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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수퍼우먼의 비애 The Sadness of Being a Superwoman
  • 비영리 CC BY-NC
ABSTRACT
수퍼우먼의 비애

Cognitive dissonance is a drive or a feeling of discomfort, defined as being caused by holding inconsistent cognitions or by performing an action that is discrepant from one’s customary attitude. Analyzing narratives of women scientists and engineers, this study shows that the causes of cognitive dissonance women experience and how they reduce it. Several similar studies have demonstrated the defensive posture and behavioral attributes of minority group members. However, those studies did not illuminate how their less powerful status affect the attitude-behavior link depending on social psychological perspectives.

Interactions among group members play a large role in shaping the customary attitude toward science and the technology studies. Women have learned science and the technology studies are men’s fields not theirs. Originally defined as being in men’s fields, dissonance is most powerful and most upsetting, and it subsequently leads to threatening their positive self-conception. Women scientists and engineers intend to reduce the dissonance by attempting to change the dissonant cognitions or add new cognitions. These dissonance reduction strategies are linked to symbolic self-completion. Since women experience a threat to an identity to which they are committed, they become highly motivated to restore that aspect of their self-concept through social recognition. This is parallel to the superwoman syndrome. Being a good mother(woman) and capable scientist at the same time is a successful way to signal to others that she does in fact have a credible, legitimate claim to those identities that have been challenged.

However, this successful superwoman is not able to change the customary attitude causing the dissonance and the male dominant structure of science and the technology studies community.

KEYWORD
인지부조화 , 인지부조화 해소 전략 , 상징적 자기-완성 , 수퍼우먼 신드롬
  • Ⅰ. 머리말

    1990년대 한국에서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콜레트 다울링(Colette Dowling)의 『신데렐라 콤플렉스』는 자신의 능력과 인격으로 자립할 자신이 없는 여성이 동화 속의 주인공 신데렐라처럼 강력한 자본과 높은 사회적 지위를 지닌 남성을 만나, 일시에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욕구와 환상에 대하여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의 부제는 “감춰져 있는 여성의 독립에 대한 공포”인데, 다울링은 이 책을 통하여 남성의 사회적 지위와 자본에 의지해 마음의 안정을 찾고, 남성으로부터 보호받기를 원하는 현대 여성의 심리적 의존을 지적하고 있다.

    이 책 이후 다울링은 신데렐라 콤플렉스와는 또 다른 종류의 심리적 불안을 겪으면서 모든 면에서 완벽하려고 애쓰는 여성의 모습을 탐구한 책1)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이 책에서 다울링은 독립적인 여성상과 전통적인 여성상 사이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겨워 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다울링의 후기작은 전작만큼 대중적으로 알려지지는 못했지만, 많은 사회과학 연구자들의 연구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신데렐라 콤플렉스에 대한 거부, 즉 독립적인 여성상의 추구와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극복하려 애쓰는 여성들의 경험에 대한 연구는 심리학계뿐만 아니라, 여성인적자원개발과 관련한 경영 및 교육학계 그리고 조직 및 산업사회학의 영역에서도 꾸준히 발표되어 왔다.

    여성의 심리적 독립과 사회활동은 이제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는 경향이 강하다. 오히려 독립과 단순한 사회참여를 넘어, 각 영역에서 ‘수퍼한’ 역량을 발휘하는 여성들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도 할 수 있다. 최근 몇몇 전문 직종에서 여성의 진출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성공하는 여성에 대한 담론이 언론뿐 아닌, 일상에서도 많이 증가했다. 남성도 선망하는 직종에 진출한 여성에 대한 담론들은 마치, 이제 모든 사회분야에서 여성의 진출은 증가했으며, 성평등이 실현된 듯한 인상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성공적인 여성들에 대한 담론, 특히 일상에서 오고가는 많은 ‘성공적인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그 성공 신화의 주인공들은 ‘과연 성공적인가’란 의구심을 떨치지 않을 수 없다.

    ‘수퍼한’ 여성들에 대한 담론에는 ‘일과 가정의 조화로운 양립을 완벽하게 구현해낸’ 사례들에 대한 언급이 유독 많다. 이러한 담론에 대하여 여성주의 연구자들은, 일과 사회생활에서 아무리 성공했어도 가정에서 어머니와 아내로서의 역할에 성공적이지 못하면 한쪽의 성공마저도 빛이 바래는, 여성에게 부과된 또 다른 사회문화적 부담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고 비판한다. 여성주의 연구자들의 이와 같은 비판(혹은 관련한 비판적 연구들)은 공적인 영역에서 독립적이고 경제력을 확보한 여성들이 마주한 이중적인 역할 부담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새로운 성차별적 관행을 지적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2)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한 연구들은 일에서도 성공하고 가정에서도 여성으로서의 역할에 성공하고 싶은 여성들의 욕망이 첫째, 개인적 차원에서 어떠한 사회심리학적 기제로 형성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상세히 설명해 내지 못하고 있다. 둘째, 수퍼우먼이 되고자 하는 욕망의 생성이 유사한 처지에 있는 다른 여성들에게는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설명한 연구는 드물다. 셋째, 이러한 여성들의 욕망이 실은 소수자이자 정치적 약자인 구성원들이 취하는 심리적 전략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사회심리학적 이론과 연계하여 보여주는 연구 역시 많지 않았다.

    이 연구는 어떻게 엘리트 여성들이 ‘일과 가정의 조화로운 양립에 대한 부담감’ 혹은 ‘수퍼우먼 신드롬’을 가지게 되는지 사회심리학 이론들을 활용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인지부조화론’과 ‘상징적 자기-완성론’ 등의 사회심리학 이론을 활용하여, 엘리트 여성들이 특정 사회조직 내에서 어떻게 태도와 행위 간 충돌하는 인지부조화를 경험하는지, 인지부조화 경험은 어떻게 긍정적인 자아 개념을 훼손하는지 여성과학 기술인과의 집담회와 그들이 작성한 자전적 에세이를 분석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인지부조화를 경험하는 여성들이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 어떠한 행동을 취하는지, 이는 어떻게 ‘수퍼우먼 신드롬’이라는 신기루와 연계되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이 연구는 개인적 차원에서의 심리적 경험과 행동의 변화가 관련된 타자가 속한 사회 조직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엘리트 여성들의 수퍼우먼 신드롬 형성 과정을 조명하여 탐색하고자 한다.

    1)다울링의 『Perfect Women』(1989)은 『퍼펙트 우먼』으로 번역되어 1991년 출간되었다.  2)1989년 앨리 혹스췰드(Arlie Hochschild)의 『The Second Shift』가 출간된 이후 관련한 연구들은 공적인 영역에서의 노동과 사적인 영역에서의 (여)성역할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성들을 조명하고, 그것이 기존의 성에 따른 불평등함을 더 강하게 구조화한다는 점을 밝히는 데 주력해 왔다.

    Ⅱ. 연구 배경

       1. 태도

    사회심리학에서 태도는 인간 행동을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로, 행동 대상과 상황에 대한 개인의 평가(evaluation)라 간단히 정의할 수 있다(Eagly·Chaiken, 1993; Olson·Zanna, 1993; Petty and Wegener, 1998). 태도는 대상에 대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반응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면에서 ‘평가적(evaluative) 판단’이다. 심리학자들은 일반적으로 태도는 감성적 측면, 인지적 측면 그리고 행동적 측면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러한 태도의 여러 측면은 사회적 경험을 기반으로 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태도를 형성한다. 따라서 학습과 자극 (혹은 경험) 등을 통하여 사회적으로 형성되는 어떠한 상황과 대상에 대한 태도는 개인만의 고유한 것이기 보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모방과 학습을 통하여 형성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Aronson, Wilson and Akert, 2002; 한규석, 2007).

    어떠한 직업 혹은 일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도 식품이나 건축물, 정치를 대상으로 한 태도와 마찬가지로 대상과의 상호작용에서 얻게 된 “이익과 손해 (혹은 보상과 처벌)”를 통한 학습에 의해서 형성된다(Katz, 1960; Zanna, Kiesler, and Pilkonis, 1970). 초코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마다 할머니가 “우리 예쁜 손주, 참 잘 먹네”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면(이익, 보상), 초코아이스크림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형성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초코아이스크림을 먹고 배앓이를 한 경험(손해, 처벌) 이 있다면, 초코아이스크림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가질 수 있다. 또한, 영향력이 있거나 존경하는 사람이 초코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자신도 초코아이스크림에 대하여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기 쉽다(Petty and Cacioppo, 1996).

