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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계승어 교육 측면에서 본 재외동포한국어 교육과정 분석* -총론을 중심으로-
  • 비영리 CC BY-NC
ABSTRACT
계승어 교육 측면에서 본 재외동포한국어 교육과정 분석* -총론을 중심으로-

Tae-Rin Cho. 2014. 6. 30. Analysis of Korean Language Curricula for Overseas Koreans from the Aspects of Heritage Language Education: Focused on the general theory. Bilingual Research 55, 381-407. The purpose of this article is to analyze some major Korean language curricular for overseas Koreans from the aspects of heritage language education, finally in order to seek the developmental direction of Korean language education as a heritage language education. Firstly, this article reviews the concept of heritage language and some existing studies on this subject for the purpose of drawing some issues(i.e., target learner, language usage environment, final access goal, learner’s identity, teaching method, etc.) on Korean heritage language education. And then, five major Korean language curricular for overseas Koreans are analyzed round these issues. Finally, this article is concluded by proposing some development or improvement directions of the Korean language curriculum as heritage language as follows. (1) Korean language curriculum for overseas Koreans should be a heritage language curriculum. (2) Korean heritage language curriculum requires final access goal setting and teaching method considering overseas Koreans characteristic. (3) The content and structure of Korean heritage language curriculum should consider overseas Koreans double identity.(Daegu University)

KEYWORD
계승어 , 재외동포 , 한국어 교육과정 , 대상 학습자 , 언어 사용 환경 , 최종 도달 목표 , 학습자 정체성 , 교수법
  • 1. 머리말

    2000년대에 들어 급증한 한국어 교육 수요의 주된 동인은 외국인 한국어 학습자의 증가에 있었으며, 이로 인해 이전까지 한국어 학습자 전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재외동포 한국어 학습자의 비율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하지만 재외동포 한국어 학습자의 비율 감소는 단지 비율의 감소일 뿐이지 절대적인 수의 감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한국의 경제 성장으로 인한 국제적 지위 상승과 한국 드라마와 대중가요를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한류’의 확산은 외국인에게만이 아니라 재외동포에게도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을 크게 증가시켰고, 재외동포 한국어 학습자의 지속적인 확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과는 구별되는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연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을 외국어(foreign language) 또는 제2언어(second language)가 아닌 ‘계승어(heritage language)’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논의와 연구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재외동포를 위한 한국어 교육과정이 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만들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외 지역별 한글학교협의체 등에서도 현지의 재외동포를 위해 특화된 한국어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글은 지금까지 개발된 주요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육과정을 계승어 교육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먼저 계승어의 개념과 계승어 교육에 대한 기존 논의를 검토하여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에서 제기되는 몇 가지 문제들을 도출할 것이다. 다음으로 앞서 도출한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의 문제들이 기존에 개발된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육과정들에서 어떻게 고려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한국어교육과정(안) 2개와 한글학교용 표준 교육과정 내의 한국어 교육과정(안)2개, 그리고 가장 최근에 개발된 <재미한국학교협의회 2012년 표준 교육과정>을 총론을 중심으로 분석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상의 교육과정(안) 5개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의 개발 또는 개선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2.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의 몇 가지 문제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계승어’1)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기존의 논의(조태린 2010, 강승혜 2013 등)를 바탕으로 계승어를 ‘가족 또는 혈연의 관련성으로 인해 아동기에 노출된 경험이 있어서 최소한의 수동적 지식 이상을 가지고 있으나 사회적으로는 비주류 또는 소수가 사용하는 언어’로 정의하고자 한다. 이러한 정의는 재외동포, 더 정확히는 재외동포 2세 이상의 입장에서 한국어를 설명하기에 매우 적절하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이나 국내 다문화 가정 구성원(결혼이민자 및 자녀)을 대상으로 하는 제2언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는 구별되는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의 범위와 특성을 잘 드러내 줄 수 있다.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에 관한 기존의 연구들에서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과의 차이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중요한 논의가 있기는 했지만, 그러한 논의는 계승어라는 개념의 도입을 통해 좀 더 체계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은 학문적 연구나 실제적 적용의 양자 모두의 측면에서 걸음마 단계에 있기에 계승어 학습의 특성을 충분히 살린 교육과정 역시 제대로 나와 있지 못한 형편이다. 따라서 이 절에서는 먼저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과 관련하여 이미 제기되었거나 새롭게 제기될 수 있는 주요 문제들을 살펴봄으로써 이 논문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5종의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육과정을 분석할 주요 지점을 도출해 내고자 한다.

