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esent study focuses on individual cultural variety, as given by the number of cultural activities that the person prefers or participates in. Especially, this study distinguishes individual cultural varieties into their preferences and participation, and investigates the effects of socioeconomic status and social networks on these two dimensions. In addition, this study divides individuals into groups by combining their varieties of cultural preferences and participation and then analyzes the characteristics of these groups. The results show that individuals with higher educational levels who belong to the upper middle class or the new middle class like and participate in a greater variety of cultural activities. However, household income and social networks only have significant effects on the variety of cultural participation. According to the results from the combining the varieties of cultural preferences and participation, Koreans are classified into four different types of groups, i.e., culturally isolated, popular likers and participants, omnivorous likers, omnivorous likers and participants. People with higher socioeconomic status and larger social networks are more likely to be omnivorous likers and participants who have the most abundant multicultural capital. These results show that material and social resources are required to convert one’s cultural preferences into actual cultural practice. Moreover, it suggests that not only liking but also participating in various cultural activities is a status marker for the upper middle class and the new middle class in today’s Korean society.
최근 한국인들의 여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루 평균 여가시간은 2006년 평일 3.1시간, 휴일 5.5시간에서 2010년 각각 4시간과 7시간으로 증가하였으며, 한 달 평균 여가비용 비출 역시 2006년 14만2천원에서 2010년 16만8천원으로 상승하였다(문화체육관광부, 2010). 이처럼 한국인들의 여가에 대한 관심은 양적인 측면에서 증가를 보이고 있으며, 동시에 질적인 측면의 변화 역시 관찰된다. 전통적인 여가 생활의 도구였던 텔레비전 중심의 여가 활동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뉴미디어의 이용과 함께 사람들의 여가유형이 다양화되고 있다(이재현, 2001). 특히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문화 활동에 대한 관심이 다양해지고 있다.1) 이러한 양상은 한국 사회의 문화 지형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문화적 다양성(cultural variety)’ 혹은 ‘문화적 폭넓음(cultural breadth)’이 갖는 함의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화적 다양성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는 1990년대 초반 미국 사회 내에서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위치한 사람들이 폭넓은 문화 취향을 지니고 있다는 연구로부터 시작되었다. 특히 이와 같이 다양한 문화 활동에 참여하거나 폭넓은 문화 장르를 선호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옴니보어(omnivore)’라고 부르기 시작했다(Peterson, 1992; Peterson and Kern, 1996). 고급문화(highbrow culture)에 대한 취향뿐만 아니라 대중문화(popular culture)를 아우르는 폭넓은 문화 취향이 문화자본의 중요한 형태로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문화적 다양성은 개인들에게 중요한 문화적 자원으로 작동할 수 있는데, 문화적 다양성이 높은 사람들은 사회적 상황과 맥락에 알맞은 문화적 무기(cultural weapon)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Erickson, 1996). 사회적, 그리고 지리적 이동성을 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사람들의 개방성과 유연성이 중요한 자원으로 사용되는데, 높은 수준의 문화적 다양성을 지닌 옴니보어는 이러한 상황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Van Eijck, 2000: 221).
최근에 옴니보어에 관한 연구는 서로 다른 사회적 맥락을 지닌 다양한 국가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최샛별, 2006: 145). 한편에서는 문화적 다양성을 측정함에 있어서 사람들의 문화 선호(cultural preferences)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GarcíaÁlvarez, Katz-Gerro and López-Sintas, 2007; Purhonen, Gronow and Rahkonen, 2010). 즉, 사람들이 좋아하는 문화 장르의 폭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사람들의 실제 문화 참여(cultural participation)2) 행위에 주목한다(Van Rees, Vermunt and Verboord, 1999; López-Sintas and Katz-Gerro, 2005; Jæger and Katz-Gerro, 2010). 과연 문화적 다양성을 측정함에 있어서 사람들의 선호 혹은 행위 가운데 어떤 것을 측정해야 하는가는 여전히 뜨거운 논쟁거리이다(Peterson, 2005, 2007).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과 실제로 참여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같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대다수의 연구들은 문화 선호 다양성과 문화 참여 다양성 가운데 하나를 편의적으로 취사선택하여 다루고 있다. 따라서 이 연구는 이와 같은 간극을 메우고자 문화 선호와 참여 다양성을 동시에 살펴볼 것이다. 과연 한국 사회에서 문화 선호 다양성과 문화 참여 다양성이 유사한 요인들에 의해 설명될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그럼 과연 어떠한 요인이 문화적 다양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그동안 문화 선호나 참여의 다양성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사회경제적 지위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으로 이해되어 왔다. 일련의 연구가 옴니보어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높은 교육수준과 많은 소득을 지니거나 직업적으로 높은 사회적 지위에 속한다는 사실을 지지하고 있다(Peterson, 1992; Peterson and Kern, 1996; Van Eijck, 2001; López-Sintas and García-Álvarez, 2002; Chan and Goldthorpe, 2007b). 이처럼 문화적 다양성은 사회 구조적 지위에 의해 차별적으로 분배되는 문화적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개인이 지닌 사회경제적 지위를 중심으로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속성주의적 접근은 한계를 지닐 수 있으며, 따라서 행위자들 사이의 관계 즉, 사회 연결망(social networks)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회 연결망은 문화적 자원을 형성하는 다리(bridge)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Mische, 2011). 실제로 사회 연결망이 문화적 다양성을 형성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경험적인 뒷받침을 찾아볼 수 있다(Erickson, 1996; Relish, 1997). 이러한 맥락에서 이 연구는 한국 사회에서 사회경제적 지위와 사회 연결망 요인들이 유사한 양상으로 문화 선호와 참여 다양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이 연구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문화 활동과 실제로 참여하는 문화 활동이 결합되었을 때, 개인의 문화 선호 다양성과 문화 참여 다양성의 수준이 항상 일치하는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존재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과연 다양한 문화 활동을 선호하는 사람은 실제로 다양한 문화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가? 따라서 이 연구는 문화 선호와 참여를 동시에 고려하여 사람들을 서로 다른 유형으로 구분하고자 한다. 더 나아가 만약 사람들이 서로 다른 유형의 집단으로 구분된다면 사회경제적 지위와 사회 연결망이 유형 결정요인으로서 어떠한 방식으로 작용하는지 검토해 볼 것이다.
1)실제로 각종 문화예술행사 분야별 향후 관람의향을 살펴보면, 최근 약 10년 사이에 여러 문화 활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문화체육관광부, 2003, 2012). 2)기존의 연구들에서는 문화 소비(Alderson, Junisbai and Heacock, 2007; Chan and Goldthorpe, 2007a; Torche, 2007), 문화 참여(Vander Stichele and Laermans, 2006; Warde and Gayo-Cal, 2009) 등의 서로 다른 용어가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문화 선호와의 보다 뚜렷한 구분을 위해 ‘문화 참여’로 통일하여 사용하도록 한다.
