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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공공기록 평가제도의 구조와 쟁점 과제 Major Issues and Tasks of Restructuring Public Records Appraisal System
ABSTRACT
공공기록 평가제도의 구조와 쟁점 과제
ABSTRACT

Unless the records appraisal system is properly overhauled, there is no future for public records management. This study aims to highlight challenging issues and present improvement tasks necessary for the readjustment of the public records appraisal system at the national level. First, public records appraisal policies are divided into five categories: i) statements on appraisal policy and selection criteria, ii) appraisal tools such as disposition authorities, iii) subject of appraising, iv) appraisal procedures, and v) responsibility and authority in appraisal and disposition process. Second, the domestic situation is identified for each category. Third, policies of the United States, United Kingdom, Australia, and Canada are compared, and implications are derived for each category. Fourth and last, the tasks for the readjustment of the public appraisal system are proposed based on these analyses.

KEYWORD
국가기록 , 기록평가정책 , 기록평가도구 , 처분기준서 , 기록평가 절차 , 책임과 권한 , 기록평가이론
  • 1. 머리말

    1999년 공공기록물법이 제정된 가장 큰 취지는 공공기관 활동의 전모를 남기는 ‘포괄적 기록화’였다. 공공기록물법 제16조에서는 “업무의 입안부터 종결단계까지 과정·결과가 기록물로 생산”되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포괄적 기록화’의 제도화는 ‘빈사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구체적으로 진척된 바를 찾을 수 없으며, 무엇보다 국가기록원 정책목록에서 포괄적 기록화와 관련된 항목을 찾기 어렵다(이승억, 2019). 같은 지향점을 갖는 ‘공공업무의 철저한 기록화’는 2004년 기록관리혁신의 핵심과제였으며 이를 위하여 업무분류와 기록분류의 연계, 기록관리기준표의 도입, 의무적으로 생산할 기록의 지정 등의 정책이 추진되었으나 정작 기록화의 기본 토대인 기록평가제도 정비는 계속 미루어져 왔다. 기록화의 구체적인 목표나 세부 정책이 미흡한 상황에서 기록화의 구현 여부나 정도를 파악하는 것조차 어렵고 기록 수집량 외에 이렇다 할 측정 지표도 없는 실정이다. 사실상 “국가기록원은 기록 평가를 포기했다”(최재희, 2014)는 비판까지 받았고, 이런 가운데 2017년 기록관리혁신 TF에서도 이를 혁신 아젠다로 재차 제안하였으나 아직도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지 않다.

    국가기록원은 국정과정에서 생산, 접수되는 기록 중에서 보존가치가 있는 것을 선별, 보존함으로써 당대 및 후대의 국민들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 평가(appraisal)는 생산된 기록 중 무엇이 남길 만한 가치가 있는지 결정하고, 더 나아가 어떤 기록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정하는 규범을 만들고 이를 실행하는 활동이다. 그러나 “남겨야 할 기록”이 무엇인지에 대한 규범이 충분히 존재하지 않고, “가치 있는 기록”을 평가·선별하는 기준과 절차가 불분명하며, 평가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조차 불분명하다. “기록이 이미 폐기되어” 혹은 “기록을 만들지 않아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은 평가제도의 미비가 불러온 결과다.

    우리나라의 공공기록평가는 기록생산의 맥락인 업무(단위과제)에 대한 사전적 평가와 보존기간 만료 시 폐기심의를 통한 사후 평가가 결합된 방식으로 추진된다(국가기록원, 2019). 폐기 심의가 기록관리기준표를 준거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위과제별 기록관리기준표의 작성·운영이 평가제도의 주축이고 폐기 심의는 보조축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십여 년간 단위과제가 현재의 업무 활동을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BRM을 적용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연구들이 이루어졌고, 업무 및 기록분류체계 개선이 평가·선별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핵심과제라는 관점이 견지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에서는 어떤 기록이 국가기록원의 서고에 모이게 될지 예상하기 어렵다. 중앙행정기관 당 보통 천 개가 넘는 ‘단위과제’를 대상으로 평가를 해왔지만 그 결과로 과연 어떤 기록이 남겨지고 있는지 그 양상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이승억, 2019). 단위과제 평가의 장점은 분명하지만 문제는 단위과제 일변도의 평가제도이다. 기록전문직들은 자기 기관에서 어떤 기록이 어떻게 생산·접수되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록을 선별·평가하고 있는 셈이며, 기록전문직의 “기록 자체에 대한 지식은 오히려 부실”해지고 있다(이승억, 2019).

    공공기관은 기록을 철저히 남김으로써 국민에 대한 설명책임을 다해야 한다. 한편 국가기록원은 다음 세대에게 당대의 기록을 충실히 생산·보존하여 넘겨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운영할 책무를 다해야 한다. 이러한 책임과 책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기록평가제도를 정립하는 것은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국가기록원의 핵심과제가 되어야 한다. 더욱이 기술적, 사회적 환경변화는 기록평가제도의 정비를 요구하고 있다. 전자기록의 양과 다양성 증가, 업무정보를 주고받는 방식의 변화는 보다 유연하면서도 체계적인 평가정책을 필요로 한다. 현재 생산되는 기록이 대부분 디지털기록이며, 그 형식과 매체가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기록평가제도의 미비로 인한 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기록평가와 관련한 국내 연구들은 주로 BRM 분류체계 및 단위과제 설정과 운영에 초점을 맞춰 왔다. 기록평가를 ‘보존기간 책정’이라는 제한된 의미로 수용하고 기록관리기준표 구조 안에서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연구들이 많았다(설문원, 2013). 여기에서는 이러한 연구들을 제외하고 기록평가제도 전반을 다룬 사례만 살펴보았다. 김명훈(2008)은 국가 차원의 기록평가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영구보존대상을 선별하는 역할과 현용가치를 식별하는 역할을 구분하는 이원적 평가체제를 제안하였다. 이승억(2014)은 단위과제별 보존기간 책정 체계의 근본 문제가 단위과제와 기록의 가치를 동일시하는 데 있다고 지적하며, 기록에 초점을 맞추어 사회가치를 반영한 다양한 평가·선별 실행모델을 개발할 것을 제안하였다. 최재희(2014)는 현행 기록평가 제도를 평가주체, 평가시점, 평가기준별로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특히 평가정책 정립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한편 설문원(2018)은 전자 환경에서 기록평가의 효율성과 포괄성 확보를 위하여 기록생산기관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되, 국가기록원의 정책적 통제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 개선방안을 제안하였다. 현문수(2019)는 기록평가제도에서 국가기록관리기관과 기록생산기관의 권한과 책임이 어떻게 배분되어야 하는지를 분석하였다. 김유승(2019)은 영국 사례를 통해 국가기록평가제도 개선을 시사점을 도출하였고, 이경래(2019)는 공공기록평가체제의 틀 안에서 시민참여를 제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였다. 이 연구들은 모두 현행 평가제도의 문제와 개선방안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본 연구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었다.

    그러나 본 논문은 급변하는 환경에서 현재 기록평가제도는 일부 개선이 아니라 전면적인 재구조화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기록평가제도의 구조를 파악하고 각 정책요소들이 어떻게 갖추어져야 할지를 제시하는 데에 역점을 두었다. 이러한 틀 안에서 국가 차원의 기록평가정책의 요소를 평가정책과 기준, 평가 도구, 평가 대상, 평가 실무절차, 평가처분 주체 등 다섯 가지로 구분하고 각 영역별로 국내 현황을 파악하였다. 또한 각 영역별로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의 정책들을 비교분석하였으며, 시사점을 도출하고 이를 토대로 평가제도 정비를 위한 과제들을 제안하고자 한다.

