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에게 직접적인 위험이라고 할 수 있는 태풍과 지진, 그리고 원자력사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환경과 개인의 사회적 관계 변화를 고려한 재난 정보 전달체계가 필요하다. 본 연구는 재난의 특성(종류, 재난에 대한 인식)에 따른 미디어 이용의 차이를 살펴보고, 새로운 정보 전달 채널로서 사회적 자본의 역할을 규명해 보고자 했다. 그 결과, 재난의 특성에 따라 미디어 이용에 차이가 있었고, 대면접촉이 재난대비행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인이며, 재난 정보 제공에 있어 전통적 미디어의 여전한 영향력과 함께 디지털 미디어의 활용이 필요함을 밝혔다. 또한, 재난에 대한 인식은 지식차원과 정서차원으로 구분되었는데, 정서차원의 인식이 미디어 이용과 재난대응행동과 보다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오프라인 사회적 자본은 태풍과 지진 발생 시 재난대비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재난 정보 전달 채널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성과와 의미, 한계점을 논의하였다.
It is important to consider major changes in media environment and individual’s social relationships, to come up with an effective counterplan for disasters. This paper investigated the relationships between the characteristics of disasters(typhoon, earthquake, nuclear power plant accident) and media usages, and tried to investigate the role of social capital as a new information delivery channel for disasters. The result identified differences between the characteristics of disasters and media usages, the power of face-to-face contact in the stage of pre-preparedness, and the importance of internet-based media(e.g., internet portal site and SNS), in terms of distribution of disaster-related information. In addition, only affective dimension of the perception of risk characteristics positively related to media usages and pre-preparedness behaviors against disasters. Finally, the results revealed that social capital has a strong influence on disasters such as typhoon and earthquake, and as a result, we confirmed that social capital could play an important role in the disastrous situation. Conclusions, implications, and limitations were also discussed.
오래전부터 정부는 각종 재난에 대비한 경보 시스템을 갖추고 재난 발생 시 최대한 빨리 관련 정보와 대비행동을 전파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준비해 왔다. 그러나 빈번히 일어나는 자연재해인 태풍과 함께 지진과 원자력사고 등의 발생가능성이 증가하면서, 최근 미디어 이용행태의 변화와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를 고려해 효율적인 재난정보 전달체계 구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우리의 미디어 이용행태는 전통적 미디어 이용에서 전통적 미디어와 인터넷 기반의 디지털 미디어 병행 이용으로 전환된 지 오래되었다. 물론 재난 발생 시 TV나 라디오와 같은 전통적 미디어는 주요 재난 정보를 대중에게 제공하는 본연의 역할을 여전히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재난 사례를 보면 인터넷 기반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이용해 재난 시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등 디지털 미디어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2011년 3월 일본 대지진 발생 시 방송과 통신망이 큰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된 SNS는 지인들의 생사를 확인하고 주요 지진 정보를 확인하는 비상통신수단으로 큰 역할을 했다(최재웅, 2012). 지난 2009년 미국 US Airway 소속 비행기가 뉴욕 허드슨강에 비상착륙한 사건에서 트위터가 사건의 발생을 알리는데 큰 영향을 미친 사실은 이제 유명한 일화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디어 이용행태의 변화를 고려해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재난의 특성에 따라 미디어 이용행태가 어떠한지 점검함과 동시에 전통적 미디어와 디지털 미디어 이용이 재난을 대비하는 것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도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우리 국회에서 열린 ‘국가 재난미디어 정책토론회’에서도 재난발생 시 신속하고 정확한 재난 정보 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새로운 미디어의 활용방안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 바 있다.
둘째로, 우리가 생활 속에서 맺는 사회적 관계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인터넷 기반의 미디어 이용이 증가함에 따라 이를 통한 관계 형성이나 사회적 참여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 보급 초기에는 단체로 움직이던 커뮤니티, 카페 등의 관계형성 사이트가 인기를 끌었는데, 점차 개인 블로그를 지나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SNS가 온라인 사회적 관계 형성의 주된 기능을 담당하고 있으며, 여기서 형성된 관계가 오프라인으로 표출되는 단계에 와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재난 정보의 주요 전달 수단으로 떠오른 인터넷 기반의 디지털 미디어 이용행태를 조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고 서로 의지하는지 조사하는 것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재난 발생 시 가장 중요한 것이 재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여러 통로를 통해 수집하고 신속히 전달하여 필요한 재난대비행동을 취하도록 하는 것인데, 바로 이러한 개인의 ‘관계’는 재난 발생 시 필요한 정보의 전달 채널로 작용할 수 있으며 그 채널의 특성이 정보의 특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개인이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 걸쳐 다양한 사람들과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형성하는 무형의 자본을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라 하는데, 개인들은 사회적 자본의 형성을 통해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즉, 사회적 자본은 정보채널의 역할을 수행하며(Coleman, 1988), 따라서 재난대비행동을 유발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본 연구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미디어 이용행태의 변화와 개인들의 재난에 대한 인식 및 재난과 관련한 행동이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분석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여전히 다양한 재난과 마주하고 있으며, 이러한 재난에 대한 정보는 기존의 전통적 미디어뿐만 아니라 고도로 발달한 디지털·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서도 전달되고 있다. 재난에 따라 전통적 미디어와 인터넷 기반의 디지털 미디어 이용이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채널의 특성을 고려해 신속하고 정확한 재난정보 체계를 구축하는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또한, 미디어 환경 변화로 생겨난 새로운 사회적 관계, 즉 온라인 사회적 자본이 기존의 사회적 관계, 즉 오프라인 사회적 자본과 함께 새로운 재난 정보전달의 채널로서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사회적 자본은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참여로 이어질 때 자본으로서 가치를 발휘하는데(Putnam, 1995), 재난 역시 사회적 문제라고 볼 때 이에 대한 사회적 자본의 발현은 또 하나의 재난 정보 채널로서 재난 대비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본 연구의 분석 결과는 정부나 재난정보 전달의 핵심에 있는 방송사들이 재난에 대비함에 있어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에 새롭게 설정되고 있는 미디어 이용과 사회적 자본의 영향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전통적 미디어에 의해 재난 정보가 전달되고 오프라인에서의 사회적 네트워크만이 작동하던 시대와 현재의 차이가 어떤지 이해하는 것이 정부에서 강조하는 효율적인 재난정보 전달체계를 만드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며, 이 점에서 본 연구의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재난 발생 시 미디어의 역할은 개인의 위험인식에 기여하는데 있다(김양은, 1995). 그만큼 일반 개인들은 태풍과 지진, 원자력사고와 같은 재난에 대한 정보를 미디어에 의존한다. 특히 일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지상파방송과 라디오는 재난 발생 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런데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전통적 미디어의 재난방송에 의존해 왔던 재난 정보의 전달 통로가 다양해지고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발달은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해결하면서 인간의 활동 폭을 넓히고 있는데, 원하는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은 전통적 미디어의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하고 있다고 하겠다. 현재 정부와 방송사들은 재난방송온라인시스템(EDBS, Emergency Disaster Broadcasting System)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개인들은 재난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SNS를 통해 얻을 수 있다. 특히 SNS의 경우 이미 재난상황에서 정보를 긴급히 전하는데 매우 유용한 미디어라는 것이 여러 차례 증명된 바 있다. 2011년 3월 일본 대지진에서 방송과 통신이 기능을 잃었던 것에 비해 가장 안정적으로 유지된 것이 인터넷이었는데, 당시 도쿄에서는 최대 초당 1,200개의 트윗이 발생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트위터를 통해 전송된 뉴스의 66%가 일본 대지진과 관련한 것이었다고 한다(최재웅, 2012). 관련해서, 조성은과 박한우의 연구(Cho & Park, 2013)는 2011년 일본 대지진 동안의 트위터 이용을 분석했는데, 초기에는 감정적인 글들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드는 현상을 보였고, 재난이 발생했을 때 개인 대 개인의 커뮤니케이션(peer-to-peer)을 통해 위안을 받기를 선호하고 전통적 미디어나 정부 등 공식기관의 정보 보다는 개인들이 만들어낸 정보에 더 의존함을 확인했다.
