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전체 메뉴
PDF
맨 위로
OA 학술지
Qualitative Case Study on the Rearing Experience of Parents who Adopted a Child from Foster Care 위탁아동 입양부모의 양육경험에 관한 질적 사례연구*
  • 비영리 CC BY-NC
ABSTRACT
Qualitative Case Study on the Rearing Experience of Parents who Adopted a Child from Foster Care

이 연구의 목적은 위탁아동을 입양한 부모의 양육경험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연구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 연구에서는 요보호아동을 위탁하여 보호하다가 입양한 사례들을 접촉하여 개별적으로 면접을 진행하였으며, 이를 통해 수집한 자료들을 가지고 사례 내 분석과 사례 간 분석을 실시하였다. 네 사례에서 수집한 자료들을 개별적으로 분석하여 사례별로 중요한 이슈들을 파악하였으며, 전체 사례들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주제들을 발견하여 기술하였다. 분석결과로 나타난 주제는 ‘특별한 만남: 우연, 인연, 필연’, ‘이미 내 아이’, ‘사소하지만 본질적인 차이’, ‘사회적 지원의 단절: 잃은 것과 얻을 수 있는 것’, ‘숨길 수 없는 진실, 숨겨야 하는 진실’, ‘가족의운명’ 등이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근거로, 위탁아동 입양가족들의 적응을 돕기 위한 정책과 실천 지침들을 제언하였으며,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풍부한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후속연구들에 대해서도 제언하였다.

KEYWORD
Foster Care , Adoption , Adoption by Foster Carers , Foster Care Adoption , Rearing Experience
  • Ⅰ.서론

    이 연구의 목적은 위탁아동을 입양한 부모의 양육경험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 연구에서는 가정위탁의 형태로 양육해오던 아동을 입양한 부모들의 사례를 찾아 접촉하였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으며, 질적 사례연구 접근으로 분석하였다. 연구자들이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동을 위한 대리적 서비스를 둘러싼 정책과 실천의 이슈들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였기 때문이며, 또한 이 주제와 관련된 이론적 논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먼저 정책과 실천의 측면에서 위탁아동의 입양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동들의 국내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해 왔다. 그러나 줄어든 국외입양의 비율만큼 국내에서 입양부모를 찾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대리적 서비스인 가정위탁제도에서도 비슷한 답보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즉, 이전의 소년소녀가정의 아동들을 대리가정위탁과 친인척위탁의 형태로 가정위탁제도로 흡수하였고, 이로 인해 가정위탁의 대상 아동은 급증하였지만, 혈연관계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일반가정위탁의 경우에는 위탁가정의 수가 거의 증가하지 않고있다(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 2012). 또한 가정위탁제도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한계(즉, 일시적 보호)로 인해 위탁아동과 원가족, 위탁가정도 다양한 어려움들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김진숙‧이혁구, 2007; 김진숙, 2008).

    이러한 상태에서 우리가 고려해 볼 수 있는 대안 중 하나가 위탁부모들이 위탁 아동을 입양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입양은 아동에게 보호의 연속성과 영구성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아동복지에서 가장 바람직한 배치형태로 간주되고 있다(Cowan, 2004). 위탁아동의 입양은 이러한 입양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심리사회적으로 부모자녀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상태에서 법률적인 지위만 전환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입양절차나 부모자녀 관계 형성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위탁아동의 입양은 낮은 파양비율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Barth & Berry, 1988).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대안을 고려할 때는 다른 가능성들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이슈는 위탁부모로서 아동을 일시적으로 양육해 오다가 입양부모로서 영구적인 부모의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이 당사자들에게 어떻게 경험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는 위탁아동과 친생부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부모의 형편이 어려워져서 일시적으로 ‘남’의 집에 살게 된 것과 영구적으로 다른 부모의 자녀가 되는 것은 다르게 경험될 것이며, 자신의 생물학적 자녀를 몇년 동안 맡겨두는 것과 법률을 통해 영구적으로 부모자녀 관계를 단절하는 것은 다른 경험일 것이다.

    그런데 가정위탁과 입양의 실천현장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러한 사례들이 발생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자들은 가정위탁지원센터를 통해서도 이러한 사례들에 대해 들어왔으며, 입양기관이나 단체들을 통해서도 종종 이런 사례들을 접할 수 있었다. 또한 양쪽의 실무자들이 이러한 사례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 쪽에서도 이들 위탁아동 입양 사례들을 엄밀한 과학적 방법으로 접근하여 분석한 적은 없었다. 즉, 실제로 위탁아동의 입양이 당사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잘 모르고 있으며, 그들이 이 현상을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위탁아동의 입양’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가능성들과 함께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부정적인 측면들도 탐구해 볼 필요가 있다.

    이론적인 측면에서도 위탁아동을 입양한 사례에 대한 관심은 많지 않았다. 그동안 가정위탁의 당사자들인 위탁아동, 친생부모, 위탁부모, 그리고 위탁가정에 대한 연구와 입양의 당사자들인 입양아동, 입양부모, 친생부모, 그리고 입양가정에 대한 연구는 상당히 많이 이루어져 온 반면에, 두 제도의 연결고리인 위탁아동의 입양 사례와 관련된 (위탁)입양아동, (위탁)입양부모, 친생부모에 대한 연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물론 선행연구들을 통해서도 이들 위탁아동 입양 사례 이해당사자들의 경험을 어느 정도 예측해 볼 수 있다. 위탁 이전의 경험과 위탁 이후의 경험, 입양가족이 된 이후의 경험에 대해서는 가정위탁에 대한 연구나 입양에 대한 연구의 결과들을 검토해 보는 것으로 충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사례의 경험이 위탁가정이나 입양가정의 경험과 동일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연구의 초점은 위탁가정에서 입양가정으로 전환되는 과정과 그 과정 안에서 이루어진 경험에 맞춰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연구는 낯선 현상에 대한 탐색적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가 위탁에서 입양으로 전환된 사례들을 연구할 때는 아동과 (위탁)입양부모, 친생부모, 또는 (위탁)입양가족 중에서 사례를 선택할 수 있을 텐데, 이 연구에서는 (위탁)입양부모의 경험을 탐색하기로 하였다. 왜냐하면, 정책과 실천의 측면에서 이러한 위탁가정의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입양할 부모에게 일차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또한 이 주제에 대한 초기 연구로서 풍부한 자료를 얻기 위해서는 우선 이들 부모의 경험을 들어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연구자들은 위탁아동을 입양한 부모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이 현상에 대한 객관적인 상태보다는 이 현상을 경험한 이들의 주관적 의미를 파악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질적 연구방법을 활용하기로 하였으며, 이 현상을 경험한 사례의 수가 많지 않으면서도 그 사례들의 양상이 매우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여 질적 사례연구 접근을 선택하였다. 연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설정한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위탁아동 입양부모의 양육경험은 어떠한가?”

    Ⅱ. 문헌검토

    여기에서는 현재 가정위탁보호의 실태와 현황을 검토하고, 위탁아동의 입양과 관련하여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하의 근거자료는 모두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발간한 현황보고서에 의존할 것이다(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 2012).

    2011년에 위탁보호 상태에 있는 아동의 수는 15,486명이었으며, 위탁유형별로 보면, 대리양육위탁이 65.9%인 10,205명, 친인척위탁이 27.5%인 4,260명, 일반가정위탁이 6.6%인 1,021명이었다. 시계열적으로 보면, 가정위탁보호제도가 시작된 2003년 이후 위탁아동의 수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다가 2009년에 정점에 이른 후 다시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이러한 변화는 주로 대리양육위탁가정의 수와 비례하고 있다. 친인척위탁이나 일반가정위탁의 수는 큰 차이 없이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다.

    위탁아동의 입양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아동의 연령 분포를 살펴보면, 17-19세 아동이 36.4%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14-16세 아동이 31.3%, 11-13세 아동이 20.3%였다. 학령으로 보자면, 중고등학생이 67.7%였으며, 초등학생이 28.1%, 미취학아동이 3.7%였다. 위탁유형별로 보면, 대리양육과 친인척위탁에서는 14-19세 이상이 70% 이상인 반면에, 일반가정위탁에서는 연령별로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가정위탁보호의 사유를 보면, 부나 모의 사망과 별거/가출, 이혼의 세 가지 사유가 비슷한 비율로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였으며, 나머지 사유들은 각각 3%에 미치지 못하는 소수에 불과했다. 다만 일반가정위탁의 경우 부나 모의 사망이 차지하는 비율은 12.6%에 불과한 반면, 미혼부모/혼외출생의 비율이 7.7%로 높게 나타났다. 입양아동의 경우 미혼부모의 양육포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입양’ 경로로 갈 수 있는 아동의 일부가 ‘위탁’ 경로로 빠진 것으로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위탁보호결정시 위탁아동의 연령에 대한 자료를 봐도 알수 있다. 일반가정위탁의 경우 위탁보호 아동의 18.2%가 1-3세, 32.6%가 4-7세에 위탁보호가 결정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아동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입양하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한다면, 일반가정에 위탁된 아동의 상당수는 다른 위탁유형에 비해 입양의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위탁아동의 입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 중의 하나는 위탁기간일 것이다. 현재 위탁가정들의 위탁기간은 평균 4년 4개월이었으며, 여기에는 위탁유형별 차이가 크지 않았다. 기간별 분포에서도 특이할만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전체적인 분포를 보면 1년 미만이 11.6%, 누적된 3년 미만이 38.5%에 불과한 반면에, 5년 이상 위탁보호중인 아동의 비율이 37.0%에 이르렀다. 특히 일반가정위탁의 경우에는 이보다 높은 44.9%의 아동이 5년 이상 위탁보호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친가정복귀 지원이라는 가정위탁보호제도의 취지와는 달리 위탁보호가 장기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011년에 위탁보호가 종결된 아동의 수는 2,921명이었으며, 위탁유형별로는 대리양육이 61.6%인 1,800명, 친인척위탁이 29.5%인 861명, 일반가정위탁이 8.9%인 260명이었다. 종결 사유는 종결 아동의 연령 분포에서 예측해 볼 수 있다. 대리양육과 친인척위탁의 경우 60% 정도가 20세 이상이었으며, 각각 20%를 넘는 아동이 17-19세였다. 즉 성인기에 가까워지면서 자연스럽게 독립하게 된 것이다. 이와는 달리 일반가정에 위탁된 아동들의 연령은 연령대별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일반가정위탁의 종결 사유를 보면, 친가정 복귀가 35.4%를 차지하였으며, 21.1%는 만 18세 이상으로 종결된 사례였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경우도 11.2%를 차지했으며, 입양된 경우는 3사례로 1.2%였다.

