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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영화 캐릭터(Character)의 이해와 분석의 실제* Analysis Methods for Cinematic Character
  • 비영리 CC BY-NC
ABSTRACT
영화 캐릭터(Character)의 이해와 분석의 실제*

Cinematic language and grammar to tell a story requires more specific process of creating character and its performance compared with other medias or artistic formats. Cinematic Character is an initial element to build the narrative, a messenger to deliver an author’s theme to the audience, and eyes and ears to witness the events in place of the audience. As a story-teller in dramatic structure, characters in cinema determine how to expose the story and theme, which mainly affects film genre and tone. Therefore, the characterization is fundamental to construct the story.

To make the story dramatic, the character should have the strong desire, and face all kinds of obstacles to obtain it. Each character also represents clear and complex personality to display its own life history. Writers or directors describe characters’ backgrounds in detail even if they are not even shown in actual movies, to create the dynamic characters for movies to draw the audience’s interest through story-telling under sharp observation and deep thoughts toward people around.

The illustrated exercises in this text are designed to create vivid characters to be gradually developed through the events, avoiding the stock characters who disturb the audience’s empathy.

At first, the ‘character inventory’ is for analyzing a character’s conditions from its internal background to external status, such as secrets, targets, jobs, fear and the like. It helps to devise the purposeful behaviors from characters toward its objectives by applying criterions of its every move. And ‘the analysis of every scene by characterization’ based on this inventory is effective to build the back story for the main events. It can give a throughout check if each episode should begin with the character’s actions with strong motives, and it can eventually be used for adding the critical event or omitting the unnecessary one. Add to these analyzing exercises and to draw the ‘character relationship diagram’ guides the direction for developing the relations between characters, in the process of affecting each other through the story.

KEYWORD
영화 캐릭터 , 플로팅 , 프로타고니스트 , 캐릭터 창조 , 캐릭터 인벤토리 , 장면 분석 , 인물 관계도 , 『느릅나무 밑의 욕망』
  • 1. 서론

    입센이 밝힌 대로, 작가는 작품을 통해 드러나지 않는 캐릭터의 세세한 배경까지 정교하게 설계하고 있어야만 개성과 목적이 뚜렷한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개별적 특징과 목적의식이 확고한 캐릭터는 자신의 욕망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운명적인 깨달음’을 얻고 변화를 겪으며 드라마의 극적 구조를 완성한다. 드라마는 인간의 행동과 정서, 욕망의 엇갈림 속에서 빚어지는 갈등 그 자체이므로 캐릭터가 어떻게 창조되느냐에 따라 플롯을 구성하는 목적 있는 행동이 각기 다르게 진보한다. 드라마를 구축하는 데 있어 캐릭터가 플롯 못지 않게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2)

    플롯과 캐릭터의 주도적 관계에 대한 논의는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플롯을 절대적 우위에 놓고 드라마 창작의 기술을 논했던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BC 384-BC 322)의 주장은 ‘우리와 비슷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관객과의 일체감을 높이고자했던 독일 ‘시민 비극(bürgerliches Trauerspiel)’의 대표 작가 레씽(Gotthold Ephraim Lessing, 1728-1781)에 이르러서 다양한 사회 군상을 반영하는 캐릭터 창조가 더 필수적이라는 설득에 의해 도전받았고, 대중의 호감을 작품 성패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는 현대의 영화 제작, 배급업자는 ‘무엇이 보다 더 흥미로웠느냐’에 대한 관객의 반응이 극의 실질적 완성도를 평가하는 전제 조건임을 확신하기에 이르렀다.3)

    그러나 짜임새 있는 드라마 구조에서 플롯과 캐릭터, 주제 등 드라마를 구성하는 핵심적 요소들은 그 중요도를 비교 평가하기 힘들 정도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영화의 캐릭터 창조는 스크린 사이즈, 앵글, 프레임과 구도, 색채와 조명은 물론 편집에 이르기까지 사건을 전달하는 영화 언어의 특별한 속성 때문에 내러티브의 전개와 플로팅(plotting, 플롯의 구성) 자체를 의미할 정도로 극의 구조와 긴밀 하게 연결되어 있고, 나아가서 극 전체의 주제 전달과 그 표출 방식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의 관객은 공연자와 직접적 교감을 나누는 다른 예술 장르의 관객이 공연자의 퍼포먼스, 즉, 배역 소화능력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비해 텍스트의 진정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므로, 드라마의 모든 구성 요소들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사건 전개를 위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본 연구는 편집된 시⋅청각적 이미지를 주된 표현 언어로 사용하는 영화에서 캐릭터가 지니는 실질적 의미를 이해하고, 영화를 공유하는 물리적, 심리적 환경의 특수성이 캐릭터 창조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봄으로써 인상적인 캐릭터 창조를 위한 체계적인 분석 방법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영화 캐릭터 관련 논문과 서적을 참조하였고, 상대적으로 실질적 연구 사례가 부족한 캐릭터 분석 기법에 관한 연구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동의대학교 영화학과 2학년과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시나리오 작법’과 ‘캐릭터 분석’ 수업을 토대로, 기존에 활용되었던 캐릭터 창조 훈련의 실효성을 타진하고 구체적인 수정, 보완 과정을 거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음을 밝힌다.

    따라서 본고는 영화 교육 및 제작 현장에서 활용할만한 창작 실습 훈련을 제안하는 교육적 목적의 연구 결과물로써, 영화 캐릭터에 대한 기존 연구들을 이론적으로 정리하고 보강한 후, 시나리오 창작을 위한 기술적인 작업들을 설명하는 형식으로 서술되었다.

    1)Playwrights on Playwriting; From Ibsen to Ionesco, edited by Toby Cole, NY: Cooper Square Press, 2001, p.170.  2)허은희, 드라마 구조적 관점으로 본 시학 - 「‘플롯’과 ‘성격’의 관계 분석을 중심으로」, 『PREVIEW』, 제8권, 2011, 93쪽 참조.  3)김수용, 「레씽의 극 이론과 독일의 시민비극」, 『인문과학』, 제62집, 1989, 109쪽 참조.

