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지역방송 연구의 ‘주제’에 관한 종합적 메타분석과 함께 지역방송 ‘활 성화’에 초점을 맞춰 분석적 메타분석을 실시했다. 종합적 메타분석은 지역방송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4개 학회가 발간하는 6개 등재학술지에 2014년 10월까지 게재된 논문 62편을 대상으로 삼았다. 이 가운데 지역방송 활성화와 관련된 논문 18편은 분석적 메타분석의 대상이 되었다. 그 결과 지역방송 연구의 양적 빈곤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가운데 당위적‧규범적 성격의 논문이 주를 이루었다. 이 두 현상은 독립적이라기보다 후자가 전자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양상이었다. 한국적 환경에서 당위적‧규범적 성격의 정책‧법제 연구로 흐르기 쉬운 지역방송 연구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형식과 절차를 중시하는 학계의 풍토는 학술 생태계 다양성과 현실세계 개선 측면에서 달라져야 한다. 이에 조응해 지역방송 연구도 다양한 갈래로 주제가 분화되고, 접근과 분석 역시 참신하고 정치(精緻)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This study conducts both comprehensive meta-analysis on the research subject and analytical meta-analysis focused on the activation of local broadcasting-related studies. Comprehensive meta-analysis deals with 62 articles published in the six major journals until October 2014. Among them, 18 articles related to the activation of local broadcasting come to the object of analytical meta-analysis. The study shows the poverty of local broadcasting studies which take mostly normative approaches. These two aspects are closely related. Given the Korean environment in which local broadcasting studies tend to be normative, the academic atmosphere should be changed to enhance both the diversity of academia ecosystem and the environment of local broadcasting. At the same time, the research subject, approach and analysis concerning local broadcasting need to be diversified and innovative.
본 연구는 지역방송에 관한 기존 연구를 메타 분석했다. 통상 메타분석은 ‘연구에 대한 연구이자 분석에 대한 분석’으로 요약된다. 즉 그간의 연구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그 경향성‧특성‧동향 등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는 크게 종합적‧분석적 두 차원으로 구분된다(Wallace, 1992: 황상재‧박석철, 2004, 71-72쪽 재인용). 종합적 메타분석은 연구의 전반적인 주제와 방법 등을 대상으로 삼아 특정 분야의 연구방향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이에 비해 분석적 메타분석은 한 가지 개념이나 주제 또는 변인을 정하고 이를 기본 분석단위로 삼아 집중 탐구하는 것이다. 본 연구는 지역방송 연구의 ‘주 제’에 관한 종합적 메타분석과 함께 지역방송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분석적 메타분석을 실시했다. 지역방송 연구의 상당수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위기에서 출발하고 이에 대응한 활성화 방안을 모색했기에 이를 중심으로 그간의 연구동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향후 지역방송 연구를 위한 시사점을 찾기 위해서다.
지역방송을 대상으로 메타분석을 실시한 기존 연구는 원용진‧황상현(2011)이 유일하다. 이들은 2000년에서 2010년 사이에 발표된 주요 언론학 관련 학술지 논문과 세미나 발표문, 석‧박사 학위논문을 대상으로 연구 경향성과 담론 구성, 이것이 낳을 수 있는 사회적 효과를 살펴보았다. 위기와 위기 해소 담론으로 이어진 지역방송 연구는 생산자 중심의 해결책을 내놓으면서 수용자 중심의 사회문화적 관점이 배제되거나 당위적, 부분적으로 다루어졌다고 지적하고 ‘정치성’ 회복을 통한 새로운 담론의 재도약을 모색하고자 했다.
지역언론으로 범위를 확장하면 임영호(2008)와 최현주‧이강형(2008)의 메타분석 연구가 있다. 전자는 지역언론 연구의 정체성을 진단‧모색‧제언하기 위해 선행 연구를 개관한 뒤 그 특징을 3가지 차원, 즉 사회 현상으로서의 지역언론, 규범성, 공간성에 대한 접근방식으로 구분해 논의했으나 “연구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근거한 메타분석의 성격을 띤다”(6쪽).1) 이에 비해 후자는 지역 언론 연구 경향과 특성을 시기에 따라 체계적으로 정리해 향후 논의 방향을 모색한 것으로 전형적 메타분석에 가깝다. 분석대상을 1960년부터 2008년 3월까지 발행된 언론학 관련 전문 학술지에 실린 논문과 정기간행물에 게재된 학술적 성격의 진단‧논평으로 삼았으며 여기에는 전국 규모의 학회뿐 아니라 유관기관이나 단체(방송사, 방송위원회, 한국방송광고공사 등)에서 발행하는 학술지와 대학부설 연구소 논문집도 포함시켰다. 연구주제, 분석매체, 방법론, 중심이론 등의 분석유목도 설정했다.
본 연구는 지역방송 또는 지역언론을 대상으로 한 기존 메타분석의 연장선 상에 있다. 우선 지역방송을 대상으로 삼고, 특히 위기와 대응책의 연결고리인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원용진‧황상현(2011)과 유사하다. 이들은 분석대상 연구를 생산자-수용자 중심, 제도적-사회‧문화적 관점으로 분류하고 이를 교차시켜 지역방송 연구 담론을 4가지 차원으로 유형화한 뒤 수용자 배제, 현실에 주목한 로컬리티보다 이상(이념)을 내포한 로컬리즘 선호 등의 편향성을 도출했는데 본 연구에서는 이보다 체계화된 종합적‧분석적 메타분석 틀을 차용했다.
분석대상 시기와 범위도 달리 설정했다. 먼저, 시작 시점을 특정하지 않고 2014년 10월까지 발행된 지역방송 관련 학술논문을 대상으로 연구주제에 관한 종합적 메타분석을 실시했다. 이는 지역방송 연구의 전체적인 흐름과 특징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적 메타분석의 예비조사에 해당하기도 한다. 다음으로, 분석대상 연구를 지역방송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판단한 4개 학회, 즉 한국언론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 한국방송학회, 한국지역언론학회에서 발행하는 총 6개 등재학술지(<한국언론학보>, <커뮤니케이션이론>, <한국 언론정보학보>, <한국방송학보>, <방송통신연구>(구 <방송연구>), <언론과학연구>)로 한정했다.