    위탁아동의 입양과 관련된 또 하나의 변수로서 위탁부모 연령을 들 수 있을 것이다. 7세 미만의 아동을 위탁하거나 입양할 경우 성인이 될 때까지 10년 이상을 양육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우리나라의 평균 퇴직연령이 55세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45세 이하의 연령대가 입양을 고려할 수 있는 연령이 될 것이다. 그런데, 보고된 일반가정위탁 부모의 연령은 50-59세가 45.0%였으며, 40-49세는 25.8%정도였다. 이러한 분포가 나타나는 이유는 일반가정위탁의 경우 위탁부모들이 자신의 친생자녀가 성인이 된 이후 또는 성인기에 가까워졌을 때 위탁을 신청하는 경향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반가정위탁부모들의 참여동기가 대부분 종교적 이념실천(23.7%)과 사회적 이타심 실현(39.0%)의 차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녀가 필요해서라기보다는 어려운 상황에 있는 아동을 도우려는 마음에서 위탁보호를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위탁부모의 연령 분포나 위탁 동기들이 입양부모들의 연령 분포나 입양 동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권지성‧안재진, 2005), 이들 위탁부모의 상당수가 상황에 따라 입양을 선택할 수도 있음을 예측하게 해준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일반가정위탁에서 미혼부모/혼외출생과 같이 입양사유와 동일한 상황에 놓인 아동의 비율이 적지 않고, 위탁결정이 내려지는 시기가 7세 미만이 다수를 차지하며, 5년 이상 위탁이 장기화되고 있는 사례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입양이 필요하고 가능한 위탁아동의 수는 실제 입양되는 위탁아동의 수에 비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위탁아동의 입양을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동을 위한 정책대안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위탁아동의 입양과 관련하여 우리가 고려해야 할 이슈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된다. 하나는 실제로 현재 아동복지서비스체계에서 위탁아동의 입양을 활성화하는 것이 가능한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위탁아동을 입양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양육 관련 이슈들이다.

    먼저, 현재 제도에서 위탁아동 입양의 활성화가 가능한가를 살펴보면, 입양과 마찬가지로 친생부모의 친권포기 문제가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위탁부모들이 처음부터 또는 양육하는 과정에서 아동을 입양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친생부모들이 친권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혼부모나 혼외출생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입양특례법 개정을 통해 미혼부모의 친권포기 절차가 까다로워졌음을 고려할 때 이것은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영유아기부터 친생부모는 아동과 떨어져 지내면서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했고, 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위탁부모는 그때부터 5년 이상 아동과 같이 살면서 애착관계를 형성해 왔다면, 그리고 그러한 상태가 변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어떤 대안이 바람직할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특히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의 보호 필요성이 아동복지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면서 시설보호는 다른 보호유형에 비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시설보호는 아동의 심리사회적 적응과 발달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정익중‧우석진‧강현아‧전종설‧이정애, 2012). 또한 시설에 거주하는 아동은 시설병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이는 오랜 시설 생활로 인해 무기력하고 자기존중감이 사라지며 꿈과 희망을 잃어버려 그저 주어진 한계 내에서 살아가는 수동적 인간이 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인력 부족으로 인해 개별화 원칙에 따라 시설아동에게 보호를 제공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 될 수 있다. 반면, 가정위탁은 위탁부모를 통해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아동들을 개별화하여 보호할 수 있다. 그러나 위탁가정에 장기간 머무르는 것은 시설과 마찬가지로 청소년 자아정체감 발달의 주요과정에 있어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Kools, 1997; Samuels & Pryce., 2008). 위탁양육을 경험하면서 받았던 낙인의 결과 또는 ‘나는 위탁아동’이라고 자기 자신을 분류하는 경험을 통해 자신을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었다. 자기정체성에 낙인찍는 것은, 부정적 인식 내면화라는 결과로 이어져, 낮은 자존감으로 귀결되어 나타났다. 이는 위탁청소년 삶의 전 영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Hanna, Tokarski, Matera, & Fong,2011). 이는 가정위탁도 원래 목적대로 단기간이 아닐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므로 대리보호 중 입양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가정위탁의 경우, 충분한 지원은 아니지만 국가에서 위탁가정에 위탁아동 양육을 위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입양을 할 경우 이전의 지원이 완전히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도 이러한 문제 때문에 위탁아동의 입양이 어렵게 되자 위탁 당시의 지원을 입양 후까지 연장하거나 집중적인 입양사후관리를 실시하였다(Cowan, 2004).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가정위탁으로부터 입양되는 수는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탁아동의 입양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입양가정을 계속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위탁아동을 입양하는 부모에게는 교육, 유용한 자원, 지지집단, 상담과 같은 다양한 서비스들이 제공되어 아동을 양육하는데 어려움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지원이 미흡하거나 누락될 경우 입양가정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고, 이것은 입양부모로 하여금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입양을 주저할 수 있다. 만약 위탁아동의 입양이 정책적으로 필요하다면 입양가정이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할 것이다. 이때 일반입양가정과 위탁입양가정을 구분해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동일하게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하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국가가 부담해야 할 요보호아동의 양육책임을 입양가정이 대신 떠맡는 것이기 때문에 모두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일반입양가정은 비밀입양으로 본인이 거부하거나 불임가구는 본인의 욕구와 맞아떨어진 측면도 있기 때문에 일률적인 지원이 어렵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위탁아동을 입양한 이후 입양가정에서 벌어질 양육과 관련된 이슈들이다. 한국의 입양 영역에서 논의 중인 이슈들로는 비밀입양/공개입양 이슈와 입양사실을 공개한 경우 입양아동이 상실과 애도 등의 감정을 다루기, 뿌리찾기, 자아정체성 형성, 입양부모를 포함한 입양가정 내의 관계 형성, 외부인들에게 입양사실을 공개할 경우 공개과정과 이후 대처과정, 그리고 연장아동(출생 1년이 지난 뒤 입양된 아동)과 애착을 형성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슈들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이슈들은 입양 연구들에서 꾸준히 논의되고 있는데, 위탁아동의 입양에서도 이를 다룰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입양에 대한 선행연구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이슈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입양아동과 주위 사람들에게 입양사실을 알릴 것인가 말 것인가, 알린다면 어느 정도 범위로 할 것인가의 이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밀입양이 전통적으로 이루어져 왔으나 2000년 즈음부터 공개입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탁아동을 입양할 경우, 특히 영유아기부터 아동을 위탁하여 보호하고 있는 가정에서는 입양사실을 굳이 밝히지 않거나 비밀로 해온 사례들이 있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고, 이런 경우 아동이 성장해 가면서 입양사실의 공개여부를 두고 고심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개입양과 관련하여,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은 아동이 받을 충격과 학령기 이후 대인관계에서 경험할 수 있는 부정적인 측면들인데, 위탁아동을 입양할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입양아동을 대상으로 한 국내연구들의 결과를 검토해 보면, 실제로도 아동들이 이러한 일들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권지성, 2003; 권지성‧변미희‧안재진‧최운선, 2008; 박미정, 2009). 그러나 더 중요한 결과는 그럼에도 대부분의 아동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들을 잘 극복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입양가족(주로 입양모)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서도 이들 공개입양가족들이 입양사실 공개 이후 다양한 어려움들을 경험하지만, 하나의 가족으로서 잘 적응해가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윤현선, 2001; 이현정, 2002; 권지성, 2003; 박경련, 2007; 안재진, 2008; 조효정, 2008; 강다선, 2010). 이러한 양상들이 위탁아동의 입양사례에서도 그대로 나타날지, 아니면 다른 양상들을 보이게 될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입양 연구들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주제는 입양사실을 알게 된 입양아동의 적응과 관련된 이슈들이다. 친생부모의 상실, 그에 대한 애도, 뿌리찾기, 자아정체성, 입양가족과 관계 형성 등이 그것이다. 국내 선행연구들도 이러한 이슈들을 다루어 왔는데, 연구결과들을 정리해보면, 대부분의 입양아동들이 이러한 이슈들을 경험하고 있으며, 다만 그 양상은 사례마다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고, 여기에 입양부모나 가족의 특성들이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이현정, 2002; 권지성, 2003; 안재진, 2008; 권지성 외, 2008; 박미정, 2009; 권지성‧안재진‧변미희‧최운선, 2010; 최운선‧안재진‧변미희‧권지성, 2011).

    마지막으로, 위탁아동의 입양을 고려할 때 해당되는 아동들이 대부분 연장아동(태어난 지 1년이 지난 아동)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장아동의 입양과 관련된 이슈들이 위탁아동의 입양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예측해 볼 수 있다. 입양분야에서는 영아입양에 비해 연장아동의 입양이 더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입양부모와 자녀 간에 애착 관계를 형성하기도 어려우며, 아동들에게서 더 많은 문제행동들이 발견되고, 결과적으로 가족의 적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연장입양아동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들에서도 이러한 점들이 반영되었다. 고혜정(2005)의 연구에서는 연장입양 아동의 문제행동에 대한 입양부모의 경험과 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발견하였다.