    2. 영화 캐릭터의 이해

       1) ‘화자’로서의 캐릭터(Character as the Point of View)

    영화의 캐릭터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행동하고, 그 과정에 장애와 맞닥뜨려 갈등하고 변화를 겪으면서 성장하거나 파멸한다. 영화의 관객은 자신이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 주로 영화의 프로타고니스트(protagonist, 주인공)가 욕망을 실현해 가는 여정을 함께 하며, 그(녀)가 처한 상황에 따라 연민과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마침내 모든 갈등이 해소되는 시점에서 감정적 정화(catharsis)단계에 이르게 된다. 영화의 텍스트와 캐릭터, 그들에게 주어진 환경과 사건의 세팅이 ‘그럴듯함(plausibility)’을 충분히 획득한다면, 관객은 진심으로 자신을 대신해 등장인물이 보고 듣고 행동한다고 믿게 된다. 즉, 관객의 감정적 반응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캐릭터는 관객이 호기심을 잃지 않고 다음 사건을 예측하면서 자발적으로 스토리텔링에 참여하도록 만들어 영화의 드라마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캐릭터를 창조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야기를 전달할 +화자를 선택하는 것이다. ‘누구의 이야기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앞으로 사건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과 같다. 아래에 제시된 시나리오들은 같은 내용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누구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가에 따라 영화 장면의 톤과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을 보여준다.

    위의 두 장면들은 모두 영희가 거실에 들어가려다가 세리와 철수의 대화를 엿듣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것을 적절한 이미지와 사운드를 활용해 소통의 효율성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영화 언어로 표현한다면, 관객은 각 버전의 차이를 명백히 알 수 있다.

    영화에서 시점은 쇼트가 누구에게서, 혹은 어떤 물건에서 시작하고 끝내야 하는 지를 결정한다. ‘버전 1’에서처럼 작가가 영희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면, 그녀가 거실 밖에 있을 때부터 이 장면을 시작해야 하고 ‘버전 2’에서와 같이 거실에 있는 세리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발전시킨다면, 거실에서 시작해 영희가 대화를 엿듣는 장면을 보여줘야 한다. 즉, ‘버전 1’에서 관객은 영희의 입장에서 사건을 목격 하고, ‘버전 2’에서는 세리의 시점에서 사건을 지켜보게 되는 것이다. 두 버전의 시나리오를 관객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정도로 평가 한다면 무언가 범상치 않은 기류를 느끼고 깨어나는 영희로 시작하는 ‘버전 1’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영화의 화자를 선택할 때 가장 고려해야 할 포인트 중 하나이다.

    영화에서 시점을 결정한다는 것은 내러티브 전개의 주체를 선택하고 관객의 아바타(avatar)를 창조하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나리오 작가들이 하는 가장 많은 실수 중 하나는 누구의 이야기인 가가 불분명한 시나리오를 쓴다는 것이다. 앙상블 스토리가 아니라면 관객들이 집중할 수 있는 주요 캐릭터를 설정하고 그 캐릭터의 눈과 귀로 장면을 보고 듣게 만드는 것이 드라마를 극적으로 만드는 기본 원칙이다. 따라서 프로타고니스트를 설정할 때, 관객이 호기심을 잃지 않고 사건을 탐색해 갈 수 있도록 ‘발견’과 ‘반전’, ‘변화’ 등이 이뤄지는 위기와 절정의 순간에 어떤 인물을 통해서 사건을 접할 때 가장 드라마틱한 감동과 클라이맥스를 전달할 수 있는지 숙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누가 무엇을 했는가?(who, does what, with which, to whom?)’라는 질문에 간단히, 그리고 명확하게 대답할 수 없다면 그 시나리오는 극의 플롯을 복합적이고 유기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캐릭터 창조에 실패한 것이다. 캐릭터는 사건을 목격하고 이끌어가는 관객의 ‘눈’과 ‘귀’를 의미하므로, 캐릭터 분석과 창조는 철저하게 관객을 대신해 행동하는 누군가의 이야기, 다시 말해 주요 시점을 결정하기 위한 첫단계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 플롯으로서의 캐릭터: 플롯의 최소 단위(사건), 캐릭터의 ‘성격’과 ‘행동’

    영화에서 캐릭터는 화면에 배치된 하나의 배경이 아니라, 관객과 영화를 연결시켜 주는 교감의 다리이자 작가와 감독의 작의(作意)를 전달하는 대리자이다. 그러므로 캐릭터는 화면 속에 고정된 이미지가 아니라, 목적 있는 행동으로 존재 이유를 설명하고 관객의 동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서사의 중요한 도구가 된다. 1950년대 유행했던 누보 로망(nouveau roman)계열의 소설들이 대중에게 외면당한 이유는 행동 하지 않는 지루한 인물들 때문이었다. 그들은 ‘지금 거기에 있다’는 이유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자 했지만, 존재의 이유를 위해 행동하지 않았으므로 대중으로부터 공감을 얻어 낼 수 없었다.4)

    영화에서의 ‘행동’은 물리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영화는 카메라의 다양한 움직임과 편집의 힘으로 연극무대에서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없는 작고 섬세한 내면의 행동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캐릭터의 행동은 직접적으로 묘사된 것이든 간접적으로 표현된 것이든 간에, 다른 등장인물의 반응을 이끌어 내기위한 ‘의도’나 ‘성격’을 포함한 ‘시각적인 행위’라는 것이 중요하다.

    캐릭터의 ‘성격’이 드라마에서 지닌 본질적 기능은 그것이 등장인물의 의도를 담은 복합적인 ‘행동’으로 표출되어 그(녀)를 다른 사람과 차별화시키고 거기에 따라오는 주변의 정신적, 물리적 반응으로 인해 다음 사건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 이처럼 인과관계가 창출된 사건들이 사회적이고 일반적인 믿음, 즉, ‘사상(theme)’을 기준으로 연쇄적으로 결합되면서 플롯을 구성하게 된다. 다시 말해, 성격이 플롯을 구성하는 동기와 내용을 담은 천 조각들이라면, 사상은 플롯을 짜깁기하는 바늘과 실 같은 존재다. 성격은 극을 통해 점차적으로 변화가 가능하지만 사회적인 믿음을 대표하는 사상은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표현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므로 개별적인 성질을 지닌 캐릭터가 보편적 사상을 전복시킬 수 없다면 이미 정해진 플롯 또한 바꿀 수 없다. 캐릭터는 작가가 유도하는 플롯에 따라 그 행동을 달리 할 수 있지만 플롯을 변형시킬 수는 없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은 이러한 의미에서 해석되는 것이 바람직하다.5)

    인상적인 캐릭터의 창조는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행동과 반응을 이끌어내는 캐릭터의 ‘성격창조(characterization)’를 의미하고, 스토리의 다이내믹한 전개를 가능하게 하며, 주인공과 대조를 이루는 다른 캐릭터의 설정과 함께, 주제를 부각시키는 기능을 수행한다.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 1976)의 트래비스(Trevis, 로버트 드니로 분)는 사회에 만연한 악을 제거해야 한다는 강박을 지닌 인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돌아온 후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트래비스는 대통령 후보로 나선 상원의원과의 우연한 대면을 통해 그의 위선적인 모습을 발견하고 그를 저격할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어린 소녀에게 매춘을 시키는 포주들에게 분노를 폭발시키며 그들을 살해한다. 사회에 대한 불만과 삶의 고독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트래비스처럼 자신의 잣대로 절대 악(惡)을 규정하고, 그것을 제거하기 위해 권총을 사거나 살인을 실행하지는 않는다.