    2. 공공기록 평가제도의 구조와 국내 현황

       2.1 공공기록 평가제도의 구조와 구성요소

    국가기록원은 범국가 차원에서 가치 있는 기록을 선별하고 이를 보존할 의무가 있다. 아울러 각 공공기관이 법규에 따라 기록을 생산·관리하고 필요한 동안 보유하다가 적절한 시점에 폐기하거나 이관하도록 감독할 책임을 지며, 이를 통해 국가기록화(national documentation)1) 전략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한편 공공기관은 업무 효율을 촉진하고 정보로 인한 조직의 위험을 완화하며 대내외적 설명책임성을 높이기 위하여 기록 평가·처분 정책을 수립·이행하여야 한다. 이러한 목표를 위하여 공공기록 평가제도는 다음 사항들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국가기록화의 기준과 방향을 천명하는 정책문이 있어야 한다. 즉, 국가보존기록의 선별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국가가 어떤 기록을 남기려 하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둘째, 공공기관이 기록을 평가·처분하는 데에 필요한 구체적인 기준인 ‘처분기준서(disposition authority)’2)가 체계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국가기록화의 방향을 제시하는 상위의 정책만으로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평가를 이행할 수 없다. 상위 정책 및 법규에 맞게 평가처분을 실시하고, 국가기록관리기관이 이를 감독·통제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도구이다.

    셋째, 평가의 대상, 평가 및 처분 시점, 처분지시 결정 등 평가를 이행하는 절차가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은 처분기준서의 구조에 반영되어야 한다.

    넷째, 평가 주체별 책임과 권한이 적절하고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한다. 국가기록원, 영구기록물관리기관, 기록관, 기록생산자, 시민 등의 이해관계자들에게 평가과정에서 적절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법률과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 위와 같은 내용은 법령에도 반영되어야 하지만 체계적으로 정리된 평가정책서가 별도로 마련되어야 한다. 국가기록화의 방향과 기준, 처분기준서의 개발과 운영, 평가절차의 설계, 책임과 권한 부여 등은 상호 긴밀히 연결되어야 하는 정책요소들이며 각 요소들이 상호 연동될 수 있는 상위 정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평가정책문은 설명책임의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따라서 국가기록을 선별·보존하는 정책 메커니즘을 이해관계자와 국민에게 일목요연하게 알릴 수 있는 형식을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을 고려하여 기록평가제도의 구조를 모형화하면 <그림 1>과 같다.3)

    기록평가제도에서는 ① 평가정책과 평가기준, ② 처분기준서가 잘 작성·운영되고, 이를 이용한 ③ 평가 처분 실무 절차가 합리적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④ 평가 대상이 평가의 목적에 맞게 잘 설정되고, ⑤ 평가·처분 주체별 권한과 책임이 적절히 할당되어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정책요소들이 모순되지 않게 체계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다음에는 이러한 정책 요소별로 국내 현황을 살펴보겠다.

       2.2 국내 현황

    2.2.1 평가정책과 평가기준

    국가적으로 남겨야할 기록이 어떤 것인지를 명시적으로 정의하는 것은 국가기록 평가제도 운영에 필수적이다. 평가·선별의 결과로 어떤 기록이 남겨져야 하는지가 분명해야 하위 평가정책들이 제대로 수립·운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국의 국가기록관리기관들은 국가기록화의 방향에 입각하여 어떤 기록이 보존되어야 하는지 선언하는 상위의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보존기록 선별을 위한 구체적 기준을 개발할 때 이를 반영한다. 우리도 이러한 기준이 없지는 않으나 규범성과 실효성 양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평가·선별의 지침이 되는 기준으로 공공기록물법 시행령의 「보존기간 책정준칙」과 동 시행령 별표의 「보존기간 책정기준」이 있지만 국가기록화의 방향을 제시하는 규범으로서의 기능도 미약하고, 실효성 있는 기준으로 보기 어렵다. 별표 「보존기간 책정기준」은 내용이 소략하고 예시가 없으며, 결재권자 직급으로 기록의 가치를 정하거나 ‘30년 보존’에 “30년간 보존할 가치가 있는 경우”라는 식으로 순환 반복 기술을 하고 있어서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 2012년 「보존기간 책정 준칙」이 만들어졌지만 기록관리기준표의 요약집에 머문 아쉬움이 있다(국가기록원, 2019). 또한 이 준칙 적용을 위한 서식이나 운영절차 규정이 마련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갱신되지 않아 활용성이 미약하다. 전반적으로 용도, 형식, 적용 절차가 모두 모호하고, 세부 규정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현장에서 일관성 있게 보존기간을 책정하는 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이승억, 2019).

    2019년 현재 국가기록원이 제정·운영하고 있는 공공표준은 모두 54건, 지침은 21건인데 이중 평가·선별 관련 표준은 6건, 지침은 2건에 불과하다(국가기록원, 2019). 그러나 문제는 양적인 측면보다는 그 내용에 있다. 현재 필수(vital)기록의 선별·보호(1건), 기록물 폐기·심의 절차(2건), 교육(행정)기관 및 학교 단위과제분류 및 보존기간 책정(2건), 기록관리기준표 작성관리 절차(1건)를 평가·선별관련 표준으로 꼽을 수 있고, 지침으로는 대학기록 보존기간 책정 가이드, 의료기관 기록관리기준표 운영 매뉴얼이 있다. 폐기 절차에 국한되거나 국지적인 표준이 대부분이고 무엇보다도 기록평가의 기준이나 원칙을 제시하는 상위의 정책이 없다(국가기록원, 2019).

    2.2.2 처분기준서

    각 기관에서 기록의 보존기간을 책정하고 이관 및 폐기를 실시할 때에는 미리 정해둔 기준에 따라야 하는데 이러한 기준 역할을 하는 것이 처분기준서다. ISO 15489-1:2016에서는 처분기준서를 “지정된 기록에 대해 승인된 처분 행위를 정해놓은 도구”라고 정의하고 있다(ISO 15489-1:2016, 3.9). 동 표준의 8.5조에서는 처분기준서의 운영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첫째, 기록의 처분을 규제하기 위해 반드시 처분기준서를 개발해야 하며, 처분기준서의 개발에 대한 책임을 법률, 규칙, 또는 정책으로 규정해야 한다. 둘째, 처분기준서는 승인을 받아야 하고 현행화되어야 하며 실행되어야하고, 변화하는 요건을 고려하여 정기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나라에 따라 외부 규제 기관의 승인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셋째, 처분기준서의 실행을 모니터링하고 문서화해야 하며, 기록을 생성한 업무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새로운 요건들을 감안하여 정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한 처분기준서는 기록보유와 처분의 규정을 만들기 위하여 수행하는 평가의 결과를 토대로 개발되어야 한다. 처분기준서에 포함되어야 할 구성요소는 ① 클래스 식별자, ② 클래스에 대한 기술(예: 기능이나 활동에 대한 기술), ③ 처분 행위(예: 폐기, 마이그레이션 또는 통제권의 이관), ④ 보유기간, ⑤ 트리거 사건(보유기간 계산이 시작되는 기산점)이다. 처분기준서 작성을 위해서는 먼저 보유기간이나 처분행위를 공유하는 기록 집합이나 기록 클래스를 식별해야 하는데 기능분석이나 순차분석을 통해 도출할 수 있다. 이때 처분기준서에는 관련된 기능, 활동 및 업무 프로세스를 기술하는 정보가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기록을 하나의 저장 환경에서 다른 환경으로 이관해야 하는 시점이나, 책임을 가진 조직이 그 기록을 계속 보유할지를 지시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ISO 15489-1:2016, 8.5).

