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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가드너(Robert Gardner)의 영화적 방법론 -<축복의 숲(Forest of Bliss)>(1986)을 중심으로-* Robert Gardner's <Forest of Bliss>(1986)
  • 비영리 CC BY-NC
ABSTRACT
로버트 가드너(Robert Gardner)의 영화적 방법론 -<축복의 숲(Forest of Bliss)>(1986)을 중심으로-*

Robert Gardner is one of well-known documentary filmmakers and has produced many film about non-western societies from <Dead Birds> in the early 1960s to <Ika Hands> in the late 1980s. This paper focuses on Gardner's one of latest feature-length documentary films, <Forest of Bliss>(1986) which deals with ‘death industry’ and its cultures in the city of Benares, India.

The paper begins with an analysis of narrative structures of the film in the perspective of ‘city symphony’ and main figures in the film. Next it explores the symbolism of the film in terms of ‘symbol-making of everyday material’, ‘prelude, convergence of symbols and summary shot’, ‘editing for symbolic meaning’, and ‘symbolism of sound’. Finally the paper briefly reviews scholars' critical debate of the film and assesses <Forest of Bliss>'s relevance to the realm of ethnographic film.

KEYWORD
Robert Gardner , , Benares , Symbol , Metaphor , ‘City Symphony’ , Documentary Film , Ethnographic Film
  • 1. 머리말

    본 논문은 로버트 가드너(Robert Gardner)의 대표작1) 가운데 후기 작품에 속하는 <축복의 숲>2)을 통해 로버트 가드너의 영화방법론을 고찰하고자 한다. 로버트 가드너(Robert Gardner)(1925- )는 주로 비(非)서구사회의 문화를 다루는 다큐멘터리영화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즉, 1951년 이후 로버트 가드너가 자신의 이름을 올린 영화의 3/4에 해당하는 작품들이 타(他)문화의 원주민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특히 그의 대표적인 장편영화 4편은 모두 비서구문화와 관련된 주제 및 소재를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장편영화인 <죽은 새들(Dead Birds)>(1964)은 파푸아 뉴기니아 원주민의 의례적 죽음을 다루고 있으며, 이어 아프리카에서 촬영된 <모래의 강들(Rivers of Sand)> (1974)과 <딥 하츠(Deep Hearts)(1981)는 각각 이디오피아의 하마르(Hamar)마을 사람들의 삶과 니제르의 보로로(Bororo) 사회의 남성미 인선발대회를 소재로 하고 있다. 또한, 본 논문에서 집중적으로 살펴보게 될 <축복의 숲(Forest of Bliss)>(1986)은 인도의 베나레스 사람들의 죽음과 관련된 문화를 주제로 하고 있다. 이처럼 로버트 가드너의 영화는 비(非)서구사회를 통해 죽음, 신화, 생존, 경쟁, 정체성, 예술, 종교적 의식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데 커다란 특징이 있다.

    본 논문은 다음의 세 가지 이유에서 <축복의 숲>을 집중적으로 고찰하고자 하다. 첫 번째는 로버트 가드너의 영화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죽음을 지속적인 주제로 삼고 있다는 점인데, 이러한 그의 죽음에 대한 탐구는 <죽은 새들>에서 시작하여 <축복의 숲>에서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영화주제의 측면에서 <축복의 숲>은 가드너의 영화적 관심사와 영화세계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영화적 재현방법론의 측면이다. 로버트 가드너는 ‘상징’ 및 ‘은유’를 하나의 재현수단으로 사용하는 영화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그의 영화적 방법론은 초기의 작품인 <죽은 새들>에서도 나타나지만, <축복의 숲>은 전체적으로 ‘시/청각적인 상징’을 통한 영화적 재현을 모색한 실험적인 형식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축복의 숲>을 통해 다양한 상징적 표현방식을 구사하는 로버트 가드너 특유의 영화적 방법론을 재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축복의 숲>을 둘러싼 논란의 문제이다. <축복의 숲>은 영화비평가 및 학자들 간에 많은 논란을 일으킨 영화로도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축복의 숲>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비판적으로 살펴봄으로써 로버트 가드너의 영화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본 논문은 <축복의 숲>을 집중적으로 고찰하기 앞서 로버트 가드너의 영화적 성향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이어 <축복의 숲>의 전체적인 내용과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축복의 숲>의 내러티브의 특징을 ‘베나레스의 도시교향곡’과 ‘인물의 설정’의 두 가지 시각에서 각각 살펴볼 것이다. 다음으로 <축복의 숲>에 나타난 다양한 상징적 표현방식을 ‘일상적 사물의 상징성 차용’, ‘프롤로그, 상징의 수렴과 요약 쇼트’, ‘상징적 의미창출을 위한 편집’, ‘사운드의 상징성’의 네 가지 각도에서 분석할 것이다. 그리고 끝으로 <축복의 숲>을 둘러싼 쟁점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기로 한다.

    1)로버트 가드너의 영화목록에 대해서는 Thomas Cooper(1995)를 참조할 것. 가드너의 작품은 크게 나누어 5편의 장편영화(<죽은 새들>(1964), <모래의 강들>(1974), <딥 하츠)>(1981), <축복의 숲>(1986), <이카 핸즈(Ika Hands)>)와 14편의 단편영화(그가 부분적인 역할을 한 작품은 제외)가 있다. 로버트 가드너는 장편영화인 <사냥꾼들(The Hunters)>와 <누어(The Nuer)>를 존 마셜(John Marshall) 및 힐러리 해리스(Hilary Harris)와 각각 공동감독을 하였지만, 존 마셜과 힐러리 해리스가 주된 역할을 하였기 때문에 로버트 가드너의 작품으로 구분하기 힘들다.  2)영화 제목: <축복의 숲(Forest of Bliss)>. 감독: 로버트 가드너, 촬영: 로버트 가드너, 편집: 로버트 가드너, 음향: 내드 존스톤(Ned Johnston), 제작: 아코스 오스토(Ákos Östör), 로버트 가드너. 배급연도: 1986년. 배급: DER. 16mm 컬러영화. 상영시간: 90분.

    2. 로버트 가드너의 영화적 성향

    로버트 가드너는 본인의 영화적 방법론에 대해 정확히 기술하지 않았지만 몇 가지 단서를 통해 그의 영화적 성향을 알 수 있다. 첫 번째는 로버트 가드너가 젊은 시절 시적(詩的)인 다큐멘터리영화감독으로 널리 알려진 바실 라이트(Basil Wright)의 신봉자였다는 점이다. 로버트 가드너는 바실 라이트의<실론의 노래>(Song of Ceylon)(1934), 특히 <실론의 노래>의 초반부 장면-돌, 새, 공기와 물이 어우러져 성스러움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장면-을 매우 좋아했으며, 바실 라이트의 시적인 영상 스타일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3). 로버트 가드너는 바실 라이트를 평가하면서 “영화를 통해 타(他)문화에 대한 경외와 존경심을 갖게 하는 이러한 (바실 라이트와 같은) 영상작업이 인류학에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4)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로버트 가드너는 대학을 마친 뒤, 1951-1953년에 독립영화사에서 일하면서 콰키우틀인디언을 소재로 한 영화인 <블런던 항구(Blunden Harbor)>와 <콰키우들 인디언의 춤들(Dances of the Kwakiutl Indians)>를 만들었는데5), 피터 로이조스(Peter Loizos)의 지적대로 로버트 가드너의 초기 작품인<블런던 항구>(1951)에서 <실론의 노래>의 영향을 엿볼 수 있다.

