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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The search for drama as a learning medium 드라마의 교육 방법적 활용 방안 모색
  • 비영리 CC BY-NC
ABSTRACT

In 2011, Seoul metropolitan office of education has launched educational drama program which helps teachers teach their subjects with dramatic methods. This attempt reflects a trend that educational drama is rapidly booming nowadays and gives rise to deeper discussion of drama as a learning medium. Specially, the employment of dramatic method is done mainly in primary school so that it remains as simple mechanical applications of dramatic conventions. Hence, dramatic method for acquiring complex concepts is demanded. In this context, this study suggests Heathcote's process-centered drama which is regarded as a method to encompass a wide range of meaning making. In Heathcote's process-centered drama, three- layered meaning can be produced: meaning coming from identification; meaning coming from distancing; meaning coming from metaxis. Having included a variety of meaning making, Heathcote's process-centered drama is appropriate for middle and high school curriculum. Besides, this study provides the principle of process-centered drama which is emotional engagement and critical detachment. To embody this principle, devices are listed: living through drama, interest and consensus, teacher-in-role, finding connection, critical reflection and self-spectatorship. The outcome of application of Heathcote's process-centered drama into middle school classroom is persuasively positive. Therefore, this study suggests Heathcote's process-centered drama as an effective learning medium for understanding complex concepts. Emotional engagement and critical detachment are the necessary and sufficient conditions for the process-centered drama.


2011년 서울시 교육청의 중학교 교과연계 연극 교육 프로그램은 교육 방법으로서의 연극 활용이 그동안 진행되어온 소규모 단위에서, 행정 자치 수준의 대단위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확대는 초등학교 중심의 매뉴얼식 연극 활용이라는 그동안 진행되어온 접근 방식에 대한 다양화의 필요성을 낳았다. 특히 이번 서울시 교육청 프로그램이 선택한 중학교 교육과정은 복잡한 과정을 요하는 개념과 원리 탐구가 주를 이뤄, 이에 어울리는 교육 연극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 본 논문은 중학교 이상 교육과정의 개념과 원리 탐구를 위한 방법으로서 히스코트의 과정 드라마를 제시한다. 히스코트의 과정드라마는 세 층위의 의미-동일시에서의 의미, 거리두기에서의 의미, 메타시스 의미-를 허락함으로 써 복잡한 과정을 요하는 개념 탐구에 효과적 방법으로 기능할 수 있다. 더불어 히스코트 과정 드라마의 작동 원리와 그 원리 구현을 위한 장치들도 제시하였는데, 과정 드라마는 감정적 몰입과 비판적 거리두기 원리로 구성되며 이를 위한 장치로 ‘살아보기 드라마(living through drama)', ‘관심과 합의’, ‘역할 내 교사’, ‘연결 지점 찾기’ 그리고 ‘비판적 성찰’, ‘자기-관객 개념(self-spectatorship)등이 있다. 이러한 원리와 장치를 지닌 과정드라마를 실제 중학교에 적용해본 결과 그 효과가 설득력 있게 드러났다. 따라서 본 논문은 다층적 개념 이해를 위한 연극 교육 방법으로서 과정드라마를 제안하면서, 이를 실제 적용할 시 감정적 몰입과 비판적 거리두기가 필요충분조건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KEYWORD
drama as a learning medium , Heathcote's process-centered drama , emotional engagement and critical detachment , living through drama , metaxis
  • 1. 들어가며

    본 논문은 2011년 서울시 교육청에서 실시한 중학교 교과연계 연극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영어, 과학, 국어, 미술 등의 다양한 교과에 연극을 적용한 사례에 기반을 두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은 2011년도부터 연극,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국악 등의 문화 예술을 교과와 연계시켜 수업 혁신을 이루려는 주요 정책을 내세워 이를 올해까지 계속이어 오고 있다. 또한 이는 내년에 더 확대될 전망이다.1)

    이러한 시도는 그동안 개인이 혹은 단체가, 개별적으로 진행하던 교육 방법으로서의 연극 활용이 교육청 단위로 저변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교육 방법적 연극의 활용에 대한 밀도 있는 논의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교육 방법으로 이용되어온 연극 활동들은 그동안 주로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는데, 교육연극의 역사에 등장했던 방법들을 매뉴얼처럼 선택하여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왔다. 정지장면 만들기, 역할극, 즉흥극, 마임, 인형극 등이 그 주요한 소재였다.2) 그러나 이러한 활동들은 자칫 흥미 중심의 피상적 의미 훑기로 흐를 수 있어, 복잡한 과정을 요구하는 개념 이해나 원리 이해를 도모하는데 있어 순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3) 그리하여 이러한 매뉴얼식의 접근 방식은 복잡한 과정의 인지적 활동을 요하는 중학교 단계의 교육 과정에서 효과적 방법으로서가 아닌 흥미 유발을 위한 단순한 수단으로 그치고 마는 결과를 초래할 수 도 있다. 이에 본 논문은 개념과 원리 탐구를 요구하는 중학교 이상의 교육 목표 성취를 위한 효과적 교육 연극 방법으로 과정드라마를 소개하고자 한다. 과정 드라마는 일회성의 역할극, 즉흥극이 아닌 한편의 극적 체험으로서, 연극이 제공할 수 있는 의미 탐구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접근 방식이다.

