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한국어 읽기 후 활동에서 가장 출현 빈도가 높은 활동인 서술형 ‘세부 내용 파악하기’의 교육적 활용 방안을 제언하기 위해 활동에 대한 학습자들의 반응 양상을 살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읽기란 텍스트를 읽고 이를 이해하는 행위로, 이에 대한 개념은 시대에 따라 그 관점이 변화해 왔다. 국내외 여러 연구들을 통해 읽기에 대한 정의를 살펴볼 수 있는데(Wallace(1992); 김정숙(1996); Nuttall(2005); 곽지영 외(2007) 등), 1) 이들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읽기란 독자(학습자) 중심적 활동이며 수동적 활동이 아닌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언어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외국어 교육에 있어 읽기는 학습자에게 폭넓은 입력을 제공하고 자기주도적 학습을 독려하며 사고력 발달의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핵심적인 언어활동이라 할 수 있다. 학문 목적 학습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도 읽기가 핵심적인 부분으로 활용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 하겠다.
한국어 읽기 교육에 대한 연구 가운데 활동과 관련된 연구는 비판적읽기 활동에 대한 필요성을 다룬 연구, 다른 언어 기능과의 통합‧연계적 접근에 대한 필요성 등을 다룬 연구들이 있다.2) 이들 연구들에서는 학문 목적 학습자를 위한 읽기 교육 방안의 제언에 있어서 읽기 활동이 텍스트 특정 부분에 대한 표면적 이해에만 초점이 맞춰져지는 것을 경계하며3) 보다 다양한 읽기 활동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한국어 교재에서는 ‘세부 내용 파악하기’와 관련된 읽기 활동이 비중 있게 활용되고 있는데, 이는 외국어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외국어 학습에서 읽기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텍스트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것 못지않게 언어 학습의 도구로서 해당 단원에서 배운 내용을 확인하고 이를 강화하는 수단으로서 그 활용 가치가 높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읽기 교육에서 대다수 읽기 활동이 ‘세부 내용 파악하기’에 집중되어 있음을 비판하서도 현실적인 이유로 이를 배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가장 많이 사용되어 왔으면서도 극복해야 하거나 경계해야 할 활동으로 다루어지는 ‘세부 내용 파악하기’가 과연 단순한 표면적 활동인지, 이를 수행하는 학습자들은 어떠한 반응을 보이는지 등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고에서는 읽기 활동 가운데 ‘세부내용 파악하기’에 대한 한국어 교수‧학습적 가치를 검토하고 이 활동에 대한 학습자의 반응 양상을 살피고자 한다.4) 그리고 이러한 양상을 통해 서술형 ‘세부 내용 파악하기’를 보다 효용적으로 활용할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1)김정숙(1996)에서는 읽기를 글과 독자가 만나 이루는 지적 상호작용으로 인간의 정신과 텍스트가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이해를 창출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하였고, 곽지영 외(2007)에서도 읽기를 의사소통의 한 부분으로 보며, 작자는 어떠한 의사소통적인 의도를 가정하고 있는 존재로 독자는 이를 이해하고 이에 반응하는 존재로 정의하였다. Nuttall(2005) 읽기는 독자가 텍스트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문자 언어로 표현된 메시지를 해하고 의미를 재구성하는 과정으로 정의하였다. 2)이은주(2008); 박효훈(2011); 백아영‧김영주(2013); 송이슬(2011); 이준호(2011) 등 다수의 연구가 읽기 교육에 있어 활동에 대한 경향성과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데, 이들 연구에서는 읽기 활동에 있어 통합적 활동과 비판적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3)김지영(2005)에서는 한국어 교재들의 읽기 과제들이 대부분 내용 파악 중심의 이해에 치중되어 있으며 한국어 담화 공동체가 공유하는 텍스트의 구조와 표현 등에 대한 교육은 미흡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박효훈(2011)의 연구를 보면 ‘세부 내용 파악하기’를 배제해야 한다고는 주장하지 않지만, 이 활동이 교재에서 60%까지 출현한다는 사실을 밝히며 활동의 편향성에 대한 문제 제기와 비판적 이해 활동에 대한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4)본고에서 사용할 ‘반응’이라는 용어는 교재에 제시되는 활동에 대해 학습자가 취하는 행위를 뜻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의사소통과 관련된 논의에서 사용되는 ‘반응’이라는 용어와 차이가 있음을 밝혀둔다. 또한 ‘반응’이란 용어는 학습자 행위에 대한 포괄적인 기술에서 사용할 것이며, 학습자가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문장에 대해서는 ‘응답’ 혹은 ‘응답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도록 할 것이다.
읽기는 이해의 과정으로 텍스트에 대한 처리와 이를 저장하고 기억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러한 과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독자는 전략을 사용한다. 즉 읽기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수단을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데(Cohen, 1990), 전략과 같이 읽기의 핵심적인 능력을 개발할 목적으로 구안된 교수‧학습 목적의 행위를 활동이라 할 수 있다.
