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전체 메뉴
PDF
맨 위로
OA 학술지
A Qualitative Case Study on the Experiences of the Reunions between Adult Adoptees and Their Birth Families in Korea 국내 성인입양인의 친생가족 상봉 경험에 관한 질적 사례연구
  • 비영리 CC BY-NC
ABSTRACT

The purposes of this study were to explore the experiences of the reunions between adult adoptees and their birth families, analyze the meanings, and develop post adoption services about reunions. 4 adult adoptees were included in the study and the case study approach was used in this study. The results of this study are as follows: First, before the reunions, the adult adoptees sincerely missed and hoped to meet their birth parents, at the same time, they blamed and bore hatred toward their birth parents. Second, the adult adoptees were looking forward to meeting their birth parents, but they were composed during the first meeting. Third, there are several cases in the making relationships of adoptees with their birth families, such as 'refusing to build a relationship', 'breaking a connection', 'staying aloof and drawing boundaries', and 'supporting each other and maintaining a close relationship'. Lastly, after meeting with their birth parents, the adoptees experienced a conflict of loyalty, but they considered their adoptive parents were as their real parents. Based on the research, practical guidelines were suggested to support the reunions between adoptees and their birth families.


본 연구의 목적은 국내 성인입양인이 친생가족을 상봉하기 전, 첫 만남, 친생가족과의 관계 형성과 유지 등을 중심으로 친생가족 상봉 경험을 탐색하고, 그것이 갖는 의미를 분석함으로써, 향후 국내 입양인의 친생가족 상봉과 관련된 사후관리 서비스의 개발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이와 같은 연구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국내 성인입양인 4명을 대상으로 질적 사례연구 접근을 시도하였다.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우선, 성인입양인은 친생가족 상봉 전에 친부모 만나기를 간절히 기다리며, 그리워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친부모에 대한 원망과 복수심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성인입양인들은 너무나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려왔지만 친부모와의 첫 만남이 생각과 달리 담담하게 느꼈다고 한다. 세 번째, 입양인의 친생가족과의 관계 맺기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 자체를 거부한 한 사례, 관계가 단절된 사례,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경계를 분명히 하려는 사례, 친생가족과 입양인이 서로 지지하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위해 노력하는 사례 등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입양인은 친부모와의 만남 이후 양부모와 친부모 간의 충성심 갈등이 있었지만, 입양부모가 자신의 진짜부모라고 표현하였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입양실무 현장에서 입양인과 친생가족 상봉을 지원하기 위한 실천적 제언을 제시하였다.

KEYWORD
Adult Adoptees , Reunions with Birth Families , Case Study
  • Ⅰ. 서론

    그동안 우리나라는 비밀입양이 주류를 차지하는 국내입양의 현실로 말미암아 입양아동이 성인이 되기까지 입양인으로 성장하면서 경험하는 다양한 문제나 어려움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일부 입양가정들이 공개입양을 시도하게 되었으며, 공개입양에 대한 찬반 논란이 지속되면서 우리사회가 공개입양 아동의 성장과 발달에 대해 자연스럽게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초기의 공개입양 아동들이 현재 아동기와 청소년기로 접어들고 있으며, 이들은 입양사실을 숨기고 있는 비밀입양과는 전혀 다른 입양과 관련된 일련의 과업들을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다루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청소년기부터 시작되는 뿌리찾기와 성인기에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친생가족과의 상봉은 입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살아가는데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2011년에 개정되어 2012년 8월에 발효된「입양특례법」의 시행은 국내 입양실천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입양의 법원허가제 도입으로 공개입양 가족의 수가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며, 갈수록 많은 국내 입양인들이 성장과정에 뿌리찾기와 관련된 사후서비스를 요구하게 되고, 이는 결국 친생가족 상봉으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국내 입양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사후서비스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정부는 입양인의 알 권리 보장과 출생배경 정보 획득을 통한 입양인의 정체성 확립 및 친생부모의 입양아동에 대한 알 권리 보장이라는 목적 하에 입양정보공개제도를 도입하였다. 현재 중앙입양원을 통해 입양아동의 가족정보 및 친생가족 찾기에 필요한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고, 입양아동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단계이다. 한편 국내 입양인의 친생가족 상봉 에 관한 사후관리 서비스는 입양기관이 정보제공을 하거나 첫 만남을 주선하는 수준에 그치며,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개입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이미 성인기로 들어선 국내 성인입양인들의 친생가족 상봉 경험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 이유는 국내 입양인들의 친생가족 상봉 경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재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있는 입양인들의 뿌리찾기 및 친생가족 상봉과 관련된 이슈들을 어떻게 다루고, 실천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개입해야 할 것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성인입양인들이 친생가족과 상봉하기 전 친부모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친생가족과의 첫 만남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상봉 후 친생가족과의 관계 형성 및 유지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 전반적인 과정과 경험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루어야 필요성이 있다.

    친생가족 상봉 경험과 관련된 국내 선행연구들은 주로 해외 입양인의 뿌리찾기와 친부모 찾기 및 사후관리 서비스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며(박인선, 1994; 김경주, 1997; 심석순, 2000; 이미선, 2005; 위여경, 2011), 국내 입양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성인입양인들의 생애경험을 다룬 안재진 외(2012)의 연구를 살펴보면, 친부모를 한번 만나고 별다른 관계를 맺지 않고 있는 성인입양인들에게 친부모는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애매한 존재에 가까우며, 결국 있지만 없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친부모와 성인입양인이 관계 형성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 할지라도 성인이 된 지금 매우 어려운 일임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입양인과 친생가족 사이에서 입양기관과 실무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지적하면서, 사후관리 차원에서 개입을 제도적으로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국내 입양가족의 뿌리찾기 이슈를 다루면서 친생가족 상봉 경험을 일부 언급한 연구(권지성 외, 2010)를 살펴보면, 뿌리찾기의 결과로 입양아동들은 결국 친모를 만나게 되며, 이러한 뿌리찾기의 과정은 입양됨의 인식단계에서 출발하여 호기심 폭발단계를 거쳐 불안한 기다림 끝에 진실을 만나는 순간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입양아동은 친부모를 만나게 됨으로써 환상에 그칠 수 있었던 수많은 질문들에 대해 구체적인 답을 얻게 되며, 입양부모는 모름으로 인한 불안감과 모호함을 해소할 수 있게 되는 한편 친부모는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죄책감, 궁금증, 불안감을 어느 정도 벗어버리게 된다고 하였다.

