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L2 학습자들의 한국어 음운변동 적용 어휘의 지각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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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STRACT

    Young Sook Yune. 2014. A Study on the Chinese Korean-Learners’ Perception Patterns in Korean phonological rule. Journal of Korean Language Education 25-4: 110-132.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investigate how Korean phonological rules affect Chinese Korean-learners’ accuracy of word perception. Since Korean and Chinese have different syllable structure and phonotactics, the realization aspects of phonological process in two languages are not identical. This difference can affect Chinese Korean-Learners’ perception of Korean word. To investigate this assumption, we conducted a perception test based on the text of listening comprehension test of TOPIK and 25 Chinese Korean-learners participated in the test. In the perception test, the subjects dictated what they listened to. Based on the perspective of language information processing theory, the transcribed data were classified into three steps: segmental perception error, phonetic representation (surface form) step, phonological representation(underlying form) step. The results reveal that Chinese Korean-learners often confuse phonetic representation with phonological representation; and they use the phonetic representation to recognize a word. However, phonological rules were more correctly perceived when they appeared in high frequency words.

  • KEYWORD

    음운변동 , 음운규칙 , 음성표상 , 음운표상

  • 1. 서론

    제2외국어 학습자들은 시각적으로 제시된 단어보다 청각적으로 제시된 단어의 지각에 더 큰 어려움을 느낀다. 이와 같은 현상은 무엇보다도 표기와 소리의 불일치 현상 때문일 것이다. 표기와 소리의 불일치를 야기하는 대표적인 언어적 요인으로 음운변동 현상을 들 수 있다. 말소리의 기저형과 표면형이 다르게 나타나는 음운변동 현상은 일정한 음운 환경이 충족되면 하나의 음소가 동일 음운체계 내의 다른 음소로 바뀌는 현상이므로 한 음소의 변이음과는 생성 원리가 다르다. 음운변동 현상은 대부분의 언어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언어마다 다르다. 이는 보편성과 더불어 특수성이라는 언어의 속성에 기반한 것으로 언어마다 고유한 음소배열제약을 통해 음절 내 음소 위치나 음소 연쇄를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정원용, 2012: 39). 음운변동 현상은 제 2외국어 학습 시 이해를 저해하는 다양한 ‘여과장치(filter)’(안수웅, 1994: 182) 중 하나로 간주되기에 반드시 극복되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어와 중국어에도 다양한 음운변동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음운변동의 유형과 산출 방식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한국어에는 필수적·수의적 음운변동을 합쳐 총 31종의 음운 변동 현상이 나타나는데 그 중 음소배열제약에 의한 필수적 음운변동이 9종이다. 반면 중국어에는 총 18종의 음운변동 현상이 존재하고 이 중 결정적 음운변동이 6종, 수의적 음운변동이 12종이다(강석진, 2010: 2). 그러나 무엇보다 큰 차이점은 한국어는 대부분의 음운변동이 음절경계에서 필수적으로 나타나지만 중국어는 각 음절이 하나의 독립된 형태소로 음절 경계에서는 소리 변동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어에 존재하지 않는 한국어의 음운변동 현상은 중국인 학습자들의 한국어 발화 시 배제적 간섭을 유발함으로써 발음 오류의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이러한 간섭 현상은 지각측면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들이 한국어 원어민화자의 발화를 듣고 한글로 전사하는 과정에서 한국어 음운변동이 적용된 단어를 어떤 양상으로 지각하는지 조사하는 데 목적이 있다. 즉 음운변동이 적용된 단어의 지각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중간언어현상을 고찰하는 것이다. 음운변동이 적용된 단어의 지각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변동된 형태로부터 원래의 형태를 복원해야 하는데 학습을 통해 ‘소리-형태-의미’ 관계를 알고 있는 단어가 음운규칙에 의해 변동된 형태로 발화될 때 어떤 형태로 지각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글에서 분석할 음운현상은 연음화와 비음화, 경음화, 격음화로 한국어 어휘목록에서 고빈도로 나타나는 음운현상들이다(이재원, 2009). 본 연구에서는 말소리 지각 과정에 미치는 음운변동 현상의 영향을 살펴보고 한국어와 중국어의 음절구조와 음절배열제약의 차이를 살펴 이를 바탕으로 중국인학습자들의 한국어 음운변동 적용 어휘의 지각 오류를 설명할 것이다. 그리고 모국어의 간섭에도 불구하고 L2 학습자들의 단어 지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알아보기 위해 어휘빈도 효과를 조사할 것이다.

    2. 말소리 지각과 음운변동

    음운변동을 포함한 모든 말소리 지각의 최종 목표는 문장의 뜻을 파악하는 것이며 나아가 화자의 의도 파악이라고 할 수 있다. 말소리로부터 의미를 도출하는 일련의 과정은 매우 복잡한 인지 작용으로 이루어진다. 음성 입력으로부터 의미 파악에 도달하는 언어정보처리과정을 인지적 관점에서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화자로부터 청자에게 입력된 음성정보는 우선 음성표상과 음운표상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은 언어정보처리 이론의 ‘어휘 전 처리과정’에 해당한다. 이 과정은 청자가 음성 흐름을 지각하여 언어학적으로 의의 있는 단위로 분절하고 분절된 단위의 음소를 식별하여 ‘음성표상’을 구축하며(이정민, 1992: 277) 이 ‘음성표상’으로부터 가능한 단어형식의 ‘음운표상’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즉 음향적 음성 입력에 기초해 분절음 식별을 위한 음성정보와 음운정보를 추출하여 단어 재인(word recognition)에 필요한 ‘음운표상’을 만들어 가는 단계이다(John C. L. Ingram, 2010: 168). ‘음운표상’은 장기 기억 속에 저장된 단어의 음운정보를 의미한다(Kim, 2013: 330).