    로버트 가드너는 이후 현대 미국인 화가, 마크 토비(Mark Toby)에 관한 영화를 만들었는데, 로버트 가드너의 초기 작품에 이미 로버트가드너의 영화적 성향이라고 할 수 있는 비실제적인 영상과 상징을 통한 암시적인 영상표현 및 예술적 실험성의 경향이 뿌리내려 있음을 알 수 있다.7)

    두 번째로 가드너는 자신의 영화적 취향을 밝히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로버트 가드너가 이른바 ‘민족지영화 (ethnographic film)’라는 영화의 형태의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그가 ‘민족지영화’를 매우 폭넓게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민족지영화에 대한 로버트 가드너의 생각은, ‘민족지적’(ethnographic)이라는 말을 ‘인간에 대한’ 의미로 해석하고 민족지영화를 인간에 대해 만든 모든 영화로 광범위하게 해석하고 심지어 상업영화도 민족지영화가 될 수 있다9)고 말한 칼 하이더(Karl Heider)의 생각과 매우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셋째로 가드너의 영화적 성향에 대한 또 다른 단서는 그가 1957년에 쓴 「인류학과 영화」10)라는 논문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이 논문에서 영화라는 매체의 특징으로 ‘강도(intensity)’와 ‘유연성(plasticity)’을 지적하였다. 먼저 가드너는 영화가 인류학과 민족지에 유용한 이유는 단지 물질문화나 기술을 기록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영화가 지닌 “감정과 의미를 불러일으키는 힘”, 즉 ‘강도’(强度)에 있다고 주장하였다. 즉, 그는 영화적 대상의 감정이나 환경의 분위기(mood)를 불러일으키는 힘이 영화가 특별한 매체가 될 수 있는 이유로 보았다. 로버트 가드너는 두 번째 영화적 특성인 ‘유연성’에 대해 “영화장면들의 비실제적인 조작”이라고 정의내리면서, 영화의 대상들이 실제로 경험하는 것을 관객들에게 감정이입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이러한 ‘유연성’이라고 주장하였다.11)

    로버트 가드너가 주장한 영화의 두 가지 특성과 그의 초기 작품 및 바실 라이트와의 관련성을 종합하여 보자면, 로버트 가드너는 일찍이 영화의 실험성과 리얼리티의 비실제적인 재현방식을 통해 감정이나 분위기를 영화적으로 표현하는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로버트 가드너의 영화적 성향은 실제로 그의 첫 장편영화인 <죽은 새들>뿐 아니라 본 논문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축복의 숲>에서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3)Robert Gardner(1988). Obituary: Basil Wright. Anthropology Today IV(1), p.24.  4)Peter Loizos(1993a). Innovation in ethnographic film: From innocence to self-consciousness, 1955-85. Chicago: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p.166에서 재인용.  5)Peter Loizos(1993a). Innovation in ethnographic film: From innocence to self-consciousness, 1955-85. Chicago: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pp.142-143.  6)Peter Loizos(1993a). Innovation in ethnographic film: From innocence to self-consciousness, 1955-85. Chicago: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p.142.  7)Peter Loizos(1993a). Innovation in ethnographic film: From innocence to self-consciousness, 1955-85. Chicago: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p.142 참조.  8)Peter Loizos(1993a). Innovation in ethnographic film: From innocence to self-consciousness, 1955-85. Chicago: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p.315.  9)Karl Heider(1976). Ethnographic Film. Austin: University of Texas Press.  10)Robert Gardner(1957). Anthropology and Film. Daedulus 86, pp.344-352 참조.  11)Robert Gardner(1957). Anthropology and Film. Daedulus 86, pp.349.

    3. <축복의 숲>12)의 내러티브 구조

    <축복의 숲>을 영화적 내러티브구조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 특징이 드러난다. 그 한 가지는 로버트 가드너 특유의 영화적 시간과 공간의 설정이며, 또 다른 한 가지는 영화적 인물의 설정이다. 이러한 내러티브구조는 로버트 가드너의 영화적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시공간과 인물의 ‘상징성’에 의한 재현방식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면 <축복의 숲>의 내러티브구조를 ‘베나레스의 도시교향곡’과 ‘인물의 설정’의 두 가지 시각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1) ‘베나레스의 도시교향곡’

    <축복의 숲>의 내러티브의 가장 커다란 특징은 1926년에서 1930년대에 유럽에서 만들어진 일명 ‘도시교향곡(city symphony)’류(類)의 다큐멘터리와 닮아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도시교향곡’의 다큐멘터리는 형식적인 면에서 도시의 하루를 다루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축복의 숲>의 내용 또한 ‘도시교향곡’처럼 베나레스의 하루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축복의 숲>의 영화적 공간을 살펴보면, ‘도시교향곡’의 영화와 마찬가지로 베나레스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인도의 갠지즈 강을 끼고 있는 베나레스는 인도의 대표적인 성지(聖地)이자 인도인들이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오는 곳이다. 또한 베나레스는 마니카르니카 가트(Manikarnika Ghat)라는 커다란 야외 화장(火葬)터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로버트 가드너가 <축복의 숲>의 배경으로 베나레스를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로버트 가드너는 <축복의 숲>을 촬영하기 전에도 몇 차례 베나레스를 방문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축복의 숲>의 촬영을 위해 다시 인도를 찾은 것은 1984년 12월 5일이었다. 로버트 가드너는 <축복의 숲>의 배경으로 베나레스를 선택한 이유와 죽음을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들게 된 동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축복의 숲>의 영화적 공간은 베나레스 도시, 갠지즈 강과 화장터, 호스피스 등 인간의 죽음과 관련된 장소들이 그 중심을 이룬다.

    <축복의 숲>의 시간적인 내러티브 또한 ‘도시교향곡’과 마찬가지로 ‘하루’라는 시간에 의해 구조화되어 있다. 즉, <축복의 숲>은 동틀 무렵에서 시작하여 다음 날 동틀 무렵까지의 시간 흐름에 따라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축복의 숲>의 하루는 실제적인 하루가 아니라 하나의 가상적인 하루이다. 즉, <축복의 숲>은 하루에 촬영된 것을 영화화 한 것이 아니라 10주에 걸쳐 촬영한 것을 ‘하루’의 시간구조로 편집한 것이다.

    <축복의 숲>의 시간적인 구조의 또 다른 특징은 ‘하루’라는 시간의 설정 외에 순환적인 시간의 흐름을 강조하고 있다는 데 있다. 즉, <축복의 숲>의 시간적인 내러티브는 하루 24시간의 순환적 구조에 기본을 두고 있다. 다시 말해서 <축복의 숲>의 이야기는 갠지즈 강을 배경으로 한 일출의 장면으로 시작하여 다시 처음의 이미지로 돌아가 끝나는, 일종의 수미쌍관의 구조로 되어 있다. 이처럼 로버트 가드너가 일출에서 또 다른 일출이라는 시간적 구조를 택한 것은 단순히 영화적 이야기의 전개를 위한 수단만이 아니라, <축복의 숲>의 커다란 주제인 인간 삶의 유기적인 순환성, 다시 말해서 힌두교의 순환적인 삶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고자 함이었다. 이러한 영화의 주된 메시지가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영화의 첫 장면인 자막화면이다. 로버트 가드너는 시인 예이츠(Yeats)가 번역한 우파니샤드(Upanishad)의 한 구절을 오프닝 화면으로 사용하고 있다. <축복의 숲>은 다음과 같은 자막으로 시작된다.

    매우 철학적이고 상징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위의 우파니샤드의 구절에 대해 로버트 가드너는 다음과 같이 그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한 마디로 로버트 가드너는 오프닝 자막을 통해 인간 삶의 순환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였으며, 영화 전체로 볼 때 ‘하루‘라는 시간의 순환성을 통해 이를 표현하고자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축복의 숲>의 메시지의 요약문이기도 한 우파니샤드의 구절은 영화에서 일종의 라이트모티프(leitmotif)의 역할을 한다. 또한 <축복의 숲>의 시간적인 구조는 로버트 가드너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심어놓고 싶은 주요 개념의 하나”16)라고 말한 것처럼 영화의 주요한 내러티브 구조이자 영화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주요한 수단의 하나라고 요약할 수 있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축복의 숲>은 ‘베나레스 도시의 하루’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알베르토 카발칸티(Alberto Cavalcanti)의 <오직 시간뿐(Rien Que Les Heures)>(1926), 미카일 카우프만(Mikhail Kaufman)의 <모스코바(Moscow)>(1927), 월터 루트만(Walter Ruttman)의 <베를린: 대도시교향곡(Die Sinfonie der Grossstadt)>(1927), 찌가 베르토프의 <카메라를 든 사나이(Cheloveks Kinoapparatom)>(1929), 장 뷔고(Jean Vigo)의 <니스에 관하여(A Propos de Nice)>(1930)와 같은 ‘도시교향곡’과 닮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축복의 숲>은 한 마디로 ‘베나레스의 도시교향곡’이라 부를 수 있으며, 같은 맥락에서 ‘도시 교향곡’류의 다큐멘터리 전통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2) 인물의 설정

    <축복의 숲>의 두 번째 내러티브의 특징은 주요 인물의 설정이다. <축복의 숲>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모두 세 명이다. <축복의 숲>에는 특정한 영화의 주인공이 없기 때문에 이들을 영화의 주인공이라고부를 수는 없지만, 영화의 이야기 전개를 위해 세 인물은 영화 전반 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면서 내러티브의 커다란 축을 형성한다.