언론학에서 메타분석은 분석단위가 되는 논문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연구목적이나 대상 매체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개 그 범위를 언론학 관련 학회에서 발간하는 학술지로 한정하고 저서와 학술대회 발표문, 석‧박사 학위 논문은 제외한다. 익명의 심사위원이 익명의 연구자를 심사하는 시스템을 통과한 연구가 객관적‧과학적이라 인정받기 때문이다(김유정‧조수선, 2012). 본 연구는 학술적으로 ‘공인’된 연구만을 메타분석 대상으로 취함으로써 지역 방송 연구의 흐름을 조금 더 엄밀하게 파악하고자 했다.2)
결국 본 연구는 기존의 유사 연구(원용진‧황상현, 2011; 임영호, 2008; 최현주‧이강형, 2008)와 문제의식을 공유하나 보다 체계적인 틀(종합적‧분석적 메타분석)을 갖추고, 분석대상 시기는 한정하지 않되(2014년 10월까지 발행된 모든 논문) 분석대상 연구의 범위는 학술적으로 엄격하게 제한(4개 학회 발행 6개 등재학술지)함으로써 기존 연구와의 차별성을 꾀했다. 이러한 방식을 취한 이유는 기존 메타분석 연구를 통해 지역방송과 지역언론 연구의 당위성 또는 규범성이 공통적으로 지적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거론된 “규범적 내용을 기술적(descriptive)인 방법으로 연구하여 당위론적인 결론에 이르고 있는”(김병국‧김영호, 1990, 78쪽) 연구 기조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본 연구는 상대적으로 엄격한 잣대로 분석대상을 선별하고 종합적‧분석적 메타분석을 적용함으로써 지역방송 연구의 실상을 밀도 있게 들여다보고자 했다. 아울러 오랜 논의 끝에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이 2014년 12월4일부터 시행된 시점에서 그간 지역방송에 관한 학술적 관심이 어떤 양상을 보였으며, 특히 지역방송 활성화와 관련된 제안이 어떤 차원에서 이루어졌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통해 학계의 누적적 성과를 통합적으로 조망하고, 나아가 학계와 현장, 즉 현실사회가 어떻게 교호하는지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1)실제 이 논문은 수많은 지역언론 관련 연구를 인용했으나 분석대상 연구의 시기와 범위, 유목 등을 특정하지 않았다. “총괄적 분석에 따르게 되는 엄밀성과 체계성의 한계를 무릅쓰고” 이러한 방식을 택한 이유는 “기존의 연구동향에 관한 성찰을 통해 앞으로 연구방향에 대한 함의를 얻는 데”(7쪽) 적합하다는 판단에서였다. 2)최현주‧이강형(2008)의 분석대상에 포함된 정기간행물 게재 학술적 진단‧논평‧분석, 언론 유관기관이나 단체 발행 학술지, 대학부설 연구소의 논문집을 본 연구에서 제외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자료 수집은 2차에 걸쳐 이루어졌다. 1차 수집에서는 분석대상으로 선정한 6개의 간행물명을 학술데이터베이스인 디비피아(DBpia)에서 각각 조건검색으로 지정하고 지역방송, 지역TV, 지역지상파, 지역채널, 케이블TV3) 등의 검색 어를 본문 포함하여 전수 조사했다. 이 과정을 거쳐 취합된 논문은 종합적 메타분석의 대상이 되었다. 2차 수집에서는 초록 확인 작업을 통해 검색된 논문 들이 지역방송 ‘활성화’를 주요하게 다루었는지 판단했다. 이를 통해 산출된 논문은 분석적 메타분석 대상이 되었다.
국내 지역방송 연구의 흐름과 경향성을 파악하고, 특히 활성화를 주제로 한연구에 심층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연구주제별로 분석유목을 설정했다. 연구주제는 논문에서 핵심적으로 논의하는 주제 또는 주요하게 다루는 개념이다. 이를 분류하는 기준으로는 국내 언론학 메타연구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된 위머와 도미니크(Wimmer & Dominick, 2000)의 미디어연구발전모델(developmental model of media research)에 제시된 항목들을 참고했다. 이 모델은 “미디어에 대한 역사적 고찰을 통해 만들어진 이론적 분석틀”로 “미디어와 수용자 간의 미시적 역학 관계를 미디어의 시대적 의미에 따라 분석하면서 각 시대별로 미디어 연구가 갖는 의미를 해석”(우형진‧박지연, 2011, 29-30쪽)하게 하는데 지역언론 메타연구에서는 사용된 적이 없었다.
미디어연구발전모델은 4단계 영역으로 분류되고 각 영역에서 세부항목을 제시한다. 제1영역은 미디어 자체(the medium itself)에 관심을 갖는 기초적‧일반적 탐구에 해당하며 미디어에 대한 법제도적, 철학적, 개념적, 산업적, 기술 적, 서비스적인 의미와 현황 등을 포괄한다. 제2영역은 미디어 이용과 이용자로 산업적 접근, 수용자, 내용, 교육이나 민주주의 도구로서의 이용 등이 해당 한다. 제3영역은 미디어 이용에 따른 효과로 개인, 조직, 공동체, 국가, 사회문화 차원에서의 효과와 기존 미디어와의 관계 등이 포함된다. 제4영역은 미디어 개선에 관한 것으로 새로운 미디어 출현과 관련된 기술적 향상, 새로운 콘텐츠 제작과 개발, 국제간 기술과 내용, 새로운 미디어에 적용될 관련 개념 확장, 조사방법론 개발 등이 해당한다(김유정‧조수선, 2012, 10-11쪽). 본 연구에 서는 미디어연구발전모델이 제시한 4개 영역을 대주제로 설정하고, 선행 메타 분석(김유정‧조수선, 2012; 최현주‧이강형, 2008; 황상재‧박석철, 2004)을 참조하여 <표 1>과 같이 지역방송 연구의 종합적 메타분석에 적합한 13개의 세부 연구주제를 추출했다.
분석유목
3)우리나라에서 지역방송은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 제2조에 따라 “특별시 외의 지역을 방송구역으로 하거나 특별시 일부와 특별시 외의 지역을 방송구역으로 하는 지상파방송”으로 규정되어 있다. 케이블TV는 지역보도와 생활정보를 제공하는 지역채널을 의무적으로 운용해야 하기에 실질적으로 지역방송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지역방송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 에서 종합적 메타분석에서는 ‘지역채널’과 ‘케이블TV’를 검색어에 포함시켰으나 분석적 메타분석에서는 관련 논문을 제외했다.
종합적 메타분석 대상으로 추출된 지역방송 관련 논문은 총 62편이었다. 시작 시점을 특정하지 않고 2014년 10월까지 발행된 학술논문을 대상으로 62편이 산출된 현실은 지역방송 연구의 ‘양적 빈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느슨하게 잡아 첫 번째 논문이 나온 1989년을 기점으로 해도 1년에 2.5편 꼴밖에 되지 않는다.
시기별로는 <표 2>와 같이 1980년대 1편, 1990년대 2편, 2000년대 전반기(2000~2004) 12편, 2000년대 후반기(2005~2009) 22편, 2010년대 전반기(2010~2014.10) 25편으로 나타나 그나마 2000년대 이후 지역방송 연구가 상대적으로 활발해진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미디어 환경 변화로 경쟁이 심화되고 지역방송 위기론이 부상하면서 연구자들의 학문적 관심이 증대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4) 1960년부터 2008년까지의 지역언론 관련 연구를 분석한 최현주‧ 이강형(2008, 46쪽)도 2000년대 이후 이 분야 논문이 급증한 이유에 대해 지역 언론을 둘러싼 환경이 나빠지면서 이에 대한 학자들의 관심이 증가한 덕분이 라고 설명했다.5)
학술지별 지역방송 관련 논문의 분포
학술지별로 지역방송 관련 논문의 게재 분포를 살펴보면 <언론과학연구> 가 27편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한국방송학보> 16편, <한국언론학보> 8편, <방송통신연구> 6편, <한국언론정보학보> 5편 순이었다. <커뮤니케이션이론>에는 지역방송 논문이 1편도 없었다. 특징적인 사실은 전체 62편의 지역방송 논문 중 43.5%에 달하는 27편이 <언론과학연구>에 게재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최현주‧이강형(2008, 45쪽)의 분석6)과 동일한 결과로 한국지역언론학회에서 발간하는 <언론과학연구>가 2001년 창간한 이래 지역방송뿐 아니라 지역언론 논의의 집결지로 기능하고 있음을 재확인하게 한다.