    한편 국내 개방입양 가족에 관한 연구에서는 친부모와의 첫 만남 이후 개방입양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사전에 합의된 절차에 따라 당사자들 간에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개방 입양의 특성상 입양아동과 친부모는 평생 기억하며 가느다란 인연의 끈을 유지하고 서로 정서적으로 의존하며 살아가는 사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비록 친부모의 존재가 입양부모-자녀 관계에 부담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입양아동은 입양부모를 진짜 부모로 간주하게 된다는 것이다(권지성 외, 2010).

    국내 입양인에 대한 위 연구들은 성인입양인의 전반적인 생애경험 및 학령기 입양아동을 둔 입양가족의 뿌리찾기와 개방입양에 대해 살펴보면서 친생가족 상봉과 관련된 경험들을 부분적으로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성인입양인의 친생가족 상봉 경험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심도 있게 살펴보지는 못했다는 한계점이 있다.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국내 성인입양인이 친생가족을 상봉하기 전, 첫 만남, 친생가족과의 관계 형성과 유지 등을 중심으로 친생가족 상봉 경험을 탐색하고, 그것이 갖는 의미를 분석함으로써, 향후 국내 입양인의 친생가족 상봉과 관련된 사후관리 서비스의 개발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Ⅱ. 문헌검토

       1. 입양인의 친생가족 상봉 경험

    1) 입양인의 친생가족 상봉 동기

    입양인의 뿌리찾기 동기 즉, 친생가족을 만나는 동기는 입양된 이유에 대한 궁금증, 입양인으로서 보다 완전한(cohesive) 정체감 확립, 입양으로 인해 단절되었던 삶을 경험하고자 하는 욕구, 친부모에게 자신이 잘 자랐음을 보여주는 것 등이라고 할 수 있다(Sachdev, 1992). 우선, 입양인들은 친부모와의 만남을 통해 “왜 나를 입양 보내셨나요?”에 대한 확실한 답을 얻기 위해, 자신이 포기된 것이 아니라 친부모가 자기를 원했고 사랑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친생가족을 찾게 된다(Melina, 1998). 또한 자신의 과거와 단절되었다는 것은 공허함, 잃어버린 고리, 불연속성 등과 같은 감정을 초래하기 때문에, 자신이 유전적인 뿌리에 속해 있으며 피가 섞인 누군가와 닮았음을 확인하고자 한다. 이와 동시에 입양인들은 자신이 입양가정에서 잘 자랐음을 친부모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2) 입양인과 친생가족의 상봉 과정

    입양인의 친생가족 상봉 과정은 어렵고 힘들며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일 수 있다. 보통 친부모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고 나서 첫 접촉을 기점으로 시작된다(Curtis & Pearson, 2010). 입양인에게 친부모와 처음 접촉을 시도하는 것은 미묘하고 불안한 경험일 수 있다. 우선, 입양인은 친부모에게 편지나 사진을 보내거나 중재인을 통해 직접 만날 수 있다(Müller & Perry, 2001). 뿌리찾기 과정에 입양인은 흥분, 승리감, 분노, 두려움 등 다양한 감정을 경험한다(Campbell et al., 1991). 또한 입양부모에 대한 죄책감, 불안감, 불충실한 느낌을 가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뿌리찾기를 연기하기도 한다(Feast & Smith, 1995). 대부분의 입양인들은 첫 만남을 자신의 삶에서 가장 안절부절 했던 순간이라고 진술한다. 친부모와의 첫 만남은 입양인이 그동안 궁금해 하며 그리웠던 사람을 직접 만나는 순간이기 때문에 뿌리찾기의 정점이라고 볼 수 있다. 입양인은 자신과 닮은 사람을 처음 만나게 되며, 비슷한 특징과 버릇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매료되기도 한다(Trinder et al., 2004)..

    대부분의 입양인들은 친부모와의 첫 만남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친부모와의 관계가 부모-자녀 관계이기보다는 ‘친구관계’에 더 가깝다고 하였다. ‘친구’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은 성인인 두 사람에게 긍정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 보다 현실성 있는 접근일 수 있다(Trinder et al., 2004). 또한 친생가족 상봉 경험은 심리·사회적 측면에서 입양인에게 영향을 미치는데, 입양인의 자아개념, 자아존중감, 정서, 대인관계 능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Pacheco & Eme, 1993). 하지만 첫 만남이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며, 일부 입양인들은 첫 만남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고 있을 때 느끼는 불편함, 어색함, 혼란, 거리감을 호소하기도 하였다.

