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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오지상승요법과 단기역동 정신치료에 대한 비교 연구 A Comparative Study between Five Minds Mutual Restriction Therapy and Short-Term Dynamic Psychotherapy (STDP)
ABSTRACT
오지상승요법과 단기역동 정신치료에 대한 비교 연구
KEYWORD
Korean medical psychotherapy , Five minds mutual restriction therapy , Short-term dynamic psychotherapy (STDP) , Emotion , Corrective emotional experience.
  • I. 서론

    정신요법이란 환자와의 언어적 및 비언어적 의사교통을 통한 심리적 방법에 의해 정신적, 정서적 장애를 치료하는 모든 치료방법의 총칭이다. 한의학에서는 정신을 치료하는 치신(治神)을 모든 치료의 근본으로 보았다1). 이에 따라 한방신경정신과에서는 한방정신요법을 이용하여 정서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었으며 심신일여(心身一如)의 관점에서 정신적 질병 뿐 아니라 육체적 질병까지 정서를 이용하여 치료하였다. 그러나 청대(淸代) 이후로부터는 서양의학과 변증론치의 영향으로 정서가 배속된 장부에 영향을 주는 침과 약물을 다빈도로 활용하게 되었으며 순수한 정신요법은 사용빈도가 감소하게 되었다2,3).

    국내의 임상현장에서 주로 쓰이는 서구의 정신치료는 최면, 정신분석, 정신분석적 정신치료, 지지정신치료, 인지치료, 행동치료, 스키마 치료 등이 있다4). 이러한 정신치료는 인지, 정서, 행동으로 구성되는 심리 구성 요소 중 인지우월론적 입장을 견지해왔으며 인지와 행동은 적극적으로 치료에 활용되었으나 정서는 상대적으로 덜 활용되어 왔으며 인지에 비해 경시되는 경향도 있었다. 근래 서구에서는 정서를 인지보다 낮은 차원에 두었던 기존 정신요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신치료에서 정서의 가치를 재해석하고, 동양의 도(道), 명상, 선(禪) 등을 수용하여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5) .

    현대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복잡하고 개인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으며 자살률도 높은 시대이다. 이에 따라 정신요법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요구가 높아지는 추세이며 한방신경정신과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의학계, 심리학계를 비롯하여 철학6)과 인문학7), 예술계8)에서도 정신치료에 관한 방법론들을 제시하고 있다. 임상에서 한방정신요법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정신치료의 방법론을 반영한 한방정신요법의 재해석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이를 위해 학계 내에서 한방과 서구의 정신요법에 대한 비교연구5,9,10)가 수차례 진행되어 왔으나 한방정신요법 고유의 강점인 정서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 연구는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저자는 서구의 정신치료 중 비교적 정서를 중시한다고 생각되는 단기역동 정신치료를 선택하여 이를 한방정신요법 중 정서를 이용하여 치료하는 오지상승요법과 비교해보고 치료적 원리와 방법론에서 장점을 취하여 한방정신요법의 임상 활용도를 높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한다.

    II. 본론

       1. 단기역동정신치료

    1) 단기역동정신치료의 출현의 배경

    Freud의 정통 정신분석은 서구 정신치료의 원류라고 할 수 있다. Freud의 치료기법은 그의 지속적인 탐구와 새로운 발견에 의해 수시로 수정되었지만 추종자들에 의하여 매우 표준화된 형태로 상속되었고 약 40년간 수정 없이 사용되었다. 전통적 정신분석의 믿음은 첫째, 치료의 깊이가 필연적으로 치료의 기간과 면담회수에 비례한다. 둘째, 비교적 적은 면담회수에 의해 달성된 치료결과는 피상적이고 일시적이나 장기간 치료에 의한 것은 보다 안정되고 심원하다. 셋째, 분석의 장기화는 환자의 저항이 결국은 극복되고 원하는 치료결과가 달성되므로 정당하다는 것이다11). 또 전통 정신분석에서는 치료자의 역할에 대해서 말하기를, 치료자의 역할은 환자의 연상을 해석하는 것뿐이며 감정적으로 중립(neutrality)을 유지해야 한다고 하였다. 중립이란 치료자의 태도가 수동적, 허용적일 뿐만 아니라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을 치료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말한다. 치료자는 충고나 암시 지시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고, 자신의 환자에 대한 무의식적인 감정적인 반응, 즉 역전이(countertransference)를 극복하거나 예방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 참여적 관찰자의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하였다12).