    우리나라 현행 공공기록물법령에서는 기록관리기준표가 처분기준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국제표준이나 외국의 처분기준서와 우리의 기록관리기준표는 기본구조 자체가 다르지만 일단 두드러진 차이는 처분 클래스가 ‘단위과제’로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클래스의 유형이 단일하며, 이 단위과제라는 클래스에 직접 보존기간을 부여하는 구조를 지닌다. 보존기간을 책정할 때 시행령 제26조제1항 별표 제1호 「보존기간별 책정기준」과 동 시행령 제25조제3항에 의한 「기록물 보존기간 책정 준칙」을 기준으로 적용하게 된다.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처분기준서가 국가가 어떤 기록을 남길지를 정하는 하부구조에 해당하는 기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의 기록관리기준표는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이를 이승억(2019)은 ‘지향적 기록화’에 부합하지 않는 구조라고 밝힌 바 있다.

    둘째, 공통의 업무나 공통의 기록을 위한 기준이 제대로 작성되거나 관리되지 않고 있다. 공통업무에 대한 보존기간 기준이 있지만 각 공공기관이 임의적으로 적용하고 있고 이에 대한 통제도 제대로 없다. 고유업무 기록을 공통업무에 편철함으로써 보존기간을 하향 책정하는 악용 사례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국가기록원, 2019).

    셋째, 기록관리기준표가 BRM과 같은 업무분류체계에 종속적이라 업무분류체계를 적용하기 어려운 행정정보 데이터세트나 웹기록 등에는 적용할 수 없다. 이는 기관의 모든 기록을 대상으로 처분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기록관리의 기본원칙에 위배된다.

    넷째, 기록유형별로 제시된 보존기간 책정기준을 단위과제별 보존기간 책정에 적용하기 어렵다. 「보존기간별 책정기준」은 보존기간별로 해당 기록범주(기록의 역할이나 특징별 범주)를 제시하는 구조인데 이 기준을 단위과제 보존기간 책정에 적용하는 일은 상당히 고난이도의 업무다. 결과적으로 오분류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2.2.3 평가 대상

    전통적인 평가는 국가기록관리기관이 보존할 가치가 있는 기록을 선별하기 위한 것이었다. 20세기 들어 기록의 생산맥락으로서 기능의 중요도를 평가하기 시작했지만 이것은 궁극적으로 기록을 선별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단위과제에 대한 보존기간 책정으로 사전평가가 종료되고, 해당 단위과제에서 어떤 기록이 생산되는지에 대한 조사는 생략한다. 더욱이 상위의 대기준은 물론 기관별 평가기준 없이 단위과제별로만 이루어지는 분절된 평가도 상당히 문제다.

    이와 관련하여 설문원(2018)은 평가대상을 ‘업무’에서 ‘기록’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업무분류체계를 반영하면서” 기록집합체를 식별하는 파일플랜(기록분류체계)을 설계하고 “보존기간을 책정할 때 업무가치도 평가하지만 해당 업무를 설명할 수 있는 자원으로서 기록의 보존가치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기록관리기준표 작성 시 반드시 ‘기록조사’가 실시되어야 하며, 새로운 유형의 기록집합체가 탐지될 때마다 기록관리기준표를 갱신해야 한다(설문원, 2018).

    한편 우리나라의 기록관리기준표는 보존기간뿐만 아니라 공개여부, 접근제한, 비밀여부, 비치기록물 여부 등과 같이 기록의 이관, 공개, 폐기 등을 위한 정보를 포함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런데 이것들은 모두 단위과제가 아니라 기록이나 기록집합체에 부여될 수 있는 속성들이기 때문에 사실상 적용 불가능한 요소나 마찬가지다. 보존 기간은 필수요소인데, 앞에서 밝혔듯이 상위의 선별기준이 미흡한 상태에서 보존기간이 책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록관리기준표를 중심으로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기록관리기준표의 처분클래스가 ‘단위과제’ 하나로 고정되어 있어서 효율적인 기록평가와 처분도구로서 한계가 있다. 둘째, 처분기준서가 기록은 물론 기록요건에 대한 분석 없이 작성되어 합리적인 기록선별과 처분을 지원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결과적으로 “기록 없는 기록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2.2.4 평가실무와 평가·처분 주체

    평가처분의 실무와 주체별 권한과 책임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어서 양자를 같이 다루었다. 평가 실무절차와 관련하여 살펴봐야 하는 정책은 평가과정과 평가시점이다. 우리나라의 평가는 앞서 밝혔듯이 BRM의 단위과제에 대한 사전적 평가와 보존기간 만료 시 폐기 심의를 통한 사후 평가가 결합된 방식으로 추진된다. 사전 평가는 기록관리기준표 작성과 운영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현문수(2019)는 국가기록관리기관과 공공기관의 책임과 권한이 어떻게 할당되는지 분석하기 위하여 평가 행위를 공공기록 식별, 처분기준서의 작성과 승인, 영구보존기록 결정, 기록 이관으로 구분하였다. 특히 처분기준서의 작성과 승인과 영구보존기록 결정 과정에서 주체별 책임과 권한 할당은 평가제도의 특징(권한 집중형과 위임분산형)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제도의 특징은 하위 정책의 방향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는 2007년 법률 개정 이후 국가기록원이 「보존기간 책정 준칙」 제정권을 갖지만 실제적인 보존기간 책정 운영은 각 기관에 위임하는 분산형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법 개정 이전에는 국가기록원이 각급 기관이 마련한 기록물분류기준표 승인권을 가졌다는 점에서 집중형이었다고 볼 수 있다(국가기록원, 2019).

    공공기록물법 시행령 제25조제3항에 의하면, 국가기록원이 제정한 보존기간 준칙을 참조하여 각 기관은 ‘단위 과제별 보존기간’을 정하여 시행하되 소관 영구기록물관리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확정하게 된다. 이때 중앙행정기관은 국가기록원과, 지자체 및 교육청은 지방기록물관리기관과,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실, 대통령자문기관들은 대통령기록관과,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선관위 등의 헌법기관은 해당 영구기록물관리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보존 기간을 책정해야 한다.

    평가·처분 주체별 권한과 책임에 관련된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단위과제가 BRM에 종속되어 있으며 BRM의 설계와 운영 권한이 기록관에 있지 않다. 단위과제별 보존기간은 기록생산자가 책정하며 기록관리자가 이를 조정할 수 있지만 처분클래스에 해당하는 단위과제의 설정 및 관리 권한이 없거나 때로는 접근 권한까지 제한적인 상황에서 보존기간의 관리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처분기준서의 처분 클래스 설정 권한을 기록관리자가 가질 수 없도록 설계된 것은 우리나라 평가제도의 가장 큰 결점 중 하나이다. BRM 구조에서 처분 클래스가 자동적으로 도출되는 방식을 채택한 데서 온 문제라고 본다. 기록관리자에게 보존기간 조정권한이 있지만, 처분 클래스가 잘못 설정되어 있어도 이를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는 평가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둘째, 평가·처분의 책임과 권한이 각 공공기관에 집중되어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국가기록원이 이관 받을 영구보존기록을 결정하는 책임과 권한도 일차적으로는 공공기관에 있다. 국가기록원이 조정권한을 행사할 수 있지만 사후적이고 예외적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한시보존기록에 대해서는 생산기관 중심의 평가·처분이 전문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하지만, 영구보존기록의 결정은 국가기록원의 지침을 엄정하게 적용하는 절차가 바람직하다. 또한 행정정보데이터세트나 웹기록 등 모든 기록이 처분기준서에 의하여 이관·폐기할 수 있도록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밖에 평가실무와 관련된 정책의 문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록관리기준표의 단위과제에 7종의 보존기간(1년, 3년, 5년, 10년, 30년, 준영구, 영구) 중 하나를 부여하는 경직된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서 업무와 기록의 특성을 반영한 합리적인 보유기간 책정이 어렵다. 둘째, 평가·선별은 보존기간 책정뿐 아니라 이관 여부 등을 결정·이행하는 제반 업무를 의미한다. 그러나 평가의 결과로 이루어지는 ‘처분행위 지시’는 대부분 보존기간 책정뿐이라는 한계가 있다.

