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iterary Study of Death and Old Age

죽음과 노년에 대한 문학적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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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STRACT

    It is natural and proper to say that one of literature’s important purposes is pursuit of social values, even without the need to borrow Hegel’s argument that literature is the son of the era. In this era when aging has emerged as a serious social problem, playwrights should pay attention to senior issues. The problem humans can never overcome is aging and dying, and therefore the topic of aging is not only tiring and but also attractive. However, plays where an elderly person appears as a protagonist and whose main subject is death are very rare. This thesis examined the elderly and aspects of death with the texts in plays written by Kim Tae-soo, a contemporary playwright good at communicating with the audience, such as When the Sun Sets, the Moon Rises, A Flower Carriage Runs and A Famous Actor Hwanggeumbong. These works approach the issue of old age and death from realistic perspectives. When the Sun Sets, the Moon Rises and A Flower Carriage Runs present a controversial topic of dialogue from new perspectives of old age like “recklessly running old person” and “young, elderly person”. In order to reflect the reality of old age in a detailed manner, the playwright has new elderly persons who are in contrast with common-sense images of old age appear on the stage. In particular, given that a decade ago when they were created, such senior issues were not raised, they show that his realistic intuition is very excellent. A Famous Actor Hwanggeumbong depicts Hwanggeumbong’s lonely life, looking straightly on the problematic reality of the elderly living alone. We are accustomed to their committing suicides, stricken by poverty, illness and loneliness. All the elderly characters in his works become faced with death. Their aspects of death vary from death from disease to suicide but the playwright’s standpoints about the elderly’s attitudes toward death are clearly revealed. He understands death with a viewpoint of pancosmic spirit and describes ecological death, thereby presenting positive attitudes towards death. From ecological perspectives, life and death are the same; When humans reach death, their capability of sympathy that reveals human dignity expands. Dying of old age is an irresistible scientific principle of the Nature. We only contemplate about our will and choice regarding how to become old and prepare for death. The works by Kim Tae-soo contain the playwright’s insight into such contemplations.


    ‘문학은 시대의 아들’이라는 헤겔의 주장을 빌지 않더라도 문학이 지향해야할 중요한 목적의 하나가 사회적 가치의 추구라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노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이 시대에 희곡작가는 당연히 노인과 죽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인간이 절대로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나이 들어 죽음에 이르는 것이기에 이는 식상하지만 매력적인 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노인이 중심인물로 등장하고, 죽음을 소재로 한 희곡작품이 드문 것이 현실이다. 이 논문에서는 이 시대 관객과의 소통성이 뛰어난 작가 김태수의 희곡 <해가 지면 달이 뜨고> <꽃마차는 달려간다> <명배우 황금봉>을 텍스트로 노인과 죽음의 양상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 작품들은 노년과 죽음의 문제를 현실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해가 지면 달이 뜨고> <꽃마차는 달려간다>는 노년을 ‘폭주노인’과 ‘젊은 노인’이란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여 문제적 화두를 던진다. 보편적이며, 상식적인 노년의 이미지와 대비되는 신 노인을 등장시킨 것은 노년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특히 이 작품들이 창작된 10여 년 전에는 이러한 노인문제의 가능성이 제기되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작가 김태수의 현실적 직관이 뛰어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또 <명배우 황금봉>에서는 황금봉의 외로운 삶을 그려 독거노인의 문제적 현실을 직시한다. 가난과 병, 외로움으로 지친 독거노인의 자살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사건이다. 그리고 작품 속 노인들은 모두 죽음과 마주한다. 병사, 자살 등 양상은 다르지만 죽음에 대처하는 노인들의 태도에 작가의 관점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죽음을 범우주 영혼관으로 이해해 생태적 죽음을 그린다. 이로써 죽음에 임하는 긍정적인 태도를 제시한다. 생태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삶과 죽음은 하나이며, 죽음에 이르러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감능력이 확장된다. 늙어서 죽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순리이다. 단지 어떻게 늙고, 어떻게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지에 대한 의지와 선택의 문제가 중요하다. 김태수의 작품 속에는 이러한 고민에 대한 작가의 통찰력이 담겨 있다.

  • KEYWORD

    Kim Tae-soo , the recklessly running old person , the young- elderly person , the elderly person living alone , viewpoint of pancosmic spirit , ecological death

  • 1. 들어가며

    김태수는 1995년부터 전업작가로 활동하면서 총 7권의 희곡집을 발간1)할 만큼 왕성한 필력을 가진 희곡작가이다. 공연된 작품을 중심으로 7권의 희곡집을 발간한 작가로는 이강백 정도를 찾을 수 있기에 그의 작가로서의 희소성은 더 커진다.2)

    김태수 작품의 스펙트럼은 매우 넓다. 대중적 인기가 높았던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1996), <땅 끝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1997), <서울열목어>(1997), <칼 이야기(칼맨)>(1998), <해가 지면 달이 뜨고>(1999) 등의 작품은 서민의 애환과 희망을 그린 낭만적 사실주의 작품이다. <베아트리체는 순수의 시대로 떠났다>(1995), <이구아나>(2002), <복어>(2006) 등은 희망조차 부재한 현대사회의 부조리를 적극 비판한 사회성 강한 작품이다. <연어는 바다를 그리워하지 않는다>(1999), <나비는 천년을 꿈꾸지 않는다>(2001)는 인간의 정체성에 관한 철학적 성찰을 담은 작품이다. 이처럼 넓은 외연을 보이는 그의 작품세계를 특정 틀에 맞추어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김태수는 ‘작품마다 영혼을 받쳐 썼다’3)고 밝힐 정도로 작가로서의 자부심이 크다. 1995년 이후 공연작만 47편에 이를 정도로 다작했지만 ‘중요한 것은 작품 숫자가 아니라 질’4)이라고 대답할 만큼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 대한 평단의 평가는 대중성에 기댄 신파적 정서, 현실인식을 담보하지 못한 낭만적 사실주의, 자기복제가 의심스러운 반복적인 드라마트루그 등으로 냉정하다. 그렇기에 그 흔한 작가론이나 작품론5)도 접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작품 저작권 중개 현황에 따르면 그의 작품이 매년 공연되는 공식적인 횟수가 2008년 21회, 2009년 27회, 2010년 20회6)에 이르는 사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전국연극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7)일 뿐만 아니라 항시적으로 공연8)되고 있는 그의 작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이 논문에서는 김태수 희곡에서 노년과 죽음이란 주제가 어떻게 그려지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모든 인간에게 가장 평등한 진리인 노년과 죽음의 문제는 이미 고령화사회9)로 접어든 우리 사회의 시의성 있는 주제이다. 노인은 ‘인간의 노화과정에서 나타나는 생리적‧심리적‧환경적 행동의 변화가 상호작용하는 복합형태의 과정 중에 있는 사람, 즉 생리적‧신체적 기능의 감퇴 및 심리적인 변화가 일어나 자기유지 기능과 사회적 기능이 약화되어 있는 사람’10)으로 정의된다. 이러한 생애주기 특성으로 인해 노인은 소득감소, 신체적 질병, 사회적 역할 상실, 심리적 소외와 고독을 경험하게 된다. 노인인구가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서 노인과 관계된 병리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연극은 시대의 거울이라고 했듯이 희곡 속에 담긴 노인과 죽음의 모습은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특히 대중적 소통성이 뛰어난 김태수의 작품을 살펴보는 것은 죽음과 노년이란 보편적인 주제가 어떻게 형상화되어 어떻게 관객에게 소통되는가를 확인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개별희곡의 가치평가는 일단 유보하고, 작품 속에서 노인의 삶이 어떻게 표현되며, 죽음의 의미가 어게 설정되었는가에 논점을 두고자 한다.

