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전체 메뉴
PDF
맨 위로
OA 학술지
L’Etude sur la polychromie architecturale en France depuis Le Corbusier et De Stijl 르 코르뷔지에와 데스틸 이후 프랑스 건축에서의 다색채 적용에 관한 연구*
  • 비영리 CC BY-NC
ABSTRACT
L’Etude sur la polychromie architecturale en France depuis Le Corbusier et De Stijl
KEYWORD
Le Corbusier , Polychromie architecturale , De Stijl , Henri Ciriani , Laurent Beaudouin , Laurent Salomon
  • 1. 서론

       1.1. 연구의 목적

    건축에 있어서 백색은 자연광에서 순수 볼륨의 형태를 가장 잘 드러나는 색채이다. 건축의 창작 과정에서 기하학적 단순미와 이를 드러내 보이는 백색의 특성으로 인하여 장식을 배재하고 기하학적 순수미를 추구하는 합리주의 건축가들에게서는 그들의 작품창작활동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색으로 인식되었다. 20세기 초 나타났던 순수주의 건축 운동과 데스틸(De Stijl)로 대표되는 신 조형주의 건축사조는 건축공간과 형태에 백색 이외의 다색채를 도입하였으며 특히 더스틸 작가들은 백색 및 흑색과 더불어 청, 적, 황 등 3원색을 건축에 과감히 도입하게 된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건축에서 20세기 초 이후 다색채의 건축적 적용은 그 색채의 강도와 적용빈도에 있어서 현재까지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자연을 닮은 완화된 2차색(갈색, 연두, 분홍 등)의 건축에서의 적용뿐만 아니라, 순수색이라 일컫는 1차색(적, 황, 청, 녹 등)의 과감한 적용도 드물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를 현대 프랑스 작가들의 다색채의 적용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건축에서의 다색채 적용과 데스틸(De Stijl) 작가들의 영향을 받았으리라 예상할 수 있으며, 나아가서는 이들의 색채적용 원리에서 한층 더 발전시켜, 각 작가들의 개별성이 접목된 건축의 다색채 적용의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건축적 다색채의 공간적 형태적 적용이라는 형식은 공통적 사항이라 여겨지나, 그 구체적 적용방식에 있어서는 각 작가들 개인의 건축세계와 추구하는 건축적 사상에 따라서 상이한 형태로 표현되고 있다.

    이에 본 연구의 목적은 20세기초 근대건축운동에 있었던 건축적 다색채에 대한 이론적 바탕과 적용사례를 프랑스 근대운동의 대표작가인 르 코르뷔지에와 데스틸을 통하여 고찰함으로써 색채와 건축 간의 관계설정과정을 이해하고, 이를 기본으로, 현대 프랑스 건축가들의 다색채 적용 방식을 비교, 고찰함으로써, 건축적 다색채의 보편적이고 합리적 적용방법 및 이를 바탕으로 한 건축가들의 다양한 적용양상을 파악하고, 현대 건축가들에게 창의적이고 개별적인 다색채 적용의 발전 가능성을 열어주고자 함이다.

       1.2. 연구의 방법 및 범위

    본 연구는 문헌고찰과 자료분석을 통하여 근대건축의 다색채에 관한 이론적 배경과 적용방법을 이해하고, 이를 발전시키고 응용한 현대 프랑스 작가들의 건축의 다색채 적용방법을 파악한다.

    이에 대한 구체적 연구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적 다색채에 관한 기본 논리와 적용사례를 파악한다.

    둘째, 프랑스 건축가들에게 영향을 끼친 데스틸의 건축과 색채관계를 파악한다.

    셋째, 르 코르뷔지에와 더 스틸 이후 프랑스 현대의 대표적 모더니즘작가인 앙리 시리아니(Henri Ciriani)1), 로랑 보두엥(Laurent Beaudouin), 로랑 살로몽(Laurent Salomon)의 건축세계와 이들 건축의 다색채 적용방법을 봄으로써, 근대 건축의 다색채 이론의 발전과 적용 양상을 파악한다.

    1)르 꼬르뷔지에 이후 프랑스의 모더니즘 건축운동은 국립파리벨빌건축대학(Ecole d’architecture Paris-Belleville)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우노 그룹(Groupe Uno)에 의해 발전되게 된다. Claude Vié와 더불어 이 그룹의 창시자인 앙리 시리아니는 르 꼬르뷔지에의 근대건축 이론을 교육에 접목시켜 건축적 적용방식을 구체화 함으로써 동시대 프랑스 건축사조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2. 근대건축의 색채이론

       2.1.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색채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에 있어서의 건축색채는 백색으로부터 출발한다. 르 꼬르뷔지에의 백색에 대한 애착은 그의 최초의 회화작품인<벽난로>를 통해 표현된다. 그에게 있어서 백색의 육면체 매스는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에 세워진 파르테논 신전의 모습과 같다.”2) 그는 “집의 내부는 백색이어야 한다. 그러나 백색이 감지되기 위해서는 다색배합이 잘 조절되어 존재해야한다.”고 언급하고, **다색배합은 건축에 있어서 벽을 없애지는 않는다. 다만 벽을 깊이감 속으로 옮겨 놓거나 중요하게 구별 짓는다”3)고 말함으로써, 백색을 기본으로 한 건축의 다색채를 논한다. 빛으로 비추어지는 기하학적 순수입방체의 미학이 르 꼬르뷔지에 건축 색채의 기본이라 이해된다. 그의 건축적 다색채의 이론도 기본적으로는 백색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나 그에게 다색채의 공간과 형태에로의 적용은 1차 기본색인 적, 청, 황색의 직접적 사용보다는 이들 기본색의 계열색들, 다시 말하면 그가 일컫는 “귀족의 색채들 (la gamme noble)”인 백색, 흑색, 군청색, 분홍색, 황토색, 고동색 등의 2차색을 주로 사용하였다.4)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의 다색체의 역할을 살펴 보면 다음과 같은 2가지 중요한 측면을 언급하고 있다.5)

    1) 색채는 공간을 변화 시킨다.

    우선 그는 청색 계열과 적색 계열색들의 성격을 규정한다.

    그에 의하면 청색 계열의 청색 및 이의 조합된 녹색은 공간을 창출하며 거리감을 생성한다. 벽에 칠한 청색은 벽의 ‘닫음’의 성격을 덜어내며 공간의 개방감을 준다. 반면 적색 및 그의 조합색인 갈색, 주황색 등은 벽체를 고정시키는 경향이 있어 벽체의 치수 등 그의 인지도를 강조해 준다. 심리적으로 청색은 부드러움, 고요함, 물의 경관, 하늘, 바다 등의 주관적인 느낌과 연관이 있는 반면, 적색은 힘, 폭력, 등을 연상시킨다.

