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정보험가액에 관한 연구*

A Study on the Agreed Value of the Subject Matter of Insu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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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STRACT

    It is frequently suggested that an amendment needs to be made for valued policy in section 670 of Korean Commercial Code. The current law is not conclusively enforcing the effect of the agreed value of the subject matter of insurance(hereafter “agreed value”). In other words, while it is presumed that the agreed value is the actual value of the subject matter of insurance(hereafter “actual value”), when the agreed value significantly exceeds the actual value the latter is regarded as the value of the subject matter of insurance. The above suggestion aims to recognize the conclusive validity of the agreed value.

    However, so far the above suggestion has not been taken into account in legislation. Not only has the above amendment not been included in the comprehensive reform of the Insurance Part of Korean Commercial Code in 2014, it was not given much attention to during the reform process. The reason for this is partly because the above suggestion has not yet gained enough support in Korea. There are even some who are still against the idea.

    There are three different ways deciding the effect of the agreed value. The first is to give conclusive force to the agreed value except in cases of wager, fraud and breach of duty of disclosure. The second is to give conclusive force to the actual value when there is a significant difference between the agreed value and the actual value. The third is to impose on the insurer the burden of proving the actual value.

    This paper investigates and analyzes the advantages and disadvantages of the first and second ways mentioned above and aims to suggest which one is more suitable for Korean insurance business practice. The conclusion is that considering current insurance practices in Korea, giving conclusive force to the agreed value can be a better solution. In Korea, the agreed value is usually decided on the basis of a fairly objective standard of evaluation, not likely to expose the insured to a moral hazard that stems from a significant difference between the agreed value and the actual value. In spite of this, allowing the exemption or reduction of the obligation to pay claims in case of such a difference may seriously harm the stability and trust of an insurance contracts relationship.

  • KEYWORD

    기평가보험 , 상법 제670조 , 약정보험가액 , 실제보험가액 , 사기 , 고지의무 위반 , 약정보험가액과 실제보험가액 사이의 현저한 차이

  • Ⅰ. 들어가며

    우리나라는 1962년에 상법을 제정할 때 보험가액의 평가방식과 관련하여 약정보험가액(또는 협정보험가액) 제도를 채택해서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상법 제670조에 따르면, 약정보험가액을 실제보험가액으로 추정하되(본문), 약정보험가액이 실제보험가액을 현저히 초과하는 경우 실제보험가액이 보험가액으로 된다(단서). 이 단서를 둔 이유는 이득금지의 원칙 때문이다(통설).

    상법 제670조는 다음과 같은 특색이 있다. 첫째, 약정보험가액에 확정적 효력을 주지 않는다. 즉 상법 제670조는 약정보험가액에 대해 추정적 효력을 주는 데 그치고 확정적 효력을 주는 선까지는 나가지 않는다. 둘째, 현저한 초과에 대해 사후적 객관적 규율방식을 취한다. 즉 보험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실제보험가액을 조사하여 현저한 초과가 있으면 약정보험가액의 효력을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사후적 규율방식이고, 현저한 초과를 알고 있었는지에 관한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주관적 인식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객관적 규율방식인 것이다.

    이에 반해 약정보험가액에 대해 확정적 효력을 부여하자는 개정론이 우리 학계에서 개진되어 왔다. 위 개정론은 1980년경에 주창된 이후 지지자를 꾸준히 늘려 왔다. 위 개정론은 주로 영국법을 모델로 삼는다. 영국법은 약정보험가액에 대해 확정적 효력을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도박, 사기 또는 고지의무 위반 등이 개입된 경우는 예외로 한다. 영국법은 약정보험가액이 실제보험가액을 현저히 초과한 경우를 도박, 시기 또는 고지의무 위반 등과 같이 보험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일반적 요건을 통해서 규율한다는 점이 특색이다. 이러한 일반적 요건을 통한 규율방식은 주로 보험계약의 체결 시를 기준으로 하고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주관적 인식을 감안한다는 점에서 사전적 주관적 규율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위 개정론은 우리나라에서 아직 논의 단계에 그치고 있다. 1991년, 2014년에 상법 보험편을 전면적으로 개정했으나 상법 제670조는 개정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개정을 위한 논의과정에서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위 개정론이 입법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학계 및 실무계에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서 위 개정론을 정당화 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 본 논문의 목적은 이러한 논거를 마련는데 있다. 이를 위해서 본 논문은 약정보험가액의 효력과 관련하여 주요국의 입법례가 취하고 있는 입장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추정적 효력만 주는 방식과 확정적 효력까지 주는 방식이 갖는 장단점이 각각 무엇인지를 비교 분석하며, 현재 우리나라의 보험실무에 비추어 가장 바람직한 방식은 무엇인지에 대해 제언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서 상법 제670조의 개정 논의에 보탬이 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Ⅱ. 약정보험가액에 관한 개관 및 개정론

       1. 보험가액의 의의 및 평가방법

    1.1. 보험가액의 의의

    손해보험계약은 피보험자의 재산상의 손해를 보상하는 계약이다(상법 제665조). 이로 인해서 피보험자는 보험목적에 대해 피보험이익을 가질 것이 요구된다(상법 제668조). 피보험이익의 기능은 다양한데, 그 중 하나가 보험자가 보상해야 하는 법률상 책임한도를 정하는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피보험이익이 이러한 기준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금액으로 표시될 필요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보험가액이다. 즉 보험가액이란 피보험이익을 금전적으로 평가한 액수이다.

    1.2. 보험가액의 산정방법

    피보험이익으로부터 보험가액을 어떻게 산정해 낼 것인지는 중요한 법적 과제이다. 보험가액은 피보험이익의 객관적인 가치, 즉 시가(市價)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통설). 이와 달리 주관적 가치에 의해 산정한다면, 보험의 도박화 또는 도덕적 위험의 우려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시가를 기준으로 보험가액을 산정하려면 그 시점과 장소도 정해야 한다. 상법 제671조는 보험가액을 약정하지 않은 경우 보험가액은 사고발생의 시점을 기준으로 산정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이 장소는 명시하고 있지 않지만, 사고발생의 장소를 기준으로 산정한다는 것이 통설이다. 판례도 같다.1) 이렇게 보험가액을 약정하지 않은 보험을 未평가보험이라고 한다. 한편 보험가액을 약정하는 것도 가능한데, 이 경우를 旣평가보험이라고 한다. 기평가보험에서의 약정보험가액의 문제가 본 논문이 다루는 주제이며,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 항을 바꾸어 기술한다.

       2. 약정보험가액의 의의, 취지, 요건 및 효과

    2.1. 약정보험가액의 의의

    약정보험가액이란 보험계약의 당사자가 약정한 보험가액이다. 약정보험가액은 상법 제670조에 의해 허용되어 있다. 상법 제670조에 의하면, “당사자 간에 보험가액을 정한 때에는 그 가액은 사고발생시의 가액으로 정한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그 가액이 사고발생시의 가액을 현저하게 초과할 때에는 사고발생시의 가액을 보험가액으로 한다.”