    형태표상 구조는 언어정보처리 이론의 ‘어휘접근 과정’과 관련이 있다. 이 과정은 어휘 전 처리 단계에서 부호화된 단위인 음운표상을 바탕으로 심성어휘집(mental lexicon)에서 어떤 의미의 단어인지 알아내는 과정이다(Carroll, 2009: 권유안 외, 2014 재인용). 즉 부호화된 특정 단위와 심성어휘집에 내포된 특정 단위와의 대조 과정을 거침으로써 단어가 가진 지식에 부합하는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영향을 주는 어휘 수준의 대표적 변인은 단어빈도(word frequency), 맥락(context), 이웃효과(neighborhood effects) 등이다(강진원, 2013: 1-2). 빈도효과는 단어의 출현 빈도가 높을수록 단어가 더 빨리 재인된다는 것이며, 이웃효과는 같은 음소를 공유하는 음성 단어들에 의해 목표 음성단어의 재인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강진원, 2013). 맥락은 단어가 문장 내의 다른 단어와 어떻게 관련되며 어떤 단어에 의해 수식되고 기술되는지 그 관련성에 관한 구조적 표상과 관계된다(이영희, 2010: 39). 형태표상 구조 이후의 과정은 문장의 의미 처리와 관련된 부분으로 하위 단계에서 이루어진 단어 재인은 통사 분석의 입력이 되고 통사 분석에서는 입력된 단어들의 통사 관계를 확인하여 의미 해석으로 나아가므로 통사 분석의 결과는 의미 분석의 입력이 된다(안수웅, 1995: 183-184).

    음성 입력으로부터 <표 1>에 나타난 언어 구조의 각 층위에 도달하는 방식은 적어도 3가지 방식이 있다. 상향식(bottom-up), 하향식(top-down), 그리고 상호작용적(interactive)방식이다. 상향식 방식은 언어구조의 하위 단위로부터 상위 단계로 진행되는 의미 구축 방식으로 음소로부터 어휘, 구, 문장, 담화로 옮아가면서 의미 파악이 진행된다. 반면 하향식 방식은 청자의 배경지식이나 의미, 화용 등 상위의 언어지식을 통해 구체적인 하위 구조 분석으로 나아가는 방식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말소리의 이해과정은 상향식과 하향식이 모두 적용되는 상호작용적 방식이 적용된다고 한다.

    따라서 말소리로부터 의미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우선 음성흐름을 의미 있는 음성단위로 분절하고 분절된 단위의 음소를 식별하여 음성표상을 정립하고 이 음성표상으로부터 음운표상을 확립하여 심성어휘집에 저장된 단어들 중 가장 적법한 어휘를 인출함으로써 단어가 재인되고 의미 형성이 진행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음운변동현상에 대한 이해는 ‘음성표상’을 ‘음운표상’으로 전환하는 데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동일한 음성표상을 가진 단어도 상이한 음운표상을 가진다면 단어 층위에서 다른 단어가 되므로(이정민, 1992) 단어 재인은 음성표상이 아닌 음운표상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음운표상이 잘못 될 경우 정확한 단어 인출이 불가능해지고 이후의 의미구축 과정에 장애가 발생하게 된다. 음성 흐름의 청각적 입력부터 단어재인까지의 과정을 다시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중국인학습자들의 연음화, 비음화, 격음화, 경음화가 적용된 단어의 지각이 위의 ‘음소식별→음성표상→음운표상’ 중 어느 단계에 위치하는지 살펴볼 것이다. 물론 음소 하나하나의 지각이 없이도 하향적 처리과정의 도움으로 청자의 배경지식이나 맥락으로부터 어휘를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목표어에 대한 심상 자원이 부족한 외국인학습자들이 모국어처리 과정에서와 동일한 맥락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필요하다.

    3. 한국어와 중국어의 음절구조제약 및 음소배열제약

    단어 재인을 위한 음운정보 추출에 필요불가결한 음운변동에 대한 이해는 한 언어의 음절구조나 음소배열제약을 전제로 한다. 이는 대부분의 음운현상이 음절 경계에서 나타나며 음절구조 및 음소배열제약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어와 중국어의 음운현상 또한 음절구조와 음소배열제약을 바탕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음절은 일반적으로 음절두음(초성), 음절 핵(중성), 음절말음(종성)의 세 요소로 구성된다. 그리고 이들이 맺는 관계에 따라 평판적 구조와 위계적 구조의 음절로 나누어진다. 한국어의 음절은 초성(음절 두음), 중성(음절 핵), 종성(음절말음)으로 구성되는데 초성이나 종성을 이루는 자음이 음절 핵, 즉 중성 모음에 종속되지 않고 모든 구성 요소들이 동등한 위계를 가지는 평판적 구조를 가진다1). 반면 중국어의 음절은 성모와 운모로 구성되며 운모는 다시 운두, 운복, 운미로 나누어진다. 운두와 운복은 음절 핵에 해당하고 운미는 음절말음에 해당한다(강석진, 2010: 5). 그리고 음절 핵(운두·운복)과 음절말음(운미)는 관계가 매우 긴밀해 서로 분리될 수 없다. 즉 중국어의 음절은 우선 성모와 운모로 나누어지고 운모는 다시 음절 핵과 음절말음으로 나누어지는 계층적 질서를 가지는데 음절 핵과 음절말음이 결합해 운모를 형성하는 우분지 구조를 가진 위계적 음절구조이다. 한국어와 중국어의 음절구조를 수형도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음절을 기준으로 음소배열제약을 이해하기 위해 다음 세 위치가 고려되어야 한다. 즉 ‘초성(음절두음)-중성(음절 핵)’, ‘중성(음절 핵)-종성(음절말음)’ 그리고 ‘종성(음절말음)-초성(음절두음)’ 간의 배열제약이다. 이 중 ‘초성-중성’, ‘중성-종성’은 음절 내 음소배열제약이고, ‘종성-초성’은 음절 간 연결제약이다. 김무림 외(2009)에서는 ‘초성-중성’과 ‘중성-종성’ 간 음소배열제약을 음절구조 제약(syllable structure constraint)으로, ‘종성-초성’ 간 연결은 음절연결제약으로 구분하고 있다. 음절구조제약은 다시 음절의 각 위치에 올 수 있는 분절음 종류나 수를 제한하는 제약과 음절 내 분절음 간 배열관계제약으로 나뉜다. 그리고 음절연결제약은 음절과 음절 연결 시의 음소배열제약으로 대부분 선행하는 종성(음절말음)과 후행하는 초성(음절두음) 연쇄에 나타나는 제약이다(김무림 외, 2009: 238). 음운변동은 주로 음절 경계에서 나타나므로 음절구조제약 중 ‘음절말음(종성)제약’과 ‘음절연결제약’을 중심으로 한국어와 중국어의 음소배열 특징을 살펴보겠다.