문화자본 개념은 그것이 갖는 개념적 모호성으로 인하여 많은 논쟁을 야기하였다. 즉, 광의적인 문화자본 개념은 후속 연구들의 일관된 조작적 정의의 발전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Lamont and Lareau, 1988; 최샛별, 2002; 최샛별·이명진, 2012b). 그러나 연구자에 따라 문화자본에 대한 정의가 다소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문화자본이 사회적 구분과 배제를 형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으며, 개인들의 문화 취향이나 생활양식으로 대표되는 문화 성향(habitus)을 암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박상곤·박석희, 2006: 243).
부르디외(Bourdieu, 2005)는 계급 간에는 문화적 차별성이 존재하며, 계급에 따라 문화 취향이 서열화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즉, 지배계급은 차별화의 감각을 통해 정통적 취향을 향유하며, 중간계급은 문화적 선의를 통해 중간적 취향을 그리고 민중계급은 필요한 것의 선택을 통해 대중적 취향을 향유한다. 이처럼 계급에 따라 서로 배타적인 문화 성향은 차별화 과정을 통해 형성되며, 결과적으로 차별화된 문화적 실천을 이끈다. 이러한 맥락에서 부르디외 이후의 문화자본에 관한 여러 논의에서는 일반적으로 문화자본을 고급문화에 친숙할 수 있는 문화 성향으로 정의하고 있다(장미혜, 2002a: 99). 국내외의 여러 후속 연구들은 계급에 따라 문화 취향이 차별화되어 배타적인 양상을 보인다는 논의를 뒷받침해왔다(Levine, 1988; Katz-Gerro and Shavit, 1998; 장미혜, 2002b; 조돈문, 2005; 최샛별·이명진, 2012a).
그러나 문화적 배타성에 관한 논의는 1990년대 초반 미국 사회학 내에서 비판적으로 검증되기 시작한다. 미국 사회가 지니는 특수성(예를 들어, 고급문화 전통이 부재하고, 높은 평등주의를 특징으로 하며, 사회이동의 개방성에 대한 믿음이 존재하고, 지리적 이동률이 높다는 점)이 이와 같은 비판적 수용을 가능하게 하였다(최샛별, 2006). 몇몇 연구는 미국 사회에서도 문화 성향이 계급에 상응하여 나타나기는 하지만 부르디외가 주장한 방식과는 다른 모습으로 위계적 질서가 형성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즉, 미국 사회에서 높은 지위의 사람들은 고급문화예술 활동에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대중적인 활동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문화 활동을 향유하며, 이와 대조적으로 낮은 지위의 사람들은 하나 또는 적은 수의 문화 활동에 참여한다는 것이다(Peterson, 1992; Peterson and Simkus, 1992). 이처럼 문화적 피라미드의 상층부에 위치한 문화적 다양성을 지니는 사람들을 일컬어 ‘옴니보어(omnivore)’라고 부르고, 반대로 피라미드의 아래에 자리한 폭이 좁은 문화 취향을 지닌 사람들을 ‘유니보어(univore)’라고 칭한다(Peterson, 1992). 나아가 브라이슨(Bryson, 1996)은 고급문화에 대한 배타적인 취향보다는 문화 취향에 있어서의 다양성이 상류계급임을 잘 보여주는 특징이라고 밝히면서 ‘다문화 자본(multicultural capital)’이라는 개념을 제안하였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문화적 다양성에 관한 경험적 연구가 지속적으로 수행되어 오고 있다(Van Eijck, 2001; Chan and Goldthorpe, 2005; Warde, Wright and Gayo-Cal, 2007; Savage and Gayo, 2011; Fishman and Lizardo, 2013; Katz-Gerro and Jæger, 2013).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주로 유럽, 호주, 북미의 국가들에 한정되어 집중적으로 나타났으나(Peterson, 2005: 261), 최근에는 아시아(Wang, Davis and Bian, 2006), 아프리카(Snowball, Jamal and Willis, 2010), 라틴 아메리카(Torche, 2007) 지역의 국가들에서도 연구가 진행되어 문화적 다양성에 관한 논의가 지리적으로 팽창하고 있는 경향을 보인다. 전통적인 고급문화의 부재, 높은 평등주의, 사회 이동의 개방성에 대한 믿음 등 미국 사회와 유사성을 지니는 한국 사회(최샛별, 2006: 127)에서도 문화적 다양성에 관한 연구자들의 관심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한준·한신갑·신동엽·구자숙, 2007; 이호영·장미혜, 2008; 김은미·서새롬, 2011; Nam and Hong, 2011). 또한 몇몇 연구자들은 문화 엘리트들의 구별 짓기 수단으로서 “다양성에 대한 과시적 개방(conspicuous openness to diversity)”이 고급문화에 대한 배타적 취향을 대체하고 있음을 주장한다(Ollivier, 2004: 205). 요컨대, 문화자본에 대한 논의의 초점이 문화적 배타성으로부터 문화적 다양성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연구는 한국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문화자본으로서의 문화적 다양성의 중요성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많은 연구자들이 문화적 다양성을 측정하기 위해 사람들이 좋아하거나 참여했던 문화 활동이나 장르의 수를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점은 다수의 연구들이 개인들의 문화 선호와 참여 행위를 엄격히 구분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문화적 다양성을 측정함에 있어서 사람들의 문화 선호와 참여 가운데 어떤 것을 연구 대상으로 선택하든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넌지시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Warde and Gayo-Cal, 2009: 124). 이에 따라 한편에서는 사람들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의 다양성에 관심을 가졌으며(Bryson, 1996; Purhonen et al., 2010; 한준 외, 2007), 다른 한편에서는 실질적인 사람들의 문화 참여 행위의 다양성에 주목하고 있다(López- Sintas and Katz-Gerro, 2005; Alderson et al., 2007; Fishman and Lizardo, 2013).
문화적 다양성을 측정하기 위해서 과연 문화 선호와 참여 가운데 어떤 것을 이용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논의는 예전부터 계속되어왔다. 문화 참여가 항상 개인의 의지를 반영한다고 볼 수 없는데(Peterson, 2005), 거주 지역, 가족 형태, 재정적 상황과 같은 여러 요인들이 문화 참여에 대한 서로 다른 기회 구조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문화적 실천은 외부적 환경에 의해 유발될 수 있는 것이다(Lahire, 2008: 173). 예를 들어, 사람들은 친구나 배우자의 영향으로 자신이 선호하지 않는 문화 활동에 참여하기도 하며, 이와 대조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이나 접근성의 문제로 인해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 활동에 참여하지 못할 수도 있다(Warde and Gayo-Cal, 2009: 124). 이처럼 문화 행위는 개인이 처한 기회 구조에 의해 제약되는 반면, 문화 선호는 보다 직접적으로 개인의 문화 취향을 반영할 수 있다(Peterson, 2007: 304). 즉, 문화 선호를 측정함으로써 사회 내에서 개인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방식을 보다 잘 포착해낼 수 있는 것이다(Peterson, 2005: 265).