    공간에 있어서 르 코르뷔지에게 의미를 갖는 이 두 색채 계열의 특징은 적색계열의 벽면의 고정화, 청색계열의 공간연장이라 요약 할 수 있다.

    색채를 통한 공간의 보정과 변형의 예로 페삭의 프뤼제 주거단지 계획(Quartiers Moderne Fruges, Pessac, 1926)을 들 수가 있다.

    보강 시멘트로 지어진 51개의 주택들은 주어진 대지의 협소함으로 인해 각 동은 매우 근접히 배치되었다. 그는 벽체의 근접함으로 인해 협소히 느껴질 주택 간의 시각적 이격 실제보다 강조하기 위하여 다색채를 사용하게 된다.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장방형의 닫힌 마당을 구성하는 20여개의 주택군에서, 중정의 북측의 경계를 이루는 주택의 벽면을 청색으로 마감하고 좌우 양측의 벽면을 적색계열의 고동색 마감을 통하여 청색의 주택을 후퇴시켜 공간의 시각적 확장을 꾀하고 있다. 중정 남측의 2개의 주택 벽면을 연초록으로 마감하여 이들을 부드럽게 후퇴시키며 소나무 숲과 동화되게 함으로써, 중정공간의 남, 북의 장방향으로의 공간을 확장하고자 하였다.

    대지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중앙의 중심축 도로에 면한 탑상형 주택들 간의 공간도 협소한 대지조건으로 인하여 반복적으로 매우 좁게 배치되었다. 르 코르뷔지에는 여기서도 색채를 위한 착시 현상을 이룸으로 인하여 ‘숨 막히는’ 좁은 공간감을 감쇄시킨다. 다시 말하면, 그림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길과 면한 입면 상에 두 개 동에 한 번씩 백색과 고동색을 번갈아 채색함으로써 동일색이 칠해진 입면간의 거리를 인지하도록 함으로써 건물간의 실제 간격보다 더 큰 심리적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내부공간에 있어서도 색채를 통하여 공간감의 수정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4면이 적색으로 칠해진 4각의 방은 4면이 청색으로 도색된 방보다도 그 볼륨의 형태를 더욱 명확하고 완결한 느낌을 준다. 만약 이 때 천장이 백색으로 칠해 져 있다면 방의 평면 형태는 더더욱 뚜렷이 나타난다. 그러나 천장의 색이 4개의 벽면과 같은 색으로 배색된다면, 그 방은 닫힌 공간감을 줄 것이며, 부드럽고 고요한 느낌을 주게 된다.

    육면체의 공간을 둘러싼 외피의 형태도 색채를 통해 변형된다. 예를 들면, 인접한 2개의 벽면에 따뜻한 색, 나머지 2면을 차가운 색으로 마감함으로써, 직육면체의 볼륨의 형태를 해체시키고 무게감을 상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건축적 다색채를 통하여 공간과 형태는 작가의 의도에 따라 닫혀지기도, 열려있기도 하며, 형태가 단일화되거나 해체되기도 한다.

    2) 색채는 오브제를 구분 짓는다.

    백색을 비롯한 단색채는 오브제의 볼륨형태를 정확히 가늠 짓게 한다. 이와는 달리, 볼륨 표면의 다색채의 도입은 순수 오브제의 형태를 해체하며 왜곡한다. 이의 원리를 이용하여 순수볼륨의 형상을 숨기기 위해, 또는 강조하기 위해 건축의 내부 공간 및 외부형태에 다색채가 적용된다. 이에 대해 르 코르뷔지에는 오브제에 색채를 적용하는 두가지 목적을 언급하고 있는데, 첫째, 볼륨의 형태를 숨기기 위함이며 둘째, 이와는 반대로 형태를 더욱 명확히 구분하고 인지시키기 위함이다. 예를 들면, 복잡한 형태의 오브제가 있는 경우, 색을 통하여 위계를 부여하기도 하며, 색채를 통하여 부분적인 결점을 숨기기도 한다. 이렇게 건축에 있어서 색채는 이들의 착시효과 유발을 통하여 매우 유용한 도구로 여겨진다. 핵심요소에 시각을 집중시키는 것, 또는 순수 형태를 드러내는 것, 형태를 해체하여 재구성하는 것, 또는 구분 짓는 것을 건축의 공간구성에 있어서 다색채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와 같이 위한 공간내의 계산되어진 다색채의 적용은 르 코르뷔지에의 공간 구성의 특징의 하나라고 하겠다.

    예를 들면 빌라 라로슈 (Villa La Roche, Paris, 1925)의 5m×5m의 홀공간의 다색채 적용을 살펴 보면, 그의 계산된 건축적 다색채 원리를 이해 할 수 있다. 중앙의 홀 공간은 비록 바닥면적은 작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나 홀 공간을 너머서 서재 공간까지 뻗어나가는 3층의 천장, 홀의 거대한 중앙 수직벽, 홀과 계단 후면 공간간의 시각적 개방감 등은 중앙홀 공간에 공간적 깊이감을 부여하며, 이 공간을 수평적, 수직적으로 확장하는 여유로운 공간으로 형성한다. 그러나, 그 형태에 있어서는 순수 볼륨의 형태라기 보다는, 돌출과 요철이 상존하는 복잡한 형상을 품고 있는 공간이다. 이 요철의 공간을 하나로 통일시키는 것은 홀의 거대한 수직벽면인데, 위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이 공간요소는 빛의 색인 백색으로 채색되어 어두운 색채로 채색되어 시각적 인지가 쉽지 않은 배면의 2차적 평면들과 차별화 됨 으로써, 계단참의 발코니 메스와 함께 이 공간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임을 강조한다.

    빌라 잔느레(Villa Albert Jeanneret, Paris, 1925) 의 3층에 위치한 거실 및 주방에 있어서도, 색채를 통한 공간의 새로운 구성이 이루어진다. 폭 3.5m 의 좁고 긴 거실과, 이에 옆면으로 부착되어 배치된 식당공간의 색채구성은 거실의 4개의 벽면 중 맞닿은 두 벽의 색을 분홍색으로 채색하고, 맞은편 식당의 벽면을 연두색으로 채색, 천정은 백색으로 처리함으로써, 관찰자의 시선을 분홍색, 연두색, 백색을 순차적으로 쫓아가 흐르게 한다. 이로 인해 관찰자는 방의 좁고 긴 형태를 더 이상 인지되지 않게 되며, 접혀진 벽면의 형상이 강조되어 3.5m라는 좁은 실제 치수보다 더 넓은 공간으로, 그리고 열린 공간으로 인지하게 된다.

