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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A Phenomenological Study on the Gender Experience of Lesbians Who Are Receptive to Sexual Orientation 성적지향에 수용적인 레즈비언의 젠더 경험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
  • 비영리 CC BY-NC
ABSTRACT
A Phenomenological Study on the Gender Experience of Lesbians Who Are Receptive to Sexual Orientation

본 연구는 자신의 성적지향에 수용적인 레즈비언의 젠더경험을 Giorgi의 현상학적 방법으로 분석한 질적 연구이다. 분석결과, 참여자들은 자신의 성적지향을 수용했지만 가족이나 타인에게 성적지향을 온전히 수용받기 어렵고, 사회적인 차별과 편견으로 대인관계나 사회활동이 위축됨을 경험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어려움을 잘 견뎌내고 있는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높은 자존감을 보였고, 비교적 활발한 사회활동과 커뮤니티 활동을 하였으며,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가치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성소수자로서 자신이 겪은 어려움과 사회적 소외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발달시켰고,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대한 감수성을 향상시켰다. 이처럼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자신의 환경적 자원과 심리적 역량을 통해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고 있었다. 이는 젠더로 인해 갈등을 겪는 성소수자들에게 역량강화가 필요한 이유이며 근거이다. 따라서 상담자는 그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강점을 계발하여 적응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조력해야 할 것이며,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을 점검하고 관련 지식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KEYWORD
homosexuality , sexual orientation , lesbian , gender , qualitative study
  • 방 법

    인간의 마음이나 사회를 다루는 여러 과학은 지금까지 자연과학의 정확성을 모범으로 삼아왔다(Flick, 2009). 지구는 공전하며 자전하고 둥글다는 자연과학적 지식은 모든 사람에게 객관적인 진리이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하는 지구는 가만히 있고 평평하다. 자연과학의 임무는 생활세계와 같은 주관적인 토대에서 출발하여 획득될 수 있는 최대의 객관성을 성취하는 것이지만 그 원천인 생활세계를 간과하고 말았다(Polkinghome, 2001). 이러한 문제의식이 질적 연구의 출발점이다. 우리는 이슈에 대한 복합적이고 상세한 이해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질적 연구를 수행한다. Creswell(2011)은 질적 연구 유형 중 가장 빈번한 다섯 가지 접근으로 내러티브, 현상학, 근거이론, 문화기술지, 사례연구를 꼽고 있다. 내러티브 연구는 한 인생이나 소수의 상세한 이야기를 보고하는 반면에, 현상학적 연구는 하나의 개념이나 현상에 대한 여러 개인들의 체험적 의미를 기술한다. 근거이론은 하나의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이론이 없을 때 적절한 설계이며, 문화기술지는 문화집단이 일하는 방법을 기술하고, 신념, 언어, 행동과 권력, 저항, 지배와 같은 이슈를 탐색하려 할 때 적합하다. 사례연구는 연구자가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경계를 가진 체계 내의 사례를 갖고 있고, 사례에 대한 깊은 이해나 여러 사례들에 대한 비교를 하고자 할 때 좋은 접근이다.

    본 연구에서는 성적지향을 수용한 레즈비언들의 경험을 직접 듣고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현상학적 접근방법을 채택하였다. 현상학은 의식으로 경험한 현상을 인과적으로 설명하려 하거나 어떠한 전제를 가정하지 않고, 직접 기술하고 연구하는 것을 제일의 목표로 삼는 20세기의 철학사조(홍현미라 ,권지성, 장혜경, 이민영, 우아영, 2008)로서 수량화하기 곤란한 인간의 심층에 있는 의식이나 행위의 동기 등을 이해하고자 하는 학문분야에 적합하다(이현주, 2005).

    [표 1.] 연구 참여자의 일반적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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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 참여자의 일반적 특성

      >  연구 참여자

    본 연구에 앞서 예비연구를 위해 연구 참여자 A와 B를 만났다. A와 B를 만나기 전에 참고한 문헌, 영화, 미디어 등의 자료들이 성소수자의 어려움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기에 본 연구의 방향도 그럴 것이라고 예상했고 연구 문제도 ‘그들이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였지만 면담 결과는 예상과 많이 달랐다. A와 B가 자신의 성적지향에 수용적이기 때문인지 어려움이나 정서적 취약점보다는 심리적 강점을 들어내는 내용이 많았다. 이에 예비연구 참여자의 주요 특징인 ‘성적지향에 수용적이고 자신의 일이나 학업을 가진 동성애자’를 연구 대상으로 범위 짓고 연구 참여자를 모집하였다.

    예비연구 참여자 A와 B는 직장생활을 하며 만나 현재 파트너로 살고 있으며, 자신의 취미를 살려 얼마 전 개인 사업을 시작하였다. A, B 모두 부모에게 커밍아웃하였으며, 적극적인 지지를 받지는 못했지만 그로 인해 사이가 나빠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본 연구의 참여자 전체가 가족이나 의미 있는 타인에게 커밍아웃한 경험이 있다고 하였고, 자신을 아는 거의 모든 사람에게 커밍아웃한 참여자도 3명 있었다. 참여자들은 모두 학업이나 직업을 가지고 있었으며, 휴학 중인 경우는 자격증 시험 준비나 아르바이트, 봉사활동 등을 하고 있었다.

      >  자료 수집 과정 및 절차

    어떤 연고도 없던 동성애자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된 것은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주최하는「성폭력 전문상담원」과정을 수강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강의를 했던 Lesbian 강사들에 대한 관심이 또 다른 동성애자들에 대한 궁금함으로 이어져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연구 대상을 동성애자로 정하고 성소수자 관련 단체와 지인 및 인터넷 사이트, 성소수자 관련 영화제, 워크숍, 퀴어 축제 등에 참여하며 연구취지를 알리고 참여자의 신청을 기다렸으나, 면담에 응하겠다는 참여자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인터넷 사이트의 운영자(여성동성애자)와 연락이 되었고, 운영자가 작성한 글과 함께 연구주제를 사이트에 게제하게 되었다. 연구자에 대한 인적사항과 함께 연구에 도움을 요청한다고 쓴 운영자의 글이 힘이 되어 자신의 성적지향을 수용한다고 밝힌 연구 참여자 8명을 만날 수 있었다. 같은 방식으로 남성동성애 단체에도 연락을 취하였으나, 참여자 모집이 원활하지 않았다. 이는 남성동성애자들은 방송과 다양한 매체 등을 통해 자신들의 인권과 복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이유로 연구 대상을 동성애자 중 여성동성애자로 한정하였다.