    김태수의 작품 중에서 노인이 중심인물로 등장하고, 죽음인식을 드러내는 작품인 <해가 지면 달이 뜨고>(1999)11), <꽃마차는 달려간다>(2001)12), <명배우 황금봉>(2011)13)을 텍스트로 한다. 그의 작품 편수에 비하면 적은 양이지만 이 세 작품만으로도 노년과 죽음에 대한 작가의 인식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해가 지면 달이 뜨고>는 작가의 서민극시리즈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실향민의 애환을 술로 다스리는 서만칠, 여군의 꿈을 접고 생선가게를 꾸리는 동희와 소아마비 장애를 가지고 공무원고시를 준비하는 동수 남매, 부모 없이 할머니 밑에서 자란 전과자 출신의 성준 등 개성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상처입고 외로운 타인들이 혈연보다 더 가까운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코미디이다. <꽃마차는 달려간다>는 관을 만드는 장인 홍순보의 삶과 죽음에 관한 서사를 중심으로 가족보다 더 극진한 오동춘과의 우정, 딸 선주와 달구의 사랑을 그린다. 순보의 직업뿐만 아니라 순보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결말로 인해 죽음에 대한 인식이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명배우 황금봉>은 이미 잊혀진 노배우 황금봉이 재기를 위해 애쓰지만 실패하고 자살하는 비극이다. 죽은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예술혼을 지킬 수 있는 영화에 출연하기를 평생 꿈꾸지만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깨닫는 노배우의 절망을 그린 작품으로 현실과 환상이 의도적으로 혼재된다.

    세 작품에 등장하는 노인들은 구체적인 공통점을 보인다. 먼저 70세 정도의 남성노인이라는 점이다. 황금봉은 70세로 명시되어 있다. 홍순보는 70세 생일을 앞두고 있으며 오동춘 역시 막역한 친구사이로 그와 동년배이다. 서만칠은 열아홉 살 아내와 1살배기 아들, 늙은 어머니를 고향에 두고 월남한 지 50년이 지났으니 충분히 70세는 되었을 것이다. 이 나이는 노년을 구분하는 65세에서 이미 5년 정도 지난 연령이기 때문에 노인을 대하는 사회적 시선에 익숙해진 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노년문제에 있어서는 여성보다 남성이 더 타자라는 점을 고려14)하면 남성노인을 통해 더 심각한 노년의 현실을 읽어낼 수 있다.

    둘째, 모두 가족해체의 상황에 놓여있다. <해가 지면 달이 뜨고>의 서만칠은 실향민으로 평생 북에 두고 온 가족을 잊지 못하는 인물이다. 자신의 집에 세든 세입자를 가족처럼 여기며 마음을 의지하고 있지만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 그의 몸도 무너진다. <꽃마차는 달려간다>의 홍순보는 젊은 날 권위적이고, 폭력적이어서 출산한 아내를 돌보지 않아 죽음에 이르게 했다. 유복녀로 태어난 딸에게도 마음과 달리 억압과 구박으로 일관하여 그녀를 소극적이고, 위축된 성격의 인물로 키웠다. 오동춘은 중국집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내의 병간호에 유일한 재산인 집을 날리고, 사별까지 한 독거노인으로 마음을 터놓는 유일한 상대가 순보이다. <명배우 황금봉>의 황금봉은 젊은 날 유명 영화배우였지만 자신의 예술적 소신을 인정하지 않는 영화계에 도전했다 실패하고, 과거의 기억에 매달려 늙은 인물이다. 현재 그는 정부보조금에 기대에 사는 독거노인이다. 아내는 그의 소신을 이해하지 못해 젊은 날에 그와 이혼했다. 그를 존경해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었던 외동딸은 무기력하게 늙어가는 아버지를 대신해 생활을 책임지다 누적된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7년 전에 병사했다.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가치를 드러낼 예술영화에 출연하기를 꿈꾸지만 결국 실패하고 자살하는 인물이다.

    셋째, 인물 모두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장인정신을 가지고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고집스런 성격이다. 서만칠은 만두장인이다. 어릴 적 어머니가 만두 빚는것을 어깨 너머로 본 것을 기억해 빚은 만두가 그의 장인정신과 어우러져 인정을 받았다. 이름이 나자 유명 식당에서 서로 데려가려고 했지만 경제적 이득을 먼저 생각하는 식당주인의 태도에 실망하여 업계를 떠났다. 현재는 자신의 이름을 건 수제만두를 소규모로 주문판매하며 겨우 생활하고 있다. 성준에게 만두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면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동춘은 한 곳에서 30년 동안 중국집을 운영하는 인물이다. 자신이 만든요리를 ‘빛나는 요리’라 자랑하고, 넘어져도 하나도 흐트러지지 않는 ‘빛나는 배달의 기술’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홍순보는 관을 만드는 장인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삶과 죽음을 이어주는 자신의 역할에 혼신을 다한다. 관을 만드는 것은 ‘장엄한 의식’이기 때문에 접신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자신의 죽음을 볼 수 있어야 관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황금봉은 ‘영화다운 품위와 감동이 있는 예술영화’만을 고집하는 배우이다. 상업성을 내세우는 영화는 영혼을 파는 것이므로 정신의 타락을 막기 위해서도 예술영화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결국 상업화되는 영화계를 비판하다 영화계에서 퇴출된다.

    넷째, 현실에 부적응한 인물들로 그들이 결정적으로 기대는 것이 술이다. 이들은 세상과 부대끼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일에 소신을 가지고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노력 하지만 세상은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그들은 결국 세상의 흐름에 비껴서 꿈을 좇으며 외롭게 늙어가다 병으로 죽거나 자살한다. 술은 이들의 죽음을 재촉한다. 이들에게 술은 우정을 확인하는 매개체(<꽃마차는 달려간다>)이며, 세상에 대한 분노를 다스리는 치료제(<해가 지면 달이 뜨고>)이고, 현실을 망각케 하는 진통제(<명배우 황금봉>)이다. 활용도는 다르지만 결국 현실에 부대끼는 이들이 가장 쉽게 선택한 것이 술이다.

