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피로와 부적응적 완벽주의, 우울 및 불안의 관계를 살펴보고, 우울과 불안이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피로와의 관계를 매개하는 지를 검증하였다. 이를 위해 대구/경북지역에 거주하는 총 491명을(직장인 239명, 대학생 252명) 대상으로 부적응적 완벽주의 척도 (Multidimensional Perfectionism Scale), 피로척도(Fatigue Scale), 우울(BDI) 및 불안(BAI) 척도를 실시하였다.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피로는 유의한 정적 상관을 보여, 부적응적 완벽주의가 높을수록 피로의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부적응적 완벽주의가 높을수록 우울감과 불안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우울감과 불안감이 높을수록 피로의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우울은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피로와의 관계를 매개하였고, 불안은 부분 매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우울과 불안이 공존하는 경우 피로와 부적응적 완벽주의의 관계를 직선매개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불안은 우울을 매개하여 순차적으로 피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의 결과는 부적응적 완벽주의가 피로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서 우울과 불안이 매개함을 검증하여, 만성피로의 평가와 치료에서 완벽주의와 우울과 불안 등의 심리적 요인에 대한 평가와 개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The purpose of the study was to examine the relationship between maladaptive perfectionism and the fatigue, and the mediating role of the depression and anxiety in their relationship. A total of 491 participants (252 university students and 239 employees) in Daegu/Kyongbuk area participated in the study. Participants completed the fatigue(Fatigue Scale), maladaptive perfectionism (Multidimensional Perfectionism: FMPS), and depression and anxiety (BDI and BAI).
Major findings of the study were the following. First, maladaptive perfectionism and the fatigue showed a significant positive correlation. Secondly, maladaptive perfectionism showed a significant positive correlation with depression and anxiety. Thirdly, depression and anxiety were significantly and positively correlated with fatigue. Fourthly, while depression fully mediated the relationship between maladaptive perfectionism and the fatigue, anxiety partially mediated. As the level of maladaptive perfectionism increases, so does the level of depression and anxiety, which in turn increases the level of fatigue. Lastly, in case of the comorbidity of anxiety and depression, it completely mediated the relationship between maladaptive perfectionism and fatigue. The current findings suggest that psychological factors like maladpative perfectionism, anxiety and depression should be considered in the evaluation and treatment of fatigue.
경북지역 대학교에 재학 중인 대학생과 대구광역시 거주 20∼ 40대 직장인 총 51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결측치가 많고 무성의한 응답패턴으로 응답 신뢰도가 떨어지는 19명의 자료를 제외한 대학생 252명(51.3%), 직장인 239명(48.7%)으로 총 491명의 자료를 최종 분석하였으며, 남성은 210명(42.8%), 여성이 281명(57.2%)였고, 20대 361명(73.5%), 30대 103명(21.0%), 40대 27명(5.5%)으로 구성되었다.
피로척도(Fatigue Scale: FS). Chalder 등(1993)가 개발한 척도를 신호철(2001)이 한국어로 번역한 척도를 사용하였다. Chalder의 피로 척도는 8개의 신체적 피로 문항과 6개의 정신적 피로문항으로 구성된 총 14문항의 자기보고식 질문지로 4점 Likert척도(0~3)를 사용한다. 임상적인 집단과(Vercoulen et al., 1994),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피로 연구에서 그 타당도가 입증되었다(Loge, Ekeberg, & Kaasa, 1998). 국내에서는 만성피로 환자(신호철, 김철환, 1998; 김철환, 신호철, 박용우, 2000), 건강검진을 받는 중년 남성의 피로 연구(이상엽, 김윤진, 2000)에서 사용되었다. 이상엽과 김윤진(2000)의 연구에서 내적 합치도(Cronbach’s α)는 .86이며, 본 연구에서 내적 합치도(Cronbach’s α)는 .90으로 나타났다.