재난에 대한 정보를 미디어를 통해 얻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재난 발생 시 개인들이 미디어에 크게 의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의 미디어 의존 현상을 설명하고자 하는 미디어 시스템 종속이론(media system dependency theory)에 따르면, 개인은 욕구 충족을 위해 미디어에 의존하게 되는데, 한번 욕구충족이 이루어지게 되면 미디어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아진다고 주장한다(Grant, Guthrie, & Ball-Rokeach, 1990). 이 이론을 적용하면, 미디어가 주는 재난정보가 지금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한 해답을 얻는데 도움이 되고 (self-understanding),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재난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느낄수록(social-understanding) 미디어에 의존하게 되는데, 재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미디어에 대한 의존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미디어의 재난 정보가 재난 상황에 닥쳤을 경우 어디로 가서 어떤 서비스를 받아야 할지 알려주고(self-orientation), 다른 사람들과 더 효율적으로 재난에 대해 대화하는 방법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경우(social-orientation) 미디어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미디어가 가진 재난 관련 정보들의 희소성과 독점성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미디어에 의해 전달되는 재난 관련 정보가 신속하고 정확해야 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난 정보에 대한 미디어 의존성 때문에 개인들은 미디어에서 지시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의미로, 미디어 의존성이 전통적 미디어에서 점차 디지털 미디어로 옮겨가는 추세에서 재난발생 시 두 종류의 미디어가 재난대비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이용자별로 다를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재난의 특성과 미디어 이용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재난 발생 시 미디어 이용은 해당 재난에 대한 인식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태풍, 지진, 원자력사고 등과 같은 재난1)은 발생원인과 빈도, 피해의 정도와 심각성 등이 다르기 때문에 명백하게 그 특성이 구분되며, 재난을 직접적으로 겪은 사람과 간접적인 경험만 있는 사람 등 경험의 정도 역시 다르기 때문에 재난에 대한 개인들의 인식은 다를 수 있다. 이렇게 개인들에 따라 상이한 사회적 관계와 경험이 바탕이 되는 재난에 대한 인식은 여러 선행연구들에서 다루어졌는데(송해룡·김원제, 2012; 이영애·이나경, 2005; 차용진, 2012; 한동섭·김형일, 2011; Slovic, 1993; Slovic, Flynn, & Layman, 1991), 해외의 연구들은 자연재해와 인재 등 다양한 위험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고 있는 반면 국내의 연구들은 원자력에 대한 위험인식을 주로 다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선행연구에서 재난의 인식은 결국 개인들의 태도와 판단이며(이영애, 2005), 개인이 주관적으로 정의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므로(Slovic, 2000), 재난이 발생했을 때 그 위험을 인식하는 정도는 개인에 따라 다를 것으로 보는 견해는 타당하며, 따라서 개인의 재난에 대한 인식에 따라 그 이후의 행동, 즉 미디어 이용이나 재난대비행동이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재난을 일종의 위험으로 봤을 때, 위험인식은 위험에 대한 지식, 즉 익숙함의 정도와 그 위험이 얼마나 치명적이고 비자발적으로 노출되는지에 관련한 두려움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Slovic, Fishhoff, & Lichtenstein, 1984; Slovic, 1987). 이는 위험인식의 심리적 차원이 두 차원(지식-정서)임을 설명하는데, 국내의 위험인식 연구에서도 이러한 두 차원이 나타나고 있었다(이영애·이나영, 2005). 특히 위험에 대한 두려움과 관련해 정서적 차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연구들은 개인들이 위기의 결정적 순간에 경험한 감정의 역할이 위험인식을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Lowenstein, Weber, Hsee, & Welch, 2001). 즉, 개인들은 위험상황에서 그에 대한 인지적 반응이 유도한 결과 이외에 또 다른 행동을 보이는데, 이를 감정적 반응이 유도한 결과로 해석했다. 이러한 재난에 대한 정서적 차원의 인식은 위험에 대한 고립감, 외로움, 두려움이 클 경우 증폭이 되는데, 그럴 경우 개인은 감정적으로 기대면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집단에 소속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소속에 대한 욕구(need to belong)로 설명할 수 있는데, 선행연구들은 고립되고 외로운 사람이 친구를 찾아다니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소속에 대한 욕구는 미디어 이용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Greenwook & Long, 2009). 이런 설명은 정서적 차원의 재난 인식이 큰 사람은 전통적 미디어 보다는 SNS를 이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가 규정한 것처럼, 개인들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누군가와는 관계를 맺게 된다. 이러한 사회적 관계가 쌓이고 유지가 되는 속에서 사회적 자본은 형성된다. 부르디외(Bourdieu, 1983)에 의하면 사회적 자본은 “사회적으로 형성된 개인적 관계와 커뮤니티 구축을 통해 개인 혹은 집단이 얻을 수 있는 유형·무형의 실질적 혹은 잠재적 자원의 총합”으로 정의된다(이승민, 2013, p. 163).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얻게 되는 여러 가지 인연을 흔히 ‘네트워크’라고 부르는데, 바로 사회적 자본은 이러한 네트워크를 통해 얻어지며 개인이나 조직이 어떤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개인들은 사회적 자본을 통해 사회적으로 중요한 정보나 자원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 자본은 결속형(bonding)과 연결형(bridging)으로 나누어질 수 있다(Putnam, 2000). 결속형 사회적 자본은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서로 실질적이고 주관적, 감정적인 도움을 주고받는다. 결속형 관계를 가진 집단은 구성원들이 동질한 특성을 보이며 강한 개인적 유대감을 보이는데, 이러한 성향이 다른 집단에 대한 배타성이나 적대감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이와는 달리 연결형 사회적 자본은 서로 전혀 모르거나 배경이 다른 개인들 간의 사회적 관계에서 관찰할 수 있는데, 이들의 관계는 일시적인 특징이 있어 결속형과 같은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는 대신, 폭넓은 사회적 관계를 맺거나 새로운 정보를 얻는데 결속형보다 유리한 장점이 있다. 보통 오프라인에서는 가족이나 친구, 동료와의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동질성이 강한 결속형 사회적 자본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고, 온라인에서는 SNS나 메신저, 이메일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질적인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가 더 쉽다(금희조, 2010). 