그러나 한편에서는 사람들의 실질적인 문화 참여 행위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Holt, 1998; Van Rees et al., 1999; López-Sintas and García-Álvarez, 2002). 문화자본은 사람들의 선호가 아닌 실질적인 문화적 실천에 체화되어 나타나며, 따라서 문화 행위를 통해 사람들이 구별된다는 것이다(Holt, 1998). 이러한 맥락에서 개인들의 생활양식은 단순히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행위를 통해 보다 잘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López-Sintas and Katz-Gerro, 2005). 즉, 문화 참여 행위는 재정적 상황이나 시간적·지리적 제약과 같은 외부적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현실적으로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보여줄 수 있다. 게다가 사람들의 문화 성향이 사회 계층화의 과정에서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문화 선호보다는 문화적 실천에 주목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Chan and Goldthorpe, 2007b). 단순히 사람들이 어떤 음악을 좋아한다고 밝히는 것보다는 실제로 그것을 듣거나 공연장을 방문하는 것이 그들의 생활양식을 보다 잘 보여주며, 결국 이러한 문화 참여 행위가 사회 계층화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다양성의 측정과 관련하여 문화 선호와 참여의 적합성에 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3) 대부분의 경우 자료의 한계로 인해 둘 중 하나를 선택적으로 측정하게 된다(Peterson, 2007: 304). 일반적으로 문화자본에 대한 분석을 시도해온 많은 경험적 연구들은 주로 문화 취향을 다뤄왔다. 이는 부르디외의 영향일 수도 있으며,4) 자료의 영향 때문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국가 기관에 의해 수집된 설문 자료들은 주로 문화 취향을 측정하고 있기 때문이다(Yaish and Katz-Gerro, 2012). 현재까지 문화 선호 다양성과 문화 참여 다양성을 동시에 살펴보고 있는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실정이다.5)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간극을 메우고자 문화 선호와 참여 다양성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문화 선호와 참여 다양성의 결합을 통해 개인들의 문화 선호와 참여 다양성 수준의 일치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문화적 다양성에 관한 기존의 논의를 보다 확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3. 사회경제적 지위, 사회 연결망, 그리고 문화적 다양성
옴니보어 논의 초기에서부터 사회경제적 지위와 문화적 다양성은 긴밀한 관계를 지니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사회경제적 지위를 나타내는 여러 요인들 중에서도 교육은 다른 무엇보다 일관된 양상으로 문화적 다양성과 연관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여러 음악 장르에 대한 관용성이 높으며(Bryson, 1996), 좋아하는 문학 장르의 다양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Zavisca, 2005; Purhonen et al., 2010). 또한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실제로 사람들이 감상하는 음악 장르가 다양하며(Van Eijck, 2001), 문화예술 활동 참여의 다양성 역시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López-Sintas and García-Álvarez, 2002; López-Sintas and Katz-Gerro, 2005; Alderson et al., 2007; Chan and Goldthorpe, 2007b). 국내에서도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다양한 음악장르를 좋아하며(한준 외, 2007), 다양한 문화 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김은미·서새롬, 2011; Nam and Hong, 2011).
소득 역시 문화적 다양성과 관련된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여러 국가에서 수행된 경험적 연구들은 소득이 폭넓은 문화 참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지지하고 있다(Alderson et al., 2007; Jæger and Katz-Gerro, 2010; Nam and Hong, 2011). 그러나 이와 달리 소득과 문화 선호 다양성에 관한 연구들은 다소 일관되지 않는 결과를 보인다. 러시아인들의 독서 취향에 대한 연구는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다양한 장르의 문학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밝혔다(Zavisca, 2005). 그러나 소득이 문화 선호 다양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그 영향력이 전체적으로 매우 미미하다는 결과도 찾아볼 수 있다(Purhonen et al., 2010). 사람들의 문화 선호와 직접적인 문화적 실천 행위를 동시에 분석한 경험적 연구는 소득이 폭넓은 문화 참여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반면, 문화 선호 다양성에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Warde and Gayo-Cal, 2009).
교육과 소득 외에 계급 역시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나타내는 하나의 변수로서 문화적 다양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계급은 주로 직업위신 혹은 생산관계에서의 위치에 근거하여 측정되는데(송한나·이명진·최샛별, 2013: 98), 부르디외 이후로 문화자본에 관한 연구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간주되어왔다. 초기 옴니보어 논의를 이끌었던 피터슨과 심커스(Peterson and Simkus, 1992)의 연구가 미국 사회에서 높은 직업적 지위에 위치한 상층계급이 폭넓은 문화 취향을 지닌다는 사실을 발견한 이후로 상층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이 하층계급의 사람들보다 다양한 음악 장르를 감상하거나 여러 가지 문화 활동에 참여한다는 사실이 반복적으로 입증되고 있다(Van Eijck, 2001; Warde and Gayo-Cal, 2009; Jæger and Katz-Gerro, 2010; Nam and Hong, 2011).