    3. 정책요소별 해외 사례 및 시사점

       3.1 평가정책과 평가기준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에서는 모두 국가차원의 평가제도 운영방식과 보존기록 선별기준이 담긴 평가정책문을 마련하고 이를 공표하고 있다. 미국 NARA는 영구보존가치가 있는 연방기록을 판별하기 위한 전략과 지침이 담긴 평가정책문(“Appraisal policy of the National Archives”)을 공개하고 있다(NARA, n.d.a). 이 정책문은 영구보존기록물의 핵심 범주를 <표 1>에서와 같이 세 가지로 제시하고, 제시된 전략 프레임워크에 따라 영구보존할 기록을 판별하라고 요구한다. 또한 부록으로 보존가치가 있는 기록의 평가·선별을 위한 일반 지침과 특수 지침(특별한 유형의 기록을 평가할 때 고려할 사항)을 제공한다. 이러한 지침을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영구보존기록물 유형(Examples of Series Commonly Appraised as Permanent)을 예시하여 제공하고 있다(NARA, n.d.b). 이러한 기준에 따라 각 기관이 제출한 “기록처분지침 검토요청서(Request for Disposition Authority)”가 승인되며, 보존기간을 얼마로 정할 것인지, 기간 종료 후 폐기할 것인지 영구보존할 것인지를 담은 처분일정표(RS: Records Schedule)를 확정하게 된다.

    호주 NAA는 “국가기록 선별 지침(How we select national archives)”을 마련하여 <표 1>과 같은 세 가지 범주를 중심으로 영구 보존되어야 할 기록의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NAA, 2015). 캐나다 LAC는 “평가 및 수집정책 프레 임워크(Evaluation and acquisition policy framework)”를 개발하고 여기에서 국가적 중요성을 가진 기록 범주를 <표 1>에서와 같이 다섯 가지로 정의하고 있다(LAC, 2016).

    영국 TNA는 “영구보존기록의 평가·선별을 위한 모범 실무 지침(Best practice guide to appraising and selecting records for The National Archives)”을 통해 평가·선별의 절차와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기록수집정책(Records collection policy)”에서는 영구보존가치가 있는 기록의 범주를 <표 1>에서와 같이 네 가지로 제시하고, 그밖에 고려할 사항, 수집하지 않을 기록 등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관 장소와 시점도 안내한다.

    [<표 1>] 국가보존기록의 범주(평가·선별의 대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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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보존기록의 범주(평가·선별의 대기준)

    한편 영국 제도의 특징은 이러한 지침을 효과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TNA가 세부 영역별로 ‘선별 실행 지침(Operational Selection Policy, OSP)’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OSP는 특별히 채택된 영역에서 앞의 네 가지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 지침에 해당한다. 2019년 12월 현재 기관, 주제, 기록유형별로 67건이 개발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영구보존 가치가 있는 기록을 선별하는 기준을 영역별로 제시해준다. OSP의 구조와 유형에 대해서는 김유승(2019)의 논문에 잘 정리되어 있다.

    이러한 OSP가 모든 공공기록을 망라하지는 않으며, TNA가 특별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영역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는데 OSP로 개발할 영역은 기록 생산 환경의 변화, 사회적 기대와 수요의 변화는 물론 “공익적 요구, 시대정신 등”(국가기록원, 2019)을 반영하여 정해진다고 볼 수 있다.

    각국의 선별지침에서 위와 같이 기록유형별 대기준뿐만 아니라 고유성, 규모와 매체, 무결성, 신뢰성, 완결성, 활용성, 비용 등의 기준을 제시하거나 캐나다와 같이 시리즈 단위 기록의 완전성과 포괄성, 유일성, 다른 기록과의 관계 등 거시평가를 위한 9개 범주 평가를 선행한 후 개별 기록의 법적·실물적·정보적 가치의 미시평가 기준을 후속으로 적용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국가기록원, 2019).

    국내 기록평가제도 정비와 관련된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차원에서 평가제도가 어떤 절차와 기준으로 운영되는지를 알 수 있는 평가정책문을 만들어 공개한다. 국가기록관리기관이 수행하는 평가·선별 업무와 각 기관의 기록관리담당자의 평가·처분 업무가 어떤 구조에서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준다.

    둘째, 국가기록 선별·평가의 최상위 기준을 평가정책문 내에서 혹은 별도로 밝히고 있으며 그 기준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최상위 기준은 3~5개로 단순해 보이지만 국가가 어떤 기록을 남겨야 하는지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제시한다. 이를 통해 국가보존기록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규범적이면서도 선언적인 특징을 갖는다.

    셋째, 국가기록관리기관이 평가·선별의 실행에 필요한 특화 영역별 기준을 제시하여 이를 보존기간 책정과 수집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영국의 OSP가 대표적 사례인데, 특정 공공기관의 특정 시기의 기능과 정책, 주제별, 기록유형별 등 다양한 유형의 OSP가 마련되어 대기준을 달성할 수 있는 실행기준을 제시한다. 미국과 같이 평가·선별의 권한이 NARA에 집중된 경우와 달리 평가·선별의 상당한 권한이 각 공공기관에 위임된 환경에서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정책이 필수적이다(국가기록원, 2019). 따라서 권한 위임형에 해당하는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구체적 기준이 반드시 필요하다.

    넷째, 이러한 대기준과 특화기준은 각 공공기관에서 처분기준서를 작성하는 데에 지침이 된다. 기관의 고유한 업무 및 기록의 요건에 맞게 개발하되 이러한 상위기준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정책 및 기준, 지침의 수립은 국가기록관리기관이 주도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록생산자, 공공기관의 기록관리자, 학계 전문가, 국민 등 이해관계집단의 의견을 수렴하여 공감대와 정당성을 높일 수 있는 절차를 고안하고 있다(국가기록원, 2019).

    각국 사례조사를 통해 평가선별의 기준이 되는 지침들을 계층별로 정리하면 <표 2>와 같다. 국가기록의 선별을 위한 대기준은 공통으로 존재하고, 특화기준서는 영국만의 특징이지만 상당한 시사점을 주는 형식이다. 이밖에 국가기록 평가·선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도구로 처분기준서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 이는 다음 절에서 더 구체적으로 다루겠다.

    [<표 2>] 기록 평가기준서의 유형과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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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 평가기준서의 유형과 특징

       3.2 처분기준서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에서는 모두 법령과 정책문에서 처분기준서의 의무적 개발·운영과 이를 위한 국가기록물관리기관과 각 공공기관의 책임과 권한을 지정하고 있다. 처분기준서는 공통기록을 위한 기준서와 기관의 고유기록을 위한 기준서로 구분되며 이를 부르는 이름은 <표 3>과 같이 나라마다 다르다.

