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exical Iconicity in Biographical Films

전기 영화(Biographical film)의 지표적 도상성

  • cc icon
  • ABSTRACT

    Ever since the beginning of making cinema in Russia, cinematography had been attempted to take pictures of Leo Tolstoy. Tolstoy’s dramatic life and immediately recognizable face became a object of visualization in various biographical films. In this article, focusing on biographical films about Tolstoy, I tried to analyze cinematic iconicity with the indexical relations of photographical image. According to Charles Sanders Pierce and Andre Bazin, photography and photographical image have a distinctive characteristic of indexical iconicity, which includes at once index and icon in representation. Accordingly, in biographical films, which have a prototypical image of real person, the question of iconicity implies a complicated character. If real person, Tolstoy himself had been included in biographical films, his images in the film could be considered as a indexical iconicity, because it carries with it more than mere resemblance, more correctly more than its tracing. On the other hand, if actor plays a role of Tolstoy and the same time filmic images of real Tolstoy had been inserted, the images of Tolstoy bear a peculiarity of analogous-indexical iconicity, because real images of Tolstoy provide basis of consideration that those images of two person are almost same. At the end, in such dramatic biographical films, in which just actor plays a role of Tolstoy, remains only iconicity without indexical characteristic that is based on the external similarity.


  • KEYWORD

    Indexical Iconicity , Biographical Film , Photographical Image , Signs , Charles Pierce , Andre Bazin , Leo Tolstoy , Aleksander Drankov

  • 1. 서론

    러시아에서 영화제작이 이루어진 초기 시기, 1908년부터 위대한 작가 례프 톨스토이의 삶은 그의 작품들이 무성영화 속에서 탁월한 영상으로 재탄생1)했던 만큼 중요한 영화적 대상이었다. 문학비평과 같은 언어-기호적 체계에서 톨스토이의 삶은 재구성되고 회고되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매체인 영화가 톨스토이의 살아있는 모습을 필름에 담으려는 시도는 러시아 영화 역사의 시작과 동시에 이루어져 왔으며, 톨스토이 사후에도 그의 삶과 전기적 사건들은 러시아 영화에서 기록영화를 비롯한 다큐멘터리뿐만 아니라 극영화 같은 장르에서도 재현되어 꾸준히 영화화되어 왔다. 초기부터 영화가 톨스토이를 재현한 방식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천재이면서도 천재성을 부정했던(Aman of uncontested genius who denied genius) 신비주의자이면서도 이성주의자(a mystic and a rationalist)로서 톨스토이의 모순적인 자의식”2)만큼이나 이질적이고 다양한 요소로 이루어졌다. 특히 수백, 수천개의 초상화, 흉상, 스케치, 영화 그리고 사진 등과 같은 시각 이미지-기호 체계에서 “재현의 무궁무진한 원천(aninexhaustible source for representation)”3)으로 톨스토이 삶과 전기는 재현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영화 초기 기록영화부터 현재까지 실존인물로서 톨스토이를 다루는 전기 영화들에서 나타나는 재현의 문제를 영화기호의도상성을 중심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여기서 우리의 관심은 다큐멘터리나 극영화의 장르적 구분이 아니라, 그 속에서 재현되는 이미지의 기호적 성격이다.4) 본 연구에서 특히 전기 영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허구적 극영화와는 달리, 전기 영화에서는 실존인물이라는 원형적 이미지가 영화 이미지의 재현에 있어 이미 유사성의 모델로 제시되고 있는 특성에 기인한다. 따라서 실존의 인물을 영화화하는 전기 영화의 경우, 실제 인물과 재현 대상과의 유사성 문제는 영화 자체의 도상적 특성과는 또 다른 층위에서 이루어지는 구문론을 갖게 된다. 특히 실존인물에 대한 전기 영화의 경우 이 관계는 보다 복잡해지는데, 실존인물이 생전에 직접 영화적 대상으로 재현된 영화의 경우, 또는 실존인물의 사진이나 그가 촬영된 기록영상이 영화에 삽입되면서 재현된 인물과 동일성의 관계를 유추하도록 하는 영화의 경우, 그리고 실존인물과 시각적으로 유사한 인물이 그의 배역으로 재현된 극영화의 경우로 분리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실존인물이 영화에서 직접 재현된 이미지의 성격, 영화에서 실존인물에 대한 유사성의 근거로 도입되는 사진-이미지의 성격, 마찬가지로 유사성의 근거로 도입되지만 동일인이 아닌 인물-이미지의 성격은 각각 다르며 구별되는 이미지들이다. 특히 실존인물에 대한 지표적 성격의 사진 영상은 분명 영화적 재현에 있어 도상성을 동시적으로 갖게 되는 이중적 기호로서 특별한 대상이 된다.

    본 연구에서는 전기 영화에서 재현 대상의 사진과 이미지의 도상적 성격이 어떻게 규정될 수 있는지 규명하기 위해 먼저 영화기호학에서 사진과 영상의 기호적 관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전기 영화의 이미지-기호들의 지표적 도상성에 대한 분석을 현재까지 러시아에서 톨스토이에 대한 전기 영화들을 사례로 논하고자 한다.

