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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대단위 한국어 수업을 위한 역진행 수업(flipped classroom) 모형 개발 연구* A Study of Flipped Classroom Model for Large-scale Korean Language Teaching Method
  • 비영리 CC BY-NC
ABSTRACT
대단위 한국어 수업을 위한 역진행 수업(flipped classroom) 모형 개발 연구*
KEYWORD
한국어 수업 , 교실 운영 , 수업 모형 개발 , 대단위 수업 , 역진행 학습 , 학습자 중심 수업
  • 1. 들어가며

    본 연구는 한국 대학의 학부에 개설되어 있는 의사소통능력 배양 목적의 한국어 수업의 특성을 살펴보고, 이러한 특성에 적합한 수업 모형을 제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어교육은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대학에서 한국어로 학문을 하기 위한 학습자, 즉 학문 목적 한국어 학습자의 확대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12년 기준 86,878명으로, 2000년 이래로 연평균 48.3%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1) 학문 목적 한국어 학습자가 확대됨에 따라 2010년 9월 교육부에서는 외국인들의 대학 입학 자격을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으로 설정하였으며, 각 대학에 이러한 자격을 갖춘 학습자들에 한해 입학 자격을 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 수준은 대학에서 학업을 수행하는 것은 물론 내국인 학생들과 원활하게 의사소통하기에도 다소 어려움이 있는 수 준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이는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이기에 실제 대학에 입학하는 학습자들 가운데 이러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학습자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기에 대다수의 외국인 유학생들은 대학 입학 후에도 한국어교육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이에 각 대학에서 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한국어 수업을 개설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 대학에서 개설 중인 한국어 수업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는데, 대학에서 학업을 수행하는 데에 필요한 학업 기술(study skill)을 포함한 학문 목적의 한국어 수업과 일반적인 한국어 의사소통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수업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전자의 경우 2000년대 학문 목적 한국어 학습자의 확대와 함께 지속적으로 연구가 되어 왔으며, 이러한 연구들의 결과로 최근에는 학문 목적 한국어에 맞는 기능 분리형 교재도 개발되는 등 다양한 각도에서 교육적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다. 하지만 후자, 학부 수준에서 개설되는 의사소통능력 배양 목적 한국어 수업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으며 학부 수업 환경에 특화된 교재에 대한 개발이 부족해 기존 한국어교육 기관에서 사용하던 통합 교재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겠다. 대학 부설 한국어교육 기관의 정규 프로그램은 기관별로 다소 차이는 있을 것이나, 대개 1학기 200시간(10주)을 기준으로 1일 4시간의 수업을 구성하고 있다.2) 하지만 대학 학부에서 개설하는 수업의 경우 대부분 학점 단위로 수업이 개설되며, 16주를 기준으로 일주일에 약 3∼4시간 내외의 수업을 한 학기 동안 운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수업의 목적이 동일하더라도 환경적 요소가 달라지면 수업 운영 방식은 차이가 나야 할 것이며 또한 해당 수업을 수강하는 구성원들의 수준이나 인원수에 따라서 도 그 접근 방식이 달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업의 특성을 고려한 연구는 그간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3)

    이에 본 연구에서는 대학 내에 개설된 의사소통능력 배양 목적의 한국어 수업에 대한 현황과 특성을 살펴보고, 이러한 수업에 적합한 수업 모형을 제언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는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역진행 수업(flipped classroom) 모형을 현재 학부에 개설되는 한국어 수업의 대안점으로 보고, 이 모형을 한국어 수업에 적용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1)한국교육개발원교육통계연보  2)홈페이지에 교육과정을 공개하고 있는 전국 한국어교육기관 30여 개를 대상으로 살펴본 결과이다.  3)한국어 수업 모형에 대한 연구는 학위 논문과 학술지 논문을 통해 연구된 바가 있으나, 주로 학문 목적 학습자의 특화된 수업(장향실·김서형(2009); 이지용(2012)등)이나, 이미혜(2011)과 같이 매체를 활용한 수업 모형 등 특별 수업의 형태에 대한 연구들이 주로 이루어졌으며, 전체 수업을 이끌어갈 모형에 대한 연구는 일반 목적 한국어 수업에 있어 수준별 수업 방식을 제안한 김서형(2012)의 연구 정도가 있다.

    2. 대학 내 한국어 수업 현황

    교수 설계와 관련된 연구들은 보편성을 가지기보다 상황적인 특성을 가진다. 하나의 상황에서는 최상으로 작용하는 하나의 방법이 있고 또 다른 상황에서는 또 다른 방법이 최상이 될 수 있는데(Reigeluth,1999), 그렇기 때문에 본 연구와 같이 수업 모형을 형성하는 연구에서는 분석의 대상이 되는 수업과 모형을 적용시킬 수업을 가능한 일치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본고에서는 추후에 수업 모형을 적용해 볼 수 있는 곳으로, 서울 지역의 2개 대학과 충청권 지역의 2개 대학을 선정하여 이들 대학에서 개설 중인 학부 단위의 한국어 수업의 특성을 살펴보도록 할 것이다.4) 수업에 대한 분석은 교수 발생 조건인 학습 내용, 학습자 특성, 학습 환경, 수업 모형 개발의 제약 요소 등을 중심으로 살펴봤으며, 이들 수업을 운영하는 6명의 담당 교수를 대상으로 수업 진행 방식에 대한 내용을 조사하였다.

