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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A Strategy for Documentary Storytelling* 진실 재현을 위한 다큐멘터리의 스토리텔링 전략*
  • 비영리 CC BY-NC
ABSTRACT
A Strategy for Documentary Storytelling*
KEYWORD
Korean Independent documentary , storytelling , reality , truth , subjectivity , objectivity
  • 1. 우화寓話의 시작

    최근 중동 재스민 혁명의 열기는 SNS의 위력을 확실하게 입증해주었다. 결국 알제리와 이집트 민중들의 민주화 요구는 시리아로 확대되었다. 여전히 변화를 거부하는 시리아의 독재자에 저항하는 시리아 시민들에게 SNS는 매우 중요한 저항의 무기이다. 스마트 폰으로 촬영된 시리아 시민들과 어린 아이들의 처참한 영상은 뭐라 형언하기 어려운 아픔을 준다. 또한 이러한 두려움과 아픔이 가득한 영상들은 80년 광주 시민들의 분노와 외로움을 만나게 한다. 이제 스마트폰으로 촬영되고 페이스북 facebook이나 트위터 twitter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퍼지는 이 영상들은 더 이상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진실과 열망이 가득한 메시지로 간주된다. 이제 영상의 현실 기록과 재현의 행위에 내재되어있는 정치적, 윤리적 기의들이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관객들과 숨 가쁘게 만나고 있고, 그 만남의 지점은 저널리즘 journalism 보도 혹은 다큐멘터리 documentary 영화의 현실 재현의 의미를 넘어서는 지점이자 새로운 미디어의 출발점으로 여겨지고, 많은 이들이 이러한 새로운 미디어 개념의 등장에 호기심 이상의 관심으로 다가가고 있으며, 다큐멘터리 영화의 영역 역시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한국에서의 다큐멘터리 영상과 영화에 대한 영상 소비자들의 증대된 관심은 크게 두 영역에서 확인 할 수 있다. 하나는 KBS, MBC, SBS 그리고 EBS 공중파 4개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블록버스터급 다큐멘터리(자연 다큐멘터리와 민속지학적 다큐멘터리의 장르적 한계를 보이기는 하지만)를 기획 제작하고 기대 이상의 시청률을 얻는 것을 통해서 확인된다. 또 다른 하나는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다양한 개봉 형태에 힘입어 많은 관객들과 만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심지어 2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워낭소리> (이충렬, 2009)와 같은 흥행 대박의 독립 다큐멘터리까지 등장하게 하였다.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영화의 역사는 1982년 ‘서울영화집단’의 출범을 통해 충무로 상업영화권 외부에서의 소통을 시도하는 독립영화들의 등장으로 시작되었다고 평가 받는다.1) 1980년대 폭압적 정치 상황에서의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는 단순한 영화 그 이상의 의미를 담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독립 다큐멘터리들의 일반 관객과의 만남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꾸준히 제작되고 조금씩 그 지평을 확대해온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는 2000년대 디지털 영상 테크놀러지의 등장과 함께 확실하게 그 외연을 더욱 확대할 수 있게 된다. <낮은 목소리>시리즈(변영주, 1995, 1996, 1997)로부터 시작하여 <송환>(김동원, 2003)에 대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은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의 가능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일례라 하겠다.

    남인영은 2000년대 한국 독립다큐멘터리 영화들이 이론적인 개념이 아니라 역사적인 개념이라 지적하며, 2000년대 이후의 독립 다큐멘터리들에는 제작자 자신의 시점과 한계를 텍스트내에 기입하는 새로운 스타일이 등장한다고 말한다.2) 이는 영화 연출자와 피사체간의 교류가 존재하며 그러한 흐름에 따라 영화의 스타일과 흐름이 결정되는 스타일을 말하는 것으로, 제작자와 제작 대상의 상호작용적인 즉 주관적 시선의 스타일이 등장하였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스타일은 최하동하, 경순 등,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경계를 넘나드는 파격적 스타일을 시도하는 감독들의 등장까지로 이어진다.

    어려운 다큐멘터리 제작 환경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데, 전주국제영화제의 사전 제작지원 펀드, 부산국제영화제의 배급지원 펀드의 등장으로 다큐멘터리영화제작을 위해 진일보된 환경들이 제공되고 있다. 더불어 EBS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DMZ 다큐멘터리영화제 등도 영화를 소개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작지원을 위한 펀드의 운영을 통해 제작을 지원하고 있고, 서울 인권영화제, 인디 다큐페스티벌 등의 영화제를 통해서도 꾸준히 관객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또한 인디스토리(대표 곽용수)와 함께 독립 다큐멘터리를 전문적으로 배급하는 시네마 달(대표 김일권)의 설립은 극장 개봉뿐 아니라, 공동체 상영을 통해 더 많은 독립 다큐멘터리들이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더하여 온라인 독립영화 상영사이트 인디플러그 http://www.indieplug.net를 통해서도 관객들과 조우의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TV 다큐멘터리 부분에서도 이미 언급된 블록버스터급 다큐멘터리 뿐 아니라 2009 IDFA3)중편 부분 대상을 수상한 <철 까마귀들 Iron Crows> (박봉남 2009)과 같은 프로젝트들이 공중파 방송을 중심으로 기획 방영되었고, 아직 국내에서 상영되지는 못했지만, 독립 PD4)인 이성규 감독의 <오래된 인력거 My barefoot friend> (이성규, 2010)가 비 서구인 감독 최초로 2010 IDFA 장편 경쟁 부분 진출 등을 통해 한국 TV 다큐멘터리의 저력을 보여 주었다.