    일과 직업에 대한 태도도 초코아이스크림에 대한 태도 형성 과정과 유사한 과정을 거쳐 형성된다. 태도의 대상이 되는 일과 직업에 대하여 타인들이 어떠한 반응을 보이는가에 따라 자신도 유사한 태도를 형성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 직업과 일에 대하여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야기하는가에 따라, 그 직업과 일에 대하여 타인들이 보이는 반응에 따라, 나의 태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보다 흥미로운 것은 일과 직업에 대한 태도가 ‘이 일은 어떠한 지식과 기술을 사용하며, 노동의 강도는 얼마 만큼이고, 보수는 어느 정도이다’라는 단순한 인지적 정보로만 구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서 논의한 것처럼, 태도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지자, 즉 ‘나’의 대상에 대한 일관된 ‘평가’이다(Aronson et al, 2002: 217). 이 평가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인지 요소인 정보도 있지만, 대상에 대한 ‘정서’도 있다. 사람들은 태도 대상에 대하여 자신이 가지게 되는 정서적 평가와 인지적 요소들 간의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있다. 인지요소가 긍정적인 것이 많다면, 정서적인 평가도 긍정적이 된다. 반대로 대상에 대하여 부정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으면 인지요소도 부정적인 것을 많이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Visser and Coetzee, 2005). 또한, 태도의 정서적 요소와 인지적 요소를 일관되게 유지하려는 강한 경향은 많은 경우, 대상에 대한 편견과 차별적 행위로 이어지기도 한다(Kane, 1992; 심미혜·ENDO YUMI, 2013; 김경희·김계하, 2013).

    사회심리학 용어를 구체적으로 활용하지는 않았지만, 과학기술분야 직업과 일에 대하여 어떠한 태도가 형성되어 있고, 이 기존의 태도가 어떻게 과학기술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영향을 주는가를 탐구한 기존의 연구들은 여성들이 기존의 태도와 자신의 존재 사이에서 갈등하는 양상을 충분히 보여준다(Seymour and Hewitt, 1997; Valian, 2000; Stonyer, 2001; Margolis and Fisher, 2002; Eccles, 2005; 민무숙·이정희, 2005). 여성들은 과학기술 분야의 일을 하면서 경험하는 심리적 긴장(스트레스, 불쾌감 등)의 가장 큰 원인을 ‘내가 여성이기 때문’인 것으로 꼽는다. 다른 사람들이 지닌 과학기술에 대한 태도의 내용(인지적 요소)에는 과학기술은 남성의 영역이라는 내용이 있으며, 이를 위반한 여성인 자신에 대한 태도(부정적 정서)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여성이 과학기술 분야 직업에 대한 태도를 형성할 때, 성별 정체성과 과학기술 간 관계에 있어 부정적인 인지/정서 요소들을 많이 접하게 되면 정서/인지적으로 부정적인 요소를 함께 획득하게 되고, 인지와 정서 간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속성 때문에 결과적으로 강한 부정적 태도를 형성하게 된다. 이는 과학기술분야가 아닌 특정 성이 구성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다른 분야에도 적용 가능하다. 전공을 선택하기 위하여 고민하는 과정에서 경험한 부모와 선생님의 태도, 직업을 가지기 위해 치룬 면접시험에서 받았던 면접관의 질문들에 담겨진 정서적, 혹은 인지적 정보, 직장 동료들과 선배들이 보여 준 소수자들에 대한 태도가 부정적 요소들을 담고 있다면, 소수자들은 자신의 성별 정체성이 특정 전공이나 직업과 긍정적으로 호응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을 강하게 할 수 있다.3)

       2. 인지부조화

    ‘불협화음’을 의미하는 음악용어인 ‘부조화(dissonance)’라는 용어를 가져와, 사람들의 심리적 긴장과 갈등 상황을 설명하고자 하는 ‘인지부조화 이론(theory of cognitive dissonance)’은 그 영향력이 심리학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데까지 확산되고 있다(Banaji and Greenwald, 2013; 이은미·전중옥, 2012).

    앞서 논의한 것처럼, 태도는 타인들의 반응과 사고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동시대 한 사회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 대상에 대하여 유사한 태도를 갖게되는 이유다.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태도가 형성되고, 그 태도는 단위 행위를 이끈다는 일반적인 태도와 행위 간 인과관계는 레온 페스틴저(Leon Festinger, 1957)가 주장한 인지부조화론(cognitive dissonance theory)에 의하여 그 역의 흐름도 가능하다는 도전을 받게 되었다.

    페스틴저는 이미 저지른 단위 행위가, 개인이 이미 경험과 사회화를 통하여 형성해 온, 혹은 유지해 온 태도를 변경할 수 있음을 주장했다. 또한, 태도 변화의 과정에서 이후 행동에 영향을 미칠 새로운 행위의 규칙, 새로운 태도 혹은 행위를 이끄는 인지 내용을 생성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Festinger, 1957; 한규석, 2007; Aronson et al, 2002; 윤상연·서신화·김현정·허태균, 2013).

    어떠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태도(혹은 믿음, 또는 판단의 내용)와 자신이 한 행동이 충돌하는 경험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태도와 행동이 충돌하기도 하고, 행동과 행동이, 태도와 태도가 한 사람의 내면에서 충돌하며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개인에게 곤혹스러운 것은 이러한 충돌이 내면에서 발생했을 때 느껴지는 심리적인 불편함인데, 사회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이러한 심리적 불편함을 느낄 때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즉 충돌된 것들 간 조화를 찾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심리적 안정감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이라고 밝혀왔다.

    ‘왜 인지부조화가 발생하는가’와 함께 인지부조화 이론가들이 주목한 점은, 인지부조화를 경험하고 난 후 취하는 개인들의 대응 방식과 부조화 해소를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지금 한 행위가 기존에 내가 지니고 있었던 태도 혹은 그 태도를 형성하게 된 인지와 충돌하게 되면, 개인은 심리적 갈등을 느끼게 되며, 인지부조화가 야기한 일관되지 못한 요소들 간의 갈등을 조절하고자 하는 동기가 발생한다(Stone and Cooper, 2001; 허태균·황재원·김재신, 2004; 전기우, 2012; 윤상연 외, 2013).

    부조화를 조화롭게 하고 싶은 동기는 매우 강할 수 있는데, 이는 개인의 자존감이나 긍정적 자아개념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심리학자들은 인지부조화의 해소 과정이 자존감이나 긍정적 자아개념 형성 욕구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 왔다(Stone and Cooper, 2001; Swann, 1990). 대상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그 태도에 반하는 행동을 하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자아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에 훼손을 입었다고 느끼게 된다. 긍정적 자아 개념이나 자존감을 유지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경우 정서적 불쾌감도 심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인지부조화를 해소하고자 한다. 자아에 대한 통합적인 모습을 긍정적으로 지니고자 하는 동기가 인지부조화를 경험하게 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동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인지부조화를 해소하고자 하는 것(Steele, 1988)이다.

       3. 인지부조화를 경험하는 조직 내 소수자 관련 연구들

    직업에 성별 구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직업의 특성은 종종 성별과 연관되어 얘기된다. 특히 몇몇 직업의 경우엔 성별 쏠림 현상이 있어, 마치 이 직업은 ‘특정 성(性)에게 더 적합한 직업’이라거나 ‘특정 성이 더 선호하는 직업’이라는 태도가 생기기도 한다. 이 장에서는 간호사, 기자 등 특정 성이 주로 많이 종사해 온 것으로 알려진 직종 내 소수자들의 경험을 다룬 연구를 소개하고 태도와 부조화하는 행위가 가져오는 심리적 긴장이 여성과학기술인들만의 경험은 아님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여성 기자 집단의 경험에 관한 연구들

    임영숙·엄정윤(2005)은 언론사 조직 내 직급이 높아질수록 여성 언론인들의 성인지 의식이 고무되고 여성 이슈 보도를 위한 실질적 노력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남성중심 조직에서 성공하는 여성들이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명예 남성’이 된다는 기존의 연구들과는 다른 결과를 보여주었다. 임영숙·엄정윤(2005)의 이러한 연구는, 남성 중심의 조직 사회에서 보다 다양한 내용을 지닌 여성 정체성이 형성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드러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임영숙·엄정윤(2005)의 연구가 2000년대 중반 고위직까지 진출에 성공한 여성 기자들의 직무행태를 분석하여, 이전까지 ‘남성성의 내면화’가 미덕처럼 여겨졌던 성공 공식의 균열을 보여주었다면, 허명숙(2006)김균·이은주·장은미(2008)의 연구 결과는 여성 기자의 수가 급증한 가운데 달라진 조직 내 여성기자들의 경험을 탐색한다. 허명숙(2006)은 전북지역 여기자를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를 통하여 여기자들이 남성중심적인 취재관행과 성별에 따른 부서배치, 여기자들이 주로 배치된 취재 영역에 대한 홀대 등을 경험하면서, 어떻게 이러한 구조적 관행에 여성들이 순응하거나 저항하는지 보여준다. 김균 외(2008)는 보다 구체적으로 여기자들의 “기자로서의 수행 전략”들을 제시하고 있다. 김균 외(2008)는 2000년대에 들어 여기자 수가 증가한 이후 여성 기자들이 상대적으로 ‘젠더 의식’에서 자유로워졌으며, 기자로 서의 전문성을 갖추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적극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임신과 출산으로 인하여 언론조직으로부터 배제되고 소외되는 경험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관련 문제의 공론화가 아닌, 결혼 후 가지게 되는 어려움을 드러내지 않는 방법, 즉 아무렇지 않게 기자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전략이라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하정화(2010)의 연구는 여기자라는 정체성이 다중적으로 형성되는 것임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연구에서 여기자들은 ‘기자가 되는 것’과 ‘여성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하며, 1세대 선배 여기자들처럼 명예 남성이 되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융합적 여기자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제시한다. “스토리텔링식 기사 쓰기”나 친밀감을 활용한 취재 등은 여성 기자의 전략적 강점이 될 수 있으나, 여성적인 정체성-외모나 태도 등으로 드러나는-을 유지하면서 기자로서의 직무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는 다재다능한 여기자의 모습 또한 새로운 규범으로 등장했다는 측면을 지적하기도 했다.

