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전체 메뉴
PDF
맨 위로
OA 학술지
The awareness of old age and the image of aged people appeared in television drama TV 드라마에 나타난 노인 이미지와 노년에 대한 인식
  • 비영리 CC BY-NC
ABSTRACT
The awareness of old age and the image of aged people appeared in television drama

본 연구는 노인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노인의 이미지와 노년에 대한 인식을 T.V. 드라마를 통해 살펴보고자 하였다. T.V. 드라마는 대중매체가 갖고 있는 특성상 일반 대중들의 공유된 경험을 제공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사람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사람들의 생각이나 이미지가 담겨있다. 이 시대 노인에 대한 연구를 위해 시트콤을 선택한 것은 시트콤이 다른 장르의 드라마에 비해 30분 내외의 짧은 시간 동안 극 진행을 위해 정형화 된 인물에 의존하기 때문에 노인의 역할과 비중이 일반 드라마에 비해 높다. 그래서 2006년 11월부터 2007년 7월까지 방영되었던 <거침없이 하이킥>을 그 대상으로 삼았다. <거침없이 하이킥>은 시청률이 20%에 이르는 인기 시트콤으로서 이혼, 취업난, 나이듦 같은 우리의 일상이 잘 담겨있다. 특히 순재와 문희로 대표되는 이 시대 남녀 노인들의 모습을 개성적으로 그려냈다. 순재는 한의사로 현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같은 일을 하는 며느리에게 밀려 겨우 자리만 유지하고 있다. 문희도 육아와 가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며느리는 신지식을 내세워 자존심을 건드린다, 그런데 큰 아들은 직장이 없고 작은 아들은 이혼하고 그래서 모두 함께 살고 있어 두 노인 모두 일을 해야 한다. 게다가 이들 노인 세대는 일하는 것을 삶의 중요한 가치로 알고 살아왔기 때문에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이 쓸모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도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노인은 일정한 시기에 이르면 일에서 물러나 쉼을 갖는 것을 당연시했으나 오늘날의 노인들은 일에서 놓여날 수가 없다. 그리고 시대가 노인의 노동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더군다나 은퇴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암묵적으로 은퇴를 강요하는 사회와 은퇴를 할 수 없는 상황 사이에서 일하는 노인의 딜레마가 있다. 세상이 빠른 속도로 변하면서 문명과 기술의 발전 속도는 놀랍다. 새로운 문명과 기술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인들은 소외감으로 인해 폭력적으로 변해간다. 그래서 새로운 개념인 폭주노인이 등장하고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KEYWORD
An aging society , Sitcom , Retirement , Outrageous senior citizens , A sense of alienation
  • 1. 들어가며

    미국의 정치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노인 인구 폭탄’을 맞고 있다고 표현하였던 것처럼 오늘날 노인층의 증가 속도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1968년 폴 에를리히가 『인구폭탄』에서 무슨 대책을 세워도 1970~80년대에 수억 명의 인구가 기아로 사망할 것이라는 예견을 했던 것과는 다르게 세계의 인구 증가율은 1960년대 2%대에서 현재 1%대로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많은 나라에서는 인구감소마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U.N.은 앞으로 40년간 세계인구 규모가 현재 69억 명에서 91억 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데 이것은 출생률의 증가 때문이 아니라 노인인구가 늘어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1세기 중반에 이르면 전 세계에서 5세 이하의 인구는 4900만 명으로 줄어들고 노인인구는 12억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 세계 59개국이 현재 인구 수준을 유지하기에 부족한 출생률을 보이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00년에 이미 고령화사회1)로 진입했으며 2018년경에는 노인인구 비율이 14%를 넘어 본격적인 고령사회로 접어들 것으로 통계층은 예측하고 있다.

    심지어 이러한 노인 인구의 폭발적 증가는 고용정보원에서 “2020년이 되면 우리나라 경제 활동 인구 10명 중 2명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일 것이라는 전망”2)을 내놓았다.

    이와 같은 노인 인구의 증가와 맞물려 노인이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과 같은 대중매체의 주소비자가 되었고 이들 매체에서 노인이 예전에 비해 비교적 자주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중매체는 현대사회에서 일반대중의 일상을 지배하고 일반대중 간의 공유된 경험을 제공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사회구성원 대부분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현대인은 대중매체를 통해 수많은 정보를 얻으며 정보에서 나오는 의미 내지 이미지를 별 생각 없이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므로 그만큼 대중매체가 일반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고 할 수있”3)으며 특히 T.V. 드라마는 수상기의 폭발적 보급과 아울러 제작 편수의 증가로 인해 우리의 일상 안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노인이 등장하고 있지만 본 연구에서는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노년의 이미지를 살펴보고 그것을 토대로 노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연구해보고자 한다.

    “텔레비전은 연령, 성별, 등 다양한 집단의 사회적 지위를 상징적으로 부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텔레비전이 반복적으로 묘사하는 노인의 모습은 노인 집단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주로 수행하며 노인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가져야 하는가 등을 정의하는 힘도 가지”4)기 때문에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노인들을 통해 이 사회와 시대가 빚어낸 노인의 이미지와 노년에 대한 인식을 찾아낼 수 있다.

    대개의 경우 TV 드라마에서 노인의 역할은 가족 구성원의 일부로서 다루어 지고 있을 뿐 주요한 인물로서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주도적 캐릭터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시트콤(sit-com)에서 노인들은 우리나라 시트콤의 특성상 가족의 이야기가 많고 노인을 보조적 인물로 인식하기보다는 극의 전개상 주도적 인물로서 주변과 소통하기도 하고 때로는 부딪히기도 하는 다양한 인물로 그리고 있다. 시트콤은 그 특성상 30분 내외의 시간 동안 웃음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인물들이 일반 드라마나 영화 보다 정형화된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도 가족시트콤이 지향하는 것이 “어떠한 갈등이 생겨도 견고하게 가족의 현상을 유지하는 것”5)이므로 노인들이 다른 캐릭터에 비해 약화되어 있지 않고 드라마 내에서 다른 캐릭터와 같이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설정되어 있다. 물론 시트콤의 특성상 인물의 과장이나 희화화는 일반적이지만 없는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를 강화하여 표현할 뿐이다.

