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xtension du consensus de Berlin en Europe et le retour du gouvernement socialiste en France

유럽연합(EU)에서의 베를린 컨센서스의 확장과 프랑스 사회당 정권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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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STRACT

    Dans les années 1990, on avait baptisé la politique économique des Etats-Unis le consensus de Washington. C’était une formule qui reposait sur la foi dans le système démocratique, l’ouverture des marchés, le démantèlement des monopoles nationaux, le recul des corporatismes, l’ouverture aux capitaux étrangers désireux de s’investir et de créer des emplois. Avec l’adoption de ce cocktail gagnant, l’Amérique latine s’est engagée durablement sur la voie de la démocratie et de la prospérité, provoquant la colère de peuple isolé et de la class ouvrière. Aujourd’hui, c’est au tour du consensus de Péking. Cela est un terme décrivant la diplomatie et le modèle de développement proposé par la Chine populaire, en particulier auprès des pays en voie de développement, notamment en Afrique. De son côté, l’approche diplomatique chinoise prête une grande estime à la non ingérence (indépendance pour les affaires internes) de tout pays, ainsi qu’un développement «à la chinoise» : structurel (chemins de fer, ports, barrages, etc) et économique d’abord (industrie, mines, pétrole), puis éventuellement civique. A partir de maintenant, ce sera au tour de l’Europe de se voir proposer un consensus de Berlin, celui defendu par l’Allemagne. A entendre de nombreux commentateurs, pas seulement a gauche, ce serait un diktat. Berlin ose reclamer que les economies nationales du continent stimulent leur productivite, que l’inflation soit surveillee comme le lait sur le feu, que la devise soit forte plutot que faible, que les Etats cessent de vivre au dessus de leurs moyens en attendant. Cette etude a un but d’analyser l’essence de consensus de Berlin, et son evolution face a la crise economique de l’euroznone, et d’examiner aussi la possibilite de la transformation du consensus de Berlin par le nouveau gouvernement de la France, en tant que partenaire de Allemagne.


  • KEYWORD

    Consensus de Berlin , Politique d’austerite , Eurozone , Europeanisation , Exception francaise

  • 1. 들어가는 말

    유럽연합(EU)의 경제 단일체인 유로존(17개 유로화 도입국가들의 경제통화동맹: EMU)이 출범 10여년 만에 심각한 위기 속에 고비를 맞고 있다. 2010년 그리스와 아일랜드, 그리고 2011년 포르투갈이 구제 금융을 신청해 EU와 IMF로부터 지원을 수차례 받았고, 심지어 그리스는 이 과정에서 유로존에서 배제되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기도 하였다. 경제위기의 신호탄은 처음엔 재정불량국들인 이른바 ‘피그스’(PIGS: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때로는 이탈리아를 포함해 PIIGS라고도 함)에서 시작됐으나, 그 여파가 EU의 리더 국가인 독일과 프랑스를 거쳐 전 세계로 파급될 것이라는 우려감마저 나왔다.

    유럽 전문가들은 최근 ‘피그스’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1990년대 이후 중남미 위기와 유사하게 정부에 의한 채무 누적이 지역적 혹은 국제적 차원의 심각한 금융 위기로 발전할 수 있음을 드러내는 사례라고 지적한다.1) 여기에서 재정위기는 공공채무의 과도한 누적으로 채무의 일부 혹은 전액상환이 어려워지는 형태로 표면화되는 공공채무위기(public debt crisis)를 일컫는다.2) 공공채무 위기가 심화되면 최악의 경우 채무불이행(default) 혹은 부채 삭감이나 상환 기간 연장 등과 같은 채무재조정(restructuring) 상태에 이르게 된다.

    ‘피그스’ 국가들의 ‘경제파탄’에 초긴장한 EU 집행부는 독일의 주도아래, 이들 국가에 긴축재정과 저임금 정책을 강제하고 있다. EU는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아일랜드 등 ‘문제 국가’들에 허리띠를 최대한 졸라맬것을 요구하며, 이 과정에서 주권국가의 재정정책을 침범하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유로존 재무 장관들은 ‘문제 국가’ 정부들이 세금 증액과 국유자산 매각을 빠르게 하지 못할 경우 이 과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요구하였다. 특히 디폴트(국가부도)의 위기에까지 몰린 그리스에 대해 독일은 구제금융 제공의 대가로 초강도 재정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독일 정부의 지침에 따라 장 클로드 융커(Jean Claude Juncker) 룩셈부르크 총리 겸유로그룹 의장은 2012년 3월, “구제금융을 위한 그리스 정치권의 최종합의에 필수요소가 빠져 있다”며 “3억2500만 유로(약 4834억 원) 규모의 지출삭감계획을 조건을 제시하였다.3) 이와 관련하여, 융커 의장은 긴축조치를 비롯한 경제개혁을 의회가 비준하도록 요구하는 한편, 당시 과도정부는 물론 4월 총선 이후 등장하는 정부에 대해서도 각 지도자들의 합의서를 요청하였다. 또한 독일 정부는 그리스 측에 빚 상환에만 쓰는 별도 계정을 마련하라고 제안하였다. 이에 대해 그리스 등 당사국 국민들은 반발하였지만, 자국 경제의 암담한 현실과 독일의 지배적 지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여타 유럽 국가들 역시 역내 경제위기 문제를 풀어 가는데 가장 핵심국인 독일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EU의 실질적 지도국이자, 역내 최대 경제강국인 독일의 재정 지원이 없다면, 그리스 등 ‘문제국가’들은 이미 부도의 순간을 맞게 되었고, 나아가 그 여파가 유럽 전역에 미칠 것이 분명한 까닭이다.

