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 종합 방안(Study Korea Project)’ 시행과 각 대학의 적극적인 유학생 유치 노력으로, 2014년 4월 현재 어학 연수생과 기타 연수생을 제외한 대학 및 대학원의 외국인 유학생 수는 53,636명에 이르고 있다.1)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대학들은 유학생 선발 방법을 다양화하였고, 이 과정에서 한국어를 사용하여 학업을 수행하거나 대학생활을 해 나가는 것이 어려운 외국인이 대학에 입학하는 경우도 많아지게 되었다.
각 대학에서는 유학생들의 한국어 능력 향상을 돕는 교과목, 문화와 교육 환경 적응을 돕는 교과목, 한국 학생들과의 교류를 통해 국제화 경험을 제공하는 교과목 등을 운영함으로써 외국인 유학생들이 대학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나(이보경 외, 2013:232-233) 국내 대학들중 외국인 유학생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갖춘 대학은 수도권 지역의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김문준 외, 2010:115).
이를 통해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교양 교육으로서의 한국어 관련 교과목2) 에서는 대학에서의 학업 수행에 필요한 비판적이고 통합적인 사고 능력의 신장이라는 교양 교육 본연의 목표3) 그리고 대학 생활 적응 및 한국 생활에 필요한 한국어 능력의 신장이라는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특수한 목표가 교육과정이라는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에 의해 달성되지 못하고, 개별 교과목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교양 한국어 과목 중 하나인 쓰기와 관련하여 외국인 유학생의 요구는 ‘보고서 쓰기’, ‘발표문 작성하기’ 등과 같은 학술적 텍스트의 산출 능력의 신장은 물론이고 ‘자료 읽고 요약하기’, ‘시험 답안 작성하기’, ‘강의 듣고 필기하기’, ‘컴퓨터로 한국어 문서 작성하고 편집하기’, ‘학교 포털사이트에 수업 자료 올리기’, ‘교수님께 이메일 보내기’ 등의 대학에서의 학업 수행에 필요한 쓰기 능력의 숙달 그리고 ‘문자 메시지 보내기’, ‘단체 채팅방에서 반응하기’ 등의 한국 생활과 관련된 일반적인 쓰기 능력의 숙달 등으로 구체적이고 다양하였지만, 이에 대한 대학에서의 교육 경험은 동일한 교과목을 수강한 학생들이라고 하더라도 담당 강사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서 교양 한국어 쓰기라는 과목 아래 그 목표와 내용을 일반화하기 어려웠고, 기 수강 과목에 대한 외국인 유학생들의 교육 만족도도 낮은 편이었다.4)
교양 교육으로서의 한국어 관련 교과목이 외국인 유학생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게 되면 이들의 학업 수행 능력을 신장시키는데 기여하지 못할 것이고 이들의 교육 만족도를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이는 대학의 유학생 중도 탈락률 증가와 한국의 외국인 유학생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5)
따라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대학에서의 학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교양 교육으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의 개발이 매우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어 교육과정은 정부와 대학이 ‘국내 교육 체제의 세계화 및 교육 경쟁력 제고’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마련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정책이 성공적으로 시행되도록 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대학의 교양 교육으로서의 한국어 쓰기 교육과정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로서, 쓰기 교재와 관련된 기존의 연구에 대한 비판적인 검토를 통하여 쓰기 교육의 목표 및 쓰기 교재의 개발 원리를 제안하고, 이에 근거하여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쓰기 교재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새로운 교육과정을 제안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교육 환경을 파악해야 하는데(김지영, 2012: 150) 쓰기 교육 및 교재와 관련된 기존 연구에 대한 검토는 이론적인 측면에서의 교육 환경을, 쓰기 교재의 분석은 실제적인 측면에서의 교육 환경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구 범위를 쓰기로 한정하는 것은 교육과정 분야가 매우 광범위하고 방대하여 제한된 지면에서 모든 언어 기술을 다루는 것이 불가능한데, 쓰기는 대학에서의 학업 수행에 가장 필요한 언어 기술이기 때문이다(김정숙, 2000:8-9).
먼저 2장에서는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쓰기 교재 및 쓰기 교육과 관련된 선행 연구를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쓰기 교육과 관련된 연구의 의의 및 한계를 파악할 것이다. 3장에서는 선행 연구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통해 도출한 쓰기 교육의 목표를 제시하고 쓰기 교재의 개발 원리를 제안할 것이다. 그리고 그 원리를 기준으로 하여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쓰기 교재를 분석할 것이다. 4장에서는 교재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대학의 교양 교육으로서의 한국어 쓰기 교육과정 개발 및 교재 개발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정리하면서 논의를 마무리할 것이다.
1)교육부 정보 공개 자료인 ‘2014 국내 외국인 유학생 현황’을 참고하였다. 2)내국인 대상의 ‘교양 국어’와 같은 과목으로 ‘사고와 표현’, ‘나를 위한 글쓰기’, ‘세계를 위한 글쓰기’, ‘학업 한국어 작문’, ‘학업 한국어 강독’ 등과 같이 교과목의 명칭은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개설한 교양 필수 과목이나 교양 선택 과목을 가리킨다. 3)김현정(2012:87-89)에서는 교양 교육 및 글쓰기 교육의 본질에 대한 여러 연구를 검토하여 교양 교육은 ‘기초 교육으로서, 학문하는 데 있어서 요구되는 기초 능력 배양을 위한 일반 교육이자, 자율적인 시민으로서의 품성과 자질을 형성하는 자유 교육을 의미한다’고 정리하고, ‘각 전문 분야의 다양한 지식을 하나로 조망하고 연결할 수 있는 지적 연결 지평을 획득할 수 있도록 교양 교육의 내용이 구성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교양 교육으로서의 쓰기 교육의 목표를 ‘비판적 사고력을 바탕으로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필요한 지식의 재구성을 통해 문제 해결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동시에 길러 주는 데’ 두고 있다고 하였다. 4)이는 연구자 중 한 사람이 담당했던 세 번의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쓰기 과목에서 70여 명의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요구에 근거한 것이다. 학습 자들은 교양 선택인 연구자의 수업을 듣기 전 교양 필수인 한국어 쓰기 관련 과목을 이수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학습자들의 요구 분석 결과는 후속 연구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5)권은영(2013: 381)에서는 각 대학의 홈페이지에 게시된 ‘대학 정보 공시’를 바탕으로 경희대(2012년), 건국대(2010년), 동국대(2012년), 중앙대(2012년) 등의 전체 학생 대비 외국인 유학생의 중도 탈락률을 제시하였는데 내국인 학생의 중도 탈락률이 2% 정도인 데 반해 외국인 유학생의 중도 탈락률은 5.3%, 5.2%, 6.6%, 5.2%로 두 배 이상 높았다. 그리고 법무부가 2014년 2월 발간한 통계월보(26쪽)에서는 외국인 유학생의 전년 대비 증감률이 최근 3년 동안 -2.2%, -5.9%, -5.6%로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한국어 쓰기 관련 연구
여기에서는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교양 교육으로서의 한국어 쓰기 과목의 목표를 설정하고 쓰기 교재의 개발 원리를 도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기 교재와 관련된 선행 연구를 비판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대학의 교양 교육으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이나 한국어 쓰기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진 것은 비교적 최근으로, 이전에는 주로 학문 목적 학습 자를 위한 한국어 또는 대학 수학을 위한 한국어 등 대학이나 대학원 입학을 준비하는 예비 과정에 대한 연구가 중심이 되었다.