    3) 친생가족과의 관계 형성 및 유지

    입양인의 친생가족 상봉은 단 한 번의 이벤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선행연구에서는 시간이 경과하면서 입양인과 친생가족의 만남이 다양한 유형으로 발전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Sachdev(1992)에 의하면, 입양인과 친부모와의 상봉 이후 균형이 잘 잡힌 관계, 거리가 있는 관계, 테스트 관계, 불안정한 관계, 종결된 관계 등 다섯 가지로 나타난다고 하였다. 처음 입양인과 친부모가 만났을 때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기 원하며 공유하고 싶어하는 “허니문 기간”이 존재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관계는 점점 냉각되기 시작하며 처음 만났을 때의 흥분과 감동은 점차 일상생활이 되고 만남과 횟수는 점점 줄어든다고 본다. 입양인과 친부모는 상봉 후, 다양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데, 첫째, 균형이 잘 잡힌 관계로 입양인과 친부모가 상봉에 대한 같은 기대를 가질 때 형성된다. 이 경우 관계형성이 쉽고 편하다. 둘째, 거리가 있는 관계의 경우로, 입양인과 친부모가 상봉에 대해 서로 다른 기대를 가지고 있을 때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셋째, 테스트 관계로, 이 관계에서는 입양인 또는 친부모가 서로에 대해 의심을 가지는 것이다. 입양인은 친부모가 충분히 자신을 생각하고 있는지, 친부모는 입양인이 자신을 부모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서로에 대해 의심하는 경우를 말한다. 넷째, 불안정한 관계로, 입양인과 친부모의 관계 유지가 불안정한 경우이다. 어떤 입양인들은 단지 그들의 배경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하며, 정보를 얻은 후 더 이상 친부모와의 관계를 원치 않지만, 친모의 경우 입양인과 관계를 지속하고 싶어 할 경우에 해당한다. 다섯째, 종결된 관계로, 상봉 후 더 이상 관계를 지속시키기 어려운 경우이다. 만약 친부모가 재혼을 해서 새로운 가정을 가지고 있다면, 입양인의 경우, 그 가족에 속하기 부담스러워하며 새로운 가족에 거절당할 수 있음을 두려워한다. 친부모 역시 입양인 때문에 그들 자신의 가정에 불화가 생길까 두려워 입양인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이 경우 입양인과 친부모는 더 이상 관계를 지속시키기 어렵다.

    한편 Ruth(1994)는 친모와 만남을 가진 입양인이 친모와의 관계형성에서 몇 가지 유형의 역할 관계로 발전한다고 보았다. 그에 따르면 입양인과 친부모는 만남 후 서로에 대한 역할을 협상하게 되는데, 구체적으로 의무적인 관계, 친구관계, 부모-자녀 관계 세 가지 유형으로 발전하게 된다고 보았다. 또한 Fraser(1997)는 입양인과 친모와의 상봉 후 관계를 권력관계로 해석하고 있는데, 그는 이들의 관계가 두 가지 권력관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본다. 첫 번째 권력관계는 친모와 친모의 친구들 및 가족 간의 권력관계이다. 즉, 친모가 미혼모였고, 이후에 결혼을 하여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있을 경우 친모는 입양인 보다는 자신의 남편과 아이들에게 더 신경을 쓰게 된다. 반면에 입양인이 아직 미혼인 경우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으므로, 친모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때로는 집착하기도 한다. 이렇게 현재 서로가 처해있는 상황이 다른 것이 친모와 입양인의 관계 설정에 영향을 끼친다. 두 번째 권력관계는 친모와 입양인 사이의 권력관계이다. 친모와 만날 당시 대부분의 입양인이 이십대이며, 대학을 아직 졸업하지 않았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 어떤 구체적인 것들을 결정하지 않은 상태이다. 반면에 친모는 사회적으로 입양인보다 안정된 위치에 처해있기 때문에 서로의 관계에서 더 많은 권력을 갖고 있으며 친모가 원하는 방향대로 관계가 설정될 가능성이 많다. 즉, 서로가 평등한 관계가 아닌 상태에서 만남이 이루어지고 이것이 관계 설정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입양인은 만남 후에 친모의 인생의 한 부분으로서 참여하고 싶지만 친모는 입양인이 그러한 역할을 맡는 걸 원하지 않을 수 있다. 한편 입양인들이 상봉 전에 가지고 있는 친부모에 대한 기대는 상봉 후 관계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Gladstone & Wethues, 1998). 친부모에 대한 입양인의 기대수준이 낮을수록 친부모와의 생활방식의 차이나 생각의 차이에 대한 수용정도가 높으며, 관계형성을 위한 노력을 적게 할수록 관계형성에서 실망감을 적게 느끼며,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2. 친부모의 입양인 상봉 경험

    입양인의 친생가족 상봉은 주로 생모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그것은 입양인이 궁금해 하는 정보를 생모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친부모는 자녀를 입양 보낸 후에 상실감, 죄책감, 슬픔, 분노, 불안, 우울, 수치심 등 친모증후군을 경험하게 되고, 이러한 심리적 문제는 일생동안 지속될 수 있다(권지성 외, 2010에서 재인용). 친부모들은 입양인과의 상봉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였으며, 입양인을 만난 후 해방된 느낌과 심리·정서적 치유의 효과 및 과거 자신의 삶에 대해 마음 터놓고 얘기할 수 있었다고 보고하였다(Silverman et al., 1988). Trinder 외(2004)의 연구에 의하면, 생모의 93%가 입양인의 상봉 요구에 동의하였으며, 이들 가운데 7% 만이 거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양인과의 상봉에 대해 친부모는 다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일부는 매우 기뻐하거나 흥분과 설렘을 감추지 못하는 반면에, 신중함과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 친부모가 입양인을 먼저 찾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 이유는 입양인과의 관계 형성, 친부모의 내적 평안과 치유, 입양인에 대한 사랑의 마음 전달, 입양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 등이 있다(Silverman et al., 1988).

       3. 입양인의 친생가족 상봉과 입양부모와의 관계

    일반적으로 입양부모들은 입양인이 친부모를 찾게 되면 친부모와 더 가깝게 지내거나 혹은 친부모를 부모로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하며 두려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입양부모들은 입양자녀를 친부모와 만나게 한 후 ‘아이를 데려가고 싶다고 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걱정하고 두려워한다(권지성 외, 2010). 입양부모는 생모와 만남을 갖게 하는 것이 잘 하는 일인가에 대한 고민, 생모를 간절히 찾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 만남 후 생모를 대하는 모습과 생모와 자신을 비교하는 것에 대한 질투심, 아이에 대해 미워하는 마음과 불쌍한 마음, 생모를 만나게 한 것에 대한 후회 등 일련의 복잡한 감정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권지성 외, 2010).