    2.2. 약정보험가액의 취지

    상법 제670조가 약정보험가액에 대해 효력을 인정하는 취지는, “사고발생 후 보험가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목적물의 멸실 훼손으로 인하여 곤란한 점이 있고 이로 인하여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고 보험가액의 입증을 용이하게” 하는데 있다.2) 통설도 이와 같다.

    영국에서는 약정보험가액의 효력을 인정하는 취지를 좀 더 넓게 파악하고 있는데, 이를 보험계약자의 입장과 보험자의 입장으로 나누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보험계약자의 입장에서 약정보험가액이 있으면 ① 실제보험가액을 입증할 필요가 없고 ② 사고가 발생하면 실제보험가액보다 고액인 약정보험가액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받음으로써 멸실된 보험목적의 대체물을 취득하는데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거나 또는 멸실된 보험목적에 부가되어 있던 채무 등을 털어내기에 유용하다.3) ②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약정보험가액은 해당 보험목적의 가액으로 한정되지 않고 그에 관련하여 필요한 가액도 포함시키는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자의 입장에서 약정보험가액은 ③ 실제보험가액보다 고액인 것이 보통이므로 보험료 수입을 늘릴 수 있고 ④ 보험금 지급부담을 줄이는 기술적 장치로 활용할 수 있다.4) ④의 예로는 가령 해당 보험계약에 프랜차이즈 조항(franchise clause)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 조항은 약정보험가액의 일정 비율을 초과하는 손해액에 대해서만 보험자가 책임을 진다는 내용이어서, 약정보험가액이 높을수록 보험자의 보험금 지급부담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5)

    2.3. 약정보험가액의 요건

    약정보험가액으로 되기 위해서는 “보험계약의 체결 시에 보험금액을 보험가액으로 할 것을 합의”한 사실이 있어야 한다.6) 그리고 이러한 합의는 “명시적인 것이어야 하기는 하지만 반드시 보험증권에 협정보험가액 혹은 약정보험가액이라는 용어 등을 사용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당사자 사이에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된 제반 사정과 보험증권의 기재 내용 등을 통하여 당사자의 의사가 보험가액을 미리 합의하고 있는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7)

    판례는 상법 제670조가 약정보험가액이 실제보험가액을 현저하게 초과한 원인에 대하여 한정하고 있지 않다고 본다. 그리하여 약정보험가액이 실제보험가액을 현저하게 초과하는 이상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보험계약의 목적의 가액을 현저하게 초과하여 보험가액을 정함으로써 상법 제669조 제1항에 의하여 보험료와 보험금액의 감액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이거나, 보험자의 고의나 과실에 의하여 그와 같이 보험가액이 정하여진 경우에도 상법 제670조에 의하여 사고발생시의 가액을 보험가액으로 보아야 한다”고 해석한다.8)

    2.4. 약정보험가액의 효과

    상법 제670조 본문은 약정보험가액은 실제보험가액으로 정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약정보험가액에 대해 추정력을 부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상법 제670조 본문의 문리에 따르면 약정보험가액이 실제보험가액과 다르다는 것을 입증하면 위 추정은 번복될 수 있다.

    그런데 상법 제670조 단서는 약정보험가액이 실제보험가액을 현저하게 초과한 경우 실제보험가액을 보험가액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이 단서를 둔 이유는 이득금지의 원칙 때문이다(통설). 상법 제670조 단서로 인해서 약정보험가액이 실제보험가액을 현저히 초과한 경우에는 약정보험가액이 효력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상법 제670조 단서를 반대해석하면 약정보험가액이 실제보험가액을 현저하게 초과하지 않은 경우 약정보험가액이 보험가액으로 된다. 다만 이러한 반대해석은 상법 제670조 본문의 문리해석과 충돌할 여지가 있다. 상법 제670조 본문을 문리대로 해석하면 약정보험가액이 실제보험가액과 다르다는 것을 입증하면 추정이 번복되어 실제보험가액이 보험가액으로 된다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정보험가액의 취지를 감안한다면 상법 제670조 단서의 반대해석이 위 문리해석에 우선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약정보험가액은 실제보험가액을 현저하게 초과한 경우 추정적 효력만 있다. 즉 위와 같은 초과를 입증하면 추정이 번복되어서 실제보험가액이 보험가액으로 된다. 또한 약정보험가액이 실제보험가액을 현저하게 초과하지 않으면 확정적 효력이 있다. 이 경우는 약정보험가액이 실제보험가액을 초과한다는 것을 입증하더라도 약정보험계약이 보험가액으로 되는 것이다.

    약정보험가액이 실제보험가액을 현저히 초과하지 않는 한 확정적 효력이 있다고 해서, 상법 제670조를 확정적 효력을 부여하는 입법례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현저한 초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정보험가액을 보험가액으로 정하는 경우만을 그러한 입법례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3. 상법 제670조 단서의 현저한 초과에 대한 해석론

    상법 제670조 단서에 따르면, 약정보험가액이 실제보험가액을 현저하게 초과하면 후자를 보험가액을 한다. 여기에서 현저한 초과가 무엇을 가리키는지를 해석하는 것은 중요한 법적 과제이다.

    3.1. 학설

    현저한 초과의 해석에 관한 학설로는 다음이 있다. ① 객관적인 표준에 의한 거래의 통념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이 있다.9) ② 월등히 초과하는 등 매우 큰 차이로 해석하는 입장이 있다. 약정보험가액은 계약의 당사자가 동의한 것이고 보험자는 이를 기초로 해서 보험료를 산정하여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여 현저함을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고, 따라서 그 금액이 상도의라는 관점에서 용인될 수 없을 정도로 극히 고액인 경우에만 약정보험가액의 효력을 부인해야 한다는 견해,10) 사회에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월등히 초과하는 경우에만 현저한 초과가 인정된다는 견해11) 등이 그러하다.

    3.2. 판례

    대법원 2011.9.29. 선고 2011다41024에서, 계약체결 시에 피보험차량의 보험가액이 2,673만 원으로 약정되었는데 사고발생 시의 보험가액이 그 상급품 시세를 기준으로 해도 1,000만 원에 그친 경우 약정보험가액이 실제보험가액을 현저히 초과하였으므로 실제보험가액인 1,000만 원을 기준으로 보험자가 보상책임을 진다고 판시된 바 있다.