    인물의 설정이라는 측면에서 <축복의 숲>을 분석해보면, 로버트 가드너가 인물을 다루는 방식에서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는 주요 인물의 재현방식이다. <축복의 숲>은 11개의 매우 상징적인 쇼트로 구성된 프롤로그로 시작된다. 한편, 이 프롤로그의 쇼트들이 일종의 몽타쥬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반해, 프롤로그에 바로 이어지는 인물의 재현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한 마디로 이들은 프롤로그의 몽타쥬 방식과는 달리 관찰적인 방식으로 재현된다. 즉, <축복의 숲>에서 프롤로그 바로 다음 장면으로 주요 등장인물 가운데 한 명인 미타이 랄(Mithai Lal)이 매일 아침 의례적인 목욕을 위해 갠지즈 강 가로 가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 장면의 촬영방식은 프롤로그보다 훨씬 관찰적이다. 이어 등장하는 돔 라자(Dom Raja)나 라굴 판딧(Ragul Pandit)의 묘사도 마찬가지로 관찰적이다. 예를 들어, 라굴 판딧은 쇼트 45에서 처음 등장하는데, 영화는 갠지즈 강가에서 일상적인 의례로서의 아침기도를 하는 라굴 판딧의 모습을 71초 동안 거의 리얼-타임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주요 인물의 재현방식을 프롤로그와 비교하자면, 프롤로그가 보다 개념적이고 상징적이라고 한다면 인물의 재현방식은 보다 서술적이며 묘사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관객들은 이러한 관찰적인 촬영방식과 재현방식을 통해 주요 인물들을 보다 친숙하게 바라보고, 그들의 일상의 모습과 마주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축복의 숲>의 인물설정방식의 두 번째 특징은 세 인물들이 서로 상징적인 대조를 이룬다는 점이다. 영화에 나타난 인물들의 성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등장인물인 미탈 랄은 자신이 운영하는 사원의 매우 책임감 있는 승려로 등장한다. 아코스 오스토(Ákos Östör)가 그를 일컬어 ‘의례주의자(ritualist)’라고 묘사했듯이 미타이 랄은 세 명의 등장인물 가운데 가장 종교적이고 냉철한 사람으로 지혜, 온, 순수성과 같은 일련의 긍정적인 가치를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로버트 가드너가 “아주 악의적인 사람”라고 묘사한 불가촉천민 돔 라자는 영화적 인물의 다른 한 축을 차지한다. 그는 화장터에서 화장(火葬)용 장작을 감독하고 성(聖)스러운 의례용 불을 판매하는 일을 한다. 뚱뚱하고 병든 몸, 깨진 목소리, 탐욕스럽고 건방진 태도로 사람을 대하는 그의 모습은 매우 세속적이다. 이 대조적인 두 인물 중간에 세 번째 등장인물인 라굴 판딧이 있다. 라굴 판딧은 두르가(Durga) 사원의 치료사이다. 그는 미탈 랄처럼 의례적인 행위에 종사하지만, 돔 라자처럼 일반 사람을 상대하는 세속적인 일을 한다. 그는 영화에서 선과 악, 평범함과 종교적인 영감을 가진 애매모호한 인물로 묘사된다. 이처럼 성격상 대조를 이루는 세 명의 등장인물은 <축복의 숲> 영화 전반에 등장하는 상징성과 같은 맥락에서 인간 군상(群像)의 상징적 대조를 위해 설정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축복의 숲>에 나타난 인물설정의 세 번째 특징은 세 인물들이 관객의 주목을 받을 만큼 영화 속에 자주 그 모습을 드러내지만, 각 인물의 개성이 드러날 만큼 깊이 있게 묘사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한편, 이러한 인물설정 방식은 로버트 가드너 특유의 영화방법론과도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로버트 가드너는 <죽은 새들>에서도 두명의 주인공을 설정하지만, 등장인물의 민족지적 묘사보다도 자신의 철학적 사고(思考)를 위해 영화적 인물을 이용하고 있다. <축복의 숲>의 인물설정 또한 이러한 로버트 가드너의 영화적 성향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축복의 숲>에 등장하는 세 명은 베나레스의 종교적 삶을 민족지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인물임도 불구하고 로버트 가드너는 세 인물의 세세한 삶의 모습이나 이들의 생각을 보여주려는 영화적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대신 이들을 자신의 영화적 메시지 전달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점은 로버트 가드너의 영화가 여러 학자들 간에 비판의 대상이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12)<축복의 숲>의 내용과 주요 장면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축복의 숲>은 갠지즈 강의 ‘건너편’의 장면으로 구성된 11개의 쇼트와 우파니샤드의 구절로 된 자막으로 시작된다. 이어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 3명 가운데 한 명인 미타이랄이 새벽에 갠지즈 강에서 의례적인 목욕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두 번째 주요 등장인물인 돔 라자가 등장한다. 다시 영화는 미타이 랄이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마리골드를 채집하는 장면과 남자들이 거대한 목재를 선착장으로 운반하고, 배가 이 목재들을 싣고 떠나는 장면이 나온다. 이어 미타이 랄이 집에서 기도하는 모습, 여자들이 마리골드를 다듬는 장면, 야외 화장터, 갠지즈 강가의 모습, 베나레스 시내로부터 시신을 운반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여진다. 다음으로 세 번째 주요 등장인물인 라굴 판딧과 그의 사원을 보여준다. 다음 장면은 대나무로 시신 운반용 들것을 만드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이어 호스피스 병동에 대한 장면이 나온다. 다음 장면으로 시신을 운반하는 배와 시끌벅적한 사운드를 배경으로 시신을 운반하는 행렬, 나무의 무게를 재는 저울, 노래하는 거지의 모습 등 어수선한 베나레스의 시내와 골목의 모습이 보여주고, 이어 돔 라자와 신도들이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준 뒤, 호스피스에서 시신을 옮겨 호스피스 밖으로 나오는 장면과 배가 화장터로 도착하는 장면이 나온다. 다음으로 한 남자가 새로이 수리된 배에 노란 물감을 묻혀 강에 띄우는 장면과 시신을 침수하는 장면이 교차편집되어 보여진다. 이어 시신을 운반하는 행렬과 배에서 나무를 내리고 시신이 도착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미타이 랄이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에 이어 로버트 가드너가 이른바 ‘요약쇼트’라고 부르는 장면이 이어진다. 다음 장면은 시신이 갠지즈 강가의 화장터에 도착하여 화장되는 광경이다. 이어지는 장면은 돔 라자의 모습, 소년이 연 날리는 모습, 마리골드를 재배하는 모습, 두르가 사원의 모습, 마리골드를 파는 사람의 모습, 여자와 남자가 두르가 사원에서 기도하는 모습 등이 혼합되어 나타난다. 영화의 후반부는 프롤로그와 유사한 장면(소년이 연을 날리는 장면, 해가 지는 장면, 개가 강가를 거니는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중간에 미타이 랄이 저녁에 두르가 사원에서 신들림 의식을 행하는 모습, 새벽에 라굴 판딧이 아침기도를 하는 모습, 목재를 싣고 가는 배의 모습, 화장터의 모습이 등장한다. 영화는 영화의 시작에서 처럼 안개 속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배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끝난다.  13)Robert Gardner, The impulse to preserve: reflections of a filmmaker, Other Press, New York, 2006, p.279.  14)Paul Henley, "Beyond the Burden of the Real: Anthropological Reflections on the Technique of a "A Masterful Cutter," Ilisa Barbash and Lucien Taylor, eds., The Cinema of Robert Gardner. Oxford; New York: Berg, Oxford; New York, 2007, p.49.  15)Robert Gardner and Ákos Östör, Making Forest of Bliss: Intention, circumstance, and chance in nonfiction film. Harvard University Press, Cambridge, MA, 2001, p.23.  16)ibid, p.39.

    4. <축복의 숲>의 영화방법론

    머리말에서도 지적했듯이 로버트 가드너의 영화방법론의 커다란 특징 가운데 하나는 ‘상징’과 ‘은유’에 의한 영화적 전략들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축복의 숲>도 예외가 아니다. 로버트 가드너가 상징을 주된 영화적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의 영화적 성향과 관계가 있다. 앞서 밝힌 대로 로버트 가드너는 일찍이 초현실주의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바실 라이트의 영상작품과 같은 상징을 통한 재현방식과 시적인 영상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로버트 가드너는 이러한 자신의 영화적 성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로버트 가드너는 영화적 표현방식으로서 구체적인 진술이나 해석보다 상징 등을 통한 암시와 은유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축복의 숲>의 영화 제목 또한 이러한 로버트 가드너의 성향을 반영하고 있다. 즉, 로버트 가드너는 축복스러운 재탄생을 가져다주는 화장용 장작이 숲으로부터 온다는 점에 착안하여 영화의 제목을 <축복의 숲>이라고 정하였다. 이에 대해 로버트 가드너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로버트 가드너가 상징 및 은유를 영화적 방법론으로 삼은 것은 <축복의 숲>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일찍이 <죽은 새들>에서도 상징을 주된 영화적 방법론으로 사용한 적이 있다. 하지만 <축복의 숲>은 <죽은 새들>보다 상징적 요소가 더욱 많이 등장할 뿐 아니라, 편집 및 사운드 또한 상징적 측면에서 보다 다양하고 복잡하다. 또한 <축복의 숲>은 <죽은 새들>과는 달리 내레이션이나 자막 등의 언어적 요소를 배제하면서 시각 및 청각적인 상징성을 주된 표현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본 장에서는 이러한 로버트 가드너의 영화적 성향에 주목하면서 <축복의 숲>의 영화적 전략을 ‘일상적 사물의 상징성 차용’, ‘프롤로그, 상징의 수렴과 요약 쇼트’, ‘은유적 표현을 위한 편집’, ‘사운드의 상징성’으로 나누어 다각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1) 일상적 사물의 상징성 차용

    <축복의 숲>의 첫 번째 영화적 전략은 일상적 사물의 상징성을 차용하는 것이다. 로버트 가드너는 <축복의 숲>을 만들면서 자신의 영화적 방법론의 핵심을 다음과 같이 피력하였다.