    한국어와 중국어의 음절구조와 음소배열제약을 살펴보면 우선 음절말음 제약으로 한국어 종성에는 /ㄱ/, /ㄴ/, /ㄷ/, /ㄹ/, /ㅁ/, /ㅂ/, /ㅇ/의 7개의 자음이 올 수 있지만 중국어는 /-n/과 /-ŋ/ 2개의 자음만이 올 수 있다. 음소배열제약의 경우 한국어는 선행 음소의 공명도가 후행 음소의 공명도보다 클 수 없다는 공명성 연쇄 원칙을 따른다. 그러나 중국어는 종성에 올 수 있는 자음이 많지 않으므로 음소 간 연결에 특별한 제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어는 음절구조와 음소배열제약으로부터 중화현상, 연음화, 비음화 경음화 등 필수적 음운변동 현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는 기저형이 음소배열제약에 어긋날 경우 산출과정에서 음소 간 소리의 재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어는 음절 간 연결에 특별한 음소 제약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음절 경계에서 일어나는 음운변동 현상은 거의 없다. 단 일상발화에서는 자음동화나 어조사 啊[a]의 음운변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중 자음동화는 종성 /n/이 후행 음절 초성 자음의 조음 위치에 따라 소리가 변하는 ‘조음 위치 동화’ 현상이다. 예를 들어 安保(안보) [ānbǎo]에서 첫 음절 종성 /n/이 둘째 음절 초성 /b/의 위치에 동화되어 [m]으로 변하여 [āmbǎo]로 발음된다. ‘어조사 啊’의 음운변화는 ‘啊’가 선행 종성과의 결합 시 종성의 영향을 받아 소리가 변동되는 현상인데 선행 음절 종성이 /n/이면 초성에 /n/이 첨가되어 [na]로, 종성이 /ŋ/이면 [ŋa]로 발음된다. 그러나 이러한 음운변동 현상은 필수적이 아닌 수의적 현상이다. 결국 중국어는 한국어와 달리 기저형의 음소가 적극적인 소리의 재조정 없이 표면형으로 산출될 수 있는데 이는 역으로 청지각 측면에서는 입력되는 표면형의 합으로 단어 인출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중국어의 이러한 특성은 음절경계에서의 다양한 음운변동으로 인해 기저형과 표면형이 달라지는 한국어의 어휘 지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며 표면형에 의존하여 단어 인출을 시도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1)한국어 음절구조에 대해서는 구성성분들 간 결합 관계에 따라 좌분지 구조, 우분 지 구조, 평판적 구조라는 주장들이 혼재한다. 우선 음절 두음과 핵음이 하나의 단위를 이룬다는 좌분지 구조를 주장하는 논의들은 축약, 중첩현상, 음절형성 규칙 등을 근거로 내세우며(김차균, 1987; 조성문, 2000 등), 핵음과 말음이 한 단위를 이룬다고 보는 우분지 구조를 주장하는 논의들은 운모 반복이나 성분통어 개념을 바탕으로 한다(이기석, 1993). 그러나 신승용(2002)에서 밝힌 바와 같이 각 주장에 대한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음운론적 측면에서 해당 구조를 규명하는 결정적인 증거나 논증이 없다(신승용, 2002). 본 연구에서는 통시적 접근에 기반하여 전통적인 평판적 음절구조를 지지한 신승용(2002)의 논의를 따른다.  2)공명도는 경음·유기음<순수자음<비음<유음<활음<모음 순이다(엄태수, 2012: 58).

    4. 실험 방법

       4.1 음성 전사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들의 한국어 음운변동 적용 단어의 지각양상을 관찰하기 위해 음성 전사 방법을 사용하였다. 이는 학습자가 원어민 화자의 발화를 듣고 해독된 형태를 한글로 전사하는 방법인데 학습자가 발화 과정을 해독하는 데 있어 음소와 운율 단위를 인식하고 소리의 변동이 적용된 경우 변동 이전의 형태를 알아내는 능력을 요구한다(고은경, 2012: 52). 즉 목표어의 음소 지각 능력과 더불어 학습자의 인지 체계 속에 저장된 음소가 특정한 음운환경에서 변동된 형태로 발화될 때 변동된 형태로부터 변동 이전의 형태로 되돌리는 능력도 함께 요구한다. 따라서 전사된 자료를 바탕으로 음소 식별능력과 함께 표면 형태로부터 기저 형태 도출에 필요한 음운규칙을 이해하여 음성언어를 바르게 지각했는지 판단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음운변동이 적용되어 변동된 소리로 발화된 단어는 변동 전의 본래 형태를 되돌려 전사한 경우 지각이 바르게 이루어졌다고 판단한다.

