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이후 외국어 학습에서 언어 학습 전략에 대한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언어 기능별 학습 전략 연구가 진행되었고 한국어교육에서도 학습자들의 전략적 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1) 이러한 연구들은 주로 학습자들이 사용하는 전략 유형과 전략 사용의 학습 효과에 대한 것들로 말하기(장미숙, 2005; 이암, 2008; 성지연, 2014), 듣기(Song, 2002; 손정란, 2009; 김윤희, 2011), 읽기(김계현, 2009; 기준성, 2010; 이준호, 2010; 임은화⋅임병빈, 2011; 전유나⋅김영주, 2012), 쓰기(이미혜, 2000; 김성숙, 2007; 최주리, 2008) 등 언어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에 반해 발음 학습 분야에서의 전략 유형 및 사용, 그리고 전략 사용이 발음 숙달도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한 연구는 아직 활발하지 않다.
언어 습득에 있어서 발음은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분야로 다른 언어 기능과는 상이한 발달 모습을 보인다. 발음은 초급, 중급, 고급과 같은 일반적인 외국어 능력 정도와 일치하게 발전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고급 학습자여도 발음 숙달도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그렇다.2) 그러나 한국어교육에서 발음 숙달도 평가는 독립된 범주로서 실시되지 않고 있으며 그 기준이나 방법이 공개되어 있지 않다.
본고에서는 외국어교육에서의 발음 숙달도 평가 범주를 살펴보고 타당한 평가 기준을 통해 한국어 고급 학습자의 발음 숙달도를 측정하고자 한다. 이어서 발음 학습 전략 설문을 실시하여 학습자들이 어떤 전략을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발음 숙달도가 상위 수준인 학습자들과 하위 수준인 학습자들이 사용하는 발음 학습 전략 간에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발음 숙달도와 발음 학습 전략 간의 관계를 검토하고자 한다.
1)최초의 한국어 학습 전략 관련 연구가 발표된 1996년부터 2013년까지의 연구 현황을 살펴보면 학위논문 총 93편, 학술지 총 29편이 있다. 비율로 살펴보면 최근 4년간(2010~2013) 발표된 연구물의 수가 전체 연구의 절반가량(46.7%, 57편)을 차지한다(이정희, 2013). 2)허용(2013:378)은 제2언어 습득에서 발음은 어휘와 문법과는 달리 머릿속으로 특정 분절음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 발음이 가능한 것도 아니고, 자료를 찾아본다고 그 분절음의 발음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기술이 쉽게 찾아지는 것도 아니며, 발음 방법을 찾았다고 해서 그대로 발음되는 것도 아니라고 하였다.
한국어교육에서 발음 평가는 말하기 평가 영역에 포함되어 이루어져 왔으며, 발음 영역만의 평가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3) 발음만을 평가하는 진단 평가를 처음으로 제시한 김은애(2006)에서는 학습자의 입모양 사진, 음성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발음의 정확성을 진단하고 이를 발음 오류 기록표에 기록하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학습이 강조되고 있는 최근의 외국어교육 분야에서는 기존의 발음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로 주목받았던 정확성 이외에 유창성 관련 목표들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어교육 분야에서 발음 평가 영역을 세분화한 연구를 살펴보면 먼저Derwing, Munro, & Thomson(2008)과 Warren, Elgort, & Crabbe(2009)가 있는데 이 연구들에서는 학습자의 말하기 숙달도의 기존평가 기준인 ‘정확성’뿐만 아니라 ‘유창성’, ‘이해가능성’, ‘외국인 억양’, ‘이해명료성’ 등을 평가 기준으로 제시하였다. 정확성은 기존의 발음 교육에서 가장 강조해왔던 항목으로 특정 발음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유창성은 학습자가 갖고 있는 자동화된 절차적 능력(Schmidt, 1992)으로서 화자가 발화를 할 때 더듬거나 망설이지 않고 자연스럽고 자신감 있게 발음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해가능성은 의사소통 기능에 목표를 두고 있는 최근의 외국어교육에서 새롭게 발음 평가 기준으로 등장한 영역으로 그 사용 영역이 점차 확장되고 있다(Levis, 2008). 이해가능성은 청자가 화자의 발화로부터 의미를 전달받은 전체적인 의사소통의 이해 정도를 나타낸다. 이해명료성은 청자가 발화된 소리를 통해 정확한 단어를 인지하는 정도를 의미한다.4)
Munro & Derwing(1995)에서는 중국어를 L1으로 하는 영어 학습자 10명을 대상으로 발음을 평가하였다. ESL 교수 과정의 18명의 채점자가 외국인 억양, 이해가능성, 이해명료성의 세 영역으로 평가 범주를 세분화하여 발음 숙달도를 측정하였다. 외국인 억양은 대체적으로 학습자의 L2습득이 성인이 된 이후 이뤄지는 경우 많이 보이는 현상으로, 모국어의 발음이 L2의 문말, 문중 등의 억양에 주는 영향을 통해 이를 평가하였다(Derwing, 2006). 외국인 억양과 이해가능성은 9척도로 측정하였고, 이해명료성은 Gass & Varonis(1984)에서 제시한 방법에 따라 발음 녹음 파일을 듣고 이를 전사한 후 이를 스크립트와 비교하여 채점하는 방식을 이용해 측정하였다. 연구 결과, 학습자의 발음 평가에서 외국인 억양이 이해가능성과 이해명료성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발견하였다.