    이처럼 캐릭터의 성격은 사건을 일으키고 해결해 나가는 모든 행동의 방법을 결정하고 그로 인해 유발된 반응에 의해 또 다른 사건을 만들어 내는 무한한 에피소드의 원천이 된다. 즉, 드라마의 사건을 구성하는 행동과 반응은 캐릭터의 개별화된 성격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캐릭터는 플롯의 인과관계를 결정하고 개개의 사건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가 된다. 그러므로 캐릭터의 성격과 행동 없이 드라마 자체가 성립되기 어렵고, 근대 이후의 드라마는 어떤 의미에서 등장인물의 성격 변천사라고 평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6)

       3) ‘주제’로서의 캐릭터(Character as ‘Theme’)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The Poetics)에 따르면 극의 ‘주제(theme, 사상)’는 의식적으로 숙고하고 결정한 삶의 자세, 즉, ‘도덕적 철학 (moral- philosophy)’으로, 인간이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성적 견해나 시각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7) 이에 비해 캐릭터의 성격이란 사람의 행위를 결정하는 개별적 성질들을 뜻하므로, 사상만큼 의식적이거나 합리적인 것이 아닐 수 있다. 성격은 이상과 원칙에 부합하도록 단련된 것이라기보다는 감정적 대응으로부터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개별적 믿음과 도덕적 성질이 보편적 진리와 목적에 항상 부합할 수는 없는 탓에 행위자의 행동을 결정짓는 성격과 주제 역시 늘 일치할 수만은 없다.8)

    영화의 사건은 캐릭터가 지닌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이상과 ‘사회적’ 이고 ‘보편적’인 도덕적 기준이 충돌할 때 극적으로 표현될 수 있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프로타고니스트는 사회적 정의와 사상을 대변하는 인물로 그려지거나 그 반대의 인물로 설정되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작가가 드러내고자하는 주제적 진술을 담당하게 된다. 다시 말해, 스토리를 주도하는 주요 캐릭터가 일반적인 도덕 기준에서 ‘선인’이든 ‘악인’이든, 그(녀)가 목적을 추구하는 행위의 과정에서 충분히 변화를 시도할 수 있고, 설사 초반의 도덕적 설정이 극의 후반까지 변함이 없다하더라도 그(녀)의 욕망이 성취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결정하면서 작가는 자신이 의도하고자 했던 주제를 일관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주제는 스토리텔링의 모든 방면에서 캐릭터의 성격과 행동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누구의 시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야 하는가를 결정해야 하는 프로타고니스트 선별의 순간에도, 모든 사람들이 호감을 느끼고 감정 이입에 부담이 없는 선하고 아름다운 인물을 선택해, 갖은 고난과 역경을 겪으면서도 그의 가치를 지켜내는 것을 그려내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세상에 둘도 없는 악하고 통탄스런 인물이 자의로든 타의로든 변화를 겪으며 인생의 새로운 가치를 찾고 착한 인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드라마틱한 것인지, 또는 악인을 악인으로 남겨둔 채 세상의 이상에 맞서다 실패하게 만들어 결국 벌을 받는 내용으로 사회의 가치관에 부응하는 주제를 드러내는 것이 바람직한지, 마지막으로, 착하거나 평범한 주인공이 자신의 가치를 지키지 못하고 악인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부각시키며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결국 영화의 이야기는 이와 같은 네 가지 포맷을 위주로 형성된다는 가정 하에 작가가 가장 인상적이고 강렬한 엔딩과 주제의식을 표명하는 형식을 선택해야 하므로, 캐릭터는 주제 진술의 절대적 주체로서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

    따라서 주요 캐릭터의 선택과 성격 창조는 영화의 장르와 형식에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된다. <대부>(Mario Puzo’s The Godfather, 1972)와 같은 느와르(noire) 장르는 선인과 악인의 구별이 명확하지 않은 이야기 전개방식과 주제적 진술이 특징이므로, 어두운 세상에 저항하는 등장인물들의 고군분투를 목격하면서 관객이 자신들이 속한 세상에 대한 부조리에 눈을 뜨게 만드는 목적이 극의 중심에 선다. <레옹>(Leon, 1994)의 주인공 레옹은 순진하고 단순한 성격의 소유자로 ‘악의’를 찾아볼 수 없는 동정적 인물이지만, 그를 살아가게 하는 동력이 살인 청부업에서 나오므로, 그 무거운 죄의 굴레에서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다. 작가는 엔딩에서 레옹과 마틸다의 사랑을 통한 속죄를 택하지 않고 레옹의 죽음을 통한 단죄를 설정함으로써 ‘권선징악’의 미국적 마인드와 가치관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에 <스파이더맨>(Spider-Man, 2002)과 <아이언맨>(Iron Man, 2008) 등 수많은 액션영화들은 주인공들이 철이 없거나 평범한 인성의 소유자이고, 비록 얼떨결에 사회 정의의 수호자로 나서게 되는 상황에 처할지라도, 그들의 행위가 악을 물리치고 약한 사람들을 구하는 정당한 것이므로, 살인이 전제되어 있다 해도 해피엔딩의 결말을 취한다. 좀비영화와 같은 공포영화의 캐릭터는 그 공포의 원인을 제공한 자인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살아남거나 제거됨으로써 원죄 의식과 공포의 원형을 연결시키는 방법으로 주제의식을 전달한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호스텔>(Hostel, 2005)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팩스톤(Paxton, Jay Hernandez분)이 채식주의자로 설정된 것은 작가의 믿음과 사상의 근원을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예가 된다.

    이와 같이 영화의 캐릭터는 각 장르에 따라 주제를 전달하는 과정과 방식, 작가가 스토리텔링을 취하는 방향성을 반영한다. 작가는 영화의 형식에 맞춰 사회의 도덕적 기준에 위배되지 않는 플롯과 주제를 설정하고, 그 주제를 드러내기에 가장 효과적이고 인상적인 인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인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해 관객들 대신 행동하게 함으로써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믿음을 일관되게 진술하도록 조종하는 것이다.

