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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느린 여가로써의 걷기에 관한 담론1) A Discourse on Walking as a Slow Leisure
  • 비영리 CC BY-NC
ABSTRACT
느린 여가로써의 걷기에 관한 담론1)

Present study aims to suggest a discourse of walking, one of main phenomenon for slow leisure in digital generation. To construct the discourse, historical, philosophical, and leisure aspects of walking were considered through the literatures. A drawing conclusion was summarized as follows: Firstly, the meaning of walking in leisure that has been changed from its biological meaning, walking erect was considered. Secondly, the meaning of walking not only physical activity, but in philosophical speculation was searched. Thirdly, the books related to ‘walking’ were classified depending on the important key words, and finally, the reason why walking is representative activity of slow leisure was investigated.

KEYWORD
walking , solw leisure , leisure activity
  • Ⅰ. 서론

    대중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걷기는 감소하여 왔다. 인간의 걷는 행위는 몸의 주체로써 인간이 자신의 움직임을 주도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걷지 않는 인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온 것도 사실이다. 그와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왜 인간이 걸어야 하는가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을 제안하고 있기도 하다.

    존재론적 측면에서, 인간이 걸어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한 프랑스의 사회학자 다비드르 브르통은 그의 저서 ‘걷기예찬’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고 있다.

    걷는다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 놓는 것이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 발로 걸어가는 인간은 모든 감각기관의 모공을 활짝 열어 주는 능동적 형식의 명상으로 빠져든다. 그 명상에서 돌아올 때면 가끔 사람이 달라져서 당장의 삶을 지배하는 다급한 일에 매달리기 보다는 시간을 그윽하게 즐기는 경향을 보인다(김화영역, 2010:9)

    이와 같이 다비드 르 브르통의 저서 ‘걷기 예찬’ 속에는 걷기라는 인간행위의 여가적 의미를 깊이 있게 조명해 볼 수 있는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다. 그는 일상생활에 있어서 대중들이 걷는 것을 좋아하지 않게 된 것이나 혹은 반대로 여가활동의 수단으로 걷기를 중요시 하는 것은 곧 우리사회에서 육체의 지위가 어떤 것임을 단적으로 말해 주고 있음을 언급한다(김화영, 2010:15).

    걷는다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 중 하나이지만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그 의미가 다양하게 변화되어 왔음을 살펴 볼 수 있다(이향희, 2007). 인간에게 있어 동물과 구분되는 역사적 시점을 꼽으라면 직립보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했던 행위 그것은 바로 두 발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다는 행위였다. 생존을 위해 걷고 이동하기 위해 걷는 인간의 걷기는 살기 위한 움직임이며 이동의 수단이었다. 이러한 인간의 걷기는 시간이 흐르고 인간 생활양식의 다양한 변화와 더불어 현대에 와서는 건강과 여가라는 의미에서 재해석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박수정, 신규리, 2007).

    그렇다면 사람들은 걷기를 과연 어떻게 인식하고 바라보고 느껴왔을까? 인간의 걷기라는 체험을 통해 그들이 살아낸 경험의 본질을 무엇이었을까? 단순한 신체적 의미 이상을 걷는 다는 행위에 두었던 것은 아닐까? 특히 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걷는 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여가적 걷기와 연관 있는 인간의 행위가 무엇일까? 산책, 등산, 파워워킹 이러한 단어들을 떠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잇달아 그려지는 많은 그림들 예를 들어, 바닷가에서의 산책, 한강변을 걷는 사람들, 산길을 걷는 사람들, 공원에서 걷는 사람들의 모습은 인간과 걷기를 여가와 연결 시켜 주는 모습들이라 할 것이다.