부적응적 완벽주의 척도(Multidimensional Perfectionism Scale). 부적응적 완벽주의는 Frost, Marten, Lahart 와 Rosenblate(1990)가 개발하고 현진원(1992)이 번안한 다차원적 완벽주의 척도(Multidimensional Perfectionism Scale: FMPS)와 Hewitt과 Flett(1991)이 개발하고 한기연(1993)이 번안한 다차원적 완벽주의 척도(HMPS)에서, 완벽주의의 부적응적인 요소로 지적되고 있는 하위척도인 실수에 대한 염려(Concern over Mistake: COM), 행위에 대한 의심(Doubts about Action: DA), 사회적으로 부과된 완벽주의(Socially Prescribed Perfectionism: SPP) 하위척도를 사용하여 측정하였다.
실수에 대한 염려, 행위에 대한 의심, 사회적으로 부과된 완벽주의 척도는 박경(2004), 유상미(2008), Cheng(2001)의 연구에서도 완벽주의의 부적응적인 요소로 선별되어 사용되었으며, 실수에 대한 염려, 행위에 대한 의심 척도는 총 13문항으로’ 전혀 그렇지 않다’(1)부터 ‘매우 그렇다’(5)의 5점 Likert 척도로 구성되었다. 사회적으로 부과된 완벽주의 척도는 총 9문항으로 ‘전혀 그렇지 않다’(1)부터 ‘매우 그렇다’(7)의 7점 Likert 척도로 구성되었다.
유상미(2008)의 연구에서 하위척도의 내적합치도(Cronbach's α)는 실수에 대한 염려 .83, 행위에 대한 의심 .65이었고, 사회적으로 부과된 완벽주의는 .67이었다. 본 연구에서 내적 합치도(Cronbach's α)는 .89로 나타났다.
우울척도(Beck Depression Inventory). Beck의 우울척도(Beck, Ward, Mendelson, Mock, & Erbaugh, 1961)는 0 ∼ 3점까지 평점되며, 총 21문항으로 우울의 인지적, 정서적, 동기적, 생리적 증상을 포함한다. 본 연구에서는 우울 증상을 평가하기 위해 이영호와 송종용(1991)이 번안한 한국판 Beck 우울 척도를 사용하였다. 이 척도의 총점은 0 ∼ 63점이며, 9점 이하는 우울하지 않은 수준, 10 ∼ 15점은 가벼운 우울증, 16 ∼ 23점은 우울증, 24 ∼ 63점은 심각한 우울증으로 분류하였다. 이영호와 송종용(1991)의 연구에서 내적 합치도는 .78이며 본 연구의 내적 합치도는 .88로 나타났다. 아울러 본 연구에서는 조용래와 김정호(2002)가 확인적 요인 분석을 통해 검증한 부정적 태도, 수행상의 어려움, 신체적 요소 등 3가지 하위요인으로 구분하여 사용하였다.
불안척도(Beck Anxiety Inventory). Beck, Epstein, Brown과 Steer(1988)가 개발하고 김중술과 육성필(1997)이 번안한 Beck의 불안 질문지를 사용하였다. BAI는 불안 증상의 심각도를 측정하기 위해 제작된 자기보고형 검사로, 21문항으로 구성되어 있고 4점 Likert(0 ∼ 3)상에 응답하도록 되어 있다. 한국판 BAI의 내적 합치도는 .94이며, 본 연구의 내적 합치도는 .92로 나타났다. 아울러 본 연구에서는 한은경 등(2003)이 확인적 요인분석을 통해 검증한 주관적, 신경생리학적, 자율신경계 및 공황적 불안 등 4가지 하위요인으로 구분하여 사용하였다.