    일부 학자들은 경제위기에 처한 유럽에서 독일이 자국 지배질서의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독일의 영향력 확대를 ‘베를린 컨센서스’라고 부르고 있다.4) 구체적으로 컨센서스라는 것은 국제정치 이론에서 보면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하고 정의하고 있지만 각국의 세력확장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현재 국제정치에서 언급되는 대표적인 컨센서스로는 크게 워싱턴 컨센서스와 베이징 컨센서스를 꼽을 수 있다. 워싱턴 컨센서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금융을 매개로 한 미국의 세력확장 작업으로,5) 비교적 성공을 거둬 팍스 아메리카 체제, 달러 중심 체제, 브레튼우즈체제를 유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그렇지만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를 계기로 중국의 자금지배력이 확장되면서, 학계 일부에서는 이를 베이징 컨센서스라고 표현하기 시작하였다.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은 미국에 버금가는 상대로 중국을 거론하면서 세계경제질서를 양분하는 미국과 중국, 즉 G2 체제를 이른바 차이메리카(Chimerica)라고 명명하기도 하였다.6) 그에 따르면 중국이 자국산저가 상품을 수출해 달성한 경상수지 흑자로 미국의 국채를 매입하면 미국은 적자재정을 보충하고 세계 최대 시장으로서 중국의 상품을 소비했으며, 중국은 다시 무역흑자를 달성해 이를 바탕으로 미국의 채권을 사들이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 의존적 공생 관계가 형성되어 왔다. 그 결과, 중국은 수출 증대를 통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달성했고, 미국은 적자재정에도 소비를 지속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중국이 막대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저개발 국가들의 지원에 나섬에 따라 베이징 컨센서스의 국제적 영향력은 단기간에 확산되었다.

    베를린 컨센서스는 유로존 경제위기의 해결 과정에서 드러난 독일의 경제적 지배력이라고 할 수 있다. EU 내 최대 경제 강국인 독일의 입장은 결과적으로 유로존에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제정치에서 보자면 워싱턴 컨센서스와 베이징 컨센서스에 견주어 베를린 컨센서스라 부를 만한 것이다.

    그렇다면 유럽 위기 속에서 세력을 확장해 나가는 독일의 베를린 컨센서스는 어떻게 표출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위기 국가’들의 대응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이와 함께 지금까지 독일의 우호적 파트너로서 베를린 컨센서스 확산에 기여해온 프랑스가 과연 좌파 사회당 출신의 올랑드 대통령 등장 이후에도 계속하여 같은 입장을 취할 것인가, 또는 어떤 절충안을 모색할 것인가? 아니면 자국의 오랜 ‘프랑스적 예외성’ 전통에 회귀할 것인가?

    이 과정에서 베를린 컨센서스의 재조정은 어떻게 이뤄질 것인가? 이미 국제 정치학적 수사어로 자리 잡은 워싱턴 컨센서스와 베이징 컨센서스라는 용어처럼, 베를린 컨센서스의 발전 가능성은 어떠한가?

    본 소고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서 베를린 컨센서스의 도입과 적용 및 확산, 그리고 유로존 위기의 장기화에 따른 베를린 컨센서스 담론의 전환 가능성을 살펴보기로 한다. 또한 독일과 오랜 숙적이자 동반자로서 베를린 컨센서스의 유럽화에 힘을 보탠 프랑스의 협력 지속성을 진단하고, 국제 정치용어로서의 베를린 컨센서스의 의미와 한계를 되짚어보기로 한다.

    1)유승경, 「근본대책 마땅찮은 남유럽위기, 세계경제위기의 불씨」, 『LGERI 리포트』, 2011년 7월 6일, pp.1-2.  2)박복영·양다영, 「유럽 위기를 계기로 본 재정위기의 원인과 가능성」, 『KIEP 오늘의 세계경제』 제9권 14호(대외경제정책연구원), pp. 1-8.  3)The Financial Times, March 13, 2012.  4)Philip Golub, “The Berlin Consensus: Europe’s blind march forward to depression”, Le Monde diplomatique, December 2011./Philip Whyte, ‘Eurozone governance and the Berlin consensus’, Centre for European Reform, February 11,2011.  5)경제학자 존 윌리엄슨(John Williamson)이 1989년 국제관계 분석에 사용한 ‘워싱턴 컨센서스’는 미 재무부를 비롯한 미국의 영향권에 있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과 같은 국제기구에 의해 주도되는 경제·금융 개혁패키지를 의미하며, 개발도상국들에게 개혁 표준으로 제시되고 있다. John Williamson, “What Washington Means by Policy Reform”, in: Williamson, John (ed.): Latin American Readjustment: How Much has Happened, Washingt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1989.  6)Niall Ferguson, 『금융의 지배(The ascent of money)』, 김선영 옮김, 민음사, 2010, p.302.

    Ⅱ. 베를린 컨센서스 도입과 그 적용

       1. 베를린 컨센서스의 점진적인 유럽화

    유럽의 채권국인 독일 뿐 아니라 EU 집행부의 경제정책 책임자들 사이에 현재 유로존의 재정위기국의 살길은 긴축재정, 즉 독일 정부가 10여년 전부터 추진해온 이른바 ‘베를린 컨센서스’의 채택이 거의 유일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지금까지 유로존 위기 국가들에 대해 독일이 주도한 유럽의 위기대책은 긴축 기조였다. 독일이 자국의 경제력을 내세워, EU 회원국에 요구하는 긴축재정은 유럽 경제위기의 징후가 뚜렷한 2010년부터 가시화하기 시작하였다. 2010년 4월 EU 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구성된 일명 ‘트로이카’ 팀은 그리스의 단체협상 과정에 개입해 공공부문 25% 급여 삭감 및 최저임금 인하라는 결과를 얻어냈다. 2010년 6월, 이들 세 주체는 “수정 노동법을 채택하고 단체협상 관련 입법을 가결해 고용비용을 줄이고 임금 유연성을 개선하라”며 루마니아 정부에 특별권고를 하면서 압박하였다.7) 그리고 1년 뒤인 2011년 6월 7일, EU 집행위원회는 급기야 벨기에에 물가-임금 연동제의 개혁을 촉구하였다. “(벨기에의) 단위노동 비용이 주변국들보다 빠르게 상승한다”는게 그 이유였다.8)