    첨단의 디지털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현대 인은 빠른 것에 익숙해지고 더욱더 빠른 이동을 위해 다양한 이동수단을 개발하여 사용 하고 있다. 이동수단의 발달은 인간으로 하여금 더 멀리 갈 수 있고 더 먼 곳에서 다양한 여가활동을 즐기도록 해 주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이로 인해 인간은 보행의 필요성과 그 것이 줄 수 있는 여유로움보다 빠르고 역동적인 삶을 추구하도록 변화해 버린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특히, 신체적 여가활동에 서도 순간의 희열과 감각적인 쾌감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특성을 반영하듯 익스트림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각종 극한의 스포츠 활동이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각광 받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여가활동과 관련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또 하나의 여가활동의 경향이 나타나고 있음을 살펴 볼 수 있다. 현대인의 느린 여가 추구현상 또는 느림에 대한 향수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하여, 편리와 빠름만을 추구하던 현대 인들은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자연과의 교감을, 쉴새 없이 쏟아지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 움보다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기반으로 하는 여유로운 느낌으로의 회귀를 원하게 되었고 이는 낯설지 않은 새로운 여가현상인 느림에 대한 추구로 연결되었다. 이러한 느린 여가활동에 대한 요구와 참여현상은 이동수 단으로써 그 효용성을 잃어가고 있는 ‘걷기’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조성 시키고 있다. 단순한 기본적인 인간의 움직임이나 이동의 수단이 아니라 여가활동적인 측면에서 ‘걷기’를 이해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바쁘고 빠르게 순환되고 있는 현대인의 삶 속에서 달리는 것 보다 걸음으로써 신체 뿐 아니라 정신적인 여유와 틈을 ‘걷기’에서 찾으려고 하는 경향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걷기’를 통해 여유로운 여가를 향유하려는 노력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을 담고 있는 여러 책들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사유하며 일상 속 다양한 ‘걷기’에 대한 의미를 제안하고 있는 프랑스의 사회학자 다비드 르 브르통의 ‘걷기예찬’에서부터 시작해서 인간의 역사 속 ‘걷기’를 조명하고 있는 레베카 솔닛의 ‘걷기의 역사’, 세상 속을 걷는 인간의 ‘걷기’를 사색하고 있는 조지프 A. 아마토의 ‘걷기, 인간과 세상의 대화’ 등이 그것이다. 이렇듯 ‘걷기’를 키워드로 하고 있는 몇몇 책들을 맥락 적으로 따라가다 보면, 느린 여가활동으로서의 의미를 지닌 ‘걷기’에 대한 단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사람들의 ‘걷기’가 사람들의 삶의 어떤 부분과 연관되어 있는 지에 대한 책을 통한 사람들의 생각, 의견 살펴봄으로써 느린 여가의 대표적 활동으로서의 여가의 본모습을 단편적으로나마 이해해 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대표적인 인터넷 서점의 검색창에 ‘걷기’라는 검색어로 찾을 수 있는 문헌, 대학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는 걷기와 관련된 논문, 관련학회의 검색을 통해 찾아낸 걷기에 대해 다루고 있는 논문 등을 주요 분석 자료로 활용하였다.

    Ⅱ. 걷기를 읽고 생각해 보기

       1. 걷기의 역사를 살피기

    걷기를 인간의 역사 속에서 조명한 아마토(김승욱역, 2006)의 저서와 솔닛(김정아역, 2003)의 저서를 토대로 인간의 걷기를 살펴 보면, 전자는 걷기를 ‘말하기’로 후자는 걷기를 ‘생각하기’로 인식하고 있음을 살펴 볼 수 있다. 아마토는 인간의 걷는 행위에 대한 본질적인 의미를 역사의 다양한 장면 속에서 찾아가고 있다. 그는 ‘도보’로 표현되는 인간의 걷기는 단순한 신체적 움직임이 아닌 인간의 문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인간의 일상적인 생활 문화 즉, 의식주를 비롯한 인간의 행동양식의 변화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해 왔다고 말한다. 더불어 걷기는 인간의 행위를 묘사해 주는 다양한 언어적 표현에서도 그 영향력을 행사하였고 수많은 언어적 은유와 행동적 동사와 형용사들로 표출되었다.

