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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분야 연구기관의 기록관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기록의 공개와 활용방안 모색 Record Management of Scientific Research Institutes: The Access and Use of Research Records at KARI
  • 비영리 CC BY-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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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과학기술분야 연구기관의 기록관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기록의 공개와 활용방안 모색
ABSTRACT

Established in 1989, Korea Aerospace Research Institute is a national research institute that is highly sensitive about the security management of research records given the nature of the research areas. As a result, procedures for security and confidential records are already well established. On the contrary, there has not been enough discussion about the release or use of records. This page introduces some examples such as the access re-review and archives exhibition, and how institutions’ perceptions of records management have changed.

KEYWORD
연구성과물 , 공개재분류 , 기록전시
  • 1. 들어가며

    갓 입사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담당업무가 기록관리라고 소개하면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과 마주 할 일이 많다. 기록관리라는 업무를 처음 도입하는 기관 입장에서는 이제껏 없었던 업무가 늘어난 것이기 때문에 부담을 먼저 느끼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든지 기관의 의지나 관심 없이 단지 법적근거만으로 업무를 진행한다면 그 일은 기관에서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없다. 기록관리를 시작하는 담당자로서 본인은 어떻게 하면 기록관리가 기관 구성원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고민 해 왔고, 각 부서 실무자 인터뷰, 축적된 기록물의 활용현황 검토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고민해 본 결과 그 답을 “기록의 공개와 활용”에서 찾았다.

    재직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국가 보안기관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소한 기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에서는 연구기록 특징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 “기록관리 담당자는 공문 배부하는 사람”이라는 기관의 인식 속에서 기록관리 업무의 이미지메이킹을 위해 시도한 사례들을 공유 해 보고자 한다.

    2.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연구기록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이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은 대한민국 항공우주 연구개발을 선도하는 기관으로서, 세계수준의 과학기술 개발을 통한 국민경제의 발전과 삶의 질 향상을 기관의 목표로 하는 연구기관1)이다. 기관의 성격이 뚜렷한 만큼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기록은 연구과정이나 성과를 담고 있는 연구기록물이며, 연구기록물은 기관 창립부터 현재까지 매년 생성되는 기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항우연 연구기록 관리의 가장 큰 특징은 기관 내에서도 각 연구분야별로 독립적인 기록관리체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서야 관리체계가 정비된 행정기록2)과는 달리 연구기록 관리에 대한 논의는 효율적인 연구 수행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일찍이 진행되어 왔다. 초창기 항우연은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따라잡기 위해 세계의 항공우주분야 연구기관들과 활발한 교류를 진행해왔다. 선진국은 우리나라보다 30여년 정도 앞서 있었으므로 연구기록 관리에 대한 체계도 이미 정립되어 있었고, 자연스럽게 항우연은 그 체계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형상관리”라고 하는 이 체계는 연구개발 산출물에 대한 각 요소와 형상을 연구개발 전 생애주기에 걸쳐서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으로, 연구개발 과정과 내용에 대한 꼼꼼하고 체계적인 문서화를 의미한다. 5~10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항공우주분야 특성 상 절차를 통해 변경된 내용과 조건에 따른 실험결과를 명확하게 기록으로 남겨야만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연구기록물 관리체계는 연구수행과정을 문서화하여 이력을 남기고, 내용 증빙을 위한 검토의 관점에서 정립되어 왔다. 특히 국제적으로 보안이 민감한 항공우주 분야는 기록에 대한 보안에 민감한데, 항우연의 연구기록 관리시스템 역시 문서의 제·개정 이력을 철저하게 남기는 것은 물론 연구 관련자가 아니라면 접근도 불허하는 등 엄중히 운영되고 있다. 허가받지 못한 자의 문서 열람, 획득을 방지하기 위한 기능 역시 일찍이 도입되어 보안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연구기록은 충실한 내용도, 신뢰 할 만 한 관리절차도, 원본이 훼손되지 않았다는 것도 보증 할 수 있어야만 그 기록을 후속 연구에서 믿고 활용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항우연은 주요 연구부서별3)로 형상관리 담당부서 혹은 담당자가 지정되어 있으며, 사전에 정의된 양식 및 절차에 따라 각 연구자들이 연구기록을 생성하여 시스템에 등록하고 있다. 여기서 기관 특성에 근거한 한계가 발생하는데, 전문요원 역시 연구 관련자가 아니므로 연구기록 시스템에 대한 접근은 차단되어 있다는 점이다.

