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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유럽의 이민자통합정책과 시민권의 재구성 Immigrant integration and reconfiguration of citizenship in Europe
  • 비영리 CC BY-NC
ABSTRACT

네덜란드에서 시작한 시민통합정책은 2000년대 들어 유럽연합과 회원국으로 확산되어 ‘다문화주의에서 통합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왔다. 이것은 유럽 국가들의 이민정책의 변화만 아니라 시민권 개혁을 의미한다. 유럽국가들은 이민자통합정책을 통해 국적취득을 이주자의 감성적 소속감과 국민정체성과 연계하여 사회응집을 꾀하고, 민족적 동일성을 유지코자 한다. 이러면서, 시민권제도의 자유화로 인해 과거에는 자산으로 여겨지던 이중시민권이 이제는 오히려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약화시키고 국가안보를 해치는 요소로 여겨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국가중심의 시민권이 탈민족주의의 국제인권 담론을 대치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1990년대 탈민족주의가 성장하던 때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유럽에서 다문화주의를 표방하던 대표적 국가인 네덜란드와 영국의 이민자통합정책을 살펴봄으로써 이 두 국가에서 이주자 시민권이 어떻게 재구성되는지를 고찰하고자 한다.


In the 2000s the EU and its member states introduced immigrant integration policies, which was first implemented in the Netherlands. This actually shifted from multiculturalism to integration. The shift presents not only changes in immigration policies but also a citizenship reform. Through immigrant integration the states have made a linkage between citizenship and national identity in order to intensify social cohesion. In doing so, once perceived as an asset, dual citizenship is seen as a threat in terms of polluting loyalty to a nation-state and weakening national security. In this situation, nation-centered citizenship has been reasserted although it dose not replace the post-nationalist thesis: international human rights. The paper therefore examines the ways in which the Netherlands and the UK, previously known as multicultural countries, reconfigure citizenship for migrants by looking at their development of immigrant integration policies.

KEYWORD
다문화주의 , 통합 , 시민권 , 이주자 , 사회응집 , 국민정체성 , 소속감 , 민족주의 , 탈민족주의 , 국제인권
  • 1. 서론

    지난 20여 년간 대륙을 횡단하는 대량의 인구이동인 국제이주가 급속하게 진행되었다. 이 같은 국제적 인구이동에 맞추어 1990년대는 이주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문화적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는 다문화주의가 네덜란드와 영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실행되었다. 그리고 이런 흐름에 따라 시민권제도의 자유화도 이루어져 이주자가 수용국의 국적을 취득하기도 용이해졌고, 이중시민권을 가질 수 있게도 되었다(Joppke, 2008). 또한 개별국가 차원만이 아니라 국제적 차원의 거버넌스도 확장되어, 이주자를 둘러싼 초국가적 시민권과 코스모폴리탄 시민권(cosmopolitan citizenship)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졌다(c.f. Soysal, 1994: 2012; Isin and Wood, 1999; Isin and Turner, 2003; Morris, 2010). 이 당시 탈민족주의(post-nationalism)의 초국가적 정체성과 소속감, 그리고 국제인권에 대한 담론이 널리 확산되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미국과 유럽에서 이슬람교도들의 테러, 정치인 암살, 폭동 등으로 사회적 소요가 일어나자 다문화주의의 실패가 공공연히 언급되었다. 특히 보수주의자들은 다문화주의가 분리주의를 생성하여 국민정체성과 문화적 동질성을 훼손시킨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였다(Korteweg and Triadafilopoulos, 2013; Kostakopoulou, 2010; Yuval-Davis, 2007). 이런 가운데, 유럽 여러 국가들은 사회응집(social cohesion)을 위한 이민자통합정책을 도입하여 이민을 관리하고 규제하면서 신동화주의가 힘을 얻기 시작하였다(Kofman, 2005). 그리고 이들 국가들은 이민자통합정책을 통해 이주자들이 입국하여 거주할 수 있는 조건을 이들이 이행해야 할 의무와 국민정체성으로까지 연동하였다. 이렇게 이민규제와 통제가 강화되면서 과거 자산으로 여겨지던 이중시민권은 이제는 오히려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약화시키고 국가안보를 해치는 요소로 여겨진다(Isin and Turner, 2007: pp.10-12).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국가중심의 시민권이 탈민족주의의 국제인권 담론을 대치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1990년대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본 논문은 네덜란드와 영국의 이민자통합정책을 살펴봄으로써 이 두 국가에서 이주자 시민권이 국민국가를 중심으로 어떻게 재구성되는지를 고찰하고자 한다. 네덜란드와 영국은 유럽에서 다문화주의를 표방한 대표적인 국가였기 때문에, 이 두 국가의 다문화주의에서 시민통합으로의 전환 그 자체가 함의하는 바가 크다. 이 두 국가의 시민통합과 시민권 재구성을 고찰하기 위해, 우선 유럽연합의 이민자통합정책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는 비록 각 국가마다 구체적인 정책에서는 차이가 있을지라도 큰 맥락에서는 유럽연합의 이민자통합정책에 따른 집중성과 유사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는 유럽연합의 이민자통합정책의 시발점이 된 네덜란드의 시민통합정책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살펴보고, 이어서 영국 사례를 살펴본다. 그리고 다음은, 네덜란드와 영국의 시민통합정책의 유사성과 차이를 논의한다. 마지막으로는 시민통합 문제가 최종적으로 천착하는 지점인 이주자 시민권이 신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communitarianism) 가치 속에서 어떻게 재구성되지를 고찰한다.

