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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대항문화에 대항하기 Countering the Counterculture
ABSTRACT
대항문화에 대항하기

This paper examines the ways in which Bharati Mukherjee’s mythical writing of Leave It to Me critically engages with and deconstructs the myths of the 60s counterculture as part of her larger project of redefining America and its history. Drawing upon the Hindu myth of the warrior goddess Devi and the Greek myth of Electra as interpretive frames of the novel, Mukherjee transforms the protagonist-narrator Debby/Devi’s journey to San Francisco in search of her origin and identity into a critical reinterpretation of the counterculture’s liberalism and its engagement with Asia in reaction to the nation’s exertion of its state sovereignty beyond its territory onto the foreign shores of Vietnam. As Devi finds out more about her mother and observes her peers in the counterculture, she increasingly develops a critical eye on the darker side of the countercultural young people, including their self-indulgence, irresponsibility, and their quick move into the consumer-capitalist “Establishment.” Mukherjee extends her demythologizing take on the counterculture’s mystification and manipulation of the Indian religious culture to justify its hedonist lifestyle with a suggestion that it is the other side of the same mirror of America’s Orientalism that demonizes its Vietnamese others by representing them as essentially different from whatever is American. Rejecting a celebration of America as a home of progress and liberation, Mukherjee exposes the counterculture’s rebellion against mainstream America gone awry by debunking the nostalgic, romanticized myths of the sixties counterculture dominant in popular imagination.

KEYWORD
Bharati Mukherjee , Leave It to Me , counterculture , hippies , the Vietnam War , Orientalism
  • 바라티 무커지(Bharati Mukherjee)는 인도계 미국 작가 중 대중들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으나 평자들에게는 엇갈린 반응을 낳고 있는 소설가이다.1) 무커지의 대표작인 『재스민』(Jasmine, 1989)은 『중매인 외 단편들』(The Middleman and Other Stories, 1988)을 비롯한 전작들에서 “풍부하게 나타나는 동화의 문제”를 다루면서 “미국 사회에의 동화를 축복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의 우호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코쉬 159). 일부 학계에서는 『재스민』을 이민자의 성공적인 생존력(Brinda Bose), 미국 및 인도 이민 사회에 대한 사회정치적 비판(Janet M. Powers), 여주인공이 인도 구전 전통에 따라 점차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화자로 변모하는 과정(Pushpa N. Parekh)에 대한 소설로 보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소수민족 문학, 디아스포라 문학, 탈식민주의 문학 연구자들 중 많은 이들이 소설의 여주인공을 낙후한 고향 인도를 벗어나 미국 주류 사회에 동화되기를 원하는 개인주의적인 인물로 분석하면서 제3세계는 가난하고 여성을 억압하는 미개한 곳이며 그곳 출신 여성은 차별과 폭력에 무기력한 희생자라는 부정적인 전형을 재생산하는데 기여하는 작가(Ray 227; Aneja 76; Knippling 77)로 무커지를 비판해 왔다. 같은 맥락에서 제3세계 미국 페미니스트들은 여주인공이 인도인 지요티(Jyoti)에서 미국인 제인(Jane)으로 변신하는 것을 억압받던 제3세계 여성이 해방된 개인 주체성을 획득하는 것으로 재현하는 것은 구출이 필요한 억압받는 여성들의 이미지를 명목상 필요로 하는 서구의 자유주의적 페미니즘의 한계를 답습한다고 지적한다(Koshy 139-40).2)

    이처럼 무커지의 소설이 이민이라는 초국가적 이동을 둘러싼 제1세계와 제3세계, 전통과 현대, 동화, 오리엔탈리즘, 본질주의, 차이, 이국화, 문화민족주의와 같이 상호 관련된 주제를 놓고 학자들 간에 다양한 논의를 일으킨다는 점은 무커지의 작품들이 양가성을 내포하고 있는 문제작임을 의미한다.3) 이민자들에게 “끝없는 가능성들”(Bose 58)을 약속하는 미국에의 동화를 긍정하는 무커지 소설의 “우파적”(Ahmad 208) 특징을 비판하는 주장의 공통점은 과거/전통/인도/전통 유지와 현재/근대화/미국/동화라는 이항대립을 해석의 틀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더팔 그레월(Inderpal Grewal)은 『재스민』에서 무커지가 전통과 모더니티의 이분법에서 여주인공이 전통을 버리고 미국이 상징하는 근대적 주체성을 “선택”함으로써 아메리칸 드림을 인정하고 미국의 인종이나 계급에 대한 문제는 무시한 채 제3세계 여성을 이국적인 타자로 그리고 있다고 그 한계를 지적한다(74). 이들이 주장이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무커지가 과거에 속한 인도의 전통을 버리고 현재를 상징하는 근대화된 미국에 동화되는 것을 성공한 이민자담론으로 찬양하면서 미국 주류사회의 지배이데올로기와 공모한다고 보는 시각은 『재스민』 이후 무커지의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변화와 관심의 이동을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다.4) 무커지는 모국을 떠나 낯선 사회에 적응해서 살아가야 하는 이민이라는 초국가적, 초문화적 횡단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긴장과 모순들을 끊임없이 교섭하는 과정을 제1세계와 제3세계, 현재와 과거, 진보와 보수의 이항대립 보다는 “문화와 사람 그리고 재화의 국경을 초월하는 움직임”(Voelz 356)으로서의 초국가주의(transnationalism)를 특징으로 하는 지구화 시대 속 여러 문화권의 상호작용과 그에 따른 상호변화로서 접근하고 있다. 『호랑이의 딸』, 『아내』, 『재스민』과 같이 1970-80년대에 나온 소설은 미국으로 이민 온 제3세계 여성들의 정체성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탈구, 소외, 그에 따른 불가피한 동화”라는 주제를 주로 다루었다(Rastogi 269). 그러나 1990년대에 나온 소설은 이민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진 인도와 미국, 더 나아가 동양과 서양 사이의 혼종적 접촉과 교류가 미국이란 국가와 그 역사를 구성하는 방식을 극화한다. 이를 통해 무커지는 미국의 전통적인 국가 서사에 비판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으로 미국 사회가 이민자들을 바꾸는 것처럼 미국 사회도 이민자들에 의해 변하는 “문화 간 교섭의 변증법”(Rastogi 269)을 탐색하는 것이다.

    1993년 출간된 『세상의 소유자』(The Holder of the World)는 “17세기 인도와 뉴잉글랜드의 상호연관성을 전경에 내세우며 그 동안 잊혀졌던 두 문화 간 교류가 미국의 탄생에 영향을 주었음을 강조하여 단일문화적이고 동질적인 국가 서사를 해체”(Sen 57)하는 역사 소설이라면 1997년에 나온 『내게 맡겨』(Leave It to Me)는 60년대 대항문화(counterculture), 베트남 전쟁, 전지구적 자본주의, 다문화주의, 소비자본주의, 초국가주의의 맥락에서 아시아와 미국의 상호관계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현대사를 탐색하는 소설이다.5) 히피 미국인 생모와 유라시아계 아버지 사이에서 인도에서 태어났지만 곧 버려져 수녀들이 운영하는 고아원에 있다가 이탈리아계 미국인 가정에 입양된 여성이 샌프란시스코로 가서 출생의 비밀을 추적하는 내용의 『내게 맡겨』는 혼혈 고아 여성이 자신이 누구인지를 발견하는 과정을 그린다는 측면에서 이전 소설들에서 다루어졌던 정체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렇지만 자신의 기원을 추적한다는 점에서 시선은 과거에서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서 과거를 향해 있다. 그러므로 60년대 아시아와 미국의 혼종적 만남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데비(Debby/Devi)가 친부모의 정체를 밝혀 나가는 과정은 세계 도처에서 온 이민자들로 구성된 다문화적인 90년대 후반의 미국을 사는 자신이 어떤 시대의 어떤 형태의 문화횡단과 혼종의 산물인지를 탐색하는 것과 같다. 데비로 인해 60년대 대항문화의 중심지였던 샌프란시스코의 과거가 소환되어 현재와 겹침으로써 현재의 미국을 있게 한 “카르마”를 60-70년대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미국으로 이민 오는 인도 여성이 아니라 미국으로 입양된 혼혈의 고아를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동화와 저항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이 아니라 60년대 미국과 아시아와의 만남이 의미하는 바를 비판적 거리에서 제시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맡겨』는 무커지가 밝힌 바 있는 “낯익은 것은 이국적으로 이국적인 것은 낯익은 것으로 바꾸어 미국인의 본질과 무엇이 미국인이 되게 하는가를 재정의”(“Four-Hundred-Year-Old Woman” 24-25)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미국 사회로 더 깊이 들어가 미국의 역사를 낯설게 하고 재구성하는 소설이다.