    색채를 통한 오브제의 위계형성은 페삭의 프뤼제 주거단지의 입면의 색채구성에서도 드러난다. 중정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뻗은 선형건물은 그 입면의 구성에 있어서 보이드와 솔리드의 반복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나의 긴 벽면을 이루되 2층 테라스 및 1층 세탁공간등 후퇴된 공간을 형성하여 입면상의 깊이감을 형성한다. 전면의 1차적으로 인지되는 주입면은 갈색으로 채색되고, 주 입면과 직각으로 배치되어 후퇴된 공간으로 뻗어가는 수직벽체는 흰색 또는 분홍색, 1층 테라스하부 곡면기둥은 회색으로 처리함으로써, 건축구성요소간의 위계를 부여하였다. (입면벽 : 고동색, 내부 측벽 : 백색 또는 분홍색, 내부곡면기둥 : 회색)

    이와 같이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공간 창출방식에 있어서의 주목해야 할 사실은 공간과 형태의 인지 기준이 건축물의 외부공간이든 내부공간이든 간에 이를 인지하는 관찰자의 시점에서의 인지되는 형상이 중요하다는 것이며, 공간을 구성하고 연출하는 데 있어서, 관찰자의 시점에서 인지되는 3차원적 공간과 형상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다루어 졌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회화적 관점에서의 2차원적 공간과 색채 구성의 원리를 3차원적 공간개념으로 확장시켰다는 사실이다. 관찰자는 회화에서 연출되는 2차원적 색의 조합에서 느끼는 시각적 감흥과 만족을 자신을 둘러쌓고 있는 3차원적 공간에서의 색채와 형태, 공간 깊이감을 통하여, 그리고 이들 각 요소들의 3차원적 상호 관계성으로 인하여 시각적 감흥을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의 투시도를 이용한 공간 내에서의 색채조합의 구성방법은 단순한 2차원적 입면의 다색채 구성 또는 평면적 분할 기법과는 차별화되는 건축 공간 창조 방법이라 사려된다.

       2.2. 데스틸의 건축색채

    데스틸(De Stijl)은 기존의 인상주의 회화에 이르기까지의 사물을 보던 방식이었던 형상성과 재현성으로부터 탈피하여,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를 통해 보편적이고 완벽한 조형을 추구하였다. 이들은 순수 기하학적 형태가 지닌 이차원의 추상적 조형언어로부터 출발하여 삼차원 공간구조에서의 변환, 그리고 나아가서 건축과 산업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실천적 제안들을 통하여 예술의 통합을 시도하였다.

    데스틸에서 이념을 실현하기위한 주요 조형언어로서는 기하학적 형태와 색채의 유기적 결합으로 요약될 수 있겠는데, 그중에서 특히 색채에 관한 선구적인 논의들은 당시 근대건축 공간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1) 보편적 언어(le langage universel)로서의 형태와 색채

    데스틸에서는 자연이나 역사적 형상은 사라지고 항상 순수한 기하학적 형태로서의 육면체를 바라보며 내재된 직교체계 속에서 서로 면 분할하며 무한하게 확장 가능한 원리를 생각하였다. 신조형주의를 표방한 몬드리안(Piet Mondrian)의 정신세계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었던 쇼엔마에커스(M.H.J. Schoenmarkers)는 그의 대표적인 저서 ‘새로운 세계의 이미지(Het nieuwe Wereldbeeld)’6)와 ‘조형적 수학의 원칙(Beeldende Wiskunde)’를 통하여 자연적 세계를 수학적 구조로 설명하였을 뿐만이 아니라, 우주론적 의미에 근거하여 주요원색에 의한 수직, 수평의 직각체계에 관한 단서를 제공하였으며,7) 이는 데스틸의 4각형, 삼원색(빨강, 파랑, 노랑), 그리고 비대칭 등 주요 원칙이 되었다. 이는 몬드리안의 회화에서 선과 면의 상호관계를 통한 격자 그리드 체계 속에서의 새로운 구성원리로 발전되었고8) 극단적으로 단순화된 추상회화로 완성되어, 절대적이고 개인적인 것으로부터 초월하여 보편성을 추구하는 추상예술의 순수미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그 영향은 건축, 조각 등 더 스틸 조형예술 전반에 걸쳐 실제(reality) 상황에서의 적용이 시도되는데, 그 중 하나인 오우드(Jacobus Johannes Pieter Oud)의 <까페 드 유니>(1924)의 입면계획에서는 건축적 색채 실험으로 확실하게 드러난다. 여기에서 색채의 구성은 단순한 장식으로서가 아니라 면의 분할과 색채의 상징적 이미지를 내포하여 공간적 깊이를 만들어 낸다. 이 건축물의 입면은 벽면의 분할, 창과 문의 형태 및 그 색채의 사용에 있어서 몬드리안의 (1921)의 구성과 거의 일치하는데, 즉 수직과 수평선을 사용한 면 분할과 그들의 비대칭적 배열, 각 요소들의 등가적 균형, 그리고 크기와 비례를 달리하는 면들에 부여된 색채를 사용하여 역동적이고 리듬감 있는 입면을 만들어내며 하나의 보편적인 평형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서 색채는 건축적 요소로서의 면들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기능을 수반한다.