    2. 유럽연합의 이민자통합정책

    유럽연합은 2004년 ‘이민자통합에 대한 공동기본원칙(European Council agreement on common basic principles on immigrant integration)’을 채택하여, 회원국들이 이에 따른 이민에 대한 대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하였다. 유럽연합의 ‘이민자통합에 대한 공동기본원칙’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통합을 이민자들과 이들을 수용하는 국가 간의 쌍방적인 상호작용으로 정의한다. 이에 따라서 수용국은 이주자들이 정치, 경제, 사회적 영역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만들고, 이주자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가 수용국 사회에 적응토록 한다. 둘째, 이주자들은 유럽연합의 기본적 가치인 자유, 민주주의, 인권을 수용하고, 이와 함께 수용국의 법질서를 존중토록 한다. 셋째, 노동시장참여는 이민자통합의 중요 요소 중의 하나이고, 이주자의 노동시장참여는 수용국에 대한 기여다. 노동시장참여가 사회포용(social inclusion)의 전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녀를 불문하고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필수적 있다. 마지막으로, 수용국의 언어, 역사, 제도를 익히는 것은 이주자 개개인이 수용국 사회에 성공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주요 방편이다.

    ‘이민자통합에 대한 공동기본원칙’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통합이라는 용어가 이 문서에 전면적으로 대두하면서, 이것이 다양성과 차이에 대한 인정을 강조하는 다문화주의를 대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변화가 함의하는 바는, 차이의 정치(Politics of difference)가 점차적으로 퇴보하고 있고, 대신에 국가와 민족을 강조하는 감성적 소속감과 국민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사회응집이 전면에 등장한다는 것이다. 다문화주의로 부터의 이 같은 후퇴로 인해 다른 문화에 대한 인정(cultural recognition)이 축소되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유럽연합의 ‘이민자통합에 대한 공동기본원칙’은 이주자들에게 있어 중요한 종교적 행위와 관습은 유럽연합의 인권법과 수용국의 국내법을 어기지 않는 한에서 허용한다(EU, 2004: 23). 그리고 이주자들의 종교적 행위와 관습이 성평등과 아동의 이해와 권리를 침해할 때는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데, 이것은 최근 유럽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슬람교도들과의 통합의 어려움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노동시장참여와 관련해서는, 유럽연합은 이주자들의 노동시장참여가 수용국에 대한 공헌이라는 수사를 통해 일과 복지(workfare)의 연계성을 강조한다. 이것은 유럽연합이 2000년도에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 수립한 ‘리스본전략 (Lisbon Strategy 2000)’과도 무관하지 않다. 리스본전략은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로 숙련되고 유연성 있는 노동력을 양성하여 급속히 변화하는 노동시장에 경쟁력 있고 숙련된 인력을 공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전략은 사회정책에도 반영되어, 기존의 ‘사회적 공급(social provision)’중심의 복지국가에서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investment in human capital)를 핵심으로 하는 사회투자(social investment)로의 패러다임 전환에도 영향을 미쳤다(Taylor-Gooby, 2008; Lister, 2006). Taylor-Gooby(2008)와 같은 학자들이 복지국가의 발전에 세 번째 단계에 해당한다고 보는 사회투자접근법은 국제시장에서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므로, 국가는 기존의 수동적 복지제공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시민 스스로가 책임감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역점을 둔다. 이것은 사회급여에 대한 접근성 즉, 사회권의 실현이 노동시장참여를 전제로 한다는 것을 의미이기도 하다. 유럽 전반에 걸쳐 이주자들과 그 자녀 세대의 실업과 복지의존성이 사회적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과 복지의 연계는 이민자통합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일과 복지를 연계한 이주자들의 사회경제적 통합은 자립과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이들이 복지의존성에서 벗어나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이민자통합에 대한 공동기본원칙’의 네 번째 특성인 이주자들의 수용국 언어, 역사, 제도 습득은 각국에서‒네덜란드, 영국, 덴마크,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시민통합(civic integration) 프로그램의 도입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민통합 프로그램의 주요한 특징은 무엇보다도 수용국 언어, 역사, 제도의 습득을 이주자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국가로 이주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와 같은 강제적 성격을 가진다는 점이다.

    유럽연합의 이와 같은 ‘다문화주의에서 통합으로’(from multiculturalism to integration)의 패러다임 전환은 표면상으로는 회원국들의 이민정책의 변화를 제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개별 회원국 수준에서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이민관리 및 규제의 문제만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시민권 개혁과 사회정책의 변화를 암시한다.