    2)남성 간호사 집단의 경험에 관한 연구들

    여성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간호사 집단에서 소수로 존재하는 남성 간호사에 대한 연구는 최근 보다 활발히 수행되고 있는데, 이전의 연구들이 남성 간호사들의 직무만족도나 간호직 업무에서의 남성 역할 등을 주로 다루었다면,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보다 본격적으로 남성 간호사들의 직무 경험을 심층적으로 파악하고, 이들이 처한 문제-특히 정체성 및 정서적 갈등 등을 탐색하는 연구들이 등장한다.

    안경하·서지민·황선경(2009)의 연구는 심층면접조사방법을 통하여 남성 간호사들이 간호직을 택한 동기와 경험, 미래 설계 등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안경하 외(2009)에 따르면, 남성 간호사들은 간호사 조직 사회에서 남성이 가지는 희소성과 취업 용이성 등 때문에 간호직을 선택하였으나, “여성 주류 집단에서의 적응 어려움”을 가장 많이 꼽을 만큼 소수자로서의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간호사는 남성에겐 평생직장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여성중심적인 간호사 사회의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여성적 측면을 드러내야 하는 데 따르는 심리적 부담감 등 남성 간호사들이 경험하는 독특한 성역할 갈등을 보여줬다.

    안은성·추수경(2011)은 측정도구를 계량화하여 남성 간호사들의 성 고정관념과 직무만족도에 대하여 논의하고 있다. 남성 간호사들의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은 경력이 높을수록 악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직무만족도와도 관련이 있었다. 성 고정관념이 강할수록 간호사 직무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성역할 고정 관념을 약화시키고 여성중심적인 간호사 조직 사회에 적응해야만 직무만족도가 높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여성 기자들이 경력이 길어질수록 젠더 관점, 즉 성별 정체성에 대하여 예민하게 생각하게 된다는 임영숙·엄정윤(2005)의 연구 결과와는 흥미로운 대비4)를 보여주고 있지만, 소수 여성으로서 남성중심의 기자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경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성별 고정 관념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기존의 결과들과 유사한 것이기도 하다.

    경력 3년차에서 9년차까지의 남성 간호사 13명을 심층 인터뷰한 김현수(2013)의 연구는 남성으로서, 이른바 여성의 직업으로 여겨지는 간호직을 수행하는 것이 개인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를 탐구한다. 김현수(2013)는 남성 간호사들이 경험하는 “혼돈스러움”을 간호사 조직 내에서 남성이 소수자로서 성공할 수 있는 경력 경로가 매우 적다는 점과, 낮은 보수, 전통적인 성역할 고정관념 때문인 것으로 파악한다. 이 연구는 남성 간호사들이 심리적 긴장상태를 해소하기 위하여 자신의 위치를 인정하고, 혼돈스러움을 야기한 인지 내용을 전환하여 스스로 안정적인 남성간호사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성들이 다수인 유아교육학과에서 수학중 인 남성들의 경험을 다룬 안지령(2013)의 연구에도 남성간호사들과 유사한 심리적 갈등이 나타난다. 남성들은 절대적으로 소수인 남성 유아교육자에 대한 기존의 태도와 자신이 남성이라는 사실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리고 앞으로 남성 유아교육자로서 어떠한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인가란 고민 때문에 갈등하기도 한다. 남성 유아교육전공자들의 내러티브에는 유아교육의 내용과 성격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어떠한 태도를 형성하는가에 따라) 유아교육을 담당하게 될 남성들의 자존감 형성과 심리적 안녕감(well-being) 형성이 달라질 수 있음이 나타나 있다.

    위 연구들에서 소수자들은 직무나 일과 관련한 경험을 이야기할 때 성별 정체성이나 성별과 관련한 차이를 강조하고, 성별 특성이 자신의 직무 경험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정 성이 다수를 차지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종사자들은 직무와 일에 대한 기존의 태도가 성별 정체성과 깊은 연관이 있음을, 즉 부조화함을 공통적으로 인지하는 것이다. 성별 정체성에 따라 자신이 소수자 집단에 속함이 명확하고, 주변 사람들이 성별 정체성이 직무 또는 일과 연관이 있다는 태도를 지속적으로 드러내는 상황에서, 소수자들은 이미 인지한 기존의 태도와 부조화하는 자신의 행위(혹은 소수자로 존재하는 자신 그 자체) 때문에 심리적인 불편함을 경험한다. 위의 연구들은 특정 성(性)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조직 사회 내 소수자들이 경험하는 심리적 긴장과 그 극복전략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면에서 본 연구와 유사하지만, 그러한 극복전략들이 가지는 사회구조적 의미를 짚어내지 못하고 있고, 이러한 극복전략들이 단지 개인의 성공 전략 차원에서만 다뤄지고 있다는 면에서 한계를 지닌다.

    3)태도는 인지정보, 감정, 행동요소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포괄적 개념일 수 있고, 자아정체성 형성과정과도 밀접한 연관을 지닌다. 여성과학기술인들이 경험하는 과학기술분야에 종사한다는 행위와 여성이라는 정체성 사이에서의 갈등은 ‘다면적인 정체성 타협의 과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특정 대상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문화적 판단 결과물과 그에 대한 개인 판단 간 괴리를 보여주는 감정통제론(Affect Control Theory)과 정체성 형성론을 결합하여 접근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본 연구는 인지부조화 이론이 제안하는 개인 내면의 갈등 내용(변경, 부정, 생성)과 그 대응전략(부정, 새 인지 추가, 상징적 자기완성)을 보다 명료화하고자 했다. 따라서 태도와 행동 간 관계와 그 사이의 마찰에 주목하는 인지부조화 이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며, 이는 정체성 형성 이론이나 ACT보다 더 구체적으로 여성 내면의 갈등과 해소 전략을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4)물론, 계량화된 성역할 고정 관념 지표가 아니었고, 젠더 의식이 강해진다는 측면이 반드시 성역할 고정관념이 높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는 없다.

    Ⅲ. 연구 방법과 과정

    이 연구는 성별에 따른 조직 내 소수자들을 대상으로 소수자인 조직 구성원으로서 경험한 진술을 분석의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다.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성별에 따라 소수라는 점이 어떠한 심리적 경험을 가져왔으며, 그 경험에 따른 심리적 반응과 그러한 심리적 반응 (혹은 심리적 대응 전략)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탐색하고자 한다.

    이 연구를 수행하기 위하여 연구자는 질적연구방법의 하나인 초점집단인터뷰(FGI: focus group interview)를 활용하였으며 그 결과를 분석하였다. 또한, 연구 대상집단인 여성과학기술인이 과학기술직종에서의 경험을 글로 표현한 에세이집5)도 분석의 대상으로 활용하였다.

       1. 초점집단 인터뷰 설계

    집담회 대상자들은 대전광역시 소재 22개 정부출연 연구기관 인사 담당자에게 발송한 연구 협조 공문에 근거하여, 연구기관들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총 16명의 여성 연구원들이 FGI에 참여하였으며, FGI는 각 연구기관 별로 시간을 미리 결정하여 진행되었다. 한 번의 FGI에는 2명에서 3명의 여성 연구원들이 참여했는데, FGI 실행 과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연구자가 만든 질문지를 먼저 개별 참가자에게 이메일로 발송한 후 검토하도록 하였으며, 집담회 일정을 정하고, 참여자가 속한 연구기관 내 소회의실이나 여성휴게실 등을 이용하여 진행하였다. 집담회는 짧게는 2시간에서 길게는 3시간이 소요되었으며, 모든 집담회 참여자들이 녹음을 허락하여 면담 후 녹취록을 만들어 분석하였다.

       2. 인터뷰 참여자

    [<표 1>] 여성과학기술인 면접조사 대상자의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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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과학기술인 면접조사 대상자의 특성

    인터뷰 참여자 중 30대가 8명으로 가장 많았다. 7명은 공학을 전공하였으며, 9명은 자연과학(순수과학)을 전공하였고, 관련 연구기관 근무를 포함한 경력기간은 1~5년이 5명, 6~10년이 7명, 11년~15년이 1명, 그리고 16년 이상은 3명이었다. 직급별 분포를 보면, 책임연구원급은 2명, 선임연구원급은 9명이었으며, 연구원급 참여자는 4명이었다.