       4. 상법 제670조에 대한 개정론

    4.1. 현황

    상법 제670조에 대한 개정론은 약정보험가액에 대해 확정적 효력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보험가액의 평가가 공정하게 이루어졌다면 확정적 효력을 인정하고 약정보험가액이 사기 등의 방법으로 이루어진 경우라면 무효로 하자는 것이다.12) 약정보험가액에 확정적 효력을 부여하되, 사기 또는 고지의무위반 등은 예외라고 하는 견해도 있다.13) 이러한 개정론에 따라 상법 제670조를 개정한다면, 그 본문에서 추정을 간주로 변경하고 그 단서를 삭제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필요한 경우 사기 등에 대해서 예외를 두는 규정방식을 취하게 될 것이다.

    한편, 위와 같은 개정론에 찬성하지 않는 입장도 있다. 위 개정론은 보험계약의 보상계약성을 고려할 때 지나치다고 보는 견해가 그것이다.14) 상법 제670조 제1항 본문의 추정을 간주로 개정하되, 그 단서의 취지는 그대로 살리자는 견해도 있는데,15) 확정적 효력을 주자는 개정론에는 찬성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4.2. 개정론의 논거

    개정론의 논거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첫째, 사고발생시의 보험가액에 대한 당사자의 합의를 존중해야 하고, 실손보상의 원칙을 아주 엄격하게 관철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즉 약정보험가액의 취지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같이 사고발생 시의 보험가액의 평가기준을 마련해 둔 것이고, 오늘날 신가 보험도 이용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보험자가 사고발생 후 이를 다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16) 둘째, 약정보험가액의 취지가 사고발생시의 보험가액을 둘러싼 분쟁을 예방하자는 것인데, 추정적 효력을 부여하는데 그친다면 현저한 초과를 둘러싸고 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조장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17)

    1)대법원 1991.10.25. 선고 91다17429 판결.  2)대법원 2002.3.26. 선고 2001다6312 판결.  3)Bennet, The Law of Marine Insurance, 2nd ed, 2006, para 7.25, citing Lidgett v. Secretan (1871) LR 6 CP 616, Glafki Shipping Co SA v. Pinios Shipping Co (The Maria) (No.2) [1986] 2 Lloyd’s Rep 12 (HL).  4)Bennet, 앞의 책, para 7.25, citing General Shipping & Forwarding Co v. British General Insurance Co Ltd (1923) 15 Ll L Rep 175.  5)Bennet, 앞의 책, para 7.25.  6)대법원 2002.3.26. 선고 2001다6312 판결.  7)대법원 2003.4.25. 선고 2002다64520 판결.  8)대법원 2011.9.29. 선고 2011다41024 판결.  9)양승규, 「보험법」, 제5판, 2005, 202면. 박세민, 「보험법」, 제2판, 2013, 382면은 거래의 통념이나 사회적 통념에 따른다고 한다.  10)채이식, 「상법IV」, 2001, 132면; 김성태, 「보험법」, 2001, 394면.  11)최준선, 「보험법·해상법·항공운송법」, 제6판, 2012, 171면.  12)정희철, 「상법학원론(하)」, 1980, 70면; 양승규, 앞의 책, 202면; 정동윤, 「상법(하)」, 제3판, 2008, 572면; 정찬형, 「상법강의(하)」, 제12판, 2010, 604면; 김주동, “상법 제670조 기평가보험에 관한 고찰”, 「보험학회지」, 제63집, 2002, 222면.  13)장덕조, 「보험법」, 제2판, 2015, 217면.  14)채이식, 앞의 책, 132면.  15)최병규, “보험법상 약정보험가액에 대한 연구”, 「외법논집」, 제35권 제2호, 2011, 176면. 김은경, “보험가액의 법적 의미 구성”, 「동아법학」, 제54호, 2012도 확정적 효력의 도입에는 찬성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16)예를 들면 양승규, 앞의 책, 202-203면.  17)김주동, 앞의 논문, 220면.

    Ⅲ. 약정보험가액의 효력에 관한 주요 입법례

       1. 개관

    약정보험가액의 효력에 관한 외국의 주요 입법례를 검토하기로 한다. 주요 입법례는 아래에서 보는 같이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도박, 사기 또는 고지의무 위반 등을 제외하고 약정보험가액에 확정적 효력을 주는 방식이다. 2009년에 발간된 「유럽 보험계약법 원칙」(Principles of European Insurance Contract Law. 이하 “PEICL”이라고 한다)18)이 이 방식을 지지하는 법률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방식을 택한 주요 나라는 영국, 미국이다. 벨기에, 아일랜드, 이탈리아, 룩셈부르크도 마찬가지이다.19)

    둘째, 약정보험가액과 실제보험가액 사이에 현저한 차이가 있으면 후자를 기준으로 보험가액을 정하는 방식이다. 이를 취하는 주요 국가로는 우리나라, 독일, 일본 등이 있다. 오스트리아, 스페인도 그러하다.20)

    셋째, 보험가액을 약정하면 실제보험가액에 대한 입증책임이 보험자에게 전환되는 효력을 인정하는 방식도 있다. 프랑스, 덴마크, 스위스 등이 이 방식을 취한다.21) 이 방식 하에서는 보험자가 입증하기만 하면 언제나 실제보험가액이 보험가액으로 된다. 이 방식은 약정보험가액의 효력을 가장 약하게 인정하는 것으로서, 본 논문의 논의 방향과 다르므로 이하에서 더 이상 다루지 않기로 한다.

       2. 도박, 사기 또는 고지의무 위반 등을 제외하고 확정적 효력을 주는 방식

    2.1. PEICL

    PEICL은 유럽 보험계약법의 원칙으로서 약정보험가액에 관한 법리를 다음과 같이 제안하였다. 즉 Article 8:101에 의하면, (1) 보험자는 피보험자가 실제로 입은 손실 이상을 보상할 의무가 없고, (2) 약정보험가액은 약정 당시에 사기나 부실고지가 없었다면 유효하다.

    Article 8:101은 보험계약의 당사자가 실손보상의 원칙에서 벗어나 약정보험가액을 맺을 수 있도록 한 것이고, 약정보험가액이 실제보험가액을 넘어서도 구속력이 있다는 것을 규정한 것이다.22) 다만 약정보험가액에 관한 당사자 의사에 흠결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는 약정보험가액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한 흠결이 있는 경우로는 약정보험가액에 관한 현저한 착오가 있는 경우, 물건의 가액이 중요사항이고 이에 관한 부실고지나 불고지가 있는 경우, 사기에 의해 보험가액이 약정된 경우 등이 있다.23)

    약정보험가액은 보험가액의 변동가능성이 상당하거나, 보험가액의 산정 자체가 논란거리에 해당하는 경우, 실제 손실을 측정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 등에서 이용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24)

    이상의 PEICL의 제안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영국법을 모델로 하여 작성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2.2. 영국

    2.2.1. 원칙

    약정보험가액에 관한 영국 판례법은 18세기 이후에 확립되었다. Lewis v. Rucker25)에서 만스필드(Mansfield) 판사가 약정보험가액이 원칙적으로 당사자를 구속하는 확정적(conclusive) 효력을 갖는다고 판시한 것이 효시이다. 당시 확정적 효력을 인정한 판례는 대개 해상보험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확정적 효력에 관한 판례법은 1906년 해상보험법(The Marine Insurance Act)이 제정되면서 제27조 제3항으로 성문화되었다. 약정보험가액의 확정적 효력에 관한 판례는 대개 해상보험에 관한 것이지만, 非해상보험에도 확정적 효력이 적용된다는 점에 대해서 異論이 없다.