    돌이켜보면, 베를린 컨센서스는 유럽 단일통화의 단계적인 도입을 합의한 1992년 마스트리히트 체결을 계기로 가시화되기 시작하였다. 당시, 프랑스가 통일을 이룩한 독일에 대해 유럽에 확실히 통합될 수 있도록 단일 화폐를 요구하자, 헬무트 콜 총리는 그 대신 독일의 중앙은행 모델을 제시하면서 화폐문제에 관해 반(反)인플레이션 강박증을 보였다. 그에 따르면, 단일 화폐 도입국이 되기 위해선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지 않아야 하고, 공공부채는 GDP의 60%를 넘지 않아야 하며, 정부는 높은 수준의 물가 안정을 추구해야 한다. 또 물가상승률은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는 3개 회원국 평균치의 1.5% 포인트를 넘어서선 안 된다.

    1999년, 유로화가 출범하면서 하나의 전환점이 마련됐다. 사회민주당 출신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통일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와 경제 효율성 제고의 명목아래 ‘쇄신적 사회주의’를 주창하며, 당시 영국 노동당의 ‘제3의 길’과 유사한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을 도입하였다. 2005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슈뢰더 전 총리는 “유럽에서 우리는 낮은 임금수준을 유지하면서 경제 강국을 일궈냈다”고 자찬하였다. 그런데 2003년 이후 노동시장 유연화를 골자로 한 하르츠법의 도입으로 독일은 상당히 강퍅해졌다. 임시직은 널리 확산되었고, 소득과 연계한 실업수당은 폐지됐으며 ‘미니잡’(Mini-job)이라 불리는, 월 400유로의 급여를 받는 탄력적 고용이 등장하였다. 얼마 가지 않아, 슈뢰더 전 총리에게는 ‘기업인들의 친구’라는 별명이 붙는다. 이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그의 ‘노력’이 노동자들의 희생을 담보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금 삭감을 통해 경쟁력 상승을 추구하는 독일의 디스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 완화) 전략은 유럽 내부의 협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9) 경쟁력을 앞세운 독일이 수출 기반의 성장 전략을 펼치면서 다른 회원국과의 교역 불균형이 심화되었다. 2011년 독일 노동자의 40%는 임시 계약직으로 고용됐고, 650만 명이 시간당 10유로 미만의 낮은 보수를 받고 고용되었다.10) 단체협약도 매우 취약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독일은 2000~2009년 임금 인상률이 가장 낮은 나라다. 실질적으로는, 이 기간 동안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독일의 경우 임금이 4.5% 하락한 반면 프랑스에서는 8.6%, 핀란드에서는 22%의 임금 인상률을 기록하였다.11)

    문제는 이 같은 독일의 임금 억제모델이 지구적 세계화의 도전 앞에 놓인 유럽에 희망적인 활로로 간주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 3월 30일, 당시 프랑스 재무 장관이던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현 IMF 총재는 “독일이 경쟁력을 높이고 상당한 노동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지난 10년간 훌륭한 과업을 성취하였다”고 평가하였다.12) 그로부터 얼마되지 않아, 장클로드 트리셰(Jean Claude Trichet) 당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독일이 시도한 노력은 세계화에 발 빠르게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 생산비용 절감에 무척 노력을 기울이며 경제를 좀 더 유연하게 만들려는 노력에 착수한 것은 주변국 모두에 모범이 되고있다”고 거듭 강조하였다.13)

    그러나 여러 사람들이 독일을 위기 타개의 모델로 소개하면서 빠뜨리는 사실은 독일이 자국의 물건을 팔 수 있는 건 다른 교역 상대국들이 이를 구매하기 때문이라는 점이다.14) 따라서 독일의 수출은 역내 다른 지역의 소비에 의존하고, 유럽 전체로 봤을 때도 열쇠를 쥐고 있는 건 바로 다른 지역 국민의 구매력이다. 달리 말하면, 독일의 무역 흑자를 위해 다른 지역의 무역 적자가 부득이하게 이뤄져 온 셈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 경제학자 마틴 울프는 “현재의 위기가 단계적으로 해소되려면 이 분야에서 독일이 ‘조금 덜 독일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15)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에 있는 브뤼셀의 지도부는 유럽 각국이 독일의 선례, 즉 베를린 컨센서스를 따르도록 종용하며 이를 강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2. 베를린 컨센서스의 적용 확대

    유로존 국가들의 경제 위기는 EU 집행부 차원의 무조건적 임금삭감 같은 긴축재정을 통해 해결될 수 있을 것인가? 1993년 11월 1일 발효된 EU 조약(마스트리흐트 조약)에 따르면 유럽 공동체는 임금 문제와 관련해 회원국의 활동에 개입도, 지원도 하지 않도록 명시돼 있으며(제2조 6항), 이후 개정된 리스본 조약에도 그 내용이 그대로 존속되어 있다. 또한 유로존 국가들의 위기는 각국의 재정 운영이라는 행위자적 요소에서도 기인하지만, 더욱 뿌리 깊은 원인은 경제체질이 다른 여러 국가들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묶은데서 오는 근본적인 불일치에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게 사실이다.16)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국 재정 위기에 대한 EU 집행부의 해결방식은 구조조정과 재정긴축을 골자로 한 베를린 컨센서스 모델이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회원국들이 EU의 기구와 제도에 상당한 관리·감독권을 부여하는 데 동의하였다”며 “현재 진행되는 상황은 더욱 강력한 경제 정부로 조금씩 다가가는 조용한 혁명과 같다”고 단언하였다.17)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유럽 차원에서 임금 억제책을 추진하는 데 뜻을 모으기로 하였다. 2011년 3월에 채택된 뒤 유로존 17개국과 6개국(불가리아·루마니아·폴란드·라트비아·리투아니아·덴마크)에 적용되는 ‘유로 플러스 협약’은 각국의 노사 구조를 무너뜨리면서 단체협상 모델들의 해체를 가속화하고 있다. 각국이 공공부채 및 재정 적자를 제한하도록 법적으로 명문화하려는 움직임을 넘어, EU는 이제 회원국 안에서 이뤄지는 협상에까지 개입해 임금을 통제하려 들고 있다. 여기에 더해 2011년 10월 유럽의회가 통과시킨, 이른바 ‘식스팩’(Six-pack)이라고 알려진 유럽의 경제 거버넌스에 관한 법안은 EU가 각국 정책에 개입할 수 있도록 규정짓고 있다. EU의 경제재무총국과 각국의 재무장관, ECB 등이 주도한 이 법안은 나라별 ‘일람표’를 두어 ‘거시경제 불균형’이나 ‘경쟁력 격차’ 같은 항목에서 EU 집행위원회가 ‘심각하다’고 판단하는 상황이 일어나면 경고를 주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권고안에 부합하지 않는 나라가 생길 경우, 해당 국가는 금융 제재를 받게 된다.