주요 학술지에 게재된 지역방송 관련 논문의 연구주제를 4개 영역으로 분류한 결과, 제1영역(지역방송 자체)에 속한 경우가 26편(41.9%)으로 가장 많았다(<표 3> 참조). 다음으로 지역방송 프로그램을 분석하거나 수용자의 인식과 특성 등에 주목한 제2영역(지역방송 메시지/수용자) 17편(27.4%), 환경 변화에 따른 제안과 탐색으로 이루어진 제4영역(지역방송에 대한 개선) 13편(21%)이었다. 제3영역(지역방송의 영향/효과)을 주제로 한 논문은 6편(9.7%)으로 가장 적었다.
대주제별 지역방송 관련 논문의 분포
시기별로 연구주제의 분포를 살펴보면,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학술지 논문이 제1영역(지역방송 자체)에 국한되었다. 2000년대 이후 지역방송 연구는 양적으로 꾸준히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연구 영역도 확대되었다. 2000년대 전반기(2000~2004)의 경우 총 12편의 논문 가운데 제1영역에 속한 논문이 5편으로 가장 많았으나 제4영역(지역방송에 대한 개선)의 연구도 4편이 등장했다. 2000년대 후반기(2005~2009)에는 논문의 양적 증가와 연구 영역의 균형적 확대가 두드러진 가운데 제2영역(지역방송 메시지/수용자) 연구가 7편(31.8%)으로 2000년대 후반기 게재 논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10년대 전반기(2010~2014)에는 지역방송 관련 논문의 성장이 대체로 둔화된 가운데 제1영역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가했고, 제2영역과 제4영역은 보합세를 보였다. 세부 연구주제별 지역방송 관련 논문의 분포는 <표 4>와 같다.
세부주제별 지역방송 관련 논문의 분포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제1영역(지역방송 자체)에서는 ‘법/정책/규제’가 13편으로 가장 많았으며 추세도 미미하나마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1980~1990년대의 경우 CATV(유선TV 포함)에 대한 정책 또는 법규를 분석하거나 민방 설립에 관해 시론적으로 접근했다. ‘법/정책/규제’를 다룬 논문은 전체의 21% 를 차지해 지역방송에 관한 연구가 정책 수립이나 법‧규제 개편의 관점에서 수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조직/문화’와 ‘방송편성’이 각 4편, ‘언론종사자 의식’이 3편, ‘현황/특성’과 ‘역사’가 각 1편으로 나타났다.
제2영역(지역방송 메시지/수용자)에서는 수용자의 인식과 특성에 관한 ‘수용자 특성’ 연구가 10편, 개별 프로그램을 분석한 ‘메시지 내용분석’이 7편이었다. 2000년대 이후 방송 프로그램의 내용에 주목하고 이와 연동해 수용자의 인식과 태도, 반응으로 관심을 확대했다고 볼 수 있다. 논문 수가 가장 적은 제3영 역(지역방송의 영향/효과)에서는 비교적 ‘미디어 산업’ 관련 주제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었다. 제4영역(지역방송에 대한 개선)에서는 지역방송을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했는데 지역방송의 핵심 가치인 지역성에 천착한 ‘개념/이론적 확장’ 관련 연구가 7편, 구체적 방안을 제시한 ‘활성화/개선 전략’ 논문이 6편이었다.
전반적으로 4개 대주제와 13개 세부주제 거의 모두에서 지역방송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꾸준히 이어지고 2000년대 이후 증가세를 보였으나 논문 편수 자체는 많지 않았다. 대주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제1영역의 세부주제인 ‘법/정책/규제’가 가장 활발히 다루어졌으나 2000년 이후로 한정해도 1년에 1편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특징적인 점은 제4영역(지역방송에 대한 개선)을 구성하는 세부 연구주제인 ‘활성화/개선 전략’과 ‘개념/이론적 확장’이 비교적 고르게 분포되었는데 미미하나마 ‘활성화/개선 전략’은 감소, ‘개념/이론적 확장’은 증가 추이를 보인 것이다. 이는 지역방송에 대한 개선 모색이 직접적 전략보다 개념과 이론적 확장을 통해 시도되었음을 시사한다.
한편, 지역방송 관련 논문의 연구주제에서 일정한 경향성이 확인되었는데 그것은 지역방송 법제에 주목하고 이에 대한 평가와 대안을 제시하는 제1영역의 한 축인 ‘법/정책/규제’(13편)와 제4영역인 ‘지역방송에 대한 개선’(13편)이 밀접한 연관성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연구주제의 핵심적 내용에 따라 제1영역 또는 제4영역으로 분류했으나 이 두 주제를 동시에 다룬 논문이 상당수였다. 따라서 본 연구의 분석적 메타분석 대상으로 이들 26편의 논문을 1차로 선정했다.
4)방송에서 지역주의가 논의되기 시작한 시점은 지방자치제가 부활하면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원년이 된 1995년 이후부터라 할 수 있다. 1995년은 1차 지역민방이 개국하고 케이블TV가 출범한 해이기도 하다. 지상파와 케이블TV를 통해 지역방송 체제가 형성된 것이다. 지방자치가 거론되기 시작한 1980년대 중반부터 방송 지역성에 대한 관심이 제기되었으나 이는 당시 정치사회적으로 불었던 지방화 시대와 연계돼 유행처럼 등장하고 사라지는 수준에 불과했다. 1980년대 중반 이전에는 방송 영역에서 지역주의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윤석민‧김희진‧윤상길‧문태준, 2004; 한선‧이오현, 2012). 정상윤(2009)도 우리나라에서 지역성이나 지역방송 정책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시점은 2000년대 이후라고 파악했다. 5)최현주‧이강형(2008)에서도 지역언론 관련 학술지 논문은 1960~1964년에 단 한 건도 없었다가 1990~1994년 17건, 1995~1999년 38건, 2000~2004년 63건, 2005~2008년 55건으로 2000년 이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는 지역언론에 관한 학술지 게재논문이 188건으로 조사되었는데 이는 분석 범위를 전국 규모 학회를 비롯해 유관기관이나 단체에서 발행하는 학술지와 대학부설 연구소 논문집까지 포함했기 때문이다. 6)이에 따르면, 언론학을 대표하는 주요 학술지 가운데 지역언론 관련 논문의 게재 건수는 <언론과학연구>가 2000~2004년에 14건, 2005~2008년 23건이었고 같은 기간 <한국방송학보>는 각 7건과 6건, <한국언론정보학보>는 각 10건과 5건, <한국언론학보>는 각 12건과 11건이었다.