    본 논문은 무커지가 『내게 맡겨』에서 60년대 미국의 대항문화의 유산에 대한 비판적 해부를 통해 미국을 진보와 해방의 공간으로 표상하는 지배서사에 도전하고 있음을 논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다음 장에서는 미국의 역사를 재해석하는 틀로서 원형적이고 탈역사적인 이야기라 할 수 있는 힌두 신화와 그리스 신화를 전유하는 방식을 살펴볼 것이다. 우주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를 파괴하여 회복하는 “대지의 어머니이자 전사여신”(Leave It to Me 6)6)인 데비 신화와 아버지(아가멤논)를 죽인 어머니(클라이템네스트라)와 그의 연인에게 쌍둥이 남동생(오레스테스)과 함께 복수하는 엘렉트라 신화는 소설에서 과거를 상징하는 친부모 및 그와 같은 베이비붐 세대에 속한 인물들과 여주인공의 관계뿐만 아니라 그들에 대한 여주인공의 태도를 해석하는데 중요한 틀을 제공한다. 그 다음 장에서는 데비가 자신의 뿌리를 찾는 과정에서 만난 인물들을 중심으로 분석하여 무커지가 기성의 권위와 규율에 저항하고 자유와 평등, 사랑의 공동체를 꿈꾸었던 60년대 청년세대의 대항문화의 모순을 드러내고 그들의 급진적이고 혁명적인 가능성이 90년대 말 어떻게 변모하였는지 그 결과를 추적하고 있음을 분석하겠다. 『내게 맡겨』는 대항문화의 어두운 면모―방종, 인도의 종교문화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적 전유, 무책임, 소비자본주의 주류사회로의 편입 등―를 드러내는 이야기를 통해 낭만화되고 향수어린 대항문화의 신화를 해체한다.

    1)1940년 인도의 캘커타의 브라민 계층 출신으로 인도 및 유럽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은 후 미국의 아이오와 대학교에서 문예창작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버클리의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영문학과 비교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캐나다 작가인 클라크 블레이스(Clark Blaise)와 1963년 결혼 후 캐나다에 살다가 1987년 미국으로 건너와 시민권을 획득하고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쳤고 현재 버클리대학교의 교수로 있다.  2)무커지를 비판한 대표적인 연구자로는 크리스틴 카터-샌본(Kristin Carter-Sanborn), 아누 아네자(Anu Aneja), 알파나 샤르마 키플링(Alpana Sharma Knippling) 등이 있다. 카터-샌본에 따르면 제3세계 여성 재스민이 미국적 자아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이 제3세계 여성을 억압하고 삭제하는 결과를 낳았고 서구의 독자에 구미에 맞는 이국적인 제3세계 여성을 제시했다(574). 인도계 학자인 아네자는 여주인공 재스민의 모습이 제3세계 여성을 가부장제의 지배와 가정 폭력의 수동적 희생자로 그리고 있는 서구의 자유주의적 담론을 옹호한다며 “남성 인물에 의해 정의되는 재스민은 남성의 폭력, 욕망의 대상으로 남아있으며 마지막까지도 자립을 저해하는 순환을 끊어내지 못한다”(77)고 비판한다. 키플링은 브라민 계급 출신의 지식인 무커지가 가난하고 침묵당하는 서발턴을 재현하는 것에 한계가 있고 다양한 소수인종 이민자들의 차이를 무시한다고 주장한다. 산지타 레이(Sangeeta Ray)는 무커지가 『재스민』에서 인도를 “가난, 집단 폭력, 억압적 사회 실천들로 가득한 후진국”(227)으로 재현하는 방식을 문제 삼는다. 무커지를 옹호한 연구자는 브린다 보스, 제니퍼 드레이크(Jennifer Drake), 존 K. 호프(John K. Hoppe) 등이 있다. 재스민의 변신을 오리엔탈리스트인 남성 인물들에 의해 제어되는 것이므로 주체행위성(agency)으로서 볼 수 없다는 카터-샌본의 주장에 맞서 호프는 재스민을 인도 전통 문화뿐만 아니라 프론티어나 개척자와 같은 전통적인 미국의 서사를 생존의 도구로 재전유하는 능력과 적응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한다. 한편 드레이크는 무커지가 단순히 미국의 다문화를 지지하거나 동화를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이산 주체 형성의 복잡성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에 있는 미국의 다문화를 포착하기 위해 다양한 이국적인 전통이 융합된 무굴 세밀화에 사용된 다중초점 기법을 차용한다고 분석한다(66).  3)그녀의 작품에 드러나는 양가성의 한 원인으로는 카스트 상에서는 특권층이지만 여성으로서는 순종을 강요받고, 인도인이지만 유럽식 교육을 받았던 “무커지의 성장 배경에서의 상충되는 문화적 힘들”(Bloom 68)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초기작인 『호랑이의 딸』(The Tiger’s Daughter, 1972)은 서양에 몇 년간을 살다 고향 인도로 돌아온 여성이 과거 인도의 고상한 브라민의 삶에 대한 기억과 가난과 굶주림, 정치적 불안으로 점철된 현재의 인도 사이의 간극을 인식하는 내용인데 이는 무커지의 성장기에 영향을 준 대립적 문화 요소들을 반영하고 있다. 『아내』(Wife, 1975)는 중매결혼 후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온 젊은 아내가 벵갈의 전통적인 수동적 아내상과 미국의 낯선 현실 사이에 느끼는 불안정한 심리를 다룬 소설이다.  4)1989년 『재스민』을 기점으로 90년대 초 무커지에 대해 많은 연구들이 나왔는데 주로 부정적인 해석이 많은 반면 90년대 말 이후의 드레이크, 크리쉬나 센(Krishna Sen) 등의 논문은 무커지의 작품의 양가적인 측면을 인정하면서 재현의 정확성이나 모국에 대한 충성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기 보다는 무커지의 미학이나 미국 정체성의 대안 모델 탐색 등에 초점을 맞추어 무커지를 긍정적으로 재평가한다.  5)포스트모던 역사소설로서 『세상의 소유자』에 대한 분석은 데이빗 캘러핸(David Callahan)을 참조.  6)이후 소설 인용은 괄호에 페이지 수만 표기하기로 한다.