       4) 영화 캐릭터의 특수성과 그 배경

    「시학」(Peri Poetikes)에서 ‘드라마’는 아름다운 언어로 구성된 행동의 모방이며, 모든 예술 행위 중 최고의 시적 미메시스(mimesis)로 정의된다. 이러한 드라마 형식을 대표하는 연극, 영화, TV 드라마는 모두 명확한 동기를 가지고 궁극적인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개성 있는 인간 행위의 모방을 보여준다. 그러나 각각의 제작 방식과 공유 환경이 다르므로 캐릭터들의 표현 양식에도 차이가 드러난다. 따라서 연극에 비해 창작 도구와 과정이 유사한 영화와 TV 드라마의 캐릭터 설정을 비교해보면 영화 캐릭터가 지니고 있는 특수한 속성과 그 배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캐릭터 창조에 있어 영화와 TV 드라마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작품의 상영 환경과 거기에 기인한 관객의 심리적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캐릭터를 통한 보편적 가치관의 증명과 대중의 공감에 대한 중요성은 TV 드라마에서 더욱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특정한 장소와 시간을 정해 상영되는 영화는 타깃 분명한 관객층을 대상으로 하지만, 영화에 비해 접근성이 훨씬 용이한 TV 드라마는 보다 다양한 계층과 연령대의 관객층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엄격한 도덕적 잣대에 휘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부 TV 드라마의 플롯이 관객의 요구와 희망에 따라 달라지고, 캐릭터와 인간관계가 개연성 없이 변질되는 경우도 여기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위와 같이, 텍스트 향유 방식의 차이는 TV 드라마에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구조적 특성을 부여했고, 이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제작과 상영 여건을 지닌 영화의 캐릭터는 플롯의 구성과 흐름을 유지시키는 ‘종속성’과 ‘유기성’면에서 차별화된 속성을 지니게 되었다. 현대 TV 드라마에서 캐릭터의 중요도가 플롯의 우위에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된 것은 저렴한 관람료를 주된 속성으로 지닌 TV에서 ‘연속극’이나 ‘시트콤’등의 기간제 ‘쇼’가 TV 드라마로서 대표성을 획득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시트콤은 캐릭터의 배경과 성격 창조에 중점을 두고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각 캐릭터가 반응하고 행동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에 이야기의 초점을 맞춘다. 영화의 내러티브가 이미 정해진 극의 엔딩을 향해 달려가는 캐릭터들의 유기적인 행동과 반응을 그려낸다면, 대다수의 TV 드라마는 던져진 환경에서 성장하고 사건을 변화시키는 캐릭터의 가변적인 행동들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수개월, 시즌제로 기획될 시 수년 동안 계속되는 TV 드라마 속 캐릭터는 정해진 플롯에 종속되기 보다 시청자의 호감도과 정서에 따라 변화하며, 이에 더해 사건과 결말까지 바꿀 수 있는 힘과 속성을 지니게 되었다. TV 드라마의 성공을 판가름하는 절대 지표인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캐릭터 자체가 플롯과 엔딩을 변화시키는 주된 동력이 된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제한된 시간 안에 스토리텔링이 진행되므로 관객이 직접 이야기에 개입하거나 이를 바꿀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플롯과 엔딩에 대한 관객의 반응을 프로덕션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없으므로 캐릭터가 플롯을 변화시키는 경우는 드물다.

    영화 캐릭터의 특수성을 논할 때, 플롯에 대한 ‘종속성’만큼 중요한 것이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침묵 속의 ‘복합성’이다. TV 드라마의 시청자들은 즉각적으로 수용되지 않는 스토리텔링이나 호감도가 떨어지는 캐릭터를 맞닥뜨리면 지체 없이 채널을 돌리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TV 드라마는 시대와 트렌드에 맞는 캐릭터를 창조하고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두기 위해 과도하게 친절한 카메라 워크와 산만할 정도로 속도감 있는 편집, 과장된 캐릭터의 감정 표현, 설명적인 모놀로그와 내레이션의 사용, 우연한 만남과 엿듣기 등 개연성이 떨어지는 세팅에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써 캐릭터의 복합성과 플롯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또한 일주일에 70분짜리 드라마 두 편을 제작해야 하는 시간상 절대적으로 열악한 제작 환경 때문에 일부 사전 제작이 이뤄지는 드라마나 단막극을 제외하면 이미지와 사운드를 독창적으로 활용한 실험적 시도를 찾아보기 힘들다.

    적절한 이미지와 사운드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TV 드라마의 주요 캐릭터들은 회상 장면이나 시점 쇼트에서조차 누구의 회상인지, 또 누구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것인지 모호하게 만드는 이미지 삽입 때문에 그 상황을 명료하게 전달하기 위해 불필요한 설명들을 늘어놓는 수다스러운 성격으로 설정될 수밖에 없다. TV 드라마에 비해 제작 시간이 유여(有餘)한 영화는 앵글과 구도와 색상을 미리 계획해 정확한 시점 쇼트와 회상 장면을 구성하기 때문에 그 장면 앞뒤로 연결되는 캐릭터의 무표정과 침묵조차 여러 가지 다른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대사’에 앞서 ‘이미지’로 캐릭터 행동의 동기와 결과를 전달할 수 있는 영화 언어의 특수성 때문에 잘 고안된 영화의 캐릭터는 말보다 인상적인 행동으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독창적인 인물로 묘사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화 캐릭터의 변별성은 과감한 ‘일탈성’에서 찾을 수 있다. 영화 <대부>의 ‘돈 코르네오네(Vito Corleone, 말론 브란도 분)’나 <택시 드라이버>의 ‘트래비스’는 사회의 질서를 지키고자 행동하는 고귀한 성품의 소유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기억되는 입지적 캐릭터다. 플롯도 중요하지만 캐릭터의 대중적 호감 도와 보편성이 떨어지면 흥행에 실패하는 TV 드라마에 비해 영화는 그 제작과 상영 환경이 주는 제한적 상황 덕분에 사회의 일반적 믿음에 저항하며 일탈을 시도하는 캐릭터를 창조하는데 보다 자유로울 수 있다. TV드라마 보다 비싼 관람료를 지불하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영화를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반 강제적 관람 환경에 처해 있으므로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을 수용하는데 다소 관대한 입장을 취하기 때문 이다. 캐릭터의 생소함이나 스토리의 난해함, 촬영과 편집의 느긋한 전환에 대처하는 관객들의 심리적 자세가 다르므로 영화의 캐릭터는 절제된 감정 표현을 우선시하고, 플롯의 흐름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건의 방향을 결정하는 유기체로 설정될 수 있는 것이다.