    [<표 3>] 각국의 처분기준서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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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국의 처분기준서 현황

    처분기준서의 작성 및 운영에 대하여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 미국 NARA는 2017년 12월 GRS를 전면 정비하여 공표하였으며 재무, 인사, 기술, 정보관리와 같이 공통적인 행정업무 기록에 대한 GRS뿐 아니라 한시 및 중간 기록, 각 기관의 고유업무 지원(mission support) 관련 기록유형별 GRS(고위공직자 이메일, 연방자문위원회 기록 등)도 제정하여 공표하였다.4) 미국제도의 특징으로는 NARA가 감사기관(GAO), 예산기관(OMB), 인사기관 등과 협업하여 GRS를 개발하며, 각 기관이 기록에 GRS를 적용할 때 반드시 GAO 검토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관 고유사안이나 국민피해소송 등은 GRS 적용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데, 한시 보존이 많은 GRS를 적용할 경우 사회적 수요가 높은 기록이 너무 일찍 폐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국가기록원 2019). 정부기관의 설명책임성과 증거 보전, 국민의 권리 보장을 위하여 공통처분기준을 엄정하게 관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국 TNA는 공통처분기준서(RMRS)로 건물, 인사, 회계, 계약, 프로젝트, 민원, 언론 및 공보, 정보관리, 지출, 내부 감사, 국회 대응 등 공통업무를 중심으로 개발하였으며, 공통적인 기록유형에 대해서는 OSP(예: OSP 35-이 사회 및 위원회 기록, OSP 36-출판물 및 회색문헌, OSP 42-각 부처의 법무 부서 기록, OSP 48-케이스파일 등)를 통해 규율하고 있다. 한편 각 기관들은 기관별 처분기준서와 함께 기록보유 및 처분정책(Record Retention and Disposal Policy)을 함께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이 정책문에서는 기관별 기록보유·처분일정에 대한 개별 기관의 정책으로 폐기하거나 TNA로 이관하기 전까지 필요한 보유일정을 명시한다. 현재 운영 중인 기관별 처분기준서는 영국 정부통합 웹사이트나 기관별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호주 NAA가 작성·운영하는 공통처분기준서 AFDA는 자산관리, 재무관리, 법무서비스 등 연방기관들이 공통적으로 수행하는 업무에서 생산되는 기록을 처분하기 위한 기준이다. 우리나라의 기관공통업무에 대한 기록관리 기준표와 유사하다. GRA는 특정 주제나 유형기록을 대상으로 만들어진다. “모든 연방기관의 첩보 기능”(GRA 21), “아동 성학대 사건 및 의혹사건”(GRA 41)과 같이 다수 기관과 관련된 업무나 사건별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디지털화·변환·마이그레이션 완료 후 원천 기록의 폐기”(GRA 35), “아세테이트 기반으로 생산된 의료 영상이나 셀룰로오스 질산염 기반으로 생성된 네거티브 사진의 제거”(GRA 35), “온라인 보안 과정에서 생산된 암호화 기록” 등과 같이 특별한 조치가 필요한 기록의 처분을 위하여 작성되기도 한다.

    캐나다에는 다수의 정부기관에 적용하는 공통처분일정표 MIDA와 고유기록 처분일정표 ISDA가 있다. MIDA에는 일반행정, 인사관리, 물품관리, 감사, 부동산 관리 등 공통업무와 관련된 것들도 있지만, 장관실 기록(No.96/021), 정부기관의 차관 기록(No. 96/022)과 같이 고위직급자의 업무기록 처분을 위한 MIDA, 운영 중인 케이스파일(2006/006), 웹 분석 기록(2013/001) 등 특정 유형의 기록물을 위한 MIDA도 있으며, NAA와 같이 “디지털화 이후 원본 기록 폐기”를 위한 처분기준서(2018/013)도 있다. 1998년-2013년에 발행된 MIDA는 모든 정부기관이 사용할 수 있지만 2015년 1월 1일 이후 발행된 MIDA는 부록에 열거된 기관만이 적용할 수 있다. MIDA 등 LAC가 발행한 처분기준서에서는 폐기 요건을 제시하지 않으며 기록 폐기시점에 관한 지시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캐나다의 특징이다. 기록 폐기 결정 및 기록 폐기시기에 대한 책임은 개별 정부기관이 지도록 한다.

    또한 ISO 15489-1의 규정에서와 같이 각국에서는 각 기관이 작성한 처분기준서를 국가기록관리기관이 승인하는 절차를 가지고 있으며 승인받은 처분기준서에 의해서만 기록을 처분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해외 국가기록물관리기관의 처분기준서 정책의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처분기준서는 평가·선별·처분의 핵심적인 도구로서 각국에서는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을 수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처분기준서 작성과 승인 절차, 작성 원칙과 방식 등 공공기관이 의무적으로 지켜야 할 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평가처분결정의 법적·행정적 근거를 위하여 처분기준서는 행정규칙 수준의 제도적 지위를 부여받고 있다(국가기록원, 2019).

    둘째, 공통기록과 고유기록을 구분하여 처분기준서를 운영한다. 공통 처분기준서 작성의 범위는 나라마다 다소 차이가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공공기관이 공통으로 수행하는 업무에 대해서 작성된다. 그러나 공통 처분기준서는 영구기록 확인보다는 공통유형의 기록에 대한 동일한 처분과 행정 투명성에 초점을 맞추어 운용된다(국가기록원, 2019). “아동 성학대 사건 및 의혹사건”에 관한 기록 처분지시서(호주 GRA 사례)와 같이 다수 기관과 관련되며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업무나 사건별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다수의 기관들이 보유하고 있으나 처분기준에서 누락 되기 쉬운 기록유형(예: 디지털화·변환·마이그레이션 완료 후 원천 기록, 웹 분석 기록, 노후화된 특수 매체에 수록된 기록 등)별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복수기관 공통의 업무뿐 아니라 공통의 기록유형, 특정 사건을 중심으로도 공통 처분기준서가 작성됨을 알 수 있다. 복수 기관과 관련된 특정 사건 기록에 대해서는 처분중지명령(records freeze)을 통해 일정 기간 동안 처분을 보류할 수 있지만 공통 처분기준서를 통해 처분조건을 규정할 수도 있다. 다만, 처분중지명령의 경우 처분기준서보다 우선 적용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한편 영국에서와 같이 특정 시기의 특정 사안 관련 기록의 처분을 OSP로 규정하는 경우도 있다.

    셋째, 국가기록관리기관들은 연방기관이나 공공기관이 처분기준서 없이 기록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규제하지만, 이관 받아야 할 보존기록의 선별에 초점을 두며 한시기록의 최소 보유기간은 지키도록 하되 언제 어떤 방식으로 폐기되어야 하는지를 강제하지는 않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한시기록의 경우 각 기관이 업무활용가치를 판단 하고, 법규에 저촉되지 않고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기관 스스로 ‘변호가능한 폐기(defensible destruction)’를 할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NARA의 공통 처분기준서 GRS 5.7 “기관 설명책임 기록(Agency Accountability Records)”의 “내부통제 검토, 대응, 보완 관리 기록” 항목에 대한 처분지시는 “한시. 추가 시정조치가 필요치 않을 경우 5년 후 폐기, 업무상 활용이 필요하면 더 오래 보존할 수 있음”과 같다. 또한 국가기록관리기관의 고유업무 기록에 대한 처분기준서 감독은 “처분기준서 없이 기록을 처분하고 있지 않은지”와 “국가 선별기준에 부합하는 기록이 혹시 한시기록으로 처분되거나 반대로 한시기록이 국가 보존기록으로 설정되어 있지 않은지”에 초점을 맞춘다.