    3. 네덜란드의 이민자통합정책

       1) 소수종족정책

    네덜란드는 1960년대부터 모로코, 터키 및 과거 식민지국가인 수리남 등에서 손님노동자(guestworker)를 임시로 유입하였으나, 이들의 장기체류와 본국에 있던 다른 가족구성원들과의 재결합(family reunion)으로 이주자 인구가 증가하였다. 그에 따라, 1980년대에는 이들은 더 이상 네덜란드에 임시적으로 거주하는 외국인이 아니라 영구 거주하는 이주민으로 취급되기 시작하였다(Regout, 2011: pp.17-19). 이에 맞추어, 네덜란드 정부는 소수종족정책 (Ethnic Minority Policy, EM)을 도입하여 이주자들이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주변화되는 것을 예방하고자 하였다. 이 정책은 다원주의적(pluralist) 관점에서 소수종족의 사회경제적 평등, 문화와 종교 간의 형평성, 해방(emancipation)에 방점을 두어 이주자들이 정치적 영역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 참여할 것을 권장하였다(Korteweg and Triadafilopoulos, 2013). 이러한 정책적 접근은 이해집단들이 집단 간 합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해 온 네덜란드 사회의 지주화(pillarisation)에 기반을 둔 것이다(설 동훈 ․ 이병하, 2013).

    Scholten(2011)에 따르면, 1980년대 당시 네덜란드의 소수종족정책은 다문화주의와 보편주의의 요소를 함께 가지고 있었다. 즉,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내국인과 이주자 간에 상호적응을 하는 다문화주의가 한 축을 이룬다. 그리고 다른 한 축은 서로 다른 문화의 인정을 통한 소수종족 특히, 이슬람교의 구습으로부터 사회문화적 해방을 꾀하고 차별을 철폐하여 평등의 원칙에서 이주자 개개인이 네덜란드 사회에 온전히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보편주의이다. 이러한 두 축은 집단으로서의 이주자와 개인으로서의 이주자 모두에 초점을 두는 네덜란드의 다문화주의를 형성하였다. 이런 가운데, 차별금지법도 강화되고 국적법에도 속지주의의 요소가 첨가되어 이주자와 그 자녀들이 네덜란드 국적을 얻기가 수월해졌다(Regout, 2011: pp.17-19; Ersanilli and Koopman, 2010: pp.778-779). 이 시기에는 또한, 소수민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 역시 확장되었다. 그 예로 이주자들의 언어로 미디어 방송을 한다거나 특정 종교가 주관하는 학교를 설립하는 것이 허용되었다(고상두, 2012). 그리고 이 때 국가의 역할은 이 같은 활동에 개입하는 것보다는 이들이 문화적 다양성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제한되었다. 정부의 이러한 제한 역할과 함께 소수민족들 역시 네덜란드 사회에서 지켜야 할 원칙이 존재하였는데, 이는 자신의 언어로만으로 구성된 특정 미디어 프로그램을 개설하거나 학교를 설립할 경우에 소수종족정책의 기본 이념인 평등과 해방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1980년대 말에 소수종족정책의 효과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특히, 이 정책은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한 교육을 통해 이주자들과 그 자녀세대들의 노동시장참여가 더욱 활발해질 것을 기대하였으나, 결과는 오히려 그 반대라는 평가가 나왔다. 즉, 문화적 다양성의 인정을 통해 이주자들과 그 자녀들이 더 나아진 교육의 기회를 통해 질적으로 더 향상된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라던 소수종족정책이 오히려 이를 저해하고, 분파와 분리주의를 양성한다는 것이었다(Joppke, 2004). 이주자 자녀들의 학교 자퇴율이 내국인 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실업율도 높고 국가에 대한 복지의존성도 높아 소수종족이 사회의 최하층(underclass)을 이룬다는 것 역시 지적되었다(Duyvendak et al, 2005). 이에 더해, 일부 정치인들은 이슬람교도들이 네덜란드 국민정체성과 문화적 동질성을 약화시켜 사회를 혼란케 하고(장 붕익, 2012), 심지어는 자유민주주의에도 위협을 가한다고 주장하였다.

       2) 이민자통합정책

    위와 같이 소수종족정책의 효과성 여부에 대한 문제가 정치권에서 전면적으로 부각되자 1990년대에 접어들어 네덜란드 정부는 이주자 문제를 사회문화적 영역보다는 사회경제적 영역에서 더 많이 다루게 되었다(Scholpten, 2011:pp.135-180). 이에 따라, 구습으로부터의 집단 해방(collective emancipation)에 집중하던 소수종족정책은 경제참여를 강조하는 정책으로 옮겨가기 시작하였다(Joppke, 2007; 2004). 이 새로운 정책 담론에서는 이주자들과 그 자녀세대들의 사회경제적 영역인 노동시장참여, 교육, 복지국가에 집중하면서, 이들 세 영역이 결합하는 시민권의 개념도 더불어 등장하였다(Duyvendak et al, 2005; Schinkel and van Houdt, 2010:pp.709-708). 시민권 개념이 등장하면서 이주자를 집단보다는 개인으로 간주하는 보편주의적 접근이 이 시기에 강화되었다(Scholten, 2011:pp.74-79; Joppke, 2004: 248).

    이러한 정책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말부터 다문화주의의 효과성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깊어가서 다문화주의는 실패하였다는 말이 정치권에서 공공연하게 언급되었다. Joppke은 이를 두고 “사회경제적 통합의 실패가 다문화주의의 그림자로 나타났다”고 평한다(2007: 5). 이런 상황에서 1998년 ‘이민자통합법(Wet Inburgering Neiuwkomers)’이 도입되었다. 이 법은 새로이 이주해 온 자는 네덜란드어, 시민교육, 노동시장참가 준비 등을 포함하여 12개월 동안 총 600시간의 시민통합 교육을 받을 것을 규정하였다. 이 법이 도입될 당시에는 이민자들의 노동시장참여와 네덜란드어 습득을 돕기 위해서 국가에서 무료로 이 서비스를 제공하였다(Joppke, 2007: 7).