    [<표 1>] 학부 개설 의사소통 목적의 한국어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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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부 개설 의사소통 목적의 한국어 수업

    조사 대상 학교의 수업들 중 한국어 의사소통능력 배양을 목적으로 한 한국어 수업은 「한국어 초, 중, 고급」이나 「생활, 실용, 시사 한국어」, 「교양 한국어Ⅰ, Ⅱ」와 같은 이름으로 개설되고 있었다. 학교에 따라 이러한 목적의 수업을 초급, 중급, 고급으로 구분하여 개설하거나 중급, 고급에 한해 수업을 개설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수업 내용으로는 한국어 의사소통능력 배양을 위한 내용들로 회화 중심의 수업을 표방하고 있으며, 일부 고급 수업의 경우 ‘교양 국어’ 수준의 내용이나 ‘한국어능력시험(TOPIK) 대비’와 관련된 내용들을 추가로 다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들 수업의 구성원들은 교환학생과 학부생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 반의 인원은 적게는 30명 내외에서 많게는 45명 내외로 나타났는데, 이는 대학 부설 한국어교육 기관에서의 한 반 구성이 15명 내외인 것에 비해 약 2∼3배가량 많은 학습자들로 구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수업은 학부의 학기 운영과 같은 16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 3∼4시간, 1일 75분∼2시간 사이의 수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수업에서 활용되는 주교재는 대부분 대학 부설 한국어교육 기관에서 개발한 통합 한국어 교재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에 개설된 한국어 수업은 초·중·고급으로 편성되었는데 이는 기존 한국어교육 기관에서 설정한 6단계(1급∼6급)에 비해 세분화되어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3단계 편성이 이루질 경우 동일한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 내에서 상당한 수준 차이가 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게다가 반 편성 방식이 학습자 레벨테스트에 의한 편성이 아닌 학습자들의 자율적인 수강신청을 허용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5) 교실 내 학습자들의 수준 격차는 더욱 심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수업에 사용되는 교재는 기존 한국어교육 기관에서 정규과정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통합 교재를 사용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이들 수업을 운영하는 담당 교수들을 6명을 대상으로 수업 진행 방식에 대한 부분을 조사하였는데, 수업을 운영하는 주된 방식으로 서 교수 주도의 강의와 학습자 주도의 활동에 대한 비중 그리고 각 방식에 대한 세부 활동을 조사하였다.

    [<표 2>] 학부 한국어 수업의 운영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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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부 한국어 수업의 운영 방식

    앞의 표를 보면 1차시 수업을 이끄는 주된 방식은 강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업 시간의 비중으로는 교수 주도의 강의가 학생 주도의 활동 시간에 비해 약 두 배 이상 할애되고 있는 실정이었는데, 이는 약 75분의 수업에서 출석 체크, 수업 마무리 등의 시간을 제외하고 남은 60여 분 동안 일정 분량의 진도를 나가기 위해서 취한 방법으로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세부 활동들을 살펴보면 담당 교수의 활동으로는 문형의 제시 및 설명(의미, 형태, 화용), 어휘 설명, 전체를 대상으로 한 단순 교체 연습과 학습자들이 연습한 연습 문제에 대한 풀이 등이 있었으며, 학습자 활동으로 교재/워크북의 어휘 연습 활동, 문장 연습 활동, 과제 활동 등 교재 내에 제시된 연습 문제를 푸는 것 위주의 활동들을 실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차시의 수업에서 단체 드릴과 교재 내 문장 생성 연습 정도에서만 학생들의 발화 기회가 부여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나마 도 학생에게 유의미한 생산 발화가 아닌 통제된 발화라는 점에서 의사소통능력 배양을 위한 한국어 회화 수업이라는 목적과 내용에 부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겠다. 위 수업의 세부활동들을 일반적인 수업 모형(도입→제시/설명→연습→사용→마무리)에 대입해 보면 상당 부분이 ‘제시/설명’과 ‘연습’의 일부분에6) 집중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의사소통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수업이라면 교수자 주도의 강의에 비해 학습자의 중심의 유의미적 연습과 과제를 통한 사용 연습이 충분히 이루어져야만 한다. 한국어교육 기관에서 개발한 교재의 경우 교사의 ‘제시/설명’에 비해 후반으로 갈수록 학습자 주도의 활동에 비중이 커지며 발화의 기회를 부여하고 있으나, 수업 시간 제한과 반 구성원 수의 문제로 인해 기존 교재를 통한 의사소통적 수업은 실현되기 어려운 것으로 보였다. <표 1>, <표 2>에서 볼 수 있듯 학부 수준에서 개설된 한국어 수업은 의사소통능력 배양이라는 목적과 그에 따른 회화 수업을 표방하고 있으나 수업 환경적 문제로 인해 이러한 목표와 거리가 있는 지식 전달 위주의 강의식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라 할 수 있다.