    4)Clerc J. M., Litterature et Cinema, Paris, Ed. Nathan, 1993, Robbe-Griller, A., Pour un Nouveau Roman, Paris, Ed. Nathan, 1963, 최낙환, 임아영, 「영화의 동감과 감정이입을 유발하는 캐릭터의 기능성 요인과 매력성 요인」, 산업경제연구 제24권 제1호, 2011, 541쪽 재인용.  5)허은희, “앞의 논문”, 93쪽 참조.  6)허은희, “앞의 논문”, 93쪽 참조.  7)“한편 성격은 행위자에게서 찾아낼 수 있는 일종의 도덕적 성질의 것, 즉, 사람됨을 의미하고, 주제(사상)는 행위자가 특별한 견해를 주장할 때 그들이 말하는 모든 것을 통해 드러나는 것, 혹은 일반적 믿음을 언급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Aristotle, The Poetics, Trans. Malcolm Heath, London: Penguin Books Ltd, 1996, 제 6 장 1450a 6 - 8.  8)허은희, “앞의 논문”, 89쪽 참조.

    3. 캐릭터 분석의 실제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제작에서 상영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특수한 환경이 영화의 텍스트와 캐릭터를 수용하는 관객의 반응과 태도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관객의 감정적 반응 중 대부분은 영화제작과 상영에 관련된 외적 환경보다 텍스트와 캐릭터가 주도하는 내적 구성요소에 의해 더 많은 통제를 받는다는 것이다. 슬픔, 기쁨, 분노, 즐거움, 배신감, 설레임, 긴장감 등 관객의 감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극적 요소들이 내러티브 형성을 주도하고, 이러한 감정적 요소들은 캐릭터를 통해 효과적으로 스크린 위에서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객은 캐릭터의 눈과 귀를 빌려 자신을 영화적 상황에 연결키시고, 시련을 극복하는 캐릭터를 통해 쾌감을 느끼며 카타르시스의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9) 다시 말해 캐릭터는 영화 내러티브의 전달자이자 감정반응의 동인으로 관객의 태도를 형성하고 영화의 대중적 성공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존재인 것이다.10)

    그러므로 흥행한 영화들을 분석해 보면 심오한 주제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만으로 성공요인을 설명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이야기의 내용을 전달하고 그것의 타당성을 느끼게 만드는 캐릭터가 없다면, 대다수의 관객은 그 영화가 무엇을 전달하는지 이해할 수 없고 쉽게 공감하지 못한다.11) 표면적으로는 영화 텍스트와 관객, 보다 궁극적으로는 영화 작가와 관객 사이를 연결하는 캐릭터의 역할은 그 캐릭터가 얼마나 역동적으로 설정되느냐에 따라 스토리텔링의 완성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영화 창작의 전 과정에서 그 존재의 이유와 행동의 개연성이 철저하게 검토되어야 한다.12) 다음에서 제시된 훈련들은 캐릭터의 성격과 행동에 기본적인 가치와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한 세부 작업들로, 기존에 활용되었던 기술적 방법들을 보완하거나 새롭게 발전시켜 정리한 것들이다.

       1) 캐릭터 인벤토리(CHARACTER INVENTORY)

    “관객에게 감동을 주거나 살아 있는 느낌을 주는 매력적인 캐릭터는 삶에서 일어나는 핵심 사건과 체험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13) 때문에 대부분의 작가들은 작가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들의 모습을 포장해서 캐릭터로 형상화한다. 작가의 직접적 경험이나 신중한 관찰과 분석을 통해 만들어지지 않은 캐릭터는 현실성이 떨어지고 동시대 관객들의 공감도 얻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택시 드라이버>의 ‘트래비스’, <살인의 추억>(봉준호 감독, 2003)의 ‘박두만’(송강호 분)과 같은 강렬한 캐릭터의 창조는 인물의 외적 조건과 환경, 나이, 성별, 신체 및 태도의 특징, 직업, 가족 관계, 경제력, 그리고 그가 가진 내적 세계를 구성하는 욕망, 심리상태, 감정, 사고는 물론, 그가 속한 사회의 시대적, 공간적 배경과 사회 구성원들의 집단 심리까지 철저하게 타진되어야만 가능하다.

    그러므로 작가는 캐릭터의 신체적 조건에서부터 사회적, 심리적, 도덕적 조건 등을 염두에 두고 각각의 캐릭터에 이러한 요소들을 차별적으로 부여함으로써 캐릭터 별로 특화된 성질과 태도를 창조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각 등장인물들은 유기적으로 살아 움직이며 각기 다른 즐거움을 제공하고 각자의 목적과 갈등 속에서 방황하는 개성 있는 생명체로 거듭날 수 있다. 시나리오 작가 앤드류 호튼(Andrew Horton)은 “영화 속 캐릭터를 형상화하는 일은 ‘과학적, 통계적’방법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며, 개별적 성격(personality)보다 더 다양한 것들에 기초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복합적인 캐릭터 창조를 위해 호튼이 제시한 ‘캐릭터 체크리스트’를 참고로 캐릭터 분석을 위한 인벤토리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재구성하면 <표 1>과 같다.14)

    [<표 1>] 캐릭터 인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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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 인벤토리

    캐릭터 인벤토리를 완성한 후에는 각 등장인물의 성질에 대한 종합적 평가를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적 리듬(personal rhythm)’, ‘조직성과 계획성(How well organized is the person?)’, ‘문제 해결 능력’ 등을 10점 만점으로 평가하고, 그 점수가 평균점(5점)을 기준으로 낮을 경우 확연한 수정과 보완이 필요한 캐릭터라는 것이 증명되고, 점수가 높을수록 프로타고니스트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캐릭터가 추구하는 가치와 사회 보편적 가치 사이에 많은 차이가 드러나고 자신이 생각하는 이미지와 타인이 수용하는 이미지에 모순이 클수록, 그 캐릭터가 원하는 것을 향해 가는 과정에 장애와 갈등의 요소가 다분하고, 목적을 위해 캐릭터가 희생해야 하는 것 또한 크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인벤토리의 각 항목들에 명확한 답변을 제시할 수 없다면 캐릭터 창조를 위한 준비과정이 부족했다는 것이며, 극의 구조에 이러한 캐릭터를 투입시킬 경우 관객들은 캐릭터에 동화 되기 힘들고, 사건들의 짜임새는 밋밋해지며 결과적으로 플롯이 약화 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극의 내러티브를 드라마틱하고 흥미롭게 만드는 영화의 캐릭터는 행동의 목적이 분명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장애와 갈등에 과감하게 맞서며, 인생의 단면을 집약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만큼 뚜렷한 개성과 복합적 성격의 소유자로, 극의 중반 이후에 작가에 의해 함부로 죽임을 당하거나 기억상실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이어야 한다. ‘캐릭터 인벤토리’는 인물 창조에 앞서 그들의 성향과 목표를 분석해 행동의 동기와 방향을 결정하는 구체적인 카테고리를 제시하여 능동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창조하도록 하는 필수 과정이다.