    그리고 로버트 가드너는 <축복의 숲>의 주된 재현수단을 일상적 사물의 상징성에서 찾았다.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로버트 가드너는 <축복의 숲>의 제작현장인 베나레스의 일상에 존재하는 계단, 배, 나무, 마리골드와 같은 사물을 통해 영화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그리고 이 사물들에 상징성을 부여하였다.

    위의 내용으로 판단하자면, 로버트 가드너가 일상적 사물의 상징성을 영화적 재현수단으로 이용한 것은 그의 영화적 성향이기도 하지만, 그에게 매우 혼란스러운 도시로 다가온 베나레스를 영화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즉, 그는 “끊임 없는 혼동의 가능성들”에 영화적 질서를 부여하기 위해 상징을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로버트 가드너가 일상적 사물에 상징성을 부여하는 영화적 전략을 사용한 대표적인 예로서 <축복의 숲>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계단’ 장면을 꼽을 수 있다. 베나레스에서 계단은 사람들이 도시에서 갠지즈 강을 오고가기 위해 매일같이 사용하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사물의 하나이다. 하지만, 로버트 가드너는 <축복의 숲>에서 계단을 기능적인 목적 이외에 계단이 가진 상징성에 주목하고 영화 속에서 그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였다.

    위에서 본 것처럼 로버트 가드너는 영화를 촬영하기 이전부터 계단 을 인간 삶의 ‘변이’의 상징으로 사용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이밖에도 로버트 가드너는 <축복의 숲>에서 일출과 일몰, 강, 배, 나무, 연, 마 리골드 등과 같은 일상의 사물이나 자연에서 상징적 의미를 찾았으며, 이를 통해 베나레스라는 도시의 리얼리티에 접근하려 하였다.

       2) 프롤로그, ‘상징의 수렴’과 ‘요약 쇼트’

    <축복의 숲>에는 많은 상징물이 나온다. 처음 이 영화를 처음 보는 관객은 그 의미를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줄이어 상징물이 등장하지만, 이들의 관계를 세밀하게 관찰하면 상징물을 다루는 로버트 가드너 특유의 영화적 방법론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 가운데 가장 커다란 특징은 프롤로그(prologue), ‘상징의 수렴(convergence)’, 그리고 ‘요약 쇼트(summary shot)’의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면 먼저 프롤로그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축복의 숲>은 타이틀이 나오기 전 11개의 쇼트들로 구성된 프롤로그, 즉 오프닝 쇼트로 시작된다. 프롤로그는 특별한 내러티브 구조를 가지고 있지는 않으나, <축복의 숲>에 나오는 장면 가운데 가장 상징성이 강한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다. 프롤로그의 각 쇼트(총총걸음으로 강가를 걸어가는 개, 유유히 안개 속에 지나가는 배, 외로이 강가에 앉아 있는 새, 머리에 짐을 지고 안개 속을 걸어가는 여인, 연을 날리는 소년, 일출, 갠지즈 강가의 계단, 화장터의 성스러운 불, 세 마리의 개가 한 마리의 개를 물어뜯는 장면)는 각각 상징성을 지니지만, 11개의 쇼트를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몇 가지 측면에서 영화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첫째로 프롤로그는 장소의 상징성을 나타내는 역할을 한다. 즉, 11개 쇼트의 대부분은 모두 갠지즈 ‘강 건너편’을 담은 쇼트들이나 건너편 쪽에서 화장터를 촬영한 것이다. 로버트 가드너는 프롤로그의 배경이 되는 곳을 베나레스 쪽에서 볼 때 갠지즈 ‘강 건너’라는 의미로 ‘강 건너편(far shore)’이라고 부르면서 프롤로그를 통해 이곳에 강한 상징성을 부여했다.

    로버트 가드너의 말을 빌자면, 강 건너편은 “삶의 세계에 대한 죽음의 세계”25)이다. 즉, 로버트 가드너는 상징적으로 강가의 먼 쪽은 죽음, 가까운 쪽은 생명의 세계로 보았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강가에 있는 화장터를 ‘생명의 세계’라고 부른 점이다. 이는 로버트 가드너가 죽음을 고통의 수레바퀴에서의 벗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힌두교의 개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즉, 로버트 가드너는 이 프롤로그를 통해 갠지즈 강에는 삶과 죽음의 양면이 존재한다는 영화적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둘째로 프롤로그는 영화의 모티브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프롤로그의 첫 번째 쇼트에서 등장한 개는 프롤로그의 끝 장면인 11번째 쇼트에서 다시 나타난다. 하지만 첫 번째 쇼트에서는 한 마리의 개가 생명력 있게 총총 걸음으로 평원을 걷는 모습을 보여주 고 있는데 반해, 11번째 쇼트에서는 잔인한 개들의 싸움 장면을 보여 준다. 로버트 가드너는 11번째 쇼트의 개싸움 장면의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로버트 가드너가 말한 것처럼 프롤로그의 첫 번째 쇼트와 11번째 쇼트를 연결하여 본다면 개와 관련된 상징성은 그가 영화의 첫 자막에서 우파니샤드의 구절을 등장시킨 의미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다음으로 프롤로그는 영화의 전체적인 톤을 설정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11번째 쇼트에서 여러 마리 개가 한 마리의 연약한 개를 물어뜯는 섬뜻한 장면이나 2번째 쇼트에서 배가 안개 속에서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은 채 서서히 강가를 헤쳐 나가는 신비로운 모습 또한 영화의 전체적인 톤과 관련이 있다.

    끝으로 프롤로그는 영화 전체를 구조화하는 역할을 한다. 즉, 프롤로그는 말 그대로 영화의 도입부로 사용되어 영화의 결말 장면과 함께 수미쌍관의 서사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예를 들어,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개와 배는 영화의 끝 장면에 다시 등장한다. 그리고 프롤로그에서 한 소년이 연을 날리고 있는 장면과 일출의 장면을 함께 보여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영화의 끝에서도 다시 한 소년이 연을 날리는 장면과 일출의 장면을 함께 보여준다. 이처럼 프롤로그는 영화의 전체적인 구조를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축복의 숲>의 상징주의와 관련한 관련하여 또 다른 중요한 영화적 구조는 ‘상징의 수렴’과 ‘요약 쇼트’라는 개념이다. 이 두 용어는 로버트 가드너가 <축복의 숲>을 설명하면서 사용한 말이다.