학문 목적 한국어 교육과정에 대한 연구는 김정숙(2000)을 시작으로 초기에는 주로 교육과정의 개발 방안, 그 중에서도 교육 내용을 무엇으로 선정해야 하는지에 주된 초점이 놓여 있었다(김정숙 2000, 이해영 2001, 이해영 2004 등). 학문 목적 한국어 교육과정에 대한 연구가 어느정도 구체화된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학문 목적 한국어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쓰기, 읽기, 듣기, 읽기‧쓰기 통합 등의 언어 기술에 대한 교수요목 및 교재 개발 방안을 제안하는 연구, 구체적인 교육 내용 및 교수-학습 방안을 제안하는 연구 등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었다.
쓰기와 관련된 이 시기의 연구에는 이준호(2005), 이헌국(2007), 이은희‧박새암(2008), 최은지(2009), 김정숙(2009), 이금희(2012), 최은지 (2012) 등이 있다. 이 중 이헌국(2007), 이은희‧박새암(2008), 이금희(2012)는 교재 분석에 근거하여 교재 개발 방안이나 교수요목 등을 제안한 연구이고, 최은지(2009)와 김정숙(2009)는 교재 분석을 바탕으로 일반 목적 학습자와 구별되는 학문 목적 학습자를 위한 쓰기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 그 내용을 구체화한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이준호(2005)와 최은지(2012)는 교재 분석을 연구 방법으로 활용하지는 않았으나 최은지(2009), 김정숙(2009)와 마찬가지로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한국어 쓰기 교육의 목표를 설정하고 내용을 선정하는 데 지침으로 삼을 만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여기에서 함께 검토하도록 한다.
이헌국(2007)은 유학생을 위한 학문 목적 한국어 쓰기 교재의 개발 방안을 제안한 연구로 쓰기 교재의 내용 항목을 선정하고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유학생을 위한 대학의 교양 국어 교재와 일반 목적의 학습자를 위한 한국어 고급 교재의 간극을 파악한 후 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전공 계열별로 교재를 개발할 것과 기 개발된 한국어 교재와 교양 국어 교재를 적극 활용할 것을 제시하였다. 컴퓨터를 이용한 한국어 문서 작성 연습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계열별 쓰기 과제의 예를 제시한 것은 기존의 연구와 차별되는 특징이다. 그러나 대학 교양 교육의 본질 및 현재의 대학 교양 교재에 대한 비판적 검토 없이 학문 목적 한국어 쓰기 교재가 대학의 교양 교재와 일반 목적의 한국어 교재를 잇는 교량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은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대학 교양 교육으로서의 쓰기 과목이나 학문 목적 학습자를 위한 한국어 쓰기 교육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내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은희‧박새암(2008)은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효율적인 쓰기 교육 방안을 제안하기 위해 내국인 대상의 대학 교양 국어 교재를 분석한 연구이다. 그러나 연구의 목적이 외국인 유학생이 대학의 교양 국어 수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헌국(2007)과 마찬가지로 대학의 교양 교육으로서의 한국어 쓰기 과목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결론에서 제안한 읽기와 쓰기의 통합적 교수의 필요성, 텍스트 언어학적 연구 성과를 반영할 필요성, 과정 중심적이고 절차적인 접근의 필요성은 이전의 다른 연구에서 여러 차례 강조되었던 제안이라는 점도 이 연구의 한계이다.
이금희(2012)는 대학 유학생들의 보고서, 과제, 시험지 등을 분석하여 문제를 진단한 후 학문 목적 쓰기 교재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교양 한국어’ 쓰기 수업을 위한 교수요목과 교재 개발 방향을 제안한 연구이다. 교재 분석의 결과로 통일된 교수요목이 없고 집필자의 의도에 따라 강조되는 부분이 다르다는 점 그리고 내용의 상당 부분이 내국인 대상의 교재와 중복된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하였으나 이 연구에서도 교수요목을 구성하는 내용의 선정 및 배열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채 기존 교재를 종합한 교수요목을 제시해 놓은 것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제시한 교수요목에 텍스트의 형식적 특징이나 언어적 항목이 지나치게 많아 대학에서 요구하는 학술적 텍스트를 산출할 능력을 기르기에 적합한 내용을 선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상의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현재의 대학 교양 교육으로서의 쓰기 과목의 본질에 대한 비판적인 검토가 없었다는 점, 내국인 대학생 그리고 일반 목적의 한국어 학습자와 구별되어야 하는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대학에서 요구하는 학술적 텍스트의 특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 등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한편 이준호(2005)는 대학에서의 학업 수행 과정에서 가장 많이 쓰게 될 학술적 텍스트를 보고서로 규정하고 보고서의 텍스트적 특징을 분석한 후에 보고서 평가자인 전공 담당 교수와 보고서 작성자인 외국인 대학생의 요구 조사 결과를 반영하여 대학 수학 목적의 쓰기 교육을 위한 교수요목 설계 방안을 제안한 연구이다.