    이들 수업의 형태와 수업 진행 방식이 한국 대학에서 개설된 한국어 수업의 일반적이며 전형적인 형태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교육 환경적인 측면에서 학점 단위의 수업으로 일주일에 제공 받는 수업 시간이 주당 4시간을 넘기가 어렵다는 점, 교양 수업으로서 한 반의 학습자 인원수가 한국어교육 기관의 한 반의 학습자 수에 비해 월등히 많을 것이라는 점 등은 대학 학부에서 한국어 수업을 개설하게 된다면 겪게 될 공통적인 문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 대학 내 학문 목적 학습자들이 증가하게 된다고 하면 이러한 대단위 한국어 수업의 개설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대단위 수업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전략이 포함된 수업 모형에 대한 개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4)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자료만을 대상으로 조사할 경우 수업의 내용과 성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며, 또한 수업 운영 방식에 대한 정보를 얻기 힘들어 해당 학교에서 수업을 담당하는 교수를 대상으로 자료를 수집하였다.  5)해당 대학 수업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학부 수업의 경우 학점과 직결되어 외국인 학부생들의 경우 자신의 한국어 수준보다 낮은 수준의 수업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업 담당 교수가 약식으로나마 레벨테스트를 실시하나 수강 신청 권한이 학생이 있으며, 수업 개설에 대한 행정적 문제 등으로 인해 학습자 수준의 혼재는 원천적으로 막을 수가 없는 실정이었다.  6)학습자들이 하는 활동들을 살펴보면 ‘연습’ 역시도 대부분 단순한 기계적 연습 위주로 실시하고 있었다.

    3. 역진행 수업(flipped classroom)과 한국어 수업

    앞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대학에서 운영 중인 의사소통 목적의 한국어 수업들은 부족한 수업 시간과 대규모로 구성된 학습 인원으로 인하여 의사소통능력 배양 목적의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 환경적인 면에서부터 내용, 교수 방법적인 면까지 모두 수업의 목적에 적합한 형태로 개선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다. 하지만 교육의 환경적인 부분을 개선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현시점에서는 이들 교육 목적과 환경에 적합한 수업 모형을 개발하고 이후 이를 바탕으로 수업 운영 방식에 부합하는 교재를 개발하는 것이 차선책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본 절에서는 대단위 학부 수업 환경에서 적합한 의사소통 목적의 한국어 수업 모형을 개발하고자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역진행 수업(flipped classroom)7) 모형의 특성을 알아보고 대단위 한국어 수업으로의 적용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990년대에 들어 교실 수업에서 강의를 보조하는 컴퓨터 기반의 학습자료 개발이 활성화 되었으며 이러한 수업 방식은 이후 2000년대에 들어 더욱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역진행 수업(flipped classroom) 모형은 교육 공학적 도움을 통해 전통적인 수업 방식의 변화를 꾀하여 학생들의 학습을 촉진시키고자 하는 일종의 시도(Bergmann& Sams, 2012)라고 할 수 있다. 이 수업 모형은 온라인 형태의 각종 자료들을 통해 학습자에게 사전에 과제를 부여하고, 해당 과제를 바탕으로 교실 수업에서는 다양한 학습활동을 실시함으로써 전통적인 강의식 수업 방식을 뒤집어 놓은 형태를 취하고 있다(Bull, Ferster & Kjellstorm, 2012).

    <표 3>에서 볼 수 있듯 역진행 수업은 교실 수업에서의 활동과 집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자의 활동이 역전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통적인 수업이 교사 주도의 강의와 이에 대한 학습자의 과제 수행을 통한 강화가 주된 흐름이라면, 역진행 수업에서는 학습 자료를 통한 자가 학습과 이를 강화하기 위한 활동 중심의 교실 수업이 주된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수업 모형에서는 학습자들이 수업에 필요한 필수 개념 학습을 다양한 학습 자원을 통해 사전에 학습을 하고 교실에서는 상호작용에 기반을 둔 의미있는 경험을 통해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Bergman & Sams, 2012). 이러한 수업 형태는 현재 영미권 대학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국내외에서 이러한 수업 모형의 효과를 검증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9)

    [<표 3>] 전통적인 수업과 역진행 수업의 절차적 특징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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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적인 수업과 역진행 수업의 절차적 특징8)

