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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미셀 뷔토르 소설의 형식과 기법* -L’Emploi du Temps, Degres, Description de San Marco를 중심으로- La technique narrative dans l'oeuvre romanesque de Michel Butor
  • CC BY-NC
ABSTRACT

L’oeuvre de Michel Butor nous étonne par sa richesse, par sa variété et par son étendue. Pour plus de clarté, la critique littéraire a subdivisé en trois sections son oeuvre fictionnelle en prose : 《Romanesque I》,《Romanesque II》et 《Romanesque III》. A l’exception de La Modification, où l’écriture du livre que se propose Delmont est projetée dans le hors-texte, les romans de 《Romanesque I》racontent l’aventure d’un narrateur-écrivain, par le biais de l’aventure de la description commémorative qui la reflète. La transition de 《Romanesque I》à《Romanesque II》, manifeste dans Degrés, est marquée par le passage de l’aventure individuelle à l’aventure collective. Les ouvrages de 《Romanesque II》sont des histoires plurielles combinées en une architecture complexe. Plus précisément l’évolution thématique s’accompagne d’une évolution formelle importante. L’aventure collective se traduit sur le plan formel par l’apparition du récit polyphonique qui succède au récit monologique traditionnel. La mise à l'épreuve des textes est un des caractères constants de la recherche de Butor. Avec Degrés les citations sont littérales et deviennent matériaux même de l'oeuvre. Par ses fonctions narratives, référencielles et structurante, la citation permet au narrateur d'économiser considérablement ses forces et de déléguer une partie de tâches au lecteur. A l'intersection d'un grand nombre de textes, chaque texte est un 《intertexte》 renvoyant à la 《bibliothèque》 qui en forme la base. L'Emploi du temps est à la foisle récit d'une aventure et l'aventure d'un récit. Degrés est un intretexte se composant d'un grand nombre de citation, qui reflètent, commentent, résument ou complètent le récit de Vernier. Description de San Marco est représentative de 《Romanesque II》. Elle s'inspire du plan architectural de la basilique, aussi le descripteur parle de 《ma construction, les cinq portes, les cinq coupoles》. Le livre se compose de cinq parties, et chaque partie du livre est aussi une porte pour laquelle le lecteur peut accéder au texte. La description de l'oeuvre d'art s'organise en deux étapes : elle est d'abord déchiffrement du message, et ensuite articulation des éléments décryptés en un récit. Le travail de déchiffrement, de séléction et de copiage ressemble à l'écriture intertextuelle, qui en général consiste à déchiffrer, séparer, rétablir, citer, et adapter le(s) texte(s) que l'auteur choisit de faire dialoguer avec son propre texte. La description de la basilique de San Marco n'est pas seulement une tentative de rivaliser avec les constructeurs de l'édifice, c'est aussi une explication de l'auteur sur son propre métier, bien que plus voilée que celles que nous présentent L'Emploi du temps et Degrés. Le langage des mosaï ques constitue donc un système de signes à la fois médiats et autoprésentatifs. Pour le décoder, il convient d'interroger le contexte socio-culturel dans lequel il est né, sans oublier toutefois de se reporter aussi au monde autonome de la basilique où il s'exprime. La basilique offre un message qui va en s'enrichissant et en s'approfonissant à mesure que le lecture apprend à la connaître. C'est pour cela aussi qu'elle s'apprente au texte. L’assemblage de fragments textuels hétéroclites est élaboré soit en un récit continu à dominante narrative, soit en un assemblage de fragments structuré par une ou plusieurs unités sémiques ou isotopies, qui garantissent une certaine cohésion narrative. La première forme de récit pourrait ê tre qualifiée d’intertexte narratif, la seconde de texte-collage.

KEYWORD
jeu de miroir , mise en abyme , citation , intertexte , ruban de dialogues , mosaique texte
  • 1. 서론

    1950-60년대 누보 로망 작가로 분류되던 미셀 뷔토르Michel Butor는 끊임없이 글쓰기의 모험을 추구하여 다양한 소설기법의 시도뿐만 아니라 음악과 미술과의 경계허무는 글쓰기,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과 공동작업 등으로 그 영역을 확장시켜왔다. 다양한 형식의 그의 작품들은 문학의 유형화된 장르로 범주화하기 힘들어졌으며 그의 소설작품들도 통상적인 소설개념으로 분류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리하여 비평가들은 허구적이고 산문으로 쓰여진 작품들을 그의 다른 형식의 글들과 차별하여 Romanesque I, Romanesque II, Romanesque III의 세 부류로 분류하였다.1) 장 루도 Jean Roudaut는 R. I의 3부작으로, 『시간사용L’Emploi du Temps』 (1956), 『변경La modification』 (1957), 『단계Degrés』 (1960)를, R. II의 3부작으로 『모빌Mobile』 (1962), 『산마르코 대성당 기술Description de San Marco』 (1963), 『1초당 육백팔십일만 리터의 물6810000 litres d’eau par seconde』 (1965)를 들었으며. 그 후 엘스 종즈넬Else Jongeneel은 R. III 계열 작품으로 『장미의 바람La Rose des Vents』 (1970), 『장소의 정령 Oû, Le Génie du Lieu』 (1971), 『루드비히 반 베토벤의 33가지 디아벨리 왈츠 바리아시옹과의 대화 Dialogue avec 33 variations de Ludwig van Beethoven sur une valse de Diabelli』 (1971), 『간격Intervalle』 (1973) 등을 들었다. 그러나 이와같은 시기적인 분류가 뷔토르의 글쓰기 기법을 간과하고 있다고 보는 비평가들은 -les romans, - les 《génies du lieu》 , -les 《dialogues》, -les 《récits de rêve travaillé》와 같은 주제별 구분2) 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제기하였고 뷔토르 자신도 이 구분을 더 선호했다. 본 논문에서는 전자의 분류에 따라 R. I, R. II군에 나타난 뷔토르 소설의 변모를 살펴보고자 한다.R. I계열의 소설들은 화자-작가의 모험을 이야기하며, R. II계열 작품들은 복잡한 구조물로 조합된 복수의 스토리들을 보여준다. 작품의 형식과 주제의 이런 변화에 대해 뷔토르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한 인물의 이야기가 집단의 모험으로 변모하면서 이야기는 ‘하나의 논리’이야기에서 ‘다성적’구조의 이야기로 변화하면서 독자는 선적인 흐름의 독서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로의 책읽기를 할 수 있다. R. III계열의 시작을 예고하고 있는 『젊은 원숭이의 예술가 초상Portrait de l’artiste en jeune singe』 (1967)부터 뷔토르는 개방되고 상호의존적인 텍스트의 역동적 연속성을 창조하고자 한다.

    뷔토르는 “움직이고 있는 책texte mobile”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문학의 대화개념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그는 자신의 작품들이 서로 대화하는 거대한 ‘도서관Bibliothèque’에서 시작되어 쓰여지길 바랐다.5) 『단계』부터 뷔토르는 여러 텍스트들의 인용을 통해 텍스트끼리 대화 하는 상호텍스트를 시도하였다. R. II계열처럼 R. III계열은 특히 이야기의 사건을 강조한다. 스토리를 전면에 지나가게 하는 R. I계열과는 반대이다. 『시간사용』의 화자-작가가 자신의 텍스트에 가한 실수나 거짓말의 수정은 스토리의 내용에 근거를 두고 있는 한편 『간격』의 화자-작가가 자신의 텍스트에 가하는 수정들은 초고들의 문체와 구두점의 정정같은 이야기의 형식에 관한 것이다. 본고에서는 R. I계열의 『시간사용』과 『단계』 , R. II 계열의 『산마르코 대성당 기술』을 대상으로 소설의 형식과 기법면에서 변모과정을 고찰하고자 한다. 『시간사용』은 사실상 뷔토르소설의 특징들이 드러나는 첫 작품으로 『단계』와 함께 경험한 현실을 글쓰기로 기록하려는 화자-작가의 노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르벨과 베르니에가 그들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은 우리에게 작가, 텍스트, 독자의 관계변화를 알려준다. 『단계』는 R. I계열에서 R. II계열로의 이행과정을 의미심장하게 보여 주는 작품이며, 『산마르코 대성당 기술』은 『단계』 에서 살짝 드러나고 있는 복수의 서술자와 『시간사용』 에서 시작된 예술작품묘사ekphrasis6) 를 동시에 발전시킨다. 그러나 여기서 예술작품묘사는 소설의 사건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의 존재이유로서이다. 우리는 위 세 작품의 서술기법 분석을 통해 R. I계열에서 R. II계열로 이행된 소설 형식의 변모를 살펴볼 것이다. 형식의 변화는 서술적, 구조적 변화를 수반하게 마련이며, 그 서술기법들은 우리에게 소설의 변모를 예견케 해줄 것이다.