이처럼 개인들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그들의 문화 성향이 형성된다는 입장은 개인이 지닌 가치와 태도를 중심으로 사회현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속성주의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부르디외 이후 문화자본에 관한 많은 경험적 연구들은 개인의 속성이나 경험에 주목하고 있다(Upright, 2004: 141). 그러나 부르디외의 계급과 문화에 대한 분석은 사회적 구조의 중요한 측면을 간과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사회 연결망이다(Erickson, 1996). 개인들은 사회 연결망을 통해 여러 가지 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 특히 사회 연결망은 문화적 실천에 관한 정보의 근원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 약한 관계(weak ties)는 문화적 실천에 관한 다양한 지식의 공유를 통해서, 그리고 강한 관계(strong ties)는 특정 문화적 실천의 지식에 깊이를 더해줌으로써 문화적 자원으로 전환될 수 있다(Southerton, 2004: 99). 즉, 사회 연결망이 행위자들 사이에서 문화적 자원이 흐르는 도관(conduit)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문화 성향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속성뿐만 아니라 사회 연결망을 함께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비록 경험적인 분석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디마지오(DiMaggio, 1987)는 광범위한 사회 연결망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 유형에 대한 취향을 형성할 수 있음을 제안하였다. 이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 장르에 대한 분석을 통해 사회 연결망이 폭넓은 문화 선호를 형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음이 경험적으로 입증되었다(Relish, 1997). 한편 문화 지식의 다양성이 사회 연결망 다양성의 증가와 함께 상승한다는 사실 역시 확인되었다(Erickson, 1996). 또한 사회 연결망은 문화 참여와도 관련될 수 있는데, 사회 연결망 크기가 클수록 다양한 음악 장르의 콘서트 관람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Roose and Vander Stichele, 2010).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사회경제적 지위와 사회 연결망은 문화적 다양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사회경제적 지위와 사회 연결망이 문화 선호와 참여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3)문화 선호와 참여 모두 결국 응답자의 대답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두 가지 가운데 어떤 것을 측정하느냐는 결국 연구자의 주된 관심에 따른 선택이라는 의견도 찾아볼 수 있다(Peterson, 2007). 4)실제로 부르디외의 경험적인 연구에는 문화 참여에 대한 지표보다 선호에 대한 지표가 더욱 많이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문화 선호는 가족이나 교육 체계에 의해 배양된 문화적 수용력에 따라 결정되는 부르디외의 문화 성향 개념과 보다 직결된다(Yaish and Katz-Gerro, 2012:2). 5)영국인들의 문화적 다양성에 관한 한 경험적 연구는 문화 참여와 선호 가운데 어떤 것을 측정하느냐에 따라 옴니보어의 경향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차이가 나타나는지에 대해 분석하였다(Warde and Gayo-Cal, 2009). 연구 결과에 의하면 유사한 사회인구학적 요인들이 문화 선호와 참여 다양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똑같은 사회인구학적 변수들을 포함하는 회귀 모형이 문화 선호 다양성보다 문화 참여 다양성에 대해서 보다 높은 설명력을 지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연구를 위해서 2011년 「문화 생산과 소비의 사회적 지평: 문화자본에 관한 경제사회학적 접근」 연구단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하여 수행한 ‘문화자본에 대한 인식 및 실태조사’ 설문 자료를 이용한다. 이 조사는 서울을 포함한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된 전국 대표 표본조사이다. 표본은 2010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에 근거한 지역별 인구비례에 따라 비례할당한 조사구를 이용한 다단계 층화추출법(multi-stage stratified sampling)을 통해 추출되었다. 자료에 포함된 최종 응답자는 2,000명이다. <표 1>은 응답자의 일반적인 특성을 정리하여 보여주고 있다. 이 연구 자료는 조사를 위해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일대일 면접조사(face-to-face interview)가 실시되었다.
응답자의 일반적 특성
이 연구의 종속 변수는 문화적 다양성, 다시 말해 문화적 폭넓음이다. 특히 문화 선호와 참여의 다양성을 동시에 고려한다. 이를 위해 아홉 가지 문화 활동–연극 관람, 뮤지컬 관람, 클래식 음악회/오페라 공연 관람, 대중음악 콘서트 관람, 영화 관람, 미술 전시회 관람, 무용 공연(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 관람, 사진 전시회 관람, 문학작품 읽기-을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리고 실제로 지난 1년간 얼마나 자주 참여했는가에 관한 응답을 이용한다.6)
우선 문화 선호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귀하께서는 다음의 문화 활동을 얼마나 좋아하십니까?”란 문항을 이용한다. 기존의 연구들(대표적으로, Relish, 1997)과 마찬가지로 각각의 문화 활동에 대해 ‘좋아하는 편이다’ 또는 ‘매우 좋아한다’라고 응답하면 선호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1의 값을 부여하고, ‘전혀 좋아하지는 않는다’,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보통이다’라고 답하면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여 0으로 조작화하였다. 한편 문화 참여의 경우, “귀하께서는 지난 1년간 다음의 문화 활동을 얼마나 자주 하셨습니까?”에 대한 응답을 이용하여 측정한다. 이 때, 직접 공연장이나 전시회장 등을 방문하여 관람한 것만을 고려하고 있으며, 방송매체 등을 통한 간접 관람 활동은 제외하고 있다. 각각의 문화 활동에 대해 ‘전혀 한 적이 없다’와 ‘거의 하지 않은 편이다’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여 0으로 조작화하고, ‘보통이다’, ‘자주 한 편이다’, 그리고 ‘매우 자주했다’고 응답하면 1의 값을 부여하였다.7)
문화 선호 다양성과 문화 참여 다양성은 각각 응답자가 선호하거나 참여했다고 응답한 문화 활동의 수를 합하여 측정한다. 이는 ‘양에 의한 옴니보어 성향(omnivorousness by volume)’ 측정 방식(Warde, Wright and Gayo-Cal, 2008)을 따르는 것인데, 오늘날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간의 상징적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 어려워지며, 고급문화와 하위문화라는 개념 자체가 점점 불확실해지고 있는 상황(Warde et al., 2008: 149)에서 점점 더 많은 연구자들이 옴니보어의 개념화와 측정에 있어 이러한 방식을 따르고 있다. 즉, 사람들이 좋아하거나 참여했다고 응답한 문화 활동이나 장르의 수를 더해줌으로써 문화적 다양성을 측정하고, 그 값이 일정 수준 이상인 사람을 옴니보어라고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Peterson, 2005: 264). 이와 같은 측정 방식은 일련의 후속 연구들에 의해 높은 준거 타탕도(criterion validity)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결과 해석과 제시에 있어서 보다 용이하다(Fishman and Lizardo, 2013). 결과적으로 문화 선호와 참여 다양성은 모두 0-9점의 범위를 지니는 연속변수로 이루어지며, 문화 선호 다양성과 문화 참여 다양성이 평균 이상인 사람들을 옴니보어라고 정의한다(참고 Roose and Vander Stichele, 2010). <표 2>는 연구에 포함된 문화 활동에 대한 응답자들의 선호 및 참여 비율을 보여주고 있다.
각 문화 활동에 대한 선호와 참여 비율
이 연구의 주요한 독립변수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사회경제적 지위이다.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교육수준, 가구소득, 그리고 가구계급으로 구성된다. 우선 응답자의 교육수준은 명목변수로 측정된 교육수준을 중위값을 통해 공식적인 교육년수로 변환하여 사용한다. 또한 가구소득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가구 월평균 수입을 이용한다. 마찬가지로 명목변수로 측정된 가구 월평균 수입을 중위값을 이용하여 연속변수로 변환한다.