본격적인 분석에 앞서 62편의 논문에서 주요 분석대상으로 다룬 매체를 유형별로 살펴보았다. 지상파TV, 라디오, 케이블TV(유선TV 포함), 혼합으로 구분한 결과 지상파TV가 51편(82.3%)으로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표 5> 참조).
매체별 지역방송 관련 논문의 분포
이어 케이블TV 7편(11.3%), 라디오와 혼합분석이 각 2편(3.2%)이었다. 이는 지역방송에 관한 연구가 주로 지상파TV 중심으로 이루어졌음을 말한다. 본 연구는 현행법에 규정된 지역방송을 대상으로 하기에 26편의 논문 가운데 케이블TV에 초점을 맞추거나(6편) 위성방송의 지상파 재송신 정책을 다룬(2편) 8편을 분석적 메타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7) 따라서 본 연구의 분석적 메타분석 대상 논문은 총 18편으로 확정되었다.
최종 선정된 분석적 메타분석 대상 논문 18편의 목록은 <표 6>과 같다. 시기별로는 1990년대 1편, 2000년대 전반기(2000~2004) 5편, 2000년대 후반기(2005~2009) 7편, 2010년대 전반기(2010~2014) 5편으로 분포되었다. 학술지별로는 <언론과학연구>가 8편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한국방송학보> 6편, <방송통신연구> 2편, <한국언론학보>와 <한국언론정보학보> 각 1편이었다. 저자 소속을 지역별로 살펴본 결과 부산/대구/경북/경남 등 경상 지역이 10 편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광주/전남/전북 등 전라와 강원 지역 각 3편, 충청 지역 2편으로 나타났다. 지역방송에 대한 연구는 전적으로 비수도권 지역 연구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으며 비수도권 내에 서도 지역 간 격차가 눈에 띄었다.
분석적 메타분석 대상 논문
지역방송 ‘활성화’를 주제로 한 18편의 논문을 대상으로 분석적 메타분석을 실시한 결과 크게 세 가지 주제 영역으로 나눌 수 있었다. 이들을 각각 정책‧ 법제(7편), 프로그램 관련(5편), 지역성 개념의 재정립과 응용(6편)이라 명명했다. 정책‧법제 연구는 다시 당위적‧규범적(5편), 분석적(2편) 성격의 연구로 나눠졌다. 프로그램 관련 연구는 경쟁력 제고(3편)와 평가척도 개발(2편)로 대별되었다. 지역성 개념의 재정립과 응용 연구는 이론적 탐색(2편)과 이를 응용한 후속연구(4편)로 구분했다.
(1) 당위적?규범적 접근 : 오늘날에도 유효한 제안들
지역방송 정책 또는 법제를 주제로 한 당위적‧규범적 성격의 연구는 5편(1, 3, 5, 6, 11)으로 주로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발간되었다. 이들 논문은 공통적으로 방송에서 지역성이 중요한 명제이며, 지역방송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지역방송의 자생적 노력에도 지역방송이 활성화되지 못했을 뿐더러 갈수록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대표적으로 지역민방 설립 논의가 무르익은 시점에 발간된 논문1(김세철, 1993)은 지방화 시대의 촉매제인 지역언론의 활성화가 시대적 요청이라 간주 하고, 향후 허가될 지역민방의 문제점과 기대되는 역할, 향후의 바람직한 방향 등에 대해 구조적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지역방송 활성화를 위한 방향 설정에 도움을 주고자 했다. 이 범주에 속한 가장 최근 연구인 논문11(이진로, 2008)도 비슷한 틀을 취했다. 즉 지역방송이 지역사회의 민주적 운영과 경제적 수준 향상을 위해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전제한 뒤 방송광고판매제도의 경쟁 체제 전환 등 지역방송 경영을 위협하는 환경 변화를 거론하면서 지역방송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일반적으로 당위적‧규범적 성격의 연구는 분석적 연구에 비해 열등하거나 저급한 것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정형화된 사회과학에 의거할 때 이론적‧방법론적 틀이 약하고, 이에 따라 분석이 없거나 엄밀성이 떨어지고 결론도 선험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위적‧규범적 접근이 요구되는 분야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윤리적 이슈와 함께 정책 또는 법제 분야가 그런 편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이 범주의 논문을 검토한 결과 의외로 오늘날까지 유효하며 의미 있는 제안이 적지 않았다. 논문1(김세철, 1993)의 경우 지역민방 등장 이전의 현황을 서술한 뒤 당시 지역방송은 한마디로 “중계국 수준에서 여의도 문화를 전국에 확산시키는 기능을 수행할 뿐”이라 지적하며 지역민방 설립의 기본방향을 공익성 원리 보장, 방송 내외부의 민주화, 방송의 지역화와 인문화로 제시하고, 채널 성격은 지역밀착적‧공익적‧대안적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소유구조와 운영주체, 경영이념과 전략, 시설‧장비‧인력관리, 조직구조, 방송운영(편성‧제작‧보도) 등의 방향성을 매우 상세하게 제시했다.
오늘날 거론조차 되지 않으나 지역방송의 종속적 구조를 야기한 근본 요인인 네트워크 체제를 문제 삼은 논문도 있었다. 환경 변화에 따른 지역방송의 대응전략과 정책방향을 모색한 논문3(전환성, 2001)은 지상파방송 3사에 의해 수직적으로 통합된 방송구조를 지방사의 자율성이 증대될 수 있는 수평적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편성, 재정, 인사 등 방송 전반의 운영에서 중앙사 의존도를 줄임으로써 자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수평구조에서의 ‘다중앙화’는 정보화 시대의 ‘다핵 도심 체제’와도 일맥 상통한다고 밝혔다.8) 논문6(이진로, 2004)은 민영방송에 초점을 맞춰 SBS가 키국(key station)으로 기능하는 불균형 관계가 수평적 관계로 바뀌어야 하며 SBS의 타 지역민방 주식 소유는 지역민방의 지역성 구현과 독립성 제고의 걸림돌 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역민방의 순익이 증가했으나 이를 제작비에 투입 하지 않고 상당 부분을 주주배당금으로 할애하는 문제도 지적했다. 이밖에 지 역방송사에게 징수하는 방송발전기금을 지역방송 운영 정상화에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지역방송 연구에서 가장 논의가 덜 된 KBS 지역국에 초점을 맞춰 그 위상을 규명하고 KBS의 지역국 정책을 점검한 연구도 등장했다. 논문5(정상윤, 2003)는 KBS가 공영방송이자 국가기간방송으로서 지역국의 역할도 무시할 수없는데 현실은 로컬 제작 프로그램이 적을뿐더러 지역국의 인사, 예산, 제작, 편성 등이 본사에 예속돼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역국의 공영성 강화를 위한 권력과 자원의 분산과 자율성 확대를 제안했다.