    그러나 2002년 이주자들의 부정적인 면을 역설하던 정치가 핌 포르퇴인(Pim Fortuyn)과 2004년 영화제작자 테오 판 호흐(Theo van Gogh)가 암살되면서 이민자통합정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였다. 2006년 ‘해외시민통합에 관한 법률(Wet Inburgering Buitenland)’과 2007년 ‘시민통합법(Wet Inburgering)’을 도입하여 이주자들이 ‘네덜란드국가 가치와 규범(Dutch values and norms)’을 익히고 준수할 것을 강제하는 ‘신통합정책 (Integration policy new style)'을 실행하였다(Regout, 2011:pp.19-21). 이로써, 2002년을 기점으로 그전까지 남아 있던 다양성에 대한 인정과 존중에 대한 수사는 사라지고(Entzinger, 2003), 네덜란드국가 가치와 규범의 내면화를 강조하는 동화주의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서 사회경제적 측면에 역점을 두던 통합정책도 변하여 이주자와 내국인 간의 문화적 거리를 좁히는 이주자들의 문화변용을 우선시 가운데 동화를 통한 이들의 사회경제적 통합을 꾀하였다(Schinkel and van Houdt, 2010:pp.708-709). 이것은 다시 말하면 사회문화적 동화로 이주자와 그 자녀세대의 노동시장참여를 북돋는 것이었다.

       3) 신통합정책

    신통합정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해외시민통합의 도입과 시민통합의 개인화(individualisation)이다(Joppke, 2007: Schinkel and van Houdt, 2010). 이 정책의 주된 대상은 저숙련 이주노동자와 이들의 가족재결합 그리고 강제결혼이다. 이슬람교도인 터키인들와 모로코인들은 일반적으로 동족 내 혼인을 하기 때문에, 네덜란드에 거주하는 터키인들과 모로코인들은 주로 본국에서 배우자를 데리고 온다. 이민 첫 세대만이 아니라 두세 번째 세대까지도 그 배우자(특히 여성배우자)를 본국에서 데려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이들이 네덜란드어와 문화 등에 익숙지 않아 노동시장참여도 저조하고, 네덜란드식의 자녀양육도 하지 못하여 네덜란드 사회가 기대하는 바람직한 시민(good citizen)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점이 정치권에서 주요하게 지적되었다(Korteweg and Triadafilopoulos, 2013). 덧붙이면, 이들 여성배우자들이 네덜란드어와 그 사회에 대한 지식이 미흡하여 네덜란드에서 출산한 자녀들도 주류사회에 적응하여 상호작용하지 못하고 그들만의 공동체에 머무르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도입된 해외시민통합은, 이주자들이 네덜란드에 거주하고자 할 때는 네덜란드 입국 전에 자국에서 사전시민통합과정 시험을 통과해야지만 거주를 허가하는 비자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네덜란드 입국 후에도 시민통합과정을 이수하여야 한다.

    한편 신통합정책에서 주목할 점은, 이전과는 달리 시민통합과정에 참여하는 비용을 이주자가 개인적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에는 이주자들이 복지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자급자족할 것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러한 시민통합의 개인화에서 나타나는 것은, 시민권 취득과 직접 연결되는 시민통합시험의 합격을 네덜란드사회에 통합하고자 하는 이주자 개인의 의지정도를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는 점이다. 사실, 네덜란드 정부는 시민권을 모든 이주자가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노력한 자만이 받는 상장(prize)의 개념으로 접근하면서(Joppke, 2008: pp.11-24), 이민자통합 문제를 국가가 아닌 개인의 책임으로 전환한다.

    4. 영국의 시민통합정책

       1) 인종관계모델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영국은 국가재건에 필요한 노동력을 보충하기 위해 과거 식민지국가로 구성된 영국연방(Commonwealth)에서, 특히 서인도제도,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에서 대량으로 이주자를 유입하였다. 이때, 영국 정부는 ‘백인’ 내국인과, 서인도제도나 아프리카에서 온 ‘흑인’ 및 인도에서 온 ‘아시아계’를 포함한 이주자들 간의 발생하는 갈등에 특별한 관심을 두면서 종족(ethnic)보다는 백인과 유색인종(race) 간의 위계와 불평등 문제 해결에 집중하였다(Saggar and Somerville, 2012; 김용찬, 2011). 그리고 이것의 해결을 위해, 1965년 인종, 피부색, 국적, 출생민족과 국가를 근거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인종관계법(Race Relation Act)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의 제정에 따라, 정책수립의 과정과 학교커리큘럼 설정에서 인종관계를 고려하게 되었다. 이렇게 인종과 차별금지를 연결한 것은 다른 유럽국가와 달리 영국에서만 나타나는 것으로 오히려 미국의 인종차별금지 정책과 유사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Saggar and Somerville, 2012; Regout, 2011: pp.11-14).