    이에 앞서,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유로존 체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자 EU는 2010년5월, IMF와 협력아래 구제금융의 총액 증액을 골자로 하는 ‘유럽안정화메카니즘(ESM: European Stabilization Mechanism)’을 설치하였다. 구제금융기금은 총규모 7500억 유로에 달한다. 이를 위해 같은 해 12월에는 ‘제한된 범위의 조약 수정’이라는 절차에 따라 리스본 조약을 수정하고, 2013년 1월1일을 기하여 이를 발효시켰다.

    ESM 도입의 의미는 우선, EU 회원국들이 역내 거시경제 불균형을 제거하고, 위기발생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경제정책 거버넌스를 개혁하는데 합의했다는 점이다. 둘째, ESM은 특정 회원국에서 금융재정 위기가 발생했을 경우, 이 위기가 유로화 체제 전체의 위기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도입되었다는 점이다. 즉, 거시경제정책 감시제도를 보완하는 정책 수단으로서 도입된 ESM은 위기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는데 중점을 두는 한편, 구제금융 지원국가들에 경제 정책과 재정 정책분야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 압력을 가하도록 고안된 셈이다. 이는 유로존의 기존 정책을 강화한 것으로 신자유주의적 작은 세계화를 더욱 엄격하게 강제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18)

    이렇듯 베를린 컨센서서 모델에 입각하여, EU와 유로존은 최근 재정위기의 원인을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이 충분히 실현되지 않은 점에 있다고 보고, 구제 금융을 지원받는 국가들에 대해 그 반대급부로 긴축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그리스의 경우, 지난 2010년 5월 EU와 IMF가 공동으로 1100억 유로 규모의 구제 금융을 지원하기로 합의하기에 앞서, GDP 대비 11%인 약 300 억 유로 규모의 재정적자 감축안을 발표해야 하였다. 그리스 정부는 부가가치세 인상, 공공부문 임금 및 연금삭감, 정년 연장, 탈세에 대한 강력한 징수 집행, 군사비 지출 억제, 공기업 민영화 등을 약속하였다.19) 이 가운데 탈세방지와 군사비 지출 억제는 국민들의 생활에 보탬이 되는 조치라고 할 수 있으나, 나머지 정책들은 유로존 성립초기의 신자유주의적 조치들과 유사하며, 국민들, 특히 노동자들의 생활을 압박하는 조치에 속한다. 이는 또한 그리스 정부 역시 재정위기의 주요 원인을 국가재정의 방만한 운영에서 찾고 특히 사회복지비의 과도한 지출로 보고 있다는 증거다. 다른 유럽 국가들의 경우도 이와 흡사하다. 포르투갈 정부는 공무원 임금 동결, 국방비 삭감, 증세 등으로 재정적자를 2013년까지 GDP의 3% 이내로 줄인다는 방침을 세웠고, 이탈리아 정부는 복지 예산을 중심으로 하는 240억 유로 규모의 긴축정책을 승인하였다. 베를린 컨센서스의 주도 국가인 독일에서도 2014년까지 복지예산 등 정부 지출을 80억 유로 삭감한다는 긴축정책이 공표되었고, 프랑스 정부 역시 최근 60세 정년을 2018년까지 62세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연금 개혁안을 비롯해 올해 8%에 달한 예산 적자율을 2013년까지 EU의 규정에 맞게 3%로 낮춘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유로존 위기 해법차원에서 2012년 1월 30일, EU 특별정상회의에서 신재정협약 최종안이 합의되고, 유로존을 위한 항구적 구제금융기금을 예정보다 1년 앞당겨 출범시키기로 하는 등 몇 가지 주요 결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형식적인 성과’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악화되고 있는 유로존 위기에 대한 실효성 있는 단기 대책에 대한 합의는 별로 없고, 장기적으로 유로존 위기의 원인이 된 국가부채를 앞으로 억제하자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신재정협약도 EU 조약 수준이 아니라, 2개국이 빠진 정부간 협약 수준을 극복하지 못하였다. EU 주요 회원국으로 신재정협약을 처음부터 완강히 반대해온 영국뿐 아니라 체코도 협약 가입을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신재정협약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협약의 취지는 회원국들의 재정을 보다 엄격한 규제하고, 위반 국가에 대한 제재 규정을 강화해 부채위기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협정을 위반하였다고 제재를 받는다면 주권침해 문제와 관련돼 있어, 정부간 결정이 아니라 의회 비준이 요구되는 등 향후 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원칙적으로 신재정 협약은 국가부채 비율을 60% 이내로 하기 위해 재정적자 비율을 3% 이내로 하도록 규제하는 것이지만, 부채가 많은 국가들에게는 일종의 징벌적 긴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신재정협약에 대해 ‘케인스주의적인 경기부양책을 불법화하는 것’에 비유하고 있다.20)