기존 읽기 활동 관련 연구들에서는 읽기 활동을 분류하여 제시한 경우가 많은데(Nuttall(1996); Aebersold & Field(1997); 이해영(2001); 강현화외(2009); 이준호(2011); 백아영‧김영주(2013) 등), 이들 연구에서는 읽기 활동을 교수 단계별로 분류하고 있다. 이들 연구들에서는 읽기 중 과정을 어디까지로 보느냐에 따라 읽기 중 활동과 읽기 후 활동 분류에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전, 중, 후 활동으로 단계를 구분하고 있으며 각 단계가 존재하는 목적은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5)
읽기 전 활동은 학습자가 앞으로 읽게 될 텍스트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배경지식을 활성화 시키는 활동들로 구성되어 있다. 연구자들이 제시한 활동 유형을 보면, 읽는 목적을 상기시키는 활동, 흥미와 동기를 활성화시키는 활동, 이후 읽기의 수월성을 위한 예측하기 활동 등이 있다. 읽기 중 활동은 제시된 텍스트를 읽는 과정에서 학습자가 보다 전략적으로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들로 구성되어 있다. 읽기 중에 대한 인식과 읽기 후에 대한 인식은 연구자들에 따라 달라 읽기 중 단계에서의 활동과 읽기 후 단계에서 활동이 중복되는 경향이 있다. 읽기 후 활동은 학습자가 텍스트에 제시된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을 돕는 활동으로 텍스트 이해에 대한 활동들이 주를 이루는데 여기에서의 이해는 사실적 이해에서부터 추론적 이해, 비판적 이해까지 다양한 활동들을 포함하며, 다른 기능들과의 통합과 연계를 시도한 활동이 이 단계에서 실현된다.
읽기 활동은 주로 교수의 단계에 맞춰서 분류되기도 하지만 Davies (1995)의 연구를 보면 읽기 활동들을 수동성과 능동성에 따라 분류하고 있다. 이 분류 방식은 각기 이해 처리 과정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연구에서 제시하는 활동의 수동성과 능동성은 이해 처리 모형에서 말하는 상향식 이해와 하향식 이해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6) 읽기 활동 자체가 온전히 상향적 접근이나 하향적 접근에 의해서 만 이루어진다고는 할 수 없으나 활동 수행에 영향을 주는 주된 이해 처리 과정이 상향식인지 하향식인지로 보는 것은 활동의 속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상향식 이해 활동은 주로 언어 요소에 대한 이해를 통한 접근이 많으며, 하향식 이해 활동은 독자의 사고와 배경지식의 활용을 요구하는 활동들이 많다. 그에 따라 상향식 이해 활동은 언어 요소의 비중이 커지며 하향식 이해 활동은 사고 능력의 비중이 커진다고 하겠다.
앞서 살펴본 교수 단계에 따른 활동들의 목적을 보면 읽기 전 단계와 읽기 후 단계 모두 하향식 활동이 중시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텍스트에 대한 본격적인 이해라는 차원에서 읽기 전의 하향식 활동과 읽기 후 하향식 활동에는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읽기 전 활동은 주로 텍스트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준비 단계로 학습자의 배경지식에 의존하는 활동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읽기 후 단계의 하향식 활동은 텍스트에 대한 전반적 이해, 그리고 비판적 이해, 확장적 사고와 같은 활동이 텍스트 내용을 기반으로 실현되고 있다.
앞서 살핀 읽기 활동들을 학습자 반응의 측면에서 보면, 상향식 속성의 활동은 학습자의 이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응답의 내용이 고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하향식 활동들은 이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응답의 내용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되 그것은 고정된 것이 아닌 학습자의 재량에 따라 변용이 가능한 것들이 많다. 이를테면 구체적인 어휘와 문법 등을 괄호에 넣어야 하는 활동에 비해 텍스트를 요약하라거나 비판을 하라는 것과 같은 활동은 응답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은 있되 반드시 모범답안에서 제시하는 것과 똑같은 문장 구조와 표현 등을 사용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렇듯 하향식 활동인 태도 파악하기, 비판하기, 자신과 연관짓기 등은 학습자의 배경과 이해 정도에 따라 다양한 문장 구조와 표현으로 실현될 수 있다.
학습자의 재량에 따른 다양한 응답의 가능성은 반응에 대한 자유도와 관련지어 생각할 수 있다. 반응의 자유도란 학습자가 이해 여부를 확인 받기 위해 작성해야 하는 내용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표현이나 내용 등을 학습자가 선택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유도는 활동이 요구하는 응답의 유형에 따라서도 그 정도가 달라진다. 한국어 교재에서 읽기 활동의 응답 방식은 진위형, 연결형, 선택형, 단답형, 서술형(문장, 문단) 등으로 나타나는데, 활동에 대한 응답 방식이 고정되어 있는 진위형이나 단답형 등은 자유도가 낮은 활동이라 할 수 있으며, 학습자가 응답의 내용을 직접 구성하여 기술하는 서술형 유형은 자유도가 높은 활동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자유도가 높은 활동들은 이해와 관련된 언어능력 외에 표현과 관련된 언어능력 및 고등 사고력도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능력에 대한 요구가 많은 만큼 학습자에게는 부담이 큰 난도가 높은 활동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자유도가 높은 활동은 언어를 통해 사고력을 확장한다는 측면에서도 분명 학습자에게 효용적일 것이다. 하지만 그에 따른 인지적 부담이 존재하며 텍스트 내용에 대비하여 개발할 수 있는 활동의 수도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자유도가 낮은 활동은 언어 요소에 대한 이해를 판단하기 위한 활동이며 학습자의 반응을 즉각적이고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으며, 학습자 입장에서 비교적 인지적 부담이 적은 활동이라 할 수 있다.