    1920년대와 1930년대 정신분석발달의 초기에 Ferenczi와 Rank는 정신분석 치료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좀 더 짧고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처음으로 시도했다13). 1925년 그들은 “정신분석의 발달(The Development of Psychoanalysis)”를 발행하면서 시간제한, 특정 부분에 대한 집중적 치료, 치료자의 능동적 자세를 주장하였다14). 본격적으로는 1940년대 시카고 정신분석연구소의 F. Alexander와 Thomas French가 장기 분석적 치료만이 성격의 개조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정신분석가들에게 도전하여 짧은 기간 내에도 환자의 증상변화 뿐만 아니라 성격의 개조가 가능하다는 점을 자신의 환자들을 통해 증명해보임으로써 당시 정신분석계에서는 인정을 안했었으나 오늘날 역동적인 단기정신치료의 기초를 닦았다. Alexander와 French는 환자를 편안하게 해주고 전이를 다루나 해석은 융통성 있게 사용하는 방법을 제시했고, 특히 교정적 감정경험의 유용성을 강조하고 환자가 사고, 감정, 행동에 새로운 방법이 가능함을 믿도록 하였다. 치료자는 처음부터 중립적 태도를 취하기보다 능동적 역할을 하며, 치료기간도 환자와 타협해서 보다 짧게 정하는 방법을 제시하였다12).

    1940년대 중반에 단기치료운동이 부활하였으나 실제로 번창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이 되고서였다. 그 후 다양한 단기 정신역동적 정신치료의 출현은 1970년대와 1980년대의 특징이 되었다11). 런던에 있는 Tavistock Clinic의 Malan, 보스턴 의과대학의 Mann, Massachusetts 병원의 Sifneos, 몬트리올 병원의 Davanloo 등이 각각 단기 역동정신치료 기법을 제시했다14). 이 단기역동정신치료들은 치료자가 치료의 초점을 어느 곳에 맞추느냐에 따라서 그 기법을 달리한다13). Malan은 하나의 문제초점을 중심으로 치료해 나가는 초점 정신치료, Davanloo는 여러 가지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다수초점 단기역동정신치료, Sifneos는 단기적으로 불안을 유발하는 단기유발정신치료, Mann은 환자를 무의식에 직면시키는 압력을 주기 위해 치료회수를 12번으로 제한하는 한시적 정신치료를 강조하였다.

    2) 단기역동정신치료의 치료원리

    단기역동정신치료의 치료원리는 교정적 정서경험(Corrective emotional experience)의 원리이다. 치료자는 능동적으로 교정적 정서경험을 환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교정적 정서경험이란 치료자가 환자에게 중요했고 그래서 현재 문제의 원인이 되는 과거의 의미있는 인물과 대조되는 행동과 반응을 함으로써 보다 빨리 전이관계를 이해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과거 아버지가 너무 권위적이었을 때 치료자는 친절하고 융통성 있으며 허용적이고 비권위적인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14).

    이때 환자는 일시적으로나마 그러한 감정들을 방어하기 위한 욕구가 감소되어 좀 더 효과적인 자아적응이 가능해지고 후에도 그러한 감정의 경험을 견뎌낼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된다15). 달리 표현하면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정석적 경험에 대한 탈감작(desensitization)의 효과가 발생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환자의 정서적 경험에 대한 치료자의 태도와 반응을 통해서 환자의 초자아가 교정되고 또 치료자의 태도와 반응을 동일시함으로써 감정이 동반되는 다른 대인관계도 가능케 해준다. 즉 억압과 억제를 위해서 요구되는 노력이 불필요하게 되므로 표현이 자유롭게 되고 그 결과 긴장과 불안의 감소가 초래된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 억압되어 왔었던 기억과 감정들이 연대기적으로 서서히 의식으로 부상하기 때문에 자유연상이 촉진되고 어둠속에 묻혀 있던 자기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경험들과 그들의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훈련하는 기회를 통해서 과거에 배우지 못했던 새로운 배움에 대한 기회를 얻게 되고, 그들의 정신적 생활에서 정서적 요인들을 용납하는 능력이 생기게 된다. 또 부정적인 감정을 직면하고 다루는 능력만 증가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화를 통해서 동시에 긍정적인 감정으로도 확산이 되고 긍정적인 힘까지 증가하게 된다. 왜냐하면 부정적인 감정을 숨기기 위해 억압을 할 때, 부정적인 감정만 선택적으로 억압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다른 긍정적인 감정이나 힘도 함께 억압되기 때문이다15).

    3) 치료방법16)

    Horowitz가 1986년에 제안한 단기역동정신치료는 개인적인 차이는 있으나 전체 횟수는 12회로 한정하며 주1회씩 3개월을 지속하고 1회당 소요시간은 1시간이다. 치료목표는 환자로 하여금 자신의 외상적인 경험을 동화하고 병전 기능을 회복하는데 둔다.

    치료 초기에는 환자로 하여금 외상적인 경험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도록 치료자는 수용적이고 지지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환자는 다른 사람에게는 이야기하지 않고 억제하거나 참고 있던 생각이나 감정을 비로소 털어놓는 경우가 많다. 치료자의 지지적이고 수용적인 태도는 환자의 불안이나 두려움을 경감시키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환자가 외상적인 스트레스 경험을 충분히 환기하기까지는 대개 2∼3 세션이 소요된다.