    마지막으로, 각 공공기관 및 국가기록관리기관의 처분기준서의 작성과 승인, 운영 관리를 지원하기 위하여 처분기준서 통제시스템을 구축하는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캐나다에서는 RDACS(Records Disposition Authorities Control System)를 개발하여 LAC가 발행한 처분도구를 상세히 설명하고 처분 관련 정책문서 등도 제공한다. 공통 및 기관별 처분기준서의 제·개정과 승인 등의 절차를 신속하고 원활하게 추진하려면 이러한 시스템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3.3 평가 대상

    평가의 대상을 확인하려면 처분기준서의 구조를 살펴보아야 한다. 처분기준서의 구조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ISO 15489-1:2016에 부합하는 요소를 갖추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가장 주목할 점은 기능별 처분기준서라 해도 처분클래스는 특정 기록집합체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기록을 식별하고 기술하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제시 된다는 것이다. 각 나라의 처분기준서에는 기록에 대한 기술 요소가 포함되며, NARA의 GRS 2.4 “고용 보수와 수당 기록(Employee Compensation and Benefits Records)”의 항목을 일부 예시하면 <그림 2>와 같다. 항목번호, 기록 기술, 처분지시, 처분기준번호, 관련 법규 등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항목번호 020에 해당하는 기록은 “원천징수와 정산 서류(tax withholding and adjustment documents)”이며 처분지시와 함께 처분기준번호가 부여된다. “DAA-GRS-2016-0015-0002”를 사례로 처분기준번호의 구조를 살펴보면, DAA는 “Disposition Authority created by an Agency”의 약자, GRS는 처분기준서의 유형이다. 기관별 처분기준서인 경우 다른 약자가 들어갈 것이다. 2016은 이 처분기준서가 작성된 회계연도이고, 0015는 GRS번호, 0002는 이 처분기준서의 두 번째 항목이라는 의미다. 각 기관들이 NARA에 영구보존기록을 이관할 때 이러한 DAA번호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호주의 GDA에서도 처분 클래스 번호를 “Class No. 21579”와 같이 기술하고 바코드도 함께 제공한다. 공통기능별 처분기준서인 AFDA에서도 처분클래스는 기록집합체를 기본으로 하고, 해당되는 기록집합체를 정의한 후 기록유형 사례를 함께 제시한다. 캐나다, 영국의 처분기준서의 구조도 이와 유사하다.

    평가대상의 설정은 처분기준서의 처분클래스 설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해외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록집합체를 처분클래스로 설정함으로써 기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평가는 어떤 기록을 얼마동안 남길지, 나아가 어떤 기록을 생산·획득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일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평가의 대상은 ‘기록’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대 조직에서 기록을 대상으로 하는 미시적 평가만으로는 기록화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록 생산의 맥락인 기능이나 업무에 대한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기록의 본질이 업무나 활동의 증거이거나 재현물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업무나 활동의 중요도에 따라 기록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타당하다. 또한 현용기록관리를 위한 국제표준에서 평가는 “a)업무맥락을 이해하는 작업과 b)기록을 통해 충족시켜야 하는 업무 증거의 요건을 확인하는 작업이 결합된 활동이라고 본다(ISO 15489-1: 2016, 7.1조). 이러한 활동의 결과물 중 하나로 기록의 보존기간이 포함된 처분기준서가 만들어진다5). 평가는 “기록의 생산 및 관리를 둘러싼 맥락을 판단하는 매우 다각적인 분석”이지만(전보배, 설문원, 2019), 기록의 선별과 처분을 지원하는 도구로서 처분기준서에는 선별하거나 처분하려는 기록이 무엇인지가 기술되어야 한다. 각국의 처분기준서는 모두 이러한 점이 고려되어 있었으며, 우리나라와 같이 업무분류체계의 한 계층을 자동으로 처분클래스로 설정하는 사례는 없었다.

    둘째, 기록에 대한 조사분석을 토대로 앞으로 생산될 기록유형을 처분클래스로 설정함으로써 기록에 대한 평가를 사전적으로 수행한다. 혹자는 기능평가는 사전적이고 기록평가는 사후적이라 보지만(국가기록원, 2019), 해외사례에 의하면 기록평가도 사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을 보여준다. 해당 업무와 관련하여 기존에 생산되었거나 기록을 조사하고 기록 요건 등을 분석함으로써 앞으로 생산될 기록집합체를 파악할 수 있고, 이렇게 파악된 기록집합체를 대상으로 처분지시를 내릴 수 있으며 그 지시내용을 처분지시서에 명시할 수 있다. 이는 기록 생산 이전에 기록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사전 평가에 해당한다. 국제표준에서도 평가는 “기록의 생산 및 획득, 관리에 대한 사후 대응적 접근이기보다 전략적이고 사전 예방적인 접근법”이어야 한다고 권고한다(ISO/TR 21946, 서론).

    셋째, 처분기준서를 제·개정하는 과정에 반드시 기록조사가 포함된다. 현재 우리나라 기록관리기준표 작성과 정에는 기록조사 과정이 없으며 이에 대한 정책은 거의 공백상태다. 미국 NARA는 기관의 업무 및 기록관리 요건을 분석한 후에 기록조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기록의 가치를 평가하고 처분지준서(안)을 만들도록 규정한다(NARA, 2000, p. 35). 기능 및 주출처 분석과 같은 거시평가를 주축으로 하는 캐나다도 기록조사 없이 처분기준서를 작성하지 않는다. 기록조사의 결과는 인벤토리 형식에 담기게 되며 대체로 기록시리즈나 시스템별로 인벤토리를 작성한다. 그러나 최근 영국, 호주 등에서 자산으로서 현용기록(업무정보)을 관리하는 정책을 도입하면서 자산 등록부(영국 TNA) 형식으로 기록조사서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호주의 경우 ‘정보 조사(information review)’ 활동을 통해 디지털정보를 포괄하는 조사를 지향한다(설문원, 2020).

       3.4 평가 실무 절차

    서구의 기록관리 전통에서는 생산 후 20∼30년이 지난 후에 이루어지는 기록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다가 디지털 기록의 확산과 생산조직의 잦은 변동 등으로 인하여 기록 자체에 대한 미시 평가에서 맥락에 대한 분석으로 평가의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그러나 기능분석도 기록을 평가하기 위한 과정으로서 관리되며 처분기준서를 활용한 국가기록관리기관의 통제체제가 마련되어 있다.

    평가절차와 평가시점은 그 나라의 기록관리 전통과 행정문화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미국에서는 사안 종료(cutoff) 시점에 GRS와 RS에 따라 평가선별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사전에 각 연방기관은 기관별 RS를 마련하고 이를 “기록처분검토요청서(표준서식 115호)”로 작성한 후 국가기록청장에게 제출하여 처분 전에 사전 검토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승인받은 처분기준서에 따라서 기록의 보존기간 책정과 처분이 이루어지는데, NARA는 각 단계별 세부매뉴얼을 지원한다(국가기록원, 2019).

    영국에서는 평가·선별이 1차(5년 경과), 2차(20년 이후) 두 단계로 진행되며, 1차는 단순 행정기록에 국한하여 실시하고, 2차에서 장기보존가치를 판단하게 된다. 2차 평가·선별은 TNA의 “평가·선별 이행방법”지침에 따라 4단계로 진행되는데 1단계에서는 기관단위 거시평가, 2단계에서는 시리즈단위 평가, 3단계에서는 파일단위 평가, 4단계에서 이관계획수립이 이루어진다. 이때 각 기관의 기록관리담당부서(DRO)는 TNA의 기록수집정책, 평가선별 표준지침, OSP 등을 참조한다.

    호주에서는 NAA와 각 기관이 처분요건에 따라 최소 보존기간을 협의하여 결정하게 된다. 처분 요건에는 정보 관련 업무, 입법관련사항, 정부활동 증거, 지역사회 자원으로서의 가치, 이해관계자 요구가 포함된다. 처분기준서에 ‘국가기록(RNA, Retain as National Archives)’으로 정의된 기록은 15년 이내에 NAA로 이관하고 그 밖의 한시 기록은 기간 종료 후 폐기한다.