    첫째,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이 대상으로 하는 학습자의 유형과 언어 사용 환경은 무엇인가의 문제이다.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의 기본 대상은 한국어를 외국어로서 배우는 외국인 학습자가 아닌 재외동포 학습자가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개발된 재외동포용 한국어교육과정들에서는 그 대상을 외국인 학습자로까지 확대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기에, 그 이유가 무엇이고 그러한 대상 학습자의 확대가 적절한지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상을 재외동포에 한정하더라도 학습자의 언어 사용 환경이 가정에서 한국어를 접하는지, 접하지 못하는지에 따라 교육과정의 구성과 내용이 달라질 수도 있다. 따라서 대상 학습자의 유형과 가정 내 언어 사용 환경은 기존의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육과정을 분석하는 중요한 지점이 될 것이다.

    둘째, 언어 구사 능력 측면에서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의 최종도달 목표를 어느 수준까지 설정하는가의 문제이다. 언어 교육 과정은 그 언어에 대한 배경 지식이 전혀 없는 학습자를 위한 입문 과정부터 그 언어를 일상생활과 전문 분야 모두에서 유창하게 구사하기 위한 고급 과정까지 완결적으로 구성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학습목적이나 교육 대상의 특수성에 따라 전체 교육과정의 일부만을 설정하고 나머지는 설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완결적이 않은 교육과정은 고급 과정을 설정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도 교수‧학습의 궁극적인 목표를 기본적인 사회적 관계 유지에 필요한 한국어 구사 수준에 둘 것인지, 한국어 모어 화자에 가까울 만큼의 유창한 한국어 수준에 둘 것인지에 따라 다른 모습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기존의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육과정이 학습자의 한국어 능력 수준의 최종 도달 목표를 어디까지로 설정하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살펴볼 것이다.

    셋째,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에서 학습자의 정체성이 어떤 시각에서 어떤 방식으로 반영되는가의 문제이다. 언어와 정체성의 관계는 일찍부터 사회언어학의 주된 관심사였으며(Gumperz 1982), 그 이후 언어 교육, 특히 외국어 또는 제2언어 교육 분야에서도 학습자의 정체성문제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Norton 2000). 이는 최근에 재외동포 한국어 학습자의 정체성 문제에 대한 논의로까지 발전하고 있는데(조혜영 2001a, 2001b, 윤인진 2005, Ahn 2008, Lee 2010, 윤인진 2010, Jee 2011 등), 그 과정에서 재외동포 한국어 학습자의 이중 정체성 형성, 재외동포 대상 한국어 교육 내용에의 상호문화주의적 접근등과 같은 중요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학습자들이 지닌 특별한 정체성이 기존의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육과정에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지도 살펴보고자 한다.

    넷째,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이 학습자의 특성을 고려할 때 어떻게 구성되고 어떤 교수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기존의 연구들에서도 재외동포 한국어 학습자의 특성과 그 특성을 고려한 효율적인 교수 방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외국인 한국어 학습자와는 달리 재외동포 한국어 학습자가 어휘 및 문법과 듣기 영역을 비롯한 구어 영역에서 월등한 능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면에서 읽기와 쓰기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교육과정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며(이정은 2005, 이해영 2010), 학습의 동기와 목적, 그리고 한국어 능력 수준에 따라 ‘생활 언어 능력(Basic Interpersonal Communicative Skill: BICS)’의 증진에 효과적인 의사소통적 교수법과 ‘학습 언어 능력(Cognitive Academic Language Proficiency: CALP)’의 향상에 효과적인 내용 중심 교수법을 달리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진제희 2005, 김현정 2010). 따라서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육과정이 채택하고 있는 구성 체제와 교수법이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학습자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지를 검토하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1)조태린(2010)에서는 heritage language를 ‘상속어’로 번역한 바 있으나 ‘계승어’ 라는 용어가 더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경제적 의미보다 문화적 유산의 의미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강승혜 2013)을 수용하여 이 글에서도 ‘계승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한다.

    3. 계승어 교육 측면에서 본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육과정

    이 절에서는 기존의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육과정들을 앞 절에서 살펴본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의 네 가지 문제, 즉 대상 학습자의 유형과 가정 내 언어 사용 환경, 한국어 능력 수준의 최종 도달 목표, 학습자 정체성의 반영 및 구현, 학습자 특성을 고려한 구성 체제 및 교수법등을 중심으로 분석해 보고자 한다.

    분석 대상으로 삼은 교육과정은 모두 5개인데,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재의 개선을 주된 목적으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개발한 교육과정 (안)2) 2개, 재외 한글학교용 표준 교육과정 마련을 목적으로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개발한 교육과정(안) 2개, 그리고 미국 내 한글학교 협의체로서 가장 규모가 큰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교육과정 1개 등이 그것이다. 여기서는 그 목적과 성격의 유사성을 고려하여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육과정(안)’, ‘한글학교용 표준 교육과정(안)’, 그리고 <재미한국학교협의회 2012년 표준 교육과정> 등의 3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살펴볼 것이다.