       3. 분석의 틀

    집담회 녹취록은 스트로스와 코빈(Strauss and Corbin, 1997)의 근거이론7)에 의하여 “개방 코딩(open coding)” 기법으로 주요 주제어를 찾아냈으며(Creswell, 2013: 99-101), 찾아진 주제어를 가지고 다시 녹취록을 분석하여, 중심현상과 주제어들을 범주화하고, 범주 간 관련성을 찾았다. 범주들은 “과학기술분야를 전공한다는 것에 대한 태도” “심리적 긴장과 갈등의 심화” “인지부조화 해소 전략 찾기” “상징적 자기-완성에 대한 성찰” 이다. 개방코딩의 결과를 정리하여 범주화한 표는 다음과 같다.

    [<표 2>] 여성과학기술인의 인지부조화 경험 개념의 범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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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과학기술인의 인지부조화 경험 개념의 범주화

    분석의 다음 단계로 주제어와 묶어진 범주들을 추상화했는데, 이 추상화의 과정에서 사회심리학이론 중 인지부조화론이 활용되었다. 인지부조화론에서 쓰이는 용어인 “인지부조화 대응/해소 전략”의 방법과 “자아개념과 인지부조화 간 관계”에 주목하여 자료를 분석할 수 있었다. 인터뷰에 나타난 심리적 경험(긴장감)은 흔히 “스트레스” “불쾌감” “분노” “unhappy” 등으로 명명될 수 있다. 이렇게 개인의 감정은 다양한 단어로 표현될 수 있지만, 여기서는 이를 원치 않는 감정, 예상하지 않은 감정이란 의미로 ‘심리적 긴장’이라는 용어를 쓴다. 이론적 추상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심리적 긴장은 다양한 원인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이 논문에서는 ‘여성이라는 성별 정체성과 과학기술분야에 종사한다는 것에 대한 태도 사이에서 발생하는 부조화’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파악한다. 직업과 성을 연관시키는 고정관념은 이미 사회심리학뿐 아닌 교육학 분야에서도 오랜 화두8)였고, 이번 인터뷰에서도 여성들은 성과 직업에 대한 태도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이는 인터뷰 자료 분석 결과 중 중심현상들에 나타나 있다.

    또한 이 연구의 분석과정에서 주목한 것은 성별 정체성과 직업에 대한 태도 사이에서 발생한 심리적 긴장(인지부조화)을 해소하는 방법이다. 심리적 긴장의 해소가 자아개념 및 자존감 등과 연관이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인지부조화 이론이 설명해 낼 수 있음을 서술했다. 긴장감 해소 전략의 특성을 파악하여 개인적 차원의 해소 전략은 결국 여성과학기술인 지원 법률 및 정책이 인적 자원 개발과 활용의 측면에 머물게 하는 한계를 가져왔다고 보았다.

    분석을 통하여 도출된 개념들(추상화의 결과들)을 구조화하여 일종의 모형으로 재현이 가능했는데, 발견된 현상을 경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리하면서, 개념화하여 모형으로 제시하면 다음의 그림과 같다.

    주제어의 발견과 범주화, 그리고 범주들 간 연관성 찾기를 통하여 개념화한 위 모형에 근거해서, 열린 코딩 이후의 단계로 녹취록을 다시 읽어가며 모형의 타당성을 확인하고 새로운 주제어들은 없는지 반복하여 점검했다. 모형에 있는 범주들을 상호연계시키거나, 상호 관련 있는 범주들 간 관계에 대하여 점검하면서, 이 연구가 주장하는 이론적 명제-과학기술분야에 종사한다는 것에 대한 기존의 태도와 여성으로서 이 일을 하는 자신의 행위 사이에서 인지부조화를 경험하는 여성과학기술인들은 이러한 심리적 긴장을 해소하기 위하여 상징적 자기-완성 전략, 즉 ‘수퍼우먼’이 되는 것을 채택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유사한 경험을 하는 다른 여성과의 공감대 형성이나 정치적 세력화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현상은 여성인적자원개발 및 활용에 집중하는 여성과학기술인 지원 정책을 지지하는 근거를 제공하며, 다시 여성들이 상징적 자기-완성 전략에 몰입하게 하는 악순환을 유도한다9)-의 타당성을 검토했다.

    5)이 에세이집에는 모두 20명의 여성과학기술인들이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전공과 연령의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20편의 에세이에는 공통적으로 ‘여성’이라는 정체성과 ‘과학기술분야에 종사한다는 것’ 사이에서의 충돌과 갈등이 다뤄지고 있다. 여성과학기술인들은 에세이를 통하여 여성이라는 이유로 유사한 경험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후배들에게 ‘여성’과 조화하지 못하는 ‘과학기술분야의 일’을 어떻게 인식하고, 극복하고, 여기에서 성공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 한다.  6)면접에 참여한 여성 연구원들의 구체적 전공과 소속 기관은 밝히지 않음.  7)근거이론을 활용한 목적은 특정 현상(여성과학기술인 인터뷰 구술 자료에 드러난)에 대한 분석적 구조를 생성하거나 발견하려는 데 있다. 인터뷰 내용에서 중심 현상과 범주를 발견하고 이들 간 상호관계를 파악하여 이론적 가설(인지부조화와 상징적 자기-완성과의 연관)에 대한 시각적 그림을 제시한다.  8)직업과 성을 연관시켜 생각하는 생각의 관습(고정관념)은 앨리스 에글리(Alice H. Eagly, 1997)의 성역할 고정관념 관련한 연구나 페인과 스펜서(Steven Fein and Steven J. Spencer, 1997)의 편견과 차별에 대한 연구를 참고할 수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나 한국기술교육학회 등의 관련 연구물을 보면, 직업이나 전공을 선택할 때 성별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있으며, 과학기술분야를 전공하는 여학생의 전공 유지 프로그램이나 지원 프로그램(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WISET)은 여전히 여성 교육 정책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되고 있다.  9)강조는 연구자.

    Ⅳ. 분석 결과

       1. 과학기술분야 직무(직업)에 대한 태도의 형성

    최근 사회심리학자들은 인지부조화 현상을 단지 개인의 내적 요인들에 의해서 발생하는 매우 개인적인 심리 경험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개인의 인지부조화 경험이 발생되는 사회적 상황 자체에 대한 관심과 그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윤상연 외, 2013). 개인의 인지부조화 경험도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작용하는 일종의 사회적 사고 과정의 결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여성과학기술인들의 인지부조화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지부조화가 발생하는 사회적 상황 혹은 맥락에 대한 이해가 우선 필요하며, 이들이 경험하는 인지부조화 발생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맥락으로 과학기술분야 학문에 대한 태도의 형성과 그 내용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대상에 대한 태도는 사회적 상황 속에서 개인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형성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분야에 종사한다는 것에 대한 태도 형성은 영·유아기 때부터 이루어지는 성별 정체성(gender)과 성역할(gender roles)에 대한 지식 습득과 관련된다. 어떠한 일과 직업에 대한 태도 형성이 성별 정체성 및 성역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구성된다는 것이다. 여성과학기술인들은 고등학교 시설 대학입시를 준비하면서 과학기술분야의 직업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데, 그 생각과 끊임없이 교차하는 것이 성역할 내용이었다.

    부모와 교사, 선배들의 과학기술분야 직업에 대한 태도나 주변 여성들의 태도는 과학기술 분야 직업을 선택하려고 하는 여성의 태도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과학기술분야의 조직문화가 지닌 특성이 여성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정보는 이 직업은 남성중심적이라는 태도를 형성하게 한다. 과학기술 관련 전공을 여성들이 선택하지 않는다는 정보역시 이 학문 분야의 수행자는 남성들이라는 태도를 형성하게 한다.

    따라서 여성이 과학이나 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한다는 것은 단지 수학과 과학에 재능이 있다는 것 외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자신이 여성에게는 일반적이지 않은 일을 선택했다는 점이 늘 부각되고, 신경 쓰이는 일이며, 일종의 도전임을 늘 상기하게 된다.

    위 사례에 나타난 과학기술분야 전공에 대한 태도는 여성들이 전공을 수행하면서 인지부조화를 경험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맥락 혹은 상황을 보여준다. 과학기술분야는 남성의 학문이고, 관련된 직업도 남성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과학기술관련 조직 및 집단은 남성중심의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타인들의 의견이나 인지 내용은 이를 선택한 여성들의 태도를 형성하는데 기여한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는 여성들이 과학기술분야의 일을 계속 해 나가면서 경험하는 인지부조화를 발생시키는 원인을 제공한다.