    그리고 시트콤은 “오락과 풍자로 동시대의 시사성을 가지고 있”으며 다시말해 “시트콤 속에 시대의 변화에 맞는 사건, 사회관계, 인간 내면 심리가 들어가 있”6)기 때문에 시트콤의 등장하는 노인들을 분석함으로써 이 시대의 노인이미지와 노년에 대한 인식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본고에서 노인의 이미지와 노인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는데 시트콤이 적절한 대상이 될 수 있다. 가족 시트콤 중에서도 <거침없이 하이킥>은 “한국 가족 관계의 변화상을 절묘하게 짚어내며 이데올로기의 유연성을 확보하며 한국 가족 시트콤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였으며 “한국형 가족 시트콤의 장르적 관습을 따르면서도 사회 변화와 대중의 입맛에 맞게 서사구조와 캐릭터를 진화”7)시켰다는 점에서 이 시대의 노인의 이미지와 노년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는데 적절하다고 여겨진다.

    이 연구를 위해서는 한국 가족시트콤의 성립과 특징, 우리나라에서 가족 시트콤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거침없이 하이킥>을 전체적으로 조감해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1)“29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현재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1.0%로 1970년 3.1%, 2000년 7.2%에 이어 증가세다. 이 증가세는 더 가팔라져 2018년에는 14.3%, 15년 뒤인 2026년에는 20.8%로 초고령 사회를 맞게 된다.” 『연합뉴스』, 2011년 9월 29일. “2007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에 노령인구(65세 이상)비율이 전체 인구의 7%가 넘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2018년경에는 노령 인구가 14%를 넘는 ‘고령 사회’로 접어들며, 2026년부터 다시 20%를 ‘초 고령 사회’로 넘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북 데일리』, 2010년 7월 19일, ‘  2)『매일노동뉴스』, 2011년 9월 27일, ‘  3)김수영·모선희·원영희·최희경, 『노년사회학』, 서울: 학지사, 2009, p.261.  4)Gerbner, G. "Cultivation analysis: Overview", Masscomunication and Society, 1(3/4), 1998, pp. 175-194. 양정혜, 「TV 광고가 재현하는 고령화 시대의 노인」, 『커뮤니케이션 이론』, 한국언론학회, 제 7권 1호, 2011, p.75에서 재인용  5)김영성,「한국가족시트콤연구」<순풍산부인과>와 <거침없이 하이킥>을 중심으로」,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사학위논문, 2008, p.25  6)김민솔,「시트콤 장르의 희극적 특성에 관한 연구: <지붕뚫고 하이킥>을 중심으로」,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석사학위논문, 2010, p.1  7)위의 논문, p.85

    2. 한국 가족 시트콤과 <거침없이 하이킥>

    처음 미국에서 시작된 시트콤은 시츄에이션 코메디(Situation Comedy:상황희극)의 줄임말로 ‘드라마와 코미디의 혼성 장르’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1950년대부터 인기를 누린 장르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993년 <오박사네 사람들>로 부터 비롯8)되어 지금까지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1995년 은 미국 가족 시트콤인 <코스비 가족(The Cosby Show)>의 형식을 빌어 제작되면서 인기를 끌게 되었고 우리나라의 시트콤이 가족 시트콤이 주류를 이루는 쪽으로 고착하게 만들었다.9)

    서양의 시트콤이 코미디를 기반으로 시작하여 코믹 홈드라마로 발전하였던 것과는 다르게 우리나라의 경우는 <한 지붕 세 가족>과 같은 코믹 홈드라마10)에서 시트콤이 발전했기 때문에 대중에게 친숙한 소재와 구성으로 짜여진 가족 시트콤이 활발11)한 특징을 갖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시트콤이 가족 시트콤만 있는 것은 아니고 1996년 제작된 <남자 셋 여자 셋>같은 청춘 혹은 로맨틱 시트콤이 있으며 이외에 직장시트콤 등도 있다.12).

    우리나라에서 시트콤 출발이 <오박사네 사람들>이라고 앞서 지적하였는데이 시트콤은 오박사네 일가를 중심으로 하여 그들의 가정과 직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코믹하게 그렸다. 이후 우리나라에서 시트콤은 가족 시트콤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가족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고정된 등장인물인 가족들이 그들의 가정과 직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희화화하여 코미디보다 플롯의 요소를 강화한 가족 시트콤은 “고정된 등장인물과 배경을 바탕으로 해서 일반적으로 25분에서 30분에 이르는 연속물”로 “스튜디오 중심으로, 매회 같은 출연자들이 주로 가정이나 직장이라는 고정된 무대를 배경으로, 매회 독립적인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엮어”가며 “내용 면에서도 단순하고 가벼우며, 명랑하고, 덜 설교적이고, 비교적 다양한 연령층에 어필한다는 특성 속에 웃음을 창출”13)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리고 가족 시트콤은 가족 모두가 볼 수 있는 무난한 내용으로 주로 수직적 관계에 있는 가족, 다시 말해 조부모, 부모, 자식에 이르는 인물들이 벌이는 해프닝을 사건으로 만든다.특히 아버지나 가장의 권위는 조롱이나 웃음거리가 되는 것 또한 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거침없이 하이킥>은 MBC에서 김병욱 연출로 제작, 2006년 11월부터 2007년 7월까지 방송되면서 시청률 20%에 이르는 대중적 인기를 누렸던 시트콤으로 ‘하이킥 신드롬’까지 일으켰던 가족 시트콤이다. 연출가 김병욱은 으로 데뷔한 이후 <순풍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똑바로 살아라>를 제작하면서 ‘사람들의 인간적 내면을 다루어’서 주목을 받았고 <거침없이 하이킥>과 <지붕뚫고 하이킥>을 통해 ‘한국적 삶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거침없이 하이킥>은 이후 가족 시트콤의 전형으로 그 서사구조와 캐릭터를 답습한 시트콤들이 재생산되고 있다.

    가장인 이순재를 중심으로 부인 나문희, 며느리 박해미, 그리고 아들인 준하와 민용, 손자 민호, 윤호, 그리고 이혼한 민용의 처 신지와 손자 준이의 일가가 벌이는 해프닝을 보여주는데 특히 등장인물의 형상화가 뛰어나 ‘야동 순재’, ‘식신 준하’, ‘주몽 해미’, ‘꽈당 민정’등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들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일상이 늘 우습고 즐겁지만은 않다. 그들의 모습에는 취업난, 나이듦, 이혼과 같은 우리의 일상이 담겨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하이킥에 공감한다.”14)

    본고는 <거침없이 하이킥>의 등장 인물 가운데 노인인 이순재와 나문희의 캐릭터 분석을 통해 노인 이미지와 현재 한국 사회의 노년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려고 한다.