    <경계도시1,2>5)는 연출자의 분명한 정치적 시선으로부터 출발한다. 지정학적 경계의 개념이 실천되고 있던 2000년의 베를린과 서울이라는 두 경계도시의 공통점에서 착안되었을 ‘경계도시’의 호명은 짐짓 송두율 교수나 한국사회가 아니라 두 도시의 공간적 동질감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작 <경계도시>는 분명하게 송 교수와 한국 사회를 바라보게 한다. 재독철학자 송두율 교수에 대해 말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여전히 ‘국가보안법’의 테두리와 레드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직되고 교조적인 한국 사회에 대한 관찰은 ‘필견의 다큐멘터리’라는 홍보 문구가 낯설지 않을 만큼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는다. <경계도시 2>배급사인 ‘시네마 달’은 2010년 4월, 공동체 상영 관객 1만 돌파 기념 파티 공지를 올렸다. <워낭소리>의 흥행 성공과 비교는 곤란하지만, 제한된 상영관과 공동체 상영만으로 1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경계도시 2>는 상당히 대중적 지지를 확보한 다큐멘터리이다. 본고에서는 <경계도시> 시리즈의 텍스트 분석을 통해 다큐멘터리의 근본적 힘이라 할 수 있는 진실 truth의 재현을 위한 스토리텔링 전략에 대해 분석하고자 한다.다큐멘터리의 진실 재현은 현실 reality의 재현과는 분명히 다른 부분이다. 다큐멘터리의 진실이란 단순히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상징적 진실 symbolic truth을 보여주는 것이다.6) 즉, 화면을 통해 확인되는 현실 reality 이면의 문화적, 사회적, 상징적 진실들을 재현하고 설명하기 위해 어떠한 방법들을 사용했는지 알아본다는 것이다.

    1)남인영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의 재현 양식 연구」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2004, p8  2)남인영, 앞의 책, p4, 7  3)International Documentary Film of Armsterdam 암스텔담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유럽지역의 가장 큰 규모의 다큐멘터리 전문 영화제이자, 마켓으로 2011년 올해 24회를 맞는다. 일부에서는 지나치게 마켓의 성격을 강조하는 영화제의 성격에 대해 비난하지만,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와 권위를 자랑하는 다큐멘터리 전문 영화제임에는 이견이 없다.  4)공중파 TV의 인-하우스 PD가 아닌 개별 제작사 PD를 지칭  5)원제는 <경계도시 1>(2002)이나 <경계도시 2>(2010)와의 구분을 위해 <경계도시>로 표기하였다.  6)Spence, Louise & Navarro, Vinicius. 『Crafting Truth』 Rutgers Univ Press, 2011, p 22

    2. ‘현실 reality’과 ‘진실 truth’ 재현의 간극

    뤼미에르 형제의 <기차의 도착>으로 시작된 영화역사의 시작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부분의 영화역사는 극영화 feature의 역사로 기록되고, 기억된다. 이는 극영화 산업의 거대한 산업적 성장과 연계된 부분7)이기도 하지만, 다큐멘터리의 본질적 속성으로 여겨지는 ‘진실의 기록과 재현’이라는 측면에도 기인할 것이다. 관객들 대부분이 마주해야하는 ‘진실’의 속성은 즐거움 pleasure 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 현대인들의 즐거움에 대한 열망은 골룸의 ‘절대반지’에 대한 추적만큼이나 집요하다. ‘꿈의 공장’인 영화산업의 즐거움의 재현은 ‘진실 재현’의 다큐멘터리에 수반되는 불편함을 압도하였고 결국 극영화가 영화산업의 중심에 위치하게 되었다.

       1) 진실재현을 위한 노력

    <북극의 나누크 Nannok of The North> (플래허티, 1922)를 통해 다큐멘터리의 아버지로 불리는 플래허티에 대해 그의 부인 프랜시스는 그의 작업이 다큐멘터리와는 관계가 없다고 이야기 한다.8) 그가 헐리우드의 영화 스타일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한 것은 사실이지만, 교육적, 사회적 목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그의 영화는 아직까지도 시실의 기록이 아니라 조작된 이미지의 기록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다큐멘터리는 사회적 목적을 수반한 사실의 기록 즉, 단순히 기록영상을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자의 분명한 의도와 목적이 반영된 영상인 것이다.

    <경계도시 1>의 제작은 원래의 기획의도에서 벗어나게 되는 상황이 초래되면서 (33년 만의 송교수의 입국 좌절) 송두율 개인의 기록으로 전환된다. 그의 독일에서의 활동과 방북 그리고 한국정부와의 갈등, 故윤이상 선생과의 추억 등이 주를 이루게 된다. 영화는 다소 단순하게 사실과 진실에 대한 논란이 크지 않은 무난한 구성을 갖게 된다. (물론 이 작품의 이적성(?)을 지적하는 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나, 2편에 비할 상황은 아니다.)