    아마토(김병욱역, 2006)는 걷기를 인간의 직립보행에서 시대적으로 변화하는 걷기에 대한 단상들을 정리하여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 중요한 ‘걷기’에 대한 몇 가지 역사적 사실들을 정리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표1.] 아마토의 시대별 걷기의 사용 및 변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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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토의 시대별 걷기의 사용 및 변화1)

    아마토가 걷기의 역사를 시대적 특성과 결부시키고 있다면, 솔닛은 인간의 삶과 걷기를 밀도 있게 연관시켜 기술하고 있다. 즉, 걷기를 인간의 문화적 행위로 규정하고 순례, 여행, 산책, 축제, 행렬, 또는 인강의 삶의 공간과 연결하여 인간의 역사적 삶에서 나타나는 걷기라는 인간의 행위적 현상을 분석하고 있다. 솔닛(김정아역,2003)은 걷기는 새로운 공간에로의 신체의 이동을 따라 새로운 사유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준다고 하였다. 그에 의하면, 인간다운 행위인 직립보 행으로부터 시작된 인간의 걷기는 정원이나 산책로에 국한되었던 시대를 지나 들판과 숲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움의 표출로 변화되어 왔다. 걷기는 역사적 흐름에 따라 때로는 ‘낭만’으로 때로는 ‘역사적 사실’로 때로는 ‘투쟁의 표현’으로 계급의 상징으로까지 인식 되어 오기도 했으며 문학 속에, 문화 속에, 역사 속에 존재하였음을 살펴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가적 측면에서 걷기는 그것이 다양한 사람들의 의식의 형태 속에 존재하고 역사 속에 존재하며, 일상의 삶의 본질에 가까이에 있었다는 사실 보다는 어느 시대와 어느 공간에서라도 인간의 매일 매일의 삶, 각 개인의 개인사에서 추억하고 기억할 수 있는 정신적, 신체적인 여유의 공간을 확보 하게 했다는 사실이 아닌가 생각된다. 주변의 아름다운 정경도 풍광도 느리게 걸음으로써 비로소 의미가 되고 여유가 되고 즐김이 될 수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걷기는 장황하고 위대한 역사 속에 존재하는 인간의 행위이기도 하지만 결국 여가활동으로써의 걷기는 개개인의 소소한 일상 속에 여유와 틈을 주는 소박한 걸음이기도 하다.

       2. 걷기를 예찬하기-세상 속으로 걷기

    ‘걷기 예찬’에서 브르통은 수없이 많은 걷기의 장점과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이끌어 내며 걷기가 인간의 삶에 주는 의미를 이야기 하고 있다. 인간의 걷기는 능동적인 명상을 이끌며 이러한 명상적인 걷기는 본질적인 여가의 진정한 의미를 찾게 해 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가 예찬하는 ‘걷기’는 발길 닿는 길을 걸으면서 세상과 소통하는 행위이며 과거의 역사 속에서 살펴 볼 수 있는 수단적 걷기가 아닌 진정 여가를 향유하기 위한 행위로서의 ‘걷기’로 새롭게 조명된다. 자신의 산책, 여행 그리고 다양한 걷기의 경험을 통해 걷는다는 인간의 행위를 브르통은 다음과 같이 정의 내리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새로운 환희로 바꾸어 놓는 고즈넉한 방법(김화영역, 2010:21).”

    이러한 걷기에 대한 그의 생각은 스티븐슨의 생각에 대한 그의 인용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진정한 걷기 애호가는 구경거리를 찾아서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기분을 찾아서 여행한다(김화영역, 2010:21).”

    여행도, 산책도 결국 그 걸음의 진정한 의미는 즐거운 기분의 상태를 느끼기 위한 상태적 의미로서의 여가와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그가 예찬하는 걷기의 본모습은 몸의 주체인 인간의 근원적 움직임이며 깊은 정신성에 연결되어 있고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점점 혼란스럽게 빨라지는 사회 속에 인간의 걸음을 늦추도록 하여 그야말로 걷는 맛이 있는 여가적 활동으로서 재해석해 볼 수 있도록 하는 여유 필요한 것이다.

