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서울 및 경기지역에서 근무하는 경찰공무원을 대상으로 외상 후 성장의 영향요인의 구조적 관계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외상 후 성장과 관련된 이론적 모형을 근거로 개인적 요인과 주변⋅환경적인 요인으로 구분하였다. 또한 삶의 위기에 대한 대처방식인 의도적 반추와 외상 후 성장과의 관계를 검증하였다. 외상 후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적 요인과 관련해서는 자아탄력성을 포함하였다. 주변⋅환경적 요인에서는 사회적 지지를 활용하였다.
연구 결과, 첫째 경찰관의 외상 후 성장을 증가시키는 요인은 사회적 지지와 의도적 반추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외상경험이 있는 경찰관이 가족이나 동료들로부터 정서적 지원이나 도움을 받는다고 인식할수록 외상사건에 대한 의미를 발견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연구결과를 통해 검증할 수 있었다. 둘째, 의도적 반추는 외상 후 성장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변인임을 실증적인 연구결과를 통해 검증하였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경찰관이 끔찍한 외상사건을 경험하였다 하더라도, 그 상황의 긍정적인 면을 찾아 기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외상으로 인한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어떻게 극복할지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연구에서는 다양한 연구방법을 통해 경찰관의 외상 후 성장을 이끌어내는 영향요인을 파악하여 경찰관의 정신 건강과 심리적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This study is designed to examine Structural relation between influential factors of post traumatic growth(PTG) for police officers engaged in the metropolitan cities by structural equation modeling(SEM). This study has two areas where individual factor and environmental factor are divided that is based on PTG' theoretical model. In addition, it tests the relation between rumination as an alternative to life crisis and PTG. In this study, PTG includes self-resilience as individual factors and social support as environmental factors.
In result, firstly, social support and rumination are founded as influential factors that facilitate PTG for police officers. Thus, the police officers who suffer from trauma events are able to overcome psychological stress and trouble when they recognize that their family and colleagues help them.
Secondly, rumination is proved as the important factor for increasing PTG. This result indicates that even though police officers suffer from trauma events, efforts on finding positive aspects of the trauma events and overcoming psychological instability are highly significant.
After all, further studies are needed to suggest helpful policy for facilitating police officers' PTG through various ways, so it can assist police officers to stabilize their psychological condition and overcome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다양한 직업군 중 경찰공무원은 업무특성상 외상을 경험하는 빈도가 높다. ‘경찰복지 실태조사 및 기본계획 연구(2013)’의 결과에 따르면, 경찰관 2만 688명 중 43.4%(8,970명)가 외상사건의 후유증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대다수 경찰관(86.9%)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치료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 외상에 대한 치료를 받은 경찰관들 중 그들이 선택한 치료 방법으로는 ‘사설병원 치료’가 5.3%로 가장 높았고, ‘경찰병원 치료(1.5%)’, ‘전문상담사 상담(0.8%)’ 순으로 조사됐다.1) 이러한 경찰공무원이라는 직업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61.6% 가 동의했고, 응답자 중 47.2%가 업무 중 동료가 다친 것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러한 실태조사는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고, 지역의 질서유지를 지키는 경찰관들이 자신의 건강과 안전에는 소홀하다는 단적인 예로 볼 수 있다. 경찰관의 업무 특성상 살인이나 강도, 성폭력, 교통사고 등의 끔찍한 사건 현장에 자주 노출되고 있고, 그 피해자들을 목격한다. 또한 범인 검거시 자신이 부상을 입거나 동료의 부상이나 사망을 목격하기도 한다. 외상 사건 들에 접하게 된 경찰관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고통을 받기도 하고 정신적 손상을 입게 된다.
현재까지, 경찰관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임상심리학, 정신의학 등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경찰관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실태나 이에 대한 대처 방안 등에 고민해 왔다. 또한 최근(’14. 8.)에는 경찰청과 서울 보라매병원이 협약하여 「경찰트라우마센터」를 개소하는 등 경찰관의 외상 후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2)
그러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증후군이나 그 피해 대책에만 논의할 것이 아니라, 경찰업무 과정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외상 경험과 그 스트레스를 어떠한 방법으로 이겨내서 개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논의에 비춰보면, 긍정심리학의 한 분야로써 외상 후 성장(PTG: Post Traumatic Growth)에 대한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외상 후 성장은 외상 경험에 따른 정신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잘 극복하여 외상 경험 이전의 기능 수준보다 더 나은 긍정적인 변화이다.
외상 후 성장에 대한 이론적 논의는 현재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Woodward와 Joseph(2003)은 폭력 피해자들 중 외상 후 성장의 영향요인인 자아탄력성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개인적 특성인 자아탄력성은 외상 경험을 잘 극복할 수 있는 보호요인이며, 대인관계 역시 잘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제언하였다. Tedeschi와 Calhoun(2004)은 사회적 지지가 외상 후 성장을 촉진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주장하였다. 개인 스스로가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주변인들이 존재하고, 이들에게 실재적인 지원을 받을수록 외상 후 성장이 촉진될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 Calhoun과 Tedeschi(2006)의 연구에서는 외상 경험에 대한 인식적 대처방안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즉, 외상 경험에 대한 기억을 회피하기보다, 왜 발생되었고 무엇이 일어났는지를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그 상황을 이해하는 노력이 외상 후 성장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러한 인적 과정을 의도적 반추 (rumination)라고 정의하였고, 외상 후 성장을 이끌어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주장하였다.
