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류의 초기생활사를 이해하는 것은 어류의 취약한 시기를 정확히 알고 자원의 보존대책을 수립하는데 필수적이다(Blaxter, 1984). 일반적으로 치어기 이전 자어의 형태발달에 관한 연구는 활발히 이루어져 왔으나(Russell, 1976; Okiyama, 1988; Richards, 2006; Kim et al., 2011) 치어기 이후 유어기의 성장, 회유 등에 대한 국내 연구는 서해산 농어(Choi et al., 1998), 남해산 짱뚱어(Kim and Jeong, 2007) 등을 제외하면 빈약한 실정이다. 유어는 자치어와 달리 플랑크톤 네트(RN80, 봉고네트 등)로 채집이 어렵고, 세망 어구(낭장망, 새우조망 등)로 어획은 되지만 비상업적 이유로 대부분 선상 폐기되는 경우가 많아 유어 조사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농어(
농어 생태에 관한 국외 연구로는 회유(Okamura and Amaoka, 2004), 자어의 성장과 생존에 미치는 담수의 영향(Shoji et al., 2006), 알과 부유성 자어의 분포(Hibino et al., 2006), 밀도 의존적 가입(Shoji and Tanaka, 2007), 초기생활사와 생태(Islam et al., 2011), 치어의 성장과 회유(Fuji et al., 2014) 등 비교적 활발한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국내에서는 농어 유어의 성장(Choi et al., 1998), 생식소 및 성호르몬의 월변화(Kang et al., 2002), 염분변화에 따른 성장(Han et al., 2003), 수온변화에 따른 성장(Kang et al., 2004), 식성(Huh et al., 2009) 등 주로 양식과 관련된 연구가 대부분이다. Choi et al. (1998)은 군산에서 채집된 유어를 농어로 분류하였으나, 11월 무렵 부화된 자어가 이듬해 4월에 유어로 출현한다고 하여(Choi et al., 1998), 점농어일 가능성이 있다(Kang et al., 2002; Kim et al., 2001). 따라서, 농어의 주된 분포지역으로 알려진 남해안(Kang, 2000)을 중심으로 농어 유어의 성장 특성을 환경 요인과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남해안의 중앙부에 위치한 여자만과 가막만은 평균수심이 10 m 이내로 비교적 수심이 얕은 반폐쇄성 만으로, 여자만은 육지로부터 담수 유입이 있는 반면 가막만은 담수 유입이 없다(KORDI, 1990; MOMAF, 2001). 두 해역 모두 잘피가 넓게 군락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산동물의 중요한 산란장 또는 성육장으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Deegan et al., 2002; Kwak et al., 2006; Kim et al., 2009; Ryu et al., 2011). Kim et al. (2009)에 의하면 잘피가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어류 종조성은 뚜렷이 구별되고 특히 농어 유어는 잘피가 있는 곳에서만 출현하여 주목된다고 하였다. 이처럼 잘피는 농어 유어에게 서식장 또는 성육장 역할 뿐 아니라 풍부한 먹이를 제공해 주거나 대형 포식자로부터 몸을 숨길 수 있는 은신처를 제공해 준다. 그러나 잘피 주변의 해양환경이 농어 유어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진 바 없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인접한 여자만과 가막만의 잘피 군락지에서 채집된 농어 유어의 성장을 분석하고, 동물플랑크톤, 잘피 등 생물 요인과 수온, 염분, 영양염 등 무생물 요인을 비교하여 농어 유어의 성장 특성을 구명하고자 한다.
농어 유어는 2006년 2월부터 2007년 2월까지 매월 1회(5-7월만 매월 2회) 잘피밭 2개 지역(여자만 백일도 및 가막만 원포리)(Fig. 1)에서 후릿그물(길이 15 m, 좌·우측폭 3 m, 중앙폭 15 m)을 이용하여 매 채집시 3회 연속 투망하여 어획하였다. 어획 즉시 선상에서 10% 포르말린 또는 70% 알콜로 고정 후 실험실로 운반해 와서 분석하였다.