척도별 신뢰도를 검증하고자 내적 합치도를 산출하였고, 평균, 표준편차 등 주요변인들의 기술통계치를 사용하였다. 또한 부적응적 완벽주의, 우울, 불안, 피로의 관계를 탐색하기 위하여 상관분석을 실시하였으며,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우울, 불안, 피로의 대학생과 직장인 및 남녀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하여
또한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피로의 관계를 우울과 불안이 매개하는 지를 검증하기 위해 구조방정식 모형(SEM: Structural Equation Modeling)을 사용하였다. 구조방정식 모형의 적합도를 알아보기 위해
내적합치도, 기술통계, 상관분석은 SPSS ver. 19.0을 사용하였고, AMOS ver. 20을 사용하여 구조방정식모델링을 실시하였다.
본 연구의 주요변인의 기술통계는 표 1에 제시되어 있다. 또한 부적응적 완벽주의, 우울, 불안, 피로의 관계에서 대학생과 직장인간 차이와 남녀차이를 살펴보기 위하여 독립표본
[표 1.] 주요 변인들의 평균과 표준편차(N=491)
주요 변인들의 평균과 표준편차(N=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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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응적 완벽주의, 우울, 불안, 피로간의 상관관계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우울, 불안, 피로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Pearson의 적률상관분석을 실시한 결과는 표 2와 같다.
주요 변인 간의 상관(N=491)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피로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유의한 정적 상관(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우울의 관계를 살펴보면,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우울은 유의한 정적 상관(
우울과 피로와의 상관을 살펴본 결과, 두 변인 간의 유의한 정적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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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응적 완벽주의, 우울, 불안, 피로의 측정모형 검증
구성개념들의 가설적 관계를 분석하기 전에 각 측정변수들의 단일차원성을 검증하였으며, 검증을 통해 적합도를 저해하는 문항을 배제하고 계산된 값을 하위척도에서 사용하였다. 타당성이 입증된 척도들이지만 대상(모집단)이 가지는 특수성을 고려하고, 그 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차를 염려하여 타당성을 좀 더 높이기 위해 확인적 요인분석 과정을 거쳤으며, 하위척도와 관련하여 본 연구의 제안모형 구성을 명백히 하기 위해 자료의 적합도를 검정하였다. 이를 위하여 카이제곱, GFI, AGPI, CFI, NFI, IFI, RMR, RMSEA 값을 사용하였다.
피로척도모형의 경우, SMC값을 기준으로 문항을 제거할 때마다 RMSEA값이 오히려 증가하였고, 다른 적합도 수치의 증가도 미미했기 때문에 RMSEA수치가 가장 안정적인 처음 형태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하며, RMR값이 .036으로 매우 양호한 수치를 보이고 있고, SMC값도 안정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가설검증에 사용할 피로척도에는 배제된 문항 없이 기존의 문항들 그대로 하위척도(신체적 피로, 정신적 피로)를 사용하였다. 불안(BAI)모형의 경우, SMC값이 낮은 문항을 제거하더라도 전반적인 적합성수치가 거의 증가하지 않고 많은 문항을 제거 하면 RMSEA 수치만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불안(BAI)의 하위척도점수에는 기존의 문항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그리고 우울(BDI)모형의 경우 6, 9, 10, 19, 20, 21번 문항을 제거하였을 때 적합성 검정값이 유의하게 상승하였으며, 부적합에서 적합으로 변하여 해당 문항을 배제한 수치를 하위척도의 점수로 사용하였다(AGFI=.879 → .910, CFI=.876 → .924,, IFI=.877 → .925). 또한 부적응적 완벽주의척도의 경우 2, 5, 6, 11, 12, 14, 15, 16, 20번 문항을 제거하였을 때 검정값이 더욱 적합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최종적으로 GFI, CFI, IFI값에서 적합한 수치가 나타났으며, 하취척도인 실수에 대한 염려는 1, 3, 4, 13번 문항, 행위에 대한 의심에는 7, 8, 9, 10번 문항, 사회적으로 부과된 완벽주의에는 17, 18, 19, 21, 22번 문항을 사용한 수치로 검정에 사용하였다(GFI=.917, CFI=.910, IFI=.910).