    하지만 죽음에 관해서는 작품간 편차가 있어서 <꽃마차는 달려간다>는 작품 전면에 죽음을 내세우지만 나머지 두 편은 죽음에 이르는 결말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세 작품은 죽음에 관한 담론이 덧입혀지고, 노년에 대한 인식까지 더해져 훨씬 풍성한 의미의 층위를 보여준다. 노년과 죽음을 연계시킨것은 자연의 순리를 환기시키는 자연스런 설정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지점은 상식적이며 보편적인 시선으로 노년과 죽음의 관계를 형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1)김태수 작가의 희곡집 서문과 주요공연작품 목록을 보아도 아직 책으로 발간되지 않은 작품이 많다. 또 정극에만 매진하는 것이 아니라 뮤지컬, 악극, 마당극,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창작한다는 점에서 관객과의 소통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작가로 평가할 수 있다.  2)2009년에는 김태수레퍼토리극단을 창단하여 활동영역을 확대했으며, 2011년 말 현재 한국 희곡작가협회 이사장을 맡아 희곡작가의 위상을 높이는데도 애쓰고 있다.  3)‘[극작가 김태수] 내 지향점은 시민극 삶의 가치는 낮은 곳서’, 『한국일보』, 2001.03.27.  4)위의 인터뷰.  5)필자의 「문학성과 연극성을 갖춘 희곡작가, 김태수」(『한국희곡』 통권 제24호, 2006 겨울호.) 가 작가론으로는 거의 유일하다.  6)‘인터뷰-작가 김태수와의 대화’, 『한국희곡』 44호, 2011 겨울호, 한국희곡작가협회, 6쪽.  7)제20회(2002) 전국연극제에서 김태수의 <꽃마차는 달려간다>를 동시에 3개 극단이 공연했을 뿐만 아니라 <해가 지면 달이 뜨고>까지 공연되어 총 16개의 공연작 중 그의 작품이 4편이나 공연되었다. 이 정도로 김태수는 2000년대 이후 지역극단의 선호도가 높은 작가이다.  8)네이버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2011년 11월 현재에도 성남아트센터, 대전의 소극장 고도에서 <꽃마차는 달려간다>가 공연 중이었다.  9)유엔의 기준에 따르면 총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Aging Society), 14% 이상이면 고령사회(Aged Society), 20% 이상을 후기고령사회(post-aged society) 혹은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우리의 경우, 보건복지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0년을 기준으로 노인인구비를 11%로 추계하고 있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내놓은 2011년 상반기 주요통계에서 건강보험 적용인구 4912만 7000명 중 노인은 506만 2000명으로 10.3%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런 자료로 우리 사회가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음을 알 수 있다.  10)임춘식, 『현대사회의 노인문제』, 유풍출판사, 1991, 42~43쪽 참조.  11)김태수 작, 『김태수 희곡집 1,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연극과 인간, 2001 수록본. 이하 작품 인용시 페이지만 표기함.  12)김태수 작, 『김태수 희곡집 2, 서울 열목어』, 연극과 인간, 2001 수록본. 이하 작품 인용시 페이지만 표기함.  13)김태수 작, 『김태수 희곡집 6, 명배우 황금봉』, 연극과 인간, 2011 수록본. 이하 작품 인용시 페이지만 표기함.  14)여성이 남성에 비해 관계지향적 특성을 내재하고 있고, 2010년 서울시의 경우 65세 이상 노년인구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남성보다 1.3배(여성 55만133명, 남성 41만6308명) 가까이 높기 때문에 남성노인은 여성노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타자의 위치에 놓인다고 할 수 있다.

    2. 노년에 대한 현실적 인식

       2.1. 새로운 노인형의 제시

    기존의 문화적 담론에 의하면 노인들은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하나는 생산능력을 상실한 잉여적 존재로 ‘쓸모없는 입’15)을 가져 죽음을 강요받는 부정적 노인이고, 또 하나는 노인의 기억, 경험, 소유권 등의 중요성을 인정하여 능력자(샤먼)로 받아들이는 긍정적 노인이 그것이다. 하지만 출생률 저하와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대사회에 이르러 이러한 범주로 나누기 어려운 새로운 노인형이 등장했다. 바로 ‘폭주노인’과 ‘젊은 노인’이 그것이다.

    2.1.1. 폭주노인16)의 등장

    노년인구가 급작스레 늘어나면서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 사회17)에 진입했다. 최근 들어 노인들의 과격한 행위를 다룬 기사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되는 것도 노인인구의 급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육체적으로 노쇠했지만 정신적으로는 지혜로운 존재로 바라보는 노인에 대한 보편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우리 사회가 이해하지 못하는 신인류의 등장에 아직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우리보다 먼저 인식하고, ‘폭주노인(暴走老人)18)이란 새로운 조어를 만들어내며,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까지 보고 있다.

    이처럼 현대의 노인이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이유는 정보화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데서 오는 소외감이 주요 원인이다.

    시대의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는 폭주노인의 전형을 서만칠, 홍순보에게서 찾을 수 있다. <해가 지면 달이 뜨고>의 서만칠은 ‘중화박치기’ 라는 별명처럼 매사를 박치기로 해결하는 인물이다. 북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평생 가슴에 담고 고향마을과 닮은 망우동 산동네에 터를 잡고 산 지 50년이 되었다. 그의 내면 시계는 항상 과거에 머물러 있다. 가족들의 빛바랜 사진을 닦고, 다시 만나면 주려고 준비한 선물들을 꺼내보는 것이 그의 큰 기쁨이다. 과거 기억 속의 모습에 맞추어 준비해 놓은 어머니의 여우목도리, 아내의 구두, 아들의 색동옷은 시간의 간극을 넘어 과거를 현재로 불러온다. 술 마시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커져 ‘오마니’를 외치며 울고, 빗소리에서 가족의 목소리를 듣는다.

    ‘당당히 살아왔고, 열심히 살아온’ 자신에 대한 자긍심으로 군기반장처럼 자신과 남을 가리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력부터 행사한다. 그에게 119 구급대 출동은 일상이고, 박치기는 가장 강력한 의사소통의 수단이다. 하지만 박치기 대상을 정하는 기준이 상대적이다. ‘박가 놈 초상집’에서 자식 자랑하며 거드름 피우는 친구가 거슬려서 박치기를 날리고, ‘말대꾸하거나 버릇없는 사람들은 나이를 안 가리고’ 박치기를 날린다. 장례식에 잘 모시겠다는 장의사 봉필에게 ‘천하의 호로자식’이라며 강한 박치기를 날려 ‘평상까지 날아가 그대로 누워버리게’ 만든다. 이처럼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박치기부터 하는 인물이다. 분노하면 자해도 서슴지 않는다. 동희가 낸 교통사고의 피해자가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자 병원 벽에 분노의 박치기를 할 만큼 감정의 통제가 여의치 않다.