Smemoe & Haslam(2013)에서는 ESL, EFL학습자의 10주 간의 발음 성취도를 정확성, 유창성, 이해가능성, 외국인 억양으로 세분화하여 7척도로 채점하였다. 폐쇄형 발음 평가와 개방형 발음 평가의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 발음을 측정하고 특정 영역과 발음 전략, 언어 적성과의 상관관계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발음 숙달도의 하위 항목 중 유창성, 정확성, 외국인 억양은 언어 적성의 청각 능력 및 동기와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발음 학습 전략의 사용 빈도가 높을수록 이해가능성의 점수가 높게 나타나 두 변인 사이에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상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의 발음 관련 연구들은 이해가능한 상호작용의 가능 여부를 발음 평가의 기준으로 삼고 발음의 분절적 요소와 함께 초분절적 요소의 평가를 점차 강조하고 있다(Chela-Flores, 2001; Jenkins 1998; Hahn, 2004). 한국어교육 분야에서 위와 같은 평가 기준을 사용하여 발음 숙달도를 평가한 연구로는 이향(2013)이 있다. 이향(2013)에서는 한국어 숙달도 구분 없이 44명의 학습자들을 선발하여 대화문 낭독, 그림 보고 묘사하기, 서술하기 등의 과제를 통해 구어 자료를 수집한 후, 억양과 분절음을 정확성, 유창성, 이해명료성, 이해가능성으로 각기 나누어 평가함으로써 그들 간의 영향 관계를 연구하였다. 억양의 정확성은 이해명료성과 이해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못하였으나, 분절음의 정확성과 유창성은 이해명료성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또한 이해가능성에 대한 이해명료성의 설명력은 크지 않았음을 보고하였다. 이 외에는 아직까지 한국어교육에서 발음 평가의 영역을 세분화하여 진행한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Oxford(1990)의 언어 학습 전략에 대한 정의를 바탕으로 발음 학습 전략을 정의하면 “발음 학습을 더 쉽고 빠르고 즐겁게 하게 돕고, 자기 주도적으로 새로운 상황에 적용할 수 있게 하며, 더 효과적으로 학습하게 하는 학습자들의 특정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5)
최근의 발음 학습 전략에 관한 연구로 Derwing & Rossiter(2002)에서는 학습자들이 제2언어 발음을 학습할 때 어떠한 전략을 사용하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교실과 실제 언어생활에서의 발음 학습 전략에 대해서 ESL학습자들을 대상으로 살펴보았다. 100명의 성인 영어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발음 학습 전략을 개개인의 면담, 설문지 등을 통해 조사한 결과 반복하기, 철자 써보기, 볼륨 조절 하기 등의 전략을 사용함을 보여주었다.
Eckstein(2007)에서는 ESL 학습자들의 발음 숙달도와 발음 학습 전략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발음 학습 전략 측정 도구인 전략적 발음 학습 척도(Strategic Pronunciation Learning Scale: 이하 SPLS)를 개발하였다. SPLS는 발음 학습 전략을 Kolb(1984)의 학습 주기 이론에 근거하여 ‘입력/연습, 피드백/주목, 가설 형성, 가설 검증’의 네 가지 범주로 나누고, 마지막으로 제2언어 학습 전략 중 특히 발음 학습에서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동기’를 새롭게 추가하였다.6) 성인 ESL 학습자를 대상으로 하여 연구한 결과 발음 전략 사용 빈도가 높을수록 발음 숙달도 또한 높은 점수를 보여주었고, 발음 숙달도에 따라 사용하는 발음 학습 전략에 차이를 보였다. 하위 집단은 입력/연습, 상위 집단은 가설형성, 가설검증과 같은 발음 학습 전략 사용의 빈도가 높게 나타났다.