       3.1.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육과정(안)

    2000년대 초반 한국의 경제 발전과 한류 등으로 인해 재외동포의 한국어 학습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이들에 대한 체계적 한국어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나온 위의 두 보고서다. 여기에는 교육과정 개발의 목표와 방향 및 지침과 함께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육과정의 시안까지 부록의 형태로 제시되어 있다.

    류재택 외(2002)는 보고서 제목에서도 드러나는 것처럼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재를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었고, 실제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국제교육진흥원(현 국립국제교육원)이 2001년부터 5년에 걸쳐 발간한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재 8권3)의 기반이 되었다. 류재택 외(2004)류재택 외(2002)를 수정‧보완한 것으로 내용상에 큰 차이가 없기에 이하에서는 두 교육과정을 하나로 묶어서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육과정(안)’이라 칭하고 분석하도록 하겠다.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육과정(안)’은, 정영근 외(2009: 56)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한국어 교재 개선을 위한 교육과정이었기에 교육과정으로서의 완성도보다 교수요목의 개발에 치중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 성격과 내용의 측면에서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육을 위한 일반적인 교육과정과 본질적인 차이가 나지 않으며 이후 더 발전된 교육과정의 개발에 중요한 기반 또는 준거가 되었다.

    먼저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육과정(안)’이 제시하고 있는 총괄 목표와 세부 목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위에서는 이 교육과정(안)이 대상으로 하고 있는 학습자의 유형과 정체성 측면을 확인할 수 있는데, 외국인이 아닌 재외동포만을 대상으로하고 있으며 이들의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함양하는 것을 주요 목표중의 하나로 제시한다. 사실 대상 학습자로서의 재외동포는 교육과정(안)의 제목에도 명시되어 있다는 점에서 당연한 것이지만, 학습자의 유형에 대한 고려는 여기서 더 이상 나아가지 않는다.

    한국어를 ‘제2언어’로서 학습한다는 목표 규정에서는 제2언어와 구별되는 ‘계승어’의 개념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음을 드러내고 있다. 학습자의 한국어 구사 수준에 따라 12단계의 등급을 구분하고 있지만, 가정 내에서 한국어를 접하는지 여부 등과 같은 학습자 언어 사용 환경에 따른 유형의 세분화는 전혀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

    정체성 측면에서는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만을 강조하면서 재외동포의 이중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나 고려가 보이지 않으며, 재외동포가 거주국에서 성공적 정착과 개인적 발전을 이루는 것도 ‘한민족의 세계적진출’이나 ‘한민족의 힘’으로만 연결시키는 논리에서는 자칫 배타적 민족주의 또는 국수주의로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든다. 이러한 인식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인지 교육과정의 문화 내용에서도 문화상호주의적인 내용이나 접근 방식은 찾아볼 수 없고 한국 문화의 일방적인 제시만이 있을 뿐이다.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육과정(안)’에서 교육과정 개발의 준거 또는 지침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이 교육과정(안)은 학습자가 도달해야 할 한국어 능력 수준의 최종 목표를 일반적인 한국어 교육과정의 최종 목표보다 낮추어 “한국어 일상생활이나 직업상의 업무를 보는데 필요한 한국어 구사를 가능하게”하는 수준으로 설정하고, 그 도달 지점을 ‘한국어 숙달도의 70% 수준’ 또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 4급’ 정도라고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전체 과정은 12등급으로 구분하여 각 등급의 교육 내용과 교수요목까지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로 실행 가능한 과정은 10등급까지로 판단하고 학문이나 전문 직업에서 필요한 11-12등급 수준은 개인의 노력이나 한국 유학을 통해 성취하도록 제안한다. 이는 재외동포 한국어 학습자의 학습 참여도가 등급이 올라갈수록 격감하여 학교 수업을 통해 한국어능력시험 5-6급 수준을 달성하기는 불가능하다는 판단과 그럼에도 한국어 숙달도 최고 수준까지의 교육과정과 교재는 존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절충한 결과이다(류재택 외 2002: 86, 각주28).

    한편 위의 준거 또는 지침에서는 재외동포 한국어 학습자의 특성을 고려한 구성 체제나 교수법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4대 기능 영역과 지식 영역, 문화 영역을 나누어 개발하고 독해만이 아니라 다양한 의사소통기능을 기를 수 있게 한다는 것은 모든 언어 교육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지극히 일반적인 내용일 뿐이다.