       4.2 피 실험자

    음성전사에는 청각과 한국어 쓰기에 문제가 없는 고급 수준의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 25명이 참여하였다. 이들은 모두 한국에서 공부하는 20대 초·중반의 교환학생 또는 유학생들이다. 이들의 한국어 학습기간은 2~3년이며 한국체류 기간은 약 1~3년으로 한국어능력시험 4급 또는 5급에 합격한 후 고급 단계(5~6급)를 준비하는 학습자들이다.

       4.3 전사 자료

    한글 전사를 위한 청취 자료는 한국어능력시험 고급 듣기텍스트 파일 6개를 사용하였다. 한국어능력시험 듣기 파일은 말소리 지각에 영향을 주는 어휘나 통사 구조의 난이도가 한국어 학습 과정에 맞게 조절되었고 발화 속도 또한 한국어화자의 평균 속도보다 약간 느려 개별 말소리의 구분을 어렵게 하는 ‘공동조음효과’도 감소되므로 외국인 학습자들이 발화속도로 인한 부담을 덜 수 있다. 분석 텍스트는 실험에 참가한 피험자를 대상으로 15회부터 20회까지의 한국어능력시험 듣기 기출 문제를 풀게 한 후 가장 높은 오답률을 보인 6개의 듣기텍스트 파일이다. 6개의 듣기텍스트는 독백이 3개, 대담이 3개로 남녀화자의 음성으로 구성되었다. 내용은 ‘정부의 토지 제한에 대한 비평(15회 25번)’, ‘호랑이 민화(17회 9번)’, ‘졸업 작품 주제(17회 16번)’, ‘생활체육 활성화 정책의 성과(17회 27번)’, ‘한국의 전통 결혼 풍습(18회 9번)’, ‘경영 전문가를 위한 인문학 강좌(18회 25번)’ 등이다. 각 텍스트는 평균 8문장, 72.7개의 어절로 구성되어 있다(15회 25번: 8문장/82어절, 17회 9번: 9문장/70어절, 17회 16번: 8문장/54어절, 17회 27번: 10문장/87어절, 18회 9번: 3문장/46어절, 18회 25번: 8문장/97어절). 분석대상이 된 듣기 텍스트에는 다양한 음운변동 현상이 언어 구조의 다양한 층위에서 나타나는데 그 중 연음화, 경음화, 격음화, 비음화 적용 어휘만을 대상으로 하였다.

       4.4 전사 방법

    상기한 바와 같이 음성 전사는 청자가 원어민화자의 발화를 듣고 해독된 형태를 한글로 전사하는 방법이다. 발화를 해독하고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음운변동에 의해 변동된 형태의 단어는 변동 이전의 형태로 되돌려야 한다. 따라서 피험자들에게 단어 본래의 형태 즉 기저 형태를 밝혀 쓰도록 하였다. 한글전사는 실험참가자가 컴퓨터에 저장된 6개의 듣기 파일을 Window player의 버튼을 직접 작동하면서 이어폰으로 듣고 전체 내용을 전사하였다. 듣기 횟수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고 원하는 만큼 반복해서 들을 수 있게 하였다. 실험참가자들은 듣기 텍스트의 전체 내용을 들으면서 전사하였기 때문에 피험자의 한국어 수준에 따라 전체 의미와 맥락을 파악할 수 있으며 이는 단어 지각에 다소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학습자별로 전사가 끝난 후 듣기 텍스트 원본을 나누어주고 ‘아는 단어’와 ‘모르는 단어’를 표시하게 하였다. ‘아는 단어’란 학습자들이 학습을 통해 단어의 ‘형태-소리-의미’의 관계를 이미 알고 있는 단어이며 ‘모르는 단어’는 ‘형태-소리-의미’ 관계를 알지 못하는 단어이다. 음운변동 적용 어휘의 지각 양상은 피험자들이 모두 ‘아는 단어’만을 대상으로 하였다.

       4.5 분석자료

    분석대상이 된 단어의 목록은 음운규칙 별로 <표 2>에 제시되었다. 음운변동 적용 단어의 지각 양상은 명사나 부사, 용언의 어간 등 실질형태소로 한정하여 분석하였는데 어휘 층위 이후의 음운변동은 형태론적 정보나 운율 정보가 요구되므로 지각에 있어 어휘 층위와는 다른 인지 작용을 필요로 할 것이다. 단 하나의 발화단위를 형성하는 명사구는 분석에 포함하였다. 분석 자료는 연음화와 비음화 적용 단어가 각각 12개와 4개이며, 경음화와 격음화 적용 단어가 각각 12개와 10개로 모두 38단어이다. 이 중 비음화는 ‘역행적 비음화’와 ‘상호작용적 비음화’로, 격음화는 ‘순행적 격음화’와 ‘역행적 격음화’로 구분되며 경음화는 ‘장애음의 경음화’와 ‘한자어 ㄹ 뒤 경음화’로 구분된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 서술하였다.