    치료의 중반기에 접어들면서 환자의 연상은 풍부해지는 한편 치료자가 외상적인 경험과 관련된 환자 자신의 내면적 고충을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인물인지에 관해 의심하기도 하고 시험해보기도 한다. 이때 치료자에 대한 전이반응이 일어나기도 한다. 전이반응이 확실한 경우 전이해석이 가능하나 전이해석은 부정적 전이반응에 국한하는 것이 좋은데 환자가 받아들이고 소화할 수 있는 적절한 양만큼을 적절한 시기에 수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치료적 동맹관계가 와해되고 따라서 치료가 중단될 가능성이 커진다.

    전이 해석의 범위도 외상적인 사건과 관련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가급적이면 외상적인 사건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치료 중반기에는 특히 외상적인 사건과 관련된 감정 혹은 생각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저항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치료가 진행됨에 따라 환자는 충격적이었던 외상적인 경험 및 이와 결부된 의미를 재평가하고 자신과 주변 환경에 대한 긍정적인 수정작업을 가할 수 있게 된다. 이와 더불어 환자는 최근의 외상적인 경험에 대한 조절능력이 증가하고 이를 동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이때쯤이면 치료의 종결이 논의되어야 한다.

    치료종결에서 제일 문제되는 것은 상실감의 재경험인데 이때 증상이 다시 출현하기도 하고 아니면 외상적인 경험과 관련된 상실의 문제에 관한 더 깊은 통찰을 얻기도 한다. 치료의 종결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종결 2∼3 세션 전부터 치료종결에 대해서 준비시켜 줌으로써 치료자와의 분리문제를 점진적으로 극복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실감을 예전과는 달리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인 자세로 직면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치료종결 문제는 치료자가 소극적인 자세보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이끌어가야 한다. 분리불안 문제에 관해서 환자와 충분히 대화를 나누어야 하고 치료종결이 환자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토론하고 환자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치료종결에서 경험하는 환자의 감정이 환자가 최근 외상적인 사건에서 경험한 감정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해석을 해주는 것이 좋다. 특히 최종면담에서는 이런 주제를 갖고 환자와 토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료종결 시에 증상이 재발하거나 악화되는 경우 아직 외상적인 경험을 충분히 소화하고 자기 인격 속에 통합하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치료자와의 분리불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2. 한방정신요법

    1) 일반적 원리

    한의학에서 정기신(精氣神)을 인간 생명의 근본으로 보았다. 그 중 인간 생명의 근본이 되는 정기신 중 신(神)은 정신기능을 대표하는 단어로써, 생명활동을 주재하는 총체적인 면과 정신기능의 포괄적 의미로서 사유, 의식, 인지, 추상 등을 의미한다. 신(神)은 수곡(水穀)의 정미(精微)로부터 얻어져 인간 정신활동의 물질적 기초가 되는 정(精)이 기화(氣化)되고 승화되어 나타난다. 이러한 점에서 정기신은 따로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으며 정신활동 역시 물질적 근거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같은 맥락에서 정신과 육체를 나눌 수 없다는 심신일여(心身一如)의 한의학 이론을 기반으로, 정신(五神)과 정서(七情)도 오행이론에 따라 오장에 배속되어 기능한다고 보았다. 개별 정서의 과소불급에 따라 정신적 육체적 병리변화를 일으키므로 정신질환을 치료함에 있어 정서의 조절 뿐 아니라 배속되는 장부의 기능 조절을 목표로 삼았다.

    한방신경정신과의 특징적인 치료법인 한방정신요법은 정서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다. 칠정은 오장을 직접적으로 손상시키는 작용을 하므로 정신질환을 치료함에 있어 정서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정서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은 우선적으로 정신요법이 추천될 수 있으나 정서에 반응할 수 있는 약물이나 침요법도 활용될 수 있다1). 또 한의학에서는 각 인간은 각기 특수한 심리상태에 따라 특징적인 질병이 발생하므로, 치료를 함에 있어서도 체질에 따라 고유한 정기(正氣)를 중심으로 순기(順氣), 조기(調氣)하여 음양의 승강완급(升降緩急)을 조절하는 치료원칙을 세우고 체질병리약리를 정립하여 체질의 편차에 따라 치료를 달리 적용한다. 또 체질 차로 인해 나타나는 성정(性情)의 승강완급(升降緩急)을 조절하여 정신적 안정을 주 치료수단으로 삼음으로써 심신균형적 치료정신을 추구한다1).

