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report that a patient with obsessive-compulsive disorder (OCD) significantly responds to Korean medical treatments and psychotherapy.
We treated the patient with Korean medical treatments (acupuncture and herbal medication) and Melonis Calyx Vomiting Therapy. We also used psychotherapy including Li-Gyeung-Byun-Qi therapy. The patient was diagnosed by DSM-IV diagnostic criteria for OCD. We used Obsessive-Compulsive Inventory-Revised-Korean (OCI-R-K), Visual Analogue Scale (VAS), Beck’s Depression Inventory (BDI), and Beck’s Anxiety Inventory (BAI) to evaluate the patient.
OCI-R-K score was decreased from 39 points to 9 points. BDI score was decreased from 14 points to 6 points. BAI score was decreased from 25 points to 13 points.
This study suggests that Korean medical treatment is an effective way to treat patients who suffer from OCD.
강박장애는 의지의 간섭을 벗어나서 특정한 생각이나 행동을 반복하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강박사고, 강박행동, 집착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증상군으로 나타난다. 강박사고는 반복되는 침투적 사고, 충동 또는 영상과 같은 정신적 작용으로 나타나는 것이고, 강박행동은 확인, 숫자세기, 회피, 의식적 행동 등과 같은 행동으로 나타난다. 환자 자신은 강박증상이 어리석고 불합리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고, 강박증상에 저항하려 한다1). 자각적인 강박경향과 그에 대한 저항과 병식의 유지가 주된 특징인 강박장애는 일반인구 중 평생유병률이 2.5%로 드문 장애가 아니며, 심한 고통을 초래하고 시간을 소모시키며 정상적인 일과, 직업적 활동, 또는 일반적 사회활동이나 대인 관계에 심각한 장해를 초래한다2). 발병은 대개 급성이며 심리적 유발요인이 있는 경우가 많다. 만성경과를 밟으며 예후도 다른 불안장애에 비해 좋지 않다3).
건강심사평가원의 보고에 따르면 강박장애 환자는 2011년 20,959명에서 2015년 24,133명으로 증가하였으며, 연도별 요양급여비용총액은 2011년 약 96억원에서 2015년 약 108억원으로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왔다4). 강박장애 환자의 수와 의료비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의학에서 강박장애에 대한 연구는 손 등5)의 강박장애에 대한 중의학의 최근 동향 연구가 있을 뿐이므로, 지속적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본 증례는 강박장애를 호소하는 환자에서 한방치료와 심리치료를 병행하여 호전을 보인 증례로, 강박장애에 대한 한의학적 연구의 기반을 넓히는데 기여하고자 보고하는 바이다.
201○년 ○월 3주일간 입원치료 받은 환자 중 DSM-IV의 강박장애의 진단기준2)에 부합하며, 신체적ㆍ정신적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남성 환자 1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상기 환자에게 입원기간 동안 침치료, 뜸치료, 한약치료, 과체(瓜蔕)를 이용한 토법을 비롯한 한방치료와 이정변기요법(移情變氣療法)을 포함한 심리치료를 시행하였다. 초진 시 개인력조사와 강박장애의 진단 및 평가와 정신진단검사를 시행하고, 3주의 치료 이후 강박장애의 진단 및 평가와 정신진단검사를 다시 한번 시행하였다. 퇴원 3개월 후, 6개월 후의 상태를 전화면담을 통하여 경과를 조사하였다.
1) 강박장애 진단 및 평가
(1) Obsessive-Compulsive Inventory-Revised-Korean (OCI-R-K)6)
OCI-R은 강박증상을 평가하는 도구7)로서 총 18개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여섯 가지 하부 척도(세척, 확인, 정돈, 강박, 보관, 정신적 중립화)로 구성되어 있다. OCI-R-K는 OCI-R을 한글로 표준화하여 번역한 것으로서 각 항목들은 불편감의 정도를 5단계로 나누어(0=“전혀 그렇지 않다.”, 4=“매우 그렇다”) 평가된다.
2) 주증상 평가
(1) Visual Analogue Scale (VAS)
환자가 느낀 증상의 정도를 일정한 직선 위에 표시하는 방법으로, 가장 심한 상태를 10, 증상의 소실을 0으로 하여 환자의 주관적 느낌을 평가하였다.
3) 정신진단 검사
(1) BDI (Beck’s Depression Inventory)8)
Beck이 개발한 자기보고형 질문지로 21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문항당 0∼3점 척도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점을 구한다. 0∼9점은 우울하지 않은 상태, 10∼15점은 가벼운 우울상태, 16∼23점은 중한 우울상태, 24∼63점은 심한 우울상태를 의미한다.
(2) BAI (Beck Anxiety Inventory)9)
불안의 인지적, 정서적, 신체적 영역을 포함하는 21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문항당 0∼3점 척도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점을 구한다. 22∼26점은 불안상태(관찰과 개입을 요함), 27∼31점은 심한 불안상태, 32점 이상은 극심한 불안상태로 평가할 수 있다.