    2) 다시점적 공간인식9)속에서의 건축색채

    몬드리안이 우주의 질서와 사물의 내재된 속성을 추상화하여 평면의 시스템에서 조형원리를 다루었다면, 그 외 데스틸 건축가들에 의해 이들 원리를 삼차원적 건축공간, 또는 시간적 함수를 포함한 사차원으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 중 반되스부르그(Theo Van Doesbrug)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겠는데 그는, 입방체를 해체하여 볼륨을 개방시키고 단위로서의 면과 선적 요소들로 공간을 재구성하였다. 여기에서 그는, 공간은 색채의 도움으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역설하며, 색의 사용에 따른 공간의 긴장감이 데스틸의 요점임을 언급하였다.10)

    한편, 다시점적 공간인식은 시간-공간의 공존을 시각화하려는 개념인데 즉, 이는 대상을 분해하고 해체하여 각 요소들을 표면에 드러내고 그에 대한 색면을 보이게 함으로써 이차원의 화면에서 사차원의 공간적 체험으로 확장하여 지각을 완성하고 재구조화하는 수법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큐비즘의 사고와 그 기반을 공유하는 데스틸의 실험은 반되스부르그의 <개인주택 계획안>(1923)에서 매우 잘 나타난다. 즉, 수평과 수직이라는 엄격한 기하학적 체계에 따라 서로 면적을 달리하는 면들은 입방체로부터 해체되고 색면으로 구성되며 열림과 닫힘이 공존하는 공간은 내, 외부가 관입되며 사차원적 공간을 형성한다. 그림 11에서 보듯이 중앙부의 검정색 면은 평형관계에서의 중심역할을 하고, 주위의백색 면들은 단위공간의 볼륨을 형성하며, 이들 사이의 채색면들을 분배함으로써 다양한 볼륨의 공간들을 상호 관입시켜 전체적인 부피에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며, 색채는 불규칙한 공간을 통합하며 그 깊이(la profodeur)를 만들어낸다. 이는 큐비즘의 구성방식을 분석적으로 입방체에서 응용한 시도로서 원근법적 단일시점이 아닌 액소노메트릭이 지니는 중성적이고 다중시점에서 사물을 보고자 함이다.

    3) 건축요소의 비물질화와 색채

    몬드리안과 반되스부르그의 일련의 작업들이 추상에 대한 극단적인 이념과 원칙의 표방이었다면, 그 이상을 현실에서 구현하고자 한 작품들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건축물로는 리트벨트(Gerrit Rietvelt)의 슈뢰더 주택을 들 수 있겠다.

    슈뢰더 주택 역시 그 구성방식은 큐비즘의 다시점적 동시성을 기반으로 하여 시간의 개념이 내포된 공간을 구축하는데, 또한 여기에서 몬드리안의 신조형주의 원리를 건축공간에서 적극적으로 적용하여 기하학적 형태와 색채를 다루었다. 공간을 구성하는 색면은 원색의 대비를 통해 각 건축요소들 간에 긴장과 평형관계를 만들어 내고, 이 과정에서 사물은 본래의 기능이나 관습적 의미로부터 해방되어 순수조형의 추상성으로 환원하게 된다. 벽, 기둥, 창호 프레임 등은 하중이나 기능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듯 자율적 형식으로 조형요소들 간의 평형관계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건축요소의 비물질화에 있어서 색채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이러한 모습은 장방형 주택의 모서리부분의 처리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조형적으로는 연결되어 있으나 시각적으로는 분리된 벽(요소)들은 각각의 물성을 약화시키고 모서리 위에 겹친 형식으로 공중에 부유하는 듯한 관계를 보여준다. 여기에서 직교하는 벽면들은 톤의 단계를 달리하며 무채색의 독자적 면적들을 지니면서, 이들의 상호 조합에 의해 볼륨감을 만들어 낸다. 또한, 삼원색은 주로 선적인 요소로의 환원이 가능한 기둥이나 창틀, 또는 가구 등, 적은 양으로 볼륨을 제어하기위해 사용되는데, 그 중에 남서측의 입면에서 사용된 노란색의 철골기둥은 특히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테라스와 슬라브의 천정면을 지탱해야할 듯하나, 하중으로부터 독립된 기둥으로 보이며 이 또한 물성으로부터 벗어난 조형요소로서의 평형관계를 이루기 위한 접합의 방식으로 보인다.

    슈뢰더 주택은 형태의 반복, 분리, 수직과 수평의 비대칭적 배열, 그리고 무채색과 삼원색의 사용을 통해 중력으로부터 까지 해방된 보편적 공간, 즉 신조형주의의 이상을 공간적으로 실현하고자 하였으며, 여기에서 색채란 물질 그 자체를 뛰어넘는 적극적인 조형언어로 사용되었다.

    2)정진국, 『르 코르뷔지에가 선택한 최초의 색채들』, 공간사, 2000, 26쪽  3)Fondation Le Corbusier, Rencontre avec Le Corbusier, Pierre Mardaga, éditeur, 1987, pp.110.  4)“la gamme noble : blanc, noir, outremer, bleu, les verts anglais, l’ocre jaune, la terre de Sienne naturelle, un vermillon, un carmin, le rouge anglais, la terre de Sienne brulée”, Le Corbusier, Plolychromie Architecturale, Birkhauser, 2002, pp.134.  5)Le Corbusier, op.cit., pp.114.  6)여기에서 그는 “세 가지 기본적 색채는 본질적으로 노랑, 파랑, 빨강이다. 그것들은 실재하는 유일한 색들이다... 노랑은 수직적인 광선의 운동이다.... 파랑은 노랑과 대조를 이루는 색(수평적인 창공)이다... 빨강은 노랑과 파랑을 결합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태양의 주위를 움직이는 지구의 궤도인 힘의 수평선과, 태양의 중심에서 시작되는 광선의 수직적 흐름은 본래 공간적 운동이다”라 기술하며, 색채와 수직, 수평의 조형이론을 말한다.  7)K. Frampton, l’Architecture Moderne : une histoire critique, Philippe Sers, Paris, 1985, p.126.  8)훗날 몬드리안은 1949년 발표한 논문에서 원색-적, 청, 황색과 무채색-흑, 백, 회색의 평면프리즘, 요소의 등가성, 이원적 대립, 직선의 기본적 대립, 균형적 비례관계를 통한 리듬감, 대칭성의 배제라는 여섯 가지의 신조형주의 원리를 언급하였다.  9)데스틸의 미학적 기반이 된 여러 가지 중에 가장 영향력 있는 그룹 하나를 꼽는다면, 큐비즘를 들 수 있겠는데, 이에 큐비즘의 ‘동시성’이라는 개념과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10)그는 1924년 데스틸지의 ‘조형적 건축을 향하여(Toward a Plastic Architecture)’에서 “새로운 건축은 공간과 시간에 대한 직접적인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하며, 이러한 관계에 색채가 없다면 생동감 있는 실체의 요소가 결여되어서 보이지 않는 것으로 전락한다. 건축적 관계의 안정성은 색채의 사용을 통해서만 시각적으로 실현되며, 색채는 건축의 장식적, 치장적인 부분이 아니라, 표현의 유기적 수단이다.” 라고 하였다.