Smemoe & Haslam(2013)에서는 Eckstein(2007)에서 설계한 SPLS을 활용하여 영어 학습자들의 발음 학습 전략 사용과 발음 성취도에 학습 환경(ESL, EFL)과 언어 적성이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였다. 실험 참여자들에게 PLAB를 실시하여 언어 적성 점수를 수집한 후 언어 적성 점수를 기준으로 상위와 하위 집단으로 나누고 10주 간의 차이를 두어 발음 성취도 평가를 실시하였다. 발음 평가는 유창성, 이해가능성, 정확성, 외국인 억양 등으로 나누어 이루어졌다. 그 결과, 학습 환경의 차이는 발음 학습 전략 사용에 영향을 미치고, 언어 적성은 발음의 정확성에, 발음 학습 전략은 발음의 이해가능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언어 적성은 ESL보다 EFL환경에서 더 큰 역할을 하고, ESL환경에서 높은 적성을 가진 학습자들의 발음 학습 전략 사용 빈도가 높다는 결과를 얻었다.
한국어교육 분야에서의 발음 학습 전략에 관한 연구로는 정명숙(2008)과 이혜영(2009)가 있다. 중국인 학습자들이 사용하는 발음 학습 전략을 조사한 정명숙(2008)에서는 억양, 발화 속도, 끊어 읽기 등의 초분절음 발음 학습이 한국어 학습자들의 발음 향상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발화하는 전략, 적절한 위치에서 끊어서 발화하는 전략, 올바른 억양을 주요 발음 학습 전략으로 소개하였다. 이혜영(2009)에서는 한국어 학습자들이 발음하기 직전에 사용하는 전략을 녹음 자료와 설문지, 면담을 통해 조사해 효율적인 전략을 조사하고 교육을 진행하였다. 10주 동안 전략을 지도한 결과 억양이나 휴지, 발음 규칙을 기억하는 전략의 사용 빈도가 높았으며, 이러한 전략을 사용한 학습자들의 발음이 크게 향상되었다. 그러나 규칙 적용이 불가능한 발음에 전략을 사용하는 것에 어려움이 많음을 언급하였다.
기존의 발음 학습 전략을 통한 학습자들의 발음 향상은 특정 발음의 정확성을 기준으로 발음의 부분적인 항목만의 측정으로 평가되었다. 또한 발음 학습 전략 측정에 있어서도 전략을 범주화하지 않고 각 전략의 개별 문항에 따른 연구만이 진행되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한국어 고급 학습자를 대상으로 발음 숙달도를 그 하위 영역인 유창성, 이해가능성, 정확성, 외국인 억양 등으로 나누어 평가하고, 발음 평가 점수를 기준으로 발음 숙달도 상위 학습자와 하위 학습자를 구분하여 이들의 발음 학습 전략 사용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연구에 참여한 학습자들의 특정 전략 사용과 발음 숙달도 간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고자 한다. 본고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연구 문제는 다음과 같다.
3)기존의 한국어 말하기 능력 평가에 대한 논의 중 발음 범주에 대한 평가를 제시한 연구를 살펴보면 강유리(2005), 박성경(2007), 이진영(2009) 등이 있다. 이들 연구는 발음 범주를 개별 평가 범주로 독립시킬 것을 제안하였다. 4)이해명료성은 이해가능성과는 구별되는 개념으로 음성적 차원을 포괄하는 기준으로 사용된다(Munro & Derwing, 1995). 5)Oxford(1993)는 언어 학습 전략을 일반 학습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다. 언어 학습 전략은 학습자가 주도하는 행위나 행동으로서, 그러한 활동을 통해서 학습자가 학습의 효율을 높이고, 스스로 통제하며 보다 학습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제 활동으로 이해하고 있다. 즉, 언어 학습 전략은 학습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학습자가 취하는 행위적, 인지적, 사회적 측면을 모두 포함한 개념을 말한다. 6)Kolb(1984)의 학습 주기는 신뢰성이 결여되었다는 비판도 있지만(Coffield 외 (2004) 반대의 결과를 보여주는 연구들도 있다(Wilcoxson & Prosser, 1996).
본 실험은 A대학교에서 학업을 수행하고 있는 외국인 대학생과 대학원생들 중에서 TOPIK 고급 학습자를 대상으로 진행하였다. 총 50명의 학습자가 참여하였고 이들은 모두 한국에서 생활하며 한국어로 학업하고 있는 학습자들로 참여자에 대한 정보는 아래의 <표 1>과 같다.