이 연구의 의미 있는 성과 중의 하나는 학술 보고서가 요구하는 자료 활용 방식을 제시하고 전공 담당 교수가 보고서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 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내용(43%)이라는 것을 밝힘으로써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쓰기 교육의 내용 선정 및 방안 마련에 구체적인 지침을 제공한 다는 점이다. 즉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쓰기 교육의 초점은 텍스트의 형식적 특성이나 언어가 아닌 텍스트의 내용이 되어야 하며, 텍스트의 내용을 산출할 때에는 자료를 활용하되 자료를 활용하는 방식이 제시된 과제의 요구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은지(2009)는 외국인 유학생이 학업 수행 과정에서 산출해야 하는 작문 과제를 둘러싼 제반 환경을 파악한 후 학문 목적 한국어 작문 교육이 일반 목적의 한국어 작문 교육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로 제기하며 학술 보고서에 요구되는 ‘내용 지식’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학문 목적 한국어 작문 교육의 주요 목표가 되어야 함을 주장한 연구이다. 이 연구에서는 내용 지식이 주제에 대해 필자가 알고 있던 지식인 기존 지식과 참고 자료나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알게 된 지식인 상호텍스트적 지식 그리고 기존 지식과 상호텍스트적 지식 간의 통합 또는 상호텍스트적 지식들 간의 연계와 통합에 관한 지식인 지식통합 지식으로 구성된다고 보고 이러한 내용 지식의 구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상호 텍스트성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Spivey(1997) 등에서 제안된 ‘담화통합’ 활동이 이러한 상호텍스트성을 확보할 수 있는 쓰기 교육의 방법이 될 수있을 것이라고 보고 이를 활용한 수업의 실례를 보이고 있다.
최은지(2009)는 학문 목적 한국어 학습자를 위한 쓰기 교육의 목표를 내용 지식 구성 능력의 신장에 둠으로써 일반 목적의 한국어 쓰기 교육과 본질적으로 구별되는 학문 목적 한국어 쓰기 교육의 방향과 내용을 제시하였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이 연구에서도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산출해야 하는 학술적 텍스트에는 상호텍스트적 지식과 지식통합 지식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어야 한다는 최은지(2009)의 제안에 동의하여 이를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쓰기 교육의 주요 내용으로 포함하고자 한다.
김정숙(2009)는 학문 목적 한국어 학습자를 대상으로 한 기존의 쓰기 교재나 쓰기 교육에서는 텍스트 분석이나 쓰기 과정 설계에 초점이 놓여 있어 학문 목적 한국어 맥락에서 요구되는 내용 지식을 포함한 글쓰기 능력을 기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문제에서 출발하여 보고서나 논문을 쓰는 데 필요한 내용 지식을 효과적으로 구성하고 이를 표현하는 쓰기 능력을 길러 줄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한 연구이다. 구체적으로는 학문 목적 한국어 학습자의 학술적 텍스트를 분석하여 상호텍스트적 지식과 지식통합 지식을 제대로 구성하고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첫째 하나의 글쓰기 과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여러 개의 유관 텍스트를 제시하고 학습자에게 자료를 찾을 기회를 부여해 쓰기에 필요한 상호텍스트적 지식을 얻게 할 것, 둘째 정보를 통합‧구조화하고 이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하거나 이를 바탕으로 추론하는 과정 등을 거쳐 지식통합 지식을 갖출 수 있게 할 것, 셋째 상호작용을 활성화시켜 지식통합 지식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게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리고 일곱 페이지의 분량으로 구성된 네 개의 유관 텍스트를 제공하고 이를 활용하여 내용 지식을 구성할 수 있는 쓰기 과제의 예를 제시하고 있다.
김정숙(2009)의 가장 큰 의의는 유관 텍스트를 조직하는 방법과 이를 활용하여 상호텍스트적 지식과 지식통합 지식을 구성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사고 과정을 활동의 절차로 구체화했다는 점이다. 이는 단원 구성 모형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것으로 향후 교재 개발 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 연구에서도 김정숙(2009)에서 제시한 활동의 절차가 비판적이고 통합적인 사고 과정을 유도한다고 보고 이를 이후의 교재 분석에서 활동의 절차를 분석하는 기준으로 삼을 것이다.
최은지(2012)는 학문 목적 한국어 작문 교육에서 내용 지식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밝히고 내용 지식 교육에서 다루어야 할 항목이 무엇인지를 내용의 수집, 내용의 선별, 내용의 연계 및 통합의 측면에서 구체화한 연구이다. 학문 목적 한국어 학습자를 위한 쓰기 교육 분야에서 내용 지식은 그 중요성을 인식한다고 하더라도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교육 항목 및 교육 방안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여 교재 개발 등에 널리 활용되지는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최은지(2012)는 내용 지식의 교육 항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이준호(2005), 최은지(2009), 김정숙(2009), 최은지(2012)는 일반 목적의 한국어 학습자 그리고 내국인 대학생과 구별되는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6) 을 위한 한국어 쓰기 교육의 본질적인 목표와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 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들 연구가 모두 교육 시점을 특정하지 않음으로써 학업 수행 과정에서 요구되는 학술적 텍스트의 산출 능력의 신장을 과연 대학 입학 전인 예비 과정으로서의 학문 목적 한국어 과정의 본질적인 목표로 설정해야 하는지 아니면 대학 입학 후인 교양 교육으로서의 한국어 쓰기 과목의 본질적인 목표로 설정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점은 한계라고 할 수 있다.
2.2. 쓰기 교육 및 교재와 관련된 앞으로의 연구 과제
쓰기 교육 및 쓰기 교재와 관련된 기존의 연구에 대한 비판적인 검토를 통해 일반 목적의 한국어 학습자 그리고 내국인 대학생과 구별되는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한국어 쓰기 교육의 본질적인 목표와 교육의 방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러한 연구 성과도 괄목할 만한 것이었으나 외국인 유학생이라는 이들의 특성에 주목하여 교육 내용을 구체화하거나 교육 방법을 제안한 연구 그리고 사회적 상호작용의 수단으로서의 쓰기에 대한 고려, 쓰기 지식의 본질과 쓰기 과정에서의 학습자 역할 등에 주목한 연구가 매우 드물다는 것은 이 분야의 한계라고 지적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교양 교육으로서의 쓰기 과목과 관련된 앞으로의 연구 과제를 제시해 보겠다.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들은 ‘컴퓨터로 한국어 문서 작성하고 편집하기’, ‘자료 읽고 한국어로 요약하기’ 등의 학업 관련 기능의 수행 능력이 내국인 대학생에 비해 떨어진다. 특히나 외국인 유학생을 선발하는 한국 어능력의 기준을 중급 수준으로 정한 대학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이러한 학업 관련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은 교양 교육으로서의 한국어 관련 교과 목이 당면한 시급한 과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학업 기능을 구체화하고 이를 숙달시킬 방법을 제안하거나 그 효과를 검증한 연구가 부족하였는데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의 학업 기능에 초점을 둔 연구가 많아질 필요가 있다.