    본 연구에서 지각 양상은 음운변동이 적용되는 위치의 분절음만을 분석 대상으로 하였고 그 외 분절음 오류는 제외하였다. 연음화와 격음화(순행적, 역행적), 상호동화에 의한 비음화는 종성과 초성의 형태가 모두 변하므로 이 세 음운변동은 종성과 초성을 분석대상으로 하였고 역행적 비음화와 경음화는 초성의 소리만 바뀌므로 초성만을 분석대상으로 하였다.

    3)<표 2>에서 ‘][’는 선행음절과 후행음절의 경계를 나타낸다.

    5. 음운변동 적용 단어의 지각 양상

    각 단어 별로 한글로 전사된 형태는 피험자들이 입력된 음성정보를 바탕으로 ‘음소식별’을 통해 ‘음성표상’과 ‘음운표상’을 거쳐 심성어휘집의 단어 재인을 마친 결과물로 볼 수 있다. <표 3>은 25명의 학습자가 전사한 자료에 나타난 연음화, 비음화, 격음화 경음화가 적용된 단어의 전체 지각 양상을 나타낸 것이다. <표 3>에서 음운변동 적용 어휘의 지각 유형은 ‘음소식별 오류’, ‘음성표상’, ‘음운표상’의 세 단계로 분류되었는데 ‘음소식별 오류’는 음운변동이 적용된 위치의 표면 분절음 식별이 불가능하여 다른 음소로 대체하여 지각한 경우이며 ‘음성표상’은 음운변동이 적용된 단어의 지각이 표면 형태에 머물러 있는 단계이다. 즉 음운변동이 적용된 단어는 표면 형태로부터 보다 추상적인 음운정보를 추출하여 기저형태인 ‘음운표상’으로 전환해야 단어 인출이 가능한데 음운표상 단계로 나아가지 못해 단어의 소리와 기저형태를 일치시키지 못한 경우이다. 마지막으로 ‘음운표상’은 어휘인출에 필요한 추상적 정보인 음운표상 단계까지 이르러 단어의 기저형을 정확하게 도출한 경우이다. <표 3>의 결과를 통해 ‘지각 정확도’ 즉 ‘음운 변동된 단어의 소리로부터 기저형을 바르게 도출한 경우’를 살펴보면 경음화>격음화>비음화>연음화 순으로 나타나 연음화 적용어휘의 지각 정확도가 가장 낮고 경음화가 가장 높음을 알 수 있다.

       5.1 연음화 적용 어휘의 지각 양상

    연음화는 앞 음절의 종성 자음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후행 음절의 초성으로 발음되며 재음절화로 표면형의 음절경계가 기저형과 일치하지 않는 음운 현상이다. 그러나 앞 단어의 종성이 후행 음절 초성에 나타나므로 타 음운변동에 비해 음운표상 구축이 비교적 쉽다. 한국어의 연음화가 적용된 어휘를 바르게 지각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그림 ‘참여’에서와 같이 입력된 음성정보로부터 음소를 식별하여 ①의 음성표상을 도출하고 이로부터 기저 음절경계를 복원하여 ②의 음운표상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져야한다.

    <표 3>에서 연음화가 적용된 어휘의 지각 양상을 보면 표면형태에서 기저형태를 바르게 지각한 경우는 60.7%(182/300(12x25)), 기저형태를 지각하지 못한 경우는 약 39.7%(118/300(12x25))이다. 기저형태를 밝히지 못한 이유는 연음화가 적용된 어휘의 지각이 ‘음성표상’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즉 음성표상 단계에서 음운표상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단어 인출을 시도했기 때문에 기저형과 다른 어휘가 도출되었다. 연음화가 적용되어 소리가 변동된 단어의 지각은 ‘음성표상’ 단계보다 상위인 ‘음운표상’ 단계에 도달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소리-형태-의미 관계를 바탕으로 음성표상을 해당 언어의 음운체계가 받아들일 만한 추상적인 형태인 음운표상으로 전환해야 한다. 상기한 바와 같이 연음화는 타 음운변동에 비해 음운표상 구축이 용이하지만 오류율은 높게 나타나는데 이는 음절 간 음소의 이동이나 음절 경계 변화 등이 불가능한 모국어의 영향으로 인해 연음화에 대한 인식이 낮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어에서 종성에 올 수 있는 자음이 /n/과 /ŋ/이며 이들은 운복과 연결되어 분리되지 못해 후행하는 초성 모음과 연음될 수 없다. 즉 단어의 표면형과 기저형이 동일하여 표면 음성형의 합으로 단어 인출이 가능한 중국어의 특성이 한국어의 연음화 된 어휘의 지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5.2 비음화 적용 어휘의 지각 양상

    비음화는 ‘장애음의 비음화’와 ‘유음의 비음화’로 나뉘는데 본 연구에서는 ‘장애음의 비음화’만 나타난다. 장애음의 비음화는 다시 ‘장애음][비음’ 연쇄와 ‘장애음][유음’ 연쇄로 분리할 수 있다. <표 3>의 ‘국민’, ‘학문’, ‘지역농업’ 등은 ‘장애음][비음’ 연쇄이며, ‘합리적’은 ‘장애음][유음’ 환경이다. ‘장애음][비음’은 선행 종성의 장애음 ‘/ㄱ/, /ㄷ/, /ㅂ/’가 후행 초성인 /ㄴ/, /ㅁ/에 의해 ‘/ㅇ/, /ㄴ/, /ㅁ/’으로 변하는 조음 방법 동화로 종성 장애음만 변동된다. ‘장애음][유음’은 종성 장애음이 초성 유음의 영향으로 비음화 된 후 비음화 된 종성이 다시 초성 유음을 비음화 시키는 상호동화현상이며 종성과 초성 모두 변동된다. 한국어의 비음화 조건인 ‘장애음][비음’과 ‘장애음][유음’은 중국어에서는 불가능한 음소배열이다. 더구나 음성표상과 음운표상이 동일한 중국어의 영향으로 비음화 적용 어휘의 기저형태 도출이 어려울 것이다. 비음화 적용 어휘의 바른 지각을 위해서는 아래의 수형도 ‘학문’에서처럼 입력된 음성정보로부터 ①의 음성표상을 도출하고 이로부터 ②의 음운표상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져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후행 음절 초성의 [+비음] 자질로 인한 선행 장애음의 비음화를 이해하고 표면형태 [ㅇ]로부터 [+비음]자질을 제거하여 동일 위치의 음소인 /ㄱ/로 환원해야한다.