참여자 정보
3.2.1. 발음 숙달도 평가
본고에서는 선행 연구들에 기대어 Smemoe & Haslam(2013)에서 사용한 발음 숙달도 평가의 네 가지 기준에 따라 발음 평가를 진행하였다.7)네 가지 평가 기준은 아래와 같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어 학습자들의 발음 숙달도를 폐쇄형 발음 평가와 개방형 발음 평가의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측정하였다. 발음 평가 항목은 개별 음소의 정확성과 연속적인 발음, 초분절음소의 발음 등으로 구성된다. 폐쇄형 발음 평가는 한국어 학습자들에게 나타나는 오류 빈도 분석 결과에 따라 비음화, 유음화, 유기음화, 구개음화, 자음군 단순화, 연음 현상, 경음화 등을 포함한 문장으로 구성하였다. 또한 각 언어권별 학습자들의 잦은 오류 유형과 오류의 예를 살펴본 뒤 평가 문항에 개별 음소의 분절적 요소와 억양, 속도, 끊어 읽기 등의 초분절적 요소 등을 포함하고 음운 규칙은 오류의 빈도가 높은 변화 규칙을 우선시하여 문장을 선정하였다. 폐쇄형 발음 평가 문항은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2009)에서 제시한 한국어 발음 연습 문장에서 선정하였다. 개방형 발음 평가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을 포함한 공인인증시험에서 말하기 숙달도 평가를 측정하기 위한 표준화된 도구가 아직 실행되고 있지 않은 연유로 ACTFL Oral Proficiency Interview에서 선정하여 이를 본 연구 여건에 맞추어 적용하였다.9) 이어서 전체적으로 질문의 난이도와 주제를 고려하고 더 자세하게 발화할 수 있도록 추가 질문을 구성하는 등의 작업을 거쳤다.
Derwing 외(2008), Warren 외(2009)를 참고하여 7점 척도로 채점하였으며 연구의 신뢰성을 위해 Smemoe & Haslam(2013)과 이향(2012)를 참고하여 4명의 채점자를 두었다. 각각의 음성 파일들은 1부터 7까지의 7점 척도를 사용하여 채점하였다. 1점이 낮은 점수이고 7점이 높은 점수이며 모어 화자의 발음에 가까울수록 높은 점수를 부여하였다. 채점자는 한국어 모어 화자로 한국어 교수 경력 2년 이상의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를 전공으로 한 교사들로 구성하였다.10) 채점자들은 네 가지의 평가 영역에 따라 평가하였다. 채점자 간 신뢰도는 Cronbach’s alpha를 통해 유창성=0.75, 이해가능성=0.619, 정확성=0.711, 외국인 억양=0.762의 결과를 얻었다.11)
발음 숙달도 평가의 예
3.2.2. 발음 학습 전략
SPLS는 Eckstein(2007)에서 개발한 것으로 Kolb(1984)의 학습 주기 이론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Kolb(1984)에서는 경험이 변화하여 지식을 이루는 과정을 통해 학습이 일어난다고 주장하며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단계를 제시하였다. Eckstein(2007)에서는 Kolb(1984)의 학습 주기 이론을 발음 습득에 적용해 발음 습득 구조 이론을 설계하였다. Kolb(1984)의 학습 주기 이론 단계와 Eckstein(2007)의 발음 습득 구조는 <표 3>과 같다.
학습 주기 이론과 발음 습득 구조
입력은 학습자가 대화나 라디오 등을 통해 소리와 접하게 되었을 때 발생하며, 연습은 학습자 혼자 혹은 상대방과의 의사소통 속에서 이루어지고 입력과 연습은 목표 언어의 발음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을 의미한다. 주목과 피드백의 단계에서 학습자는 자신의 발음과 모어 화자 발음의 차이를 인지한다. 주목은 학습자가 자신도 모르게 발음의 규칙과 패턴을 학습하는 것을 의미하고 피드백은 청자가 화자의 발화를 적극적으로 경청해 발음 인지과정을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이 단계는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다른 학습자들과 협력을 통해 발음을 학습하는 단계로 학습 주기 이론의 반성적 성찰과 관련을 보인다. 가설형성은 학습자가 실제 발음의 피드백 과정을 통해 목표 발음과의 불일치성을 극복하려는 학습자의 정신적인 과정으로 추상적 개념화와 관계가 있다. 학습 주기 이론의 마지막 단계인 능동적 실행은 가설검증과 연결되는데 이는 새로운 가설에 따라 기존의 발음과 다르게 발음을 실행해보는 것을 의미한다. SPLS는 이외에 기존의 L2학습 전략 연구(Lalonde & Grandner, 1985; Guilloteaux & Dornyei, 2008; Matthews, 2008)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언급된 동기를 추가하였다. 동기는 학습자 스스로 발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거나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을 포함하는 전략이다. 결과적으로 SPLS는 입력/연습, 피드백/주목, 가설형성, 가설검증, 그리고 동기 등의 다섯 가지 하위 영역으로 구성된다. 전략의 각 문항들은 Tseng, Dörnyei & Shmitt(2006)에서 개발한 전략적 학습 모델의 구성 방식을 참고하여 제작되었다.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본고에서는 총 27문항으로 이루어진 발음 학습 전략 설문을 사용하였다.12) 발음 학습 전략의 각 하위 범주와 해당 문항 수는 입력/연습(8문항), 피드백/주목(4문항), 가설형성(5문항), 가설검증(4문항), 동기(6문항)이다. 참여자들은 SPLS 문항에 대해서 6점 척도로 전혀 하지 않음(1), 한 달에 한 번 미만(2), 한 달에 한 번 정도(3), 일주일에 한 번 정도(4), 하루에 한 번 정도(5), 하루에 여러 번(6)으로 응답하였다.
