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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독서의 언어학* The Linguistics of Reading
  • 비영리 CC BY-NC
ABSTRACT

독서와 문법의 통합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문법관’에 있다. ‘문법’을 구조주의 언어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던 기존의 문법 개념으로 볼 경우, 독서와 문법의 병렬적 조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독서와 문법의 통합이든, 작문과 문법의 통합이든, 통합을 하든 통합을 하지 않든, 국어 문법 교육학에서는 정책적 결정에 흔들리지 않는 이론적 기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문법관의 변화에 바탕을 둔 ‘문법’ 개념의 재개념화가 요구된다.

독서와 문법의 통합은 교수‧학습의 주체인 ‘국어 교사’와 ‘학습자’ 그리고 이 둘을 매개하는 ‘언어’라는 세 요인의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관계에 기반을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언어적 교수‧학습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여기서 ‘언어’는 교사의 이해와 학습자의 이해를 매개함으로써 교수‧학습의 중심 요소가 된다. 이때 ‘언어’는 심리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이해’라는 활동을 조작 가능한 기호의 형태로 표상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문법적 장치’는 학습자의 이해 양상을 읽어낼 수 있는 언어적 근거가 된다. 즉, 문법은 해석적(解釋的)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언어적 근거로 정의된다. 이와 같은 논리로 본고에서는 ‘독서의 언어학’이라는 개념을 제안하여 언어적 교수‧학습 패러다임이 독서와 문법의 통합 차원에서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지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Typically the integration of reading and grammar is regarded as abnormal and political ‘deal’ throughout the Korean curriculum history. But if only the view of grammar is changed, the situation would be different. At this time, Searching for theoretical foundation is indispensable in the grammar education whether the grammar is integrated to reading or not. To this end, the previous view of grammar should be reconceptualized.

The integration of reading and grammar should be schemed on the ground of the relationship between learners and teachers. Furthermore, language mediate rigorously between learners and teachers. In this perspective, teaching-learning paradigm is converted into language-centered approach especially in Reading class.

Language is the key element in the Korean teaching-learning in reading class, because language play a representative role by mediating the understanding of learners and of teachers. After all, grammatical device could be evidences which represent the various aspects of learner's understanding. So teachers should focus on the grammatical devices in order to interpret the learner’s understanding of texts.

KEYWORD
교수 학습 패러다임 , 독서와 문법의 통합 , 문법관 , 텍스트 이해 , 해석 , 독서의 언어학 , 작문의 언어학
  • Ⅰ. 문제 제기

    ‘독서’와 ‘문법’의 통합 문제는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독서와 문법’이라는 과목이 선택 교육과정에 신설된 이래, 통합의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 문제부터 통합의 구체적 방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충분한 이론적 논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외부적 요인에 의해 교육과정 차원의 통합이 먼저 이루어졌기 때문에, 독서와 문법의 통합은 교육과정 개편 과정에서 언제든 파기될 수 있을 정도로 이론적 기반이 취약하다.

    ‘독서와 문법’이라는 과목 명칭이 2009년 고시된 2009 개정 교육과정에 이어 2011년 고시된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계속 유지되긴 하였으나,1) 이 역시 이론적 기반과는 상관없이 ‘정책적 고려’로 유지된 것이다. 이러한 정황은 교육과정 개편의 맥락을 상세히 밝히고 있는 민현식 외(2011) 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1 교육과정에서는 학교 현장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독서와 문법의 분리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기도 했으나, 고등학교 심화 선택 과목 수와 여러 영역 간 통합 방식에 대한 전체적 조정의 어려움 때문에 부득이 2009년 교육과정의 과목 명칭인 <독서와 문법>으로 유지되었다.” (민현식 외, 2011:181-182)

    학교 현장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독서와 문법의 분리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었다는 사실은 ‘독서와 문법’이라는 과목의 존재 자체가 독서와 문법의 통합을 자동적으로 정당화하는 것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 이관규(2011:113)에서도 문법과 작문이 통합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그 다음은 화법과, 그 다음으로 독서와, 마지막으로 문학과 통합할 수 있다고 밝혀, 문법이 독서와 통합되는 것이 작문이나 화법과 통합되는 것보다 덜 자연스럽다는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본고는 학교 현장과 학계에서 독서와 문법의 통합이 여전히 부자연스럽게 인식되고 있는 이유가 ‘문법관’에 있다고 보았다. 독서와 문법의 통합 논의에서 ‘문법’을 구조주의 언어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던 기존의 문법 개념으로 볼 경우, 독서와 문법의 병렬적 조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요체는 독서와 문법의 통합이든, 작문과 문법의 통합이든, 통합을 하든 통합을 하지 않든, 국어 문법교육학에서는 정책적 결정에 흔들리지 않는 이론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법관의 변화에 바탕을 둔 ‘문법’ 개념의 재개념화가 요구된다.2)

    독서와 문법의 통합은 교수‧학습의 주체인 ‘국어 교사’와 ‘학습자’ 그리고 이 둘을 매개하는 ‘언어’라는 세 요인의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관계에 기반을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언어적 교수‧학습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여기서 ‘언어’는 교사의 이해와 학습자의 이해를 매개함으로써 교수‧학습의 중심 요소가 된다. 이때 ‘언어’는 심리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이해’라는 활동을 조작 가능한 기호의 형태로 표상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문법적 장치’는 학습자의 이해 양상을 읽어낼 수 있는 언어적 근거가 된다. 즉, 문법은 기술적(記述的) 관점에서 이루어진 국어학적 지식의 결과물이 아니라, 해석적(解釋的)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언어적 근거로 정의된다.

    주세형(2010ㄴ)에서는 ‘작문의 언어학’이라는 개념을 제안하며 위와 같은 문법관의 변화를 바탕으로 한 언어적 교수‧학습 패러다임이 작문과 문법의 통합 차원에서 구현되는 원리와 양상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그러나 언어적 교수‧학습 패러다임은 작문과 문법의 통합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본고는 ‘독서의 언어학’이라는 개념을 제안하여 언어적 교수‧학습 패러다임이 독서와 문법의 통합 차원에서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지에 대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Ⅱ장에서는 ‘독서’와 ‘문법’ 통합에 대한 기존 담론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바탕으로 ‘독서의 언어학’의 문법관과 언어적 교수‧학습 패러다임으로서의 위상을 논의한다. Ⅲ장에서는 학습자의 ‘다시 쓰기’ 결과물 분석을 통해 이러한 패러다임 구현의 한 양상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Ⅳ장에서는 언어적 교수‧학습 패러다임 구축의 방향과 앞으로의 연구 방향에 대해 논의하였다.

    1)2009 개정 교육과정(교육과학기술부 고시 제2009-41호)에서는 ‘독서와 문법 Ⅰ’과 ‘독서와 문법 Ⅱ’가 신설되었고, 수시 개정에 따라 2011년에 고시된 2009 개정 교육 과정(교육과학기술부 고시 제2011-361호)에서는 Ⅰ, Ⅱ의 구분이 사라지고 ‘독서와 문법’으로 통합되었다.  2)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주세형(2005) 참고.

    Ⅱ. ‘독서의 언어학’의 교수?학습 패러다임 구축

       1. ‘독서’와 ‘문법’ 통합에 대한 기존 담론 분석

    독서와 문법의 통합 문제에 대한 최근 논의는 주로 ‘독서와 문법’ 교육 과정과 교과서에 구현된 통합 양상에 대한 비판과 대안 제시라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경향이 있다.