    하지만 일부 경험적 연구들은 이와 상반된 결과를 제시하고 있는데, 입양인은 친부모를 찾음으로써 입양부모가 그들의 참 부모임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Sorosky, et al., 1984). Depp(1982)의 연구에서도 10명의 입양인 중 8명의 입양인이 친부모와의 만남을 경험한 후에도 입양부모와의 관계가 이전과 똑같았다고 응답했으며, 2명은 훨씬 더 좋아졌다고 보고하고 있다. 또한 Campbell 외(1991)의 연구에서는 42%의 입양인이 친부모와의 만남이 입양부모와의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며, 30%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고 응답하였다.

    전반적으로 친생가족 상봉 경험에 관한 다수의 연구들은 입양인과 친부모와의 꾸준한 관계 형성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입양삼자 즉, 입양인과 친부모 그리고 양부모의 상호간의 협조가 매우 중요함을 밝힌다(Bailey & Giddens, 2001). 또한 입양인의 친생가족 상봉은 친부모를 찾음으로써 끝이 아니고, 입양인과 입양부모 및 친부모가 또 다시 적응해야 하는 관계의 시작이며, 이는 결국 입양인을 포함한 입양삼자가 전 생애에 걸쳐 다루어야 할 독특한 과업과 도전이라 볼 수 있다.

    Ⅲ. 연구방법

       1. 질적 사례연구

    성인입양인의 친생가족 상봉 경험을 분석한 본 연구는 ‘질적 사례연구’ 접근을 활용하였다. 먼저 본 연구에서 질적 연구방법을 사용한 이유는 첫째, 우리가 국내 성인입양인들의 친생가족 상봉 경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으며, 둘째, 연구자들이 성인입양인들의 친생가족 상봉 경험에 대한 주관적 의미에 더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질적 사례연구 접근을 통해 연구자들은 우선 성인입양인들의 친생가족 상봉 경험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을 파악하고자 하였으며(이슈 중심의 도구적 사례연구), 둘째, 심층면접 이외에 에세이, 영상물과 같은 각종 기록물 등 다양한 자료원들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기 때문이다. 질적 사례연구의 특징을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가진 체계, 다양한 자료수집, 사례 내 분석과 사례 간 분석 등으로 볼 때, 이 연구의 주제에는 질적 사례연구 접근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2. 연구참여자

    이 연구의 참여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통념적으로 ‘성인’이라고 인정하는 결혼을 경험한 20대 후반 여성 1명, 30대 중반 남성 1명, 50대 초반 여성 1명, 남성 1명 등 총 4명이다. 연구자들은 입양기관들과 입양가족단체를 통해 연구참여자들을 모집하였다. 입양기관들에 연락하여 실무자들이 알고 있는 성인 입양인들을 소개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입양가족단체로부터도 성인입양인들을 소개받았다.

    연구참여자의 특성은 <표 1>에 제시하였으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1). 먼저 성별을 살펴보면, 남자 2명, 여자 2명이며, 연령은 20대 1명, 30대 1명, 50대 2명이다. 두 번째로 현재 가족관계를 살펴보면, 4사례 모두 결혼하였으나, 2사례는 이혼한 상태이며,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두 사례는 각각 자녀를 입양하여 양육하고 있다. 세 번째로 입양배경은 기혼가정 2사례, 혼외자 1사례, 미혼모 1사례였다. 네 번째로 입양방법은 기관과 시설을 통한 기관입양 2명이었고, 연령이 많은 2사례는 개인입양이었고, 입양가정의 유형은 유자녀가정 2명, 불임가정 2명이었다. 다섯 번째는 입양공개여부는 4사례 모두 비밀이었다가 중·고등학교 재학 시에 알게 되었으며, 입양부모로부터 직접 입양사실을 들은 경우 2사례, 주변인 또는 친척에 의해 알게 된 경우 2사례였다. 마지막으로 친생가족을 만나게 된 계기는 입양인이 입양기관이나 주변인을 통해 찾은 사례가 2사례이고, 친생가족 쪽에서 먼저 연락을 해온 사례가 2사례였다. 현재 친생가족과의 만남지속 여부는 세 사례는 직접 만남, 전화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으며, 한 사례는 현재 연락처는 알고 있지만, 연락은 중단한 상태이다.

    [<표 1>] 연구참여 사례의 특성

    label

    연구참여 사례의 특성

       3. 자료수집과 자료분석

    본 연구에서 사용한 주된 자료수집방법은 심층면접이었고, 심층면접은 2011년 9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되었다. 심층면접 이외에 다양한 방법으로 자료를 수집하였다. 구체적으로 한 사례는 입양인이 자신의 인생이야기에 대해 직접 작성한 자서전적 에세이를 작성하여 주었고, 또 다른 사례는 입양인과 관련된 신문기사, 케이블 TV 방송 자료 등에 관한 정보를 주어 해당 자료를 수집하여 분석하였다.

    심층면접에서 연구자들은 본 연구의 목적인 친생가족 상봉 경험을 성인입양인의 생애가운데 맥락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사료되어,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생각나는 대로 말해주세요’를 처음에 질문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은 이러한 질문을 받고 나서 대체로 자신이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내어 주었으며, 연구자들은 이러한 이야기들을 충분히 듣고 나서 궁금하거나 더 듣고 싶은 대목에 대해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다시 질문하였다. 성인입양인의 삶의 경험에 관해서 충분히 이야기를 들은 이후에 본 연구의 주제인 친생가족 상봉 경험에 관해 추가적으로, 집중적으로 질문하여 자료를 수집하였다.