그리고 확인적 요인분석을 통해 추출된 문항으로 계산된 값을 하위척도의 점수로 사용하고 이를 측정변인으로 두어 측정모델을 전반적으로 평가하여 측정모형의 자료 적합도를 분석하였다. 표 3의 측정모형의 적합도 지수를 살펴보면, 카이제곱 검정에서는
측정모형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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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응적 완벽주의, 우울, 불안, 피로간의 구조모형 검증
우울과 불안이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피로의 관계를 매개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이중매개로 분석하였으며, 우울이 불안으로 가는 경로로 분석한 연구모형1과 불안이 우울로 가는 경로로 분석한 연구모형2로 모형의 변화를 살펴보고, 추가적으로 변수들 간 매개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한지 알아보기 위해 부트스트래핑(Bootstrapping)절차를 실행하였다.
연구모형1의 경로계수들을 비교한 결과(표4), 연구모형1에서는 부적응적 완벽주의가 불안으로 가는 직접경로, 불안에서 피로로 가는 직접경로와 부적응적 완벽주의에서 피로로 가는 직접경로가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개별적인 간접효과를 살펴보면, 우울이 불안을 거쳐 피로에 주는 영향은
연구모형1
반면, 연구모형2의 결과를 살펴보면(표5), 부적응적 완벽주의가 불안에 미치는 경로가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불안이 피로에 미치는 직접경로는 연구모형1과 동일하게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간접효과가
연구모형2
본 연구는 대학생과 직장인을 대상으로 만성피로와 부적응적 완벽주의 및 우울과 불안과의 관계를 살펴보고, 우울과 불안이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만성피로와의 관계를 매개하는 지를 검증하였다.
만성피로와 부적응적 완벽주의 및 우울과 불안과의 관계를 검증한 결과 우선 선행 연구 결과와 일관되게 만성피로는 부적응적 완벽주의(Deary & Chalder, 2010; White & Schweizer, 2000), 우울(이상엽, 김윤진, 2000; Kim et al., 2005) 및 불안(김광수, 2011; Jiang et al., 2003)과 유의한 정적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패하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존중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음과 자신의 수행능력을 의심하여 반복적으로 사고하고, 의미 있는 타인이 자신에게 부과하는 기대와 기준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특징인 부적응적 완벽주의 성향이 높을수록 정신적 피로와 신체적 피로의 수준이 높아지는 경향성이 관찰되었다. Magnusson, Nias와 White(1996)는 121명의 여성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부정적 완벽주의와 신체적 피로, 특히 정신적 피로와 연관성을 보고하였다. 신경증과 부정적 완벽주의는 각각 피로와 관련이 있었고, 완벽주의의 부정적 측면은 부적응적인 대처방식을 유발하여 피로에 취약하게 한다고 제안하였다(Magnusson, Nias, & White, 1996). 또한 부적응적 완벽주의의 하위요인을 살펴보면 ‘행위에 대한 의심’, ‘실수에 대한 염려’, ‘사회적으로 부과된 완벽주의’ 순으로 피로와 정적 상관을 보였는데, 이는 본 연구와 동일한 척도인 MPS 척도를 사용한 연구(Deary & Chalder, 2010)와 일관된 결과이다.
또한 선행 연구에서 제안된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우울 및 불안의 정적 관계는 본 연구에서도 확인되었다(Hewitt & Flett, 1993; Kawamura, Hunt, Frost, & DiBartolo, 2001; Sumi & Kanda, 2002). 김현정과 손정락(2007)은 부적응적 완벽주의 성향의 사람들은 완벽주의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에 몰두할 뿐만 아니라 당면한 문제의 원인과 의미를 지나치게 엄격히 평가하면서 건설적 대안을 찾지 못하기에 스트레스의 영향을 받으면서 우울을 지속적으로 경험한다고 제안한다. 또한 Saboonchi와 Lundh(1997)의 연구에서 완벽주의의 차원인 실수에 대한 걱정, 행위에 대한 의심 및 사회적으로 부과된 완벽주의는 사회불안과 상관을 보였다.