결국 외상은 단순히 정신적 스트레스나 고통을 유발하는 부정적인 경험에만 머무르는 것만은 아니다. 외상경험을 잘 이겨내고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긍정적인 역할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이에 대한 국내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며, 특히 외상에 노출되기 쉬운 경찰관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거의 전무하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외상 후 성장 모형과 관련된 이론적 배경을 중심으로 경찰공무원의 개인적 요인, 주변·환경적 요인, 대처방식과 외상 후 성장과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검증하였다. 이를 통해, 경찰관들의 외상 경험을 극복하고 안정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에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1)http://biz.heraldcorp.com/view.php?ud=20140327000183(검색일자: 2014. 3. 27) 2)http://new1.kr/articles/?1288054(검색일자: 2014년 10월 20일)
1) 외상의 개념
외상(trauma)에 대한 정의는 연구자마다 다양하게 정의되었고 지속적으로 확장해온 개념이기 때문에 단편적으로 그 정의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
미국 심리학회의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DSM-Ⅳ)에서 의미하는 외상은 본인이나 주변인들에게 발생된 위협, 상해, 또는 안전에 대한 위협을 가져다주는 사건을 말한다(APA, 1997). 즉, ‘외상’이란, “죽음이나 생명에 대한 위협, 신체적 부상이나 그에 상응한 위협, 극심한 무력감, 두려움, 공포감을 조성하는 사건으로 정의되며, ‘외상 경험’은 이러한 사건들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나 목격을 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DSM-Ⅲ에서는 외상 경험을 직접적인 경험만을 의미하였지만, DSM-Ⅳ는 간접적인 경험도 포함하여 그 범위를 확장하였다(APA, 1997).
2) 외상 후 성장의 개념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이 그 충격에서 벗어나 이전보다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Tedeschi, Park 그리고 Calhoun(1998)의 연구결과로 인해 외상 후 성장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외상 경험을 극복하고 정신적인 고통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생활을 유지 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용어는 다양하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외상 후 성장 (Post traumatic Growth), 역경 속에서 성장(Adversial growth), 스트레스 관련 성장(Stress-related growth), 유익함 발견(Benefit finding) 등이 있다(Tedeschi, Park, & Calhoun, 1998). Tedeschi, Park & Calhoun(1998)은 이들 중 외상 후 성장이란 용어가 이러한 현상을 가장 잘 설명될 수 있다고 하였다. 그 이유는 외상에 대한 결과로 발생된 현상을 분명하게 강조하였고, 더 나아가 이전의 개인적 심리상태로 회복되거나 혹은 그 이상의 안정을 되찾는 점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Tedeschi & Calhoun(2004)에 따르면, 외상 후 성장에 대한 개념적 정의를 외상 경험 이후 인생의 중대한 위기를 극복하는데 노력하여 긍정적인 심리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결과로 정의하였다. 그들은 인생을 살면서 겪는 중대한 위기란 외상을 주관적으로 인식한 개인적인 위기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건(seismic event)으로써 부정적인 심리적 결과를 초래하는 스트레스 사건으로 정의하였다(Tedeschi & Calhoun, 2004).
이론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외상 경험 후 긍정적인 변화에 대한 용어의 개념정의는 보편적으로 일치한다. 일반적으로 외상 후 성장에 대한 변화는 3개의 차원으로 설명한다. 3개의 변화는 자신에 대한 생각의 변화 및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 대인관계의 변화, 인생에 대한 철학적‧영적 인식의 변화이다(Calhoun, & Tedeschi, 2006).
Calhoun & Tedeschi(2006)에서 정의한 외상 후 성장을 참고하여 정리하면, 외상 후 성장은 인생의 변화 혹은 세상에 대한 인식의 변화, 극심한 스트레스나 충격적인 사건으로부터 손상 받지 않고, 외상 이전의 상태로 다시 회복하는 것을 넘어 그 수준 이상의 긍정적인 변화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의미하는 긍정적인 변화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개인의 노력과 주변의 도움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긍정적으로 재평가하고, 주변인들 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게 되며, 사소한 것에도 감사하는 등 영적인 측면에 더욱 성숙해진 상태를 의미할 수 있다.
3) 외상의 반응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외상 경험자의 개인적인 특성, 삶의 환경, 주변사람들과의 관계 및 지원 등 다양한 변인들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본인의 의지와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인해 외상 경험자는 이전의 어려움과 고통을 이겨내고 자신의 삶의 의미를 새롭게 찾을 수 있다. 그 반면, 외상 경험에 따른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심리적 불안감으로 인해 외상 전의 본인의 모습으로 회복하지 못하거나, 더욱 불안정한 모습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다(Aldwin, 1994; Maercker & Zoellner, 2004).
Aldwin(1994)은 외상에 따른 다양한 반응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왔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외상으로 인한 인생의 부정적인 경험은 해당 경험자의 다양하고 복잡한 반응과정과 인지처리 속에서 긍정적 변화(positive transformation), 부정적 변화(negative transformation), 항상성(homeostasis)등의 결과를 나타내는 변화된 대응 모형(transformational coping model)을 제시하였다.
Maercker & Zoellner(2004)는 외상 경험이 개인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영역에 초점을 둔 연구를 진행하였다. 외상 경험을 통한 개인의 인생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주기도 하지만, 예상치 못한 외상을 경험했어도 개인의 특성과 주변 환경의 영향으로 오히려 긍정적인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매개체의 역할을 한다고 보고하였다.