사회적 상호작용의 수단으로서의 쓰기에 대한 고려 그리고 쓰기 지식의 본질과 이에 기반한 쓰기 지식의 신장 방법에 주목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다른 언어 기술과 마찬가지로 쓰기도 사회적 상호작용의 수단으로 상호작용의 상대인 독자에 대한 고려 여부는 상호작용, 즉 쓰기의 성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따라서 쓰기를 교육할 때에는 구체적인 독자를 설정하고 독자의 요구나 기대를 파악하여 다양한 상호 작용 전략을 통해 이에 부응하는 텍스트를 산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러한 내용의 중요성이나 구체적인 방법이 기존의 연구에서는 부각 되지 않았다. 따라서 독자에 대한 고려 여부가 학술적 텍스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독자에 대한 고려가 학술적 텍스트에서 어떤 양상으로 구현되는지 등이 연구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쓰기에 필요한 지식은 명제적 지식보다 절차적 지식에 가깝다(정희모, 2006:23). 참고 자료를 연계하고 통합하여 상호텍스트적 지식과 지식통합 지식을 구성하는 방법에 대한 명제적 지식을 학습하였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절차적 지식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연습이 필수적이지만7) 연습을 강조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그러므로 학술적 텍스트의 산출 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해서는 쓰기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구체적인 연습 방법을 제안한 후 연습을 통해 외국인 유학생들의 학술적 텍스트 산출 능력이 어떻게 신장되었는지 검증하는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덧붙여 명제적 쓰기 지식을 절차적 쓰기 지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학습자의 역할을 인식하면 학습자는 지식의 수동적인 수용자가 아닌 지식 구성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주체로서 기능해야 하므로 교재에 제시되는 쓰기 과제는 학습자가 자기 통제력을 획득해 나가도록 활동을 구조화해야 한다. 그런데 기존의 연구에서는 이에 대한 강조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학술적 텍스트의 산출 능력을 신장시킬 수있는 쓰기 과제의 단계 및 절차가 구체적으로 제안되어야 한다. 그리고 학습자가 쓰기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그들이 사용하는 전략이 무엇인지 밝혀져야 하며 학습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다양한 교수 전략이 모색되어야 하고 각 전략의 효과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6)학문 목적 한국어 학습자는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에 비해 좀 더 포괄적인 개념이다. 학문 목적 한국어 학습자는 대상에서 대학이나 대학원 진학 모두를 포함하고 있으며, 교육 시기 또한 대학이나 대학원 입학 전의 예비 과정을 가리킬 수도 있으며 대학이나 대학원 입학 후의 과정을 가리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에서는 대학에 입학한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개설한 교양 과목으로서의 한국어 쓰기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므로, 이후에는 학문 목적 한국어 학습자라는 용어 대신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교육 대상과 시기를 분명히 하고자 한다. 7)Anderson(1982, 1996)의 ACT-R(Adaptive Control of Thought-Rational)에 따르면 명제적 지식이 절차화 되기 위해서는 연습이 반드시 요구되는데 반복된 연습을 통해 명제적 지식이 질적으로 변화하여 절차적 지식이 된다. 절차화가 진행되면 처리 과정에서의 의식적인 통제가 불필요해질 뿐만 아니라 처리에 소요되는 시간 또한 점점 줄어들게 된다. 절차화 이후에도 지속적인 연습이 이루어지면 지식은 자동화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서울대학교 국어교육연구소 편, 2014: 188-189)
3.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교양 한국어 쓰기 교재의 개발 원리 및 쓰기 교재의 분석 결과
여기에서는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교양 교육으로서의 한국어 쓰기 과목 및 쓰기 교재와 관련된 기존의 연구에 대한 비판적인 검토를 통하여 도출한 쓰기 교육의 목표를 제시하고 쓰기 교재의 개발 원리를 제안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교재 개발 원리를 기준으로 삼아 현재의 교양 한국어 쓰기 과목의 교재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3.1. 대학의 교양 교육으로서 한국어 쓰기 과목의 목표 및 쓰기 교재의 개발 원리
대학의 교양 교육으로서의 한국어 쓰기 과목 및 쓰기 교재와 관련된 기존 연구에 대한 비판적인 검토를 통해 일반 목적의 한국어 학습자 그리고 내국인 대학생과 구별되는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한국어 쓰기 교육의 본질적인 목표와 교육의 방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대학의 교양 교육으로서의 한국어 쓰기 과목의 본질적인 목표를 ‘비판적이고 통합적인 사고에 기반하여 자신만의 관점으로 주제를 구체화하되, 자신이 속한 학문 공동체가 요구하고 기대하는 바를 파악하여 이에 부응하는 내용과 방식으로 참고 자료를 연계하고 통합한 학술적 텍스트를 산출할 수 있는 능력의 신장’으로 설정한다.
물론 대학 입학 전인 예비 과정으로서의 학문 목적 한국어 과정에서도 이를 고려하여 교육과정을 개발할 수는 있으나 이를 최종적인 도달 목표로 설정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러므로 이를 최종적인 도달 목표로 설정 하는지 고려 대상으로 파악하는지에 따라 대학의 교양 교육으로서의 한국어 쓰기 과목과 대학 입학 전인 예비 과정으로서의 학문 목적 한국어 과정에서의 쓰기 교육을 구별할 수 있을 것이고, 이 목표를 통해 대학의 교양 교육으로서의 한국어 쓰기 과목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앞서 언급한 내국인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양 교육으로서의 쓰기 과목의 본질적 목표가 ‘비판적 사고력을 바탕으로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필요한 지식의 재구성을 통해 문제 해결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동시에 길러 주는 데에 있다’는 것이나 내국인 대학생에게도 이러한 쓰기 능력이 부족하여 이러한 능력을 기르기 위한 쓰기 교육의 내용과 방법이 지속적으로 연구되는 사실8) 등을 통해서 그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대학의 교양 교육으로서의 한국어 쓰기 과목의 목표와 내국인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 교육으로서의 쓰기 과목의 목표는 본질적으로 동일하게 설정되어야 한다. 다만 교육 내용을 선정하고 이를 다루는 방법을 결정하는 데 있어 외국인 유학생이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교양 교육으 로서의 한국어 쓰기 과목의 교재는 다음과 같은 원리로 개발되어야 한다.