활동에 대한 분류로 볼 때, 본고에서 초점을 두고 있는 ‘세부 내용 파악하기’는 교수 단계로서 읽기 후 단계에서 실현되는 활동이며, 상대적으로 언어에 대한 이해에 기반을 둔 상향식 이해 속성을 가지고 있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7) 이러한 속성으로 보면 ‘세부 내용 파악하기’는 상대적 자유도가 낮은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응답하는 방식에 따른 자유도는 어느 정도 조절될 수 있다. ‘세부 내용 파악하기’ 활동은 유형에 따라 진위형, 연결형, 선택형, 단답형, 서술형 등 다양한 유형으로 실현될 수 있다. 그 가운데 문장 단위의 서술형 유형으로 활동을 구성한다면 학습자가 응답을 직접 구성해야 하기에 내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는 것과 동시에 반응의 자유도도 일부 제공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문장 서술형 ‘세부 내용 파악하기’ 활동은 인지적 면에서 큰 부담이 없으면서도 반응 방식에 있어 학습자에게 자유도를 부여하는 활용도가 높은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읽기 활동은 기본적으로 이해 활동이기 때문에 학습자들이 이해를 하였는지에 대한 판단만 가능하다면 활동이 추구하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기존 연구들도 여러 측면의 이해를 확인할 수 있는 활동의 유형 개발에 초점을 두었지 학습자 반응 양상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자유도가 있는 활동에 대해 학습자의 반응에 대한 질적 상태를 파악하는 것은 이해의 내면화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자 이들이 가지고 있는 언어의 생산력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학습자의 이해 여부 확인이 쓴 내용을 확인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이를 발표하는 활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까지 고려한다면 단순히 내용 이해에 대한 여부로 끝나는 것보다 표현을 위한 준비 과정으로 활동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읽기 후 활동들 가운데 ‘세부 내용 파악하기’ 활동은 언어 요소에 대한 이해 중심의 상향적 속성의 활동으로, 가장 높은 빈도로 활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요도면에서는 하향식의 활동들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활동이 가지는 속성들과 응답 방식을 통한 자유도를 통해 보면 언어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학습의 효과와 활용도가 높은 활동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학습자의 반응에 대한 자유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읽기 후 활동에 포함시킬 때 보다 교육적 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세부 내용 파악하기’ 활동에 대해 학습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한국인 대학생과 비교하여 그 양상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5)이들 연구들 가운데서도 읽기 중 단계와 읽기 후 단계의 분류에 대한 견해는 연구자 간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 읽기 중 단계를 온전히 텍스트를 읽는 과정으로 본 연구의 경우는 읽기 중 활동을 행위적 활동보다 전략적인 측면에서 제시하고 있었다. 본고에서도 읽기 중의 역할은 텍스트를 읽는 것에만 해당되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읽은 내용을 기반으로 수행하는 활동은 읽기 후 단계로 분류하였다. 6)Davies(1995)에서 제시한 읽기 활동은 보면 주로 언어 요소에 대한 이해를 통해 수행을 할 수 있는 상향적 속성의 활동들과 학습자의 배경지식과 사고에 초점을 둔 하향적 속성의 활동들로 구분되어 있는데, 이 둘을 각각 수동적 활동과 능동적 활동으로 명명하고 있다. 그 가운데 본고에서 논의를 하고자 하는 ‘세부내용 파악하기’와 유사한 활동인 ‘이해 확인 질문에 답하기’는 텍스트에 대한 이해를 점검하는 언어적 속성의 수동적 활동으로 분류하고 있다. 7)‘세부 내용 파악하기’활동을 단순히 상향식 활동으로만 단정 짓기에는 텍스트의 길이와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발문을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 텍스트의 길이가 긴 경우 전반적인 이해 없이 특정 세부 정보를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으며, ‘세부 내용 파악하기’활동에 대한 발문에 대한 응답이 텍스트의 특정부분에만 근거를 둔 것이 아닌 여러 부분에 근거를 둔 경우에도 이를 단순히 상향식 속성이라고 단정 지을 수만은 없다. 이러한 경우에는 상호작용식 속성의 활동으로 분류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하향식, 상호작용식, 상향식 속성을 연속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상대적으로 상향식에 가까운 활동과 하향식에 가까운 활동으로 분류하는 것이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 것에 비해 도식화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 서 <그림 1>에 제시되어 있는 서술형 ‘세부 내용 파악하기’의 위치가 상향식에 붙어 있지 않고 상대적으로 상향식에 가깝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 조사 대상 및 조사 도구 선정
이 장에서는 세부 내용 파악하기 활동에 대한 학습자의 반응 양상을 살펴볼 것이다. 서울 소재 A대학에 재학 중인 1학년과 2학년 한국인 대학생 15명과 같은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대학생 15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조사의 대상을 외국인 대학생과 더불어 내국인 대학생으로 설정한 것은 외국인 대학생들과 비교하여 ‘세부 내용 파악하기’활동에 대한 보편적인 반응의 양상을 볼 수 있으며 이를 교육적 방안으로 활용함에 있어 참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8) 외국인 학습자들의 경우 한국어 숙달도의 부족으로 인한 반응의 제한이 나타나지 않도록 한국어 고급 수준의 학습자들을9) 대상으로 한정하였다.