Calhoun & Tedeschi(2004)는 외상의 영향의 특징에 따라 외상 후 스트레스 반응(post-traumatic stress response),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 등 세 가지의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외상 후 스트레스 반응(post-traumatic stress response)은 초반의 외상 경험 스트레스에 대한 하나의 생존방식으로써, 개인의 삶을 유지하고 재적응하는 방식으로 작용될 수 있다. 즉, 일시적 외상 경험에 대한 인간의 내적 조절 과정을 통해 정신적 스트레스의 반응은 줄어들거나 사라짐으로써, 항상성을 유지하여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그러나 외상의 강도와 지속시간, 반응에 대한 대처과정에 따라 그 항상성의 수용 범위를 넘어 외상의 부정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는 외상 후 스트레스 반응이 인지적인 통합 절차 없이 부정적 정서 반응에 초점을 둔 장기화된 병리적 상태이다.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은 외상 후 스트레스 반응을 인지적 통합 과정을 통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극대화한 상태이면서 주관적으로 인식한 결과이다(Calhoun & Tedeschi, 2004).
대체적으로 외상의 영향을 연구한 결과들을 정리해 보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외상에 대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고통을 이겨내지 못한 부정 적인 결과로 이해할 수 있는 반면, 외상 후 성장은 외상사건에 대한 적응과 관련이 있는 긍정적인 심리적 변화라고 할 수 있다.
1) 개인성장 이론
외상 후 성장과 관련된 이론 중 개인성장 이론은 인생의 고난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설명한 이론이다. 개인성장 이론에 따르면, 자신이 겪었던 인생의 위기나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결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Schaefer & Moos, 1992). 개인 성장 이론의 개념적인 틀을 제시한 Schaefer와 Moos(1992)의 연구에서 위기경험을 통해 얻게 되는 긍정적 결과들의 결정요인들은 개인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구분될 수 있다.
중대한 인생의 위기경험의 영향으로 인해 환경적 요인과 개인적 요인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고, 이러한 상호작용 과정이 다시 피드백의 형태로 연결되어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개인적 요인에는 자아탄력성, 낙관성, 자존감, 자기 효능감, 건강 상태, 이전의 위기 경험 여부 등을 포함된다. 환경적 요인에는 개인적인 인간관계, 가족들로부터의 지원, 재정적 자원, 사회적 환경 등이 있다(Schaefer & Moos, 1992; Maercker & Zoellner, 2004: 41-48).
개인성장 이론의 개념적 틀에서는 대처의 역할을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Schaefer & Moos, 1992). 대처과정은 접근대처와 회피대처의 관점으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접근대처 전략은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 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다. 그 반면, 회피대처 전략은 문제발생을 최소 화하기 위해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다. 대처 과정을 거치게 되면 개인적 성장, 사회자원 증가, 대처기술 증가 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결과가 제시될 수 있다. 개인성장 이론의 모델은 삶의 위기로부터 긍정적인 결과가 어떻게 발생되는지의 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개념적 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러한 이론적 틀을 바탕으로 외상 후 성장의 개념으로 일반화될 수 있다.
이러한 개인성장 이론을 확장하여 O’Leary, Alday & Ickovics(1998)는 탄력성 모델(Resilience model)을 제시하였다. O’Leary, Alday & Ickovics(1998)의 탄력성 모델에 따르면, 이전보다 낮은 적응 수준을 나타내는 상태를 생존(survival)으로 정의하고, 외상 이전의 기능 수준으로 돌아온 상태를 회복(recovery)이라고 제안하였다. 그리고 외상 이전의 기능 수준을 뛰어 넘어 한 단계 높은 단계로 성장한 결과를 번성(thriving)의 상태로 개념을 정리하였다.
이와 유사한 개념을 제시한 Aldwin(1994)의 일탈-확장 모델은 예상치 못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고통으로 인하여 개인의 삶에 다양한 영향을 미쳐 예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다양한 삶의 변화가 개인적인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고, 이러한 경험의 확장으로 더 긍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Aldwin, 1994).
2) 인지적응이론
인지적응이론(Cognitive Adaptation Theory)에 따르면, 외상 후 성장이란 외상 사건을 겪은 경험에서 그 의미를 발견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되는 것으로써,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한 개인적인 신념을 회복되는 과정 혹은 그 결과로 설명한다(Taylor, 1983). 인지적응이론은 외상 사건의 원인과 그로 인한 결과를 포함해 특정한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인지적 과정에 초점을 두었다. 특히 이 이론에서는 외상 경험 이후 자아에 대한 의미를 재발견하거나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는 반추(rumination)의 과정을 깊이 있게 설명하고 있다.
Tedeschi(1999)는 인지적응이론에서 설명하고 있는 반추의 역할이 중요 하다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높은 수준의 반추가 이루어지면 개인은 외상 경험 이전보다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Tedeschi, 1999). 다시 말해, 깊이 있는 반추를 통해 외상 경험에 대한 인식의 과정(schema)이 수정될 가능성이 높고 외상 후 성장을 경험할 기회가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반추의 역할은 외상 후 성장을 무조건적으로 이끌어 낼 수 없다.