한편 가구계급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홍두승(2005)의 직업에 따른 계급 분류를 이용하여 구성한다. 응답자의 직업을 총 여섯 가지 계급(중상계급, 신중간계급, 구중간계급, 근로계급, 도시하류계급, 기타)으로 구분 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의 여러 연구들 역시 이러한 계급 분류를 따라 사용해왔다(남은영, 2010; 최유정·최샛별, 2012; 송한나 외, 2013; 최샛별·이명진, 2013; Nam and Hong, 2011; Choi, 2013). 특히 이 연구에서는 가구 계급을 이용하는데, 예를 들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기혼 여성이며 전업주부의 경우에 그들이 속한 가구의 사회 위계적 위치에 따라 그들의 생활 방식과 사회경제적 지위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8) 가구계급은 분석을 위해서 도시하류계급을 준거집단(reference group)으로 하여 가변수(dummy variable)를 구성하였으며, 기타에 속하는 응답자들(N=164)은 계급분류에서 제외하였다.9)
또 다른 독립변수는 개인이 지닌 사회 연결망이다. 이 연구에서는 사회 연결망의 한 가지 특성인 사회 연결망 크기를 이용한다. 사회 연결망 크기의 측정을 위해서는 응답자들이 새로 관람할 공연(콘서트, 뮤지컬, 연극 등), 새로 들을 음악, 새로 볼 영화를 선택할 때 주로 정보를 주고받는 사람들에 관한 응답을 이용한다. 이 때, 인터넷 공간에서 만나는 익명의 사람들은 제외하고, 오직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는 사람들만을 고려하고 있다. 응답자는 공연 정보 연결망, 음악 정보 연결망, 영화 정보 연결망 각각 최소 0명에서 최대 3명까지 답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사회 연결망 크기는 세 가지 정보 연결망의 평균값을 통해 측정하였으며, 따라서 0-3점의 범위를 지닌다.
통제변수로는 부모의 교육수준, 성별, 연령, 혼인지위가 고려되었다. 우선 부모의 교육수준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공식적인 교육년수로 변환하여 측정하였다. 또한 성별의 경우, 남성을 준거집단으로 설정하여 가변수를 구성하였으며, 연령 변수는 응답자의 만 나이를 이용한다. 혼인지위는 현재 배우자가 있는 경우를 나타내는 하나의 가변수를 활용하였다. <표 3>은 이 연구에서 사용되는 변수들의 기초통계 분석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분석에 사용되는 변수들의 기초통계
이 연구의 관심은 우선 사회경제적 지위와 사회 연결망 요인들이 유사한 양상으로 문화 선호와 참여 다양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는 데에 있다. 따라서 이 연구는 주요 독립변수와 통제변수를 포함하는 OLS회귀분석 방법을 이용한다. 회귀분석의 종속변수인 문화 선호 다양성과 문화 참여 다양성의 분포를 살펴본 결과, 이들 모두 정규분포의 가정을 위배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어 특별한 변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종속변수로 사용하여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또한 이 연구는 개인의 문화 선호 다양성과 문화 참여 다양성이 어떤 식으로 결합되어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데에도 관심을 가진다. 즉, 사람들의 문화 선호 다양성과 문화 참여 다양성의 수준이 일치되어 나타나는지 혹은 두 가지가 일치하지 않는 집단이 존재하지는 않는지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잠재적 집단 분석(Latent Class Analysis)을 수행하고자 한다. 잠재적 집단 분석은 여러 개의 이항 변수들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잠재적 집단으로 구분하는 분석 방법이다(Nylund, Asparouhov, and Muthén, 2007). 즉, 관찰된 이산변수(discrete observed variables)로부터 몇 개의 유의미한 잠재 유형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이윤석, 2005: 273). 이 연구에서 사용되는 아홉 가지 문화 활동에 대한 선호 변수와 참여 변수 모두 이항으로 측정되어 있기 때문에 잠재적 집단 분석을 사용하는데 적합하다.
잠재적 집단 분석을 수행한 후에는 서로 다른 유형의 집단을 결정하는데 있어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사회 연결망 요인들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다항로지스틱 회귀분석(Multinominal Logistic Regression Analysis)을 실시한다.
6)이 연구에 포함된 아홉 가지 문화 활동은 고급문화의 주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미술, 문학, 음악 부분뿐만 아니라 오늘날 한국 사회의 시대적 맥락을 반영하여 대중문화에 해당하는 활동 역시 두루 포함하고 있다(최샛별·이명진, 2012b: 75). 7)여기서 ‘보통이다’를 참여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에 대해 혼란이 있을 수 있다. 기존의 여러 연구들(Roose and Vander Stichele, 2010; Lizardo, 2013)은 각 문화 활동에 지난 1년간 한 번이라도 참여했으면 참여한 것으로 간주하여 1의 값을 부여하였으며, 단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으면 0으로 조작화하였다. 한편에서는 지난 1년간 1회 참여했다고 응답한 경우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기도 한다(김은미·서새롬, 2011).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보다 엄격하게 ‘전혀 한 적이 없다’와 ‘거의 하지 않은 편이다’는 응답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조작화한다. 이 논문에 포함시키지는 않았지만 ‘보통이다’는 응답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여 추가적인 분석을 실시해보았을 경우 회귀분석 결과에서 전체적으로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8)가구계급은 기본적으로 응답자의 직업에 근거하여 계급을 분류한다. 그러나 응답자가 기혼 여성이며, 전업주부인 경우에는 배우자의 계급을 기준으로 계급을 결정한다. 또한 응답자가 미혼 여성이며, 무직자인 경우에는 부모 중 보다 높은 계급에 해당하는 직업을 기준으로 계급을 구성한다. 9)이와 같은 계급 분류 방식이 지나치게 계급을 세분화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특히 도시하류 계급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이를 재범주화 할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도시하류계급과 근로계급을 하나의 범주로 묶은 후 이것을 준거집단으로 하여 추가적인 분석을 실시해보았다. 분석 결과, 도시하류계급을 준거집단으로 설정한 경우와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기존의 계급 범주를 그대로 이용하였다.