(2) 분석적 접근 : 소재와 접근 방식의 외연 확대
지역방송 정책이나 법제에 분석적으로 접근한 논문은 2편(13, 15)이다. 당위적‧규범적 연구에 비해 편수는 적지만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사실이 특징적 이다. 이는 학술지 논문심사가 엄격해지면서 규범적 성격의 연구도 이에 조응해 분석적 틀을 갖추려 시도한 결과로 보인다. 이 범주에 속한 논문이 2편에 그쳐 일반화하기는 어려우나 정책이나 법제 관련 주제를 분석적으로 다루면서 소재와 접근 방식의 외연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사투리 사용에 대한 내용규제 실태를 진단하고 이에 대한 지역민의 인식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논문15(송종현, 2011)는 소재와 방법론에서 새롭다. 소재 측면에서는 그간 충분히 관심 받지 못한 지역 언어인 사투리를 다루었다. 지역 방송의 사투리 사용은 지역의 정체성과 지역민의 공동체 의식을 구성하는 주요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역방송에서의 사투리 사용 실태와 방송심의 규제 실태를 점검한 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지역방송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요원을 대상으로 이에 대한 인식을 설문조사로 살펴보았다. 그 결과 지역방송에서의 사투리 사용은 지역민의 동질감 확인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밝혔다. 이에 따라 방송의 사투리 사용에 대한 내용규제는 왜곡된 지역 정체성을 고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결론 내렸다.
2000년 이후 방송위원회가 시행한 지역방송 정책이 로컬리즘 구현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분석한 논문13(정상윤, 2009)도 기존의 정책평가 연구와 차별 화된 접근 방식을 택했다. 우선 로컬리즘 구현과 밀접하게 관련된 허가‧재허가, 편성규제, 재송신 정책을 대상으로 삼아 그 목표를 명확성과 방향성 차원 에서 분석했다. 이어 총괄평가와 과정평가로 대별되는 정책평가 중에서 총괄 평가, 그 중에서도 효과평가 방법을 사용하고 정책목표의 달성 정도를 판단하기 위한 효과평가의 6가지 기준 중에서 형평성과 대응성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로컬리즘 정책은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목표와 방향이 불분명하고 정책 입안과 결과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정책의 효과성도 매우 낮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3) 종합
지역방송 관련 정책이나 법제를 다룬 논문은 7편이었는데 이들은 그 성격에 따라 당위적‧규범적(5편), 분석적(2편) 연구로 구분되었다. 다수가 포진한 당위적‧규범적 성격의 논문은 주로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발간되었고 그 이후 학술지 게재 빈도가 현저히 감소했다. 그럼에도 이 연구들은 당시 상황에서 필요한 의제를 제기했고 현재 맥락에서도 유의미하게 읽혔다. 이는 지역방송을 둘러싼 실상이 과거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지역방송 정책‧법제를 주제로 한 연구는 점차 당위적‧규범적 접근에서 벗어나 분석적‧실증적 방식을 취하는 추세였다. 이 범주의 논문이 2편에 불과해 일반화 하기 무리가 따르지만 사투리 내용규제를 다루거나 분석적 정책평가 틀을 사용하는 등 소재와 접근 방식의 외연을 확대했다.
(1) 경쟁력 제고 : 분석적 틀, 그러나 당위적?규범적 성격
지역방송 프로그램 경쟁력 제고를 주제로 한 논문은 3편(2, 12, 16)이다. 이들은 방송이 시청자와 만나는 접점인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강화해 지역방송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했으나 분석대상이나 방법론에서는 초점을 달리했다. 뉴스(논문2)나 전통문화 콘텐츠(논문16)를 내용 분석하거나 편성 패턴과 시청행태(논문12)를 자료 분석과 설문조사로 파악한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연구는 언론학에서 비교적 자주 등장하는데 이 범주에 속한 논문들은 특정한 방법론을 사용해 일정한 데이터를 산출하고 이에 입각해 결과를 논의하는 분석적 틀을 갖추었으나 내용적인 면에서는 지역방송 정책‧법제에 대한 당위적‧규범적 연구와 흡사했다.
지역방송에 대한 제도적 지원은 필요하지만 경쟁력 있는 방송사가 되기 위한 선결 과제는 내부 경쟁력 제고에 있다고 강조한 논문2(마동훈, 2001)는 지역방송 뉴스를 내용 분석했다. 이를 통해 주제의 다양성 부족, 심층성 부재 등의 문제를 발견하고 향후 지역방송은 인력과 시설 투입의 우선순위를 합리적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비해 논문16(이근용, 2012)은 그간 국내에서 이루어진 지역성 연구가 개념적 변화와 그 의미 탐색에 경도돼 실제 지역성이 지역방송 콘텐츠에 어떻게 담겨지는가에 대한 분석은 소홀했다며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콘텐츠를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전통문화에는 지역의 역사, 풍토, 심성 등이 응축돼 있어 지역성이 더 선명히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지역방송 콘텐츠 제작 활성화의 실마리를 찾고자 했으며, 결론은 로컬의 특성을 지니면서도 글로 벌하게 인간의 보편적 감성에 소구하는 글로컬 콘텐츠였다.
논문12(김진영‧이상훈‧한태학, 2008)의 문제의식은 지역방송의 존립근거가 해당 지역에 기반을 둔 프로그램을 얼마나 다양하게 제공하는가에 있다는 것이다. 설문조사와 자료 분석을 통해 지역방송 프로그램의 편성패턴과 시청 행태, 광고 현황을 분석한 뒤 지역공영방송, 특히 지역MBC의 프로그램 경쟁력 강화를 모색했다. 이를 통해 도출된 방안은 지역민이 가장 많이 시청하는 뉴스와 정보, 교양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 향상과 새로운 오락 프로그램 포맷의 점진적 개발이었다.
(2) 평가척도 개발 : 높은 실무적 활용도
지역방송 프로그램을 평가하는 척도 개발을 주제로 삼은 논문은 2편(7, 18) 이다. 두 논문은 동일한 저자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논문18(강명현, 2013)은 논문7(강명현, 2005)의 후속연구라 할 수 있다. 이 범주의 연구도 ‘경쟁력 제고’ 연구와 마찬가지로 ‘방송은 프로그램으로 승부한다’는 기본 명제에 의거하되 지역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는 전국 대상 프로그램 평가와 달라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첫 번째 연구인 논문7(강명현, 2005)은 지역 프로그램에 대한 질적 지수 개발의 필요성과 함께 이를 지역방송 정책에서 활용할 가능성을 탐색적으로 제시했다. KBS의 PSI 지수를 차용해 지역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지역 시청자의 평가를 실시한 다음 이를 전국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점수와 비교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 결과 지역방송 프로그램 평가점수는 전국 프로그램과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일부 유익성 평가에서는 지역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가 더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지역방송 프로그램이 지역민의 가치와 철학에 적합한 잣대로 평가돼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논리적 정당성을 제공하는 것이라 밝혔다. 두번째 연구인 논문18(강명현, 2013)은 그 연장선상에서 지역 프로그램 평가에 적합한 질적 평가척도 개발을 목적으로 수행되었다. 문헌고찰과 지역방송 전문가 심층인터뷰를 통해 측정항목을 개발한 뒤 지역민 대상 설문조사로 신뢰 도와 타당도를 검증했다.