    8)김영성은 위의 논문 p.4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시트콤이 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2005년 한국 극예술연구 22집에 수록된 김태현의 논문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의 내러티브 분석」에서는 한국 최초의 시트콤을 <오박사네 사람들>로 소개하고 있다. 이 두 시트콤을 확인해 보았더니 은 김병욱 연출로 SBS에서 1995년 7월 10일부터 1996년 6월 28일까지 방영되었으며 <오박사네 사람들>은 주병대 연출에 의해 역시 SBS에서 1993년 2월 18일부터 1993년 10월 17일까지 방영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최초의 시트콤은 <오박사네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9)김민솔, 앞의 논문, p.14  10)코믹홈드라마와 시트콤은 내용이나 주제에서 비슷하지만 코믹홈드라마와 시트콤이 추구하는 목표는 상당히 다르다. 코믹홈드라마는 시트콤에 비해 훨씬 현실적이고 가족애나 인간미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등장인물도 덜 비틀려 있다.  11)김영성, 앞의 논문, p.4  12)김민솔, 앞의 논문, p.14  13)김영성, 앞의 논문, p.14  14)『세계일보』, 2007년 2월 4일

    3. <거침없이 하이킥>에 나타난 노인 이미지와 노년에 대한 인식

       3. 1. 일하는 노인

    노인은 과거 농업 사회에서는 사회적 어른으로 대접을 받았지만 산업화를 거쳐 정보화 시대에 접어든 오늘날 무기력한 사회적 약자로 전락하였고 이전에 이상적인 노년의 유유자적함이나 관대함은 노인에게 허락되지 않는다.

    그리고 앞서 지적한 바대로 노인 인구의 증가는 인구의 고령화로 이어져 65세 이상의 노인도 은퇴를 하지 못하고 여전히 경제활동을 해야만 한다. 세계적으로 출산율은 떨어지고 인간의 수명은 점점 늘어나는데다가 제 2차 세계대전이후 베이비 붐 세대의 노화에 따라 노인 인구의 비율은 높아지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노년의 부모를 당연히 자식이 모시고 살면서 경제적 책임까지 지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이제는 노인들이 더 이상 자식의 봉양을 받을 수 없게 되었고 연금과 같은 사회 제도에 의해서도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노인들은 은퇴 이후에도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일도 많아졌다.

    그래서 노인 일자리 확대를 위한 제도가 만들어지고 일하는 노년이 아름답다는 사회적 이데올로기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은퇴 이후의 삶은 쇠약해진 육체가 갖가지 질병에 시달리는데다가 빈곤의 문제까지 겹쳐지면서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그래서 사회참여나 여가활동을 위한 일자리 보다는 생계를 위한의 일자리에 대한 노인들의 욕구는 점점 커져가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16) 심지어 생산인구가 줄어들면서 노동력 확보를 위해 정년이 연장되고 일하는 노인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노인에게는 풍요로운 여생(餘生)17)이 주는 여유조차도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노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년의 노동력이 필요한 사회는 노인들에게 일을 하도록 하고 있으며 노동을 궁극적인 가치로 여기는 근대적 가치관은 노인을 노동의 현장에서 물러날 수 없게 하고 있다. “생산력을 지고의 가치로 간주하는 현대적인 관점을 받아들였을 때, 노인은 어떤 존재일까? 노인은 생산력을 상실한 쓸모없는 존재”18)라는 인식이 노인들을 서글프게 하며 그래서 현역의 삶을 살고 싶어 한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이순재는 한의사이지만 임신한 사람을 “사기가 저체되고 기혈이 응체되”고 “비장이 울결되어 위의 음기가 손상된” 기체라고 오진을 하고는 며느리와 환자 앞에서 부끄러워 자신의 진료실로 도망치듯 돌아온다.

    이어 아들인 준하가 친구하고 산에 다녀오다 두 사람 모두 발목을 삐어 순재의 한방병원으로 침을 맞으러 오는데 해미가 먼저 준하 친구의 발목에 침을 놓고 있다. 순재는 기다리고 있는 준하에게 침을 놓아주려고 하지만 기다렸다 해미에게 맞겠다고 하고 해미도 순재에게 퇴근을 권한다. 이에 오기가 발동한 순재는 “이순재 너 이제 완전히 깍두기가 된 거냐? 그런데 …… 진맥은 그렇다 쳐도 침은 원래 니 전공이잖아? 이제 침까지 며느리한테 밀린 거냐? 침은 니 마지막 자존심이었는데 그것도 자신이…… 있어! 왜 없어!”라며 준하에게 침을 놓는다.

    순재는 자신의 한의사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그 일이야말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주는 것이어서 은퇴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현실은 순재에게 가혹하기만 한데 105화에서 드러난 사실은 순재에게 침 맞은 할머니가 입이 돌아가 순재의 별명이 입 돌아가게 하는 돌팔이 즉 ‘입돌이’였다는 것이다.

    그런 저런 이유로 순재를 찾는 환자는 없고 상대적으로 해미의 환자는 언제나 대기실에서 북적인다. 중간에서 해미의 환자를 가로채보려 하지만 번번이 거절당한다. 순재는 환자가 없는 자신의 진료실에서 졸면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손자인 민호의 친구 범이는 순재가 심심해할까 봐 인심을 쓰듯 진료실로 놀러오기도 한다.

    한의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해미가 결혼하기 전 준하와 함께 순재의 꼬질꼬질한 옛날식 한약방에 인사를 하기 위해 찾아와 한약방이 “너무 낡고 어둡고…… 위생에도 좀 문제가 있어 보이고…… 약재실이랑 진료실도 분리하는게 좋”19)다며 병원 리모델링을 제안한다. ‘한방도 변화하지 않고는 경쟁력이 없다’는 해미의 생각을 쫓아 병원을 신축하고 ‘이순재 여성 전문한방 병원’으로 간판을 바꾸어 단다. 간판을 본 순재는 자신이 여성전문이 아니라고 하자 해미는 자기가 여성전문이라며 걱정 없다는 듯 말하지만 순재는 당황스럽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세상에 순재가 갖고 있는 기술과 지혜는 낡은것이다. 여전히 한의원에서 원장의 직함을 갖고 있지만 자신을 찾는 환자가 없는 서글픈 현실을 인식하며 스스로를 ‘쓸모없는 놈’이라 생각한다. 젊고 유능한 한의사인 며느리 해미와 비교해 보면 자신은 더욱 초라하고 무능력해 보이는 것이다. 며느리 덕에 한의원이 유지되면서 원장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도 순재에게는 버겁다.

    그런데 아침 생방송에 출연하는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생방송 중 실수를 연발하다가 결국 쓰러지고 마는 망신을 당하고 결국 간판을 ‘이순재 여성 한방병원’에서 ‘이&박 여성 한방 병원’으로 한의원 간판을 바꾸어 다는 굴욕을 당한다.