    1)러시아에서 무성영화 제작이 시작되던 초기 시기부터 톨스토이의 작품은 영화화되었다. 러시아 영화 초기의 가장 중요한 제작자인 알렉산드르 한존코프(Александр Ханжонков)는 톨스토이의 희곡을 바탕으로 표트르 차르드이닌(Петр Чардынин)의 감독 데뷔작 <어둠의 권력 Власть тьмы>(1909)을 제작하고, 계속하여 톨스토이 작품을 영화화하여 <크로이체르 소나타 Крейцерова соната>(1911), <위조 지폐 Фальшивый купон>(1913)등을 발표했다. 러시아에서 1910년대 중후반은 특히 톨스토이 작품에 대한 탁월한 영상화의 시기로 기록된다. 그 대표적인 작품은 블라디미르 가르딘(Владимир Гардин) 감독의 <사람에게 땅이 얼마나 필요한가? Много ли человеку земли нужно?>(1915), 이반 모주힌(Иван Мозжухин)의 연기로 유명한 야코프 프로타자노프(Яков Протазанов) 감독의 <신부 세르기 Отец Сергий>(1918)와 배우 이반 모스크빈(Иван Москвин)과 바르바라 마살리티노바(Варвара Массалитинова)의 영화데뷔작으로 알려진 알렉산드르 사닌(Александр Санин) 감독의 <폴리쿠슈카 Поликушка>(1919) 등이다. 또한 프랑스의 유명한 영화인 파테(Pathé) 형제들은 톨스토이의 <부활 Воскресение>을 1909년 영화화한 <부활 Résurrection>을 발표했으며, 미국의 유명한 감독 데이비드 그리피스(David Wark Griffith, 1875∼1948) 역시 바이오그래프로 <부활>(1908)을 영화화했다.  2)Michael Denner, ““Be not afraid of greatness...”: Leo Tolstoy and Celebrity,” Journal of Popular Culture, Vol. 42, No.4 (2009), p. 618.  3)Е. О. Ершова и Т. К. Поповкина, ред. Лев Николаевич Толстой в изобразительно м искусстве. Москва: Изобразительное искусство, 1979, с. 9.  4)사실, 있는 그대로를 촬영하던 원시적 형태의 초기 영화는 엄밀한 의미에서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하지만 현재 초기 영화에 대한 연구에서는 일반적으로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이분법의 출발하던 연구 패러다임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이루어지면서, 초기 영화(다큐멘터리)에서도 극영화와 마찬가지로 드러나는 연출성과 이벤트성을 강조한다. Tom Gunning, “The Cinema of Attractions. Early Film, Its Spectator and the Avant-Garde,” in Thomas Elsaesser and Adam Barker ed., Early Cinema : space, frame, narrative, London: BFI Pub., 1990. pp. 56-62.

    2. 전기 영화의 지표적 도상성

    전기 영화의 도상적 성격을 논하는데 있어, 무엇보다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실존인물인 지시대상을 대신하는 시각기호로서 영화에서 유사성의 근거로 도입되는 사진과 사진적 영상의 성격에 대한 규정이다. 사진과 영화는 ‘프레임(frame)’이라는 기본 단위를 공유하면서도, 그 의미작용에 있어서는 존재론적 차이를 갖게 된다. 이미지를 재현하는 매개로 카메라가 개입되고 재현된 이미지와 대상과의 유사성이라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사진과 영화는 그 기호적 정의가 다르게, 즉 사진은 ‘지표’인 ‘인덱스(index)’로, 영화는 ‘도상’인 ‘아이콘(icon)’으로 규정되고 있다.

    사진에 대한 이러한 정의는 무엇보다 사진은 빛의 작용에 의해 감광물질 위에 반영구적인 영상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피사체와 카메라사이에 존재하는 것은 반사광과 감광물질 사이의 광학적, 화학적 인과관계뿐이라는 사실에서 비롯될 뿐만 아니라, 찰스 퍼스(Charles Sanders Peirce)의 기호구분에서 연유한다.5) 주목할 점은 퍼스가 실존적 개체에 대한 “물리적 연계”, 실존적 흔적의 지표기호인 ‘인덱스’를 설명하는 이론적 모델로 사진을 정의하면서도, “대상과의 유사성”이라는 도상적 특징을 동시에 거론한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사진이 대상의 “현존과 현전”을 확신하게 하는 실존적 지표 기호라는 점과 “그것이 표상하는 대상과 그 외관이 정확하게 닮아 있다”7)는 도상적 성질은 사진이 이중적으로 “지표적 도상(indexical icon)”8)임을 상기하게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인덱스가 어떤 대상에 대한 ‘존재론적 증거’이자 어떤 ‘물리적, 존재론적 흔적으로 인한 징후로서의 지표기호’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진의 인덱스적 규정은 여러 현대 이론가들에 의해 지지를 받아, 사진-인덱스의 특별한 지위가 확인되었으며, 그 누구보다 사진을 인덱스로 공고히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학자는 바로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였다. 『카메라 루시다Camera Lucida: Reflections on Photograph』로 보다 널리 알려진 그의 저서 『밝은 방 La Chambre Claire: Note sur la photographie』(1980)에서 바르트는 사진을 ‘존재의 흔적’, ‘존재증명’의 맥락에서 인덱스로 정의한다. 바르트의 사진에 대한 정의에서 중요한 것은, 일반적으로 주목받아온 ‘스투디움(studium)’과 ‘푼크툼(punctum)’의 개념보다, 사진은 ‘과거적 의미’의 ‘흔적’이라는 점이다.9) 때문에 사진은 “바르트에게 (구체적인 과거의 일시를 지정하지 않는 과거시제인) ‘부정과거’이며, (…) 인덱스라는 명칭은 사진에 속할 수 있는 경험 대상들을 또 다른 양상으로, (…) 각인 impression, 증상 symptom, 흔적 trace, 단서 index들과 동일한 체계”10)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도상 기호로서 재현되는 영화 이미지와 실제 인물과의 유사관계를 공고히 하는 전기 영화의 사진 이미지와 사진적영상은 실존인물과의 “유사-존재이자 부재의 징표”11)로 기능하면서 부재한 인물에 대한 “실존주의적 매체”12)로서 그 중요성을 인식하게 한다. 바르트의 이 ‘존재증명’으로서 인덱스 정의는 앙드레 바쟁(Andre Bazin)의 영상 존재론과 영화에 대한 크리스티앙 메츠(Christian Metz)의 내포와 외연의 개념에도 영향을 준다.13)

    영화의 기본 단위를 이루는 사진과 영화의 지표적 도상성의 관계는 바쟁에게 역시 중요한 문제였다. 『영화란 무엇인가 Qu’est ce Que le cinema 』의 첫 장을 “사진적 이미지의 존재론(The Ontology of the Photographic Image)”에 할애하는 바쟁에게 “사진과 영화는 (…) 리얼리즘에 대한 우리의 집착을 결정적이고 본질적으로 만족시키는 발견물(photography and the cinema (…) are discoveries that satisfy, once and for all and in its very essence, our obsession with realism)”14)이었다. 바쟁은 사진과 영화가 모두 “생명들의 충격적인 현존(the disturbing presence of lives)”과 “공통의 존재(a common being)”15)를 공유하는 지표적 성격을 갖는다고 주목하면서도, “단순한 유사성 이상의 정체성”을 제공한다는 점을 역설하면서 사진과 사진적 영상의 도상성을 강조한다.