    차별철폐 중심의 인종관계모델은 종족적, 문화적 다양성(ethno-cultural diversity)을 인정하는 다문화주의를 발전시켰다. 종족적,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인정은 개인으로서의 이주자보다는 집단으로서의 이주자, 즉 소수자집단에 초점이 맞추어지기 때문에, 이주자의 시민권도 이에 부응하여 성장하였다(Bertossi, 2007). 영국 다문화주의는 국가의 개입을 최소하여, 시민의 의무와 책임 보다는 권리를 강조하는 이념적 바탕에서 발전하였다(Regout, 2011). Bertossi(2007)은, 이런 점에서 영국에서는 공화주의(republican)에 입각한 국민도덕(civic virtue)과 의무에 대한 강조, 그리고 문화변용 보다는 이주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내국인과 같이 동등한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자유주의적 다원주의에 입각해서 정책이 발전하였다고 주장한다.

    복지국가 관점에서 이것은 이주자집단의 특수한 배경에 의해 발생하는 특수한 욕구를 충족시키기보다는 이들 집단에게 내국인과 동등한 기회의 평등을 제공함으로써 이주자들이 영국사회에 통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고용, 주거, 교육, 건강 분야에서 불평등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였다(Isal et al, 2011). 즉, 백인들 보다 유색인들의 실업율이 높고, 주거환경 및 건강도 열악하고, 이들 자녀들의 학업성적도 백인아동 보다 저조하였다. 이런 문제가 누적됨 따라 1990년대 중반부터 인종관계모델에 대한 비판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여기에 2001년 여름 무렵에 영국 북부 도시 브래드포드(Bradford)와 번리(Burnley) 등의 (이슬람)이주자 지역에서 폭동이 일어났고, 같은 해 9월 11월에 미국에서 이슬람교도들의 테러가 발생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2005년 7월 7일 런던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하자, 정치권에서는 이를 계기로 다문화주의의 실패가 언급되었고 사회응집을 위한 국가에 대한 소속감과 국민정체성을 강조하는 이민자통합담론이 확산되었다.

       2) 시민통합정책

    영국의 시민통합정책은 기본적으로 이주자가 영국시민권을 받을 수 있는 없는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시민권 시험에서 출발한다. 일반적으로 네덜란드를 비롯한 다른 유럽국가에서는 시민통합정책을 이민을 어떻게 관리하고 규제할 것인가 하는 이민관리와 통제의 문제에서 출발하여 시민권 문제로 발전시켰다. 그러나 영국의 경우는 이와는 반대로 시민통합정책을 시민권 개혁의 측면에서 우선적으로 다루었다(Kostakopoulou, 2010; Joppke, 2008:pp. 18-23).

    2002년 ‘국적, 이민과 난민피난처법(Nationality, Immigration and Asylum Act)’을 도입하여 이주자들이 영국에 귀화 또는 영주하고자 할 때는 영어와 영국사회에 대한 지식의 정도를 측정하는 시험을 보도록 하였다. 이에 더해, 이 시험을 통과한 후에는 영국국적 취득 의식을 거치도록 하였다. 국적취득자는 이 의식에서 영국여왕에게 충성을 맹세함으로써, 영국민으로서의 집단적 정체성을 공유토록 한다(Fortier, 2013). 영어시험을 보는 방법은 두 종류로 나누어지는데, 하나는 응시자의 수준이 ‘타국어를 말하는 사람을 위한 영어(English for Speakers of Other Languages, ESOL)’의 ‘기초단계 3’보다 낮을 경우, ESOL의 시민권 수업에 참여해야 한다. 또 다른 하나는, 응시자의 수준이 ESOL의 ‘기초단계 3’이거나 그 보다 높을 때는 이 시험을 주관하는 영국에서 있는 어느 기관에든지 시험을 치룰 수 있다. 이 시험은 ‘영국 생활(Life in the United Kingdom)’이라는 책자를 구입해서 준비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정책은 2007년부터 영국에 거주하고자 하는 외국인배우자에게도 확대 적용되기 시작하였다.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에서 영국으로 온 이주자들은 자녀를 결혼시킬 때 보통 본국에서 그 배우자를 찾는데, 이것이 일반적으로 중매혼 또는 강제결혼의 형태로 나타난다. 게다가 영국비자는 이들에게 혼수로까지 여겨진다. 이런 혼인형태가 증가면서 주류사회에서 분리된 이들만의 이주자공동체가 형성되어 이들의 주변화가 심각해졌다. 영국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결혼비자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도 시민통합시험을 치르도록 하였다. 이것만이 아니라 2009년 ‘시민권과 이민 법안(Citizenship and Immigration Bill)’의 의회 통과는 1981년 제정된 영국국적법(British National Act)의 개정으로 이어져 이주자들의 귀화에 더욱 까다로운 조건을 부여하였다. 이 지점에서 흥미로운 것 ‘유예적 시민권(Probationary citizenship)’이라는 용어의 도입이다. 이것은 다른 유럽국가에서 볼 수 없는 영국만의 독특한 표현으로, 이주자가 귀화를 위해 필요한 조건 중에 영국 거주기간을 과거보다 연장함으로써 생긴 것이다(Kostakopoulou, 2010: pp.834-836). 소위 유예기간이라고 불리는 거주기간은 (고)숙련노동자와 난민 등은 5년에서 8년으로, 영국시민 또는 영주권자의 가족구성원 경우는 3년에서 5년으로 연장되었다. 이 기간 동안 이주자들의 사회급여와 서비스에 대한 접근은 물론 제한된다. 이 정책이 함축하는 바는, 첫째 결혼이민자들의 유입으로 인한 이주자공동체의 사회문화적 재생산을 억제하고 (Kofman, 2005), 둘째, 저숙련 노동자들이 영국에 영주하는 것을 막고, 영국에서 필요로 하는 (고)숙련노동자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저숙련노동자는 시민통합 담론에 포함되지도 않고, 또한 귀화를 신청할 수 있는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고)숙련노동자와 저숙련노동자를 이분화하는 이런 정책은 영국과 독일에서 특히 두드러지는데, Castles은 이를 두고 최근 유럽연합과 회원국들에서 “사람이 아닌 노동력만을 수입하는 40년 전의 손님노동자제도가 부활되는 것 같다"고 비판한다(2006: 760). 이와 같이 이주노동자를 이분화 하는 정책은 이들의 입국, 체류자격, 시민권에 대한 접근성 등을 차별화하기 때문에 결국은 이주자의 계층화(stratification)가 견고하게 된다(Morris, 2010: pp.107-124).