    최근에는 연장아동을 입양하여 양육하는 과정을 분석한 연구(정익중‧권지성‧민성혜‧신혜원, 2010)와 이러한 과정을 여러 국면으로 구분하고, 연장입양가족의 적응을 방해하는 장애물과 적응을 위해 가족들이 활용하는 자원과 전략들을 구체적으로 분석한 연구(정익중‧권지성‧민성혜‧신혜원, 2011)가 있었다. 전자의 경우(정익중 외, 2010), 연장입양 부모들의 경험은 ‘몰랐거나 용감했거나’, ‘어제와 오늘이 다른 아이’, ‘아이 안의 괴물’,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가족으로 살아남기’,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보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등으로 구성되었다. 후자의 경우(정익중 외, 2011), 연장입양가족들은 낯선 만남, 충격, 고군분투, 조절, 안정 등의 다섯 가지 국면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문제행동, 잃어버린 시간, 준비 부족, 경험 부족, 악순환의 고리, 혼자 버팀, 부적절한 자원, 지지 받지 못함, 비난 받음 등이 적응과정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드러났고, 여기에 대해 연장입양가족들은 양육 경험, 지적능력, 의지, 신앙, 관점 전환과 같은 개인 자원과 능력, 배우자나 다른 자녀와 같은 가족 자원, 확대 가족, 친척, 친구, 이웃, 다른 입양가족과 같은 비공식 지지체계, 입양실무자나 원조전문가들과 같은 공식 자원 등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탁아동을 입양하는 부모들의 경우, 수년 간의 양육과정을 거치면서 이러한 이슈들을 이미 해결해 왔을 가능성도 있지만, 위탁부모로 양육하는 것과 입양부모로 양육하는 것은 다를 수 있으므로 이러한 연장아동의 입양이슈가 이들 가족에서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탐구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Ⅲ. 연구방법

       1. 질적 사례연구

    이 연구의 목적은 위탁아동을 입양한 부모의 양육경험을 이해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 연구에서는 질적 사례연구 접근을 활용하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연구는 위탁아동을 양육하던 부모들이 해당 아동을 입양하고 양육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이슈들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이슈들을 분석하는 데는 다양한 질적 연구방법들 중에서도 질적 사례연구 접근이 가장 적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 이 연구의 사례들이 ‘위탁아동의 입양’이라는 특정 사건을 중심으로 분명한 시간적 경계를 가지고 있으며, 가족과 관계망으로 얽혀 있는 공간적 경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질적 사례연구 접근의 특징 중 하나는 ‘경계를 가진 체계’를 탐구한다는 것이다(조흥식‧정선욱‧김진숙‧권지성, 2010). 이러한 두 가지 특징 때문에 이 연구에서는 질적 사례연구 접근을 통해 현상을 탐구하였다

       2. 연구사례와 연구참여자

    이 연구의 사례는 ‘위탁가정이었다가 입양가정이 된 가족’들이며, 연구참여자는 연구 사례의 ‘위탁아동을 입양한 입양부모’들이다. 위탁보호를 하다가 입양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 이외에 사례 선정을 위한 다른 기준은 설정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를 통해 각 지역의 가정위탁지원센터에 이러한 기준에 적합한 사례들을 연결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며, 몇몇 센터를 통해 본 연구의 사례들을 소개받았다.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는 여기에 해당하는 사례들이 적지않을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실제로 센터들과 접촉하여 확인한 바로는 전체 사례의 규모가 크지 않았다. 또한 센터에서 해당 사례들에 연락하여 요청한 결과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응답한 사례도 거의 없었다. 게다가 일부 사례는 철저한 비밀보장을 전제로 연구에 참여하겠다고 하였다. 결과적으로 연구진과 연결된 사례는 5가정이었으나, 그중 한 가정은 현재 입양절차를 진행하고 있고 아직 입양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분석에서는 제외하였다. 결과적으로, 본 연구에서 분석한 ‘위탁아동을 입양한’ 사례는 4가정이었으며, 면접을 통해 본 연구에 참여한 입양부모도 네 쌍이었다. 이중 세 사례는 입양모만 단독으로 면접하였으며, 한 사례는 입양부모를 함께 면접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의 특성은 <표 1>과 같다.

    [표 1] 연구참여자 특성

    label

    연구참여자 특성

       3. 자료수집 방법

    이 연구의 주된 자료수집 방법은 면접이었다. 연구진은 연구참여자(부모)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면접을 진행하였다. 면접 장소는 대부분 연구참여자가 거주하는 지역 인근의 조용한 장소였다. 원래 계획으로는 모든 연구참여자들과 2회 이상만나 면접을 진행하고자 하였으나 실제로는 한 사례만 2회 면접을 할 수 있었고, 두 사례는 비밀보장 때문에 첫 면접 이후에 더 이상의 면접을 거절하였으며, 한 사례는 비교적 긴 시간 동안 면접을 진행하였고, 연구목적을 달성하기에 충분한 정도로 이슈들이 드러났다고 판단되어 사례를 종결하였다. 면접 시간은 네 사례모두 1시간 반 이상이었으며, 두 사례는 2시간 이상 지속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수집된 자료들이 포화되었다고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본 연구에 참여한 연구참여자들은 우리가 현실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전수 사례라고 할 수 있으며, 면접 자체도 연구진이 연구참여자들과 만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였고, 결과적으로도 연구목적을 달성하기에 충분한 수준의 자료가 수집되었다고 판단하였다.

       4. 자료분석과 글쓰기

    이 연구의 자료분석 방법은 질적 사례연구 접근에서 주로 활용하는 사례 내 분석과 사례 간 분석이었다. 먼저 사례 내 분석에서, 연구진은 먼저 처음 면접한 사례의 원자료를 여러 차례 듣고, 녹취록으로 작성하여 다시 읽으면서 위탁아동의 입양과 관련된 이슈들을 찾아 나갔다. 그 다음 사례는 해당 사례 자체에 주목하여 분석하면서도 앞서 분석된 사례와 비교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고 새로운 이슈들을 찾고자 하였다. 나머지 사례들도 같은 방식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

    사례 내 분석을 마친 뒤에는 전체 사례들을 다시 읽으면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주제들을 찾고, 그 주제 안에서 사례들 간의 차이점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연구결과에 제시한 연구주제들이 나타났고, 이를 구체적으로 기술하였다.

    본 연구에서 선택한 글쓰기 전략에 대해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질적 연구의 다수는 수집된 자료를 유사한 개념들끼리 묶어서 범주화하며 점차 추상화하는 절차를 거치게 되며, 범주화된 결과를 범주명‧기술‧분석‧인용의 형태로 제시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연구결과를 사례 내 분석결과와 사례 간 분석결과를 연속으로 제시하는 형식을 선택하였으며, 이를 기술하는 과정에서 논문의 분량을 조절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인용문을 삭제하였다.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형식이 연구결과를 이해하는 데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5. 연구의 질 검증과 윤리적 이슈

    연구의 질을 검증하기 위해 이 연구에서 사용한 방법은 연구참여자 검토와 동료 검토였다. 연구진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연구참여자들에게 발송하여 연구결과가 그들의 경험과 일치하는지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며, 응답된 반응을 연구결과에 반영하였다. 또한 본 연구진은 다양한 질적 연구 경험을 가진 연구자들과 양적 연구자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먼저 질적 연구자가 연구결과를 기술한 뒤에 다른 연구자들에게 이를 보여주고 의견을 들어 반영하는 과정을 거쳤다.

    다음으로 질적 연구에서 연구자들이 고려해야 할 윤리적 이슈들로는 연구에 대해 밝히기/속이기, 고지된 동의, 자발적 참여, 연구로 인한 피해, 연구참여에 대한 보상, 비밀보장 등이 있다. 연구참여자들은 가정위탁지원센터를 통해 이미 연구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처음 두 가지 이슈는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일부 사례가 비밀보장 이슈 때문에 연구참여를 조심스러워한 것은 사실이지만 철저하게 비밀을 보장하기로 약속하였고 연구참여자 검토를 실시하였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해결되었다. 이 연구에 참여함으로써 연구참여자들이 받은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판단되며, 연구참여자들에게는 미리 계획된 소정의 사례비를 지급하였다. 연구진은 비밀을 보장하기 위하여 연구 사례의 신원을 확인할만한 주요 정보들을 연구결과에 포함하지 않거나 삭제하였다.

    Ⅳ. 연구결과

    연구결과는 사례별 분석과 주제 분석으로 구성하였다. 먼저 각 사례들을 개별적으로 기술하고 분석하면서 사례 내에서 나타나는 주요 이슈들을 파악하였다. 다음에는 사례들을 비교하면서 사례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주제들을 제시하고, 그 주제 안에서 사례들 간의 차이점을 함께 다루었다.

       1. 사례별 분석

    1) 사례A:하은, 예은

    사례 A의 입양가족은 입양부모와 2명의 출산자녀, 2명의 입양자녀(하은, 예은)로 구성되어 있다. 출산자녀들은 둘 다 아들이며 현재 20세와 19세이고, 입양자녀들은 둘 다 딸이며 현재 18세(하은)와 11세(예은)이다.

    하은이와 예은이의 친생부모는 입양모의 시동생 부부였다. 10년 전, 생모가 예은이의 출산을 앞두고 있을 때 생부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면서 갑자기 두 아이의 양육을 맡게 되었다. 생모는 스물 한두살 정도에 첫 딸을 낳고 생부와 별거하다시피 하였으며, 아이는 자신의 부모에게 맡겨둔 상태였다. 수년만에 재결합을 하여 한동안 같이 살다가 예은이를 임신하였는데, 생부의 죽음으로 두 딸을 모두 맡겨두고 떠나버렸다. 처음에는 아동양육시설에 맡기거나 입양을 고려하기도 하였으나 결국 둘 다 집으로 데려오기로 하였고 이후에 가정위탁제도를 알게 되어 공식적으로 가정위탁을 시작하게 되었고 지원도 받게 되었다.

    하은이는 외할머니 집에 있다가 큰엄마 집으로 옮기게 된 셈인데, 처음에는 잘따르다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서 사춘기를 ‘앓았다’. 예은이는 거의 태어날 때부터 데리고 살았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입양모를 친엄마로 알고 있다. 9년간 위탁가정으로 지내다가 1년 전에 입양을 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한 중요한 이유는 위탁부모로서 지위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하은이를 해외연수 보내주기 위해 여권을 만들려고 했는데, 친부모의 동의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생모를 만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친권포기를 안하겠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상황이 어렵다면서 아이를 데려갈 생각이 없다고 하였고 결국 친권을 포기하였다. 생모는 함께 갔던 하은이에게도 엄마로서 애정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지는 않았다. 입양부모는 10여년전부터 소년소녀가정의 아동들에게  결연후원을 해왔고 입양도 생각해 왔기 때문에, 조카들을 데려다 키우거나 입양하는 것에 별다른 거리낌이 없었다. 따라서 위탁보호하던 조카들을 딸로 입양하는 것은 그저 법적인 절차에 불과했다.