    노인은 아직도 자신이 현장에서 잘해낼 수 있다고 믿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현장에서 밀려나는 것이 씁쓸하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 우리 시대의 노인들은 일을 해야만 하고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때가 되었으니 후배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나가라며 은퇴를 권유한다. 순재는 이런 현실에서 자신의 한의사라는 정체성과 삶의 원천을 포기할 수 없어 미적거리며 환자가 없는 빈 진료실을 지루하게 지키고 있다.

    게다가 큰 아들 준하는 직장도 없이 집에서 주식을 사고파는 일을 집에서 하고 있지만 실적이 신통치 않고 작은 아들 민용은 학교 체육 선생이지만 이혼한 후 갓난 아들까지 데려 와 순재네 집에 얹혀살고 있는 실정이다. 며느리 해미가 한의원 경영을 잘하고 있지만 순재도 이 집안의 가장으로서 돈을 벌어야 한다.

    최근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65세 이상의 고령자 중 적지 않은 수가 은퇴를 하지 못하고 경제활동에 참가하고 있는데 10명 중 3명이 일을 하거나 구직 중에 있다고 한다. 이 수치는 경제 개발 협력 개발 기구 (OECD) 국가 중아이슬란드 36.2%에 이어 29.4%로 두 번째이며 고령자가 일하는 시간에 있어서도 하루 평균 14분인 영국에 비하면 상당히 긴 1시간 39분에 이른다.20) 고령자가 은퇴하지 못하고 경제활동을 계속하는 이유는 은퇴 후의 노후 대책이 준비되지 못한 이유가 가장 크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이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면 자식을 낳아 기르며 교육을 시켜야 하며 자식을 결혼시키고 난 후에 비로소 그 짐을 벗을 수 있다. 그러나 그때쯤 되면 부모는 직장에서 은퇴할 나이가 되고 자녀 양육에 혼신의 힘을 쏟다 학업, 직장, 결혼 등으로 집을 떠나 홀가분해지는 시기를 맞아 ‘빈 둥우리(empty nest)'가 되는데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많아지고 이혼이나 실직을 이유로 가족을 데리고 집을 나갔던 자식들이 부메랑21)처럼 돌아온다.

    은퇴를 해야 하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의든 타의든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순재는 강박적으로 일을 하면서 가장으로서의 자신의 임무를 다해보려 애를 쓰지만 현대 사회에서 정보 부족과 새로운 사회 환경의 부적응 등으로 젊은 사람들에게 매번 웃음거리가 되거나 빈축을 산다.

    그러나 순재에게 일하는 유효기간이란 없다. 무능한 한의사라는 주변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그만둘 수 없다. 육체적 노화와 함께 새로운 기술과 정보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굳건하게 자신의 일을 포기하지 않는 순재에게 은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순재가 주식투자 때문에 아들인 준하의 컴퓨터를 켜고 우량주라는 폴더를 클릭하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우량주라는 폴더가 사실은 준하가 위장해 놓은 야동(야한 동영상)이었고 그것을 본 순재는 놀라지만 곧 큰 관심을 갖고 식구들이 외출한 사이 야동을 불러낼 작정으로 컴퓨터 앞에서 “야동, 야동”하며 실제로 부른다. 불러낸다는 말을 말 그대로 이해해 소리를 내어 불러보는 순재에게서 새로운 정보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몰래 야동을 보다가 식구들에게 들키는 순재는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야한 것이나 밝히는 그런 존재로 표현함으로써 어른으로서의 권위나 체면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노인에게 기대하고 있는 것, 노인이라면 욕망으로부터 자유롭고 자애로운 존재여야 한다는 것을 은연중에 품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제적인 이유로 노년에도 일을 해야 하는 현실에서 ‘일하는 노년이 아름답다’는 슬로건은 노인을 더욱 강력하게 일자리로 내몬다. 그러나 무욕을 노년의 상징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노인의 욕망은 금기시 되고 욕망을 드러내는 노인은 풍자의 대상이다. 일은 젊은 사람들처럼 하지만 욕망은 젊은 사람들처럼 가져서는 안 되는 존재가 이 시대의 노인인 것이다.

    유가(儒家)에서는 지금까지 살아온 노인들의 삶을 존중하고 그들의 ‘쉼’을 존중하지만 근대적 세계관은 노동을 궁극적 가치로 추구23)하기 때문에 현대의 노인들에게 쉰다는 것은 곧 쓸모가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육체적, 정신적 노쇠와 아울러 세계의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인들에게 젊은 사람들처럼 일을 강요하는 아이러니가 노년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인 것이다.

    순재의 아내 문희도 노인이지만 남편과 큰아들 부부, 손자 두 명, 이혼하고 갓난아이까지 데리고 돌아온 작은 아들 등 대가족의 생활을 책임지고 있다. 그녀의 공간은 대개의 경우 주방에 있고 늘 갓 난 손자 준이를 등에 업은 채 음식을 하거나 설거지, 빨래 등을 하고 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노인이 되어도 자의든 타의든 육아와 가사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여성은 노인이 되어도 남성 노인들과 달리 자식들과 돈독한 유대감을 유지할 수 있다.

    문희는 <거침없이 하이킥>의 전 회에 걸쳐 대부분 준이를 업은 채 가사 일을 하고 있는데 그런 문희의 모습은 우리 시대 노년의 여성들이 육아와 가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할머니 문희는 가족의 식사와 빨래, 청소 그리고 육아를 통해 가족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갖고 있으며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하고 있는데 며느리 해미는 그런 문희에 대해 비위생적이라며 잔소리를 한다.