SPLS 설문지의 예
TOPIK 고급을 취득하고 현재 학문 목적으로 한국에서 학업을 진행 중인 유학생을 섭외하여 실험 참여 인원을 확보하였다. 실험 형태는 발음 산출 실험과 발음 학습 전략 설문지로 구분된다. 발음 평가를 진행하기에 앞서 먼저 실험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한 뒤 참여자들의 한국어 숙달도와 사용에 대한 정보를 설문지를 통해 기록하게 하였고 그 후 산출 실험과 발음 학습 전략 설문 조사를 진행하였다. 산출 실험은 실험 참여자의 발음을 녹음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참여자들의 원활한 녹음을 위하여 외부의 소음이 차단된 곳에서 녹음을 진행하였고, 녹음 직후 발음 학습 전략 설문을 진행하였다. 본 녹음에 들어가기 전에 1분 정도 먼저 참여자들에게 발음 평가지를 제시하여 개방형 질문을 미리 읽을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실험을 수행하였다. 실험 참여자들의 자연스러운 평소 발음을 녹음하기 위하여 소리 내어 발음하는 연습시간은 제공하지 않았다. 설문 분석 결과는 SPSS 21을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본 연구는 한국어 고급 학습자의 발음 숙달도를 측정하기 위해 연구 참여자들에게 폐쇄형 발음 평가와 개방형 발음 평가를 실시한 후 유창성, 이해가능성, 정확성, 외국인 억양 등의 범주로 나누어 채점하였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발음 숙달도 상위 학습자와 하위 학습자들의 발음 학습 전략을 살펴보고 발음 숙달도와 발음 학습 전략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였다.
3.4.1. 발음 숙달도 평가 결과
참여자들을 발음 숙달도 평가 결과에 따라 상위 집단과 하위 집단으로 구분하고 발음 숙달도 평가의 각 변인들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았다. 본 실험에서 사용한 변인들의 기술통계 값은 <표 5>와 같다.
발음 숙달도 평가 변인 기술통계 값
이들 변인들의 평균값은 4점과 6점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평균 점수를 비교하여 볼 때 이해가능성(5.33)의 점수가 가장 높고, 외국인 억양(4.59)이 가장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최대값이 가장 높은 영역은 유창성과 이해가능성(7.00)이고, 가장 낮은 최소값을 보여준 영역은 외국인 억양(2.16)이다. 즉, 외국인 억양의 저조한 평균 점수는 한국어 고급 학습자의 발음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외국인 억양임을 의미한다.
전체 참여자의 발음 숙달도 평가 점수를 기준으로 상위 30%(15명)과 하위 30%(15명)의 참여자를 선별하여 집단별 발음 숙달도 변인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았다. 각 집단별 참여자의 기술통계 값은 다음 <표 6>과 같다.
[<표 6>] 상위 집단과 하위 집단의 발음 숙달도 평가 변인 기술통계 값
상위 집단과 하위 집단의 발음 숙달도 평가 변인 기술통계 값
상위 숙달도 집단의 평가 하위 영역 평균값은 5점과 7점 사이에 위치한 반면, 하위 숙달도 집단의 평균값은 3점과 5점 사이에 위치하였다. 평균 점수를 비교하였을 때 상위 집단은 이해가능성에서 가장 점수가 높고, 정확성에서 가장 점수가 낮았다. 하위 집단은 이해가능성에서 가장 점수가 높고 외국인 억양에서 가장 점수가 낮았다.
다음으로 발음 숙달도 평가에 사용된 변인인 정확성, 이해가능성, 유창성, 외국인 억양 간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Pearson 상관분석을 실시하였고 그 결과는 다음 <표 7>과 같다.
[<표 7>] 발음 숙달도 평가 변인들 간의 상관관계 분석
발음 숙달도 평가 변인들 간의 상관관계 분석
<표 7>에서 보듯이 본 연구의 발음 숙달도 평가 변인들은 서로 간에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정확성과 외국인 억양 간의 상관관계(
3.4.2. 발음 숙달도에 따른 발음 학습 전략 사용 양상
참여자들의 발음 학습 전략 사용 양상을 살펴보기 위해 먼저 발음 평가를 기준으로 상위 집단과 하위 집단으로 분류하였다. 이어서 두 집단별 발음 학습 전략 사용을 비교하기 위해 유창성, 이해가능성, 정확성, 외국인 억양에 대해 각각 평균값을 구하였다. 끝으로 발음 숙달도 상위 집단과 하위 집단의 발음 전략 사용의 차이가 유의미한지 검증하기 위해 T-검정을 실시하였다.