결속형 사회적 자본에서 보이는 관계는 ‘강한 연대(strong tie)’로, 연결형 사회적 자본에서의 관계는 ‘약한 연대(weak tie)’의 특징을 가지는 것으로 설명되기도 하는데(Williams, 2006), 온라인을 통해 발견될 수 있는 사회적 자본, 즉 온라인 사회적 자본이 반드시 약한 연대를 보이는 연결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에 의해 매개된 사회적 네트워크는 개인이 가진 강하고 약한 연대 모두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Wellman, Salaff, Dimitrova, Garton, & Haythornthwaite, 1996). 예를 들어 이메일의 경우 약한 연대를 가진 개인들의 관계를, 학연이나 지연이 섞인 커뮤니티 사이트는 강한 연대를 가진 개인들의 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Constant, Sproull, & Kiesler, 1996; Williams, 2006). 이러한 사회적 자본의 형태와 특징을 감안할 때, 재난의 특징에 따라 의존하는 사회적 자본의 형태 역시 다를 수 있다. 예를 들면, 가족과 같은 강력한 연대 속에서 서로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결속형 사회적 자본은 잠재적 위험이 클 경우 더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태풍과 같이 이미 잘 알려진 재난의 경우 약한 연대인 연결형 사회적 자본에 의존하더라도 폭넓은 정보와 외부와의 연결성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사회적 자본은 개인이나 조직이 어떤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개인은 자신이 가진 사회적 자본을 통해 도움을 받고 정보를 얻기를 기대하는데, 콜먼(Coleman, 1988)은 사회적 자본이 사회적 맥락에서의 개인적 행동을 설명하고, 또한 정보의 잠재적 접근성을 포함하고 있어 비용의 손실 없이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재난상황에서 이러한 사회적 자본의 역할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 자본이 유용한 정보의 원천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사회적 자본이 ‘참여’를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퍼트남(Putnam, 1995)은 사회적 자본의 가치에서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개인이 자발적으로 생성된 조직에 참여하면서 만들어지는 사회적 자본이 사회의 공통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효율적으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했고, 실제로 사회적 자본이 정치적 문제에 대한 관심과 능동적 참여를 이끌어 내는 기능을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연장하면, 재난도 사회의 공통적 문제에 해당하고, 따라서 개인이 자발적으로 생성된 조직에 참여하면서 만들어지는 ‘관계’인 사회적 자본이 재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재난으로부터 벌어질 수 있는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박대우(2010) 역시 사회적 자본은 재난대응단계에 있어 정부와 민간의 대응활동 참여자 간 협력을 활발하게 하거나, 안전의식을 제고하는 등 긍정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난에 대한 대응은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결정인데, 공식적인 체계를 통한 관료주의적 대응은 느릴 수밖에 없고, 따라서 개인적 네트워크 및 사회적 자본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밀레티와 피크(Mileti & Peek, 2000) 역시 위험에 대한 인식은 개인의 가족이나 주변인의 개입과 반응에 따라 달라지며, 사회적 결속이 위험의 인지와 대피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보고한 바 있다.
재난 발생 시 개인에게 누군가가 사회적 맥락에 따른 행동 방향을 제시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점은 재난대비행동을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데는 사회적 맥락, 즉 사회적 규범(social norm)이 포함되기 때문이다(Ajzen, 1991). 개인은 구체적 행동을 결정할 때 주변 관계, 문화, 준거집단의 행동 기준이 반영된 사회적 규범을 확인하려 하는데, 그때 사회적 자본은 사회적 규범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재난대비행동은 재난에 대한 정보가 모두 모였을 경우 개인이 내릴 수 있는 최종 선택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재난과 같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개인들이 취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신종플루(Prati, Pietrantony, & Zani, 2011), 테러(Lee & Lemyre, 2009) 상황에서 개인들이 보이는 구체적 행동목록을 조사한 사례가 있다. 이현주와 이영애(2011)는 위 선행연구에서 수집된 테러에 대한 개인행동반응 목록을 가지고 사회, 인지, 정서차원의 영향력을 조사한 바 있는데, 이 목록에는 개인준비(구급약, 구명도구, 비상식품 준비, 비상대피소 확인, 공공장소 대피), 정보검색(인터넷 또는 휴대전화를 통한 정보 얻기, 신문, 라디오, TV를 통한 정보얻기), 관계망 점검(비상연락망 점검, 지인들과 함께 있기, 조언 구하기), 그리고 정보분석(다른 테러와의 비교, 무력도발이나 테러에 관한 정보 검색)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김용찬과 강진애의 연구(Kim & Kang, 2010)는 2004년의 허리케인 이반(Ivan)이 발생하기 전 단계(before)와 발생한 와 중(during)으로 재난관련 행동을 구분했는데, 이 중에서 허리케인 발생 전 단계 준비행동으로 주변사람과 허리케인에 대해 말하기, 관련 준비물을 구입하기, 다른 사람과 허리케인데 대해 말하기 위해 전화화기, 허리케인이 닥치기 전에 하던 일을 마치기, 이웃의 준비를 도와주기, 웹사이트 정보검색, 집수리, 지인에게 이메일 보내기 등이 있었다. 그리고 이 재난대비행동에 위험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스토리텔링 네트워크 통합 연결망’2)이 영향을 주고 있음을 밝혔다. 재난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스토리텔링 네트워크 통합 연결망’, 그리고 이웃과의 연대감이 높을수록 재난대비행동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는 결과는 위험인식이 그에 따르는 행위차원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사회적 자본이 재난대비행동과 관련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상의 논의에서 재난의 특성, 즉 재난의 종류와 재난에 대한 인식에 따라 미디어 이용이 다를 수 있다는 점과, 새로운 재난 정보 채널로서 사회적 자본이 사람들의 행동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또한, 미디어에 대한 의존이 전통적 미디어에서 디지털 미디어로 옮겨가는 추세에 따라 두 종류의 미디어가 재난대비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이용자에 따라 다를 가능성을 제시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논의들을 실증적으로 고찰하기 위해 우리에게 가장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위험이라고 할 수 있는 태풍, 지진, 원자력사고로 재난을 구분하고 다음과 같은 연구문제를 제시하였다.