    ‘독서와 문법’이라는 과목의 교육과정 및 교과서 층위의 통합성에 대한 비판적 고찰은 박수자‧김봉순(2013)에서 이루어졌다. 박수자‧김봉순(2013:136)에서는 ‘독서와 문법’의 성취 기준을 살피면서, “‘독서’는 ‘글’과 ‘독자’ 요인을 중심으로 내용을 계열화하는 반면, ‘문법’은 문법의 체계(이론)를 중심으로 내용을 계열화”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성취 기준 계열화가 독서와 문법에서 각각 다른 기준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독서와 문법을 통합할 이론적 기반이 취약함을 극명히 드러내는 사례이다.

    교육과정과 교과서 차원에서 실현된 ‘독서’와 ‘문법’의 통합이 지닌 문제점은 이 외에도 여러 연구에서 지적되어 왔다. 예를 들어, 이지은(2012)에서는 ‘독서와 문법’ 교과서를 단원의 학습 목표, 교과서의 내용, 학습 활동 측면에서 분석하여 소위 통합 단원에서 독서와 문법에 관한 목표를 따로 제시하는 문제, 독서의 수행과 언어의 구조 관련 내용을 분리하여 다루고 있는 문제 등을 언급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는 비판의 입각점을 문법 개념에 대한 인식의 협소함, 즉 문법관이라는 이론적 차원을 논의하는 데에서 출발하지 않고 교육 과정의 성취 기준 통합 방식과 교과서 단원 및 활동 구현이라는 현상적 차원에 두었다는 데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비판에 이어진 독서와 문법의 통합 방안에 대한 대안들은 문법관의 변화라는 입각점이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특정 단원을 중심으로 한 교과서 단원 차원의 통합 방안이나 학습 활동 층위의 통합 사례 등 일회성에 그치는 대증적(對症的) 처방의 성격을 띤 경향이 있다.

    이삼형 외(2013)는 독서(읽기) 능력 향상을 위한 문법을 개발하기 위해 수행된 연구이다. 이 연구에서 읽기 능력 향상을 위한 문법 내용을 어떻게 구성하였는지는 다음의 진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재구조화’, ‘추출’, ‘독서 영역과의 교차 영역’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연구는 학교 문법에 제시되어 온 문법 교육 내용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꾀하지 않은 채 기존의 문법 내용 중 독서 영역과 관련성이 있는 부분을 추출하여 재구조화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구조주의 언어학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학교 문법의 내용에 대한 근본적인 변혁 없이 학교 문법과 독서 영역과의 교차점을 찾는 데 주력했기 때문에, 문법 내용의 제시 역시 [그림 1]과 같이 기존의 학교 문법의 내용을 제시한 후 그것이 독서(읽기)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알게 하는 방식으로 구안되었다.

    그러나 독서와 문법의 통합은 기존의 학교 문법과 독서 과목의 내용 요소 간의 교차 영역 추출을 통해 이루어질 수 없다. 독서와 문법의 통합은 문법이 읽기의 인지적 과정과 연결되어 학습자의 독서 과정을 언어적으로 기술하는 데 사용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읽기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학과 그에 부합하는 새로운 문법관의 도입이 요구된다.

    독서와 문법의 통합이 다양한 통합 단원 구성이나 통합 활동의 아이디어 제시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이론으로서 구축되기 위해서는 통합의 취지에 부합하는 문법관의 확립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문법관의 확립 없이 독서와 문법 통합의 결과물만을 성급히 추구한다면 정책적 결정에 흔들리지 않는 통합의 논리를 수립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따라서 독서와 문법의 통합 양상에 대한 비판과 대안이 독서와 문법 통합의 이론 구축이라는 본질적 차원의 논의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그에 앞서 문법관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본고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독서의 언어학’의 문법관을 수립하여 이를 하나의 교수‧학습론이라는 학문 층위로(교수‧학습 이론 층위로) 정립하고자 한다. 교수‧학습론이라는 이론 층위의 논의를 통해 이에 근거한 세부 논의들이 생산적으로 파생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2. 언어적 교수?학습 패러다임으로서의 ‘독서의 언어학’

    1) ‘독서의 언어학’의 문법관

    독서와 문법의 통합에 관한 기존 논의에서 교수‧학습의 주체인 ‘국어교사’와 ‘학습자’, 그리고 이 둘을 매개하는 ‘언어’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이는 지금까지의 독서와 문법의 통합 논의가 “독서와 문법의 통합은 ‘통합의 결과물’을 교과서에 담아 그것이 학습자들이 수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는 암묵적 전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교수‧학습의 주체인 ‘국어 교사’와 ‘학습자’ 그리고 이 둘을 매개하는 ‘언어’라는 세 요인을 고려하면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언어적 교수 학습 패러다임이 열리게 된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교수‧학습 모형에 바탕을 둔 독서와 문법 통합의 관점을 언어적 교수‧학습 패러다임으로 보고, 이 패러다임을 구성하는 문법관을 정립하여 ‘독서의 언어학’을 개념화하고자 한다.

    본고에서 주장하는 언어적 교수‧학습 패러다임은 기존의 구성주의적 패러다임을 수용하되, 국어 교사로서의 교수 활동이 ‘언어’에 입각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언어’에 입각한다는 것은 언어적 장치 그 자체를 가르친다는 것이 아니며, 언어적 장치를 매개로 하여 학습자의 표현 이전의 사고에 작용하는 가능성의 체계를 밝히고 그에 따른 선택의 효과를 밝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측면에서 할리데이의 언어 이론은 새로운 언어적 교수‧학습 패러다임의 이론적 기반이 된다.(주세형, 2009) 따라서 언어에 입각한다는 것은 결국 ‘문법적 장치’3)에 주목하여 이를 매개로 구성주의적 교수‧학습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은 표현 이전의 가능성의 체계를 고려한다는 점에서 최근 이루어진 독서와 문법의 통합 원리와는 차별화된다. 예컨대, 이삼형‧김시정(2014:107-108)에서는 라일(Ryle)의 명제적 지식과 방법적 지식의 구분을 참고하여 문법을 ‘개념적 지식’으로 독서를 ‘방법적 지식’으로 보고, 방법적 지식의 상당 정도가 명제적 지식의 습득으로 얻어질 수 있다는 관점에서 문법과 독서의 상호 의존성을 찾고 있다. 문법을 개념적 지식으로 보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명제적 지식으로 치환될 수 없는 형태의 방법적 지식도 존재하며, 반대로 독서 활동으로 적용될 수 없는 문법적 지식 또한 존재한다. 이러한 측면이야말로 독서와 문법 각각의 독자적 교육 내용이다.”(이삼형‧김시정, 2014:107)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문법을 개념적 지식으로 한정하고 방법적 지식에 도움을 주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으로 나눈 후 전자는 독서와 통합하고 후자는 독자적인 교육 내용으로 삼는 관점은, 본고의 ‘독서의 언어학’이 기반하고 있는 문법관과 차이가 있다. ‘독서의 언어학’에서 ‘문법’은 텍스트로 구현되기 이전의 가능성의 체계와 선택을 고려하는 역동적인 과정을 포괄하는 문법관에 의해 규정되므로, 개념적 지식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독서의 언어학’은 “의미가 선택의 체계적 패턴에 존재한다”고 본 할리데이(Halliday & Matthiessen, 2004:23)의 견해대로 실현태가 아니라 잠재태로 구현되어 있는 선택의 체계를 읽어내는 관점에 기반을 두고 있다.