다음 <표 8>과 <표 9>는 상위 집단과 하위 집단이 자주 사용하는 전략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표 8>] 발음 숙달도 상위 집단의 발음 학습 전략 상위 5문항
발음 숙달도 상위 집단의 발음 학습 전략 상위 5문항
[<표 9>] 발음 숙달도 하위 집단의 발음 학습 전략 상위 5문항
발음 숙달도 하위 집단의 발음 학습 전략 상위 5문항
상위 집단의 참여자들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발음 학습 전략은 22번 문항으로 가설검증 항목이다. 상위 집단의 참여자들은 문항 22번, 19번, 21번의 전략 사용 평균값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발음 학습 전략의 5가지 항목 중 가설검증 항목의 사용에서 높은 빈도를 보였다. 이와는 다르게 하위 집단은 17번, 14번 전략 사용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가설형성 항목의 전략의 사용 빈도가 높게 나타나 상위 집단과 하위 집단의 발음 학습 전략 사용에서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발음 숙달도 상위 집단과 하위 집단의 발음 전략 사용의 차이가 유의미한지 검증하기 위해 학습자들이 사용한 개별 전략의 빈도수를 점수화 한 뒤 이를 전략의 다섯 가지 하위 영역으로 나누어 평균값을 구하여 T-검정을 실시하였다.
상위 집단과 하위 집단 간 평균차이의 유의미성을 검증한 결과는 <표 10>과 같다.
[<표 10>] 상위 집단과 하위 집단 참여자의 발음 학습 전략
상위 집단과 하위 집단 참여자의 발음 학습 전략
전체 집단에서 사용 빈도가 가장 높은 발음 학습 전략은 가설검증(4.41)이고, 가장 낮은 발음 학습 전략은 입력/연습(3.80)이다. 집단에 따른 전략 사용 양상을 살펴보면 상위 집단은 가설검증(4.85) 전략을 많이 사용하였고, 하위 집단은 가설형성(4.33) 전략을 가장 많이 사용하였다.
T-검정을 통해 두 집단 간 차이에 대한 유의미성을 검토한 결과 두 집단 간 전체 전략 사용 측면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발음 학습 전략의 하위 항목인 가설검증 항목에 대한 상위 집단과 하위 집단의 차이는 t통계량의 양쪽 유의확률이 .004로 매우 유의한 것으로 검증되었다(t=3.124). 이러한 결과는 발음 숙달도 상위 집단이 하위 집단에 비해 유의미하게 가설검증 전략을 많이 사용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3.4.3. 발음 숙달도와 발음 학습 전략 간의 상관관계
본 연구는 참여자들의 발음 숙달도와 발음 학습 전략 간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발음 숙달도를 유창성, 이해가능성, 정확성, 외국인 억양 등의 네 가지 영역으로 세분화하고 이들과 발음 학습 전략의 하위 영역인 입력/연습, 피드백/주목, 가설형성, 가설검증, 동기와의 상관성을 살펴보기 위해 Pearson 상관분석을 실시하였다.
[<표 11>] 영역별 발음 숙달도와 발음 학습 전략 간의 상관관계
영역별 발음 숙달도와 발음 학습 전략 간의 상관관계
발음 숙달도와 발음 학습 전략 간의 관계에서 가설검증 항목은 전체 집단에서 유창성(
본 연구의 결과를 정리하여 보면, 한국어 고급 학습자의 발음 숙달도 점수 평균은 각각 유창성(5.18), 이해가능성(5.33), 정확성(4.64), 외국인 억양(4.59)로 나타났다. 한국어 고급 학습자들이 사용하는 발음 학습 전략을 살펴보면 입력/연습(3.80), 피드백/주목(3.68), 가설형성(4.09), 가설검증(4.41), 동기(3.89)의 빈도수를 보였다. 발음 숙달도에 따라 빈도수가 높은 발음 학습 전략을 살펴본 결과 상위 집단은 가설검증, 하위 집단은 가설형성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학습자들의 발음 숙달도와 발음 학습 전략 간의 상관분석 결과 유창성, 정확성, 외국인 억양의 높은 점수가 가설검증 전략 사용과 양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도출되었다.
7)이향(2013)에서는 외국인 억양을 독립된 범주가 아닌 정확성의 측정 기준으로 사용하였으나, Smemoe & Haslam(2013)에서는 제2언어 발음 학습에서 외국인 억양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평가의 독립된 기준으로 사용하였다. 본고에서는 Smemoe & Haslam(2013)의 발음 평가 기준을 따르기로 한다. 8)외국인 억양은 외국인 억양이 잘 나타나지 않고 모어 화자의 억양과 유사할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다. 9)ACTFL Oral Proficiency Interview는 기능적 말하기 능력을 총체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표준화 된 평가 방법을 말한다. 10)본 연구에서는 연구자가 채점자들에게 1:1로 채점 방안을 전달하였다. 연구자는 채점에 참여한 채점자들에게 채점 기준, 채점 방식을 설명해 채점에 있어서의 신뢰도를 높이고자 하였다. 11)일반적으로 Cronbach’s alpha 값이 0.60이상이 나오면 내적 일관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12)SPLS는 영어 학습자를 대상으로 개발된 것으로 ‘To improve my English pronunciation, I concentrate on word stress.’의 문항의 경우 한국어교육에 적합하지 않아 삭제하였다. 13)각주 8에 언급하였듯이 외국인 억양의 높은 점수는 학습자의 발음이 덜 외국인 억양으로 들림 즉, 모어 화자의 억양과 유사함을 의미한다.