       2) 캐릭터에 의한 장면 분석과 역할 창조

    캐릭터 인벤토리를 통한 인물의 내적, 외적 환경 분석이 이뤄진 후에는 관객의 눈과 귀를 대변하는 프로타고니스트의 존재가 어떻게 이러한 환경과 사건, 혹은 그(녀)의 목적에 방해가 되는 장애와 안타고니스트(antagonist, 방해자 혹은 적대적 인물)에 반응하는지를 세팅하기 위해 대사와 장면을 배치하고 분석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이것은 캐릭터들의 행동과 반응에서 유발된 갈등이 새로운 사건 발발에 주요한 원인과 동기를 제공하는 구체적인 상황과 조건을 조성하는 작업이다.

    <그림 1>에서 제시한 캐릭터 분석 항목들은 캐릭터 인벤토리를 바탕으로 드라마틱한 사건을 구성하는 캐릭터의 행동 창조를 위해 세부적인 장애와 목적들을 설정하고, 그것들이 유래된 캐릭터의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보완해줌으로써 캐릭터 형성의 주된 배경들을 건설하기 위한 분석이다. 이와 같은 캐릭터 분석이 완료되면 장면 별, 사건 별로 캐릭터가 처한 상황과 사회적 지위를 파악하고 긴박한 문제들에 직면했을 때 캐릭터가 그것을 해결해가는 방법과 태도가 적절하고 개연성 있게 고안됐는지 살펴야 한다. 이것은 다른 인물과의 관계와 갈등 구조 속에서 유기적으로 표현되어야 하며, 주요 캐릭터의 성격과 행동의 결과가 후속 사건을 이끌어내지 못할 정도로 소극적이거나 피상적이라면 즉각적인 캐릭터 수정이 이뤄져야 한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클라이맥스인 터널장면을 <그림 1>에 근거해 분석해 보면 잘 정립된 캐릭터가 어떻게 사건 발발에 필연성을 제공하고 그 결과에 따른 책임으로 다음 사건을 견인하는지 알 수 있으며, 이들에게 주어진 소품과 주변 환경, 즉, 사건 발생 상황과 장소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캐릭터 간의 갈등을 고조시킬 수 있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사건 발생 상황과 장소] 이 장면의 주된 사건(상황)은 살인 용의자 박현규(박해일 분)와 그를 연쇄 살인범이라고 믿는 서태윤(김상경 분) 형사, 박현규의 체포를 망설이는 박두만형사가 대치하고 있는 것이고, 사건이 벌어지는 때와 장소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오후, 기차가 언제 지나갈지 모르는 터널 앞이다.

    [캐릭터의 현재 위치] 등장인물들은 모두 세 명으로, 과학적인 수사를 지향하는 형사 서태윤(김상경 분), 본능적 감각과 연륜을 앞세운 수사 방식을 고집하는 형사 박두만(송강호 분)과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공장 노동자 박현규다. 태윤과 두만은 지금 자신의 수사 방식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운 상황이고, 현규는 총으로 위협하며 살인을 자백하라는 형사들 앞에서 침착함을 잃고 위태로워 보인다.

    [캐릭터 간 관계와 갈등 구조] 이 장면은 결말로 넘어가기 위해 필수적으로 존재해야 하는 의무 장면(obligatory scene)으로 캐릭터 간 갈등 구조가 사건을 구성하는 핵심 포인트가 된다. 연쇄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동안 냉철한 분석가의 모습을 보였던 태윤은 안면이 있는 여학생이 살해당한 후 이성을 잃어가며, 명확한 증거도 없이 현규가 살인범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와 반대로 그동안 자신의 감을 믿고 수사에 임하면서 사사건건 태윤과 부딪혀 온 박두만은 이번만큼은 현규의 눈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살인범이라는 감이 오지 않는다. 외적인 갈등은 현규의 처단을 놓고 벌이는 두 형사의 물리적 몸싸움과 이들 사이에서 저항하는 현규의 몸부림이지만, 이 장면이 잘 짜인 드라마적 요소를 갖추고 있는 이유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 모습에서의 괴리감에 괴로워하는 형사 두 명의 내적 갈등이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규 또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자백’이냐 ‘부인’이냐를 놓고 심한 내적 갈등을 겪고 있다.

    이들 세 사람의 내적, 외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소품과 환경 세팅 또한 돋보이는데, 태윤과 현규, 태윤과 두만의 물리적, 정신적 갈등의 매개가 되는 ‘권총’과 ‘유전자 감식 결과 보고서, 그리고 중요한 순간세 사람의 시야를 흐리게 만드는 ‘비(雨)’가 여기에 해당된다. 태윤은 범인 취조 과정에서 확실한 분석과 증거 없이 행해지는 신체적 고문을 혐오해왔으나, 현규를 상대로 그보다 심한 폭력을 행사하며 유전자 감식 결과를 확인한 후에도 현규에게 총격을 가한다. 이 과정에서 권총은 태윤의 내적 갈등이 외적 갈등으로 표출되는 순간을 구현하고, 기차바퀴에 무참히 으스러지는 유전자 감식서는 결국 자신의 신념과 믿음을 저버린 두 형사가 필연적으로 이 사건의 결과에 책임을 지게될 것이라는 복선으로 사용된다. 이들은 모두 형사와 살인 용의자라는 캐릭터들에 부합하는 세부적 소품으로, 캐릭터 간에 갈등의 원인과 폭발 과정, 그 결과를 현실화시키는 장애 요소로 설정되어 있다.