1. 사회경제적 지위와 사회 연결망이 문화 선호와 참여 다양성에 미치는 영향
<표 4>는 문화 선호 다양성과 문화 참여 다양성을 종속변수로 하여 이 연구의 통제변수와 독립변수인 사회경제적 지위와 사회 연결망 요인들을 차례로 포함시킨 회귀분석의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표 4>] 문화 선호와 참여 다양성에 대한 회귀분석 결과10)
문화 선호와 참여 다양성에 대한 회귀분석 결과10)
모형1과 모형2는 문화 선호 다양성을 종속변수로 수행한 회귀분석의 결과를 보여준다. 우선 모형1은 통제변수만을 포함하고 있다. 모형1의 결과를 살펴보면 다른 변수들이 통제되었을 때, 아버지의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남성에 비해 여성이, 연령이 낮을수록 문화 선호 다양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어머니의 교육수준과 배우자의 유무는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어서 모형2는 사회경제적 지위와 사회 연결망 요인들을 추가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여전히 성별과 연령은 문화 선호 다양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회경제적 지위 요인들을 살펴보면, 교육수준과 가구계급이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선호하는 문화 활동의 수가 증가하였으며, 도시하류계급에 비해 중상계급이나 신중간계급의 문화 선호 다양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러나 가구 소득과 사회 연결망 크기는 문화 선호 다양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폭넓은 문화 선호를 형성하는데 있어서 개인이 지닌 사회관계적 자원보다는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 속성이 보다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다음으로 모형3과 모형4는 문화 참여 다양성을 종속변수로 수행한 회귀분석의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문화 선호 다양성에 대한 분석과 마찬가지로 모형3은 통제변수만을 포함하고 있으며, 모형4에서는 통제변수 이외에 주요 독립변수들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 모형3의 결과를 살펴보면 다른 변수들이 통제되었을 때, 아버지와 어머니의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연령이 낮을수록 문화 참여 다양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유배우자가 무배우자에 비해 폭넓은 문화 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성별은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모형4의 결과에 의하면 통제변수 가운데 아버지의 교육수준만 여전히 문화 참여 다양성과 유의미한 관계가 있었다. 한편, 응답자의 교육수준과 가구소득, 그리고 가구계급 모두 문화 참여 다양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교육수준이 높고, 가구 소득이 많을수록 지난 1년 간 참여했던 문화 활동의 다양성이 증가하였으며, 도시하류계급에 비해 중상계급이나 신중간계급의 문화 참여 폭이 넓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회 연결망 크기가 클수록 문화 참여 다양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와 같은 결과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문화 활동에 대한 폭넓은 참여를 이끄는데 있어서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뿐만 아니라 사회 연결망 역시 함께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결과를 종합해보면, 대체적으로 사회경제적 지위 요인들이 문화 선호와 참여 다양성에 유사한 양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비슷한 요인들이 문화 선호와 참여 다양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의 연구(Warde and Gayo-Cal, 2009)와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소득과 사회 연결망의 경우, 문화 참여 다양성에만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 연구의 또 다른 관심은 과연 문화 선호와 참여가 결합되었을 때, 문화 선호와 참여 다양성이 항상 일치하여 나타나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존재하는지 살펴보는데 있다. 예를 들어, 다양한 문화 활동을 선호하지만 실제로 참여하지 않는 집단이 존재할 수 있으며, 폭넓은 문화 활동을 좋아하면서 동시에 실제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집단 역시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아홉 가지 문화 활동에 대한 선호 여부 혹은 참여 여부를 나타내는 변수들을 이용해 잠재적 집단 분석(LCA)을 실시한다.
적합모형을 선택하기 위해서 Lo-Mendell-Rubin(LMR) adjusted 우도 비율 검증(Likelihood Ratio Test)과 다수의 정보-기반 적합도 지수들(Akaike Information Criterion, Bayesian Information Criterion, adjusted BIC)을 함께 이용한다. 먼저 LMR adjusted 우도 비율 검증은 k-1 집단 모형과 k 집단 모형 사이의 적합도 향상을 검증한다. 만약 검증 결과의 p value가 유의미하지 않게 나타난다면 더 이상 집단의 수를 증가시킬 필요가 없음을 의미한다(Nylund et al., 2007). 한편 정보-기반 적합도 지수의 경우는 그 값이 작을수록 모형의 적합성이 높음을 나타낸다. <표 5>와 <표 6>은 잠재적 집단 분석이 실시된 다수의 모형들의 LMR adjusted 우도 비율 검증 결과와 적합도 지수들을 보여주고 있다. 최적의 모형을 찾기 위해 집단의 수를 2개부터 5개까지 설정하여 분석을 실시하였다.
[<표 5>] Lo-Mendell-Rubin adjusted 우도 비율 검증 결과
Lo-Mendell-Rubin adjusted 우도 비율 검증 결과
집단별 정보-기반 적합도 지수
우선 LMR adjusted 우도 비율 검증 결과에 의하면 집단의 수가 3개인 모형과 4개인 모형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적합도 향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집단의 수가 4개인 모형과 비교했을 때 집단의 수가 5개인 모형의 적합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향상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편 정보-기반 적합도 지수들을 살펴보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5개 집단 모형을 제외하고는 4개 집단 모형의 AIC, BIC, 그리고 adjusted BIC가 모두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종합적으로 4개 집단 모형을 최적의 모형으로 선택할 수 있다. <표 7>은 4개 잠재 집단의 각 문화 활동에 대한 선호 및 참여의 조건부 응답확률(conditional probabilities)을 보여주고 있다.
[<표 7>] 잠재 집단의 문화 활동 선호 및 참여에 대한 조건부 확률
잠재 집단의 문화 활동 선호 및 참여에 대한 조건부 확률
집단1의 경우, 영화 관람에 대한 선호(.410)와 참여(.557)를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모든 문화 활동에 걸쳐 조건부 확률이 낮은 수준으로 확인된다. 결과적으로 집단 1의 문화 선호 다양성(.907)과 문화 참여 다양성(.835) 모두 매우 낮게 나타났다. 즉, 이들은 전반적으로 문화 활동에 무관심한 유형으로 ‘문화적 고립자(culturally isolated)’라고 할 수 있으며, 전체 응답자의 약 31.3%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전체 응답자의 약 19.5%에 해당하는 집단2는 영화 관람(.856), 연극 관람(.885), 뮤지컬 관람(.880), 대중음악 콘서트 관람(.697) 등 여러 문화 활동을 선호한다고 응답할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 집단2의 문화 선호 다양성은 5.159로 전체 평균 이상이다. 그러나 이들은 다양한 문화 활동을 선호하는 것과 달리 여러 문화 활동에 폭넓게 참여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집단2는 ‘옴니보어적 선호자(omnivorous likers)’라고 부를 수 있다.
집단3은 전체 응답자의 27.5%를 차지하고 있으며, 선호하거나 실제로 참여하는 문화 활동의 수가 모두 전체 평균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크지 않다(P<.001). 이 유형에 속하는 사람들의 경우, 영화 관람, 대중음악 콘서트 관람, 그리고 문학작품 읽기를 선호하거나 참여한다고 응답할 확률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지 만 그 외의 문화 활동에 대해서는 낮은 조건부 확률을 보인다. 즉, 이들의 문화 선호 와 참여는 일반적으로 보다 대중적으로 인식되는 활동에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집단3을 대중적인 문화 활동 위주의 ‘대중적 선호 및 참여자(popular likers and participants)’라고 칭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체 응답자의 약 21.8%가 해당되는 집단4는 다양한 문화 활동에 대해 선호하거나 참여한다고 응답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4의 문화 선호 다양성(4.995)과 문화 참여 다양성(7.345)은 모두 전체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집단2가 폭넓은 문화 활동을 선호하지만 그것에 참여하지는 않는 것과 달리 집단4는 다양한 문화 활동을 선호할 뿐만 아니라 실제 문화 실천의 폭도 넓다. 즉, 집단4는 ‘옴니보어적 선호 및 참여자(omnivorous likers and participants)’라고 부를 수 있다.