이들에게 제공된 읽기 학습 활동은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읽기 교재에서 사용되는 텍스트를 가운데 주제의 난이도를 고려하여 선정하였다. 한국어 교재에서 제공되는 텍스트는 한국어 학습용으로 개작된 것으로 가공되지 않은 텍스트에 비해 학습자가 내용을 파악하기에 용이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적절한 길이의 완결성을 가진 텍스트라는 점에서 그 활용도가 높다고 판단하여 이를 활용하였다. 본고에서는 이들 텍스트 가운데 유사한 길이로 구성되어 있으며, 텍스트 내용과 어휘의 난이도가 응답에 영향을 주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비교적 평이한 주제에서부터 난도가 있는 주제까지 4개의 텍스트를 사용하였다.10) 각각의 읽기 텍스트 안에는 평균적으로 4~5개의 활동들이 있었으며 그 가운데 서술형 ‘세부내용 파악하기’ 활동은 텍스트 당 1~2개 정도가 되었다. 모든 ‘세부 내용 파악하기’ 활동이 본고의 의도에 맞는 활동이라고는 할 수 없었는데, 본고에서 초점을 두고 있는 활동은 상대적으로 상향식 속성을 가진 문장단위의 서술형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세부 내용 파악하기’에 대한 응답의 근거가 원문 텍스트의 특정한 한 부분에서만 나타나는 활동으로 한정하였다.11) 기존 교재에서 개발한 활동을 최대한 활용하되, 응답의 명료성을 위해 질문을 일부 개작 하였으며 적절한‘세부 내용 파악하기’ 활동이 없을 경우 활동을 만들어 응답을 하도록 유도하였다.12)
(2) 학습자 반응 분석 방법
학습자의 반응 양상에 대한 연구는 기본적으로 현상을 기술하는 민족지학적 방법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민족지학적 방법은 자료의 수집과 해석을 매우 중시하며 실험 연구와 전혀 다르게 질문과 가설이 조사 전이 아닌 조사 과정 중에 형성된다. 이로 인해 민족지학적 연구는 가설을 찾고 있는 자료라고도 한다(Nunan, 2009:72-77).이에 ‘세부 내용 파악하기’ 반응 양상에 대한 분석 기준 역시 자료 수집이 이루어진 후에 자료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설정하였다.
본고에서는 먼저 두 집단의 ‘세부 내용 파악하기’에 대한 활동지를 수 거하여 예비 분석을 실시하였다. 본고에서 분석하는 ‘세부 내용 파악하기’는 텍스트의 특정 부분에 근거 문장이 제시되어 있는 것으로, 학습자의 응답문은 이들 원문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어 있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에 학습자 응답문에 대한 분석의 기준을 ‘세부내용 파악하기’의 단서가 되는 텍스트의 원문과 비교하여 어떠한 변형이 일어나는지를 중심으로 설정하였다. 학습자가 구성한 응답문을 보면, 먼저 가시적으로 원문과 비교하여 문장의 길이에 있어 변형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문장의 길이는 학습자에 따라 그 정도가 달리 나타나고 있었다. 또한 길이를 변형하는 방법 역시도 삭제나 교체 등으로 나타나고 있었으며, 이러한 변형은 조사와 어미에서부터 단어와 구에 걸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예비 분석을 통해 나온 특성들을 바탕으로 학습자의 반응 분석의 기준을 설정하였다.
<그림 2>는 학생들의 반응 양상을 분석할 때 무엇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인지를 보여 주고 있다. ‘세부 내용 파악하기’는 텍스트에 답이 비교적 명시적으로 제시되어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해당되는 부분을 찾아 그대로 쓰거나 변형하는 과정을 거쳐 응답을 하게 될 것이다. 이때 먼저 길이 상에서 변형이 어느 정도 일어날 것인지를 살펴볼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원문의 내용을 변형하여 제시하였을 때 어떠한 방법을 사용하여 기술하였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원문의 내용을 재구성할 때에는 삭제, 추가, 교체 등의 다양한 방법이 사용될 수 있다. 학생들의 변형 방법을 살펴본 후에 변형 항목에 대해 논의해 볼 것이다.