    II

    『내게 맡겨』의 프롤로그는 소설의 프레임으로서 주인공 데비의 여정의 성격을 규정할 뿐만 아니라 소설 해석의 관점을 제공한다. 프롤로그는 데비가 태어난 인도의 데비가온이라는 마을에 하리(Hari)라는 이름의 노인이 아이들에게 “팔이 여덟 개에 불꽃처럼 빛나고 사자를 타고 다니며 신의 정의를 수행하는 데비”(5) 여신이 신들과 전쟁을 벌이던 물소 괴물(마히샤)을 무찌르는 신화를 이야기해주는 장면이다. 힌두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 데비는 “불교, 힌두교, 베다교, 브라만교의 모든 제신의 신성에 붙여진 일반적인 이름을 의미”하는 “데바”의 여성적 본성을 가리킨다(정광흠 7). 또 “위대한 어머니 여신(the Earth Mother)이자 전사 여신”(6)인 데비는 우주의 파괴를 담당하는 쉬바의 여성적인 힘(shakti)이 무섭고 격한 파괴자의 모습으로 신격화된 것(김형준 333)으로 또 다른 이름은 두르가(Durga)이다. 이처럼 우주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악마를 처단하는 데비를 프롤로그에 제시함으로써 무커지는 주인공 데비가 자신을 낳자마자 버린 “캘리포니아 히피”(26) 생모를 찾는 여정을 “싸구려 모성에 대한 대가를 치르도록”(61) 심판하는 과정으로 극화하며 데비의 부모에 대한 분노를 대항문화에 대한 비판에 녹여낸다. 데비의 탐색은 생모가 “길잡이로 삼은 특별한 시대와 장소의 신”(9), 즉 어떤 시대의 어떤 가치관에 의해 엄마가 아이를 버리는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 비판적 회고의 성격을 띤다. 데비/두르가가 “주로 인도 동부의 콜카타를 중심으로 한 벵골 지방에서 숭배되고”(김형준 333) 있듯이 인도에서는 각 지역마다 섬기는 특정한 신들이 있는데, 데비의 생모가 섬긴 신이 어떤 성격을 가진 존재인지를 안다는 것은 그 신이 상징하는 시대정신의 산물로서의 생모를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데비에서 이름을 따온”(5) 데비가온이라는 마을은 데비를 숭배하는 곳이며, 데비가 그곳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분노, 정의의 심판으로서 복수와 같은 여신의 속성을 데비가 공유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소설의 도입부에서 자신을 “허드슨 밸리 지역의 괜찮은 이탈리아계 미국인 가정에 입양된” “놀기 좋아하는 23살짜리 미국 여자”로 소개하고 있는 데비는 “입양의 부정적인 면”을 자신에게 생명을 준 부모가 “지저분한 그늘아래 시체처럼 들개들이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도록 나를 내버린 형편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라고 말하며 친부모에 대한 분노와 신랄함을 드러내고 있다(10). 자신을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나 유기동물 보호시설에서 새로운 주인에게 선택받지 못하면 안락사당하는 버려진 잡종견(47)과 동일시하며, 데비 디마르티노로서의 자신은 “허상”이자 “아무런 실체가 없다”고 생각한다(10). 즉 세상에 존재하게는 해주었으나 자신을 부정적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원인을 잃어버린 기원에서 찾고 있다. “친부모가 의도했던 나라는 존재는 결코 존재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나라고 주장할 수 없는 부분”은 데비에게 결핍이고 그것은 혼란과 불안, 자기부정으로 이어지며 이 정신적 상처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부모에게 묻고자 하는 것이다(10). 요컨대 데비 신화는 무커지가 미국의 현대사 중에서 베이비붐 세대를 주축으로 한 60년대 대항문화의 낭만화된 신화에 접근하는 태도가 비판적임을 암시한다.

    여신 데비가 수많은 이름과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것 또한 여주인공을 읽는 단서를 제공한다. 기본적으로 데비라는 명칭이 여신을 뜻하기 때문에 힌두 여신들은 모두 데비의 또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선주민 시대 모계 사회에서 숭배의 대상이었던 마하데비, 즉 위대한 어머니 여신(Goddess)을 지칭하기도 하는데, 풍요를 가져다주기도 하고 희생제물을 강요한 이 여신은 역설적이고 모호한 이원성을 갖고 있다. 브라만 시대의 힌두 신화에서 데비는 시바의 배우자로 등장하는데 시바의 다양한 역할들에 따라 다른 이름(사티, 파르와티, 두르가, 칼리)을 갖는다(이온스 220). 강력하고 무서운 여성의 힘은 드루가나 검은 피부에 자신이 물리친 적들의 해골로 만든 목걸이를 하고 있으며 혀를 내민 입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모습으로 묘사되는 칼리(Kali)로 체현된다(이온스 232). 한편 사티와 파르와티는 쉬바의 여성적 힘 중 온순한 부분이 신격화된 것이다. 『내게 맡겨』의 데비도 이 힌두 여신처럼 다중적이고 혼종적인 정체성을 지닌 인물이다. 마히샤에 대적하기 위해 “여러 신들이 모두 몸과 분노의 얼굴들을 합체하였고 여기에서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가 분출하여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으로” 태어난 여신 데비는 혼종의 결과이다(플러드 280). 마찬가지로 데비는 “일부는 중국인, 일부는 프랑스계 베트남인, 일부는 확실히 파키스탄인이고 나머지는 어디 출신인지 알 수 없는”(229)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를 둔 혼종이다. 어느 한 민족에 속한다고 할 수 없는 초국가적 정체성을 지닌 인물로 “아무것도 물려받은 것이 없을 때 모든 것에 대한 권리가 있다”(67)고 주장하듯이 데비는 여러 가능성에 열려있는 유동적인 혼종으로서 자신이 갖고 있는 상충하기도 하는 다양성과 이질성을 힘이 되는 자산으로 재정의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체가 어떻게 이 차이들을 교섭하는가하는 주체의 수행성이다. 혼종의 정체성 개념은 “이미 확립된 사실”이 아니라 “언제나 진행 중인 생산”(Hall 392)으로 주체가 자리한 구체적인 맥락에서의 주체의 수행과 그에 따른 변형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한다. 다시 말해 문제는 이 과정에서 주체가 어떻게 차이들의 교섭을 통해 잠재해 있는 가능성들을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창조와 해방으로 현실화시키는가이다. 데비의 혼종성은 그녀가 가진 여러 이름으로 나타난다. 데비는 생모가 출생신고서에 써 넣은 “아기 클리어 아이리스-딸”(10)에서 버려진 데비를 걷어서 키워준 수녀들이 붙여 준 “태풍의 이름을 딴 포스틴”(51)이었다가 양부모가 지어준 영화배우 “데비 레이놀즈에서 따온 데비”(41)였다가 생모를 찾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도중 멋진 여성이 금발을 휘날리며 몰고 가는 자동차의 번호판에 적혀 있는 “DEVI”를 보고 이름을 데비(Devi)로 바꾼다. 데비의 여정은 이 모든 이름들의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조건들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데비의 혼종성에 기초한 수행적 정체성은 프롤로그의 힌두 신화가 전제하고 있는 순환론적 우주관과 윤회의 개념에 의해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데비 신화의 전제라 할 수 있는 “우주의 신성(the Cosmic Spirit)이 끊임없이 세계를 창조하고 파괴하고 다시 창조한다”(5)는 세계관은 이 소설의 사건과 인물을 해석하는 기본 관점을 제공한다.7) 선형적인 시간이 아니라 “창조와 파괴가 영속적으로 순환되는 우주의 시간”(이온스 63)은 윤회(samsara) 사상의 기본이다. 주기적으로 우주는 창조와 파괴를 통해 다시 생성되고 존재자 또한 출생, 죽음, 환생을 반복한다.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존재 형태의 변화이다. 인물이 오직 하나의 삶을 갖는다고 믿는 미국 작가와 달리 변신을 거듭하는 데비는 “영혼은 다른 몸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힌두교적 윤회개념에 기초하여 무커지가 창조한 여러 개의 삶을 사는 인물 중 하나이다(Mukherjee, Interview 650). 점쟁이 집의 벽에 걸린 여신에서 나비로 나비에서 여신으로 변신하는 “나비-여성” 인형(52)과 스스로를 동일시하는 데비는 “혼란스러운 신호와 상충하는 충동”(47)을 갖고 있는 혼종이기도 하면서 변신하는 존재로서 지금의 자신과 다른 진짜 내가 있을 것이라는 분열에 괴로워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를 직접 찾아 나서기로 하는 적극적인 여성으로 변한다. 『재스민』에서 여주인공이 천신만고 끝에 미국으로 도착했을 때 자신을 겁탈한 남자를 죽이는 장면을 재스민의 칼리로의 환생으로 그렸듯이 무커지는 데비가 프랭키 퐁(Frankie Fong)에게 버림받은 후 디마르티노에서 데비 디로 이름을 바꾸고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장면을 “데비 디마르티노는 죽고 데비 디가 스스로 태어났다”(62)고 묘사하면서 힌두 여신 데비의 환생으로 제시한다. 환생의 순간은 “데비와 데비의 씨름”으로 묘사되고 이 결투의 승자는 “더 빠르고 강하[며] [ . . .] 직관은 더 날카롭고, [. . .] 충동성은 더 강한”(63) 데비로 변모한다. 그리고 윤회의 개념과 함께 이생에 자신의 행위가 다음 생의 환생을 결정한다는 카르마(karma)의 개념도 데비의 변신의 정체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소설에서 카르마를 “막다른 길에 다다르면 다른 길로 옮겨가는”(80) 판단과 선택의 행동에 따라 변화하는 운명이라 설명하고 있다. 다른 말로하면 카르마 개념은 인생에 있어서 자신의 선택에 의한 행동에 따라 자신의 다음 생이 결정된다는 것이기 때문에 미리 정해진 무엇이 있다는 숙명론이기보다는 한 사람의 삶은 상황에 따른 판단과 행동의 총체이며 미래는 현재에 의해 바뀔 수 있다는 역동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역동적 개념의 카르마를 적용하여 생모를 찾아 캘리포니아로 떠나면서 이름을 바꾸는 장면을 해석해 보면 안정적이지만 평범한 중산층의 데비로 남기를 거부하고 “다른 길로 옮겨가는” 전환의 순간으로 현상태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바꾸어 나가는 행동과 그에 따른 결과의 중요성을 암시한다. 결과가 정해져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여러 가능한 결과에 열려 있다는 것이다.