    ‘평양만두하면 첫 손가락’에 꼽히는 그는 ‘서만칠 아바이 만두’란 브랜드를 가지고 있고, 음식점에서 스카우트 하려고 애쓸 만큼 업계에서 인정받은 인물이다. 만두장인으로 인정받으며 잘 나갔던 적도 있었지만 돈만 아는 현실에 환멸을 느껴 소규모 주문제작만 하고, 그나마 자신의 기분에 따라 일을 하다보니 먹고 살기가 넉넉지 않다. 하지만 만두를 만드는 데는 장인정신을 가지고 있다. ‘자고로 음식이란 눈에 보이는 재료와 눈에 안 보이는 정신을 가지고 만드는 것’이라며 만두를 만들기 전에 인간이 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경제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완벽을 추구하는 장인의식도 있지만 자신의 소신에 어긋나면 박치기부터 날리는 그의 원만하지 못한 인간관계도 한 몫 한다.

    고향에 있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항상 술에 절어 살고 있다. ‘더러운 놈의 세상’ 때문에 마음이 부대끼면 정신을 잃을 정도로 폭음하는 그의 건강상태는 심각하다. 하지만 자신이 보살핌의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해 단호하게 거부한다. ‘내 비록 지붕엔 눈 내렸지만 지하실엔 훨훨 불이 타고 있는 놈’이라고 자처하면서 자신이 늙었다는 사실을 쉽사리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손이 떨려서 만두를 빨리 만들지 못해 주문 독촉에 시달리자 성준을 아르바이트생으로 두면서 ‘지금도 요 앞 골목 전봇대를 들이받으면 망우동 전체가 정전’이라 하고, 쇳덩이하고 박치기를 해도 거뜬하다고 허풍을 떤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서툴러서 항상 간접화법을 사용한다. 동수의 시험 전날 국이라도 끓여 먹이라고 소고기를 사주면서 굳이 ‘돼지고기 보다 싸서 샀다’는 설명을 덧붙이고, 성준이 자신보다 정신연령이 높아서 오히려 자신이 세대 차이를 느낀다며 투덜대는 것은 이들에 대한 사랑을 그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돈이 중심이 되는 이 사회의 현실에도 분노한다. 딸처럼 아끼는 동희가 교통사고 가해자로 경찰서에 갇히자 평생 처음으로 합의금을 구하기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머리를 숙인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돈도 못 구하고, 도와줄 능력도 되지 못하자 좌절감을 잊으려 폭음한다.

    자기의 생각이 중요하고, 자신의 고집에 자부심을 느끼는 만칠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무능력한 자신의 모습에 절망한다. 자신의 장례비로 모아놓은 2백만원이 동희의 합의금에 보탤 수 있는 전부이다. ‘내 인생은 기다리다가 다 보내고 말았어. 한 번도⋯ 한 번도⋯ 제대로 살아보질 못했다’는 그의 뒤늦은 회한은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꽃마차는 달려간다>의 중심인물 순보는 관을 만드는 천국장업의 주인이다. 그는 동네에서 가장 연장자이지만 누구도 그를 어른으로 대접하지 않고, 괴팍한 노인 정도로 치부하며 거리를 둔다. ‘한동네에서도 구정물에 뜬 호박씨처럼 혼자 겉도는’ 것은 속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오히려 어긋나게 행동하기 때문이다. ‘드런 놈의 성질빼기를 베슬 모냥 마빡에 내걸고 사는’ 그를 사심 없이 찾아오는 것은 오래된 친구 동춘이 유일하다. 젊어서는 자기 마음대로 살면서 친구들도 적지 않았지만 점차 폐쇄적으로 된 인물이다. 자신의 분방함과 무관심으로 아들과 아내를 죽음으로 내몬 것에 대한 죄책감을 이기지 못해, 32년간 자신의 일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살아온 시간이 완고함으로 남은 것이다.

    관 만드는 데는 장인이지만 타인과 관계를 맺고, 세상의 흐름을 좇는 데는 서투르다. 그가 세상에 맞서는 방법은 퉁명한 말투와 폭력적인 행위로 자신의 나약함을 가리는 것이다. 그는 직업부터 시대와 어긋나 있다. 장인정신을 가지고 관을 수작업으로 제작하지만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공산품처럼 대량생산되는 시대에 그의 역할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고작 가까운 친구들이나 농구선수처럼 특별제작이 필요할 때만 관 주문이 들어오는 정도다.

    ‘필요한 건 없어지고 없어져도 그만인 건 성하구⋯’라는 한탄을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 무력감을 드러낸다. 결국 그는 세상의 변화를 자기 방식대로 해석하고 행동한다. 변화된 세상이나 주변인물을 이해하기 보다 상대를 윽박지르거나 화를 내는 것으로 자신 밖의 세계와 충돌한다. ‘어디 나가도 굶어 죽진 안 할 것이다, 맞아 죽제.’라는 동춘의 대사는 순보의 현재를 가장 실감나게 설명한다.

    영정사진 할인해서 찍어주겠다는 동네 사진기사에게 ‘지금 너 나 빨리 뒈지라고 굿판이라도 벌리겠다는 거냐’고 화를 내고, ‘오동나무관을 자식, 손자까지 포함해서 세일한 가격으로 짜주겠다’는 악담을 퍼붓는다. 동춘이 자신을 살뜰하게 챙기는 것도 욕설이나 비아냥으로 대하며 못이기는 척 받아들인다. 지역개발을 내세우며 자신의 사업장을 혐오시설이라고 내쫓으려는 동네사람들과는 대화를 거부하고 ‘구정물도 넘치고 해서 비울 겸 냅다 끼얹어’ 버린다. 이런점에서 그의 말과 행동은 항상 통일성을 갖고 있다.

    유일한 혈육인 선주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완고하고 강압적인 태도 때문에 그녀는 그의 ‘소리 듣고 경끼’ 할 정도로 주눅 들어 있다. 칭찬 한마디 하지 않고, 실수에 대한 질책만 하는 아버지 밑에서 애정결핍을 느끼는 그녀는 자신의 생각도, 목표도 없이 소극적으로 살아왔다. 32살인데도 어른으로 성숙하지 못한 유아기적 내면을 항상 건어물을 우물거리는 것으로 드러낸다.21) 달구가 선주에게 구애하면서 스스로를 포기하지 말고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다그치는 것도 당연하다. 순보는 딸의 삶을 자신의 잣대로 결정한다. ‘이것저것 되도 않는 직장 생활 관두게 하고 육 개월 코스로 미용기술을 따게’ 하면서 일찍 기술을 배우게 하지 않은 것을 아쉬워한다. 나이 먹은 딸과 함께 살면서도 그녀가 결혼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강하다. 자신의 딸이 부족하다는 것을 항상 지적 하면서도 사윗감은 완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혼자 남을 것을 두려워하는 그의 내적 모순이다.