    7)루마니아 정부가 IMF에 보낸 의향서, 2010년 6월 16일.  8)EU 집행위원회, ‘2011 벨기에 국내 개혁 및 안정 프로그램 평가’, 브뤼셀, 2010년 6월 18일.  9)Till Van Treeck, “Victoire à la Pyrrhus pour l’’économie(막대한 희생의 댓가로 얻은 경제의 승리)”, Le Monde diplomatique, Septembre 2010.  10)더 자세한 내용은 Reinhard Bispinck· Thorsten Schulten의 ‘Trade Union Responses to Precarious Emplyment in Germany’를 참고할 것. WSI-Diskussionpapier, n.178, 2011년 12월.  11)국제노동기구, ‘2010·2011 세계 임금 보고서: 위기의 급여정책’, 제네바, 2011년 11월.  12)‘Lagarde au Conseil des ministres allemands(독일 각료회의에서의 라가르드),’ Le Figaro, Mars 30, 2010.  13)‘Les pays de la zone euro doivent faire des efforts(유로존 국가들, 노력해야 한다),’ Le Figaro, Septembre 3, 2010년.  14)독일 수출의 60%는 유로존을 대상으로 한다.  15)Martin Wolf, “A disatrous failure at the summit”, The Financial Times, December 14, 2011.  16)김종휘, 「최근 유럽 재정위기의 주요 원인에 대한 실증분석: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정책의 경기대응성을 중심으로」, 『재정학연구』 제3권 4호, 2011, pp.116-117.  17)피렌체 유럽대학연구소에서의 연설, 2010년 6월 18일.  18)정병기, 「유럽의 재정위기와 유로존의 전망, 노동운동과 좌파의 대응」, 『레프트 대구』 4호, 2011, p.105.  19)오태현, 「그리스 구제 금융 승인과 남유럽 재정위기 전망」, 『KIEP 지역경제정책 포커스』 제4권 20호(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10, p.1.  20)이에 대해 〈파이낸셜 타임스〉는 “헤라클레스나 해낼 불가능한 수준의 목표”라고 지적하였다.

    Ⅲ. 유럽 위기와 베를린 컨센서스 담론의 ‘전환’

    유로존, 특히 ‘피그스’ 국가들의 위태로운 경제위기는 독일의 주도아래 긴축재정을 골자로 하는 베를린 컨센서스에서 그 해법을 구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전개되어온 유럽통합 과정을 살펴보면 과다한 재정지출이 그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다. 상이한 조건의 국가들이 하나로 통합된데 따른 환경 변화가 예기치 못한, 또는 우려했던 결과를 초래하는 측면이 오히려 더 강하다.21) EU는 마스트리히트 조약이후 회원국 간 경제력 격차를 줄이고 제도의 경쟁력과 동질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일부 회원국의 경우 EU의 압력과 개혁 시도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치적 저항과 제도적 제약으로 성과를 달성하기 어려웠다. 기존의 사회제도와 경제구조가 지속되지 못했고, 제도적 형태의 변화가 실질적인 시스템의 특성 변화로까지 도달하지 못하였다.

    유로존의 재정위기는 외면적으로는 일반적인 국가부도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지만, 해당 국가가 흔히 국내 언론이 지적한대로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한 것은 아니다.22) 유로 출범부터 위기 시작이전까지 그리스의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을 보면 아일랜드를 제외한 다른 유로존 국가에 미치지 못했으며, OECD 평균보다 낮았다23). 사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로 추진된 유럽통합에 있으며, 그 핵심인 유로존의 구조 자체에 있는 것이다.24)

    유로존 출범 후 11년간의 경험도 유로존이 최적통화지역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 단일통화를 사용하게 되면 참가국 경제의 성격이 점차 수렴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하지만 시장은 개방되고 화폐가 통합되었지만 임금도 가격도 수렴하지 않았다. 경제적 국경이 사라졌어도, 유로존 경제가 단일한 경제가 되는 과정은 진행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유럽 회원국경제의 수렴에 대한 기대로 인해, 자본시장은 빠르게 통합되어 유로존의 변방국들은 낮은 이자율로 자본을 조달할 수 있었다.25) 그리고 단일통화인 유로의 도입으로 환율변동을 통한 역내국가간 가격조정이 사라지자 각국산업의 경쟁력 격차는 조정기능 없이 더욱 확대되어 국가별 비교 우위에 따라 산업의 편중은 가속되었다.

    북유럽국가들은 공업 부분과 기업에 대한 서비스에 전문화되었고, 남유럽은 공업생산성이 낮기 때문에 비교역재인 국내 서비스와 건설분야에 특화되어 탈산업화의 경향이 나타났다. 그리고 낮은 금리 때문에 소비가 확대되어 물가 상승과 수입 증가가 뒤따랐다.

    결국, 유로존 10년 동안, 북유럽과 남유럽 회원국들 간에 산업 생산성의 격차가 확대되었고, 경상수지 불균형이 심화되었다. 한 나라가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상태에 있으면, 계속적으로 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먼저 민간채무가 증가하고, 그에 뒤이어 공공부채가 증가한다. 부채가 유지 가능한 최대치에 달하면, 재무건전성의 위기가 닥친다. ‘피그스’ 국가들의 위기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세계 금융위기로 남유럽국가의 부동산 가격 하락 등 경제의 거품이 붕괴하자 유로존의 가려진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세수는 급격히 감소했고 공공부채 비중은 순식간에 위험수위를 넘었다. 위기를 모면하려면 수출시장을 개척해야 하지만 산업경쟁력은 취약해졌고, 환율정책이란 수단은 사라지고 없었다.26)

    결국 유럽의 변방국이 국가를 운영하고 대외부채를 해결할 능력을 상실하면서 유럽의 위기가 시작되었다. 결국, 남유럽 국가들은 너무 낮은 이자율로 인해 탈산업화가 진행되는 ‘네덜란드 병’27)에 걸린 것과 마찬가지 상황에 빠졌던 것이다.