    데비 신화와 함께 소설의 프레임 역할을 하고 있는 또 하나의 신화는 고대 그리스의 엘렉트라 신화이다. 소설에서 한 번도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지만 소설의 모녀관계를 통해 아버지 아가멤논을 살해한 어머니 클리템 네스트라에 대한 복수를 쌍둥이 동생 오레스테스를 도와 실행하는 엘렉트라를 연상할 수 있다. 『내게 맡겨』를 가리켜 “놀라운 상상력으로 다시 쓰인 엘렉트라 이야기”(소설 표지 뒷면에서 재인용)라는 한 신문서평처럼 데비는 생모의 죽음을 방조할 뿐만 아니라 생부라고 믿는 남자(햄, Ham)와 성관계를 맺고 생모의 옛 연인이자 데비의 생부(로미오, Romeo)가 그를 죽이자 자신의 손으로 그에 대해 복수한다. 한 인터뷰에서 무커지는 엘렉트라 신화에서 그녀의 가족이 매우 심각한 역기능 가족임에 주목했다고 밝힌 바 있다(n. pag.). 아트레우스 일가의 역사는 아내가 남편을, 아들이 어머니를, 아버지가 딸을 죽이고, 아내가 남편을, 형이 동생을 배신하는 등 가족 구성원들 간의 살인, 불륜, 배신 등 복수의 대물림으로 점철되어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내게 맡겨』의 데비와 생모 제스(Jess), 그리고 생부 사이도 폭력으로 연결되어 있다. 생모와 생부는 한때 연인이었으나 생모가 생부를 배신하여 그를 감옥에 보내고, 생모는 어린 아기인 데비를 버렸으며, 생부는 탈옥하여 생모를 찾아와 죽이고 데비의 연인이자 생모의 연인도 죽인다. 이에 분노한 데비는 생부를 죽인다. 무커지는 엘렉트라 신화를 가져와 가족 간의 폭력을 통해 복수의 원인과 정당성 그리고 정의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엘렉트라는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를 용서하기를 거부하고 복수를 원하지만 데비의 경우 어머니에 대한 분노는 아버지를 죽인 것보다 자신을 버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것에 있다. 그러나 문제가정 출신의 두 딸 모두 어머니가 옳지 않은 행위를 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복수를 카르마로 정의한다. 이는 법의 개입을 통한 개인의 행위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신화에서 혈육 살해에 대해 신적 정의가 개입하는 것과 같이 데비가 생모에게 행하는 생부의 복수를 방조하고 그 자신은 생부를 살해하는 행위는 인간의 법적 정의를 뛰어넘은 신적 정의의 형태로 소설이 신화적 층위를 갖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데비가 힌두 여신 데비를 비롯해 태풍과 지진과 같은 강력한 자연의 힘으로 비유되고 있다는 점도 데비의 폭력적인 행위를 신화적인 것으로 해석하는 뒷받침이 된다.

    7)“우주의 신성”은 “무어라 이름 붙일 수 없는 지고의 존재 혹은 존재원리”(김형준 362)라고 할 수 있다. 이 추상적인 개념이 브라마로 인격화된 신이 되었고, 브라마는 우주의 창조자로 간주된다(이온스 69).

    III

    무커지는 데비 신화와 엘렉트라 신화를 결합하여 소설을 평범한 소녀에서 여신으로 변신한 데비가 자신을 버린 생모를 찾아 복수하는 서사로 짜고 있으며 이를 통해 60년대에서 90년대로 이어지는 미국 역사를 재구성한다. 서론에서 『내게 맡겨』를 이민 서사라기보다 미국의 현대사에 대한 비판적 회고와 풍자로 읽겠다고 했는데, 그 근거 중 하나는 소설의 피카레스크식 구성에 있다. 데비를 허클베리 핀과 유사한 인물로 본 앨런 G. 프리드먼(Ellen G. Friedman)에게서 힌트를 얻자면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헉이 짐과 함께 뗏목을 타고 미시시피 강을 따라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사건을 겪는 여정을 피카레스크식으로 구성하고 (물정모르는 듯한) 헉의 관점으로 서술함으로써 노예제를 비롯한 미국 사회의 위선과 모순들을 풍자하고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내게 맡겨』는 데비가 생모를 찾아 샌프란시스코에 와서 만나는 베이비붐 세대의 인물들과 엮이는 사건들을 피카레스크식으로 구성해서 데비의 관점에서 그들을 서술하게 함으로써 60년대 말 “플라워 파워”(70)의 신화를 해체한다. 부조리한 사회의 권력체제에 저항하고 사랑과 평화, 평등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했던 대항문화가 무책임한 반항과 방종으로 변질되고 소비자본주의의 문화적 전략으로 전유되었음을, 그리고 대항문화의 인도에 대한 관심과 수용이 오리엔탈리즘의 한계를 넘지 못했음을 당시 미국의 베트남 참전과 연관시켜 비판한다.

    데비의 정체성 및 과거, 특히 자신이 태어난 아시아에 대한 관심을 구체화하고 샌프란시스코로의 이동을 촉발한 장본인은 아시아계 사업가이자 영화배우겸 제작자인 프랭키이다. “작은 학교의 키 큰 여학생, 평범한 가정의 예쁜 소녀, 아주 미국적인 마을의 이국적인 소녀”로서 소외감을 느끼는 데비는 “도둑맞은 정체성들”(16)로 인한 상실과 “자기 안에 잠재된 다른 데비들”(18)이라는 분열로 자신을 인식한다. 데비는 정체성의 혼란과 불안을 잠식시키고 “나의 다른 삶, 내 진짜 삶”을 찾게 해줄 “부름”을 프랭키의 아시아라고 믿는다(18). 중국인들의 디아스포라에 따라 세계 전역을 다닌 그의 “기원”으로서 아시아에 대한 이야기는 데비를 매료시키며 그런 과거를 “발견해야 하는” 자신과 달리 “기억할 수 있는” 프랭키를 부러워한다(26). “언제나 더웠고, 시끄러웠으며, 연기가 자욱했으며 사기꾼, 마약중독자, 창녀들로 넘쳐”(27) 나는 아시아라는 프랭키의 이야기는 공백으로 남아있는 데비의 기원을 채우는 구체적이고 생생한 기억으로 기능하며 “도둑 맞은”(26)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았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에 데비는 그의 아시아에 동일시하고 미국 입양가족을 “이방인”(27)이라고 하며 그들에 대해 단절감을 느낀다. 프랭키의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자신의 아시아로 받아들이는 데비의 행위는 이야기 꺼리가 될 만한 것이 없는 평범한 디마르티노 집안에 맞지 않는 “특별한 존재”(16)임을 바라는 욕망에 기초한 것이다.