Greenberg(1995)는 반추의 기능에 따라 침습적 반추와 의도적 반추로 분류하여 그 역할을 설명하였다. 먼저, 침습적 반추는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외상 사건에 대한 회상, 그때 당시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반복적으로 회상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침습적 반추는 외상 사건 이후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해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두려움 등에 휩싸이게 된다. 그에 반면, 의도적 반추는 외상 사건 후 정신적 고통을 느끼거나, 침습적 반추를 하게 되는 데서 실제로 벗어나서 새로운 신념과 인생의 목표를 고려하는 것을 의미한다(Greenberg, 1995). 정신적 스트레스나 정서적 고통을 야기 하는 기존의 신념과 방향에서 벗어나게 되면 자동적이고 침습적인 반추는 덜 하게 되고 의도적인 반추를 좀 더 하게 된다(Greenberg, 1995). 즉 외상 직후 침습적 반추로 인해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사건에 대한 회상, 정신적 고통 등이 따르다가 이러한 과정을 벗어나고 대처해야 될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어, 나중에 보다 건설적인 정보처리 절차를 겪게 된다. 이러한 과정으로 접어들게 되면 사건에 대한 의미를 찾고 자신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행사하려고 한다. 결국 침습적 반추에서 의도적 반추의 단계는 외상 경험과 그 여파로부터 습득하게 되는 정서적‧지적 요소들을 모두 포함한다(Greenberg, 1995). 사건에 대해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반추를 하게 되면, 사건이 발생되었던 상황들을 이해하게 되고, 사건 이전보다 좀 더 성장을 이루게 된다(Tedeschi, R. G., Park, C. L., & Calhoun, L. G. 1998).
의도적 반추는 외상 사건을 다시 생각하고 되짚어보는 과정에 참여하다. 그 과정속에서 이전의 신념들을 이해하거나 더 긍정적인 삶의 목표와 인식이 자리 잡혀 개인적인 성장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앞서 외상 후 성장과 관련된 이론들을 살펴보았듯이, 외상 후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개인적 특성, 지지 체계로서의 환경적 요인, 인지적 대처, 사회문화적 요소 등을 꼽고 있다(Linley & Joseph, 2004). 개인성장 이론, 인지적응 이론을 통해 외상 경험 전 개인적 특성인 자아탄력성, 환경적 요인인 사회적 지지, 인지적 과정으로서의 반추가 외상 후 성장을 이끌어내는 요인임을 알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개인적 특성이자 강점으로서 자아탄력성, 외상 후 성장을 촉진시키는 환경적 요인인 사회적 지지와 인지적 과정의 중심축인 의도적 반추에 대한 선행연구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자아탄력성과 외상 후 성장에 관한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신체적, 성적 폭력을 당하거나 감정적 폭력을 경험한 사람들 중에서 외상 후 성장을 경험한 사람이 자아탄력성 또한 높게 나타났다. 그리고 자아탄력성 수준이 높을수록 더 건강한 성격적 특성을 지니며 대인관계 또한 더 잘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Woodward & Joseph, 2003). 즉, 자아탄력성은 스트레스 상황 에서도 개인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호요인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성격이라는 것은 개인의 인지, 정서, 동기 전반에 걸쳐 영향을 주는 것이므로 외상 후 성장에 관련된 성격적 변인인 자아탄력성은 외상에 대한 내적인 작동기제 전반에 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스트레스에 대한 극복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지과정에도 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고 외상에 대한 인지적 과정인 의도적 반추(이현수, 2008; Calhoun & Tedeschi, 1999; O’Leary, Alday, & Ickovics, 1998)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가정할 수 있다.
Tedeschi & Calhoun(2004)은 자기 노출 요소를 포함한 사회적 지지의 개념을 이론적 모형으로 설명했다. 사회적 지지는 의도적 반추 과정에 영향을 미쳐 외상 후 성장을 이루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라고 한다. 이 외에도 관련 연구들을 보면, 사회적 지지를 받는 것과 개인의 그러한 사회적 지지에 대한 만족도는 외상 후 성장과 정적인 관계가 있다. 관련 연구들을 살펴보면 사회적 지지를 받는 것과 사회적 지지에 대한 만족은 외상 후 성장의 보고와 정적인 관계가 있다. Thornton와 Perez(2006)의 연구에서도 사회적 지지가 높을수록 사회적으로 연결된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에 외상 후 성장 가능성이 더 높다고 설명하였다. 외상을 겪을 때 받는 사회적 지지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이라면 외상 후 성장은 더 촉진될 수 있다(Park, C. L., Cohen, L. H., & Murch, R. L, 1996).
Roberts, Lepore & Helgeson(2006)는 사회적 지지와 인지적 과정, 의미 탐색과의 관련성에 대해 연구하여 보고하였고, Ameli, Gunthert & Cohen(2001)은 심리·사회적 자원이 많을수록 특정한 평가방식과 대처방식에 있어 더 큰 성장을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즉, 사회적 지지도가 높을수록 외상 후 성장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Calhoun & Tedeschi(2006)는 외상 후 성장 이론에서 삶의 위기 뒤에 따라오는 반추에는 두 가지 다른 종류가 있다고 제안했다. 하나는 사건에 대한 자동적(automatic)이고 침습적인(intrusive) 사고이고 다른 하나는 사건을 이해하기 위한 보다 의도적인 반추이다. 침습적인 반추는 반복적이고, 부정적이며, 원하지 않는 사고로 규정되어온 반면에 의도적 반추는 사건과 투쟁하는 측면에 초점을 맞춘 반복적이고 목적의식이 있는 사고로 묘사되어 왔다(Calhoun & Tedeschi, 2006; Michael & Snyder, 2005). 이들 중 외상 후 성장 이론에서 이야기하는 외상 사건에 대한 인지적 처리 과정으로 서의 반추는 외상 사건 경험 후 초반에 나타나는 침습적이고 고통을 주는 반추가 아니라, 이전의 긍정적인 면을 기억하고 외상 상태를 어떻게 극복할지 모색하며 개인의 인생사에 외상 사건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탐색하는 생산적인 반추, 즉 의도적 반추이다. 따라서 외상의 인지적 과정에 대한 이론적 모형들은 개인이 의도적인 반추를 하면 할수록 즉, 그 상황에 대해 무엇이 일어났는지를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그 상황을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곱씹을수록 외상 후 성장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제안한다(Calhoun & Tedeschi, 1999; O’Leary, Alday & Ickovics, 1998).