    이민경(2014:93) 에 따르면 이러한 역진행 수업 모형은 네 가지 차원에서 특징을 가진다고 하였는데, 먼저 교사의 역할 변화이다. 전통적인 수업에서 통제적인 감독자 역할 혹은 지식 전달자로 존재했던 교사는 역진행 수업에서는 학생들의 학습을 돕는 조력자로 역할이 바뀌게 되며 이는 학습자 중심의 수업으로의 변화를 도모한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강의 중심 수업에서 수동적이던 학습자들이 수업의 주체로 역할 전이가 이루어지고 그에 따라 교실에 주도적으로 학습에 임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획일적이고 표준화된 수업에서 다양하고 개별화된 수업이 가능해진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학생들이 집에서 수업 내용을 미리 학습하면서 자신이 모르는 것을 노트해 오거나 질문을 적어 오고, 교사는 이를 수업 시간에 학습자의 이해 정도에 따라 적절하게 지도해 주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통적인 수업 방식에서는 학습 능력이 뒤쳐진 학생들은 교실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많았지만 학습자의 수준에 맞는 지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소외받는 학생들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민주적이고 공평한 교실 수업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한국어 수업의 단계 중 ‘제시/설명’ 단계는 교수자 주도성을 띠게 되고 ‘연습’과 ‘사용’ 단계에서 학습자 주도성을 띠게 되는데 학습자 주도의 ‘연습’, ‘사용’ 단계에 대한 활성화가 이루어질 때 보다 의사소통적이며 역동적인 한국어 수업이 실현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던 수업의 환경적인 제한으로 수업의 상당 부분을 교수자 중심의 ‘제시/설명’ 단계 할애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교실에서의 학습자 중심 의사소통 활동을 독려하는 역진행 수업 모형이 강의식 한국어 수업을 학습자 중심의 의사소통적 수업으로 전환하는 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연구들을 보면 역진행 수업(flipped classroom)의 효과를 검증한 것을 볼 수 있으나10), 역진행 수업이 과연 의사소통능력 배양 목적의 한국어 수업의 목적을 반영할 수 있는지 또한 실현이 가능한지에 검토하기 위해서는 역진행 수업이 실현되기 위한 전제 조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역진행 수업 모형을 적용한 연구들을 보면 대부분 개념, 지식 학습과 내용 강화라는 특성을 가지는 내용 중심 교과에서 적용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11) 하지만 의사소통능력 배양의 한국어 수업의 경우 기본적으로 개념 학습과 같은 내용 학습이 아닌 언어 사용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외국어 학습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는 교실 학습과 자가 학습에서 플리핑(Flipping)될 부분을 어느 부분으로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와 맞물려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적절한 플리핑(Flipping) 설정이 역진행 수업의 중요한 전제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사가 재택 과제를 어느 선까지 또한 어떤 방식으로 제공하느냐에 따라 교실에서의 활동의 성격과 학습자의 참여 방식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Mike Tenneson & Bob McGlasson(2006)에서는 역진행 수업을 적용함에 있어 교사는 교실에서의 교수 과정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플리핑(Flipping)을 설정해야 함을 강조한 바 있다. 한국어 수업에서 과연 지식이 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에 대한 것과 이러한 지식이 스스로 학습을 할 수 있는 수준의 내용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역진행 부분에 대해 학습 자료를 제공 방식의 문제이다. 역진행 수업 모형은 기본적으로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12)을 전제로 개발이 되었는데, 학생들은 수업에 앞서 담당 교수가 제공하는 학습 자료를 공부하고 교실 수업에 참여하도록 되어 있다. 이들 학습 자료는 온라인 기반의 자료들, 이를테면 동영상, 팟케스트, 웹사이트 등을 활용하고 있으며 책이나 PPT 등의 자료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매체 활용이 준비되지 않은, 혹은 준비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제공할 수 있는 학습 자료가 상당 부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어교육에 있어 멀티미디어 자료들의 경우 교실 수업의 보조적인 도구로 활용된 바가 있으나, 주도적인 역할로 개발된 바가 많지 않기에 이에 대한 자료와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추후 핵심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현 시점에서는 학습 자료를 PPT나 학습지(handout) 형태로 제공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것이며, 매체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그리고 종이 기반의 자료를 통해 어느 정도의 내용을 구현할 것인지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끝으로 자가 학습을 한 것을 교실 활동에서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이를 위해 수행되어야 할 교실 활동은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하겠다. 기존 한국어교육 기관의 수업에서는 교수자에 의한 ‘제시/설명’과 ‘연습’ 단계를 통해 예상된 학습자의 오류를 최대한 방지할 수 있으며, 학습자 주도의 의사소통 활동 역시도 비교적 정해진 학습자 수(15명 내외)에서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40명 내외의 대단위 수업에서 교수자 주도의 강의가 없이 학습자들만의 의사소통 활동을 어떠한 방식과 절차로 구성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위의 사항들 중 온라인 시스템과 멀티미디어 자료 개발에 대한 부분이 해결될 때 온전한 형태의 역진행 수업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부분은 제한된 수업 시간에 많은 수의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의사소통 중심의 수업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온라인 시스템과 자료 개발에 앞서 역진행 수업 모형이 학부에 개설되는 한국어 수업에 적용될 수 있는지를 시도해 보는 것이 우선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 제안하는 수업 모형은 온라인 시스템과 멀티미디어 자료 개발을 종이 기반 학습지로 대체할 것을 전제로 하여 모형 개발을 실시하도록 할 것이다.

    7)flipped classroom은 국내에는 ‘거꾸로 교실’, ‘뒤집힌 교실’ 등의 용어로 소개되었으나, 본 연구에서는 일반적인 수업 진행을 뒤집어 운영한다는 점에서 ‘역진행 수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도록 하겠다.  8)Bergmann, & Sams(2012)와 퀸즐랜드 대학 교수학습 사이트를 참조하였다.  9)국내 연구로는 이민경(2014), 정민(2014)등이 있다. 스탠퍼드, MIT, 하버드, 버클리, 퀸즐랜드 대학 등에서 전공수업에 역진행 수업 모형을 적용하고 있으며, 이 수업 모형은 학습자 만족도와 수업 운영의 경제적면에서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의 경우 카이스트에 이와 같은 역진행 수업을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뉴시스》, 2012년 2월 13일자 보도 참조).  10)Tucker(2012)에서는 수업 중도 탈락률이 감소하게 되었다는 점과 학습하게 된 정보의 양이 전통적인 방식에 비해 늘어났다는 것을 역진행 수업의 효과로 언급한 바 있다.  11)이들과 관련된 학습 효과 연구는 주로 화학, 경영학 등의 교과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12)두 가지 이상의 학습 방법을 결합하여 이루어지는 학습이다. 일반적으로는 온라인 학습과 면대면 학습이 혼합된 학습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4. 대단위 한국어 수업 모형 개발

       4.1. 연구 방법 및 절차

    본 연구는 수업 모형 개발에 대한 연구로 형성적 연구의 특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형성적 연구 방법은 이론에 관한 사례를 개발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최초 설계하는 모형은 해당 이론이 제시하는 지침을 전적으로 의지하되 직관을 사용하지 않고 특정 교수 설계 이론에 기반을 두어 개발된다. 개발된 모형은 형성 평가 기법들을 활용하여 형성적으로 평가를 하고 수정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Reigeluth, 1999).