    과정드라마가 제공하는 의미의 범위와 의미 생성을 위한 작동원리 그리고 작동 원리 구현을 위한 장치의 소개를 통해, 교육 연극이 교육 방법으로서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길을 보여주려 한다.

    1)김세령, 「학생의 감성을 키우는 문화 예술 교육」, 『서울 교육』 2012. 여름, 126—130쪽.  2)전국초등국어교과 모임, 『교육연극으로 여는 국어 수업』, 나라말, 2009.  3)Tompkinson, W., The Teaching of English, in Bolton, G. Acting in Classroom Drama, Trentham, 1998, p.38.

    2. 과정드라마

    본 글의 중심어인 과정 드라마는 교육연극과 관련하여 최근에 많이 인용되는 용어이다. 세실리 오닐(Cecily O'Neill)의 과정 드라마 (Process drama)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교육연극의 중요한 활동 영역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과정 드라마가 마치 세실리 오닐이 창안한 장르처럼, 잘못된 인식이 퍼지게 되었다. 세실리 오닐의 과정 드라마는 1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영국의 교육 연극의 역사와 맥을 함께 하며 그 기본적 정신과 방법에 약간의 변화를 준 것이라 할 수 있다.4)

    크리스마스등과 같이 특별한 날을 위한 공연으로, 혹은 셰익스피어 작품으로 학교에 자리 잡고 있던 연극은 20세기 초기부터 초등학교이나 중등 영어, 혹은 연극 만들기와 같은 수업들에서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효과적 방법으로 쓰이면서 학교에서의 영역을 확대한다.5) 그러던 중 전후 ‘자신감에 찬 모험정신으로 충만했던’6) 시대정신을 반영하듯, 피터 슬레이드(Peter Slade)는 1948년7) 아이들의 자발적 즉흥 드라마 놀이가 성인 전문 극단의 연극과는 다른 미적 아름다움을 지녔다고 주장하게 된다. 이러한 주장을 기점으로 영국에서의 교육연극은 기존의 전문 연극 그룹이 주 활동으로 삼았던 대본 연습, 리허설, 공연 등의 활동들이 아닌 새로운 방법론과 이론화 작업을 하기 시작한다.8)

    이러한 방법과 이론화 작업은 20세기 말까지 두 가지 흐름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아이들의 자발적 즉흥 드라마 놀이를 하나의 미적 예술적 영역으로 보려는 흐름이며 다른 하나는 학습을 위한 방법으로 보려는 흐름이다.9)

    아이들의 자발적 즉흥 드라마 놀이를 하나의 예술로서 확립하려고 했던 이론가는 피터 슬레이드(Peter Salde)10)와 세실리 오닐(Cecily O'Neill)11)이다. 피터 슬레이드는 아이들의 자발적 즉흥 드라마에서 공간과 소리의 형식미를 발견하여 이를 ‘아동 드라마(Child Drama)’라 명명하고, 이를 연극(theatre)과 다른 하나의 새로운 예술 양식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실리 오닐은 도로시 히스코트(Dorothy Heathcote)의 살아보기 드라마(living through drama)를 재해석한 과정드라마(Process Drama)를 ‘변형(transformation), 의식(ritual), 거리두기(spectatorship), 소외효과 (alienation), 분열(fragmentation)’이라는 극적 경험을 제공하는 ‘연극사건(theatre event)’12) 이라고 보면서, 과정 드라마를 연극의 한 장르라고 주장한다.

    학습을 위한 방법으로 발전된 교육연극은 브라이언 웨이(Brian Way)에서 시작하여 도로시 히스코트(Dorothy Heathcote)에 의해 발전하게 된다. 브라이언 웨이가 전인이 되기 위한 일곱가지 인간의 특성을 구분하여 이를 위한 연극적 연습을 체계화하였다면13) 도로시 히스코트는 문화적 가치 체계에 대한 약속을 바탕으로, 실제 삶의 속도대로, 드라마적 허구 상황을 살아보는 ‘살아보기 드라마(living through drama)’를 창안하여 이를 학습 목표를 위한 방법으로 발전시켰다. 14)

    학교에서 발생하여 학교를 중심으로 발전하던 이 두 가지 흐름은 계속적으로 진행되어 감옥, 병원, 박물관, 지역센타, 제3세계 국가로 확장되면서 교육연극(educational drama)이라는 이름을 벗고 응용연극(applied drama/ applied theatre)이라는 새 이름을 갖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확장의 징후는 영국의 교육연극 관련 석사학위들이 90년대까지 디, 아이, 이(D.I.E drama in education)란 이름을 유지했던데 반해 현재는 응용 연극: 교육, 공동체, 다양한 사회적 배경들에서의 드라마(applied theatre: drama in education, community and social contexts)라는 새로운 이름을 내건 예에서 확인할 수 있다.15)

    이러한 흐름들에서, 2011년 서울시 교육청 교과 연계 프로그램에 적용된 과정드라마는 도로시 히스코트의 방법을 기반으로 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 세실리 오닐의 과정 드라마는 도로시 히스코트의 ‘살아보기 드라마’를 기본으로 에피소드 중심으로 짜인 한편의 연극 체험이다. 세실리 오닐의 과정 드라마는 학습 목표를 위해 구조화되지 않으며 연극적 체험을 강조한다. 이에 반해 도로시 히스코트의 과정 중심 드라마는 연극적 체험이 아닌 학습목표 성취를 위해 구조화된다.