    문법관을 확장하려는 시도가 국어교육에서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봉순(2011)은 국어교육과 텍스트언어학의 관계를 재검토하고 국어교육을 위한 텍스트언어학의 설정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비록 국어교육을 위한 텍스트언어학의 구체적 실체는 제시하지 못했지만, ‘국어교육을 위한 텍스트언어학’이라는 관점의 전환은 문법관의 확장이 단순히 새로운 언어학의 도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국어교육의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김혜정(2013)은 텍스트언어학의 관점에서 문법관의 확장을 시도한 대표적인 논의로, “독서를 잘 하기 위해서는 본질적으로 문자 해독 능력과 문법적 지식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독서 과정에서의 글의 유형별 구조와 문법적 구성 형식, 그리고 글의 기능 등에 관한 지식”을 ‘텍스트 문법’이라고 명명하였다.(김혜정, 2013:389-390)

    (김혜정, 2013:392)은 ‘텍스트 문법’을 “그간 읽기 교육과정이 주로 독해 기능이나 전략 중심으로 기술되고 가르쳐지다 보니 그 중요성을 간과한 것들”이라고 하면서, “문법 교육과정에서도 이러한 글의 해석 논리는 문법의 경계선 밖에 위치한 것으로 치부되었으며, 문법 학자들에게 글의 구조 이해란 마치 모어 화자의 머릿속에 일어나는 ‘추론’과 같이 자연스러운 내성(introspection)에 의존한다고 보고, 본격적인 연구 대상으로 다루지 못했다.”라고 하였다. 독서와 문법의 본질적인 통합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김혜정(2013)의 비판대로 ‘이해’를 ‘내성’에 의존하는 것으로 보고 연구 대상으로 삼지 않는 문법관을 혁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텍스트 문법’이 ‘독서의 언어학’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김혜정(2013:395-397)에서는 텍스트 문법을 ‘언어 구조 지식’, ‘장르 지식’, ‘운용 지식’으로 대별하고, ‘언어 구조 지식’에 ‘표층적 결속 형식’을, ‘장르 지식’에 ‘논지 전개 방식’과 ‘화제 전개 구조’를, ‘운용 지식’에 ‘지배적 기능’, ‘화용적 조건’, ‘매체 특성’을 소영역으로 설정하고 내용 요소를 선정하여 ‘내용 확인’, ‘추론’, ‘비판 감상’의 독해 능력과의 관련성을 밝혔다. 텍스트 문법은 독해의 인지적 과정을 문법과 유기적으로 연관시키고 있기는 하지만, ‘작문의 언어학’에 해당하는 부분을 고려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텍스트로 실현되기 이전의 잠재적 선택항 체계를 보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필자의 표현 의도 해석에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다.

    ‘독서의 언어학’ 문법관의 정립을 위해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용어 사용의 문제이다. 본고에서는 ‘문법’이라는 용어를 피하고 ‘언어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문법관의 변화에 근거한 문법 개념의 확대를 지향하며 ‘독서의 문법’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문법’이라는 용어의 사용이 본고의 의도와 달리 왜곡되어 인식될 수 있다는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여 ‘독서의 언어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다. ‘언어학’ 역시 이러한 오해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으나, 독서와 문법의 통합 논의에서의 문법 개념이 명제적 지식 수준을 넘어 문법적 단서를 통한 ‘해석’이라는 과정을 포괄한다는 점을 드러내는데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음 절에서는 ‘독서의 언어학’을 ‘작문의 언어학’, ‘문법으로 텍스트 읽기’와 비교함으로써, 언어적 교수‧학습 패러다임으로서의 ‘독서의 언어학’의 성격을 보다 명확히 하고자 한다.

    2) ‘독서의 언어학’의 언어적 교수?학습 패러다임으로서의 위상

    교수‧학습이라는 상황에는 항상 두 가지 언어활동이 존재한다. 하나는 ‘학습자의 언어활동’이고 다른 하나는 ‘교수자의 언어활동’이다. 독서의 경우 학습자는 주어진 텍스트를 읽는 활동을 하고 대체로 읽기와 관련된 말하기 또는 쓰기 활동을 한다. 학습자가 쓰기 활동을 하는 경우 교사에게는 두 가지 읽기 텍스트가 존재하게 된다. 하나는 학습자에게 주어진 텍스트와 동일한 텍스트로서 수업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분석 대상이 된다. 다른 하나는 학습자가 읽기 활동을 바탕으로 생산한 쓰기 텍스트로서, 학습자 측면에서는 쓰기 활동의 산물이지만 교사 측면에서는 교수‧학습 과정에서 새롭게 산출된 읽기 텍스트가 된다.

    중요한 것은 학습자의 읽기가 반영된 쓰기의 결과물이다. 주세형(2010ㄴ)에서는 학습자의 표현 결과물을 근거로 학습자의 머릿속을 ‘구성주의적으로 이해’하고, 그 결과 학습자의 머릿속을 언어로 새로이 재조직하게 하여 다시 새롭게 표현하도록 유도하는 패러다임을 구축하였다. 이는 어법 교정 차원에서, 또는 ‘언어’와 무관하게 이루어져 왔던 기존의 작문 첨삭에 대해 ‘언어적으로 첨삭’하는 것으로 ‘작문의 언어학’으로 명명된 바 있다.

    독서의 언어학은 작문의 언어학을 바탕으로 한다. 주세형(2010ㄴ)에서 제안한 ‘작문의 언어학’은 표현을 위한 문법관으로, 모든 필자는 글을 쓰는 과정에서 모종의 선택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점을 전제한다. 선택의 결과로 구성된 결과물이 텍스트인데, 텍스트는 선택된 결과물 이전에 어떠한 ‘선택항들(options)’로 이루어진 ‘체계(system)’가 존재했는지를 알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작문의 언어학은 표현 이전의 선택항 체계를 밝힘으로써 문법이 ‘표현의 힘’이 되게 한다.4)

    주세형(2010ㄴ)은 ‘작문의 언어학’에 근거한 작문 지도가 기존의 교정 중심의 작문 지도와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고 있다. 언어적 지식에 근거한 첨삭 지도 방법론이 ‘작문의 언어학’ 그 자체인 것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전자는 후자에 바탕을 둔 교수‧학습 모형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작문의 언어학은 필자의 표현 과정 기저에 존재하는 잠재적 선택항의 체계를 밝힘으로써 의미하는 방법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언어학이고, 언어적 지식에 근거한 첨삭 지도 방법론은 ‘작문의 언어학’을 바탕으로 학습자의 표현 이전의 의미 구성 과정을 지도할 수 있는 교수‧학습 모형인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앞서 ‘작문의 언어학’에 근거한 작문 지도 모형에서 교사는 학습자가 생산한 텍스트를 대상으로 일종의 ‘문법으로 텍스트 읽기’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작문의 언어학’에 바탕을 둔 작문 교수‧학습 모형에서 교사는 학습자가 작문의 결과로 생산한 텍스트 그 자체를 교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 텍스트에 사용된 문법적 장치에 주목하여 표현 이전의 사고, 즉 의미 구성 과정을 지도하기 때문이다.