    수업 모형을 개발하는 연구는 전문가의 시각과 주관적 시간이 혼재되어 나타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는 만큼 본 연구에서는 Lincoln & Guba(1985)에서 제안한 타당도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을 참조하였다. 먼저 해당 현상을 다양한 방법으로 고찰하기 위해서여 각 분야의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였으며, 삼각검증, 즉 이론적 다각 검증, 방법의 다각 검증, 자료의 다각 검증을 통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모형 개발 과정에서 나타는 현상은 전후 맥락을 최대한 보존하여 기술하고 형성 과정에 반영하였다.13)

    최초 모형 설계는 3명의 전문가가 대단위 한국어 수업 모형의 배경과 관련 이론들을 검토하였다. 세 명의 전문가 집단은 한국어교육을 전공한 2인과 교육공학을 전공한 1인으로 구성되었으며 세 명 모두 학부 개설의 한국어 수업에 대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로 구성하였다.

    [<표 4>] 수업 모형 개발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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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 모형 개발 전문가

    이들 세 명의 전문가는 먼저 역진행 수업 모형의 기본틀을 구성한 후 한국어 수업에 적합하게 각 세부 내용을 채워나가는 방식을 취하였다. 이 과정에서 교육공학 전문가는 역진행 수업 모형을 대학 수업 단위의 한국어 수업에 적용하였을 때 단계와 절차, 시간 운용 등에 대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논의하였으며, 한국어교육 전문가는 역진행 수업 모형으로 전환 시 플리핑이 되어야 하는 부분, 각 단계별 세부 활동, 현장 적용 가능성 등에 대한 부분을 보다 집중적으로 논의하였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1차로 수업 모형을 개발하였으며, 이 모형을 바탕으로 4개 대학 8개 수업에 시범적으로 운영을 하였다. 수업은 현재 개설될 강좌에 특별 수업 형태로 진행되었으며 1주일간 2회에 걸쳐 실시되었다. 수업 진행은 2014년 9월 29일 ∼ 2014년 10월 8일까지 각 반별로 2회에 걸쳐 실시하였다.

    [<표 5>] 역진행 수업 모형 적용 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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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진행 수업 모형 적용 과목

    과목별 담당 교수 6인은 먼저 모형에 대한 이해를 통해 현재 담당하고 있는 강의에 적합한 2회 분량의 수업 자료를 개발하고14) 수업 자료에 대해 3인의 전문가와 협의하여 내용 전달 수준과 범위를 검토하였고 레이아웃 등 학습 자료 양식을 통일하였다.15)

    1차시 수업은 담당 교수와 학생들 모두 모형에 익숙해지는 데에 필요한 시간으로 보았으며, 2차시 수업을 실시한 후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담당 교수가 집단 면담을 실시하였다. 면담한 내용과 담당 교수들의 의견을 이메일을 통해 수합하였다. 이후 수합한 내용을 바탕으로 전문가 3인과 담당 교수 6인이 협의를 실시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논의된 사항을 바탕으로 수정 모형을 개발하였다.

    수업 모형 개발은 크게 분석, 설계, 검토, 개발의 단계를 거쳤으며 각 단계별로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논의되었다.16)

    [<표 6>] 한국어 수업 모형 개발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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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어 수업 모형 개발 절차

    대단위 한국어 수업 모형에 대한 개발은 다음과 같은 절차로 이루어진다. 먼저, 연구자에 의한 문헌 연구와 사례 조사, 그리고 이론 고찰을 통해 모형 개발의 배경이 되는 제반 사항을 분석하도록 한다. 이후 분석 내용을 바탕으로 연구자를 포함한 관련 전문가 3인의 협의를 통해 대단위 한국어 수업 모형의 기본형(prototype)을 설계한다. 이렇게 개발된 역진행 수업 모형은 4개 대학 8개 반에서 시범적으로 운영을 해 본 후, 해당 수업을 담당한 6인의 교수들로부터 수업 진행상의 문제점과 보완점에 대한 의견을 받고 협의를 할 것이다. 이러한 협의를 통해 수정 모형을 개발한 후 1차시 분에 대해 적용을 실시하도록 할 것이다.

       4.2. 대단위 한국어 수업 모형 개발

    (1) 기본 모형 개발 및 적용

    문헌 연구와 교육 현장에 대한 분석 이후 전문가 3인이 협의를 통해 대단위 한국어 수업의 기본 모형을 다음과 같은 단계로 구성하였다.

    [<표 7>] 대단위 한국어 수업 기본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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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단위 한국어 수업 기본 모형

    수업은 전체 6단계로 구성하였다. 먼저 0단계에서는 전 차시에 예습용 수업 관련 자료를 제공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 학습지에서 포함될 내용은 이후 배우게 될 문법 항목에 대한 ‘제시/설명’부분과 ‘연습’의 일부분이라 할 수 있다. 다룰 문법 항목에 대한 설명은 문법 항목이 가지는 의미 정보와 형태 정보, 화용 정보 가운데 의미와 형태 정보를 한국어와 모국어로 제공해줌으로써 학습자의 이해를 도모하고자 하였다.18) 이 가운데 화용 정보의 경우 학습지 형태만으로 그 사용 맥락을 구현해주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이 부분은 멀티미디어 기반의 자료 개발이 가능할 때 제공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더불어 ‘연습’ 단계 중 단순 연습(Drill)에 해당되는 부분을 학습자가 자가 학습으로 수행해야 할 부분으로 제공하였다. 단순 연습 문제는 형태 정보에 기반을 한 단어 단위의 교체 연습에서부터 문장 단위의 생산 연습까지를 제공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고 이러한 방식의 학습지를 구성할 것을 수업 담당 교수에게 요청하였다.