    [캐릭터의 대사 행동, 그리고 내면의 진심] “밥은 먹고 다니냐?”는 송강호의 대사는 실제 시나리오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두만이 현규를 뚫어져라 응시해도 범행의 실마리를 얻을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 믿어왔던 수사관으로서의 감과 촉이 흔들리고, 거기에 절망하는 인물 내면의 심리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태윤은 본능적 수사를 추구하는 두만과 같은 캐릭터로 설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전자 감식 보고서를 확인한 후 툭 떨어지는 그의 눈물은 통렬한 절망감을 전달하고, 이성을 잃은 그의 난폭함은 더욱 안타깝고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살인의 추억>의 터널장면은 캐릭터들의 외적 갈등과 내적 갈등, 과거와 현재, 캐릭터의 심리를 반영하는 소품과 환경을 모두 결집시킨 완성도 높은 장면으로, 이전까지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조금씩 변화를 겪어 온 캐릭터들의 성격과 행동이 극 후반에 이르러 최고조의 갈등을 유발하고 이에 반응하는 그들의 행동에 개연성과 아이러니를 동시에 부여하고 있다. 태윤은 기존의 신념을 배반하는 자신의 현재 행위 때문에 더욱 공격적이 되며 두만 역시 자신의 신조를 지켜내지 못한 낭패감에 체념하듯 현규를 풀어준다. 현규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표출 했던 침착함과 냉소적 대응에 강력한 도전을 받아 당황했으나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벗어나며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연장시킨다. 이 장면에서 캐릭터들의 행동은 과거 그들의 행태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구체성과 설득력을 지니며, 다음 사건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한 적극성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이 캐릭터 창조는 사건의 원인과 그 결과, 사건 속에 배치된 소품과 장애 요소를 결정하는 주된 동력이 되므로, 각 장면에서 이들의 행동과 대사가 적절하게 구현되고 있는지, 또 각 사건들을 통해 납득할만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지 분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잘 짜인 드라마에서 주된 목적을 향한 캐릭터의 행동은 환경적 장애나 인간적 저항을 겪으며 갈등을 유발하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또 다른 사건들에 반응하면서 끊임없이 변한다. 때문에 영화 속 캐릭터는 변화의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고정된 성격을 항상적으로 나타내는 정적이며 전형적인 인물이 아니라, 그 인물의 인생에 커다란 전환의 계기가 되는 중요한 체험을 통해 극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15)

    그러므로 캐릭터는 ‘존재의 정체적 상태’가 아니라 ‘생성의 역동적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캐릭터는 그 안에 수많은 ‘목소리들’을 지닌 존재로, 그 목소리들은 각각 고유한 역사와 욕구, 취향, 한계, 쾌락, 리듬 등을 갖는다. 이처럼 캐릭터가 변화하는 역동적 과정을 ‘카니발성(the carnivalesque)’라 하는데, 프로타고니스트는 쉽게 해결할 수 없고 때때로 서로 모순되는 정신적 선택들에 직면하고 대응하면서 변화를 거듭하는 카니발적 캐릭터이어야 한다.16) 캐릭터 분석을 통한 장면과 스토리 분석은 영화 스토리텔링의 전개에서 관객의 감정 이입에 방해가 되는 전형적인 인물 설정을 피하고 관객을 대신해 매 순간 살아 움직이며 다양한 목소리와 리듬을 표출해 낼 수 있는 ‘카니발적 캐릭터’를 창조하는데 실용적인 작업이다. 이것은 촘촘한 사건 구성에 필요한 등장인물들의 유기적 관계를 도식화하는 ‘등장인물 관계도’작성을 통해 실효성과 효율성이 강화될 수 있다.

       3) 등장인물 관계도

    등장인물 관계도 작성은 작품 구상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후반 작업까지 영화의 스토리텔링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작업 중 하나이다. 이것은 작가가 시나리오 창작을 시작해 퇴고하는 과정까지 인물의 비중을 조절하고 프로타고니스트와 안타고니스트 주변의 인물 들을 첨가, 또는 제거하는데 효과적인 지침이 된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 주요 사건들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캐릭터를 생동적으로 묘사하고 불필요한 사건들을 정리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등장인물 관계도의 가장 큰 기능은 욕망과 장애, 여기에서 비롯된 갈등과 드라마틱 아이러니, 이에 대한 발견을 통한 변화에 이르기까지 영화 내러티브의 극적 구성 요소들이 캐릭터의 욕망과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행동에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검토하는데 실용적이다.

    유진 오닐(Eugene O’Neill)의 『느릅나무 밑의 욕망』(Desire under the Elms)은 학생 들이 인물 관계도를 작성하는데 가장 어려워하는 작품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농장(땅)’으로 집약된 등장인물들의 집요한 욕망과 그것을 향한 그릇된 행동, 거기에서 비롯된 캐릭터의 필연적 변화와 비극적 결말의 사례를 연구할 수 있는 모범적 작품이 다. <그림 2>에서 제시된 서사의 구성요소들이 주요 등장인물들인 캐버트(Cabot)와 애비(Abbie), 에번(Eben)의 행동을 창조하고 그들의 관계를 형성하는데 결정적 요인들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캐버트는 오직 자신의 ‘땅’을 지키기 위해 아들을 필요로 하지만(욕망), 그 아들들이 성장해 자신의 땅을 빼앗을 거라는 위협을 느끼자(장애와 갈등) 새로운 아내를 구하고 또 다른 아들의 탄생을 갈구한다(필요). 그러나 결국 그 탐욕은 세 아들은 물론 자신과 애비의 핏줄이라 믿었던 아기마저 잃게 만든다(드라마틱 아이러니와 발견). 에번은 자신의 어머니의 유산인 ‘땅’을 아버지 캐버트로부터 되찾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지만(욕망), 캐버트가 네 번째 부인으로 데려 온애비에게 사랑을 느끼면서(장애와 갈등)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땅’도 ‘아기’도 아닌 ‘애비’라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닫는다(깨달음과 변화). 애비 역시 캐버트의 ‘땅’을 소유하기 위해 아들을 낳아준다는 약속을 하고 늙은 캐버트를 따라 농장으로 오지만(욕망), 젊고 반항적 이며 우수에 찬 에번에게 사랑을 느끼고(장애와 갈등) 마지막 선택의 순간 자신이 원하는 것이 에번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모든 비극의 원인이라고 생각한 자신과 에번의 아기를 죽인다(드라마틱 아이러니와 변화). 세 등장인물들은 모두 ‘땅’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행동하면서 관계를 형성하지만 종국에는 그것이 진실한 자신의 욕망이 아니었음을 발견하며 비극적 결말을 맞는다.

    애비가 에번과의 사랑을 지속시키는데 장애물이라고 여긴 ‘아기’는 그들이 초반에 욕망했던 ‘땅’의 화신이자 허망하고 그릇된 욕망의 산실이므로 일반적인 믿음을 지켜야 하는 극의 구조상 제거될 수밖에 없다. 또한 주요 캐릭터들이 욕망을 추구하는 행동은 도덕적으로 치명적 결함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사회 보편적 질서를 위반함으로써 그 죗값을 치르도록 설정되어 있다.