이 연구는 수도권 지역(서울 및 경기지역)의 경찰서 및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공무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수도권 지역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을 설문조사 대상자로 선정한 이유는 범죄사건에 직접적으로 대응하거나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3) 범죄사건이 다른 지역에 비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에서 경찰 업무를 수행 하다 보면, 직접적으로 외상을 경험하기도 하고 위험한 범죄사건이나 다른 사람의 외상을 목격하는 등의 객관적인 외상사건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 연구의 목적상 이러한 외상사건을 경험한 경찰공무원의 샘플수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 연구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수도권 지역의 경찰공무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수도권 지역의 근무하는 경찰공무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수행하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을 비롯하여 서울 및 경기 지역 관할 경찰서에 사전연락 후 설문조사에 동의한 경찰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설문 조사 기간은 대략 2개월 정도(2014년. 6월~8월) 소요되었다. 개인정보, 직무사건리스트, 사회적 지지 척도, 외상 후 성장 척도, 의도적 반추 척도, 자기노출 척도, 자기 탄력성 척도로 구성된 설문문항을 수도권 지역에 근무 하는 경찰공무원 450명을 대상으로 우편으로 설문지를 배포하였고, 그 중 380부를 회수하였다. 그 중 외상 사건을 경험한 후 심리적 고통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한국판 사건-충격 척도(IES-R-K)를 활용하여 총 문항점수가 17점 이상인 경찰공무원들의 지기보고식 설문지들만 선별하였다. 그 결과 382부의 설문지 중 166부가 한국판 사건-충격 척도(IES-R-K)의 총 문항점수 17점 이상으로 분류되었고, 이는 외상 사건 이후 심리적 고통을 지각하고 있음을 판별할 수 있었다.
총 166부의 설문 응답자의 인구사회학적 특성을 분석해 보았다. 먼저, 성별의 경우 남성 경찰관이 157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94.6%를 차지하였고 여성 경찰관은 단 9명(5.4%) 뿐 이었다. 연령의 분포를 살펴보면, 40대가 총 63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38%를 차지하여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30대가 59명(35.5%), 50대 이상이 29명(17.5%), 20대 15명(9.0%) 순으로 제시되었다. 근무지역의 경우, 서울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이 126명(75.9%)이며, 경기 지역이 40명(24.1%)으로 구성되었다. 경찰관의 계급은 경위가 75 명(45.2%)으로 가장 많은 분포수를 차지하였고 그 다음으로 경사 41명 (24.7%), 경장 28명(16.9%), 순경 22명(13.3%)의 순으로 나타났다. 근무경력의 분포를 살펴보면 20년 이상 근무한 경찰관이 38명으로 전체 응답자 중 22.9%를 차지하였고, 다음으로 5년 미만의 경찰관이 35명으로 21.1%로 나타났다. 설문 응답자들 중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이 97명(58.4%)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기동부대에 근무하는 경찰관이 30명 (18.1%)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자들의 업무분야를 살펴보면 생활안전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이 54명으로 32.4%를 차지하였고, 수사 업무를 수행하는 경찰관이 38명으로 22.9%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응답자의 종교 분포를 살펴보면 무교라고 응답한 경찰관이 88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기독 교를 믿는다고 응답한 경찰관이 36명, 불교를 믿는 경찰관이 24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경찰공무원들이 근무 중에 자주 경험할 수 있는 외상 사건을 설문하기 위해 경찰공무원의 직무사건리스트(신성원, 2007)를 참고하여 이 연구의 목적에 맞게 수정하여 활용하였다. 경찰 업무를 수행하면서 겪을 수 있는 외상 사건을 15개의 유형별로 제시하였고, 유형별 경험여부 및 그 충격정도를 표시하게 하였다. 그리고 경험한 외상 사건들 중 가장 충격적인 사건을 선택하여, 그 사건이 일어난 시기를 설문문항 보기에서 선택하도록 하였다. 경찰 직무관련 외상 사건의 주요 유형은 직접적인 외상 사건(신체적 부상, 자신 혹은 가족에 대한 협박 경험, 차량 추격 및 사고 경험)과 간접적 경험(시체 목격, 동료의 사망 및 부상 목격)으로 분류하여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외상 사건을 경험한 후 심리적 고통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한국판 사건-충격 척도(Impact of Event Scale-Revised-Korean version: 이하 IES-R-K)를 활용하였다. 지난 30여 년 동안, 외상사건 노출 및 경험에 따른 PTSD 증상을 측정하기 위해 다양한 척도가 개발되어 왔다. 그 중 Horowitz M, Wilner N & Alvarez W(1979)은 사건-충격 척도(Impact of Event Scale: 이하 IES)도구를 개발하여 전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게 하였다(은헌정 외, 2005: 303-304에서 재인용). IES는 자기보고식 방법을 통해 주로 외상 사건 경험 이후 침습 및 회피 증상을 확인하는데 활용되었고, 치료 연구에서 성과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도구로 쓰여 왔다(은헌정 외, 2005: 304). 이후 Weiss와 Marmar(1996)는 기존의 IES에는 과각성 측정을할 수 없어서, 과각성 측정 문항 6개를 추가하여 IES 수정판(이하 IES-R)을 고안하였다. IES-R은 본래 15문항이었던 원문에서 7문항(과각성 척도) 을 추가하여 총 22문항으로 구성하였다(Weiss & Marmar, 1997). IES-R에 대한 타당도와 신뢰도를 검증하고 그 하위척도의 요인분석을 실시하기 위해 다양한 국가에서 이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였다(은헌정 외, 2005).