조○○ (M/28)
1) 강박사고(개인정보가 노출되었을 것이라는 반복적 의심)
2) 강박행동(반복적 확인습관, 손씻기, 속옷 갈아입기)
3) 불안
4) 구역
5) 두통, 어지러움
Cymbalta Capsule. 30 mg 하루 1회 저녁 식후 복용
Noltec Tablet 10 mg 하루 1회 아침 식전 복용
Aldrin Talet. 하루 3회 아침, 점심, 저녁 식후 복용
Rebamipide Tablet 100 mg Boryung 하루 3회 아침, 점심, 저녁 식후 복용
Mosaone Tablet 5 mg 하루 3회 아침, 점심, 저녁 식후 복용
환자 거주 지역 내과에서 처방받은 약물로 입원 이후부터는 한방처치만을 원하는 환자 스스로 복용 중단하였다.
4년 전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50대의 상사에게 일을 배우던 중, 상사가 거칠고 감정적으로 대할 뿐만 아니라 별다른 이유 없이 지적을 많이 하여 심리적으로 위축되었고, 지적받지 않기 위하여 꼼꼼하게 일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기기 시작했다.
뉴스에서 개인정보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내용을 시청한 뒤, 본인이 가입한 인터넷 사이트의 개인 정보가 노출되어 범죄에 이용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들었고, 심지어는 인터넷 사이트에 실수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입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본인이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여러 사이트에 가입을 하게 될 것이 두려워서 가족들에게 자신이 접속했던 모든 사이트의 가입여부를 확인해주고, 이미 가입된 사이트에서 탈퇴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위생에 유난히 집착하는 모습이 있었으며, 집안에서 자신도 모르게 본인이 벽에 더러운 것을 발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가족들에게 계속해서 집안의 벽을 확인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또한, 손을 하루에 여러 차례 반복하여 씻으며 한 번 씻을 때 3번 이상씩 씻는 행동을 반복하였다. 특별히 활동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속옷을 하루에 3번 정도 갈아입었다.
하루의 대부분을 이런 불합리한 생각과 행동을 하는데 시간을 보내며, 본인의 생각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지만 확인하는 행동을 멈추기 힘들었다. 자신의 불합리한 믿음에 대하여 저항하는 과정에서 심한 불안감으로 힘들며 자신의 저항이 실패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호소하고 있는 상태였다.
1) 體形: 170.5 cm, 67.5 kg
2) 面色: 面赤
3) 食慾 및 消化: 식욕 정상이나 소화불량 상태, 오심, 구역 호소
4) 大便: 1일 1회
5) 小便: 1일 6회
6) 睡眠: 수면 양호
7) 舌: 舌紅 苔膩厚
1) 치료기간
201○년 ○월 ○일∼201○년 ○월 ○일(21일간)
2) 치료방법
(1) 침치료
직경 0.25 mm, 길이 30 mm의 1회용 stainless 호침(행림서원, 한국)을 사용하여 心正格(소충(少衝) 대돈(大敦) 보(補), 음곡(陰谷) 소해(少海) 사(瀉)), 태백(太白), 신문(神門), 조해(照海), 백회(百會), 인당(印堂)을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1년 이상 임상 경험이 있는 한의사가 매 1일 1회 자침 후 20분간 유침하였다. 보사(補瀉)는 경(經)의 순행방향에 따라 자입하는 것을 보법(補法)으로, 경(經)의 주행방향의 역행방향으로 자입하는 것을 사법(瀉法)으로 운용하는 영수보사(迎隨補瀉)를 이용하였다.
(2) 간접구치료
중완(中脘), 관원(關元)에 왕뜸을 시행하였고, 양측 신문(神門), 내관(內關), 족삼리(足三里), 조해(照海)에 간접구(봉래쑥뜸(주), 회춘구)를 시행하였다. 매 1일 1회 시행하였다.
(3) 한약치료
① 입원당일∼10일: 계지가용골모려탕(桂枝加龍骨牡蠣湯)
계지(桂枝) 백작약(白芍藥) 생강(生薑) 대조(大棗) 용골 (龍骨) 모려(牡蠣) 각 6 g, 감초(甘草) 4 g
② 11일∼21일: 감초사심탕(甘草瀉心湯)
반하(半夏) 12 g, 감초(甘草) 8 g, 황금(黃芩) 건강(乾薑) • 인삼(人參) 대조(大棗) 각 6 g, 황련(黃連) 2 g (약량은 1첩 분량이며 1일에 2첩을 전탕(煎湯)하여 3회에 나누어 식후 1시간에 경구 투여하였으며, 1회 복용량은 120 cc였다.)
③ 입원 2일, 6일, 13일, 19일: 과체(瓜蔕)
과체(瓜蔕)분말 0.5 g을 아침 7시 공복상태에서 미지근한 물로 온복하며 구토반응이 없을시 30분 간격으로 0.5 g씩 투여한다. 과체(瓜蔕)의 독성 및 과도한 약효반응을 고려하여 최대 2 g까지 복용하며 구토 반응이 나타날 시에는 복용을 중지한다. 수월한 구토유도와 신속한 약효 발휘를 위해 복용 시 미지근한 물을 수시로 복용한다.