1)자연재난과 인간이 초래한 재난을 구분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원인에 따른 구분이 항상 타당한 것은 아니며, 자연재난이라 해도 발생 이후 과정에는 인간과 사회가 연관되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재난과 공통점을 갖는다(한태학, 1998). 따라서 본 논문에서 ‘재난’은 자연적 재난과 사회적 재난 등을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2)ICSN(Integrated Connectedness to Storytelling Network)를 해석한 것이며, 지역 미디어를 중심으로 연결된 커뮤니티 정보망을 일컫는다.
본 연구의 자료 수집을 위해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전문조사 업체를 통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2013년 9월을 기준으로 안전행정부 주민등록통계인구에서 성별과 연령, 지역별 인구비를 고려한 할당표집 방식을 이용해 전국에서 500명을 추출해 2013년 10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전체 응답자는 남성이 253명(50.6%), 여성이 247명(49.4%)이었고, 20대 이하가 114명(22.8%), 30대가 129명(25.8%), 40대가 134명(26.8%), 50대가 123명(24.6%)이었다. 학력은 고졸 이하가 101명(20.2%), 전문대 포함 대학교 졸업이 361명(72.2%), 대학원 졸업 이상이 38명(7.6%)으로 나타났으며, 소득수준은 200만원 미만이 56명(11.2%), 200~299만원이 92명(18.4%), 300~399만원이 102명(20.4%), 400~499만원이 89명(17.8%), 500~599만원이 70명(14.0%), 600~699만원이 41명(8.2%), 700만원 이상이 50명(10.0%)으로 구성되었다.
(1) 재난의 특성: 재난에 대한 인식
태풍, 지진, 원자력사고 등 세 가지 재난에 대한 특성을 구분하기 위해서 본 연구는 재난 특성에 대해 조사대상자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을 측정하였는데, 슬로빅, 피시오프, 그리고 리히텐슈타인(Slovic, Fishoff, & Lichtenstein, 1979)의 위험 특성에 대한 9개 평가 문항 중 1문항을 제외한 8개 문항을 연구에 맞게 재구성했다.3) 7첨 척도로 측정된 8개 문항은 태풍, 지진, 원자력사고에 대해 직접적 위험 여부(1=직접적 위험 아님, 7=직접적 위험), 재난에 대한 지식(1=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7=매우 잘 알려져 있다), 재난상황에 대한 개인통제 가능성(1=매우 통제 불가능하다, 7=매우 통제 가능하다), 재난이 익숙한 정도(1=매우 낯선 위험이다, 7=매우 익숙한 위험이다), 일상적 재난 여부(1=돌발적인 재난, 7=일상적인 재난), 재난에 대한 두려움(전혀 두렵지 않다, 7=매우 두렵다), 재난의 치명성(1=전혀 치명적이지 않다, 7=매우 치명적이다), 재난에 대한 과학적 지식(1=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7=매우 잘 알려져 있다) 등으로 구성되었다. 각 재난별 측정항목은 요인분석을 통해 차원을 구분하였으며, 각 요인들은 모두 구성 문항들이 서로 비교적 높은 내적 신뢰도(α)를 가지고 있었다(α>.61)(<표 3>).
(2) 재난 발생 시 미디어 이용
태풍과 지진, 그리고 원자력사고 발생 시 조사대상자들의 미디어 이용을 조사하기 위해, 각 재난이 실제로 조사대상자들에게 위협으로 다가온 상황을 가정했을 때 설문지에 보기로 제시된 미디어들을 얼마나 이용할 것인지 물었다. 보기로 제시된 미디어들은 TV 방송, 라디오 방송, 신문(이상 전통적 미디어), 인터넷 포털사이트,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 서비스(이상 디지털 미디어), 그리고 대면접촉(가족, 지인과 직접 만나기) 등 6가지였으며, 각 질문은 7점 척도(1=전혀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7=매우 자주 이용할 것이다)로 구성되었다.
미디어 이용을 조사하는데 있어 오프라인에서 가족, 친구, 동료, 이웃에게서 직접 정보를 얻는 대면접촉을 추가했는데, 대면접촉은 정보습득의 중요한 채널로 함께 고려되어 왔으며(Tierney, 2004), 재난 상황에서 위기에 대한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Battistoli, 2013; Coleman, 1993). 특히 매스 미디어에 의해 확인된 메시지를 대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전달할 경우 위기 상황에서 개인의 행동을 바꾸게 하는 가장 강력한 변인임을 증명한 사례도 있다(Rogers, 2002).
(3) 사회적 자본
사회적 자본의 측정은 윌리엄스(Williams, 2006)의 논문에서 제시된 측정항목들을 이용했다. 온·오프라인 사회적 자본별로 결속형 사회적 자본과 연결형 사회적 자본 각각 7첨 척도(1=전혀 그렇지 않다, 7=매우 그렇다) 10문항씩 총 20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온·오프라인 사회적 자본의 설문문항과 내적 신뢰도 결과는 <표 5>와 <표 6>에 나타나 있다. 설문구성 문항들은 서로 높은 내적 신뢰도(α)를 보이고 있었다.
