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의 목적은 학습자를 둘러싼 중요한 학습 환경인 가정과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을 학교의 국어 교육과 연계하는 접근법과 필요성을 논의하고 문식성 향상을 위한 가정·학교·지역사회가 협력하는 사례를 고찰함으로써 그 실천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연구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생태학적 인간발달 체계이론에 근거한 생태학적 관점의 국어교육 연구의 동향을 고찰하고 최근 우리나라 가정환경과 교육의 변화, 학부모의 학교 참여에 대한 요구, 우리 사회의 청소년들의 국어환경 등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그리고 현재 국내외에서 실시되는 가정과 학교와 지역사회가 연계한 다양한 문식성 함양을 위한 사례들을 살피고 그 시사점을 탐색하였다.
앞으로 국어 교육 연구자들은 좀 더 넓은 안목으로 학습자를 둘러 싼 다양한 국어 현상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가정과 사회의 풍부한 국어사용 현상에 대한 실제 자료와 자원들을 파악하고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iscuss the necessity and the applicability of the partnership from family, school and community for Korean Language Education. In order to achieve the goals, leading research insight and some case study searches were applied in terms of how we make learners improve the authentic Korean language ability.
There were recent changes in family and educational environment, have been requirements for Parental Engagement in Korean society. Korean language education academia just have focused on efficiency of teaching and learning. But it is needed to seriously consider families and communities which are the important factors surrounding learners and learning environment for Korean language education.
Now, researchers have to look at the surrounding of Korean language learner. And they have to take advantage of and apply the actual materials and resources from the partnership of Family·School· Community for the development of Korean language education.
국어교육이 끊임없이 비판받아 온 것 중 하나는 학습자의 국어사용에 관한 실제를 교육의 내용과 방법 안으로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바꿔 말하면 국어교육 연구가 학습자의 현실적인 국어 생활에 영향을 미쳤는지 혹은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어사용 능력은 그 주체를 둘러싼 국어 환경과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하여 형성된다. 또한, 국어사용 능력은 궁극적으로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 등 학습자를 둘러싼 실제 생활의 맥락에서 발휘되는 ‘실천적 지식’으로 작동되었을 때 유의미하므로 국어교육은 필연적으로 교실 밖으로 그 지평을 넓혀야만 한다.
학습자의 국어사용은 교실 밖에서 먼저 시작되며 실제적이고 유의미한 의사소통은 가정과 지역사회라는 공간에서 좀 더 자주 발생한다. 또한, 최근 언론에서 관심을 받았던 학생들의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언어폭력이 나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 단절, 청소년의 독서 회피 현상 등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변화와 현상들이 끊임없이 학습자의 국어사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예시한다. 한편, 이러한 사회의 변화는 국어교육을 포함하는 학교 교육 체계에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 오기도 했다.
더 이상 국어 수업에서 학교 밖의 국어사용을 다루기란 불가능하다고 그대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면, 이제는 학교 밖의 외적 상황과 자원들을 국어 교육의 영역 안으로 어떻게 끌어 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 연구에서는 우선 학습자를 둘러싼 중요한 국어 환경인 가정, 교육, 사회의 변화와 요구를 살펴본 후, 학교와 외부 환경과의 협력을 꾀하는 국어교육과 관련한 선행연구를 고찰할 것이다. 또한, 문식성 향상을 위하여 가정과 학교 그리고 지역사회가 협력하는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이 연구의 목적인 국어교육을 위한 가정·학교·지역사회의 연계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한다.
Ⅱ. 가정·교육·사회의 변화와 생태학적 관점의 국어교육에 관한 고찰
가정은 학습자에게 처음으로 주어지는 교육의 장이며, 모국어 습득과 언어문화 형성에 가장 중요한 환경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가족 구성원간의 의사소통의 질은 학습자의 학업성취 결과뿐만이 아니라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대한 요인이다. 가족 의사소통은 가족관계의 만족도를 높이고 가족원 간의 관계를 형성·유지·발달시켜, 가족들의 정서적인 발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이소영·옥선화, 2002). 예를 들어, 가족관계가 친밀하고 온정적이며, 일상적 의사소통이 원활하다면 친구관계와 성문제에 관한 부모관계의 개연성이 높아짐을 볼 수 있으며, 부모의 자녀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노력은 청소년들의 자아정체감과 자신감 확립을 위해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손승영 외, 2001).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부모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아동·청소년의 인성형성과 발달과업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임을 잘 보여준다.