    3. 비공개 연구기록의 재평가, 원내 연구기록 활용범위 확장

    비록 전문요원이 연구기록 전체에 접근 할 수는 없어도 일부 권한을 가진 부분이 있는데, 바로 실적관리를 위해 기관에 등록하도록 강제되어 있는 연구성과물4)이다. 항우연의 경우 연구성과물의 수집 및 관리는 도서관에서 주도하고 있으며, 전문요원 역시 도서관에 소속되어 있다. 본인은 소속부서의 이점을 활용하여 연구성과물 관리를 통한 기록관리 이미지메이킹을 시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고, 그 중에서도 보안에 집중하느라 상대적으로 소외된, “연구기록의 공개와 활용” 측면에 집중하였다.

    항우연에서는 연구성과물을 기관에 등록하기 전에 ‘보안성 검토’라는 단계를 거친다. 보안성 검토란 해당 문서에 담긴 내용이 기관의 다른 사람들, 혹은 기관 외부로 공개되어도 괜찮은 것인지에 대해 검토하는 과정으로, 보안성 검토가 끝나면 특정 문서의 공개범위5)가 결정된다. 이 때 문서에 포함된 내용이 기술적으로 민감한 사안일 경우 비공개기간을 지정 할 수 있는데, 2년 전만 하더라도 비공개기간에 대한 원내기준이 없어 50년, 100년 등 연구자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었다. 연구를 수행하는 현 시점에서는 민감한 사안이기에 비공개로 설정하되, 연구 종료 이후에 해당 문건을 공유하거나 활용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해당 검토절차를 운영하는 행정부서 역시, 문서의 보안여부 판단에 집중했을 뿐 비공개기간 만료 후 절차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성과물은 매년 3,000여 건 이상 생산되는데 비해 한 번 비공개로 설정된 성과물이 공개재 분류 되지 않으면서 비공개 연구성과물의 비중만 높아지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기록물 관리법에 적시된 공개재분류 절차를 시행하기로 하고, <그림 1>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비공개기간의 종류는 5종6), 기산일은 문서 기안일자 기준 다음 해 1월 1일로 명시하였다. 5종으로 정한 이유는 첫 번째, 대개 연구과제의 수행기간도 1/3/5/10년 정도로 구분되기 때문에 연구자에게 익숙한 단위이고 두 번째, 연구성과물 관리 구석구석에 공공기록물 관리법을 녹여내고 싶은 실무자의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부보고 및 공지를 통해 비공개기간과 기산일을 설정한 후, 연구성과물에 대한 공개재분류를 실시하였다. 기관 특성 상 대외공개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건이 많아 대부분은 “원내 비공개 →원내 공개”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절차는 기록물 공개재분류 양식을 기관에 맞게 수정하여 각 부서에 협조요청을 하고, 주저자 혹은 연구책임자가 공개전환여부를 판단하여 회신하도록 했다. 만약 공개가 불가능할 경우 비공개기간 연장은 공공기록물 법에서 정한 5년 뒤 재분류로 정하고, 구체적인 사유를 적시하도록 해 이유 없이 비공개기간을 연장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 결과 첫 해인 2017년에는 84%, 2018년에는 86%, 2019년에는 79%의 연구성과물이 공개로 재분류되어 원내/외에 서비스되고 있다.

    비공개로 잠자고 있던 성과물을 유통하게 된 것도 중요한 결과지만, 전문요원으로서 무엇보다 고무적인 성과는 기록관리 업무에 대한 긍정적인 첫인상을 심어 준 것이다. 공개재분류 절차를 통해 거의 모든 연구부서와 공문을 주고받으면서, 공공기록물 법에 의거한 새로운 업무가 결국은 연구자에게 더 많은 연구기록을 제공 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릴 수 있었다.

    4. 대외 공개가능 연구기록을 활용한 기록정보서비스 도전

    도서관에는 문서의 형태로 된 연구기록 뿐 아니라 사진이나 동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기록물이 축적되어 있으며, 보유기록물을 활용한 기록정보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연구에 필요한 특정 기록물만 검색 및 활용하는 이용행태를 가지고 있어, 연구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새로운 기록정보서비스 발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보안기관의 특성 상 기록정보서비스의 이용 대상자가 원내에 한정되어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 어려웠는데, 올해 국립중앙도서관을 통해 공공전시7)를 진행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새로운 유형의 기록정보서비스에 도전 해 볼 수 있었다.