척추골수는 농어와 점농어를 구분하는 중요한 분류형질로 (Kang, 2000) 농어는 36개, 점농어는 35개를 가진다. 채집된 농어 유어 11개체(PKU12265-12275)를 대상으로 척추골을 계수(SOFTEX HA-100, Softex, Tokyo, Japan)한 결과 36개의 척추골을 가져 모두 농어 유어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농어 유어는 지역별, 채집일별 성장 특성을 비교하였다. 분석에 사용된 재료는 농어 유어가 함께 채집된 4-7월의 4개월간(6회) 전장자료를 이용하였고 각 채집일별 평균전장이 구해지면 이들의 변화 양상을 지역별로 비교 분석하였다.
두 지역간 농어 유어의 성장 및 출현기간의 차이 등 원인을 구명하기 위해 잘피의 특성(밀도, 생체량, 잎수, 길이 및 폭) 및 무생물적 특성(수온, 염분, DO, 인산염, 아질산염+질산염, 암모늄염, 규산염)을 시기별 5회 반복 채집하여 분석하였고 동물플랑크톤 밀도는 시기별 1회 채집하여 분석하였다. 지역간 각 환경요인의 차이 유무는 SPSS ver. 12.0을 사용하여 Mann-Whitney
수온, 염분, 용존산소(
2006년 4월부터 12월까지수온은여자만이 9.3 (12월)-27.9℃ (8월) (평균 19.0±6.3℃)이고, 가막만이 8.3 (12월)-26.3℃ (8월) (18.7±6.1℃)로 여자만이 약간 높았다. 염분은 여자만이 25.7 (7월)-33.4 psu (4월) (30.6±2.8 psu), 가막만이 27.7 (7월)-33.6 psu (4월) (31.4±2.0 psu)로 가막만이 다소 높았다. 용존산소는 여자만이 6.2 (6월)-11.7 mg/L (12월) (8.2±1.7 mg/L), 가막만이 5.9 (6월)-12.2 mg/L (7월) (8.7±2.4 mg/L)로 가막만이 약간 높았다. 조사기간 중, 농어 유어가 두 지역에 동시에 출현했던 4-7월 사이의 수온, 염분 및 용존산소를 분석한 결과, 여자만과 가막만 사이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영양염류(
2006년 4월부터 12월까지 인산염은 여자만이 0.2 (4월)-1.6 μM (11월) (평균 0.7±0.5 μM), 가막만이 0.2 (4월)-1.1 μM (10월) (0.6±0.3 μM)로 여자만이 약간 높은 경향을 보였다. 질산염은 여자만이 0.8 (9월)-25.1 μM (11월) (7.2±7.8 μM), 가막만이 0.5 (4월)-14.2 μM (8월) (6.2±5.6 μM)로 여자만이 다소 높은 경향을 보였다. 암모늄염은 여자만이 0.6 (4월)-5.2 μM (6월) (2.5±1.6 μM), 가막만이 0.5 (4월)-5.3 μM (8월) (2.4±1.5 μM)로 여자만과 가막만이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규산염은 여자만이 7.1 (12월)-68.1 μM (6월) (35.9±19.0 μM), 가막만이 4.3 (12월)-71.7 μM (7월) (30.9±19.6 μM)로 여자만이 다소 높은 경향을 보였다. 조사기간 중, 농어 유어가 두 지역에서 동시에 출현했던 4-7월 사이의 인산염, 아질산염+질산염, 암모늄염, 규산염을 분석한 결과, 여자만과 가막만 사이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잘피의 밀도, 생체량(
2006년 4월부터 12월까지 잘피의 밀도는 여자만이 152.4 (10월)-310.2 shoot m−2 (4월) (평균 223.1±61.8 shoot m−2), 가막만이 95.2 (10월)-266.7 shoot m−2 (4월) (174.8±62.2 shoot m−2)로 여자만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그 중, 4-7월 사이의 잘피의 밀도는 여자만이 가막만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동물플랑크톤(
2006년 4월부터 12월까지 동물플랑크톤의 밀도는 여자만이 1,527 (12월)-22,115개체/m2 (5월) (평균 5,865±6,363개체/m2), 가막만이 947 (12월)-18,279개체/m2 (7월) (5,596±5,763개체/m2)로 평균치는 유사하였다. 그러나 시기별로 지역간에 큰 차이를 보였는데, 5월에는 여자만(22,115개체/m2)이 가막만 (3,120개체/m2)보다 월등히 높았으나, 7월에는 가막만(18,279개체/m2)이 여자만(3,258개체/m2)보다 월등히 높았다.