    반면 <경계도시 2>는 다소 복잡한 진실 보여주기의 상황에 놓여진다. 매우 복잡하고 섬세한 간극을 유지하며 극을 진행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연출자는 촬영 이후 5년이 넘는 시간동안 과연 그들이 촬영하고 목도한 상황들의 실재와 진실의 간극이 존재하는 것인지, 만약 존재한다면 어떠한 사실들이 진실을 왜곡하는 것인지, 혹은 왜곡된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37년 만에 고국에 돌아오는 개인이자 철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사회의 재현이라는 원래 영화제작의 취지에서 ‘해방 이래 최고 거물 간첩(?)’의 구속을 기록하는 역사적 기록물로 변화하게 되고, 이러한 사건의 기록과 연계되는 ‘진실의 재현’에 대한 증거로 제작 팀의 고민도 영화에 담는다. 영화에 등장하게 되는 제작팀의 모습들은 시네마 베리테 스타일9)의 다큐멘터리가 저널리즘의 시선과 유사해진다는 여러 지적들에 부합된다는 부르찌 Brizzi의 설명10)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즉, 다큐멘터리의 진실재현을 위한 노력이 단순한 사건 기록의 의미가 아니라 제작진의 정치적 시선을 포함하게 된다는 것이다. 채프먼 역시 도 저널리즘이 다큐멘터리 스타일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지적한다.11) <경계도시> 시리즈의 사회적 질문과 그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는 노력이 포함된 모습들은 다큐멘터리 스타일을 유지하는 한편, 진실을 보여주려고 시도하고 있음을 확인 시킨다.

    (1) 스타일을 통한 ‘진정성’의 확보

    다큐멘터리의 전통이 그리어슨과 플래허티의 영상 기록으로 시작되었다고 하더라도 현대영화의 역사에서 TV 다큐멘터리(검열의 시선을 의식해야하는)가 다큐멘터리의 스타일을 주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마이클 무어의 논란 많은 다큐멘터리 영화들의 등장과 흥행은 극장용 다큐멘터리의 스타일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또 다른 논쟁을 유발하였고, 극장 상영을 위한 다큐멘터리들이 재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환경적 변화는 관객들의 다큐멘터리에 대한 새로운 기대가 가능하게 하였고, 다큐멘터리영화의 외연 확대라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부분들이 되었다. 즉, TV와 다른 영화만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진실을 재현하는 다큐멘터리의 시선은 중층적이다. 다큐멘터리는 진실을 이야기하지만 완전한 진실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12) 오히려 제작자의 관점, 편향된 시점에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되지만, 이 부분이 다큐멘터리의 존재 가능성을 확인시켜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즉 좋은 다큐멘터리와 그렇지 못한 다큐멘터리의 경계이자 변곡점인 것이다. 이러한 진실 재현에 대한 간극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다큐멘터리의 진실 기록이란 시선은 여러 다큐멘터리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점차 ‘편향된 시선’의 하나임을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다. 다큐멘터리의 영상은 진정 실제를 기록하는 탈정치적인 영상이 아니라, 제작자의 시선과 의식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들의 출발은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의 정치적 입장이 반영되고, 그들에 의해 제작된 화면들의 구성이보여주는 실재 reality와 진실 truth에 대한 논쟁이라는 점의 인정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러기에 다큐멘터리는 픽션 fiction의 또 다른 형식 form으로 지적되기도 한다.13)

    <경계도시>의 화면구성과 이야기의 전개는 전체적으로 TV 다큐멘터리의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영화의 주된 피사체인 송교수 개인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사용되는 과거 흑백사진들의 이미지, 화면 분할을 통한 전화 통화 장면 등 연출자의 포토제닉한 화면 구성 등은 확실히 관객들에게 부담되지 않을 만큼의 기시감을 준다. 다만 국가 정보원 직원이 등장하여 매우 설득력 있게(?) 강석필 PD의 안위를 염려해주는 부분은 제외다. 마치 몰래 카메라 같은 느낌의 길지 않은 이 장면이 결국 <경계도시>의 정치적 정체성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경계도시 2>는 TV 다큐멘터리의 정제된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주로 예기치 못한 사건전개의 상황때문인지 영화는 매우 불안정한 화면과 사운드로 가득하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제작 팀의 정치적 시선이 분명하게 엿보이고 또한 그들이 촬영하는 대상, 송두율 교수와 그의 가족들에 대한 애정도 분명히 들어나고 있다. 제작팀은 매우 주관적인 시선으로 송교수 개인에 대한 억압의 부당함과 송 교수 부인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다.

    (2) 신뢰할 만한 증거로써의 기록

    다큐멘터리는 실재의 인물과 사건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공식적 기억, 역사 혹은 개인적 기억과의 접점에 대한 논의가 필수적이다. 빌 니콜스는 다큐멘터리의 리얼리즘은 영화가 얼마나 신뢰할만한 사실을 다루고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지적한다.14) 단순히 사실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할만한 사실, 진실을 기록하고 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 설명은 실재와 진실의 간극이 존재함을 지적하는 또 다른 지적이다.