    3. 현대 프랑스 건축가의 건축색채 적용

       3.1. 앙리 시리아니의 건축색채

    앙리 시리아니(Henri Ciriani) 건축의 대표적인 언어라면 “접힌 평면”을 통한 건축형태와 공간의 창출이다. 이러한 그의 건축구축방법의 구체적인 적용 사례로 파리 근교 마른르-라-발레의 토르시 유치원(Centre de la petite Enfance, Torcy, Marne-la-Vallee, 1986)을 들 수 있다. 이 프로젝트의 대지의 형상은 정방형으로, 대지의 동북측에 2m에서 6m에 이르는 표고차를 가지고 있다. 건물의 배치는 대지의 동북측에 ‘ㄱ’자형태로 위치하며 서남쪽에 마당을 둠으로써 열린 형상을 취한다. ‘ㄱ’자로 배치된 외각의 볼륨 이외에 중간에 배치된 건축매스는 층수의 변화와 내부공간의 기능에 의해 ‘ㄱ’자의 본 매스와는 분절됨으로써 건물전체는 여러개의 볼륨으로 해체된 형상을 가진다. 그러나 분절되고 해체된 매스들은 건축물 전체의 가상적 외피를 형성하는 접힌 평면에 의해 다시 합쳐지게 된다. 각 층별 평면의 3차원적 자유배치에 따라 중복되는 틈새공간이 형성되며, 이 공간에 위치하는 복도공간 등의 공통 내부공간은 물리적으로 확장되며 시각적으로 투명성을 가지게 된다. 접힌 평면의 연속성으로 인하여, 부분부분으로 분산되었던 볼륨내 프로그램들은 서로 연결되어 하나를 이루게 되며, 수직, 수평적 평면의 연속적 변화로 형성되는 픽쳐 프레임은 외부 공간과 내부공간 사이의 전이공간을 형성하여, 공간간의 필터 역할을 담당한다.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에서는 순수 입방체의 단순미를 추구하였다면, 앙리 시리아니는 “접힌 평면”의 역동적 변화와 연속성을 통한 건축의 단일체 구축의 추구로 요약될 수 있다. 평면의 연속적 움직임은 그의 건축형태 요소의 주된 언어가 되며, 이는 건축형태의 단일화 뿐만 아니라 건축공간에 있어서 가상적 전이공간을 형성한다.

    여기서 토르시 유치원에 적용된 앙리 시리아니의 건축적 다색채를 살펴보자.

    르 코르뷔지에의 단순입방체가 백색으로 처리되듯 앙리 시리아니의 건축형태를 구성하는 접힌 평면의 외벽면은 백색으로 계획되었으나, 그 내벽면은 다색채로 계획되었다. 한편, 중정에 면한 벽체들의 색은 백색, 연회색, 진회색 등 무채색이 사용된다. 그 외의 부차적인 요소에 다색채의 마감이 발견되는데, 외부의 돌출된 슬라브의 하부면은 황색, 내부공간의 구성에 있어서는 백색, 회색을 공간표피구성에 사용, 분홍색, 연두색 등 다색채를 독립된 오브제에 적용되었다. 출입문에는 적색 등의 원색이 도색되었으며, 각 실의 기능에 따라 창틀의 색채를 달리하는 등 다양한 다색채가 건축물의 부분부분에 적용되었다. 여기서, 주목할 사항은 주어진 하나의 볼륨에서 같은 색을 가진 2개의 평면을 피함으로써, 볼륨의 물성을 없애고, 매스의 무게감을 해체하여 면의 추상성을 추구하였다. 가상적 볼륨 전체를 감싸는 외피는 접혀진 평면의 연속성을 통해 구체화되었으며, 이의 바깥면을 백색으로 처리하여, 건물전체의 통일감을 이루고자 하였다. 이는 르 코르뷔지에가 페삭의 프뤼제 주거단지에서 적용하였던 다색채 방식과는 역전되는 양상을 띈다.11) 다시 말하면 르 코르뷔지에가 건축의 외부에서 인지되는 순수불륨의 표피의 다색채 적용을 통하여 공간감을 수정하고 매스 형태를 해체하고자 하였다면, 그리고 내부공간의 핵심적 요소에 백색을 적용하였다면, 시리아니의 토르시 유치원에서 보여주는 방식은 이미 형태적으로 해체된 볼륨들을 연속되고 접혀진 백색 벽면의 연속성으로 하나로 묶으려 하였으며, 이 프레임으로 형성된 가상적 “열린 상자”의 틈으로 인지되는 내부공간의 틀은 백색으로, 공간 내의 핵심적 오브제들은 다색채의 적용이 이루어졌다.

    앙리 시리아니의 내부공간에서 다색채 적용과 더불어 주목할 사항은 낮은 간막이벽과 이의 상부에 설치된 유리벽면의 설치를 들 수 있다. 이로 인하여 그는 내부공간에 투명성 부여와 빛의 유입을 유도하게 됨과 동시에 하나의 커다란 공간속에 형성되는 다양한 공간의 자유로운 구성을 실현하게 된다.

       3.2. 로랑 보두엥의 건축색채

    로랑 보두엥(Laurent Beaudouin)이 건축을 통해 보여주려는 것은 표면에서 보여지는 자연에 숨겨진 보여지지 않는 자연의 질서들이다. 그에 의하면 그것들은, ‘중력, 시간, 빛, 공간’이며 이들의 비가시적인 자연 형상의 조합들을 건축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가시적인 자연형상의 모방을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12)

    본 연구에서는 로랑 보두엥이 언급하였던 그의 작품의 네가지 주제 중 ‘빛’과 ‘시간성’의 건축적 구현과 이와 연관된 건축의 다색채에 대하여 분석하고자 한다.

    그에 의하면 “건축은 시간의 예술”13)이며 시간과 공간속에서 존재하며, 반응하고, 확장된다고 언급한다. 이러한 건축의 시간성에 대한 표현능력은 사진 또는 회화와 같은 시각 예술과의 차별성을 부여하게 된다. 그의 논리를 유추하면, 건축에서 표현되는 시간성이란 정지된 순간의 표현이 아닌, 연속적으로 흘러가고 변화하는 시간의 본성의 표현으로, 그의 구체적 양상으로는 태양의 움직임에 따른 그림자와 빛의 변화에 의해 표현된다. 시간의 흐름은 태양의 움직임에 의해 인지되며, 일과중 태양의 변화는 건축의 표면을 변화시키고, 건축은 이로 인하여 변화하는 태양과 완만한 시간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한다. 보두엥의 작품세계는 이와 같이 완만한 시간의 흐름을 인간의 시각을 통해 인지될 수 있도록 하는 몸체로서의 역학을 건축에 부여하는 데 있다.