    2) 오지상승요법(五志相勝療法)

    한의학에서는 정서의 변화를 희(喜則氣緩), 노(怒則氣上), 사(思則氣結), 비(悲則氣消), 공(恐則氣下), 경(驚則氣亂)라 하여 기(氣)로써 표현하였는데, 외부에 의한 심적 충격에 의해 내부의 기에 변화가 오면 상대적인 감정이나 오행의 상생상극 관계의 감정을 통하여 본래의 장기가 지니고 있는 평형된 기의 상태로 돌리는 방법이 오지상승요법이다. 황제내경(黃帝內經) 소문(素問) 음양응상대론(陰陽應象大論)에서는 노는 간을 상하게 하니 비로 다스린다(怒傷肝, 悲勝怒), 희는 심을 상하게 하니 공으로 다스린다(喜傷心, 恐勝喜), 사는 비를 상하게 하니 노로 다스린다(思傷脾, 怒勝思), 우는 폐을 상하게 하니 희로 다스린다(憂傷肺, 喜勝憂) 공은 신을 상하게 하니 사로 다스린다(恐傷腎, 思勝恐)라 하였다. 장자화(張子和)는 유문사친(儒門事親)에서 비는 노를 다스릴 수 있는데 슬프고 괴로운 말로써 이를 감동시키고(悲可以治怒, 以愴惻苦楚之言感之), 희는 비를 다스릴 수 있는데 익살스럽고 방탕한 말로 이를 즐겁게 하며(喜可以治悲, 以謔浪遽狎之言娛之), 공은 희를 다스릴 수 있는데 협박하여 죽인다는 말로 겁에 질리게 하고(恐可以治喜, 以迫遽死亡之言怖之), 노는 사를 다스릴 수 있는데 모욕적이고 기만하는 말로 이를 접촉하며(怒可以治思, 以汚辱欺罔之言觸之) 사는 공을 다스릴 수 있는데 이것저것 생각하게 하는 말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한다(思可以治恐, 以慮彼志此之言奪之) 이 다섯 가지는 반드시 거짓으로 속여서 온갖 방법을 다한 다음 사람의 이목을 감동시켜서 보고 듣기 쉽게 한다. 마음속에 재능이 없는 사람은 이 다섯 가지 방법을 쓸 수 없다(凡此五者, 必詭詐譎怪, 無所不至, 然後可以動人耳目, 易人聽視)고 하였다.

    한의학 논문에 수록된 의안들 중 한방정신요법을 사용한 것을 살펴보면 오지상승요법(五志相勝療法), 지언고론요법,(至言高論療法) 이정변기요법(移精變氣療法), 경자평지요법(驚者平之療法) 등 여러 정신요법 중 오지상승요법이 시행된 의안이 가장 많았다. 한방신경정신과 논문에 수록된 모든 의안 중 오지상승요법이 사용된 것은 총 15례가 있었다. 사승공(思勝恐)의 원리로 치료 의안이 1례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빈번하게 점을 치고 의사를 부르는 환자에게 불교적 참선으로 숙고하게 하여 치료하였다17). 공승희(恐勝喜)의 원리로 치료한 의안이 1례로, 기쁨이 지나쳐 병이 된 환자에게 약이 없는 불치병인 것처럼 속여 두려움을 유발하여 치료하였다17). 희승비(喜勝悲)의 원리로 치료한 의안이 6례로, 부친이 적에게 살해당하여 심통과 종괴가 생긴 환자에게 무당으로 하여금 환자를 웃게 만들어 치료하였다17). 또 억울하여 심비(心脾)를 상한 일격(噎膈)병 환자가 아들을 낳고 기뻐서 병이 호전되자 불교적 수양과 참선을 권하여 치료된 사례가 있었다17). 우울병으로 기침 객혈하며 안색이 어두운 환자에게 가족들로 하여금 우스꽝스런 행동을 하게 하여 웃음을 유발하여 치료하였으며, 과도한 슬픔으로 병이 된 환자에게 무당과 기생을 불러 춤과 노래를 하게 하여 기쁘게 하여 치료하였다18). 또 우울병으로 객혈하는 환자에게 버섯을 구해와 땅에서 먹는 시늉을 하여 우습게 하여 치료 하였으며, 근심(憂)으로 심통(心痛)이 생긴 환자에게 침을 놓을 때마다 북과 피리소리를 내어 즐겁게 하여 치료하였다18). 비승노(悲勝怒)의 원리로 치료한 의안이 2례로, 질투심으로 노하여 꾀병을 부리는 기생의 사례가 있었고 다툰 후 분노한 부인이 꾀병을 부리는 사례가 있었는데 두 사례에서 모두 의사가 거짓으로 "병이 위급하니 큰 뜸을 여러 곳에 떠서 아프게 하고 얼굴에 상처가 나게 할 것이다"라고 하여 슬픔과 속상함을 유발하여 치료하였다18). 노승사(怒勝思)의 원리로 치료한 의안이 5례로, 남편이 결혼하고 얼마 안 되어 장사를 하느라 2년 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아 병이 난 여성 환자에 대하여 의사가 여성의 부친으로 하여금 뺨을 때리고 야단을 치게 하여 환자에게 분노를 일으켜 낫게 하였으며19), 우울병에 걸린 왕에게 의사가 진료 시간을 어기고 신을 벗지 않은 채 왕의 옷을 밟고 침상에 서서 병에 대해 묻고 화가 날 말을 하여 왕의 분노를 일으켜 병을 치료하였다17). 또 사려과도로 불면하는 부인에게 의사가 진료비를 많이 받은 후 술만 마시고 치료는 안하고 가버려 부인의 분노를 유발하여 치료하였고, 사려과도로 불면하는 또 다른 부인에게는 의사가 진료 중 거짓으로 취한 척하고 인사도 하지 않아 분노를 유발하여 치료하였다20).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다 병이 된 여성의 사례에서는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굿을 하자고 유도한 후 의사가 무당으로 하여금 어머니가 신이 내린 것처럼 꾸며 ‘우리는 전생에 원수였으니 살아서는 모녀지간이나 죽어서는 원수이므로 내가 원수를 갚고자 너에게 병을 내렸다’라고 말하게 하여 환자의 분노를 유발함으로써 치료하였다17).