    그런데, 어릴 때는 그렇게 잘 따르던 하은이가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점점 속을 태우고 있다. 가정위탁을 이유로 받아 온 각종 지원제도에 대해서 거부감을 표시하더니 사사건건 말도 안듣고 저항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방도 잘 안치우고 여기저기 너저분하게 늘어놓는 모습도 꼴 보기 싫다. 그런데 그 모습이 생모를 닮았다. 지난해 입양 건으로 만났던 그 생모는 마흔에 가까운 나이에도 아가씨처럼 예쁜 모습으로 나타났고, 10년간 키워온 그 딸은 자신을 제대로 키워주지도 않은 생모에게 달라붙어 안고 좋아한다. 그 순간 모든 것을 포기하고 투자해 온 10년의 세월이 허무해졌다.

    지금 하은이를 키우면서 힘든 부분 중의 하나는 아이에게 말을 함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다 보니 최악의 말은 가리자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잔소리가 되기 마련이고 아이는 점점 더 말을 듣지 않게 되고, 자신도 화만 더 쌓이는 일이 반복된다. 아들 둘을 키울 때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었다. 이 낯선 상황을 대면한 입양모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였다. 자녀양육에 대한 공부도 하고 사회복지나 교육 등 관련분야의 자격증을 따기도 하였다. 이런 방법들을 통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남편이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이해를받거나 도움을 받지도 못한다. 그래도 가끔은 하은이가 마음을 잡는 듯 보일 때도 있고 살갑게 대할 때도 있어서 기대를 하게 된다. 이제는 오히려 조금씩 반항을 시작하는 예은이가 더 걱정된다.

    이 가족이 다니고 있는 교회를 중심으로 의미 있는 관계를 갖고 있는 주위 사람들은 딸들을 입양한 사실을 알고 있다. 이런저런 경로로 알게 된 사람들은 이렇게 살아가는 입양모의 모습을 보면서 ‘천사’ 같은 표현을 쓰며 칭찬하지만, 그런 말 듣자고 하는 것이 아니니 오히려 마음만 불편해진다. 또한 딸들을 남들 보란 듯이 잘 키워보겠다는 욕심이 있으나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서 더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자신의 처지를 가장 잘 이해해주어야 할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는 칭찬하면서도 내내 부정적인 말들을 툭툭 던지고, 어쩌다 한번 체벌한 것을 가지고 은근히 나무라는 모습에 기운을 잃는다.

    하은이는 이미 큰 나이에 데리고 왔기 때문에 입양된 사실을 알고 있지만, 예은이는 여전히 낳은 자녀로 알고 있다. 언젠가는 알려주어야겠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때가 되면 알려줄 것이다. 그리고 그때 생모에게 가겠다고 하면 보내줄 마음도 있다. 오히려 지금은 그렇게 애지중지 키웠음에도 도무지 가까워지기 어렵고 그동안 제대로 키워주지도 않은 생모를 보고 환하게 웃던 모습을 기억하면서 성인이 되어 독립할 때까지 남은 5년만 버티자는 식의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은이는 그럼에도 생모에게 가지 않겠다고 한다. 생모가 데려갈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례 A에서 나타난 이슈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가정위탁에서 입양으로 전환되는 과정과 그 이후에 서비스체계가 단절되었다는 점이다. 친인척위탁의 형태로 아동을 보호하고 있을 때는 양육수당을 포함한 각종 경제적 지원을 받아 왔는데, 친자로 입양한 이후에는 모든 경제적 지원이 끊어졌고, 아동서비스기관들(가정위탁지원센터와 입양기관)과도 거의 연락이 끊어진 상태다. 그러다보니 아동을 양육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더라도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둘째, 위탁보호에서 입양으로 전환되더라도 양육이나 관계의 질에는 변화가 없었는데, 이처럼 이전의 관계가 유지되면서 부모자녀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는 오히려 어려움이 있었다. 즉 위탁보호를 할 때에도 엄마라고 부르기는 했지만 ‘큰엄마’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입양을 통해 친엄마가 된 이후에도 여전히 큰엄마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사춘기가 되어 부모와 갈등을 빚게 되면서 그동안 제대로 관심을 보이지도 않은 생모를 지향하는 모습도 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입양모는 자신이 엄마로서 자격이 있는지를 돌아보게 되기도 한다.

    셋째, 위탁아동 입양사례의 경우 비밀/공개입양 이슈가 더 극명하게 드러나는 양상을 보인다. 출생 직후 위탁을 시작한 경우는 다르지만, 인지능력이 발달된 연장아동의 경우 위탁과 입양 사실을 숨길 수가 없다. 사례A의 경우 자매를 위탁하고 입양하면서 언니의 경우 입양사실을 알고 있지만, 동생은 10년이 넘게 입양사실을 모른 채 살아왔다. 주위 사람들의 상당수가 이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입양부모는 둘째 입양자녀에게 입양사실을 비밀로 하고 있다. 친생부모와 그들의 이야기를 너무 잘 알고 있는 것도 자녀를 잘 양육하는 데 장애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자녀에게서 보이는 낯설고 불편한 측면들이 친생부모의 그것과 겹쳐지면서 입양자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거나 친자녀로 보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넷째, 사회적 관계망 내에서 나타나는 이슈들은 입양사례의 경우와 유사했다. 위탁과 입양 사실을 알게 된 주변 사람들의 대부분은 ‘좋은 일 한다’거나 ‘천사’같은 표현을 쓰면서 입양부모들을 칭찬하려 했다. 그러나 그 말을 듣는 입양부모들은 그다지 긍정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우선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칭찬을 받을 만큼 좋은 일은 아니라는 것이며, 이면에 있는 양육의 어려움들을 생각하면 스스로도 칭찬을 해주기 어려운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입양아동은 자신의 입양사실을 모르고 있는 반면에, 어느 정도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이 입양사실을 알고 있어서,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경험도 하게 된다. 언젠가는 입양사실을 알게 되거나 알려주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밝힐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입양사실을 암시하는 말을 할 때가 있어서 종종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2) 사례B: 성규

    사례 B의 입양가족은 입양부모와 출가한 딸, 친생자녀인 아들, 1명의 입양자녀(성규)로 구성되어 있다. 성규는 생후 6개월에 데리고 와서 위탁보호 상태에 있다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법적으로 입양을 하였고, 지금은 초등학교 4학년이다.

    처음에는 딸이 빈곤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알게 된 사례를 소개하면서 시작되었다. 미혼모가 아기를 낳고 집을 나가는 바람에 팔순 노모가 아기를 돌보고 있는데,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방임 상태로 놓여 있다는 것이다. 그 집을 찾아가 살펴본 입양모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단칸방 안에는 할머니가 피운 담배냄새가 자욱하고, 방안에 누워있던 아기(성규)는 생후 한 번도 일으켜본 적이 없는듯 눌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옷도 한번 갈아입히지 않았고, 우윳병에는 곰팡이가 피어 있었으며 몸에는 이곳저곳 배설물이 묻어 있었다.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던 입양모는 할머니를 설득하여 아기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깨끗이 몸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고, 제대로 된 영양분을 공급하였으며,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처음에는 사흘정도씩 데리고 있다가 데려다 주기를 반복하다가 점차 1주일 이상 돌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양육시설로 옮겨가게 되었는데, 양육시설에서도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되어 집으로 데려올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일단 시설로 들어간 아이는 친생부모의 동의 없이는 데려올 수가 없었다. 그래서 수소문하여 친생부모를 찾아냈고, 이들에게 성규를 데려갈 형편이 될때까지 보살펴 주겠다고 설득하여 친생부모가 시설로부터 성규를 데리고 나와 입양부모에게 맡기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그렇게 성규를 데리고 온 뒤 공식적으로 가정위탁을 시작하였으며,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보호하였다. 성규는 처음부터 예쁜 짓을 했다. 잠도 잘 자고, 가정에도 잘 적응했다. 입양부모와 부모뻘인 누나와 형도 늘 사랑을 표현하면서 정성으로 돌보았다.

    그러다가 성규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즈음 입양을 생각하게 되었다. 7년 정도 양육하면서 이미 자녀가 된데다 친생부모에게는 소식도 없었고, 그들이 다시 데려간다 해도 잘 양육할 거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입양을 위해서는 친생부모의 동의가 필요했기 때문에 다시 수소문하여 친생부모를 만났다. 성규가 성인이 되어 입양 사실을 알게 되고, 독립할 때가 되면 얼마든지 친생부모에게 돌려보낼 수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고 동의를 받았다. 그러고는 친자로 신고했다. 그런데, 친자로 신고하면 가족관계등록부 등 서류에 입양사실이 드러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서류를 떼어보니 호적초본에 개명 사실이 기록되어 있어 놀라기도 했다. 그 이후로 성규는 입양부모의 친자녀가 되어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다.

    성규는 자신의 입양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출생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가슴으로 낳았다는 얘기를 해주었지만 정확히 의미는 잘 모르고 있으며, 끊임없이 서로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고 있어서 별다른 느낌을 주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서 그저 늦둥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표시가 나는 나이가 되었다. 입양부모는 성규가 성인이 된 이후에나 입양 사실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지만 이러한 상황들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조금씩 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입양 소식에 노출시키기도 한다.

    성규를 양육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견디기 힘들만큼 어려운 때도 많았다. 아기 때는 2년 동안 목욕탕 한번 못갈 만큼 집중했지만 힘들어도 나이 탓이라고 여기고 사랑으로 돌보았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조금씩 속을 썩이고 있다. 그러나 일단 가족이 된 만큼 포기할 수는 없었으며 더 큰 사랑으로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주변 사람들은 언젠가 친생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나쁜 특성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염려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더 사랑하면 될 거라고 믿는다. 가끔 내 자식이 아니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떠오를 때도 있지만, 문제가 있더라도 그것이 입양 때문이라기보다는 양육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일들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성규는 이미 가족이 되었으며, 내 자식이다. 의식적으로라도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친척이나 주위 사람들은 처음에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아이를 위탁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반응이 없었고, 오랫동안 양육하는 걸 지켜보면서 친자식처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입양하고 나서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누나는 원래 성규를 연결해 준 당사자이기 때문에 그렇고 나이 많은 형도 성규를 무척 사랑해 주고 있다. 오히려 나이 많은 것이 더 든든하게 느껴진다. 자녀를 양육하면서 경험하는 어려움들은 자신의 과거 경험을 토대로 혼자서 헤쳐 나갔다. 가정위탁지원센터를 통해 연결된 위탁가정모임으로부터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어려움들을 해결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입양기관하고는 사후관리 시점 이후로는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내 자식이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연락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사례 B에서 나타난 이슈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사례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특성은 입양모가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하려 했다는 것이다. 연구참여자를 접촉하는 과정에서 사적인 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했고, 면접 중에도 입양가족을 예측할 수 있는 정보들을 가능한 한 숨기려고 했다. 이러한 노력들은 모두 입양아동이 입양사실을 모르도록 하기 위한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러한 노력들은 대체로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러 가지 상황에 의해 더 이상 비밀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때문에 입양모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아동을 입양한 뒤 호적에 입양사실과 관련된 정보가 기록된 것도 입양모에게는 충격을 주었다. 그럴 줄 알았다면 애초에 공식적으로 입양절차를 거쳤을 것이다.