    이처럼, 유로존 위기의 원인을 놓고도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긴축재정이 가장 유력한 해법으로 채택되고, 각 국가에서 무엇보다도 사회복지비 지출을 삭감하려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EU집행부의 지침에 따라 ‘안정 및 성장 협약’을 바탕으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인플레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동자들을 옥죄고 있다. 최근 재정위기를 계기로 복지국가와 노동자에 대한 공격이 다시 강화되는 것은 이러한 과정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최근 들어 유로존 국가들에서 노동계의 단체협상 전략은 상당히 방어적 태도를 취한다. 구조조정의 압박과 대량 실업 증가의 부담 속에서, 대다수 유럽 노조들은 자신의 요구 사항을 하향 조정한다. 상당수의 노조들은 자국과 자기 회사의 경쟁력을 훼손할 수도 있다는 경영진과 국가의 위협 아래, 이제 임금인상이 아니라 고용 유지를 우선 타깃으로 삼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은 인플레이션 압박을 가져오거나 경쟁력 개선을 저해하는 저급한 요인으로 취급당하게 된 것이다.

    베를린 컨센서스에 의한 긴축재정으로 인해 임금삭감, 공공요금 인상과 같은 고통이 가중되면서, 유로존 일부 국가의 민족주의 정당 및 좌파 정당들 사이에 자국의 유로존 탈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28) 이들은 독일이 유로존을 통해 부당한 특권을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한다. 유로존 해체나 탈퇴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는 유로존에서 벗어나면, 환율, 이자율 등 통화정책의 재량권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판론자들은 현재 그리스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것은 자국통화를 평가절하여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 봉쇄되어 있는 탓이라고 지적한다. 우리 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원화의 평가절하를 통해 경쟁력을 회복함으로써 위기에서 벗어난 사례나, EU 회원국이면서 유로존 가입조건을 충족하면서도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은 덴마크와 스웨덴, EU에도 가입하지 않은 노르웨이 등이 상대적으로 좋은 경제실적을 보이고 있는 점도 유로존 탈퇴 주장에 설득력을 보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로존 가입국 가운데 어느 나라도 선뜻 유로존의 해체나 탈퇴를 공식적인 견해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유로존을 독자적으로 탈퇴하게 되면, 극심한 경제적 혼돈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로존을 탈퇴하면 다시 부활한 자국 통화의 가치가 하락하여 대외경쟁력을 회복하겠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에 놓이게 되고, 자국 통화는 투기의 대상이 될 위험이 높다.

    하지만, ‘피그스’ 국가들처럼 유로존 잔류를 위해 가혹한 긴축정책을 감수하고 있는 국가들에게서 유로존 탈퇴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것은 긴축재정을 골자로 하는 베를린 컨센서스의 후유증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이다. 1∼2년 내에, 유로존 국가들 중 상당수는 중요한 선거를 치르게 된다. 이 때 유로존 탈퇴와 잔류가 핵심적인 쟁점의 하나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1)조재성, 『환율의 역습』, 원앤원 북스, 2011, p.181.  22)이와 관련, ‘조중동’이라 별칭되는 국내 유력 보수언론들은 각종 대형 특집기사를 통해 그리스 등의 재정위기가 좌파 포퓰리즘에 의한 과다한 빚잔치에 기인한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했다.  23)정병기, ibid., p.96.  24)Laurant Jacques, ‘Guerre des monnaies, mythes et réalités(화폐 전쟁: 신화와 현실)’, Le Monde diplomatique, Décembre, 2010.  25)유승경, ibid., pp.7-8.  26)유승경, “험난한 유럽의 미래”, 『LG Business Insight』, 2010년 12월 15일.  27)네덜란드 병(Dutch Disease)은 한 경제가 자원의 수출로 일시적으로 경제 호황을 누리지만 결국 물가와 통화 가치상승으로 인해 국내 제조업이 쇠퇴해 경제 침체를 겪는 현상을 의미한다.  28)2012년 5월 총선에서 제2당으로 급부상한 그리스의 진보좌파연합인 시라자는 긴축재정 철회, 채무상환 잠정중단을 주장하며, 심지어 유로존탈퇴 가능성까지 언급하였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New York Times 5월14일자에 “유로화의 황혼”(Eurodammerung)제목의 칼럼을 통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Ⅳ. 베를린 컨센서스와 ‘프랑스적 예외성’의 조화 또는 부조화?

    유로존에서 베를린 컨센서스의 파급력이 큰 것은 독일과 함께 EU를 이끄는 주역인 프랑스의 적극적 또는 암묵적 지지 때문이다. 우파인 사르코지 대통령의 집권시절, 프랑스 정치 지도층은 독일이 내세우는 신자유주의적 시장질서와 위기해법에 동조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국제정치무대에서 국익이 걸린 민감한 문제에 대해선 ‘프랑스적 예외성’29)이라는 정치이념을 내세워 온 프랑스는 유럽 경제위기 해법에 대해선 별다른 독자노선을 표방하지 않았다. 이는 독일이 추구하는 베를린 컨센서스에 프랑스가 어느 정도 동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여타 유럽 국가들에서처럼, 프랑스에서도 그동안 혹독하게 실시된 긴축 조치들은 경제상황을 호전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14년만에 집권한 프랑수아 올랑드(Francois Holland) 정권의 최대 선결과제는 바로 자국민들에게 고통과 희생을 요구하는 긴축재정에 대한 재검토일 것이다. 이에 대한 판단 여부에 따라 교육, 공공서비스, 조세정의, 고용과 같은 나머지 문제들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는, 재정지원을 필요로 하는 ‘피그스’ 국가들을 제외한 독일등 대부분의 EU 회원 국가들이 지난해 독일의 주도아래 긴축재정을 골자로 공동 체결한 신재정협약의 재협상에 반대하고 있어, 프랑스 새 정부로서는 ‘프랑스적 예외성’을 발휘해 국내 뿐 아니라 유로존의 불량국가들에 대해 재정의 융통성을 기할 수 있는 조처를 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피그스’ 국가들의 경우, ‘바람직한’ 예산운영을 약속하지 않는 한, EU 차원에서도 이들 국가들에 엄청난 규모의 재정지원을 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여기서 ‘바람직한’ 운영이란 추가로 민영화를 실시하고, 노후연금, 실업수당, 최소임금 등 주요 복지제도들의 축소운영을 의미한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마리오 드라히는 지난 2012년 2월, “유럽 국민들은 더 이상 일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모두 끌어안을 수 있을 정도로 풍족하지 않다”며, “‘바람직한’ 긴축정책을 통해 정부의 지출과 세금을 동시에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30)