    ‘작문의 언어학’에서 교사가 학습자가 생산한 결과물로서의 텍스트를 교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에 사용된 문법적 장치를 매개로 표현 이전의 사고를 지도하고 있다는 점은, ‘작문의 언어학’이 ‘독서의 언어학’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속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독서의 언어학’은 ‘작문의 언어학’과 전혀 별개의 새로운 것이 아니라, ‘작문의 언어학’이 작문 지도가 아닌 읽기 지도라는 새로운 국면에 사용된 것이다.

    ‘독서의 언어학’이 ‘작문의 언어학’과 다른 점은, 교사가 읽는 학습자의 쓰기 텍스트가 ‘읽기’를 바탕으로 한 산출물이라는 것이다. 원 텍스트에 대한 학습자의 이해 양상이 학습자가 쓰기 과정에서 행하는 ‘선택’에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에, 교사는 ‘독서의 언어학’을 통해 학습자의 읽기 과정에서의 이해 양상을 ‘언어적 근거’로 읽어낼 수 있다. 이 경우 언어적 장치를 통해 해석된 표현 이전의 ‘가능성의 체계’, 즉 학습자의 ‘선택 가능성의 체계’는 결국 원 텍스트에 대한 학습자의 이해 양상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5)

    최근 특정 문법 장치의 의미기능 분석을 통해, 문법이 텍스트 읽기에 어떠한 방식으로 관여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된 바 있다.(남가영, 2009주세형, 2010ㄱ, 2010ㄷ이관희, 2010, 2012ㄴ제민경, 2011, 2013) ‘독서의 언어학’ 역시 ‘문법적 단서’를 근거로 교사가 학습자의 텍스트를 읽는 활동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문법으로 텍스트 읽기’ 연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문법으로 텍스트 읽기에 해당하는 일련의 연구는 숙련된 연구자가 ‘작문의 언어학’을 구축하기 위해 연구 대상 텍스트를 읽어낸 것으로6) 그 자체로 교수‧학습의 국면을 전제로 하고 있지는 않다. 물론 문법으로 텍스트 읽기의 주체를 국어 교사로, 그 교사가 읽는 텍스트를 ‘학습자가 읽기 활동을 바탕으로 생산한 텍스트’로 본다면 ‘독서의 언어학’은 문법으로 텍스트 읽기가 교수‧학습 국면에 적용된 것으로 볼 수 있겠지만 사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이관희(2012ㄱ:204)에서는 문법교육에서의 텍스트 중심의 통합에 대해 논의하면서 ‘문법으로 텍스트 읽기’를 다음과 같이 세 층위로 나눈 바 있다.

    [[표 1]] 문법으로 텍스트 읽기의 세 층위(이관희 2012ㄱ: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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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법으로 텍스트 읽기의 세 층위(이관희 2012ㄱ:204)

    ‘독서의 언어학’은 단순히 텍스트를 통한 문법 확인이 아니라 ‘문법’을 통해 학습자가 읽기 활동을 바탕으로 생산한 쓰기 텍스트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층위 2와 층위 3과 관련된다. 이관희(2012ㄱ:204)에서는 읽어내고자 하는 ‘문법’의 명시성을 기준으로, 명시적인 문법을 통해 텍스트의 의미를 ‘파악’하려는 논의인 층위 2에는 ‘파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은밀하게 내재된 문법을 통해 텍스트의 의미를 ‘해석’하려는 논의인 층위 3에는 ‘해석’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7)

    이관희(2012ㄱ:198)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층위 2와 층위 3을 포함하는 유형 ㉯의 논의들은 ‘장르성’을 매개로 하여 해석을 초점화하고 타당성을 확보하고 있다. 즉, 문법을 통해 단순히 한 개인의 표현 의도를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해당 텍스트의 장르적 속성을 고려하여 표현 의도를 ‘해석’해 냄으로써 해석의 폭을 초점화하고 타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물론 ‘독서의 언어학’에서 교사는 학생이 쓴 텍스트를 읽기 때문에, 해당 텍스트가 ‘장르성’을 온전히 구현하고 있다고 보고 해석해 내기가 어렵다. 학습자가 문법적 장치를 텍스트의 장르적 속성에 비추어 적절한 의미기능을 수행하도록 사용하였는지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서의 언어학’은 독자인 교사가 읽어야 하는 텍스트가 ‘읽기 활동을 바탕으로 생산된 텍스트’라는 점과 문법 장치의 의미기능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고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학습자가 생산한 텍스트’라는 점에서 ‘문법으로 텍스트 읽기’보다 복잡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독서의 언어학’에서 학습자의 이해 양상 그 자체를 정확하게 해석해 내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독서의 언어학’에서 교사가 문법적 단서를 근거로 학습자의 이해 양상을 해석해 내려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면, 이러한 ‘정확성’에 대한 강박이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독서의 언어학’에서 교사가 해석해 낸 결과는 결과적으로 학습자와 언어적 근거를 매개로 학습자의 이해 과정을 지도하는 데 사용되기 때문이다. 해석의 결과가 언어를 근거로 한 교사와 학생 간의 대화에 매개로 작용하기 때문에, 학습자가 문법 장치의 의미기능을 잘 이해하지 못하여 교사의 해석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는 숙련된 모어 화자에게 해당 문법 장치가 학습자의 의도와 다르게 읽힐 가능성이 있음을 지도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작문의 언어학’, ‘문법으로 텍스트 읽기’는 ‘독서의 언어학’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필자의 표현 활동과 관련된 ‘작문의 언어학’이 ‘독서의 언어학’이라는 읽기 지도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한편으로 매우 놀라우면서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필자가 ‘작문의 언어학’에 바탕을 두고 쓰기 활동을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비로소 문법적 장치가 구현하는 의미 층위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고, 구현된 의미가 원 텍스트에 대한 필자의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경우 문법적 장치에 주목하여 이해 양상을 파악하는 ‘독서의 언어학’까지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문법으로 텍스트 읽기’가 ‘작문의 언어학’과 ‘독서의 언어학’의 핵심적 기제로 작동한다.

    ‘독서의 언어학’은 교수‧학습 패러다임으로서 매우 유용하다. ‘독서의 언어학’은 학습자의 읽기 활동에서의 이해 양상 파악을 목적으로, 학습자가 읽기를 바탕으로 생산한 텍스트와 읽기 자료로 제시된 원 텍스트의 언어적 장치를 비교한다. 두 텍스트의 언어적 장치를 비교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텍스트의 표현 의도를 넘어 원 텍스트에 대한 이해 양상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독서의 언어학’에 바탕을 둔 언어적 교수‧학습 패러다임은 언어적 근거를 가지고 학습자의 이해 양상이라는 읽기 사고 과정을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교수‧학습 모형보다 유용하다. 기존의 교수‧학습 모형들은 ‘언어’에 주목하기보다는 일반적인 교수‧학습 모형을 국어과에 적용해 본 것들이 많았다. 그러나 ‘작문의 언어학’을 염두에 두고 수행된 ‘독서의 언어학’은 ‘언어적 근거를 가지고’ 학습 필자의 표현 이전에 존재하는 잠재적 선택 체계항을 바탕으로 표현 이전의 사고에 대해 지도할 수 있게 한다. 국어 교과가 ‘언어’로 ‘언어’를 가르치는 특수성을 지닌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언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독서의 언어학’은 국어과적 전문성을 잘 실현할 수 있는 교수‧학습 모형이 된다