    <경계도시 2>는 결론적으로 매우 개인적인 기록뿐 아니라, 역사적 상황들을 기록한 결과가 된다. 87년과 97년 체제15)를 거치며 한국 사회의 가장 확실한 권력의 하나로 자리 잡은 언론과 진보진영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기록하고 보여준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다만, 가편집본을 송두율 교수에게 보냈고, 일정 부분 송교수의 의견을 받아들여 편집을 한 결과는 지나치게 피사체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가 되기에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2008년에 출간된 송두율의 ‘미완의 귀향과 그 이후’를 읽어본다면 이 책이 <경계도시 2>의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데, 이는 나레이션에 사용되는 단어들, 선택되어 편집된 씬 등의 많은 부분이 책에서 설명하는 부분들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일련의 영화제작 과정은 스스로의 ‘힘’이자 최고의 무기인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객관적 시도에 대한 오해와 오독을 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언급하였듯, 실재의 기록이 반드시 진실의 기록이란 보장은 없다. 오히려 진실을 말하려고 노력하는 부분들이 다큐멘터리의 진실 왜곡으로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경계도시 2>가 재현하는 이러한 다소 도전적인 시도는 영화 텍스트로써의 강점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다소 논란을 제공하는 지점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2) 진실 재현을 위한 기술적 지원

    (1) 카메라워크 camerawork

    <경계도시>의 도입부는 전화(혹은 팩스)줄, 포터짚 porter zip을 이용한 송교수 서재의 부감 샷, 외치는 동상 그리고 타이틀로의 F. I으로 이어진다. 송 교수와 한국의 연결을 위해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전화기로 시작되는 도입부는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송두율 교수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감독의 의지와 계획대로 진행됨을 보여준다. 입국 금지되어 33년간 한국으로의 입국이 금지된 재독철학자이지만 여전히 한국과의 유대와 연결에 목말라하는 한 지식인의 이야기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8,90년대 독립다큐멘터리에 대한 비판 중 영화적 스타일이나 기술적 결함에 대한 지적들을 극복하고자 하는 감독의 시도일 뿐 아니라, 어느 정도 감독의 스토리텔링의 전략이 통용될 것임을 예견하게 한다.

    그에 반해 <경계도시 2>는 서울의 야경을 보여주는 에어리얼 샷aerial shot으로 시작하며 영화가 결코 송두율 개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님을 보여준다. 화려한 불빛들의 서울의 야경이 감추고 있는 어둡고 불편한 진실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으로 보여준다. 두 편 모두 도입부에는 ‘구조적 역설’을 보여준다.

    <경계도시>의 샷들은 대부분 트라이포드를 사용한 안정적인 구성들을 지향한다. 송두율, 정정희 부부의 인터뷰, 송두율 교수 자택에서의 내부 샷, 도입부와 엔딩 ending의 포터짚과지미짚 jimmy zip의 활용은 영화 전체의 카메라워크가 현장 기록의 다급함 보다는 관객 설득을 위한 준비와 같은 안정감을 전달한다. 심지어 세 번에 걸쳐 나누어 사용되는 국가정보원 직원의 강석필 PD 설득 장면에서조차 숨겨진 카메라의 앵글이 점차 안정적인 위치로 이동한다.

    <경계도시 2>는 반대로 전체적으로 불안정한 샷이 대부분이다. 영화의 구성상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전개되며 카메라 감독들의 핸드헬드 hand held에 의존해야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 그 이유이기도 하지만, 트라이포드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관객들을 위한 친절은 없다. 10월12일 2차 기자회견 이틀 전, 숙소에서의 진보인사들과 송 교수 부부간의 기자회견 여부에 대한 토론 장면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예 변화가 전혀 없는 프레임으로 구성된다. 이는 답답한 송두율 교수의 심정을 대변해 주는 장면이기에 더욱 기묘하게 불안정 하다.

    (2) 사운드 sound

    <경계도시>는 윤이상의 음악이 주로 사용된다. 이는 윤이상과 송두율 두 사람의 친밀함에서 의도된 부분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현대음악 특유의 난해함은 어려운 과제를 받아든 송두율 교수의 상황을 반영한다. 마치 송 교수의 심리상태를 대변하는 듯한 이 음악들은 다른 한편으로는 송교수의 이미지를 지나치게 ‘현학적 인간’으로 비치게 하는 단점이기도 하다.

    반면 <경계도시2>는 김민기의 음악이 부분적으로 사용되는 도입과 엔딩 부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효과음과 대사 dialogue로 만 구성된다. 더구나 송두율 교수의 인터뷰 장면이 간단하게 두 번 사용되는 상황에서 연출자의 나레이션이 영화의 흐름을 설명할 뿐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운드는 역시 재판정에 몰래 숨겨가 녹음해 사용한 송교수의 진술 이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내몰리고, 여전히 자신의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그의 진술은 그야말로 공허하게 법정을 울리며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DVD의 부가영상에서도 확 할 수 있지만, 제작 인력의 부족은 만족할 만한 수음이 가능한 상황이 아니어서 현장음의 다소 불편함은 오히려 불편한 진실을 재현하는 영화의 목적과 묘하게 상통하며 그 효과를 거두고 있다.