(4) 재난대비행동
재난대비행동의 측정은 김용찬과 강진애의 연구(2010)에서 허리케인 이전단계 준비 문항 8개를 각 재난 상황에 맞게 수정하여 재난대비행동 문항으로 제시하였다. <표 1>을 보면, 태풍과 지진, 원자력 사고가 발생했을 때 취할 재난대비행동으로 재난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TV나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 집수리와 위험지역 파악, 하던 일을 미리 마치는 행위 순으로 높은 평균값을 보였다. 각 문항별로 일정하지는 않으나, 원자력사고의 재난대비행동 평균값이 타 재난에 비해 조금씩 높게 나타나고 있었다. 한편, 각 재난별 재난대비행동 문항들은 매우 높은 내적 신뢰도(α)를 보였다(태풍=.851/지진=.863/원자력사고=.875).
재난대비행동 측정문항
3)빠진 한 개의 문항은 ‘위험에 대한 자발성’에 대한 항목으로, 자연재해나 원자력사고에 대해서는 적절하지 않은 문항이라 판단, 제외하였다.
재난의 특성에 따라 미디어 이용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연구문제 1) 재난 발생 시 미디어 이용(<표 2>), 그리고 재난에 대한 인식과 미디어 이용(<표 4>)을 차례로 살펴봤다.
먼저 재난 발생 시 미디어 이용 결과를 보면 7점 척도로 측정한 결과를 평균과 표준편차로 나타냈는데, 태풍의 경우 TV 방송-인터넷 포털사이트-라디오 방송-대면접촉-SNS 서비스-신문의 순으로 이용정도가 높았다. 지진의 경우 TV 방송-인터넷 포털사이트-라디오 방송-SNS 서비스-대면접촉-신문의 순으로 태풍과 유사했으나 SNS 서비스와 대면접촉의 순서가 달랐다. 태풍과 지진 모두 TV 방송이 가장 평균값이 높았고 그 다음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였으며, 신문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원자력사고의 경우, 인터넷 포털사이트-TV 방송-SNS 서비스-라디오 방송-대면접촉-신문의 순으로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가장 높았고 SNS 서비스의 순위가 태풍, 지진보다 높았다.
재난 발생 시 미디어 이용
한편, 재난에 대한 인식과 미디어 이용의 관계를 살펴보기 전에 재난에 대한 인식 차원의 구분을 위해 요인분석을 실시했다. 슬로빅과 피시오프, 리히텐슈타인(1979)은 위험 특성에 대한 평가 문항을 제시하면서 일부 문항들은 서로 개념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따라서 요인분석과 같은 통계기법을 이용해 몇 가지 차원으로 묶어 구분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에 따라 각 재난별로 측정한 문항들을 대상으로 배리맥스(varimax) 회전방식을 사용한 요인분석을 실시하였으며, 각 요인은 1.0 이상의 아이겐값(eigenvalue)과 최소 2개 이상의 시청동기 문항이 포함되도록 했고, 최소 0.5 이상의 요인적재치(factor loading)를 가지는 문항만 포함했다. 그 결과 각 재난에 대해 어떻게, 얼마나 알고 친숙한지 묻는 문항들과(지식차원), 각 재난의 위험성을 얼마나 정서적으로 느끼는지 묻는 문항들이(정서차원) 구분되었다(<표 3>). 이는 위험인식의 심리적 차원을 논의한 선행연구들(Lowenstein, Weber, Hsee, & Welch, 2001; Slovic, Fishoff, & Lichtenstein, 1984; Slovic, 1987; 이영애·이나경, 2005)의 설명과 일치한다.
재난에 대한 인식 요인분석 결과
태풍에 대한 인식의 경우 지식차원이 첫 번째 요인으로(M=5.27/SD=.99, α=.69, 분산=29.59%, 아이겐값=2.37), 정서차원이 두 번째 요인으로 나타났다(M=5.07/SD=1.06, α=.73, 분산=26.54%, 아이겐값=2.12). 조사대상자들은 태풍에 대해 잘 알고, 과학적으로도 많이 알려졌으며, 일상적이고 익숙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또한 평균 이상으로 위험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지진의 경우는 태풍과는 반대로 정서차원이 첫 번째 요인이었고(M=5.50/SD=1.13, α=.71, 분산=29.28%, 아이겐값=2.34), 지식차원이 두 번째 요인으로 나타났다(M=3.61/SD=.93, α=.61, 분산=24.56%, 아이겐값=1.97). 조사대상자들은 지진이 태풍보다 두렵고 치명적이며 직접적으로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지진이 무엇이고 왜 일어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으나 익숙하지 않고 일상적이지 않으며 재난상황 통제가 어려울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원자력사고의 경우는 지식차원이 첫 번째 요인으로 (M=3.38/SD=1.13, α=.65, 분산=26.75%, 아이겐값=2.14), 정서차원이 두 번째 요인으로 나타났다(M=6.17/SD=.95, α=.63, 분산=24.41%, 아이겐값=1.95). 지진과 마찬가지로, 조사대상자들은 원자력사고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었으나 익숙하지 않고 일상적이지 않으며 재난상황 통제가 어렵다고 인식했다. 또한, 최근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소의 고장이나 일본의 원자력사고 등으로 인해 원자력사고에 대해 정서적으로 느끼는 두려움, 치명성 등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었다.