본 연구는 한국어 고급 학습자들의 발음 숙달도를 평가하고 발음 학습 전략을 조사하며 이를 바탕으로 발음 숙달도와 발음 학습 전략 간의 상관성을 살펴보는 것이 목적이다. 본 절에서는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본 연구가 제기한 연구 문제에 대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먼저 본 연구의 첫 번째 연구 문제인 한국어 고급 학습자들의 발음 숙달도 평가 결과는 이해가능성에서 평균값이 가장 높고, 외국인 억양이 가장 낮은 값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어 고급 학습자들의 발음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해하기에 문제가 없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 참여자들의 발음 숙달도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외국인 억양으로 확인되었는데 이는 사춘기 이후의 외국어 습득이 구강구조를 사용하는 발음의 습득에 특히 부정적이라는 점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이 사춘기 이후에 한국어를 습득하였기 때문에 그들의 모어 억양이 한국어 발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한국어 고급 학습자의 발음 숙달도 평가의 각 변인인 정확성, 이해가능성, 유창성, 외국인 억양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이 기준들에 의한 평가 점수가 서로 높은 관련성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확성과 유창성은 둘 다 비슷하게 이해가능성과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는 분절음 발음이 정확하고 발화 속도가 유창할수록 청자나 채점자가 발화 내용을 이해하기가 쉬워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 결과는 이향(2013)의 연구에서 밝힌 발음 평가의 세부 항목 간의 상관관계 분석 결과와도 일치한다. 또한 이는 Derwing 외(2005)에서 밝힌 유창성과 이해가능성 간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결과와도 같은 맥락인데 이 두 변인의 상관관계가 한국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어서 두 번째 연구 문제는 한국어 고급 학습자들의 발음 학습 전략 양상에 대한 것이다. 집단별 참여자들의 발음 학습 전략 양상을 살펴본 결과 상위 집단은 가설검증 전략의 빈도가 높고, 하위 집단은 가설형성 전략의 빈도가 높았다. 하위 집단은 상위 집단과는 달리 발음을 학습하는 데 있어 추상적인 개념화 과정인 가설형성 단계에 머물러 능동적으로 실행하는 가설검증 단계에 미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특정 전략 사용의 빈도가 학습자들의 발음 숙달도와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발음 숙달도에 따라 발음 학습 전략 사용이 유의미하게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T-검정을 실시하였는데 가설검증 전략의 사용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었다(t=3.124, p<.01). 가설검증 전략 사용의 빈도수가 높을수록 발음 숙달도가 향상되는 긍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였는데 이는 선행 연구에서 살펴보았던 Smemoe & Haslam(2013)과 같은 결과이다. 가설검증 전략은 ‘나의 한국어 발음을 다른 사람들이 못 알아들었을 때 말하는 속도를 바꿔본다.’ 등과 같이 자신이 느끼기에 발음에 오류가 발생했을 때 이를 즉시 수정하여 반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높은 사용 빈도를 보일 수 있고, 이러한 사용이 발음 숙달도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피드백/주목은 사용 정도가 높지 않았다. 대체적으로 피드백/주목 전략(예: 나는 한국어 발음을 향상시키기 위해 단어 철자보다 발음 기호를 이용한다)은 다른 전략에 비해 상위인지적인 측면을 보인다(Smemoe & Haslam, 2013). 또한 ‘나는 한국어로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나의 한국어 발음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한다.’ 등의 항목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필요한 경우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참여자들은 이 전략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사용을 피하고 싶어 해서(예를 들어, 발음 기호를 읽는 데 어려움이 있거나 혹은 다른 사람에게 피드백을 요청하는 것을 어려워함) 이러한 결과를 보였음을 추측할 수 있다.