첫 번째는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교양 교육으로서의 한국어 쓰기의 본질 그리고 외국인 유학생의 특성을 고려하여 교재의 목표를 설정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통해 대학 입학 전인 예비 과정으로서 학문 목적 한국어 과정의 쓰기 교육 그리고 내국인 대학생을 위한 쓰기 교육과 구별되는 대학의 교양 교육으로서의 한국어 쓰기 과목의 정체 성을 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에서는 그 목표를 ‘비판적이고 통합적인 사고에 기반하여 자신만의 관점으로 주제를 구체화하되, 자신이 속한 학문 공동체가 요구하고 기대하는 바를 파악하여 이에 부응하는 내용과 방식으로 참고 자료를 연계하고 통합한 학술적 텍스트를 산출할 수 있는 능력의 신장’으로 설정하였다.
두 번째는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의 한국어능력 현황 등의 교육 환경을 분석한 결과 그리고 학습자와 교수자의 요구를 분석한 결과를 고려하여 교재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 분석은 특정 교육과정의 실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이고(김지영, 2012:150), 특정 교육과 정의 궁극적인 목적은 교육 주체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데 있으므로 환경 분석과 요구 분석의 결과는 교육과정의 목표 설정 및 내용 선정과 방법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교육과정이나 교재 개발의 첫 번째 절차로 이루어지게 된다. 그러나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교양 교육으로서의 한국어 쓰기 과목은 학습자의 요구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일반적인 언어 교육과정과 달리 대학의 교양 교육이라는 차원에서 그 본질적인 목표를 설정한 후에 학습자의 요구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므로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교양 교육으로서의 한국어 쓰기 과목의 교재를 개발할 때에는 환경 분석과 요구 분석 결과를 고려 하여 단계별 목표나 각 단원의 세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교육 내용을 선정하고 교육 방법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일관된 원리에 따라 교재의 내용을 선정하고 배열하되,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이라는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재의 내용을 선정하고 배열할 때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바로 학습자들의 요구이다. 일반적으로 요구는 학습자들에게 필요한 것과 결핍되어 있는 것, 그들이 바라는 것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구체화된다. 따라서 교양 한국어 쓰기 교재는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들의 요구라는 일관된 원리에 따라 내용을 선정하고 배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 된다. 그렇지만 교재를 둘러싼 제반 환경의 특수성을 중시해야 한다면 내용 선정과 배열의 원리를 다르게 설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의 요구에 근거한다는 원리는 아니더라도 교재를 개발할 때에는 교재의 내용을 선정하고 배열하는 원리를 반드시 마련해야 하는데 내용 선정과 배열의 원리를 따름으로써 목표 달성을 위해 교재의 각 내용을 유기적이고 통일성 있게 선정하고 배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일관된 원리에 따라 교재의 내용을 조직하되,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이라는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은 선정된 내용을 얽거나 연결하여 교재의 구성단위를 짜는 것이므로, 특정 교재의 내용이 일관된 원리에 따라 조직되어 있다면 이는 단원의 모형으로 일반화 될 수 있을 것이다. 내용 조직의 일관성은 각 구성단위 속의 활동들이 동일한 연속적 순서를 가질 때 확보되기 때문이다(Richards, 2001:167). 그러므로 내국인 대학생에 비해 한국어능력이 부족한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한국어 쓰기 교재는 그 구성단위를 일관된 원리에 따라 조직하여 학습자가 자신의 학습을 예측하고 적극적‧능동적으로 관장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교재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학습이 이루어지는 방법이나 학습자의 역할에 대한 개발자의 신념을 내용 조직의 원리를 통해 일관되게 구현해야 한다.
다섯 번째는 사회적 상호작용으로서 쓰기의 특성을 고려하여 교재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목적의 한국어 학습자들이 산출해야 하는 쓰기 과제는 사회적 상호작용으로서 의사소통의 목적을 달성했는지가 중시되는 실제적 쓰기라기보다는 다룰 수 있는 주제의 범위와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기능 수행의 정교성은 어떠한지가 중시되는 ‘전시적 쓰기 (display writing; Brown, 2007:456-457)’에 가깝다. 그러나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이 학업 맥락에서 산출해야 하는 보고서나 발표문 같은 학술적 텍스트는 구체적인 독자와 청중이 있으며 수행의 목적이 분명하게 제시되는 실제적 쓰기이다. 따라서 교양 교육으로서 한국어 쓰기 과목의 교재 속에 제시되는 과제에는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 독자를 파악하고 독자의 요구와 기대를 분석하는 활동, 독자와 원활하게 상호작용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는 활동과 해당 전략의 효율성을 평가하는 활동 등이 절차로 구체화되어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실제의 독자로서 동료 학습자나 교수자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동료 평가하기나 교수자 평가받기와 같은 절차를 통해 학습자들이 독자에 대한 민감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섯 번째는 과정 중심의 원리에 따라 교재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정 중심의 원리를 표방한다고 밝히지 않은 교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과정 중심은 쓰기 교육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과정 중심의 핵심은 쓰기 전 단계, 쓰기 단계, 고쳐 쓰기의 쓰기 후단계로 과정이 구조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쓰기 과정에서 필자의 통제에 의해 혹은 독자에 대한 고려에 의해 각 과정이 지속적으로 순환 되거나 특정 단계가 여러 차례 반복될 수도 있도록 회귀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쓰기 교재 속에 제시되는 과제는 ‘개요 점검하기’, ‘소주제를 구현하는 각 단락 간의 관계를 점검하고 특정 내용을 생략하거나 추가하기’ 등 선조성이 아닌 회귀성의 원리를 구현하는 절차를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일곱 번째는 비판적이고 통합적인 사고를 유도하기 위해 유관 텍스트를 적극 활용하여 교재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의 외국인 유학 생이 산출해야 하는 학술적 텍스트의 대부분은 참고 자료에 기반하여 구성된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참고 자료를 활용하여 한국어로 학술적 텍스트를 산출하는 연습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는 교양 한국어 쓰기 과목이다. 따라서 교양 한국어 쓰기 교재에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유관 텍스트를 활용하여 필요한 내용을 모으고 이를 통합하여 글을 써 보는 과제(요약), 자신만의 관점에서 유관 텍스트의 내용을 해석하고 평가하거나 이에 기반하여 의의와 한계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 등을 포함하여 글을 써 보는 과제(분석이나 논평), 자신만의 관점에서 유관 텍스트의 내용을 해석하고 평가하며 지식을 새로이 획득해 가는 과정을 익히고 이렇게 획득한 지식을 구조화하여 글을 써 보는 과제(독창적 학술 보고서) 등을 포함해야 하며, 이러한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비판적이고 통합적인 사고의 과정을 유관 텍스트를 활용하는 절차로 구체화하고 있어야 한다.