    이러한 모습은 교육과정을 실제 수업과 교재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구체화하는 교수요목 개발의 지침에서도 다음과 같이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모든 언어 교수요목의 일반적인 지향점만이 나열되거나 재외동포 한국어 학습자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당위적 내용이 제시될 뿐이지 좀더 구체적인 논의나 방향 제시는 없다(류재택 외 2002: 106).

    이상의 분석 결과를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측면에서 정리해 보면,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육과정(안)’은 계승어 학습자로서의 재외동포를 분명한 대상 학습자로 설정하고 있지만, 재외동포의 다양한 언어 사용환경은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으며 계승어 학습자의 이중 정체성 측면에 대한 고려도 찾아보기 어렵다. 언어 구사 능력의 측면에서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의 최종 도달 목표를 일상생활이나 직업상의 업무를 보는데 필요한 정도인 한국어능력시험(TOPIK) 4급 수준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입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계승어 학습자로서의 재외동포의 특성을 고려한 특징적인 교육과정 구성 체제나 교수법을 제시하는 것도 발견할 수 없다.

       3.2. 한글학교용 표준 교육과정(안)

    위의 두 보고서는 국외에서 재외동포 교육을 담당하는 가장 대표적인 교육기관인 한글학교의 교육을 체계화하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가 개발을 위탁해 나온 연구 결과물들이다. 한글학교는 재외동포 교육기관 중가장 접근성이 좋고 기관 수나 재학생 수도 다른 기관과는 비교를 할 수 없을 만큼 많아서 재외동포 한국어 교육에 미치는 영향 또한 매우 크지만, 아직까지 교육과정과 교재, 교사, 교육방법, 시설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전문성과 체계성이 많이 미흡한 형편이다(박채형 2011a).

    위의 두 보고서 역시 교육부 차원에서 공식적인 한글학교용 표준 교육과정 발표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지만(박채형 2011b), 재외 한글학교용 표준 교육과정의 개발을 위한 두 연구는 한글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재외동포 한국어 교육의 수준을 높이는 출발점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다만 두 보고서는 한국어 교육을 포함하는 한글학교 교육 내용 전체에 관한 것이므로 여기서는 전체 교육과정을 참고하되 그 내의 한국어 교육과정에 초점을 두어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두 보고서는 한글학교용 표준 교육과정을 위한 것이라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서로 간에 내용적 차이가 적지 않으므로 3.1절의 두 보고서처럼 통합하여 살펴보지 않고 각각을 분리하여 분석하고자 한다.

    먼저 김경근 외(2008)에서는 류재택(2002, 2004)과 달리 대상 학습자의 범위를 재외동포로 한정하지 않고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려는 외국인까지 고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특징적이다. 예를 들어, 머리말에서는 “재외 한글학교에 대한 지원은 재외 한인을 포함하여 한국에 관심을 갖는 많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의 언어와 역사, 문화를 바로 알리는 국제적인 성격을 띠게 되는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한글학교 교육과정의 목표 설정에 포함되어야 할 요소’를 제시하는 방식에서도 확인된다.

    위의 네 가지 요소는 모든 한글학교의 공통 목표가 아니라 학습자의 구성 등 개별 한글학교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호주, 독일, 미국 등처럼 재외동포 중심으로 운영되는 한글학교의 경우에는 네 가지 요소 모두가 교육과정의 목표에 반영되는 데 문제가 없겠지만, 현지인 학습자의 비율이 높은 CIS 지역의 한글학교의 경우에는 두 번째의 정체성 확립 관련 요소를 교육과정의 목표에서 강조하기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김경근 외 2008: 109).

    이처럼 대상 학습자를 재외동포에 한정하지 않고 외국인까지 포함시킴으로 인해서 김경근 외(2008: 165)는 학습자의 정체성을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구현하는 문제를 표준 교육과정 자체에서는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고 개별 한글학교 차원에서 상황과 필요에 따라 재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한글학교 교육과정의 일부분인 한국어 교육과정의 목표를 일상적 의사소통 가능, 정확하고 효과적인 표현과 이해, 다양한 정보 이해 및 활용, 지속적 흥미와 자신감 확보, 한국의 전통과 문화이해, 한국과의 교류협력 능력 배양 등 여섯 가지로 제시하면서 학습자의 정체성 부분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 데서도 재확인된다(김경근 외 2008: 113).