    4)Bolton, G. “It’s all theatre”, Drama Research: The Research Journal of National Drama, 2000, pp. 21—29.  5)Bolton, G., Acting in Classroom Drama, Trentham Books, 1998.  6)Bolton, G. Ibid, p.147.  7)Slade, P. Child Drama, University of London Press, 1954.  8)Bolton, G(1998).,Op.cit, pp. 119—146.  9)Bolton, G., Ibid, pp. 249—278.  10)Slade, P. Op.cit.  11)O'Neill, C. Drama Worlds, Heinemann, 1995.  12)O'Neill, C. Ibid, xix면.  13)Way, B. Development through Drama, Longman, 1967  14)Heathcote, D. “Contexts for Active Learning”, The Journal for Drama in Education, vol.19. issue 1, spring 2003, Birmingham: NATD, 12—13면.  15)http://www.gold.ac.uk/pg/ma-applied-theatre/

    3. 히스코트의 과정 드라마 원리: 감정적 몰입과 비판적 거리두기

    2011년 서울시 교육청 교과 연계 프로그램에 적용된 히스코트의 과정 드라마의 기본 구조는 역할을 맡아 허구적 상황에서 살아보기와 허구 밖으로 나와 살아본 허구적 상황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로 이루어진다.16) 감정적 몰입은 참가자들이 역할을 맡아 허구적 상황을 살아볼 때 발생하는 미적 체험이다. 이러한 미적 체험은 이후 이뤄질 비판적 바라보기의 재료가 되므로 히스코트드라마에 있어 필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체험은 이후 이뤄지는 비판적 바라보기의 대상이 된다. 비판적 바라보기에서 참가자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이 부여한 감정, 가치관, 태도로서 살아본 허구적 상황에 대해, 그 역할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더 나아가 다시 참가자 자신으로 돌아와 역할과 상황모두에 대한 비판적 메타 읽기를 하게 된다.

       3.1. 감정적 몰입을 위한 장치

    1) 살아보기 드라마(‘living through' drama)

    히스코트 이전의 실행가들이 드라마를 시작할 때 자기만의 공간을 찾은 뒤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을 표현하라고 주문했다면, 히스코트는 가치와 행위의 규범을 지닌 집단으로부터 드라마를 시작할 것을 주문한다. 참가자들이 드라마에 참가할 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허구의 문화적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일정한 문화를 지닌 집단을 세운 후 참가자들은 그 집단에 속한 역할 입기를 한다. 역할 입기란 그 역할이 속해 있는 집단의 가치, 믿음, 관념을 받아들임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역할을 입는다는 것은 집단이 규정하는 역할의 정체성(identity)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드라마를 시작한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속한 허구 속 집단의 삶의 양식을 삶의 속도(life-rate)대로 살게 된다. 즉 주어진 집단의 문화적 코드에 따라 재현(representation) 없이 마치 일상생활을 사는 것처럼 살게 된다. 이러한 히스코트의 방법을 ‘살아보기(living through)’ 기법이라고 한다. 재현이 아닌 직접 살아보는 것, 직접 경험하는 것이다.17)

    2) 관심과 합의

    히스코트는 자신이 창안한 많은 드라마적 전략들이 학생들이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부정적으로 여러 사람에게 노출되거나 시선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의도에서 창안되었다고 말한다. 즉 학생들의 자발적 관심과 이로부터 도출되는 자발적 합의를 끌어내는 방향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한바 있다.18) 이러한 관심과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드라마의 본격적 시작 전에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 안내하여 동의를 구하고, 드라마를 위한 행동지침에 대한 계약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자신들의 경험을 말하거나 쓰고, 교사가 역할을 맡아 역할극을 하는 전략을 구상하였다고 밝혔다.19)

    이러다보니 많은 히스코트 비평가들이 히스코트는 도대체 언제 드라마를 시작하는가? 라고 비판하기도 하였다.20) 그러나 이렇게 학생들의 관심과 합의에 의해 드라마가 일단 시작하게 되면, 드라마는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담보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비판적 거리두기의 필수 조건인 자발적 감정몰입을 가능하게 한다.