    달구에게 ‘너보다 훨씬 번듯하고, 훨씬 그럴 듯하고, 흠 없고 능력 있는 놈이 나타날 때까지 아무한테도 그 앨 안 주겠다’고 하여 오히려 그에게 ‘어이없는 욕심은 버리라’는 핀잔을 듣는다. 딸을 윽박지르고 단점만 지적해서 위축되게 만들었으면서도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고치지 못한다. ‘저 애한테 소리치는 거, 다 나 자신한테 해댄 거야. 지 에미한테 못해준 한이 있어서’라고 스스로의 속내를 드러내지만 그의 마음은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전달되지 못한다. 아내를 죽였다는 죄책감으로 아내를 그리며 살아왔으면서도 아내를 꼭 닮은 딸에게 이처럼 강압적인 것은 전형적인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출산한 아내를 죽도록 방치한 것도 아들이 아닌 딸을 낳았기 때문이고, 선주를 못마땅해 하는 이면에는 한 살에 죽은 아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겨 있는지도 모르겠다. 미용실 일로 시간에 쫓기는 딸에게 물시중까지 들게 할 정도로 권위를 내세운다.

    이러한 태도는 타인에게도 한결 같아서 스스로 고립을 자초한다. 희극적 에피소드인 도여사와의 만남 장면에서 그녀를 거절하기 위해 내뱉는 과장된 설명은 기본적으로 그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여성(아내나 딸)의 잔소리는 가리지 않고 폭력으로 다스려야 하고, 아내는 항상 남편의 눈앞에 있으면서 사소한 불편함도 없게 남편의 욕구를 채워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남성우월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그가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젠더의 시대에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외부와 단절된 순보의 삶은 무대 위에 시각적으로 그려진다. 그가 사는 천국장업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전설의 고향’을 찍어도 될 만큼 쇠락해 있다. ‘이 집구석 더 이상 드나들다간 명부대로 못살’ 정도인 집 입구는 ‘물기만 서렸다면 저렇게 썰물 빠진 뻘 마냥 수렁’이 되고, 지붕도 손봐야 한다. 70년을 지켜왔다는 자부심만 있지 지켜나가기 위해 필요한 개보수를 하지 않은 그의 집은 그의 삶만큼이나 무너지고 있다. 개발의 여파로 떠나라는 현수막이 대문 앞에 걸리지만 ‘이런 건 혐오시설이 아니라 편의시설’이라는 자신만의 고집으로 분노한다. 사회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순보의 삶은 현실에서 내몰리고 있다. 단지 욕설과 폭력으로 이 상황과 맞서 버틸 뿐이다.

    2.1.2. 젊은 노인의 등장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생존연령이 높아지면서 물리적 나이와 심리적 나이의 간극을 느끼며 스스로를 노인으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젊은 노인’도 등장하고 있다. 49세~6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70~74세를 노인세대의 진입으로 꼽은 응답이 54.4%에 달했고, 75세를 넘어야 한다는 대답도 14.4%에 달했다고 한다.22)

    이러한 흐름을 대표하는 인물이 <꽃마차는 달려간다>의 오동춘이다. 순보와 오랜 친구이며, 같은 동네에서 중국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순보와 달리 매사에 적극적이며, 자신이 노인이라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인물이다. ‘종일 말을 굶어 싸서 말 고파 죽겠’기에 말하려고 구박당하면서도 항상 순보를 찾는다. 그에게 말을 한다는 것은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동네에서 원만하게 지내는 그도 진심을 나눌 사람이 순보 밖에 없다는 사실은 노년세대의 본질적인 문제가 외로움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는 ‘중화루’를 30년간 운영했지만 새로 생긴 ‘만리장성’에 밀려 매상이 반으로 떨어지고, 월세 내기도 빠듯한 상태다. ‘한 곳에서 그 풍상을 이고 지낸 세월’을 보상받지 못한 현실에 분노하며 ‘만리장성’을 ‘응당 제거해야 할 집’으로 정의하지만 이것조차 우스꽝스럽게 그려진다. 그는 ‘만리장성’을 제거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극 속에서 시도하지 않는다. 젊은 ‘만리장성’의 승리와 늙은 ‘중화루’의 패배는 당연한 사회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늙어감을 거부하고 젊어지기를 시도한다. 아내의 오랜 병치레로 ‘세 살던 놈한테 집 팔아 월세 바치는’ 신세가 되고, 결국 자식, 마누라, 집 모두 잃었다. 하지만 신명은 남아 동춘은 나이를 거부하는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한다. 그의 애창곡은 <아빠의 청춘>인데, 이 노래에 그의 마음이 담겨있다. 늙어도 청춘이고, 아빠도 남자라는 심리가 담겨 있는 의도적인 선곡이다.

    자신이 아직 노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성(性)이다.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시도는 여성을 대상으로 이루어 진다. 일요일 날 일하는 대신 ‘가고파 찻집 송 마담하고 찐한 에로 영화 한 편 때리고’, 차 배달을 핑계로 꽃다방 미스 문에게 스킨십을 시도한다. 젊은 여성과의 육체적 접촉은 그에게 젊음을 환기시킨다. ‘튀는 색깔의 양복, 백 구두, 독특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자신의 성적 능력을 과시하는 그의 욕망은 대사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동춘의 대사에서 가장 빈번한 것이 성적인 표현이다. ‘질어서 맛있는 건 비빔밥하고 지집 구녕밖엔 없을 것인디/처녀가 다리 벌려 앉은 드끼 척-허니 걸쳐 있더라/공씹하고 비녀 빼갈 놈/오이 빠뜨리고 시장 본 과부년 처럼’ 등 대사마다 성적인 은유가 담겨있다. 이러한 언어표현은 바로 동춘의 늙고 싶지 않다는 무의식적 욕망의 상징이다. 순보에게 도여사를 소개 하면서 ‘빗자루 들 기력만 있으면 여자는 다 데리고 살 수 있다’고 하는 것도 자신의 욕망을 타인에게 투사한 것에 불과하다. 순보의 성격을 잘 알면서도 아무런 상의 없이 여자를 소개하는 것은 이미 결과가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이렇게 부질없는 시도를 하는 것은 친구에 대한 애정으로만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스스로의 욕망으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2.2. 독거노인 문제 제기

    소득감소에서 오는 생계비 문제, 만성질환과 심신 쇠약으로 인한 건강문제, 가정과 사회에서의 역할상실 및 지위의 저하, 이에 따른 고독감, 소외감 등은 현대의 노인들이 당면하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이다, 더욱이 가족이 해체된 독거노인의 경우에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화된다.

    핵가족의 영향으로 독거노인이 증가24)하고 있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노년기 일반적인 가구형태로 전환되어 가고 있다. 독거노인의 증가율은 전체 노인인구 증가율보다 높다. 이러한 현상에 맞추어 일본에서 새로운 직업군으로 독거노인 유품정리업이 떠오르고 있다. 주요 방송에서 특집25)으로 다룰 만큼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보편적이지 않지만 ‘유품정리’란 검색어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적지 않은 업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독거노인의 고독사가 점차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이러한 독거노인의 삶을 보여주는 인물이 <명배우 황금봉>의 황금봉이다.