    둘째, 이 사례는 입양아동과 입양부모 간의 나이 차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사례 B에서 입양부모와 입양아동의 나이 차이는 50세가 넘는다. 입양모가 ‘동안’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점점 타인들의 관점에서 부모라고(또는 늦둥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나이가 되고 있고, 이 때문에 매번 입양부모임을 입증해야 하는 도전 상황에 놓이게 된다. 또한 아동이 아직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음에도 입양부모의 나이는 퇴직연령인 60대 초반을 넘어섰기 때문에 신체적, 경제적인 측면에서 양육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형제들의 경우에도 부모뻘 정도로 나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처음에는 양육을 돕지만 독립하고 결혼을 한 이후에는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셋째, 입양부모가 아동을 양육하면서 달라지는 ‘관계의 질’을 볼 수 있다. 처음에 입양부모가 아동을 돌볼 때 느꼈던 것은 ‘측은지심’과 같은 것으로 매우 열악한 상황에 놓인 아기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었다. 집에 데려다가 며칠간 돌보고 다시 데려다줄 때마다 흘린 눈물이 그러한 증거가 될 것이다. 그러한 돌봄이 이어지면서 더 이상 아이를 아무데나 버려둘 수 없다는 마음과 가정에서 키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 정도는 ‘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몇 년을 키우면서 애착관계도 형성하고 애정이 싹트지만 점차 말도 안듣고 이상한 행동을 하고 문제를 일으키면서 어려움에 처하기도 한다. 만약 이들이 위탁이나 입양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면, 유사 부모‧자녀관계를 끊어버렸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입양가족은 그러지 않았다.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역시 ‘사랑’이다. 이  미 가족으로서 충분히 사랑을 나누어왔기 때문에 자녀를 포기한다는 것은 상상할수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저 불쌍히 여기는 마음만으로는 안되는 것이다.

    넷째, 이는 세 번째 이슈와도 관련되는 것으로서, 친부모‧친자녀의 의미에 대한 것이다. 이 사례의 입양모는 면접 과정에서 ‘친자’라는 표현을 자주 쓰면서 입양아동이 자신의 친자, 그것도 ‘완벽한’ 친자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입양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매우 힘든 일이었으며, 가끔은 문득 내 자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고 하였다. 즉, 아동이 말을 안듣거나 말썽을 부릴 때마다 내자식이 아니라서 그렇다거나 내 자식이였다면 이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의식적으로’ 이 아이는 이미 나의 자녀이며, 더 사랑으로 감싸주어야 한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3) 사례C: 동우

    입양부모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연애결혼을 했으며, 두 딸이 있다. 두 딸을 낳은 후 사업을 하다가 중간에 그만 두고, 신학을 공부한 뒤 20년 남짓 목회를 하고 있다. 두 딸은 모두 결혼하여 출가한 상태다. 입양부모가 결혼할 당시에는 입양을 생각한 적이 없으며, 막연하게 생각만 하다가 신문에 나온 가정위탁 이야기를 보고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6개월된 아기를 데려다가 6년간 키우고 7살이 되었을 때 돌려보낸 적이 있다. 그 아이는 이제 중학교 1학년생이 되었다. 그러고 나서, 두 딸이 25세, 23세였을 때, 2개월된 아기(동우)를 위탁하게 되었다.

    처음에 위탁을 위해 아기를 데려올 때부터 생모가 도망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입양을 염두에 두었다. 위탁을 시작한 뒤 한 달에 한번 정도 생모와 왕래했는데, 3-4년쯤 되면서 관계가 단절되었다. 생모의 가정상황이 매우 어려웠기 때문인데, 딸들과 사위들과 상의해 본 결과 모두 긍정적으로 반응하여 입양을 하게 되었다.

    입양아동은 조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서 자랐고, 생모는 그 당시에 아기를 돌볼 수가 없었다. 생모는 지병을 갖고 있었는데, 지금으로부터 2년 전에 사망했다. 생부는 돈을 벌어다 주는 것이 가정의 행복 조건이라고 믿고 열심히 일을 했다. 그런데, 이후에 생부가 빚으로 행방불명이 되면서 입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3년만에 수소문을 해서 찾았는데, 생부가 먼저 입양을 제의했으나 시간이 흐르면 생부의 마음이 변할까 싶어 생부를 설득하였고, 생모가 세상을 떠난 뒤라 아동의 외가 법정 친권자인 조부를 설득하여 입양하게 되었다. 생부와는 지금도 연락을 하고 있다. 입양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생부를 찾아 만나기도 어려웠고, 법원에 찾아가기도 했으며,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동우는 처음 올 때 미숙아였으며 우유를 마시는 즉시 토해내어 늘 소아과에 다니곤 했다. 병원에서는 생존가능성을 낮게 보았지만, 돌이 지나면서 많이 건강해졌다. 동우는 아직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지만, 어린 시절 불리던 이름을 기억하고 그때 다니던 어린이집도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그 당시의 일들을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병원이나 약국, 관공서에서도 바뀐 이름이 아니라 이전 이름을 부르곤 해서 당황할 때가 있다. 주변에서는 동우에게 입양사실을 알려줘야 한다고 하지만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없을지 몰라 스스로 알 때까지는 미뤄두려 한다. 스무살이 넘고 군대에 다녀와서 뿌리를 찾을 때 얘기를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입양기관에서도 모임이 있을 때마다 연락을 해오지만 아이에게 비밀로 하기 위해 가지 않고 있다. 위탁하고 있을 때도 부모모임에는 혼자 갔지만 동우는 데리고 가지 않았다.

    동우를 입양한 뒤 가정위탁을 할 때 받았던 경제적 지원들이 모두 끊어지면서 앞으로 뒷바라지를 못할까봐 걱정이 된다. 나이 많은 누나들이 책임진다고는 말하지만 제 자식들 키우면서 어린 동생 뒷바라지까지는 어려울 것이다. 누나들은 엄마처럼 동생을 돌보고 가르친다. 또한 사위들도 어딜 가나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놀아주고 늘 챙겨주곤 한다.

    사회적 관계망 안에서는 다양한 경험들이 혼재한다. 친정의 형제들 중에서 어떤 형제는 조카로 대해주는 반면에, 어떤 형제는 다른 집 아이처럼 대하기도 하여 속상할 때가 있다. 가끔 와서 “얘가 걔냐?”, “많이 컸네.” 하는 말도 신경이 쓰인다. 주변 모임에 가면 입양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가슴으로 낳은 것도 낳은 거다’ 식으로 얘기할 때가 있고 ‘좋은 일 한다’고 좋게 얘기해 준다고 하지만 듣기는 싫다. 나이 먹어서 왜 그 고생을 하느냐는 말도 마찬가지로, 그런 말들 때문에 모임에 안 나갈 때도 있다. 동우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교사들에게는 미리 늦게 낳았다고 얘기를 해두었지만 친구들로부터 할머니 소리를 듣기도 하고, 낳았다고 하면 다른 학부모들이 당황해 하기도 한다.

    동우는 요즘 산만한 행동들을 많이 해서 입양모와 누나들에게 혼날 때도 많지만 뱃속에 있을 때부터 사랑받지 못했던 것 때문에 이해하려 한다. 작년까지는 분리불안으로 눈앞에서 안보이면 기겁하기도 하고 항상 데리고 다녀야 했지만 이제는 혼자 집에 있기도 하는 등 나아졌다. 동우를 양육하면서 경험하는 어려움 중에 하나는 공부를 가르치기 힘들다는 것이다. 교육수준이 달라지다 보니까 학교 과정을 따라가기가 어렵다. 아들이라 더 말을 안 듣고 고집을 피우고 해서 혼을 낼 때도 있다. 그런데 자신이 입양되었기 때문에 야단을 맞았다고 생각할까봐 제대로 혼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서비스체계와 관련한 경험으로, 아동의 위탁계약 기간 3년이 끝난 뒤 더 데리고 있기를 원했으나 기관에서 법적인 규정과 실적을 위해 데려가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화가 나기도 했다. 게다가 대부분의 아이들이 집이 아닌 시설로 가게 되고, 집으로 가도 80% 이상이 더 안 좋은 상태가 된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울었다. 위탁센터에서 자신들이 입양을 하려는 이유를 듣고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입양해도 혜택이 없다면서 말리는 경험도 있었다.