    참여자를 만나 면담을 시작하기 전에 권리와 비밀보장에 대해 설명하고, 연구 참여 동의서 2부를 작성하여 각각 한 부씩 보관하도록 하였다. 또한 라포 형성을 위해 성격유형검사(MBTI)를 신청한 참여자 9명에게 검사를 실시하고 해석과 해석 자료를 제공하였다. 면담이 끝난 후에는 녹음된 면담내용 중 개인의 인적사항과 관련된 부분을 어느 선까지 공개할 것인지 의논하였다.

    면담 시간과 장소는 면담 전 전화통화를 통해 참여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고려하여 결정하였다. 경기지역과 지방에 살고 있는 참여자는 연구자가 방문하였고, 서울지역이지만 연구자의 상담실과 먼 지역의 참여자는 중간 지점의 카페에서 만났으며, 대부분의 참여자는 참여자의 동의하에 연구자의 상담실에서 만났다.

    신경림 외(2008)는 연구 초보자의 경우 연구 참여자가 이해하기 쉬운 연구 질문을 만들고 면담기법의 능숙성을 높이기 위해 본 연구에 앞서 예비 연구를 거치는 것이 유리하다고 하였다. 이에 따라 2010년 4월 예비연구를 실시하였고 2010년 7월부터 2010년 9월까지 본 연구의 면담이 진행되었다. 면담 횟수는 1-2회였고, 총 면담 소요시간은 2시간에서 5시간 내외였다.

    본 연구에서는 예비연구를 통해 수정한 반구조화 된 개방형 질문지를 토대로 면담을 진행하였으며, 질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면담은 연구 참여 동기와 자신의 성적지향을 알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을 시작으로 하여 질문에 순서를 두지 않고, 연구 참여자의 이야기 흐름에 따라 진행하였다.

      >  분석 방법

    현상학적 연구 방법은 여러 학자들(Spiegelberg, 1976; Kaam, 1966; Colaizzi, 1978; Giorgi, 1979; Manen, 1990: 신경림 외, 2008에서 재인용)에 의해 제시되고 있는데, 연구하고자 하는 현상의 경험에 대한 본질에 집중하고 대상자의 생활세계에서 자료를 수집하며, 개개인의 의식을 일반화하는 것이 아닌 상호주관성을 통하여 본질 구조를 파악하는 일련의 반성 과정을 거쳐, 발견된 결과에 대해 현상학적 기술을 한다는 점에서 서로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현상학적 연구에서 사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자료 분석방법으로는 Spiegelberg에 의해 제시된 철학적 방법과 그로부터 변형되어 사회과학에서 사용되고 있는 Giorgi, Colaizzi, Van Kaam, Van Manen의 방법 등을 들 수 있다(김분한 외, 1999). Giorgi(1970: 김분한 외, 1999에서 재인용)의 방법은 상황적 구조 진술에서 연구 참여자 개인의 독특성을 자세히 설명하고 전체 연구 참여자의 경험을 일반적 구조 진술로 통합해내는 특성이 있다. Colaizzi(1978: 김분한 외, 1999에서 재인용)의 방법은 개인적 속성보다는 전체 연구 참여자의 공통적인 속성을 도출해 내는데 초점을 맞춘 방법이다. Van Kaam(1969: 김분한 외, 1999에서 재인용)의 방법은 의미있는 진술문의 빈도와 순서를 찾아낼 수 있는 양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Van Manen(1984)의 방법은 하이데거의 입장을 따라 실존적 입장에서 인간의 존재에 대한 이해를 위해 기술(Description)보다는 해석(Interpretation)을 중요시하고 다양한 예술적 원천을 사용하여 대상자의 경험의 일반성을 도출해내는 특성을 갖는다. 이 중에서 심리학자인 Giorgi는 Husserl과 Merleau Ponty의 방법을 따르는 ‘기술적 현상학자’로 인간 현상을 이해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며 해석은 2차적인 것으로서 기술의 한 형태라고 본다. 즉, 해석 이전에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을 먼저 보자는 입장이다(Giorgi, 1997). 그는 인간 과학으로서의 심리학은 뿌리에 대한 의문 없이 자연과학적 조망으로 땅을 바라보던 차원을 넘어 생활세계 속의 본질을 찾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Giorgi, 1970). 따라서 심리학은 그 생활세계가 어떻게 나타나는가, 또는 어떻게 경험되는가라는 견지에서 그 현상들을 설명해야 한다고 논하고 있다(Crotty, 2001). 이에 Giorgi는 연구 현상에 초점을 맞춰 심리학적 관점에서 ‘의미단위’를 구분하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심리학적 식견을 연구자의 언어로 표현해내어 일관성 있는 기술문으로 통합할 수 있도록 몇 가지 단계의 기술방법을 제안하고 있다(신경림 외, 2008).

    본 연구에서는 각 참여자의 상황적 진술을 통해 개인의 경험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과 개인의 특수성에서 전체 참여자의 공통된 맥락을 찾아 일반적 진술로 통합함으로써 경험의 본질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자의 연구 목적과 지향점에 부합되는 Giorgi의 분석방법을 채택하였다.

    분석과정은 다음과 같다. 참여자와의 면담이 끝난 후에는 녹음 내용을 바로 필사하고, 녹음을 다시 들으면서 필사된 내용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에서 채택한 Giorgi의 4단계 기술방법에 따라 첫 번째 단계로 원자료를 반복적으로 읽으며, 전체의 느낌을 파악하고자 하였고, 면담 과정 중 연구자가 느꼈던 느낌도 원자료 상에 메모하였다. 이 과정에서 추가 질문이 필요한 경우 질문을 메모하고, 추가면담이나 이메일, 전화로 다시 질문하여 내용을 보충하였다. 두 번째 단계로 원 자료를 다시 처음부터 읽어 내려가면서 연구 질문을 바탕으로 연구 참여자의 진술에 의미의 전환이 일어난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밑줄로 표시를 하며 의미단위를 구분하였고 원자료 우측에 여백을 남겨 고유번호를 붙이고 의미단위를 요약 기입하였다. 요약된 의미단위가 참여자의 일상적 용어를 왜곡하거나 누락시키지 않고 진술 그대로 잘 옮기고 있는지 반복하여 확인하였고, 요약된 의미단위를 토대로 참여자간의 공통된 의미단위를 찾아 범주화하였다. 특히, Giorgi가 의미단위를 직접 도출해내는 과정(Giorgi, 2004)과 Giorgi의 방법으로 연구된 박사논문의 구성요소도출 과정을 검토하고 참고하였다.