여덟 번째는 쓰기에 대한 명제적 지식을 갖추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절차적 지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연습을 포함하여 교재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산출해야 하는 학술 보고서 등에서 참고 자료를 연계하고 통합하는 방식은 명제적 지식에 가까워 읽기를 통해 혹은 교수자의 설명을 통해 학습할 수 있다. 그러나 학업 맥락에서 비판적이고 통합적인 사고에 기반하여 자신만의 관점으로 주제를 구체화하고, 자신이 속한 학문 공동체가 요구하고 기대하는 바를 파악하여 이에 부응하는 내용과 방식으로 참고 자료를 연계하고 통합하여 학술적 텍스트를 산출하는 것은 절차적 지식이다. 명제적 지식을 절차적 지식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것은 바로 연습이다. 그리고 학술 보고서는 요약하기, 분석하기, 논평하기 등의 여러 기능이 구현된 장르이다. 따라서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교양 한국어 쓰기 과목의 교재는 쓰기와 관련된 명제적 지식이 절차적 지식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연습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야 하며 그 유형도 학술 보고서와 같은 장르를 연습할 수 있는 쓰기 과제는 물론이고 다중 텍스트 요약하기, 다중 텍스트 분석하기, 다중 텍스트 논평하기 등의 쓰기 기능을 연습할 수 있는 과제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연습에는 자신만의 관점으로 주제를 구체화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동료 학습자나 교수자와 상호협력적인 활동을 하는 절차, 여러 텍스트들을 연계하고 통합하는 과정에서 학습자들이 어떤 문제를 보이는지 교수자가 진단한 후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처지 방안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학습자가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절차 등을 반드시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학습자들이 자신만의 관점으로 주제를 구체화하는 방법, 텍스트를 연계하고 통합하는 방법을 자동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홉 번째는 학습자가 쓰기 지식 구성의 주체로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기능하도록 교재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들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전공 영역 등에서 특정한 지식의 생산 주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므로 교양 교육을 통해 학문을 하는 데 요구되는 기초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따라서 쓰기 과목에서도 학습자는 지식의 수동적인 수용자가 아닌 지식 구성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주체로서 기능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학습자는 다양한 쓰기 과제의 수행을 통해 자신의 학습을 스스로 관장하면서 쓰기에 대한 자기 통제력을 획득해 나가도록 활동을 구조화해야 하며 쓰기의 각 과정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할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열 번째는 일정 범위의 교실 활동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교재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의 교양 교육으로서의 한국어 관련 과목은 대개 2학점이나 3학점으로 개설되기 때문에 15주나 16주 동안 약 30시간 에서 48시간의 수업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교양 한국어 쓰기 교재는 지나치게 많은 내용을 담기보다는 교실 수행 가능성을 고려하여 그 내용을 선정하고 해당 내용을 다루는 범위를 조정해야 할 것이다.
다음 절에서는 이 원리를 기준으로 삼아 현재 사용되어 있는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교양 교육으로서 한국어 쓰기 과목의 교재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여기에서는 앞 절에서 제안한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교양 교육 으로서의 한국어 쓰기 과목의 교재 개발 원리를 기준으로 삼아 교재를 분석할 것이다. 교재 분석의 기준을 간략히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부터 네 번째까지는 교재의 목표 및 개발 원리와 관련된 거시적인 분석 기준이고 다섯 번째부터 아홉 번째까지는 교재 속의 쓰기 과제와 관련된 미시적인 분석 기준이라 할 수 있다.
분석 대상 교재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외국인을 위한 글쓰기 교재 편찬위원회의 『외국인을 위한 글쓰기 1: 나를 위한 글쓰기』와 『유학생을 위한 대학 글쓰기』, 고려대학교의 『외국인 대학생을 위한 사고와 표현 Ⅰ: 글쓰기의 기초』와 『외국인 대학생을 위한 사고와 표현 Ⅱ:글쓰기의 실제』, 한양대학교 교양국어교육위원회의 『외국인을 위한 글쓰기』로 3종 5권이다.
이들 교재를 분석 대상으로 삼은 첫 번째 이유는 대학 입학 전인 예비 과정으로서 학문 목적 한국어 과정의 쓰기 교재가 아니라 대학 입학 후에 수강하는 교양 한국어 과목에서 사용되는 교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출판되고 저자 중에 교양 교육 전문가와 한국어교육 전문가 포함되어 있어 교양 교육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높고 대학 유학생을 위한 교양 교육으로서의 한국어 쓰기에 대한 연구 성과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교재 분석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외국인을 위한 글쓰기 1: 나를 위한 글쓰기』와 『유학생을 위한 대학 글쓰기』
‘나를 위한 글쓰기’는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이 자신의 삶과 경험을 한국어로 사유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데, ‘유학생을 위한 대학 글쓰기’는 대학 글쓰기의 핵심적인 영역인 ‘요약하기, 비평하기, 분석하기, 종합하기’를 잘 쓸 수 있도록 하는 데 목표를 두고 개발된 교재이다. 전자는 교육 내용을 구성하는 주요 범주를 주제로 결정하고 ‘나로부터 타인’으로 배열하였고 후자는 내용 구성의 주요 범주를 기능으로 결정하고 요구되는 사고의 복잡성과 종합성에 따라 배열하고 있다. 단원은 ‘나를 위한 글쓰기’는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보고, 훑어보며 내용을 예측하고, 제시 글을 읽고 내용을 확인한 후에 글을 작성하는 과정으로 나아가도록 조직되어 있고, ‘유학생을 위한 대학 글쓰기’는 생각해 보기, 절차, 실제 활동, 글쓰기 과제의 순서로 조직되어 있다. 대학 교재로는 특이하게 ‘나를 위한 글쓰기’는 교수자를 위한 책의 특징과 활용법을, 학생을 위한 글쓰기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고 ‘유학생을 위한 대학 글쓰기’는 교재 구성표를 제시하고 있다.