    프랭키의 아시아에 대한 데비의 동일시를 더욱 강화하는 것은 프랭키가 자본주의의 초국가적 궤적과 함께 이동하는 초국가적 자본가 계급이라는 것이다. 데비가 프랭키에게 강하게 끌리는 것은 미국의 작은 도시에 사는 데비에게 국경과 대륙을 아우르는 더 큰 “신세계”(32)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자신도 그 세계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밤무대 가수인 부모를 따라 캘커타에서부터 시드니에 이르기까지 중국이민자들이 정착해서 차이나타운을 세운 곳이라면 안 다녀본 적이 없는 프랭키의 미국으로의 이주는 90년대 초 냉전의 해체와 함께 80년대 미국과 영국에서 시작된 신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세계화가 본격화되는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의 미국행은 “초국적 기업(Transnational Corporations)의 등장, 전지구적 통치 체제, 규제완화 등에 의한 국가구조 조정, 경영진으로의 권력집중, 아웃소싱” 등을 특징으로 하는 “위로부터의 전지구화”(Voels 356, 357)의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한다.8) 세계 곳곳의 차이나타운에서 부를 축적하여 초국적 운동기구회사를 세운 프랭키는 홍콩이 중국에 반환될 무렵 자신의 재산을 공산국가인 중국이 몰수할까봐 “유동 자산을 옮겨서 제국을 다시 건설하고 그 안에 자신의 대가족을 옮겨놓을”(29) 이민계획에 따라 미국으로 이주한 것이다. 프랭키는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이주하는 임금노동자라기보다는 레슬리 스클레어(Leslie Sklair)가 말하는 전지구화된 생산시스템과 투자금융자본을 소유한 기업가인 “초국가적 자본가 계급”(12)9)으로 국가는 이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거나 시민권을 주기도 한다. “새로운 투자”의 대가로 이주노동자나 이민자들에게 적용하는 까다로운 심사 과정이나 법적 제제 없이 캐나다나 유럽 국가에서 서로 여권을 만들어 주겠다는 제안을 받을 정도이다(29). 그에게 미국은 “퐁 제국”(34)의 새로운 터전이며 그의 사업 전략은 정력제를 원하는 미국인들의 은밀한 욕망을 상품화하는 것이다. 프랭키에 의하면 “중국인들은 정력을 위해 코뿔소의 뿔과 호랑이 뼈와 창녀를 필요로 한다. 미국인들도 정력을 원하지만 그것을 사랑이라 불러야 한다. 미국인들은 이 둘 모두를 가져다 줄 일래스토노믹스를 찾게 될 것이다”(34). 미국이 필요로 하는 것을 중국이 공급하는 시장을 만들고자하는 프랭키는 이국적인 외모의 데비가 동양과 서양 모두에게 어필하여 그의 초국적 기업의 국경과 문화를 초월한 이윤축적에 기여할 “가능성”(34)이 있다고 하면서 데비를 자신의 네트워크에 편입시키고자 한다. 프랭키를 “플래쉬 왕자”(42)라고 부르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데비에게 프랭키는 뉴욕주의 소도시에서 뉴욕시의 맨해튼으로 진출하는 것을 자기 운명이라 여기는 언니 앤지와 다르게 “주 경계선 너머의 삶”(18)으로 이끌 구원자이다. 그러나 프랭키를 통해 진짜 나를 찾고자하는 데비의 시도는 프랭키가 데비를 잠깐의 쾌락의 상대로 여기고 그녀를 버리자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 그와 동시에 프랭키의 아시아도 그 마술적인 힘을 상실한다. 프랭키와 그가 대변하는 아시아는 데비가 “[자신에게] 있는지도 몰랐던 욕구에서 만들어낸”(45) 허상으로 이에 가린 프랭키의 실체를 보지 못한 것이다. 다시 말해 온갖 위험과 범죄가 난무하는 더럽고 낙후된 곳으로 아시아를 재현하는 프랭키는 질서가 아니라 거친 야성이 존재하는 곳이라는 서양의 열등한 타자로서 아시아의 전형을 재생산한 것이다. 프랭키에 대한 복수로 그의 저택에 불을 질렀을 때 “지하에 숨어 있는 불법 중국 이민자들 때문에라도 화재 수사를 더 진행하려 하지 않을 것”(53)이라는 데비의 언급에서 그의 “제국”은 복지혜택은 꿈도 꾸지 못하고 저임금을 견뎌야하는 불법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노동 시장에 빚지고 있음을 암시한다. 결국 이국적인 초국가적 자본가계급으로서 프랭키는 데비의 욕구를 채워줄 수 없는 인물임이 드러난다.

    프랭키와의 실패한 만남은 아이러니하게도 과거를 재구성하고자 하는 데비의 욕구를 더욱 자극한다. 부모를 찾고자 하는 욕구에 따라 샌프란시스코로 떠나는 데비는 60년대를 환기하는 유령이다. 데비의 의뢰를 받아 생모의 인도에서의 과거에 대한 정보를 찾아주는 사립탐정인 프레드(Fred)에 따르면 데비는 당시 반전운동과 대항문화의 주역이었던 “[그들] 모두를 끌어당기는”(146) 존재로 잊고 있었던 그들의 과거 특히 숨기거나 잊고 싶은 과거를 다시 끄집어내는 역할이다. 과거의 유령으로서 데비의 역할이 샌프란시스코 진입부에서 힌두 여신 데비로 이름을 바꾸는 상징적인 환생의 장면과 함께 시작한다는 것은 데비가 60년대 청년세대의 삶을 추적하고 그 부정적 결과를 직면하게 할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 심판자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데비의 환생은 소설에 신화적층위를 부여하고 60년대 대항문화에 대한 무커지의 비판적 재해석을 위한 장치라고 하겠다. 따라서 『재스민』의 마지막에서 여주인공이 향하는 캘리포니아는 “아직 잘 모르지만 갖고 싶고 경험하고 싶은 가능성을 상징” (Aneja 77)10)하지만 『내게 맡겨』는 그 서부라는 공간에서 시작하며 『재스민』에서 암시된 이 미래의 가능성에 앞서 미국의 과거가 소환되어 현재와 겹치면서 역사의 단층들의 형성 과정을 재구성하는 공간이다.

    샌프란시코에서 데비의 부모를 찾는 탐색을 통해 무커지는 대항문화세대를 “열정과 이상주의로 불붙은 정치적 대격변과 사회 불안의 시대”(Zimmerman 1)를 이끈 선구자로 재현하는 급진주의적, 진보주의적 신화를 해체한다.11) 미국 현대사에 대한 비판적 재해석으로서의 무커지의 대항문화 해체는 특히 히피들의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에 대한 관심과 미국의 아시아 정세 개입으로서 베트남전쟁을 다루면서 체제저항적이었던 대항 문화적 미국과 기성세대의 주류 미국 사이의 공모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20대 때 사회의 부조리에 저항하고 행동했던 이들이 90년대 50대 중년으로 소비자본주의 미국 사회를 이끄는 기성세대가 된 모습을 제시하며 대항 문화의 기성체제로부터의 저항과 자유정신의 한계를 지적한다. 역사적으로 60년대 말 대항문화의 중심지였던 샌프란시스코의 헤이트-애쉬버리 구역(Haight-Ashbury District)을 자신의 “공간, 영역, 조국”으로 칭하며 정착하게 된 후 데비는 그 곳에 새겨진 생모가 청춘을 보냈던 “역사적인 시대”의 정신을 “당신의 일을 하라, 자랑스럽게 하라, 그러면 누구도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마음대로 해라, 그러면 자유로워질 것이다”(68)로 요약한다.12) “내가 원할 때 원하는 곳에서 내가 원하는 속도로 길을 건너겠다는 권리가 있다는 태도”(68)에 드러난 기성의 관습, 권위, 규율의 거부와 자유 추구를 대항문화의 메시지라고 보는 것이다. 누구의 시선도 신경쓰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것이 헤이트-애쉬버리 구역의 방식이라 이해한 데비는 돈이 없어서 무료급식소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차에서 잠을 자는 생활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와 같은 삶이 과거 히피들의 삶과 맞닿아 있으며 그들의 정신을 체현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데비는 피어싱이나 문신과 같이 외적으로 튀는 사람, 외계의 신이 보내는 신호를 받기위해 머리에 직접 만든 수신기를 쓰고 다니는 특정 종교인들과 같이 세상의 기준에서 정상의 범주에 들지 않는 “기성체제 거부자”(dropouts)들과 동일시할 뿐만 아니라 자신을 “일종의 범법자”(69)라고 부르며 자랑스러워한다. 그러나 대항문화에 대한 데비의 첫인상은 그 시대에 청춘을 보냈던 인물들을 직접 만나 관계를 맺으면서 달라진다.