    바쟁은 사진과 영화 모두 대상의 실존적 결합과 리얼리즘적 유사성에 기반하지만, 그 차이는 지속성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 이해했다. 더구나 바쟁이 말하듯 그 시점에는 부재한 대상의 현존을 증명하는 사진적 영상에 기반한 “영화의 존재론적 역설(the ontological paradox of the cinema)”17)는 바로 사진적 영상으로 재현되는 영화의 지표적 도상성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바쟁의 영화 미학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었던 것이 유사성 내지 닮음의 정도가 아니라 대상과 이미지, 세계를 모방하는 영화 간의 실존적 결합의 문제였다는 점18)을 상기하게 한다. 조나단 프라이데이(Jonathan Friday)가 지적한 것처럼, 바쟁은 “회화는 도상적으로 재현되지만, 사진은 도상과 지표라는 재현의 범위를 동시에 존재하게 한다. 사진은 그것이 생산되는 메커니즘에 기인할 때 지표적이지만, 그것은 특별한 종류의 지표로서 그 원인을 도상적으로나 회화적으로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두 종류의 재현방식이 있게 되는데, 도상적이거나 도상적으로 지표적인 것”19)(강조-인용자)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사진과 사진적 영상의 기호적 의미의 문제는 전기 영화들에 있어 의미론적 구문을 확립하는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톨스토이의 전기 영화를 사례로 살펴보자면, 생존한 톨스토이가 직접 영상에 재현 된 톨스토이에 대한 초기 기록영화들에서나 톨스토이의 사진적 영상이 제시되면서 “유사-존재”로서 톨스토이와의 동일성을 강조하는 영화들에서는 재현 대상과 재현된 이미지 사이의 지표적 성질이 강화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영화의 도상적 성격 자체로 인해 지표로 도입된 사진 역시 영화 전체적으로 도상적 의미에 함몰된다. 이것은 “도상기호는 반드시 지표와 상징과 함께 나타나야 하므로 현실적으로 도상기호로서만 존재하는 기호는 있을 수 없다”20)는 퍼스의 전제와 이에 상응한 피터 웰렌(Peter Wollen)과 크리스티앙 메츠(Christian Metz)의 도상성에 대한 정의를 지지하는 제임스 모나코(James Monaco)의 정의에서도 확인된다.

    이 제3의 의미를 만들어 내는 “지표적 도상성”은 실존인물로서 물리적 혹은 인과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된 지표적 속성을 가지고 영화에 도입된 톨스토이의 사진적 영상이 갖는 특징으로 톨스토이 이미지의 지표적 도상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허구적 극영화와는 달리 실존인물이라는 대상을 재현하는 전기 영화에서는 실제의 인물 이미지가 대상과 존재론적 물리적 속성을 공유하면서도 기호의 도상성을 높임으로써 지표적 대상과 도상 이미지의 유희적 교환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퍼스 연구자들 중 랜스델(Joseph Ransdell)의 말을 빌리면, 도상기호의 성질, 즉 도상성은 바로 사물의 실재를 재현함, 즉 ‘드러내기(revelation)’를 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22) 그렇다면 전기 영화에서 이 드러내기의 재현은 지표와 도상성과 어떠한 연관 속에 이루어지는지, 톨스토이를 재현한 전기 영화들에서 톨스토이라는 시각이미지는 어떠한 기호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인 영화들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5)잘 알려진 바와 같이, 퍼스는 그 생성원리에 따라 세 가지 기호를 구분한다. 도상 기호인 ‘아이콘(icon)’은 “무엇인가와 닮아야 하고(as it is like that thing) 이 무언가의 기호”(CP 2. 247)로서 외연적 유사관계에 따라 성립된 기호이며, 지표 기호인 ‘인덱스(index)’는 지시대상과 실질적 또는 물리적 연결에 의해 ‘인과관계’를 가지는 기호로서 “대상체의 영향을 받는 (…) 도상 기호를 함의(involve a sort of Icon)하며 (…) 대상체에 대한 단순한 유사성(the mere resemblance of its Object)에서만이 아니라 대상체에 의한 실질적 변형(the actual modification)으로 인해 기호가 되는 것”(CP 2. 248)이다. 상징 기호인 ‘심볼(symbol)’은 상징적 번역을 결정하게 하는 법칙 혹은 “일반적인 관념들의 연 상작용(an association of general ideas)”(CP 2. 249)에 의해 성립된 기호로 가장 보편적인 이성과 문화적 코드에 관계하는 기호이다. 때문에 지표기호인 인덱스의 특수성은 논리적 관계보다는 불확실하고 불특정하지만 ‘존재적인 개념’에 관계된다.  6)Charles Hartshorne and Paul Weiss eds., Collected Papers of Charles Sanders Peirce, Vol. I∼VIII, Cambridge, Massachusetts: The Belknap Press of Harvard University Press, 1974, 1978. 앞으로 퍼스의 인용은 내주로 권(Volume)과 문단번호를 표시하도록 한다.  7)애초에 퍼스는 ‘지각적인 유사함’과 ‘논리적인 관계’를 포괄하는 ‘닮음’에 의해 대상체를 표현하는 기호로 도상을 정의한다. “두 번째 삼분법에 의하면 기호는 도상 기호, 지표 기호, 상징 기호로 나누어 불릴 수 있다. (…) 도상 기호는 단지 자신의 속성에 의해 자신이 표시하는 대상체와 연결되는 기호인데, 실제로 존재하든 않든 그 대상체는 도상기호가 소유한다.”(CP 2.247); “기호가 그 존재 양상이 어떻든 주로 유사함에 의해 대상체를 기술할 때 도상적일 수 있다.” (CP 2.276)  8)James Monaco, How to Read a Film,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1977, p.134.  9)‘스투디움’은 사진에서 느낄 수 있는 일반적이고 도덕적인 감동, 정치적 교양이라는 합리적인 중계를 거친 감동으로, 열성적이기는 하지만, 특별한 강렬함을 포함하지 않은 요소이다. 반면, ‘푼크툼’은 이러한 스투디움을 깨뜨리고 방해하러 오는 요소,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장면으로부터 화살처럼 튀어나와 관통하고 찌르는 우연적 요소를 말한다. 물론 바르트의 사진론에서 중요성은 푼크툼에 놓인다. 롤랑 바르트, 김웅권 역, 『밝은 방. 사진에 관한 노트』, 서울: 동문선, 2006, 41-42쪽. ‘흔적’으로서의 사진에 대해 바르트는 이렇게 논증한다. “사진에서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점은 사물이 거기 있었다는 것이다. 현실과 과거라는 이중적 위치가 결합되어 있다. (…) 그것을 사진의 본질 자체, 노에마로 간주해야 한다. (…) 사진의 노에마라는 명칭은 ‘그것은-존재-했음 l’avoir-été-là’, (…) 그것은 아마 ‘interfruit’(사이에 존재했다)가 될 것이다. 내가 보는 그것은 무한과 주체(촬영자 혹은 구경꾼) 사이에 펼쳐지는 그 장소에,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거기에 있었다. 그러나 곧바로 분리되었다. 그것은 절대적으로 부인할 수 없이 현존했지만 이미 지연되어 있었다. 이것이 intersum(나는 사이에 존재하다)이라는 동사가 의미하는 모든 것이다.” 위의 책, 98-99쪽.  10)로잘린드 크라우스, 최봉림 역, 『사진, 인덱스, 현대미술』, 서울: 궁리, 2003, 20-21쪽.  11)수잔 손택, 이재원 역, 『사진에 관하여』, 서울: 시울, 2005, 36쪽.  12)프레드릭 제임슨, 남인영 역, 『보이는 것의 날인』, 서울: 한나래, 2003, 391쪽. 프레드릭 제임슨(Fredric Jameson)은 사진이 철학적으로 ‘실존주의적’ 매체라 규정하면서, 영화와 사진에 차이에 대해 분명히 한다. “영화의 운동은 사진을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경과 속으로 용해한다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 바쟁 식의 ‘출현 epiphany’의 위대한 순간들도 네거티브 필름에서 재생산된 단순한 ‘정지 화면 freeze frame’으로써는 구원받을 수 없다. (…) 따라서 영화에서는 ‘실존적’인 현실들이 (…) 다시 형식적 과정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정지 사진의 해석에서 살펴보았듯이 역사로부터 유한성으로 (…) 미끄러짐 속에 내용 및 메시지로서 추가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영화의 운동 자체는 정지 사진의 실존적 구성 요소를 구체적이고 경험적으로 만듦으로써 존재 Being의 더욱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제도를 향해 이미지의 내용 자체를 해방시킨다. (…) 영화 이미지에서 존재의 은폐를 해체하는 것은 실존적이라기보다는 역사적이다.” 위의 책, 392-393쪽.  13)“바르트가 분명하게 보여주었듯이, 사진에서 외연적 의미(the denoted meaning)는 전적으로 광화학적 재생이라는 자동 제판법을 통해서 보장되는 (…) 시각적 전이(transfer)인 셈이다.” Christian Metz, “Some Points in the Semiotics of the Cinerna”, Leo Braudy and Marshall Cohen ed. Film Theory and Criticism: Introductory Readings, 5th edition,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1999, p. 72.  14)André Bazin, What is Cinema, Vol. I, trans. Hugh Gray,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67, p. 12.  15)Ibid, pp. 14-15  16)Ibid, pp. 96-97.  17)Ibid, p. 97.  18)Peter Wollen, Signs and Meaning in the Cinema, Bloomington: Indiana University Press, 1972, pp. 132-134.  19)“Paintings represent iconically, but photographs are the coincidence of the representational categories of icon and index. Photographs are indexical in virtue of the causally generated mechanism of their production, but they are a special kind of index that points to its cause iconically, or by picturing that cause. There are, then, two modes of representation, the iconic and the iconically indexical.” Jonathan Friday, “André Bazin’s Ontology of Photographic and Film Imagery,” The Journal of Aesthetics and Art Criticism, Vol. 64:4 Fall (2005), p. 343.  20)박연규, 「퍼스기호학에 있어 도상기호icon의 재현성-Josheph Ransdell의 논의를 중심으로」, 『기호학연구』16, 2004, 222쪽.  21)James Monaco, op. cit., p.133.  22)박연규, 앞의 논문, 234쪽.