    위탁을 하다가 입양한 뒤로 달라진 것은 없다. 처음부터 우리 아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책임감은 늘었다. 부모‧자녀간 나이 차이가 많다보니까 나이가 들어갈수록 앞날에 대한 걱정이 늘어난다. 그래도 동우가 있기 때문에 가정의 분위기가 더 활발해지고, 자녀가 있음으로 감사하고 행복하다. 아이 때문에 더 젊어지려고 애쓰는 모습도 있다. 엄마가 아플 때 기도를 해주면서 걱정도 해주고, 엄마의 소중함을 알아가고 표현하는 것도 사랑스럽다. 자라면서 아빠를 닮아가는 모습도 신기하고 좋다. 위탁이나 입양부모가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사명감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정말 아이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그런 부모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례 C에서는 앞의 사례들과 유사한 경험과 이슈들이 나타났다. 첫째, 입양부모와 자녀간의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다보니 입양부모가 퇴직한 이후, 그리고 자녀가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기로 접어든 이후 경제적인 지원을 하기 어렵다는 걱정이었다. 또한 영유아기부터 양육하다보니 친생자녀처럼 키워왔고 입양사실도 비밀로 해왔는데, 점차 비밀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사회적 관계망에서 경험하는 어려움들로써 주변 사람들이 비밀을 유지하는 것을 도와주지 않아 힘들다는 것과 때로는 입양부모와 아동에게 부정적인 메시지를 던질 때도 있고, 나름대로는 긍정적인 표현을 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상처로 다가올 때도 있다는 점이다. 셋째, 위탁에서 입양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모든 공식적 지원이 끊어졌다는 점과 심리적인 측면이나 관계 측면에서는 달라진 것이 없다고 느낀다는 점이다. 다만 부모와 자녀 모두 나이 들어가면서 책임감과 걱정이 늘어간다는 단점이 있다. 넷째, 아동을 입양한 이후 심리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었던 반면에, 경제적인 지원이 모두 끊어지는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공통점들과는 달리 사례 C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들도 있다. 첫째, 부모가 늘 아동에게 더 나은 가정을 제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이다. 즉, 위탁부모일 때나 입양부모일 때나 입양모는 아동의 입장에서 더 좋은 양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둘째, 입양부모가 보이는 첫 번째 특징은 ‘사명감’과 연결된다. 다른 가정에서 태어난 아동을 데려와서 양육하는 것은 단순히 사랑하는 마음으로는 안되며, 아동을 원가정이나 다른 양육환경에서 자라는 것보다 더 잘 양육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 사회적 관계망의 구성원들로부터 ‘진짜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가족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입양모와 아동을 만났을 때, 좋은 일을 했다는 등 나름대로는 지지적인 표현을 하지만, 그러한 표현 자체가 완전한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4) 사례 D: 우현

    사례 D의 입양가족은 입양부모와 서른 살이 되어 독립한 출산자녀, 입양자녀(우현), 또다른 위탁아동(전문위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현이는 현재 초등학교 2학년이다. 우현이는 생후 1개월에 위탁을 시작하였고, 7세에 입양을 하였으며, 유치원 때부터 입양사실을 알려주어 지금도 알고 있다. 그 당시에 다른 위탁아동도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말해 줄 수밖에 없었다. 위탁아동의 경우 초등학교 6학년으로 입양자녀보다 나이가 많다. 그래서 나이 텃세도 있지만, 서로 적응하는데 도움을 주고받기도 했다. 출산자녀와 입양자녀, 위탁자녀 간의 관계는 매우 좋은 편이다.

    입양부모는 베이비부머 세대로서 출산을 많이 할 때 태어났지만 정작 자녀를 출산할 때는 산아제한 시기여서 아들 하나만 낳고 키웠다. 다 키우고 나니까 여유가 많이 생겨서 지역신문에 난 광고를 보고 위탁을 신청하게 되었다. 우현이와 위탁아동을 키우다가 우현이는 입양하고 다른 아동은 원가정으로 복귀하였다. 입양부의 경우 처음에는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아이가 오고 키우면서 정이 들었고 나중에는 더 좋아하게 되었다.

    입양부모는 이전에도 생후 1개월 아기를 위탁하여 10년간 양육한 뒤 원가정으로 돌려보낸 적이 있다. 우현이의 경우 원가정으로 복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아동의 입장에서 상처받지 않도록 하고 싶었으며, 정이 들었고, 조금 더 아껴 쓰면 양육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입양을 했다. 처음에 아이들이 집에 올 때는 겉돌고, 몸과 마음도 아프고 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그러면서 ‘내 아이’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위탁과 입양의 차이에 대해 말하자면, 위탁하고 있을 때는 보험 가입, 통장 개설, 여권 만들기 등 아이를 위해 할 수 없는 것이 많았다. 그래도 그것이 불편하지만 나쁘다는 생각은 안들었다.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니까... 또한 위탁센터에서 불편한 것들을 대신 해주기 때문에 불편하긴 해도 이해가 되었다. 입양을 하고 나서는 이런 점들이 없다. 오히려 출산한 자녀는 아무 것도 모르던 때에 낳아서 키우다 보니 막 키웠지만, 위탁아동의 경우 교육도 받고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키우다 보니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고 대화도 많아지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물론 위탁일 때 받던 양육비 지원이 사라지고 다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다른 것은 다 똑같다.

    위탁아동이라 특별히 양육방식에 차이가 있지는 않으며, 주로 말로 가르치는 스타일이다. 다만 출산자녀는 소극적인 체벌을 하기도 했지만 위탁, 입양한 자녀들은 불쌍한 생각도 들어서 말로 하게 된다. 시골에서 살다보니 마음에 여유가 있고 그래서 양육하는 데도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양육에는 남편이 가장 큰 도움을 주었다. 위탁을 하고, 입양해서 자녀를 양육하면서, 출산한 자녀를 키우면서 잘못했던 일들을 반성하게 되고 아이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이들 입양가족을 보면서 주위 이웃사람들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입양모의 여동생도 위탁을 하다가 바로 입양을 하기도 했다.

    생모는 미혼모 상태라서 키울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는 재혼을 해서 2명의 자녀를 출산하였다고 한다. 입양모는 뿌리찾기를 염두에 두고 생모와 관련된 서류들을 다 받아서 보관하고 있다. 그리고 혼자 살아가야 할 때를 대비해서 설거지도 시키고 혼자 살아갈 준비를 시키고 있다. 가정위탁지원센터와는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있으며, 센터를 통해 생모하고도 연락하고 있다.

    입양 과정은 센터를 통해 순조롭게 진행되었으며 친양자 입양이 되어 좋았다. 위탁이나 입양이나 ‘함께 키우는 것’이다. 친인척과 옷도 나눠 입고 음식도 나누며 함께 키우고 있다. 처음에는 괜한 고생한다고 손가락질 하던 이웃들도 지금은 다들 도와주고 있고, 위탁을 하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아이를 다 키워놓고, 이제 좀 여유롭게 살아야 할 나이에 신생아를 양육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래서 주위 사람들은 한 마디씩 하지만, 여행을 다니고 추억을 쌓는 것보다 더 늙기 전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기에 가치를 둔다. 그래도 남편의 수입이 안정적이어서 이런 생각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들은 입양모가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삶으로 배운 것이기도 하다. 아동을 위탁하여 양육하는 것은 봉사다. 양육수당으로 받는 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쓰고 있고, 그밖에도 많은 수고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주는 것보다 아이한테 얻는 것이 더 많다. 자부심, 이 세상에 살아 있다는 자긍심도 느낀다.

    사례 D의 입양모에게서 발견되는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이들이 애초에 특별한 사람들이었다는 점이다. 자녀를 성인이 될 때까지 다 키워놓고 독립시킨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제는 자신만의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려고 작정할 때, 이들은 신생아를 키우는 고생길을 선택했다. 그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자녀를 양육하는 일 자체에도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위탁아동과 입양아동을 양육하면서 느끼게 된, 그러니까 출산한 자녀를 제대로 키우지 못한 점을 반성하면서 자녀에게 사과하는 용기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아이를 키우면서 배우고 얻는 것이 더 많다는 자기고백도 한다. 그 과정에서 살아있다는 느낌도 갖는다. 다시 생각해 보면, 앞서 살펴본 다른 사례의 입양부모들도 비슷한 성향들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내 자식이든 남의 자식이든 사랑을 갖고 보살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아이들에게 아낌없이 주려고 한다. 이러한 태도의 배경에 종교적인 신앙이나 신념이 있다는 것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둘째,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처음부터 아이들을 사랑하고 잘 돌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부모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아이들의 특성, 그리고 원가족 배경 등 다양한 맥락들이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같은 가정에서도 양육의 패턴은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그러면서도 이들의 관계가 사랑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개념은 ‘정’인 것으로 보인다. 신생아일 때부터 키워오면서 하루하루 쌓아온 정이 부모자녀 관계를 튼튼하게 만드는 애정관계로 발전해 온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입양부모와 아동은 ‘다시 태어난다’.

    셋째, 입양모에게 양육은 ‘함께 키우는 것’이다. 자녀를 키우는 것은 혼자서 할수 없는 것이다. 아버지가 필요하고, 형제들도 필요하며, 이웃들의 지지와 도움도 있어야 하고, 가정위탁지원센터와 같이 공식적인 서비스체계의 지원도 필요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입양모는 사회적 지지체계의 다양한 구성원들에 대해 긍정적인 관점을 유지하며, 다양한 자원들을 충분히 활용해 왔다.

    넷째, 자녀가 성장하고 난 뒤의 미래를 준비하는 방식에서도 다소 차이가 있다. 입양모는 입양아동이 자라는 과정에서 또는 그 이후에 뿌리찾기를 할 것에 대비하여 생모와도 연락을 유지하고 있으며 출생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을 준비해 두고 있다. 사실 이러한 차이는 이들이 공개입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제시된 사례들이 모두 비밀입양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에, 이 사례는 어릴 때부터 비밀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오히려 자연스럽게 입양사실을 알려주는 과정에서 서로 더 잘 준비해올 수 있었다.

       2. 주제 분석

    사례별 분석을 통해 나타난 이슈들을 살펴보고, 전체 사례들을 비교하며 통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주제가 나타났다. 아래에서는 이 주제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서 사례들 간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검토할 것이다.

    1) 특별한 만남: 우연, 인연, 필연

    이들 부모와 아동의 만남은 매우 특별한 것이다. 부모들은 자녀를 얻는 세 가지 방법, 즉 출산과 위탁, 입양을 모두 경험했다. 자녀들 역시 부모를 만나는 세 가지 방법을 모두 경험했다. 이러한 경험 자체는 세상의 그 누구도 쉽게 접할 수없는 것이다. 이처럼 특별한 만남은 처음에는 우연처럼 느껴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인연으로 생각되고, 결국 필연으로 경험된다.

    사례 A는 시동생의 우연한 사고로 조카를 위탁하다가 결국 입양하게 되었다. 사례 B는 입양부모의 딸이 자원봉사활동을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아기를 돌보다가 정이 들면서 위탁을 하게 되고, 부모의 포기로 입양하게 되었다. 사례 C와 D는 우연히 신문에 난 가정위탁 광고를 보고 신청하여 아기를 만나게 되었는데, 만나는 순간부터 인연임을 느꼈다. 친부모가 키울 수 없는 형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위탁아동 입양사례들은 아동이 처한 상황과 친부모와 (위탁)입양부모가 처한 상황의 역동에 따라 ‘입양할 수밖에 없는’ 필연으로 이끌어져 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하게 되는 특성 중의 하나는 모든 사례에서 부모가 아동이 신생아였을 때 위탁을 시작하였다는 점이다. 즉 대부분의 입양부모들이 경험하는 것처럼, 갓난아기 시절부터 아동을 양육해 왔기 때문에 위탁부모였음에도 실제로는 친부모처럼 양육을 해왔고, 그 때문에 자연스럽게 입양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친부모가 위탁아동을 양육한 기간이 매우 짧다는 사실도 말해주고 있다. 친부모의 입장에서도 애착관계를 형성할만한 시간이 없었고 오랫동안 자녀와 떨어져 살았기 때문에 입양을 보내는 것도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아동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이후에 제시되는 다른 주제들과도 연결된다.