    이름과 달리 과거의 기억을 부여잡고 재기만을 꿈꾸는 왕년의 배우 황금봉은 현실적인 면에서 독거노인의 전형성을 보여준다. 젊은 날의 그는 꽤 유명하고, 예술적 소신이 있는 배우였다. 하지만 ‘상업영화에서 신파연기’를 한 배우가 예술가상을 수상한 것에 분노해 심사위원장에게 주먹을 날린 사건 때문에 배우협회로부터 5년간 자격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그 후부터 그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징계는 풀렸지만 그를 찾는 영화를 만나지 못해 결국 잊혀진 배우가 되었다. 25년간 좌절감을 이기지 못해 술에 의존하며 ‘방안에 틀어박혀 한겨울로만 세상을 살다’보니 어느 새 아내와는 이혼하고, 예술적 동지가 되고자 했던 딸마저 고단한 삶을 감당하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늙고 홀로 남은 그에게 예술성 짙은 영화의 주인공 제안이 들어와 침체되어 있던 그를 흥분시킨다. 하지만 이 역시 자신의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영화계에서의 은퇴를 선언하고, 삶에서도 은퇴한다. 그의 존재 자체가 가정과 사회에서 역할을 상실한 노인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정부 보조금으로 한 달을 사는 독거노인인 그는 과일주스 하나 사먹기 어렵고, 생활비의 20%를 지출해야 생물 연어 2인분을 겨우 살 정도로 궁핍하다. 하지만 취로사업에 참가하라는 동장의 제안에 ‘봉사활동 요량으로다 몇 번 재미삼아 나갔기로 개울 쓰레기 청소하는데 날 끌어들인다’고 알량한 자존심을 내세운다. 오지 않는 영화사 박사장이 늦는 이유를 억지로 찾으며 자신의 마지막 꿈마저 좌절되었다는 현실을 쉽사리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가족을 희생시켰다. ‘영화를 위해서 엄마가, 명예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시켰다는 딸의 원망처럼 자신의 영화적 소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아내와 이혼하고, 자신의 존재가 잊혀졌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술에 빠져 가정의 모든 책임을 딸에게 전가했다.

    그의 건강상태는 노화와 과음, 외로움으로 인한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심각하게 좋지 않다. 시력의 저하로 잘 보이지 않아 교통사고를 당할 뻔 하고, 귀도 잘 들리지 않으며, 오래 걷거나 무거운 것을 들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피곤해져 거의 실신상태가 된다. 새로 사온 주스병을 열지 못할 정도로 기력이 쇠잔하며, 손이 맘대로 움직이질 않을 뿐만 아니라 수전증까지 있다. 외로움으로 언제부터인가 혼잣말을 하고, 현실과의 갈등으로 심각한 우울증에 걸려 약물에 의존하고 있으며, 기억력은 줄어들고 생각은 많아져서 현실과 환상의 구분조차 여의치 않다. 이 작품 전체가 결국 황금봉의 현실과 환상의 혼재로 이루어진 것을 고려하면 현실에서 비껴난 노인의 욕구불만으로 가득한 내면이 에피소드식 구성 속에 담겨있다. 특히 영화사 박사장이 유혹하는 환상 장면에서 그는 자신을 완벽한 남자라고 지칭하며 여성의 도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만 준비운동 중에 허리를 다치는 어이없는 결말에 이른다. 이처럼 욕망과 현실의 간극을 사실적으로 제시한다.

    ‘시대와 세대를 넘어 사람들 가슴에 영원히 남는 작가와 배우’가 되기로 딸과 약속했지만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그에게 꿈을 이룰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의 인생에서 현실과 타협한 것은 모두 딸 은하를 위해서이다. 딸의 수술비를 벌기 위해 그가 혐오하던 에로영화에 출연하고, 시나리오 작가로 인정받기 원하는 딸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 그녀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아달라고 심사위원장인 친구 앞에 무릎을 꿇는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 모두 그를 더욱 비참하게 한다. 딸은 아버지의 명예와 예술혼이 타락했다며 그에게서 떠나가고, 친구에게서는 ‘세상 돌아가는 것도 모르고 외곬만 고집하는 무능하고 퇴락한 작자’란 비난을 듣는다. 자신을 위해서는 영화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렸지 노력하지 않았다. 딸을 위해서는 행동에 나섰지만 그의 선의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그를 더욱 고립시켰다.

    이 작품에서 그를 상징하는 것은 칠리소스 연어구이와 은행이다. 수제로 만든 칠리소스 연어구이는 그의 삶을 상징한다. 그의 집에 영화계 인사들이 넘쳐나던 과거에는 모두를 감탄시켰던 비장의 요리였지만 현재는 기다림 속에 타고, 졸아들고, 식어서 결국 먹을 수 없게 되어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요리이다. 재료는 변하지 않았지만 조리하는 사람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요리의 의미가 상반되게 해석된다. 그가 이 요리를 박사장에게 대접하고자 한 이유가 과거를 환기시키려는 의도였겠지만 결국 자신의 현실을 깨닫는 결과에 이른다. 그의 집 마당에 서있는 은행나무와 마당에 떨어져 있는 은행은 황금봉의 현재를 상징한다. “싸-아 하고 늦가을의 바람이 불자 나무에서 은행잎이 우수수수- 떨어진다. 동시에 마당에 흩어져있던 은행잎들이 만추의 빈 마당을 이리저리 구른다.”는 지문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몸체에서 떨어져 악취를 풍기는 은행은 그의 존재와 다르지 않다. 은행은 악취를 이기고 껍질을 까야수확할 수 있기에 악취만 생각하면 더없이 불쾌한 존재가 된다. 예술적 정신을 제대로 알아주지 못한 현실에서 그는 자신을 수확되지 못하고 버려져 악취를 풍기는 은행에 투사한다.