국내에서는 은헌정 외(2005)가 수정판 IES-R을 번안하였고, 한국판 IES-R(이하 IES-R-K)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검증하였다. IES-R-K의 표준화 검증을 위해 외상사건을 경험하여 개인병원에 입원치료 중인 환자 137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결과, IES-R-K는 일본, 중국, 프랑스, 독일의 IES-R 표준화 연구와 비교해 볼 때, 신뢰도와 타당도가 우수하였다. 또한 IES-R-K를 통해 외상사건 이후 심리적 고통을 지각하고 있음을 선별할 수 있는 기준, 즉 PTSD 경향을 지닌 것으로 판별할 수 있는 절단점은 17점으로 산출되었다(은헌정 외, 2005).
이 연구는 IES-R-K을 활용하여 경찰공무원이 경험한 외상 사건에 대한 충격정도를 측정(자기보고식검사)하였고, 총 문항점수가 17점 이상인 경찰 공무원들의 자기보고식 설문지들만 선별하였다. 총 문항점수에서 17점 미만인 경우는 외상사건 후 충격정도가 낮은 정상집단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 연구의 목적상 활용될 수가 없다. IES-R-K의 문항들은 ‘내가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그 사건이 생각났다.’, ‘나는 그 사건 이후로 잠들기가 어려웠다.’ 등으로 구성되었다. 각 문항은 ‘0점: 전혀 없다 ∼ 4점: 매우 자주’로 총 5점 척도를 구성하였다.
자아탄력성을 측정하기 위해 Block & Kremen(1996)이 개발하고 유성경·심혜원(2002)이 번안한 뒤 수정·보안한 것을 사용하였다. 자아탄력성의 측정변인은 대인관계, 감정통제, 호기심, 낙관성의 4가지 하위요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외상경험 당시에 받았던 사회적 지지를 측정하기 위해 박지원(1985)이 개발한 척도를 수정하여 사용하였다. 사회적 지지 척도는 총 25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고 개인이 가족, 친척, 친구 및 주위 사람들로부터 지각한 사회적 지지를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각 질문에 대해 “전혀 아니다(1점)”에서 “매우 그렇다(5점)”로 Likert 5점 척도로 구성되었다. 측정된 총 점수가 높을수록 사회적 지지를 많이 지각한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 지지 척도는 정서적지지, 평가적지지, 정보적지지의 총 3가지 하위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외상 사건과 관련된 반복적 생각을 측정하기 위해 Calhoun et. al.(2000)이 제작하고 신선영(2009)이 번안한 것을 사용하였다. 이 척도는 Calhoun et. al.(2000)이 외상 후에 일어나는 인지 과정을 평가하기 위해 개발된 다른 도구들로부터 외상적 사건의 반추에 관한 것만 채택하여 척도를 개발한 것이다. 총 5문항으로 구성되어 있고, “전혀 아니다(1점)”에서 “매우 그렇다(5점)”의 5점 척도로 구성되어 있다. 점수가 높을수록 더 많은 반추를 했음을 의미한다. 척도의 내용으로는 사건에 관해서 개인이 보고하는 침입적인 사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한 임의적 사고, 사건에 대처해나가면서 도움이 되는 것 찾기, 외상경험에서 유의한 점 찾아보기, 삶의 목적이나 의미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기 등을 측정하고 있다.
외상 후 성장 척도는 Tedeschi & Calhoun(1996)이 개발하고, 송승훈(2007)이 16문항으로 타당화한 한국판 외상 후 성장 척도(Korea Posttraumatic Growth Inventory: K-PTGI)를 사용하였다. 외상 경험 이후 긍정적인 변화의 정도를 개인이 자기보고 형식으로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각 질문에 대해 “나는 이러한 변화를 경험하지 못하였다(1점)”에서 “매우 많이 경험하였다(5점)”의 5점 Likert 척도로 되어 있다. K-PTGI는 자기지 각의 변화, 새로운 가능성의 변화, 대인관계의 깊이 증가의 3가지 하위요인을 포함하고 있다.
이 연구는 외상 후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자아탄력성, 사회적 지지, 의도적 반추, 외상 후 성장 간의 인과관계를 밝히고 외상 후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와 영향력 정도를 살펴보고자 한다. 앞에서 살펴본 이론적 근거와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가설적 모형을 설정하였다. 다시 말해, 개인성장 이론, 인지적응이론과 선행연구들을 바탕으로 외상 후 성장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변인들을 선별하여 가설 경로를 설정하였다.
이 연구의 연구문제와 가설은 다음과 같다.