    2.2.2. 예외들

    약정보험가액이 확정적 효력을 갖는다는 것이 원칙이나 다양한 예외도 있다. 즉 약정보험가액이 실제보험가액에 비해 지나치게 고액인 것이 ① 도박에 해당하거나 ② 사기에 해당하거나 또는 ③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하는 경우에 약정보험가액의 확정적 효력은 상실된다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 판례와 학설26)이 일치하고 있다. 1906년 해상보험법 제27조 제3항도 동법에 다른 규정이 있거나 사기의 경우에는 약정보험가액의 확정적 효력이 부인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법에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로 제4조와 제18조를 들 수 있다. 즉 제4조에 의하면, 도박에 해당하는 모든 해상보험계약은 무효이다. 또한 제18조에 의하면, 보험계약자는 중요사항을 고지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위반한 경우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이상의 예외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보기로 한다.

    2.2.2.1. 도박

    한때는 모든 기평가보험이 도박(wager)에 해당하는 것으로 여겨진 적도 있다고 한다.27) 실제보험가액보다 고액인 약정보험가액으로 인해 피보험자가 인위적 사고를 일으킬 유인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28) 하지만 그 이후 피보험자가 해당 보험목적에 피보험이익이 전혀 없거나 약정보험가액과 실제보험가액 사이에 엄청난 불균형(enormous disproportion)이 있는 경우에만 도박이 인정될 수 있는 것으로 변화되었다고 한다.29)

    약정보험가액이 실제보험가액보다 지나치게 높으면 도박으로서 무효로 될 수 있다는 것이 현재의 판례법이다.30) 하지만 약정보험가액이 실제보험가액을 어느 정도 초과해야 도박으로 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설시한 판례는 발견하기 어렵다. 그저 판례로부터 어렴풋이 짐작해 볼 수 있을 뿐이다. Lewis v. Rucker31)에서 만스필드(Mansfield) 판사는 약정보험가액이 2,000 파운드이지만 피보험자가 가진 피보험이익이 겨우 선박의 밧줄(cable)에 불과한 경우라면 도박에 해당해서 무효라고 판시한 바 있다.32) 약정보험가액이 도박으로 되기 위해서는 시장가격에 비해 월등히 높아서 해당 보험계약이 완전히 엉터리(sham)라고 할 수 있는 경우에만 인정될 수 있다고 한 판례도 있다.33) 약정보험가액이 도박, 즉 순전한 투기(pure speculation)로 되기 위해서는 실제보험가액을 그냥 초과해서는 안 되고 월등하게 초과해야 한다고 한 판례도 있다.34)

    2.2.2.2. 사기

    보험계약자의 기망에 의해 보험가액이 지나치게 초과평가 되고 이에 기해서 보험자가 보험가액을 약정한 경우가 사기에 의한 약정보험가액의 문제이다. 사기에 의한 약정보험가액에 관한 판결은 매우 드물다. 지금까지 사실상 유일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는 Haigh v. De la Cour35)가 있다.36) 여기서는 선박에 적재된 물품의 실제보험가액이 1,400 파운드에 불과하였지만 보험가액이 5,000 파운드로 약정된 바 있다. 그런데 보험계약자가 영수증과 선하증권을 허위로 작성하여 물품의 가액을 지나치게 부풀렸고 이에 기초해서 보험자가 약정보험가액에 동의했던 것이다. 이것은 사기에 의한 약정보험가액에 해당하고 따라서 이 보험계약은 무효라고 판시되었다.

    2.2.2.3. 고지의무 위반

    영국법상 실제보험가액보다 지나치게 높은 약정보험가액은 고지의무의 대상이다. 고지의무 위반은 도박이나 사기에 비해 요건이 덜 엄격하다. 약정보험가액이 도박으로 되기 위해서는 실제보험가액과의 차이가 엄청날 정도일 것이 요구되지만 고지의무 위반이 되기 위해서는 그런 정도의 차이는 요구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37) 또한 약정보험가액이 사기로 되기 위해서는 보험계약자의 사기 의사, 기망행위 등의 요건들이 충족되어야 하지만, 고지의무 위반에는 그러한 요건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38) 요컨대 고지의무 위반을 입증하는 것은 도박이나 사기보다 비교적 용이한 것이며, 따라서 보험자는 고지의무 위반을 원용하는 경향이 훨씬 강하다고 한다.39) 영국 보험계약법 하에서는 보험계약자가 자신이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중요사항에 대해 고지의무를 진다.40)

    지나친 초과평가가 고지의무의 대상인 중요사항으로 되는 근거는 무엇인가. Thames41) 사건에서 대법원은 약정보험가액이 지나치게 초과평가 되면 보험사고의 발생으로 손해액을 넘어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피보험자의 입장에서는 보험목적의 안전을 돌볼 유인(incentive)이 감소할 수 있으므로 초과평가는 고지의무의 대상인 중요사항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중요사항으로 되는 지나친 초과평가의 기준은 무엇인가. The Grecia Express에서 일심법원은 초과평가를 정당화 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경제적 이유(reasonable commercial grounds)가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판시하였다. 이런 이유가 있다면 약정보험가액과 실제보험가액 사이의 금액 차이가 크더라도 중요사항으로 되지 않는다. 이것은 약정보험가액과 실제보험가액 사이의 금액 차이를 절대적 기준(가령 2배 또는 3배)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거래별로 특수성을 고려하여 평가한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고지의무 위반이 문제된 사건들을 보자. Ionides v. Pender42)에서는 원가(cost price)가 8,000 파운드인 물품의 약정보험가액이 16,500 파운드였고, 원가 973 파운드인 증류주(spirits)의 약정보험가액이 2,800 파운드였던 사건이다. 보험계약자는 증류주의 수익성이 높고 고율의 수입관세가 부과된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며 지나친 초과평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심법원은 이런 초과평가는 고지될 중요사항이라고 판시했다. The Grecia Express 사건43)은 실제보험가액이 4백만 달러인 페리선박의 보험가액을 6백만 달러로 약정했다가 이후에 8백만 달러로 증액한 사건이다. 일심법원은 이 선박이 연간 2백5십만 달러의 수익이 예상되고 시즌이 시작할 때 선박이 멸실되면 대체선박의 구입을 위해서 할증가격이 지불되어야 한다는 점을 근거로 해서 위 초과평가가 중요사항이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2.3. 미국