    모든 면접은 녹음하였으며, 녹음된 파일은 모두 녹취록의 형태로 전사되었으며, 연구자들은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공유하여 검토하였다. 자료분석은 사례 내 분석과 사례 간 분석을 하였고, 사례 내 분석에서는 각 사례들을 순서대로 제시하면서 친생가족 상봉과 관련된 이슈들을 찾고 비교해 경로를 보여주고 있으며, 사례 간 분석은 모든 사례들을 다시 검토하면서 발견하게 된 주제들을 제시하였다.

       4. 연구 윤리적 이슈와 연구의 질 검증

    먼저 질적 연구에서 고려해야 할 윤리적 이슈로는 연구에 대해 밝히기/속이기, 고지된 동의, 자발적 참여, 연구참여로 인한 피해, 연구참여에 대한 보상, 비밀보장 등이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윤리적 이슈들을 충분히 다루고자 하였다. 연구자들은 연구참여자에게 최초로 연락할 때, 본 연구의 목적, 내용, 자료수집 방법, 활용방안, 비밀보장 등을 설명하였고, 연구참여자가 참여를 결정한 후 면접 첫 회기에 다시 한번 본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연구참여동의서를 자필로 작성하게 하였다. 또한 연구참여자들의 비밀을 보장하기 위해 가명을 사용하였으며, 개인적인 정보들은 가능한 한 최소한도로 공개하고자 하였다.

    두 번째로 본 연구에서 연구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한 전략으로는 자료의 삼각화와 연구참여자 검토, 동료 검토, 감사자료 남기기 등이 있다. 이 연구의 주된 자료수집 방법은 심층면접이었지만 자료의 진실성을 파악하기 위해 연구참여자들이 작성한 자서전적 에세이, 대중매체에서 방영된 영상물들을 수집하여 함께 분석하였다. 또한 분석을 마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연구참여자들에게 분석결과를 보여주고 자료의 진실성을 파악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또한 연구자들은 활발하게 의사소통을 하면서 서로의 분석결과를 검토하고 피드백하였으며, 연구결과를 함께 구성하였다. 연구자들은 심층면접 등을 통해 수집한 원자료들과 분석결과 등을 모두 기록으로 남겨두었으며 감사자료로 보관하고 있다.

    1)본 연구의 연구참여자는 2011년 한국입양홍보회의 「성인입양인의 생애사 연구」의 연구참여자 중에서 친생가족 상봉을 경험한 참여자로 한정하였으며, 본 연구를 위해서 친생가족상봉에 관한 부분을 심층적으로 재분석하였고, 추가적인 인터뷰도 실시하였다. * 연구참여자의 비밀보장을 위해 가명을 사용하였음.

    Ⅳ. 연구결과

       1. 사례내 분석2)

    1) 강수지 사례

    강수지씨는 입양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친부모를 만나고 싶었지만, 생활이 바빠서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시도는 하지 않고 지내다가 40세 되던 해에 친부로부터 양부모님을 통해 연락을 받아서 상봉하게 되었다. 친부가 강수지씨를 찾게 된 것은 강수지씨의 쌍둥이 언니가 우연히 강수지씨가 일하고 있던 장애인복지시설 홈페이지를 검색하다가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발견하고, 친부에게 알렸다고 한다. 그동안 강수지씨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였던 친부가 양부모에게 편지를 보냈고, 40년 만에 상봉하게 되었다. 상봉 당시 친모는 이미 돌아가셨고, 생부를 만났을 때 그 감정은 아주 담담하였다고 한다. 양부모님으로부터 너무나 깊은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냥 ‘나를 낳아 주신 분이구나.’ 그런 생각만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강수지씨는 상봉하게 된 이후 자신도 형제와 만나고 아버님을 만나보고 싶을때가 있다고 하였고, 현재 친부와 형제자매와 교류하며 지내고 있다.

    강수지씨는 생부와 형제자매를 만나고, 관계를 형성하면서 친생가족과 양부모님 사이에서 충성심 갈등을 경험하기도 하였고, 친생가족의 형제자매와는 그동안 살아온 배경이 달라서 갑자기 친해지기는 어렵고 가끔 불편함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형제자매가 생긴 것은 좋다고 하였다. 그리고 양부모님과 친부 두 부모님께 다 잘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으나 나의 가족은 나를 키워주신 양부모님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였다.

    강수지 사례의 친부모 상봉 경험의 특징은 입양사실을 알게 된 후 친부모를 찾고 싶어 했고, 40세에 친부가 만남을 요청해서 첫 만남에서는 담담했지만, 친부와 형제자매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부모님이 본인의 진짜 부모님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친부에게도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고, 친형제자매들이 있다는 것이 힘이 될 때가 있다고 하였다.

    2) 김인호 사례

    김인호씨는 입양사실을 알게 된 후 친부모를 만나고 싶었으나, 27세가 되어서야 양모를 통해 알게 된 친부를 찾아갔고, 친부는 친모와 자신에 대해서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친부가 친모의 주소를 알려주어서 주소를 받았지만, 바로 찾아가지는 않았다. 27세 어느 날 문득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친모가 있는 지방으로 가서, 친모를 만났다고 한다. 친모의 집은 너무 허름했고, 친모의 모습은 초라했으며, 첫 대면에서 친모가 참 낯설게 느껴졌다고 한다.