    의사 가운을 입은 그리고 경제력도 있는 며느리가 자신의 일터인 주방에 와서 걸핏하면 말을 자르고 수시로 간섭을 한다. 문희는 지금까지 집안일을 잘해 왔는데 며느리에게 자신의 무지를 수시로 지적 받으며 자존심을 다치지만 그렇다고 일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문희에게는 가사 일을 하는 것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고 삶의 원천이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노년의 지혜 보다는 새로운 지식이 더 유용한 것이고 그래서 노년의 지혜를 부정한다. 가사와 육아에서 은퇴라는 말은 문희와 같은 여성 노인에게는 의미가 없다. 인간은  “자연적으로 은퇴가 아닌 생존하기 위해 설계되”어 있으며 “유전적으로 생존을 위해 싸우도록 태어났”24)기 때문에 인간에게 은퇴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그냐는 것처럼 문희는 자신의 일을 놓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이를 먹어도 삶의 현장을 떠나지 않고 죽을 때까지 일을 하는 것이 맞다. 그렇지만 “은퇴는 좀 더 젊고 건강한 사람들에게 그 자리를 내주려고 만들어졌다. 사실상 은퇴는 필요 이상으로 나이가 들어버린 사람들을 사회에서 제거하는 수단”25)이라는 지적처럼 은퇴가 다르게 인식되기 시작한데다가 현장에서 노동을 할 수 있는 인구가 줄어들면서 노인 노동력의 필요가 커지고 그러면서 노년에 대한 인식이 은퇴 보다는 일하는 쪽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해미는 문희가 해왔던 가사일의 경험과 지혜 보다는 자신이 익힌 과학적 지식이 옳다고 믿으며 가르치려고까지 든다. 해미의 노인을 무시하는 태도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자기 방식대로 일을 해내는 노인이 문희다.

    29화에서 식구들이 식탁에 앉아 불고기가 달다, 잡채가 짜다며 문희를 탓하고 남편인 순재는 “할망구 이제 부뚜막 에미한테 내줘야겠어. 에미가 훨씬 낫네……”라며 핀잔을 주고 해미가 다시 양념한 불고기와 잡채를 먹으며 순재가 월씬 낫다고 하니까 준하는 해미를 가리키며 “이 사람은 머리가 좋아서 그런가 금방금방 따라 하더라구요”라는 말을 해 문희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그런 광경을 바라보던 문희는 힘이 빠져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실의에 빠진 문희는 해미가 김치를 같이 담그자고 하자 “김치…… 니가 알아서 담아라.” “……니가 더 잘하잖아. 나는 뭐……”하며 또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들어오다 해미가 김치 담그는 것을 본 작은 아들 민용은 “우리 집 김치는 누가 뭐래도 엄마 손맛인데”라며 문희에게 김치를 담글 것을 청한다.

    이렇게 문희는 음식 때문에 자존심이 상해 요리를 포기하고 싶어 한다. 민용은 그런 문희에게 “엄마가 적어도 요리에 관한한 이렇게 자존심도 없는 줄 몰랐”다며 “형수 밑에서 시다바리나 하면서 지내…… 김치는 엄마 마지막 자존심 아니야?”라며 자극을 준다.

    인간은 타인의 인정을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한다. 노인도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인정받았을 때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점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문희는 민용이 자신의 음식 솜씨를 인정해주자 힘을 얻어 “나 민호에미(해미) 시다바리하기 싫어…… 아직은 그럴 나이 아니잖아.”라며 김치 담그기에 결연하게 도전한다.

    김치 담그기를 위해 재료를 구입하러 시장에 간 문희는 배추, 무, 새우젓, 고추 가루를 사는 데 장인과 같은 태도로 임하고 배추를 절이고 속을 넣기 위해 채를 써는 데도 채칼을 거부하고 손으로 썬다. 그리고 마지막 비법으로 매실액까지 넣으며 비장하게 김치를 담근다. 해미가 주방에서 김치를 담그는데 문희는 옥상에서 민용을 데리고 담아 내려온다. 해미의 김치 옆에 자신의 김치를 내려놓고 식구들의 반응을 기다리는 문희, 식사가 끝난 뒤 해미의 김치는 반이나 남아 있지만 자신의 김치가 싹 비워져 있는 모습을 보고 흐뭇해 한다.

    문희는 주부경력 42년 차 베테랑으로 가사 일은 누구보다도 잘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녀에게 김치 담그기는 그 누구보다도 잘 할 수 있는 일이며 결코 그 일에서 물러날 수 없는 것이다. 문희는 늘 손자를 등에 업고 집안일을 능숙하게 하며 그것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는다. 번번이 젊은 며느리에게 위생적이지 못하고 가족들에게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인다는 문제로 지적을 받지만 가사 일을 계속해야만 한다. 그녀에게 은퇴란 없다. 그녀에게 은퇴란 죽음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은퇴라는 개념을 거부하는 사람의 수가 늘고 있다”26)는 말처럼 문희는 젊은 며느리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쉬기 위해 현장에서 물러날 수 없다. 이 시대 노인들은 일하는 것, 노동에 대한 집착을 통해 삶의 의미를 갖는다.

    <거침없이 하이킥>은 은퇴하지 않는 노인, 아직 현역으로 살고 있는 노인의 환타지를 문희를 통해 보여준다. 예전에는 노인이 일정한 시기가 되면 곳간의 열쇠를 내어주고 뒷방의 늙은이로 물러났다. 유교의 가르침을 이상으로 여겼던 우리 사회는 노인을 ”일을 그만두고 쉬도록 배려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노년기는 봉양 받아야 하고 존경받아야 하며 일에서 벗어나 휴식해야 하는 기간으로 인식되었다.”27)

    농업사회를 기반으로 했던 시기에 정립된 유교의 가르침에서 노인의 은퇴는 경로의 의미로 받아들여졌지만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화 사회에 진입한 지금 노인의 은퇴는 당연한 것이 아니다. 오늘날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은퇴하지 않고 일하는 노년이 자연스러운 것이며 사회적 이상이다.

    이것은 노년에 대한 이상과 전형이 시대와 사회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더 이상 노인은 은퇴하지 않고 자신의 일터를 포기하지 않고 젊은 사람들의 도전을 받으며 살아간다. 이것이 지금 우리 사회에 살아가는 노인의 모습이며 노인도 일을 해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다.

       3.2. 폭주하는 노인

    최근에 들어 노인들의 범죄행위를 다룬 기사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성폭행, 살인, 절도와 같은 범죄행위나 지하철 내의 막말, 욕설 그리고 폭력 등의 사고를 일으키는 노인에 대한 기사와 동영상 속에서 그들은 일반적으로 인자함이나 관대함의 노인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르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우리 보다 더 이른 시기에 발생하였는데 그런 노인들을 ‘폭주노인(暴走老人)28)’이라고 부르며 이것을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까지 보고 있다. 이러한 ‘신노인’이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이유를 사회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데 두고 있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순재는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노인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로 세상의 변화를 자기 방식대로 해석하고 행동한다. “모든 노인이 현명하고 지혜로운 것은 아니다. 살아온 시간에 비례하여 모든 것을 어느 만큼은 안다고 섣불리 지혜롭다고 할 수는 없다. 세상은 달라졌는데 달라진 세상을 자기 방식으로 해석해 버리고 행동하면 적절한 대응이 어려”30)운데 순재는 변화된 세상에 현명하고 지혜롭게 대처하기 보다는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온 방식대로 밀고 나간다. 결국 변화된 세상이나 가족을 이해하기 보다는 대상을 윽박지르거나 화를 내는 것으로 자신 밖의 세계와 충돌한다.