    미국에서 기평가보험은 비해상보험에서 부동산, 동산, 그리고 해상보험에서 선박, 적하 등을 대상으로 이용되고 있다. 미국의 대다수의 주에서 약정보험가액이 확정적 효력을 갖는다고 한다.44) 가령 미주리(Missouri) 주를 보면, 보험법 제379.140조에 의해 약정보험가액이 확정적 효력을 갖는다. 19세기 이후 이와 같은 성문법이 제정되어 시행된 배경으로 당시 보험자가 보험료 수입의 증대를 노리고 실제보험가액에 비해 과도한 보험가액을 약정하는 경우가 흔했다는 점이 작용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 입법자가 보험자로 하여금 약정보험가액을 기준으로 보상책임을 지게 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보험자가 보험계약의 체결 시에 보험가액을 조사하고 이에 기초해서 보험료와 보험가액을 약정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이다.45) 하지만 이러한 취지와 달리 보험가액의 조사에 비용이 상당히 드는 경우 조사를 생략하고 보험가액을 약정함으로써 약정보험가액이 실제보험가액을 현저히 초과하여 인위적 사고와 같은 도덕적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46)

    위와 같이 확정적 효력을 주는 것에는 일정한 예외가 있다. 즉 사기 또는 부실고지 또는 공모(collusion)의 경우는 약정보험가액의 확정적 효력을 부인한다.47) 다만 부실고지라도 사기적 또는 의도적(fraudulent or intentional)인 경우에만 확정적 효력을 부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48)

       3. 현저한 초과가 있으면 실제보험가액을 보험가액으로 하는 방식

    3.1. 독일

    보험계약법(Gezetz über den Versicherungsvertrag) 제76조가 약정보험가액에 대해 규정한다. 이에 의하면, 보험가액은 합의를 통해 일정한 금액으로 정할 수 있고(제1문), 약정보험가액은 사고발생시의 실제보험가액을 현저하게 초과하지 않는 한 피보험이익의 사고발생시의 가액으로 한다(제2문). 보험계약법 제76조는 2007년 개정 이전의 舊보험계약법 제57조와 내용이 같다.49)

    보험계약법 제76조 제2문의 반대해석에 의하면, 약정보험가액이 실제보험가액을 현저하게 초과하게 되면 실제보험가액이 보험가액으로 된다. 따라서 현저한 초과가 무엇인지에 대한 해석이 중요하다. 이에 관해 지배적인 견해는 약정보험가액이 실제보험가액을 10% 이상 초과하면 현저한 초과라고 해석한다.50) 한편 연방최고재판소는 10%라는 고정된 기준을 거부하고, 이보다는 보험의 기술과 목적, 그리고 계약 당사자가 보험가액을 약정하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현저한 초과를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다.51)

    3.2. 일본

    保險法 제18조 제1항에 의하면, 손해보험계약에 의해 보상할 손해액은 손해가 생긴 장소 및 때에 있어서의 가액에 의해 산정한다. 동조 제2항에 의하면, 약정보험가액이 있으면 보상할 손해액은 해당 약정보험가액에 의해 산정한다. 다만 해당 약정보험가액이 보험가액을 현저하게 초과하는 때에는 보상할 손해액은 해당 보험가액에 의해 산정한다.

    한편 2008년에 보험법이 제정되기 이전에 시행되던 구상법 제639조는 보험계약의 당사자가 계약체결 시에 보험가액을 약정할 경우 이를 손해액 산정의 기초로 하고, 다만 약정보험가액이 사고발생 시의 보험가액을 현저히 초과하는 경우 보험자가 이를 입증하면 보상액을 삭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보험법 제18조는 구상법 제639조의 내용을 좀 더 명확하게 했을 뿐 실질적 내용 변화는 없다고 평가된다.52)

    참고할 만한 것은, 보험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제18조 제2항 단서를 두지 말자는 논의가 있었다는 점이다. 제18조 제2항 단서를 두지 않게 되면, 약정보험가액은 확정적 효력을 얻게 된다. 단서의 폐지론은 보험자가 보험계약자의 사기 또는 착오를 이유로 해서 약정보험가액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점을 논거로 하였지만, 결국 기존처럼 유지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53)

    18)The Drafting Committee(Jürgen Basedow, John Birds, Malcolm Clarke, Herman Cousy, Helmut Heiss in co-operation with Leander D. Loacker) ed., Principles of European Insurance Contract Law(PEICL), Sellier, 2009. PEICL은 2009년 “유럽보험계약법의 재구성”(Restatement of European Insurance Contract Law)을 위한 프로젝트 그룹에 의해 출간되었다.  19)PEICL, 위의 책, p. 235.  20)PEICL, 위의 책, p. 235.  21)PEICL, 위의 책, p. 235.  22)PEICL, 위의 책, p. 234.  23)PEICL, 위의 책, p. 234.  24)PEICL, 위의 책, p. 234.  25)(1761) 2 Burr 1167. Haigh v. De la Cour (1812) 3 Camp 319도 확정적 효력을 인정했던 초기 판례이다.  26)가령 Clarke, The Law of Insurance Contracts, 6th ed, Informa, 2009, para 28-7A. Clarke 교수는 착오(mistake)에 의한 초과평가도 예외로 들고 있다.  27)Gilman et al, Arnould : Law of Marine Insurance and Average, 18th ed, Sweet & Maxwell, 2008, paras 11-17.  28)Ibid.  29)Ibid.  30)이러한 판례로는 Lewis v. Rucker (1761) 2 Burr 1167; Lidgett v. Secretan (1871) LR 6 CP 616 등이 있다.  31)(1761) 2 Burr 1167.  32)판결 당시인 1761년에 2,000 파운드의 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높았을 것이다.  33)Gilman et al, 앞의 책, paras 12-17, citing Glafki Shipping Co SA v. Pinios Shipping Co (The Maria) (No.2) [1984] 1 Lloyd’s Rep 660.  34)Bennet, 앞의 책, para 7.42, citing Ionides v. Pender (1874) LR 9 QB 531.  35)(1812) 3 Camp 319.  36)The Game Boy 사건도 사기에 의한 약정보험가액에 관련된 것으로 인용하는 문헌이 있다(Bennet, 앞의 책, para 7-39). 하지만 이는 엄밀한 의미에서 사기에 의한 약정보험가액은 아니므로 여기에서 기술하지 않는다. The Game Boy 사건에서는 보험계약자가 보험목적에 대해 지나친 초과평가를 했지만 계약체결 단계에서 허위의 문서 제출과 같은 기망적 수단은 사용하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에서 법원은 이 초과평가를 고지의무의 문제로 접근하였다. 다만 보험계약자는 보험사고의 발생 후 보험금 청구단계에서 허위의 문서를 보험자에게 제출하였는데, 이것은 사기에 의한 약정보험가액이라기보다 사기적 보험금청구(fraudulent claim)의 문제라고 할 것이다.  37)Bennet, 앞의 책, para 7.40, citing Ionides v. Pender (1874) LR 9 QB 531.  38)위의 책, para 7.40.  39)위의 책, para 7.40  40)위의 책, para 7.40.  41)[1911] AC 529.  42)(1874) LR 9 QB 531.  43)Strive Shipping Corp v. Hellenic Mutual War Risks Association (Bermuda) Ltd (The Grecia Express) [2002] EWHC 203 (Comm).  44)44 Am. Jur. 2d Insurance, 2015, Westlaw, §1508, citing Britton v. Farmers Ins. Group (Truck Ins. Exchange), 721 P.2d 303 (1986); Nichols v. Hartford Fire Ins. Co., 403 NYS 2d 335 (1978); McGlone v. Midwestern Group, 573 NE 2d 92 (1991). 또한 Keeton/Widiss, Insurance Law, West, 1988, § 3.12.  45)Gamel v. Cont'l Ins. Co., 463 SW 2d 590 (1971); Daggs v. Orient Ins Co of Hartford, 38 SW 85 (1896). 또한 Keeton/Widiss, op cit, §3.12(a)(1).  46)Keeton/Widiss, op cit, §3.12(a)(1).  47)DeWitt v. Am. Family Mut Ins Co, 667 SW 2d 700 (1984). Eckerd v. Country Mut. Ins Co, 289 SW 3d 738 (2009).  48)Eckerd v. Country Mut. Ins Co, 289 SW 3d 738 (2009).  49)독일법에서 약정보험가액에 관한 자세한 논의는 최병규, 앞의 논문, 165-180면; 김은경, 앞의 논문, 631-659면을 참조.  50)Wandt, Versicherungsrecht, 4.Auflage, Carl Heymanns Verlag, 2009, Rn. 726.  51)BGHZ 147, 212 = VersR 2001, 749. 이 판결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최병규, 앞의 논문, 174-176면 참조.  52)大串淳子/日本生命保険生命保険硏究会, 「保險法」, 2008, 弘文堂, 223頁.  53)위의 책, 223頁.