    먼저 ‘상징의 수렴’이란 여러 상징들을 하나씩 등장시킨 후에 이들을 서서히 통합하여 상징적인 의미를 드러내는 방식을 말한다. 이를 예를 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축복의 숲>에서 나무는 매우 중요한 상징성을 지닌다. 따라서 <축복의 숲>에는 나무와 관련된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즉, 나무를 자르는 장면, 나무를 배달하는 장면, 나무를 저울에 재는 장면, 나무를 배로 운반하는 장면 등이 하나씩 나타 난다. 하지만 이들 나무가 등장하는 각 장면을 독립적으로 보면 그 의미를 잘 알 수 없다. 영화 속에서 나무의 상징적 의미는 나무와 관련된 다른 상징물과 연관되어 통합됨으로써 드러난다. 즉 <축복의 숲>의 여러 장면을 ‘나무’라는 사물을 중심으로 보면, 나무는 ‘숲’에서 노동자에 의해 벌목되고, ‘계단’을 통해 옮겨지고, ‘저울’에서 측량되고, ‘배’로 운반된다. 이처럼 나무는 숲, 계단, 저울, 배라는 다른 상징물과 통합되어 그 의미를 드러낸다. 이것이 바로 로버트 가드너가 이 른바 ‘상징의 수렴’이다. 이렇게 본다면, 로버트 가드너가 말한 ‘상징의 수렴’이란 여러 상징물의 연관성을 통해 상징물의 의미를 드러내는 영화적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나무의 상징성과 의미는 나무를 중심으로 여러 상징물을 통합, 수렴하는 방식을 통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로버트 가드너가 ‘수렴’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영화의 초반부터 사물의 상징적인 의미를 명확히 드러내는 방식이 아니라 영화가 서서히 전개되면서 여러 사물들의 상호관계를 드러내는 영화적 전략을 사용했음을 설명하기 위해 나온 용어임을 알 수 있다. 또한 로버트 가드너는, 이러한 영화 전개의 방식이 관객의 입장에서 본다면 ‘하나의 발견’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축복의 숲>의 상징적 경향과 관련된 또 다른 영화적 전략은 ‘요약 쇼트’의 개념이다. 로버트 가드너는 영화의 후반부의 한 장면인 화장터 가트의 쇼트를 일컬어 ‘요약쇼트’라고 불렀다. 전체 453개의 쇼트로 구성된 <축복의 숲> 가운데 334번째 쇼트(전체 상영시간 90분 가운데 67분 32초에서 68분 2초까지의 장면)에 해당하는 이 장면은 전경에는 강에 떠 있는 배의 모습, 중경과 원경에 화장터와 화장터에 모여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촬영한 쇼트이다. 또한 이 장면은 화장 과정의 끝 부분에 해당하는 몽타쥬 장면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로버트 가드너가 설명한 것과 같이 ‘요약 쇼트’는 말 그대로 영화에 등장한 사물들이 하나의 쇼트에서 종합적으로 나타나는 쇼트를 말한다. 즉, 쇼트 334의 화장터의 쇼트처럼 영화의 전반부에 하나씩 등장하던 배, 강, 불 등 여러 사물들이 전체적으로 모여 관객들에게 상징적 의미를 드러내는 것이다. 또한 영화의 내러티브 측면에서 보았을 때 화장터의 요약 쇼트는 영화는 클라이맥스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요약 쇼트 이전에 도시 중심에서 강가로 더 많은 시신이 옮겨지는 장면이 등장하는 등 영화전개의 속도나 내용면에서도 정점을 향해 전개되고 있음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따라서 <축복의 숲>은 화장터의 요약 쇼트 이후 영화의 톤 및 표현방식이 달라진다. 즉, 이후의 영화적 수사법은 강렬한 톤에서 휴식의 톤으로, 그리고 은유 및 상징의 재현 방식에서 보다 관찰적인 표현 방식으로 바뀐다.

       3) 상징적 의미 창출을 위한 편집

    <축복의 숲>은 로버트 가드너의 작품 가운데 가장 정교한 편집의 예로 손꼽힌다. <축복의 숲>의 편집스타일은 마이클 오피츠(Michael Oppitz)가 지적한 바와 같이 서사적(narrative) 편집, 순차적(serial) 편집, 개념적(conceptual) 편집, 연상적(associative) 편집 등 다양하게 나타나지만28), 필자의 생각으로는 <축복의 숲>의 편집방식의 가장 커다란 특징은 일종의 몽타쥬 편집방식에 의해 은유적인 의미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축복의 숲>의 편집방식을 ‘상징적 의미 창출을 위한 편집’이라고 보고 이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축복의 숲>의 첫 번째 편집의 유형은 서사적이거나 연속적인 시퀀스의 중간에 다른 쇼트를 삽입하는 방식이다. 즉, 전체적으로 연속성을 가진 시퀀스의 중간에 하나의 쇼트를 삽입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 사람들이 당나귀의 사체를 계단에서 끌고 내려오는 장면이 있는데, 이 쇼트들 중간에 계단을 내 려오는 눈먼 늙은 남자의 쇼트가 삽입된다. 이처럼 로버트 가드너는 이 계단 시퀀스에서 동물의 사체와 눈먼 늙은 남자를 병치시킴으로써 인간 또한 로버트 가드너가 말한 ‘동물의 운명’이라는 상징적/은유적인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였다. 삽입쇼트의 또 다른 경우는 시퀀스 전체가 리얼 타임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편집에 의한 쇼트를 삽입하는 방식이다. 영화에서 배에 실린 커다란 나무를 보여주는 일련의 쇼트 중간에 두 개의 쇼트, 즉 하늘을 나는 독수리와 강 위에 떠 있는 시신을 삽입한 장면이 이에 속한다. 로버트 가드너는 이 두 쇼트에 대해 설명하면서 “실제 장면이 아니라 편집에 의해서 연결된 것”29)이며, 이러한 편집의 의도는 “죽음과 관련된 의미를 암시하기 위한 것”30)이라고 밝히고 있다. 삽입쇼트의 또 다른 경우는 연속적인 쇼트들 사이에 은유적인 의미가 있는 쇼트를 배합하는 경우이다. 그 예로 치료사 미탈 랄이 아침에 갠지즈 강으로 목욕을 하러 가는 긴 오프닝 시퀀스를 들 수 있다. 영화는 미탈 랄이 강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관찰적인 방식으로 보여주다가 중간에 의도적으로 저울과 장작더미를 지나는 장면을 보여준다. 관객들은 영화의 초반에 등장하는 이 두 사물의 상징적 의미를 알 수 없겠지만, 일명 ‘요약쇼트’를 보고 난 후에 저울과 장작더미의 용도를 알게 된다.

    두 번째 편집의 유형은 교차편집에 의해 상징적인 의미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축복의 숲>을 보면 한 남자가 새로 고친 배를 마리골드가 뿌려진 강에 진수시키는 시퀀스가 있는데, 이 장면과 마리골드로 장식된 시신을 강에 침수시키는 시퀀스와 교차편집된다. 이 장면은 로버트 가드너가 <축복의 숲>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처음부터 계획한 것이었다.

    로버트 가드너는 이 새로 수리된 배의 진수장면과 죽은 사람의 침수장면을 교차편집함으로써 영화의 주된 메시지라고 할 수 있는 삶의 순환성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라디카 초프라(Radika Chopra) 또한 교차편집된 장면들의 상징적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세 번째 편집의 유형은 상징적인 사물들의 이항(二項)대립에 의한 편집이다. 일종의 구조주의적인 사고(思考)를 보여주는 이러한 편집방식은 <축복의 숲>의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즉, <축복의 숲>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두 개의 대립된 사물의 모습이 지속적으로 대조를 이루면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축복의 숲>에는 인간과 동물, 산 자와 죽은 자, 땅과 하늘, 도시와 강, 화장터와 ‘강 건너편’, 물어뜯는 개와 물어뜯기는 개, 새롭게 진수되는 배와 새로이 죽은 시신, 새롭게 수확된 마리골드와 소에 의해 먹혀지는 마리골드, 무거운 화장용 장작과 화장터에서 나오는 가벼운 연기, 연이 하늘을 나는 장면과 연이강으로 떨어지는 장면, 일출과 일몰 등 서로 대조를 이루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라디카 초프라는 사물들의 이항대립에 의한 편집방식에 대해 “사물들이 일상생활에서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간에 영속적으로 상호 연결되어 존재한다는 것”33)을 보여주는 것이라 고 해석하였다. 한 마디로 로버트 가드너는 사물들의 상징적인 대립을 통해 영화의 주된 메시지인 힌두교의 내세관, 즉 삶과 죽음의 변증법적인 내세관을 보여주려 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4) 사운드의 상징성

    <축복의 숲>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로버트 가드너가 시각적 이미지뿐 아니라 청각적인 요소 또한 매우 중시하였다는 점이다. 따라서 본 장에서는 <축복의 숲>의 청각적 요소와 사운드의 상징성에 대해 고찰하기로 한다.

    먼저 <축복의 숲>의 청각적 요소에 대해 살펴보자. <축복의 숲>에는 다양한 사운드가 등장한다. 개가 으르렁 거리는 소리, 노 젓는 소 리, 나무를 자르고 태우는 소리, 망치질 소리, 독경 및 종교적 의례를 위한 소리, 종소리, 마당의 물청소 소리, 새의 소리, 도시의 여러 가지 소음과 사람들의 대화 등이 등장한다. 이들 사운드는 노를 젓는 소리와 같은 리듬적인 소리와 도시의 소음과 같은 비(非)리듬적인 소리가 혼재되어 있으며, 어떤 소리들은 상징적인 의미가 강한 반면, 어떤 소리는 단지 배경음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소리든지 정교하게 녹음되고 편집되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일반적으로 민족지영화나 다큐멘터리영화들이 주로 내재적 사운드를 주로 사용하는데 비해 <축복의 숲>은 여러 가지 종류의 사운드를 혼용하고 있다.