    [표 2.] 의미단위 도출과정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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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미단위 도출과정의 예

    세 번째 단계에서는 의미단위로 요약된 내용을 심리학적 기준을 가지고 연구자의 언어로 변형하였고, 연구자의 언어가 적절하게 변형되었는지 전문가 1인의 지속적 지도와, 질적 연구 경험이 있는 동료 연구생 2명의 자문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학술적 용어로 기술된 의미단위들로부터 구성요소들을 도출해냈고 도출된 구성요소가 원자료의 내용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검토하였다. Maxwell(2009)은 질적 연구에서 결론의 타당성을 위협하는 두 가지 중요한 요인으로 연구자가 기존에 가진 이론이나 선입견에 부합하도록 정보를 선택하거나, 연구자의 ‘기대에 부합하는’ 자료를 채택하는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이에 따라 의미 단위의 본질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위해 문헌자료는 필요에 따라 참조하였으며, 성적지향을 수용한 참여자들이기 때문에 안정적일 것이라는 선이해와 차이를 보인 참여자들의 자료도 누락시키지 않고 이해하고자 하였다. 연구에 앞서 질적 연구 방법론을 수강하며 관련 워크숍에 참여하였다.

    [표 3.] 구성요소 도출과정의 예 - 편의상 레즈비언, 레즈, 이반 등의 진술을 모두 L로 표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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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성요소 도출과정의 예 - 편의상 레즈비언, 레즈, 이반 등의 진술을 모두 L로 표기함

    결 과

    요약된 의미단위는 182개 항목이었으며, 요약된 의미단위를 다시 심리적 관점에서 묶어 89개의 학술적 용어로 전환하였다. 이를 공통적인 경험의 본질이라고 판단되는 39개의 하위구성요소로 나누었고 동성애 수용 과정의 경험, 동성애 수용 후의 부정적․긍정적 체험, 심리적 강점, 정서적 취약점, 삶에서의 젠더의 의미, 상담에 대한 요구와 기대의 7개 구성요소로 범주화하였다.

      >  동성애 수용 과정의 경험

    어려서부터 이성에게 끌리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며, 동성애에 대한 정보의 부족으로 방황하고 갈등하는 시기를 보낸다.

    동성애를 부정하고 이성애자로 살기위해 노력하거나 수치심과 죄책감, 우울 등 심리적 갈등을 경험하며, 생활에서 무기력감을 느끼고 자해나 자살 등의 역기능적 행동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동성애에 대한 부모와 학교, 사회(상담)의 부정적 가치를 경험하고, 종교로 인해 더 심한 죄책감을 느끼거나, 아웃팅으로 괴롭힘을 당하면서, 사회적 성소수자로서의 사회적 편견을 경험하게 되었다.

    성적지향을 노력으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동성과 사귀게 되면서, 또는 방송․커뮤니티․관련 단체 활동 등을 하게 되면서 성적지향을 수용하고 동성애자로 살 것을 결심하였다.

      >  동성애 수용 후의 부정적 체험

    성적지향과 관련된 문제는 자신이 혼자 감내하고 해결해야 되는 몫이며, 문제라고 느꼈다.

    가족은 그 누구보다도 커밍아웃하기 어려운 대상이라고 진술하였다.

    아웃팅 경험이 있는 참여자는 많지 않았지만 아웃팅의 두려움에 대한 언급은 상당히 많았으며, 이로 인해 친구관계나, 직업선택, 사회활동에서의 대인관계 등이 위축됨을 경험하였다.

    성소수자로서 파트너관계나 사회적 편견 등에 대한 어떤 사회적 보호도 받지 못하는 현실과 쉽게 바뀌지 않을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성적지향을 수용한 후에도 여전히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느끼는 참여자가 많았다.

    동성애는 병리나 죄악이라는 사회적․종교적 편견뿐만 아니라, ‘남자친구가 있냐?’는 일상적인 질문에서도 참여자들은 불쾌감과 당혹감을 경험하였고, 사람의 문제를 성적지향의 문제인 것처럼 과일반화하거나 환원할 때 부당함을 느낀다고 진술하였다.

      >  동성애 수용 후의 긍정적 체험

    레즈비언인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성적지향을 스스로 인정하면서 현재 생활에 만족감을 느끼게 되었고 삶에 당당해졌다고 진술하였다.

    대부분의 참여자는 커밍아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나 지지를 경험하였다.

    커밍아웃 후에도 지속적으로 고민을 나눌 사람이 있었고, 파트너와의 긍정적 관계로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지게 되며, 커뮤니티를 통해 세상에 자신과 같은 사람이 있다는 위안을 가지게 되었다.

    성적지향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레즈비언 개인의 젠더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비해 좀 더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느꼈다.

      >  심리적 강점

    참여자 대부분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의 선호를 존중하였으며, 취약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특히, 자신의 취약성과 성적지향의 수용은 삶의 만족도 및 행복감의 증대에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가족의 사랑과 신뢰, 믿음을 경험하였고, 자신에게 호감을 표하는 이성친구가 있었으며, 가족 외의 의미 있는 타인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편이라고 진술하였다.

    젠더를 수용하였지만 여전히 사회적 보호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로서, 자신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가족이나 지인, 파트너, 커뮤니티는 상당한 안정감과 소속감, 연결감을 제공하고 있었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일하는 것에 두려움이 적고, 경제적인 능력이 있었으며,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는 다재다능한 면과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타인에게 의존하기보다 자신의 삶의 방식을 자신의 신념대로 선택․실행하며,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주도적이고 독립적인 면을 보였다.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는 파트너와 다른 레즈비언․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노력 등을 모든 참여자들의 면담 내용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현재의 손실이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노력하였고, 변화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선택하며, 자신의 가치를 추구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였다.

    참여자 대부분은 레즈비언으로서의 자신의 삶이 전체 레즈비언을 대표할 수 있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언급하였다. 이러한 책임감은 사회적 기여로 나타나는데, 어려운 레즈비언을 위해 쉼터를 운영하고, 상담과 교육을 준비하거나 실행하고 있으며, 작품을 통해 레즈비언의 삶을 표현하고 싶다는 참여자도 있었다. 또한 유학을 통해 외국의 문화를 공부하고 차후에 한국의 레즈비언 문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진술도 있었다.

    성소수자로서의 경험은 사회적으로 학습된 젠더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하며, 사회적 젠더에 따른 범주와 남․녀의 성역할, 사회적 편견, 차별 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이는 편견에 대한 민감성과 무조건적인 문화적응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게 하였다.