    국적법 개정과 시민통합정책의 강화와 함께, 영국에서도 네덜란드와 유사하게 시민권 역시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닌, 즉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닌 이민하고자 하는 사람의 노력과 정성으로 획득된 것(earned citizenship)이라는 담론이 확산되었다(Soysal, 2012; Joppke, 2008; Kostakopoulou, 2010). 이 역시 네덜란드에서 시작한 상장의 의미를 가진 시민권과 같은 맥락에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통합의 책임을 이주자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5. 네덜란드와 영국 이민자통합정책의 유사성과 차이

    네덜란드와 영국의 시민통합정책은 유럽연합의 ‘이민자통합에 대한 공동원칙’이라는 큰 틀 안에서는 유사성과 집중성이 나타지만, 이들 국가의 국내 상황에 따라 시민통합에 접근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다(Koopman et al 2012; Ersanilli and Koopman, 2010; Joppke, 2007). 앞에서 잠시 언급한 바처럼, 네덜란드는 시민통합정책에서 이민관리 및 규제를 우선적 목적으로 하였고, 그 다음에 시민권 영역으로 이를 확장하였다. 그러나 영국은 국적법의 개정 등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이와는 반대로 시민통합정책을 시민권 영역에서 우선적으로 다루었다. 또한 시민권 취득을 개인의 노력으로 이루어낸 것으로 보는 점은 이들 국가 모두 공통적이지만, 이를 해석하는 방법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시민권 취득은 이주자들이 네덜란드사회에 통합하는 최종지점이라고 본다(Ersanilli and Koopman, 2010: pp.778-779; Joppke, 2008: pp.11-12). 특히 네덜란드 정부는 이주자의 원활한 네덜란드어 구사가 네덜란드인으로서 소속감과 정체성 형성의 필수조건이라고 보기 때문에,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횟수를 3회로 제한하여 이주자가 제때에 시험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추방할 수 있다(Joppke, 2008: 21). 이 시험은 이민을 관리하고 규제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측에서는 가능한 많은 응시자를 떨어트리고자 한다. 실제로, 이 시험이 실시되고 난 이후 응시자의 절반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여 귀화자 수가 감소하였다(Ersanilli and Koopman, 2010: pp.779-780). 이러한 사실에 미루어, Schinkel and van Houdt는 네덜란드 시민통합정책은 주어진 환경이 어떠하든지 간에 개별응시자에게 시험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짊어지도록 하는 “결과의 의무(result obligation)”를 부여한다고 평한다(2010: 705).

    반면, 영국은 이주자의 귀화를 시민통합의 최종점 보다는 시작점이라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시민통합시험 응시는 네덜란드와 달리 횟수의 제한이 없으며, 시험통과 후에도 영어는 직업 및 인간관계 등의 다른 사회적 기술과 함께 이주자가 평생 동안 배워야 하는 것이라는 평생교육으로 접근한다(Joppke, 2008). 네덜란드보다 상대적으로 유연성 있어보이는 이와 같은 정책은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이주자로 받아들이겠다는 영국 정부의 의도가 내재해 있다. 그러므로 영국의 시민통합정책은 단지 소속감과 정체성의 문제로만 접근 하는 것(Yuval-Davis, 2007) 아니라 이주자들이 영국사회에 가져 올 사회경제적 이득의 최대화도 동시에 고려한다(Joppke, 2008: 21).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시민통합시험은 단순한 이민관리 및 규제가 아니라 국가가 원하는 미래의 시민을 선택하기 수단이 된다. 그래서 Fortier는, 귀화의 재구조화는 “영어의 능숙함에 대한 환상(fantasies of English proficiency)”으로 국가가 원하는 시민과 그렇지 않은 시민을 구별하기 위한 것이라고 역설한다(2013: 702).