    3. 톨스토이 전기 영화의 도상과 재현

    초기 러시아영화의 가장 중요한 이름으로 기록되며, 러시아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담은 기록영화를 제작했던 알렉산드르 드란 코프(Александр Осипович Дранков)는 례프 톨스토이의 실제 모습을 영상에 기록한 가장 중요한 이름으로 기록된다. 살아 있는 톨스토이를 촬영한 드란코프의 영상들은 톨스토이에 대한 지표적 도상성을 강하게 환기시킬 뿐만 아니라, 톨스토이 사후 제작된 이후 전기 영화들의 미장센에 그대로 재현되는 전범으로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톨스토이의 열렬한 팬이자 “파파라치의 아버지”23)였던 드란코프는 사진을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세기의 작가 톨스토이를 촬영하기 위해 톨스토이의 고향 야스나야 폴랴나(Ясная Поляна)를 방문하여 톨스토이의 부인 소피아 안드레예브나 (София Андреевна)에게 촬영 허가를 받는다. 그리고 야스나야 폴랴나 영지 뜰에 있는 목조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몰래 기다리다 홀로 뜰을 배회하는 톨스토이의 모습(<그림 1>)을 촬영하는데 드디어 성공했고, <례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Лев Николаевич Толстой>(1908)라고 이름 붙여진 그의 첫 이 기록영화는 즉시 전 세계에 공개되었다. 톨스토이의 80회 생일을 맞은 1908년 8월 28일 드란코프 일행은 드디어 공식 촬영허가를 받게되고, 야스나야 폴랴나에서의 톨스토이의 생일잔치 장면과 80세 생일 축하연에 참석하기 위해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기차를 타고 모스크바로 향하는 톨스토이의 모습을 촬영하여 기록영화 <례프 톨스토이의 80세 생일 День 80-летия Л. Н. Толстого>(1908)을 제작했다.24)