이러한 유형의 연구는 실무 차원에서 활용도가 크다. 지역방송사에는 지역 민의 프로그램 수용과 만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편성과 제작에 활용하도록 하고, 정책기관은 지역방송사업자의 재허가 심사에 반영할 참고자료로 이용할 수 있다.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 시행에 따라 방송통신발전기금9) 배분이 현안으로 대두될 수 있기에 이 연구의 결과 등을 취합해 일종의 ‘지역성 지수’를 확정하고 기금 배분의 판단 근거로 활용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
(3) 종합
지역방송 프로그램을 주제로 한 논문은 5편이었으며, 연구목적에 따라 경쟁력 제고(3편)와 평가척도 개발(2편)로 나뉘었다. 전자에 속한 연구는 내용분석과 설문조사 등 언론학에서 빈번하게 사용하는 방법론을 동원해 데이터를 산출하고 이에 입각해 분석했다. 이러한 과정을 경유해 인력과 시설 보강을 통한 내부 경쟁력 강화, 글로컬 콘텐츠 육성, 참신한 포맷 개발 등을 지역방송 프로그램 경쟁력 제고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 범주의 논문은 분석적 형식을 갖추었으나 내용적인 면에서는 당위적‧규범적이었다. 이에 비해 후자의 연구는 현안에 천착한 것은 아니나 지역방송사와 정책기관에서 실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했다.
(1) 이론적 탐색 : 전환점
지역성 개념을 이론적으로 천착한 논문은 2편(4, 9)이다. 이 두 연구, 특히 논문4(임영호, 2002)는 한선‧이오현(2012, 276-277쪽)의 지적처럼 “기술적, 지리적 공간 개념에 갇혀 있던 지역 개념을 사회적 개념으로 확장한 최초의 이론적 제안”으로 “이후 지리적 공간 개념을 탈피한 시도나 연구에 자주 인용되 면서 사회, 문화적 지역성 개념이 정립될 수 있는 이론적 주춧돌 역할”을 했다.
두 논문의 공통된 문제의식은 지역방송 연구에서 암암리에 전제된 지리적‧물리적‧기술적 공간관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논문4(임영호, 2002)는 기존 공간 개념의 한계를 세 가지 측면에서 적시했다. 첫째, 사회 현상 에서 처럼 서로 경합하며 갈등하는 사회적 가치와 이익이 아니라 도구적 효율성 차원에서 공간을 이해했다. 둘째, 도구적 공간 개념으로 지역방송을 이해하기에 사회 현상 분석에서 고려해야 할 다양한 사회적 행위자를 간과하고 주요 행위자를 방송사와 정책기관에 한정했다. 셋째, 사회 현상의 공간적 분포를 마치 자연 현상처럼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는 무비판적 자세로 이어졌다. 정치‧ 경제‧사회적으로 열악한 지역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의 규범적 지역성도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이라 비판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공간구조를 사회생활이 전개되는 단순한 물리적 장이 아니라 사회관계가 생산‧재생산되게 하는 매개체로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즉 “사회 현상이 다양한 사회적 요소로 구성되듯이 지역이라는 단위 역시 동질적인 실체가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의 움직임과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는 복합적인 것으로 보아야 한다 …. 이와 더불어 지역은 단순히 물리적이고 객관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공간적 실체가 아니라 … 다양한 사회적 요소들이 융합, 갈등하면서 생겨난 복합적인 과정”(281쪽)이라고 역설했다.
근대 이후의 지역성 변화에 주목한 논문9(조항제, 2006)도 지역성을 ‘주어진 것’에서 벗어나 ‘형성하는 것’을 포괄하는 정체성으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장소와 공간, 문화 등 모든 정체성을 통합한 하나의 영토였던 전근대시기와 달리 근대 들어 영토적 지역성이 해체되기 시작했으며, 이는 일방적 탈영토화라기보다 공간의 다층화와 다차원화에 따른 지역성의 입체화 과정이 라고 고찰했다. 이 관점에서 최근 지역방송의 변화를 진단하기도 했다. 그것은 수직적으로 지역민의 이해와 기호에 더 깊이 파고드는 ‘심화’와 수평적으로 방송의 지리적 권역을 확대하거나 타 미디어 영역으로 활동반경을 넓히는 ‘팽창’ 과정으로 집약되었다. 이는 지역방송이 분권화와 참여 같은 정치적 가치를 중시하고, 특히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네트워크를 수평적‧협조적 관계로 만드는데 여기서 핵심요소는 분산, 다양성의 존중, 타 지역성과의 공존과 활발한 교류, 중심성이나 전국성과의 원활한 호환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논의는 기존 연구(3, 5, 6, 12)에서 거론된 네트워크 거버넌스(governance)10) 개편, 즉 수직 종속형 방송 네트워크의 수평협조형 전환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기도 하다.
(2) 이론적 탐색의 응용 : 다각적인 후속연구
지역성 개념에 관한 새로운 이론적 모색은 활발한 후속연구를 이끌어냈다. 이 범주에 속한 논문은 4편(8, 10, 14, 17)이다. 이들이 다룬 주제와 대상은 제각기 다르다. 하지만 그간의 지역성 논의가 애매하고 추상적이며 당위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정치‧사회‧경제적 변수들의 복합적 산물인 지역성 개념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못했다는 논문4(임영호, 2002)와 논문9(조항제, 2006)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이를 응용해 연구를 수행했다는 공통점이 있다.11)
논문17(한선‧이오현, 2012)은 지역방송 생산현장을 참여관찰과 심층면접으로 조사한 뒤 지역성 개념이 지리적 차원을 벗어나 사회문화적 이해를 공유하는 사회적 지역성으로 변화되고 있으나 시장 경쟁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조류 속에서 산업적 측면의 경제 논리로 환원되는 경향을 발견했다. 이에 입각해 지역방송이 추구해야 할 지역성은 생활세계에 주목하는 풀뿌리 민주주의, 생활정치, 그리고 그 토대로서 일상성의 맥락에서 고안‧실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현재적 삶에 토대를 둔 생활밀착적 내용을 반영하고 단발성 특집이 아닌 데일리 프로그램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 했다. 지역방송과 일상의 연결은 소재뿐 아니라 수용자의 일상적 맥락과 연결 돼야 하기 때문이다.
공유된 문화나 사회적 연대감에 기초해 로컬리즘 개념을 규정한 논문8(강명현‧홍석민, 2005)은 공간적 기준 대신 내용적 기준이 중요하다는 사실에 의거 했다. 프로그램이 제작된 지역보다 지역사회의 이해나 관심사 반영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설문조사를 통해 지역방송 시청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실증적으로 조사한 결과 공간적 요인보다 지역사회에 대한 연대감이나 향후 거주 의향, 지역정보 추구 동기 등 사회‧심리적 요인이 더 중요한 예측변인으로 나왔다. 이는 사회적 공간에 의거한 프로그램 제공과 함께 지역방송사 간 공동 제작의 필요성과 광역화에 대한 논리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라 해석했다.