    영화제작자인 햄과의 만남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데비의 생모를 찾는 작업은 그가 속한 세대와 문화와 대한 이해이자 환멸의 과정이다. 데비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는 “싸구려 구슬과 머리띠”와 같은 외모, “열반에 의한 죽음과 폭탄제조에 의한 죽음”과 같이 이들 부모세대와 그 시대에 대한 단편적이고 전형적인 정보가 아니라 그들의 참모습을 이해할 필요를 강조한다. “그들의 열반에 의한 죽음과 폭탄제조에 의한 죽음 따위는 잊어라. 사실은 나는 대항문화를 겪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 . . 나는 햄과 생모와 그들의 버클리 시대를 이해해야 했다”(89). 즉 그들이 왜 그러한 삶을 살았는지, 왜 그러한 선택을 하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심층적이고도 총체적인 이해가 데비의 자기 발견 여정에서 핵심과제가 된 것이다. 학생운동에 열정적이고 헌신적으로 참여했던 버클리의 학생이었으나 “네 번의 이혼”과 “헌신은 피하는”(86) 영화제작자로서 소비와 향락을 즐기는 상류층의 인생을 사는 햄은 다음과 같이 자신의 과거를 시대의 주역으로 낭만화한다.

    햄의 낭만화된 대항문화 서사는 히피청년들을 시대의 영웅적 주인공으로 재현하고 있다. 위의 인용에서 반복되는 “우리”라는 주어는 햄의 대항 문화에 대한 소속감뿐만 아니라 자부심을 드러낸다. 60년대 당시 “냉전 합의와 순응주의”를 강요하는 체제와 물질적 부의 축적과 소비를 미덕으로 여기는 기성세대에 대한 청년세대의 저항은 “남북전쟁 이후 미국 역사상 가장 깊이 분열된 시기”(Lytle 7, 1)를 초래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문화―정신(비폭력, 평화, 사랑, 자유)과 실천(공동체 생활, 공동 소유, 성적 자유, 약물을 통한 의식의 확장과 영적 깨달음, 격식을 차리지 않은 옷차림)―가 주류사회를 크게 뒤흔들 만큼의 영향을 주었다고 보는 햄의 시각에는 과거에 대한 향수가 담겨있다. 그러나 그들의 반항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고 자신들도 와해되어 꽤 많은 이들이 “배신자”(128)가 되어 소비자본주의 체제를 강화하고 향유하는 기성세대로 살아간다. 햄의 무리들은 언론의 자유와 반전을 외치는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으나 그것은 통과의례와도 같은 젊은 반항기의 영광의 상처로 남았을 뿐 유명한 영화제작자로, 고급 의류 디자이너로, 술집 주인으로, 베스트셀러 작가들을 홍보하는 회사의 사장으로 마약과 자유연애를 즐기며 고급 클럽에서 흥청망청하는 생활(128)을 영위한다.

    그들의 체제 변혁의 급진적 에너지는 기성사회로부터의 개인적인 탈피에 자리를 내주고, 억압적인 구속과 경쟁이 사라지고 평등과 사랑에 기초한 평화로운 공동체와 같은 비전은 자취를 감추고 대신 자유로운 성문화와 마약문화가 소비자본주의와 결합하여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허용되는 문화와 정서를 키운 것이다. 사실 샌프란시스코는 누가 어떤 문신이나 피어싱을 하든, 거리에서 외계인 신에 대한 전도를 하든, 에이즈양성반응 환자가 옆을 지나가도 상관하지 않는 관용적인 공간이자 부유한 햄과 그의 친구들이 즐기는 클럽과 무료급식소에서 끼니를 때우거나 구걸을 하는 노숙자들이 살아가는 거리가 공존하는 양극화의 공간이기도 하다. 게다가 소말리아의 의대생부터 바누아투의 피난민까지 세계 각국에서 온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다문화적 공간이지만 아시아계는 주로 식당이나 작은 상점을 운영하거나 식당의 종업원으로 일하며 식당의 고객은 햄과 같은 백인 상류층으로 직업이나 사업의 유형과 그에 따른 소득에서 인종적 차이가 존재하는 일종의 스타일과 관광상품으로 남은 60년대 히피문화와 90년대 소비자본주의가 결합하여 만들어낸 도시이다. 햄이 살고 있는 소살리토의 수상가옥은 앨런 긴즈버그(Allen Ginsberg), 게리 스나이더(Gary Snyder), 앨런 와츠(Alan Watts), 티모시 리어리(Timothy Leary)와 같은 대항문화의 명사들이 소살리토의 수상가옥에 모여 대화를 나눈 1967년의 “수상가옥 대담”(The Houseboat Summit)을 연상시킨다. 후자는 당시 하위문화로 발현 중이던 대항문화를 기성체제에 대한 적극적이고 조직적인 대항보다는 사회 운동을 포함한 주류와 관계된 모든 것들을 부정하고 “이탈하는 것”(dropping out, Zimmerman 11)이라고 정의한 장소이지만 90년대 말 햄의 수상가옥에서 이탈은 햄이 여자들을 데려와 연애를 즐기는 쾌락의 공간으로 변질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데비는 햄과 같이 “삶을 바꾸어 기성 사회로 들어간”(128) 히피 세대를 “공동체-쾌락주의자”(166)로 규정한다. 이를 통해 무커지는 반전과 평화를 열렬히 외치던 이들이 다른 한편으로는 기성 체제의 억압과 규율에 대한 반작용으로 “과도한 자기애”(Mukherjee n. pag.)와 “방종”에 빠졌던 모순을 지적한다.

    “햄의 청년시절의 여자들”(89)에 속하는 데비의 생모인 제스를 통해 무커지의 신화화된 대항문화 해체는 즉 60년대 대항문화가 아시아라는 타자와 맺는 관계와 그 결과에 초점을 맞춘다. “집을 떠나 새로운 세계를 찾아 나서는 당시 젊은이들의 이야기”(김지영 76)에 해당하는 제스의 아시아행도 합리주의와 이성에 기초한 서양 문명의 대안으로 정신적인 수행과 깨달음의 문화가 발달한 아시아를 수용한 히피들의 실천과 맞닿아 있다. 히피들은 몸과 정신에 가해진 문명의 제약을 푸는 것을 깨달음을 얻는 것이라 보는 앨런 와츠류의 선불교와 혼합된 성적인 합일을 통해 영혼과 육체의 통합을 추구하는 탄트릭 힌두교(Zimmerman 133)를 주류사회로부터의 해방의 방법론으로 환영하였다. 특히 정신과 육체의 통일을 강조하고 요가 수행을 통해 “한계를 알 수 없는 엄청난 정신적 잠재력” 개발이 가능하다고 보는 인도의 명상철학은 “자신들을 내던질 새로운 가치와 존경의 대상을 갈구하던 히피들에게 . . . 신선한 자극이자 탈출구였다”(김지영 213). 그러나 “배낭을 메고 약초와 새 구루를 찾아 세 대륙을 횡단하는”(87) 60년대 말 젊은 여성들의 모습은 성교를 통한 극치감을 영적 황홀감과 동일시하는 인도의 사상을 자유롭고 즉각적인 쾌락 추구의 합리화 수단으로 전유한 히피문화를 가리킨다. 아시아로 떠난 히피들의 여행은 영혼과 육체의 수양을 통한 깨달음이 아니라 환각물질과 섹스를 추구한 여행임이 드러난다. 사립탐정 프레드가 밝혀낸 바에 의하면 데비의 생모는 “섹스-구루 연쇄 살인범” 로미오 호크가 거느리던 “백인 히피들의 하렘”(105)의 일원이었다. 다섯 명의 다른 사람으로 이름과 국적을 위장하며 카트만두에서 타이페이에 이르기까지 연쇄살인범의 연인으로 아시아에서 살았던 제스의 과거에 대해 데비는 “엄마는 기분 좋은 대로 행동했고 그 당시에 옳다고 느끼는 대로 행동했다. 결과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141)라고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햄과 유사하게 제스는 아시아에서의 과거를 낭만적이고 신화적인 용어로 재현한다. 프로스트나 디킨슨과 같은 시인에 매료된 문학 소녀였던 제스에게 “섹스-구루 연쇄 살인범”과의 조우는 “뱀의 신 또는 뱀 악마”가 나타나 몸을 휘감아 “자신을 모든 제약으로부터 해방시킨” 에로틱한 경험이다(155). 그러나 섹스 구루가 주관하는 제의는 영육의 해방이 아니라 광란의 성교와 폭력적인 살인으로 이어진다.14) 무커지는 대항문화가 추구한 몸 안의 영성의 발견은 결국 쾌락주의와 성적 방종으로 기울었고 성의 정치학 측면에서도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로미오의 하렘은 성을 매개로한 남성과 여성의 주종관계로 구성된 집단으로 제스가 추종했던 로미오는 진정한 해방을 인도해줄 스승이 아니라 서양의 여성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연쇄살인범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성적 방종의 결과로 태어난 데비를 자신의 딸로 인정하지 않고 버린 제스의 행위도 아시아에 대한 일시적 매혹 뒤에 숨은 아시아의 타자성과 혼혈에 대한 무의식적인 혐오의 발현이다. 로미오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데비를 버렸다는 것은 아시아가 자신의 삶에 깊숙이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고 자신의 백인성이 오염된 결과로 혼혈 딸을 배척하는 백인 우월주의적 사고를 제스가 극복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결국 제스는 아이를 입양주는 대가로 미국행 비행기 표를 받고 미국으로 돌아가 홍보대행업체를 운영하며 옛 연인인 햄과 자유롭게 성을 즐기는 중년의 삶을 살아간다. 인도의 물건들로 장식되어 있는 제스의 사무실을 통해 인도는 제스에게 이국적인 상품으로 소비의 대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님을 알 수 있다. 데비는 제스의 아시아 행이 로맨스 소설을 읽고 키운 “이방의 신과의 뜨거운 사랑의 밤에 대한 열대의 환상”(162)에서 나온 충동적 행동으로 진지한 자기 탐색과는 거리가 멀고 과거와 다르지 않은 현재의 모습에 분노한다. 제스를 통해 무커지는 서양 문명에서 벗어나 영적인 것을 중시하는 인도 문화에 대한 이들의 관심과 이해가 피상적이며 그들의 성적 방종을 합리화하는 방식으로 인도의 전통을 잘못 적용했음을 시사한다. 히피들은 서구의 물질주의적이고 파괴적인 주류문화의 대안으로서 아시아와의 교류를 시도했으나 인도를 낭만화하고 이국화하는 오리엔탈리즘에서 출발하였기에 그들의 교섭은 아시아에 대한 진정한 이해에 기초한 포용이나 문화혼종 실천이라 보기 어렵다.