    이후 영화와 사진촬영에 대한 톨스토이의 반감은 차츰 사라지면서 톨스토이를 촬영하기 위한 드란코프의 열정도 결실을 거두게 되었다. <체르트코프 시와 모스크바에서의 례프 톨스토이 Лев Николаевич Толстойу г. Черткова и в Москве>(1909),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톨스토이의 마지막 날들 Последние дни пребывания Л. Н. Толстого в Ясной Поляне>(1910)등의 기록영화에서는 부인 소피아와 산책하는 톨스토이의 모습(<그림 2>)25), 톨스토이의 가족과 손자들, 톨스토이의 작업, 병상의 톨스토이, 그리고 톨스토이의 사망 당시와 장례식 장면을 촬영한 프랑스영화사 파테의 영상(<그림 3>)26) 등이 포함되어 있다. 드란코프의 이 영상들은 톨스토이에 대한 전기-기록영화로서의 중요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톨스토이 사후 제작된 전기 영화에서 톨스토이 이미지가 지표적 도상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재현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톨스토이 사후에도 톨스토이의 삶과 전기는 꾸준히 영화의 주제로 재현되었다. 주목할 점은 톨스토이의 삶을 조명한 대부분의 영화들이 톨스토이 말년에, 그것도 야스나야 폴랴나를 가출한 생애 마지막 사건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역시 톨스토이의 생애 전체를 재현하는 전기 영화의 의미론적 지표성이라 할 수 있다. 톨스토이의 삶 전체를 하나의 의미론적 단위로 볼 때 말년은 시간적으로 물리적 근접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지표성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톨스토이 사후 그의 말년에 집중된 선구적인 작품 중 하나가 야코프 프로타자노프(Яков Протазанов)와 엘리자베타 티만(Елизавета Тиман)이 공동감독한 영화 <위대한 노인의 떠남. 례프 톨스토이의 삶 Уход великого старца. Жизнь Л. Н. Толстого>(1912)27)이다. 사망 직전 야스나야 폴랴나의 집을 가출한 톨스토이 마지막 며칠에 집중하여 톨스토이의 삶을 환유적으로 재현하는 러닝타임 31분 30초의 이 무성영화는 톨스토이 삶을 전기화한 첫 극영화로 주목된다. 이 영화는 드란코프가 촬영했던 실제 톨스토이의 모습을 최대한 유사하게 재현하는 톨스토이의 산책 장면(<그림 4>)으로 시작된다. 그림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드란코프의 영상(<그림 1>)은 프로타자노프의 영화에 있어 모방 할 실제적 대상 혹은 지표적 사진 이미지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으며, 프로타자노프의 영상은 드란코프의 영상에 대한 도상적 재현이 되고있다. 애초에는 파테에 의해 촬영되었지만 드란코프가 자신의 영화에 포함시킨 톨스토이의 사망 직후 모습(<그림 3>) 역시 프로타자노프의 영화에 도입되면서, 영화 <위대한 노인의 떠남>에서 톨스토이 이미지를 재현하는데 있어 드란코프 영상의 지표적 위상을 확인시켜준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실제 톨스토이를 촬영한 기록영화 이미지와 블라디미르 샤테르니코프가 연기한 톨스토이와는 분명 다른 존재이다. 하지만 프로타자노프는 실제 톨스토이를 촬영한 지표적 사진 영상을 영화 속에 도입함으로써 배우가 연기하는 톨스토이를 실제 톨스토이와 동일한 존재로 유비관계를 만들고 있다. 이 경우 이 영화에서 배우가 연기한 톨스토이 이미지는 전체적으로 톨스토이에 대한 유사-지표적 도상성을 갖게 된다. 실제 톨스토이가 촬영된 영상이 부분적으로 사용되면서 이미지의 지표성은 환기되지만, 다른 배우에 의해 재현된 톨스토이의 이미지는 분명 도상성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은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제작된 전기 영화들의 유사-지표적 도상의 성격에 대해 재고하게 한다. 프로타자노프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이 전기 영화가 유사-지표적이라는 사실은 톨스토이 사후에 대한 감독의 허구적 상상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는 구름이 흐르는 하늘을 롱테이크하고 있는데, 이 컷은 곧이어 다른 컷과 이중노출로 이어진다. 흰 옷을 입은 톨스토이와 역시 흰옷을 입은 그리스도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나고, 이어 톨스토이는 어린아이처럼 그리스도의 품에 안긴다.28) 이 허구적 영상을 통해 평생 진리와 신앙, 삶과 죽음의 의미에 천착했던 톨스토이의 고단한 삶의 여정에 대한 위안적 서사를 완결하는 파토스가 강하게 조성됨과 동시에, 다른 인물에 의해 재현된 톨스토이 이미지의 유사-지표적 도상성도 강화된다.

    볼셰비키 혁명 이후 소비에트 시기 톨스토이의 전기 영화는 여러 요인으로 제약되었으며, 이 시기 톨스토이를 소재로 영화한 한 것은 에스피르 슈브(Эсфирь Шуб)가 문서보관서 필름을 모아 편집한 다큐멘터리 <니콜라이 2세의 러시아와 톨스토이 Россия Николая II и Л. Н. Толстой>(1928)가 거의 유일한 것이다. 오래도록 중단되었던 톨스토이의 전기 영화의 흐름을 재개하며 톨스토이의 삶을 영화화한 또 하나의 주목할만한 영화는 교육영화로 제작된 <교육 영화보관소. 문학. 례프 톨스토이 Учебная фильмотека. Литература. Лев Толсто й>(1961∼1990)이다. 총 7편의 기록영화와 재현영화를 포함29)하고 있는 이 영화들의 사적, 문화적 가치는 톨스토이 생전의 기록영화들이 포함되어 있을 뿐 아니라 톨스토이 삶에 대한 여러 감독들의 다양한 해석이 부여되어 있으며, <전쟁과 평화 Война и мир>, <안나 카레니나 Анна Каренина>, <부활 Воскресение>, <크로이체르 소나타 Крейцерова соната> 등과 같은 작품을 집필할 때의 톨스토이의 모습을 함께 관조하게 한다는 점, 20세기 초에 촬영된 기록영화 속의 톨스토이의 모습과 심지어는 포노그래프로 녹음된 톨스토이의 목소리까지 재현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톨스토이 작품을 영화화한 20세기 초 무성영화의 장면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역시 과거 드란코프에 의해 촬영된 영상들,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톨스토이의 산책 장면(<그림 1>), 나무를 톱질하는 톨스토이의 모습 등이 끊임없이 삽입되고 있다는 점에서 톨스토이 전기에 대한 지표적 도상성이 강화된다.