    III. 고찰

       1. 단기역동정신치료의 선택이유

    단기역동정신치료는 치료적 초점을 제한하고 치료횟수의 제한하여 비교적 짧은 시간에 치료 효과를 도모하면서 치료자가 능동적으로 개입을 한다는 점에서 임상에서 다른 정신치료에 비해 효과적이면서 경제적이다. 이러한 점에서 단기역동정신치료와 위기 개입은 정신치료자들의 주요한 무기 중 하나로 추가되면서 지난 30년간 발달되어 왔으며, 유럽과 북미에서는 한계가 명확한 심리적 어려움을 갖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서 앞으로 가장 흔한 치료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15).

    또 정신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호소하는 증상이나 문제가 해결이 되면 더 이상 정신과를 오지 않고 싶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장기정신치료나 정신분석을 통해 무의식의 완전 의식화, 의식의 확대, 인간 본성의 파악, 인격의 성숙과 개성화 등을 다루는 것이 정신치료의 최종목표라 하지만 이를 굳이 모든 환자에게 권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재승은 단기정신치료 토론에서 지적하기를 “처음부터 환자에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하면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단기치료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해결하고 남은 문제는 장기치료를 시도하든지 치료를 종결하더라도 ‘이것이 아직 남은 문제이다’ 라고 지적해서 나름대로 깨닫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21). 환자의 증상이나 문제점이 단기정신치료로 가능할 것인지와 장기정신치료가 필요할 것인지 초기 면담에서 파악하여 구분해서 시행해야 하지만 그 어떤 경우나 단기정신치료를 먼저 제안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그렇게 하는 것이 빨리빨리에 익숙한 한국 문화에 더 적합할 것이다15).

       2. 단기정신역동치료와 오지상승요법의 유사점

    첫째로, 단기역동정신치료와 오지상승요법 모두 정서의 유발을 주된 치료원리로 삼았다. 역동이란 어떤 힘들의 상호작용을 말하는데, 단기역동정신치료에서는 감정의 상호작용을 정신역동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단기역동정신치료에서는 신경증적 행동과 감정을 치료하기 위해서 지적 인식과 지적 병식만으로는 의미있는 변화를 초래할 수 없다고 보았다. 환자는 신경증의 원인으로 인한 감정적 손상을 제거하기 위해 치료자를 통한 교정적 정서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며, 그 밖의 요인들인 지적 통찰, 제반응, 과거에 대한 기억 등은 주된 치료원리에 비하면 부수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오지상승요법에서는 오행의 상생상극 원리를 이용해 의사가 공(恐)으로 인한 병에 사(思)를, 희(喜)로 인한 병에 공(恐)을, 비(悲)로 인한 병에 희(喜)를, 노(怒)로 인한 병에 비(悲)를, 사(思)로 인한 병에 노(怒)를 유발하여 치료했다. 또 반대되는 속성을 지닌 감정을 이용하여, 비(悲)와 사(思)로 인한 병에 공(恐)을, 노(怒)로 인한 병에 희(喜)를, 희(喜)로 인한 병에 노(怒)를, 희(喜)로 인한 병에 우(憂)를 유발하여 치료하였다. 치료자가 적극적으로 감정을 유발하고, 유발된 감정이 치유의 원리가 된다는 점에서 두 치료는 공통점이 있다. 또 치료를 위해서는 치료자가 긍정적 감정만을 유발한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그렇지 않다. 오지상승요법에서 치료자는 긍정적 느낌의 감정인 희(喜) 뿐만 아니라 부정적 느낌의 감정인 노(怒), 비(悲), 공(恐)의 유발도 피하지 않았다. 또 교정적 정서경험에서도 치료자가 불안을 유발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Sifneos의 단기불안유발정신치료에서는 치료초기부터 저항과 방어를 환자에게 직면시키고 전이 감정을 적극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치료적 불안을 일으켜 문제를 빨리 자각시킨다.