    해미가 한의원에서 상의 없이 가운을 바꾸고 일찍 퇴근하는 일이 생기자 불같이 화를 낸다.

    <거침없이 하이킥> 1화에서 순재는 일이나 식구들이 자기 맘대로 되지 않으면 화를 터뜨리고 식구들에게 폭군처럼 군림한다. 해미에게 가운을 원장인 자기와 상의 없이 바꾸고 일찍 퇴근했다고 화를 내고 아내 문희가 “상의도 없이 뽀글파마하고” 아들 준하는 “상의도 없이 주식을 팔고”, 벽에 걸린 가족사진은 “상의도 없이” 걸어 놓았고 거지같은 버려진 소파도 “상의도 안하고” 베란다에 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순재는 “좋아! 이제 이 시간부터 나랑 상의 안하고 뭔 짓하는 놈 있으면 나한테 아주 죽을 줄 알아! 알았어?”라며 식구들을 위협한다. 급기야 순재의 화는 절정을 향해 치달아 준하가 화장실을 가는데“화장실도 상의하고가!! 똥 누는 것도 상의해!”라며 억지를 부린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순재의 분노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전의 사회에서 노인의 의논의 대상이며 그가 가진 경험은 의미를 갖고 있었지만 급격한 사회변동은 노인을 소외시킨다. 노인이 되면 육체적 쇠약 외에도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것을 상실하”는데 직장과 배우자, 친구들 그리고 “자녀들이 장성하고 출가하면서, 가족 내에서의 지위에도 상실이 생기”31)게 되어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한다.

    순재가 분노하는 것은 집안의 가장이며 어른의 위치를 박탈당하는데서 오는 것이다. 첫 회의 에피소드에서 보여준 분노하는 순재의 이미지는 이후 전 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순재는 심지어 화가 나면 식구에게 발길질을 하고 봉을 휘두르는 등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기까지 한다. 해미에게 별것도 아닌 일로 버럭 거리는 순재의 심리 저변에 깔려 있는 감정은 열패감이다. 유능한 해미에게 자격지심을 느끼는 순재는 그녀가 하는 일들을 저지하지 못하고 늘 끌려 다닌다. 해미의 주도적 상황이 마음에 안 드는 순재는 열을 받고 화가 나지만 정작 대놓고 화도 내지 못하고 식탁을 꽝 친다거나 식구들에게 버럭 대는 것으로 표현한다. 가족들은 그런 순재의 모습을 보면서 노망이 났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문제를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는 것은 은근히 자존심이 상하고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혼자 가슴에 담아두고 걸핏하면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해소한다. 순재는 세상의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가 평생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왔던 가장의 위치도 불안하고 외롭다. 폭군으로 바라보는 가족의 시선 속에 고독한 순재는 일상에서 ‘아직도 나는 건재해.’라는 자기현시욕구에 시달리며 주변과 계속 충돌한다.

    <거침없이 하이킥> 초반 순재는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거나 거친 말을 사용하는 정도로 자신을 표현하지만 드라마의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발길질을 해대는 등 물리적 폭력을 쓰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준하가 술이 취해 들어 와 엄마 문희의 밥 먹는 양이 줄었다며 슬퍼하는 모습을 본 순재는 발로 차며 “놀구 있네 놀구 있어…… 얌마 니 엄마가 아무리 양이 줄어도 나보단 많이 먹어. 이 자식아!”에 이어 발로 마구 차며 “이 자식아~ 이 나쁜 놈아~ 내가 밥을 얼마나 쪼금 먹는데~ 나는 왜 걱정 안 해. 왜~”라며 절규한다.

    폭력적인 순재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소외감32)이다. 순재는 살아온 시간만큼 경험이 많고 경험에 의존해 살아온 세대이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사회는 이러한 과거의 경험보다는 신기술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노인들은 더욱 위축된다. 새로운 시대의 적응에 실패한 노인이 사회적 부적응자로 전락하게 되면서 가치 없는 인간이라는 스스로에 대한 분노가 타인과 세상을 향해 표출될 때 폭력적이 된다.

    순재는 나갔다가 들어오는데 소파에서 자는 아들 준하를 쇠봉으로 엉덩이 마구 찌르고, 방귀 뀌는 준하를 식탁에서는 숟가락으로 강타하고, 발로 차고 손자들이 싸우는데 발길질하거나 야구 방망이를 들고 나온다.

    100화 씬/8 주방 (D)

    순재, 해미, 준하, 문희, 윤호, 민호, 범이 밥 먹고 있다.

    ……

    순재 이 자식이 이거. (숟가락으로 범이 머리 때리는) 다 봤어! 이게 어디 밥상머리에서 주먹을 날리고!

    범 아!

    순재 너나 그만 쳐 먹어! 쟤는 아침이라도 먹고 오지, 너는 임마 뭐야 도대체!

    윤호 아하하…… (고소한 듯 웃는데)

    순재 (숟가락으로 윤호 머리 때리는) 넌 뭘 웃고 앉았어? 친구가 맞는데!

    윤호 아!

    민호 (큭 웃는데)

    순재 이것두 이것두 똑같애. 지 동생이 맞는데 뭐가 좋다고 킥킥이야?

    (숟가락으로 때리고)

    민호 아!

    38화 씬/ 15 거실 (N)

    순재 이 자식이 (머리통 때리는) 지가 무식한 걸 갖고 왜 큰 소리야 공부 좀 공부 좀 이 놈아. (머리통 마구 때리는)

    순재는 손자들에게조차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숟가락으로 주먹으로 마구 때리고 발로 차고 자기를 못살게 구는 친구에게는 “저 자식 저거 진짜 확 패주고 개 값 물어줘?”라며 혈기를 부리는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식구들에게 독재자처럼 걸핏하면 폭력을 휘두르고 식구들과 뉴스를 보면서 시끄럽다고 화를 낸다. 가족끼리의 대화에 “시끄러워! (짜증내며 볼륨 키우는) 말하지 마! 지금부터 아무 말도 말하지마! 입 열면 가만 안둬!”라며 일방적으로 화를 내는 순재는 인자한 노인의 캐릭터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가족들과 의견을 나누며 생각의 차이를 좁혀가는 것 보다는 가장의 권위를 이용해 가족들을 몰아 부치는 것으로 자신의 권위를 지켰다고 생각하는 순재의 모습을 통해 대화의 방법을 몰라 끝내 가족으로부터 소외되는 남성 노인의 이미지를 <거침없이 하이킥>은 희화화해서 보여준다.

