력 차원에서는 ‘일치 한자어’보다 결과가 더 높았으나, 어종 구별 정답률은 불과 33.5%에 그쳤다. 이는 ‘불일치 한자어’는 광둥어 한자와의 유사성이 낮기 때문에 학습자들이 어종을 기억하거나 인지하는 데 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였다. 반면, ‘불일치 한자어’의 높은 의미 파악 능력은 해당 어휘의 노출 및 사용 빈도, 학습자들의 어휘 학습 전략(암기 전략), 수업 환경(광둥어의 매개 언어 사용) 등이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어종별의 분석 결과를 보면 홍콩 학습자들의 외래어 어종 구별 능력과 의미 파악 능력의 연관성이 가장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고유어의 경우는 반대로 의미 파악 능력이 어종 구별 능력과 달리 가장 낮은 결과로 나왔다. 이는 고유어와 학습자들의 모두 선행 학습 언어와의 어종 거리가 가장 멀기 때문이다.

    한편, 한자어의 경우는 ‘일치 한자어’와 ‘불일치 한자어’의 결과 차이를 더 상세히 파악하기 위하여 각 시험의 어휘별 순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래 <표 8><표 9>는 각 시험별 1위∼3위를 차지한 어휘와 백분율 결과이다.

    어종 구별 능력 결과를 보면 상위 7개 어휘 중 외래어와 고유어가 각각 3개씩 차지하였으나 한자어는 단 하나만 차지하였다. 반면, 의미 파악능력 결과는 6개 어휘 중 한자어가 50%(3개)를 차지하였으며, 그 뒤에 외래어(2개), 고유어(1개)의 순으로 나타났다. 두 결과를 비교하면 어종구별과 의미 파악 시험에서 모두 상위권에 해당하는 어휘는 외래어인 ‘커피’와 ‘버스’ 뿐이었다. 이는 홍콩 학습자들이 초급 단계에서 외래어의 어종 구별 능력과 의미 파악 능력에 긍정적인 관련성, 즉 긍정적 언어 전이가 있었음을 충분히 보여 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홍콩 학습자들의 모어 배경지식이 한자어 학습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보다 상세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한자어 중 어종 구별과 의미 파악 능력에 긍정적인 연관성 및 부정적인 연관성을 보인 어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음은 어종별 정답률과 의미 파악 결과 중 차이가 가장 적은 한자어(순위는 어종 구별 정답률에 의해 정답률이 가장 높은 결과부터 배열하였음)이다.

    <표 10>에 제시한 한자어들은 광둥어 대응 한자와 비교하면 모두 ‘일치 한자어’에 속한 것이 특징이다.20) 해당 한자어가 광둥어 한자의 표기 뿐만 아니라 의미까지 완전 동일하므로 모어의 긍정적 전이가 작용된 것으로 본다. 또한, 1위 및 2위의 한자어가 모두 1음절 한자어인 것으로 미루어 보아, 학습자들이 ‘일치 한자어’ 중 특히 1음절 한자어에 대한 어종구별 능력과 이해 파악 능력에 보다 우수한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은 어종별 정답률과 의미 파악 결과 중 차이가 가장 큰 한자어(순위는 어종구별 시험에 의해 정답률이 가장 낮은 결과부터 배열하였음)이다.

    <표 11>에 제시한 한자어들은 모두 ‘불일치 한자어’에 속하며 대응하는 광둥어 한자와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홍콩 학습자들이 해당 한자어를 보고 바로 대응되는 광둥어 한자와 연결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거나 더 어려워할 수밖에 없다. 한편, 어종 구별 능력과 의미 파악 능력의 차이에 대하여 앞서 언급한 바 해당 한자어들이 고빈도 어휘에 속하므로 의미 파악에는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도 있다.

    본 실험 결과에 따르면 홍콩 학습자들이 ‘일치 한자어’의 어종 구별능력과 의미 파악 능력에 모두 긍정적 연관성, 즉 모어의 긍정적 전이가 보인 반면, ‘불일치 한자어’의 경우는 어종 구별 차원에는 부정적 연관성, 즉 부정적 전이가 보였다.