    빛 또한 그 자체로는 비가시적인 자연의 형상중의 하나이다. 빛은 반드시 불투명성을 만날 경우 그 존재를 드러내게 되며 불투명성의 덕택으로 인하여 시각적으로 인지 되며 지각된다. 빛은 건축의 볼륨 뿐만 아니라 두께, 형태, 표피, 물성, 색채, 나아가서는 공간을 드러나게 하며, 시간의 변화에 따라 이들을 변화시킨다. 이와는 반대로, 건축의 형태, 표피, 물성, 색채는 빛 그 자체의 본성과 물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보두엥이 주목하는 점이 바로 건축을 통한 빛의 본성의 표현이라 하겠다.

    로랑 보두엥 건축의 색채의 사용은 이미 르 코르뷔지에가 사용하였던 ‘공간의 변형’과 ‘형태의 구분’의 적용방법을 전승하고 있는 사례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로랑 보두엥의 색채의 사용은 건축공간 내에서의 그가 주장하는 ‘건축의 시간성’과 비가시적 ‘빛의 본성’의 표현의 도구이자 용기로 사용된 것이 특이한 사항이다. 그의 건축에서 흔히 관찰되는 색채로 채색된 표면은 빛을 받아들여 스스로 빛나는 조명기구의 역할을 담당한다. 천창을 통해서 들어오는 태양광은 천창 하부의 채색된 개구부의 내측 벽체 또는 이의 연장벽면에 반사되어 다색채의 조명등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 다색채 장치들은 내부공간에서의 채광 역할과 공간의 풍부함을 부여하는 역할을 담당함과 동시에 빛의 본성과 변화하는 시간성을 드러내는 바탕화면이 된다. 건축에서의 천창을 이용한 다색채의 도입 이외에도 보두엥의 건축에서 백색 반투명 재질의 도입은 색채와 관련된 보두엥 건축의 특징을 보여 준다. 이는 건축 공간내에 비가시적이고 무게가 없는 빛을 ‘물성화’ 또는 ‘중력화’를 통하여 빛의 새로운 특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와 관계가 있다. 남향의 직사광이 아닌 북향의 태양광은 간접광으로써, 음영의 뚜렷한 구분을 짓지 않게 된다. 포아티에 도서관(Médiatheque, Poitiers, 1996)의 전면에 설치된 반투명 유리의 차양(Brise-Soleil)을 통해 들어오는 은은한 자연광은 백색의 공간 안에 광원과의 거리에 따라 변화하는 빛의 밀도를 보여줌으로써 마치 공간안의 볼륨을 가득 채운 빛 덩어리를 형성함으로써 빛에 물성과 무게감을 부여하게 된다. 반투명 재질은 이를 통과하는 빛을 산란시킴으로써 직사광을 해체하여 빛을 밀도 있는 ‘빛의 운무’로 변화시켜 공간에 뿌려 놓는다. 이로써 빛은 공간 내에서 새로운 본성을 드러내게 된다.

    자연의 법칙 중 중력의 법칙은 건축에 있어서 매스를 지면으로부터 들어 올림으로써 표현된다. 로랑 보두엥의 백색으로 표현된 떠있는 벽체들은 그 무게만큼이나 반중력성을 표현함으로써 중력의 법칙을 구현하고 있다.

    이와 같이 로랑 보두엥의 건축의 색채는 근대 건축의 다색채 이론의 영향을 받아 적용하는 양상을 보여주며, 나아가서는 그가 건축을 통해 구현하려는 보이지 않는 자연현상들, 다시 말하면 시간성, 빛, 중력의 표현 도구이자 바탕으로써 사용된다. 이의 구체적 표현 양상으로는, 자연채광과 접목된 다색채 장치들을 통한 빛과 시간성의 표현, 반투명 유리와 차양 (Brise-Soleil)을 통해 구현되는 물성화된 빛, 그리고 띄어진 백색 벽체를 통해 표현되는 중력의 법칙 등을 들 수 있으며, 이는 보두엥 건축에서 구현되는 건축적 다색채의 적용방식의 특징이라 분석된다.

       3.3. 로랑 살로몽의 건축색채

    로랑 살로몽(Laurent Salomon)의 건축적 세계관은 그의 홈페이지와 및 2007년 서울에서 가졌던 특강14)을 통해서 밝히고 있는데, 그 내용 중 특히 본 연구에서 이미 언급하였던 데스틸에 대한 분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에 의하면 데스틸의 제안은 “거대한 건축체, 3차원적 회화성의 조형적 연속체 로서의 우주”15)라 규정 짓는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건축 및 이의 집합체인 도시는 마치 거대한 3차원적 추상화로 비교 될 수 있으며, 다양한 조형물의 집합체의 개념으로 인지된다. 3차원적 추상화로서의 공간의 형성은 그의 건축의 요소주의적16) 다색채 적용에 나타난다.

    우선 그의 작업은 간접채광을 통한 빛의 유입, 공간의 압축 및 확장 기법을 통한 공간의 위계화, 내부볼륨의 크기변화로 인한 외부의 형태분절, 연속성 기법을 통한 형태의 통일감 부여는 앙리 시리아니 이후 프랑스의 신 근대주의 건축가들의 백색 공간 창출의 방법의 전형적 적용방식이라 인지된다.

    로랑 살로몽의 건축공간의 다색채 도입은 이미 그가 구성한 위계화된 백색공간에서 색채를 통한 공간의 단순한 수정을 너머서, 3차원적 재구성을 의도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다색채들의 요소들의 독립성과 대비를 통한 상호 관계적 긴장과 균형에서 오는 3차원적 추상적 공간구축을 목적으로 한다. 파리 근교 이브리에 위치한 듈시-셉텀버 초등학교(Groupe scolaire Dulcie-September, Ivrysur-Seine, 2003)의 내부공간구성을 살펴보면, 공간을 구축하는 요소들은 단일 매스가 아닌 무게가 사라진 다면체의 조합으로 해체되기도 하고 또는 건축적 요소가 색채를 통하여 그 무게가 강조된 독립적 오브제로 표현되기도 한다. 채색된 벽면 그 상부에 설치된 유리 벽면은 불투명성과 투명성간의 상호 대비를 이루며, 또한 그 투명성으로 인해 공간의 깊이의 변화를 가져다준다. 다색채의 다양한 요소들 중에 존재하는 중앙 홀의 백색의 거대한 수직벽체는 천창에서 유입되는 자연채광을 반사하는 빛의 원천으로 이용된다. 이 모든 독립된 요소들 다색채, 백색, 컬러유리, 투명유리 등은 건축공간 내에서 로랑 살로몽이 이야기하는 3차원적 회화의 조형적 연속체로서의 공간 형성을 위한 구성요소라 볼 수 있으며, 듈시-셉텀버 초등학교내의 도시적 스케일을 가지는 중앙 홀 공간에서 이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보행자는 이러한 3차원적 회화적 공간 내에서 산책하며, 동선이동에 따라 연출되는 연속적인 장면들, 또는 정지 상태에서의 인지되는 다색채의 구축적 요소들간의 상호 관계적 상황들에 대한 인지를 통하여 3차원 공간내의 예술적, 회화적 감흥을 느끼게 된다.