    햄과 제스가 대항문화의 학생운동에 참여하여 반전운동과 기성세대의 삶을 거부하는 길을 선택한 후 주류의 기성세대로 정착하였다면 로코 래리(Loco Larry)는 같은 시대에 베트남 전쟁이라는 다른 길을 선택한 인물이다. 두 유형의 인물들을 대조하여 무커지는 대항문화뿐만 아니라 베트남 전쟁이 60년대 청춘세대에 끼친 영향과 함께 미국의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이율배반적이며 아시아를 각자의 무의식적 욕망이 투사된 타자로 재현하는 오리엔탈리즘의 두 갈래임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 군사 지도자들은 냉전 패권 장악을 위해 아시아에서 신식민주의적 전쟁을 선택하여 “래리와 같은 젊은 청년들에게 총을 쏘게 하였다”(167). 한편 “자신에게만 관심있는 이상주의자들이었던”(167) 히피들은 아시아에서 제국주의적인 미국 주류사회에 대한 대안적 가치를 찾았다. 나디야 짐머만(Nadya Zimmerman)의 표현을 따르자면 “주류가 타자성을 두려워하면 할수록 반문화는 타자성을 더욱 더 끌어안았다”(11). 이 두 축을 대표하는 햄과 제스, 그리고 래리의 아이러니한 삶을 통해 무커지는 국가 권력과 그 권력에 반대한 세력의 아시아와의 관계는 양면의 거울임을 보여준다. 전자는 전쟁에 반대하는 학생운동에 참여하였으나 지금은 영화제작자로 상류층의 삶을 살고 후자는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회부적응자로 살아간다. 베트남전에 참전하여 편집증을 앓는 래리는 “네이팜으로 흉터가 생긴 아이들”(164) 중 하나, 즉 베트남전의 희생자이다. 베트남에서 논을 피로 물들이고 마을 하나를 통째로 날려 버리는 폭력과 파괴의 기억에 시달리며 “그것들”(things, 134)이 언제 공격할지 몰라 무기를 항상 지니고 다니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무커지는 충동적으로 밤에 무장을 하고 나가 두 여성을 쏘아 죽이는 래리의 폭력적인 성향을 베트남 전쟁에서 기인한다고 암시한다. 끔찍한 전쟁은 “낭만적이고 순진한”(138) 청년들을 “희생자 아니면 악당이 될 운명”에 빠트리고 “평화를 견뎌내지 못하고 마흔이 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난 전우들”(135)과 달리 래리는 “악당”이 되어 스스로 폭력을 생산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베트남에서 잠자고 있는 노인과 낚시질하는 노인을 베트콩으로 의심하여 쏘아 죽인 경험(139)이 있는 래리에게 “그것들”은 그를 미국까지 쫓아와서 공포와 불안에 떨게 만드는 베트콩의 또다른 이름이다. 래리의 폭력적인 반응은 공산주의자를 자유진영을 파괴하려는 괴물 또는 유령으로 재현하는 냉전 담론과 아시아인을 왜소하지만 비도덕적이며 교활한 존재로 재현하는 인종 담론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한 미지의 타자에 대한 공포에 대한 징후이다.15)