    올랑드 신임 대통령은 취임 뒤, 바로 메르켈 독일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서 경제성장에 초점을 둔 자신의 입장을 밝혔으나, 긴축론자인 메르켈과 입장차만을 확인하였을 따름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유럽이 그리스의 성장과 경제활동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반면, 메르켈은 “그리스 정부가 유럽연합(EU) 및 국제통화기금(IMF)과 합의한 긴축 프로그램을 준수할 것으로 믿으며, 그리스의 성장을 촉진할 추가 방안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31) 올랑드는 메르켈 총리가 주장하는 대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공공부채 및 재정적자 감축이 전제조건이 돼 야겠지만 성장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그러나 올랑드 정권이 긴축재정을 골자로 하는 베를린 컨센서스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다수가 보수우파인 유럽정부들 뿐 아니라, 유럽중앙은행과 더불어 호세 마누엘 바로소가 이끄는 유럽집행위원회가 성장정책으로의 선회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베를린 컨센서스의 확장에 대한 메르켈 총리의 정책방향에는 아직까지 흔들림이 없으나 프랑스 좌파정권과 그리스 등 일부 유럽국가들의 반발을 의식하여 신재정협약의 재검토에 나섰다. 이에 반해, 독일 사회민주당의 경우 프랑스의 사회당 동료들에게 별다른 공감의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앞서 독일 사민당 당수 지그마르 가브리엘은 프랑스 사회당에 연대감을 표명했으나, 당의 또 다른 지도자이자 차기 총리후보로 거론되는 피어 스타인브룩 전 재무장관은 “프랑스 정치권 일각의 재협상 논의가 어리석을 만큼 순진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32) 경제문제와 관련해, 프랑스 최고 정치지도자가 독일 정부에 끌려 다닌 예가 적지 않다. 예컨대, 지난 97년 프랑스 사회당은 의회선거 공약으로 암스테르담에서 체결 된 유럽안정화협약에 대한 재협상을 벌이겠다고 했었다. 당시 리오넬 조스팽은 “독일 정부에 터무니없는 양보를 하였다”라는 말까지 했지만, 일단 선거에서 승리하고 난 후, 프랑스 사회당이 얻어낸 결과는 ‘안정화 협약’이라는 명칭에 ‘성장’이라는 용어 하나를 덧붙인 것 말고는 없다.

    독일이 주도하는 베를린 컨센서스에 맞서 올랑드 정권의 ‘프랑스적 예외성’ 추구가 쉽지 않은 것은 1997년 이후 중도좌파 쪽에 살짝 기울어 있던 유럽의 정치적 균형이 현재는 우파 쪽에 완전히 치우쳐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긴축재정이 장기화되면서 그리스 등 각국에서 이에 대한 반발움직임이 일고 있어 프랑스 새정부의 성장정책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유럽의 경제강국인 독일의 주도아래, 유럽 각국은 2010년부터 혹독하게 긴축 조치들을 취해왔지만, 늘어가는 부채문제를 해결은커녕 개선조차 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징후가 농후하다. 장기적으로 EU 회원국들은 독일과 프랑스가 내놓은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긴축정책을 강화하고, ‘유로존 안정, 협력 및 거버넌스 관련 협약’(TSCG)을 통해 이를 어기는 국가에 대한 엄격한 제재 메카니즘 수립에 합의하였다. 2011년 기준, 정부예산 적자 3분의 1의 감축을 약속했지만, 스페인은 실업률이 22.8%에 달한다. 포르투갈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지출을 삭감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정부 부채 금리가 올 3월 14%를 기록했고, 2011년 경제성장률 -3%라는 침체에 빠졌다.

    지금까지 역대 프랑스 대통령은 정파를 떠나 마스트리히트에서 리스본 협약에 이르는 유럽협약들을 지지해 왔다. 올랑드 역시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 역시 공식적으로는 유럽협약에 대한 존중을 표명하고, 2013년 GDP 대비 3%, 2016년, 2017년 0%라는 엄격한 공공부채 감소목표를 지지하였다.

    29)프랑스적 예외주의는 흔히 프랑스인에게는 프랑스의 위대함을 의미하는 말로 인식되지만 다른 나라에선 프랑스 국수주의로 폄하되기도 한다. 대혁명을 거친 프랑스인들은 스스로 프랑스적 예외주의를 표방하였다. 프랑스 정부는 이같은 정치이념아래 세계무역기구(WTO)와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의 국제기구에서 미국 등 강대국에 종속되지 않은 프랑스의 독자노선을 추구하였다. 성일권, 「프랑스의 NATO군 복귀, 프랑스적 예외성의 종막?」, 『유럽연구』 제27권 3호(2009년 겨울), p.46.  30)The Wall Street Journal, February 24, 2012.  31)The Financial Times, May 16, 2012.  32)AFP, February 15, 2012.