    캐나다에서는 평가 및 수집 정책 프레임워크, 재무처 지침, 표준, 처분기준서(ISDA, MIDA)와 지원도구(GVT) 등을 참조하여 공공기관의 기록평가가 이루어진다. 기능 분석(정부 기능과 대민 영향 등을 종합)을 실시하고 기능에 부합하는 기록 생산기관·부서(OPI: Office of Primary Interest)를 확인한 후 공통 처분기준서를 적용함으로써 일차적인 선별이 이루어지고, 개별 기록에 대한 미시평가가 이어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평가실무와 관련하여 살펴볼 부분은 평가를 통해 지시하는 처분행위의 유형이다. 즉 평가의 결과로서 처분과 관련하여 어떤 지시를 내리는지 그 유형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네 나라의 처분기준서에 나타는 처분행위에는 보유기간 외에 컷오프 기준, 보유기간의 기산시점, 영구기록인지 한시기록인지 여부, 이관시점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가령 NARA의 처분기준서에 나타난 처분 지시사항 사례(RS No. DAA-0026-2013-0001 ‘부동산 케이스파일’ 항목)는 다음과 같다.

    “행정정보시스템의 데이터세트 기록”에 대한 평가결과에는 보존기간 책정뿐만 아니라 이관여부, 데이터세트를 어떤 방식으로 보존할 것인지, 동적 시스템으로부터 데이터세트를 선별적으로 이관 받는 결정을 한다면 선별 이관의 주기는 어떻게 할지 등도 포함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기록관리기준표의 구성요소를 확장할 수 있다. 제시하는 처분 행위가 다양해진다면 자연히 보유기간 산정이나 이관 및 폐기 시점 산정을 위한 기준 시점(기산시점)도 다양하게 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보존기간 책정 방식은 공공기관의 업무 및 법규 준수 관점에서의 기준과 국가기록으로서 영구보존 대상을 확인하는 기준이 이원화되어 있다. 보존기간을 계산하는 기준시점도 생산시점뿐 아니라 다양하다. 그러나 앞에서도 밝혔듯이 중앙집중형인 미국에서조차 국가기록관리기관이 한시기록의 폐기시점에 대해 적극 통제하지는 않으며 영구보존기록의 선별에는 적극 관여한다. 한시기록의 경우 처분기준서에 근거한 처분인지를 감독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3.5 평가·처분 주체의 책임과 권한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공공기록 평가·선별 및 처분 결정에 대한 권한이 국가기록원에 집중되어 있는 경우와 각 기관에 위임되어 있는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다만 분산형의 경우도 국가기록원이 각 기관에 대한 직·간접적 조정·감독권 행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현문수, 2019). 권한 집중형에 해당하는 미국의 경우, NARA청장이 직접 승인함에 따라 보존기간 등이 확정된다(Code of Federal Regulation §1225.20). 청장은 연방정부 정책과 업무처리에 대한 적절한 기록화와 처분 보장 지침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Federal Records Act §2904). 권한 분산형에 해당하는 영국의 경우, 국가기록원장에게 조정·감독 권한만 부여하고 있다(Public Records Act, Sec.3). 호주의 경우 국가기록원장이 처분을 승인한다(Archives Act, Sec.3). 복합형에 해당하는 캐나다는 기관과의 협약에 따라 처분이 이루어지지만, 도서기록청장(The Librarian and Archivist of Canada)의 양해 없는 폐기는 금지하고 있다(Library and Archives of Canada Act, Sec.12).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공공기관의 중요 기록을 규정하고 남기는 임무 완수에 부합하는 책임과 권한을 국가기록원장에게 부여하는 명시적인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특히 분산형 제도의 경우 각 생산 관리 기관이 활용 할 기준 및 이행지침 개발, 이행 점검 모니터링에 대한 법적 근거가 중요하다. 기관 재량 운영을 고려하더라도 국가 중요기록 생산 선별을 위한 제반 지침 등의 종합적 관리 기능은 국가기록원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보강이 필요하다. 다음 장에서는 우리나라 평가제도 정비를 위하여 추진해야 할 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4. 공공기록평가제도의 재구조화를 위한 과제

       4.1 평가정책 및 평가기준의 성문화

    첫째, 국가기록원에 영구보존해야 할 기록을 중심으로 기록선별기준을 정립한다. 둘째, 국가 기록평가정책의 원칙, 절차, 도구, 책임과 권한을 명시한 평가정책문을 개발한다. 셋째, 공공기관은 각 기관의 목표와 특징 등을 반영하여 기관별 평가수집정책도 개발한다. 정책과 기준을 구분하여 성문화해야할 사항을 주체별로 정리하면 <그림 3>과 같다.

    기록평가정책과 기준을 수립할 때 고려할 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 방향성이다. 국가기록원은 국가기록화의 관점에서, 공공기관은 책임행정과 업무활용의 관점에서 원칙과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영국 OSP와 같이 특화영역별로 평가·선별기준을 마련할 수도 있지만, 미국, 캐나다, 호주 등과 같이 공통 처분기준서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둘째, 포괄성이다. 평가정책에서는 공공기관이 업무와 관련하여 생산·접수하는 모든 유형의 정보를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 공공업무의 철저한 기록화의 측면에서 전자 환경에서 생산되는 모든 유형의 기록을 일관성 있게 처분할 수 있는 기준과 정책, 도구가 필요하다.

    셋째, 책임성이다. 국가기록원 및 공공기관의 평가 목적을 구분하되 각 주체의 역할과 기능이 명확하게 설정되도록 책임과 권한 규정을 마련하고 법령에 반영해야 한다.

    넷째, 효율성이다. 기록의 생산 이전부터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공공기관이 효과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규정, 도구와 절차, 책임과 권한을 정합적으로 연계하고,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 참여와 민주성이다. 평가정책문, 평가기준, 처분기준서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공표하고 시민 참여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형식의 기록관리기준표는 공개해도 이해하기 어렵고 따라서 시민들의 정책 참여를 기대하기 힘들다.

       4.2 기록관리기준표 재설계

    처분기준서로서 기록관리기준표의 전면 재설계가 필요하다. 기록평가제도는 처분기준서를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평가정책과 기준이 처분기준서에 반영되고, 처분기준서의 작성 및 관리를 중심으로 책임과 권한이 합리적으로 설정되어야 하며, 평가의 대상 설정과 평가처분 실무 및 지시사항도 처분기준서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기때문이다.

    기록관리기준표의 재설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공기관, 국가기록원, 일반국민의 관점에서 처분기준서의 역할을 짚어보아야 한다. 공공기관 관점에서 보면, 처분기준서는 그 기관에서 생산·관리되는 기록 전반을 식별하고 관리 및 처분을 통제하는 데에 필요한 도구이다. 공공기관이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기록을 평가하고 필요한 시점에 폐기·이관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관련 법령과 규정에 맞게 처분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국가기록원 관점에서 보면, 처분기준서는 국가 차원의 평가·선별기준에 따라 각 기관의 처분이 이루어지는지를 확인·감독하는 데에 필요한 도구다. 국가기록원은 각 기관의 처분기준서를 사전적 혹은 사후적으로 검토함으로써 무단폐기를 방지하고, 국가적 보존가치가 있는 기록이 누락된 채 이관될 소지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며 이에 대한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처분기준서는 “공공업무의 철저한 기록화”를 위한 기본 토대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일반국민 관점에서 보면 처분기준서는 그 기관에서 어떤 기록이 생산되고 얼마동안 보유되는지 등을 알고 이를 토대로 정보공개청구 등의 알 권리 행사를 할 수 있으며, 시민의 관점에서 처분기준을 감시할 수 있다. 영국 등 각국의 정부기관에서는 이러한 처분기준서를 공개함으로써 기록평가·처분업무에 대한 설명책임성을 높이고 있다.