그리고 우울과 불안이 높을수록 신체적이며 정신적 피로가 높아졌는데, 이는 만성피로의 정서적 원인이 우울과 불안이라 제안한 박기흠(1996)의 연구와 우울과 피로의 정적 상관관계를 제시한 이상엽과 김윤진(2000)의 연구 등에 이어 피로와 우울과 불안의 관계에 대한 추가 근거를 제공한다. 전향적 연구 결과도 이들 변인간의 관계를 지지하는데, 예를 들어 일차의료기관을 방문한 18-45세를 대상으로 한 전향적 연구에서(Wessely, Chalder, Hirsch, Wallace, & Wright, 1996) 만성피로환자는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구조화된 면담(60% vs 19%) 혹은 질문지를 사용해 평가한(71% vs 31%) 정신과 질환의 위험성이 더 높았다. 병원불안우울검사의 우울하위척도기준으로 54.6%의 만성피로 환자가 우울증으로 추정되는 증세를 보였고(probably depressed) 30.3%가 확정적 우울증세(definitely depressed)를 보였고, 불안하위척도 기준으로 61.1%가 불안장애로 추정되는 증세, 그리고 43.8%가 확정적 불안증세를 보였다(Wessely, Chalder, Hirsch, Wallace, & Wright, 1996).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피로와의 관계가 우울 및 불안에 의해 매개되는 지를 검증한 결과 우선 우울은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피로의 관계를 직선 매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높은 부적응적인 완벽주의 성향은 높은 우울 수준으로 이어지며, 이것이 피로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기제는 Kempke, Van Houdenhove, Luyten과 동료들(2011)의 연구에서도 확인되었는데, 이들은 자기비판적 완벽주의와 우울간의 관계에서 저하된 자존감이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우울의 관계를 설명하는 하나의 기제가 될 수 있으며, 완벽주의의 높은 수준의 자기비판과 자기의심은 우울 수준을 통해 만성피로증후군의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Kempke, Van Houdenhove, Luyten, Goossens, Bekaert, & Van Wambeke, 2011).
유사하게 Luyten, Kempke, Van Wambecke, Claes, Blatt과 동료들은(2011) 자기비판적 완벽주의 성향이 스트레스 민감성을 증가시키고 증가된 스트레스 민감성이 우울 수준과 관련이 있으며 이것이 만성피로 수준을 높인다고 보고하였다. 전향적 연구 설계를 통해 부정적 완벽주의와 우울 및 피로와의 관계를 검증한 연구에서도(Dittner, Rimer, & Thrope, 2011) 학기 초의 부정적 완벽주의는 초기의 피로를 통제한 이후에도 학기말의 신체적 피로를 예측하였고, 학기 초의 부정적 완벽주의는 학기말의 우울증과 관련이 있었고, 학기말의 우울증이 기저선의 부정적 완벽주의와 학기말 피로사이의 관계를 설명하였다. 43명의 CFS환자와 80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완벽주의, 피로 및 우울의 관계를 검증한 연구에서 CFS 환자는 피로 발생 전 시점과 발생 후 시점에서 모두 높은 완벽주의적 성향을 보고했고, 완벽주의는 CFS 환자군에서의 우울증의 심각성과도 연관이 있었다(Luyten, Van Houdenhove, Cosyns, & Van den Broeck, 2006). 또한 CFS로 진단받은 1045명 중 36%가 우울한 것으로 나타났고, CFS군 환자의 우울증은 낮은 수준의 통제감과 자아존중감과 관련이 있었다. 우울한 CFS 환자의 22%가 최근 1년내 자살을 심각하게 고려한 적이 있다고 응답하였고, 1년에 평균 11.1차례 병원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나 우울이 동반될 경우 질병의 부담이 커짐을 알 수 있다(Fuller-Thomson, & Nimigon, 2008). 이러한 연구 결과는 부적응적 완벽주의적 성향이 피로를 이어질 가능성을 감소시키기 위해선 우울 수준을 관찰하고 개입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또한 불안은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피로와의 관계를 매개하는 것으로 나타나, 부적응적 완벽주의가 피로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불안의 부분적 역할을 시사한다. 