    Ⅴ. 결론

    EU와 유로존의 전개과정을 볼 때, 지금까지 유럽 경제위기의 해법으로 제시되어 온 베를린 컨센서스가 개별국가 차원이나 유로존 차원에서 근본적 개혁방안으로 수용되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베를린 컨센서스가 노동자들의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통합이 유럽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평화번영을 추구하는 유럽인에 의한 ‘또 하나의 세계화’가 아닌 국가·계층 간 불균형발전을 초래한 신자유주의적 작은 세계화에 다름 아닌 것으로 귀결되자, 유럽 각국 노동자들의 저항이 봇물처럼터져 나오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의 노동자들 역시 국가 차원에서는 유럽통합을 주도하고 있지만, 국내 차원에서는 여느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적 질서에 편입되어 있기는 마찬가지다. 노동계나 학계 일각에선 재정위기의 해결을 위해선 디폴트를 선언해 외채상환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하며, 재정위기의 부담을 노동자들에게 넘기려는 국가권력과 자본권력의 시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33) 또한 유로존의 회원국 정부들의 개혁의지만으로, 작금의 위기가 해결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유로존의 탄생이 지구적 세계화에 대한 유럽식 세계화로서 자본 경쟁의 구조적 산물이라면 최근의 경제위기는 유로존에서 전개되는 자본갈등의 산물이기 때문이다.34)

    현실적으로 유로존이 해체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리스나 포르투갈처럼 경제규모가 적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가들은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 유로화와 자국화폐의 환율차이를 감당해낼 수 없고, 더욱이 외채비율이 높은 상태에선 그동안 유로화를 통해 회계가 이뤄졌으므로 그 부담이 매우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로존의 해체가 불가능하다면, 존속하되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이처럼, 베를린 컨센서스의 확산과 관련하여, 최근 들어 급작스러운 재정적자 감축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유럽의 위기를 풀어가는 데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긴축재정에 따른 실물경제 침체다. 유로존의 위기는 재정위기에서 비롯됐지만 재정위기에서 금융위기, 올해 상반기에는 실물경제 침체가 예고된다. 실물경제 침체를 극복하지 못하면, 유럽위기가 언제든지 반복될 우려가 높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긴축은 침체를 낳고 침체는 재정적자를 더 악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고 지적하였다.35)

    유로존 위기해법 과정에서 재정적자 감축을 고집한다든가 민간에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을 고집한다면 더 깊은 위기의 심연에 빠져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앞서 2010년,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단기적으로 재정적자 악화의 우려가 있었지만, 경기부양 정책을 취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경기를 되살렸다는 점이다. 당시 미국의 재정적자 해법을 놓고, 크게 두 가지 상반된 주장이 제기되었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가 주장한 이른바 로고프 독트린은 독일식 베를린 컨센서스와 마찬가지로 단기적으로 경기침체의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재정적자 감축을 우선해야 된다는 내용이다. 즉, 재정지출을 과감하게 삭감해야 한다는 입장이 로코프 독트린이고, 그 입장을 취했던 것이 독일의 메르켈 총리다. 이것이 베를린 컨센서스의 핵심인 셈이다. 반면 크루그먼이 주장한 이른바 크루그만 독트린은 단기적으로 적자확대 우려가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처럼 경기부양을 하면 그 이상으로 재정수입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재정적자 확대 우려가 있지만 경기를 부양해 정부지출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이 두 가지 중 크루그먼 독트린을 택하였다.36) 단기적으로 재정감축의 우려가 있지만 경기부양을 위해 강력하게 일자리 창출을 중심으로 경기부양책을 추진했던 것이 결국 미국 경제가 살아난 배경이 됐고 이것이 글로벌 경제의 버팀목이 된 셈이다.

    현실적으로, 국제정치적 역학 구도상, 긴축 재정을 골자로 하는 베를린 컨센서스의 확대 적용에 방향전환을 주장할 수 있는 국가는 독일과 더불어 EU의 실질적 설계자이자 지배자인 프랑스가 거의 유일하다. 유로존의 환율 및 재정정책을 관리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주요 EU 집행부가 독일과 독일에 동조하는 북유럽의 영향권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더욱이 현재의 유럽 경제위기에서 긴축재정 외에 뚜렷한 다른 해법이 없는 상황에서 프랑스 정부가 ‘프랑스적 예외성’을 드러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긴축재정이 유로존 곳곳에서 노동자들과 학생들,나아가 일반 국민에게 막대한 희생을 강요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심각한 파업과 시위가 발생함에 따라 회원국들이 베를린 컨센서스에 계속하여 동조하기란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이 경우, 프랑스로서도 비록 독일과 함께 베를린 컨센서스의 공모자이긴 하지만, 국내외 정치적 환경 변화에 주목하면서 조금 더 완화된 수정안을 다시 제안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의 경제위기가 유럽의 장기침체로 이어지고, 이것이 프랑스의 경제근간을 흔든다면 프랑스로서도 ‘프랑스적 예외성’이라는 기조 속에 자국의 이익을 위해 베를린 컨센서스의 유지 문제에 대해 보다 심각하게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33)채만수, 「유럽 재정 위기, 그 의미」, 『정세와 노동』 제58호,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니코스 루도스& 조셉 추나라 인터뷰, 2010, p. 22.  34)정병기, ibid., p. 109.  35)J.E. Stiglitz, Free Fall (New York: W. W. Norton and Co.), 2010, p.11.  36)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오바마는 두 가지 상반된 주장 속에 재정적자와 경기부양을 함께 풀어갈 수 있는 대안으로, 두 가지의 장점을 살린 ‘페이-고(pay-go)’ 원칙을 적용하였다. 이는 재정지출 총량은 동결하되 지출 내역에 있어 부양효과가 작은 쪽은 삭감(pay)하고, 그 삭감분을 부양효과가 높은 쪽으로 밀어(go)주자는 것이다. SBS-CNBC 해외경제, 2011년 5월 11일, http://sbscnbc.sbs.co.kr/read.jsp?pmArticleId=10000145016

  • 1. 2011
  • 2. 김 종휘 2011 [『재정학연구』] Vol.3
  • 3. 니얼 퍼거슨, 김 선영 2010
  • 4. 박 복영, 양 다영 2010 [『KIEP 오늘의 세계 경제』] Vol.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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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 유 승경 2011
  • 8. 유 승경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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