이 결과를 토대로 각 재난에 대한 인식 차원의 평균값을 구해 미디어 이용과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는 <표 4>와 같다. 표기된 수치는 상관계수를 나타내고 있는데, 대체적으로 전통적 미디어 이용과 대면접촉이 재난에 대한 인식과 높은 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었고, 재난에 대한 인지차원보다 정서차원의 인식이 재난 발생 시 미디어 이용과 좀 더 높은 정적인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원자력 사고에 대한 인식과 미디어 이용과의 관계였는데, 인지차원에는 전통적 미디어 이용만 상관관계를 보였으나, 정서차원에서는 전통적 미디어 이용과 함께 인터넷 포털사이트, SNS 서비스 이용이 유의미한 정적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점이다. 또한 지진에 대한 인지차원의 인식은 TV 및 라디오 방송 이용과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재난에 대한 인식과 미디어 이용
이 연구는 재난 발생 시 이용자들의 사회적 자본이 재난대비행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고자 했는데, 그 전에 온·오프라인 사회적 자본의 각 설문 문항들이 개념적으로 결속형과 연결형 사회적 자본으로 묶이는지 확인하기 위해 요인분석을 실시했다. <표 5>는 오프라인 사회적 자본, <표 6>은 온라인 사회적 자본 문항들과 요인분석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먼저 <표 5> 오프라인 사회적 자본 문항에 대한 요인분석 결과를 보면 모두 3개의 요인이 나타났는데, 첫 번째 요인은 결속형 사회적 자본 10문항이 모두 포함되었다(M 4.57/SD=1.15, α=.95). 결속형 사회적 자본 요인은 오프라인 사회적 자본의 54.78%(아이겐값=10.96)를 설명하고 있었다. 두 번째 오프라인 사회적 자본 요인은 연결형 사회적 자본 문항 중에서 주위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자신을 둘러싼 주위 환경을 인식하는 7개 문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를 연결형-환경인식 사회적 자본으로 명명하였으며(M=4.98/SD=.98, α=.93), 두 번째 요인은 전체 오프라인 사회적 자본의 11.51%(아이겐값=2.30)를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 번째 요인은 연결형-외부활동 사회적 자본으로 명명되었는데(M=4.08/SD=1.24, α=.76), 오프라인 지역 커뮤니티 모임을 금전적으로 지원하거나 새로운 사람을 직접 만나는 등 외부활동과 관련이 있었다.
오프라인 사회적 자본 요인분석 결과
이 요인은 전체 오프라인 사회적 자본의 5.66%(아이겐값 1.13)을 설명하고 있었다. 정리하면 오프라인 사회적 자본은 결속형 사회적 자본이 가장 강력한 요인으로 나타났으며, 연결형 사회적 자본은 두 가지 요인으로 구분되었다.
다음으로, <표 6> 온라인 사회적 자본의 요인분석 결과를 보면, 오프라인 사회적 자본의 결과와 마찬가지로 세 가지 요인으로 나누어졌는데, 그 내용은 다르게 나타났다. 온라인 사회적 자본의 첫 번째 요인은 연결형 사회적 자본으로 전체 9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M=4.98/SD=.98, α=.96), 온라인 사회적 자본 전체의 56.75%(아이겐값=11.35)를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요인은 결속형 사회적 자본 문항 중 온라인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지 여부와 관련이 있는 6문항이 묶였는데, 이를 본 연구에서는 결속형-실질적 도움 사회적 자본으로 명명했다(M=2.84/SD=1.45, α=.96). 이 요인은 온라인 사회적 자본의 17.7%(아이겐값=3.54)를 설명하고 있었다. 세 번째 요인은 결속형 사회적 자본 문항 중 온라인에서 나의 개인적 문제를 편히 털어놓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지와 관련이 있었다. 세 번째 요인은 온라인 사회적 자본의 5.08%(아이겐값=1.02)를 설명했으며, 본 연구는 이 요인을 결속형-조언/대화 사회적 자본으로 명명했다(M=3.60/SD=1.47, α=.94). 정리하면, 오프라인 사회적 자본과는 반대로, 온라인에서는 결속형 보다 연결형 사회적 자본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으며, 결속형 사회적 자본이 두 가지로 구분되었다.
온라인 사회적 자본 요인분석 결과
이어서, 재난 발생 시 재난에 대한 인식, 미디어 이용, 그리고 이용자들의 사회적 자본이 재난대비행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고자(연구문제 2, 3, 4) 인구통계학적 변인을 포함한 독립변인들을 순차적으로 투입하여 회귀모형 설명력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위계적 회귀분석(hierarchical regression analysis)을 실시하였다. <표 7>은 태풍 발생 시 예상되는 재난대비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분석하기위한 위계적 회귀분석의 최종 결과를 보여준다. 위계적 회귀분석을 위해 투입된 독립변인의 순서는 인구통계학적 변인(성별, 연령, 최종학력, 월평균 가구소득)-온·오프라인 사회적 자본-미디어 이용-재난에 대한 인식 순이었다. 독립변인 간 다중공선성은 VIF(분산팽창계수)를 검사한 결과 문제가 없었다.
위계적 회귀분석 결과: 태풍
첫 번째로 투입된 변인군은 인구통계학적 변인들로 연령만이 태풍대비행동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온·오프라인 사회적 자본 변인군이 투입된 두 번째 회귀모형에서는 연령과 함께 오프라인 연결형-환경인식과 온라인 연결형, 온라인 결속형-실질적 도움 사회적 자본 변인들이 유의미했으며, 회귀모형의 설명력(R2)은 16.6% 증가했다. 세 번째로 미디어 이용 변인군이 투입되자 회귀모형 설명력이 24.0% 증가했는데, 연령과 오프라인 연결형-환경인식, 온라인 결속형 실질적 도움 사회적 자본, 그리고 TV 방송과 라디오 방송, 대면접촉변인들이 유의미했다. 마지막으로 태풍에 대한 인식과 관련한 지식차원과 정서차원 변인이 투입된 네 번째 회귀모형의 총 설명력은 45.8%였으며, 연령(β=.093, p<.05), 오프라인 연결형-환경인식(β=.203, p<.01), 온라인 결속형-실질적 도움(β=.135, p<.05) 사회적 자본, TV 방송(β=.141, p<.01), 라디오 방송(β=.150, p<.01), 인터넷 포털사이트(β=.088, p<.05), 대면접촉(β=.312, p<.01), 그리고 정서차원 인식(β=.096, p<.01) 변인이 유의미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다. 회귀분석 결과, 태풍 발생 시 예상되는 재난대비행동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변인군은 미디어 이용 변인군이었으며, 개별적으로는 대면접촉 변인이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은 오프라인 연결형-환경 인식 사회적 자본, 라디오 방송, TV 방송, 온라인 결속형-실질적 도움 사회적 자본 순으로 영향력이 컸다.