이는 CFS 환자군의 방어적이고 높은 불안 대처 방식을 확인한 Creswell과 Chalder(2001)의 연구 및 피로와 불안의 상관관계를 확인한 Jiang, Sato, Hara, Takedomi, Ozaki, Yamada(2003)의 연구 및 김광수(2011)의 연구에 이어 만성피로에서 불안의 역할을 추가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울과 불안이 공존하는 경우 피로와 부적응적 완벽주의의 관계를 직선매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Deary와 Chalder(2010)의 연구에서 만성피로증후군집단은 건강한 통제집단에 비해 더 심한 신경질적인 성향 및 건강하지 않은 완벽주의를 보이며 더 높은 수준의 피로함과 불안함, 우울 증세를 보였다. 높은 부적응적 완벽주의적 성향은 높은 우울 및 불안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피로 수준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특히 불안은 우울을 매개하여 순차적으로 피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부적응적 완벽주의 성향이 높을수록 불안 수준이 높아짐으로 우울 수준을 높이고 이는 피로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실제 Shafran, Cooper와 Fairburn(2002)은 완벽주의의 부정적 결과로 수행불안 또는 실패에 대한 병적인 두려움이 나타날 수 있고, 실패감은 자기비판으로 이어져 자신에 대한 부정적 관점을 지니게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또한 Kawamura, Hunt, Frost와 DiBartolo(2001)는 완벽주의와 불안의 관계의 일정 부분은 불안과 우울간의 공유된 변량에 기인한 것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본 연구의 결과는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관련된 불안은 우울을 통해 피로감을 증가 혹은 유지시킬 수 있다는 기제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결과로 부적응적 완벽주의 성향이 높은 사람들에게서 피로를 예방하기 위해선 우울과 불안 수준의 평가와 개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인지행동치료는 이들 변인간의 관계에 효과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한 가지 접근이 될 수 있는데, 실제 인지행동치료는 만성피로의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Rimes & Chalder, 2005). 예를 들어, 한 임상실험연구에서 의학적 치료만 받은 환자군에 비해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한 만성피로증후군 환자군에서 정상적인 기능 회복 및 우울 증상 경감이 보고되었고, 환자의 수행 등에 부정적 영향을 주었던 질병 관련신념과 대처 방식의 변화도 관찰되었다(Sharpe, Hawton, Simkin, Surawy, Hackman, Klimes, Peto, Warrell, & Seagroatt, 1996). 또 다른 연구에서도 전문가에 의해 지도된 지지집단과 아무런 처치를 하지 않은 집단에 비해서 인지행동치료 집단은 객관적이고 주관적인 피로 평정 척도에 의한 피로 심각도에서의 임상적으로 유의한 향상을 가져왔고, 더 높은 통제감이 인지행동치료의 성과를 예측하였다(Prins, Bleijenberg, Bazelmans, Elving, de Boo, T.M., et al., 2001). 일반적으로 만성피로에 대한 인지행동 치료적 접근은 초기에 피로를 유발하는 요인보다는 피로를 유지시키는 인자들에 주로 초점을 맞추며, 계획된 활동과 휴식, 점진적인 활동 증가, 수면 패턴과 역기능적인 신념과 가정의 인지적 재구조화 등을 포함한다. 특히 우울과 같은 정서적 요인들은 피로의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그 자체로도 피로를 증가시킨다고 보고 이에 대한 개입을 제안한다(Rimes & Chalder, 2005). 또한 Deary와 Chalder(2010)는 높은 불안이나 우울, 적대감, 자의식은 피로의 원인일 수도 있지만 결과일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완벽주의 성향의 사람들에게서 높은 기준을 낮추려 노력하는 것 보다 관련된 자기의심이나 자기비판을 개입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제안한다.