    3)단, 이때 ‘문법’의 범위는 좁은 의미의 형태론, 통사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 이해와 생산에 필요한 모든 언어적 장치를 일컫는다. 즉, 문법을 아는 것 자체가 텍스트를 이해하고 생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것으로 전제한다.  4)‘작문의 언어학’에 대해서는 주세형(2010ㄴ)을, ‘작문의 언어학’의 이론적 기반에 해당하는 할리데이(Halliday)의 언어 이론에 대해서는 주세형(2009)을 참조.  5)물론 이 과정에서 교사가 읽어낸 ‘해석’의 결과는 여러 요인의 작용으로 인해 원 텍스트에 대한 학습자의 이해 양상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교사의 읽기 활동이 ‘해석’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고, ‘해석’의 결과 역시 학습자의 이해 양상 그 자체라기보다는 ‘이해 양상의 가능태’로서 이후 교사가 언어적 근거를 토대로 학습자와 읽기에 관해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로 작용하게 된다. ‘독서의 언어학’이 가진 ‘해석적 성격’에 대해서는 ‘문법으로 텍스트 읽기’와의 관계를 설명할 때 상술한다.  6)예컨대 제민경(2013:184)에서는 “왜 신문 텍스트에서는 동일한 의미기능을 하는 ‘-었었-’이 아닌 ‘-ㄴ 바 있-’이 사용되는가.”라는 물음을, 이관희(2010)에서는 신문 텍스트에 쓰인 목적의 ‘-도록’, 목적적 사동의 ‘-도록 하-’가 교체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게’, ‘-게 하-’보다 사용 빈도가 월등히 높은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물음은 필자가 표현 의도를 실현시키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의 체계를 밝히고 그 체계 내에서 특정한 문법적 표지가 실현된 이유를 논증함으로써, 표현된 결과 분석이 아니라 표현 이전의 의도에 대해 논의할 수 있게 한다.  7)이관희(2012ㄱ:204) 에서 층위 3을 ‘은밀하게 내재된 문법’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층위 3의 경우 층위 2와 달리 해석해야 하는 언어 단위 자체를 구성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특정한 의미기능을 하는 명시적인 문법 요소가 존재하는 층위 2와 달리 층위 3의 연구에서는 명시적인 문법 장치로 인식되고 있지 않은 언어 단위를 포착하여 의미기능을 해석해 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층위 3의 경우 해석의 대상이 되는 언어 단위 자체를 포착해 내는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한 연구 성과가 된다.

    Ⅲ. ‘독서의 언어학’의 구체화

       1. 연구 대상 및 방법

    이 장에서는 ‘독서의 언어학’ 기반을 지닌 국어 교사가 학습자의 읽기 이해 양상을 어떠한 방식으로 읽어낼 수 있는지를 논의하고자 한다. 즉, 언어적 교수‧학습 패러다임의 언어 중심성과 역동성을 드러낼 수 있는 전형적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독서의 언어학’의 실체를 보다 명료화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S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다시 쓰기’ 활동의 결과물을 분석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자료 수집 방법은 다음과 같다.

    [[표 2]] ‘다시 쓰기’ 텍스트 수집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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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쓰기’ 텍스트 수집 방법

    ‘다시 쓰기’는 일견 독서 활동이 아닌 작문 활동으로 보이기에, 경우에 따라서는 ‘다시 쓰기’가 ‘독서와 언어학’ 실현태로서는 부적절한 사례로 보일 수도 있다. 왜 위와 같은 사례를 선택했는지를 이론화 가능성과 관련하여 명징하게 밝혀야만, 본 연구 과정의 타당성을 보증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독서의 언어학’에 근거한 언어적 교수‧학습 패러다임은 교수 학습 모형 수준에서 제안된 것이기 때문에 교수‧학습 방법, 기법 등의 하위 수준에서는 다양하게 구현될 수 있다.8) 그러나 본고에서는 이미 정립된 개념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독서의 언어학’을 이론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본고의 사례는 ‘독서의 언어학’을 근거로 선택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론 중심 표본’임과 동시에 해당 이론에 비추어 보았을 때 전형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사례여야 한다는 점에서 ‘전형 사례 표본’이어야 한다.9) 여기에 또 하나 중요한 기준은 해당 사례가 ‘독서의 언어학’이 기존 독서와 문법의 통합 관점과 가진 차이를 잘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학습자에게 문단 수준의 텍스트를 제공하고 이를 읽은 후 자신의 언어로 다시 쓰도록 한 ‘다시 쓰기’10)는 기존 관점에서는 단순히 작문 행위로 보일 수 있으나, 학습자들이 다시 쓴 결과물이 교사에게 새로운 읽기 텍스트가 되고 교사는 학습자들이 사용한 문법 장치에 주목함으로써 학습자의 원 글에 대한 이해 양상의 다양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독서의 언어학’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적절한 사례가 된다.

    특히, ‘다시 쓰기’는 명제 차원의 의미는 유지한 상태에서 문장을 다른 형식으로 표현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문법적 장치와 같은 기능 요소가 실현하는 의미에 대한 학습자의 이해 양상을 파악하기에 매우 적합한 사례이다. ‘다시 쓰기’라는 활동 자체가 명제 의미를 유지하면서 문장의 표현 형식을 바꾸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쓰기’ 결과로 나타난 ‘언어적 장치’11)의 변화에는 필연적으로 원 텍스트에 대한 이해가 반영된다. 학습자가 원 텍스트에 사용된 언어적 장치를 다른 것으로 바꾸어 사용했다는 것은 해당 언어적 장치에 의해 실현되는 의미기능을 인식하지 못했거나, 인식했다 할지라도 그것이 원 텍스트의 의미 실현에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지 않았음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근거로 본고에서는 자신의 이해 양상을 어느 정도 명시적인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다시 쓰기’ 결과물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12)

    왜 하나의 텍스트가 아니라 ‘한 문단’을 ‘다시 쓰기’의 대상으로 삼았는지도 중요한 문제이다. 그동안 학습자의 독해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도구에 대한 연구는 수없이 많이 이루어져 왔고, 특히 최근 들어서는 학습자의 독해 능력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얻기 위한 대안적 평가에 대한 연구도 많이 이루어져 왔다.13) 그러나 국어과의 교과 전문성이 ‘언어’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명제를 대전제로 한다면 지금까지의 읽기 평가 도구는 이러한 부분을 치열하게 고민하지는 못했다고 할 수 있다.14)

    주어진 텍스트를 읽고 주제를 파악한다거나 중심 내용을 찾는 방식의 읽기 평가는 언어적 장치에 근거해 이루어졌다기보다는 내용 차원의 이해 수준에서 교수‧학습되어 왔다. 예컨대, 읽기 평가 도구로서의 ‘요약하기’의 경우 학습자의 쓰기 결과물을 통해 학습자의 텍스트 이해 양상을 파악하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으나, 요약한 결과가 중심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언어적 근거가 아닌 내용 이해 차원에서 평가한다.