요약하자면, 한국 사회에는 거의 모든 문화 활동에 대해 무관심한 문화적 고립자 집단과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대중적인 문화 활동만을 배타적으로 선호하며 참여하는 대중적 선호 및 참여자 집단이 존재한다. 또한 문화 선호와 참여 다양성이 모두 높은 수준으로 일치하는 옴니보어적 선호 및 참여자 집단과 이와 달리 문화 선호와 참여 다양성의 수준이 일치하지 않는 옴니보어적 선호자 집단 역시 찾아볼 수 있다.
나아가 이 연구는 서로 다른 유형의 집단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사회 연결망 요인들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전체 응답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 문화적 고립자 유형을 기준으로 설정하여 다항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표 8>은 다항로지스틱 회귀분석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표 8>] 문화 선호와 참여 유형에 대한 다항로지스틱 회귀분석 결과
문화 선호와 참여 유형에 대한 다항로지스틱 회귀분석 결과
먼저 사회경제적 지위 요인들을 살펴보면 다른 변수들이 통제되었을 때, 교육년수가 길수록 문화적 고립자 유형에 속하기보다는 대중적 선호 및 참여, 옴니보어적 선호자, 그리고 옴니보어적 선호 및 참여자 유형에 속할 개연성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교육수준이 문화 활동에 대한 관심과 무관심을 구분 짓는 주요한 결정요인이라고 추론해볼 수 있다. 특히 교육년수가 길수록 문화적 고립자 유형에 비해 옴니보어적 선호 및 참여자 유형에 속할 상대적 위험(relative risk)이 약 21.1%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가구소득의 경우, 가구소득이 높을수록 문화적 고립자 유형에 속하기보다는 옴니보어적 선호 및 참여자 유형에 속할 개연성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서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가구소득은 문화적 고립자 유형에 비해 옴니보어적 선호자 유형에 속할 개연성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다음으로 도시하류계급에 비해 중상계급이 문화적 고립자 유형에 속하기보다는 옴니보어적 선호자, 그리고 옴니보어적 선호 및 참여자 유형에 속할 상대적 위험이 각각 약 191.2%, 410.7%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도시하류계급에 비해 신중간계급이 문화적 고립자 유형에 속하기보다는 옴니보어적 선호 및 참여자 유형에 속할 상대적 위험은 약 470.2% 높게 나타났다. 이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중상계급과 신중간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이 다문화 자본을 향유하고 있으며, 이들이 문화적 위계의 사다리에서 상단부에 위치하고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
이어서 사회 연결망의 효과를 살펴보면 사회 연결망 크기가 클수록 문화적 고립자 유형에 비해 옴니보어적 선호 및 참여자 유형에 속할 개연성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서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사회 연결망 크기는 문화적 고립자 유형에 비해 옴니보어적 선호자 유형에 속할 개연성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한편 이 연구의 통제변수들의 경우, 아버지의 교육수준과 성별, 그리고 연령이 집단소속결정에 유의미한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의 교육년수가 길수록 문화적 고립자 유형에 속하기보다는 옴니보어적 선호 및 참여자 유형에 속할 개연성이 높았으며, 남성에 비해 여성이 문화적 고립자 유형에 속하기보다는 대중적 선호 및 참여자, 옴니보어적 선호자, 옴니보어적 선호 및 참여자 유형에 속할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성별 역시 교육수준과 마찬가지로 문화에 대한 무관심과 관심을 구분 짓는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연령이 낮을수록 문화적 고립자 유형에 비해 옴니보어적 선호자 유형에 속할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즉, 연령이 낮은 사람들은 다양한 문화 활동을 선호하지만 실제로 폭넓게 참여하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10)이 연구에 포함된 모든 회귀분석에서는 하나의 변수에서라도 결측값이 발생한 표본은 리스트와이즈 처리하여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이 연구는 한국인들의 문화 선호와 참여의 다양성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우선 과연 사회경제적 지위와 사회 연결망 요인들이 문호 선호와 참여 다양성을 유사한 양상으로 설명하고 있는가에 대해 분석하고자 하였다. 이어서 문화 선호와 참여 다양성이 결합되었을 때, 개인들의 문화 선호와 참여 다양성이 항상 유사한 수준으로 일치되어 나타나는지 혹은 두 가지의 수준이 일치하지 않는 집단이 존재하지는 않는지 알아보기 위해 잠재적 집단 분석을 실시하였다. 더 나아가 다항로지스틱 회귀분석을 통해 잠재적 집단들이 어떻게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니는지 확인하였다. 이 연구의 주요 발견과 그에 따른 함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문화 선호와 참여 다양성에 모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즉, 개인이 사회 구조 내에서 자리하고 있는 사회경제적 위치에 따라 문화적 다양성이 차별적으로 형성된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좋아하거나 실제로 참여하는 문화 활동의 폭이 넓어지는 것으로 확인되어 옴니보어 논의가 처음으로 제기(Peterson, 1992; Peterson and Simkus, 1992)되었던 이후로 20여 년이 지난 한국 사회에서도 여전히 그 논의가 유효함을 입증하고 있다. 구체적인 양상을 살펴보면, 교육수준과 가구계급은 문화 선호와 참여 다양성에 모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가구소득의 경우, 소득이 많을수록 다양한 문화 활동에 참여하지만 다양한 문화 활동을 선호하지는 않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소득이 높은 수준의 문화 참여 다양성과 관련된다는 여러 연구들(Alderson et al., 2007; Jæger and Katz-Gerro, 2010; Nam and Hong, 2011; 김은미·서새롬, 2011)을 지지하는 동시에 소득이 다양한 문화 선호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논의(이호영·장미혜, 2008; Warde and Gayo-Cal, 2009; Purhonen et al., 2010)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둘째, 사회경제적 지위와 달리 사회 연결망은 문화 선호 다양성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었으며, 오직 폭넓은 문화 참여에만 관련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즉, 보다 많은 사람들과의 문화 정보 교류가 다양한 문화 활동 참여와 연관될 수는 있지만, 이것이 다양한 문화 선호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크고 다양한 사회 연결망이 문화적 다양성의 원천이 된다는 기존의 논의(Erickson, 1996)를 부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결국 교육수준과 가구계급은 문화 선호와 참여 다양성에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지니지만 가구소득과 사회 연결망은 오로지 다양한 문화 참여에만 유의미하게 관련되어 있었다. 이는 사람들의 문화 선호는 보다 개인적인 문제인데 반해 문화 참여 행위는 물질적 자원이나 사회 연결망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이론적 논의(Warde and Gayo-Cal, 2009: 134)를 경험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연구자들이 문화적 다양성을 측정함에 있어서 문화 선호와 참여 가운데 한 가지를 연구자의 주된 관심에 따라 전략적으로 선택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문화 선호 다양성이 주로 교육수준이나 계급, 그리고 성별이나 연령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결과는 사회 계층이나 인구학적 특성과 사람들의 문화적 자아구성(self-construction) 사이의 관계를 살펴봄에 있어서는 사람들의 선호를 측정하는 것이 보다 적합하다는 주장(Peterson, 2007)을 지지하고 있다. 