       2. 인지부조화의 발생-심리적 긴장

    남성중심적이고 집단주의적인 조직문화가 여성들의 전공 지속 욕구를 저하시킨다거나, 조직으로부터의 이탈을 가속화한다는 연구는 교육학 및 교육심리학을 중심으로 많이 생산되어 왔다(Haas and Perrucci, 1984; Seymour and Hewitt, 1997; Lee, 1998; Dryburgh, 1999; Schiebinger, 1999; Etzkowitz, Kemelgor, and Uzzi, 2000); Valian, 2000; Stonyer, 2001; Margolis and Fisher, 2002; Phipps, 2002; Eccles 2005; 민무숙·이정희, 2005; 김민선·서영석, 2009). 이러한 연구들 중 보다 개인의 심리적 경험에 주목하는 연구들은 남성중심의 학교 혹은 조직사회의 부정적인 사회문화적 경험으로 인하여 여성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되고, 결국 경력 지속에 실패하거나 직업에서 이탈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사회문화적인 환경 요인이 개인의 인지 요인에 영향을 미쳐 학업 및 진로 등과 관련한 선택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본 연구에 참여한 여성과학기술인과의 집담회에서도 사회문화적 요인-여성이 과학기술분야에서 일하거나 공부하는 것에 대한 타인들의 태도-이 개인 내적인 인지 요인-자아 개념 혹은 자존감-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집담회 참여자들은 자신들이 경험하는 독특한 이질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긍정적인 자아 개념을 가지고 있고, 높은 자존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약자 취급’을 받을 때 이들은 심리적 긴장감을 경험한다. 사례 8은 소수인 여성으로서 과학기술분야에 종사하면서 자신이 호기심이나 특별한 대우의 대상이 되는 것이 유쾌한 경험이 아님을 이야기 한다. “도움을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대우받는 것은 자아에 대한 개념이 긍정적이고 자존감이 높은 여성들에겐 심리적 긴장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인지부조화 이론가들은 자아 개념이 위협받을 때마나 사람들은 인지부조화를 경험한다고 주장한다(Aronson et. al., 2002; Stone and Cooper, 2001). 이러한 주장은 자아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이고 자존감이 높은 경우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위 사례 4의 구술이 그러한 경우라 할 수 있다. 결혼한 자신에 대한 배려가 때론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처럼 여겨져 자존감이 훼손되었다고 느끼게 되고, 이러한 타인의 태도나 행위로 인하여 자신이 과학기술분야에서 일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의심하면서 심리적 긴장감을 느끼는 것이다.

    자신을 특별하게 배려하는 타인의 행동은 자신이 남성의 영역에 뛰어든, 남성의 일을 잘 해낼 수 없는 여성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러한 생각은 심리적 긴장감, 즉 인지부조화를 야기한다.

    일관되게 유지해왔던 자아에 대한 긍정적 개념이 타인의 행위로부터 위협받을 때 개인은 심리적으로 긴장감을 느끼면서, 타인이 보여준 위협 행위의 원인을 탐색한다. 자신을 동료로 생각하지 않고, “또 다른 인종”으로 생각하는 타인의 행동은 ‘나도 훌륭한 과학기술인’이라는 여성의 긍정적 자아개념을 위협하며, 타인의 이러한 행동이 ‘과학기술은 남성의 학문 혹은 일’이라는 태도와 깊은 연관이 있음(사회문화적 맥락)을 인식하게 된다.

    인지부조화 이론가들은 여러 심리실험을 통하여 명확한 태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 행동에 따른 인지부조화 역시 강하게 경험되고, 이는 태도 변화와 연계된다는 점을 밝혀왔다(윤상연 외, 2013). 경험되는 부조화의 크기는 (부조화로 인한 고통은) 얼마나 개인에게 그 인지 내용이 중요한가에 달려있다. 내가 지금 인지하고 있는 내용이 내게 얼마나 중요한가에 따라 감정적 긴장의 정도가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여성과학기술인들이 얼마나 과학기술분야 직업에 대한 태도뿐 아니라 이와 충돌하는 자신의 행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가에 따라, 인지부조화의 크기와 그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관심이나 주의를 둘만한 태도와 행위가 아니라면, 부조화는 크지 않을 것이며, (심리적 긴장감의 강도는 약할 것이며,) 이에 대응하여 부조화를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도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들이 과학기술분야에 종사하면서 경험하는 인지부조화의 크기나 강도는 약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성들은 인지부조화로 인해 위협받은 자존감(자아에 대한 긍정적 인지)을 회복하기 위하여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었다. 부조화를 해소하고자 하는 그들의 전략은 조직 내 소수자의 생존전략이면서 긍정적 자아개념을 형성하기 위한 매력적 성취물로 보였다. 하지만, 부조화 해소를 위한 전략을 수행하면 할수록 그 불가능성(해소가 불가능함을)을 더욱 강하게 인지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다.

       3. 인지부조화 대응전략 1: 인지부조화 발생 요인 부정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에 대하여 긍정적인 인지를 하고 싶어 한다고 사회심리학자들은 얘기한다. 자신은 이성적이고, 도덕적이며 그리고 현명하다고 생각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 자신이 이성적이지 않고, 도덕적이지 않으며, 현명하지 않다는 인지를 하게 되면, 사람들은 불쾌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인지부조화의 경험은 이러한 자아와 관련한 불쾌한 감정 경험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자신의 건강에 치명적으로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담배를 입에 무는 흡연자의 경우처럼, 태도를 형성하는 인지 혹은 정보 등과 대척점에 있는 자신의 행동 때문에 사람들은 긍정적 자아감에 상처를 입고 불쾌해하고 괴로워한다.

    이 불쾌함이나 괴로움을 다른 행동을 통하여, 혹은 태도를 바꿔서 해소하고자 하는데 크게 세 가지 전략이 가능하다(Festinger and Aronson, 1960; Aronson et al, 2002). 첫째, 심리적 긴장감 및 불쾌감 유발과 관련 있는 행위 자체를 중단하기, 둘째, 불쾌감 또는 부조화를 유발한 태도 혹은 인지 내용을 부정하기, 셋째, 새로운 인지 요소를 추가하여 (부조화를 유도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여성과학 기술인들의 인지 부조화 해소 전략을 이와 같은 대응 전략 유형으로 치환해 생각해 본다면, 첫째 과학기술분야 일을 하지 않거나(행위 중단), 둘째, “과학기술분야 일은 남성의 일”이라는 태도 혹은 인지 내용을 부정하거나, 셋째, 무언가 기존의 태도와 다른 새로운 태도나 인지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 가능하다.

    인지부조화라는 불쾌한 경험 때문에 과학기술분야 직업을 그만두겠다는 해소 전략을 제외하고, 본 연구는 과학기술분야에서의 경험을 쓴 에세이나 집담회에 나타난 여성들의 인지부조화 대응 전략들 중 주요한 두 가지 전략을 제시한다.10) 우선, 인지부조화를 야기한 기존의 태도 혹은 인지 내용을 부정하는 것이다.

    앞의 사례에 나타난 것처럼, 여성들은 학교 혹은 직장 생활 중에 과학기술은 남성들이 많이 하는 일 혹은 직업이고, 따라서 과학기술분야 일을 하고 있는 남성이 아닌 자신의 행위가 이러한 태도에 반대되는 것임을 자주 경험한다. 기존의 태도 때문에 여성인 자신의 긍정적 자아개념이나 자존감에 위협을 느껴 불쾌감을 경험한 여성들은 이러한 태도 혹은 인지 내용을 부정하고 싶어진다. 과학기술분야의 일을 남성들이 주로 한다는 인지 내용을 적극적으로 부정함으로써, 명확한 기존의 태도에 반하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위 사례들은 일과 성별 정체성(gender)을 연관지어 인지 내용을 형성해 온 사회적 맥락을 적극적으로 부정한다. 마치 흡연자가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인지 (태도) 내용은 완전히 의학적으로 검증된 바 없다”라고 자신의 행위와 반하는 태도를 부정하는 것과 유사하다. 유사한 일을 하는 여성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으로 “과학 기술이 남성의 학문이나 일이라는 생각을 버려라”라는 내용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인지부조화를 자아개념이나 자존감(self-esteem)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은 심리학자들의 주장에서뿐 아니라 여성과학기술인들의 집담회에도 드러나 있다. 사례 5는 직접적으로 “자의식이 강한 여성들이 여직원 모임의 필요성을 부정한다”고 얘기한다.

    남성 다수의 조직사회에서 여성들만의 모임을 갖는다는 것은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도드라지는 행위이다. 자연과학과 공학은 남성들이 주로 해왔던 학문이고, 과학기술분야의 조직사회도 남성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인지와 기존의 태도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여성 정체성이 도드라지는 행위는 인지부조화 경험, 즉 심리적 불편함이나 불쾌감을 더 키우는 것이 된다. 여성 공학인이나 자연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주혜진, 2011)뿐 아니라 남성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집단에서 소수자로 존재하는 여성들이 여성성이 드러나는 옷차림이나 화장, 특정한 행동이나 말투 등을 지양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인지부조화 경험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사례 5에 나타난 바와 같이, 여직원회에 참여하길 원하지 않는다든가, 여직원회 구성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행위는 과학기술분야에 종사하는 것과 성별 정체성은 관련이 없다는 적극적인 인지부조화 해소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남성이 아닌 여성으로서 과학기술분야에 종사한다는 행위 때문에 유발된 인지부조화와 이로 인해 훼손된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하여, 직업과 성별을 관련지어 생각하는 태도를 부정하거나, 과학기술이 남성들의 학문이라는 태도를 적극적으로 부인하거나, 여성 과학기술인들만의 모임을 부정하게 되는 것이다.