    <축복의 숲>의 사운드의 종류를 살펴보면 내재적 사운드(diegetic sound), 외재적 사운드(extradiegetic sound), 그리고 내/외재적 사운드 (interdiegetic sound)를 혼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 가운데 <축복의 숲>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다른 민족지영화나 다큐멘터리영화와 마찬가지로 내재적 사운드이다. 하지만, <축복의 숲>에서는 현장에서 동시녹음 된 내재적 사운드를 증폭하여 사용한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예를 들어, 영화의 장면 가운데 시신운반용 대나무들 것을 짜는 목수가 잠시 일을 쉬면서 담배를 피다가 연기를 내뱉는 씬이 있는데, 이 때 담배연기를 내뱉는 소리는 상당히 크게 들리는 것으로 보아 내재적 사운드를 증폭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영화에서 죽은 당나귀를 계단 아래로 끌어내리는 소리나 미탈 랄이 힘들게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투덜거리는 소리 또한 내재적 사운드를 스튜디오에서 증폭한 소리이다. 로버트 가드너는 <축복의 숲>에서 적어도 4번 현장음을 증폭하여 사용했음을 밝히고 있다.

    <축복의 숲>에 나타나는 두 번째 종류의 사운드는 외재적 사운드이다. 예를 들자면,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개의 발걸음 소리가 이 경우에 속한다. 영화 속의 개의 발걸음 소리를 얼듯 들으면 내재적 사운드일 것 같으나 그 소리가 매우 크기 때문에 외재적 사운드로 생각된다. 즉, 이 장면에서 개의 모습은 익스트림 롱 쇼트로 촬영되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실제적인 개의 발걸음 소리는 영화에서처럼 그렇게 선명하게 녹음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는 로버트 가드너가 이에 이어지는 11번째 쇼트의 개싸움의 폭력성을 암시하기 위해 외재적 사운드를 사용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는 들판에서 마리골드를 수확하는 장면과 사운드이다. 이 장면에서도 한 남성이 마리골드의 꼭지를 따는 소리가 명확하게 들린다. 이 경우 꽃을 따는 모습을 클로즈 업 촬영하고, 마리골드를 따는 소리는 스튜디오에서 만든 사운드임을 알 수 있다.

    <축제>에 나타나는 또 다른 사운드는 내/외재적 사운드(intradiegetic)34)이다. 여기서 내/외재적 사운드는 같은 종류의 사운드를 필요에 따라 내재적인 사운드 형식과 외재적인 사운드 형식을 혼합하여 사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영화 속에서 나무의 사운드가 이에 해당된다. 즉, <축복의 숲>의 어떤 장면에서는 나무를 자르거나 장작을 패는 장면과 소리가 일치하지만, 다른 장면에서는 나무를 자르는 소리만 들릴 뿐 실제 장면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나무가 쓰러지는 사운드는 외재적인 사운드로서 매우 드라마적이다. 로버트 가드너와 마이클 오스터 또한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숲에 가서 어렵사리 나무가 쓰러지는 소리를 녹음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나무가 쓰러지는 사운드는 분명 외재적 사운드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영화 전반에 나오는 나무 소리는 현장에서 녹음된 소리와 비(非)내재적인 사운드가 혼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전체적으로 <축복의 숲>의 사운드는 현장에서 동시녹음된 것이 분명한 사운드와 증폭된 사운드, 그리고 스튜디오에서 편집된 사운드 등 여러 사운드가 혼합되어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내재적 사운드를 단순히 증폭한 것인지 스튜디오에서 외재적 사운드를 편집한 것인지 분명히 구분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즉, 언뜻 들으면 동시녹음된 것 같지만, 자세히 들으면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사운드가 있다. 예를 들어, 반복적으로 들리는 삐걱거리는 노 젓는 소리는 노 젓는 속도 및 리듬과 반드시 상응되지 않는다. 이처럼 로버트 가드너는 때로 사운드의 효과를 극대화하거나 사운드의 상징적 의미 를 강조하기 위해 사운드의 편집기술을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축복의 숲>의 사운드의 특징은 ‘사운드의 상징성‘이다. 즉, 로버트 가드너는 <축복의 숲>에서 시각적 이미지와 별도로 사운드를 상징적인 표현을 위해 사용하였다. 다시 한 번 ‘노 젓는 사운드’ 를 예로 들어보자. 관객들은 영화가 시작되면서 약 7분 동안 삐걱거리는 노의 소리를 듣는다. 로버트 가드너가 말한 것처럼 이 노 젓는 소리는 <축복의 숲>에서 가장 강력한 상징성을 지니는 사운드이다.

    처음 관객들은 안개 속에서 들려오는 이 소리를 듣고 무슨 소리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천천히 그리고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이 사운드는 한 마리의 개가 반 침수된 시신을 씹어 먹는 쇼트, 배의 앞부분, 하늘을 나는 새들, 그리고 강에 떠 있는 시신, 강에서 목욕을 하는 사람의 쇼트와 결합하여 신비스럽기도 하고 때로 섬뜻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러다가 영화가 좀 더 진행되면서 이 소리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난다. 그것은 바로 갠지즈 강을 떠가는 자그마한 배의 삐걱거리는 노 젓는 소리이다.

    마이클 오피츠(Michael Oppitz)가 “뛰어난 솜씨(coup de maitre)”37)라고 부른 이 노 젓는 사운드는 전체적으로 영화의 라이트모티프, 즉 영화의 신비로움과 모호함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축복의 숲>에 등장하는 종소리 또한 로버트 가드너가 영화의 신비감과 모호함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사운드이다. 로버트 가드너는 종소리의 영화적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이처럼 로버트 가드너가 <축복의 숲>에서 사운드를 통해 가장 표현하고자 한 것은 신비로움과 모호함의 영화적 톤이었다. 이는 그가 베나레스에서 경험한 세계에 대한 느낌의 표현이자 영화적 메시지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로버트 가드너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축복의 숲>은 ‘비언어적’이다. <축복의 숲>에는 일반적인 다큐멘터리영화와는 달리 내레이션도 없을 뿐 아니라 원주민의 목소리를 해석해주는 자막 또한 없다. 문자가 나타나는 유일한 곳은 영화의 첫 장면인 우파니샤드의 인용 구절뿐이다. <축복의 숲>은 로버트 가드너의 영화 전체 작품뿐 아니라 다른 민족지영화들 가운데 가장 언어에 인색한 작품이다. 이처럼 로버트 가드너가 <축복의 숲>에서 언어적 요소를 배제하려 한 것은 시각적 이미지와 청각적 사운드만으로 영화적 메시지나 분위기를 전달하려고 한 영화적 의도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관객들 또한 로버트 가드너의 의도대로 감독의 설명이나 원주민의 대화를 번역한 자막 대신 시각적 이미지와 사운드에 보다 집중하게 된다. 이는 관객의 입장에서 보자면 내레이션이나 자막이 있는 영화를 볼 때보다 더 어렵고 지적(知的)인 해독(解讀)의 과정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는데, 이 또한 로버트 가드너의 영화적 의도라고 해석할 수 있다.

    17)Ilisa Barbash, "Out of Words: A Conversation with Robert Gardner," Ilisa Barbash and Lucien Taylor, eds., The Cinema of Robert Gardner, 2007, Berg, Oxford; New York, 2007, p.93.  18)Gardner, op. cit, p.286.  19)Gardner and Östör, op. cit, p.65.  20)인도에서 주로 종교적 의례에 사용되는 국화과의 꽃.  21)ibid, p.46.  22)Gardner 2006, op. cit, p.282.  23)Gardner and Östör, op. cit, p.45.  24)Gardner and Östör, op. cit, p.16.  25)Gardner and Östör, ibid, p.16.  26)ibid, p.22.  27)ibid, p.105.  28)Thomas W. Cooper, Natural rhythms: The indigenous world of Robert Gardner, Anthology Film Archive, New York, 1995, pp.64-65에서 재인용.  29)Gardner and Östör, op. cit, p.48.  30)ibid, p.48.  31)ibid, p.87.  32)Radikha Chopra, "Robert Gardner's Forest of Bliss: A review," Society for Visual Anthropology Newsletter, Spring, V(1), 1989, p.3.  33)ibid, p.2.  34)Susan Hayward, Cinema Studies: The key concepts. 2nd ed., Routledge, London, 2000, p.85.  35)Gardner and Östör, op. cit, p.19.  36)ibid, p.19.  37)Michael Oppitz, "A Day in the city of death. Forest of Bliss(by Robert Gardner)-A film review," Anthropos 83, 1988, pp.210-212.  38)Gardner and Östör, op. cit, pp.21-22.  39)Barbash, op. cit, p.101.