교재의 목표 및 교육 원리의 측면에서는 대학의 유학생을 위한 한국어 쓰기 교재의 정체성을 갖추고 내용 선정 및 배열 그리고 내용 조직에서 일관된 원리에 따라 교재를 구성하려고 한 점 등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리고 책의 특징과 활용법, 글쓰기 전략 그리고 교재 구성표를 제시하고 있는 점도 다른 교재와 구별되는 이 책만의 큰 장점이다. 이러한 장치를 통해 주요 교육 항목으로 선정한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글쓰기가 학습되는 방법에 대한 개발자들의 교육적 신념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습자들은 어떤 내용을 어떻게 배우게 될 것인지 예측할 수 있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게 될 것이고 앞으로의 쓰기에서 체크리스트로 활용할 수 있는 글쓰기 전략의 목록까지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유의미한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는 또 다른 부분은 교재의 머리말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면서 자신의 문제의식을 예리하게 다듬을 수 있도록’ 특정 주제로 묶일 수있는 여러 텍스트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습자들은 이 교재를 배움으로써 학술적 텍스트를 산출하는 데 기반이 되는 비판적이고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교재에 제시된 모든 텍스트에는 출처가 명시되어 있었는데 이것도 다른 교재와 구별되는 이 교재만의 장점이다. 이 교재를 사용하면서 학습자들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전문을 찾아보고 이해의 부족을 메우거나 사고의 확장을 꾀할 수 있으며 학술적 텍스트에는 출처 표시가 필수적이라는 것도 인식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 쓰기 과제를 분석해 보면 ‘나를 위한 글쓰기’에서는 학습자가 수행해야 할 활동을 쓰기의 과정에 따라 제시하고 있고, ‘유학생을 위한 대학 글쓰기’에서는 자신만의 관점으로 주제를 구체화하는 데도움이 될 만한 ‘길잡이’ 질문을 마련하고는 있으나 실제 쓰기 과정을 구체화하고 그 과정에서의 학습자와 교사의 역할을 명시하지 않은 점은 한계로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사회적 상호작용으로서 쓰기에 대한 고려가 없고, 충분한 연습과 처치 등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제시된 텍스트가 전반적으로 어려워서 유학생들의 한국어 수준이 중급 정도라면 교실 수업으로 다루기에는 힘들어 보인다.
(2) 『외국인 대학생을 위한 사고와 표현 Ⅰ: 글쓰기의 기초『와 『외국인 대학생을 위한 사고와 표현 Ⅱ: 글쓰기의 실제』
『외국인 대학생을 위한 사고와 표현』의 머리말에서는 외국인 학생이 한국인 대학생과 같은 수준의 글쓰기 능력을 갖추는 데 목표를 두면서도 일반 한국인 대학생과 일반적인 한국어 학습자 그리고 외국인 대학생이 다르기 때문에 외국인 학습자의 특성을 적극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학습자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글쓰기의 기초’는 글쓰 기의 이해, 글쓰기의 과정, 단위별 글쓰기, 장르별 글쓰기로 구성하고 ‘글쓰기의 실제’는 인문학과 글쓰기, 사회과학과 글쓰기, 자연과학과 글쓰기로 크게 나눈 후 각 전공 영역의 주제 아래에서 설명문, 평론, 논설 문, 발표문 등을 쓰게 하고, 공통적인 쓰기 과제로 요약문, 발표문, 논문을 쓰도록 구성하였다고 한다.
머리말에서는 ‘글쓰기의 기초’의 각 단원을 ‘생각 열기 → 본문 → 연습하기 → 마무리하기’로 조직하였다고 밝히고 각 단계의 교육적 의도를 설명하고 있고 ‘글쓰기의 실제’는 ‘도입 → 주제와 관련된 글 읽고 이해하기 → 읽기와 연계된 쓰기’로 조직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머리말의 내용을 보면 이 교재는 대학의 교양 교육으로서의 한국어 쓰기 과목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의 특징을 반영하여 내용을 선정하고, 조직하고 있다고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글 쓰기의 실제’의 경우 교재를 구성하는 주요 내용 범주를 주제로 설정하고 그 아래에 장르를 두고 있어 내용을 선정하는 원리를 파악할 수 있으나 ‘글쓰기의 기초’의 경우는 그 원리를 파악하기 힘들다. 그리고 단원의 조직이 큰 틀에서 통일되었다고 할 수 있으나 각 단원의 실제 조직 양상을 보면 자료를 다루는 방식이나 연습의 내용 등에서 공통점을 파악하기 힘들어 일관된 원리에 따른 조직이라고 할 수 없다.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의 학술적 텍스트 산출 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한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으나 실제 쓰기 과제 구성을 면밀히 살피면 많은 한계가 노출된다. 먼저 독자를 설정하고 독자의 요구와 기대에 대해 분석하는 절차가 없고 동료 학습자나 교수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되어 있지 않아 사회적 상호작용으로서의 쓰기에 대한 고려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쓰기의 각 단계를 절차화하고 단원의 끝에는 자기평가표를 제시하여 고쳐 쓰기를 유도하고는 있어 과정 중심의 원리를 구현하고 있는 듯 보이나 이것이 형식적인 절차인지 실제로 고쳐 쓰기가 이루어지는지 분명하지 않다. 고쳐 쓰기를 주요 절차로 포함하고 있다면 글을 고쳐 쓴 후에 어떤 이유로 고쳐 썼으며 고쳐 쓴 글이 이전 글에 비해 어떤 점이 나아졌는지 확인하는 활동 등이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만 학습자는 고쳐 쓰기의 효과를 인식하고 자신의 쓰기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학습자가 자신의 쓰기를 관장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주체로 기능할 수 있는 절차도 부족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장르별로 제시되는 실제적 쓰기 과제는 ‘글쓰기의 기초’의 경우 해당 장르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명제적 지식이 중심이 되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으나 ‘글쓰기의 실제’에서는 대학 유학생을 위한 교양 교육으로서의 한국어 쓰기에 대한 연구 성과를 반영하여 유관 텍스트를 활용하고 각 텍스트에 대한 비판적 읽기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제시된 텍스트의 분량이 충분하지 않아 학생들이 논점을 파악하고 배경을 이해하며 자신만의 관점으로 주제를 구체화하기에는 부족하다. 이러한 부족함을 학생들에게 메우게 하려는 의도였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에게 부과되는 자료 찾기의 부담이 지나치게 커져 효과적인 과제 구성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실제 글을 써야 하는 부분에서는 구체적인 절차없이 ‘개요 쓰기 → 초고 쓰기 → 자기평가 후에 고쳐 쓰기’로 단순화 되어 있어 학술적 텍스트를 산출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주제 구체화하기, 해당 주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를 탐색하고 선택하기, 선택한 자료의 적절성을 점검하기, 참고할 자료를 연계하고 통합하는 방식을 익히고 이를 적용하여 실제로 써 보기 등으로 단계가 상세화되어 있지 않아 학술적 텍스트의 산출 능력을 신장시키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 『외국인을 위한 글쓰기』