    1)Romanesque I, Romanesque II가 1966년 Jean Roudaut가 그 때까지의 뷔토르 작품을 분류한 것이라면, Romanesque III는 1973년 개최된 뷔토르 작품에 대한 스리지 라 쌀 학술토론회에서 나온 구분이다.(이하 R. I, R. II, R. III 로표기함)  2)주제별 블록 분류는 다음과 같다. -les romans -les 《génies du lieu》(Le Génie du Lieu(1958), Oû, Le Génie du Lieu 2(1971), Boomerang, Le Génie du Lieu(1978)) -les 《Dialogues》 (Histoire extraordinaire(1961), -les 《récits en rêve travaillé》 (Portrait de l’artiste en jeune singe(1967), Intervalle(1973), Matière de rêves I-IV(1975, 1977, 1981, 1985) (Actes du colloque de Strasbourg présentés par Michel Mansuy, Klincksieck, 1971, pp.176-178.)  3)Georges Charbonnier, Entretiens avec Michel Butor, Gallimard,1967, p.13.  4)Dana Strand, Entretien avec Michel Butor , dans Standford French Review, fall 1979, p.279.  5)Michel Butor, 《La critique et l’invention》, Répértoire III, Minuit, 1960, p.13.  6)ekphrasis는 상상 또는 실제 예술작품을 언어로 재현, 묘사한 것으로 연구가들은 그 기원을 호머가 『일리아드』 에서 아킬레우스의 방패를 묘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끝까지 완전히 설명하다’라는 그리스어 동사 ekphratein에서 파생한 ekphrasis는 1세기 경부터 로마시대 수사학 연습 개론서Progumnasmata의 저자들이 사용한 수사학 개념이다. Aélius Théon indique ainsi : « L’ekphrasis est un discours descriptif qui met sous les yeux de manière vivace le sujet qu'il évoque. Il y a des ekphreseis de personne, de lieux et de moments ». (Progumnasmata, chapitre 118, lignes 7 sq.) http://fr.wikipedia.org/wiki/ Ekphrasis 참조

    2. 『시간사용』7) : 거울의 유희

    출판 1년 후 페네옹 상을 수상한 뷔토르의 두 번째 작품 『시간사용』 은 죽음의 위험에 대항한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로 뷔토르의 소설관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그의 문학경력의 진정한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에 의하면 작가는 죽지 않기 위해 글을 쓴다.

    『시간사용』 은 ‘어떤 모험에 대한 이야기un récit d'une aventure’이자, ‘이야기의 모험une aventure d'un récit’이다. 영국 북부의 산업도시 블레스턴에 살게 된 자크 르벨은 일 년 계약으로 매튜 엔드 선 회사에 연수생으로 온 프랑스 청년이다. 블레스턴은 억수같은 비가 자주 내리거나 숨막힐 것 같은 안개가 자주 끼는 곳으로, 강에는 악취가 심했으며 맑은 날에도 공장의 연기가 햇볕을 가리는 곳이었다. 이 도시에 대해 르벨은 처음부터 어떤 저항감을 느끼고, “통채로 삼켜지고 질식할 것 같은”9) 위험을 느낀다. 체류 7개월이 지난 후 그는 이 적대적인 도시가 자신을 마비시킬것 같은 상황에서 자신을 구하기 위해 마침내 글을 쓸 결심을 한다.10) 블레스턴의 지도가 타버린 것이 이런 결심을 한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따라서 그의 글쓰기는 탐색, 정화, 구원의 세 단계로 동기화되고 있다. 탐색작품으로서 르벨의 텍스트는 탐정소설의 모습을 띤다. 체류 마지막 3개월 동안 르벨은 유명한 탐정소설작가 조지 윌리엄 버튼에게 테러를 가한 범인을 추적하기 위하여 시도했던 행동들을 상세하게 기록한다. 『시간사용』 이란 제목이 이미 예고하고 있는 것처럼 처음에는 자신의 연대기 기록이었던 그의 텍스트는 차츰 범인 추적으로 변모한다. 블레스턴의 비밀속으로 들어가기를 열망하는 르벨에게는 가이드가 필요했다. 토박이 블레스턴 출신인 사무실 동료 제임스 젠킨슨과 르벨처럼 외국인이고 도시에 저항감을 느끼는 동료 호레이스벅이 가이드로 자청했지만 그들의 도움은 충분하지 못했고, 르벨은 곧 자신이 도시의 미궁속에서 홀로 모험을 해야 할 것임을 깨닫는다. 르벨이 도시에 처음 도착했을 때 기차의 유리창에서 보았던 “무수한 작은 거울들”(빗방울들)은 그의 탐색에서 거울의 중요성을 나타내주는 신호로, 그는 거울역할을 해 줄 <도시의 지도>, <카인의 유리창>, <테세우스의 장식융단>, <블레스턴의 살인>이란 제목의 탐정소설 등의 실제적인 가이드를 만난다.

       1) 도시의 지도

    『시간사용』 을 펼치면 작품이 시작되기 전에 먼저 블레스턴 시가지 지도가 제시되어 있다. 한 눈에 도시를 읽을 수 있는 펼쳐진 텍스트라고 할 수 있는 지도는 작품의 스토리를 시각적으로 제시해 주며 거리, 공원, 건물 등을 따라가기만 하여도 르벨의 개인적 모험을 파악할 수 있다. 지도는 그의 모험의 이야기에 대한 약호화 된 이미지이자 이야기의 모험이 해독해야 할 이미지이기도 하다.

    지도는 블레스턴에 도착한 첫 날 밤부터 브라운 스트리트주변의 미로 같은 거리들을 방황했던 르벨에게 맨 먼저 필요로 했던 물건이었다. 르벨은 체류 초기 구 대성당을 우연히 방문했다가 정면의 중앙 탑에 올라가 위에서 도시를 내려다 본 적이 있었는데11) , 도시 중심부를 볼 수는 있었 지만 안개와 석양으로 인해 도시 전체를 분명히 볼 수는 없었다. 실제로 지도를 보고서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었다. 한 눈에 도시 전체를 파악하고자 하는 르벨의 의지는 그 도시에서 일어난 그의 모험을 계획적으로 기술하고자 하는 욕구와 상응하는 것이다. 르벨은 자신의 작품을 아직 간행되지 않은 지도와 비교하는데12) , 도시를 명확하게 알고자 하는 욕구는 사건들을 공간화 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표출된다.

    도시의 각 구역과 지형, 시설물들이 다양한 색깔로 표시된 지도는 실험실에서 현미경을 통해 본 암세포의 이미지를 불러일으키지만 전체적으로 도시는 슬리강이 그 림프액을 공급하는 건강이 안 좋은 생명체로, “엉긴덩이”가 남아있는 동맥과 관절, ‘토탄 같은 창자’를 지닌 몸체에 비교된다13) . 르벨은 도시-조직체의 은유로 도시를 지칭하면서 그 도시가 변하지 않는 총체이기보다는 오히려 공격할 수 있는 한 개체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도시를 파멸시키기 위해 도시의 항구적 조직, 생존능력을 공격하는데 그의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어떤 의미에서 지도는 그 불완전함-화재로 인한 파괴와 신축 등 도시의 건물들이 겪는 변경사항들을 특기하지 못하기 때문-에 의해 르벨이 쓰고 있는 텍스트를 환기시킨다. 르벨은 지치지도 않고 도시의 변경사항을 계속 열거해나간다. 4월 27일 저녁 지도를 태운 것은 그의 도시에 대한 복수의 상징적 행동이다. 15일전 플레장스가든 티켓을 태우는 행동14)으로 예고되어진 이 ‘불태우기’는 광적이며 비이성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새 지도를 산 후 르벨은 상식 밖의 자신의 행동에 대해 그 원인을 규명해 보고자 글을 쓰기 시작한다. 지도를 태우게 한 증오심이 글쓰기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지도는 우선 ‘메타텍스트적 미자나빔’으로 기능한다. 지도처럼 텍스트는 대체하고, 조사하고, 펼치고, 방향을 잡는다. 또한 지도를 따라가는 행동은 ‘발화행위의 미자나빔mise en abyme de l'énonciation’으로 작용한다. 기억에 남아있는 표지들에 근거해 도시에 대해 기술해가는 글쓰기는 지도제 작과정에서 미경작지들을 구획하는 작업과 유사하다.