       3.5. 설문조사 분석 결과

    사후 설문조사 유효 응답자는 22명이며, 남녀 비율은 각각 3명(13.6%)과 19명(86.4%)이었다. 학습자의 연령층은 20대가 12명(54.5%), 30대가 6명(27.3%), 40대가 2명(9.1%), 50대가 2명(9.1%)로, 20대가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설문지는 어종별 난이도 비교, 한자어와 다른 두 가지 어종의 비교, 외래어와 한자어의 비교 등 세 가지 부분으로 구성하였다. 학습자들이 생각하는 어종별 난이도 조사 결과부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표 12>를 보면 어종 시험 후에 학습자가 가장 어려워하는 어종은 고유어(86.4%)이며, 외래어와 한자어가 그 뒤를 이었다. 이 결과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한자어가 3위를 차지하였음에도 실제로 한자어를 가장 어려운 어종으로 선택한 학습자는 없었다는 것이다. 예비조사 때와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 이유는 모어 배경지식이 심리적으로 한자어 학습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설문조사를 실시한 당시에 학습자들이 아직 어종 시험의 결과를 몰랐으며21) 예비조사 전에 어종에 대한 학습이 거의 없었다는 것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인식 조사와 시험 결과를 비교해 보면 학습자들이 ‘한자어’를 가장 쉬운 어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고정관념임을 알 수 있었다. 한편,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어종의 결과(어종별로 1위부터 3위까지 순위를 정하게 하는 문항)는 모어와 가장 유사한 한자어가 1위를 차지하였으며, 고유어와 외래어가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하였다.

    홍콩 학습자들이 실제 어종 구별과 의미 파악 결과와 달리 심리적으로 한자어를 덜 어려워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하여 한자어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살펴보았다.

    <표 13>의 결과를 보면 홍콩 학습자들이 한자어가 다른 두 어종에 비해 가장 기억하기 쉬우며(90.9%), 의미 파악도 가장 쉬운 어종(95.5%)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시험 결과에 의하면 홍콩 학습자들에게 한자어는 구별하기 쉬운 어종이 아니었으며, 의미 파악에 있어서도 외래어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광둥어 한자와 한자어의 어종이 같다는 인식(어종 거리가 짧다는 인식) 때문에 학습자들이 자연스럽게 한자어를 가장 쉬운 어종으로 여기며, 더 많이 기억해 낼 것이라고 예상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광둥어 한자 지식이 한자어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도 86.4%였다. 이 부분의 조사 결과는 앞서 언급한 어휘의 사용 빈도 및 학습 전략 등의 원인 외에 한자어의 어종 구별 능력과 의미파악 능력의 차이를 추가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외래어와 한자어, 그리고 영어와의 유사성 비교 내용을 통하여 학습자들의 외래어에 대한 인식을 검토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외래어와 한자어의 두 가지 어종만 비교하였을 때 의미 파악 차원에서 외래어가 더 쉽다고 대답한 학습자가 약간 더 많았다. 그리고 외래어와 그에 대응되는 영어 어휘와의 유사성에 대하여 81.8%의 학습자가 동의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제2언어(영어)가 학습자들의 제1언어(광둥어)보다 한국어의 초급 어휘 학습에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즉, 홍콩 초급 학습자에게 광둥어 한자는 한자어 학습에 긍정적 전이로 발현되나, 영어에 대한 선행 지식이 외래어 학습에 끼치는 긍정적 전이의 정도가 한자어 학습의 긍정적 전이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홍콩 학습자 집단은 세 가지 언어로 교육을 받는 환경에 있을 뿐만 아니라 한자어권 학습자 중에서도 그들만의 다중언어적 특징이 있다. 홍콩 광둥어 화자들은 번체자를 사용하며, 광둥어 발음은 한자어 발음과의 유사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22) 광둥어 한자 및 발음과 한자어의 어종 거리가 북경어와 한자어의 어종 거리보다 짧은 것이다. 따라서 홍콩 학습자들의 경우 한자어에 대한 긍정적 전이의 정도가 북경어 단일 화자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또한, 연구 대상자들의 수업 매개 언어가 광둥어이므로 ‘동일 한자어’의 경우는 긍정적 전이의 효과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자어보다 외래어에 대한 의미 파악 능력이 더 높은 결과로 나타났다는 것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3.6. 심층면담 결과

    심층면담은 시험 참여자 3명 및 현지인 한국어 교사를 대상으로 전화 및 문자 방식으로 광둥어로 진행하였다.23) 학습자1은 어종 시험 1부와 2부에 모두 평균 이상인 80점을 받았으며, 일본어를 학습한 적이 있는 학습자이다. 학습자2는 어종 실험 1부에는 80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2부에 불참하였다.24) 학습자3은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았으나 특별한 점은 1부(73점) 시험보다 2부 시험(95점)의 결과가 30% 가까이 더 좋았다.