    둘째로, 단기역동정신치료와 오지상승요법 모두 치료적 초점을 제한하였다. 단기역동정신치료는 정신 증상이나 성격상 문제의 근본적 해결보다는 ‘지금 그리고 여기(here and now)’에서 일어난 문제, 즉 현실 상황에서 겪는 문제에 중점을 두고 이를 해결하고자 한다8). 따라서 현실적이고 명확하게 구체적으로 정의된 치료목표의 설정은 아주 중요하다. 치료에서도 긍정적인 전이현상은 받아들이지만 역동적 의미나 환자의 성격문제는 꼭 필요한 경우 외에는 다루지 않았다. 의안을 살펴보면 오지상승요법 역시 환자의 무의식적 갈등이나 성격구조의 문제의 다루기보다는 치료시점에서 특정 사건에 의한 환자의 감정 상태를 중시하였으며, 치료적 감정을 유발하여 증상을 없애는 것에 목표를 두었다.

    셋째로, 단기역동정신치료와 오지상승요법 모두 치료횟수가 짧다. 단기역동정신치료는 치료회수가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Mann의 한시적 정신치료에서는 치료의 시작부터 시간을 일정하게 고정시키고 무의식적 역동사건을 일정하게 고정한다. 이러한 치료회수의 제한과 역동적 사건의 고정은 환자에게는 시간의 의미와 효과를 검토하게 하고 치료자에게는 능동적 역할을 하도록 함으로써 치료자도 환자도 함께 시간 관리에 공통으로 참여하도록 한다. 이는 환자의 치료동기를 높이고 적극적으로 치료자의 지시에 협조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오지상승요법 역시 치료회수가 짧은 것으로 보인다. 우스꽝스런 행동을 하거나 무당과 기생의 춤과 노래로 희(喜)를 유발하고 뜸으로 아프게 하고 상처가 나게 할 것이라 하여 비(悲)를 유발한 것, 결례되는 행동을 통해 노(怒)를 유발하여 부인의 불면과 왕의 우울병을 치료한 것은 한두 회기로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시간이 걸린 의안을 살펴보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병이 된 환자에게 참선으로 깨닫기를 기다려 치료한 사승공(思勝恐) 의안에서는 ‘30일 정도 지나자 병이 나았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불면이 있는 부인에게 남편과 짜고 돈을 받아 술을 마시고 치료를 하지 않아 분노를 유발하여 치료하였다는 의안에는 ‘환자의 집에 머물렀다’고 되어 있다. 이 역시 수년간 진행되는 전통적 정신분석에 비하면 짧은 시간 안에 환자를 치료한 사례라 할 것이다.

    넷째로, 단기역동정신치료와 오지상승요법 모두 치료자의 역할에서 능동성이 강조된다. 정신분석에서는 치료자가 환자에 비해 수동적이라 할 수 있는데 단기 역동정신치료에서는 환자와 치료자가 같은 정도로 작업해 나간다고 볼 수 있다. 치료자는 교정적 정서경험을 위해 전략적인 개입을 많이 사용하며 각 사람의 특성에 따라 자유롭게 이러한 전략을 이용하여 짧은 시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하고 또한 각 사람에 맞게 치료 장면의 시간을 융통성 있고 자유롭게 조정한다. 예를 들면 어떤 환자에게는 일주일에 한 시간씩이 필요하며 다른 환자에게는 30분씩 2번 만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13). 오지상승요법에서는 치료자가 환자에게 치유적 감정을 유발하기 위해 무당과 기생을 부르고 우스꽝스런 행동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하였으며 병을 불치병인 것처럼 환자를 속이거나, 부친이나 환자의 남편, 엄한 상사와 짜고서는 환자에게 치료를 하지 않거나 야단을 치고 문책을 하며 뺨을 때리게 하는 등 비교적 과격한 행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 단기역동정신치료와 오지상승요법 모두 치료자가 능동적인 교육자 역할도 담당한다. 단기역동정신치료에서는 환자가 지니고 있는 강점과 숨어있는 힘을 최대한으로 이용해서 환자가 지니고 있는 잠재적 힘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고자 노력한다. 이때 교육은 직접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특정 의학적 지식이나 심리학적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포함한다13). 오지상승요법에서도 죽음이 두려워 병이 된 환자에게 치료를 위해 절의 스님을 소개하여 참선을 배우고 두려움의 기전에 대해 숙고하여 생사지심(生死之心)을 극복하도록 하였다. 이 뿐 아니라 일격(噎膈)병의 환자가 아들을 낳은 기쁨으로 병이 차도를 보이자 이는 정지병(情志病)임을 설명해주고 안정을 위해 참선을 하여 고요히 지낼 것을 권유하였다.