    한편 햄과 제스는 베트남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의 신식민주의적 횡포로 얼룩진 “잔인한 시대에 살아남는”(114) 방편으로 인도에서 온 힌두교 구루를 따라 나파에서 “명상, 탄트라 성교, 전체론적 치유”(114)에 탐닉한다. 대항문화 세력이었던 두 사람은 전쟁과 파괴의 괴물인 체제로부터의 이탈과 그 반대급부로 인도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들의 아시아와의 관심은 힌두교 수행처를 공기 좋은 곳에 위치한 “민박집”(B and B, 114)으로 여기는 피상적인 층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그들이 동경한 인도는 현실도피적 쾌락의 문화양식으로 전유된다.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베트남이 억압되어야 할 타자라면 히피들에게 신비주의, 명상, 자연, 반기술문명을 상징하는 인도는 욕망하는 타자이다. 이 둘이 상반되는 것 같지만 이국적인 비서구 타자에 대한 대조적인 태도일 뿐 서구에 의해 구성된 동양이라는 점에서, 즉 서구라는 보이지 않는 기준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타자로 구성되며 이 본질적인 차이는 악마화 혹은 무비판적인 낭만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동양에 대한 “하나의 이론 및 실천체계로 창조된”(Said 22) 오리엔탈리즘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8)한편 요하네스 포엘츠(Johannes Voelz)는 “아래로부터의 세계화”를 “국경을 뛰어 넘는 반제국주의적 문화의 움직임”(357)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이는 마이클 피터 스미스(Michael Peter Smith)와 루이스 에두아르도 과르니조(Luis Eduardo Guarnizo)의 “위로부터의 초국가주의”와 “아래로부터의 초국가주의” 구분과 매우 유사하다. 스미스와 과르니조에 의하면 아래로부터의 초국가주의는 “문화 혼종성, 다중적 정체성, 주변부 ‘타자’의 경계 횡단, 이주 사업가들의 초국가적 사업은 자본과 국가의 통제와 지배를 벗어나기 위해 보통사람들이 행하는 의식적이고 성공적인 아래로부터의 노력”을 가리키며 문화연구 및 사회학자들이 초국가주의를 아래로부터의 전복적인 대중 저항의 표현으로 찬양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5). 본 논문은 스미스와 과르니조, 포엘츠와 같은 입장에서 “초국가주의”(transnationalism)는 민족주의와 초국적 자본의 헤게모니에 저항하는 해방적 실천뿐만 아니라 초국적 거대 기업들이 국경을 뛰어넘는 자본축적 전략을 사용해서 전지구적 자본주의를 강화하는 ‘위로부터의 초국가주의’의 형태 또한 포함하는 국경을 뛰어넘는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사회, 정치, 경제, 문화적 과정으로 보겠다.  9)초국가적 지배 계급으로 전지구화 과정을 주도하며 상업주의적 이윤추구 및 국가경쟁력 이데올로기를 이용해 자본주의 체제의 전지구화를 재생산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초국적 기업의 경영자 및 지사 임원들, 글로벌 관료 및 정치가, 글로벌 전문직종사자, 무역상 및 마케터, 홍보전문가 등을 포함한다(Sklair 12).  10)김애주는 캘리포니아를 “아시아계 오 페어인 재스민, 백인 주인인 테일러, 미국 입양아 더프, 베트남 입양아 두, 버드의 사생아로 구성될 미래의 가족”(52)의 삶이 펼쳐질 공간으로 보고 있다.  11)여기서 대항문화는 동질적인 집단과 그들의 공통적인 문화라기보다 다양하고 이질적인 반주류, 반기성 집단, 활동, 지역을 총칭한다. 티모시 S. 밀러(Timothy S. Miller)에 따르면 대항문화에 참여한 사람들을 보통 히피라도 부르는데 이들은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와 거리를 두고 다양한 방식으로 주류 사회에 주요한 변화를 일으키고자 노력하거나 주류사회로부터 떨어져 나오려 했다. 히피들은 기성사회가 핵심까지 썩어있다고 보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어떤 히피들은 지배 문화로부터 분리를 선호했고 어떤 이들은 지배문화를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자유와 진보를 향한 필수적인 행보라 여기고 사회변혁 운동에 적극적이었다(Miller xvii). 후자는 대항문화 중에서 신좌파(New Left) 세력이라 할 수 있는데, 주로 학생운동조직 형태(Student Nonviolent Coordinating Committee, Students for a Democratic Society, Young Americans for Freedom 등)로 직접적인 행동과 참여로 외부 현실을 바꾸려는 운동가들이었다. 그리고 전자는 기성 사회에 순응하기를 거부하는 무리인 히피들로 정치 현안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개인의 자유와 깨우침을 중요시했다. 그러나 이 두 세력이 평화, 인종 화합, 평등과 같은 정치 이데올로기를 기초로 한 새로운 사회를 추구하였을 뿐 아니라 환각약물을 이용하고 성해방과 공동체생활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대항문화라는 큰 범주에 함께 속한다고 할 수 있다(Miller xx). 본 논문에서는 대항문화 자체의 이질성을 인지하면서 외적 지향의 정치 진영과 내적 지향의 문화 진영 사이의 긴장관계 자체가 대항문화의 정체성을 말해 준다고 본다.  12)이 대목은 아래와 같이 1967년 『타임』지에 실린 대항문화의 슬로건을 연상시킨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 그것을 해야 하는 어디에서든 그리고 원하는 언제 라도 빠져 나오라. 네가 알고 있는 사회를 떠나라. 완전히 떠나라. 네가 접할 수 있는 모든 일반인의 정신을 날려 보내라. 그들의 정신을 깨워라. 약물이 아니더라도 아름다움, 사랑, 정직함, 재미에 눈뜨게 하라. (Lytle 200 재인용)  13)‘freak’이라는 단어는 60년대 당시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한 환각약물을 통해 영적 체험과 성적 자유를 실천한 히피들을 가리켰다.  14)이들의 의식 중에 로미오가 목을 조른 희생물 중 하나가 아기였던 데비임이 밝혀진다. 숨이 붙어 있던 데비를 이들의 의식을 몰래 지켜보던 인도인 하리(Hari)가 수녀원에 데려가게 된 것이다.  15)팀 오브라이언(Tim O'Brien)의 소설에 나타난 미국의 남성성과 베트남 전쟁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있는 이승복에 따르면 베트남 전쟁은 19세기 개척시대 남성적 힘을 과시했던 명백한 운명을 재현하고자 하는 욕망이 투사된 미국의 전쟁(5)으로 미국의 남성성은 “문화적, 인종적, 그리고 신체적으로 열등하다고 여기던 베트남의 보이지 않는 적들 앞에 철저하게 무너진다”(12). 미국의 상처받은 남성성은 전역병이 휘두르는 일상에서의 폭력으로 드러나며 그 저변에는 주류 사회에서 타자로 전락함으로써 남성으로서 누리던 특권을 잃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한다(이승복 15).

    IV

    데비의 여정을 통해 무커지는 미국을 무조건적인 동화의 장소나 진보와 해방의 공간으로 찬양하지 않는다. 『재스민』에서 제인의 캘리포니아 행이 열린 결말이지만 희망적인 뉘앙스를 풍겼다면 데비에게 캘리포니아는 꿈이 실현되는 곳이라기보다 욕망이 좌절되는 곳이다. 생모에 대해 알게 된다면 진실된 나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믿고 샌프란시스코로 온 데비는 생모의 세대와 시대에 대해 알게 되면 될수록 그들의 사회에 속하고 싶은 욕망보다는 그들과 비판적인 거리를 두게 된다. 프레드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후 햄과 제스를 비롯한 친구들이 육체적 쾌락을 통해 프레드의 죽음을 “애도”하는 모습을 목격하며 데비는 그들을 이전에 히피였으나 부유한 중산층 중년들로 이루어진 “공동체-쾌락주의” “사교클럽”(165)이라 명명하며 60년대 대항문화의 한계와 오류를 깨닫는다. 반전운동, 민권운동에 참여하다 구속되어 감옥에도 갔고, 청원서에 성명을 하기도 하고, 급진적인 구호를 외치기도 한(166) 행동가들이었으나 이들은 곧 그들이 비판했던 기성세대와 다름없이 소비자본주의를 향유하며 살아간다: “큰 차를 몰고, 부유한 생활을 하고, 비즈니스 항공좌석을 이용하고, 최고급 식당에서 밥을 먹고, 최고급 와인을 마시고, 마사지를 받고, 스키여행을 다니고, 개인 크루즈를 탄다”(166). 대항문화는 기성 체제에 위협이 아니라 오히려 흡수되어 개성, 자유, 새로움과 같은 대항문화의 정서와 삶의 방식이 자본주의 상품으로 팔리게 되고 하나의 스타일로 대중문화 속에 자리잡게 되었음을 암시하는 구절이다. 소비자본주의는 “순응과 동질성을 요구한다기보다 지금까지도 익숙한 해방과 지속적인 위반의 원리에 기초해서 번성했다”(20)는 대항문화와 주류사회의 공모관계에 대한 토마스 프랭크(Thomas Frank)의 지적처럼 당시의 정신은 오히려 소비자본주의 동력으로 기능했다.16) 데비는 그들의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태도를 히피문화의 긍정적인 유산으로 보지만 “모든 행동에 가책이 없는”(168) 그들의 삶을 방종을 주류의 억압적인 가치에 저항하는 수단으로 잘못 해석한 결과로 이해한다. 따라서 데비는 그들이 추구한 사랑과 평화, 평등이 구현된 새로운 세상이라는 “이상은 목적을 위한 수단”(182)으로 전도되었다고 평가한다. 무커지는 대항문화가 이상을 펼치지 못하고 몰락한 원인이 체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실상은 대항문화를 지속하기위해 체제에 의존했다는 것에 있음을 보여준다. 무커지는 “자신을 제로의 사람들, 낡고 부패한 사회의 폐허위에 새로운 사회를 건설한 전위”(Miller xiv)로 보는 대항문화 세대의 자아상의 허구성을 그들의 변모를 통해 지적하면서 과거를 아름다웠던 것으로만 기억하려는 대항문화에 대한 미화되고 낭만화된 신화에 가려진 오류와 무책임한 반항이 낳은 부정적인 결과, 즉 그들의 카르마를 드러낸다. 소설의 마지막에 제스와 햄을 차례로 살해하는 로미오를 죽이는 데비의 행위는 “파괴는 창조의 필수적인 서곡이다”(211)라는 힌두교의 순환적 우주관을 연상시키며, 과거에 대한 청산이자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이는 60년대 대항문화의 비전은 여전히 미국의 끝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음을 암시한다.

    16)프랭크에 의하면 60년대의 새로운 광고는 “기괴한 옷차림의 열정이 넘쳐나는 미친듯한 사람을 이상화”하였고 “이미 받아들여지고 확립된 모든 것에 대한 끊임없는 반항을 요구했다”(54,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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