(4) 심리치료
초진 시에는 개인력 조사와 심리평가를 실시하였으며 환자가 호소하는 신체적 증상 및 심리적 어려움에 대하여 공감하고 지지하며 관계성을 세우는데 목표를 두었다. 환자의 증상에 대하여 판단하거나 지도하지 않고 현재 힘들어하는 증상에 대하여 공감하고 지지하는 태도를 취하였다. 특히, 자신의 불합리한 믿음에 대하여 저항하는 과정에서 심한 불안감과 결국에는 자신의 저항이 실패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죄책감에 대하여 공감적 지지를 보내며 죄책감을 가질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지지하였다.
낮은 자존감으로 인하여 스스로를 믿지 못하게 되며 여러 가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는 점에 초점을 두어 자존감을 회복하고자 하였으며, 특히 자신이 갖고 있는 장점, 리소스(resource)를 찾도록 하고 그것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심리치료를 진행하였다.
심한 불안감에 압도되어, 불안감에서 스스로 빠져나오기 어려운 경우에는 한방정신요법인 이정변기요법(移情變氣療法)을 시행하여 환자의 정서 상태를 환기하는 방법을 취하였다.
1) 입원 1일
환자는 강박적 사고가 발생하면, 불안감이 심해져 어찌해야 할지 모를 것 같은 느낌이 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하였다. 하루 종일 강박적 사고에 빠져들어 압도당하게 되며 본인이 어찌할 수 없는 느낌 때문에 힘들다고 하였다. 또한, 자신의 뜻대로 해주지 않는 어머니와 여동생에게 분노를 느끼는 한편, 자신의 공격적인 행동으로 인하여 힘들어했을 것에 대하여 죄책감을 느끼는 양면적인 모습을 보였다.
첫 면담에서 치료의 관계성을 확립하고, 치료의 장을 구축하기 위하여 환자의 증상 및 상태파악과 더불어 공감 및 지지요법 시행하는데 시간을 할애하였다. 강박사고 및 행동과 관련한 교육을 통하여 환자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 아니며 불합리한 죄책감과 불안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안심시켰다.
환자가 호소하는 불안감과 구토, 구역, 어지러움, 두통 등의 신체적 증상이 담음(痰飮)에 의한 것으로 판단하였으며, 흉격이상의 담음(痰飮)을 배출시키기 위하여 익일 과체(瓜蔕)를 이용한 토법을 시행하기로 하였다. 또한, 환자가 갖고 있는 불안감을 안정시키기 위하여 계지가용골모려탕(桂枝加龍骨牡蠣湯)을 처방하여 입원 당일부터 투여하였다.
2) 입원 2일∼5일
입원 2일째 과체(瓜蔕)를 이용한 토법 시행 후에 VAS 8이던 구역과 어지러움, VAS 9이던 두통 증상이 VAS 5로 감소하였다. 개인정보에 대한 강박적 사고는 여전한 상태로, 스마트폰을 이용한 인터넷 접속조차 하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입원 4일째 저녁 샤워도중, 샤워기 물이 멈추지 않았으며, 당황스러워하며 약 10여분간 물을 잠그기 위해서 애썼다고 하였다. 본인이 고장낸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던 중 옆 환자의 도움을 통해 상황을 수습했다고 하였다. 샤워 후 병실로 돌아온 이후 샤워실에서의 상황이 반복적으로 떠올라 불안했다고 하였다. 또한, 본인이 샤워 중 다른 사람들 앞에서 성기를 만지고 자위행위를 하지는 않았을까에 대한 강박적 사고가 지속적, 반복적으로 발생하였다. 본인이 정말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하여 반복적으로 생각하느라 수면도 어려웠다고 하였다. 면담 시에는 “정말로 제가 그랬을까요?”라는 질문을 반복적으로 하며 강박적 사고에 대하여 생각하는 모습과 함께 “그러지 않았을 것 같은데 제가 모르는 사이에 그랬으면 어떡하죠?”라는 표현을 반복하며 머리를 쥐어뜯는 등의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사건 발생 후부터 느끼고 있는 당황스러움과 불안감에 대하여 공감 및 지지요법을 시행하였으나, 쉽게 불안상태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평소 집안에서 창밖의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다는 점에 착안하여 환자와 함께 창밖의 풍경을 이용한 이정변기요법(移情變氣療法)을 시행하였다. 현재의 불안한 감정에 매몰되어있는 환자의 주의를 창밖의 풍경으로 옮기도록 하였고, 천천히 창밖의 풍경을 표현해보도록 하였다. 창밖의 풍경에 대해서 설명을 하면서 환자의 불안의 정도는 낮아졌고, 현재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물어보자 “마음이 아까보다 편해졌어요. 창밖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니 나도 얼른 치료받고 나가고 싶어졌어요.”라고 하였다. 환자가 안정감을 찾은 후, 말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하여 혼자서 고민하지 않고 털어 놓은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하였다.