    기존 텍스트 언어학의 방법론의 경우, 텍스트 구조 전체에 대한 분석만 있을 뿐, 한 문단15)에 대한 이해 양상을 다루지 못했다는 한계를 갖는다. 텍스트 전체에 대한 이해의 경우 텍스트 언어학의 방법론을 사용하여 주제 전개 구조 등을 파악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16) 그러나 이러한 방법 역시 한 문단에 대한 학습자의 이해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를 드러내지 못했다는 한계를 갖는다.

    본고는 ‘한 문단’을 ‘다시 쓰기’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학습자의 텍스트 이해 양상에 대한 근거를 ‘언어’에서 찾는 과정이 보다 미시적인 차원에서 선명히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문단 역시 텍스트 전체의 맥락과 관련을 맺으면 그 의미가 구현되는 것이지만, 이해 양상을 포착할 수 있는 언어적 근거를 찾는 초기 연구에서는 우선 텍스트를 문단 수준으로 제한하여 논의하는 작업이 선행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2. 사례 분석의 틀

    ‘다시 쓰기’ 활동 자료로 제시된 원 텍스트와 학습자의 다시 쓰기 텍스트는 교사에게 모두 읽기 텍스트가 된다. 교사가 원 텍스트와 다시 쓰기 텍스트를 문법적 장치의 차이에 주목하면, 실현된 문법 장치가 하나의 실현태일 수 있는 원래의 잠재적 체계를 구성할 수 있다.

    선택 가능한 잠재적 체계는 할리데이 언어학에서 ‘체계(system)’에 해당한다. 이러한 체계는 [그림 3]의 예와 같이 선택 가능한 문법적 장치의 계열체로서 [그림 4]와 같이 상세화하여 여러 선택 조합의 가능성을 나타낼 수도 있다.(Halliday & Matthiessen, 2004:22-23)

    다시 쓰기의 결과로 생산된 텍스트 중 원 텍스트와 다른 문법적 장치가 사용된 부분을 기준으로 삼으면 표현 이전에 학습자가 고려했을 선택 가능한 체계를 밝히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다음의 두 텍스트를 비교해 보면 다시 쓰기의 결과로 학습자가 원 텍스트에 없었던 인용 표현인 ‘-고 한다’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 한다’라는 인용 표현은 잠재적 선택항의 체계에서 선택된 실현태이다. 이 학습자가 원 텍스트를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표현 이전의 선택항의 체계를 밝혀 ‘-고 한다’가 선택된 이유를 그 체계 속에서 밝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앞서 제시한 할리데이의 ‘체계’ 개념을 활용하면 위 학생의 선택항의 체계는 다음과 같이 도식화할 수 있다.

    이러한 실현태의 의미기능을 잠재적 선택항의 체계를 고려하면서 해석한다면, 원 텍스트에 대한 학습자의 이해가 어떠했는지를 분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원 텍스트에 없던 인용 표현을 학생이 다시 쓰기 텍스트에 실현한 이유를 해석해 보자. 이 학생은 첫 문단의 각 문장이 철학자들의 생각일 뿐임을 드러내기 위해 인용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원 텍스트에 사용되지 않은 인용 표현을 과도하게 실현한 것이라면, 이 학생은 실제 사실 혹은 진실을 진술하는 문장과 특정인 혹은 특정 집단의 생각을 진술하는 문장을 구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을 것이 분명하며, 첫 문단을 읽는 과정에서 그러한 구분을 하였음을 교사는 확인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 학생이 직접 인용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이 학생의 의도가 사실과 생각을 구분하여 표현하는 데 있지 피인용자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려는 의도는 없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17)

       3. ‘다시 쓰기’ 사례를 통해 본 ‘독서의 언어학’의 실현 양상

    위의 사례에서 원 텍스트와 학습자 각각의 다시 쓰기 텍스트를 비교해 보면, 학습자들 이 원 텍스트의 선행절에 사용된 연결 어미 ‘-려면’을 선택하지 않고 다른 언어 형식을 선택했음을 알 수 있다. 교사는 원 텍스트와 학습자들의 다시 쓰기 텍스트에 사용된 언어 형식의 차이에 주목하여 이를 해석함으로써, 학습자가 다시 쓰기 텍스트를 표현하기 이전에 지니고 있었던 잠재적 의미 체계를 추론할 수 있다. 잠재적 의미 체계는 선택 가능한 체계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그 중 무엇이 왜 선택되고 또 선택되지 않았는지를 해석하는 것은 곧 학습자의 표현 의도를 해석하는 것이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학습자가 표현한 것이 ‘다시 쓰기’이므로, 선택항의 선택 기제를 해석하는 것이 곧 원 텍스트에 대한 학습자의 이해 양상을 해석하는 것과 동등하게 된다.

    ‘독서의 언어학’은 원 텍스트에 대한 이해 양상이 개별 학습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면, 다시 쓰기 텍스트에 사용된 언어 형식도 차이가 날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러므로 원 텍스트와 개별 학습자의 다시 쓰기 텍스트에 사용된 언어 형식이 비교 대상이 된다. 따라서 위의 사례에서는 ‘-려면’과 ‘위해’, ‘-려면’과 ‘-다면’, ‘-려면’과 ‘-어야만’가 비교 대상이 된다.18)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려면’과 ‘위해’의 뜻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는데, 위의 사례의 경우 ‘-려면’은 ‘어떤 의사를 실현하려고 한다면’의 뜻으로 ‘위해’는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하다’의 뜻으로 사용되었다.

    이희자‧이종희(1999:295-296)에서는 ‘-려면’을 두 종류로 나누고 각각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원 텍스트에 사용된 ‘-려면’은 이희자‧이종희(1999:295-296)의 분류에서 ‘려면2’에 해당하므로 [의도]의 의미 성분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려면’의 의미 성분은 ‘-려면’의 구성 요소인 ‘-려’와 ‘-면’ 각각의 의미 성분 분석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희자‧이종희(1999:283, 316-318)에서는 ‘-려’, ‘-면’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려’와 ‘-면’ 각각의 의미를 고려하면, ‘-려면’이 가진 의미 속성인 [의도]는 ‘-려’에서 비롯된 것이고, ‘-면’이 가진 의미 속성인 [가정]으로 인하여 ‘-려면’도 [가정]의 의미 속성을 지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문기‧최정도(2012:95-96) 에서는 ‘-려’의 의미 성분을 [의도], [미완료]로 ‘-면’의 의미 성분을 [불확실], [미완료], [사실성], [가정], [근거성]으로 보았다. 위 사례의 원 텍스트에 사용된 ‘-려면’이 ‘어떤 의사를 실현하려고 한다면’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는 점과 ‘-려’와 ‘-면’ 각각이 가진 의미 성분을 고려한다면, 원 텍스트의 ‘-려면’은 [의도], [미완료], [가정]의 의미 성분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19)

    학습자 1이 다시 쓰기 과정에서 선택한 ‘위해’는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하다’라는 뜻으로 풀이된다는 점에서 [목적], [의도], [미완료]의 의미 성분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학습자 1은 ‘NP + 을 위해’의 구문을 사용하여 ‘위해’의 선행 성분으로 명사구를 선택하였다. 이 명사구가 ‘목적’을 표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습자 1의 다시 쓰기 텍스트에 사용된 ‘위해’는 [목적]의 의미 성분이 부각됨을 알 수 있다.20)