    (3) 편집 editing

    <경계도시>는 송두율 교수와의 인터뷰가 상대적으로 많이 등장하고, 다른 이들과의 전화 연결 장면이 많이 구성되어 있어, 다소 극영화 feature의 화면구성과 같은 편집들이 등장한다. 이는 영화적 시간 생성을 위한 축약의 경우도 있겠지만, 좀 더 효과적인 극적 구성을 위한 의도적 편집의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이러한 편집이 의도적인 사식의 왜곡의 시도로 여겨지지는 않지만, 91년 방북 상황에 대한 설명에 사용된 96년 자료화면의 편집의 경우는 오히려 영화의 진실 재현에 방해되는 부분이다.

    <경계도시 2>는 사건과 시간의 흐름을 쫓아 순차적 편집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송두율 개인의 37년만의 귀국을 통해 ‘철학자의 눈에 비친 한국의 표상’을 기록하려던 본래 연출의 의도가 점차 한국사회의 기록으로 변화하게 되자 이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선택하게 된 방법으로 여겨진다. 감독 본인의 고백대로 무려 5년이 넘는 시간동안 편집을 시작할 수 조차 없었던 개인적 혼돈의 기록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방법의 선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당히 많은 촬영 풋티지 footage들 중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공개하지 못한 장면들도 있을 것으로 추측되어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7)앨리스,잭. 맥레인,베시. 허욱 김영란 등 역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역사』, 비즈앤비즈, 2011, p17  8)앨리스,잭. 맥레인,베시. , 앞의 책, p97,98  9)시네마 베리테는 영화 제작자가 영화제작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제작하는 스타일을 말한다. 이는 영화 제작자가 영화에 등장하여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스타일이다. 영화의 제작자는 촬영 대상의 이벤트를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촬영 대상과 연관성을 갖는다. 프랑스의 장 루슈 Jean Rouch는 ‘카메라를 의식하는 것이 사람들을 더 진실되게 행동하도록 만든다고 주장한다. (바누, 에릭, 이상모 역 『세계 다큐멘터리 영화사』, 다락방, 2000 p301) 이는 영화제작자와 대상간의 관계 맺기를 통해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촬영대상의 이벤트뿐 아니라, 촬영자의 의도가 반영된 사건들의 기록이기도해서, 일정하게 사건의 기록이라는 다큐멘터리 원래의 의미에서 벗어난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촬영을 위한 카메라의 등장은 이미 상황의 변화를 야기하는 것이고, 이에 따른 변화와 조정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프레드릭 제임슨은 다큐멘터리 재현의 가장 중요한 문제의 하나는 말하려 하는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항상 등장하는 클리셰 cliche와 스테레오 타입 stereo type의 감정들이라고 지적한다. (Chanan, Michael. 『The Politics of Documentary』BFI, 2007 p234에서 재인용) 이처럼 의도된 부분들을 효과적으로 강조하며 말하기 위한 스토리텔링을 구사한다는 점에서 베리테 스타일은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하는 스타일이다. 물론 일부 TV 다큐멘터리의 사실 왜곡 수준의 간섭을 시네마 베리테 스타일로 정의할 수는 없다.  10)Bruzzi, Stella. New Documentary Routledge, 2006, p8  11)Chapman, Jane. 『Issues in Contemporary Documentary』, polity, 2009, p 9, 10  12)Chapman, Jane. Ibid, p 23  13)Chanan, Michael. 『The Politics of Documentary』BFI, 2007, p3  14)NIchols, Bill. 『Introduction to Documentary』 Indiana University Press, 2001 p 2  15)김종엽 편, 김호기, 「87년 체제인가, 97년 체제인가」, 『87년 체제론』, 창비, 2009 87년 6월 항쟁 이후의 민주화 과정을 통해 구축된 한국 사회와 97년 IMF 체제의 한국 사회에 대한 사회구성체 논쟁