       2) 살인자의 그림 유리창

    블레스턴의 구 대성당은 ‘살인자의 그림 유리창’이라 불리는 거대한 색유리창으로 유명하다. 르벨이 처음 구 대성당을 방문했을 때 성당 내부가 어두워서 그림 유리창을 잘 보지 못했으나 작중 탐정소설 블레스턴의 살인에서 “블레스턴의 구 대성당은 ‘살인자의 그림 유리창’이라고 하는 거대한 색유리창으로 유명하다...”라는 구절을 읽고 관심을 갖게 된다. 3개로 구성된 ‘살인자의 그림 유리창’은 성서의 창세기에 나오는 카인의 이야기를 원문에 충실하게 그 내용을 재현한 것으로 첫 그림 유리창은 땅을 개간하고 있는 카인, 신에게 과일과 곡식 등의 공물을 바치는 카인, 제단에서 올라오는 연기가 하늘을 덮으며 치솟아 오르다가 다시 내려와 카인을 감싸고 있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가운데 그림 유리창에는 아벨을 죽이는 카인, 신이 벼락을 내려 카인의 이마에 징표를 만드는 장면,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카인이 건설한 도시전경이 그려져 있었으며, 마지막 유리창에는 카인의 후손들, 장막곁에서 양들에 둘러싸인 야발, 관악기를 들고 있는 아들과 현악기를 들고 있는 딸들 가운데 있는 유발, 왼손에 집게를 들고 철침위에 수레바퀴를 올려놓고 있는 투발 카인등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15) 그림유리창속 카인의 도시 모델이 되었을 블레스턴16) 은 섬유, 철강 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현대산업도시이다. 르벨은 스스로를 카인의 아들로 여기며 자신의 글쓰기 작업을 composer, forger, tisser등의 동사로 표현 한다.

    르벨이 “블레스턴, 우리의 1년에서 나의 삶 전체를 조직하였던 그 중대한 기호”17) 라고 쓴 그 그림 유리창은 그의 글쓰기 모험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요약한 것이긴 하지만 그의 통합한 모험을 반영하고 있는 6월 5.6.7일의 그림유리창 묘사는 미자나빔mise en abyme의 특징을 띤다. 이묘사의 반사기능(la fonction spéculaire)은 먼저 르벨의 모험을 반사하고, 그의 텍스트의 구조화를 반사하며, 텍스트의 코드를 반사한다. 이 기능에 따라 반사적 이야기의 유형을 ‘발화의 미자나빔(la mise en abyme de l'énoncé)’, ‘발화행위의 미자나빔(la mise en abyme de l'énonciation)’, ‘약호의 미자나빔(la mise en abyme du code)’으로 구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3) 테세우스의 장식융단

    외국인 체류증 신청문제로 경찰서에 간 르벨은 증명사진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시간을 이용하여 블레스턴 박물관을 방문했고 그곳에서 해리의 18폭 장식융단18) 에 이끌렸다. “양모와 실크와 금·은으로 된 거대한 삽화”19) 인 이 장식 융단은 테세우스의 신화를 나타내고 있었다. 르벨은 이신화를 통해 이해할 수 없고 악의에 찬 세계에 있는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게 되는데, 신화사이에 존재하는 대조점들을 점진적으로 지각하여 그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재인식하게 되므로써 그는 장식융단을 통해 자신의 체험을 돌아보고 이해하며 파악하게 된다. 이때 르벨의 체험이 우선이며 장식융단은 반사적으로 기능하고 회고적(retrospective)으로 존재한다. 장식융단이 환기시키는 현실인식을 통해서 장식융단은 뷔토르가 소설에 부여한 기능과 유사한 기능을 갖는다. 즉 소설은 ‘우리에게 나타난 현실을 어떤 방식으로 연구하는가 하는 뛰어난 장소이자 탁월한 현상학적 영역’20) 이다. 반대로 독자에게 장식융단은 앞을 비춰주는 거울기능을 한다. 신화의 알려진 스토리와 소설의 끝나지 않는 스토리사이의 긴장이 만들어 내는 서스펜스는 ‘텍스트의 즐거움’을 마련해주며, 장식융단은 독자에게는 촉매기능을, 주인공에게는 되돌아보기 기능을 부여한다. 『시간사용』 에는 장식융단에 대한 묘사가 II부, III부, IV부, V부에 6번 나오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두 군데의 묘사가 III부에 있다. 이런 중심적 위치는 장식융단의 회고-조망적 반사기능(la fonction speculaire retro-prospective)으로 보아 놀랄 일은 아니다. 융단조사는 관찰자가 대상에 대해 자신의 주관성을 투사하는 작업, 홀로하는 작업이다. 여기에서는 안내서도-르벨은 12월 9일 두 번째 방문 후에서야 박물관 안내서가 있음을 알게 된다.- 얘기하기 좋아하는 성당지기도 없으며 벽에는 간단한 설명쪽지도 붙어 있지 않아서 첫 두 번의 방문동안 르벨은 혼자서 박물관을 둘러보아야만 했었다.<카인의 그림유리창>을 방문할 때처럼 요점을 되풀이해 보는 방문이 아니라 융단의 내용에 접근해 가는 방문이라 매번 신화의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되면서 신화의 내용을 자기의 텍스트로 만들어간다. 신화와 친숙해 지면서 화자는 자신이 연출가이자 주인공이 되어 자신과 주변의 사람들을 신화의 인물과 대응시킨다.

    어떤 시기, 어떤 특별한 융단에 대한 환기는 일종의 바로메터처럼 우리에게 그의 모험의 진척과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뤼시앙에게 지옥의 에피소드에 대해 간략하게 얘기해 주었던 5월의 방문을 7월에 다시 기억할 때 장식융단이 시사하는 반사적 메시지 앞에서는 르벨은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였으며, 7월말 경에서야 겨우 그는 실제로 “그 시도가 잘못 끝났음을” 이해하게 되고, 좋아하고 있었던 로즈와 뤼시앙의 약혼소식을 알게 된다. 그러나 11월 3일의 첫 방문21) 때부터 11번 융단 미노타리우스의 살인에 대한 인식은 한결같았는데 그 기호는 “형제살해”22) 였다. 그러나 카인의 경우와는 달리 이 경우는 살인자에게 왕의 직위를 부여하는 영광된 형제살해이다. 12월 9일의 두 번째 방문은 7월11일에 대부분 기록되어 있는데23) , 그 날은 버튼이 사고가 난 날이기도 하다. 르벨은 테세우스의 부주의로 야기된 아이게우스의 죽음24)을 이야기하는 13번 융단앞을 말없이 지나갔다. 테세우스는 미노타리우스를 죽여서라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이 부모살해에 따라 왕위에 오른다. 아직도 모호한 채 남아있는 장면들은 헬레나와 안티오페의 납치장면, 오이디푸스와의 만남 장면이다. 이 만남 장면은 5개월 후 5월 11일 방문때 설명될 것이며 또한 버튼의 탐정소설 이론의 첫 강연때 일종의 프롤로그 역할을 하게 된다. 세 번째 방문을 회상했을 때25) , 르벨은 주저없이 자신의 감정적 모험을 테세우스의 모험에 투사한다. 이번에는 3월에 블레스턴에 도착한 프랑스인 뤼시앙에게도 역할을 부여한다. 뤼시앙은 이중 역할을 맡게 되는데 먼저 테세우스가 페리세포네를 빼앗기 위하여 지옥에 갔을 때 그를 안내한 페리투스 역이다. 이 시도는 별로 성공적이지 못했는데 신화에 의하면 그 둘은 망각의 의자 위에 못 박혀 자신을 절단하지 않고서는 일어날 수 없었다. 4년 후 테세우스는 그의 半神적 본성 덕택에 헤라클레스에 의해 풀려날 수 있지만 페리투스는 지옥에 머물러야 하는 형벌을 받는다. 이어서 뤼시앙은 디오니소스의 역할, 즉 낙소스에 버려진 아리아드네를 사랑으로 맞아들이는 역할을 한다26) . 로즈와 함께 저주받은 도시를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힌 르벨은 페리세포네를 파이드라-로즈로 대체 한다27). 그런데 사실 르벨이 뤼시앙을 로즈에게 소개함으로써 여기 이역할놀이에는 극적인 아이러니가 있다. 처음에 르벨이 좋아했던 앤을 해방시켜주는 사람이 회사 동료인 제임스 젠킨스라는 사실 역시 아이러니이다. 뒤늦은 르벨의 항변도 아무 소용이 없다28). 테세우스와 오이디푸스의 당연하면서 거의 피할 수 없는 만남에 젠킨슨과 버튼의 “충돌 같은 피할 수 없는” 만남이 투사되는데 이 만남은 르벨의 감정적 모험과 그의 탐정으로서의 사명사이에 가교역할을 한다. 이 장식융단은 주인공의 감정적 모험을 반영하는 또 다른 거울의 역할을 하는 발화의 미자나빔(la mise en abyme de l’enonce)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4) <블레스턴의 살인>

    신문판매소의 노란색 광고와 서점에서 초록색 책표지에 쓰여진 「블레스턴의 살인」 이라는 제목을 본 순간 르벨은 그 제목의 애매성29)에서 어떤 복수심을 맛보면서 책을 산다. 르벨의 텍스트를 예고하는 동시에 환기시켜주는 이 책은 르벨에게 현지 가이드의 역할을 한다. 이 책은 도시와 기념물들에 대한 묘사에는 충실하였지만, 이 책에 실린 작가 조지 버튼의 탐정소설 이론에 따라 자신이 탐정이 되어 암살자 블레스턴의 범죄를 밝히고자 하려는 르벨에게 시행착오를 야기하기도 했다. “모든 탐정소설은 두 개의 살인사건을 근거로 하고 있는데, 암살자가 행한 첫 번째의 살인은 두 번째 살인의 동기에 불과하다. 두 번째 살인의 진실이 밝혀지면 첫번째 살인은 그에게 죽음을 선고하는”30) 탐정의 희생물이 된다. 탐정소설의 이야기는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두 종류의 시간을 중첩시킨다. 즉 범죄로 시작되는 수색의 일정과 그 범죄가 저질러지는 비극의 일정이 그것이다. 블레스턴 도착 7개월 후에 시작되는 르벨의 텍스트도 현재와 동시에 지나간 7개월을 거슬러 올라가는 중첩되는 시간구조를 지닐 수밖에 없다. 블레스턴의 특수성을 반영하면서 거울역할을 했던 이들 가이드는 우리에게 르벨의 텍스트 구조를 반사해주며, 르벨은 동시에 글쓰기를 통해 자신과 세계에 대한 인식에 도달한다.