    김인호씨는 친부가족과 친모가족을 찾고, 그들과 관계를 지속하고 있지만, 그 가족 내에서 자신의 자리는 없었다고 하였고, 이러한 부분이 입양이 가지는 멍에라고 하였다. 예를 들어 친부가족의 여동생 결혼식에서 자신이 친오빠가 아닌 친척오빠로 소개되었고, 친부는 본인의 다른 자녀와 함께 김인호씨에게도 재산을 분배하고 싶어하지만, 김인호씨는 그 재산을 받으면 형제간에 불편해질거 같아서 받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점 등이다. 또 친모의 어린 여동생들을 돌봐주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여, 결국 김인호씨는 친부가족과 친모가족과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이 어렵다고 인식하게 되었다.

    김인호씨의 친생가족 상봉 경험은 양모와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하였다. 김인호씨가 친모를 만난 후에 양어머니는 매우 힘들어하셨고, 양어머니께서는 자신의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어디로 날아갈까 봐 항상 노심초사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김인호씨에게는 어머니께서 나가라고 그러는데도 그 뉘앙스 안에는 ‘너는 나가면 안 돼’ 그런 게 느껴져서, 오히려 힘이 되었다고 하였다. 양모와 지금은 허물없이 지내며, 애증의 관계를 지속하고 있으며, 명절 때마다 찾아뵙고 있고, 양모가 진짜 나의 어머니라고 생각한다.

    김인호 사례의 친부모 상봉 경험의 특징은 본인이 친생가족을 찾았고 친부와 형제자매, 그리고 친모와 형제자매와의 첫 만남이 어색하고 낯설었지만,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노력하였으나, 현재는 경계가 분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관계를 형성하면서 김인호씨는 친부가족과 친모가족 내에서 자신의 자리가 없다고 느껴져서, 생물학적으로는 가족이지만, 법적․사회적으로 가족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적당한 거리를 둔 관계형성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3) 봉현철 사례

    봉현철씨가 입양사실을 알게된 후 친부모를 만나고 싶었으나, 적극적으로 시도를 못 하였다. 친모를 상봉하게 된 것은 22세에 군대에서 제대 후 군간부로 일하게 되었을 때 생모가 먼저 연락해서 만나게 되었다. 생모는 양모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고 있었으며, 봉현철씨가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쭉 지켜보고, 입학식 졸업식에 다 왔으며, 군 입대 하는 날도 입영소에 왔었다고 한다. 생모의 나이는 나보다 16살이 많고, 생부는 돌아가셨으며, 생모가 나를 키우는 것이 너무 부담이 되어서 입양을 보냈으며, 그 후 생모는 재혼하였다. 봉현철씨는 생모에 대해 처음엔 원망도 많이 했고, 몇 번이나 나를 만나려고 오셨지만 내가 만남을 거부하였고, 친모의 경제적 지원도 거절하였다. 그런데 봉현철씨가 친모와의 만남을 거부하는 것은 친모를 자주 만나게 되면 친모에게 심리적, 경제적으로 기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친모의 현재 가정생활에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 염려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현재는 전화연락만 하고, 항상 감사하고 생모가 건강하시길 바라고 있다.

    봉현철씨는 생모를 만났지만, 생부는 이미 돌아가셔서 만날 수가 없고, 생모가 생부와 어떻게 만났는지, 이야기를 안 해주어서 무척 궁금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생모가 이야기를 안 해 줄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여 파헤치려고 하지는 않는다고 하였다. 봉현철씨는 본인이 너무 힘들었을 때 생부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무척 컸었다고 한다.

    봉현철 사례의 친부모 상봉 경험의 특징은 친모가 먼저 찾아와서 친밀한 부모자녀관계를 원했지만, 본인은 친모가 현재 가정생활이 자신으로 인해 갈등을 겪게 될 것을 염려하여 관계를 형성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봉현철씨는 돌아가신 친부에 대해 너무 궁금하지만, 친모가 이야기를 안 해주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며 더 이상 알기를 포기한 상태이며, 양부모님과 형제자매들이 자신의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4) 이수정 사례

    이수정씨는 친부모를 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고, 적극적으로 시도하여 25세에 친아버지를 찾게 되었다. 친부와 친오빠가 있었으며, 친모는 현재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수정씨는 친부가 자신을 피하시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지만 친아버지께서 내가 원한다면 만나고 싶다고 하셨다며 연락이 왔다. 나를 보자마자 우시면서 ‘원망 많이 했지’라고만 몇 번을 말씀하셨다. 그런데 만남이후 추석 때 제사를 지내고 친아버지에게 가기로 했었는데, 아버지가 이런저런 이유로 오지 말라고 하여 실망스러웠다. ‘원래 내가 있어야 할 자리인데...’ 생각하니, 전화를 끊고서 눈물이 났다. 그 이후 이수정씨는 친부와 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했지만, 자신의 결혼식을 앞두고 친부에게 경제적 지원을 요청하면서, 관계가 단절되었고, 지금은 친오빠하고만 연락하고 지낸다고 하였다.

    이수정 사례의 친부모 상봉 경험의 특징은 친부와의 첫 만남 후 자신을 걱정해주는 분이 생겼다고 든든하게 생각하였으나, 명절에 친부가 집에 오지 못하게 하고, 경제적 지원을 거절하자 관계를 단절하였다는 점이다.

       2. 사례간 분석

    1) 간절한 기다림과 그리움 VS 원망과 복수심

    연구에 참여한 성인입양인들은 입양인에게 친부모는 자신의 뿌리로 매우 소중한 존재라고 하였다. 입양사실을 안 순간부터 자신의 뿌리인 친부모가 어떤 분들인지, 왜 입양보내게 되었는지 너무 궁금하고, 언젠가 꼭 만나고 싶은 너무나 절실하고 간절한 마음이었다고 하였다.

    반면에 입양인들은 자신을 입양 보낸 친부모에 대한 원망의 마음도 많았고, 복수하고 싶고, 심지어 저주하는 마음까지 있었다고 하였다. 입양인 중에는 친부모에게 복수하려면 멋지게 잘 자라서 친부모가 입양 보낸 것을 후회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더욱 열심히 살기도 하였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친부모에게 복수하려는 생각을 하기도 했던 입양인도 있었다.