    그가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것은 자살이다. 우울증, 술, 그리고 약물의 치명적인 조합에 의한 충동적인 결정이었지만 평생의 꿈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그에게 남은 것이 아무 것도 없기에 필연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15)일본 영화 <나라야마 부시코>에서 그려진 것처럼 노인을 버리는 습속인 고려장은 이러한 인식을 기반으로 사회적 관습이 되기도 하였다.  16)이 장에서 다루어지는 폭주노인에 대한 개념은 전성희의 논문 「TV드라마에 나타난 노인 이미지와 노년에 대한 인식」(『드라마연구』제35호(통합 제13권), 한국드라마학회 2011. 12)의 ‘3.2. 폭주하는 노인’에서 도움 받았음을 밝힌다.  17)우리나라는 2008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0.3%에 이르러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2026년에는 20%에 이르러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8)후지와라 토모미, 이성현 옮김, 『폭주노인』, 좋은책만들기, 2008 참조.  19)앞의 책, 6~7쪽.  20)위의 책, 21쪽.  21)아동발달심리학에 의하면 어린 아이는 무엇을 빨고 있을 때 기쁨이나 따뜻함, 만족감, 안정감을 느낀다. 긴장감이 없는 편안함을 경험한다. 따라서 어린 아이는 두려움을 해소하고, 불만족을 충족시키기 위해 손가락을 빤다.  22)이정환, ‘젊은 노인’, 『한국경제』, 2011.06.16. 참조.  23)남시욱, 「‘젊은 노인’ 또는 ‘나이든 청년’」, http://blog.daum.net/silver365/8509203  24)“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가족관계·부양의식 등 가치관의 변화로 65세 이상 독거노인은 2000년 54.4만명에서 2010년에는 102.1만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불과 10년만에 87.7% 급증했고 앞으로 계속 증가해 2030년에는 233.4만명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그 결과 전체노인에 대비 독거노인의 비율은 2000년 3.7%에서 2010년에는 6%로 증가했으며 2030년에는 독거노인이 10중 중 1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외로움과 홀로 싸우는 독거노인⋯“정부 서비스 확대돼야”, 『헬스조선』, 2011.08.11.)  25)【特集】‘遺品整理屋が見た孤独死の現場’ - 住人が亡くなり、住み手がいなくなった家を遺 族らからの依頼を受けて整理する業者“遺品整理屋”のニーズが高まっている。背景にあるの は、いま、大きな社会問題となっている独居老人などの孤独死だ。誰にも看取られることも なく、亡くなっている人々には、各々どのような事情があったのか。年間300件以上の孤独死と向き合っているという業者に密着。遺品整理屋が見た孤独死の現実を伝える。아사히TV 「보도스테이션」, 2010.10.22.

    3. 범우주 영혼을 지향하는 생태적 죽음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바라보는 세 가지 관점이 있다. 첫째, 인간중심적 관점에서 보면, 자연은 인간의 패배를 의미한다. 필연적으로 인간에게 위협의 근거이고, 불안의 요소이기 때문에 자연을 극복하기 위한 투쟁이 인간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이 투쟁의 결과이다. 둘째, 인간과 자연을 공존의 관계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인간과 자연은 구분된다. 이는 같은 자연환경에서 여러 동물과 여러 생명체가 각자 자기 나름대로 공존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러한 자연관 역시 자연과 인간의 존재론적 구별과 형이상학적 이원론을 전제한다. 이러한 자연관 속에서 인간은 아직도 자연 밖에 존재한다. 그리고 셋째,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를 자연 안에 존재하는 것으로 바라보는 생태적 관점은 가장 포괄적인 개념이다. 총체적인 자연은 인간이 형이상학적 차원에서 구별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자연 질서의 한 측면을 나타낼 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자연과 인간의 대립이라는 개념은 물론 공존이라는 개념도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자연은 우주 전체, 아니 존재 전체를 단 하나로 통합하여 지칭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26)

    결국 생태적 세계관은 크게 상호연결성의 원리, 본질적 가치의 원리, 포괄성의 원리 세 가지로 설명27)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살펴보면 세 작품은 죽음에 관한 생태적 세계관을 드러낸다. 작품 속에서 삶과 죽음은 분리되거나 갈등하는 관계가 아니라 일원론적인 유기적 관계로 그려진다. 삶과 죽음이 혼재하고, 서로 교류하며, 하나의 세계로 구현되는 것이다. 결국 생태적 세계관은 범우주 영혼28)으로 귀결된다. 범우주 영혼에 의하면 죽음으로 영혼과 육신이 분리되어도 영혼은 이 세상과의 관계를 상실하지 않는다. 오히려 영혼은 죽음을 통해서 육신의 시공간적 제약을 받는 현재의 관계보다도 더 넓고 깊은 내밀한 관계를 우주 전체와 형성한다. 범우주 영혼의 관념은 생태적 세계관이 가리키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 자연의 본질적 가치를 확인하고 심화한다. 인간과 자연은 인간의 죽음 이후에 영혼의 범우주적 관계를 통하여 더 깊어지고 넓어지도록 되어 있다. 또 우리가 자연에 대해 보다 책임 있고 성숙한 태도와 행동을 취하도록 한다. 결국 범우주 영혼관을 지향하는 것이 생태적 죽음이다.

    이러한 관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작품이 <꽃마차는 달려간다>이다. 관 짜는 장인이 주인공이고, 중심인물이 노인이며, 죽음이란 결말에 이르는 이 작품은 의도적으로 죽음을 전경화 한다. 이미 <꽃마차는 달려간다>는 제목에서도 꽃마차가 관을 상징하고, ‘달려간다’는 동사를 통해 죽음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그려질 것이라는 사실을 예상할 수 있다.

    죽음에 대한 생태적 인식을 대표하는 인물이 순보이다. 아무도 몰래 아내의 무덤을 집 뒤뜰 돌탑 옆에 만들어 놓고 항상 대화를 나누며, 딸의 결혼을 결정할 때도 아내의 의견을 먼저 구한다. 그는 삶 속에서 아내의 존재를 항상 느끼고 있다. 아내에 대한 그의 감정은 ‘없어서 서러운 거지 죽어서 서러운 건 아니다.’ 관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의 죽음을 느껴야 한다고 믿고, ‘관이라는 것은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고 다독이는 최후의 보금자리’라고 생각하는 그에게 이승과 저승의 거리는 ‘엎어지면 코 닿을 데’에 불과하다. 이러한 그의 인식은 달구에게 관 짜는 법을 가르치는 장면과 미스 문의 장례식 장면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삶과 죽음을 하나로 생각하는 그이기에 죽음을 얼마 남겨 놓지 않고도 자신의 삶을 침착하게 정리한다. 고집스레 내놓지 않던 집을 팔고, 움직이지 못하게 된 자동차를 폐차하며, 영정사진을 찍고, 재산을 정리해 딸과 동춘에게 나누어준다. 그의 마지막 소망은 죽은 아내와 합장해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에게 죽음은 현실의 모든 욕망을 버리고, 인간 본연으로 돌아가는 장엄한 회귀의식이다. 삶보다 죽음에 가까워졌을 때 인간의 공감능력은 최대로 확장된다. 리프킨이 인간의 위대함은 공감하는 존재(homo empathicus)라는 사실에서 비롯되며, 인간의 공감능력은 자연으로까지 확장되어야 한다고 주장29)했듯이 순보는 비로소 자연과 공감하게 된다.

    죽음은 순보를 세상과 갈등하던 폭주노인에서 자연에 순응하는 지혜로운 노인으로 변모시킨다. 샤먼처럼 죽음에 대한 예지력을 갖고, 늙어가는 것의 긍정적 의미를 깨닫는다. 머리로 이해하던 죽음을 몸으로 체득하면서 범우주 영혼관을 기반으로 한 죽음의 생태적 인식이 완성되는 것이다.