3) 입원 6일∼8일
입원 6일째 과체(瓜蔕)를 이용한 토법을 재차 시행하였으며 VAS 5의 구역, 두통, 어지러움의 증상이 VAS 4로 감소되었다. 신체적 증상이 호전되었으며, 스스로 강박적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 입원 7일째 병원비 중간정산을 위하여 세부내역서를 인쇄하였고, 다른 환자와의 대화 중 세부내역서를 상대에게 보여주었다고 하였다. 보여줄 당시에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으나, 대화가 끝난 후 세부내역서에 본인의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개인정보가 적혀있는 것을 발견하였다고 하였다. 이후 상대 환자가 본인의 개인정보를 외워서 다른 곳에 쓰지는 않을까에 대한 강박적 사고가 떠올라 불안하였으며, 그것이 반복되며 신체적인 증상(구역, 두통, 어지러움의 증상)이 VAS 7까지 증가하였다고 하였다. 또한, 구역의 증상이 심해지면서 구토까지 하게 되었다. 한편으로,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던 상황에서 증상이 발생하고 심해진 것에 대하여 좌절하는 모습도 보였다. 자신의 개인정보가 노출된 것에 대한 불안감과 증상에 대한 좌절감에 대하여 공감하고 지지요법 시행하였으나, 심한 불안감과 좌절감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감정에 매몰되어 있는 상태로 이정변기요법(移情變氣療法)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되어 지난번과 같이 창문 밖의 풍경에 집중해보도록 하였다. 첫 시행 당시보다 집중하는데 어려움을 보였고, 쉽게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환자에게 안전, 안정의 감정이 필요한 상태라고 판단되어, 이정변기요법(移情變氣療法)을 시행하기 전에 충분히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도록 시간을 주었으며, 치료자와 함께 바라본다는 점을 강조하며 환자로 하여금 안전과 안심의 마음이 들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창밖의 풍경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태였으므로, 우선적으로 치료자와 함께 가까운 곳에 있는 침상과 서랍을 포함한 병실의 모습을 표현해볼 것을 권유하였다. 치료자의 리드에 따라 주의를 옮기면서 환자는 차츰 안정감을 찾아갔으며,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후에는 창문 밖의 사람들을 자세히 보고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자세히 표현하였고, 반대편 건물의 색깔과 구조에 집중하며 건물의 모습을 표현하였다. 창밖의 풍경에 집중하면서 차츰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 보였으며, 풍경을 모두 표현한 후에 “햇빛이 따뜻한 것 같아요”라고 하며 긍정적인 감정을 표현하였다. 2번의 이정변기요법(移情變氣療法) 경험 후, 혼자서 해볼 수 있도록 교육해달라고 하였으며, 시행했던 2번의 이정변기요법(移情變氣療法)에 대하여 환기 및 복습하며,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함께 교육하였다.
4) 입원 9일∼14일
이정변기요법(移情變氣療法)을 교육한 후 환자는 스스로 불안감이 느껴지면 스스로 밖을 보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다고 하였다. 또한, 면담치료와 더불어 과체(瓜蔕)를 이용한 토법을 시행한 후 구역, 구토, 두통 등의 신체적 증상이 호전되었고, 기분이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하였다. 강박적 사고에 빠지지 않기 위하여 스스로 노력하고 있으며, 손을 씻거나 속옷을 자주 갈아입는 등의 행동도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하였다.
스스로 본인의 증상의 원인에 대하여 생각하다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며 과거 학창시절 이야기를 하였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고향인 경기도 시흥시에서 전라도 광주로 전학갔으며, 당시 적응하는데 힘이 들었다고 하였다. 환자는 평소 체력이 약하여 병치레도 자주 했으며 성격도 여린 편이었으나 주변 친구들은 사투리와 욕을 섞어 쓰면서 거칠게 대해서 적응하는데 힘들었다고 하였다.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많이 맞으며 학교를 다녔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6학년 때 구안와사까지 나타났다고 하였다. 성인시절의 직장 내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의 따돌림으로 인하여 자존감이 낮아진 상태이며, 이것이 강박 증상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여 관련 심리치료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낮아진 자존감의 회복을 위하여 우선적으로 환자의 리소스(resource)를 찾고 강화시키기 위한 면담을 진행하였다. 환자 스스로 가장 뿌듯하거나 자랑스럽거나 잘한 일을 떠올리고 당시의 느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치료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환자는 첫 월급 탔을 당시, 부모님께 선물을 드리면서 좋아했던 기억이 가장 자랑스럽고 기분 좋은 일이었다고 하였고, 작지만 자신이 무언가를 이루어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뿌듯하다고 하였다. 무언가를 이루어냈던 과거의 경험에 대하여 지지하며, 당시에 느꼈던 자랑스러운 느낌과 행복한 느낌을 더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도록 당시 상황을 떠올려보도록 하였다. 면담이 진행되면서 얼굴에 미소를 띠며 안정적인 표정을 보였으며, 계속 이런 감정을 갖고 있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표현을 하였다. 현재 느끼고 있는 감정에 잠시 머물러 충분히 느낄수 있도록 하고, 몸의 한 부분에 저장해보도록 하였다. 평소 구역감으로 인하여 힘들었기 때문에 가슴부위에 저장하고 싶다고 하여 가슴부위에 저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추후 이 느낌을 언제든 꺼내볼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입원 8일차부터 VAS 7로 증가된 구역감과 심한 구역감으로 인한 구토의 소화기 증상을 조리하기 위하여 입원 11일째부터 한약을 감초사심탕(甘草瀉心湯)으로 변경하였으며, 13일째에는 과체(瓜蔕)를 이용한 토법 시행하였다. 토법을 시행한 다음날인 입원 14일째에는 구역, 두통, 어지러움의 증상이 VAS 3으로 호전되었으며, 구토증상은 소실되었다.