    2) 담담하고 낯 설은 첫 만남

    입양인들은 너무나 오랫동안 그리고 너무나 간절한 마음으로 친부모와의 첫 만남을 기다려왔지만, 막상 친부모를 만났을 때는 특별한 감격 없이 담담하게 느끼거나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고 하였다. 입양인의 친부모에 대한 담담함과 낯설음은 첫 만남 이후에도 한동안 지속되었다고 한다.

    3) 관계 맺기의 어려움과 다양한 관계 양상

    (1) 관계 형성 거부

    입양인들의 친부모와 친생가족과의 관계 맺기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 자체를 거부한 유형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자 노력하는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관계를 형성하는 것 자체를 거부한 입양인은 친모가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라고 하고, 경제적으로 지원하고자 했지만, 자신과 친모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현재 친모의 가정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염려하여서, 경제적 지원도 거절하고 세 번의 만남 이후 전화연락만 하고 있다.

    (2) 다양한 관계 맺기: 관계 단절?경계가 분명한 관계?친밀한 관계유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자 한 세 사례는 초기에는 친부모와 입양인이 서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출발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관계 맺기의 결과는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입양인이 친부모에게 기대한 것을 친부모가 채워주지 못해서 결국 관계가 단절된 사례, 친생가족 내에서 자신의 자리가 없음을 발견하고 친생가족과 관계를 유지하기는 하지만 적당한 거리를 두고 생물학적으로는 가족이지만, 법적․사회적으로 가족이 아니라는 경계를 분명히 하려는 사례, 친생가족과 입양인이 상호 지지하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례로 나타났다.

    (3) 관계 맺기가 어려운 배경

    입양인이 친부모와 관계를 형성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거나 친밀한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하였으나, 상처를 받고 관계가 단절되는 배경은 입양인과 친부모가 서로에게 기대하는 것이 다를 때, 친부모와 친부모 가족 내에서 입양인의 자리가 없다고 느끼거나, 친부모 가족이 입양인에게 부담이 될 때, 양부모님이 입양인과 친부모와의 관계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할 때 등으로 나타났다.

    4) 친부모 상봉 후 입양인과 양부모의 재적응

    (1) 충성심 갈등과 양부모 마음 헤아리기

    입양인은 친부모와 만남이후 양부모와 친부모 간의 충성심 갈등이 있었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양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을 가지게 되어, 친부모와 관계를 맺는 것을 조심스럽게 진행하였다고 하였다.

    (2) 진짜 나의 부모님은 양부모님

    양부모로부터 충분히 사랑을 받고, 친생자와 똑같이 키워주셨다고 생각하는 사례와 반대로 양부모로 부터 충분히 사랑받지 못했다고 느꼈거나 애증의 관계라 생각하고 있는 사례 모두 자신의 가족은 양부모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양부모는 편안한 존재이며, 양부모님께서 자신을 소중하게 키워주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커서 양부모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였다.

    2)지면관계상 각 사례의 입양배경, 생애와 관련된 내용은 <표 1> 연구참여사례의 특성을 참고하기 바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2011년 한국입양홍보회에서 발행한 「성인입양인의 생애사 연구」를 참조하기 바람.

    Ⅴ. 결론 및 제언

    본 연구의 목적은 국내 성인입양인이 친생가족을 상봉하기 전, 첫 만남, 친생가족과의 관계 형성과 유지 등을 중심으로 친생가족 상봉 경험을 탐색하고, 그것이 갖는 의미를 분석하는 데 있다. 이와 같은 연구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우리 사회에서 통념적으로 ‘성인’이라고 인정하는 결혼을 경험한 국내 성인입양인 4명을 대상으로 질적 사례연구 접근을 시도하였다.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먼저 성인입양인은 친생가족 상봉 전에 친부모를 만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그리워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친부모에 대한 원망과 복수심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로 성인입양인은 너무나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려왔지만 친부모와의 첫 만남은 담담하게 느꼈다고 한다. 세 번째로 입양인의 친부모와 친생가족의 관계 맺기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 자체를 거부한 사례, 관계가 단절된 사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즉 생물학적으로는 가족이지만, 법적․사회적으로 가족이 아니라는 경계를 분명히 하려는 사례, 친생가족과 입양인이 서로 지지하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례 등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났다. 입양인이 친생가족과 관계 맺기가 어려운 배경으로는 입양인과 친부모의 기대가 다를 때, 친부모와 친부모 가족 내에서 입양인의 자리가 없다고 느끼거나, 친부 모 가족이 입양인에게 부담이 될 때, 양부모님이 입양인과 친부모와의 관계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할 때 등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입양인은 친부모와 만남 이후 양부모와 친부모 간의 충성심 갈등이있었지만, 입양부모가 자신의 진짜부모라고 표현하였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선행연구결과와 논의하면서, 향후 바람직한 입양인과 친생가족 상봉을 위한 입양실무에 대해 제언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입양인은 친부모에 대해 원망과 복수심의 감정을 느끼기도 하지만, 너무나 간절하게 친부모를 만나기 원하고, 친부모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입양기관의 실무자 더 나아가서 우리 사회에서는 입양인의 뿌리찾기에 대해 보다 긍정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입양특례법의 정보공개제도가 잘 정착되고 친생가족 상봉서비스 또는 정보공개제도에 관한 구체적인 매뉴얼이 개발되어 입양인, 친부모, 입양부모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