    또, ‘위해’를 선택함으로써 ‘-면’으로 인하여 ‘-려면’이 가지고 있던 의미 성분인 [가정]은 다시 쓰기 텍스트에 담기지 못했다는 점도 알 수 있다. 학습자 1의 선택 체계항의 구성 요소로 볼 수 있는 ‘-려면’과 ‘위해’의 의미 성분 비교를 통해 교사는 학습자 1이 원 텍스트에서 ‘-려면’이 가지고 있는 ‘가정성’을 인식하지 못했거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 다른 해석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담화 양식(mode) 차원에서 보면 원 텍스트는 신문 기사로서 ‘문어’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학습자가 문어적 성격이 강한 ‘위해’를 선택했을 가능성이다.21) 이 경우 학습자가 원 텍스트의 담화 양식적 특성을 인식하며 읽기 활동을 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원 텍스트와 학습자 1의 다시 쓰기 텍스트에 사용된 ‘-려면’과 ‘위해’를 가능성의 체계항으로 보고 비교함으로써 해석해 낼 수 있는 학습자의 이해 양상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22)

    학습자 2와 학습자 3의 경우 다시 쓰기 과정에서 원 텍스트의 선행절과 후행절의 명제 내용을 상호 교체하고, 연결 어미 ‘-려면’ 대신 ‘-다면’, ‘-어야만’을 선택하였다.

    이희자‧이종희(1999:155-156, 349-350, 357)에서는 ‘-다면’과 ‘-어야만’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학습자 2의 다시 쓰기 텍스트에서 ‘-다면’은 어떤 사실이나 상황을 가정하는 기능을 하므로 [가정]의 의미 성분을 지닌다. ‘-려면’이 배제되고 ‘-다면’이 선택되는 가정에서 ‘-면’은 여전히 유지되었기 때문에 학습자2의 다시 쓰기 텍스트도 [가정]의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이다.23) 그러나 원 텍스트가 가지고 있던 [의도]의 의미 성분은 다시 쓰기 텍스트에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학습자 2는 원 텍스트에서 ‘-려면’으로 실현된 ‘의도성’을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의미 성분으로 이해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접속 구조를 바꾸어 선행절을 ‘목적’이 아닌‘ 조건’으로 바꾼 것 역시 ‘의도성’이 원 텍스트에서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라고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학습자 3이 다시 쓰기 과정에서 선택한 ‘-어야만’의 경우 [조건], [필수]의 의미 성분이 전경화된다. 그러나 그 결과 원 텍스트가 가지고 있던 [의도] [가정]의 의미 성분은 텍스트에 드러나지 않게 되었다. 학습자 3은 원 텍스트에 실현되어 있던 ‘의도성’을 중요하지 않다고 이해했다는 점에서는 학습자 2와 유사한 이해 양상을 보이지만, 선행절에 ‘가정’의 의미를 담지 않고 ‘조건’과 ‘필수’를 전경화하였다는 점에서 학습자 2와 다른 이해 양상을 보인다.