5) 입원 15일∼20일
입원 15일째 치료를 받고 옷을 갈아입던 중, 뒤에서 다른 사람들이 본인에 대한 욕을 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고 하였다. 치료실에서 나온 후 원무과에 있는 사람들이 본인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며, 간호사들도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하였다. 잠시 불편한 감정을 느꼈으나, 이미 배웠던 이정변기요법(移情變氣療法)을 스스로 시행하여 감정을 정리하였으며, 자신의 리소스(resource)에 대하여 떠올리며 명상을 했다고 하였다.
입원 16일째 면담 시에 환자는 강박적 사고로 인한 불편감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였다. 개인정보에 대한 강박적 사고가 줄어들었으며, 스스로 시험삼아 휴게실에 있는 컴퓨터를 통해 인터넷을 해보았으나, 과거처럼 접속한 사이트에 가입됐을 것이란 생각은 없었다고 하였다.
6) 입원 21일
전반적으로 컨디션의 호전을 표현하였으며, 신체적 증상도 호전되어 구역과 두통은 VAS 2로, 어지러움은 VAS 1로 호전되었다. 강박적 사고로 더 이상 힘들지 않으며, 불안증세도 거의 소실되었다고 하였다. 퇴원 후에 직장과 가정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든다고 하였다. 남아있는 증상은 스스로 명상과 활동 등을 통하여 스스로 조절해보겠다고 하였다.
OCI-R-K 상에서 입원당시 총점 39점에서 퇴원시 9점으로 호전되었으며, 하위항목을 살펴보면 확인(Checking)은 10점에서 2점으로, 정신적중립화(Neutralizing)는 4점에서 1점, 강박(Obsessing)은 11점에서 4점, 정돈(Ordering)은 3점에서 0점, 세척(Washing)은 11점에서 2점으로 감소하였다(Table 1). 실제로 환자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범죄에 악용된다는 강박적 사고와 이로 인한 인터넷의 개인정보를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습관이 퇴원 시 사라졌다. 또한, 손을 한번에 3번씩 씻고 하루에 셀 수없이 자주 손을 씻던 습관에서 한 번에 한 번씩으로 횟수가 감소했으며,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손을 씻는 행위가 사라졌다. 또한, 속옷을 갈아입는 횟수도 하루 3회에서 1회로 감소하였다.
[Table 1.] Change of Obsessive-Compulsive Inventory-Revised-Korean (OCI-R-K)
Change of Obsessive-Compulsive Inventory-Revised-Korean (OCI-R-K)
환자는 입원당시의 BDI 14점, BAI 25점에서 퇴원시 BDI 6점, BAI 13점으로 감소하였다(Table 2). 임상양상으로도 강박사고와 행동으로 인한 불안과 우울의 양상이 호전된 상태로, 나아진 자신의 몸과 마음의 상태에 대하여 만족하며, 향후의 자신의 미래에 대하여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Table 2.] Change of Beck Depression Inventory (BDI), Beck Anxiety Inventory (BAI) Scores
Change of Beck Depression Inventory (BDI), Beck Anxiety Inventory (BAI) Scores
신체증상으로는 입원 시 구역 증상이 VAS 8에서 VAS 2로, 두통은 입원시 VAS 9에서 VAS 2로, 어지러움은 VAS 8에서 VAS 1로 감소하였다(Table 3).
[Table 3.] Changes of Symptoms
Changes of Symptoms
서양의학에서는 강박장애가 생물학적, 정신사회적 원인에 의해 주로 발생한다고 보며, 이에 따라 항우울제 등의 약물치료와 강박장애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진 인지행동치료의 다양한 기법들을 활용하고 있다5). 강박장애는 환자의 반 이상에서 급성 발병하며, 임신, 성문제, 가족의 사망 등과 같은 스트레스 사건이 유발인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강박증세가 차차 악화되거나 우울증, 알코올 사용장애 등 동반질환을 합병하게 된다. 치료 후에도 20∼40%는 변화 없거나 점차 악화되며, 경과는 만성적으로 되기 쉽고 대개 악화와 호전을 반복한다1). 최근 강박장애 환자수와 의료비 증가 등 강박장애에 대한 관심은 증가하고 있으나, 현재 한의학의 강박장애 대한 보고는 부족한 상태로 지속적인 연구 및 보고가 필요한 상태이다.