    브르통은 자신이 생각하는 걷기와 더불어 타자가 이야기 한 걷기에 대한 단상을 기술하고 있다. 그 중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다음과 같은 고백은 걷기가 얼마나 인간의 본질적인 행위인지를 보여준다.

    “나는 하루에 최소한 네 시간 동안, 대개는 그보다 더 오랫동안 일체의 물질적 근심 걱정을 완전히 떨쳐버린 채 숲으로 산으로 들로 한가로이 걷지 않으면 건강과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지 못한다고 믿는다. 나는 단 하루라도 밖에 나가지 않은 채 방구석에만 처박혀 지내면 녹이 슬어 버리고 오후 4시-그 하루를 구해내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가 훨씬 넘어서, 그러니까 밤의 그림자가 낮의 빛 속에 섞여들기 시작하는 시간에야 비로소 자리를 비울 수 있게 되면 고해성사가 필요한 죄라도 지은 기분이 된다. 솔직히 고백하거니와 나는 여러 주일, 여러 달, 아니 사실상 여러 해 도안 상점이나 사무실에 하루종일 틀어박혀 지내는 내 이웃 사람들의 참을성, 혹은 정신적 무감각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김화영역, 2010 재인용:20 헨리 데이비스 소로의 ”걷기“ 中에서)

    그래서 브르통은 걷기를 일상과 단절된 인간의 여유로운 시간이라는 측면이 아닌 일상의 소소한 많은 것들, 예를 들자면, 인간의 시간, 공간 그리고 개인이 속해 있는 사회를 포함한 삶 그 자체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연속적인 활동이라는 가치를 찾아내고 있다. 단순히 일상을 떠난 잠시의 여유로움이 아닌 걸으면서 만나게 되는 힘들고 지쳐있는 인간의 삶 속에서 만나게 되는 맑은 샘물 같은 역할을 걷기에 부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삶이라는 여정에서 만나게 되는 걷기는 고단함 속에 평안함, 무거움 속에 가벼움, 구속 속에 자유로움으로 인식됨으로 가치 있는 것이며 충분히 예찬 받아야 마땅한 인간의 행위가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걷기의 예찬은 걷는 철학자라고 불리고 있는 신정일(2011)의 책 ‘가치있게 나이 드는 법’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그는 느림과 한가함을 추구하는 삶 속에서의 걷기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홀로 걸으며 생각하다 길을 잃어도 좋다(신정일, 2011:서문 中에서).”

    걷기에 대한 위와 같은 짧은 문장 속에서 걷기란 얼마나 여유로운 시간 속으로 인간을 몰입하게 만드는 지를 보여 주고 있다. 길을 잃는 다는 것은 난감한 상황이므로 한편으로 생각하면 당황함에 급한 마음을 갖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마저 ‘좋은 느낌으로 전환시켜 줄 수 있는 것이 한가함 속에 걸어가는 행위임을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느림과 걷기의 단상을 제시하고 있는 또 한 사람은 크리스토퍼 라무르이다. 그는 그의 저서 ‘걷기의 철학’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느린 것은 아름다우며, 온전한 관망과 감상을 허용한다(고아침역, 2007:16)”.

    “숲 속을 홀로 거닐다 보면 평정과 기력의 회복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에 이를 수도 있다(고아침역, 2007:80)”.

    라무르의 글 속에서 나타나는 느림은 곧 걷기를 미덕으로 생각하는 걷기에 대한 단상으로 이어지고 바쁜 일상에서 벗어난 여유롭게 느려질 수 있는 삶의 중심에 ‘걷기’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느림’과 연결되는 ‘관망과 ’감상‘은 걸으면서 이르게 되는 한가로운 ’오솔길‘의 여유로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느림’의 저자 밀란 쿤테라는 느림의 즐거움 속에 어슬렁거리며 한가한 공간을 걸어가는 것에 대한 인간의 향수를 이야기 하고 있다.