    소비에트 시기 한동안 단절되었던 톨스토이의 전기 영화의 획을 그은 작품으로 세르게이 게라시모프(Сергей Аполлинариевич Герас имов) 감독의 <례프 톨스토이 Лев Толстой>(1984)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체코와 공동으로 고리키 영화사(Киностудия им. Горького)에서 제작된 이 영화에서 세르게이 게라시모프 감독은 직접 톨스토이 역을 연기했고, 이 영화는 게라시모프의 마지막 감독작이 되었다. 톨스토이의 내적 독백이 두드러진 이 영화에서는 가족들과 사회적 관심 속에서도 결코 조화될 수 없었던 작가의 고독한 상념과 삶이 영화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30) 1부 <불면증 Бессонница>과 2부 <떠남 Уход>의 두 파트로 이루어진 168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의 이 영화도 예외 없이 시간적으로 톨스토이 생애 마지막 2년(1908∼1910)에 집중되어 있다. 이 영화에서는 이전 기록영화에서 실제 톨스토이를 촬영한 모습을 미장센을 통해 그대로 재현하는 도상성이 강하게 구현된다. 아스타포프 역사에서 임종을 맞는 톨스토이의 모습(<그림 5>)은 영화 초반 야스나야 폴랴나 침상에 누워 상념에 젖어 있는 톨스토이의 모습과 동일한 미장센으로 원형구조를 이루는 동시에, 드란코프의 기록영화(<그림 3>)에 대한 도상적 재현이 된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드란코프가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톨스토이의 마지막 날들>(1910)을 촬영했던 당시 상황을 그대로 재현하는 장면(<그림 6>)과 드란코프가 촬영한 톨스토이와 소피아의 산책 모습(<그림 3>)을 재현한 장면(<그림 7>) 등을 통해 드란코프의 영화(에 재현된 톨스토이)가 이 영화에서 갖는 지표적 의미에 대해 강하게 환기시킨다. 하지만 이 지표적 의미는 게라시모프 감독이 만든 톨스토이의 전기 영화에서는 의미론적 층위에서만 구현될 뿐 영화 기호로서의 이미지는 프로타자노프 감독의 영화와는 분명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실제 톨스토이를 촬영한 기록영화를 도입하면서 유사-지표적 도상성을 구현하고 있는 프로타자노프 감독의 영화와는 달리, 게라시모프 감독의 톨스토이 전기 영화는 실제 톨스토이 모습이 배제되어 있으며, 철저히 극영화적 재현에 충실한 도상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프로타자노프 감독이나 게라시모프 감독의 톨스토이 전기 영화가 지표로서의 전기적 사실성과 재현에 집중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 반면, 21세기에 제작된 톨스토이의 전기 영화는 실험적인 재구성에 치중하는 특징을 보인다. 그 대표적인 예로 빅토르 티호미로프(ВикторТихомиров) 감독의Б. Г. Лев Толстой>(2002)를 들 수 있는데, 이 영화는 소비에트 시기부터 현재까지 견고한 지성인이자 문화적 아이콘으로 꼽히는 보리스 그레벤쉬코프(Борис Гребенщиков)31)를 통해 례프 톨스토이를 보여주려는 기이한 시도이다. 각기 다른 시대적 우상이면서도 방랑적 기질과 그들이 이루어낸 성취에서 례프 톨스토이와 보리스 그레벤쉬코프는 공통적이라는 감독의 시각은 톨스토이를 새로운 영화적 대상으로 담은 독특한 영상을 만들어냈다. 톨스토이에 대한 이전 전기 영화들에서 삽입되곤 했던 드란코프의 영상은 이 영화에서도 예외 없이 포함되는데, 야스나야 폴랴나를 산책하는 톨스토이와 부인 소피야의 모습을 담은 드란코프의 영상(<그림 3>)이 삽입되어 그레벤쉬코프가 재현한 톨스토이의 모습(<그림 8>)에 대한 유사-지표적 도상성의 의미를 부여한다. 이 영화에서 러시아 록뮤직의 신화적 존재인 그레벤쉬코프와 톨스토이의 도상적 유비는 한편으로는 아이러니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록 음악이 시대에 대한 저항 정신을 강하게 구현한다는 점을 상기할 때, 그 대표자인 그레벤쉬코프와 19세기 러시아의 시대적 양심을 대변하고 권력에 대한 무저항을 표방했던 톨스토이를 유비시킨 것은 신선한 시도이자 각기 다른 시대적 아이콘을 결합시키는 종합적 의미장을 형성한다.

    알레브티나 쿠조벤코바(Алевтина Кузовенкова) 감독의 다큐멘터리 <례프 톨스토이 Лев Толстой>(2004), 갈리나 예브투쉔코(Галина Евтушенко)와 례프 그리신(Лев Гришин)이 공동 감독하고 알렉산드르 바소프(Александр Басов)가 시나리오를 쓴 기록영화 <간이역 -례프 톨스토이에 대하여 Полустанок-о Льве Толстом>(2007) 등은 모두 톨스토이 생애에 대한 사적 가치를 갖는 기록영화들이다. 야스나야 폴랴나를 공간적 중심으로 삼아 톨스토이 삶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쿠조벤코바 감독의 <례프 톨스토이>는 역사적 자료들과 함께 병행되는 사진-지표들, 그리고 예외 없이 드란코프의 촬영 영상을 포함하는 점에서 톨스토이에 대한 지표적 도상성을 구현하고 있다. 이와 달리 생애 마지막 순간 톨스토이가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가출하는 사건에 집중하고 있는 <간이역-례프 톨스토이에 대하여>는 <급변 Перелом>, <떠남 Уход> 그리고 <에필로그 Эпилог>의 세 파트로 구성되어, 전세계적 명성을 갖고 있던 위대한 작가가 도대체 무엇으로부터 어디로 가고자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떠날 수밖에 없었던가를 탐구하며 톨스토이의 내면과 주변정황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 영화 에필로그에 드란코프 영상에 포함된 톨스토이 사망 장면(<그림 3>)을 제시하면서 시작되는 <간이역>은 끊임없이 드란코프의 기록영화와 사진-지표를 활용하면서도, 톨스토이 작품이 영화화된 영상들을 포함하고 재연 배우들에 의해 톨스토이 삶의 주요 순간들이 재현되면서 유사-지표적 도상성을 구현하고 있다.

    톨스토이 서거 100주년을 맞은 2010년의 기념비적 작품은 2010년 11월 20일과 21일 전세계에 동시 상영을 계획하고 제작된 영화 <례프 톨스토이, 살아있는 천재 Лев Толстой: Живой гений>이다. CTB영화사의 세르게이 셀리야노프(Сергей Сельянов)와 러시아 국립 영화 자료원(Российский 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Архив Кинофотодокументов)이 제작에 참여하고, 러시아 국립 영화자료원장 나탈리야 칼란 타로바(Наталья Калантарова)와 톨스토이의 현손(玄孫)이자 야스나야 폴랴나 박물관장인 블라디미르 톨스토이(Владимир Ильич Толстой)가 내용을 감수한 이 영화 역시 톨스토이 말년의 마지막 2년과 야스나야 폴랴나를 떠난 사건, 그리고 전 세계의 관심 속에 치러진 톨스토이의 장례식 등, 톨스토이의 죽음에 집중하여 재조명되었다. 국립영화자료원에 보관된 톨스토이를 촬영한 기록영상을 디지털로 복원하여 재편집하면서 250만 유로라는 적지 않은 제작비가 투입된 이 영화는 그 어떤 화자도 서브타이틀도 없이, 톨스토이의 생전 모습을 담은 기록영상과 에스피리 슈브 감독의 <니콜라이 2세의 러시아와 톨스토이>의 영상, 톨스토이의 장례식 등의 장면 등 100년 전에 촬영된 영상에 철저히 의존함으로써 지표적 도상성이 강하게 부각된다.