    이를 고려하여 재설계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기록관리기준표를 공통, 기관별로 나누어 개발한다. 공통 기준표는 국가기록원이 작성하며, 작성 기준은 공통업무 기록, 공통유형 기록(업무분류체계를 적용하기 어려운 유형의 공통기록 포함), 복수 공공기관이 관여한 사회적 사건 등이 될 수 있다.

    둘째, 처분기준서의 포괄성을 특별히 고려해야 한다. 각 기관의 공통적인 기록에 대한 처분기준서는 국가기록원이 작성하지만 공통처분기준서를 적용해야 하는 기록유형을 포함한 기준서는 각 기관이 작성해야 한다. 즉 각 기관은 고유기록뿐 아니라 공통처분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공통기록 전반을 포함하는 처분기준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새롭게 등장한 기록유형을 처분기준서에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는 체계도 갖추어야 한다.

    셋째, 기록관리기준표의 처분클래스를 단위과제에서 기록집합체로 전환한다. BRM의 기능 및 단위과제는 기록 생산의 맥락정보에 해당하므로 기록관리기준표와 반드시 연계되어야 하지만 단위과제 자체가 처분클래스가 되어서는 안 된다.

    넷째, 기록관리기준표의 이러한 구조 변경을 위해 처분기준서 작성을 위한 정보 및 기록조사 지침을 제공한다. 각 기관이 업무과정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정보를 대상으로 기록자산 등록부를 구축하고(설문원, 2020), 이를 처분 기준서와 연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기록조사와 함께 법규분석 등을 포함한 맥락분석, 위험분석이 추가될 수 있는데 기록관리기준표 작성 및 관리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처분행위 지시의 유형을 확장한다. 평가의 결과로 보존기간 뿐 아니라 다양한 처분행위의 지시가 도출 되어야 한다. 따라서 보존기간 외에 이관시점, 개인정보 및 비밀 여부 등을 기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행정정보시 스템의 데이터세트 기록, SNS 메시지나 웹로그와 같은 기록의 처분도 기록관리기준표를 기반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한편 개인정보 및 비밀 여부를 포함함으로써 자산으로서 기록의 활용성을 높이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 이중 이관에 대해서는 다음 절에서 다루고자 한다.

       4.3 이관 시점 및 보존기간 유형의 다양화

    기록이 다양해지면서 국가기록원으로 10년 후 이관하는 정책을 모든 기록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10년 후 이관이 불가능하거나 비효율적인 경우도 있다. 디지털 데이터형 기록의 경우, 대규모 전산시스템에서의 기관 존치가 타당하다면 기록의 보관권은 생산기관이 갖고, 폐기 등 처분권은 기록관리기관이 갖는 방식도 정책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특수기록관은 사실상 이관 연장을 통해 영구 미이관을 시도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법적 시한을 설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사항 역시 기록관리기준표를 통해 확인하고 승인하는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또한 현행 7종의 보존기간(1년, 3년, 5년, 10년, 30년, 준영구, 영구) 중 하나를 부여하는 경직된 책정 방식은 업무와 기록요건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여 적정한 보존기간을 책정하기가 어렵다. 한시기록에 대해서는 개별법, 기관 재량으로 보존기간을 세분화, 다원화할 수 있도록 조정하고, 장기 보존 대상은 국가기록원 차원에서 철저히 관리 감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기 보존(영구, 준영구)과 한시(30년 이하)로 대구분하고, 한시는 그 기간 안에서 보존기간을 세분하거나 기관에 위임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국가기록원, 2019). 한시기록의 보존기간 기산시점과 기간은 생산기관 관점의 기준을 반영하여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도록 하되, 반드시 기록관리기준표에 이를 적시하고 기록관리기준표에 따라 이관 및 폐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감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4 책임과 권한 재설계

    처분기준서에 대한 관리통제권 없이 기록의 체계적인 평가·처분은 불가능하다. 기록관리기준표가 처분기준서로 기능하려면 BRM과 독립적인 파일플랜이 필요하고 이러한 파일플랜이 기록생산의 맥락으로서 BRM과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 파일플랜 정책은 국가기록원이 제시하지만 각 공공기관의 기록관리자가 운영 책임과 권한을 가져야 한다. 파일플랜에 포함된 기록유형을 기록관리기준표에서 식별할 수 있게 운용해야 한다.

    특히 공공기관의 중요 기록을 규정하고 남기는 임무 완수에 부합하는 책임과 권한을 국가기록원장에게 부여하는 명시적인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권한분산형 제도의 경우 각 공공기관이 활용할 기준 및 이행지침 개발, 이행 점검에 대한 국가기록원의 권한을 법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한시기록의 관리와 통제에 대한 공공기관의 재량을 고려하되 국가 중요기록 생산 선별을 위한 제반 지침 등의 종합적 관리 기능은 국가기록원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보강이 필요하다.

       4.5 과제 요약 및 쟁점 종합

    이와 같은 과제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수많은 이견이 존재할 것이며 특히 실행 상의 난제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쟁점과제와 특히 고려할 핵심 사항을 <표 4>와 같이 정리하였다. 평가제도의 개선을 위한 논의를 시작할 때 기초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편의상 정책요소별로 쟁점과제들을 정리하였으나, 각 과제들은 복수의 정책요소들과 연관된다. <표 4>에서는 방향성, 포괄성, 책임성, 효율성, 민주성 등 해당 과제를 논의하고 기획할 때 ‘특히’ 고려할 사항을 표시하였으나 다른 고려사항들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표 4>] 공공기록 평가제도 개선을 위한 쟁점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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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기록 평가제도 개선을 위한 쟁점과제

    5. 맺음말

    업무방식의 변화와 이로 인한 기록생산 양식의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기록평가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는데, 우리의 평가제도는 기본적인 구조조차 갖추지 못한 채 이십여 년이 흘러갔다. 기록평가는 모든 기록관리업무의 토대가 되는 핵심 업무다. 아울러 규범과 실행 측면에서 합리성과 정합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복합적인 정책 영역이다. 평가제도는 다른 모든 기록관리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파급력도 크다. 그만큼 쉽게 개선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러나 기록평가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는 한 공공기록관리의 미래는 없다.

    이 연구에서는 기록평가제도의 구조화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평가제도 모형을 설계하였으며, 모형에 포함된 정책요소별로 국내 현황과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의 정책 사례들을 분석하였다. 이를 토대로 당면한 개선과제를 제시하였다. 국가차원의 기록평가정책과 기준, 처분기준서 정책, 평가대상, 평가의 시점과 절차, 평가 처분주체별 권한과 책임 등은 모두 각론으로 깊이 있게 탐구되어야 할 영역이지만, 평가제도 전반의 정책문제와 과제를 제시하였다는 데에 의미를 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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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테이블
  • [ <그림 1> ]  기록평가제도의 구조 모형
    기록평가제도의 구조 모형
  • [ <표 1> ]  국가보존기록의 범주(평가·선별의 대기준)
    국가보존기록의 범주(평가·선별의 대기준)
  • [ <표 2> ]  기록 평가기준서의 유형과 특징
    기록 평가기준서의 유형과 특징
  • [ <표 3> ]  각국의 처분기준서 현황
    각국의 처분기준서 현황
  • [ <그림 2> ]  처분기준서의 항목 구성: 미국 GRS 사례
    처분기준서의 항목 구성: 미국 GRS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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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림 3> ]  평가정책 및 기준서의 정비
    평가정책 및 기준서의 정비
  • [ <표 4> ]  공공기록 평가제도 개선을 위한 쟁점과제
    공공기록 평가제도 개선을 위한 쟁점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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