    3. 스토리텔링 Storytelling 전략

    전통적으로 다큐멘터리에서의 스토리텔링 전략은 주관성subjectivity과 객관성objectivity의 논쟁과 연관된다. 이는 제작자의 진실에 대한 균형감각이라 할 수 있는데, 다큐멘터리의 스토리텔링은 연출자의 시선perspective에 의존하게 되지만 영화의 객관적인 진실의 유지라는 측면에서 중요하게 여겨진다. <경계도시> 시리즈는 다큐멘터리의 객관적 진실의 기록이라는 본연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전통적인 주관성과 객관성의 증거들을 확보하기 위해 투 트랙 two-tracks의 구조를 사용한다. 대부분의 시네마 베리테 스타일의 다큐멘터리와 마찬가지로 영화제작자들의 등장을 통한 피사체와 제작자를 활용한 이야기 그리고 다른 하나는 다이렉트 시네마 스타일의 전략으로, 송두율 교수와 그를 둘러싼 환경 그리고 한국사회에 대한 기록이다. 앞에 언급된 2000년대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의 성찰적 양식의 다큐멘터리는 영화 제작자와 대상의 만나보다는 영화 제작자와 관객의 만남을 중시한다.16) 2000년대 다큐멘터리들 중 연출자 개인의 과거와 기억을 중심으로 제작된 몇 몇 다큐멘터리는 주관성과 객관성에 대한 논의들을 촉발시킨다. 예를 들어 <타네이션 Tarnation> (Johnathan Caouette, 2003)의 경우, 정신분열증 환자인 엄마에 대한 연출자 자신의 사랑을 이야기하기 위해, 과거의 사진, 비디오 테이프, 자동 응답전화기의 내용을 활용해 영 화를 완성한다. 지극히 사적인 시선으로 구성되는 이러한 다큐멘터리의 주관적인 시선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상당히 호의적이었고,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하게 된다.17) 다큐멘터리는 이처럼 주관적인 시선과 객관적인 시선 사이에서의 균형 확보를 위해 여러 방법들을 사용한다.

       1) 주관성Subjectivity과 객관성Objectivity

    (1) 비교

    연출자의 주관적 시선으로 구성된 화면구성이 주를 이루는 <경계도시>의 이야기 전개는 송두율의 귀국이 무산되면서 자연스럽게 개인사 재현으로 연결되고, 고 윤이상과 비교하게 된다. 재독음악가로서 동백림사건과 연계되어 결국 귀국하지 못하고 베를린에서 숨을 거두게 된는 윤이상과 송두율의 비교는 당연한 비교일 것이다. 반면 <경계도시2>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건의 즉흥적인 연결로 인해 연출의 의도와는 무관한, 그저 객관적인 시선으로 사건의 흐름을 쫓는 듯한 전개로 이루어지고 있다.

    <경계도시>에서는 음악가인 고 윤이상과 송두율 그리고 <경계도시2>에서는 독일시인 하이네와 송두율의 비교를 통해 그를 바라본다. 동백림 사건으로 한국입국이 거부되었고, 결국 독일에서 생을 마감함 음악가 윤이상의 인생은 송두율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경계도시 2>에서는 영화의 도입부에 독일 시인 하이네의 겨울동화 중 ‘국경선이 가까워지자 내 가슴은 세차게 고동치고, 눈에는 이슬이 맺히기 시작했다’ 구절로 시작하며 하이네와 송두율의 운명을 대조한다. 하이네 역시 오랜 망명생활로 인해 고국 독일에는 두 번의 방문이 전부라 한다. 송두율은 미지의 세계(한국행 기내 인터뷰)라는 표현 으로 그의 상황을 설명한다. 이는 해외민주인사의 고국방문이라는 형식으로 37년 만에 한국 땅을 밟게 되는 생경함에도 기인하겠지만 오랜 기간의 간접 체험이 직접 체험화하는 과정에서의 이질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2) 인터뷰

    <경계도시>의 시작은 국정원 직원들의 제작자 강석필에 대한 설득(?)으로부터 시작한다. 이미 ‘한국에서 누군가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대단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선언적 테제로 시작하는 영화는 송두율에 대한 영화를 제작하는 행위가 국가보안법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그들의 설명을 통해 이 영화의 정치적 스탠스를 확실하게 한다. 몰래 카메라의 한 장면 같은 인트로 장면은 이 영화가 가지게 될 정치적 윤리적 입장을 분명하게 한다. 송두율 교수를 중심으로는 그의 지난 과거에 대한 설명과 현재 한국방문의 실패에 대한 과정을 다루 고 있다. 또한 송두율과 그의 부인 정정희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입장에 대해 조금씩 듣게 된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제작자들이 재독철학자 송두율과 함께 지내면서 그들을 관찰하는 형태가 중심이다.

    <경계도시 1>의 가장 의외의 등장인물은 시인 김지하이다. 영화 후반부, 홍형숙 감독이 직접 시인을 만나 송두율 교수의 편지를 전하고, 그의 영상 편지를 송교수 부부에게 전달한다. 송교수는 인터뷰에서 그가 젊은 시절 독일 유학을 떠날 때, 서울로 돌아오지 않고 독일에 좀 더 체류하며 상황을 지켜보게 될 때와 같은 중요한 순간순간 김지하 선배와의 교감이 있었음을 말한다. 이미 학생들의 연이은 자살을 비판하며 진보 혹은 운동 진영의 교조적 운영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통해 진보진영과는 완전히 결별한 상태의 그가 등장하는 모습은 개인적인 친분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그는 준법서약서 작성에 대해서도 통과의례로 치부하라는 매우 현실적(?)인 조언까지도 하는데 2편에서 송교수가 조선노동당 입당이 북한 입국의 통과의례일 뿐 이라는 설명과 묘하게 대조를 이룬다.

    그러나 <경계도시 2>에서는 김지하 시인을 볼 수 없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37년만에 만날 기회를 얻은 매우 아끼는 선,후배의 조우가 없었을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지만 무슨 영문인지 영화에서는 그의 모습을 확인 할 수 없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우리 모두의 머리와 가슴을 관통하는 교조적이고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한국사회의 모습은 김지하의 등장으로 인해 다시 한 번 곱씹게 만든다. 김지하라는 인물의 무게감에 더하여 당연히 등장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등장하지 않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독특하게 이야기가 전개된 것이다.