최초의 국어사용은 가정 혹은 가족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가정에서 학습자들은 부모의 모습을 보며 서로를 배려하며 반응을 보이고 대화를 주고받는 방법을 익힌다. 또한 그림책을 함께 보거나 동화책을 읽어주는 부모의 목소리를 통하여 문학작품을 접하게 되며, 간판이나 광고지의 글자를 한 자 한 자 손으로 짚어가며 글자를 배우기도 한다. 전화를 받고 응대하거나 어른을 만나서 인사하는 것을 배우는 곳도 가정과 그를 둘러싼 지역사회라는 공간이다. 학습자들은 가정에서 부모의 도움을 받아 받아쓰기를 연습하고 자신의 경험을 일기로 표현하거나 책을 읽고 독서 기록장을 쓰기도 한다. 또한 TV, 신문, 라디오, 영화, 인터넷 매체를 접하는 장소는 학교보다 가정이 훨씬 먼저이며, 부모는 이 과정에 좀 더 강력하고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의 사회의 가족은 핵가족화, 맞벌이 가족 및 이혼가정 증가 등으로 인하여 구성원 간 소통 및 유대감이 감소하고 있으며, 자녀에 대한 가족의 보호·지지 기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즉, 일하는 시간은 증가하고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감소되어, 부모-자녀 간의 소통이 어렵고 정서적 지지 등 중요한 가족 기능이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박재현(2013)의 연구에서는 가정에서 부모-자녀 대화의 기반이 무너진 상태에서 학교의 화법교육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즉, 의사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가정 내에서 가족 간에 교감하며 소통하는 대화의 즐거움을 경험해야 하는데, 단지 다양한 담화 유형을 늘어놓고 형식과 절차를 가르치는 것은 그 교육적 효과를 쉽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007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자녀의 지지적 관계척도는 한국이 2.84로 미국(3.41), 일본(2.87), 독일(3.24), 스웨덴(2.98)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한 보건복지가족부(2008)의 청소년가치관국제비교조사 결과, 우리나라 청소년이 ‘부모님은 나를 잘 이해하신다’는 항목에서 한·중·일 응답자 중에서도 가장 낮은 평균 점수를 보였다. 임현정 외(2011) 연구에서는 초등학생이 응답한 부모-자녀간의 긍정적 관계에 대한 점수가 2005년[3.64], 2008년[3.55], 2011년[3.07]로 나타나 최근 점점 더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부모-자녀 간 상호작용(함께 식사, 함께 대화)점수도 2005년[5.54], 2008년[5.50], 2011년[5.34]로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처럼 현대 사회의 가족 구조가 핵가족 형태로 단순화됨으로써 학습자들은 가족 관계 안에서 다양한 의사소통을 배우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아이들은 학교나 학원에, 어른들은 일터에 가야하기에 가족이 함께하는 식사시간에 그 짧은 대화까지도 포기하고 쫓기듯이 살아간다. 우리 주변에는 시간을 쫓아다니느라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도 있고, 늦은 퇴근으로 하루 종일 아이들 얼굴 한번 보지 못하는 부모들도 많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서로 얼굴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은 점점 더 찾아보기가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에서 성격을 규정하고 있는 ‘다’항을 살펴보면 ‘교육청과 학교, 교원·학생·학부모가 함께 실현해가는 교육과정이다.’임이 명시되어 있다. 또한, 학교 급별 공통 사항에서 ‘가. 편성 및 운영’에 학교 교과 과정을 통한 가정과 지역사회의 연계를 아래와 같이 다양한 측면에서 언급하고 있다.
21세기에 요구하는 교육의 방향은 기존의 일관적인 국가주도 교육보다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고 단위 학교 구성원의 참여를 강화하는 다차원적인 교육, 바꿔 말하면 학교만의 교육이 아닌 가정과 지역이 함께하는 교육을 더욱 중요시하고 있다. 즉, 가정과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 더불어 사는 삶을 요청하는 세계화 교육은 이미 주요 선진국 교육개혁의 방향으로 지식, 창의성, 인성을 고루 갖춘 인재 양성을 위하여 가정-학교-사회가 동참하는 학습사회(Learning Society) 건설을 시작했다(최운실 외, 2010:3)는 것이다.