    3.6.1. 학습자 면담 결과

    우선 학습자 면담에서 한국어 어휘의 어종에 따른 자아 평가부터 살펴보겠다(이해와 표현 능력이 가장 높은 어종부터 배열됨).

    전체적으로 보면 학습자들 스스로 한자어의 이해와 표현 능력이 가장 높다고 평가하였으며, 영어에서 유래된 외래어의 능력도 거의 한자어와 동일한 수준으로 여겼다. 그리고 실제 어종의 구별 능력과 달리 면담 대상자들 모두 본인의 고유어 능력이 가장 낮다고 평가하였다. 면담 결과학습자들이 광둥어 한자의 선행 지식 때문에 본인의 한자어 능력이 다른 어종보다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외래어의 경우는 영어와의 발음상 유사성 때문에 어종을 구별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즉, 홍콩 학습자들이 한자와 영어의 선행 학습으로부터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고 또 그렇게 믿는다는 것을 밝힐 수 있었다.

    다음은 한국어 어휘의 의미 파악 능력과 어종과의 연관성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겠다. 한국어 어휘와 어종과의 연관성에 대하여 학습자들이 모두 외래어를 가장 쉬운 어종으로 선택하였다. 그 이유는 학습자2의 응답에서 가장 명백하게 드러났다.

    면담 대상자들 모두 외래어의 발음이 영어 어원과 유사하므로 해당 어휘의 의미 파악 능력과 어종 구별 능력과의 연관성이 가장 높다고 하였다. 한자어의 경우는 ‘일치 한자어’의 의미 파악과 어종과의 연관성이 높으나 ‘불일치 한자어’의 경우는 오히려 더 혼란스럽다는 결과가 나왔다. 학습자들의 ‘불일치 한자어’에 대한 생각은 다음 내용에서 잘 표현되었다.

    학습자들의 진술을 통하여 한자어의 의미 파악과 구별 능력을 좌우하는 요소는 한자어와 대응되는 광둥어 한자의 유사성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홍콩 초급 학습자들이 한국어 어휘를 학습할 때는 광둥어 한자에서 긍정적 전이와 부정적 전이의 영향을 동시에 받게 된다. 또한 고유어에 대하여는 학습자들이 모두 어휘의 의미 파악과 어종과의 연관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고 답하였다.

    각 학습자의 면담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학습자1은 어종 학습에 반대하며, 현재 어휘 교수법을 그대로 유지하기를 원하였다. 그는 자신이 한국어 어휘를 어종별로 생각하는 습관도 없으며, 어종 구별 능력과 한국어 어휘 습득과 의미 파악이 전체적으로 큰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고 하였다.

    학습자2는 한국어 어휘의 어종 학습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학습자로, 어종 구별 능력이 한국어 어휘의 의미 파악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특히 향후 어휘 학습 활동으로 어종 시험을 정기적으로 도입하기를 요구하였다.

    학습자3도 어종 학습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어종 구별 능력이 개인의 어휘 학습 전략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보았다. 또한, 어종 시험을 통하여 암기 학습 전략 외에 새로운 어휘 학습 방법을 찾았다고 하였다.