    <표 3>의 비음화가 적용된 어휘의 지각 양상을 보면 표면형태로부터 기저형태를 바르게 지각한 경우는 56%(56/100(4x25)), 기저형태를 지각하지 못한 경우는 약 44%/(44/100(4x25))이다. 기저형태를 바르게 지각하지 못한 이유 중 31%(31/100)는 비음화 적용 단어의 지각이 음성표상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며 13%(13/100)는 표면 음소 식별에서 오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후자의 경우는 상호동화현상이 적용되는 ‘합리적’에서만 나타난다.

    역행적 비음화 환경인 ‘장애음ㄱ][비음ㅁ’ 연쇄에서는 종성 장애음의 소리만 변동시키므로 비음화된 종성에서 [+비음] 자질만 제거하면 기저 형태를 복원할 수 있지만 대부분 표면형태를 여과 없이 그대로 지각하여 오류가 발생했다. 즉 ‘음성표상’ 단계에서 단어 인출을 시도함으로써 소리와 기저 형태를 제대로 연결시키지 못해 오류가 나타나고 있다. 그 반면 종성과 초성의 소리가 모두 변하는 상호동화에 의한 비음화는 음소식별오류가 근소하게 높게 나타난다. 즉 ‘합리적’의 경우 종성과 초성의 소리가 모두 변해 ‘/ㅂ/-/ㄹ/’연쇄가 ‘[ㅁ]-[ㄴ]’로 소리 나는데 표면 형태를 바르게 지각하지 못해 [ㄴ]-[ㅁ]나 [ㄴ]-[이]로 대체하여 지각하고 있어 ‘음성표상’ 단계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음소식별 오류 또한 모국어 간섭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는데 /m/가 종성으로 사용되지 않는 중국어에서 불가능한 음소 연쇄인 ‘/m/-/n/’를 제대로 지각하지 못해 중국어에서 가능한 ‘/n/-/m/’나 /n/-/i/ 연쇄로 지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장애음의 비음화나 상호동화에 의한 비음화가 적용된 단어의 지각도 표면 형태(음성표상)대로 지각하려는 경향이 강해 소리와 형태를 바르게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5.3 격음화 적용 어휘의 지각 양상

    격음화 현상은 종성이나 초성의 ‘/ㅎ/’가 /ㅂ/, /ㄷ/, /ㄱ/를 만나 [ㅍ], [ㅌ], [ㅋ]로 축약되는 현상으로 ‘/ㅎ/’가 종성에 있을 때는 순행적 격음화가, 초성에 있을 때는 역행적 격음화가 발생한다. 두 경우 모두 축약된 [ㅍ], [ㅌ], [ㅋ]는 후행 음절의 초성이 되며 연음화와 마찬가지로 재음절화가 이루어진다. 중국어의 경우 /h/가 종성 위치에 올 수도 없고 자음의 축약현상도 없기 때문에 격음화 현상은 근본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역행적 격음화가 적용된 어휘의 바른 지각은 아래의 수형도 ‘접하다’에서와 같이 입력된 음성정보로부터 ①의 음성표상을 도출하고 이로부터 ②의 음운표상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음절경계에서 축약된 유기 파열음으로부터 두 음소를 분리하고 기저 음절 경계를 복원해야한다.

    <표 3>의 결과에서 격음화 적용 어휘의 지각 양상을 보면 표면형태로부터 기저형태를 바르게 지각한 경우는 82%(246/300(12x25)), 기저형태를 지각하지 못한 경우는 약 18%(54/300(12x15))로 연음화나 비음화보다 지각 정확도가 높다. 기저형태를 바르게 지각하지 못한 이유 중 격음화가 적용된 어휘의 지각이 음성표상에 머물러 있는 비율은 6%(18/300), 음소식별 오류는 12%(36/300)로 표면 음소식별 오류가 높다. 우선 ‘음성표상’으로의 지각은 ‘역할-역칼’, ‘밝혔습니다-발켰습니다’처럼 격음화로 변동된 음소는 바르게 지각했지만 어휘 인출이 불가능한 ‘음성표상’ 단계에서 어휘를 인출했기 때문에 어법에 맞지 않는 단어가 인출되었다. 상대적으로 빈도가 높은 ‘음소식별 오류’는 격음화 된 초성 지각에 실패해 발생했는데 ‘접할-저발/처발, 밝혔습니다-발겼습니다’처럼 격음화 된 초성 자음인 [저파다]의 [ㅍ]나 [발켣씀니다]의 [ㅋ]를 /ㅂ/나 /ㄱ/로 지각하고 있다. 두 음소 모두 [+유기성] 자질이 생략되어 있다. 이런 현상은 분절음 지각의 문제로 [+유기성] 자질을 잘 지각하지 못하는 중국인학습자들의 특성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한국어 장애음은 평음-격음-경음의 삼중 대립 체계를 보이지만 중국어의 장애음은 유기음과 무기음만 존재한다. 중국어의 유기음은 한국어의 격음과 비슷하고 중국어의 무기음은 한국어의 경음과 비슷하지만 중국어의 유기음은 한국어의 평음과 경음 중간 정도의 약한 기식성을 가지고 있어 중국인학습자들은 한국어 유기음과 경음을 평음으로 지각하는 등 한국어 장애음의 세 가지 조음방법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다(허용 외, 2007)로 격음화 된 분절음 지각이 실패해 음성표상 단계 이전부터 오류가 나타나는 것이다.