    2) 이미 내 아이

    신생아였을 때 집으로 데려와서 애지중지 키운 아들 또는 딸이 친자녀로 느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이는 신생아를 입양한 부모들의 경험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위탁이라는 특별한 상황이 있기 때문에 신생아 입양과는 다른 점이 있을 것이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입양부모들의 경우 6개월 정도의 사후관리 기간이 지나고 나면 자발적으로 요청하지 않는 이상 입양기관과 접촉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반면, 위탁부모들은 가정위탁지원센터의 지속적인 ‘관리’를 받는다는 점이다. 센터의 개입 특성에 따라 친부모에게 아동을 주기적으로 보내야 한다는 점도 다르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아동을 입양하기로 결정하였을 때, 위탁부모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것은 ‘이미 내 아이’라는 것이다. 부모들이 입양을 결심하는 시기는 대체로 초등학교 입학 전후였는데, 그렇다면 이미 6-7년간 양육해왔기 때문에, 현재 상태에서 미운지 고운지를 떠나서, 정이 들만큼 들어버린 것이다. 이미 내 아이가 된 위탁아동을 입양을 통해 친자녀로 삼고자 하는 선택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위탁아동의 입양을 정책 대안의 하나로 고려한다면, 이 지점을 결정적인 시기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3) 사소하지만 본질적인 차이

    위탁부모들이 위탁아동의 입양을 결심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위탁과 입양 사이의 미묘한 차이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인 학령전기까지는 양육 과정에서 특별히 불편하거나 어려운 것도 없었고, 별다른 차이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친부모를 늘 의식하며 지내야 하는 점 정도였다. 그러나 초등학교에 들어간 이후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경험되기 시작한다. ‘친부모’가 아니기 때문에 갖게 되는 권한과 책임의 제한이 그것이다. 아동을 위해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할 때 계속해서 만나게 되는 걸림돌들이 있다. 사소한 것으로는 보험에 가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여권을 만들고 사회활동이 이루어지는 체계 내에서 공식적으로 부모 노릇을 해야 하는 경우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장애물들을 만나게 되면서, 부모들은 ‘이미 내 아이가 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키워야 한다면’ 입양을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부모들은 가족과 상의하고, 가정위탁지원센터를 찾아가거나 실무자들과 논의를 시작하게 된다. 입양을 통해 친부모가 되는 과정을 시작하는 것이다.

    4) 사회적 지원의 단절: 잃은 것과 얻을 수 있는 것

    입양을 준비하면서 이미 알고 있었고 예상했던 바였지만, 이들 가정은 입양 이후에 한꺼번에 많은 것을 잃게 되었다.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은 위탁가정으로서 받고 있던 사회적 지원들이 모두 끊겼다는 것이다. 위탁부모에게 주어지는 양육수당 뿐만 아니라 수급자로서 위탁아동에게 주어지는 생계급여, 그밖에 후원금과 현물 등 경제적 지원들이 입양 이후 모두 중단되었다. 위탁부모들이 대부분 중산층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변화들은 상당한 부담으로 경험될 수 있다. 또한 이전에는 아동을 양육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많지 않았지만, 초등학교 입학 이후에는 상당히 큰 차이로 양육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더욱 부담스러운 것이다. 이 때문에 맞벌이를 시작한 입양부모도 있었다.

    만약 이들 위탁가정이 자연스럽게 입양가족으로서 정책과 연결된다면 입양가족들에게 지원되는 각종 사회적 지원들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가족 중에서 입양가족을 위한 지원을 받는 경우는 없었다. 그 이유는 이들이 공식적인 입양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입양특례법에 의해 입양기관을 통해 입양한 것이 아니라 민법을 통해 우회적으로 입양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따라서 위탁아동을 입양하려는 사례가 있을 경우에 입양가족을 위한 사회적 지원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 제공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친양자로 입양하더라도 호적에는 입양 관련 정보가 기록될 수 있다는 사실 등을 포함한 정보도 알려줘야 할 것이다.

    5) 숨길 수 없는 진실, 숨겨야 하는 진실

    위탁아동을 입양한 가족들도 공개입양과 비밀입양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아동의 인지수준이 발달한 초등학교 입학 전후에 위탁을 한 경우에는 이미 아동이 위탁과 입양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공개입양이 불가피하고, 가정 내에 다른 위탁아동이나 입양아동이 있을 경우에도 자연스럽게 그 사실을 공개하게 되지만, 신생아기에 위탁을 시작한 가정들은 처음부터 친자녀처럼 양육해왔고 아동들도 친부모로 알고 자라왔기 때문에 위탁 사실의 공개 시기가 늦춰지고, 이미 알만큼 알만한 나이가 된 지금은 그 사실을 밝히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입양분야에서도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다만 위탁가정이라는 특성상 어렸을 때부터 친부모와 관계유지를 지속해왔다면 이것이 이슈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즉, 신생아기부터 친부모 관계가 단절된 사례들에서만 공개/비밀 문제는  진지한 이슈가 되는 것이다. 가정위탁지원센터나 입양기관들이 고려해야 할 것은 이러한 사례들이다. 지금으로서는 입양가족의 공개과정과 방법에 대한 일반적인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입양분야에서 공개입양은 입양아동에게 입양사실을 공개하는 것과 함께 주변 사람들에게 입양사실을 공개하는 것을 포함한다. 후자의 경우와 관련하여서는 공개입양 이슈가 입양가족들과 다소 다른 상황에 놓이게 된다. 불임 이슈를 경험하거나 입양아동이 받을 상처를 걱정해야 하는 입양부모들과는 달리, 위탁부모들의 경우 센터를 통해 위탁아동을 데려오는 것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위탁 사실을 숨기거나 거짓말을 할 만한 이유가 없다. 확대가족들의 경우에도 위탁을 ‘봉사’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에 반대를 하더라도 소극적인 수준에 머물 때가 많다. 위탁부모들도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는 않더라도 숨길만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처음 아동을 위탁하여 양육을 시작할 때부터 이후에 성장하는 과정에서 위탁가정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탁 사실을 알기 마련이다. 그러다가 주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입양을 한것이고, 그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하기 때문에 입양부모나 아동을 만났을 때 무심코 위탁이나 입양 사실을 언급하는 경우들이 생기는 것이다. 위탁아동을 입양한 부모들은 이런 상황들에 당황하게 된다. 이들 가족을 위한 실천지침을 고려할 때, 이러한 공개/비밀 이슈들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6) 가족의 운명

    이들 (위탁)입양부모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이슈 중의 하나는 아동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다. 부모와 자녀 간의 나이 차이가 많게는 50세 이상이고, 자녀가 아직 초등학생인데 반해 부모는 이미 퇴직연령에 도달했기 때문에 앞으로 경제적인 뒷받침을 해줄 수 있을 것인지 여부에 대한 걱정이 가장 크다. 나이 많은 형제자매들이 있기는 하지만 출가하여 독립한 이후에는 제 자식 키우기에도 벅찬 상황에 본격적으로 돈이 들어가기 시작하는 어린 동생들 뒷바라지까지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반적인 입양부모들도 출산을 기다리다 뒤늦게 입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이 차이가 나는 편인데, 이들 (위탁)부모들의 경우는 더 차이가 많이 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다른 걱정은 앞으로 아동을 잘 양육할 수 있을 것인지, 성인이 된 이후에도 가족으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어릴 때는 몸은 힘들어도 키우기는 수월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말도 안듣고 반항도 하고 키우기가 쉽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친생부모와 연결되어 있는 경우에는 안정감도 느끼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일부 입양모들은 성인이 되면 아동의 뜻에 따라 친생부모에게 보낼 수도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진술은 신생아를 입양하여 양육해 온 부모들에게서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말이다.

    Ⅴ.결 론

    이 연구의 목적은 위탁아동을 입양한 부모의 양육경험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연구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 연구에서는 요보호아동을 위탁하여 보호하다가 입양한 사례들을 접촉하여 개별적으로 면접을 진행하였으며, 이를 통해 수집한 자료들을 가지고 사례 내 분석과 사례 간 분석을 실시하였다. 네 사례에서 수집한 자료들을 개별적으로 분석하여 사례별로 중요한 이슈들을 파악하였으며, 전체 사례들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주제들을 발견하여 기술하였다. 분석결과로 나타난 주제는 ‘특별한 만남: 우연, 인연, 필연’, ‘이미 내 아이’, ‘사소하지만 본질적인 차이’, ‘사회적 지원의 단절: 잃은 것과 얻을 수 있는 것’, ‘숨길 수 없는 진실, 숨겨야 하는 진실’, ‘가족의 운명’ 등이었다. 이러한 연구결과에 근거하여, 위탁아동의 입양과 관련된 정책과 실천 지침들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연구의 결과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일 수 있지만, 아동복지정책의 방향성과 우선순위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다. 연구자들은 서론에서 ‘위탁아동의 입양’이 가정위탁의 한계를 극복하면서도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가정하였다. 그러나 이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위탁아동을 입양한 사례가 극소수에 불과하며, 이미 오랫동안 아동을 보호해왔기 때문에 친자녀처럼 양육하고 있는 경우에도 입양을 고려하는 위탁부모가 많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 연구를 진행하면서 그 이유를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위탁아동의 입양을 대안으로 고려하는 경우에도 아동복지정책의 기본 방향을 분명히 설정하고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즉, 사회는 아동자신이 출생한 원가정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하며, 이를 위해 가족보존서비스가 적극적으로 실행되어야 하고, 모든 서비스는 아동 최선의 이익을 위해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위탁아동의 입양을 먼저 고려하기 보다는, 친생부모가 자신의 자녀인 위탁아동을 스스로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가족보존과 가족기능 강화를 위해 물질적, 비물질적인 급여를 최대한 제공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아동복지정책은 다른 우선순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위탁아동에게 제공되는 생계급여와 위탁부모에게 지급되는 양육수당을 포함하면 위탁가정에는 매달 50여만원의 현금급여와 각종 지원이 제공되지만, 한부모가정에게 제공되는 사회적 지원은 이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위탁아동을 입양하는 경우에도 급여가 없어지거나 1/3 수준으로 낮아지기 때문에 실제로는 친자녀로 키우고 있음에도 양육비용을 유지하기 위해 입양을 망설이기도 한다. 선진국에서도 재정적 지원이 중단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입양을 고려함에도 불구하고 입양하지 않는 사람들의 비율이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Kirton, Beecham, & Ogilvie, 2006).