    결과적으로 이상의 분석 결과를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측면에서 정리해 보면, 김경근 외(2008)에서는 대상 학습자의 유형이나 학습자의 정체성 반영 및 구현의 측면에서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의 관점이나 접근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또한 한글학교용 표준 교육과정을 만들기 위한 기초 연구로서 현장의 실태와 요구에 대한 조사 및 분석에 연구의 대부분을 할애하면서 교육과정의 체제와 내용, 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 제시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따라서 언어 구사 능력의 측면에서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의 최종 도달 목표나 계승어 학습자의 특성을 고려한 특징적인 교육과정 구성 체제나 교수법 관련 논의는 애당초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에 정영근 외(2009: 126-129)에서는 한글학교용 표준 교육과정의 목표를 ‘한 민족의 일원으로서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른다.’라고 명시하고, 그 일부인 한국어 표준 교육과정 역시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을 위한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이러한 대상 학습자 설정과 함께 제시하고 있는 한국어 표준 교육과정의 목표는 다음과 같다.

    여기서는 김경근 외(2008)와 달리 대상 학습자를 재외동포로 한정하면서 다시금 학습자의 정체성 문제가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정체성을 확인하고 함양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한국 언어문화 공동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것까지 목표에 포함시키고 있다. 하지만 3.1절에서 살펴본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육과정(안)’에서와 같이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만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계승어 학습자의 이중 정체성 측면에 대한 고려는 찾아볼 수 없다.

    정영근 외(2009)김경근 외(2008)와 달리 한글학교용 표준 교육과정의 일부인 한국어 표준 교육과정의 구체적 시안까지 개발하여 제시했는데, 그 시안 개발의 준거가 된 개발 지침4)은 다음과 같다.

    여기서 특징적인 것은 학습자가 도달해야 할 한국어 능력 수준의 최종목표를 ‘한국어능력시험(TOPIK) 4급’으로 설정했던 ‘재외동포용 한국어교육과정(안)’보다도 한 단계 더 낮추고 있다는 점이다. 한글학교의 현황과 학습자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실행 가능한 교육과정은 한국어능력시험의 1-3급 수준이 적당하며, 이는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육과정(안)’의 고급 3개 등급을 제외하고 초급 및 중급에 해당하는 1-7급 수준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정영근 외 2009: 58).

    한편 정영근 외(2009)에서도 재외동포 한국어 학습자의 특성을 고려한 구성 체제나 교수법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교육과정 시안에는 교수학습 방법과 관련하여 지역별 또는 학습자 특성에 맞춘 운영, 내용 선정의 균형 및 언어 기능 영역 간 균형, 의미 있는 학습 경험 제공 및 다양한 교수법 활용 등 일종의 지침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 역시 모든 언어교육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지극히 일반적인 내용일 뿐이다.

    이상의 분석 결과를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측면에서 정리해 보면, 정영근 외(2009)에서는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육과정(안)’과 마찬가지로 계승어 학습자로서의 재외동포를 분명한 대상 학습자로 설정하고 있지만 재외동포의 다양한 언어 사용 환경은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으며 계승어 학습자의 이중 정체성 측면에 대한 고려도 찾아보기 어렵다. 언어 구사 능력의 측면에서는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의 최종 도달목표가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육과정(안)’에서보다 한 등급 더 낮은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 수준으로 한정되고 있으며, 계승어 학습자로서의 재외동포의 특성을 고려한 특징적인 교육과정이나 교수법의 제시는 찾아보기 어렵다.

       3.3. <재미한국학교협의회 2012년 표준 교육과정>

    <재미한국학교협의회 2012년 표준 교육과정>(이하 <2012년 표준 교육과정>)은 1992년에 발표되었던 <재미한인학교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수정‧보완하여 개발한 것이다. 그동안 한국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나 국립국제교육원 등이 재외동포를 위한 다양한 교재와 교육과정을 개발하여 제공해 왔지만, 현지 상황에 잘 맞지 않아서 그것을 사용하는 학교가 많지 않다는 현실도 이 교육과정 개발의 중요한 동인 중의 하나였다.

    따라서 이 교육과정은 미국 내 비정규 학교인 한국학교5)는 물론이고 초‧중등학교나 대학교 등의 정규 학교에서까지 사용될 수 있는 한국어교육과정의 기본 틀을 제시하고자 하며, 더 나아가 이 교육과정이 학교, 교사, 학생, 학부모 간 원활한 의사소통, 학교 간 또는 학급 간 학생 이동시의 연계성 있는 교육, 재미 한국학교들의 정규 교육기관 인정 등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심용휴 외 2012: 3-5).

    먼저 재미한국학교협의회가 총론에서 강조하고 있는 <2012년 표준 교육과정>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여기서는 김경근 외(2008)에서 시도되었던 대상 학습자 범위의 확장이 다시 나타남을 확인 할 수 있다. 재외동포(한국계 미국인) 외에도 한국어를 전혀 경험할 기회가 없는 입양 가정 출신과 미국인까지도 교육과정의 대상 학습자로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이처럼 대상 학습자를 재외동포에 한정하지 않고 미국인까지 포함시키고 있으면서도 교육과정의 특정 부분에서는 학습자의 정체성과 관련된 언급이 분명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대상 학습자의 설정과 정체성의 문제에 대한 입장이 교육과정 내에서 일관성 없이 흔들리고 있다.