    Ⅳ. 입법례에 대한 비교 검토

       1. 개관

    전술한 바와 같이 약정보험가액의 효력과 관련해서 주요 입법례가 ① 도박, 사기 또는 고지의무 위반 등을 제외하고 확정적 효력을 주는 방식(이하 “확정적 효력 방식”이라고 함), ② 현저한 초과가 있으면 실제보험가액을 보험가액으로 하는 방식(이하 “현저한 초과 방식”이라고 함)으로 나뉘고 있다.

    확정적 효력 방식은 약정보험가액이 실제보험가액을 현저하게 초과해도 보험자가 약정보험가액대로 보상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다. 그리고 예외적으로 도박, 사기 또는 고지의무 위반 등에 해당하는 현저한 초과가 있으면 보험자가 보상책임을 면할 수 있다. 확정적 효력 방식은 약정보험가액이 실제보험가액을 현저히 초과함으로써 손해보험의 이득금지 원칙을 훼손하는 문제를 위와 같은 예외를 통해서 규율하는 것이다. 도박, 사기 또는 고지의무 위반 등에 해당하는지는 주로 보험계약의 체결 시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주관적 인식(고의 또는 중과실)을 요건으로 한다는 점에서 사전적 주관적 규율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전적 주관적 규율방식이 확정적 효력 방식에만 적용되는 특유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도박, 사기 또는 고지의무 위반 등은 보험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일반적 요건이라는 점에서, 현저한 초과 방식을 취하더라도 그 적용이 배제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저한 초과 방식은 위와 같은 사전적 주관적 규율방식 이외에 사후적 객관적 규율방식도 포함한다. 현저한 초과 방식은 보험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실제보험가액을 조사하여 현저한 초과가 있으면 약정보험가액의 효력을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사후적 규율방식이고, 현저한 초과를 알고 있었는지에 관한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주관적 인식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객관적 규율방식인 것이다. 사후적 객관적 규율방식까지 포괄하는 현저한 초과 방식은 확정적 효력 방식에 비해 훨씬 엄격한 규율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하에서는 확정적 효력 방식과 현저한 초과 방식의 장단점을 비교해 보고,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다만 양자를 비교함에 있어서는 두 가지 전제를 달고자 한다. 첫째, 도박, 사기 또는 고지의무 위반 등과 같은 사전적 주관적 규율방식에 관한 부분은 비교하지 않는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이는 확정적 효력 방식과 현저한 초과 방식에 공통된 것이므로 비교의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저한 초과와 관련하여 사후적 객관적 규율방식을 취하는 것의 장단점을 주요 비교대상으로 삼는다. 둘째, 확정적 효력 방식과 현저한 초과 방식 중 어느 것이 이득금지의 원칙에 부합하는지 여부는 비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양자 중 어느 것을 따르더라도 약정보험가액이 이득금지 원칙에 대한 예외라는 점에 대해서는 부인하기 어렵고 다만 원칙에서 벗어나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인데, 정도의 차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상으로 장단점을 논의하는 것은 실익이 적다고 보아야 때문이다. 만약 이득금지의 원칙에서 심하게 벗어나는 경우가 있다면 이는 도박의 문제로 처리하면 될 것이다.

       2. 장단점 비교

    2.1. 확정적 효력 방식

    확정적 효력 방식은 약정보험가액에 대해 보험가액으로서 확정적 효력을 주는 방식이다.

    장점은 다음과 같다. ① 보험료, 약정보험가액, 보상책임이 일치한다. 보험료는 약정보험가액을 기준으로 산정되고, 보상책임도 약정보험가액을 기준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보험료는 약정보험가액을 기준으로 산정되면서 현저한 초과를 이유로 실제보험가액을 기준으로 보상책임이 정해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② 약정보험가액의 취지에 잘 부합한다. 약정보험가액을 허용하는 취지는 사고발생 시에 보험가액을 산정하게 되면 보험목적의 멸실 또는 훼손으로 인해 입증이 곤란하여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많아 이를 방지함에 있는데, 약정보험가액에 확정적 효력을 주게 되면 위 취지가 확연하게 살아날 수 있다.