    두 번째로 Gladstone 등(1998)의 연구결과와 동일하게 본 연구에서도 입양인은 친부모와 상봉하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기대 및 부담감의 차이 때문에, 국제입양의 경우 언어 및 문화적 차이(위여경, 2011)로 입양인과 친부모가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친생가족과 상봉이후 입양인과 친부모가 서로에게 실망하고, 심리적으로 고통 받는 사례가 없도록 입양기관의 중재 하에 상봉이 성립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입양인과 친생가족에게 사전 준비교육 및 상담을 통해 상봉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 Sachde(1992)의 연구에서 제시한 입양인과 친부모 상봉의 다섯 가지 유형과 비교하였을때, 구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힌 관계는 친밀한 관계, 거리가 있는 관계는 경계가 분명한 관계, 종결된 관계는 관계형성 거부와 관계 단절의 유형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입양기관의 실무자는 입양인과 친부모가 상봉준비상담 및 교육을 통해 준비를 한다고 해도, 입양인과 친부모에게는 쉽게 변경될 수 없는 다양한 삶의 특성으로 인해 친생가족 상봉이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입양인과 친부모에게 공지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입양기관에서는 입양인과 친부모가 서로가 기대하는 것을 표현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통해 각 사례가 바람직한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상봉 후 최소한 1년까지는 사후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향후 친가족 상봉과 관련된 사후관리 서비스는 추후연구를 통해 국내 실정에 맞게 개발할 것을 제언한다.

    네 번째로 입양부모는 입양인이 친부모를 찾게 되면 친생부모와 더 가깝게 지내거나 혹은 친부모를 진짜부모로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하며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런데 Sorosky 등(1984)의 연구결과와 동일하게 본 연구에서도 입양인은 친부모 상봉 후에 오히려 입양부모가 진짜부모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따라서 입양기관에서는 입양부모들이 입양자녀의 뿌리찾기 및 친부모 만남 등에 대해 심리적으로 불편해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지지해주는 것이 입양자녀와의 관계가 더욱 좋아질 수 있다는 점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국내 성인입양인들을 대상으로 친생가족 상봉 경험을 탐색한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를 갖고 있다. 하지만 사례수가 비교적 적으며, 가능한 다양한 연령대의 참여자들을 연구에 포함시키지 못하였으며, 친생가족 상봉 과정에서 친생가족과 입양부모의 경험을 다루지 못하였다는 한계점을 갖고 있다. 앞으로 국내 성인입양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들이 활성화되어야 하며, 추후연구를 통해 친생가족 상봉 과정에서 성인입양인뿐만 아니라 친부모 및 입양부모의 경험에 대해서도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 1. 권 지성, 변 미희, 안 재진, 최 운선 (2010) [사회복지연구] Vol.41 P.5-34
  • 2. 권 지성, 안 재진, 변 미희, 최 운선 (2010) [한국사회복지학] Vol.62 P.209-233
  • 3. 김 경주 (1997)
  • 4. 박 인선 (1994)
  • 5. 심 석순 (2000)
  • 6. 안 재진, 구너 지성, 변 미희, 최 운선 (2012) [한국아동복지학] Vol.38 P.67-97
  • 7. 위 여경 (2011)
  • 8. 이 미선 (2005) [임상사회사업연구] Vol.2 P.113-140
  • 9. Bailey J., Giddens L. (2001) The adoption reunion survival guide. google
  • 10. Campbell L. H., Silverman P. R., Patti P. B. (1991) Reunion between adoptee and birth parents: adoptee's experiences. [Social Work] Vol.36 P.329-335 google
  • 11. Curtis R., Pearson F. (2010) Contact with birth parents: differential psychological adjustment for adults adopted as infants. [Journal of Social Work] Vol.10 P.347-367 google cross ref
  • 12. Depp C. H. (1982) After reunion: Perseptions of adult adoptees, adoptive parents, and birth parents. [Child Welfare] Vol.61 P.115-119 google
  • 13. Feast J., Smith J. (1995) Openness and opportunities: review of an intermediary service for birth relatives. [Adoption and Fostering] Vol.19 P.17-23 google cross ref
  • 14. Fraser J. (1997) Developing definitions of an adoptee-birth mother reunion relationship. [Marriage and Family Review] Vol.25 P.67-78 google cross ref
  • 15. Gladstone J., Wethues A. (1998) Adoption reunions: A new side to intergenerational family relations. [Family Relations] Vol.47 P.177-184 google cross ref
  • 16. Melina L. R. (1998) Raising adopted children: practical reassuring advice for every adoptive parents. google
  • 17. Muller U., Perry B. (2001) Adopted person's search for and contact with their birthparents II: adoptee-birth parents contact. [Adoption Quarterly] Vol.4 P.39-62 google cross ref
  • 18. Pacheco F., Eme R. (1993) An outcome study of reunion between adoptees and biological parents. [Child Welfare] Vol.72 P.53-64 google
  • 19. Ruth A. M. (1994) Stages of emotion: An adult adoptee's postreunion perspective. [Child Welfare] Vol.73 P.249-260 google
  • 20. Sachdev P. (1992) Adoption reunion and after: A study of search process and experiences of adoptees. [Child Welfare] Vol.66 P.50-68 google
  • 21. Silverman P. R., Campbell L., Patti P., Style C. B. (1988) Reunions between adoptees and birth parents: the birth parents' experience. [Social Work] Vol.33 P.523-528 google
  • 22. Sorosky A. D., Baran A., Pannor R. (1984) The adoption triangle: Sealed or open records: How they affect adoptees, birth parents and adoptive parents. google
  • 23. Trinder L., Feast J., Howe D. (2004) The adoption reunion handbook. google
이미지 / 테이블
  • [ <표 1> ]  연구참여 사례의 특성
    연구참여 사례의 특성
(우)06579 서울시 서초구 반포대로 201(반포동)
Tel. 02-537-6389 | Fax. 02-590-0571 | 문의 : oak2014@korea.kr
Copyright(c) National Library of Kore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