이러한 평생학습사회를 지향하는 교육의 변화는 기존의 학교교육에 다양한 과제와 도전을 제시한다. 즉, 과거와는 다른 교육 문제를 야기하고 새로운 교육 수요를 발생시키며, 그 동안 거의 유일한 교육기관으로 인식되었던 학교의 개념도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주요 교육 정책을 살펴보면 창의·인성 교육 및 수요자 중심 교육과정이라 할 수 있는 ‘창의적 체험 활동 실시’, ‘주5일제 수업 전면시행’, ‘핵심역량 중심의 교과교육의 통합’, ‘교과교육을 통한 인성교육 강화’ 등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국가수준 교육과정뿐 아니라 학교 중심교육과정의 편성, 교육방법, 교육평가, 학교 교육 지원체제 등 교육 전반의 변화와 개혁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주5일제 수업 전면 시행에는 빈틈없이 짜여진 학교 교과 수업에서 벗어나 학습자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결정하기를 독려하며, 학교와 학부모, 지역 사회가 함께 학생들의 다양한 경험과 풍부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세밀하고 협력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숙 외(2012) 연구에서는 ‘주5일 수업제’라는 사회적 변화에 따라 교과별 교육과정 내용 분석에 기초하여 지역사회 프로그램 연계 방안을 논의한 바 있는데, 국어과를 제외한 사회과와 체육과, 음악, 미술 교과에 주로 초점을 맞두고 있다. 그 연구에서 네 개 교과를 우선적으로 선정한 근거를 살펴보면 교육에 대한 사회의 요구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볼 수 있다. 그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여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위의 내용에서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고려한 교육에 있어서 전문가들은 사회과를 우선 순위로 꼽고 있으며, 교사와 교육청 관계자나 학부모, 지역사회 관계자들은 체육이나 미술, 음악 교과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요구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조사 결과에 따라 후속되는 지원 프로그램 역시 이들 교과에 집중되어 개발될 것임을 쉽게 전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어교육의 관점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즉, ‘국어 교과의 내용은 지역사회의 연계가 필요하지 않거나 미뤄져도 좋은 것인가? 혹은 이미 관련 지역사회와 연계된 국어 교육 프로그램은 충분히 잘 진행되고 있거나 교실에서의 국어 수업 활동으로 충분한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또한, 신문승 외(2012) 연구에서는 학교 주5일 수업제는 특히 학부모와 지역 사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됨에 따라 체계적인 검토와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면서 몇 가지 제안을 하였는데 그 중에서 국어와 수학 등의 주지 교과의 감축을 통하여 전체 학습량을 적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의 동향에서 지역사회와의 연계 교육을 강화한다는 관점이 자칫 국어과 교육의 위기를 가져오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요컨대, 다양한 체험과 경험 중심의 활동이 강화되는 교육의 변화 속에서 국어과 교육이 좀 더 다양한 문식성 프로그램의 개발과 실천에 관심을 가지지 못한다면, 교사와 교육계 관계자를 비롯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국어 교육에 대한 관심과 요구는 점점 더 약화될 것이다. 이 점에서 국어과 교육을 위한 가정과 학교교육의 연계 방안을 좀 더 폭넓고 적극적인 관점에서 모색해야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로 구어적 소통은 급속도로 확장되었고, 소통의 민주화가 가져온 결과 중 하나로 평등을 지향하는 문화, 토론·토의의 생활 문화가 증대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는 언어문화 속에서 청소년 욕설사용 및 악의적 댓글의 범람이라든지, 경어 사용 전통의 급속한 붕괴, 공경과 배려를 전하는 전통 언어의 가치들이 해체되고 있는 광경도 포함된다. 청소년들이 보여주는 어법 일탈의 언어생활도 그 자체가 욕설은 아니지만 언어를 문화적 질서나 소통의 예절로 보는 관점을 빼앗아 간다(국립국어원, 2005).