    1단계 학습지 리뷰 단계는 실제 본 수업이 시작되는 단계로 교사 주도의 학습지에 제공된 문법에 대한 리뷰가 이어지는데, 이 단계에서는 한국어 수업의 도입 단계에서 맥락 정보를 이용하여 문법의 화용적 특성을 보여주었듯, 담당 교수의 도입과 질문에 학습자들이 문법을 활용하며 대답이 이어질 수 있도록 지도할 것을 요청하였다. 그리고 전 차시 제공된 학습지의 내용 중 중요한 내용에 대한 전체 확인 단계를 통해 학습 상태를 점검하도록 하였다. 이후 2단계는 본격적인 과제 활동 단계로서 먼저 교사의 과제에 대한 설명 및 시범이 이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학습자들은 작은 담화 수준의 짝 활동을 실시하고 이후 보다 큰 담화 단위의 활동을 실시하는데 여기에서는 2인 이상 의사소통이 가능한 과제를 포함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러한 활동이 진행되는 중에는 교사는 순회 지도를 하며 학습자들이 생산하는 오류들을 점검 및 수집하도록 하였다. 다음 3단계에서는 수행했던 과제 활동에 대한 리뷰 단계로서 과제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모범 담화를 함께 확인하고 학습자들이 생산한 담화들을 스스로 평가하는 시간을 갖고 교수가 순회 지도를 하며 수집한 오류들 중 교정이 필요한 것들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4단계와 5단계는 2, 3단계의 반복으로서 새로운 문법 항목을 활용하여 과제를 수행하고 확인을 하는 단계라고 하겠다. 5단계의 경우 수업의 마무리 단계로 해당 수업에서 확인 2가지 과제에 대한 리뷰를 실시한다.

    이러한 절차를 바탕으로 6인의 담당 교수들은 현재 진행 중인 수업 중 일부를 역진행 학습 모형에 맞게 바꾸고 이에 필요한 자료를 개발하였다. 75분 수업을 기준으로 한 차시에 2-3개19)의 문법 항목과 해당 문법 항목을 활용한 과제 활동 2-3개를 수행할 수 있도록 요청하였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자료를 개발하고 이후 두 차례의 수업을 실시하였다. 2차시 수업 이후 학습자와의 전체 면담을 통해 수업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담당 교수들의 의견을 수합하였다.20)

    [<표 8>] 역진행 한국어 수업 운영 후 관련 논의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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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진행 한국어 수업 운영 후 관련 논의 사항

    두 차례의 수업 시연 후 담당 교수들을 대상으로 위의 여섯 항목에 대해 의견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수합된 의견을 보면 대체로 모형에 대한 이해와 실현 가능성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특히 회화 수업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학습자 발화 기회 제공은 현 대단위 강의식 수업에서 반드시 보완되어야 할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학습자와 담당 교수 모두 해당 수업 방식이 학습자에게 많은 발화의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학습지 제공 방식을 통한 사전 학습에 있어서도 대부분의 학습자들이 어려움 없이 학습을 실시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온라인 매체 기반의 자료가 없다는 점이 모형 개발 과정에서 장애로 작용하였으나, 종이 학습지의 익숙함이 오히려 학습자들에게 친숙하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업 모형을 현장에 적용함에 있어 수정 보완되어야 할 부분으로는 먼저 최소 중급 수준 이상에서 적용하는 적절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시범 운영한 수업 중 2개 반은 초급 수준의 학습자들로 구성된 반이었으며, 이들 학습자들은 언어적 자원이 부족하여 20여 분간 과제 수행을 하는 것은 무리로 보인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한 이 수업 모형의 경우 교재가 없는 이상 교사의 수업 준비량, 특히 과제 개발에 할애 되는 시간이 많으므로 관련 교재가 개발되어야 한다는 점, 학습자 중심의 수업은 학습자의 참여 여부에 따라 수업의 성패가 갈리는 것으로 학습자들을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시킬 다양한 방법이 구안되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구체적으로 플리핑 된 내용에 대해서는 지식 부분이라는 점에서 문법 항목의 의미, 형태 정보 및 어휘 등이 제공되는 것은 적절하나 학습지의 형태가 워크북의 형태와 유사하여 보다 확장된 내용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특히, 교실 수업의 주된 부분이 과제 수행인데 학습자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과제와 관련된 주요 부분, 중급의 경우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경우 자신의 의견을 결정해 오는 등 과제 수행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주고 관련 내용을 준비해 오도록 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또한 1차 모형에서 담당 교수들이 수업 자료를 개발함에 있어 과제의 수를 문법 항목 당 2-3개 정도로 요청하였으나 실제 수업을 해본 결과 학습자들의 과제 수행 시간이 짧게 나타나 보다 다양한 유형의 과제들이 많이 제공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리고 학습자 구성원에 따라 제공된 과제를 지나치게 쉽게 인식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또 반대로 지나치게 어려워하는 학습자들도 존재하여 수준별 유형별 다양한 과제의 개발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업을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 수업 시작 시 학습지에 대한 교사의 리뷰가 지나치게 강의로 갈 수 있음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는데, 학습자에 따라서 부여된 과제를 하지 않고 교사의 리뷰만 듣고 참여하려는 학습자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점들을 바탕으로 리뷰를 교사 중심에서 학습자 중심으로 이양하는 과정의 필요성이 언급되었다.