    학자들은 이와 같이 이민자통합에 대한 접근법이 서로 다른 이유를 두 나라의 정치환경에서 찾는다(Koopman, 2012; Joppke, 2008). 여기에는 투표권을 가진 이주자와 그 자녀 세대의 수적 증가에 대한 고려와 이에 반하여 이주자의 권리 확대를 제한하고자 세력들 간의 힘의 관계가 있다(Koopman et al. 2012). 네덜란드에서는 대중영합주의의 우파(populist right-wing)가 정권을 장악하였을 때 관련법들을 제정하거나 개정하였기 때문에 시민통합정책에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하게 나타난다. 반면 영국에서는, 좌파인 노동당이 정권을 장악하였을 때 관련법들과 시민통합정책을 도입하여 네덜란드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느슨한 정책이 수립되었다. Yuval-Davis(2007)에 따르면, 영국 노동당이 사회응집과 국민정체성 담론 속에서 시민권을 개혁하고 이민관리 및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첫째 테러와 폭동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분열을 예방하고, 두 번째는 영국국민당(British National Party)과 같은 극우주의의 번성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2000년대에 발생한 테러, 폭동, 정치인 암살로 이슬람교도들과 난민 등이 유럽국민국가와 문화를 위협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유럽 전반에 흐르면서 '유럽 방비를 위한 이민정책(Fortress Europe immigration policies)'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극우세력의 번성을 막기 위한 타협점으로 시민통합정책을 도입하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6. 권리와 의무 그리고 소속감

    이주자의 소속감과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시민통합정책이 최종적으로 천착하는 지점은 시민권 문제이다. 보편주의에 입각한 T. H. Marshall(1950)은, 시민권은 민권(civil right), 정치권(political right), 사회권(social right)으로 구성되며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지위(status)라고 개념화한다. 그러므로 정치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개인은 모두 법 앞에 평등하며,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갖게 된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국가재건 시기에 영토중심의 국민국가를 토대로 성립된 Marshall의 시민권 개념은 의무에 대한 언급은 있지만, 대부분은 권리에 집중되어 있다. 그는 특히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개인이 빈곤에 허덕이지 않고 사회전체 평균수준에 준하는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인 사회권 개념을 발전시켰다. 이것은 사회연대(social solidarity)를 형성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데 중요한 밑받침이 된다. 하지만 국민국가를 전제로 한 그의 시민권 개념은 무엇보다도 영국남성중심의 시민권을 시민권의 일반적 모델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남성 중심적이고, 앵글로색슨민족 중심이라는 비판을 받는다(c.f. Siim, 2000; Lister, 1997). 더욱이, 최근에는 Marshall의 국민국가중심 시민권은 코스모폴리탄 시대에 대량으로 발생하고 있는 국제이주와 시민권의 관계를 설명하기에 절적치 못하다는 비판도 받는다.

    Marshall의 시민권 개념에 대한 이 같은 비판이 있는 가운데, Soysal(1994)은 이주자의 권리주장을 국민국가의 틀을 벗어나 유엔 및 유럽연합과 같은 국제기구 차원의 사회권과 문화권이 포함된 국제인권 담론을 발전시켰다. 더 나아가서는, 이주자의 정체성과 권리주장을 정치공동체 구성원 자격보다는 개인적 특성으로 봄으로써, 권리와 국민정체성을 분리한다. 이런 선상에서 Soysal(2012)은, 유럽연합과 회원국들이 현재 시행하고 있는 이민자통합정책은 국민정체성과 집단성의 강화보다는 각 국가의 시스템 안에서 이주자 스스로가 자신의 역량을 증진시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Koopman(2012)은 Soysal의 이 같은 탈민족주의 주장에 대해서 이주자가 시민권을 취득하기 위해서 치러야만 하는 시민통합시험에 담겨 있는 민족주의적 특성을 무시한다고 비판한다. 그는 또한 언어시험과 수용국 사회에 대한 지식습득이 국적취득에 필수조건이 되면서, 이주자들이 권리를 획득하는 데 있어서 과거보다 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기 때문에 이것을 국제적 기준의 인권 신장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에 더해, Morris(2012)는 이주자의 권리는 국가의 정책 목적에 따라 확장될 수도 있고 통제 수단으로도 사용될 수 있는 것을 Soysal은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Kofman(2005) 또한 Soysal의 탈민족주의 논의는 오직 합법적으로 이주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미등록이주자, 난민 및 기타 다른 형태로 이주한 사람들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한편, Isinr과 Turner(2007), Turner(2009)는 한 개인이 특정 국가에 소속, 즉 시민권 없이 독립적으로 인권을 주장하기 어려운 점을 밝히면서 시민권과 국민정체성의 연계성을 주장한다. 이 학자들은 권리와 의무로 구성된 시민권은 사회적 자원의 분배를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고, 이를 통해 정치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과 연대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시민권은 정치공동체 밖에 있는 외부인을 배제하는 배타적인 권리이다. 반면, 인권은 시민권과 달리 권리와 의무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천부적인 것이므로 그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이다. 그리고 이 권리는 시민권처럼 항시적으로 행사되는 것이 아니라 전쟁, 재난, 정치적 독재 등과 같이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위기로부터 개인의 안전과 생명이 위협받을 때 긴급하게 사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Isin과 Turner는 국제사회에서 인권보장을 요구할 때도 국가를 초월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한 국가에 소속해 있을 때, 즉 한 국가의 시민일 때 가능해진다고 H. Arendt(1951)의 “권리를 가질 권리(right to have rights)”를 빌어 주장한다.