외상 후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들 중에 자아탄력성, 사회적 지지와 의도적 반추의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구조방정식을 활용하여 가설적 모델의 적합성을 검증하였다. 모형의 평가 방법은 χ²검증을 활용하는 방법과 모형의 적합도 지수를 활용하는 검증법이 있다. χ²검증은 표본 크기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영가설이 상당히 엄격하기 때문에 χ²검증에 완전히 의존하여 모형을 평가하지 않는다. 이 연구는 표본 크기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모형의 간명성을 고려하면서 적합도 평가 지수의 기준이 확립된 RMSEA, TLI, CFI를 활용하여 모형의 적합도를 평가하였다.4) RMSEA값은 .05 이하면 상당히 적절한 적합도이고, .05에서 .08 사이면 만족할만한 적합도, .10 이상이면 부적절한 적합도로 해석한다(Browne & Cudeck, 1993). TLI와 CFI의 경우 1에서부터 0의 기준치에 따라 그 적합도를 검증 한다. 그 값이 .90 이상이면 모형의 적합도의 기준에 충족된다고 볼 수 있다(Bentler, 1990). 이 연구모형의 적합성을 확인한 후, 연구모형의 추정 경로계수를 확인하여 가설을 검증하였다. 그리고 구조방정식 모형 분석을 통해 변인 간 직접효과, 간접효과 그리고 총효과를 확인하였다.
3)경찰백서의 전국 범죄발생현황을 살펴보면, 경기도가 약 36만 건으로 전체범죄의 21%를 차지하여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서울이 30만 건(20%), 부산(7.2%) 등의 순위를 차지하였다. 전반적으로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일수록 범죄발생률이 높음을 알 수 있다(경찰청,, 2013: 113). 4)CFI, RMSEA, TLI는 다른 지수에 비해 바람직한 적합도의 기준을 충족하여 이 지수들을 통해 모형의 적합도를 평가할 것을 권고하였다(Bentler, 1990; Browne & Cudeck, 1993).
이 연구의 변인들은 자아탄력성, 사회적 지지, 의도적 반추이며, 모든 측정 문항은 5점 척도(1점: 전혀 그렇지 않다, 5점: 매우 그렇다)로 구성되었다. 구조방정식모형에서는 각 변인들의 정상분포조건이 만족되지 않을 경우 왜곡된 측정값이 제시될 수 있다. 구조방정식모형에의 정상분포조건(왜도 <2, 첨도 < 4)에 만족해야 된다(Hong, Malik, & Lee, 2003). 이 연구에서 사용되는 변수들의 왜도와 첨도를 살펴본 결과 구조방정식모형을 적용하는데 필요한 정상분포조건을 만족하였다.
측정변인의 기술통계
이 연구에서 설정한 구조방정식의 인과구조관계의 기본가정을 만족시키기 위해 상관관계 분석을 실시하였다. 상관관계분석을 통해 독립변수들 간의 다중공선성을 확인해 볼 수 있다. r값이 0.8보다 큰 경우에는 회귀방정 식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표 2>에서는 자아탄력성과 사회적 지지의 측정 변인들과, 의도적 반추 및 외상 후 성장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제시하였다.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변인들 간의 상관관계가 0.8 이하로 나타났다. 즉, 다중공선성의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대부분의 측정변인들의 상관관계의 r값은 0.5 이하로 제시되었고 사회적 지지의 측정변인들과 외상 후 성장 간의 유의미한 상관관계(p<.001)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한편, 자아탄력성의 측정요인, 사회적 지지의 측정요인 그리고 의도적 반추의 상관관계는 유의미하지 않았다. 그러나 의도적 반추와 외상 후 성장의 측정요인의 상관관 계를 살펴보면 새로운 가능성의 변화를 제외한 다른 변인들간의 상관관계를 유의미한 것(p<.001)으로 나타났다.
측정변인간의 상관관계
이 연구모형의 측정모형 적합도 지수는 <표 3>과 같다. 측정모형의 적합도 계수는 χ²의 경우, χ²=26.196(df=39, N=166, p>.05)로 제시되어 적합 도가 유의미하지 않았다. 그러나 χ²의 경우 표본 크기가 클수록 χ²의 적합도 지수가 떨어지기 때문에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 표본의 크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CFI의 적합도는 .904, TLI는 .916, RMSEA는 .074로 측정모형의 적합도가 대체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인 것을 알 수 있다.
연구모형의 적합도
이 연구모형의 적합성을 확인하였기 때문에 연구모형의 추정 경로계수를 확인하여 가설을 검증하였다. <표 4>의 연구모형의 모수추정치와 <그림 3> 연구모형의 경로계수를 통해 의도적 반추는 외상 후 성장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정적인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β=.600, p<0.001). 즉, 경찰공무원이 외상 사건에 대해 스스로 깊이 있게 생각해보고 의미를 찾는 노력을 할수록 외상 후 성장을 이끌어내는 요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사회적 지지는 외상 후 성장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하였다(β=.151, p<0.01). 이를 통해 경찰관이 가족이나 주변 동료로부터 정서적 지원과 조언을 많이 받을수록 외상 후 성장 수준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지지는 의도적 반추와는 통계 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고, 의도적 반추의 매개 효과도 유의미하지 않았다. 또한 자아탄력성은 의도적 반추와 외상 후 성장과의 관계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연구모형의 모수추정치
구조방정식 모형 분석은 변인 간 직접효과, 간접효과 그리고 총효과를 보다 수월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연구에서는 자아탄력성, 사회적 지지의 외생변수가 의도적 반추인 매개변수를 통해 최종 종속변수인 외상 후 성장에 미치는 직접효과, 간접효과, 총효과를 검증해 보았다. 간접 효과의 유의성을 검증하기 위해서 부트스트래핑 방법(Bootstrapping)을 활용하였고, 그 결과는 <표 5>와 같다.