    전시는 국립세종도서관, 서울도서관, 경남대표도서관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다. 전시가 도서관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다양한 이용자층이 방문 할 것을 감안하여 최대한 어렵지 않고 다양한 유형의 기록물과 마주 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행사를 통해 원내 보유기록물에 대한 연구자들의 호기심, 관심을 높이는 것이 이번 공공전시의 목적 중 하나였으므로, 전시장에 방문한 직원들이 원내기록을 색다르게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이나 공간배치에도 주의를 기울였다. 먼저 항우연의 기능과 역할을 쉽게 이해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전시의 목적으로 설정하고, 대외 공개 가능한 관련 연구기록물을 폭넓게 수집했다. 도서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연구보고서, 연구노트와 사진, 동영상 중 공개 가능한 건을 선별하여 스토리보드를 제작하였으며, 최종 확정된 전시내용에 맞춰 부족한 내용은 직접 연구자들을 찾아가 사진을 촬영하고 원고를 받는 등 기록의 생산도 병행하였다. 그리고 연구자들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연구박물(연구성과물 모형)과 시청각기록물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기도 했다.

    전시 컨텐츠 중에서 특히 호평을 받았던 것은 연구성과물 모형을 활용해서 진행한 스탬프릴레이이다. 전시장에 비치된 연구성과물을 눈으로 보고, 전시 내용을 읽은 뒤 4개의 스탬프를 모두 찍으면 해당 일러스트로 제작된 기념품을 수령 할 수 있게 기획했다. 스탬프릴레이를 통해 관람객들이 마주하는 연구성과물 컨텐츠는 <그림 2>와 같다. 항우연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전시장을 나갈 때에는 주요 연구성과물을 기억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는데, 관람객들이 스탬프를 찾는 과정에서 벽면의 설명글과 각종 시청각자료에 집중하게 되어 전시의 전달력을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본 전시의 목적이 기관 보유기록물에 대한 관심제고 및 새로운 기록정보서비스에 대한 도전이었던 만큼, 전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전달력이었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연구기록은 대중이 받아들이기 쉬운 방식으로 재가공하여 활용했는데,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에게 연구기록 실물은 현장감 외에 큰 의미를 주기 어려운 형태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기록 실물을 활용한 전시를 생각했던 실무자로서는 아쉬운 부분이었으나, 결론적으로는 정보부서에서 이용자에게 먼저 소장기록물을 소개하는 아웃리치 서비스가 잘 진행되었다는 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전시가 끝난 뒤 도서관 보유기록물을 궁금해 하며 방문하는 연구자가 생기기 시작해, 원내 직원들에게도 연구원의 소장기록을 새롭게 보여 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5. 맺음말

    본인은 전체 직원이 75%가 연구직으로 구성되어 있는 항우연에서 기록관리 업무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연구자에게 어필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어떻게 하면 연구자들에게 좀 더 다양한 업무로 자주 마주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나름의 전략이었던 “공개와 활용”과 관련한 다양한 시도 덕에, 지금은 관리방법이 애매한 연구기록에 대한 문의, 유통이 필요한 연구기록에 대한 이관신청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져 전문요원으로서 업무범위를 점진적으로 넓혀가고 있다.

    그 동안은 기록관리를 기관에 녹이기 위해 당장 가시적인 효과가 보이는 업무 위주로 진행 해 왔다. 전자기록의 활용에 집중하느라 비 전자기록 관리에는 다소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부족한 서고도 확충해야 하고, 다양한 기록물에 대한 접근권한 확보 및 수집 등 이제부터 좀 더 어렵고 본격적인 업무가 필요하다. 어떤 분들은 이 글에서 얘기한 사례들이 기록관, 그리고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이 할 업무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만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은, 기록관리를 처음 시작하는 기관에서 마주하는 부정적 인식을 어떻게 바꿔 나가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나름의 시도들이라는 것이다. 혹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다른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참고문헌
이미지 / 테이블
  • [ <그림 1> ]  공개재분류 원내기준 정립 전(좌)/후(우)
    공개재분류 원내기준 정립 전(좌)/후(우)
  • [ <그림 2> ]  (좌측부터) 실제 연구성과물, 스탬프 모형, 배포된 기념품
    (좌측부터) 실제 연구성과물, 스탬프 모형, 배포된 기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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