한편, 읽고 쓰는 문어중심의 언어가 쇠퇴하면서 독서문화는 한층 더 위축되고 있다. 이는 특히 청소년 세대에서 두드러진 현상이라 할 수 있는데, 이와 관련지어 독서습관이 형성되어 있는 청소년에게서 욕설사용이 적었다는 보고서(여성가족부·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행정안전부·방송통신위원회, 2011)는 국어 교육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즉, 문어와 구어는 서로 분리되지 않고 연결되며 그 문화가 순환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국어사용 기능의 습득에 초점을 맞춘 분절적 교육과 함께 영역 통합적 관점의 국어 교육이 필요하며 바람직한 국어 문화 형성에 기여하는 국어 교육의 목표 달성이 중요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의 인터넷 중독 실태를 보면, 청소년(만10세-19세)의 인터넷 중독률은 10.4%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고, 유아동(만5세-9세)의 인터넷 중독률이 7.9%(중독자 수 160천명)로, 성인 인터넷 중독률 6.8%(중독자 수 1,501천명)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정보화진흥원, 2011). 청소년의 인터넷 이용 목적은 67.4% 이상이 온라인 게임을 위한 것인데, [그림 1]에서 나타나듯 우리나라 청소년의 컴퓨터 게임 이용 시간은 하루 평균 46분으로 영국의 8배, 핀란드의 5배, 미국의 2배 수준으로 비교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최근 정부는 인터넷 게임 중독 예방 교육과 함께 셧다운제(shut down)를 도입하는 등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하루에 1번 이상 컴퓨터로 게임을 한다는 청소년이 20.1% 정도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정부기관의 조사 자료 등에서 살펴보면, 약 58% 이상의 아동, 청소년이 방과 후 및 여가시간을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을 받는 것에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국가청소년위원회, 2007). 그리고 60% 정도의 청소년들은 주말이나 휴일의 여가시간에 주로 TV시청이나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통계청, 2011). 이러한 조사 결과들은 국어과 교육의 대상인 학습자들의 국어사용의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즉, 현재 우리 청소년들은 정련된 책보다는 인터넷 매체나 TV를 통한 국어 환경에 노출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매체언어 사용과 관련하여서는 더욱 더 학교 밖의 가정과 사회 환경이 학습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최근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의 텔레비전 뉴스 시청 실태와 학습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서현석 외(2014)의 연구 결과에서 학생들이 뉴스를 시청하게 되는 계기는 ‘부모님이 뉴스를 보고 계셔서’라는 응답률이 전체의 78.5%으로 가장 높게 조사되었다. 이는 텔레비전 시청 실태는 일상의 가족 문식성 환경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그 연구에서는 학생들이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에 비하여 텔레비전 뉴스 시청에 대한 낮은 선호도를 보이는 이유로 ‘일상생활에서 뉴스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뉴스를 보고 나서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하여 이해를 확장하는 교수-학습 활동이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우리 사회가 다른 나라에 비하여 아동·청소년들에게 적합한 텔레비전 뉴스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서현석 외, 2014)’는 점을 들었다. 이러한 결과는 국어 교육을 위한 가정과 학교의 노력 뿐 아니라 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해 주는 것이다.
김대희(2008)에 의하면 미디어 교육은 학생들의 일상생활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미디어 환경은 제도적이라기보다는 다분히 사회적이다. 학교에서 매체를 접하는 빈도보다는 사회나 가정에서 접촉할 기회가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미디어와의 접촉 기회가 학생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흡수되어 어떤 사회문화적 배경으로 정형화되느냐에 있다. 최병우 외(2000:20-21)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미디어 언어는 학교 교육과정과 가치 및 사회 체제 사이의 도구적, 전언적, 상호소통적 연결 고리가 되기 때문에 불가불 교육과정 결정에서 실행에 이르기까지 학교 밖의 다양한 교육적 상호작용을 포괄한다.
생태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환경과 분리해서 생각될 수 없다. 즉, 인간을 독립적인 유기체라기보다는 둘러싼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이다. 그 변화는 개인, 환경, 양쪽 모두 중 어느 쪽에서 일어나건 그 개인과 상호작용하는 환경의 변화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 생태체계 역시 변하는 것을 포함한다. 다시 말해, 인간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인 유기체뿐만 아니라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주변 환경 변인들과의 상호 관계를 총체적인 맥락 내(development-incontext) 에서 탐색하여 인간 발달의 과정 및 다양한 환경들 간의 상호작용, 상호연계성을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Bronfenbrener, 1994;허승연, 2009).
인간발달 생태학의 대표적인 학자인 브론펜브레너(Bromfenbrenner)는 인간발달의 생태학적 모형(bioecological model)을 통하여 학습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를 둘러싼 여러 측면의 문화·환경적 측면을 고려해야 함을 강조한다. 즉, 학습자가 생활하는 환경은 미시체계(가정, 학교, 또래, 교회), 외체계(대중매체, 교육제도, 경제제도, 정치제도), 중간체계(미시체계들 간의 상호작용), 거시체계(문화적 가치, 법, 관습, 하위문화), 시간체계(생애발달, 역사적 시점)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동·청소년의 발달을 위해서는 이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체계와 환경이 모두 건강하게 구성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가정과 학교, 가정과 직장, 학교와 종교기관, 직장과 학교 등 다양한 미시체계 간의 연계와 상호작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카프라(Capra)에 의하면 생태학적 문해력을 가진다는 말은 생태계의 조직원리를 이해하고 지속가능한 인간 공동체를 창조하기 위해 그 원리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에 포함되는 생태계의 원리는 상호의존성, 지속가능성, 생태학적 순환, 에너지의 흐름, 협력, 융통성, 다양성, 공진화 등을 포함한다. 생태학적 문해력을 함양하기 위한 프로젝트에서는 이러한 생태학적 원칙을 학습공동체의 교육과정에 통합시킨다(주재홍, 2012:10 재인용).