논문14(탁진영‧서예란)는 지역성이 지리‧공간적 개념에서 사회‧문화적 차원으로 이동하고 있음에 착안해 이에 관한 지역민과 제작자의 인식 차이를 분석함으로써 지역프로그램 개선을 모색하고자 했다. 조사 결과 지역민은 지리‧공간적 특수성, 제작자는 사회‧문화적 보편성을 더 중시했다. 이를 토대로 두 로컬리즘 개념의 조화 속에서 지역방송이 사회‧문화적 로컬리즘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논문8(강명현‧홍석민, 2005)에서도 언급된 공동제작 활성화를 제안했다.
방송정책에 나타난 지역주의가 우리나라와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분석한 논문10(정용준, 2007) 역시 지역이라는 공간 개념의 변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분석 결과 우리나라는 지역주의가 주변화된 가운데 지역방송 정책은 사회권력적 측면에서 지역공동체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과정적 지역주의보다 지리적 또는 내용적 지역주의 위주라고 비판했다. 지리적 지역주의는 방송권역 설정에서 고려된 기준이며, 내용적 지역주의는 제작주체와 관계없이 콘텐츠가 지역사회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면 인정 되는 것으로 지역편성쿼터제로 대표된다.
(3) 종합
지역성 개념의 재정립과 응용에 속하는 논문은 6편이었다. 이 중 2편은 다양한 주제의 후속연구를 촉발한 이론적 탐색 연구였고 나머지 4편은 새로운 지역성 개념을 응용해 현실세계에 적용한 논문이었다. 지역이라는 공간을 지리적 구획으로 접근하지 않고, 균일하지 않게 형성된 다양한 군집 속에서 공유된 문화 또는 사회적 연대감에 초점을 맞춰 지역성 개념을 새롭게 규명한 2 편의 논문은 가히 지역방송 연구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후속연구들은 지역이 참여‧연계를 통해 사회‧문화‧정치적으로 형성되는 공간이라는 점에 착안해 지역방송 생산현장을 들여다보거나 지역민과 시청자의 인식차를 살펴보는 등 분석의 스펙트럼을 다각화했다.
7)분석적 메타분석 대상에서 제외한 논문은 다음과 같다. 8)지역공영방송, 특히 지역MBC의 프로그램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한 논문12(김진영‧이상훈‧한태학, 2008)에서도 유사한 지적과 제안이 이루어졌다. 계열사 체제인 MBC의 근본적 문제점은 중앙사 중심의 수직적 네트워크 구조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프로그램의 다양성과 독립프로덕션 활성화에 장애 요인일 뿐만 아니라 계열사들 간의 유기적 협조나 공조 체제 약화를 초래하고 지역밀착형 방송의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그 해결책으로 이 논문은 독일의 공영방송 체제처럼 ‘위로부터의 체제-국가 기간 네트워크의 직할국 체제’와 ‘아래로부터의 체제-독립 지역방송들로 구성되는 연립방송 체제’가 병존하는 이원적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9)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 발의 당시의 원안에는 지역방송의 발전지원을 위한 ‘지역방송발전기금’ 설치‧운영이 포함되었으나 수정 과정에서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대체되었다. 이승선(2014)은 이를 원안의 수정이라기보다 지역방송발전기금 제안의 폐기라고 해석했다. 10)공식적 권위에 근거한 업무수행 방식을 지칭하는 거버먼트(government)와 달리 거버넌스는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수평적 협력을 통해 공유된 목적을 달성하는데 동원되는 관리방식을 뜻한다. 김재영(2013, 31쪽)은 이를 정치‧경제 권력의 간섭과 통제에서 자유롭고 시청자 일반에 대한 책무성을 중시해야 하는, 지역방송과 같은 보편적서비스의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지칭하는데 적합한 용어라고 설명했다. 11)지역방송의 사투리 사용에 관한 내용규제를 다룬 논문15(송종현, 2011)도 지역성 개념이 중층적이며 다차원적 속성을 갖고 있기에 그 구성요소를 밝히는 작업의 일환으로 시도된 것이다.
본 연구의 종합적‧분석적 메타분석 결과는 지금까지 산출된 지역방송 연구의 경향과 특성을 응축해 보여주는 동시에 향후 지역방송 연구에 일정한 시사점을 던지기도 한다. 이를 크게 세 측면에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방송 연구의 양적 빈곤이다. 언론학 부문 주요 4개 학회가 발간하는 6개 등재학술지를 통틀어 2014년 10월까지 발행된 지역방송 논문은 62편에 불과했다. 첫 번째 논문이 나온 1989년을 기점으로 잡아도 1년에 2.5편 수준이었다. 이는 지역 지상파는 물론 지역채널, 케이블TV까지 포함해 전수 조사한 결과이기에 현행법상 지역방송에 한정할 경우 그 수가 53편으로 줄어든다. 지방자치제 부활과 지역민방 개국 등의 사회정치적 환경 변화에 힘입어 2000년대 이후 지역방송 연구가 상대적으로 증가했으나 절대적 기준에서 논문 생산이 활성화되었다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한마디로 지역방송이 처한 열악한 환경과 지역방송 연구의 취약한 생산성은 닮은꼴이라 할 수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우리 언론학 연구가 과도하게 최신의 미디어 현상이나 주제들에 관심을 쏟으” (차재영, 2014) “돈이 되는 것, 권력의 주목을 받는 것”에만(김승수, 2014) 관심을 기울이는 풍토를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지만 ‘심증’ 차원이기에 여기에서는 논외로 한다. 대신 본 연구결과의 두 번째 특징과 결부지어 지역방송 연구의 양적 빈곤 현상을 논의하도록 한다.