    (3) 드라마틱 조연들 dramatic supporting characters

    <경계도시> 시리즈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거대언론의 모습은 추악하다 못해 측은할 정도다. 그러나 영화의 공개에 가장 타격을 입은 것은 진보진영이다. 결국 구조(국가)의 폭력에 대항한다는 한국의 진보진영마저도 구조의 논리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모습이 조금이나마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1편과 2편에서의 진보진영에 대한 양가적 시선은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을 통해 성장한 한국진보진영이 안고 있는 내부적 폐쇄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결국 최근의 곽노현 서울교육감 구속 과정에서는 송교수 사건에서의 학습효과가 나타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80년대 학생운동으로 시작된 정파적 갈등과 도덕적 정당성의 강조 등은 ‘그들만의 리그‘를 보여주고 있다.

    언론의 모습은 차라리 민망하다. 특히 기자들의 기사송고를 위한 인터뷰 확인의 모습이나, 검찰의 의중을 송교수측에 전달하는 모습들은 한국사회의 모습이 얼마나 모순 가득한지 보여주고 있다. 수사 중 사건의 혐의 여부를 의도적으로 언론에 알려주는 공안세력과 마치 그들과 수사대상의 협상을 중개해주는 행태의 언론의 모습은 그야말로 블랙 코미디이다. 이미 조중동을 중심으로 공공하게 쌓아올려진 언론의 무책임함과 변덕은 보수와 진보를 구분할 필요조차 없음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2) 대조

    (1) 구조 VS 개인

    계몽시대이래, 끊임없이 재기되는 논쟁중의 하나는 구조의 폭력적 성향과 개인(주체)의 극복을 위한 노력에 관한 것이다. 다큐멘터리 역시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입장을 고려한 다큐멘터리 대부분 역시도 이러한 구조와 개인의 갈등의 재현에 많은 부분들을 할애한다. <경계도시>시리즈에서도 이러한 대결은 매우 선명하다. 안타깝게도 국가와 민족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의 요구에 대해 개인의 저항은 그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저항과 대립의 기록으로써의 <경계도시> 시리즈는 유의미하다.

    <경계도시 2>는 유약한 개인이 어떻게 철저하게 부서지는가에 대해 보여준다. 또한 송두율 개인의 의식의 변화에 대해서도 보여주고 있다. 국정원에서의 조사가 차츰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된다고 느끼게 될 때 송두율 교수의 선택은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한다. 3주 예정의 방문이었지만, 차츰 “이 어려움을 이겨내야만 뭘 해도 한다.”(비록 취중이지만)와 같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을 확인 할 수 있다. 여러 어려움들 겪으며 그가 선택한 독일국적 포기나 사실상의 전향과 같은 선택들은 방문객의 모습이 아니다. 마치 향후 한국에서의 정치적 성장에 대한 기대와 욕망이 한데 어울려 나타나는 듯한 그의 모습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공감 할 수 있는 개인 송두율의 모습이었다. 영화의 후반부에 진보인사들이 말하는 것처럼 만만치 않은 한국사회, 그리고 진보진영에서의 역할에 대한 개인적 기대 등이 동시에 표현되고 있다.

    (2) 37년 만의 귀국 그러나... No 디아스포라

    <경계도시>는 윤이상 선생에 대한 기억과 그의 고향 경남 통영에 대한 그리움을 바라보던 기억 그리고 송두율 교수의 한국방문의 염원을 표현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송두율은 그와 윤이상의 고향에 대한 그림움의 차이에 대해서 분명하게 말한다. 그에게 물리적 공간으로써의 고향의 개념은 없다는 것이다. 나레이션을 통해 확인되지만, 그는 일본에서 태어났고 두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제주도와 광주 그리고 서울에서 생활 기간보다 더 오랜 기간 독일에서 생활하게 되며 그에게 공간적 고향의 개념은 거의 사라진 것으로 설명된다. 그런 의미에서 고향 통영 앞바다에 대한 윤이상의 그리움과는 전혀 다른, ‘경계인’ 혹은 ‘세계인’으로서의 그의 입장을 표현한다.

    그러나 혼자서는 선친의 묘역을 찾아가지도 못하는 상황에 이른 개인적 회한의 모습이기에 공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경계도시 2>의 마지막 제주도에서의 송교수 부부의 모습과 인터뷰에서는 ‘고향 바다의 내음’이라는 지극히 실향민의 정서가 가득한 표현이 등장한다. 연출자는 아마도 1편에서의 송교수의 고향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이 일반적인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틀림없이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2편에서 이러한 화면구성을 사용한 것은 다분히 감성적 호소와 고향 제주바다를 언급한 송교수의 저서의 영향이자, 주관적 접근의 전략으로 보인다.

    (3) 영화적 한계와 극복

    <경계도시>는 2편에 비해 평이한 구성이다. 이미 언급하였듯이 33년만의 귀국을 중심으로 전개할 계획이 어긋나면서 그 상황 자체로 유약한 개인의 좌절을 보여줄 수 있게 되지만, 극적 구성은 평이하게 되고 만다.