주요 변인들의 직접?간접 및 총효과
사회적 지지는 외상 후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β=.133, p<0.01), 간접적인 영향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사회적 지지가 외상 후 성장에 미치는 총 효과는 β=.151(p<0.001)로 제시되었다. 다음으로 의도적 반추는 외상 후 성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하였다 (p<0.001).
이 연구의 결과를 바탕으로 수정된 모형을 제시하면 <그림 4>와 같다.
경찰관의 개인적 특성인 자아탄력성은 외상 후 성장과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으며, 의도적 반추와도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검증되지 않았다. 결국 ‘자아탄력성은 의도적 반추에 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는 연구가설 1-1과 ‘자아탄력성은 외상 후 성장에 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는 연구가설 2-1은 기각되었다. 또한 ‘의도적 반추는 자아탄력성과 외상 후 성장의 관계에서 매개효과를 지닐 ’것이라는 연구가설 2-1 역시 기각되었다.
경찰관의 환경적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적 지지는 외상 후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검증되었다. 즉, 외상경험이 있는 경찰관은 가족이나 직장동료 혹은 주변사람들로부터 관심과 지원을 받는다고 인식할수록 외상 충격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사회적 지지는 외상 후 성장에 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는 연구가설 1-4는 채택되었지만, 사회적 지지는 의도적 반추와는 상관관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즉, ‘사회적 지지는 의도적 반추에 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인 연구가설 1-2는 기각되었다. 또한 ‘사회적 지지는 외상 후 성장 간의 관계에서 의도적 반추가 매개할 것’이라는 가설 2-2 역시 기각되었다. 이러한 가설검정의 결과를 정리하면 <표 6>과 같다.
주요 변인들의 직접?간접 및 총효과
이 연구는 서울 및 경기지역에서 근무하는 경찰공무원을 대상으로 외상 후 성장의 영향요인의 구조적 관계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외상 후 성장과 관련된 이론적 모형을 근거로 개인적 요인과 주변⋅환경적인 요인으로 구분하였다. 또한 삶의 위기에 대한 대처방식인 의도적 반추와 외상 후 성장과의 관계를 검증하였다. 외상 후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적 요인과 관련해서는 자아탄력성을 포함하였다. 환경적 요인에서는 사회적 지지를 활용하였다. 즉 주변인들로부터의 사회적 지지가 경찰공무원의 외상 후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를 실증적으로 검증해 보았다.
연구 결과, 첫째 경찰관의 외상 후 성장을 증가시키는 요인은 사회적 지지와 의도적 반추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외상경험이 있는 경찰관이 가족 이나 동료들로부터 정서적 지원이나 도움을 받는다고 인식할수록 외상사건에 대한 의미를 발견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연구결과를 통해 검증할 수 있었다. Calhoun & Tedesci(2006)는 사회적 지지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고통 받는 개인이 심리적인 안정감을 유지시켜 줄 수 있다고 하였다. 이 연구의 결과는 이들의 주장을 지지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경찰 업무 수행 중 외상 사건으로 인한 스트레스나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있을 때 사회적 지지는 불안정한 심리적 상태를 완화시킬 수 있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외상 경험 이후 정신적으로 성장될 수 있음을 이 연구결과를 통해 확인하였다.
둘째, 의도적 반추는 외상 후 성장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변인임을 실증 적인 연구결과를 통해 검증하였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기존에 제시되었던 이론적 모형(Calhoun & Tedeschi, 1999; O’Leary, Alday, & Ickovics, 1998)을 지지한다고 볼 수 있다. O’Leary et. al. (1998)이 제시한 이론적 모형에 따르면, 외상 사건 경험자가 의도적인 반추를 하면 할수록 그 상황에 대해 어떠한 일이 발생되었는지 적극적으로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을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할수록 외상 후 성장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제언하였다. 이 연구 역시 경찰관의 의도적 반추는 외상 후 성장을 이끄는 중요한 변인임을 구조방정식 모형 분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경찰관이 끔찍한 외상 사건을 경험하였다 하더라도, 그 상황의 긍정적인 면을 찾아 기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외상으로 인한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어떻게 극복할지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상 사건을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탐색할 수 있도록 경찰관을 위한 심리상 담사들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심리상담을 통해 외상사건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인지 생각하고, 왜 일어났는지를 곰곰이 따져보고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외상 후 성장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이 연구는 서울 및 경기 지역에 근무하는 경찰관을 대상으로 외상 후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구조모형을 통해 검증해 보았다. 기존의 선행연구들이 제시한 결과들을 비교하여 수도권 지역에 근무하는 경찰관의 외상 후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확인한 것은 학문적으로 의미가 있는 연구였다. 그러나 경찰관들이 경험하는 외상에 대한 경험과 그 심리적 고통을 한 번의 설문조사를 통해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이 연구 결과에 대한 신뢰와 자료의 활용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외상 사건을 경험한 경찰 관들을 대상으로 여러 번에 걸친 심층 인터뷰를 통한 질적 연구방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다양한 연구방법을 통해 경찰관의 외상 후 성장을 이끌어내는 영향요인을 파악하여 경찰관의 정신건강과 복지에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