    영화의 스토리텔링은 행동과 반응의 미학이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캐릭터의 행동이 장애 요소를 만나 갈등이 생성되고, 이러한 갈등에 대처하는 캐릭터의 반응은 다음 사건을 이끌어 내게 된다. 이러한 사건들이 연쇄적으로 상호 작용하는 동안 캐릭터는 자신이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깨달음을 얻으면서 극 초반과는 다른 인물로 변화하거나 소멸된다. 캐릭터가 진화하거나 변모하는 모든 과정은 캐릭터의 행동을 보여주는 영화의 시청각적 이미지로 구현되고, 함축적이고 간결한 대사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그림 2>의 좌측에 제시된 극적 구성요소들은 캐릭터가 경험해야 하는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다른 인물과의 관계를 형성하는데 필연적으로 작용해야 하며, 캐릭터의 욕망과 목적, 그것을 위한 요구 조건들에 집약되어 극의 흐름을 이끌어가야 한다. ‘인물관계도’는 이러한 치명적 욕망을 바탕으로 인물들의 행동에 방향성을 제시하고, 그 행동에 영향을 받는 인물들의 관계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9)Wittebole, J. H.(2004), The soap opera paradigm: television programming and corporate priorities, Rowman and Littlefield Publishers, Inc, UK. 참조.  10)Shapiro, M. E. and T. Biggers(1987), “Emotion-eliciting Qualities in Motion Picture Viewing Situation and Audience Evaluation,” In Austin. B. A.(ed), Current Research in Film, Audiences, Economics and Law, New York, Albex publishing Corporation, p. 1-11 참조.  11)최낙환, 임아영, 「영화의 동감과 감정이입을 유발하는 캐릭터의 기능성 요인과 매력성 요인」, 『산업경제연구』 제24권 제1호, 2011, 541쪽.  12)본 논문에서 말하는 캐릭터의 ‘역동성’이란 관객이 자신을 대신해 캐릭터가 행동하고 있다고 믿을 수 있을 정도로 대중적인 공감과 몰입을 이끌어 내는 인물로, 행동의 적극성을 의미하는 것이기 보다는 행동의 ‘진정성’을 의미한다.  13)Robert R. and Paul T. Costa, Jr., “Reinterpreting the Myers-Briggs Type Indicator From the Perspective of the Big-Five Model of Personality.” Journal of Persoanlity 57.1, 1998, p. 34 참조.  14)앤드류 호튼(Andrew Horton), 『캐릭터 중심의 시나리오 쓰기』, 주영상 역, 한나래, 2000, 139-142쪽.  15)정경훈, 「디지털 영화미학의 응용적 연구: 캐릭터, 성격, 얼굴, 그리고 얼굴영상생성모델」, 『문학과 영상』, 2009, 788쪽 참조.  16)Robert R. and Paul T. Costa, Jr., “op. cit”, pp.27-30 참조.

    4. 결론

    영화의 캐릭터는 그 성격과 행동으로 사건을 구성하는 ‘스토리의 최소 단위’이며, 작가의 주제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메신저’이고, 관객의 입장에서 사건을 목격하게 만드는 관객의 ‘눈’과 ‘귀’가 된다. 그러므로 영화의 캐릭터는 내러티브 전개의 주체이자 플로팅 자체라 할 수 있을 만큼 극의 구조와 관객의 반응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나아가서 극 전체의 주제 전달과 그것의 표출 방식, 장르를 결정하게 된다. 이미지와 사운드의 정교한 활용으로 캐릭터의 행동과 플롯의 흐름을 전달하는 영화 언어의 스토리텔링 방식, 그리고 이러한 스토리텔링을 공유하는 상영 환경의 특수성 때문에 영화의 캐릭터 창조는 다른 매체에 비해 설명적으로 묘사되는 것을 피하고 보다 섬세한 감정 표현과 개연성 있는 성격의 변화를 드러내는데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말’보다는 체계적으로 계획된 ‘행동’에 의해 인물의 감정과 배경을 노출시킬 수 있는 캐릭터를 고안하기 위해서는 캐릭터 창조 준비 단계에서 캐릭터의 물리적, 정신적 환경을 철저하게 분석하는 ‘캐릭터 인벤토리’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시나리오를 완성한 후에도 캐릭터 인벤토리를 통한 캐릭터 분석은 불필요하게 첨가된 에피소드들을 적출하거나 극의 흐름에 치명적임에도 불구하고 생략되어 있는 사건들을 첨가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캐릭터 인벤토리를 위주로 한 드라마의 ‘장면과 스토리 분석’은 각 장면 별 사건 별로 캐릭터의 충분한 동기가 반영된 행동들이 사건을 형성하고 있는지 검토할 수 있게 하고 이러한 행동들을 뒷받침하는 캐릭터의 구체적인 뒷이야기(back-story)와 배경을 설정하는데 효과적이다.

    이와 더불어, 사건을 구성하는 캐릭터의 행동이 과연 그(녀)의 목적에 부합하고 있는지 검토하는 과정에서 ‘인물관계도’를 작성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인물관계도’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캐릭터의 행동이 장애 요소를 만나 갈등을 유발하고, 이러한 갈등에 대처하는 캐릭터들의 반응이 다음 사건을 생성해내는 내러티브 전개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플롯을 구성하는 각각의 사건 속에서 캐릭터의 욕망과 목적, 그것을 위한 요구 조건들이 집약되어 인물간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 확인하는데 도움을 준다. ‘인물관계도’는 각 캐릭터의 욕망을 바탕으로 한 그(녀)의 행동에 방향성을 제시하고, 그 행동에 영향을 받는 인물들의 관계를 개연성 있게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가이드 역할을 한다.

    본문에 제시된 일련의 기술적 훈련들은 ‘이미지’와 ‘사운드’를 적극 활용한 ‘행동’과 ‘반응’의 인상적인 표현을 미학으로 하는 영화 스토리텔링에서 관객의 몰입에 방해가 되는 전형적이며 식상한 캐릭터 창조를 피하고 관객들의 ‘눈’과 ‘귀’를 대신해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를 창조하기 위해 고안된 작업들이다. 이러한 작업들이 영화의 내러티브 전달과 수행의 주체로서 플롯에 진정성과 생명력을 부여 하는 캐릭터의 주된 기능과 본질을 이해하고, 관객에게 경험적 이미지와 판타지를 제공할 수 있는 실질적 캐릭터 창조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이에 관한 후속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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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표 1> ]  캐릭터 인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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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림 1> ]  캐릭터 분석을 통한 장면 및 스토리 분석
    캐릭터 분석을 통한 장면 및 스토리 분석
  • [ <그림 2> ]  『느릅나무 밑의 욕망』의 인물 관계도
    『느릅나무 밑의 욕망』의 인물 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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