    단점은 다음과 같다. ① 계약체결 시에 시가조사에 관한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확정적 효력을 인정하게 되면, 보험자는 계약체결 시에 보험목적의 시가를 조사하고 이에 기초해서 보험가액을 약정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상당한 비용(감정비용 등을 포함)과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다만 조사를 하지 않고도 시가를 정할 수 있는 기준이 있는 경우(가령 적하보험에서 해당 적하에 대한 상업송장)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② 계약체결 시에 시가조사가 요구되는 경우임에도 비용과 시간 때문에 조사를 생략한 채 보험가액을 약정한다면 도덕적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시가조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생략한 채 보험가액을 약정하면 약정보험가액이 실제보험가액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고 그만큼 이득을 노린 인위적 보험사고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③ 계약체결 시에는 실제보험가액에 근접하게 보험가액을 약정했다고 해도 실제보험가액이 보험기간 중에 현저히 하락한 경우는 약정보험가액이 실제보험가액을 현저하게 초과할 수 있는데 이 때 도덕적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2.2. 현저한 초과 방식

    현저한 초과 방식은 약정보험가액이 실제보험가액을 현저하게 초과하면 실제보험가액을 보험가액으로 하는 방식이다.

    장점은 다음과 같다. ① 도덕적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약정보험가액이 실제보험가액을 현저히 초과하면 실제보험가액을 기준으로 보상책임이 정해지기 때문에, 초과 부분에 대한 이득을 노린 인위적 보험사고의 가능성이 낮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사후적 객관적 규율방식이 갖는 최대 장점이다. 다만 도덕적 위험에 대한 통제 수준은 현저한 초과를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저한 초과를 작은 초과로 해석하면 할수록 도덕적 위험은 낮아지지만, 반대로 큰 초과로 해석하면 할수록 도덕적 위험은 높아질 수 있다. ② 시가조사에 드는 비용 및 시간 면에서 확정적 효력 방식보다 경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확정적 효력 방식 하에서는 보험자가 계약체결 시에는 시가조사를 하지 않고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비로소 시가조사를 해도 무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경제성도 현저한 초과를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저한 초과를 작은 초과로 해석하면 할수록 경제성은 높아지지만, 반대로 큰 초과로 해석하면 할수록 경제성은 낮아질 수 있다.

    단점은 다음과 같다. ① 보험료, 약정보험가액, 보상책임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보험료는 약정보험가액을 기준으로 산정되지만 약정보험가액이 실제보험가액을 현저히 초과하면 보상책임은 실제보험가액을 기준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일치를 줄이기 위한 목적에서 현저한 초과를 가급적 큰 초과라고 해석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은 현저한 초과 방식의 장점을 상쇄시키는 부정적 효과도 생길 수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현저한 초과를 큰 초과로 해석하면 할수록 현저한 초과 방식의 장점인 도덕적 위험의 감소와 경제성의 증가가 희석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② 사후적 객관적 규율방식을 통해 현저한 초과를 통제하는 것은 보험계약관계의 안정이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현저한 초과 방식은 보험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실제보험가액을 조사하여 사후적으로 약정보험가액의 효력을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사후적 규율방식이고, 현저한 초과를 알고 있었는지에 관한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주관적 인식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객관적 규율방식이다. 사후적 객관적 규율방식이 현저한 초과를 통제하는 데는 강력한 효과를 보일 수 있지만, 이러한 효과는 계약 당사자가 약정한 보험가액의 효력을 사후적 객관적으로 부인함으로써 보험계약관계의 안정이나 신뢰를 희생하면서 얻는 결과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③ 현저한 초과라는 기준의 적용 또는 해석을 둘러싸고 계약 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생길 수 있다. 현저한 초과라는 기준은 그 성질상 계약 당사자에게 분명하게 와 닿지 않는다. 우리 학설이 불가피하게 추상적 개념(가령 “거래관념”, “월등하게” 등)을 빌려서 현저한 초과가 무엇인지를 해석하는 것도 바로 그런 성질 때문이다.

    Ⅴ. 우리 상법 제670조의 개정을 위한 제언

       1. 입법정책의 문제

    약정보험가액에 대해 어떤 효력을 부여할 것인지는 입법정책의 문제이다. 이상의 비교 검토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확정적 효력 방식과 현저한 초과 방식은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논리 필연적으로 또는 관념적으로 어느 방식이 우월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약정보험가액에 관한 입법정책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보험가액의 약정에 관한 보험실무의 현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확정적 효력 방식과 현저한 초과 방식의 각 장단점은 보험실무의 현황에 의해서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보험실무의 현황에 따라서 장점이 부각될 수도 있고 단점이 부각될 수도 있다. 또한 보험실무는 국가에 따라 시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하에서는 약정보험가액에 관한 우리나라의 보험실무 현황을 살펴보고, 이에 비추어 확정적 효력 방식과 현저한 초과 방식 중 어느 것이 적합한지를 제언하기로 한다.

       2. 우리나라의 보험실무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정보험가액은 주로 해상보험에서 이용되고, 非해상보험에서는 제한적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먼저 우리나라의 해상보험에서 약정보험가액의 실무현황을 본다. 보험자는 선박과 관련하여 제3자에게 시가 감정을 의뢰하거나, 보험계약자로 하여금 선박 구입서류를 제출하게 하거나, 또는 동종유사 선박의 가액이 있는 경우 이와 비교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서 시가를 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보험계약자와 보험가액을 약정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단지 보험계약자가 진술하는 일방적 시가 평가에 의존하여 선박의 보험가액을 약정하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적하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계약자로 하여금 상업송장(commercial invoice)을 제출하게 하는 방법을 통해서 시가를 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보험가액을 약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상과 같은 해상보험 실무 하에서는 객관적인 시가기준에 기초해서 보험가액이 약정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보험계약자가 제공하는 선박의 매매서류나 상업송장이 위조되거나 변조되는 경우라면 객관적 시가기준에 기초한다고 말하기 어렵겠지만 이것은 사기의 문제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우리나라의 非해상보험에서 약정보험가액의 실무현황을 본다. 첫째, “협정보험가액 특별약관” 하에서 보험가액이 약정되는 경우가 있다. 이 약관이 적용되는 보험목적으로는, ① 글·그림, 골동품, 조각물 및 기타 이와 비슷한 것, ② 원고, 설계서, 도안, 물건의 원본, 모형, 증서, 장부 및 기타 이와 비슷한 것 등이 있다. 이러한 보험목적들은 그 성질상 일반인들이 시가를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로 전문적 감정인의 감정의견에 따라서 보험가액을 약정하게 된다. 둘째, 자동차보험표준약관 제21조 하에서 보험가액이 약정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자기차량손해와 관련하여 자기차량의 보험가액을 약정하는 것이다. 이 조항에 의하면, “‘보험가액’이라 함은 보험개발원이 정한 차량기준가액표에 따라 보험계약을 맺었을 때에는 사고발생 당시 보험개발원이 정한 최근의 차량기준가액을 말합니다. 그러나 위 차량기준가액이 없거나 이와 다른 가액으로 보험계약을 맺었을 경우 보험증권에 기재된 가액이 손해가 생긴 곳과 때의 가액을 현저하게 초과할 때에는 그 손해가 생긴 곳과 때의 가액을 보험가액으로 합니다.” 이 조항의 단서에 따라 보험가액을 약정할 수 있는데, 이것은 클래식 카 등을 염두에 둔 것이나 실제로 이용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클래식 카를 대상으로 약정보험가액을 체결하는 경우라도 해당 차량의 구입서류, 동종유사 차량의 가액 등을 고려해서 정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비해상보험 실무 하에서도 객관적인 시가기준에 기초해서 보험가액이 약정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우리나라에서는 확정적 효력을 주도록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함