두 번째 위계적 회귀분석은 지진 발생 시 예상되는 재난대비행동에 대한 독립변인들의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실시되었다(<표 8>). 첫 번째로 투입된 인구통계학적 변인들 중 연령만이 지진대비행동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온·오프라인 사회적 자본 변인군이 투입된 두 번째 회귀모형에서는 연령과 함께 오프라인 결속형, 오프라인 연결형-환경인식, 온라인 연결형 사회적 자본변인이 유의미하게 종속변인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고, 회귀모형의 설명력(R2)은 14.5% 증가했다. 세 번째로 미디어 이용 변인군이 투입되자 회귀모형 설명력이 34.9% 증가했으며, 연령과 오프라인 결속형 사회적 자본, TV 방송, 라디오 방송, 인터넷 포털사이트, 대면접촉 변인들이 유의미했다. 마지막으로 지진에 대한 인식과 관련한 지식차원과 정서차원 변인이 투입된 네 번째 회귀모형의 총 설명력은 52.2%였으며, 연령(β=.076, p<.05), 오프라인 결속형 사회적 자본(β=.128, p<.01), TV 방송(β=.181, p<.01), 라디오 방송(β=.157, p<.01), 인터넷 포털사이트(β=.114, p<.01), 대면접촉(β=.374, p<.01) 변인이 유의미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다.
위계적 회귀분석 결과: 지진
지진 발생 시 예상되는 재난대비행동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변인군은 미디어 이용 변인군이었으며, 세부적으로는 태풍과 마찬가지로 대면접촉이 가장 강력한 영향을 가진 변인이었다. TV 방송, 라디오 방송, 오프라인 결속형 사회적 자본, 인터넷 포털사이트 순으로 영향력이 컸다.
마지막으로, 원자력사고 발생 시 예상되는 재난대비행동에 독립변인들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위계적 회귀분석을 실시했다(<표 9>). 첫 번째로 인구통계학적 변인들이 투입된 결과 연령만이 재난대비행동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온·오프라인 사회적 자본 변인군이 투입된 두 번째 회귀모형에서는 연령과 함께 오프라인 연결형-환경인식, 온라인 연결형 사회적 자본변인이 유의미했으며, 회귀모형의 설명력(R2)은 17.7% 증가했다. 세 번째로 미디어 이용 변인군이 투입되자 회귀모형 설명력이 37.5% 증가했으며, 이전에 투입된 다른 변인들의 영향력은 사라지고 TV 방송, 라디오 방송, 인터넷 포털사이트, SNS 사이트, 대면접촉 변인들이 유의미했다. 마지막으로 재난에 대한 인식과 관련한 지식차원과 정서차원 변인이 투입된 네 번째 회귀모형의 총 설명력은 58.1% 였으며, TV 방송(β=.128, p<.01), 라디오 방송(β=.193, p<.01), 인터넷 포털사이트(β=.161, p<.01), SNS 사이트(β=.083, p<.01), 대면접촉(β =.375, p<.01), 그리고 정서차원(β=.086, p<.01) 변인이 원자력사고 발생 시 재난대비행동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원자력사고 발생 시 재난대비행동에는 태풍, 지진과 다르게 미디어 이용 변인군과 정서차원 인식 변인만이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태풍, 지진과 마찬가지로 대면접촉이 가장 강력한 영향을 가진 변인이었고, 라디오 방송, 인터넷 포털사이트, TV 방송, 정서차원 인식, SNS 순으로 영향력이 컸다. 미디어 이용 변인 중에서는 라디오가 가장 영향력이 있었고, TV 방송은 인터넷 포털사이트보다 영향력이 덜 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풍과 지진의 회귀모형에서는 유의미하지 않았던 SNS는 원자력사고 재난대비행동에서만 유의미한 영향력을 보였다.
위계적 회귀분석 결과: 원자력 사고
본 연구는 미디어 이용환경의 변화와 사회 구성원들의 사회적 관계 형성 과정이 변화함에 따라 재난 발생 시 재난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체계 역시 이러한 변화상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에서 출발하였다. 전통적 미디어에 의해 재난 정보가 전달되고 오프라인에서의 사회적 네트워크만이 작동하던 시대와 현재 닥쳐오는 재단을 맞닥뜨려야 하는 우리의 현실은 다르며, 따라서 태풍, 지진, 원자력사고에 대한 개인적 인식, 정보획득 채널로서의 사회적 자본, 그리고 재난 발생 시 미디어 이용과의 관계를 분석하고, 이들이 재난대비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먼저 재난의 특성에 따른 미디어 이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연구문제 1), 태풍과 지진은 TV 방송-인터넷 포털사이트-라디오방송 순으로 이용하겠다는 응답이 높아 유사한 결과를 보였지만, 원자력사고의 경우 인터넷 포털사이트-TV 방송-SNS 서비스 순으로 나타나 차이를 보였다. TV 방송과 라디오 등 전통적 전파 미디어의 의존이 높게 나타나고 있었으나 원자력사고의 경우 디지털 미디어 이용이 높게 나타난 것이 특징이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원자력사고가 ‘당면한 매우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이 상황에서 개인들이 선택한 미디어가 전통적 미디어가 아닌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SNS 서비스라는 점이다. 이 결과는 재난 발생 시 재난에 대한 인식과 미디어 이용의 상관관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표 4>). 대체적으로 재난에 대한 인식은 전통적 미디어 이용 및 대면접촉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지만 원자력 사고의 경우, 두려움과 관련한 정서차원의 인식과 인터넷 포털사이트 및 SNS 서비스와의 상관관계가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한동섭과 김형일(2011)은 원자력과 관련한 언론보도가 주로 부정적 내용을 담고 있어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원자력에 대한 국민들의 수용성을 저하시키고 있다고 보고했었다. 이런 맥락에서, 개인이 필요한 정보를 고를 수 있는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믿을 수 있는 지인과 대화를 나누거나 조언을 구할 수 있는 SNS에 대한 의존이 크게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원자력사고의 경우 정부와 담당기관의 신뢰가 크게 하락한 시점이기 때문에, 이들의 정보가 많이 전달되는 전통적 미디어보다는 포털사이트와 SNS 이용을 늘린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원자력사고와 같이 기술적으로 불가항력을 실감할 정도의 두려움과 무력감을 느끼게 하는 재난의 경우 개인들은 전통적 미디어보다 디지털 미디어를 우선적으로 찾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를 재난 정보 전달체계 구축 시 반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난에 대한 인식과 미디어 이용과의 관계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재난에 대한 인지차원보다 정서차원의 인식이 미디어 이용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재난에 대한 두려움이 정보습득을 위한 동기보다 미디어 이용의 더 큰 동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진의 경우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졌는데, 지진의 위험성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미디어 이용으로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원자력사고에 대한 인식에서도 지식차원이 첫 번째 차원이긴 했으나 정서차원의 평균값이 두 배 가까이 높게 나타나고 있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재난에 대한 정서적 차원의 인식은 위험에 대한 두려움이 클 경우 증폭이 되는데, 원자력사고의 피해를 뉴스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실제로 목격했기 때문에 느끼는 두려움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결과는 효과적인 재난 정보의 전파에 개인들의 정서적 차원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함을 설명한다.