    로랑 살로몽의 3차원적 회화성(picturalité tridimentionnelle)의 개념은 건축의 내부공간 뿐만 아니라 건축의 외부 형태에도 적용된다. 로랑 살로몽의 도시기반시설 프로젝트에서의 다색체의 적용은 건축적 스케일을 벋어나 도시적 스케일에서의 3차원적 회화성 구현의 사례로 보여 진다. 마른느 지역의 5ha에 이르는 대지에 위치한 길이 400m 규모의 마른느 아발 수처리 공장(Usine d’épuration Marne Aval, Noisy-le-Grand, 2007)은 건축적 스케일을 벗어난 도시적 스케일을 가진 선형 건물이다. 이 건축물의 벽면은 흑, 백, 황색으로 해체되어 채색됨으로써 거대한 매스가 가질 수 있는 중압감에서 벗어나, 공원 내의 다색채로 구성된 추상적 조형작품으로 표현된다. 또한, 발드 마른느 버스전용노선 프로젝트(TCSP-Transport en Commune en Site Propre, Val-de-Marne, 2007)에 적용된 교량의 다색채 구성은 도시 자체를 3차원적 추상화로 인지하려는 그의 건축적 표현 의지가 도시기반 시설에 적용된 사례이다. 이들 프로젝트는 건축적 다색채를 도시적 스케일 까지 확장된 예라 사려되며, 건축의 표피를 이제까지는 백색, 회색, 또는 노출 콘크리트 등 단색채에서 머물던 방식에서 벋어나 다색채의 회화적 평면으로 구성함으로써, ‘조형적 연속체로서의 도시’의 미적 구성에 일익을 담당한 사례라 분석된다.

    11)르 코르뷔지에의 프뤼제 주거단지의 다색채 적용방식과 유사하게 앙리 시리아니의 집합주거 프로젝트에도 단순볼륨의 해체를 위한 다색채 적용은 수차례 시도되었다. 예를 들면 콜롬브 공동주거계획(90 logements, bureaux et équipements publics, Colombes, 1992)이 그것이다. 시리아니는 공동주거 프로젝트 계획에 있어서 접힌 벽면을 통한 외피 형성에 그리 열성적이지 않았다. 아마도 그는 공동주거 프로젝트에 있어서는, 각 단위세대가 형성하게 될 단순 입방체의 반복적인 조합의 결과로서 건축형태가 구축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라 판단한 듯하다.  12)E&L Beaudouin, La nature invisible, Seung-Man Baek, Sejin Publishing Co., 2001, pp.4.  13)E&L Beaudouin, op.cit., pp.5.  14)Laurent Salomon, An odd to abstraction, 고려대학교 특강, 2007.  15)“L’univers comme un immense architecton, comme, un contimuum plastique-d’une picturalité tridimensionnelle” http://salomon-archtectes,com/abstration.html  16)적, 청, 황, 흑백, 회색 등 다색체로 채색된 수평, 수직의 독립성, 떠있는(Floating) 벽체들의 무한확장 가능성, 열린공간, 등이 돋보이며, 1923년 파리에서 전시되었던 개인주택(Maison Particulière), 예술가 주택(Maison d’artiste)은 반 되스부르크가 제창한 요소주의의 대표적 전형을 보여준다.

    4. 결론

    이상으로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적 다색채와 더 스틸의 건축과 색채를 고찰하고 현대 프랑스 건축가들의 다색채 적용 방식 살펴보았다. 그 파악된 내용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적 다색채의 특징을 살펴보면, 그의 건축세계는 백색의 기하학적 순수형태의 창출로부터 시작하며, 이후, 건축적 다색채의 적용을 통하여 공간을 보정하고 형태를 구분 짓는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그의 작품 사례를 살펴보면, 백색의 건축 공간은 다색채의 개입을 통하여 그 지각되는 공간이 더욱 확장되고, 여유로워질 수 있으며, 그 형태는 건축가의 의도에 따라 강조하기도 하고, 숨기기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데스틸의 건축색채에 있어서는, 수평, 수직의 직각체계에서의 3원색의 사용과 평면과 색채의 관계성에서 구현되는 극단화된 추상회화의 완성을 추구하였으며, 절대적이고 보편적 순수미를 표현하고자 하였던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추상적 순수미에 대한 갈망은 평면적 조형원리를 넘어서 삼차원적 건축공간 구축에 대한 적용으로 발전하게 되었는데, 반되스부르그의 개인주택 계획안에서 제시되듯이, 다색채의 평면들이 입방체로부터 해체되고 독립되어 내 외부의 상호관입, 열림과 닫힘의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3차원적 다색채 공간의 균형미를 형성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이때 색채는 물질 그 자체를 뛰어넘어 중력으로부터 해방된 보편적이고 균형 잡힌 공간을 형성하는 주된 요소로 자리잡게 된다.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에서는 순수 입방체의 단순미를 추구하였다면, 앙리 시리아니는 ‘접힌 평면’의 역동성과 연속성을 통한 건축의 단일체 구성 의지로 요약될 수 있다. 앙리 시리아니의 토르시 유치원에서 보여주는 건축적 다색채는 해체된 볼륨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접힌 평면에는 연속성 강조를 위하여 백색이 적용되었으며, 그 외의 부차적 건축요소, 예를 들면, 내부공간의 다양한 오브제들은 다색채의 사용이 이루어 졌다. 그의 건축에 있어서의 형태의 단일화는 단순입방체의 매스가 아닌 가상적 공간을 둘러쌓고 있는 접힌 평면의 연속성에 의함이며, 이를 강조하기 위해 선택된 색은 백색이었음을 파악할 수 있다.