    3) 역할 내 교사(T.I.R: Teacher in Role)

    역할 내 교사라는 기법은 학생들의 관심과 합의에 근거한 드라마를 추구하는 히스코트의 진보적 사상에 서 창조되었다. 드라마 참여를 위한 지시명령식 진행방식이 아닌 교사가 직접 역할을 맡아 허구상황으로 들어가 학생들을 초대하는 기법이다. 역할 내 교사는 허구 세계의 어떠한 역할을 교사가 연기함으로써, 허구 세계에 대한 문화적 정보를 제공하여, 역할 연기에 대한 아무런 지시없이도, 학생들을 자연스럽게 허구세계에 참여하게 만드는 미적체험을 제공한다. 역할 내 교사 기법은 드라마를 긴 시간 진행하기 어려운 초보자들에게 특히 유용하다. 또한 이는 학생들의 손에서 자칫 희화화하는 경향으로 흐르기 쉬운 허구 적 상황에, 깊이와 넓이를 제공하여, 학생들이 현재 지니고 있는 감정, 느낌, 선입관, 관념들을 자극하여 그 지평을 확장시키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4) 관심 지점 찾기

    학생들의 관심과 합의에 근거한 드라마 진행에 있어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드라마가 어떻게 학생들의 관심을 끌어내는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번디(Bundy)가 설명하는 미적 참여에 이르는 세 단계과정, 연결 (connection), 활성화(animation), 고양된 의식(heightened awareness)은 유용한 도움을 주고 있다. 21) 그녀는 세단계의 첫 과정인 연결이 학생들의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이라고 말한다. 연결은 참가자들이 자신들의 경험 중에서 프로그램이 상기시키는 아이디어와 연결되는 지점을 찾는 것을 말한다. 드라마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현실 세계 경험을 연상하는 것이다. 즉, 허구적 상황의 내용, 주제, 소재 등이 자신의 현실 세계경험과 닿게 되었을 때 ‘연결’은 발생하고, 이렇게 발생된 연결을 바탕으로 드라마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촉발되는 것이다. 따라서 과정드라마가 제대로 구현되려면 이러한 연결 지점을 찾는 것이 선결 조건이라 할 수 있다.

       3.2. 비판적 거리두기를 위한 장치

    1) 비판적 성찰(critical reflection)

    참가자들이 감정적으로 몰입하여 허구적 상황을 체험하고 난후 이를 되돌아 보는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히스코트는 역설한다. 그녀는 이렇게 되돌아 보는 성찰활동에서, 발산적 사고를 자극하는 교사의 질문과 대화를 통해 기존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고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된다고 주장한다.22)

    그렇다면 비판적 성찰을 통해 얻게 되는 지식은 무엇인가?

    볼튼 (Bolton) 23)과 오틀 (O'Toole) 24)은 과정 드라마를 통해 얻기 되는 의미, 지식을 메타시스(metaxis)라는 용어로 요약하였다.

    살아보기 드라마 (living through drama)에 참가한 참가자들은 실제 삶의 속도로 가상 세계를 체험, 경험, 조직한다. 비록 가상의 세계이지만 그들은 실제 세계의 자신들의 생각, 느낌, 행위 등을 끊임없이 불러내어 허구적 삶을 살아간다. 허구세계의 삶을 살지만 실제세계가 언제나 개입하고 있다. 그래서 허구세계가 관찰, 탐구, 비판의 대상이 되지만 동시에 현실 세계 또한 관찰, 탐구, 비판의 대상이 된다. 이렇게 허구세계를 살고 난후 맞게 되는 비판적 성찰의 시간에서 참가자들은 허구 세계가 어떠했는지, 그 세계의 역할로서 그 허구적 상황에 대한 의미를 만들어 낸다. 그 후 참가자들은 동일시한 허구 세계의 역할 밖으로 나와 현실세계의 자아로 돌아올 것을 요청받는다. 그리하여 허구 세계 밖에서 허구 세계의 역할과 상황을 거리 두고 바라볼 것을 요청받는다. 이렇게 해서 탐구되는 의미는, 허구와 동일시했을 때 의미와 허구와 거리 두기했을 때 의미로 나뉘어 탐색된다. 그러나 의미 찾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러한 두 층위의 의미가 서로 상호작용하였을 때 생산되는 제3의 의미까지 탐구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볼튼(Bolton)과 오틀(O'Toole)이 제시한 메타시스(metxaxis)이다. 데이비스(Davis)는 메타시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렇게 ‘살아보기 드라마 (living through)’는 세 층위의 의미를 만들어 낸다. 허구세계와의 동일시를 통해 발견되는 의미, 허구 세계와의 거리두기를 통해 발견되는 의미 그리고 동일시와 거리두기가 서로 상호 작용해서 발생되는 메타시스적 의미가 과정 드라마가 생성할 수 있는 의미의 스펙트럼이라 할 수 있다.

    2) 자기-관객 개념(self-spectatorship)

    앞서 살펴본 비판적 성찰은 비판적 거리두기가 역할 밖(out of role), 허구 세계 밖에서 이루어지는 형태이다. 이에 반해 역할 안(in role), 허구 세계 안에서 발생하는 비판적 거리두기의 또 다른 유형이 자기-관객 개념(self-spectatorship)이다.

    히스코트는 이를 ‘의식에 내재하는 관찰자(watcher in the head)’26)라고 불렀다. 볼튼(Bolton)은 자기-관객 개념에 세 겹의 바라보기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 자신에게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에 대한 인식; 무엇이 ‘만들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인식; 그리고 드라마를 진행하기 위하여 무엇이 발생할 수 있는가 또는 무엇이 발생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인식.27)

    이러한 자기-관객 개념은 관객과 극작가 기능이 함께 어우러진 통합적 시각을 요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이 창조하는 것에 자기 스스로 관객이 되는 거리두기 상태를 발생시키게 된다. 실링포드(Shillingford)는 이러한 자기-관객 개념이 심리적으로 자기 평가, 메타-인지적 기능, 자신에 대한 계속되는 성찰기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28) 이러한 기능들은 허구 세계 안에서 배우와 극작가로서 작동하는 참가자들로 하여금, 그들의 행위, 느낌, 사고, 감정 등을 계속해서 관찰하게 만들어, 거리두기 효과를 낳는다. 최근 교육계에서 크게 조명 받고 있는 자기 주도적 학습(self-directed learning) 개념은 이러한 자기-관객 개념과 여러면에서 일치한다.