    “어찌하여 느림의 즐거움은 사라져 버렸는가? 아, 어디에 있는가, 옛날의 그 한량들 은? 민요들 속의 그 게으른 주인공들, 이 방앗간 저 방앗간을 어슬렁거리며 총총한 별 아래 잠자던 그 방랑객들은? 시솔길, 초원, 숲 속 빈터, 자연과 더불어(김병욱역, 2012: 9)

    제시한 바와 같이 걷기, 느리게 걷기, 느림 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많은 저자들이 그들의 책 속에 다양한 단상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은 ‘걷기’를 행위적 측면 에서만 이해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느림이라는 단어와 함께 하는 걷기는 행위와 더불어 마음의 상태 즉 심상 이라는 의미와 함께 이해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느림은 인간행위의 천천함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마음 상태의 여유를 기초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걷기와 관련된 여러 책 속의 저자 들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느리게 걷는 인간의 행위는 움직임 그 자체의 의의 뿐 아니라 걸음으로써 만나게 되는 사람, 공간을 포함한 세상 모든 것과의 만남과 고즈넉이 그 만남을 즐기는 데서 오는 이해와 소통에 더 큰 의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또한 걷기의 주체인 인간자신과의 소통을 의미하기도 하며, 걷는 나, 나와 만나게 되는 너 그리고 그것에서 느껴지는 긍정적 느낌으로 인해 저절로 나오는 탄성은 걷는 인간으로서의 세상에 대한 예찬이며, 그것을 감각하게 해주는 걷기에 대한 예찬이라고 할 수 있다.

       3. 책의 주제에서 걷기를 분류하기

    책 속의 걷기는 앞 서 기술한 것처럼 다양한 역사적, 사회적 변화에 따라 그 의미를 달리 하기도 하고 개인적 걷기에 따른 다양한 단상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걷기는 어떻게 수용되고 있는 것일 까? 오늘날의 걷기는 특히 여가적 의미에서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동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걷기 역시 그 주된 의미는 건강이나 여유로운 여가활동의 측면이 강하게 부각되고 있음을 살펴 볼 수 있다. 이러한 걷기에 대한 여가적 현상은 걷기와 관련된 책들이 어떤 영역으로 분류되고 있는 지를 살펴봄으로써 더 잘 이해될 수 있다. ‘걷기’를 키워드로 검색사이트에서 살펴볼 때, 다른 분야와 연관성 있는 책들 제외한 후 여가 및 여가활동과 관련된 서적을 추리고 다시 제목 및 내용을 중심으로 구분하여 보면, 다음과 같이 세 가지의 분류로 여가관련 ‘걷기’서적을 분류하여 볼 수 있다.

    1) 건강한 생활을 위한 신체활동으로서의 걷기

    ‘걷기’와 관련된 책들은 주로 건강과 관련된 것들이 많이 있었다. 건강한 걷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각종 걷기 대회나 올바른 걷기를 통한 건강에 대한 관심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특히 건강과 관련된 걷기 관련 책들은 다양한 목적의 걷기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책자들이었다. 건강을 위한 걷기나 다이어트를 위한 걷기, 생활 속에서 걷기를 통해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하여 주는 책들이다.