본 증례의 환자는 4년전부터 인터넷상의 개인정보가 범죄에 악용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들며 인터넷의 가입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였으며, 손을 자주 씻고 속옷을 여러 차례 갈아입는 등의 강박적 행동을 갖고 있던 상태였다. 또한, 자신의 강박적 사고와 행동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고 그것에 저항하는 노력을 해왔으나 결국에는 실패로 돌아갔으며, 이에 대한 죄책감과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반복되는 상황으로 인하여 환자는 불안과 우울의 양상을 보였으며, 구역과 두통, 어지러움의 신체적 증상을 호소하고 있는 상태였다. 입원당시 OCI-R-K 점수는 39점으로 강박장애에 해당하였으며, 심리검사상 BDI 14점, BAI가 25점을 나타내어 경미한 우울과 불안의 상태를 보였다. 초진 면담시 환자의 증상이 심리적 원인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사료되어 한방치료와 더불어 심리치료를 병행하기로 하였다.
우선 침치료로는 사암침의 심정격(心正格)을 기본으로 하여 침을 운용하였다. 환자가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불안한 증상이 심(心)의 기운이 제대로 펼쳐지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하였으며, 이에 심(心)의 기능을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심정격(心正格)을 운용하였다. 여기에 수소음심경(手少陰心經)의 원혈(原穴)로 양심안신(養心安神)하는 신문(神門)과 팔맥교회혈(八脈交會穴)로 음교맥(陰蹻脈)에 통하여 안신정지(安神定志)의 효능이 있는 조해(照海), 개규성뇌(開竅醒腦), 정경안신(定驚安神)의 효능이 있는 백회(百會), 인당(印堂)혈을 함께 취혈하였다. 또한, 환자가 구역감의 소화기 증상을 함깨 호소하여 건비익기(健脾益氣), 리기화위(理氣和胃), 강역지구(降逆止嘔)하는 효능이 있는 태백(太白)혈을 취혈하여 소화기를 다스렸다10). 본 증례에서 침치료는 환자의 울체되어있던 기운을 움직이게 하고, 불안했던 마음을 안정, 안심시키는데 도움을 주었다. 또한, 비위(脾胃)의 기운을 조화롭게 하여 환자의 소화기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
한약치료로는 초기 면담시 얼굴이 붉고, 말이 빠르고 성급하며 본인의 뜻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화를 잘 참지 못 하는 성격 등을 고려하여, 간양상항(肝陽上亢)으로 변증하였으며 이에 계지가용골모려탕(桂枝加龍骨牡蠣湯)을 투여하였다. 입원 8일째 강박증세가 다시 심해지며 구토와 구역 등의 소화기계 증상이 심해졌고, 입원 10일째부터는 소화기 증상을 치료하기 위하여 감초사심탕(甘草瀉心湯)을 처방하였다. 또한, 불안증상과 더불어 구역, 구토 등의 소화기 증상을 동반한 점을 고려하여 담음(痰飮)이 겸한 것으로 판단하여, 흉격 이상의 담음(痰飮)을 제거하기 위하여 과체(瓜蔕)를 투여하였다. 계지가용골모려탕(桂枝加龍骨牡蠣湯)은 「금궤요략(金匱要略)」에 등장하는 처방으로 “夫失精家 少腹弦急陰頭寒目眩髮落脈極虛芤遲爲淸殺 亡血失精桂枝加龍骨牡蠣湯主之脈得諸芤動微 緊男子失精女子夢交桂枝加龍骨牡蠣湯主之”11)이라 하여 허약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생식기계 질환에 사용된 처방으로 계지탕(桂枝湯)의 처방에 용골(龍骨)과 모려(牡蠣)를 추가한 처방이다. 용골(龍骨)은 평간잠양(平肝潛陽)함으로써 간양상항(肝陽上亢)으로 인한 두목현훈(頭目眩暈) 등을 치료하고, 질중(質重)하여 진정안신(鎭靜安神)작용이 있어 신지불안(神志不安), 심계정충(心悸怔忡), 건망실면(健忘失眠), 경간(驚癎), 전광(癲狂) 등을 치료하고, 모려(牡蠣)는 성한질중(性寒質重)하여 평간잠양(平肝潛陽), 중진안신(重鎭安神)시키는 효능이 있어 간음부족(肝陰不足)으로 간양상항(肝陽上亢)하여 나타나는 두목현훈(頭目眩暈), 심계실면(心悸失眠), 번조불안(煩燥不安), 이명(耳鳴) 등과 간풍내동(肝風內動)의 추휵경간(抽搐驚癎) 등에 사용한다12). 계지가용골모려탕(桂枝加龍骨牡蠣湯)은 장기간 지속된 불안으로 인해 정서적 신체적으로 지쳐있으면서 교감신경의 과항진(過亢進)으로 유발된 증상양상을 보이는 환자들에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처방13)으로, 본 환자의 경우에는 강박증상으로 인한 불안증세를 호소하던 상태로 본 처방 복용 후 불안과 두통, 어지러움과 구토의 증상이 호전되었다. 또한, 감초사심탕(甘草瀉心湯)은 갑작스럽게 심해진 구역증상과 구토증상을 다스리기 위하여 처방되었으며, 처방 복용 이후 극심했던 구역 및 구토증상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을 주었다.