       4. 인지부조화 대응전략 2: 새로운 인지 내용 생성-태도 변화

    ‘담배를 피우면 몸에 해롭기 때문에 피우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인지 혹은 태도와 충돌하는 자신의 흡연 행위 때문에 인지부조화가 발생하여, 불쾌하고, 자존감에 상처를 입은 흡연자들이 부조화 해소 방법 중 하나로 많이 선택하는 것이 ‘새로운 인지 혹은 태도 내용의 추가 (또는 생성)’이다. ‘금연을 해서 생기는 스트레스가 건강에 훨씬 더 해로울 수 있다’는 인지 내용이나, ‘흡연을 하여 심리적 안정을 취하고, 보다 편안한 기분으로 일할 수 있어 생산적이다’ 등의 새로운 인지 내용을 추가하여 흡연을 하며 경험한 인지부조화를 해소하고자 한다.

    과학기술분야에서 여성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경험하는 인지부조화를 해소하기 위하여 여성들은 다음과 같은 새로운 인지 내용 혹은 과학기술을 전공한다는 것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생성하는 전략을 선택한다.

    위 사례는 과학기술분야에서 일하는 데 여성성이 도움이 되며, 오히려 여성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남성들이 과학기술분야에서 주류였던 이유는 과학기술 관련 학문이 이들에게 더 적합하다거나, 이들이 여성들보다 더 수학이나 과학을 잘 한다고 여겨져 왔었기 때문인데(기존의 태도), 이러한 태도나 관련한 인지 내용 자체를 변경하는 것이다.

    노인이 ‘마음은 아직 이팔청춘이야’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듣는 사람에겐 그저 농담이거나 노인의 바람정도로만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노화 혹은 늙음에 대한 기존의 태도와 현재 자신의 상황(이미 늙어버린 상태, 또는 행위) 사이에 발생하는 부조화를 조화롭게 하기 위한 노력이라 할 수 있다. 노화에 대한 태도의 내용을 이 노인도 잘 알고 있다. 그 내용엔 부정적인 측면이 많고, 사실 긍정적 자아 개념을 유지하는데 위협을 주기도 하는 내용이기도 하다(Hummert, Garstka, O’Brien, Greenwald, and Mellott, 2002). 그런데 이미 나는 노화가 되어, 노인이라는 상황에 이르렀다. 자아에 대한 긍정적 생각에 위협을 주는 태도는 사회적인 것이라 개인이 바꿀 수도 없기 때문에 이 노인은 새로운 인지 내용인 “마음만은 (몸과 달리) 젊다”를 추가하여 부조화 하는 상황을 조화롭게 바꾸는 것이다. 아마도 이 노인은 ‘몸보다는 마음이 젊어야 진짜 젊은 것’이라는 또 다른 새로운 인지 내용을 추가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인지부조화를 해소할 수도 있다.

    “과학이나 공학은 남성의 학문이 아니라, 사실 여성의 학문이다”라거나, “여성성이 과학기술분야의 일을 하기에 더욱 적합하다”라는 인지는 기존의 태도와는 다른, 새로운 정보이다. 이 새로운 인지는 과학기술에 대한 기존의 태도를 변경하게 한다. 여성들은 이러한 인지 내용 추가를 통하여, 태도를 바꾸고 긍정적 자아개념이나 자존감을 위협하던 인지부조화를 해소할 수 있다.

    자연과학이나 공학이 남성들의 학문이라는 생각은 틀린 것이라는 인식, 오히려 여성 고유의 특성이 과학기술분야 일을 하는 데 더 적합할 수 있다는 새로운 인지내용의 추가는 과학기술분야에 종사한다는 행위와 남성이 아닌 여성이 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것은 이례적인 것이라는 태도 간 부조화를 해소하고, 상충하는 두 요소를 동시에 완벽하게 성취하는 ‘상징적인 자기-완성’의 계기를 마련해 준다.

       5. 상징적 자기-완성: 인지부조화 해소를 통해 그녀들이 얻고 싶은 것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자아에 대한 정의(self-definition) 혹은 정체성이 위협받을 때 사람들은 사회적 인정(social recognition)을 통하여 훼손된 자아 개념을 복원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Wicklund and Gollwitzer, 1981). 상징적 자기-완성론(symbolic self-completion theory)에 따르면, 자아 개념을 정의해 주는 중요한 상징들 또는 지표들이 부족할 때 사람들은 자아에 대한 정의를 드러내는 더 많은, 더 다양한 상징들을 얻기 위해 분투한다. 달리 말하면, 자아에 대한 정의 혹은 정체성을 입증할만한 상징을 충분히 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더 많은 혹은 더 강력한 (자아 개념을 입증할) 상징들을 찾지 않는다. 자신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기 위한 상징을 찾거나 확보하려는 노력은 자아에 대한 정의를 잘 드러낼만한 상징이 부족한 사람들만의 숙제이다.

    여성과학기술인들은 ‘여성’이면서 ‘과학기술인’인 자아에 대한 개념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충돌하는 태도와 행위 간 긴장감(인지부조화)을 경험한다. 이 감정적 불쾌감을 해소하기 위하여, 앞서 논의한 것처럼, 기존의 태도를 아예 부정하거나, 새로운 인지 내용을 추가하여 자신이 여성이면서 과학기술인인 상황에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한다. 이와 같은 인지부조화 해소 전략들은 결국 사회적 인정을 통한 ‘상징적인 자아 개념의 획득’ 또는 인지부조화로 인해 훼손된 ‘긍정적 자아개념의 회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여성이라는 자아개념과 과학기술분야 전문가라는 자아개념 모두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 과학기술분야 학문은 남성들이 주로 하는 것이라는 인지를 부정하고자 하는 노력도, 여성이 오히려 과학기술분야 전문가가 되기에 더 적합하다는 새로운 인지 내용도 모두 ‘여성’이라는 자아 개념과 ‘과학기술분야 전문가’라는 자아 개념을 동시에 상징적으로 완성하기 위한 시도라 할 수 있다.

    집담회에서 여성과학기술인들은 여성이면서 또한 과학기술분야 전문가인 자아 개념을 정의해 주는 중요한 상징들 또는 지표들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인지부조화 해소 전략으로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여성과 과학기술이 양립하는 자아에 대한 정의(self-definition)인데, 원하는 자아-정의를 형성할 수 있는 충분한 상징이나 지표들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인지부조화를 유발했던 두 요소가 양립하는 자아 개념 정의가 가장 힘겨울 때는 두 개의 자아 구성 요소가 동시에 확연히 요구될 때이다. 평소 여성이라는 자아 개념 정의 요소를 사회적 인정을 통하여 상징적으로 완성할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다가, 그 필요성이 강하게 부각될 때가 오는데, 이때 여성들은 자아 정의를 성공적으로 완성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여성이라는 자아 개념 정의의 필요성이 강하게 부각될 때는 임신과 출산을 거치며 본격적인 양육에 돌입했을 때이다. 여성과학기술인들은 자신이 형성하고 싶은 여성이라는 자아 개념-엄마, 아내, 며느리-이 과학기술분야 전문가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면서 훼손된다고 느낀다. 따라서 여성과학기술인들은 여성으로서의 자아에 대한 정의 혹은 정체성을 입증할만한 충분한 상징들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게 된다. 즉, ‘수퍼우먼의 신화’를 이루려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직장 동료인 남성들 혹은 선배 여성들)이 부여하고 있는 비현실적인 요구를 자신에게 부여하고, 타인의 이러한 요구가 일반화되고 내면화되어 가는 과정이 비혼(非婚)인 사례 15에도 잘 드러난다. 실재하기 매우 어려운 수퍼우먼의 모습을 열망하고, 또 열망하기를 강요당하는 여성들은 정신적인 피로상태(burnout)에 빠지기 쉬운데, 직업 및 가정에서도 완벽하고자 하는 여성들의 정신 및 육체 건강 현황을 살펴 본 의학계 연구들을 보면, 도달할 수 없는 완벽함에 도달하려 애쓰는 여성들의 심리적 안녕감은 상당히 약한 것으로 나타난다(박소정, 2011).