    실링포드(Shillingford)는 참가자들에게 자기-관객 개념을 깨우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였다. 역할 연기하는 참가자들을 지켜볼 수 있는 드라마내의 역할을 설정하기, 참가자들이 역할로서 한 행위나 행위의 결과를 허구 세계 밖에서 교사가 언어로서 설명하기, 참가자들이 허구 세계에서 한 행위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기 등이다.29)

    16)Wooster, R. “Emotional involvement or critical detachment?” Drama Magazine, Summer 2004, pp. 14—20.  17)Bolton, G. Op.cit, pp. 178—181.  18)Heathcote, D. Op.cit, pp. 11—12.  19)Heathcote, D. Ibid, p. 13.  20)Heathcote, D. Ibid, p. 12.  21)Bundy, P. (2003a) “Aesthetic engagement in the drama process“, RIDE, vol.8, no.2. pp.171—181.  22)Johnson, L. & O’Neill, C. Collected Writings on Education and Drama: Dorothy Heathcote, 1984, Illinois: Northwest, University Press. p. 97.  23)Bolton, G., “Changes in thinking about drama in education”, Theory into Practice, 24(3) Summer 1985. pp. 151—157.  24)O'Toole, J., the Process of Drama, Routledge, 1992.  25)Davis, D. (ed.), Edward Bond and Dramatic child: Edward Bond's plays for young people, Trentham Books, 2005, p. 141.  26)Heathcote, D. Op,cit, p. 14.  27)Bolton, G(1998). p. 199.  28)Shillingford, L. An Exploration of the Self-spectator construct, BCU unpublished MA Dissertation. 1994.  29)Shillingford, L. Ibid, pp. 21—24.

    4. 감정적 몰입과 비판적 거리두기 원리의 실제 적용

    감정적 몰입과 비판적 거리두기 원리가 실제 어떻게 적용되는지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연극수업을 통해 확인해 보고자 한다. 수업은 2011학년도 서울시 교육청 교과연계 연극 교육 프로그램으로 일환으로 청원중학교에서 이루어졌으며, 하루에 한 차시, 45분씩, 3일에 걸쳐 두 개 반에서 진행되었다. 총 6차시의 수업이 진행되었다.

    연극 교육 프로그램에 컨설팅을 의뢰한 교사가, 담당하고 있는 국어과 과목에서 문학텍스트를 드라마로 접근하고 싶다는 제안을 하였다. 이에 중학교 1학년 1학기 5단원 ‘다른 사람들, 다양한 삶’이라는 단원에서 둘째 소단원으로 나오는 홍길동전을 드라마로 만들어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을 취하기로 하였다. 학생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텍스트이므로 홍길동전 이야기 자체에 직접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홍길동전의 시대와 홍길동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홍길동전과 유사한 허구적 상황을 만들어 간접체험을 하는 방식을 택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하여 3차시 분량의 과정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4.1. 계획에서 구현되는 감정적 몰입과 비판적 거리두기 원리

    과정드라마가 학습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감정적 몰입과 비판적 거리두기를 담보해야 한다는 점을 위에서 지적하였다. 이와 더불어 감정적 몰입과 비판적 거리두기를 위한 장치들이 무엇인지도 밝혔다. 이에 이러한 원리와 장치들이 실제 과정드라마 사전 계획에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살펴본다. 3번이라는 짧은 기간으로 인해 원리 구현을 위한 장치들 중에서 자기-관객개념(self-spectatorship)은 적용되지 못하였다.

       4.2. 과정 드라마 계획안을 실제 교실에 적용한 결과

    첫 에피소드부터 다섯째 에피소드까지는 드라마로 들어가기 위한 학생들의 연결지점 찾기 활동들로 구성되었다. 삼 차시로 짜인 드라마수업에서, 본격적인 드라마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연결지점 찾기로 한 차시를 할애하는 구성은, 수업 초반 잠깐 동안의 흥미유발 활동을 허락하는 일반적인 수업 형태의 관점으로 볼 때 무리한 구성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이 드라마와 참가자간의 연결지점 찾기는 과정 드라마 작동을 위한 첫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참가자들이 드라마에서 연결지점을 발견하게 되면 이는 드라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드라마 참여에 대한 자발적 합의에 이르도록 한다. 이러한 자발적 합의는 참가자들이 드라마에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공부비법을 말하고 함께 공유하고 다시 새로운 방법을 찾는 활동은 여타 다른 수업시간에도 얼마든지 이뤄 질 수 있는 활동들로 학생들은 특별히 드라마를 한다는 거부감 없이 즐겁고 가벼운 분위기에서 이 에피소드에 참가하였다. 2반이 다소 활동적이라면 1반이 다소 정적인 분위기로 사뭇 다른 분위기의 두반이었으나 짜인 과정드라마 수업 안은 두 반 모두에서 별 무리 없이 원안대로 잘 진행되었다. 수업을 진행한 교사의 오랜 경력이 묻어나오는 수업전개였다. 이제까지 해오던 수업방식과 다르다는 것을 처음 시작할 때 안내하면서 학생들이 다른 태도로 임할 것을 미리 주문하였다. 앞으로 삼차시동안 자신의 마음에 드는 생각을 끌어낼 것을 교사가 주문하였다. 드라마활동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이 혼동하지 않고 잘 따라 가도록 순차적으로 자세히 안내하여 처음 하는 활동들임에도 학생들이 당황하지 않고 차근차근 따라갔다.