    <해가 지면 달이 뜨고>에서 서만칠이 죽어간다는 사실을 깨닫고 유언처럼 동희에게 쓴 편지에 죽음에 대한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에게 죽음은 삶에서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이어지는 것이며, 삶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시공간을 초월해서 그리움의 대상인 고향과 가족 곁에 갈 수 있는 있기에 죽음을 앞두고도 초연하다. 시공간의 제한을 받는 육신의 삶에서 이를 초월하는 영혼의 삶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가족을 위해 미리 마련해 둔 선물상자를 꺼내보고 기뻐하며, 춤까지 춘다. 그는 범우주적 영혼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죽어서도 삶과 관계를 맺는 생태적 죽음의식을 드러낸다.

    황금봉에게도 삶과 죽음은 분리된 것이 아닌 하나의 세계이다. 이미 7년 전에 죽은 딸 은하가 항상 그와 대화를 나누며 그의 삶 속에 존재한다. 그에게 딸은 죽은 인물이 아니다. 영화 계약의 순간을 녹화해서 딸에게 보여주려 하고, 계약금을 받으면 딸이 필요로 했던 글방을 얻어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딸은 목소리로 등장해 그의 현재 삶에 참견하고, 과거의 모습으로 등장해 그의 전사와 현재를 설명한다.

    그에게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수동적인 차원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과 의지로 삶을 완결하는 능동적 차원의 것이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은퇴를 선언한다. 그에게 노년의 삶이란 딸에 대한 그리움을 쌓아가는 시간이었다. 그가 영화에서 재기하기를 바란 것도 결국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딸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욕망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영화에서 은퇴하는 것은 삶에서의 은퇴가 되는 것이다. 그가 죽는 순간 바란 것은 딸이 자신을 진정한 배우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그는 죽음 이후에 딸과 해후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녀의 인정을 갈구하는 것이다. 죽음이 삶과 구분되는 것이라면 이러한 소망은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황금봉 역시 삶과 죽음을 유기적 관계로 보는 생태적 인식을 갖고 있다.

    26)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정의는 박이문의 「환경‧생태계‧자연의 올바른 개념과 세계관의 전환」(『문명의 미래와 생태학적 세계관』, 당대, 1997, 65~80쪽)에서 정리하였다.  27)첫째, 상호연결성의 원리이다. 생태적 세계관은 세상의 모든 개별 존재가 궁극적으로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의존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인정한다. 둘째, 본질적 가치의 원리이다. 생태적 세계관은 세상의 모든 개별 존재가 서로 연관되어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것이라도, 그 자체의 존재 이유와 역할, 다시 말해서, 본질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인식하고 인정한다. 셋째, 포괄성의 원리이다. 이 세상에 상호연결성과 본질적 가치의 두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영역과 개체는 없다. 따라서 생태적 세계관의 범위는 자연과 사회 모두를 포함하며 양쪽 모두에 적용된다. (조현철, 「생태신학의 이해 : 생태신학의 교의 신학적 체계 구성을 위하여」, 『신학과 철학』 8. 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 2006, 201쪽.)  28)죽음의 생태적 의미는 칼 라너(Karl Rahner)의 범우주 영혼의 관념을 중심으로 서술될 것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조현철의 「칼 라너의 범우주 영혼의 관념에서 본 죽음의 생태적 의미」의 제1장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죽음의 의미’(『신학과 철학』10, 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 2007)에서 정리하였다.  29)제러미 리프킨, 이경남 옮김, 『공감의 시대』, 민음사, 2010 참조. 이 책에서 필자는 현대사회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공감능력이 있는 인간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경쟁과 적자생존의 시대에서 벗어나기 위해 협력과 평등이 필요하며, 지구와 환경으로까지 공감의 관계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4. 나아가며

    ‘문학은 시대의 아들’이라는 헤겔의 주장을 빌지 않더라도 문학이 지향해야 할 중요한 목적의 하나가 사회적 가치의 추구라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노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이 시대에 희곡작가는 당연히 노인문제와 그들의 죽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인간이 절대로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나이 들어 죽음에 이르는 것이기에 이는 식상하지만 매력적인 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노인이 중심인물로 등장하고, 죽음을 소재로 한 희곡작품이 드문 것이 현실이다.

    이 논문에서는 이 시대 관객과의 소통성이 뛰어난 작가 김태수의 희곡 <해가 지면 달이 뜨고> <꽃마차는 달려간다> <명배우 황금봉>을 텍스트로 노인과 죽음의 양상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 작품들은 노년과 죽음의 문제를 현실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해가 지면 달이 뜨고> <꽃마차는 달려간다>는 노년을 ‘폭주노인’과 ‘젊은 노인’이란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여 문제적 화두를 던진다. 보편적이며, 상식적인 노년의 이미지와 대비되는 신 노인을 등장시킨 것은 노년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특히 이 작품들이 창작된 10여 년 전에는 이러한 노인문제의 가능성이 제기되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작가 김태수의 현실적 직관이 뛰어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또 <명배우 황금봉>에서는 황금봉의 외로운 삶을 그려 독거노인의 문제적 현실을 직시한다. 가난과 병, 외로움으로 지친 독거노인의 자살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사건이다.

    그리고 작품 속 노인들은 모두 죽음과 마주한다. 병사, 자살 등 양상은 다르지만 죽음에 대처하는 노인들의 태도에 작가의 관점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죽음을 범우주 영혼관으로 이해해 생태적 죽음을 그린다. 이로써 죽음에 임하는 긍정적인 태도를 제시한다. 생태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삶과 죽음은 하나이며, 죽음에 이르러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감능력이 확장된다. 늙어서 죽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순리이다. 단지 어떻게 늙고, 어떻게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지에 대한 의지와 선택의 문제를 고민할 뿐이다. 김태수의 작품 속에는 이러한 고민에 대한 작가의 통찰력이 담겨 있다.

    누구나 노인이 되어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자신이 노인이라는 사실을 쉽게 인정하지 않고 죽음의 도래를 막는 데 모든 관심과 노력을 집중한다. 노인과 죽음의 사회적 의미는 부정적인 면에서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시대가 급변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이러한 때에 노인의 역할을 제고하고, 생태적 죽음인식을 통해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희곡작품이 많이 창작되어야 한다. 이것이 문학의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 방법이다.

    이런 점에서 김태수의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평단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김태수가 대중과 소통하는 원동력은 작가의 현실적 감각에 놓여있다. 그의 작품 속 죽음과 노인의 모습에는 현실이 반영되어 있고, 현재적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 1. 김 태수 2001
  • 2. 김 태수 2001
  • 3. 김 태수 2011
  • 4. 박 이문 1997
  • 5. 이 은경 2006 [『한국희곡』] Vol.통권
  • 6. 임 춘식 1991
  • 7. 조 현철 2006
  • 8. 조 현철 2007
  • 9. 제러미 리프킨, 이 경님 2010
  • 10. 토모미 토모미, 이 성현 2008
  • 11. 권 오일 2006
  • 12. 남 시욱
  • 13. 이 정환 2011
  • 14. 2011
  • 15. 2011
  • 16.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