      >  정서적 취약점

    성적지향은 나만의 문제라는 부담감과 외로움을 느끼며, 주변사람들의 부정적 반응과 사회적으로 겪을 편견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람을 만나고 사회생활을 하는데 심리적 위축감을 경험하였다.

    자신과 파트너에 대해 사회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불안정하게 느껴지며, 성소수자로서의 편견과 차별뿐만 아니라 동성애자내에서의 남․녀 간의 격차나 차별로 성소수자이며 여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이러한 고통은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 자주 비유되어 진술되었다. 이러한 고통은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 자주 비유되어 진술되었다.

      >  삶에서의 젠더의 의미

    자신의 젠더를 수용하지만 자신의 의지와 달리 성적지향의 문제는 여전히 사회․문화적으로 수용 되지 못하면서 내 안의 갈등을 만들고, 관계를 위축시키는, 내 삶의 부담스러운 부분이었다.

    성적지향은 나의 노력에 의해서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자연스러운 나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성적지향은 내 인생에 중요한 부분이지만 나의 모든 부분이 레즈비언이라는 이름으로 가려지고 싶지는 않다고 언급하였다.

    성적지향은 사람을 만나는 나만의 기준을 만들었으며, 내가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였다. 또한 어려움과 편견에 대응하기 위한 결단성과 적극성도 강화시켰다.

    일이나 학업에 있어서 성적지향이 성취의 동기가 되기도 하며, 레즈비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도 있음을 경험하였다. 레즈비언을 위해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관련 직업에 관심을 가지고 실행하며, 성적지향이 자신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라고 진술하고 있었다.

    소수자로서의 나의 경험은 나의 편견을 돌아보게 하며, 고통은 나를 성장시켰다. 또한 나와 같은 처지의 레즈비언과 사회적 소수자들을 이해하게 했고 편견에 민감해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  상담에 대한 요구와 기대

    참여자 중에 성적지향과 관련하여 전화 상담이나 목회상담을 받은 경우는 2명이었고, 학부과정상 수업의 일환으로 상담을 경험한 2명의 참여자를 제외하고 전문상담을 경험한 경우는 1명이었다. 전문상담의 경우도 성적지향의 문제가 상담의 주제는 아니었다. 상담을 통해 이해 받지 못했거나, 나를 다 들어내기 어렵고 누군가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상담의 한계를 느낀 참여자들이 많았다.

    상담 받고 싶은 주제는 성적지향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법적 어려움, 관계의 어려움, 성적지향 외의 심리적 문제로 인한 어려움 등이었다.

    상담자와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며, 성적지향에 대해 이해받고 공감받기를 원했으며, 성적지향에 대한 지식은 있으나 편견은 없는 신뢰가는 상담자를 만나고 싶다고 진술하였다.

    상담을 통해 고민되는 문제에 대한 대안과 해결책을 찾고 싶고, 나의 내적 성장을 위해 상담 받기를 원하였다.

    연구결과를 종합해보면, 참여자들은 자신의 성적지향을 수용했지만 가족과 타인에게 온전히 수용받기 어려워 심리적 고립감과 위축감,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인한 불안정감을 경험하고 있었다. 이에 여성이라는 차별까지 더해져 자신들을 자주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 비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성적지향을 수용하는 것은 참여자들의 삶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었다. 자신안의 내적 갈등을 잘 견뎌낸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외부활동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특히, 커뮤니티(동아리)활동은 동성애에 대한 새로운 정보와 교육의 장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지지와 치유의 역할도 하였다. 자신과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을 발견한다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고립감은 상당히 완화되었기 때문이다. 미국과 호주의 리서치에서도 많은 LGB 젊은이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얻고 서로에게 지지와 연결감을 느끼면서 정체성 발달과 커밍아웃에 긍정적 영향을 받는다고 보고하고 있다(Hillier and Harrison, 2007). 이러한 지지가 바탕이 되어 가족에게 커밍아웃 할 용기를 가지게 되고, 긍정적인 파트너관계도 경험하게 된다. 또한 미래의 불안정감은 전문적 지식을 습득하여 자신의 자립적 역량을 강화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이들 대부분은 대학이상의 학력을 가졌으며 전문직에 종사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학생이었다. 이런 이유에서 인지 그들은 가족을 비롯한 의미 있는 타인에게도 긍정적인 평가와 신뢰를 받고 있었다.

    참여자의 성적지향 수용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가족과 주변인들의 지지였는데, 모든 참여자들은 긍정적인 커밍아웃의 경험이 있었고, 아웃팅의 경험은 적었으며, 자신이 아웃팅 될 상황을 당당하게 맞서거나 감당하기 어렵다면 자책감 없이 피하는 등 자신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선택하였다. 또한 아웃팅의 공포로 대인관계가 위축되기도 하였지만 비교적 활발한 사회활동과 커뮤니티 활동을 하였으며, 자신이 겪은 어려움과 사회적 소외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발달시켰고,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대한 감수성을 향상시켰다. 또한 성적지향은 대인관계방식, 직업선택, 삶의 양식과 목표 등 참여자들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는데, 회피 하지 않고 자신에게 유익한 방식을 취하려는 능동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성정체성 갈등으로 소모되던 에너지는 이제 사회적 차별과 편견에 맞설 수 있는 힘이 되어 자신의 일과 파트너관계, 자기성장을 위한 동력이 되었다 성적지향은 사회․문화적 편견으로 인해 여전히 내적 갈등을 일으키고 관계를 위축시키는 삶의 부담스러운 부분이지만 그러한 고통이 자신을 성장시키고 교육시킨다는 측면 또한 간과할 수 없었다. 성적지향을 수용하고 레즈비언으로 살기를 결심한 것은 확실히 그들에게 기능적인 삶을 선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현상이 다른 현상과 맞물려서 일어나기 때문에 현상의 명확한 인과관계를 규정하기 어렵고(Flick, 2009). 그러한 일상적 예측은 질적 연구에 위배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성적지향을 수용하였다고 해서 그들의 삶이 긍정적일 것이라는 예상은 선이해일 수밖에 없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편견과 차별을 감내해야 하며, 그로 인한 외로움을 가슴 한편에 묻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거기에 일반적인 사람들이 겪는 다양한 삶의 고초 또한 존재한다. 그래서 그들이 상담에 기대하는 바는 정체성 혼란의 문제를 넘어 파트너와의 관계에서 겪는 어려움, 법적․재정적 문제 그리고 성적지향의 문제가 아닌 심리적 어려움과 자기성장에 대한 고민들이었다. 최근 국외의 연구 동향은 이러한 성소수자의 욕구를 반영하고 있다. 연구의 주제는 성소수자의 사회적 적응과 삶의 질 향상에 집중되어 있는데, 복지와 관련 법규(특히, 동성애관계의 법적 승인), 정책․성․건강(Brown & Cocker, 2011), 동성애 부부의 입양․육아(Patterson, 2008), 그리고 노년의 삶과 건강․복지․죽음(Clarke․Ellis․Peel & Riggs, 2010)에 대한 논의들이 주를 이룬다.