    휴대폰이나 인터넷은 순재와 같은 노인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영역이다. ‘야동 순재’ 에피소드에서 야동을 불러낸다는 의미를 실제로 ‘야동 야동’하고 소리 내어 부르는 모습은 현대문명에서 소외된 노인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순재가 못된 중학생에게 침을 아프게 놓자 앙심을 품은 그 학생이 순재에게 굴욕적인 문자를 보낸다. 휴대폰에 전송된 문자를 이해 못하고 문자도 못 보내는 순재. 노트북에 바이러스가 먹었다고 손자들이 말하는 것을 침이 튀어 실제 바이러스가 먹었다고 생각하는 순재. 그것을 빌미로 노트북을 바꾸려는 손자들에게 속아 넘어가는 순재. 휴대폰 벨소리 바꾸기를 못해 손자들에게 돈을 뜯기는 순재. 시트콤에서 캐릭터를 과장하고 희화화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문물에 적응하지 못하는 순재는 우리 시대 남성 노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여성 노인 문희는 순재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새로운 문물에 호의적이며 적극적이고 변화에 민감하다.

    순재는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미국행 비행기에서 망신을 당하지만 문희는 미국을 가기 전에 간단한 영어회화를 배워 영어로 말하는데 문제가 없다. 여성노인은 남성 노인에 비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데 유연하다. 순재는 휴대폰에서 문자 보내기 기능도 모르지만 문희는 속도는 느리지만 문자를 보내기도 하고 운전도 한다. 이것은 물론 여성이 갖는 일반적인 특성에서 비롯되기는 하지만 이렇듯 여성 노인은 남성노인에 비해 세상의 변화에 비교적 잘 적응할 뿐만 아니라 가족과의 관계도 육아나 가사의 조력자로서 자신의 역할이 있기 때 문에 가족 내에서 자기 위치가 확고하고 따라서 소외로 인한 외로움도 덜하다. 그런 연유에서 여성 노인은 자신의 주변과 마찰이 적고 갈등이 일어나도 남성 노인인 순재처럼 폭력적이기 보다는 소심한 복수를 통해 해소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순재를 통해 우리 사회에 잠재해 있는 노인 폭력의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사람이나 문명에 의한 노인들의 소외가 심해질수록 비뚤어진 자기현시의 욕구든 아니면 참을 수 없는 분노의 표출이든 쉽게 폭력이라는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폭력적인 노인이 등장하는 것은 노인들의 소외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신호인 것이다.

    예전의 노인들은 자신들의 경험이 젊은 사람들에게 존중되었고 집안의 중심으로 대소사를 결정하는 존재였기 때문에 소외감이 적었지만 이 시대의 노인들은 세상의 빠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새로운 문물과 기술이 낯설고 두려운 나머지 공격적으로 변해간다.

    화를 잘 내고 폭력적인 노인들이 많아지는 것은 예전 노인들에 비해 참을성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세상의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소외된 노인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15)『경향신문』, 2010년 10월 14일. 경향닷컴  16)“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들을 위한 취업제도 개선 방안이 마련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 노인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확대하고 취업을 원하는 노인들이 고용시장에 오래 머물 수 있게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해 보건복지부와 노동부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시사미디어』, 2010년 6월 23일. www.sisastoo.com.  17)김열규, 『노년의 즐거움』, 서울:비아북, 2009, p.152  18)홍승표, 『노인혁명』, 서울:상지사, 2007, p.73  19)3화 씬/28  20)『매일노동뉴스』, 2011년 9월 27일.  21)부메랑 키즈(boomerang kids)이 있는데 캐나다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 이리저리 떠돌다가 집으로 다시 돌아와 생활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캥거루족과 일맥상통한다.  22)시몬느 드 보부아르, 홍상희·박혜영 역, 『노년 1』, 서울: 책세상, 1994, p.11  23)이승연, 「儒家에 있어서 老人」, 『儒敎思想硏究』 42집, 한국유교학회, 2010, p.218  24)데이비드 보건·키이스 데이비스, 조경연 옮김, 『은퇴하지 않고 일하기』, 서울:넥서스BIZ, 2010, p.27  25)위의 책, p.18  26)앞의 책, p.33  27)김문준, 「유학에서의 ‘늙어감’에 관한 지혜」, 『철학』 106집, 한국철학회, 2011, p.3  28)“폭주란 폭력적이라는 뜻이다. 폭력은 힘이 연상되는 단어이고 노인이란 늙고 시들어가는 연결되는 단어인데 언뜻 부조화스러운 조어처럼 들린다. …… 사람들이 흔히 늙으면 육체적인 힘이 쇠락할지라도 더 분별력 있고 성격도 느긋해져서 삶이나 생각이 둥글둥글해질것이라고 생각한다. …… 새로운 시대에 등장한 신노인들은 유약하고 힘이 없는 과거의 노인들이 아니다. 개중에는 젊은이들보다 더 폭력적이고 몰상식하며 참을성이 부족하고 게다가 잔인한 범죄까지 서슴지 않는 노인들도 많다.” 후지와라 토모미, 이성현 옮김, 『폭주노인』,서울: 좋은책만들기, 2008, p.7  29)앞의 책, p.21  30)김문준, 앞의 논문, p.16  31)홍승표, 앞의 책, p.71  32)홍승표는 『노인혁명』에서 현대사회의 노인소외의 근본적인 원인을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근대적 세계관에서 찾고 있는데 그 특징으로 첫째, 노동을 궁극적 가치로 간주하는 것, 둘째, 욕망충족을 지고의 가치로 삼는 것, 셋째, 죽음이 세상의 종말이라고 보는 것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위의 책, p.73 참고.