    상징적 자아-완성은 한 개인이 인지부조화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취하는 행동이라고 심리학자들 사이에서 논의되어 왔지만, 사실 개인적 차원의 행동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여성이면서 과학기술분야 전문가인 자아에 대한 정의를 상징적 행위들을 통하여 완성하려 한다는 것은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비현실적인 요구들을 반영해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하다. 통계청(2011, 2013)에서 현재 고용 중인 남녀를 대상으로 “일과 가정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 조사한 결과를 보면, 남성에 비하여 여성들이 “일과 가정 둘 다 비슷하게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일과 가정 둘 다 비슷하게 우선시한다는 입장은 일하는 여성 특유의 입장이다. 현실적으로 비슷하게 우선한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고, 그 내용은 어떠한지 개인차가 심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일과 가정을 비슷하게 우선시 하면서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생각을 남성보다 훨씬 더 많이 한다.

    ‘엄마’라는 자아에 대한 개념은 여성 특유의 것이고, 이를 자아 개념으로 명확히 하고 싶은 여성들에게 요구하는 상징적 행위 중 하나가 모유수유로 인식되고 있음을 사례 3은 이야기 하고 있다. 모유수유는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이고 개인의 선택일 수 있지만, 사회적 인정을 통하여 엄마라는 자아 개념을 완성할 상징성을 획득해야 하는 사례 3의 입장에서는 이를 단순히 개인적 선택으로만 생각할 수 없다.

    ‘여성-모유수유’라는 자아 개념의 상징적 완성과 마찬가지로 여성들은 ‘과학기술인-전문성 발휘’라는 자아 개념의 상징적 완성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인지부조화를 야기한 두 요인을 조화롭게 추구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현대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바이기도 하다.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상징적 자기-완성에 더욱 노력을 많이 기울이는 사람들은 자아 개념, 즉 정체성에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위 사례를 살펴보면, 남성들은 과학기술분야 전문가라는 자아에 대한 정의 혹은 정체성을 입증할만한 상징을 충분히 가진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남성들은 더 많은 혹은 더 강력한 (과학기술분야 전문가이자 남성인 자아 개념을 입증할) 상징들을 찾을 필요가 없다. (과학기술분야 전문가이자 여성인 자아 개념을 입증할) 자신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기 위한 상징을 찾거나 확보하려는 노력은 자아에 대한 정의를 잘 드러낼만한 상징이 부족한 여성들의 숙제가 된다.

    여성과학기술인들이 경험하는 심리적 긴장과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전략들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집단 내 소수자들의 경험과 유사한 양식을 보인다. 앞서 논의한 여기자와 남성간호사들 역시 성별 정체성과 직업에 대한 태도가 부조화하면서 긴장을 경험하고 이를 해소하고자 노력한다. 그 해소 전략들을 여성과학기술인의 사례와 비교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 3>] 조직 내 소수자들의 인지부조화 경험과 해소 전략 비교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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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직 내 소수자들의 인지부조화 경험과 해소 전략 비교11)

    여성과학기술인들이나 남성간호사, 여기자들이 경험하는 심리적 긴장은 이미 오랫동안 조직을 장악해온 다수자 위주로 편성된 업무관행이나 조직문화와 관련이 있다. 성별에 따라 다수와 소수가 명확해 보이는 상황에서, 소수자들은 성별 요인이 업무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이미 성역할 고정관념이기도 하다.) 소수자들은 끊임없이 자신이 이 업무와 조직에 적합한지 증명해야할 부담을 느낀다. 이 부담 앞에서 많은 소수자들이 성공적인 전략을 구상해내고, 실제 성공에 이르기도 하지만, 성공에 이르는 과정에서 소수자들이 잃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깊이 논의될 기회가 없었다. 소수자들의 성공전략을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차원으로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 차원의 고찰은 오히려 더 나은 개인적 차원의 성공전략을 제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6. 대응 전략의 개인화: 인지부조화 해소를 통해 그녀들이 잃은 것

    과학기술인으로서의 자아 개념과 여성으로서의 자아 개념을 모두 성공적으로 완성하는 것은 어쩌면 매우 이상적인 것일 수 있다. 이는 최근 크게 유행한 자기계발서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처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자신을 사회적으로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성으로서도 자아개념을 확립하고, 과학기술분야 전문가로서도 자아개념을 성공적으로 확립하는 것이 가능한 수퍼우먼들은 행복할까? 이 수퍼우먼들은 많은 자기계발서적에 제안된 명제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훌륭한 멘토들일까?

    성공적으로 상징적인 자아 완성을 이룬 이 수퍼우먼들의 특징을 집담회에 참여한 몇몇 여성과학기술인들은 구조적 한계나 지원의 필요성은 보지 못하는 성공한 소수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수퍼우먼들은 과학기술분야 조직사회에 있는 구조적인 성차별적 관행이나 여성이기 때문에 경험하는 불평등한 관행 혹은 의무 등은 인식하지 못하고, 공정한 경쟁의 장에서 개인의 능력만으로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수퍼우먼들은 개인적인 성공 신화만을 생산할 뿐, 조직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지는 못한다. 사례 13은 수퍼우먼이 되고자 하는 열망은 결국 남성중심적인 성공모델의 지향과 그로인한 여성들의 주변화를 강화하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성이라는 자아개념의 정의는 고정적인 성역할을 중심으로 완성하고, 과학기술분야 전문가라는 자아개념의 정의는 남성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내용으로 채우는 것이 수퍼우먼이기 때문이다. 사례 13의 구술에서 “서바이벌”이라는 단어가 시사하듯, 과학기술사회에서 전문인으로서의 성공은 남성이 해왔던 성공의 내용을 실현시키는 것이고, 이는 경쟁을 통해 획득된다. 경쟁의 장은 같은 남성들 사이에서는 이미 공정한 규칙을 가지고 운영된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육아에 대한 책무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지는 여성들에 대한 “배려”는 공정한 경쟁의 원리에 위배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12) 이과 같은 인식은 여성들을 더욱 주변화시키는 동시에, 수퍼우먼에 대한 강박을 더욱 강화한다.

    상징적 자기-완성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낸 수퍼우먼들은 다른 여성들을 “외롭게”한다. 수퍼우먼들은 여성이라는 자아개념 정의와 과학기술분야 전문가라는 자아개념 정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여성들을 격려하지 않는다. 인지부조화를 성공적으로 해소하지 못하는 여성들이 경쟁에서 도태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인지부조화를 경험하고 있는 여성들과 인지부조화를 상징적 자기-완성을 통해 해소한 수퍼우먼들 사이에는 공감이 형성되기 어렵다. 즉, 공통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여성들 간 세력화를 형성하지 못하는 것이다. “삼진아웃 될 것”이라는 상징적 자기-완성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여성들이 자신의 심리적 긴장과 부담감(인지부조화)을 개인의 문제로만 인식하게 만들고, 함께 고민하기 보다는 개별로 흩어져 수퍼우먼이 되고자 고군분투하게끔 만든다.

    10)본 논문에서 대응전략을 두 가지로 구분한다는 것이 ‘대응전략으로는 두 가지밖에 없다’거나, ‘여성들이 명확한 두 개의 전략 중 반드시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략들은 한 여성의 경험과 구술 안에서 섞이기도 했고, 뚜렷이 분류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단지, 본 연구는 인지부조화론을 빌어 여성들의 심리적 갈등을 명확히 짚어내고 그 갈등에 대한 대응 전략을 명명하여 사회적 의미를 밝히는 데 두 가지 중심 되는 전략(혹은 현상)을 내세웠을 뿐이다.  11)여성 기자들의 언론사 조직 내 경험에 관한 연구로 하정화(2010)의 연구를 비롯하여, 김균·이은주·장은미(2008)의 연구, 허명숙(2006)의 연구 결과를 활용하였으며, 남성간호사 관련 한 연구로는 김현수(2013)의 연구를 비롯하여, 안경하·서지민·황선경(2009)의 연구, 안은성·추수경(2011)의 연구를 활용하여 위 표를 구성하였다.  12)과학기술자 사회가 이미 여성이나 남성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에게 특별한 배려를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은 수퍼우먼들 뿐 아니라, 동료 남성과학기술인들, 그리고 경영인이나 정책가들도 흔히 가지고 있는 태도이다. 제도적으로 여성과 남성에게 동등한 권한과 기회가 주어지는 공정한 경쟁의 장을 제공하고 있는 한, 조직(회사)이 출산을 한 여성에게 혜택을 주고자 개입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인종차별 관련한 태도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Ⅴ. 맺는 말: 수퍼우먼의 비애-약자들의 생존 전략

    인지부조화를 경험하는 개인이 부조화의 해소를 위하여 자기 정당화 기제를 발휘하는 것은 사회심리학적으로 충분히 납득이 갈만한 행동 양식이다. 그러나 자기 정당화 기제인 상징적 자기-완성을 왜 비판적으로 고찰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좀 더 설명이 필요하다.