응답 분석에 사용된 질문은 총 6개의 질문이며, 응답 가운데 이해 실패로 목표 활동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응답들은 분석의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1) 문장의 길이 변형과 중요도 판정
먼저 6개 질문에 대한 응답들 가운데 학습자가 응답의 근거가 되는 원문의 길이를 변형하였는지에 대한 여부를 보면 한국인 대학생은 모든 응답에서 원문의 길이를 변형하였다. 반면 외국인 대학생의 경우 전체 응답 중에서 38.8%만이 원문과 다른 길이의 응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문과 다른 길이의 문장으로 응답을 했다는 것은 자신이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다시 문장을 재구성하였다고 할 수 있는데, 한국인 대학생에 비해 외국인 대학생들은 활동에 대한 응답에서 문장을 재구성하기 보다는 원문을 그대로 보존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재구성한 문장들은 모두 길이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변형하여 응답하였다. 원문을 기준으로 변형된 응답문의 길이를 보면 내국인은 원문 길이의 절반 이하인 약 40% 수준으로 응답문을 작성하였고 외국인의 경우 약 80% 수준으로 응답문을 작성하였다. 이들 결과를 보면 우선 한국인 대학생들에 비해 외국인 대학생들의 응답은 대부분이 원문을 보존하는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응답문의 길이를 볼 때에도 문장의 재구성 과정이 그다지 활발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해볼 수 있다.
학습자 응답에서의 문장 길이 변형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외국인 대학생의 응답문은 이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불필요한 잉여적인 정보들에(접속어, 조사, 부사) 대해서도 그대로 보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이는 활동에서 요구하는 이해는 수행하였으나 이해의 근거가 되는 문장 내의 정보들에 대한 중요도 판정은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래 표에서 응답을 보면 ‘사람들이 나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열심히’ 등과 같은 정보들은 학습자의 이해를 판단하는데 필요한 부수적인 정보임에도 외국인 대학생들은 이를 모두 작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습자의 응답 예시(1)
이와는 달리 한국인 대학생들의 응답은 전체 모두 문장을 재구성하여 원문보다 짧아진 형태로 문장을 기술하고 있었다. 이렇게 어절 수의 축소가 있다는 것은 자신들이 이해한 근거 원문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그 내부 정보에 대한 깊은 이해도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인 대학생이 작성한 응답을 보면 삭제되어도 될 부수적인 정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한국인 대학생의 경우 원문에서 제시된 정보들에 대해 중요도를 평정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데, 한국인 대학생들이 반응한 응답들을 보면 삭제하였다고 해서 학습자가 이해가 실패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부수적인 항목들에 대해서만 문장에서 삭제하고 있다. 이는 표면적인 차원에서의 이해가 아닌 보다 심도 깊은 이해를 통해서 나타날 수 있는 반응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외국인 대학생들의 응답에 나타나는 원문 보존적 경향을 중요도 판정 능력의 부족, 즉 이해력의 부족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단지 관습적 현상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를 관습적 현상으로 본다면 특별한 지도 없이 기술적 차원에서 스스로 교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문 보존적 경향이 이해 능력의 부족에 따른 것이라면 학습자의 응답에 대한 질적 상태를 통해 학습자의 이해력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위의 표에서 제시된 질문과 원문들을 비교해보면 이들 사이에는 언어적, 내용적 측면에서 난이도 차이가 있음을 볼 수 있다. 질문들 중에서는 위쪽에 제시된 질문이 상대적으로 쉬운 내용의 질문과 원문이라 할 수 있다. 이들 질문에 따른 외국인들의 반응 양상을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은 원문에 대해서는 외국인 대학생들도 응답의 길이를 어느 정도 줄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실제 원문의 길이는 처음 제시된 질문에 대한 것이 가장 짧기 때문에 두 번째와 세 번째 질문에 대한 문장 길이를 조정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학습자들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응답에서 문장의 길이를 조정한 것에 비해 세 번째 질문에 대한 응답에서는 원문에서 제시된 인용 부호까지 모두 보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내용과 언어적 난도가 높아질수록 학습자의 이해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인데, 이러한 점들을 통해 살펴보면 외국인 대학생들의 문장 길이에 대한 변형 여부는 그들의 이해력에 대한 수준을 반영하는 결과라는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세부내용 파악하기’ 활동을 표면적인 이해 활동으로만 봤기 때문에 이를 이해의 질과 관련하여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세부 내용 파악하기’ 활동도 그 응답을 통해서 이해의 질적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만큼 응답의 질적 상태에 대한 파악을 교수학습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2) 원문 변형 방식과 변형 단위
다음으로 원문을 변형한 응답문을 대상으로 어떠한 방식의 변형을 하였는지 그리고 어떠한 항목들이 변형되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우선 내국인과 외국인 대학생 모두 변형된 응답문의 길이는 원문에 비해 짧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는 기본적으로 학습자들이 문장을 확대하는 방식이 아닌 축소하는 방식으로 원문을 재구성하기 때문이다. 원문을 변형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났는데, 하나는 원문에서 존재했던 항목을 응답문에서 없애는 ‘삭제’의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원문에서 존재했던 항목을 다른 문형이나 어휘, 어구로 바꾸는 ‘교체’의 방식이다.14)
학습자 응답에서의 변형 방식15)
두 집단 모두 변형된 응답문에 사용된 변형 방식은 ‘삭제’가 ‘교체’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그 비율에 있어 차이는 있는데, 한국인 대학생의 경우 교체를 약 38% 정도 활용했던 반면 외국인 대학생의 경우 약 20%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문장 내부의 각 항목에 대한 중요도 평정을 통해 삭제할 것을 선정한다는 것은 높은 수준의 이해가 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특정 항목을 다른 형태로 교체한다는 것은 이해와 더불어 표현 능력까지 요구한다는 점에서 보다 높은 수준의 언어능력이 필요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16) 이러한 점에서 외국인 학습자들은 문장 변형 방식은 이해를 통한 ‘삭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할 수 있다.