    톨스토이 서거 100년을 기념한 유일한 전기 영화로 러시아ㆍ독일ㆍ영국 합작으로 제작된 마이클 호프만(Michael Hoffman) 감독의 영화 <마지막 기차역 The Last Station>(2009)32) 역시 톨스토이에 대한 이전 전기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야스나야 폴랴나에서의 톨스토이 말년에 집중해 있다. “내가 아는 모든 것은 오로지 내가 사랑하기 때문에 아는 것이다. 례프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Everything that I know... I know only because I love. Leo Tolstoy-War and Peace)”이라는 에피그라프로 시작되는 이 영화의 플롯에서는 톨스토이와 소피야 안드레예브나의 갈등이 부각되어 있고, 비서였던 발렌틴 불가코프의 역할이 과장되게 제시되어 톨스토이 전기의 픽션적 요소가 두드러져 있다. 실제의 톨스토이 이미지가 전혀 도입되지 않고 극영화로서의 재현에 충실한 이 영화 역시 게라시모프 감독의 1984년 작 <례프 톨스토이>와 마찬가지로 톨스토이에 대한 도상적 성격만이 지배하고 있다.

    23)Валентина Рогова. “Папа папарацци”, Литературная Россия, 2008, № 8 (22 февраля). http://www.litrossia.ru/article.php?article=2554 (검색일 : 2012년 04월 05일)  24)당시 촬영 현장의 모습을 톨스토이의 딸 알렉산드라(Александра Толстая)는 이렇게 회상한다. “모든 기억할만한 사건들은 사진사들이 우리집에 모습을 나타내면서 시작되었다. 아버지는 현관 입구에 노쇠한 다리를 쭉 뻗은 채 앉아 있었고, 어머니는 움직이는 사진 촬영에 아버지가 응하도록 요청하려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아버지는 고통스럽게 얼굴을 찡그리면서 거절했지만, 카메라맨들은 부산스럽게 하지 않을 것이며 포즈를 취해달라며 귀찮게 하지도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래도 그들은 베란다와 잔디밭에서 부산을 떨며 아버지를 열심히 촬영했다. 아버지는 당신 앞에서 그토록 부산하게 움직이는 그들을 음울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Aleksandra Tolstaya, The Tragedy of Tolstoy, G. Allen & Unwin, London, 1933.  25)이 영화를 촬영할 당시의 상황을 톨스토이는 1910년 9월 7일 일기에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나는 햇살 속을 걷고 있었다. 소피야 안드레예브나는 즉시 자신과 나를 함께 드란코프가 촬영하기를 원했다(Я походил на солнце. Софья Андреевна непремен но хотела, чтобы Дранков снимал её со мною вместе).”  26)영화에 대한 톨스토이 가의 관심과 톨스토이에 대한 드란코프의 열정에도 불구하고, 아스타포보(Астапово) 기차역(현 <례프 톨스토이>기차역)에서 톨스토이가 발병하여 1910년 12월 7일 숨을 거두었을 때 누구보다 재빠르게 움직인 것은 프랑스 영화사 파테였다. 파테는 촬영감독 메이에르를 아스타포보 역으로 급파하면서 “기차역을 촬영할 것. 기차역 이름을 클로즈업으로 촬영하도록 할 것. 가족들을 촬영하고 유명인 사들 역시 촬영할 것. 그들이 타고 있는 기차와 내부도 촬영할 것. 차후 다듬을 수 있도록 촬영필름 모두를 즉시 툴라 Тула)로 보낼 것”을 명령한다. 처음에 죽어가는 톨스토이가 촬영되는 것이 꺼림직했던 러시아 경찰들은 메이에르가 촬영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지만, 파테 대표부는 촬영허가를 받아내기에 충분한 러시아 권력층의 친구들을 통해 촬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드란코프는 메이에르가 촬영한 톨스토이 사망 장면을 포함하여, 톨스토이의 장례식 장면을 촬영하여 편집한 영화 <례프 톨스토이의 장례식 Похороны Л. Н. Толстого>(1910)을 <톨스토이의 마지막 날들>에 삽 입했다.  27)이 영화에서는 블라디미르 샤테르니코프(Владимир Шатерников)가 톨스토이의 역을, 올가 페트로바 (Ольга Петрова)가 소피야 역을 맡아 열연했다.  28)이 장면은 폴란드 종교화가 얀 스티카의 <파문>(1908)의 영화적 미장센 사례로 흥미롭게 분석되었다. 라승도, 「톨스토이는 어떻게 시각화되었는가?-톨스토이 삶의 영화적 재구성」, 『슬라브학보』제26권 2호, 2011, 50-51쪽.  29)이 7편의 영화는 <례프 톨스토이 삶의 야스나야 폴랴나 Ясная Поляна в жизни Л. Толстого>(감독 А. Осташенко, «Центрнаучфильм», 1982, 28분 29초, 흑백), <야스나야 폴랴나에서의 톨스토이 Толстой в Ясной Поляне>(감독 С. Загоскина, «Школфильм», 1961, 30분 27초, 흑백), <톨스토이의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В Ясной Поляне у Толстого>(«Школфильм», 5분 3초, 흑백), <례프 톨스토이 주인공들의 세계에서 Вмире героев Льва Толстого>(«Школфильм», 1990, 28분 12초, 흑백), <소설 «전쟁과 평화»를 창작하는 톨스토이 Работа Толстого над романом «Война и мир»>(감독 Е. Небылицкий, «Центрнаучфильм», 1979, 9분 45초, 흑백), <모스크바의 톨스토이 저택-박물관 Музей-усадьба Л. Н. Толстого в Москве>(감독 С. Загоскина, «Школфильм», 1981, 5분 4초, 흑백), <하모브니키의 톨스토이 Толстой в Хамовниках>(감독 С. Загоскина, «Школфильм», 1979, 10분 5초, 흑백)이다.  30)이 영화는 끊임없이 톨스토이의 젊은 시절의 중요한 시기들과 톨스토이의 세계관이 급변하게 된 각종 주요 사건들을 플래시백(flashback)으로 병행하고 톨스토이의 내면적 독백이 내레이션 됨으로써, 톨스토이 인생에 대한 총체적 회고록이 된다. 특히 1부가 시작하기 전, 영화의 초반에 제시된 에피그라프는 톨스토이의 삶을 조망한 영화 전체에 대한 전체적 시각을 압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살아있는 사람들과는 침묵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 그리고 오로지 시공간적으로 머나먼 것들만이 내 말을 들을 것이라는 사실은 정말 이상하다. 1907년 10월 26일 일기 (Странно, что мне приходится молчать с живущими вокруг меня людьми и говорить толькос теми далекими по времени и месту, которые будут слышать меня. Дне вник, 1907 год, 26 октября).”  31)레닌그라드를 주 무대로 활동했지만 러시아 록문화 전체를 대표하는 그룹 ‘아크바리움(Аквариум)’의 리더 보리스 그레벤쉬코프는 현대 러시아 대중문화를 넘어 지성을 구현하는 대표적 문화인으로 꼽힌다.  32)크리스토퍼 플러머(Christopher Plummer)가 톨스토이의 역을, 헬렌 미렌(Helen Mirren)이 소피야 안드레예브나 역을 맡은 이 영화는 2009년 제4회 로마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4. 결론