       5.4 경음화 적용 어휘의 지각 양상

    경음화는 평 장애음 ‘/ㅂ/, /ㄷ/, /ㅅ/, /ㅈ/, /ㄱ/’가 ‘[ㅃ], [ㄸ], [ㅆ], [ㅉ], [ㄲ]’로 바뀌는 현상으로 그 적용 환경이 매우 다양한데 본 연구에서는 장애음 뒤 평음의 경음화와 한자어 ‘ㄹ’ 받침 뒤에서 나타나는 경음화만 대상으로 한다. 장애음 뒤 경음화는 필수적인 반면 한자어 ‘ㄹ’받침 뒤의 경음화는 적용 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2음절 한자어 ‘ㄹ’ 종성 뒤의 /ㄷ/, /ㅅ/, /ㅈ/는 경음화되나 ‘/ㅂ/, /ㄱ/’ 는 경음화되지 않는다. 그리고 3음절 한자어 ‘ㄹ’받침 뒤 장애음의 경음화는 수의적으로 나타난다. 장애음 뒤 경음화는 두 장애음이 연속될 때 뒤 자음이 앞 자음보다 강도가 커야(이 경우 공명도는 작아짐)한다는 음소배열제약에 의한 것으로 뒤 자음을 강도를 앞 자음보다 높이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한다(허용 외, 2007: 266). 중국어에는 경음화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중국인 학습자들의 경음화에 대한 인식 또한 낮다. 경음화가 적용된 어휘의 지각도 아래의 수형도 ‘접근’에서와 같이 입력된 음성정보로부터 ①의 음성표상을 도출하고 이로부터 장애음 후 초성 자음에서 [+긴장성] 자질을 제거하여 ②의 음운표상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표 3>의 결과에서 경음화 적용 어휘의 지각 양상을 보면 표면형태로부터 기저형태를 바르게 지각한 경우는 97.6%(244/250(10x25))로 매우 높으며 기저형태를 지각하지 못한 경우는 약 2.4%(6/250(10x25))에 불과하다. 오류의 원인은 경음화 된 음소를 음성표상대로 지각하기 때문이며 음소식별오류는 없다. 이 같은 결과는 적어도 경음화에 의해 변동된 음소를 다른 음소로의 대체 지각하거나 음성표상대로 지각하는 경우가 거의 없이 변동 전 기저 음소를 바르게 인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처럼 경음화의 지각 정확도가 높은 이유는 격음화와 마찬가지로 분절음 지각 능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기한 바와 같이 유기음과 무기음의 이중 대립체계를 보이는 중국어 장애음 체계의 영향으로 한국어 장애음인 평음-격음-경음을 잘 구분하지 못하며 이로 인해 유기음이나 경음을 평음으로 인지하는 등 분절음 차원에서 많은 오류가 발생한다(허용 외, 2007). 이런 연유로 경음화 된 분절음에서 [+긴장성]을 지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격음화보다 경음화 지각 오류율이 특별히 낮은 이유도 이 같은 해석을 방증하는데 격음화 적용으로 변동된 음소에서는 [+유기성]을 제거해도 기저음소가 도출되지 않지만 경음화 된 음소에서는 [+긴장성]만 제거하면 바로 기저 음소가 도출된다. 이로 인해 격음화보다 경음화 적용어휘의 지각률이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음운변동 적용 어휘의 지각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음운변동이 적용된 어휘를 ‘음성표상’대로 지각하는 경우이며 다른 하나는 표면 ‘음소식별 오류’로 인해 이후의 ‘음성표상’과 ‘음운표상’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이다. 오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음성표상’으로의 지각은 음성 입력으로부터 직접 인출되는 음소를 어휘집에 저장된 보다 추상적인 형태인 음운표상으로 전환하지 않고 어휘 인출을 시도해 소리와 형태가 바르게 연결되지 못했다. 이 같은 양상은 한국어와 중국어의 음절구조 및 음소배열제약의 차이를 바탕으로 예상했던 바와 같이 각 음절이 고유의 음가를 유지하여 표면형과 기저형의 차이가 거의 없어 음성표상으로부터 단어 인출이 가능한 중국어의 지각 습관이 한국어 지각에 간섭을 일으킨 것으로 말소리를 음절별로 지각하려는 경향과 음성형의 합을 그대로 음운표상으로 전환해 단어 인출을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어는 음절경계의 다양한 음운변동으로 인해 음성표상 단계보다 상위인 음운표상 단계에 도달해야 단어 인출이 가능하며 이는 보다 복잡한 인지 과정을 필요로 한다. 즉 청자는 지각된 소리를 목표어의 언어체계 안에서 결정하고 가능한 해석을 유도하기 위하여 음운규칙이나 음소배열규칙을 적용해야하기 때문이다(안수웅, 1995: 183-184). 본 연구에서는 학습을 통해 의미를 알고 있는 단어를 대상으로 하였고 알고 있는 단어라면 청자의 심상어휘집에 저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소리의 변동이 적용된다고 해도 지각이 용이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외국인 학습자들의 경우 단어를 안다는 것이 곧 지각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단어의 인식여부는 단어지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함을 알 수 있는데 모국어의 간섭 하에서도 L2 학습자들의 목표어 어휘 지각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살펴보기 위해 선행연구에 나타난 다양한 변인 중 단어 빈도효과를 살펴보았다.