    동성애자들이 이성애자들에 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함(Davison, 2001)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 동성애자가 자기노출을 하고 공개적으로 자기 정체성을 공유할 때 자신의 성정체성에 편안해지고 동성애자에 대한 낙인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한다(김경호, 2009). 이처럼 자발적 커밍아웃은 개인의 심리적 안녕감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와 달리, 타인에 의해 성정체성이 폭로되는 아웃팅은 성소수자의 삶을 위협하고 생존권을 박탈할 만큼 매우 폭력적인 행위로, 성소수자 사회의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4.7%가 아웃팅 경험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신윤동욱, 2007, 688, 44-45).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대체로 아웃팅 경험이 없었고, 아웃팅이나 의심받을 상황을 잘 대처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아웃팅 경험을 하였지만, 크게 상처 되지는 않았다고 회상했다. 아웃팅으로 한 달간 학교에서 괴롭힘을 경험했던 참여자 1명은 그 시간이 고통스러웠지만 기간이 짧았고 이후에는 그런 경험이 없었으며, 커밍아웃 후 주변 사람들, 특히 모(母)의 지지를 많이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런 과정을 보면, 참여자 대부분은 아웃팅으로 인한 부정적 경험이 많지 않았으며, 만약 자신에게 심각한 아웃팅의 상처가 있었다면, 지금처럼 성정체성을 받아들이며 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  상황적 진술에 대한 이해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20대 초반에서 40대 후반까지 다양한 연령대에 있었으며 직업 또한 다양했다. 참여자들의 이러한 다양한 특성만큼이나 차이점도 있었으며, 한국에서 동성애라는 성적지향을 가진 여성으로서, 그리고 동시대를 살고 있는 젠더에 수용적인 성소수자로서의 유사한 경험들도 있었다. 먼저 차이점을 살펴보면, 본 연구의 참여자 중 일부는 자신의 성적지향이 바뀔 수 있다거나 양성애자일 가능성도 열어둔다고 진술한 반면, 다른 참여자들은 성적지향은 선택의 문제나 노력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바꿀 수 없다고 진술하였다. 성적지향이 바뀔 수 있다고 진술한 참여자는 비교적 나이가 어렸고 가족에게 커밍아웃하지 않았으며, 다른 참여자에 비해 대인관계의 어려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더 자주 진술하였다. 이러한 차이를 참여자 내적요인과 가족과 사회 등의 외적요인으로 구분해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짧은 면담으로 참여자의 내적요인을 충분히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그 한 단면을 이해할 수 있는 도구로 동성애 정체성 발달이론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성소수자들의 정체성 형성 과정을 연구한 대표적인 심리학자로는 Cass(1979), Troiden(1989), McCam & Fassinger(1996)등이 있다. 그 중 Cass (1979)의 모델은 후대의 정체성 형성 모델의 토대를 마련하는 전형이 되었으며(Clarke et al, 2010), 가장 영향력 있는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김경호, 2009). Cass(1979)는 레즈비언과 게이를 대상으로 한 수년간의 임상을 통해 성정체성 형성과정을 정체성 혼동(identity confusion), 정체성 비교(identity comparison), 정체성 용인(identity tolerance), 정체성 수용(identity acceptance), 정체성 자긍심(identity pride), 정체성 통합(identity synthesis)의 6단계로 정의내리고 있다.