변형된 항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외국인 대학생이 주로 삭제하는 것은 조사, 부사 등이 많았으며 문장 성분의 측면에서 본다면 주어와 부사어가 삭제되는 경우가 많았다. 삭제 외에 교체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었는데, 길이가 긴 문형의 경우 유사한 의미의 짧은 문형으로 교체하는 것도 볼 수 있었다.17) 이러한 교체는 어휘 수준에서도 나타나기도 하였으나18) 그 교체의 이유가 문장의 길이를 줄이기 위함이 아닌 자신이 알고 있는 유의어를 사용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학습자의 응답 예시(2)
이에 반해 한국 대학생들의 경우에는 원문을 변형하기 위해 보다 다양한 방법을 취하고 있었다. 삭제의 경우 외국인 대학생과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한국인 대학생은 이해 확인을 판정 받는 데에 핵심적이지 않은 종결어미, 부사어, 관형어 등도 대다수 삭제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리고 교체의 경우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났다. 문형에 대한 교체의 경우 대체로 원문보다 짧아지는 문형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아 문형의 길이가 교체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였다. 또한 어휘를 교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제시된 어휘보다 상위어로 교체하는 경우, 구 단위의 내용을 이해한 후 이를 포섭할 수 있는 어휘로 교체하는 경우 등을 볼 수 있었다.19) 이러한 방식은 응답문의 길이를 현저하게 줄이는 데에 기여를 하고 있었다. 이외 응답의 근거가 되는 원문에 구체적인 의미의 단어가 있으면 이를 일반화에 어울리는 추상적인 단어로 교체하는 것도 볼 수 있었으며, 반대로 추상적인 내용을 자신이 알고 있는 구체적인 내용으로 교체하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20) 교체는 문형, 단어, 구/절 단위에서 모두 일어나고 있었는데 이러한 교체의 대전제는 항상 문장 길이의 축소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교체를 통해서 그 길이가 늘어나는 경우는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다.
앞서 살펴봤듯 한국인 대학생들은 응답을 작성하는 과정에서는 문형, 어휘, 구 등 여러 요소들을 교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에 비해 외국인 대학생들의 응답에서 가장 빈번히 발견되는 교체는 문장의 종결어미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원문에서 제시된 문어체를 ‘-아/어요’, ‘-ㅂ/습니다’와 같이 구어체로 교체해 문장을 종결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문장을 종결함에 있어 대부분의 외국인 대학생들은 종결형 어미를 사용하는 경향을 볼 수 있었다. 이에 반해 한국인 대학생들은 문장 종결을 보다 자유롭게 실현하고 있었는데, 명사형 어미로 종결을 하거나 문장을 종결하지 않고 연결어미로(-는, -고, -기 때문에, -아/어서) 응답을 종결하거나 명사로 응답을 종결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문장을 종결하지 않는다는 것을 바람직한 현상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활동 수행을 위해 제시되어야 할 문장의 수준을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고려해 볼만한 사항이다.
다음은 문장 구조의 차원에서 교체 양상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외국인 학습자들의 경우에는 주술 관계를 도치하는 수준에 문장의 구조를 변형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원문에서 제시되었던 문형은 변형되기 마련인데, 대부분 원문에서 제시된 문형과 유사하거나 낮은 수준의 문형으로 교체를 시도하였다. 이에 반해 한국인 대학생들은 문장구조에 대한 변형은 자신이 강조하고 싶은 부분에 초점을 맞춰 변형하였다. 그리고 이때 사용된 문형은 난이도와 상관없이 유사한 의미의 짧은 문형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학습자의 응답 예시(3)
(3) 의미 재해석
지금까지 살펴본 응답은 원문 텍스트의 의미를 유지하는 수준에서의 응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한국인 대학생들의 경우 유미 유지 수준을 벗어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의 응답은 원문에서 제시된 어휘나 문형 등이 거의 남아있지 않는 형태로 변형되어 있었으며, 세부내용 파악이라는 활동의 목표를 수행하기는 하였으나 응답이 의도에 적확하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있었다. 외국인 대학생들의 경우 이러한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앞서 살펴본 응답이 문장을 재구성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들이라면 아래에서 볼 응답은 의미를 재해석하는 차원에서의 응답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학습자의 응답 예시(4)