    우리는 이러한 모순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위탁아동을 양육하는 위탁부모들에게 입양 이후에도 동일한 수준의 지원을 제공한다면, 위탁아동의 입양은 지금보다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위탁가정이 입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입양과 가정위탁의 분리된 체계를 연결시키는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위탁가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미국의 많은 연구에서 위탁가정에서 양육되던 아동이 다른 위탁가정으로 옮겨 다시 적응하는 것은 아동의 성장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Cowan, 2004). 한편, 위탁부모의 입장에서도 양육비, 의료비, 교육비 지원, 집중적 사후관리, 상담 등 아동의 입양에 필요한 정책적인 지원이 강화된다면, 위탁아동을 입양할 의지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장아동은 위탁가정에 입양되지 않는다면 시설에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연장아동의 경우 특히 위탁가정에 입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지원이 시급하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 방향이 확고하게 유지되고 우선순위가 달라지더라도 시설보호가 필요한 아동과 가정위탁보호가 필요한 아동들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아동들을 위한 실천지침들은 여전히 필요하다.

    둘째,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동들을 위한 스크리닝과 모니터링, 연계 체계를 제대로 구축해야 할 것이다. 현재 아동복지체계에서 이혼이나 빈곤, 기타 사유로 가정외 보호를 받아야 하는 아동을 1차로 배치하는 것은 기초자치단체의 담당공무원인데, 이들이 아동을 시설이나 위탁가정으로 배치하는 기준이 명확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며, 배치 이후에는 해당 시설이나 가정위탁지원센터로 모니터링이 위임되면서 장기적인 사후관리에 장애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동과 원가정, 보호가 필요해진 상황을 통합적으로 검토하면서도 배치 이후의 상황을 예측하여 적합한 보호형태로 배치해야 할 것이며, 이후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배치 상태를 유지하거나 변경해 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 내 유관기관들의 협조적인 연계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셋째, 이러한 연계체계 내에서 이해당사자들은 아동복지서비스를 포함한 다양한 정책 지원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숙지할 필요가 있다. 잦은 재배치로 인해 담당공무원이 시설이나 가정위탁, 입양 서비스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도 많고, 양육시설과 가정위탁지원센터, 입양기관의 실무자들도 다른 서비스에 대해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동 최선의 이익을 위해 더 적합한 보호형태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정보 숙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가정위탁제도에 대한 일반 사회구성원들의 인식 수준을 높이기 위한 홍보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시설보호나 입양에 비해 가정위탁제도는 일반 사회에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이 때문에 꼭 필요한 경우에도 가정위탁보호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 차원에서 더욱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통해 인식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넷째, 위탁아동을 입양한 가정들을 위해서는 입양가족들이 경험하는 것과 비슷한 차원에서 다양한 입양 이슈들을 다룰 필요가 있다. 이 연구에서 드러난 가장 중요한 이슈는 비밀/공개입양 이슈였다. 신생아 때부터 아동을 양육하다보니 친자녀처럼 생각하게 되었고, 입양을 통해 친자녀가 된 이후에는 입양사실을 공개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수의 부모들은 비밀입양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는 입양분야의 비밀입양 가족들보다 비밀을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에(위탁가정일 때는 대부분의 지인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오히려 적극적으로 입양이슈를 다루어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아동은 8세 이후부터 입양에 대한 더 포괄적인 이해가 가능하게 되므로(Brodzinsky, Singer, & Braff, 1984), 이 시기 즈음에 입양부모가 아동에게 입양사실을 직접 알리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도 이를 돕기 위한 실천 지침을 마련해 두어야 할 것이다. 또한 자주 위탁가정을 옮겼거나 연령이 높을 때 입양된 청소년들의 경우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위해 사정과정에서 친부모와의 애착 뿐만 아니라 가정위탁 기간에 살았던 다른 가족과의 경험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Cowan, 2004).

    다섯째, 위탁아동 입양가족의 적응을 돕기 위한 전문화된 개입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개입전략은 우선 입양가족의 적응을 지원하기 위한 개입전략들을 토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영유아기에 위탁을 시작하였다가 학령기 전후에 입양을 하게 된 가족과 학령전기에 위탁을 시작한 가족, 그리고 학령기와 청소년기에 위탁을 하게 된 가족들은 공통점도 가지고 있겠지만 서로 다른 어려움을 경험하고 상이한 욕구들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위탁시작 연령과 위탁이전 상황, 이해당사자들의 특성, 입양시기에 맞는 개입전략을 고안하고 구축해가야 할 것이다. 영유아기에 위탁을 시작하여 학령기에 입양하는 경우 위탁과 입양사실을 공개하는 것이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며, 이후에는 입양가족과 마찬가지로 상실과 애도, 뿌리찾기 등의 개입 이슈들을 다뤄야 할 것이다. 학령전기와 학  령기에 위탁을 시작하여 학령기 이후 입양하는 경우에는 당사자들이 모두 관계의 변화를 수용하도록 하고 부모‧자녀 관계를 재정립해 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청소년기에 위탁을 시작하여 이후에 입양을 하는 가족은 현재 제도 내에서는 매우 드문 경우가 되겠지만, 그런 경우가 있다면 우선 가정위탁제도를 통해 당사자들의 관계형성을 위한 개입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가족들이 입양을 하려 한다면, 입양절차를 도우면서 필요한 서비스들을 연결해주고, 청소년을 입양하였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들을 예상하고 준비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여섯째, 입양가정들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기는 하지만, 위탁가정의 경우 아동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이는 주로 위탁부모와 위탁아동의 나이 차이에 기인한다. 위탁부모가 퇴직연령에 도달했음에도 위탁아동들은 여전히 ‘아동기’에 머물러 있다. 위탁부모의 다수는 중산층이므로 당장 생계 걱정은 하지 않더라도 아동의 미래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디딤씨앗통장 등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아동이 위탁보호상태에 있든 입양되든, 만 18세가 되어 독립해야 할 나이가 되면 상당히 많은 아동들은 양육시설에서 퇴소해야 하는 아동들과 비슷한 처지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빈곤가정, 한부모가정, 양육시설, 위탁가정, 입양가정의 아동들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나은 수준에서 독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 연구는 지금까지 이론적으로 검토된 바가 없는 ‘위탁아동의 입양’ 현상을 최초로 탐구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전체 사례 수가 많지 않고, 사례에 접근하는 데에도 상당히 많은 한계가 있어, 위탁가정이나 입양경로의 유형별로 다양한 사례들을 포함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후속연구들을 통해 이러한 한계가 극복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 1. 강 다선 2010
  • 2. 고 혜정 2005
  • 3. 권 지성 2003
  • 4. 권 지성, 변 미희, 안 재진, 최 운선 2008 [『한국가족복지학』] Vol.23 P.71-102
  • 5. 권 지성, 안 재진 2005 [『아동권리연구』] Vol.9 P.393-412
  • 6. 권 지성, 안 재진, 변 미희, 최 운선 2010 [『한국사회복지학』] Vol.62 P.209-233
  • 7. 김 진숙, 이 혁구 2007 [『한국사회복지학』] Vol.59 P.87-116
  • 8. 김 진숙 2008 [『한국가족관계학회지』] Vol.13 P.135-164
  • 9. 박 경련 2007
  • 10. 박 미정 2009
  • 11. 안 재진 2002 [『홀트사회복지연구』] Vol.2 P.1-46
  • 12. 안 재진 2008
  • 13. 윤 현선 2001
  • 14. 이 현정 2002
  • 15. 정 익중, 권 지성, 민 성혜, 신 혜원 2010 [『한국가족복지학』] Vol.29 P.55-84
  • 16. 정 익중, 권 지성, 민 성혜, 신 혜원 2011 [『사회복지연구』] Vol.42 P.399-432
  • 17. 정 익중, 우 석진, 강 현아, 전 종설, 이 정애 2012 [『아동학회지』] Vol.33 P.107-127
  • 18. 조 효정 2008
  • 19. 2011
  • 20. 최 운선, 안 재진, 변 미희, 권 지성 2011 [『인간발달연구』] Vol.18 P.169-182
  • 21. Barth R. P., Berry M. 1988 Adoption and disruption: Rates, risks, and responses. google
  • 22. Brodzinsky D. M., Singer L. M., Braff A. M. 1984 “Children’s understanding of adoption”. [Child Development] Vol.55 P.869-878 google cross ref
  • 23. Cowan A. B. 2004 “New strategies to promote the adoption of older children out of foster care”. [Children and Youth Services Review] Vol.26 P.1007-1020 google cross ref
  • 24. Hanna M., Tokarski K., Matera D., Fong R. 2011 “Happy Ever After? The Journey from Foster care to Adoption”. [Adoption Quarterly] Vol.14 P.107-131 google cross ref
  • 25. Kirton D., Beecham J., Ogilvie K. 2006 “Adoption by foster carers: A profile of interest and outcomes” [Child and Family Social Work] Vol.11 P.139-46 google cross ref
  • 26. Kools S. M. 1997 “Adolescent identity development in foster care”. [Family Relations] Vol.46 P.263-271 google cross ref
  • 27. Samuels G. M., Pryce J. M. 2008 “What doesn’t kill you makes you stronger:Survivalist self-reliance as resilience and risk among young adults aging out of foster care”. [Children and Youth Services Review] Vol.30 P.1198-1210 google cross ref
OAK XML 통계
이미지 / 테이블
  • [ 표 1 ]  연구참여자 특성
    연구참여자 특성
(우)06579 서울시 서초구 반포대로 201(반포동)
Tel. 02-537-6389 | Fax. 02-590-0571 | 문의 : oak2014@korea.kr
Copyright(c) National Library of Kore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