    로랑 보두엥의 건축적 다색채의 특징으로는 보이지 않는 자연현상들, 다시말하면 시간성, 빛, 중력의 구현 도구로써 색채가 사용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의 구체적 방법으로는, 자연채광과 접목된 다색채 천창을 통한 빛과 시간의 변화성의 표현, 반투명 유리와 차양 (Brise-Soleil)을 통해 구현되는 물성화된 빛의 구현, 그리고 띄어진 백색 벽체를 통해 표현되는 중력의 법칙 은유 등을 들 수 있으며, 이는 보두엥 건축에서 구현되는 건축적 다색채의 적용방식의 특징이라 분석된다.

    로랑 살로몽의 건축색채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3차원적 회화성(picturalité tridimentionnelle)이라 말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건축 및 이의 집합체인 도시는 마치 거대한 3차원적 추상화로 비교 될 수 있으며, 이러한 3차원적 추상화로서의 공간의 형성은 그의 건축적 다색채 적용의 핵심적 사상으로 파악된다. 그의 3차원적 회화성의 개념은 건축의 내부공간 뿐만 아니라 건축의 외부 형태에도 적용되는데, 로랑 살로몽의 도시기반시설 프로젝트에서의 다색체의 적용은 건축적 스케일을 벋어나 도시적 스케일에서의 3차원적 회화성 구현의 사례로 보여 진다.

    이상으로, 르 코르뷔지에와 데스틸 이후의 프랑스 건축 작가들의 다색채 적용사례를 살펴보았다. 이를 통하여 파악되는 건축과 색채간의 관계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건축의 형태와 공간에 적용되는 다색채 계획은 건축공간과 형태를 구축하는 요소와 함께 고려되고 계획되었음이 밝혀졌다. 색채의 역할은 건축의 공간과 형태를 구성하는 구축적 요소의 독립적 개별성 또는 연속성에 영향을 주어, 이들을 보완, 수정, 강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에, 건축적 다색채는 건축의 공간과 형태의 구축요소와 별개로 계획되어서는 아니되며, 이 요소들과의 상호 연관성 속에서 보완,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 1. 2004
  • 2. 손 광호, 이 은정 2007 [『한국색채학회지』] Vol.21 P.21-30
  • 3. ? 엠마누엘, 로랑 보두엥 2009
  • 4. 윤 재희, 지 순연 1988
  • 5. 정 진국 2000
  • 6. 주 서령 1995
  • 7. 최 백선 2003
  • 8. 홍 일범 2001
  • 9. Beaudouin (E & L) 2001 La nature invisible, Seung-Man Baek google
  • 10. 1987 Rencontre avec Le Corbusier google
  • 11. Frampton (K.) 1985 l’Architecture Moderne : une histoire critique google
  • 12. Galantino (Mauro) 2000 Henri Ciriani Architecture 1960-2000 google
  • 13. Jenger (Jean) Le corbusier, l’architecture pur emouvoir google
  • 14. 2002 Plolychromie Architecturale google
  • 15. Lucan (Jacques) 2009 Composition, mom-composition google
  • 16. Petit (Jeam) 2000 Ciriani Lumiere d’espace google
  • 17. Vie (claude), Ciriani (Henri) 1989 L’espace de l’architecture nioderme [Association enseignement et ratique de l’architecture] google
  • 18. Warncke (C. P.) 1991 De Stijl 1917-1931 google
이미지 / 테이블
  • [ 그림 1 ]  페삭의 프뤼제 주거단지
    페삭의 프뤼제 주거단지
  • [ 그림 2 ]  페삭의 프뤼제 주거단지의 중정에 접한 건축물의 색채계획 크로키 (1:백색, 2:청색, 3:고동색, 4:연녹색)
    페삭의 프뤼제 주거단지의 중정에 접한 건축물의 색채계획 크로키 (1:백색, 2:청색, 3:고동색, 4:연녹색)
  • [ 그림 3 ]  페삭의 프뤼제 주거단지의 탑상형 주택
    페삭의 프뤼제 주거단지의 탑상형 주택
  • [ 그림 4 ]  빌라 라로슈의 홀 공간
    빌라 라로슈의 홀 공간
  • [ 그림 5 ]  빌라 잔느레의 거실과 식당의 색채분석, 정진국, op.,cit.,49쪽
    빌라 잔느레의 거실과 식당의 색채분석, 정진국, op.,cit.,49쪽
  • [ 그림 6 ]  페삭의 프뤼제 주거단지
    페삭의 프뤼제 주거단지
  • [ 그림 7 ]  Piet Mondrian, Esquisse pour le <Tableau 1>, 1921
    Piet Mondrian, Esquisse pour le <Tableau 1>, 1921
  • [ 그림 8 ]  Piet Mondrian, Tableau 1, 1921
    Piet Mondrian, Tableau 1, 1921
  • [ 그림 9 ]  Jacobus Johannes Pieter Oud, cafe De Unie 입면계획, 1924
    Jacobus Johannes Pieter Oud, cafe De Unie 입면계획, 1924
  • [ 그림 10 ]  Theo Van Doesbrug, Maison Particuliere, 1923
    Theo Van Doesbrug, Maison Particuliere, 1923
  • [ 그림 11 ]  Theo Van Doesbrug, Cotre-construction de la Maison Particuliere, 1923
    Theo Van Doesbrug, Cotre-construction de la Maison Particuliere, 1923
  • [ 그림 12 ]  Theo Van Doesbrug, Maquette de la Maison Particuliere, 1923
    Theo Van Doesbrug, Maquette de la Maison Particuliere, 1923
  • [ 그림 13 ]  Gerrit Rietvelt, Maison Rietvelt-Schroder, 1924
    Gerrit Rietvelt, Maison Rietvelt-Schroder, 1924
  • [ 그림 14 ]  토르시 유치원
    토르시 유치원
  • [ 그림 15 ]  포아티에 도서관의 채광창
    포아티에 도서관의 채광창
  • [ 그림 16 ]  포아티에 도서관 전경
    포아티에 도서관 전경
  • [ 그림 17 ]  듈시-셉텀버 초등학교의 홀
    듈시-셉텀버 초등학교의 홀
  • [ 그림 18 ]  마른느 아발 수처리 공장
    마른느 아발 수처리 공장
  • [ 그림 19 ]  발드마른느 버스전용노선
    발드마른느 버스전용노선
(우)06579 서울시 서초구 반포대로 201(반포동)
Tel. 02-537-6389 | Fax. 02-590-0571 | 문의 : oak2014@korea.kr
Copyright(c) National Library of Kore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