       3. 단기정신역동치료와 오지상승요법의 차이점

    첫째로, 단기정신역동치료와 오지상승요법은 치유적 감정 유발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단기정신역동치료에서 환자는 어린 시절에 겪었던 정서적 경험으로부터 받은 병적인 영향을 제거하기 위해 정서적 카타르시스를 다시 경험해야 하는데, 이는 적절한 정도에서 치료자에 의해 조장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또 Sifneos의 단기불안유발정신치료에서는 불안을 감내할 수 있는 환자 선별이 중요하며 치료자와 환자 사이의 치료적 동맹이 여타의 치료법에서보다 중요하고 하였다. 이를 보면 단기정신역동치료에서는 비교적 부드러운 방식으로 감정을 유발하였으며, 부정적으로 생각되는 감정 유발에 있어서도 환자의 근기(根氣)를 살펴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 오지상승요법을 시행함에 있어서도 환자간의 체질 차이를 고려하는 한의학의 특성 상 치료에 앞서 환자의 근기(根氣)를 살피는 일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단기정신역동치료에 비해 거짓말이나 거짓행위를 하고 뺨을 때리거나 상사로 하여금 문책을 하게 하는 등 상반되는 감정을 유발하는데 과격한 면이 있어 환자가 치료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장자화(張子和)의 유문사친(儒門事親)에는 유덕원(劉德源)이 명의인 장자화(張子和)에게 치료를 요청하고 나서, 그 치료가 두려워 치료 전날 자신의 몸이 견딜 수 있게 해달라고 신령에게 비는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둘째로, 단기역동정신치료와 오지상승요법은 무의식 개념의 유무에서 차이가 있다.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가인 Saul은 어린 시절에 형성된 감정양식이 현재의 대인관계 뿐 아니라 치료자와의 관계에서도 전이로 반복되고 있으므로 이를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하였다. 어린 시절에 형성된 잘못된 감정양식이 환자의 현재 문제를 일으키는 무의식적인 원인이며, 치료자는 과거의 의미있는 인물과 대조되는 행동과 반응을 하여 환자로 하여금 교정적 정서경험을 하게 해야 한다. 이 감정적 경험을 통해 환자에게 전 의식적 자료의 파생물을 직면하게 하고 이를 명료화시키고 해석함으로서 단기간에 자신의 문제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가져오게 하는 것이다. 치료에는 전이의 명료화와 직면을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전이반응을 자주 해석한다. 비록 현재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해석을 환자에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만 사용하지만, 단기역동정신치료도 어느 정도는 정신분석의 기본전제인 무의식을 염두에 둔 정신분석적 기법이 사용된다. 반면 오지상승요법을 비롯한 한의학의 정신치료에서는 무의식의 개념이나 용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치료 시점에서 문제가 된 감정을 살펴 치료적 감정을 유발하여 치료하였고 치료 시점의 병적 감정의 원인이 과거나 다른 데 있다고 보지 않았다. 이는 단기역동정신치료에서 현재 문제의 뿌리가 무의식적인 기억, 감정에 있다고 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셋째로, 단기역동정신치료와 오지상승요법은 환자 선택 기준에서 차이가 있다. 단기역동정신치료의 환자 선택 기준은 비교적 엄격해서 환자의 과거력과 일반적인 기능 수준을 감안해서 선택한다. 적절한 자아강도와 치료동기, 대인관계의 유지, 적당한 지능 등을 지닌 환자를 선택한다. 적응증은 유발원인이 생활사의 변화일 때, 즉 사회 진출상 처음 겪는 입학, 전학, 입대, 취직 및 결혼, 생사와 관계된 문제이며 정신증, 약물중독, 심한 인격장애 등은 제외하는 기준으로 삼는다10). 반면 오지상승요법을 비롯한 한의학의 정신치료는 환자 선택에 있어 사려과도로 인한 불면, 우울병으로 기력이 저하되는 등의 가벼운 신경증에서부터 전광심질(癲狂心疾) 등 심한 정신증에 이르기까지 병의 중등도를 가리지 않았으며, 형신일여(形神一如)의 원칙에 따라 적응증도 정신적인 질환부터 심통결괴(心痛結塊), 일격(噎膈), 해수객혈(咳嗽喀血) 등 신체적인 질환에 이르기까지 넓게 치료하였다.

    넷째로, 단기역동정신치료는 추수과정(follow up process)을 강조한다13). 단기역동정신치료는 치료기간 중에 환자의 행동변화를 기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치료가 끝난 후에 변화를 지속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추수면담의 시기는 각 이론가마다 다르게 정하고 있으며 그 기간은 3개월, 6개월, 9개월, 그리고 1년 후가 될 수 있다. 반면 오지상승요법을 비롯한 한방정신요법에서는 치료 종결 이후 추수과정이 없고, 재발가능성을 염두에 두거나 재발로 인해 다시 치료한 의안이 없다. 한의학에서는 무의식 개념을 따로 설정하고 이를 분석하여 원인을 찾기보다는, 참선수행이나 양생법의 실천을 통해 스스로 내면을 돌아보고 정화하였으며 치료 후에도 이를 지속하였다. 의안에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병이 된 환자가 불교적 참선을 통해 두려움을 관조하고, 일격(噎膈)을 앓는 환자가 절에서 불교적 양생법을 실천하고 참선을 하여 내면을 안정시킨 것이 바로 자신 스스로의 무의식을 보는 과정이라 할 것이다. 이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예방의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치료한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9).