    공부비법을 적어보는 활동들에서도 한 아이가 공부비법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하자 교사는 당황하거나 제지하는 것이 아닌 그럼 머리 식힐 수 있는 비법을 찾아볼 것을 권유하였다. 이렇게 자연스럽고 적절하게 반응함으로써, 학생들이 진행되는 활동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게 하였다. 공부비법을 모둠별로 꾸며 칠판에 붙인 후 다 같이 보게 함으로써 집중도를 높였다. 자투리 시간 이용하기, 문제 많이 풀기, 오답노트 만들기, 지난해 문제를 자료실에서 다운받아 공부하기 등 자신만의 공부 비법을 공개하고 또한 찾았다. 그러나 마지막에 공부비법을 시험에 적용하기로 한 학생들이 이 공부비법을 앞에 두고 어떤 다짐을 할 것인가 하는 활동을 교사가 잘못 이해하여 어떤 공부비법이 좋은 방법인지 써보게 하는 활동으로 바꾸어 활동을 잘못 안내하였다. 다짐이라는 활동은 불가구역에 정서적으로 들어가기 위한 효과적 장치였으나 이에 대한 안내가 바로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교사의 불가구역 발표 때에 학생들은 탄성을 자아내며 슬프다는 말도 튀어나왔다. 전반적으로 몰입도가 좋았고 불가구역이라는 허구적 배경 만들기도 만족스럽게 이루어졌다.

    이후 진행될 2차시는 이 과정드라마의 가장 핵심 에피소드로서 불가구역 학생들과 엄마, 사촌형과의 대면이다. 불가구역의 상황이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체험해보기 위해 마련된 에피소드로서. 홍길동전에서 보이는 홍길동의 사고, 행위와 그 시대적 상황과의 연관관계 이해를 위해 계획되었다.

    일 차시에서 공부계획을 세웠으나, 이러한 공부계획이 아무 소용이 없는 불가구역에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학생들은 감정적으로 원망, 불만족 등의 정서를 내비쳤다. 이러한 정서를 바탕으로 엄마와의 대면이 이루어졌다. 이는 신분으로 고민하던 홍길동이 어머니를 찾아가 만나는 장면과 같은 맥락에서 만들어졌다. 그래서 홍길동의 어머니처럼, 불가구역의 엄마도 기존 체제를 고집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엄마 혹은 사촌형과의 대면은 ‘살아보기 드라마(living through drama)로 이루어졌는데, 정해진 대사나 줄거리가 없으므로, 맡은 역할로서 주어진 상황에 반응하게 된다. 불가구역이라는 상황, 공부를 하고 싶으나 공부할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 학생이라는 역할, 이 체제를 따르는 엄마라는 역할로서, 대면이라는 상황을 즉흥적으로 만들어가게 된다.

    대면상황을 위해 컨설팅 교사가 엄마 역할을 하고 학생들은 엄마의 아들 역할을 맡기로 하였다. 반 전체 학생들이 한 명의 아들 역할을 맡아 엄마의 반응에 따라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을 즉흥적으로 하여 극을 진행시키기로 하였다. 사촌형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게 담당교사가 사촌형 역할을 하고 반 전체 학생들이 한명의 인물을 다 같이 역할수행하기로 하였다. 다음에 소개되는 글은 두 개 반중 한반의 진행상황이다.

    수업이 시작했을 때의 소란스러움은 교사가 역할을 입고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 찬물을 끼얹는 듯 사라지며 일순간 조용해졌다. 엄마의 태도, 가치를 드러내는 대사를 감정을 섞어 드러내는 교사를 보며 아이들은 매우 놀란 것 같았다. 살아보기 드라마에서 엄마의 말에 즉흥적으로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하기로 합의 하였지만 교사의 연기에 학생들은 당황한 듯 아무 말도 못하였다. 그래서 드라마를 진행하던 교사는 ‘그만’을 외치고 역할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아이들은 웃으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선생님이 연기를 하니까 너무 이상하다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교사는 웃으면서 당황하지 말고 드라마가 이렇게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한 뒤 다시 한 번 시도해보자고 권유하였다. 그리하여 다시 드라마가 시작되었는데, 아이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엄마의 짐을 들어달라고 학생을 앞으로 불러내어 돕게 한다거나, 책상위의 학용품을 치우게 하는 등의 행위를 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행위를 하는 동안에도 킥킥거리는 소리는 여전하였으나 엄마의 대사가 시작되고 얼마 안 있어, 학생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어떠한 준비도 없이 역할과 상황에 대한 틀만으로도 극이 즉흥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역할 내 교사(Teacher in Role)기법이 지니는 힘이다. 특히 이 학생들처럼 초보자인 경우 역할 내 교사 기법은 살아보기 드라마의 중요한 장치가 된다.