    톨스토이 생존 시부터 영화는 톨스토이를 주인공으로 영상에 담으려 꾸준히 시도했다. 본 연구에서 살펴본 러시아의 각종 기록영화, 극영화들은 모두 톨스토이를 영화적 주인공으로 삼고 그에 대한 새로운 시대적 해석을 제공하면서, 톨스토이에 대한 총체적 인식을 제공하는 중요한 자료들이다.

    전기 영화 이미지의 기호적 성격을 분석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먼저 사진적 영상과 영화의 도상성을 지표적 관계 속에 살펴보았다. 본 연구에서 영화의 도상성에 있어 특히 전기 영화에 주목한 이유는 실존인물이라는 원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사성의 모델이 이미 제시되고 있다는 특성 때문이다. 퍼스와 바쟁이 공히 인정하듯, 사진이나 사진적 영상은 재현에 있어 지표와 도상이라는 범위를 동시에 담보하는 ‘지표적 도상성’의 특징을 갖는다. 때문에 실제 인물에 대한 지표-사진적 영상은 영화에서 도상적 성격에 대해 존재론적 재고를 하게 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러시아에서 제작된 톨스토이 전기 영화를 구체적인 자료로 하여 톨스토이가 재현되는 방식을 지표와 도상의 관계 속에 분석해 보았다.

    이제까지 살펴본 톨스토이 전기 영화의 도상적 성격을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은 공식을 추출할 수 있다. 먼저 톨스토이 생전, 살아 있는 톨스토이의 모습을 담은 영상들은 사진과 같이 ‘존재론적 흔적’으로 재현된 지표적 도상성을 구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톨스토이의 배역을 연기하는 배우가 톨스토이를 재현하는 극영화이지만, 지표적 성격이 강한 톨스토이의 생전 영상이 동시에 제시되는 영화들의 경우 톨스토이의 이미지는 유사-지표적 도상성을 가지게 된다. 그 외에 실제 톨스토이의 모습과 유사하게 재현되어 연기하는 배우 이미지의 경우에는 실제 톨스토이의 지표적 성격은 사라진 채 외면적 유사성에 근거한 도상적 성격에만 의존하게 된다. 이러한 추론에 의해 러시아에서 제작된 톨스토이에 대한 전기 영화들을 표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본 연구에서 시도된 전기 영화 이미지의 지표적 도상성에 대한 분류는 실존인물이라는 원형적 이미지가 유사성의 모델로 이미 제시되는 전기 영화 성격을 규정하는데 새로운 담론을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본 연구에서는 러시아에서 제작된 톨스토이의 전기 영화를 사례로 국한시키고 있지만, 다른 전기 영화에서 역시 실존인물의 지표-도상적 성격이 두드러진 사진적 영상은 분명 영화적 재현에 있어 도상성을 동시적으로 갖게 되는 이중적 기호로서 특별한 대상이 된다는 일반론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 1. 알렉산드르 드란코프 1910
  • 2. 야코프 프로타자노프 1912
  • 3. 에스피르 슈브 1928
  • 4. (1961∼1990)
  • 5. 세르게이 게라시모프 1984
  • 6. 빅토르 티호미로프 2002
  • 7. 알레브티나 쿠조벤코바 2004
  • 8. 갈리나 예브투쉔코, 례프 그리신 2007
  • 9. 마이클 호프만 2009
  • 10. 2010
  • 11. 로잘린드 크라우스, 최 봉림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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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1>] 드란코프가 촬영한 톨스토이
    드란코프가 촬영한 톨스토이
  • [<그림 2>] 드란코프가 촬영한 톨스토이와 부인 소피아
    드란코프가 촬영한 톨스토이와 부인 소피아
  • [<그림 3>] 파테가 촬영한 톨스토이 사망 직후
    파테가 촬영한 톨스토이 사망 직후
  • [<그림 4>] 프로타자노프의 <위대한 노인의 떠남> 도입
    프로타자노프의 <위대한 노인의 떠남> 도입
  • [<그림 5>] <례프 톨스토이>(1984)에서 톨스토이의 임종 장면
    <례프 톨스토이>(1984)에서 톨스토이의 임종 장면
  • [<그림 6>] <례프 톨스토이>에서 드란코프의 촬영 재현
    <례프 톨스토이>에서 드란코프의 촬영 재현
  • [<그림 7>] 톨스토이와 소피아의 산책 재현
    톨스토이와 소피아의 산책 재현
  • [<그림 8>] <B. G. 례프 톨스토이>에서 그레벤쉬코프가 재현한 톨스토이
    <B. G. 례프 톨스토이>에서 그레벤쉬코프가 재현한 톨스토이
  • [<표 1>] 지표적 도사성을 기준으로 한 톨스토이 전기 영화의 분류
    지표적 도사성을 기준으로 한 톨스토이 전기 영화의 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