    그러나 <경계도시 2>는 상황이 다르다. 특히 송 교수와의 인터뷰 분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구성으로 영화 대상과 제작자 간의 성찰적 교류가 부족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따라서 영화의 중요한 몇 몇 부분들은 홍형숙 감독의 내레이션에 전적으로 의지해애만 하는 상황이 되고 만다. 예를 들어 감독 본인도 송 교수의 노동당 입당 사실을 알게 되고, 예상치 못한 이러한 상황 속에서의 작업에 대한 갈등과 해결의 상황은 전적으로 감독의 나레이션에 의해 이루어진다. 물론 극영화와는 달리 다큐멘터리에서의 내레이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중요하고, 비쥬얼의 강조가 적은 것이 일반적이라 할지라도 시각 텍스트의 위력을 활용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은 분명 <경계도시> 시리즈의 한계이다.

    그러나 <경계도시> 시리즈의 영화적 미덕이 이러한 지적들에 의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제작자의 일상과 제작대상의 이분화된 일상의 병행을 통해 연출이 의도하고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흐름을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경계도시 2>의 경우, 관객들의 몰입을 위한 특별한 내러티브적 장치가 없음에도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는 매력을 보여준다.

    16)남인영, 2004, p 48  17)Chapman, Jane. 2009, p 60, 61

    5. 주관적 / 편향된 기억

    지난 7월, 한국독립영화협회와 한국독립 PD연합회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의 템플 스테이 다큐멘터리 작업을 위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쏟아지는 폭우 속에 어렵게 진행되었고 현재 후반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미 파업철회와 정리해고로 종료된 것으로 생각되었던 쌍용자동차 사태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이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의 입장이다. 이처럼 다큐멘터리는 현재의 사건을 기록하고 이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업이다. 다큐멘터리는 분명히 편향된 시선perspective을 가지고 있다. 엘리스는 다큐멘터리란 오류에 기초하고 욕망의 결과로 존재한다고 정의한다. 다큐멘터리는 추론적인 형태로, 직접적인 경험 그리고 ‘진실’과 즉흥적인 수사학에 의해 창조된 ‘사실‘이 사진적 테크놀러지를 이용하여 만들어진다는 것이다.18) 이는 연출자의 주관적 시선을 인정하는 의견들이자, 정치적 시선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완벽히 반대의 해석이 가능한 이러한 다큐멘터리의 제작은 ‘진실’에 대한 입장이 더욱 첨예하게 대립되는 갈등의 시발점이자, 다큐멘터리의 존재 이유다. 다큐멘터리 작업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순도 100%의 진실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경계도시 1,2> 역시도 마찬가지다. 시리즈는 분명 제작자들의 편향된 의식들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한 편향된 의식들의 등장을 통해 일그러진 한국사회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 것이 사실이다. 경직된 통치의 논리에서 벗어나려 노력하고, 혹은 이미 벗어나 있다고 생각했던 많은 이들이 사실은 아직도 흑백의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해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경계도시>의 미덕은 충분하다. 진실과 사실의 경계에서 위치하며 숨가쁘게 혼돈스러운 상황들 속에서 감독의 주관적 시선이 놓치게 될 객관적 증거들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들은 고스란히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그러나 제작자의 정치적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과는 별개로 좀 더 관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분명한 설명들이 포함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분명하다. 철학자의 저서를 읽듯,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한 순간들이 필요하듯, 영화의 독해에도 그러한 시간들이 필요할 만큼 풍성한 콘텍스트가 포함된 영화들에 대한 상찬은 당연한 것이다. <경계도시> 시리즈는 다만, 그러한 기대와 바람들의 표현이 더욱 적극적으로 표현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분명 일반적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고, 다섯 번째 원숭이19)의 등장을 기다리는 절실함도 잘 표현되고 있다.

    18)Chapman, Jane. Ibid, p 8  19)송두율 『미완의 귀향과 그 이후』 후마니타스, 2007, p63 1심 재판의 최후진술에서 송교수는 조직사회학에서 거론되는 5마리의 원숭이의 우화를 말하는 것으로, 바나나를 먹으려다 전기에 놀란 첫 번째에서 네 번째 원숭이들은 바나나를 먹으려는 다섯 번재 원숭이를 만류한다. 그러나 다섯 번째 원숭이는 다른 원숭이들의 만류를 뿌리친다. 이미 사육사가 전기를 끊었음에도 네 마리의 원숭이는 그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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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송 두율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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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 버나드 셰일라 커런, 양 기석 2009
  • 6. 앨리스 잭., 맥레인 베시., 허 욱 2011
  • 7. Bruzzi Stella 2006 『New Documentary 』 google
  • 8. Chanan Michael 2007 『The Politics of Documentary』 google
  • 9. Chapman Jane 2009 『Issues in Contemporary Documentary』 google
  • 10. NIchols Bill 2001 『Introduction to Documentary』 google
  • 11. Spence Louise, Navarro Vinicius 2011 『Crafting Truth』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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