    예를 들어, 교육과정의 총론에서 각 단계의 성격을 설명할 때 입문, 기초, 초급 단계에서는 학습자의 정체성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가, 중급단계에서는 “한국을 바르게 알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이라는 갑작스런 설명을 하고 있으며, 단계별 주제를 설명하면서도중급 단계의 주제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토대로 한국문화를 전파하는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불쑥 나오고 있다(심용휴 외 2012: 7). 이런 식의 정체성 관련 설명과 주장은 고급 단계와 관련한 설명에서는 또 다시 사라진다.

    <2012년 표준 교육과정>은 전체 교육과정을 5단계 9년 과정(입문 1년, 기초 2년, 초급 2년, 중급 2년, 고급 2년)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각 단계교육과정의 내용을 볼 때 한국어능력시험 1급부터 3급 또는 4급까지 정도의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나 이를 정확히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 기존의 교육과정과 비교해 보면 사실상 초급 단계에 5년을 배정하고 중급 및 고급에는 2년씩만 배정하고 있는 것인데, 이는 한국어에 대한 기본 지식이 거의 없는 재미동포와 미국인을 많이 고려한 때문인 듯하다.

    각 단계별 교육과정을 좀 더 상세히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대상 학습자의 설정과 정체성의 문제에 대한 입장은 계속 동요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입문편’에서는 대상 학습자에 대해 “한국어를 외국어로서 다루며낱말을 가르치되 한글의 창제 원리에 따라 자음과 모음의 결합구조를 설명하고 음절, 낱말 그리고 간단한 문장으로 이어지므로 적어도 그 구조를 이해할 수 있고 음성 언어가 완성된 자로 한글 학습의 경험이 없는자”로 설정하고 있다(심용휴 외 2012: 19). 여기서 한국어의 음성 언어가 완성된 자로 한글 학습의 경험이 없는 자는 미국인 학습자보다는 재미동포 학습자의 특성을 보여주는 설명이라는 점에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습과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학습이 제대로 구별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입문 단계에서는 재미동포와 미국인의 차이를 염두에 둔 때문인지 “한국에 뿌리를 둔 학습자의 경우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기본적인 주제들로 자신의 부모들이 가진 아름다운 한국적 유산의 정신세계를 이해하고 계승하므로 말미암아 한국과 거주국 간의 융합된 훌륭한 문화를 새롭게 창출할 수 있도록 교과과정의 목표를 설정한다.”(심용휴 외 2012: 19)라고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은 마치 재미동포 학습자가 이 교육과정의 일반적이고 중심적인 대상 학습자가 아니라 특수하고 예외적인 대상 학습자인 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다.

    이처럼 대상 학습자의 정체성 문제에 대해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대상 학습자의 이중 정체성을 고려한 교육 내용에 대한 고민은 앞서 살펴본 한국어 교육과정(안)들에 비해 더 진전된 모습을 보인다. 입문 단계의 교육 내용에 “각각 한국과 미국의 절기에 맞는 주제를 정하여 간단한 이야기식으로 역사 문화를 소개한다.”(심용휴 외 2012: 20)는 식의 비교 문화론적 접근이 나타나는 것이나, 중급 단계의 교육 내용에 “학습자들이 한국문화의 독창성과 다양성을 알며 거주국인 미국의 역사 및 문화와 비교하여 두 나라의 문화적 차이를 알고 이해하게 한다.”(심용휴 외 2012: 143)라는 부분이 등장하는 것이 그 좋은 예다.