    본 연구 참여자도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보이는데, 참여자의 대부분은 동성애에 대한 개념은 없었지만 기존의 이성애 사회의 젠더와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알고 그러한 차이로 인해 이상함과 두려움을 경험하는 ‘정체성 혼동기’를 거친다. 어릴 때부터 경험한 다른 사람과의 차이는 동성애혐오로 내사되었으며, 동성애에 대한 개념이나 정보가 없고, 가족과 사회․문화․종교적 편견과 차별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성적지향을 부정하고 이성애자로 살기위해 노력한다. 이런 과정에서 자기혐오가 극에 달하며 수치심, 죄책감, 우울감이나 자살, 자해시도 등 부정적 사고와 행동을 시도하게 되는데, 이 시기는 Cass의 모델보다 여기동과 이미형(2006)의 연구에서 정체성 인식기와 정체성 저항기로 정의된 단계의 설명이 더 부합되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동성애적 성적지향이 남성보다 더 금기시되고 배척되기 때문에 정체성 인식과 저항의 시기를 나눌 만큼 그 간극이 길지 않았다. 따라서 이 단계를 합쳐 ‘정체성 부정기’로 정의하였다. 참여자들은 여성으로서 동성애자로서 내․외적 갈등을 경험하지만, 동성과 사귀게 되면서, 자신의 성적지향은 선택이나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운명이라고 느끼게 된다. 또한 커뮤니티나 사회활동을 통해 자신과 같은 동성친구들을 만나며, 위안과 지지를 경험하고 자신의 성적지향을 인정하게 된다. 이 시기를 ‘정체성 용인기’라고 보았다. 즉, 자신의 어떤 노력으로도 성적지향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동성애를 용인하지만 여전히 성정체성에 대한 양가감정을 느끼며, 자신이 양성애자일 가능성도 있다고 진술한다. 이는 여성동성애자들이 자신을 레즈비언이라고 명확하게 인식하기전에 자주 양성애자로 동일시한다는 Savin-Williams & Diamond(2000)의 연구결과에서 그 의미를 찾아 볼 수 있다. 자신의 성적지향을 인정한 후에도 아웃팅에 대한 두려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정감은 여전히 갈등의 요인이 되지만 수치심이나 죄책감, 자기비하 등의 부정적 사고에서는 벗어나게 된다. 이로써 내적으로는 안정감 있는 성정체감을 유지하고, 자신의 성적지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커밍아웃하게 된다. 또한 외적인 갈등과 어려움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단계를 ‘정체성 수용기’라고 보았다. 치열했던 자기수용의 과정은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관심과 봉사로 나타났으며,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대한 민감성을 발달시켰다. 또한 어려움을 딛고 성장해가는 자신에 대해 만족감과 자긍심을 가지게 되는데, 이 시기를 ‘정체성 자긍심기’로 보았다. 정체성 자긍심기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동성애 인권운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성정체성에 소모되던 에너지를 자신의 내적성장과 사회적 안정감을 위해 쓰며, 파트너와 가족관계를 형성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자신과 관련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커밍아웃하게 된다. 이때를 ‘정체성 내면화기’로 보았는데, 이제는 자신의 성정체성이 전체 삶을 대표하거나 지배하지 않지만 자연스러운 자신의 일부로 내면화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정체성 혼동기, 정체성 부정기, 정체성 용인기, 정체성 수용기, 정체성 자긍심기, 정체성 내면화기의 6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각 단계는 단선적인 과정을 거치기보다는 상호 유기적인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판단됐다. 이러한 결과는 Cass(1979)의 6단계 모델과 매우 유사하나, 두 번째 단계는 Cass의 정체성 비교의 단계보다 여기동 외(2006)의 한국 남성동성애자들의 정체성 형성과정의 연구에서 주장한 자아부정과 저항의 단계에 더 부합하였다. 이는 동성애를 더 금기시하는 한국 사회의 문화적 특징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여성이며 동성애자라는 삼중의 고통을 안고 있었다. 레즈비언 활동가에 따르면, 게이와 레즈비언 모두 동성애로 인한 편견과 혐오에 노출되지만, 여성은 여전히 남성보다 빈곤하고, 구체적인 욕구의 주체로도 인정받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끼리끼리, 2004b). Fassinger & Arseneau (2007: 이가희, 2010에서 재인용)도 여성 동성애자들이 남성 동성애자들 보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고 특히 이들이 파트너십을 이룰 때는 경제적 부담의 수준이 훨씬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전통적으로 여성들을 성적인 존재로 간주하지 않았고 남성을 통해서만 성적인 만족을 얻는다고 보았기 때문에 여성들만으로 성적 만족을 얻는 여성 동성애자들은 남성 동성애자들에 비해 가시화되지 않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치부된다고 언급하였다. 이러한 어려움은 본 연구 참여자들의 진술에서도 자주 드러났다. 또한 자긍심기 이후에 대한 견해도 Cass의 모델과 차이가 있었다. 레즈비언들은 파트너와의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일반 부부와 다르지 않게 살고 있었으며, 미래를 준비하고, 이성애자와 원활한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일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시기가 Cass(1979)가 주장한 정체성 통합의 시기보단 덜 개방적으로 느껴지지만 한국사회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자긍심기보다는 좀 더 자신의 성정체성이 내면화되고 일상화되는 단계였다. McCam et al (1996)은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한 내․외적 표현이 통합되고 외부에도 통합된 형태로 표출되는 시기를 내면화의 과정이라고 보았는데, 이 정의가 본 연구 참여자들을 설명하는데, 적절하고 충분하다고 판단되어 마지막 단계는 정체성 내면화기로 정의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참여자들의 차이점을 이해해보면,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용인기와 수용기, 자긍심기, 내면화기의 각 단계에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정체성 용인의 과정에 있는 참여자들은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렸으며, 자신의 성적지향을 더 부담스러워하고, 가족에게 커밍아웃하기를 꺼려했다. 반면, 정체성 내면화 단계의 참여자들은 비교적 나이가 많았고, 부부 같은 파트너가 있거나 경험하였다. 또한 자신을 아는 의미 있는 타인에게 대부분 커밍아웃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성소수자의 외적요인과 관련하여 자주 언급되는 어려움은 단연 가족 내의 커밍아웃 문제였다. 한겨레21의 기사내용에 따르면 한국에서 성소수자가 가장 커밍아웃하기 어려운 사람은 가장 가까운 가족이며, 가족에게 커밍아웃하는 순간부터 성정체성은 나만의 진실을 넘어선 가족의 문제로 ‘비화’된다고 기술하고 있다(신윤동욱, 2007, 677, 46-47).

    본 연구를 살펴보면 A(3명)의 경우는 부모나 가족이 이해를 못할 것이라고 판단되거나, 관계가 소원한 경우, 가족이 자신에게 헌신한데 대한 자책감 등으로 커밍아웃을 하지 못했다. B(1명)의 경우는 자신을 이해해줄 것이라고 기대된 형제에게 커밍아웃하였으나, 부모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여겨 부모에게는 커밍아웃 하지 않았다. C(1명)의 경우는 모에게 커밍아웃하였으나, 실망하는 모습을 보고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고 진술했고, D(5명)의 경우는 커밍아웃에 대한 부정적 반응을 경험한 적이 있으나 그럼에도 자신과 친밀하게 관련된 사람들에게 대부분 커밍아웃하였다고 밝혔다. 이러한 차이는 부모의 수용가능성 여부, 나이, 파트너와의 관계와도 관련성이 있었는데, 특히 부모의 허용적 태도는 참여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었으며, 다음의 발달과업으로 넘어갈 수 있게 하는 초석이 되었다. Gorman-Murray(2008)도 대부분의 성소수자들은 부모의 긍정적 반응보다 부정적 반응을 예상하기 때문에 스트레스에 압도되지만 가족과 친구에게의 커밍아웃은 중요한 정체성 발달의 이정표가 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A의 경우 대부분 정체성 용인기의 특징을 보였으며, D의 경우는 정체성 내면화기의 특징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았다. 나이에 따른 차이를 보면 A에서 D로 갈수록 평균연령이 높아지는데, 참여자들이 결혼 적령기를 맞게 되면 가족에게 자의 반․타의 반으로 커밍아웃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미국의 동성애자들이 주로 청소년기, 즉 이성 교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할 때부터 대학에 진학하여 가족으로부터 독립을 시작할 때까지 부모에게 커밍아웃 하는 것(Marcus, 2000)과 비교하면 상당히 늦은 시기지만 자신과 가족과의 관계 정립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이 시기는 부모의 수용여부와 관계없이 참여자들이 자신의 성적지향을 공고히 하는 시간이 되었다.