표의 내용을 보면 ‘기존의 친환경 상품들이 (......) 팔리는 경우’가 ‘사기성 과대 포장’으로 교체되었고 ‘대기업들이 (......) 가능성도 있다’가 ‘대기업들의 횡포’로 교체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원문의 내용과 학습자가 응답한 내용 간에는 차이가 있다. ‘과대 포장이 되어 팔리는 것’과 과대 포장에 대한 질적 판단으로 제시한 ‘사기성 과대 포장’은 서로 다른 의미라 할 수 있다. 또한 ‘대기업들이 (......) 가능성도 있다’ 역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가정으로 이것이 ‘대기업 횡포’와는 차이가 있다. 이러한 과도한 의미 재해석에 따른 교체는 ‘세부 내용 파악하기’에 대한 목표를 수행했다고 하기는 어려우나 원문 내용을 이해하고 각 내용에 대해 중요도를 판정하고 자신이 이해한 대로 내용을 재구성해 표현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외국인 대학생들의 경우 원문 보존 경향성이 높기 때문에 원문의 내용을 자신의 방식대로 표현해 보려는 시도는 유학생들의 표현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에 고려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활동에 대한 응답 양상을 통해 원문의 변형 정도와 변형 방식, 변형 단위 등에 대해 살펴보았다. ‘세부 내용 파악하기’가 이해 활동이라는 측면에서 두 집단 모두 근거가 되는 원문 텍스트의 의미를 유지하는 선에서 응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인 대학생과 외국인 대학생의 응답 방식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었다. 우선 한국인 대학생들이 원문을 재구성하여 응답을 했던 반면, 외국인 대학생의 경우 원문을 보존하려는 학습자가 많은 편이었다. 원문의 문장을 보다 짧은 형태로 재구성한다는 것은 문장 내부 정보에 대해 중요도를 판정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보다 높은 수준의 이해라는 측면에서 다루어져야 할 부분이다. 또한 변형의 방식에 있어서도 ‘교체’가 외국인 대학생들에게 어려움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였다. ‘교체’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 생산 활동으로 보다 높은 수준의 언어능력을 요한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부분이다.
‘세부 내용 파악하기’ 활동은 그간 활용 빈도에 비해 활동이 가지는 교육적 가치에 대해서 비중 있게 다루어지지 못하였다. 하지만 학습자들의 반응 양상을 통해 이 활동이 이해라는 측면에서 얼마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지 그리고 표현이라는 측면에서도 교육적 가치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8)내국인 대학생의 반응 방식들 모두가 교육적 활용 대상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이들의 다양한 반응 방식을 살피는 것은 교육적으로 참조할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9)외국인 유학생은 한국어능력시험(TOPIK) 5급 합격자 9명과 6급 합격자 6명 으로 구성되어 있다. 10)주제는 나의 별명, 휴대 전화와 사회 현상, 공정거래무역, 축제의 의미와 기능에 대한 것이다. 11)똑같은 ‘세부 내용 파악하기’ 활동이라고 하더라도 그 발문의 내용에 따라 글의 특정한 한 부분이 아닌 전체적인 이해와 여러 부분에 걸친 세부 내용 파악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세계화가 중요한 세 가지 이유는 무엇인가’와 같은 발문은 텍스트의 한 부분만을 이해해서는 응답이 어렵다고 할 수 있다. 12)본고에서 활용할 ‘세부 내용 파악하기’활동 질문 13)양상에 대한 분석은 가능한 많은 사례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나 지면상 수치를 통해 전체적인 경향성에 대해 논의하고 이에 해당하는 각 예시들을 통해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도록 하겠다. 14)변형 방식 구분에 대한 기준 15)변형된 항목별로 비율을 볼 수도 있을 것이나, 실제 구/절이 축소된 형태의 어휘나 구/절로 변형될 경우 내부에 존재하던 작은 단위의 항목은(문형, 어휘) 자연스럽게 변형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해당 작은 단위의 항목을 교체로 볼 수도 혹은 삭제로 볼 수 있어, 학습자가 의도한 변형 방식과 연구자가 계량화한 변형의 방식 사이에는 큰 오차가 존재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항목별 비율보다는 항목별 변형의 특성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하고자한다. 16)‘이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 아니 일석삼조이다’라는 원문을 중요도 판정에 의해 ‘이용할 수 있다’로 표현하는 것보다 ‘이용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보다 높은 수준의 언어능력을 요구한다고 할 수 있다. 17)얻을 수 있도록→얻을 수 있게 18)상품→제품, 경우→상황 19)생산자와 노동자가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생산자와 노동자 모두의 이익을 위해 20)추상화: 같이 앉아 있는 사람에게→함께 있는 상대에게 구체화: 같이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고 문자 메시지로 다른 누군가와 열심히 대화를 한다→눈앞의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과 카톡을 한다
지금까지 한국인 대학생에 비해 외국인 대학생들의 ‘세부 내용 파악하기’ 활동에 대한 응답의 변형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외국인 대학생들은 원문의 의미를 유지하기 위해 원문을 그대로 보존하는 경향을 보였던 반면 한국인 대학생들의 경우 원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를 자신의 언어로 다시 재구성해 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이 원문을 변형하는 데에는 가장 먼저 표현의 경제성에 따라 자신이 이해를 하였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수준에서 최대한 원문의 텍스트를 줄이는 경향을 보였다. 그리고 이렇게 원문을 줄이기 위해 삭제, 교체 등의 다양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외국인 대학생의 경우 해당 활동을 이해적인 측면에서 수행을 하고 이를 생산적 활동으로 이끌고 가지는 못하였다. 