생태 언어학(ecolinguistics)에서 논의하는 ‘지속가능성 문해력(sustainability literacy)8)’은 생태학적 인식을 바탕에 두기 때문에 모든 대상은 일원론적이고 이에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화합을 향하여 상생(相生)한다는 철학이 깔려 있다. 거기에는 ‘개인 언어 사용의 심리적 역동성’, ‘언어와 갈등, 예방, 해소’, ‘언어와 자연’과 같은 내용이 담기게 된다. 생태언어학에서는 인간 중심적 언어 사용을 비판하고, 자연과 공존을 위한 언어 사용을 함으로써 생태적 사고력을 함양하는 데까지 관심을 둔다.
이러한 논의들이 국어교육에 주는 시사점은 학습자의 바람직한 성장과 변화를 위해서 학교교육과 학교 밖 교육이 균형 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건강한 지역 사회 환경이 조성되어야하며, 궁극적으로 거시체계에 해당하는 사회의 문화가 아동, 청소년, 가족에게 건강한 국어사용의 바탕이 되도록 대중매체를 비롯한 사회의 국어 문화의 바람직한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어과 교육 연구에서도 생태학적 관점의 접근을 시도한 연구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초기의 논의들은 주로 생태학적 관점의 의의와 이를 적용한 평가의 개선 방안들에 관심을 두고 있다. 즉, 박인기(1997, 2003, 2009)는 국어교육학에서의 생태학적 관점을 도입하여 국어교육학 현상을 하나의 유기체로 인식하고 그 주변의 여러 생태적 여건에 대한 지속적인 동화와 조절 작용을 조망하여 후속 연구들을 견인하였다.
신헌재 외(2003), 이창덕(2003), 곽춘옥(2003), 원진숙(2004), 김윤옥(2005), 서현석(2005), 한정현(2012) 등의 연구는 국어 수행의 특성을 고려하였을 때 그리고 교실 환경에서 일어나는 학생들의 국어사용의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태학적 관점의 평가가 적절하며 이에 대한 적용 방안 등을 논의한 것이다. 이러한 생태학적 평가관에 따르면 국어 이해와 표현은 학습자의 특성, 텍스트의 특성, 그리고 이해와 표현이 일어나는 동안의 정황(교실의 물리적, 사회적, 심리적 풍토) 등의 상호작용이라 할 수 있다.
한편, 한정현(2012)에서는 학습자를 중심으로 국어교실의 생태계를 학교와 지역사회, 국가(사회)로 논의를 넓혀 생태학적 관점과 수행평가의 접점을 찾고자 시도하였으며, 박수진(2014)에서는 생태학의 원리에 따라 학습자가 거주하는 지역 문화와 문법 영역의 방언교육을 통합하고 ‘장자못’ 전설이라는 구체적인 작품을 제재로 생태학적 관점의 설화교육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이러한 일련의 선행 연구들을 통하여 국어 학습의 과정에서 배려적 사고를 함양하는 생태학적 관점의 국어교육을 가능성을 전망해 볼 수 있다. 즉, 개인이 환경 내에서 다른 사람의 활동에 주의를 기울이거나 참여할 때마다 하나의 관계가 성립되며 이러한 관계의 망(Web)이 얽히고 확장되어 이루어지는 네트워크가 학습망의 개념으로 확장될 수 있다. 그리고 타인과의 나눔과 배려를 전제로 한 생태학적 교육원리는 공동체 안에서 교수자와 학습자가 함께 교육 활동에 참여하면서 상호도움을 주고받는 공동체적 협동 이념의 의미를 강조한다. 이 점에서 국어교육에서의 생태학적 관점은 학습자의 생활 터전을 중심으로 학습 공동체를 구성하고 구성원 간의 상생 관계 속에서 가정·학교·지역사회가 협력하는 실천적·통합적 국어교육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게 하는 접근법이라 볼 수 있다.
8)지속가능성 문해력이란, 더불어 살기 위한 인간 생태의 형성이 가능하도록 하는 ‘환경 문해력(environmental literacy)’과 자연 생태계의 일부로서 사회를 바라보는 ‘생태 문해력(ecological literacy)’을 포함한다(Stibbe, 2008:2). 여기서 언급된 ‘문해력’은 국어교육에서는 주로 ‘문식성’이란 용어로 사용된다.
Ⅲ. 국어교육을 위한 가정·학교·지역사회 연계의 가능성 탐색
미국의 유명한 인격교육학자인 리코나(Lickona)는 학교가 학생의 인격교육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일은 학생의 인격발달을 위해 가정과 학교가 상호 보완적 책임이 진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는 인격교육에 대한 가정과 학교간의 책임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진술로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다(Lickona, 2004;유병렬 외 역, 2006).