본 연구의 주요 결과의 의의와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피로와의 관계를 국내 참여자를 대상으로 검증하였다. 만성피로의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으며, 심리적 원인으로 스트레스와 우울 등과 만성피로와의 관계가 제안되었지만, 개인의 성격 혹은 특성변인인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만성피로의 관계를 경험적으로 규명한 국내 연구는 미비한 실정이었다. 완벽주의 성향은 스트레스와 우울에 대한 취약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Luyten, Kempke, Van Wambeke, Claes, Blatt, & Van Houdenhove, 2011), 피로의 원인 혹은 관련인자로 제안되는 우울에 선행하는 개인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통해 만성피로의 유발 기제에 대한 좀 더 포괄적인 관점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만성피로와 우울의 관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가 적었던 불안과 만성피로와의 관련성을 검증하였고,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만성피로와의 관계에서 불안의 역할을 탐색함으로써 만성 피로에서 불안이 우울과 더불어 중요하게 평가하고 개입이 필요한 요인임을 시사하였다.
마지막으로, 우울과 불안이 공존하는 경우 만성피로와 부적응적 완벽주의 및 우울과 불안간의 관계가 어떤 양상을 띠는 지를 검증한 점에 그 의의를 들 수 있는데, 불안은 우울을 매개하여 순차적으로 피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는 부적응적 완벽주의가 피로로 이어지는 기제에서 빈번하게 공존하는 우울과 불안의 역할과 관계의 한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본 연구의 결과는 그 한계 내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고 이를 보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첫째, 본 연구에서는 자기보고식 질문지를 이용하여 자료를 수집하였기 때문에 개인의 상태를 실제보다 더 크거나 적게 보고 할 가능성이 존재하며, 사회적 바람직성이 개입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질문지를 통한 만성피로의 측정은 정확한 진단을 하기엔 충분하지 않고, 개인의 병력을 포함한 문진, 건강 검진 및 다양한 임상 검사 등을 통한 다각적인 평가가 필요할 것이다. 둘째, 본 연구는 일반 대학생과 직장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져 일반화의 한계가 있으며, 만성피로 증후군으로 진단받은 임상집단을 대상으로 재검증할 필요가 있다.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2011)의 조사는 연령대별로 만성피로의 주요한 원인이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하는데, 본 연구는 20-30대 연령이 대다수이며, 다양한 연령층의 표집을 통해 본 연구의 모형의 다양한 연령층으로의 일반화 가능성을 재검증할 필요가 있겠다.
셋째, 본 연구에서는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피로와의 관계에서 우울과 불안의 매개효과에 대해 검증하였으며, 우울과 불안의 중재효과도 살펴보았으나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기존의 척도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나눌 시 표본수가 부족했던 관계로 사분위점수를 이용(25%이하를 낮은 집단, 75%이상을 높은 집단)하여 구분하였으며, 두 변인 동시 중재효과 또한 알아보고자 하였으나 표본수가 부족한 제한점이 있으므로 추후 연구를 통해 재검증할 필요가 있겠다. 넷째, 구조방정식 모형은 자료의 선형성을 전제로 하나 피로의 양상은 선형성을 가정하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완벽주의와 불안 및 우울이 피로와 관계되는 역동에 대한 보다 더 정확한 기제를 이해하기 위해선 종단연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의 결과는 부적응적 완벽주의가 피로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서 우울과 불안의 역할과 이들간의 관계의 기제를 검증하여, 만성피로의 평가와 치료에서 부적응적 완벽주의, 우울과 불안 등의 심리적 요인에 대한 평가와 개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