    4. 나오며

    한국 시트콤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거침없이 하이킥>에 등장하는 두 노인 캐릭터를 통해 노인 이미지와 우리 사회의 노년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았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에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7%가 넘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였으며 2018년 경에는 노인 인구가 14%에 달하는 고령 사회로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발표되었다. 과거 농경 시대에는 노인의 풍부한 경험이 필요했고 그런 이유로 노인들을 대접했고 유가에서는 노인을 일을 그만두고 쉬도록 배려하는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노인 인구의 가파른 증가는 경제 발전의 원천인 노동력의 상실을 의미했다. 이전의 세대들은 늙은 부모의 봉양을 당연시했지만 지금은 스스로 자신의 노후를 준비해야만 하는데 자녀 양육 등으로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노인들의 빈곤 문제가 맞물리면서 일하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노인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사회와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이유나 자기 성취 등의 이유 때문에 일하는 노인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순재는 한의사 며느리 해미 덕에 자신이 경영하던 초라한 한약방 대신 최신식의 한방병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부인 문희를 포함해 큰 아들네 식구, 이혼하고 손자를 데리고 온 작은 아들 등 적지 않은 식구를 거느린 가장이다. 순재는 한의사로서 실력이 없어 찾아오는 환자도 거의 없고 침도 잘 놓지 못해 환자의 입까지 돌아가게 해 ‘입돌이’라는 명예롭지 못한 별명까지 얻었다. 해미는 뛰어난 실력으로 찾는 환자가 많지만 순재는 자신을 찾는 환자가 없다. 무료하게 진료실을 지키면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도 한의원 원장 직함을 포기할 수 없다. 대기실에 있는 해미의 환자를 가로채보려 하지만 그것도 여의치않다. 아들 준하가 친구와 함께 등산 중 발목을 삐는 사고를 당해 한의원으로 오는데 준하 친구는 해미에게 침을 맞고 있는데 해미 침을 맞으려 기다리는 준하에게 순재는 강제로 침을 놓아준다. 마치 해미와 침 대결을 벌이는 것처럼.

    순재는 생방송에 나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실수를 연발하고 마침내 쓰러지는 망신을 당한다. 이후 한의원 간판을 해미의 성을 넣어 바꾸는 일까지 생겨 자신이 무능력하고 초라하다고 느끼면서도 한의사 은퇴를 할 수 없다.

    실력이 신통치 않아 인정받지 못하면서도 은퇴하고 싶지 않은 노년의 한의사 순재는 이 시대 일하는 노인의 모습이다. 일은 그에게 존재의 증명이며 가장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수 있는 길이다.

    문희는 여성이기 때문에 집안에서 가사노동과 이혼하고 돌아온 아들의 자식까지 돌보아야만 하는 책무를 맡고 있다. 드라마 진행 중 많은 장면에서 손자를 업은 채 일하고 있다. 손자를 등에서 떼어놓지 못하는 문희의 모습을 통해 육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성 노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힘든 가사 노동과 육아로 지쳐있는 문희에게 해미는 건강과 위생상의 이유로 잔소리를 한다. 노인의 노동력은 필요하지만 일과 세상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부족한 노인 노동력에 대해 부정적이다.

    순재와 문희를 통해 우리는 이 시대가 일하는 노인에 대해 이중적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변화가 많은 정보화 시대의 노인은 새로운 정보와 기술에 뒤져있고 적응력이 떨어져 은퇴해야 하지만 시장에서 노동력 부족 현상은 ‘일하는 노인이 아름답다’는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워 노인의 은퇴를 막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의 노인 세대는 경제 발전이 최우선의 가치였던 시대를 살면서 일을 통해서 성취감을 가졌고 그 노인 세대에게 일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은 무능력과 빈곤의 상태를 의미한다. 그래서 노인들에게 일은 자기 정체성의 표현이며 삶의 목표이기 때문에 은퇴를 할 수 없다.

    노인이 되면 일에서 물러나 쉬는 것이 지나간 시대의 삶이었다면 지금 이 시대는 노인들의 노동력을 원하고 있으며 노인들 역시 자신의 일을 포기하지 않는, 은퇴할 수 없는 노년의 딜레마를 <거침없이 하이킥>의 순재와 문희를 통해 보여주었다.

    순재는 가족들에게 버럭거리고 툭하면 발길질을 하고 야구방망이를 들고 설치고 식탁에서는 숟가락으로 사람을 때린다. 이러한 순재의 행동은 ‘상의도 없이’ 마음대로 해버리는 가족들에 대한 분노이다. 집안의 어른으로서 가족들은 자신을 존경하고 의논의 상대로 삼아야 한다는 전통적 가치관의 소유자인 그는 해미 중심으로 한의원이 운영되고 집에서 자기 말은 씨알도 안 먹힌다. 순재는 이러한 상황이 화가 나고 그 화는 이러한 폭력적인 행동으로 표현된다. 순재의 분노는 일과 가족에 의한 소외감이다. 손자들은 휴대폰이나 인터넷 같은 새로운 세계가 이해되지 않는 순재를 살살 속여 돈이나 뜯어내고 아들은 엄마만 찾고 병원의 환자는 해미만 찾고 순재는 이러한 상황에 왜 내 걱정은 안하냐며 분통을 터뜨린다. 순재의 분노는 종종 물리적으로 상대를 괴롭히기도 한다.

    폭주하는 순재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소외감이다. 이 시대의 노인들, 특히 남성 노인들은 자신들이 성장했던 시대와 다르게 이 시대가 과거의 경험을 존중해주지 않기 때문에 위축되어 있는데다가 새로운 정보와 가족으로부터의 소외는 분노를 불러온다. 분노가 절정에 이르면 폭력을 쓰게 되고 노인의 고립은 점점 심해진다.

    순재는 자애롭고 관대한 노인의 이미지가 아니라 성에 차지 않으면 발길질을 해대고 ‘폭주하는’ 노인이다. 폭주 노인은 최근에 등장한 신노인으로 사회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소외감을 폭력적인 방법으로 표출하는 존재이다. 우리 사회에도 이러한 신노인, 폭주 노인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순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참고문헌
  • 1. <거침없이 하이킥> 1화~167화 google
  • 2. 김 수영, 모 선희, 원 영희, 최 희경 2009
  • 3. 김 열규 2009
  • 4. 홍 승표 2007
  • 5. 김 문준 2011 [『철학』] Vol.106집
  • 6. 김 민솔 2010
  • 7. 김 영성 2008
  • 8. 김 태현 2005 [『한국극예술연구』] Vol.22집
  • 9. 양 정혜 2011 [『커뮤니케이션 이론』] Vol.7
  • 10. 이 승연 2010 [『儒敎思想』] Vol.42집
  • 11. 데이비드 보건, 키이스 데이비스 2010
  • 12. 시몬느 드 보부아르 1994
  • 13. 후지와라 토모미 2008
  • 14. 2007
  • 15. 2010 www.sisastoo.com google
  • 16. 2010
  • 17. 2010
  • 18. 2011
  • 19. 2011
OAK XML 통계
이미지 / 테이블
(우)06579 서울시 서초구 반포대로 201(반포동)
Tel. 02-537-6389 | Fax. 02-590-0571 | 문의 : oak2014@korea.kr
Copyright(c) National Library of Kore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