    원 텍스트와 학습자 2, 학습자 3의 다시 쓰기 텍스트에 사용된 ‘-려면’과 ‘-다면’, ‘-려면’과 ‘-어야만’을 비교함으로써 해석해 낼 수 있는 학습자의 이해 양상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8)교수‧학습 모형, 교수‧학습 방법, 교수‧학습 기법의 개념 간의 차이에 대해서는 최지현 외(2007:25-33) 참조.  9)질적 연구에서 선택되는 표본의 유형에 대해서는 Hatch(2002, 진영은 역, 2008:164-165) 참조.  10)이성만(1998:59)에서는 ‘Paraphrase’를 ‘바꿔쓰기’로 명명하고, 바꿔쓰기는 “청자가 자신이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바를 화자에게 위하여 사용하는 것”으로, 바꿔쓰기를 통해 “화자는 청자가 무엇을 이해했는지를 추론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 또, 이성만(1998:82)에서는 텍스트 바꿔쓰기가 ‘확장(명세화, 설명, 해석)’, ‘변형(텍스트 유형 바꾸기)’, ‘축소(요약)’과 같은 기능을 가질 수 있다고 보았다.  11)본고에서 사용하는 ‘언어적 장치’라는 용어는 단어를 내용어(content word)와 기능어(function word)로 분류하는 형태론적 방식(Aronoff & Fudeman, 2005, 김경란 역, 2005:57-58)에 따르면 ‘기능어’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내용어’가 ‘기능어’로 변화하는 과정을 ‘문법화’라는 통시적인 방식으로 설명하여 ‘내용어’와 ‘기능어’를 공시적으로는 구분되는 것으로 설정하는 형태론적 관점과는 달리, 본고에서는 [그림 2]와 같이 ‘문법’과 ‘어휘’를 연속체로 보는 ‘어휘-문법(lexico-grammar)’의 관점(Halliday & Matthiessen, 2004:43)을 취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명시적인 문법 장치로 인식되고 있지 않은 언어 단위’를 포착하기 위해서, 기존의 형태론적 관점에서는 ‘기능어’로 포착되지 않았던 언어 단위도 유의미한 ‘언어적 장치’로 주목한다. 본고에서 ‘언어적 장치’와 동일한 의미로 사용한 ‘문법적 장치’ 역시 이러한 ‘어휘-문법(lexico-grammar)’의 관점을 전제한 개념이다.  12)문법 장치라는 언어적 근거를 통해 학습자의 이해 양상을 파악하는 것은 그 자체로 언어를 다루는 국어 교사의 전문성일 뿐 아니라, 언어적 근거가 있어야 학습자들이 궁극적으로 자신의 이해 양상을 스스로 파악할 수 있게 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13)읽기 교육에서의 읽기 평가에 대한 연구사적 정리는 이도영(2007) 참조.  14)학습자의 읽기를 평가하는 능력은 국어 교사의 전문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정혜승(2008:334-335)에서는 국제독서학회에서 제시한 읽기 전문가의 기준에 평가와 진단 능력이 포함되어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학습자의 읽기에 대한 평가는 ‘객관성’으로 포장된 대규모의 표준화된 검사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은 객관주의 신화에 입각한 낡은 믿음일 뿐이다. 학습자의 읽기와 그에 따른 이해 양상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고 가장 잘 파악해야 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국어 교사이다. 이성영(2007:143)에서는 구성주의 읽기 평가의 내용과 방법에 대해 논의하면서, “교사는 가르치기만 하고 평가는 외부의 다른 주체가 담당하는 대규모 표준화 검사 형태는 구성주의 평가의 지향과는 거리가 멀다. 학습 독자들의 읽기 수행 양상이나 특성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역시 교사이다. 이런 점에서 평가권은 원래의 교사에게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역설하였다. 본고는 이러한 관점에 동의하면서 이에 덧붙여 국어 교사의 독서 평가는 언어 지식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져야 하고, 이것이야말로 국어교과적 전문성에 바탕을 둔 독서 평가라고 본다. 이는 독서교육과 문법교육 간의 영역 다툼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독서의 언어학은 기존의 독서 교육에 또 하나의 영역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 교육의 ‘언어적 기반’을 확립하는 기반 연구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주세형(2013)에서는 문법교육학이 전 영역을 넘어 언어적 기반을 확립하는 ‘철학’의 역할을 수행해 내어야 한다고 보았다.  15)서종훈(2009 :9)에서는 읽기 교육에서 ‘문단’을 다룬 연구가 쓰기 교육에 비해 적고, 대다수의 연구에서 문단의 의미 속성이나 총체적 의미 관계에 대한 접근은 적어 보인다고 평가하고 있다.  16)텍스트언어학에서의 주제 전개 분석 방법은 Brinker(1985, 이성만 역, 2004) 참조.  17)한 심사 위원께서 독자가 텍스트를 읽어낼 때 여러 가지 독자 요인이 관여하므로 심층 인터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주셨다. 물론, 일반적인 경우에는 텍스트에 대한 학습자의 이해 양상을 좀 더 타당하게 파악하기 위해 학습자와의 인터뷰 또는 프로토콜 분석을 추가하는 연구 방법의 삼각화(triangulation)(Flick, 2002, 임은미 외 역, 2009:103-105)를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본고에서 주목하는 텍스트에 대한 이해 양상은 단순히 명제 의미 차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언어적 장치를 통해 드러나는 의미 차원에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학습자의 메타적 이해 및 명시적 진술은 기대하기 어렵다. 학습자가 자신의 이해 양상을 메타적으로 인식하여 이를 명시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 학습자 인터뷰나 프로토콜 분석이 삼각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또한, 본 연구의 목적은 해당 사례에서 학습자의 실제 이해 그 자체를 분석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숙련된 모어 화자인 국어 교사가 ‘독서의 언어학’의 관점에서 학습자의 텍스트 이해 양상을 언어적 장치를 근거로 어떻게 읽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로 어떻게 읽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독서의 언어학’의 개념을 정립하고 향후 확장된 외연의 문법교육 내용을 정립하는 데에까지도 기여하는 데에 있기 때문에 학습자의 인터뷰나 프로토콜 분석 방법은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았다.  18)구조주의 문법 체계 내에서는 연결 어미인 ‘-려면’과 동사의 활용형인 ‘위해’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울 것이다. 구조주의 언어학은 학습자의 언어적 선택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문법 범주를 기준으로 문법 현상을 기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서의 언어학에 근거한 언어적 교수‧학습 패러다임에서는 문법적 범주가 다른 문법적 장치도 학습자의 잠재적 선택항 체계 내에서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다. 선택항의 체계 내에 있는 어미 ‘-려면’과 동사의 활용형 ‘위해’는 비슷하면서도 미묘한 어감 차이를 보인다.  19)물론 ‘-려면’이 ‘-려’와 ‘-면’의 의미 성분 각각을 단순히 더한 것이라고는 볼 수는 없다. 김문기‧최정도(2012:95-96) 에서는 ‘-려면’의 의미 성분을 파악하기 위해 ‘-려’와 ‘-면’ 각각의 의미 성분을 비교하여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의미 성분을 배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20)황혜진(2012:18)에서는 ‘-기 위해서’의 의미를 [목적]으로 보면서 “목적을 이루는 것은 행동 주체의 강한 의도를 요구하는 것이므로 ‘-기 위해서’가 행위 주체의 의도를 나타낸다고도 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학습자 1의 다시 쓰기 텍스트에는 ‘-기 위해서’가 아니라 ‘NP + 을 위해’가 사용되었다. 본고에서 후자의 경우 [의도]보다 [목적]의 의미 성분이 부각된다고 본 것은 ‘을’이 선행 명사구에 [대상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NP + 을 위해’의 경우 ‘-기 위해’와 달리 [의도]보다는 [목적]이 부각된다.  21)‘위해’는 ‘1음절 한자어+하다’ 용언에 해당된다. ‘1음절 한자어+하다’ 용언은 언해 과정에서 한문 원문에 쓰인 한자에 ‘하다’를 결합시킨 결과로 한영균(2008:229)에서는 “문체의 현대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준거 중 하나”로 보았다.(안예리, 2013:107-108 재인용) ‘위하다’ 용언이 가진 문체사적 위상을 고려할 때, ‘위해’의 선택은 담화 양식 차원에서 [문어성]을 드러내는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22)언어적 근거를 통해 파악한 학습자의 이해 양상이 기존 읽기 교육에서 다루어 온 학습자의 이해 내용과 동떨어졌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물론, 학습자가 이해한 명제 의미를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담화의 의미 구성력, 목적성, 장르성 등 거시적인 방향을 읽어내는 것이 미시적인 근거에 의해서 가능하다. 어휘 중심, 내용 중심의 독해만 이루어지고 있는 기존 독서 교육의 문제를 ‘독서의 언어학’을 활용하여 문법교육학에서 해결할 수 있다.  23)단, 선행절과 후행절의 명제 내용이 바뀌었기 때문에 원 텍스트와 학습자 2의 다시 쓰기 텍스트에서 [가정]의 의미 성분을 가진 명제 내용은 같지 않다.

    Ⅳ. 결론:언어적 교수?학습 패러다임 구축을 위하여

    문법과 독서의 통합에 대해 그간 여러 가지 논의가 이루어져 왔으나, 정작 문법과 독서가 교수‧학습 상황에서 어떠한 위상으로 통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문법을 명제적 지식의 집합으로 단정 짓고, 그 중에서 ‘읽기’라는 활동에 도움이 될 만한 요소를 추출하면 통합이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당연한 ‘전제’처럼 수용되어 온 것이 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본고는 이러한 ‘문법관’에 문제를 제기하고, 독서와 문법의 통합은 ‘언어’가 교수‧학습의 주체인 ‘국어 교사’와 ‘학습자’를 매개하는 기능을 한다는 점을 근거로 ‘언어적 교수‧학습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였다. 이는 문법을 국어학적 지식의 결과물이 아니라, 해석적(解釋的)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언어적 근거로 보는 문법관 차원의 전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본고는 이러한 문법관을 바탕으로 ‘문법적 장치’가 학습자의 이해 양상을 읽어낼 수 있는 언어적 근거로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독서의 언어학’이라는 개념을 제안하였다.

    ‘독서의 언어학’은 이제 겨우 첫 발걸음을 내딛은 새로운 개념이다. 추후 ‘독서의 언어학’의 다양한 실현태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독서’와 ‘문법’의 통합 논의의 지평을 확장하고 ‘언어적 교수‧학습 패러다임’을 수립하는 데 ‘독서의 언어학’이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논문은 2014년 10월 31일 접수하여 2014년 11월 28일 논문 심사를 완료하고 2014년 12월 5일에 게재를 확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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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림 1] ]  이삼형 외(2013:142) 의 문법 내용 제시 방식
    이삼형 외(2013:142) 의 문법 내용 제시 방식
  • [ [표 1] ]  문법으로 텍스트 읽기의 세 층위(이관희 2012ㄱ:204)
    문법으로 텍스트 읽기의 세 층위(이관희 2012ㄱ:204)
  • [ [표 2] ]  ‘다시 쓰기’ 텍스트 수집 방법
    ‘다시 쓰기’ 텍스트 수집 방법
  • [ [그림 3] ]  체계기능언어학에서의 ‘체계’ 예시(1)(Halliday&Matthiessen, 2004:22)
    체계기능언어학에서의 ‘체계’ 예시(1)(Halliday&Matthiessen, 2004:22)
  • [ [그림 4] ]  체계기능언어학에서의 ‘체계’ 예시(2)(Halliday&Matthiessen, 2004:23)
    체계기능언어학에서의 ‘체계’ 예시(2)(Halliday&Matthiessen, 2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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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림 5] ]  학습자의 선택항 체계
    학습자의 선택항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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