효율적인 인격교육의 핵심에는 부모와 학교 사이에 강력한 협력이 놓여 있다는 리코나(Lickona)의 견해는 국어과 교육에도 적용가능하다. 인간의 의사소통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비롯하여 사회문화를 반영한 가치관과 윤리적 판단력이 관여하며 총체적인 인격의 발현은 곧 언어 사용과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기본법 제 13조에 명시된 바와 같이 학부모는 교사와 학생과 더불어 교육의 한 주체이다.9) 그러나 그 동안 학부모들은 교육에 대하여 덜 전문적이고 ‘공익’이라는 담론을 자신의 자녀에 대한 ‘사적 관심’으로 표현한다는(Fine, 1997) 이유로 교육 공동체 속에서 동등하게 교육담론에 참여하지 못하였다. 최근에 이르러서야 학부모는 교육수요자인 동시에 교육 공급자로서 교육 구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이두휴 외, 2007).
가까운 일본의 경우 2006년 교육기본법을 개정하여 학부모와 가정교육에 대한 법적근거를 마련하였으며, 그에 따라 가정교육과 학부모 교육의 중요성을 제시하고 가정·학교·지역사회가 연계하여 육아와 교육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대만은 학부모의 학교 교육참여를 2006년에 제도화하였으며, 2011년 4월 미 캘리포니아주 교육위원회에서는 학부모 역량 강화 규정(Education Action on Draft Parent Empowerment Law Regulation)의 초안을 발표하여 학교 교육에 학부모들의 협력을 촉구한 바 있다.10) 이처럼 학부모가 자녀의 학교 교육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고 참여하는 것은 이미 전 세계적인 추세이다.
학부모는 자녀의 학교 교육에 대해 알 권리와 동시에 이를 지원해야 할 책임을 동시에 가지며 공교육의 동반자로서 바람직한 교육환경 조성에 기여해야 한다. 이러한 학부모의 역할을 돕기 위하여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2009년 교육부 공교육진흥과 산하에 학부모 정책 전담 팀을 신설하여 학부모 지원 정책까지 펼치고 있다. 그 정책의 핵심은 학부모가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의 교육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을 지도록 학부모의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가정 및 지역사회가 학교와 함께 학생 교육을 위하여 노력하고 공동책임을 나누려는 노력을 확대하는 데 있다.
현재 학부모 지원 정책은 ‘학부모의 학교교육 활동참여’, ‘자녀교육 이해 및 역량강화를 위한 학부모교육’, ‘학부모 교육기부 및 체험활동’, ‘학부모와 학교 간 소통’ 등 몇 개의 세부 영역으로 나뉘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학부모 지원 정책의 세부 영역 중 ‘학부모 교육’은 학교·교육청을 비롯한 정부부처, 공공기관, 기업, 종교단체, 민간단체 등을 통하여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단위학교나 교육청 별 학부모 모임과 집단 교육, On-line을 통한 사이버 상시교육이나 학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학부모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내용과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이에 관한 몇 가지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국가적 차원의 학부모지원정책을 실행하는 기구로서 2011년 출범한 전국학부모지원센터는 학부모들에게 동영상 교육을 제공하고 지역 교육청과 지역 시도별 학부모지원센터의 자료가 서로 공유될 수 있도록 구심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림 2]는 전국학부모지원센터의 학부모온누리 온라인교육센터에서 학부모교육 자료실의 게시판을 제시한 것이다.
또한, [그림 3]은 교육부와 인천광역시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서울대학교 학부모정책연구센터에서 2012년 개발한 밥상머리 교육 프로그램의 동영상 자료 화면이다. 이 프로그램은 단위학교나 지역사회의 도서관 등 기관에서 학부모 교육의 교재로 학부모 교육 담당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널리 활용되고 있는데, 정부, 지역 교육청, 대학 연구소 그리고 단위학교가 연계하여 전국 단위의 학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설계·개발·적용하여 실행한 대표적인 프로그램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교육부에서는 2011년 3월부터 2013년 2월까지 2년간 단위학교 차원의 학부모 학교 참여 활성화를 위해 전국 시범학교 36개교를 지정·운영하여 학부모교육의 효율적 운영 방안에 대해서 연구를 수행하도록 하였다. <표 1>은 학부모 학교 참여 시범학교에서 운영한 단위학교 자체 내 학부모교육 프로그램의 사례이다.