    교사들과 학습자들의 수업에 대한 만족도는 발화 기회 부여라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았으나 교사들의 입장에서는 순회지도 시 학습자 피드백에 대한 어려움과 개인이 순회지도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조교를 활용하거나 조원 구성 시 조 대표 선정 방식을 통하여 과제 진행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 등이 있었다. 학습자의 입장에서도 발화 기회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으나 자신의 발화에 대한 불안감 등에 대한 의견이 있었다.

    (2) 모형 수정 및 2차 시범 운영

    역진행 한국어 수업을 시범적으로 운영한 후 나온 의견들을 수합하여 보면 모형을 수정하는 데에 고려되어야 항목들은 다음과 같이 범주화할 수 있다.

    [<표 9>] 모형 수정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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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형 수정 방향

    위의 내용을 중심으로 모형 개발 전문가 3인과 담당 교수 6인이 수업의 절차와 내용, 각 세부 활동에 대한 협의를 통해 모형의 수정·보완을 실시하였다.

    2차 수정 모형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역진행 수업 모형이 가지는 본래 취지로 학습자 중심의 상호소통 활동을 하는 부분에 있어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에 대한 부분이었다.21) 또한 학습자의 자기 주도적 학습을 독려하기 위해서 초급 단계보다는 중급 단계를 중심으로 수업 모형을 수정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중급 단계의 학습자들의 경우 한국어 학습에 대한 경험이 있으며, 대학 입학을 위해 이미 기 학습한 문법의 내용이 많아 이에 대한 사용을 독려하는 활동 중심 수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급을 중심으로 모형 수정을 실시하였다.

    다음으로 학습자 수준을 반영하여 조원을 구성하였다. 조원 구성은 후에 있을 교실에서의 학습자 주도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으로, 기존 1차 모형을 활용한 수업에서는 조원들 중 언어적 수준이 높은 한 두 명의 학습자가 과제 수행을 주도하여 일부 학습자들은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이에 수준의 혼재가 아닌 유사 수준의 학습자들로 조원들을 구성함으로써 고른 역할 분배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학습지 내용에 있어서는 문법과 어휘 중심의 학습지에서 과제 수행을 위한 준비 지식적인 측면을 보강하는 방향으로 보완하였다. 실제 학습자 중심으로 과제 수행이 이루어질 때 교수의 의한 과제 설명에 지나치게 시간이 할애되었으며, 또한 이러한 설명 이후 학습자들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내용을 마련하는 시간이 길었기에 과제 수행을 위한 내용 마련을 학습지로 인계함으로써 본격적인 상호소통적인 과제 활동을 수행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자가 학습을 통해 과제 관련 내용 지식을 미리 학습해 옴으로써 역진행 수업의 취지를 더욱 잘 살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또한 학습지에 제공되는 내용의 양을 보다 확대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였다. 학부 단위의 수업에서는 등급 선정 방식이 3단계로만 이루어져 있어 학습자들의 수준이 균일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학습자부터 높은 수준의 학습자들까지 폭넓게 구성되어 있다. 특히 중급 학습자들의 경우 문법 지식에 대한 학습이 이미 이루어진 경우가 많아 높은 수준의 학습자들의 경우 학습지의 문법 항목과 어휘 등의 내용이 지나치게 쉽게 받아들여졌으며 과제 수행 시 시간이 남는 경우가 있었다. 이러한 학습자 수준에 대한 변인에 대해 문법 항목의 수준도 상대적으로 낮은 것에서부터 높은 것으로 과제 준비 지식도 낮은 수준에서부터 높은 수준으로 제공하고자 하였으며 이는 조원 수를 고려하여 선정하였다.

    수업 절차에 있어서는 교수에게 부여되었던 학습지 리뷰와 문법 설명에 대한 부분을 상당 부분 학습자에 이양하고 과제에 대한 시범 부분은 과제 수행 후 단계로 이동하였다. 과제 수행 전 교수가 해당 과제에 대한 모범 대화를 시범적으로 보일 경우 학습자들이 생산하는 발화가 교수가 제공한 담화를 모방하여 만드는 현상을 방지하고 과제 수행에 대한 학습자 자유도를 보다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위의 그림과 같이 4명의 학습자를 한 조로 구성할 경우 각 역할 기존 모형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학습자 1인이 과제 수행을 주도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문법과 과제 수의 확대, 그리고 이에 대한 수행이 교수 시범에서 학습자 중심으로 바뀌면서 각 구성원이 수행해야할 역할도 보다 명확해졌다고 하겠다.

    모든 조의 구성원은 하나의 문법에 대한 리뷰(설명 및 학습지 문제 시범)를 수행해야 하며 하나의 과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부여받게 된다. 이러한 역할 부여는 학습자의 책임의식 고양에도 도움이 되며 문법 학습지를 확인하고 과제를 주도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의사소통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수정한 모형의 각 세부 절차는 다음과 같다.