    7)Michel Butor, L’Emploi du Temps, Eds. de Minuit, 1956. 이하 ET로, 본문 인용은 페이지만 표기함  8)G. Charbonnier, Entretiens avec Michel Butor, Gallimard, 1967, pp.41-42.  9)“...(le danger de) l’absorption et de l’asphyxie.. ” (ET, p.277.)  10)“Alors j'ai décidé d'écrire pour m'y retrouver, me guérir, pour éclaircir ce qui m'était arrivé dans cette ville haïe, pour résister à son envoûtement, pour me réveiller de cette somnolence...” (ET, p.199.)  11)ET, cf. p.55.  12)ET, cf. pp.179, 180.  13)Cf. ET, p.44.  14)Cf. ET, p.226.  15)Cf. 김남향, 미셸 뷔또르 소설의 도시 - 『시간사용』 의 경우-, 『한국 프랑스학논집』 제 41집, 2003, pp.208-209.  16)Cf. ET, p.74.  17)ET, p.295.  18)각 융단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1. l’enfance de Thesée, 2. le meurtre de Sinnis, 3. le meutre de Sciron, 4. le meurtre de Cercyon, 5. le meurtre de Procruste, 6.Thesée reconnu par son pere, 7. le meurtre des Pallantides, 8. l’enlevement d’Hélene, 9. l’enlevement d’Antiope, 10. le départ pour la Crete, 11. le meurtre de Minotaure, 12. l’abandon d’Ariane, 13. la mort d’Egée, 14. Thesée roi d’Athenes, 15. la descente aux enfers, 16. Pherde et Hippolyte, 17. la rencontre d’OEdipe, 18. l’exil de Thesée  19)ET, p.295.  20)M. Butor,《 Le roman comme recherche》, Repertoire I, Gallimard, 1960, p.8.  21)Cf. ET, p.70.  22)미노타리우스는 파시파에와 포세이돈사이에서 태어난 반인반수의 괴물이며 테세우스 또한 포세이돈의 아들이다. Minotaure, (...), né de l'union de Pasiphae avec le taureau que Poséidon avait fait sortir de la mer. Thésée, héros de l'Attique, fils d'Egée ou de Poséidon et d'Aethra. (LE PETIT ROBERT 2)  23)Cf. ET, pp.154-158.  24)테세우스는 ,크레타 섬에서 괴물을 죽인 후 , 승리에 취한 나머지 아이게우스와 약속한대로 검은 돛을 흰돛으로 바꾸지 않아 아들이 괴물에게 잡아먹혔다고 생각한 아버지 아이게우스가 자살함.  25)cf. ET, pp.172-174.  26)cf. ET, p.87.  27)cf. ET, pp.173, 188, 208.  28)cf. ET, p.246.  29)“ Ce titre a en effet trois sens possible : le meurtre de Bleston. c’est d’abord le meurtre commis à Bleston : mais ce peut être aussi le meurtre commis par Bleston, ainsi que le meutre dont Bleston est la victime. ” (M.-C. Kerbrat, Leçon litteraire sur L’Emploi du temps de Michel Butor, P.U.F.,1995, p.52.)  30)ET, p.147.

    3. 『단계』31) : 인용의 유희

       1) 인용문과 상호텍스트

    ‘다른 텍스트에 있는 어떤 텍스트의 문학적 존재물’인 상호텍스트 (intertexte)는 총체적 책인 <도서관Bibliothèque>에서 작가가 차용해서 새로운 텍스트를 구축하는 텍스트들의 총체이다. 뷔토르의 작품들 가운데 그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é)32) 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이 『단계』 로, 수많은 인용구들이 원문그대로 인용되어33) 작품의 소재 자체가 되고 있다. 대부분 몇 줄로 되어있는 인용문들은 작품의 주제들을 말하거나, 설명하거나 혹은 논평한다. 이 인용문들을 통해 화자는 매개된 묘사를 독자에게 제공하고, 인용된 텍스트들은 인용하고 있는 텍스트에 주석을 붙이고 대화하므로서 텍스트를 풍부하게 한다. 우리는 『단계』 의 주요 주제와 몇몇 인용문들이 어떻게 소통하고 대화하는지를 검토하고자 한다. 『단계』 는 파리에 있는 뗀느고등학교의 교사 삐에르 베르니에가 1954년 10월 12일, 화요일, 오후3시~4시, <아메리카의 발견과 정복>이라는 자신의 역사·지리 수업시간을 중심축으로 하여 1학년 A학급의 총체적 현실을 완벽하게 재현하고자 하는 작품이다. 특정한 학급의 한 시간 수업에 대한 기술은 언뜻 보기에는 12개월의 블레스턴 체류에 대한 르벨의 이야기보다 단순한 작업일 것 같으나 축이 되는 수업과 관계되는 수 많은 텍스트들에 의해 이야기는 다양한 시대와 지역으로 점차 확장된다. 이 수업시간에 화자인 베르니에 교사는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La Description du Monde』 의 단편들과 몽테뉴의 「마차에 대하여Des Coches」 란 에세이를 읽는다. 수업도 그 인용구들을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

    『동방견문록』 은 마르코 폴로가 이야기한 모험담들을 루스티첼로 다 피사가 기술한 것으로, 베르니에 또한 자기 조카에게 이야기를 “받아쓰게 하며” II부에서는 그를 화자로 내세운다. 16년 이상 중국 북부 카타이에서 몽고의 황제를 섬겼던 마르코 폴로의 텍스트는 르네상스시기에 많은 독자들에게 낯선 어떤 세계에 대한 갈증을 불러 일으켰다. 1492년 8월 2 일 컬럼버스는 카타이34) 로 바로 가는 길을 찾으러 배를 타는데, 그는 자신의 무모한 탐험을 선전하기 위해 마르코 폴로의 텍스트를 이용하는데, 볼테르의 『풍속론』 의 인용문에서 컬럼버스의 여행과 마르코 폴로의 텍스트의 밀접한 관계를 읽을 수 있다.

    베르니에가 다시 구성한 마르코 폴로의 텍스트는 카타이가 탐험의 종착지가 아니라 미지의 새로운 나라들을 찾으려는 출발점으로 암시하고 있다.

    “동양과 서양을 연결할 수 있는 신세계를 발견하겠다”는 컬럼버스의 희망은 자신의 텍스트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과거라는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겠다는 베르니에의 욕망을 상기시킨다고 볼 수 있다. 글쓰기를 통해 신세계의 발견과 문학유산의 발견을 결합시키려는 베르니에의 의도는 채프만이 번역한 호머를 처음 읽었을 때 키츠가 쓴 소네트에 있다. 베르니에가 그 <역사 · 지리수업>을 하는 동안 바이이교사가 철학반 학생들에게 읽도록 한 것이 키츠의 그 14행시이다. 키츠는 책읽기를 ‘황금왕국’의 여행으로, 시인을 그 왕국의 주인과 비교하고 있다(Cf. p.283). 키츠의 ‘황금왕국’에 가르강튀아가 팡타그뤼엘에게 보낸 편지에서 말하고 있는 “심연가운데 숨겨져 있는 금속들, 동양과 중동의 모든 보석들”이 덧붙여진다. 이 편지를 주레교사가 <축이 되는 수업>앞 시간에 1학년 A학급 학생들에게 읽힌다. 이 “숨겨진 금속들”은 근원적으로 “자연의 사실들에 대한 지식congnoissance des faictz de nature”에 속하는 것이며 청년 팡타그뤼엘은 그 연구에 열중하라는 권고를 받는다. 베르니에는 금속의 발견과 글쓰기의 창조를 같은 수업시간에 다루면서 글쓰기에서 금속들은 “영적인 보물들”이라고 지칭한다.35) 가르강튀아도 역시 지식의 습득을 잃어버렸거나 잊혀진 영토의 재정복 내지는 재발견과 비교하면서 파리에 정착한 아들 팡타그뤼엘에게 어마어마한 프로그램의 공부를 요구한다. 이프로그램은 과학개론서의 평범한 지식들과 텐느고등학교의 교육과정과 대조를 이룬다. 베르니에는 가르강튀아의 편지를 토대로 현대 프랑스 교육을 비판하며 그 인용문들을 통해서 계속 교육을 공격한다. 가르강튀아의 스승 포노크라트가 제자의 전반적인 생활태도까지 바로 잡고자하는 그교육목표와 교육방법 36) 은 베르니에가 행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가르강튀아의 스승과 마찬가지로 그는 학생들을 관찰하고, 그들이 살고 있는 혼란한 복잡한 세계를 묘사하면서, 자신이 쓰려는 텍스트의 목적을 명확하게 설명한다.