    6. 음운변동 적용단어의 지각과 단어 빈도효과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말소리를 지각하여 의미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부호화된 단위 즉 음운표상을 바탕으로 심성어휘집에 저장된 단어를 인출하는 과정을 어휘접근과정이라고 하는데 이 과정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변인은 단어빈도, 맥락, 이웃효과 등이 있다. 본 장에서는 이들 중 단어의 빈도 효과가 L2 학습자들의 음운변동 적용 단어의 지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분석대상이 된 각 단어의 빈도는 2003년 5월 국립국어연구원에서 발표한 ‘한국어학습용 어휘 목록’과 2002년 보고된 ‘현대 국어 사용빈도조사’의 어휘 빈도 순위를 기준으로 측정되었다. 한국어학습용 어휘 목록에는 1단계 982개, 2단계 2,111개, 3단계 2872개 총 5965개 단어가 실려 있는데 ‘단계’는 외국인학습자들의 학습단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1단계는 외국인 학습자들이 가장 먼저 학습하는 고빈도의 기본 어휘목록이며 2단계와 3단계로 나아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지며 사용빈도는 낮아진다. 아래의 <표 4>는 분석 대상이 된 어휘를 한국어 학습용 어휘 목록을 기준으로 분류한 후 음운변동 유형별로 지각 오류율을 나타낸 것인데 1단계는 고빈도어이며 단계가 높아질수록 빈도가 낮아진다.

    <표 4>의 결과를 보면 고빈도 어휘인 1단계에서는 오류율은 나타나지 않으며, 2단계 어휘는 14.8%, 3단계와 4단계의 오류율은 각각 28.8%와 28%로 고빈도 어휘일수록 오류율이 줄어듦을 알 수 있다. 즉 음운변동이 적용되어 어휘의 음성표상과 음운표상이 일치하지 않아도 사용 빈도가 높은 어휘의 지각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빈도 효과는 의미적 친근성과 유사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의미적 친근성이 적은 단어나 내용은 청취자가 기존 지식 구조로부터 적절한 schemata를 떠올릴 수 없어 이해에 장애가 되나(안수웅, 1995) 친근성이 높은 단어일수록 심성어휘집 내에서 인출이 용이하여 인지가 쉽고 이에 따른 어휘 판단 시간이 상대적으로 빠르다고 할 수 있다(이영희, 2010: 5-6). 이런 연유로 음운변동이 적용되어 소리가 변동되어도 고빈도 어휘의 지각 정확도가 저빈도 어휘보다 높아질 수 있다.

    7. 결론

    본 연구에서는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들의 한국어 듣기텍스트 음성 전사과정에서 나타나는 오류를 통해 한국어 음운변동 적용 어휘의 지각 양상을 살펴보고 지각 오류 원인을 모국어와 한국어의 음절구조 및 음소배열제약의 차이를 통해 설명하고자 했다. 한국어와 중국어는 음소체계의 차이와 더불어 음절구조와 음소배열제약에서도 많은 차이가 나타나며 이로 인해 음운변동에 대한 화자들의 인식 또한 다르다. 이러한 차이가 중국인 학습자들의 한국어 학습 시 부정적으로 전이되어 지각오류를 유발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실험 결과 연음화, 비음화가 적용된 어휘의 지각은 대부분 음성표상 단계에 머물러 있어 입력되는 음성정보의 합으로 어휘 인출을 시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음성표상을 형성하는 개별음소의 지각은 정확하지만 어휘 인출에 필요한 음운표상으로 전환되지 못한 결과이다. 그리고 비음화와 격음화가 적용된 일부 단어의 지각은 음소식별 단계에서 오류가 나타나는데 이는 한국어의 음소배열 차이와 격음의 ‘유기성’ 자질을 지각하지 못하는 중국인 학습자들의 특성에 기인한 것이다. 그 반면 경음화가 적용된 단어는 된소리로 변동된 음소의 ‘긴장성’ 자질을 지각하지 못해 지각 오류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의미 구축의 첫 단계라 할 수 있는 한국어 단어의 지각은 우선 음성표상과 음운표상을 통해 가능하다. 정확한 음성표상은 음소식별을 통해 가능하며 음운표상으로의 전환은 지각된 소리를 해당 언어체계 안에서 수용 가능한 형태 표상으로 바꿀 수 있는 음운규칙이나 음소배열규칙의 적용을 통해 가능한데 이는 보다 복잡한 인지 과정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한국어의 다양한 음운변동 현상에 대한 인식 부족이 음성표상과 음운표상을 동일시하게 함으로써 정확한 단어 지각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오류의 양상은 외국어 학습에서 나타나는 중간언어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 중국인 학습자들의 한국어 음운변동 적용 어휘의 지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음운변동 현상에 대한 이해를 통해 단어의 시각적 형태와 청각적 형태를 일치시킬 수 있는 훈련이 발음단계에서 필요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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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정보처리 과정(이정민, 1992: 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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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 2>] 음운규칙 적용 단어3)
    음운규칙 적용 단어3)
  • [<표 3>] 음운 변동 적용어휘의 지각 양상
    음운 변동 적용어휘의 지각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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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 4>] 단어빈도에 따른 음운변동 적용어휘의 지각 오류율
    단어빈도에 따른 음운변동 적용어휘의 지각 오류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