재난의 특성(재난에 대한 인식), 재난 발생 시 미디어 이용, 그리고 사회적 자본이 재난대비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위계적 회귀분석으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몇 가지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연구문제 2, 3 4). 미디어 이용 변인들이 재난대비행동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재난의 구분 없이 대면접촉과 TV 방송, 라디오 방송 등 전통적 전파 미디어가 공통적으로 영향력이 컸고, 이중에서 대면접촉이 가장 강력한 영향요인이었다. 이 결과는 매스 미디어에서 보도되고 있는 재난 관련 사안을 대면접촉으로 정보를 나눌 때 재난대비행동을 가장 크게 유발할 수 있다는 선행연구(Rogers, 2002)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나아가, 대면접촉이 재난 정보 전파에 있어 전파 미디어들의 보조적 역할에 그치지 않고 최종 의사결정 단계에서 핵심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종적으로 친한 친구, 이웃, 가족과 상의한 후 재난대비행동에 들어간다는 것은 결국 재난 관련 정보를 개인에게 전파하더라도 남들과 공유(sharing)해야 행동단계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측면에서 재난 정보 전파와 공유를 함께 묶는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미디어의 경우 인터넷 포털사이트는 모든 회귀분석 모형에서 유의미한 영향력을 보였고, 특히 원자력사고 회귀모형에서 SNS와 함께 재난대비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으로 나타났다. 앞서 재난의 특성과 미디어 이용의 관계에서도 원자력사고의 경우 디지털 미디어 이용이 높게 나타난 바 있는데, 이러한 디지털 미디어 이용이 행동단계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결과는 연령과 연계시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연령이 높을수록 재난대비행동을 많이 취했다는 회귀분석 결과는 젊은 계층을 위한 재난정보 전단체계가 마련되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중장년 이상이 더 많이 이용하는 TV방송과 라디오 방송의 영향력을 확인한 상황에서, 디지털 미디어 활용으로 젊은 층에게 효과적인 정보전달과 재난대비행동 유발을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회귀분석 결과에서 재난 특징에 대한 지식차원의 인식은 태풍, 지진, 원자력사고 회귀모형에서 모두 유의미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서차원의 인식은 지진을 제외하고 태풍과 원자력사고에 대한 대응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앞서 언급한대로 두려움이 바탕이 된 정서차원의 재난 인식은 미디어 이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행위차원까지 연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선행연구들은 위기의 인식이 경험보다 감정적 차원에 더 의존하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두 가지 이상의 위험에 대한 인지가 불일치할 경우 감정시스템이 우세해 진다는 연구결과를 냈었고(Lowenstein, Weber, Hsee, & Welch, 2001), 이러한 정서는 개인의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했었다(Epstein, 1994). 따라서 회귀분석 결과는 재난에 대한 두려움, 치명성에 대한 인식이 재난대비행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다시 확인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회귀분석 결과는 재난 발생 시 정보 전달 채널로서 사회적 자본이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태풍 발생 시 재난대비행동의 경우 오프라인 연결형과 온라인 결속형-실질적 도움 사회적 자본이 영향을 미쳤는데, 비교적 정보가 풍부한 태풍의 경우 연결형으로 정보를 신속하게 얻어 대비하기에 적당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한, 그 동안의 경험과 정보로 피해를 입을 경우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 결속형-실질적 도움 사회적 자본 역시 유의미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진의 경우 오프라인 결속형 사회적 자본이 유의미했다. 개인들에게 지진 자체가 잘 알려져 있지 못한 점이 연결형 보다는 결속형이, 온라인 보다는 오프라인 사회적 자본의 ‘강한 연대’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자력사고 발생 시 재난대비행동에는 사회적 자본이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는 원자력사고 자체가 불가항력의 치명적인 결과를 의미하기 때문에 내 자신이 가진 네트워크의 힘으로 피해를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측면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선행연구에서도 원자력사고의 위험은 타 위험과는 질적으로 다른, 잠재적 위험이 훨씬 크게 인식되고 있는 위험으로 보고된 바 있다(Slovic, 1987). 따라서 미디어에 전적으로 의지하면서 대응방안을 마련하려는 심리가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재난의 종류와 재난에 대한 인식에 따라 미디어 이용이 다르고, 특히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SNS등 디지털 미디어가 특정 재난 발생 시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밝혔다. 재난 정보 전달 채널로서 사회적 자본의 활용가능성을 확인했고, 정서적 차원의 위험 인식이 재난에 당면한 개인들의 행위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전반적으로 언론학 연구 차원에서, 그리고 실무적으로 미디어 채널의 특성을 고려한 정보 전달 체계 구축이 필요함을 설명하였고, 사회적 자본의 정보 전달 채널 활용 가능성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지난 4월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인재(人災)까지 포함하여, 결국은 우리가 재난을 맞닥뜨렸을 때 의존하는 것이 미디어라는 점은 SNS와 같은 새로운 미디어들을 재난발생 시 활용해야 할 것이라는 제언과는 별도로, 미디어가 제공하는 재난보도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즉, 같은 재난에 대해 보도하더라도, 연령 등 개인적 특성과 미디어 이용특성, 그리고 재난발생 시 사람들의 행위를 고려한다면 다양한 보도 형식이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빠르고 정확한 보도는 기본이지만, 또한 재난에 대한 정보를 다양한 시각에 따라 분석하고 텍스트와 음성 중심의 내용을 탈피, 그래픽과 사진정보 등 구체적인 현장정보를 제공하는 등 발전하는 미디어의 특성을 고려한 보도형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연구의 한계점으로, 실제 재난이 닥칠 것으로 명확히 예견되는 상황에서 재난 전, 재난 도중, 그리고 재난 후 개인의 대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대한 연구로 설계되지 못한 것과, 각 재난의 세부 특성을 따로 고려해 연구를 설계하지 못한 점을 들 수 있다. 태풍을 비롯하여 지진, 원자력사고의 실제 경험자를 찾아 설문조사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연구의 결과가 실제 상황과 다를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이 점 역시 후속 연구에서 보완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