앞서 논의하였듯 ‘세부 내용 확인하기’를 통해 문장 구성 능력을 길러줄 수 있으며 이는 학문 목적의 과업을 수행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이에 대한 교육적 활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본고에서 초점을 둔 서술형 ‘세부 내용 파악하기’ 활동은 텍스트에 대한 이해 정도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학습자가 응답을 문장으로 구성하도록 요구하는데, 이는 보다 심도 있는 이해 능력과 표현 능력의 발달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어교육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가치가 있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서술형 ‘세부 내용 파악하기’는 이해 활동으로서 텍스트의 특정부분에 대한 이해에 기반에 둔 활동이라는 점에서 개발에 수월성이 있다. 다른 활동들에 비해 하나의 텍스트에서도 여러 개의 활동을 개발할 수 있으며, 또한 텍스트 이해에 있어서도 고등의 사고 능력을 요구하기 보다는 언어 능력에 기반을 둔 이해를 도모한다는 점에서 학습자에게 인지적 부담을 줄여줌과 동시에 언어 학습적으로도 활용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서술형 ‘세부 내용 파악하기’는 이해를 기반으로 하여 학습자가 문장을 생산해 내야 한다는 점에서도 언어 학습적 가치를 가진다고 할수 있다. 이는 바꿔 쓰기(Paraphrase) 활동과 유사한 학습 효과를 이끈다고 할 수 있는데, 바꿔 쓰기는 동일한 말이나 문장을 다르게 나타내는 것으로 본래의 의미가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더 짧거나 더 명료한 다른 단어나 문형을 사용하여 새로운 글을 작성하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Gleitman, L & Gleitman, H, 1971). ‘세부 내용 파악하기’ 응답은 주로 축소된 형태로 변형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짧은 단위의 요약하기 학습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21) 이러한 학습은 특히 학문 목적 학습자들에게 유용하게 활용된다고 할 수 있다. 학문 목적 학습자들에게는 ‘보고서 쓰기’와 같은 핵심적인 과업이 있다. 하지만 ‘보고서 쓰기’는 오롯이 자신의 생각만을 쓰는 것이 아닌 관련 텍스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를 요약하고 인용하는 과정을 수없이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학습자들은 원문의 텍스트를 그대로 옮기기 보다는 보고서의 목적과 자신의 의도에 맞게 변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원문을 변형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면 의도하지 않게 타인의 텍스트를 그대로 가져오는 표절을 저지르게 된다(Leki, I., 1995). 그렇기에 이해를 기반으로 한 문장 재구성이라는 측면에서 서술형 ‘세부 내용 파악하기’와 같은 생산적 이해 활동은 더욱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세부 내용 파악하기’를 보다 효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이해 활동이 라는 정체성은 유지하되, 그에 대한 학습자 응답의 질적 상태에 대한 파악까지를 활동에 대한 교육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별도의 교육 내용으로 구성할 수 있을 것이나, ‘세부 내용 파악하기’ 활동에 대한 응답에 조건을 거는 것만으로도 생산적 이해 활동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교재들에서 제시되고 있는 서술형 ‘세부 내용 파악하기’ 활동은 응답을 작성하는 부분을 개방형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경우 답안 작성은 온전히 학습자의 몫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학습자가 원문을 그대로 작성하는 것을 방지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응답에 조건을 ‘○어절 이내로 작성할 것’이나 ‘○○자 이내로 작성할 것’과 같은 조건을 달아주면 학습자는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문장을 줄이기 위해 변형을 위한 전략을 사용해야만 한다. 또한 보다 구체적으로 문장의 앞부분이나 마지막 서술어 부분 등 답안의 일부분을 미리 제시를 해주면 문장의 호응을 위해 원문을 재구성해야만 할 것이다. 이처럼 응답 조건화를 통해 단편적으로 끝날 수 있는 이해 활동을 문장 생산 활동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21)이해를 기반으로 한 재구성 활동이라는 점에서 요약하기와 서술형 ‘세부 내용 파악하기’는 유사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약하기가 텍스트에 대한 전반적 이해를 바탕으로 축소된 내용을 생산해 내야 한다는 점에서 학습자의 인지적 부담, 개발의 수월성이라는 점에서 어려움을 가지는 것에 반해 ‘세부내용 파악하기’는 개발과 활용에 있어 접근이 용이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본 연구에서는 읽기 후 ‘세부 내용 파악하기’ 활동에 대한 외국어 교육의 활동으로서 그 특성을 밝히고 활동에 대한 학습자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세부 내용 파악하기’는 단편적인 이해 활동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그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해 왔지만 활동의 특성과 학습자반응 양상으로 볼 때 이해 기반의 문장 생산 활동으로서 가치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본 연구의 주목적이 활동에 대한 학습자 반응을 살피는 것에 있었던 만큼 추후 연구에서 ‘세부 내용 파악하기’를 보다 다양하게 활용할 방안들이 나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