이 교재는 서문에서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을 둘러싼 제반 환경의 변화에 대해 분석한 결과, 유학생들의 한국어 수준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여 이전의 교재를 수정‧보완하여 전체적으로 쉽게 조정하였다고 하면서 교재의 목표, 내용의 선정 및 배열 원리를 밝히고 있다. 교재의 목표는 대학 수업에 필요한 한국어 글쓰기 능력을 갖추는 데 있고 교재의 내용을 선정한 기준은 유학생들의 현실을 반영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충족시키는 데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글쓰기에 필요한 문법, 표현, 소재로 부터 글쓰기의 과정, 글쓰기의 실제로 내용을 배열하고 각 내용은 한 주에 한 과씩을 끝낼 수 있도록 전체를 13과로 구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서문을 보면 환경 분석 결과를 통해 교재의 목표를 설정하고 학습자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내용을 선정하고 배열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교재의 목차와 실제 내용을 꼼꼼하게 살피면 한국 대학에서의 성공적인 학업 수행을 위해 반드시 신장시켜야 하는 학술 텍스트의 산출 능력에 대한 고려가 거의 없으며 글쓰기에 필요한 여러 지식 중 언어 지식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9) 교재를 구성하는 주요 내용 범주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립적인 항목들이 나열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한국어 표현 익히기 아래에 유의어, 반의어, 하의어와 상의어, 동음어와 다의어 항목의 어휘 익히기와 관용어, 속담 항목의 관용어‧속담 익히기, 묘사, 비교와 대조, 분류, 분석, 서사, 논증 항목의 글의 전개 방식이 함께 구성되어 있는 2부가 그 전형적인 예이다. 그리고 교재를 구성하는 주요 내용 범주가 설정되지 않아 각 내용의 범주적 위계가 맞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각과를 구성하는 일관적인 방식이 존재하지 않는다. 과를 구성하는 방식은 해당 내용 항목에 대한 ‘명제적 지식 → 예문 → 연습 문제’의 순이었지만 이를 내용 조직의 원리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각 예문을 활용하는 방식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지 않아 과마다 다르게 활용될 가능성이 있고 연습 문제를 통해 숙달하고자 하는 목표도 과마다 달라 일관되지 않기 때문이다.
학습자가 학술적 텍스트의 산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유관 텍스트를 제공하고 텍스트를 다루는 방식을 절차화해 비판적이고 통합 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실제적인 쓰기 과제가 전혀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사회적 상호작용으로서의 쓰기에 대한 고려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과정 중심의 원리도 구현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이 때문에 학습자는 지식 구성의 주체로서 기능하지 못한다. 따라서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의 학술적 텍스트 산출 능력을 신장시키기 에는 한계를 갖는다.
8)정혜승‧서수현(2012:33-332, 339)에서는 교육대학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작문 능력을 평가한 결과 이들의 작문 능력이 매우 낮은 수준이고, 세부적인 평가 기준인 정보의 적절성과 신뢰성, 구조의 체계성, 표현의 정확성, 독자 고려의 측면에서 모두 절반 이하의 점수를 획득하였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전반적인 작문 능력을 분석한 부분에서는 정교한 수준의 학문적 글쓰기를 구성하는 데 이르지 못하고 필요한 내용 지식을 일상 상식 수준에서 탐색 하는 데 그쳤다고 하며, 대학의 작문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해당 내용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포함된 여러 자료를 읽고 이를 자신의 논의로 구성해 내는 능력이 필요한데 이들에게 이러한 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하였다. 이외에도 내국인 대학생들의 학술적 텍스트 산출 능력의 부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연구는 원진숙(1999), 심보경(2006), 나은미(2008) 등 여럿이다. 9)글쓰기의 과정을 포함하고 있고, 글쓰기의 실제에서는 설명문, 보고문, 논설문, 자기소개서, 편지, 감상문, 수필 등의 장르를 포함한 것을 볼 때는 쓰기 처리 지식과 맥락 지식도 고려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학술적 텍스트를 산출하는 데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내용 지식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었다.
이 연구는 대학의 교양 교육으로서의 한국어 쓰기 교육과정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로서 쓰기 교육의 목표 및 쓰기 교재의 개발 원리를 제안하 고, 이에 근거하여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쓰기 교재를 분석하는데 목표를 두었다.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교양 교육으로서의 한국어 쓰기 교육의 목표를 ‘비판적이고 통합적인 사고에 기반하여 자신만의 관점으로 주제를 구체화하되, 자신이 속한 학문 공동체가 요구하고 기대하는 바를 파악하여 이에 부응하는 내용과 방식으로 참고 자료를 연계하고 통합한 학술적 텍스트를 산출할 수 있는 능력의 신장’으로 설정하였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교재 개발의 원리를 환경 분석 및 요구 분석의 결과 반영, 내용 선정 및 배열, 내용 조직, 쓰기 과제 구성 등의 측면에서 열 가지로 제안하였다.
그리고 그 원리를 기준으로 하여 현재의 대학 한국어 쓰기 교재를 분석한 결과, 분석 교재 모두가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교양 교육으로서의 한국어 쓰기 과목의 본질 그리고 외국인 유학생의 특성을 고려하여 목표를 설정하고는 있었으나 실제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 내용의 선정과 조직에서는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학술적 텍스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교재가 있었고, 학술적 텍스트를 고려한 경우에도 이의 산출 능력을 신장시킬수 있는 쓰기 과제의 절차가 구체적이지 않았으며 연습도 충분하지 않았 다. 또한 학생들에게 필요한 ‘자료 읽고 요약하기’, ‘컴퓨터로 한국어 문서 작성하고 편집하기’, ‘강의 듣고 필기하기’ 등의 쓰기와 관련된 학업 기술을 다루고 있는 교재도 거의 없었다. 읽기 자료로 제시되는 텍스트와 학생들이 산출해야 하는 쓰기 과제가 고급 수준 이상인 경우가 많은 것도 현재의 외국인 유학생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할 수있다. 그리고 쓰기에 필요한 지식으로 명제적 지식만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여전히 쓰기는 교실에서 동료 학습자 및 교수자와 상호협력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활동이 아닌 학습자가 고립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활동으로 남아 있었다.
앞으로 개발되는 대학의 교양 교육으로서의 한국어 쓰기 교육과정 및 한국어 쓰기 교재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