    「마차에 대하여」 에서 몽테뉴는 컬럼버스 탐험의 참담한 결과를 고발한 다. 아메리카 대륙의 식민지화는 “황금을 향한 돌진”으로 재빨리 귀착되며, 침략자들의 오만함과 잔혹함, 탐욕으로 인해 이 신세계의 발견은 유럽인들에게도,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도 유익하지 못했다. 몽테뉴의 신랄한 어조는 마르코 폴로의 열광적인 묘사와 매우 대조적이다. II부 마지막과 III부 전반에 산재해 있는 몽테뉴의 인용문들이 <축이 되는 수업>시간을 환기함에 있어 마르코 폴로의 인용문들로 대체되고 있는 점은 자신의 텍스트 결말에 대한 베르니에의 비관주의를 나타낸다. 유럽식민주의자들에 대한 몽테뉴의 비난에, 신세계에서의 노예제도에 반대하던 장 보뎅이 그의 『공화론 혹은 정부론De la République ou Du Gouvernement』 에서 반향한다.37) ‘저널리즘의 아버지’ 르노도 역시 Gazette誌를 통해 노예제도에 반대하며 항변하는데, 베르니에는 역사수업 시간에 학습동기 유발을 위해 이 신문을 읽힌다.38) 신세계를 전쟁터로 바꿔버린 유럽정복자들의 잔혹함과 비타협성은 2세기 후 유럽에서 자행된 종교전쟁에 반사되고 있다. 종교전쟁에 대해 몽테뉴는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이 <축이 되는 수업>의 총체적인 재현을 위해 화자인 베르니에는 수업에 관한 모든 것을 조사해야하고, 그 학급의 다른 수업과 교사들에 대해 말해야 하며, 학교의 프로그램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또한 동료들의 사생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그는 반 학생들과 수업에 관한 정보를 조카이자 자신의 학생인 엘레르에게 수집해 주도록 요청하고 둘은 협조하기로 약속한다. 그들의 나이로 보았을 때 우리는 『신곡Vita Nouva』 의 화자39) 와 『브리타니퀴스Britannicus』 의 주인공40) 에게서 그문학적 전형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런 정보수집은 엘레르에게 점점 위험한 부담이 되었고 엘레르가 친구들과 가족과의 정상적인 관계유지에 어려움을 느끼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악화된다.41) 그들의 약속은 지켜지지 못하고, 베르니에의 죽음으로 인해 화자는 II부 엘레르, III부 주레로 바뀐다.42) 베르니에-엘레르의 협정이 결렬되는 이야기는 『줄리어스 시저Jules Cesar』 의 시저와 부루터스의 양자계약 파기, 『맥베드Macbeth』 의 맥베드와 뱅코의 우정의 결렬, <어떤 음모에 대한 이야기>등을 통해 반영되고 있으며, 마로의 『서한시L'Epître a Lyon Jamet』 , 라신의 『브리타니퀴스』 의 인용문도 이를 암시하고 있다.

    화자 베르니에 죽음의 상징적 의미는 이야기의 화자가 자동적으로 바뀌면서, 한 개인의 이야기histoire individuelle가 복수의 이야기histoire plurielle로 확장되는 것을 의미한다.

    컬럼버스의 신대륙발견으로 인한 세계에 대해 끝없는 시야의 확대는 베르니에가 왜 이 사건을 자신의 묘사의 시작으로 선택했는지를 설명해준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가 또 다른 “새로운 세계에 대한 묘사” 가 되길 바랐을 것이며, 따라서 그의 수업은 파리 – 프랑스 – 유럽 – 세계, 우주와 역사를 향해 열린다.

       2) 삽화와 상호텍스트

    『단계』 는 텍스트와 ‘대화하고 있는’ 약 100여점의 삽화들illustrations 즉,사진, 판화, 데생, 도표, 지도투영도, 그림과 오려낸 그림들, 우편엽서와 우표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이 삽화들은 상호텍스트의 기능과 유사한 ‘의미론적 반복기능’43) 을 가진다. 볼리비아 남부의 포토시광산의 판화에 대해 드니 레니에의 견해44) 를 예로 들어보자. 프랑수와 라블레의 낙관적인 교육 프로그램45) 에 대해 부정적인 이 판화는 신세계에 대한 유럽의 제국주의를 단죄하는 가운데에 삽입되어서46) , “훨씬 후에야 그 연기가 피어오르게 될 것이며, 아마 오늘날에도 멈추지 않았었을 음험하고 거대한 복수”를 상상케 한다. 마찬가지로 루이 14세 당시의 「용기병을 이용한 신교도 박해」 그림도 역시 종교전쟁을 통렬히 비판하는 쌩시몽의 텍스트에 대한 무언의 설명일 것이다.47) 삽화가도 작가처럼 그리고 있는 현실을 자신의 주관에 따라 왜곡하거나 불완전하게 묘사한다.

    첫 화자의 죽음으로 인해 두 명의 화자가 더 개입하게 된 R. I 계열의 마지막 작품 『단계』 는 단선적인 줄거리가 기본이었던 소설에 종말을 고하고, 복수의 줄거리로 된 R. II 계열의 작품을 예고하고 있다. 『단계』 의 잡다한 텍스트 단편들은 주요 서술 이야기로 모아지거나 한 두 개의 의미구조, 혹은 동위성isotopie으로 결집된다. 첫번째의 경우는 ‘서술적 상호텍스트’로, 두 번째의 경우는 ‘텍스트-꼴라주’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텍스트-꼴라주는 여러가지 텍스트 단편들이 한 개 혹은 여러 개의 동위성을 지니고 새로운 서술구조에서 결합될 경우를 말한다.48) 우리는 알렝 물롱의 꿈49) 에 대한 묘사에서 콜라주의 초기 양상을 볼 수 있고, 특히 II부에서 주요 인물들의 바캉스에 대한 단편적인 묘사와 II부와 III부의 만성절 Toussaint을 환기하는 장면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다.50) 분할된 묘사들은 동시성의 효과를 창출하면서 다양한 인물들의 활동을 플래시로 보여주는 영화장면을 연상케 한다.51)

    31)Michel Butor, Degrés, Gallimard, 1960. 이하 Dg로, 본문인용은 페이지만 표기함  32)“La présence littérale(plus ou moins littérale, intégrale ou non) d’un texte dans un autre” : Gérard Genette, Introduction à l’architexte, Seuil, 1979, p.87.  33)인용된 텍스트들 대부분은 문학작품이며 학생들이 읽는 잡지가 그 다음을 차지한다. 이 텍스트들은 작품 후반부로 갈수록 양적으로 증가하며, 암시적으로 언급된 작가와 작품을 제외하면 3종의 잡지와 27개 작품으로 요약할 수 있다.  34)중세유럽에서 북중국을 가리키던 말로 같은 시대의 유럽보다 훨씬 더 발달한 문화와 기술을 가지고 있었음. 컬럼버스는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사본을 가지고 카보트와 신대륙을 향해 항해하면서도 자신들이 카타이쪽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35)Cf. Françoise van Rossum-Guyon, 《Aventures de la citation chez Buto r》, dans BUTPOR, Colloque de Cerisy-la-Salle, coll. 10/18, 1974, pp.17-39.  36)Ce qui est très important, c’est qu’il ne se contente pas de l’interroger, il le regarde vivre. La mauvaise éducation produit une manière de vivre vicieuse, et c’est toute la façon de vivre de Gargantua, dans ses moindres aspects, que Ponocrates s’efforcera de redresser. (Dg, p.109.)  37)Cf. Dg, p.181.  38)Cf. Dg, p.367.  39)Dg, p.143.  40)Dg, p.359.  41)Cf. Dg pp.346, 364.  42)I부; je=Vernier, tu=Eller, il=Jouret, II부; je=Eller, tu=Vernier, il=Jouret, III부; je=Jouret, tu=Eller, il=Vernier로 화자가 바뀐다.  43)Françoise van Rossum-Guyon, 《La mise en spectacle chez Claude Simon》, dans Claude Simon, Colloque de Cerisy-la-Salle, coll. 10/18, 1975, p.96.  44)Cf. Dg, pp.111-112.  45)Cf. Dg, p.112.  46)Cf. Montaigne ; n’en ayant conservé par leur dessein qu’autant qu’ils en ont voulu faire de misérables esclaves pour l’ouvrage et service de leurs minières, Dg, p.348.  47)Cf. Dg, p.336.  48)E. Jongneel, p.144.  49)쳣 번째 꿈: cf. pp.346-347, 두 번째 꿈: cf. p.370.  50)Cf. Dg, pp.158-161 , cf. pp.346-347.  51)Cf. Dg, pp.25, 41, 144, 169