    [<표 10>] 대단위 한국어 수업 수정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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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단위 한국어 수업 수정 모형

    이러한 수정된 모형을 활용하여 2개 중급반에 1차시의 수업을 실시하였다. 1차 모형을 운영한 바 있어 2차 모형은 적응의 단계를 두지 않고 바로 1차시의 수업을 실시하였다. 1차 시범 운영에서 나왔던 문제점들이 얼마나 해결되었는지에 대해 초점을 두고 수업에 대한 자유 의견을 수합하였다.

    적용 결과 수업 대상이 중급으로 설정되면서 운영에 있어 1차 모형 때보다 수월함을 보였다. 학습지에 제공하는 문법의 수와 과제 관련 내용이 확대되면서 학습자 중심의 과제 활동이 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며, 특히 학습자 수준별로 조를 구성하여 일부 낮은 수준의 학습자들로 구성된 조의 경우 과제의 수를 제한해 줌으로써 학습자의 부담도 줄여 줄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와 학습자의 역할 구분이 보다 명확하게 이루어져 수업 운영에 안정감을 보였다. 문법 설명, 과제 진행 등 학습자 역할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1차 모형에 비해 교수의 순회지도에 대한 시간이 확보된 것으로 나타났으나, 여전히 학습자들의 개별 피드백에 대한 부분은 담당 교수 1인으로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삼각검증은 다양한 증거 자료를 활용하여 다른 자료와 비교해 각각의 자료를 교차 확인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다양한 증거 자료란 한 명의 입장에서 기술된 내용이 아닌 연구자, 실행자, 학생 등 해당 맥락에 참여한 복수의 참여자로부터 받은 의견을 말한다.  14)학기 중인 점을 감안하여 현재 운영 수업의 내용을 고려하여 내용의 연장선에서 교육 자료를 개발하였다.  15)과목 담당교수에게 수업 시간은 75분을 기준으로 내용을 개발할 것을 요청하였다.  16)이러한 절차는 형성 연구의 절차인 ‘이론 선정→사례 설계→형성 자료 수집→수정→제안’의 과정을 참조하여 설정하였다.  17)전문가 집단: 박사학위 3명, 담당교수: 박사학위 2명, 박사수료 4명  18)초급의 경우 모국어가 제공되었으며, 중급의 경우 담당 교수의 판단에 따라 한국어와 모국어를 혼용하거나 한국어만 제공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19)2개의 문법 항목과 그에 따른 과제 활동을 기본으로 하였으나 현재 사용 중 이 교재에서 유사 문법 항목이 함께 제시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여 이런 경우를 고려한 후 수업 구성에 수월하게 자료를 개발하도록 하였다.  20)형성 연구의 핵심적인 부분은 이론에 기반하여 개발된 원형(prototype)을 각각의 사례에서 적용한 후 형성 평가적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현장 적용을 위해 수정 보완되어야 할 부분을 중심으로 의견을 제시해 줄 것으로 요청하였다.  21)각 교수들의 2차 시 수업 후 나온 공통적인 의견은 모형에 대한 취지를 이해하여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나 문법 부분에 있어 여전히 강의에 대한 강박이 작용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중급 학습자들의 경우 해당 교육 내용에 대한 문법 부분에 대한 지식은 이미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이들 지식에 대한 사용을 독려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문법 제시 및 설명이 수업에서 교수자의 전문성을 드러낼 주요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강의를 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5. 나오며

    지금까지 역진행 학습에 기반을 둔 수업 모형을 활용하여 학부 개설의 대단위 한국어 의사소통 수업 모형을 개발하고 또한 적용해 보았다. 이는 학부에서 의사소통 목적의 한국어 수업이 개설되는 배경과 이러한 학부 수업의 환경적 특성를 전제로 실시되었다. 본고에서는 짧은 시간에 많은 수의 학습자들에게 유의미한 의사소통 학습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역진행 방식의 수업을 제안해 보았고 이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장점과 단점 등을 살펴보았다. 앞서 밝혔듯, 역진행 수업은 내용 중심의 교과 수업과 블렌디드 러닝을 기저에 두고 탄생했기에 의사소통 수업에 적용하기에는 아직보완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으며, 모형을 총 3차시에 걸쳐 적용해 보았기에 이러한 모형이 실제 현장에서 적절히 활용되기 위해서는 보다 면밀한 검증의 과정이 필요하며 학습 자료의 개발도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학부 단위의 한국어 수업이 개설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수업 모형 개발에 대한 연구는 의미 있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수업은 환경과 목적, 학습자 구성원에 따라 효율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수업의 환경과 목적을 고려한 모형 개발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도 꾸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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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표 1> ]  학부 개설 의사소통 목적의 한국어 수업
    학부 개설 의사소통 목적의 한국어 수업
  • [ <표 2> ]  학부 한국어 수업의 운영 방식
    학부 한국어 수업의 운영 방식
  • [ <표 3> ]  전통적인 수업과 역진행 수업의 절차적 특징8)
    전통적인 수업과 역진행 수업의 절차적 특징8)
  • [ <그림 1> ]  역진행 수업 모형 적용 시 고려할 사항
    역진행 수업 모형 적용 시 고려할 사항
  • [ <표 4> ]  수업 모형 개발 전문가
    수업 모형 개발 전문가
  • [ <표 5> ]  역진행 수업 모형 적용 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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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표 7> ]  대단위 한국어 수업 기본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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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림 2> ]  조구성과 역할
    조구성과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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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단위 한국어 수업 수정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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