    또한, 고급 단계의 교육 내용에도 “한국사의 전체 시기를 연대기적 흐름을 가지고 접근하며, 미국사나 세계사와 연결, 비교, 분석할 수 있도록 한다.”거나 “고급 과정에서의 문화와 역사 교육 목표는 미국과 한국을 연결, 비교, 분석함으로써 양 사회를 이해하며, 양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반을 닦는 것이다.”(심용휴 외 2012: 184)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고급 단계의 교육 목표를 한국문화와 한국사 및 한국사회에 대한 지식습득을 바탕으로 “한국을 바르게 알고 이해하여 미국과 한국에 건설적인 영향력을 끼쳐 양 사회에 보탬이 되도록 전 과정을 마무리하는 데”(심용휴 외 2012: 183)에 두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도 기초 과정과 초급 과정의 학습자 대상, 교육 목표, 교육 내용 등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교육과정 개발에 참여한 연구진들이 각 단계를 분담하여 작성하면서 전체적인 조율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연구진 개인의 입장과 태도가 단계마다 개별적으로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2012년 표준 교육과정>에서도 대상 학습자의 특성을 고려한 구성 체제나 교수법 등을 찾아볼 수 없다. 학교의 여건과 학습자의 연령 및 수준을 고려해 한다는 일반적인 이야기로는 재미 한국학교 수강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재미동포를 위한 고려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상의 분석 결과를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측면에서 정리해 보면, <2012년 표준 교육과정>은 대상 학습자에 재미동포 외에 미국인까지 포함시키면서 그 성격이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도 아니고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분적으로는 계승어 학습자의 이중 정체성 측면을 고려한 교육 내용 설정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발전된 측면이 보이기도 하지만, 계승어 학습자로서의 재외동포의 특성을 고려한 특징적인 교육과정 구성 체제나 교수법은 여전히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언어 구사 능력의 측면에서는 교육과정의 최종 도달 목표를 한국어능력시험(TOPIK) 4급 수준에도 못 미치게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러한 도달 목표가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에 적절한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2)이 교육과정에 ‘(안)’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연구보고서로만 제출되었을 뿐이지, 교육부나 발주 기관에서 그 내용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거나 한글학교 등의 한국어 교육기관에 실제로 적용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3)김수정 외(2001), <한국어 1>, 한국교육과정평가원‧국제교육진흥원. 김수정 외(2002), <한국어 2>, 한국교육과정평가원‧국제교육진흥원. 김수정 외(2002), <한국어 3>, 한국교육과정평가원‧국제교육진흥원. 김수정 외(2002), <한국어 4>, 한국교육과정평가원‧국제교육진흥원. 최은규 외(2002), <한국어 5>, 한국교육과정평가원‧국제교육진흥원. 최은규 외(2003), <한국어 6>, 한국교육과정평가원‧국제교육진흥원. 김재욱 외(2005), <한국어 7>, 한국교육과정평가원‧국제교육진흥원. 김재욱 외(2005), <한국어 8>, 한국교육과정평가원‧국제교육진흥원.  4)이 개발 지침은 형식과 내용의 측면 모두에서 앞서 살펴본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육과정(안)’을 많이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5)미국에서의 ‘한국학교’는 「재외국민의 교육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재외국민에게 「초‧중등교육법」의 규정에 따른 학교교육을 실시하기 위하여 교육부장관의 승인을 얻어 외국에 설립된 교육기관이 아니라, 재외국민에게 한국어‧한국역사 및 한국문화 등을 교육하기 위하여 외국민단체 등이 자체적으로 설립하여 당해 지역을 관할하는 재외 공관의 장에게 등록한 비정규학교인 ‘한글학교’를 의미한다.

    4.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의 개발 또는 개선 방향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의 개발 또는 개선 방향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육과정은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으로서 그 성격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서 살펴본 몇 가지 교육과정(안)들 중에는 재외동포와 외국인, 계승어와 외국어의 구별을 분명히 하지 않은 채 한글학교라는 교육기관으로 그 대상과 성격을 규정하려는 교육과정이 있었다. 하지만 이처럼 이질적인 요소들의 기계적 결합은 양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 오지 못할 수 있다.

    물론 국내외를 막론하고 외국어나 제2언어로서의 한국어 강좌 및 프로그램과 구별되는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강좌 및 프로그램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학습 수요나 재정지원의 측면에서 더 좋은 조건에서 운영되는 북미의 일본어 교실들에서 조차 외국어나 제2언어로서의 일본어 학습자와 계승어로서의 일본어 학습자가 함께 수업을 들으며 심지어 모어로서의 일본어 학습자까지 발견된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나카지마 카즈코 2012: 74),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학습자만을 위한 교육과정과 그에 따라 운영되는 강좌 및 프로그램을 기대하는 것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향점이 타당하다면 그 지향점에 도달하기 위한 교육과정을 제대로 마련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필요한 것이며, 그 교육과정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들은 가장 현실적인 차선책을 통해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재외동포 한국어 학습자에게는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이 최적이라면 한글학교에 외국인이 온다고 해서 외국인까지 고려하다 성격이 모호해지는 교육과정으로 변형될 필요는 없다. 재외동포에게는 계승어로서의, 외국인에게는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이 적용되면 되는 것이다. 둘 이상의 교육과정을 적용하는 일차적 방법은 분반이겠지만, 이조차 여의치 않다면 수준 차이가 나는 학습자들이 섞여 있는 제2언어로서의 영어 교실을 위해 연구되고 개발된 교수 방법들, 즉 전체 지도와 그룹별 지도, 개인 지도를 적절하게 혼용하고 상급 수준 학습자를 하급 수준 학습자의 보조 교사로 활용하는 등의 방법들(Bell 2004)을 응용해 볼 수 있다.