    위에 소개된 학생 대사들은 반 전체 학생들이 한 명의 인물로서 역할 연기를 할 때 나온 대사들이다. 그래서 한명이 아닌 여러 명의 대사가 섞여있다. 장난 섞인 대사를 뱉는 학생들도 있었는데, 예를 들어, 공부를 하지 않으니까 불가구역이 너무 좋다고 우스꽝스럽게 분위기를 유도하는 대여섯 명의 학생들이 있었다. 이에 엄마역할을 맡은 교사가 “바로 그런 자세야! 그렇게 살면 돼. 얼마나 좋으니. 그렇게 살면서 남들이 하라는 일이나 한 평생 열심히 하다 편안히 죽으면 그게 행복인거야” 라와 같은 대사로 반응하였다. 그러자 이를 듣고 격분한 다른 학생들의 반격이 이어졌고, 이에 이들의 표정이 바뀌면서 드라마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30여 명 중 열 명 정도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였다. 나머지 스무 명 정도는 집중하여 드라마를 보고 있었으나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로 옮기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을 즉흥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그들의 몰입도가 떨어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수업 후 이루어진 설문지와 인터뷰에서 드러난다. “연극이 너무 실감나서 재미있었다.” “진짜 불가구역이라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가지고 연극을 하니까 마치 진짜 불가구역에 사는 사람처럼 몰입이 되었다.” “진짜 그 곳에 간 것 같았고 공부가 더 하고 싶어졌다.”

    살아보기 드라마 (living through drama)에 이어서 진행된 삼 차시 수업은 비판적 거리두기를 위해 계획되었다. 어머니와 사촌형과 대화를 하면서 느꼈던 생각이나 감정을 정지 장면으로 만들어보게 하였다. 정지장면을 만들면서 학생들은 허구세계의 경험에서 의미를 추출하게 된다. 학생들은 탈출, 격파, 도망, 절규, 불가능, 꼭두각시, 꿈꾸자, 반항, 자유등과 같은 의미를 찾아냈다. ‘마지막 담배’라고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는 듯한 다소 엉뚱한 정지 동작을 표현한 학생들도 있었는데, 불가구역을 탈출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마지막으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아래 그림은 그렇게 찾은 의미에 대한, 자신들의 느낌을 몸으로 표현한 장면이다.

    느낀 장면을 정지 동작으로 표현하는 에피소드는 비판적 성찰을 위한 거리두기 장치들로서 동일시상황에서의 의미 찾기에 해당한다. 학생들은 불가구역이라는 허구세계에 살아 봄으로써 불가구역의 학생들이 느끼는 절규, 편견, 자유, 탈출등과 같은 생각을 지니게 되었다. 이는 동일시에서 얻어지는 일차적 의미 찾기에 해당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학생들은 홍길동전의 사회적 상황에서 홍길동이 지녔을 감정, 사고 행위를 이해하게 된다. 이는 홍길동전이 속한 단원의 제목이 기도 한 ‘다른 사람들, 다양한 삶’이라는 학습 목표를 정확하게 구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수업 후 이뤄진 학생들과의 인터뷰는 학생들이 이러한 의미에 얼마나 가까이 갔는가를 잘 보여준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서러움(12명의 응답), 불가구역으로 인해 홍길동의 상황이 이해됨 (5명의 응답), 내가 나이지 못하고 무언가에 의해 억압되어진 이 불가구역을 통해 홍길동전에서 아버지와 형을 아버지와 형으로 부르지 못하는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이 와 닿음(8명의 응답), 홍길동전의 모든 게 이해가 됨(9명의 응답), 서자라는 처지가 이해가 됨(2명의 응답), 신분사회가 이해 됨 (5명의 응답), 하고 싶은걸 하지 못하는 상황이 잘 이해가 됨 (2명의 응답), 직접연극을 해보니까 하고 싶어도 제한되는 답답하고 슬픈 기분이 들어서 홍길동전의 내용을 잘 이해가 됨(1명의 응답), 홍길동이 집을 나서며 새로운 삶을 위해 나가는 기분이 이해됨(3명의 응답)

    물론 이번에 시도된 불가구역에 대한 과정드라마는 홍길동전의 이해라는 학습목표로 인해 ‘살아보기 드라마’가 제공할 수 있는 세층 위의 의미가 온전히 탐구 되지 못하고 동일시가 줄 수 있는 의미층위만으로 한정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비록 소수이기는 하나, 허구세계로부터 떨어져 거리를 두고, 현실세계의 자신으로서 불가구역과 불가구역사람들에 대한 의미 만들기를 한 학생들도 있었다. 전교 일등이라고 소문이 자자한 한 남학생은 인터뷰에서, “사실 이제껏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몰랐다. 억지로 한 거 같았는데, 이 드라마를 통해 공부한다는 것 자체를 감사하게 여기게 되었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또한 몇몇의 여학생은 “지금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 해주었다” 혹은 “막상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니 생각을 해야겠구나 깨닫게 되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러한 소감은 거리두기에서의 의미 찾기라 볼 수 있다.