    5. <축복의 숲>에 대한 논란 및 쟁점

    <축복의 숲>은 1985년 개봉되고 2년 후 영상인류학회 회보(Society for Visual Anthropology Newsletter)에 다양한 비판이 실렸다. 이들 가운데 알렉산더 무어(Alexander Moore)40), 조나단 패리(Jonathan Parry)41)와 제이 루비(Jay Ruby)42)는 <축복의 숲>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실었고, 라디카 초프라43), 그리고 로버트 가드너와 민족지 작업을 같이 하였던 아코스 오스토(Ákos Östör)44), 게라르도 레이첼-돌마토프 (Gerardo Reichel-Dolmatoff)45)는 <축복의 숲>을 옹호하는 의견을 발표 하였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축복의 숲>에 대한 학자들의 의견이 극단적인 양상을 띨 정도로 서로 의견이 다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레이첼 돌마토프는 <축제>를 “예술적인 대작”46)이라고 극찬한 반면, 톰 워그(Tom Waugh)는 “ 인도판(版) 몬도 카네”47)라고 비하하였다.

    <축복의 숲>에 대한 의견 가운데 가장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부분은 민족지적 리얼리티의 재현에 관한 문제이다. <축복의 숲>에 호의를 보이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축복의 숲>이 베나레스의 민족지적 리얼리티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베나레스에서 몇 년에 걸쳐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엘리엇 와인버거(Eliot Weinberger)는 <축복의 숲>이 베나레스에서의 경험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48) 반면 찰스 워렌(Charles Warren)은, 베나레스에서 보낸 시간은 영화와는 달리 “유동적이며 깔끔하고 평온한 경험이었다”49)고 밝히고 있다. 또한 <축복의 숲>에 대한 중도적인 입장을 표방하고 있는 민족지영화 감독 대비드 맥두걸 또한 엘리엇 와인버거의 의견과는 달리 자신의 베나레스에서의 경험은 <축복의 숲>의 내용과는 매우 다르다고 진술하면서도 <축복의 숲>을 사실로 받아들인다는 찬성 조(調)의 입장을 피력하였다.50) 한편, 제이 루비나 조나단 패리와 같은 학자들은 로버트 가드너가 민족지적 탐구보다 자신의 철학적인 사유(思惟)를 위해 영화적 대상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로버트 가드너를 강렬하게 비판하였다. 즉, <축복의 숲>은 베나레스 사람들의 생각이나 삶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 아니라 로버트 가드너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을 전달하려 했다는 점이다.

    필자 또한 로버트 가드너는 <축복의 숲>에서 등장인물의 생각이나 삶, 그리고 사회구조 및 문화 등에 대한 민족지적 영상작업에 우선적인 관심을 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철학적인 사유와 표현이 영화작업의 주된 목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로버트 가드너의 영화적 성향은 다른 영화에서도 드러난다. 예를 들어, 로버트 가드너는 <죽은 새들>에서 영화의 주된 대상인 대니(Dani) 사회의 사람들에 대해 “나는 인간의 삶에서 어떤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 말할 기회를 잡았다. 대니 사람들은 그러한 이슈들보다 덜 중요하다”51)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한마디로 <축복의 숲> 또한 이러한 로버트 가드너의 영화적 성향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로버트 가드너의 영화에 대해 방어적인 의견을 제시한 피터 로이조스는 이 점에 대해 <축복의 숲>은 “‘민족지적 베나레스’나 더욱이 ‘베나레스에서의 죽음’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삶, 시간, 죽음, 육체, 영혼에 대해 생각하게 하려는 시도”52)라고 말하면서 이 영화를 민족지적 베나레스보다는 보다 일반적인 사고(思考)의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로버트 가드너는 베나레스의 리얼리티를 해석하면서 모든 사물에 상징성을 부여하고 이들을 통해 영화적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고 있으나, 때로는 그것이 매우 자의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정도로 주관적이다. 따라서 사물의 상징성에 대한 해석이 영화적 대상자의 생각이나 해석과 일치하는지 의문이 갈 때가 있다. 이는 로버트 가드너가 인도의 베나레스의 삶이나 사회를 민족지적으로 영상화할 만큼 그곳의 언어와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을 생각할 때 사물의 상징성에 대한 해석의 진위(眞僞)에 더욱 더 의문이 간다.

    두 번째는 <축복의 숲>의 재현방식의 문제이다. <축복의 숲>을 옹호하는 비평가 및 학자들은 이 영화의 예술성을 높이 평가하였다. 예를 들어, 알렉산더 무어는 <축복의 숲>을 “미학적인 대작”53)이라고 말하면서 <축복의 숲>의 파격적인 재현방식과 실험성에서 영화의 가치를 보려고 하였다. 본문에서 살펴본 것처럼 <축복의 숲>은 일체 언어를 배제하고 순수하게 시각적 이미지와 청각적 사운드를 통해 영화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데 커다란 특징이 있다. <축복의 숲>에 찬성의견을 보내는 사람들은 이러한 <축복의 숲>의 재현방식을 영화의 장점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로버트 가드너의 입장에서 보자면 베나레스를 보다 시각적, 청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것이지만, 문제는 <축복의 숲>이 언어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만큼 영화적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하는데 성공하였냐는 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축복의숲>에 반대의견을 피력한 사람은 다른 각도에서 <축복의 숲>의 재현 방식을 비판적으로 보았다. 특히 이들은 로버트 가드너가 등장인물 및 이들의 언어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미 본문에서 살펴본 것처럼 <축복의 숲>에는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으며, 그들의 목소리가 드러나는 곳에서도 자막에 의한 해석이 없기 때문에 관객들은 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전혀 알 길이 없다. 이와 관련하여 로버트 가드너의 영화에 가장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한 제이 루비는 “나는 영화에 나오는 사람의 언어를 모르는데 자막도 없다. 나는 영화에 묘사된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없고, 만약 이해한다 해도 행위의 중요성을 모르겠다”54)고 말하면서 <축복의 숲>을 “이해하기 힘든 이미지들의 잡동사니”55)라고 혹평하였다. 또한 제이 루비는 이 점과 관련하여 “나는 가드너가 의미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려고 했기 때문에 이 영화를 비난하는 것이 하니라 그가 그렇게 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56)이라고 말한 제이 루비의 의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다큐멘터리영화나 민족지영화들이 점점 더 영화대상자의 생각과 목소리를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축복의 숲>에서 영화대상자의 목소리에 전혀 귀 기울이고 있지 않는 점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즉, <축복의 숲>은 베나레스 사람들의 시각이나 생각이 전혀 들어 있지 않으며, 따라서 관객들은 베나레스에서의 삶에 대한 내부자적 시각을 전혀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로버트 가드너가 <축복의 숲>에서 언어를 전적으로 배제한 것은 새로운 영화적 재현방식의 시도라는 측면 외에도 로버트 가드너가 베나레스 사람들의 언어를 이해하거나 이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만큼 언어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로버트 가드너가 영화대상자의 언어에 익숙하였더라면 다른 방식의 영화적 방법론을 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축복의 숲>을 둘러싼 가장 커다란 쟁점은 이 작품을 ‘민족지영화’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즉, <축복의 숲>을 둘러싸고 학자들 간에 의견이 분분한 이유는 <축복의 숲>을 민족지적 관점에서 보기 때문이다. 한편, 로버트 가드너 자신은 이러한 논란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로버트 가드너는 때로 민족지에 대한 관심을 주장하기도 하다가, 때로는 자신의 작품이 민족지적 의미나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로버트 가드너는 <축복의 숲>에 대해 “민족지영화가 아니라 개인적인 영화”57)라고 본다고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는 등 애매한 태도를 보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언급과는 달리 로버트 가드너는 <축복의 숲>의 여러 장면에서 민족지적 관심을 보이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축복의 숲>에서 배의 주인인듯한 한 남자가 강에 새로 수리한 배를 띄우기 전에 노란 황토 물감을 손바닥에 묻혀 땅바닥과 배 전체에 묻히는 장면이 나온다. 로버트 가드너는 분명하게 이 장면에서 민족지적 정보를 담으려고 했음을 다음과 같이 피력하고 있다.