본 환자에게는 입원기간동안 과체를 이용한 토법을 4차례 시행하였다. 과체(瓜蔕, Melonis Calyx)는 박과에 속한 일년생 초질등본(草質藤本)인 참외 및 동속 동종 식물이 덜 익어 청록색을 띠는 과실의 꼭지를 채취하여 음건한 것으로서, 용토약(涌吐藥), 최토약(催吐藥)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성미는 고(苦), 한(寒), 유독(有毒)하고, 비위(脾胃)로 귀경하며, 토풍담숙식(吐風痰宿食), 사수습정음(瀉水濕停飮)의 효능으로 완담(頑痰), 식적(食積), 담연숙식(痰涎宿食), 옹색상완(壅塞上脘), 흉중비경(胸中痞硬), 풍담전간(風痰癲癎), 습열황달(濕熱黃疸), 사지부종(四肢浮腫), 비색(鼻塞), 후비(喉痺)를 주치하는 한방약재이다12). 토법의 치료원리는 ‘목울달지(木鬱達之)’를 통하여 ‘상완급격간담연식(上脘及膈間痰涎食)’을 용출시키려는 목적으로부터 출발하여, 용토(涌吐)를 통하여 현부(玄府)를 열고 상초(上焦)의 응체(凝滯)된 기혈(氣血)을 소통시켜 정기(正氣)를 회복시키는 것이다14). 「동의보감(東醫寶鑑)」15)에서는 담(痰)으로 인해 머리에 바람이 들어 두면부에 이상감각을 느끼며 어지럽고 눈앞이 어질어질하고, 입과 눈이 실룩거리고, 근육이 떨리고, 가슴이 답답하며, 두근거리는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음을 설명하였으며, 그 치료법으로 담(痰)이 흉격(胸膈) 위에 있을 때는 반드시 토법을 사용하여야하며, 여러 치료제재 중 한 가지로 과체산(瓜蔕散)을 제시하였다. 또한 내경(內經)의 말을 인용하여 병사(病邪)가 상부(上部)에 있는 경우는 토법을 사용하여야 한다고 하였고(“經曰 病在上宜吐 其高者因而越之. 越謂吐也.”), 이어서 토법으로서 과체(瓜蔕)를 사용할 것을 제시하였다(“吐藥 宜用 瓜蔕散, 獨聖散, 稀涎散...藜蘆散, 雄黃散.”, “瓜蔕散 治頑痰或食積在胸中爲昏眩悶亂.”, “獨聖散 治諸風諸癎痰涎涌溢.”). 본 증례의 환자는 토법을 통하여 흉중의 식적(食積),, 완담(頑痰)을 배출시킴으로써 소화기증상인 구역과 심리적 증상인 불안이 호전되었다. 또한, 토법을 통하여 상초(上焦)의 응체되어있던 기혈이 소통되며 환자의 두통과 어지러움 증상이 호전되었다.
본 증례의 환자는 강박장애의 원인이 심리적인 것과 관련되어있을 것으로 판단되어 한방치료와 더불어 심리치료를 병행하였다. 환자는 학창시절의 따돌림과 성인시기 직장 내의 상사와의 갈등으로 인하여 위축된 상태로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상태였다. 항상 무언가 지적받고, 혼나는 과정을 겪었으며 이로 인하여 항상 무언가가 잘못된 것이 없는지 확인하며, 의심하는 작업을 반복해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환자는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항상 자신감이 없는 상태로 지내왔다. 환자의 낮아진 자존감에 대한 회복이 필요한 상태였으며, 러빙프레젠스(Loving Presence)를 통하여 환자의 밝은 면을 보고 그것에 대해 환자에게 전달함으로써 환자 스스로 자신의 가치에 대하여 생각할 수 있도록 하였다. 러빙프레젠스(Loving Presence)는 심리치료의 과정에서 상대방을 판단하거나 지도하지 않고 사랑과 존경심을 가지고 함께 머물러 있는 상태16)로 환자의 빛나는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다. 러빙프레젠스를 통하여 항상 고군분투하며 잘 하려고 애써왔던 환자의 삶에 대하여 지지하며, 지금까지 잘 버텨온 환자의 모습에 대하여 환기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환자는 과거 자신을 항상 의심하고 부정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자신의 긍정적인 면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게 됐으며,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이를 통하여 환자는 가려져있던 자신의 빛나는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또한, 치료과정에서 존재자체로 존중을 받으면서 위축되고 경직되어 있던 마음을 녹이고 스스로 자존감을 찾아가게 되었다.
환자의 자존감 확립을 위하여 러빙프레젠스와 더불어 환자안에 있는 리소스(resource)를 찾고 강화시키는 치료를 하였다. 리소스는 본래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자원으로, 한의학에서 말하는 정기(正氣)와 비슷한 개념이라 할 수 있겠다. 리소스에는 성격, 기질, 건강신앙, 재능, 취미, 경험 등의 내적 리소스와 자연환경, 사회 문화적 환경, 주거, 고향 등의 외적 리소스, 가족, 친구, 동료, 애인, 지역공동체, 애호가 모임 등의 인간관계의 리소스가 있다. 이러한 리소스들은 치유와 성장의 근원이 된다16). 환자에게는 가족이라는 리소스가 있었으며, 첫 월급을 타서 부모님에게 선물을 사드린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강력한 리소스가 있었다. 리소스 강화훈련을 통하여 환자는 자신을 항상 지지해주는 가족들이 있다는 사실과 함께 자신이 가족을 위해서 무언가를 이루어낸 경험이 있으며 앞으로도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를 통하여 스스로를 믿을만한 존재라는 생각과 함께 자존감을 회복하였으며, 가족이라는 든든한 지지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리소스 강화훈련은 환자로 하여금 강박적 사고를 견뎌낼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기를 수 있게 해주었다.