    4. 『산마르코 대성당 기술』52) :텍스트-성당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는 세계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산 마르코 대성당이 있다. 뷔토르는 이 대성당을 베네치아가 지닌 독특한 정령으로 보고 그 기념물을 텍스트화 한다. 『산마르코 대성당 기술』 은 제목 그대로 산 마르코 대성당에 대한 ‘기술’이다. 그러면 성당이라는 건축물을 어떻게 기술inscription-텍스트화écriture 한 것일까? 우리는 그 구조화 방식들을 형태적 측면과 내용적 측면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산마르코 대성당 기술』 은 1956년 제19회 현대음악 비엔날레 축제때 산 마르코 대성당을 오케스트라곡으로 작곡한 스트라빈스키의 Canticum Sacrum처럼 성당의 건축도면에서 영감53) 을 받아 5부로 되어있다. 이 텍스트의 5부는 대성당의 5개 꾸뽈, 5개 현관문과 상응하며 텍스트의 각 부는 독자가 텍스트로 들어가는 문으로 I. 정면La façade, II. 현관Le vestibule, III. 내부L'intérieur, IV. 세례당Le baptistère, V. 소성당과 부속건물Les chapelles et dependances의 제목이 붙여져 있다. 텍스트를 다섯 부분으로 분할한 것은 작가가 모델인 성당을 긴밀하게 결합된 총체 물로 현동화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3차원인 건물을 2차원의 텍스트로 구조화하는 과제 앞에서 기술가는 다음 4가지 문제들을 제기한다. “어떻게 이 텍스트를 아치 모양으로 구부릴 것인가Comment plier ce texte en arc? ” (p.38), “어떻게 이 텍스트를 쿠폴 모양으로 파낼것인가Comment creuser le texte en coupoles?” (p.46), “에피소드에서 에피소드로, 건축의 세부사항에서 세부사항으로 넘어가는 텍스트의 곡면을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가Comment réaliser une nappe de texte qui passe d'épisode en épisode, de détail architectural en détail?” (p.46), “이 텍스트에 어떻게 금빛 물방울들이 넘쳐흐르게 할 것인가Comment faire ruisseler ce texte de gouttes d'or?”(p.38). “어떻게 이 텍스트를 쿠폴모양으로 파낼 것인가?”는 “어떻게 이 텍스트를 아치 모양으로 구부릴 것인가?”에 상응하며, 텍스트-아치texte-arche, 텍스트-성당texte-église의 주제는 “성당의 옛 독자들”중 에서 차용된 것이었다.

    기술가descripteur는 쿠폴들coupoles의 건축구조, 특히 그것을 장식하고 있는 기록물들inscriptions의 원형형태를 독자가 세로읽기를 하도록 하는 텍스트 구조로 바꾸려고 노력했다.

    성당의 수많은 이미지들을 마주하고 기술가는 “에피소드에서 에피소드로, 건축의 세부사항에서 세부사항으로 넘어가는 텍스트의 곡면을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가?”를 자문한다. 면의 이미지, 화폭은 텍스트로 공간을 지배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해석된다. 마지막 문제는 바로 “이 텍스트에 어떻게 금 물방울들이 넘쳐흐르게 할 것인가?”하는 점이다. 모자이크의 바탕을 구성하는 금박에 비스듬히 스치는 빛은 광채의 효과를 낸다. 따라서 성당에 ‘제2금의’ 번쩍거리는 이미지들을 배어들게 하면서 이 빛의 역동감을 글쓰기로 그려내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우리가 위에서 본 텍스트의 모형 제작modelage에 관한 4개의 질문은 “현관”이라는 제목의 II부에 삽입되어있는데, 현관이 방문자를 성소의 문턱까지 데려오는 것처럼 독자들을 텍스트의 심장부로 데려온다. 텍스트 중심으로의 이동은 구조에 의해 보강되어, I부와 V부, 그리고 II부와 IV부는 III부를 포위하는 블록들처럼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독자들은 끈기를 지니고 텍스트의 비밀들에 대해 입문해야 하며 “가장 복잡한 통로가 그 심장부까지 가고자 하는 이들을 인도할 것이다”.57) “성급한 독자는, 열린 문을 통해 아름다운 정원들을 알아챌 수는 있겠지만, 두꺼운 벽들이 그를 싫증나게 할 것이고, 문 주위에서 문을 열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을 것이 다. 반대로, 들어가고자 하는 진정한 욕망에 깨어있는 자는 약간의 연구와 시간이면 이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58) . 이처럼 매우 복잡한 건물의 내부에서 쉽게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작가는 텍스트에 성당의 접이식 도면을 첨부했다. 그는 『시간사용』 에도 도시 블레스톤의 지도를 첨부하였는데 그 지도는 상세한 안내 설명을 덧붙여 텍스트 앞에 첨부되어 있었다. 그런데 『산마르코 대성당 기술』 의 평면도는 아무런 설명없이 텅 비어 있고 게다가 텍스트 마지막에 첨부되어 있다. 그것은 독자자신이 스스로 자료를 찾고 여정을 선택하여 자유롭게 건축물을 방문하고 해독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일 것이다.

       1) 텍스트-블록

    기술가가 어떻게 이 책을 성당의 이미지대로 구성했는지 좀 더 상세하게 알아보기 위해 먼저 여백의 구조를 보면, 우리는 3개의 텍스트 블록을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작은 여백을 차지하는 ‘대화 띠ruban de dialogue s’59) 는 산마르코 성당의 방문객들의 대화의 단편, 감탄 그리고 외침들을 기록한 것이며, 중간 폭의 두 번째 블록에는 기술가가 관찰하거나 듣는 것에 대한 비교와 재현되는 장면들에 대한 주석들, 첨가 등을 모아 기록하고 있다. 넓은 폭의 블록에는 모자이크들에 주석을 다는 라틴 구절들이 있으며, 성당 장식에 대해 언급하는 예루살렘 성서 번역이 덧붙여있다. 이 세 블록은 그 전체가 갓돌과 받침과 함께 기둥의 윤곽을 그리고 있다. 블록들을 분리하는 여백들은 선적인 독서를 방해하고, 때로는 독자에게 비스듬한 방향으로 읽도록 유도한다. 기술가가 페이지의 표면에 사용한 방법은 문자적 순서라기보다는 그림같은 순서이다. 성경의 장면들이 모자이크의 금박바탕에 상감되어 있는 것처럼 텍스트는 페이지의 여백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므로 여백의 구조와 텍스트 블록들의 공간배치는 기술적 담화의 내부에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요소들이다. 그 부조화에도 불구하고, 블록들은 단일성을 형성하고 있으며, 가장 자유스러워 보이는 대화 띠조차도 나머지 텍스트 조직에 견고하게 연결되어 있다.

       2) 텍스트-화폭

    로만체, 이탤릭체 그리고 대문자로 쓰여진 활자체들 또한 이 책 구조의 내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우선 기술가가 성당에 부여하고 싶었던 음성적 인상을 주기 위한 음색의 기능을 하며, 기술description이 환기시킬 주요 목소리들, 즉 대문자는 성 마가 성서의 목소리를, 로만체는 기술가descripteur와 모자이크의 주인공들 목소리, 그리고 이탤릭체는 관광객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이들 글자체는 세 개의 텍스트 블록에 특수한 인쇄상의 색깔을 부여한다. 인쇄상의 음색으로서, 대문자는 성당을 둘러싸는 속삭임 가운데의 지배적인 목소리를 나타내며 예수의 군림에 대한 3번의 선언은 ‘도상 인쇄술typographie iconique’의 한 예를 보여주는데 약간 비스듬한 배치와 동사들의 길이는 표현하고 있는 위계질서를 가시화하고 있다.

    비슷한 예가 그리스 교회의 네 아버지의 리스트에도 나타난다.60) 고유 명사로 구성된 이 계단식 리스트는 아래로 내려갈수록 시대적으로 오래된 인물임을 나타낸다. 반면에 베네치아 성인들의 리스트는 반대로 가장 최근 시대의 인물이 맨 위에 기록된 형태이다(Cf. p.87). 인쇄활자체는 그규모로 대문자가 시선을 끌면서 페이지를 ‘점묘법의 캔버스’로 변모시켜 ‘성상독서lectures en étoile’를 유도한다. 모자이크 상에서 기록들 inscriptions은 명구의 기능을 갖지만 기술에서는 반대로 흔히 설명하는 텍스트 블록의 머리에 위치해서 오히려 활자의 지형과 제목이라는 이중 기능을 가지고서 알리고자하는 이미지를 배태하고 있는 듯하다. 반복되는 라틴어 기록은 쿠폴의 둥근 형태로 되어 있어서, 방문자들처럼 독자도 한바퀴 돌아 출발점으로 돌아온다. 기술가에 의해 사용된 로만체는 글들을 번역하거나 완성하기 위해, 모자이크를 묘사하기 위해, 독자에게 성당 건축의 역사에 관한 보충적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이텔릭체는 대화 띠에서 사용되었는데 그 흘러가는 모양은, 성 마가 성서의 “안정적인 말”을 표현하는 대문자의 묵직한 모양과 대조를 이루면서, 방문자들이 나누는 말의 덧없는 성격을 상기시킨다. “...좀 더 쉽게 흐르고 방향이 정해진 이탤릭체와 더 분명하고 안정적인 로만체의 구분은 말해진 것과 쓰여진 것 사이의 구분과 상응한다”61)

    뷔또르는 『산마르코 대성당 기술』 이전에 라디오 방송과 뮤지컬 연극작 품을 쓴 경험이 있으며, 『항공망Réseau Aérien』 (1962)부터는 언어의 청각적 측면에 관심을 가졌다. 『당신의 파우스트Votre Faust』 (1973)에서는 전화소리, 중얼거리는 소리, 연속적으로 작업중인 녹음테잎에 녹음된 고함소리와 문장등이 배우들의 연기에 함께 섞인다.