    논 의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감수해야 하는 소수자로서의 성적지향은 참여자들에게 분명 삶의 부담요소였다. 그러나 그러한 무거움과 버거움이 심리․사회적 부적응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다. 참여자들은 ‘살아남았기 때문에 여기 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참여자 6)라는 표현처럼, 고통을 견뎌낸 자신을 대견해했다. 그렇다면 어려움을 이기고 여기까지 살아 올 수 있었던 그들의 심리적 특징은 무엇일까? Rogers는 ‘인간은 자신이 경험하는 모든 것과 잘 조화를 이루기 위하여 자기개념을 재구조, 재조직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성향과 능력을 소지하였으며, 이 능력이 개인을 심리적 부적응과 적응장애 상태에서 벗어나게 만들어 준다’(Thorne, 2007)고 말한 바 있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성정체성을 수용하기까지 끊임없이 자기개념과 경험 간의 불일치로 혼란스러워 했고, 그러한 혼란스러움은 부정적 사고와 행동을 야기 시켰다. 이러한 부적응의 전환점은 자기 성정체성을 수용하는 것이었으며, 이는 본 연구주제의 시작점이자 참여자들의 모집 기준이기도 하였다. 따라서 그들의 특징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자기 수용이었다. 성정체성과 자신의 장․단점을 받아들임으로써 참여자들은 자신에 대해 상당한 만족감을 경험하고 있었다. 열등한 영역에서 자기 수용을 잘 하는 사람이 그러한 영역에서 자기수용을 못하는 사람보다 자존감이 높고(안신호와 박미영, 2005), 행복과 삶의 만족에 있어서 중요한 첫 번째 특질이 자존감이라고 꼽는(Compton, 2007) 이러한 연구들을 보면 자신의 취약한 부분을 수용하는 것은 높은 자존감과 연결되며, 높은 자존감은 삶의 만족도에 기여한다고 할 수 있다. 그 외의 심리적 강점으로는 나와 세계에 대한 긍정성과 개방성, 자기조망과 성장의 욕구, 타인에 대한 공감 등을 들 수 있다. 참여자들은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계에 대한 긍정성과 자신의 욕구를 이해하고 조절하여 성장하고자하는 욕구를 가진 경우가 많았으며, 자신의 경험에 개방적이며, 다양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현경자(2009)는 역경 극복을 돕는 한국 성인의 긍정성 요인으로 긍정 관점(다각화)과 자기긍정성(자기수용, 자기조절), 사회긍정성(사회적응, 사회수용)을 꼽고 있는데 특히, 사고초점의 전환과 자기 성찰의 심화 및 확대를 도울 수 있는 관점의 다각화에 주목하였다. 유사한 개념으로 Rogers (2009)는 개인이 자신의 경험을 자원이라고 이해하며 개방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인 ‘경험에의 개방성’이 개인의 성장과 자기실현을 위해 중요한 덕목임을 강조하였다. 이를 통해 보면 참여자들의 긍정성과 개방성, 성장의 욕구와 공감력은 역경극복과 가치실현에 상당히 기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렇게 자신을 수용하고, 신뢰하며 경험에 개방적인 참여자들은 자기 삶에 주도적이었으며, 자신의 가치를 추구하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성소수자를 위해 기여하고 싶은 의지를 강하게 가지며,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양한 동성애 인권 활동을 하였고 소수자를 위해 봉사하였다. 또한 기존의 사회와 문화의 부조리에 대한 감수성을 발달시켰다. Maslow는 사회적 강압에 저항하며, 도덕적․윤리적 문제에 관한 사회규칙이나 규범에 도전하는 행위는 자아실현의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공통된 특징이라고 언급하였다(Schultz, 2001).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그들의 삶은 다분히 고통스럽고 불평등했으며, 현재에도 불편한 진실로 남아 자신의 삶에 부담이 되고 갈등이 되었지만, 이러한 역경은 성장과도 맞닿아 있었다. 참여자들에게 성적지향은 삶의 양식이 되고, 삶의 목표에 영향을 주었으며, 자신을 교육시키고 성장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이현수(2009)에 따르면, 개인의 심리적 외상 경험의 효과는 환경적 특성, 대인관계의 특성, 가족 간의 지지, 경제적 상태 등 개인의 환경과 자기효능감, 탄력성, 낙관성, 자신감 등 개인의 성격 특성에 의해, 그리고 개인의 인지적 평가 과정에 의해 그 정도가 결정된다고 하였다. 역경이 성장의 밑거름이 되기 위해서는 이처럼 개인 내적 특성들 외에도 개인 외적 요인 즉, 환경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본 연구의 참여자들이 경험하는 부정적 체험 그리고 정서적 취약점은 가족이나 타인, 그리고 사회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즉, 외적 환경과 관련이 많았다. 자기의 성적지향을 수용했지만 타인에게 자신의 성적지향을 온전히 수용 받고 이해 받기는 어려운 일이며, 도움 받기는 더욱 어려웠다. 또한 가족이나 친구의 수용이 있다하더라도, 사회적인 차별과 편견에는 자유로울 수 없어, 대인관계나 사회활동이 위축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경험하였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참여자에 따라 달랐는데, 정체성 형성과정 중 내면화과정에 있는 참여자들은 다른 참여자에 비해 미래를 좀 더 낙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Seligman(2009)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행복한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성격을 연구하였는데, 가장 행복한 사람은 혼자 있는 시간이 가장 적고 사회 활동을 하는 시간이 가장 많았으며, 자타가 공인할 만큼 대인관계가 좋았다. 또한 가장 행복한 사람들로 꼽힌 22명 가운데, 한 명을 제외한 모든 학생이 현재 사귀는 사람이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를 성인에게 일반화하긴 어렵겠지만, 대인관계와 사회활동,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긴다. 이런 이유로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수용하여 내재화된 동성애혐오를 극복한 뒤에도 부정적인 사회의 태도로 심리적 적응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박수현(2010)의 연구 결과는 어쩌면 당연한 귀결로 보인다. 참여자들이 겪는 이러한 부정적인 사회 태도 중 가장 힘들게 넘어야 할 산은 가족이었다. 가족 내 커밍아웃은 참여자들에게 큰 모험이자 부담요소였지만 반수 이상이 부모에게 커밍아웃하였다. 이때 부모의 성정체성 수용은 참여자들에게 매우 든든한 배경이 되고 심리적 강점으로 작용하지만 한국 사회의 가족관계에서 동성애자인 자녀의 삶을 수용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였다. 부모가 그들의 성적지향을 수용하더라도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성애자의 삶을 기대하고 있었다. 이렇게 참여자들은 자신의 성적지향을 수용하고도 가족과 사회관계로부터 소외감을 경험하였고 이런 경험은 ‘상담’에서도 반복되었다. 참여자들에게 ‘상담’은 동성애 혐오가 가득한 사회의 연장선이기도 하였으며, 자신을 상처 줄 수 있는 위험한 사회적 관계의 일부분이 되기도 하였다. 전화상담이나 목회상담에서 상담자의 편견을 경험하며, 사회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기도 하였고, 상담자가 이성애자라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기도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참여자들에게 동성애에 대한 지식은 있으나 편견은 없는 상담자의 자질은 상담의 요건 중 무엇보다 중요했다. 끼리끼리(현 한국레즈비언상담소의 전신) 상담 사례집(2004a)에 따르면 상담자는 자신의 문화적, 종교적, 심리학적 편견이 내담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레즈비언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과 레즈비언의 경험을 이해하기 위한 정보 및 지식을 습득하고 호모포비아를 탐색해야 한다. 또한 커밍아웃의 공포감, 커밍아웃의 장․단점, 차별의 영향, 가시성이나 사회적 지지의 부족, 성역할 위반의 장․단점, 내재화된 호모포비아의 영향 등 레즈비언의 특별한 스트레스에 대한 지식도 알고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상담자는 내담자가 우리의 문화와 일상 속에서, 정체성 문제에 관해 자신과 사회가 다 만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만족하는 방법을 최대한 찾을 수 있도록 조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들은 본 연구 참여자들이 상담자에게 바라고 기대했던 요구들을 그대로 담고 있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어려움을 나눌 내밀한 누군가를 원하면서도 또한 두려워하고 있었다. 관계의 역설적인 면은 그것이 우리들의 지속적인 행복과 즐거움에 기여하지만 또한 우리들의 고통과 불행에도 기여한다는 것이다. 관계는 우리들의 건강을 고양시키거나 위태롭게 하는 잠재력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Baumgardner & Crothers, 2009), 상담자는 자신이 맺고 있는 상담관계가 내담자에게 해가 될 수도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Larocque(2007)는 프로이드가「성 이론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에서 정신분석은 오직 ‘자신의 동성애에 불만을 품고 고통스런 제약이라 느끼는’ 동성애자들에게만 의미를 가질 뿐이라고 했던 가르침을 망각하고 있다며 정신분석치료를 비판했다. 설사 동성애자가 현실적인 고통 때문에 정신분석 치료를 받게 되더라도, 정신분석가는 환자를 이성애자로 변모시키지 않고 그가 자신의 동성애를 받아들이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1992년 세계보건기구헌장은 그 어떤 사람이나 기관도 동성애를 대상으로 의학적 행위를 직․간접으로 강제할 수 없으며, 그럴 경우 국내에서나 국제적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공포하고 있다. 분명,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가치는 달라지고 있다. 그러나 상담 및 심리치료와 관련된 연구와 교육은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치료사인 Yalom은 레즈비언 내담자와의 첫 세션에서 생소했던 레즈비언이란 단어를 내담자에게 물었고 덕분에 절친한 관계로 발전했다고 회상했다(Josselson, 2008). Yalom의 방식은 지금도 유효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상담 했던 시점이 지금으로 부터 50여 년 전임을 감안한다면, 현 시점에서의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들과 작업할 가능성이 있는 치료자들은 Corey 부부와 Callanan(2008)의 지적처럼 내담자가 겪는 특정한 문제들을 이해해야 할 책임이 있고 그들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윤리적 의무도 가지고 있다. 이제, 성소수자에 대한 기본지식과 정보, 편견을 점검하는 일은 필수불가결한 일인 것이다.