둘째, 지역방송 논문은 당위적‧규범적 성격이 많다.12) 이는 지역분권 또는 자치가 미흡한 한국적 상황에서 지역성은 지키거나 회복해야 할 가치이며, 지역방송은 이를 구현할 유력한 매개체로 간주된 데서 비롯한,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실제 지역방송 연구 담론들은 공통된 내러티브를 갖고 있는데 이는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회복서사”다(원용진‧황상현, 2011, 292쪽). 즉 지역방송이 처한 위기 상황은 지역성을 잃은 데서 기인하기에 제도, 정책, 자구책 등을 동원해 지역성을 회복한 지역방송을 갖자는 흐름이다. 그러나 지역방송이 애초부터 지역성을 구현하고 있었는지 논의하지도 않았기에 사회문화적 관점이 배제되고 당위적으로 경도될 수밖에 없었다(314쪽). 지역방송 연구의 전환점이라 평가한 임영호(2002)와 조항제(2006)가 지역성 개념에 천착한 배경 에도 그간 지역방송의 당위적이고 규범적인 역할에 대한 논의는 많았으나 이를 뒷받침할 근거에 대한 내재적 분석은 부족했다는 문제의식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역방송 연구의 당위적‧규범적 성격은 지역방송 논문의 양적 빈곤을 설명하는 유력한 변인일 수 있다. 규범적 연구(normative studies)는 사회에서 특정 가치체계가 실현되기 위해 미디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가에 초점을 둔 것으로 맥퀘일(McQuail, 1994)은 이를 언론학의 주요 이론 중 하나로 꼽는다. 그럼에도 우리 언론학계는 계량적‧실증적 분석에 치우 치면서(문종대, 2014) 논문의 내용적 함의보다 형식과 절차를 중시하는 추세에 있다. 여기에 등재학술지 게재 논문 편수를 절대시하는 신자유주의적 교육 환경이 가세하면서 지역방송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위축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세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지역방송 연구 활성화를 기대하기란 무망할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지역방송의 현재적 지위는 쉽사리 개선되기 어려운 사안이기에 현재적 조건에 대한 진단과 개선 방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고 이는 당위적‧규범적 성격의 정책‧법제 연구로 흐르기 쉽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황을 감안할 때 협소한 기준으로 운용 중인 학술지 심사 시스템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기조가 지속된다면 학술적 다양성 증진과 현실세계 개선 측면에서 득보다 실이 클 것이다. 실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당위적‧ 규범적 연구 중에는 이미 10여 년 전에 발간되었으나 현재 시점에서도 유의미한 제안이 다수 있었다. 당시 거론된 지역방송 소유구조나 운영, 네트워크 거버넌스 등이 후속연구를 거치며 정교화 되지 못하고 일회적 문제제기로 그친 것은 과연 현재의 학계 풍토와 무관할까? 어쩌면 우리는 학술적 엄밀성을 교조적으로 추종한 대가로 학문 생태계의 종 다양성을 훼손하고 현실세계의 개선을 방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13)
한국지역언론학회에서 발간하는 <언론과학연구>에 지역방송 논문이 가장 많이, 그것도 전체 62편 중 27편(43.5%)에 달할 만큼 압도적으로 게재된 사실은 고무적이다. 이 결과가 한국지역언론학회 또는 <언론과학연구> 편집위원회의 정책적 고려에서 기인한 것이라 단정할 수 없으나 앞으로도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현재의 기조를 유지‧확대하면서 타 학술지에도 긍정적 영향력을 끼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셋째, 지역방송 연구는 임영호(2002)와 조항제(2006) 이후 전환점이자 분기 점을 맞았다. 본 연구에서 두 논문의 후속연구 범주에 넣은 논문은 4편에 불과 하나 이는 여러 범주 가운데 관련성 수위에 따른 분류일 뿐 타 범주에 속한 논문들과 분석적 메타분석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상당수 논문들도 사회적 공간으로 새롭게 규명된 지역성을 문제의식에 담고 있었다. 국내 언론학 분야에서 이렇게 획기적인 논문이 발간되면서 연구지형을 변화시킨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다.14)
그럼에도 지역방송 연구는 충분히 분화되지 못하고 있다. 분석적 메타분석을 위해 선정한 지역방송 활성화 관련 논문 18편에서 나온 제안은 지역민방의 공공성 강화, 지상파방송사의 네트워크 거버넌스 개선, 광역화, 지역방송사 간 공동제작 활성화, 지역성 지수 도입과 활용, 생활세계에 기반을 둔 프로그램과 편성, 경쟁력 있는 뉴스와 참신한 포맷 개발 정도에 불과하다.
본 연구의 분석적 메타분석 대상에서 제외되었으나 지역방송 활성화 또는 개선 방안을 제언한 논문들을 검토한 결과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크게 공동제작 활성화(김응숙, 2002; 안수근‧이준호, 2004)와 지역뉴스 경쟁력 강화(남궁협‧안주아, 2007; 배현석, 2002; 주정민‧박복길, 2007)로 대별된다. 전자는 지역방송 프로그램의 편성과 수급을 원활하게 하면서 재원을 확보하고, 대내외적인 경쟁 환경을 타파하기 위한 목적에서 제안되었다. 후자를 달성 하기 위한 방편으로는 뉴스 프로그램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비롯해 인력 확충, 앵커 제도 개선, 분석뉴스 개발, 전문가 풀 활용, 다양성과 심층성 강화 등이 제시되었다.
이들 제안은 지역방송의 위상과 체제에서부터 프로그램 개선에 이르기까지, 원론적 차원부터 현실적 지침까지, 지당한 방안부터 논쟁적 사안까지 다양한 층위를 포괄하고 있다. 그렇지만 제안 내용과 그 도출 과정이 참신하고 정치(精緻)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에 관한 모색과 논의는 후속연구의 몫으로 넘기고자 한다.15)
12)지역방송 논문 62편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아니다. ‘활성화’를 주제로 한 분석적 메타분석을 위해 논문 18편을 추리고 이를 세 주제 영역으로 구분했는데 그 중 5편을 ‘정책‧법제’에 관한 ‘당위적‧규범적 접근’이라 특정했을 뿐이다. 게다가 18편 논문도 주제별 분류를 통해 4개 대주제 중 한 영역인 ‘지역방송에 대한 개선’과 13개 세부주제 중 하나인 ‘법/정책/규 제’에 속한 것이기에 지역방송 연구의 다수가 당위적‧규범적 성격이라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산술적 수치가 아니더라도 62편 논문을 검토하면 당위적‧규범적 성격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본 연구에서는 ‘프로그램 경쟁력 제고’를 주제로 한 논문의 특징으로 분석적 틀을 사용했으나 당위적‧규범적 성격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13)일례로 지역방송사의 과도한 배당 문제는 일찌감치 제기되었으나(이진로, 2004) 날이 갈수록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역방송사의 배당액은 2008년 41억 원, 2012년 105억 원으로 연평균 26.4% 증가했는데 이는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 1%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지역 MBC는 2008년 17억 원, 2012년 28억 원을 배당했고, 지역민방은 2008년 23억 원, 2012년 77억 원을 배당했다. 연평균 증가율이 지역MBC 12.4%, 지역민방 34.3%로 지역민방이 지역MBC에 비해 배당액도 많고 배당 증가율도 컸다. 특히 2012년 배당을 보면 지역MBC가 전년 대비 8.2% 감소한 반면 지역민방은 34.3% 증가했다(방송통신위원회 자료: 이승선, 2014 재인용). 14)원용진‧황상현(2011, 290쪽)은 이 두 논문이 발간된 이후에도 지역방송 논의가 당위성 중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는 원용진‧황상현이 분석대상에 학술지 이외에 세미나 발표와 학위논문을 포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지역방송 관련 세미나는 정책‧제도적 개선을 주제로 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5)지역방송 연구는 위기론에서 파생된 당위적 존재론에 근거해 활성화 또는 개선방안 도출이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본 연구는 종합적‧분석적 메타분석을 병행해 그간 지역방송 연구가 어디에 천착하고 어떻게 모색하며 무엇을 제안했는지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해보고자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역방송 연구 흐름을 왜곡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을 밝힌다. 이는 주로 메타분석의 특성에서 비롯한 연구방법의 한계에서 기인한다. 즉 하나의 학술 데이터베이스인 디비피아에서만 논문을 추출하고, 6개 학술지만을 대상으로 했으며, 논문을 분석단위로 삼아 핵심주제에 따라 코딩했기에 분석유목의 상호배타성이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 유사한 방식의 후속연구가 나온다면 분석 범위를 넓히고 중복코딩 등을 통해 상세한 데이터를 담아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