    군중의 웅성거리는 소리, “그 끊임없는 흐름”은 물이 베네치아와 관련 있는 것만큼이나 대성당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으며 그런 이유로 기술가는 자신의 ‘대화 띠Le ruban de dialogues’를 물의 흐름과 비교하고 있다63).

    사실 텍스트를 쭉 따라서 군중은 물과 관련지어져 있으며, 기술가는 I부 시작부터 방문객들과 그들의 고함소리, 대화등 등의 소리들을 기록한다.64) 계속되고 있는 소음은 파도의 이미지로 표현65)되고 있으며, ‘소리나는 물결, 파도’에 대한 묘사는 크레센도crescendo와 디미누엔도diminuendo의 가능성이 있는 음악악보를 상기시킨다. “멀리서 들리는 소리, 잔들의 땡그랑 소리, 깃발들이 펄럭이는 소리, 직물이 구겨지는 소리, 포석 바닥에 끌리는 금속 탁자와 의자의 마찰 소리”66) 등과 사람들의 목소리에 건물의 내부에서의 “마찰음”, “속삭임, 한숨, 스치는 소리”, “은밀한 키스”등의 다른 음색들이 뒤섞인다. 이 대화의 띠를 조금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견고한 구조로 짜여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각 부 대화의 마지막 단편들은 다음 부의 대화 첫 단편들과 같은 수의 줄로 구성 67) 되어 있어서, 그 결과 한 부에서 다른 부로의 연속적인 움직임이 나타난다. 즉 I부 대화 띠의 마지막 부분 단편이 각각 4.3.2.1줄로 끝나고, II부의 대화 띠 첫 단편들은 4.3.2.1줄의 배열로 시작되는 구조이며 이는 각 부분의 <물결>이 주기적으로 뒤이은 구도를 보여 준다. V부 대화 띠는 I부의 대화 띠가, IV부는 II부가 각각 전도된 구조이며 III부는 대칭적인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화 띠의 이런 대칭적 구성은 텍스트의 구성을 강조한다고 볼 수 있는데, I 부와 V부는 군중과 산 마르코 광장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되고 끝난다. II 부는 성소시작 장소인 현관홀로 우리를 안내하며 IV부는 신성한 은혜의 삶에 인간이 입문하는 것을 상징하는 세례당을 알려준다. 한편 대화의 단편 숫자면에서 보면 I부에서 III부까지는 그 수가 줄어들고 III부에서 IV 부까지 다시 늘어나고 있다. 대화 띠가 “물결치도록”하기 위해, 작가는 꽤엄격한 구도의 연속된 단어들을 사용했으며, “순환적인 움직임들에 부드러운 넘실거림을 부여”하기 위해, “각각 다른 수의 다양한 연속된 단어들을 구성하였다”. 작가는 샤르보니에와의 대담에서 대화 띠의 구성에 있는 윈칙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군중의 대화는, 특수 조명의 스포트라이트처럼, <구름들>-<물>-<6월/7월/8월의 빛>-<3월/4월/2월의 하늘>-<7월/6월/5월의 태양>과 같은 단어-반복구로 박자가 맞추어있다. 이는 “관광객들의 생각은 석호의 물이나 비스듬히 스치는 빛과 함께하는 모자이크들처럼 번쩍거려야한다”69)는 작가의 의도를 투사한 것이며, 군중의 소리에 달력의 달의 이름이 부여된 것은 군중의 소음 또한 모자이크만큼이나 견고한 성당의 한 요소임을 뜻한다. “...대 건축물은, 내부에서 서로 다른 언어들을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이 들리는 연속된 방 같아서, 보여지는 무엇일 뿐 아니라 우리가 아주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음성적 요소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 70) 에 관광객들의 단조로운 대화의 내용은 텍스트와 건물의 다양한 부분들에 조화롭게 혼합되어 있다. 그 대화내용을 보면, I부 정면 : 음료수와 음식 물, 쇼핑, 상인들과 곤돌라 뱃사공의 외침, 마주침, 지형 정보들. II부 현관 : 색깔, 분위기를 나타내는 표현들, 여행 목적. III부 내부 : 나라들의 이름, 감탄사. IV부 세례당 : 감탄사, 장소와 고유한 이름들, <물> 단어의 반복. V부 소성당과 부속 건물 : 앞선 부분들에서 상기된 모든 주제들의 혼합 등이다. 가끔 대화의 단편들은 앞서거나 혹은 뒤따르는 텍스트 블록에 반향을 일으키며,71) 대화 띠와 기록과의 관계를 견고하게 하기 위해, 기술가는 방문자들의 외침과 감탄사들 속에 색깔의 이름들을 삽입한다.

    우리는 텍스트에서 60여종의 색깔, 그 중 붉은 색깔이 약 40가지가 있음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색깔들로 기술가는 파동의 빛나는 효과를 나타 냄과 동시에 같은 색깔이 지닌 각각의 다른 뉘앙스를 상기시켜 다른 조명을 나타내고자 했다. 그리하여 색채들의 흐름은 소리의 흐름과 짝을 이룬다. 대화 띠의 내부에서는 질문과 답하기, 부연 또는 확장에 의해 책의 한부분이 다른 부분과 관련되어 있다.73) 이 분할된 대화의 구조는 텍스트에서의 단절을 창조해내고 다른 책읽기 여정을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기술의 마지막으로 갈수록 대화 띠는 점점 표현이 다채로워져, 운rime과 동일 모음의 반복 그리고 두운법이 있는 시-대화의 형식을 취한다.

       3) 텍스트-모자이크

    “벽돌과 대리석, 작은 유리큐브들로 된 건축물일 뿐만 아니라, (...) 텍스트로 된 건축물”74)인 대성당은 수많은 기록물들을 보유하고 있다. 기술가는 어떻게 이 소재를 다루었는지,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기록에 배열했는지 설명한다.

    기록물들을 해독하고, 선별하고, 모사하는 이런 작업은 상호텍스트적 글쓰기와 비슷한데, 상호텍스트적 글쓰기는 일반적으로 저자가 자신의 텍스트와 대화하도록 선택한 텍스트들을 해독하고, 분리하고, 복원해서 인용하고 채택하는 것이다. 대성당 건축물도 상호 텍스트적 글쓰기를 연상 시킨다 : 성당 정면은 ‘고대진열장’75)으로서 ‘콘스탄티노플의 약탈품들로 잇달아 덧입혀져’76) 예술가들은 그것을 새로운 건축물 총체속에 끼워 넣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때로는 다시 재단해야만 했다.77) 정면 왼쪽 끝벽감, Saint-Alippe현관문 모자이크 장식자가 재현한 Pantocrator모자이크는 텍스트내부에 인용된 한 부분과 비교될 수 있을 것인데 이 부분은 ‘옛날 철자법’으로 인용된 것으로 밝혀진다. 부분적으로 잘려진 인용들로서 성당의 기록물들은 인용하고 있는 텍스트texte citant안에 삽입된 인용된 텍스트들textes cités과 같은 새로운 의미를 배태하는 기능을 한다. 『산마르코 대성당 기술』 은 텍스트 전체가 삽화를 지향하고 있어서 실제로 기록이 형상이미지의 몇몇 특징들을 채용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 구체적인 예를 보면, 제한된 표면에 굴곡이 많은 이야기들을 표현하기 위해 모자이크 세공자들은 여러 장면들을 같은 배경위에 모아놓거나, 혹은 다음 장면에 앞의 배경을 다시 사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Cf. p.60). 기술가도 가능한 동일한 기술을 하기 위해 때로는 <전리품들> 사이에 배경을 감추어 그 결과 전리품들을 서로 포개지게 하거나,78) 때로는 이미지들의 연속을 부각시킨다.79) 이리하여 조형이미지가 표현하고 있는 장면의 시간흐름을 공간화하고 있으며, 이미지를 통한 이런 공간화를 암시하는 구절을 볼 수 있다.80) 기록의 분할적인fractionnel 특징 또한 주목해볼 수 있다. 정관사의 잦은 사용은 텍스트와 이미지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강조하며, 사물들뿐만 아니라 추상기법과 색채들도 명사적 묘사의 도움을 받아 분할되고 있다.81) 명사적 묘사로 인한 장식 의미요소들의 분할은 그 결과 모자이크의 엄격함을 표현한다. 그래서 모자이크 장식가들은 서로 연결된 많은 행위들을 나란히 놓인 시리즈로 표현하고 있다.