끝으로 세 번째 연구 문제는 한국어 고급 학습자들의 발음 학습 전략의 하위 범주인 입력/연습, 피드백/주목, 가설형성, 가설검증, 동기의 사용과 발음 숙달도 평가의 하위 범주인 유창성, 이해가능성, 정확성, 외국인 억양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것이다. 조사 결과, 가설검증과 발음 숙달도의 평가 변인 중 유창성(
특히 Anderson(1991)에 기대어 볼 때 상위 집단에서 피드백/주목 전략 사용과 외국인 억양(
발음 숙달도 평가의 다른 영역들과는 달리 이해가능성은 발음 학습 전략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Smemoe & Haslam(2013)에서는 학습자의 발화가 이해하기에 얼마나 쉬운지를 평가하는 이해가능성과 ‘나의 한국어 발음을 다른 사람들이 못 알아들었을 때 말하는 속도를 바꿔본다.’의 가설검정 전략이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상반된 결과는 Smemoe & Haslam(2013)과 본 연구의 참여자의 숙달도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Smemoe & Haslam(2013)이 중급 학습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것과 달리 본 연구는 고급 학습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평균 학습 기간 60개월 이상의 고급 한국어 학습자들의 발음은 그들의 발화를 내용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발견되지 않아 이러한 발음 숙달도 평가에서의 점수가 발음 학습 전략과의 상관관계 분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선행 연구들은 L2 성인 학습자들이 발음 학습 전략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L1 습관이 발음 숙달도 향상에 방해의 요인이 된다고 하였다(Scovel, 2000). 또한 성인 학습자들은 모어 화자와 같은 발음으로 발화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를 살펴보면 환경으로부터 주어지는 감각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성인 학습자들도 모어 화자처럼 발음 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도 전체 학습자 집단의 가설검증 전략 사용과 외국인 억양 간의 긍정적인 상관관계, 그리고 발음 숙달도 상위 집단의 피드백/주목 전략 사용과 외국인 억양 간의 긍정적인 상관관계는 이러한 전략사용이 잦으면 성인 학습자들의 외국인 억양도 개선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는 한국어 고급 학습자의 발음 숙달도에 따른 발음 학습 전략 사용을 살펴보았다. 특정 발음 학습 전략의 사용 빈도가 높고, 이러한 전략의 사용이 학습자의 발음 숙달도 향상과 양의 상관관계에 있음을 보여주는 본 실험의 결과는 발음 학습에 의미 있는 전략이 있음을 증명한다. 또한 발음 숙달도 상위 집단이 사용하는 발음 학습 전략이 하위 집단의 전략과 유의미하게 다르고 특정 전략이 그들의 발음 숙달도 점수와 유의미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점을 볼 때 발음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효과적인 발음 전략을 인지하고 이를 교육하는 것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들은 발음이 단기간의 교실 수업을 통해 개선되기보다 학습자 자신의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개선될 수 있음을 생각할 때 학습자 스스로 전략 사용에 대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인식과 실행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14)Anderson(1991)에서는 모든 학습자들이 학습 전략을 사용하지만 성공적인 학습자들은 다른 학습자들에 비해 전략을 더 효과적으로 사용한다고 하였다.
본 연구는 유창성, 이해가능성, 정확성, 외국인 억양을 기준으로 한국어 고급 학습자의 발음 숙달도를 측정한 후, Eckstien(2007)의 SPLS를 이용하여 한국어 학습자들이 어떠한 발음 학습 전략을 사용하고, 이러한 전략 사용과 학습자들의 발음 숙달도가 어떠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고급 학습자들의 발음 숙달도를 평가하고 각 평가 범주별 숙달도의 차이를 측정한 결과, 외국인 억양의 점수가 가장 낮고, 이해가능성의 점수가 가장 높은 결과를 보였다. 발음 숙달도에 따라 상위 집단과 하위 집단으로 분류하여 학습자들이 사용하는 발음 학습 전략을 살펴본 결과, 하위 영역 중 가설검증 항목의 사용에 발음 숙달도의 차이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였지만 전체적인 전략 유형에서의 사용은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발음 숙달도에 따라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 전략은 가설검증 전략으로 이는 발음의 하위 영역과의 상관관계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 특정 전략의 사용이 학습자들의 발음 숙달도 향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본 연구에서는 SPLS를 이용하여 한국어 고급 학습자들의 발음 학습 전략 양상을 살펴보았고 이들의 발음 숙달도 향상을 위한 효과적인 발음 학습 전략이 있을 가능성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학문 목적으로 한국어를 학습하는 고급 학습자 50명만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연구의 결과를 일반화 하는 것에 제한이 있을 수 있으며 연구에 참여한 학습자들이 특정 국가에 집중하여 있고, 학습자들의 발음 학습 경험이나 노력 여부 등은 통제되지 못하였다는 점은 본 연구의 한계이다.
향후 다양한 숙달도의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동기, 언어적성, 사회생활 척도와 같은 학습자 변인이 한국어 발음 학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살펴본다면 더 의미 있는 연구로 발전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후속 연구에서는 효과적인 발음 학습 전략을 교육한 후 그 효과를 종적으로 측정하는 것도 필요한데 이러한 연구들은 학습자 개인적인 영역으로 다루어진 발음을 교육 현장으로 이끌어내어 교육 효과를 공유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