경남 ??초등학교 학부모교육 사례
<표 1>에서 연수 내용 항목에 잘 나타듯이 단위학교 학부모교육의 내용은 주로 학부모들의 관심을 쉽게 끌 수 있는 주제들이다. 예를 들면, ‘진로·진학 관련 정보’, ‘자녀의 학습 지도법’, ‘사춘기 자녀와의 대화법’, ‘아이의 독서지도’ 등이 주요 내용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의 자녀에게 직접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실제적인 교육의 내용에 관심을 보이는 학부모들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라 하겠다.
이러한 움직임과 관련하여 국어교육 연구자들이 주목해야 하는 점은 학부모 교육을 통하여 독서교육이나 가정 내 의사소통 문제에 대하여 가정과 연계하여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학부모들에게 국어사용의 중요한 실천의 장이요 환경 요인으로써 가족 문식성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학교에서의 국어교육과 연계하여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여야 한다. 그러한 연구의 개발과 실행의 과정은 교육청이나 학교, 전국학부모지원센터와 각 지역의 학부모지원센터 등과 연계하여 진행되어야 하고 그 결과에 대한 효과성을 검증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이 절에서는 국어과 교육과 관련하여 가정과 학교 혹은 사회가 협력하는 국내외 사례를 통하여 시사점을 논의하고 발전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첫 번째 사례는 우리나라의 ‘공공도서관과 함께 성장하는 학교도서관’ 사업이다.11) 이 사업은 부천시 관내 단위학교 도서관과 지역 공공 도서관(부천시립도서관)이 협력하여 학생들의 독서교육을 활성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즉, 학교 도서관과 봉사대상(학생, 학부모)이 중복되는 지역의 작은 도서관 간 연계를 통하여 학교 도서관 활성화를 유도한 것이다. 즉, 지역공공도서관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하여 학교 도서관 운영의 내실화를 꾀하고 지역주민을 위한 도서관 봉사를 넓힌 경우이다. 개략적인 사업 추진 방향과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부천시 공동 도서관과 학교 도서관 협력 사업에서는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 있다. 첫째, 학교 도서관과 지역사회와의 좀 더 긴밀한 협력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의 박물관, 미술관 등의 문화기반시설과의 협력체계를 공고히 하고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한 평생교육시설을 활용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학교도서관 자원봉사자 연수의 전문적인 교육내용이 제공되어야한다. 예를 들면, 학부모 자원봉사자 봉사 연한에 따라 도서관 봉사 교육의 내용을 차별화하고 심화·적용해야 한다. 셋째, 학생들을 위한 중학교 도서반 연합 동아리 대상학교를 확대 실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언들은 향후 국어교육의 관점에서 학교 도서관 교육의 체계 구성, 국어과 교육과정의 내용 분석을 통한 지역사회의 기반시설과 연계할 독서 활동 프로그램 구안, 학부모와 학생 동아리 등의 도서관 교육 및 자원봉사 활성화 방안 등으로 수용될 수 있다.
두 번째 사례는 싱가포르의 ‘Dad for Life’12)프로그램 사례이다. 이 사례는 학교와 사회에서 부모가 함께 하는 특별활동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들의 참여가 저조한 문제에 주목하여 싱가포르 정부나 218개의 학교장과 교감, 교사들에게 아버지들의 학교 활동 참여를 통한 이점을 인식시키고 아버지들의 참여를 북돋울 것을 요청함으로 시작되었다. 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National Library Board(국립 도서관위원회)’에서는 국립 중앙 도서관 및 공공 도서관의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통해 신뢰할 수 있고 접근이 용이한 전 세계 도서관과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여 만 명의 아버지들이 책읽기에 참여하도록 하였다. 이는 독서 활동을 통하여 아버지들이 자녀들의 발달과 유대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것을 독려하기 위함이며, 젊은 시절의 삶에 역할 모델로서 ‘아버지’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Dad for Life’ 프로그램은 최근 우리나라의 학부모 정책에서도 관심을 갖는 ‘아버지 학교 참여 활성화’와 관련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동안 아버지들의 교육 참여는 주로 운동을 통한 신체 활동에서 자녀와의 관계를 증진하는 데 주력해 왔다. 이제는 독서하는 아버지를 보고 자란 자녀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하고 좋아하는 문화를 전달하는 데에도 관심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에는 학생이 노출되고 접하기 가장 쉬운 가정의 문식성 환경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학부모(가정)의 관심과 협력, 이를 지원하는 학교(교육기관)과 정부의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노력을 효과적으로 연계하는 특화된 독서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하며 기업(학부모의 직장)의 협력도 필요할 것이다.