    둘째, 계승어로서의 한국어가 가지는 특성을 고려한 교육 목표 설정과 체제 구성, 교수법 등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와 교육과정에의 실제적 적용이 필요하다. 조태린(2010: 214)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아직까지 재외동포 한국어 교육을 계승어 교육으로 접근하기 위한 학문적 토대와 실천적 경험이 매우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계승어라는 개념은 내국인도 아니고 외국인도 아닌 재외 동포에게 모어도 아니고 제2언어도 아니며 완전한 외국어도 아닌 한국어의 특수성을 잘 포착해 주고 있다. 언어 구사 능력의 측면에서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의 최종 도달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서도 현장의 실태와 요구에 대한 조사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교육 방법론의 측면에서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이 외국어나 제2언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 구별되는 지점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2절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외국인 한국어 학습자와는 달리 재외동포 한국어 학습자에게서 월등하게 나타나는 구어 듣기 능력을 고려한 교육과정의 체제 구성 문제, 재외동포 학습자의 학습 동기와 목적 등을 고려하여 생활 언어 능력과 학습 언어 능력의 비중을 조절하는 문제, 재외동포 학습자의 현지어와 한국어 간의 대조 분석, 현지 언어문화와 한국 언어문화의 비교 분석 등을 교육과정에 효과적으로 반영하는 문제 등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연구가 절실하게 연구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을 적용하는 한국어 강좌의 적극적인 실험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는데, 국내외를 막론하고 계승어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하는 한국어 강좌가 개설된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몇몇 대학들이 한국어 과정을 개설하면서 일반적인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과정과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과정을 분리하여 운영하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6). 그것에 적용한 교육과정의 질적 수준을 떠나서 계승어 교육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셋째, 재외동포 한국어 학습자의 이중 정체성적 측면을 고려하여 교육과정의 내용과 체제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서 살펴본 기존의 교육과정(안)들에서는 재외동포에게 한민족 또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모습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자민족 또는 자국 중심주의적 태도는 재외동포의 정체성 인식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는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외동포 대상의 한국어 교육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 재외동포가 어떤 정체성을 갖느냐의 문제는 전적으로 재외동포 개개인이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지 누군가가 강요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따라서 재외동포가 한국어 학습을 통해 민족적 정체성을 유지하거나 신장시키고 모국과의 연계를 강화하거나 모국의 발전에 기여하게 되는 것은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의 철학 또는 목표라기보다 그 효과 또는 부산물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조태린 2010: 212).

    6)필자가 조사한 범위 내에서는 UCLA의 아시아 언어문화학과에서 개설한 한국어 과정, 하버드대학교 동아시아 언어문화학과에서 개설한 한국어 과정, UC San Diego의 언어학과의 계승어 프로그램에서 이러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5. 맺음말

    이 글은 주요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육과정(안)을 계승어 교육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먼저 계승어의 개념과 계승어 교육에 대한 기존 논의를 검토하여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에서 제기되는 문제 네 가지를 다음과 같이 도출했다.

    첫째,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이 대상으로 하는 학습자의 유형과 언어 사용 환경은 무엇인가의 문제이다. 둘째, 언어 구사 능력 측면에서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의 최종 도달 목표를 어느 수준까지 설정하는가의 문제이다. 셋째,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에서 학습자의 정체성이 어떤 시각에서 어떤 방식으로 반영되는가의 문제이다. 넷째,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이 학습자의 특성을 고려할 때 어떻게 구성되고 어떤 교수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이상의 네 가지 문제들을 중심으로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육과정(안) 5개를 분석한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 1>] 한국어 교육과정(안) 분석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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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어 교육과정(안) 분석 결과

    위와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의 개발 또는 개선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었다. 첫째,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육과정은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으로서 그 성격을 분명히 해야 한다. 둘째, 계승어로서의 한국어가 가지는 특성을 고려한 교육 목표설정과 체제 구성, 교수법 등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와 교육과정에의 실제적 적용이 필요하다. 셋째, 재외동포 한국어 학습자의 이중 정체성적 측면을 고려하여 교육과정의 내용과 체제가 구성되어야 한다.

    이 글은 기존의 재외동포용 한국어 교육과정(안) 5개를 분석하는 작업자체에 주안점을 두었기에 각각의 성과를 파악하고 한계를 지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의 개선 또는 발전 방향을 모색해 보았을 뿐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 더구나 각 교육과정의 구체적 항목과 내용을 세밀하기 분석하지 못하고 총론을 중심으로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에서 제기되는 문제 네 가지를 분석하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이 글이 계승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활성화되는 데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이글의 부족한 부분에 대한 개선 및 보완은 후속 연구를 기약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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