    또한, 로버트 가드너는 <축복의 숲>뿐 아니라 1960년대부터 민족지영화의 제작과 관련된 하버드대학의 피바디박물관(Peabody Museum)과 카펜터 영상예술센터(Carpenter Center for Visual Arts)의 소장으로 일하는 등 지속적으로 민족지영화와 관련된 작업을 해왔다. 그리고 대표적인 민족지영화감독인 존 마셜 및 티모쉬 애쉬의 영화작업에도 참여하였다. 따라서 많은 학자들이 로버트 가드너의 작품들을 민족지영화와 관련하여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축복의 숲>은 1989년 영국에서 최고 민족지영화상을 받는 등 학계나 영화계에서도 이 영화를 민족지영화로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학자들 간에 <축복의 숲>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또 다른 이유는 학자들 간에 ‘민족지영화‘에 대한 생각과 판단기준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민족지영화의 범위와 정의는 학자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크게 본다면 모든 칼 하이더59)와 같이 ‘민족지적’이라는 말을 ‘인간에 대한’것으로 광범위하기 해석하여 “모든 영화가 민족지영화가 될 수 있다”는 생각하는 의견에서부터 “전문적인 인류학자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만을 민족지영화라고 불러야 한다”60)는 제이 루비의 의견까지 그 해석의 범위가 매우 넓다. 이 가운데 가장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민족지영화를 정의내리고 있는 제이 루비는 민족지영화에 대해 다음과 같은 4가지의 기준을 제안하고 있다. 첫째, 전체 문화 또는 문화의 정의내릴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한 영화일 것. 둘째, 문화이론에 바탕을 둘 것. 셋째, 연구방법론을 명확히 드러낼 것. 넷째, 명확한 인류학적 용어를 사용할 것. 또한 제이 루비는 “‘민족지적’이라는 용어가 그 의미를 지니기 위해서는 “정식으로 인류학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 민족지를 생산할 의도를 가지고 있으며, 민족지적 연구방법론을 사용하고, 민족지로서 작품을 판단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서 평가받으려는 영화에만 적용되어야 한다”61)고 주장하였다. 만약 칼 하이더처럼 매우 광범위하게 규정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따르면 <축복의 숲>을 민족지영화의 범주에 넣어도 커다란 문제는 없지만, 제이 루비처럼 매우 엄격 하게 민족지영화를 규정하는 사람들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는 비판을 받을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40)Alexander Moore, "The Limitations of Imagist Documentary: A Review of Robert Gardner's Forest of Bliss," SVA Newsletter 4, no. 2, 1988, pp.1-3.  41)Jonathan Parry, "Comment on Robert Gardner's Forest of Bliss," Society for Visual Anthropology Newsletter 4(2), 1988, pp.4-7.  42)Jay Ruby, Picturing Culture: Explorations of Film & Anthropology,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Chicago & London, 2000.  43)Radikha Chopra, "Robert Gardner's Forest of Bliss: A review," Society for Visual Anthropology Newsletter, Spring, V(1), 1989, pp.2-3.  44)Ákos Ostör, "Is that what Forest of Bliss is all about? A Response," Society for Visual Anthropology Newsletter 5(1), 1989, pp.4-8.  45)Reichel-Dolmatoff, G., "Letter from Gerardo Reichel-Dolmatoff," Society for Visual Anthropology Newsletter, V(1), Spring, 1989, p.13.  46)ibid, p.1.  47)Thomas Waugh, "Independent Documentary in India: A Preliminary Report," Society for Visual Anthropology Newsletter, 1988, p.13.  48)Eliot Weinberger, "The camera people," in Charles Warren(ed.), Beyond document: Essays on nonfiction film, Wesleyan University Press/University Press of New England, Hanover, NH, 1996, pp.165.  49)Charles Warren, "The Music of Robert Gardner," in Ilisa Barbash and Lucien Taylor(eds.), The Cinema of Robert Gardner, Berg, Oxford & New York, 2007, p.29.  50)David MacDougall, "Gardner's Bliss," in Ilisa Barbash and Lucien Taylor(eds.), The Cinema of Robert Gardner, Berg, Oxford; New York, 2007, pp.153-174.  51)Robert Gardner, "On the making of Dead Birds," in K. G. Heider, The Dani of West Irian. New York: MSS Modular Publication, 1972, p.34.  52)Loizos, p.162.  53)Moore, op. cit, p.1.  54)Ruby, op. cit, p.110.  55)ibid, p.110.  56)ibid, p.110.  57)Larson, Heidi, “Gardner's Forest of Bliss: Hindi Bliss," Anthropology and Humanism Quarterly 12, nos. 3-4, 1987, p.98.  58)Gardner and Östör, op. cit, pp.87-88.  59)Karl Heider, Ethnographic Film, 1976, Austin: University of Texas Press.  60)Jay Ruby, "Is an ethnographic film a filmic ethnography?" Studies in the Anthropology of Visual Communication II(2), 1975, pp.104-111 참조.  61)Jay Ruby, Picturing Culture: Explorations of Film & Anthropology, Chicago: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0, p.28.

    6. 맺음말

    본 논문의 로버트 가드너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축복의 숲>을 집중적으로 고찰하였다. 특히 <축복의 숲>은 로버트 가드너의 영화방법론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상징적 표현방식을 주된 미학적 방법론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축복의 숲>에 나타나는 다양한 상징적 표현방식과 그 의미를 살펴보았다.

    먼저 본 연구는 로버트 가드너의 영화적 성향을 살펴보았다. 로버트 가드너는 비실제적 영상 및 상징, 그리고 예술적 실험성을 통해 영화적 대상의 감정이나 분위기를 전달하고자 하였으며, 타문화 및 인류학적 소재를 통해 철학적 사유를 표현하는데 관심이 많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본 연구는 <축복의 숲>의 전반적인 내용과 이야기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네러티브 구조를 두 가지 시각에서 살펴보았다. 첫 번째 <축복의 숲>의 내러티브 구조의 특징은 이른바 ‘도시교향곡’을 닮았다는 것이다. 즉, <축복의 숲>은 ‘하’라는 가상적인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가 전개되며, 공간적으로는 인도의 베나레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갠지즈 강가의 커다란 화장터를 중심으로 한 공간을 영화적 이야기의 배경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축복의 숲>에는 갠지즈강, 화장터, 호스피스 병실, 사원, 시신이 옮겨지는 도시의 여러 공간들과 화장(火葬)용 장작, 시신의 들 것을 위한 대나무, 나무의 무게를 재는 저울, 나무 및 시신을 옮기는 배, 시신을 장식하거나 의례를 위해 사용되는 마리골드 등 베나레스의 ‘죽음산업’과 관련된 다양한 시설 및 사물들이 등장한다. <축복의 숲>의 내러티브의 두 번째 특징은 ‘인물의 설정’이다. 즉, <축복의 숲>에는 세 명의 대조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이 등장하며, 이들을 통해 영화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세 명의 등장인물은 영화적 이야기의 전개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뿐 아니라 여러 인간군상의 상징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축복의 숲>에 나타나는 영화적 방법론의 핵심은 상징적 재현방식이 있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축복의 숲>에 나타난 다양한 상징적 표현방식을 네 가지의 시각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첫째로 로버트 가드너는 <축복의 숲>에서 베나레스의 일상에 존재하는 사물에 상징성을 부여하고 이를 통해 영화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따라서 <축복의 숲>에는 일출과 일몰, 연, 개, 새, 강, 배, 나무, 대나무, 저울, 계단, 마리골드 등 다양한 사물이 등장하며, 모두 상징성을 가진다. 그리고 이러한 사물들의 상징성은 <축복의 숲> 특유의 재현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롤로그, 상징의 수렴, 요약 쇼트 등을 통해 관객에게 제시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영화적 재현방식이 나타나는 장면을 구체적으로 예시하면서 차례대로 살펴보았다. 다음으로 본 논문은 <축복의 숲>의 편집과 사운드의 상징성을 고찰하였다. 특히 <축복의 숲>의 편집방식을 상징적 의미의 창출을 위한 편집방식으로 규정하고 쇼트의 삽입, 교차편집, 이항대립에 의한 편집방식을 통해 어떻게 상징적 의미가 구성되는지 분석하였다. 또한 본 논문은 <축복의 숲>이 ‘비언어적’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로버트 가드너가 어떻게 다양한 사운드 및 사운드편집을 통해 영화의 상징적인 의미와 분위기를 전달하려 했는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였다.

    한편 <축복의 숲>은 로버트 가드너의 대표작이면서 문제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학자들 간에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다는 점에서 <축복의 숲>을 둘러싼 논란을 살펴보았다. 특히 <축복의 숲>에 대한 학자들의 많은 논쟁이 <축복의 숲>과 민족지영화로서의 타당성에 대한 것이라는 점에서 민족지영화의 정의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언급하였다. 만약 <축복의 숲>을 민족지영화의 시각에서 본다며 여러 학자들의 지적대로 <축복의 숲>에 민족지영화의 성격을 벗어나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로버트 가드너 자신 또한 <축복의 숲>을 민족지영화에 국한시키려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축복의 숲>을 민족지영화의 관점에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보다는 <축복의 숲>에 나타나는 내러티브의 특징이나 다양한 상징적 표현방식에 초점을 두어 로버트 가드너의 영화적 철학 및 미학의 특징을 찾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종합적으로 본다면, <축복의 숲>은 다양한 ‘상징적’ 표현방식과 ‘비언어적’ 영화, 즉 시각과 청각을 통한 재현방식을 통해 타문화의 문화적 리얼리티와 삶에 대한 의미를 제공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로버트가드너의 영화들 가운데 가장 실험적인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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