전장 변동
여자만과 가막만에서 출현한 농어 유어의 월별 전장 범위의 표준편차가 크지 않고 전장 범위가 일정하게 증가하는 패턴(Fig. 7)을 보이기 때문에 단일발생군(코호트)으로 가정하였다. 여자만에서 출현한 농어 유어의 평균전장은 4월 28일 2.2 cm에서 5월 25일 3.8 cm로 완만히 성장하다가, 이후 6월 8일 7.0 cm로 급성장을 보였고 6월 22일 11.4 cm로 빠른 성장이 유지되다가 7월 13일 13.0 cm로 완만해졌다(Fig. 7). 반면, 가막만에서 출현한 농어 유어의 평균 전장은 4월 28일 2.1 cm에서 5월 25일 3.4 cm, 6월 8일 3.9 cm로 완만히 성장하다가 7월 13일 7.2 cm로 성장이 빨라지기 시작해서 7월 27일 10.4 cm로 성장이 가장 빨랐고 이후, 8월 31일 12.2 cm, 9월 28일 15.1 cm로 성장이 점차 둔화되었다(Fig. 7).
개체수 변동
농어 유어는 여자만에서는 4월 28일 처음 출현하여 7월 13일까지 출현하다가 이후 대부분 사라지는 반면(Table 1; Fig. 8A), 가막만에서는 4월 28일에 처음 출현하여 12월 21일까지 지속적으로 출현하였다(Table 1; Fig. 8B). 농어 유어의 평균 개체수는 4월에 여자만 33개체, 가막만 9개체로 여자만이 3.7배 많았으며, 5월 여자만 58개체(가막만 34개체), 6월 여자만 13개체(가막만 9개체)로 4월과 유사하게 여자만이 가막만보다 많았다. 그러나 7월에는 여자만 10개체, 가막만 22개체로 가막만이 여자만보다 많아지고, 8월 이후로는 여자만에서 농어 유어가 대부분 사라졌다.
Collection data of young Lateolabrax japonicus collected from Yeoja and Gamak Bays, Korea in 2006
우리나라 남해 중부(여수)의 여자만과 가막만 잘피 군락지에 서식하는 농어 유어의 출현 기간은 여자만의 경우 4-7월(4개월)인 반면, 가막만은 4-12월(9개월)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여자만은 8월부터 농어 유어가 대부분 사라졌는데 이는 8월 이후 여자만의 해양환경이 농어 유어의 서식장으로 적합하지 않거나, 또는 먹이가 부족해져 다른 곳으로 이동해 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자만의 8월 수온(27.9℃)이 가막만의 8월 수온(26.3℃)보다 1.6℃ 높았기 때문에 여자만의 농어 유어가 서식하기에 부적합한 환경이 조성되었을 수 있다. 농어 유어는 17-27℃ 범위에서 최적의 사료 효율을 보이고, 더 높은 수온 구간에서는 폐사율이 조금씩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Kang et al., 2004). 따라 서, 고수온을 보인 여자만이 농어 유어의 생존에 불리할 수 있다. 한편, 일본산 농어 치어는 봄에 내만이나 연안의 얕은 곳으로 들어오고, 여름에는 내만에서 기수역 또는 담수역으로 이동한다는 보고가 있다(Okamura and Amaoka, 2004). 본 조사에서 여자만의 농어 유어가 8월 이후 잘피 군락지에서 사라진 이유가 기수역 또는 담수역으로 이동하는 습성 때문일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해 주는 연구로, Han et al. (2003)은 농어 유어가 염분이 20 psu에서 가장 높은 섭식율을 보인다고 하였다. 즉, 잘피 군락지(7-8월 염분이 26 psu, see Fig. 2B)의 농어 유어는 여자만의 경우 소하천의 영향을 받는 북쪽으로 이동해 갔고, 가막만의 경우 담수의 유입이 거의 없기 때문에 12월까지 잘피 군락지에 머물면서 계속 성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여자만의 북쪽 소하천 주변까지 조사해역을 확대하여 농어 유어를 추가적으로 채집해서 면밀한 비교 분석이 필요하다.