    3.6.2. 교사 면담 결과

    교사 면담 결과, 어종 구별 시험은 해당 학습자들에게 처음으로 실시한 내용이었으나 학습자들의 참여도와 반응이 상당히 긍정적이었다고 하였다. 평소 수업 때 어휘 교수법에 대하여 교재에서 제시된 어휘의 순서대로 광둥어로 어휘를 설명하거나 주제별로 지도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왔다. 어종에 관한 내용은 교재에 없으며, 별도로 가르치지 않았다고 답하였다. 어종 시험에 대해서 그간 접해 보지 못한 새로운 연습 활동이며, 기회가 닿는다면 시도해 보고 싶다고 하였다. 특히 학습자들이 시험이 끝나자마자 바로 결과를 확인해 달라고 하였다는 점을 볼 때 어휘 학습의 동기 부여에도 유용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교사 면담에서 인상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연구 결과를 보면 한자어권과 영어권에 모두 속한 초급 성인 학습자에게는 한국어 어휘의 어종을 구별하는 학습 활동을 실시하거나 긍정적 전이를 발현할 수 있는 어휘를 위주로 어종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다면 어휘 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9)‘홍콩공회연합회 업여진수중심(香港工會聯合會 業餘進修中心)’의 일반 언어 과정은 학기당 18시간(90분 수업, 총 12회)이다. 시험 당시 연구 대상자들은 서울대학교 『한국어2』를 교재로 삼아, 총 5학기 9회의 수업(103.5시간)을 받았으므로, 누적 학습 시간과 수업 진도를 고려하여 초급 학습자로 판단하였다.  10)연구자와 면담 대상자가 직접 만날 수 없는 현실적 제약이 있으므로 연구자의 신분이 면담 대상에게 ‘내부자(insider)’로 인식될 필요가 있었다(Li, W. & Moyer, M., 2008:75-78). 그러므로 연구의 신뢰도를 최대한 높이기 위하여 연구자 담당 수업을 수강한 적이 있는 학습자 집단을 선택하였다.  11)예비시험에 참석한 학습자 중 3명이 본 조사 당일에 참석하지 못하였으며, 본 조사(예비시험 당일에 결석한 학습자)만 참석한 학습자는 총 2명이었다. 본 조사와 사후조사는 동일한 집단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사후면담 참여자는 본 조사와 사후조사에 모두 참여한 학습자였다.  12)시험 당일에 총 25명의 학습자가 출석하였으나 그중에서 1명이 설문조사를 거부하였고, 2명이 설문지의 모든 문항에 응답하지 않았기 때문에 3명 모두 분석 자료에서 제외하였다.  13)해당 문항은 학습자들이 한국어 어휘를 어종에 따라 난이도 순위를 1위부터 3위까지 정하게 하는 문항이다(1위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어종).  14)홍콩에서는 번체자를 사용하므로 어휘의 의미 차이를 떠나서 표기상의 유사성은 북경어와 일본어 한자보다 높은 것이다. 또한, 광둥어 발음에는 한국어의 7종성 중 6개가 존재하기 때문에 광둥어 한자의 표기뿐만 아니라 발음상 유사성도 다른 한자어권 언어의 발음보다 더 높다.  15)학습자2와의 면담을 통하여 외래어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으나, 표기의 경우 유사하게 표기할 수는 있지만 정확하게 표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16)홍콩 한국어 학습자 집단의 또 하나의 특징은 일본어 학습 경향이 있는 학습자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폴리 롱(2013:93)은 2010년 11월 14일부터 2012년 4월 24일까지 총 다섯 차례의 조사에서 밝힌 바와 같이 홍콩 학습자 중 평균 36%(335명 중 121명)가 일본어 학습 경험이 있다. 실제로 이번 연구 대상자 중 적어도 13%(3명)가 일본어 학습 경험이 있으며, 일본어 수준이 모두 중급 이상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17)사후면담에서 일본어 학습 경험이 있는 학습자1은 ‘아르바이트’를 예로 들어 유사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지적하였으며, 영어 외래어에 대하여 처음에는 일본어 ‘コンピューター’의 영향으로 ‘컴퓨터’와 ‘컴퓨타’가 혼동되었다고 밝혔다.  18)본 연구는 한국어의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의 세 가지 어종에만 초점을 두어 혼종어는 제외하였다.  19)어종 구별 시험은 정답이 있으므로 ‘정답률’이라는 용어를, 의미 파악 시험의 경우 피험자가 의미를 알고 있는 경우에 표시하도록 하였으므로 ‘응답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또한, 실제 순위에 영향이 없다면 시험의 실태를 더 정확하게 반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의미 파악 부분의 백분율은 실제 응답자 수는 19명으로 계산하였다.  20)金珍我(2006)의 범언어적 비교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 중국어 학습자들은 중국어 어휘를 학습할 때 한국어와 대응되는 동음동형동의어를 더 쉽게 익힐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21)학습자들이 실제로 본인이 한자어보다 다른 어종을 더 잘 구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같은 설문지를 실시한다면 한자어가 생각보다 어렵다고 생각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22)14번 주석 참조.  23)<표 2> 참조  24)학습자가 2부 시험의 답안을 쓰려던 참에 주변의 다른 학생으로부터 2부는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듣고 1부만을 하였다며 2부 시험에 불참한 까닭을 진술하였다. 사후면담 이전 연구자는 학습자2가 시간 부족으로 인해 2부 답안을 작성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연구자는 본 연구의 질적 연구를 통하여 사후 면담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되었으며, 같은 문제의 예방책을 마련하는 데에도 유용한 경험이 되었다.