    2000년대 유럽에서의 다문화주의로부터의 후퇴, 강화된 이민규제 및 통합정책으로 미루어 보면, Soysal이 주장하는 탈민족주의의 시민권처럼 국민정체성과 권리가 시민권에서 분리되기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로 이들이 재결합하고 있다(Kofman, 2005). 네덜란드와 영국 사례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국가가 사회응집을 위한 국민정체성 유지를 위해 이민관리 및 규제를 정책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주자들이 이들 국가에 입국하여 정주하기 위한 조건은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다. 수용국에 대한 충성, 감성적 소속감과 국민정체성의 공유 등의 사회문화적 통합이 이주자들에게는 노동시장참여만큼 중요한 의무가 되고 있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수용국에 대한 충성과 수용국의 가치와 규범을 받아들이는 조건에 한 해 이주자들의 권리가 보장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권리보다는 의무와 책임이 시민권의 핵심이 된다. 실제로 공동체 안에서 개인의 이해보다는 공동의 선(common good)에 기여하고, 의무와 책임을 강조하는 공동체주의의 ‘능동적 시민권(active citizenship)’이 영국과 네덜란드의 시민권에서 나타나는 모습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미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동체주의만이 아니라 이주자 개개인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조하면서 정치공동체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 개인의 의지와 노력의 결과로 보는 신자유주의적 관점 또한 이들 국가의 시민권에서 동시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개인의 자립과 자율성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적 관점은 사실상 사회응집과 이민자통합을 집단보다는 개별 이주자의 문제로 전환한다.

    서로 배타적일 것 같은 개인의 자립과 자율성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와 공동체를 강조하는 공동체주의 요소가 이주자들의 시민권에 혼합되어 있는 가운데(Schinkel and van Houdt, 2010), 분명한 것은 이주자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화와 정체성 대신 공유된 하나의 국민정체성을 근저로 한 시민권이 재구성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재구성된 시민권은 수용국 사회의 가치의 내면화와 사회문화적 통합을 통해 이주자들의 노동시장참여를 의무화한다. 유럽연합의 ‘이민자통합에 대한 공동기본원칙’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노동시장참여는 사회적 포용의 핵심이다. 노동시장참여의 도모는 축소되고 있는 유럽복지국가의 대표적 정책으로, 이 역시 과거 국가가 사회적 연대와 자원의 재분배 차원에서 복지에 대한 책임을 지던 것에서 이제는 개인과 이주자가족에게로 전이하는 것이다. 이것은 이주자들을 집단보다는 개인으로 접근하는 정책의 변화에서 매우 함축적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복지의 책임이 이렇게 개인에게로 전가되면, Marshall이 중요시하던 사회연대와 사회응집은 더 이상 사회정의 실현이 아닌 또 다른 하나의 질서를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 된다(Joppke, 2007: pp.15-19; Soysal, 2012: pp.5-9).

    결론적으로는 흑인, 유색인, 여성 등으로 차별화된 집단정체성들(differentiated collective identities)이 역설적이게도 이주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작금의 메트로폴리탄 시대에 이주자 개개인의 분자화를 통해 국민정체성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정체성 속으로 단일화되어 가고 있다(Yuval-Davis, 2007). 이것은 분명 유럽의 다문화주의의 후퇴 속에서 ‘차이를 주장할 수 있는 권리’가 약화되고, ‘같거나 아니면 적어도 유사해져야 하는 의무’가 강화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7. 결론

    1990년대 말 네덜란드에서 시작한 이민자통합이 유럽연합으로 확산되고, 이어서 유럽연합회원국들에서도 ‘다문화주의에서 통합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났다. 유럽연합의 ‘이민자통합에 대한 공동기본원칙’은 통합을 이주자와 수용국 사회와의 쌍방적인 관계로 정의하지만, 네덜란드와 영국의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이민자통합은 쌍방적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을 보면, 통합이란 용어는 동화 또는 문화변용의 다른 표현으로, 정치공동체 안에 있는 사람과 밖에 있는 사람을 나누는 기능적 경계선이 된다(Carrera, 2006).

    네덜란드와 영국은 이민자통합실시와 가족재결합 및 결혼이민에 대한 규제로 이주자들의 입국, 체류자격, 시민권에 대한 접근성을 제한하면서 이주자공동체와 이들의 문화가 확대 재생산되는 것을 억제한다. 그 이유는 이주자들의 사회문화적 재생산이 국가가 원하지 않는 차이(unwanted difference)를 만들고, 이 차이가 국민정체성을 오염시켜 사회응집을 약화시켜 국가를 위협한다고 보기 때문이다(Erel, 2011). 이런 점에서 보면, 국내정치 상황에 따라 접근법에 차이는 있지만 이들 국가 모두 궁극적으로는 개별 이주자들 이 감성적 소속감과 국민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서로 ‘공유된 시민권(shared citizenship)’을 갖도록 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탈민족주의 국제인권 담론이 아무리 널리 확산되었다할지라도 시민권은 국민국가를 중심으로 재구성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주자들이 시민권을 어떻게 행사할 수 있는지의 문제도, 그리고 사회자원을 이들에게 어떻게 분배할지의 문제도 모두 국민국가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주자를 둘러싼 최근의 이런 모든 변화로 미루어 볼 때, Kofman(2005)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국제 및 국내 거버넌스의 범위와 크기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결국은 정치, 경제, 문화적 발달 정도에 맞추어 재조정되고 그 경계선도 다시 그려지는 것이기 때문에, 탈민족주의와 민족주의 관계 역시 그에 따라 복잡하면서도 유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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