    이상의 우리나라 보험실무에 비추어 보면 보험가액을 약정하는 경우 객관적인 시가기준에 기초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보험계약자의 일방적 진술에 기초해서 보험가액을 정하기 때문에 약정보험가액이 실제보험가액을 현저히 초과할 위험은 극히 낮은 상황으로 보인다. 전술한 바와 같이 미국에서는 비용·시간 부담 때문에 시가조사를 하지 않는 채 도덕적 위험을 방치하는 현상이 일부 있다고 하는데, 현재의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현상을 찾아보기 어렵다.

    위와 같은 보험실무 하에서 현저한 초과 방식을 취하면 장점보다는 단점이 부각될 수 있다. 현저한 초과 방식은 보험계약의 체결 시에 시가조사에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으며 그 결과 발생할 수 있는 현저한 초과에 대해서는 사후적 객관적 규율방식을 통해서 도덕적 위험을 통제한다는 데에 장점이 있다. 하지만 우리 보험실무는 시가조사의 비용과 시간 절약을 위해 보험계약자의 일방적 진술에 의존하기보다는 객관적 시가기준에 의해 보험가액을 약정하고 있으며 사후적 객관적 규율방식을 통한 통제가 필요할 정도로 현저한 초과가 발생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현저한 초과 방식의 장점이 잘 드러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현저한 초과 방식을 관철하게 되면, 보험료, 약정보험가액, 보상책임이 불일치하는 문제, 사후적 객관적 규율방식으로 인해 보험계약관계의 안정이나 신뢰를 훼손하는 문제, 현저한 초과라는 기준의 적용 또는 해석을 둘러싸고 계약 당사자의 분쟁이 생기는 문제 등과 같은 단점이 크게 부각될 수 있다.

    오히려 확정적 효력 방식을 취하면 단점보다는 장점이 부각될 수 있다. 확정적 효력 방식의 장점은 보험료, 약정보험가액, 보상책임이 일치한다는 점과 약정보험가액의 취지에 잘 부합한다는 점이다. 단점으로는, 계약체결 시에 시가조사에 관한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가령 제3자에 의한 감정의 경우)이 있다. 우리 보험실무 하에서는 상당한 비용과 기간을 들이지 않고도 시가를 정할 수 있는 기준이 활용되는 경우(가령 적하보험에서 해당 적하에 대한 상업송장)가 적지 않은데, 이 경우는 위 단점이 희석될 수 있다. 또한 계약체결 시에 시가조사가 요구되는 경우임에도 비용과 시간 때문에 조사를 하지 않고 보험가액을 약정함으로써 도덕적 위험이 높아지는 단점(미국에서 두드러짐)은 우리나라 보험실무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실제보험가액이 보험기간 중에 현저히 하락하면 약정보험가액이 실제보험가액을 현저하게 초과할 수 있다는 문제는 우리 보험실무 하에서도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것은 아래에서 별도로 보기로 한다.

    보험계약 당시에 객관적인 시가기준에 기초해서 보험가액을 약정했지만 보험기간 중에 실제보험가액이 크게 하락한 경우가 해상보험에서는 특별히 문제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해상보험에는 보험가액불변경주의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즉 선박보험에서는 보험자의 책임개시 시점을 기준으로 보험가액을 정하고(상법 제696조), 적하보험에서는 선적 시점을 기준으로 보험가액을 정하기 때문에(상법 제698조), 보험기간 중에 실제보험가액의 하락은 보험가액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문제는 非해상보험의 경우이다. 현재 우리 非해상보험실무상 부보되는 보험목적은 그림, 골동품과 같이 실제보험가액을 산정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실제보험가액의 하락을 따지는 것 자체가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 설령 실제보험가액의 하락을 따지는 것이 용이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실제보험가액의 현저한 하락 시에 당사자가 보험료와 약정보험가액을 감액할 수 있다는 약관조항을 둘 수 있도록 하여 사적 자치에 맡기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사정변경을 감안한 것이다.

    Ⅵ. 마치며

    이상에서 약정보험가액의 효력에 관해 주요 입법례가 취하는 두 가지 방식(확정적 효력 방식, 현저한 차이 방식)을 비교 검토한 결과 각 방식은 나름대로의 장단점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확정적 효력 방식은 약정보험가액에 대해 보험가액으로서 확정적 효력을 주는 방식이다.

    확정적 효력 방식의 장점으로는, 보험료, 약정보험가액, 보상책임이 일치한다는 점, 약정보험가액의 취지에 잘 부합한다는 점이 있다. 단점으로는, 계약체결 시에 시가조사에 관한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 계약체결 시에 시가조사가 요구되는 경우임에도 비용과 시간 때문에 조사를 생략한 채 보험가액을 약정한다면 도덕적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 계약체결 시에는 실제보험가액에 근접하게 보험가액을 약정했다고 해도 실제보험가액이 보험기간 중에 현저히 하락한 경우는 약정보험가액이 실제보험가액을 현저하게 초과할 수 있는데 이때 도덕적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 있다.

    현저한 초과 방식은 약정보험가액이 실제보험가액을 현저하게 초과하면 실제보험가액을 보험가액으로 하는 방식이다. 현저한 초과 방식의 장점으로는, 도덕적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시가조사에 드는 비용 및 시간 면에서 경제적이라는 점이 있다. 그리고 단점으로는, 보험료, 약정보험가액, 보상책임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사후적 객관적 규율방식을 통해 현저한 초과를 통제하는 것은 보험계약관계의 안정이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 현저한 초과라는 기준의 적용 또는 해석을 둘러싸고 계약 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생길 수 있다는 점 등이 있다.

    확정적 효력 방식과 현저한 초과 방식은 위와 같이 각각 장단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서 우리의 보험실무를 고려해서 정해야 할 입법정책의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보험실무를 보면 보험가액을 약정하면서 객관적인 시가기준에 기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보험실무 하에서는 현저한 초과 방식을 취하면 장점보다는 단점이 부각되고 확정적 효력 방식을 취하면 단점보다 장점이 부각된다고 평가된다. 우리 보험실무 하에서는 현저한 초과 방식의 단점 중에서 사후적 객관적 규율방식으로 인해 보험계약관계의 안정이나 신뢰를 훼손하는 문제를 특히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상법 제670조는 약정보험가액에 대해 확정적 효력을 주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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