세 번째 사례는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서는 매년 1월에 실시하는 ‘Family Literacy Day’13)이다. 이 날은 ‘ABC Life Literacy Canada’에서 제창한 것으로 온타리오 주에서는 매년마다 이 날을 기념하여 주 전체에서 다양한 가족 문식성 활동을 실시한다. 주에서는 하루 동안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역사회 곳곳에서 실시하도록 하고 155개 가족지원센터(Parenting and Family Literacy Centre)에서는 아동이 학습을 제대로 시작하고 부모와의 관계를 더 단단히 형성할 수 있도록 이 행사의 내용을 지원한다. 그 결과, 3-6학년 학생 중 69%는 읽기와 쓰기, 수학에서 다른 주의 평균 수준을 뛰어 넘는 성과를 보였으며, 이는 2003년과 비교할 때 약 15% 이상 증가한 것이라고 보고되었다.
‘Family Literacy Day’의 활동 방법을 살펴보면 그 내용이 매우 소박하고 가정 친화적이다. 주최 측에서는 ‘자녀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그와 관련하여 이야기 나누기, 부모와 조부모, 친구 혹은 친척들과 관련하여 가족의 이야기를 하기, 저녁에 새로운 요리를 시도해 보기 자녀에게 요리 순서를 읽어주고 요리 재료를 측정할 때 도와달라고 부탁하기, 지도를 보여 여행 계획을 세우거나 여행지의 역사에 대해서 배우기’ 등과 같은 구체적인 활동들을 지원하는 자료나 교재를 마련한다. 최근 2014년까지도 Family Literacy Day 행사는 캐다나 전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온라인을 통하여 살펴볼 수 있는데, 가족 문식성 활동을 통하여 가정의 교육적 기능을 향상시키고 이를 통한 국어 교육의 발전은 우리 사회에서도 시도해 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9)교육기본법 제13조 제1항의 내용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바른 인성을 가지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교육할 권리와 책임을 가진다. 제2항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의 교육에 관하여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학교는 그 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 10)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서울대학교 학부모정책연구센터 홈페이지 참조(http://family-school.snu.ac.kr/동향보고2012-1). 11)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류웅재 외(2010:59-69)를 참조 12)http://dadsforlife.sg 13)http://news.ontario.ca/edu/en/2012/01/making-reading-a-family-affair.html
지금까지 최근 우리나라 가정과 사회의 변화와 요구에 따른 교육 정책의 변화를 살펴보고, 생태학적 관점의 국어교육 연구의 동향을 고찰하였다. 또한 학부모의 자녀 교육에 대한 책무성 강화와 학교 참여 정책을 살펴본 후 국내외에서 실시하고 있는 가정과 학교와 지역사회가 연계하여 학습자의 문식성 함양을 위해 노력하는 사례들을 통하여 그 시사점을 논의하였다.
우리나라의 학부모 정책의 적용과 가정·학교·지역사회의 연계 사례들을 통해서 앞으로 국어 교육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점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즉, 교실 안 국어 교육을 넘어서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의 바람직한 언어적 상호작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 부모들이 독서를 통하여 국어 수행의 올바른 본을 보이며 함께 국어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 바람직한 독서 문화를 장려하기 위한 학교와 지역 도서관의 기능을 연계하는 방안 마련 등이다. 이러한 가정과 학교 그리고 지역사회의 협력을 위해서는 반드시 국어 교육연구자들의 전문적인 노력과 관심이 수반되어야할 것이다.
이 연구는 우리의 국어교육이 지나치게 학교 안 교실 국어 수업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되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에서 시작되었다. 앞으로 국어 교육 연구자들은 좀 더 넓은 안목으로 학습자를 둘러 싼 다양한 국어 현상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가정과 사회의 풍부한 국어사용 현상에 대한 실제 자료와 자원들을 파악하고 활용하여야 한다.
그 첫걸음은 가정의 부모와 국어 교사가 다양한 방법으로 의사소통하여 학습자의 국어사용 능력을 관찰하고 서로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또한 학습자, 교사, 학부모 모두가 건강한 국어 환경을 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를 점검하는데 좀 더 관심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의 개선과 더불어 국어교육이 내실있게 이루어지도록 지역사회의 인적, 물적 자원을 연계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구체적인 실천이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지역사회의 대표적인 문식성을 위한 공간이라 할 수 있는 마을 도서관의 확충 및 학교 도서관과의 연계를 통한 독서교육 활성화가 우선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더불어 좀 더 다양한 국어교육 프로그램의 개발 및 참여 주체의 확대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교육적 분석 및 활용 등은 앞으로 우리 모두에게 남겨진 연구 과제이다.*
*이 논문은 2014년 4월 30일 접수하여 2014년 6월 5일 논문 심사를 완료하고 2014년 12월 5일에 게재를 확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