    이번 수업에서 학습목표의 달성이라는 한계 지점으로 인해 메타시스 의미탐구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 만약 교사가 과정드라마가 제공할 수 있는 세 층위의 의미탐구-동일시에서의 의미, 거리두기에서의 의미, 메타시스 의미추구-를 모두 시도하고자 한다면, 불가구역 학생들은 행복하게 사는 걸까? 여러분들이 사는 모습과 불가구역 학생들의 사는 모습은 어떻게 다른 가요? 불가구역의 어머니는 왜 그렇게 행동하는 걸까요? 등과 같이 허구세계에서 빠져나와 이를 거리를 두고 바라 볼 수 있게 만드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렇게 해서 거리두기에서의 의미탐구가 이뤄지면 이 후 메타시스 의미 탐구까지 나아갈 수 있는 질문들을 던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왜 그들은 불행하고 여러분들은 행복하다고 생각하나요? 불가구역의 엄마와 현실의 여러분의 엄마는 같은 행동을 하는 걸까요 아니면 다른 행동을 하는 걸까요? 와 같은 질문을 던져 허구세계와 현실세계를 함께 배치시켜 제 3의 의미를 만들어 내는 메타시스 의미 탐구를 할 수 있게 된다.

    이상과 같이, 홍길동전의 과정 드라마는 홍길동전을 이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수업 이후 진행된 사후 설문과 인터뷰에서, 과정드라마를 통한 홍길동전의 이해 여부를 묻는 질문에 41명이 적극적인 대답을 하였으나 20여명의 학생이 잘 이해되지 않은 것 같다고 대답하였다. 이들 중 몇몇은 과정드라마에서 만들어진 불가구역이라는 허구적 상황을 홍길동전의 상황과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의 드라마 자체에 대한 흥미도는 높았는데 참여도가 낮아 보이는 학생들조차도 수업 자체에 대한 흥미도가 높다는 사실이 인터뷰에서 엿보였다. 비록 텍스트 자체에 대한 인지적 접근이 어려웠을 지라도 드라마 수업 자체에 대한 흥미가 높음을 알 수 있다. 관건은 이러한 흥미도나 참여도를 어떻게 개념이해라는 인지적 접근으로 연결시키는가 하는 문제이다. 가장 크게 지적 될 수 있는 부분은 학생 수의 문제이다. 교사 한명과 한명의 컨설팅 도우미 교사로 모든 수업이 이루어져 이렇게 인지적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도울 여력이 생기지 않았다. 과정 드라마가 좀 더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학생 수와 교사수의 조정이 필요함을 느꼈다. 20여명의 학생들을 제외한 나머지 41명의 경우 참여도나 인지적 접근 모두 잘 이루어져 대략 67%의 성공률을 보였다. 이는 억압, 편견, 해방, 탈출과 같은 개념적 이해를 요구하는 교육목표를 수행하는데 있어 과정드라마가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효과는 수업을 진행했던 교사의 인터뷰에서 확인되는데 그는 드라마수업이 “굳게 닫혀있던 아이들의 입을 저절로 열게 만들었다”라고 말하면서 “평소 수업시간에 소극적이고 무기력하게 앉아있던 아이가 툭하고 질문을 내던졌다” 라며 놀라움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그는 앞으로 “아이들에게 스스로 깨닫는 힘을 키워줄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수업을 시도해 볼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30)

    30)http://www.seouleducation.kr/post/634687270800000000.aspx

    5. 나가며

    본 논문은 다면적 의미 이해에 접근하기 위한 교육 연극 방법으로서 히스코트 과정 드라마를 제시하면서 이것이 실제 중학교 교육 과정에서 얼마나 효과적 방법으로 작동하는가를 실제 적용 사례를 통해 밝혔다.

    기존의 교육 연극 방법들에 비해 히스코트 과정 드라마는 세층 위의 의미 즉, 동일시에서의 의미, 거리두기에서의 의미, 메타시스 의미를 가능하게 만들어 중층적 의미 접근에 효율적이다. 다른 교육 연극 방법들에서 주로 발견되는 의미가, 동일시에서 발견되는 의미들인데 반해 과정 드라마는 거리두기에서의 의미, 메타시스 의미까지 의미의 탐구 범위를 확장시킨다.

    더불어 이러한 의미 접근은 감정적 몰입과 비판적 거리두기라는 원리가 구현되었을 때 가능함을 또한 밝혔다. 이러한 원리 적용 없이 단순히 과정 드라마 방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한다면 의미 접근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교육 연극의 교육 방법으로서의 적용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으나, 그 양적 증가와는 대조적으로, 질적으로 단순한 흥미 유발 이상으로 인식되지 않는 것은 이러한 원리구현의 부재와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60년대 영국의 사회적 상황처럼 현재 국내에서 드라마의 교육적 활용은 시대적 요청으로 확대일로에 있다. 60년대 영국이 그러한 상황을 바탕으로 교육연극의 다양하고 풍부한 논의를 배태하였듯이, 국내에서도 양적 증가와 맞물려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본 논문은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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