    첫째, ‘수퍼우먼 신드롬’으로 설명되는 엘리트 여성들의 인지부조화 해소 전략인 상징적 자기-완성은 90년대 후반 한국 사회를 강타한 ‘능력주의 열풍’ 혹은 ‘자기 계발에 대한 집착’과 무관하지 않다. IMF의 경험은 개인에겐 조직 사회가 원하는 새로운 능력을 계발해야 하는 강력한 요구를 마주하는 경험이었다. 여성과학기술인들은 90년대 후반 많은 동료 여성과학기술인들이 명예퇴직을 하거나 이직하는 것을 보면서 과학기술분야에서 여성이 얼마나 소수자이면서 또한 약자인지를 인식하게 되었다.13) 과학기술인으로서 자아를 정의할 상징 획득의 필요성을 절감한 시기라고 볼 수도 있다. 살아남은 여성과학기술인들은 계속 살아남기 위하여 과학기술인에게 요구되는 능력을 고민해야 했다. 마침 쏟아져 나온 자기계발서와 자기계발 방법에 대한 담론들은 긍정적 자아개념 형성에 대한 성찰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과잉이 자아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임을 매우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이러한 상황은 여성과학기술인들이 인지부조화를 상징적 자기-완성을 통하여 해소하려는 데 더욱 집착하게 한 배경을 제공했다.

    사회학자 세넷은 마이클 영이 제안한 “능력주의(meritocracy)”라는 용어를 빌어 개인 노동의 가치가 인정받는 방식에 대하여 논의하면서, 특히 현대 사회 기업 등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한 조직에서 개인에게 요구하는 특별한 자질은 누구와도 일할 수 있는 원만함 혹은 자신감과 같은 성격이라고 이야기 한다. 이러한 개인적 자질은 소수를 제외한 나머지를 “무력화(disempowering)”한다는 점에서 개인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지적한다(Sennett, 2009: 149-150). 이 능력주의 사회에서의 상징적 자기-완성은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 위해 여러 가지 가능성들을 닫아버리거나 포기하는 헌신”을 어리석다고 여기는 데서 출발한다(Sennett, 2009: 231). 이 사회는 어느 한 가지 때문에 다른 것들을 희생하지 말라고 닦달한다. 누구와도 일할 수 있고, 여러 다양한 영역에서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취미활동 면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긍정적 자아 정의(positive self-definition)이기 때문이다.

    세넷의 논의는 과잉긍정이 스스로를 얼마나 착취할 수 있는지 보여준 “피로사회”의 “성과주의” 특성과도 일맥상통한다(한병철, 2012). ‘넌 할 수 있으니까, 이 사회구조적 장애를 넘어서봐. 스스로를 성공의 도구로 여기고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발굴·활용하라’는 논리는 사회적 약자들이 경험하는 불평등의 원인을 ‘사회적인 것’이 아닌, ‘개인적인 것’으로 환원시킨다. “자연과학 및 공학은 남성들이 주로 하는 전공이자 직업”이라는 기존의 태도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이 태도가 어떠한 불평등 관행을 양산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지 않고, 이 태도 때문에 발생한 인지부조화의 경험을 나만의 문제로만 생각하게 만든다.

    여성과학기술인들의 상징적 자기-완성에의 노력을 개인적 차원이 아닌 사회적 차원으로 고찰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한계를 드러낸 여성과학기술인 지원 정책에 있다. 여성과학기술인 지원 정책은 여성인력의 채용과 활용에 집중하며 소수자인 여성들을 이미 약자로 규정하고 이들을 다수(남성) 사회에 성공적으로 편입시키려는 시도에 주력해 왔다.

    과학기술분야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성공적 경력 유지는 한국만의 관심사는 아니다. 미국자료교환대학연합(AAUDE)과 미국과학재단(NSF)은 과학기술관련 전공 여학생 비율이 40%이하(공학의 경우 20%)에 여전히 정체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고,14) 꾸준히 여성의 과학기술분야 진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한국의 여성과학기술인 지원 정책이 여성인재의 육성과 활용(고용)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이은경, 2012), 미국과학재단의 ADVANCE 프로그램 등은 조직의 구조적 변화를 지원정책의 가장 우위에 두고 있다.15)

    한국의 여성과학기술인 지원 정책은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마련하고, 채용할당제를 통한 고용과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 지원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갖추었으나, 채용과 활용 이후의 상황, 특히 여성들의 입장과 세력화(empowering) 문제에 대한 관심은 아직 미미하다. 이미 과학기술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들이 스스로 ‘무엇이 문제’인지 도출할 기회가 적다보니, 고용과 생존의 문제, 즉 ‘남성 성공 모델 추격형’ 전략만이 중요시된다. 다수자인 남성 과학기술인이 행동의 준거가 되는 것은 사회화 과정의 맥락에서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채용과 활용에의 집중은 여성들이 “어떻게 고용되었는데, 무조건 살아남아야 한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이는 또다시 상징적 자기-완성에 몰두하는 악순환을 유도한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여성과학기술인 양성과 활용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다른 점은 이미 그들은 많은 제도 실행 경험을 통하여 여성 스스로가 보다 다양한 문제들을 도출하고 제기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세력화, empowering)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했다는 데 있다. 그래서 이들은 조직사회문화의 변화 혹은 혁신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지, 여성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키우고 청취할 것인지를 더 많이 고민한다. 인재 양성과 활용을 중심으로 한 여성과학기술인 지원 법률과 정책은 경쟁과 개발, 이를 통한 성장에 발목이 잡힌 여성들의 고통, 즉 ‘인지부조화’와 ‘상징적 자기-완성에의 스트레스’를 겪는 여성들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

    국가가 정책적으로 ‘생존의 문제’를 부각시키는 상황과 생존의 문제는 ‘나에게 전적으로 달려있다’는 자기계발서의 질책은 수퍼우먼을 지향하게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열패감을 선사한다. 개인적 열패감은 한 조직 사회의 집단 간 권력 관계를 더욱 고착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수퍼우먼에 대한 열패감은 오랜 시간 동안 남성만의 세계였던 과학기술사회에서 여성을 더욱 더 주변화 시키고 기존의 소수자로의 위치와 중심부와의 열등한 관계에 더욱 의존하게 만든다.

    일자리를 가졌다는 측면에서는 독립성을 확보했지만, 아내나 어머니로서 완벽하지 못하다는 심리적 열패감에 약자가 되고, 남성과 똑같은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역시 직장에서도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수퍼우먼 신화의 추종자들은, 불행하게도, 그들이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전통적인 성역할 관습을 답습하고 강화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이끌고 있으며, 또한, 두 가지 역할 모두의 성공적 수행이라는 과중함은, 공적 공간뿐 아닌 사적인 공간에서도 모두 여성들을 약자의 위치에 처하게 한다.

    무엇보다도, 수퍼우먼 신드롬은 월등한 능력으로 전문성과 여성성 모두를 성공적으로 획득하는 여성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지만, 과학기술 전공자 집단 내에서 여성이라는 소수자들이 정체성을 통한 정치, 세력화를 모색할 수 있는 여지를 불식시킨다. 또한, 수퍼우먼 신드롬이 성공적으로 확산되고 끊임없이 재생산될수록, 지금까지 과학기술 공동체가 유지해 왔던 남성중심적 규범과 ‘다름’에 대한 배타성, 그리고 여성들의 소수자 지위와 그에 따른 불이익한 조치 관행이 더욱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다.

    ‘수퍼’하지 못한 ‘수퍼우먼의 비애’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13)집담회에서 몇몇 참여자들은 IMF 당시 많은 동료 여성과학기술인들이 퇴직하거나 이직했던 경험을 이야기 하며, 여성이기 때문에 명예퇴직과 이직의 우선 대상이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14)Association of American Universities Data Exchange의 2013년 “Women in the Academic Pipeline for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 Nationally and At AAUDE Institutions” 발표문과 National Science Foundation의 “Science and Engineering Indicators 2014” 참조.  15)National Science Foundation의 “Advance: Increasing the Participation and Advancement of Women in Academic Science and Engineering Careers)” 프로그램은 Institutional Transformation 사업 신청 학교나 과학기술관련 조직들이 여성과 소수인종 등 지금까지 과학기술분야에서 비주류였던 구성원들에 우호적인 조직 변화를 가시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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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테이블
  • [ <그림 1> ]  인지부조화 형성 과정
    인지부조화 형성 과정
  • [ <그림 2> ]  FGI 설계
    FGI 설계
  • [ <표 1> ]  여성과학기술인 면접조사 대상자의 특성
    여성과학기술인 면접조사 대상자의 특성
  • [ <표 2> ]  여성과학기술인의 인지부조화 경험 개념의 범주화
    여성과학기술인의 인지부조화 경험 개념의 범주화
  • [ <그림 3> ]  분석의 틀: 여성과학기술인의 인지부조화 해소 전략과 그 결과
    분석의 틀: 여성과학기술인의 인지부조화 해소 전략과 그 결과
  • [ <그림4> ]  일과 가정생활 중 더 중요한 것에 대한 성별 응답 결과
    일과 가정생활 중 더 중요한 것에 대한 성별 응답 결과
  • [ <표 3> ]  조직 내 소수자들의 인지부조화 경험과 해소 전략 비교11)
    조직 내 소수자들의 인지부조화 경험과 해소 전략 비교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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