    또 단기역동정신치료는 무의식적 원인이 남아있으므로 재발가능성을 염두에 두어 환자에게 다시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는 언제나 자유롭게 다시 치료를 받으러 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놓는다. 반면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없다. 한방정신요법에서 추구하는 이상적인 인간상은 성인(聖人), 진인(眞人), 지인(至人), 현인(賢人)이라 하여 자연과 음양에 화합하고 세상살이의 기욕에 잘 적응을 하는 사람으로9), 단기역동정신치료를 비롯한 서구 정신치료의 목표점에 비해 그 경지가 높다. 이 경지에 이르기 위한 정신치료적 수양의 과정을 불교에서는 심우(尋牛), 견적(見跡), 견우(見牛), 득우(得牛), 목우(牧牛), 기우귀가(騎牛歸家), 망우존인(忘牛存人), 인우구망(人牛俱忘), 반본환원(返本還源), 입전수수(入廛垂手)의 십우도(十牛圖)로 표현하였다. 심우(尋牛), 견적(見跡), 견우(見牛)는 환자의 핵심역동을 이해하는 것을 의미하고, 득우(得牛)는 이러한 감정을 환자 본인이 억압을 하지 않고 느끼고 자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목우(牧牛)는 감정을 놓치지 않고 부리고 갈등을 해결하기 시작하는 것이고 긍정적인 감정이 나타나서 자라고 커지는 것을 말한다. 기우귀가(騎牛歸家)는 문제와 현실을 받아들이고 해결하는 것이다. 처음의 소는 검게 칠하여 부정적인 감정을 나타내었으나 흰점이 생겨서 확대가 되어 흰 소(白牛)로 표현한다. 이것이 정심(淨心)이고 사랑과 미움이 없는 것이다. 망우존인(忘牛存人)은 갈등은 해결되었지만 무아(無我)가 되지 못한 상태다. 이것이 서양의 정신분석의 한계이다. 인우구망(人牛俱忘)은 집착이 없는 공(空)이다. 완전한 해방이고 무아(無我)다. 반본환원(返本還源)은 본래면목(本來面目)이요, 자신이나 현실을 투사없이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입전수수(入廛垂手)는 자기문제를 해결하고 무아(無我)의 경지에서 보살이 되어서 중생제도를 하는 것을 뜻한다22). 즉 불교나 한방정신요법에서는 마음을 비우고 정화하여 외물(外物)에 현혹되는 착각을 없애고 생사지심(生死之心)마저 극복하는 경지를 추구하였다.

    현재 정신치료가 시행되는 임상의 상황을 고려할 때, 치료적 초점과 치료회수를 제한하여 짧은 시간 내 치료자가 능동적으로 개입하는 정신치료의 방식은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원래 한방정신요법의 특성이기도 하다. 또 신체와 정신질환을 막론한 넓은 범위의 환자군 역시 한방정신요법이 적절한 모델로서 잘 시행이 된다면 다양한 적응증에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지상승요법을 단기역동정신치료의 관점에서 조망해보면 환자의 체질적, 심리내적 구조상 느끼기 쉬운 특정 감정이 과하여 병이 된 것을 환자가 잘 느끼지 못하거나 표출하지 못하는 상대적 속성의 감정을 치료자가 유발하고 환자에게 표현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내적 경험을 하게 하여 치료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치료적 감정을 유발하는 방식에 있어 오행상승관계의 감정 유발을 비교적 부드러운 방식으로 할 필요가 있겠으며, 비록 치료적이라 할지라도 거짓말이나 거짓행위의 사용은 윤리적 문제 때문에 숙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한의학에서 설정된 이상적 인간상이 비록 서구의 정신치료에서 추구하는 인간상보다 더 높은 수준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깨우침의 단계로 이끄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뿐더러 환자에게 모범이 되는 치료자의 수양과 영적 각성 역시 중요한 문제라 하겠다. 이러한 점에서 한방정신요법에서도 치료 후 추수과정을 보완할 필요가 있을 것이며 치료자도 지속적인 수양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IV. 결론

    1. 단기역동정신치료는 치료적 초점과 치료회수를 제한하여 짧은 시간 내 치료자가 능동적으로 개입을 하므로 현재 한방의 임상에서 응용하기에 적합한 형태의 정신치료법이다.

    2. 단기역동정신치료와 한의학의 오지상승요법은 정서의 유발을 주된 치료원리로 삼고, 치료적 초점을 제한하고, 치료횟수가 짧고, 치료자의 역할에서 능동성이 강조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3. 단기역동정신치료와 한의학의 오지상승요법은 치료적 감정 유발방식, 무의식 개념의 유무, 환자 선택 기준, 추수과정 강조 여부에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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