    4. 결론

    본 연구는 홍콩 한국어 초급 학습자를 대상으로 예비조사, 어종 시험, 사후조사 및 사후면담을 통하여 다중언어권 학습자의 한국어 어종 구별능력과 어휘 의미 파악 능력의 연관성에 대하여 파악하고자 하였다.

    연구 결과, 학습자들의 한국어 어종 구별 능력은 외래어, 고유어, 한자어의 순위로, 의미 파악 능력은 외래어, 한자어, 고유어의 순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만한 것은 학습자들의 외래어 어종 구별 능력과 의미 파악 능력의 연관성이 가장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즉, 홍콩 한국어 학습자들은 한자어권 및 영어권에 동시에 속한 한국어 학습자지만 외래어 어종 구별 능력과 의미 파악 능력은 모어와 가장 유사한 한자어 보다 더 높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자어의 경우 ‘일치 한자어’의 경우에 한해서만 의미 파악 능력과 어종 구별 능력의 긍정적 연관성을 보였고, ‘불일치 한자어’의 경우는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초급 기초 어휘에서는 상당수의 ‘불일치 한자어’가 존재하므로 학습자들의 모어 지식과 충돌하게 되면 오히려 부정적 전이가 일어나게 된다. 한편, 고유어의 경우는 어종 구별 능력이 더 높았으나, 의미 파악 능력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의 목표와 의의는 ‘한자어권 학습자는 한국 한자어를 배울 때보다 쉬울 것’이라는 일반적인 통념이, 적어도 홍콩 초급 학습자에게는 성립하지 않으며 오히려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과, 초급 단계에서 공용어인 영어의 긍정적 전이가 모어인 광둥어 한자에서 기인하는 긍정적 전이보다 크게 작용할 수 있음을 ‘어종 인지’와 ‘어휘 의미 파악’ 시험을 통하여 실험적으로 밝혀 낸 데 있다. 또한, 홍콩 학습자처럼 한자와 영어의 배경지식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선행 언어 지식의 기여도 (긍정적 전이)는 한국어 어휘와의 유사성 및 어종 거리와 관련이 된다는것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끝으로 본 연구는 한국어 어휘의 어종 구별 능력이 학습자의 어휘 인지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임을 발견하였으나, 본 연구 결과 만으로는 다중언어권 학습자의 특징을 완벽하게 밝힐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연구 결과를 더 정밀하게 입증하기 위하여 향후 다른 단일 언어권 학습자와의 비교 연구가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고유어의 구별 능력과 의미 파악 능력의 관련성에 대하여도 분명한 이유를 밝히지 못하였으나 이에 대해서는 추후 과제로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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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 1>] 연구 절차별 연구 대상자 정보
    연구 절차별 연구 대상자 정보
  • [<표 2>] 면담 대상자 및 면담 일정 내용
    면담 대상자 및 면담 일정 내용
  • [<표 3>] 어종별 난이도 인식 조사 결과
    어종별 난이도 인식 조사 결과
  • [<표 4>] 어종 시험에 사용된 어휘의 어종별 분포 내용
    어종 시험에 사용된 어휘의 어종별 분포 내용
  • [<표 5>] 어휘 시험의 어종별 내용
    어휘 시험의 어종별 내용
  • [<표 6>] 어종 구별 시험 및 의미 파악 측정 분석 결과
    어종 구별 시험 및 의미 파악 측정 분석 결과
  • [<표 7>] 어종별 시험 분석 결과
    어종별 시험 분석 결과
  • [<표 8>] 어종 구별 정답률
    어종 구별 정답률
  • [<표 9>] 의미 파악 응답률
    의미 파악 응답률
  • [<표 10>] 어종별 정답률과 의미 파악 결과 비교-‘일치 한자어’
    어종별 정답률과 의미 파악 결과 비교-‘일치 한자어’
  • [<표 11>] 어종별 정답률과 의미 파악 결과 비교-‘불일치 한자어’
    어종별 정답률과 의미 파악 결과 비교-‘불일치 한자어’
  • [<표 12>] 어종별 난이도 및 학습 능력 인식 조사 비교
    어종별 난이도 및 학습 능력 인식 조사 비교
  • [<표 13>] 한자어와 다른 어종 어휘의 비교
    한자어와 다른 어종 어휘의 비교
  • [<표 14>] 외래어와 관련된 인식 조사
    외래어와 관련된 인식 조사
  • [<표 15>] 한국어 어휘의 어종별 자아 평가
    한국어 어휘의 어종별 자아 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