    모자이크 장식가들은 이런 딱딱함을 활기찬 장면들로 균형을 잡았으며 그 장면들은 대부분 행위중인 행동들82)로서 기술가가 가장 잘 표현하고자 하는 현상이었고, 신과 천사들과의 대화(p.45), 아브라함과 멜키세덱 (p.47), 요셉과 그 형제들(p.49), 파라옹과 현자들, 파라옹과 술 따르는 기사(p.55), 모세와 침략자(p.59)등과 같은 대화나 토론장면들 또한 빈번하였다. 산마르코 대성당의 장식물 특징은 이미지들을 시리즈로 정리, 배열한 점이라 볼 수 있다.

    52)Michel Butor, Description de San Marco, Gallimard, 1963. 이하 DSM으로, 본문인용은 페이지만 표기함  53)Michel Butor, 《Influences de formes musicales sur quelques oeuvres》, dans Musique en jeu 4, Seuil, 1971, pp.67-68.  54)L'arc n° 39, 1969, p.21.  55)Michel Butor, 《Les oeuvres d'art imaginaires chez Proust》, dans Répertoire II, pp.291-292.  56)Musique en jeu 4, p.68.  57)DSM, p.15.  58)Michel Butor, Répertoire I, pp.16-17.  59)Cf. Michel Butor, 《L’écriture et la typographie》, Répertoire III, p.20.  60)SANTUS JOHANNES CHRYSOSTOMUS SANTUS GREGORIUS NAZYANZENUS SANTUS BASILIUS EPISCOPUS SANTUS ATHANASIUS (p.97)  61)Michel Butor, 《Monument de rien pour Apollinaire》, dans Répertoire III, p.300.  62)Michel Butor, 《La littérature, l'oreille et l'oeil》, dans Répertoire III, p.397.  63)“Il me fallait un élément sonore liquide se glissant entre les parties”, Musique en jeu 4, p.68.  64)les gens sous les arcades(...) les gens assis aux tables des cafés(...) les gens qui coulent comme un flot(...) (pp.10, 11) le murmure de tout cela(...). Et tous les cris, toutes les conversations(...). Ces phrases, ces mots, ces slogans(...), cette circulation de bavardage (pp.11, 12)  65)Ces phrases, ces mots, ces slogans (...), avec des moments de tumulte-on est recouvert parla vague et puis des accalmies, une grande de nappe de silence qui passe(p.12) une voix qui lui vient de l'autre extrémité, relayée par toutes ces vagues, ces ondes, toutes ces bouches(pp.22, 23)  66)DSM, p.11.  67)I부: 5 4 3 2 4 2 4 3 2 2 3 4 2 4 3 2 1, II부: 4 3 2 1 3 1 3 2 1 1 2 3 1 3 2 1, III부: 3 2 1 2 2 1 1 2 2 1 2 3, IV부: 1 2 3 1 3 2 1 1 2 3 1 3 1 2 3 4, V부: 1 2 3 4 2 4 3 2 2 3 4 2 4 2 3 4 5 구조이다.  68)Georges Charbonnier, Entretiens avec Michel Butor, gallimard, pp.177-178.  69)Musique en jeu 4, p.68.  70)Michel Butor, 《La littérature, l'oreille et l'oeil”, dans Repertoire III, pp.402-403.  71)Ici vous avez le Déluge (p.42) J'étais au Caire. -De l'autre côté la Fuite en Egypte : (p.93) ...les Américains, les Anglais, les Allemands,et les Français, les Italiens, les Vénitiens, les Africains, les Asiatiques. Quelle région? (p.95)  72)Georges Charbonnier, Entretiens avec Michel Butor, Gallimard, pp.177-178.  73)- 질문과 답의 형식에 의해서 : ...pensez-vous qu'un collier comme celui-ci lui ferait plaisir? (p.10) - Moi, j'aimerais mieux celui-ci (pp.13, 109) How do you say in italian a glass? (p.13) - Un bicchiere(p.112) - 확장에 의해서 : (p.40) (p.46) (p.107)  74)DSM, p.26.  75)DSM, p.14.  76)DSM, p.20.  77)Cf. DSM, p.67.  78)Les gens(...) passent de l'ombre au soleil à l'ombre au soleil à l'ombre (p.10) Entre les dos, les colonnes, les vagues, les vagues, dos, et colonnes des places (p.109)  79)...en face la colonne de saint Marc et celle de saint Théodore, les proues coupantes des gondoles se balançant, les pieux auquels on les accroche, l'eau, le miroitement de l'eau (p.95)  80)Dieu penché guérit sa blessure, et, à quelques pas, quelques instants de là, finit le modelage d'Eve (p.33)  81)Voici l'apparition du vert (p.28) la pourpre sombre de ces origines qu'il vient de quitter (p.32) Des nuées tombe la fureur de la pluie (p.40) Le brun de l'arche à peine sensible à travers la précipitation bleue, mais brille la petite lucarne d'argent (p.40) Le sourire d'Abram, l'attendrissement distant de Saraî (p.48) La perplexité des trois sages (p.55)  82)Cf. DSM, pp.41, 46, 48, 56, 81.

    5. 결론

    우리가 고찰한 뷔토르의 소설 『시간사용』 , 『단계』 , 『산마르코 대성당 기술』 은 '개인의 이야기histoire individuelle'에서 '집단의 이야기histoire collective'로 발전하면서 갈수록 형식이 복잡해져 한명의 주인공의 모험담aventure protagoniste unique에서 몇몇 인물들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복수의 모험담aventure plurielle으로 변모하였다. R. I계열의 작품들이 보여주는 ‘통일된 이야기récit homogène’의 주요 서술기법은 미자나빔mise en abyme이었으며 『시간사용』 에서는 미자나빔과 예술작품묘사ekphrasis 를 거울유희에 결합시켰다. 이 거울의 기능은 글쓰기 작업의 본질을 밝혀내려는 기능이었다. 『단계』 부터 인용기법technique citatrice이 적극 사용되었으며, 인용은 서술적, 참조적, 구조적 기능들로 인해 서술자의 힘을 현저하게 절약할 수 있도록 해주며, 인용을 통해 독자도 좀 더 용이하게 텍스트를 이해한다. 인용의 체계적 사용으로 인한 작품의 상호텍스트성 intertextualité은 수용자récepteur의 문학적 지식에 따라 다양해지고 풍부 해진다. 『단계』 에 인용된 텍스트 자료집을 분석해 보면 상호텍스트의 서술기능의 예를 알 수 있었다. texte citant과 texte cité를 분리시키고 있는 개작거리distance parodique는 개작의 작동자(opérateur)로서 작용하며 texte-cadre에 새로운 장을 부여하였다. 『산마르코 대성당 기술』 의 각 인용구는 성당의 결정적 부분을 환기시키고 성당의 건축적 구성에 따라 텍스트 분할을 확고히 해준 구조적 서술기능을 하였다. 뷔토르의 모든 작품들은 지속적으로 보완되어야 할 파편적 텍스트textes fragmentaires 들이다. 『시간사용』 의 윤창곡식 구조는 르벨의 탐정식 탐색이 실패한데서 기인한 수많은 빈틈을 보여주었고, 『단계』 는 <아메리카의 발견>이라는 역사·지리수업을 완벽히 묘사하고자 하였으나 화자의 죽음으로 실패하였으며, 베네치아 성당의 모든 풍요로움들을 충실히 재현하기는커녕 『산마르코 대성당 기술』 은 완성되지 않는 빈틈이 있는 삽화를 보여주었다. R. II계열부터 이야기 형식에 강조점이 주어지긴 하지만 스토리의 내용이 그것 때문에 뒷전으로 쫓겨난 것은 아니며, 텍스트의 지시기능fonction référencielle은 유효하다. 왜냐하면 뷔토르의 텍스트는 독자가 파악하지 못한 현실을 깨닫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뷔토르 작품들을 특징짓고 있는 일정한 형식구조는 틀이 되는 바탕 텍스트에 일련의 계층화된 동위원소 블록이 동질이형의 콜라주를 유기적으로 구성하면서 동시에 스토리도 보장해준다. 작품의 일화와 형식의 진화에도 불구하고 뷔토르는 자신의 텍스트 전체가 하나의 ‘모빌 텍스트texte mobile’가 되길 원했다. 그것은 문학의 대화개념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그는 자신의 작품들이 서로 대화하는 거대한 ‘도서관Bibliothèque’에서 시작되어 쓰여지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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