한편, 조사해역에서 채집된 농어 유어는 산란성기인 2월에 부화, 성장한 것으로 추정되며, 산란기가 2월에 집중되는 점(Kang et al., 2002), 전장빈도분포도(Fig. 8)에 새로운 가입군이 관찰되지 않는 점 등에 기초하면 단일발생군일 가능성이 높다. 여자만과 가막만의 잘피 군락지에 서식하는 농어 유어의 성장을 비교한 결과, 조사 기간중 6월 한달 동안 여자만 농어 유어가 가막만 농어 유어에 비해 가장 빠른 성장 패턴을 보였다. 이 기간 동안 농어 유어의 성장 차이는 1)잘피의 밀도 차이, 2)동물 플랑크톤의 양적 차이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잘피의 밀도는 12월을 제외하면 여자만이 가막만보다 최대 2배까지 높았는데(Fig. 4A), 잘피가 무성한 지역이 농어 유어의 성장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흥미롭게도 잘피의 생체량은 밀도와 반대로 대부분 가막만이 여자만보다 높았는데(Fig. 4B), 이는 가막만의 잎의 폭이 여자만보다 유의하게 넓었기 때문이다(Fig. 5C). 따라서, 비록 여자만의 잘피가 가막만보다 무성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지만 가막만의 잘피가 잎의 폭이 넓다는 점에서 다양한 소형 고착동물의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수 있다. 즉, 가막만의 잘피 잎에 더 다양한 소형 고착동물(바다대벌레류, 이끼벌레류, 고둥류, 서관갯지렁이, 단각류 등)이 부착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따라서, 가막만 농어 유어의 초기 성장이 여자만에 비해 완만한 것은 성장 초기에 동물플랑크톤 양이 적은 점, 그리고 소화 효율은 낮지만 풍부한 소형 고착동물을 먹이로 의존한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사료된다.
동물플랑크톤의 양적 변동을 보면 여자만은 5월, 가막만은 7월에 각각 최대를 보였는데(Fig. 6) 농어 유어의 성장 속도가 최대인 6월(여자만) 및 7월(가막만)과 시기적으로 일치하는 경향을 보였다. 여자만은 가막만보다 낮은 염분(Fig. 2), 높은 영양염 농도를 보였는데(Fig. 3), 이러한 차이는 여자만의 북쪽에 이사천, 동천, 벌교천과 같은 소하천 및 넓게 펼쳐진 갯벌이 있기 때문이다. 여자만에서 수행된 식물플랑크톤 조사결과(Lee and Youn, 2000)에 의하면, 클로로필
농어 식성에 관한 보고에 의하면, 체장 8 cm 이하의 농어는 요각류와 지각류 등 동물플랑크톤을 주로 먹고(Hibino et al., 2006), 체장 8-10 cm 농어는 단각류(68.5%)와 새우류(23.7%)를, 체장 10-15cm 농어는 새우류(43.5%)와 어류(19.9%)를 주로 먹는다(Huh et al., 2009). 본 조사에서 여자만 농어가 최대 성장을 보인 6월 8일 농어 유어의 평균 전장은 7.0 cm이므로 이 시기에는 이 해역에 풍부한 동물플랑크톤을 먹고 빠르게 성장한 결과로 사료된다. 이후, 6월 22일 여자만 농어 유어의 평균 전장은 11.4 cm로 이 시기에는 잘피 주변에 풍부한 소형 새우류 등을 먹고 빠르게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Huh et al. (2009)은 남해 여수 농어가 체장 10 cm에서 어류와 새우류로 먹이가 전환된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 시기에 농어 유어와 함께 다양한 소형 새우류(긴좁은뿔꼬마새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