러빙프레젠스와 리소스 강화훈련은 환자로 하여금 낮아진 자존감을 회복하고, 스스로 힘든 상황에 견딜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역할을 하였다. 항상 의심하고 확인하지 않고서는 견디기 힘들어하던 환자는 치료 이후 스스로를 믿고 강박적 사고와 행동을 줄여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환자는 입원 중간 당황스러운 사건을 겪으며 두 차례 심한 불안감을 호소하였다. 입원 4일째 샤워실 안에서 성과 관련된 행위를 하지 않았을까에 대한 강박적 사고로, 입원 7일째에는 개인정보에 대한 강박적사고로 심한 불안감을 호소하였다. 심한 불안감을 호소하여 단순한 공감과 지지요법만으로 안정이 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한의학의 심리요법인 이정변기요법(移情變氣療法)을 시행하였다. 이정변기요법(移情變氣療法)은 일명 “이정역성요법(移情易性療法)”이라고도 하는데, 의사가 각종 방법을 활용하여 환자의 정신상태를 변화시키고, 병리상태를 조절하여 질병 회복을 촉진하는 일종의 심리치료 방법이다3). 한의학 정신치료의 기본 원리로서 시대에 따라 기법의 변화를 가져오면서 현재 임상적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는 한방정신요법으로17), 매몰되어 있던 감정과 기억에서 벗어나고 고통스러운 기억과 체험을 직면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하고 지지적인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요법이다16).
본 증례의 환자는 반복적인 강박적 사고로 심한 불안을 느끼며, 강박적 사고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매몰되어 있는 상태였다. 창밖의 풍경이라는 새로운 자극을 통하여 환자 스스로 강박적 사고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고, 외부 자극에서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환자는 창밖의 풍경으로 의식을 옮긴 후 따뜻한 햇빛을 느끼고, 활기찬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밖에서 활동하고 싶은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이정변기요법을 통하여 환자의 정신을 움직여서 기분을 바꾼 예로, 창밖의 새로운 자극을 환자에게 줌으로써 비합리적이고 강박적인 사고에 몰두되어있던 환자의 정신을 외부로 옮겨 불안 등의 부정적인 정서를 따뜻하고 활기찬 긍정적인 기분으로 바꾼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환자는 스스로 이정변기요법을 시행할 수 있도록 교육받았으며, 강박적 사고에 빠져들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면 스스로 기법을 시행하였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환자는 점차적으로 강박적 사고와 행동을 줄일 수 있었으며, 강박적 사고로 인한 불안과 우울의 수준이 줄어들었다.
본 환자는 치료기간이 3주로 비교적 짧았으며, 거리상의 이유로 퇴원 이후 통원치료는 받지 못하였다. 그러나 퇴원 이후의 전화통화를 통한 추적관찰을 통하여, 환자가 강박과 불안증세 없이 3개월간 지냈으며, 이후 6개월간은 불면증상으로 인하여 양약을 복용한 것을 확인하였으나, 이는 강박적인 증세가 아닌 단순 불면증상으로 약물을 복용한 것이었다. 이후 3개월간은 약물을 중단하였으며, 이후로는 강박과 불안증상 모두 소실된 상태로 유지된 상태였다.
양방에서는 비교적 최근까지 강박장애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이 알려지지 않았으며, 상당수의 강박장애 환자들이 적절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에 반응하지 않으며 따라서 다른 약물을 추가하거나 다른 약물로 바꾸거나(switching), 행동치료와 병행하거나 또는 신경외과적 수술 및 기구를 사용한 접근(반복적 경두개자기자극요법, 전기경련요법, 심부 뇌자극요법) 등 다른 치료 방법들이 필요한 형편으로18), 향후 강박장애 분야에서 한의학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사료된다. 본 증례는 한방치료와 더불어 한의학의 대표적인 정신요법인 이정변기요법(移情變氣療法)을 중심으로 한 심리치료를 응용하여 유효한 치료 효과를 보인 본 증례로, 향후 강박장애에 대한 한의학적 연구에 토대가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본 증례는 불안, 초조 등의 심리적 증상과 구역, 두통, 어지러움 등의 신체적 증상을 호소하는 강박장애 남자 환자 1인을 한방치료와 심리치료를 통하여 치료한 증례이다. 신체적 증상과 관련하여 침치료, 한약치료 및 과체(瓜蔕)를 이용한 토법을 활용하여 접근하였으며, 환자의 신체적 증상이 심리적 원인과 관련되어 있다고 판단하여 이정변기요법(移情變氣療法)을 포함한 심리치료를 병행하였으며, 유의한 치료효과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