이와 달리 문화 참여 다양성은 교육과 계급 외에 물질적 또는 사회적 자원과 관련된다는 점에서 경제자본과 사회자본, 그리고 문화자본 간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문화 참여를 측정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셋째, 잠재적 집단 분석을 실시한 결과에 의하면 대체적으로 한국인들의 문화 선호 다양성과 문화 참여 다양성 수준은 일치하여 나타나지만 예외적인 경우도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네 가지 유형의 집단 가운데 문화적 고립자, 대중적 선호 및 참여자, 옴니보어적 선호 및 참여자 집단은 문화 선호와 참여 다양성의 수준이 일치하고 있었다. 특히 옴니보어적 선호 및 참여자 집단은 문화 선호와 참여 다양성의 수준이 모두 높으며 결과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다문화 자본을 향유하고 있다. 그러나 옴니보어적 선호자 유형에 속하는 사람들은 폭넓은 문화 활동을 선호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참여하고 있는 문화 활동의 폭은 상대적으로 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발견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다양한 문화 활동을 선호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여러 문화 활동을 향유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다양한 문화 활동에 참여하는데 소득이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고려했을 때, 경제적 제약을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인들은 예술행사 관람 장애요인으로 관심 있는 프로그램의 부재, 시간 부족과 더불어 높은 비용을 뽑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2012). 한편 이처럼 옴니보어적 선호 및 참여자 집단과 옴니보어적 선호자 집단이 분류되어 확인되고 있다는 사실은 서로 다른 유형의 옴니보어가 존재할 수 있다는 논의(Peterson, 2005)를 뒷받침한다.
넷째, 이와 같은 서로 다른 집단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사회경제적 지위와 사회 연결망 요인들은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문화적 고립자 유형에 속하기보다는 대중적 선호 및 참여자, 옴니보어적 선호자, 옴니보어적 선호 및 참여자 유형에 속할 개연성이 높게 나타났다. 이를 통해 교육이 문화적 무관심과 관심을 구분 짓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추론해볼 수 있다. 또한 가구소득이 많으며, 중상계급 혹은 신중간계급에 속하고, 사회 연결망 크기가 큰 사람들이 문화적 고립자 유형에 비해 옴니보어적 선호 및 참여자 유형에 속할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가구소득과 사회 연결망이 다양한 문화 활동을 좋아하기만 하는 옴니보어적 선호자 집단에 속할 개연성에는 유의미한 효과를 지니지 못한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개인의 폭넓은 문화 선호를 폭넓은 문화적 실천으로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풍부한 물질적·사회적 자원이 필요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중상계급과 신중간계급이 옴니보어적 선호 및 참여자 유형에 속할 개연성이 높다는 결과 는 결국 다양한 문화 활동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직접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오늘날 한국 사회 상층계급의 지위 상징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이처럼 이 연구는 문화 선호와 참여 다양성을 함께 고려함으로써 기존 연구들이 문화 선호와 참여 가운데 한 가지 차원에만 선택적으로 주목해왔던 간극을 메우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기존의 논의를 보다 확장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닐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분석 결과와 그에 따른 함의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한계점 역시 지니고 있다. 따라서 마지막으로 이 연구의 한계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후속 연구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이 연구는 개인들의 문화 선호와 참여를 동시에 살펴보고 있지만 이 두 가지 사이의 관계에 대해 제약된 해석을 제공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다. 과연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 활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 활동에 참여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다양한 문화 활동에 참여한 경험적 실천이 폭넓은 문화 선호를 구성하는 것인지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다. 이 연구에서는 옴니보어적 선호자 유형의 존재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다양한 문화 활동에 대한 선호가 폭넓은 문화 참여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유추해볼 수 있었을 뿐이다. 한편에서는 횡단면 자료(cross-sectional data)를 이용하면서도 이론적 논의를 기반으로 문화 선호가 문화 참여 행위보다 선행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Yaish and Katz-Gerro, 2012), 보다 객관적이며 엄밀한 결과를 통해 문화 선호와 참여 다양성 사이의 인과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패널 자료(panel data)를 통한 경험적 분석이 요구된다.
또한 역시 횡단면 자료의 이용으로 인해 사회 연결망과 문화 참여 다양성 사이의 역인과관계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분석 결과에 의하면 사회 연결망 크기는 문화 참여 다양성과는 유의미하게 관련되지만 문화 선호 다양성과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사회 연결망이 다양한 문화 지식이 흐르는 도관으로서 기능한다는 주장이 호소력을 잃고 있으며, 오히려 문화 활동 참여를 통해 사회관계가 형성되고 유지된다는 설명(Lizardo, 2006, 2013)이 보다 설득력 있다는 입장(Roose and Vander Stichele, 2010)을 뒷받침할 수도 있다. 특히 한국인들이 다양한 문화예술행사를 관람할 때 혼자 관람하기보다는 가족 혹은 동성 친구와 함께 관람하는 경향이 높다는 사실(문화체육관광부, 2012)을 고려하면 다양한 문화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사회 연결망의 크기가 커지는 역인과관계의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대한 보다 엄밀한 검증을 위해서는 적합한 자료와 논의가 모아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의 초점이 오프라인 영역에 맞춰져 있으며, 그에 따라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타인과의 정보 교류나 문화 활동을 분석에 포함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의 많은 부분이 디지털화된 오늘날 더 이상 사람들의 문화 참여가 오프라인에 제약되어 있지 않다. 중요한 사실은 디지털 시대의 도래가 가져다주는 문화적 혜택이 모든 개인들에게 골고루 분배되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온라인 영역에서도 문화적 불평등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이호영·서우석, 2010). 뿐만 아니라 개인들은 온라인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문화 행사 관람 후기를 살펴보고 그들과 정보를 교류함으로써 문화 참여를 증진시킬 수도 있다(서우석·이호영, 2010). 결국 오늘날 한국인들의 사회경제적 지위, 사회 연결망, 그리고 문화적 다양성 간의 전반적인 관계를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영역을 아우르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