    본 연구의 전체를 통해 살펴본 참여자 경험의 본질은 자신을 수용하고 타인에게 수용 받았던 경험이 참여자들의 심리적 안녕감과 자기실현의 동기를 획득하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담자는 개인의 변화무쌍하고 다양한 측면을 받아들이는 것이 내담자에게 안정감을 주어 도움관계에 중요하다는 Rogers(2009)의 견해를 바탕으로 민감하고 공감적인 태도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참여자들은 자신의 환경적 자원과 심리적 역량을 통해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고 있었다. 이는 젠더로 인해 갈등을 겪는 성소수자들에게 역량강화가 필요한 이유이며 근거이다. 상담자는 그들이 어려움을 잘 이겨내 자신의 강점을 계발하여 적응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조력해야 할 것이다.

    그 동안의 동성애자관련 연구들이 부정적 사고 및 정서체험에 집중하였다면 본 연구에서는 자기 젠더에 수용적이며, 적응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는 레즈비언들의 경험과 그들의 심리적 특징을 이해하는데 주력하였다. 본 연구의 한계점과 연구결과에 따른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젠더를 수용한다고 밝힌 레즈비언을 대상으로 한 국지적 연구로서, 연구주제를 보고 자발적으로 선택한 참여자들의 적극적 성향이 반영될 수 있으므로, 연구의 결론을 성소수자 전체에 일반화시키기 어렵다는 한계를 가진다. 둘째, 연구를 진행하면서 참고한 많은 문헌들에서 레즈비언과 게이의 차이를 논하고 있기 때문에 본 연구 결과를 동성애자 전반에 적용시키기 어렵다. 따라서 레즈비언과 게이 모두를 함께 연구하여 비교할 수 있는 후속 연구를 제언한다. 셋째, 참여자가 원하는 비밀보장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참여자의 내적 문제(우울, 부모와의 관계, 가족력)를 상세히 기술하지 못하였고, 성적지향 외의 삶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넷째, 국외의 연구는 복지와 관련 법규(특히, 동성애관계의 법적 승인), 정책, 건강, 입양/육아, 노년의 삶과 죽음 등 성소수자의 사회적 적응과 삶의 질 향상에 집중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성소수자의 부적응적 측면뿐만 아니라 다양한 측면의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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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표 1. ]  연구 참여자의 일반적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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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표 2. ]  의미단위 도출과정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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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표 3. ]  구성요소 도출과정의 예 - 편의상 레즈비언, 레즈, 이반 등의 진술을 모두 L로 표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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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림 1. ]  동성애 수용 과정의 경험
    동성애 수용 과정의 경험
  • [ 그림 2. ]  동성애 수용 후의 부정적 체험 구성요소
    동성애 수용 후의 부정적 체험 구성요소
  • [ 그림 3. ]  동성애 수용 후의 긍정적 체험 구성요소
    동성애 수용 후의 긍정적 체험 구성요소
  • [ 그림 4. ]  삶에서의 젠더의 의미 구성요소
    삶에서의 젠더의 의미 구성요소
  • [ 그림 5. ]  참여자들의 젠더 경험에 대한 현상
    참여자들의 젠더 경험에 대한 현상
  • [ 그림 6. ]  본 연구의 성정체성 형성과정
    본 연구의 성정체성 형성과정
  • [ 그림 7. ]  참여자의 커밍아웃
    참여자의 커밍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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