    2) 여행의 수단로서의 걷기

    ‘걷기’를 키워드로 찾을 수 있는 책들의 주요내용은 여행을 중심으로 하는 여행의 수단임과 동시에 목적이 되는 걷기에 대한 것이다. 특정 지역을 걸을 때의 풍광이나 주변의 볼거리 혹은 걷기에 좋은 장소들을 소개 하고 알려 주는 책들로 어디를 걸어야 하는지 어떻게 걷는 것이 좋은 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길을 찾아 떠나는 여행자의 걷기를 안내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책들은 여행과 관련된 걷기가 여유로운 삶과 한적함, 스쳐 지나가는 풍광과 바람소리, 문화적 향유를 포함하는 고즈넉한 여행자의 감성을 담고 있다. ‘파리 느리게 걷기’, ‘런던 느리게 걷기’ 등 제목에서부터 전해주는 느림이라는 코드가 걷기와 만나 여유로운 삶 속의 느린 걷기가 주는 다양한 즐거움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또한, 바쁘게 가야 할 산길이나 강 둘레길이 아니라 여행이 지닌 두고 온 일상에서 벗어나 한가롭게 걸을 수 있는 것이 걷는 여행에서 얻는 느림의 행복이라는 사실도 전달해 주고 있다.

    3) 철학적, 사색적인 걷기

    걷기를 철학, 시, 에세이 등의 글귀 속에서 정신과 사색을 바탕으로 한 사색의 걷기로 이끌어 내는 책들도 있다. 신체적인 활동 혹은 신체적 여가활동으로서의 걷기 뿐 아니라 정신적 여가, 심층적인 인간의 사색과 맞닿아 있는 ‘걷기’에 대한 시각을 깊이 있게 제시하고 조명하고 있다. 환경, 인간의 행복, 역사와 연결되는 걷기의 의미를 찾아내며 사색하며 걷는 인간의 가장 인간적인 여유로움을 담고 있다. 인간이 천천히 걸어야하는 이유는 사색하며 걷는 존재로써의 인간의 행위가 빠름 보다는 느림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분류의 책들은 걷기라는 인간의 행위를 철학적인 사색을 바탕으로 제시하기도 하고 인간의 역사나 인간이 직면한 환경의 문제와 같이 깊은 생각을 요구하는 주제에서 바라보고 있다.

    1)<표1>은 연구자가 김병욱역, 2006년 조지프 A. 아마토의 걷기 인간과 세상과의 대화의 본문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구성한 것임.

    Ⅲ. 걷기 왜 느린 여가인가?

    걷는다는 것은 가장 인간적인 움직임이며 이는 단순히 행위자체에서 그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느림을 추구하는 현대 여가의 단면과 함께 인간의 삶에 다양한 측면 에서 여유와 틈을 표현할 수 있는 문화로 생각된다. 사람들은 걷기라는 단순한 인간의 행위에 의미를 선사하고 가치를 이끌어 내고 직립보행 후 인간의 역사와 문화, 삶과 같이한 가장 원초적인 인간적 행위이상의 무엇을 원하고 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걷기를 책으로 보는 것 그리고 그런 작업이 가능하도록 많은 책들이 출판되고 있다는 것은 걷기는 몸으로만 걷는 행위는 아니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증명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 한다. 걷기는 바로 걷고 행해야만 할 지식이 필요한 행동이며 마음으로 느끼고 머리로 생각하며 동작해야 하는 신체활동 이상의 의미를 가진 여가활동이라는 것이다. 또한 걷기는 보기에는 단순하나 여러 가지 여가활동과 접목되어 문학적, 역사적, 철학적 의미를 지닌 건강 활동으로 새로이 구성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급하고 빠르게 걷는다는 것은 곧 걷는 사람의 마음에 여유와 즐거움이 없음을 의미한 다. 모든 걸음이 행복한 여유로움과 직결되지는 않는다 해도 느림 속에 걷는 느리게 걷는 사람의 마음의 상태는 한가로움과 편안한 즐거움이 공존하고 있을 것이라 추측하여 본다. 걷기라는 인간의 행위를 통해 느린 여가의 의미를 되새겨 보며 나 역시 걷기에 대한 수많은 상상과 사색에 빠져 들었다. 내 기억 속에 걷기와 그리고 지금까지 걸어 온 수많은 길과 추억들 이러한 생각 속에 내 스스로 걸어 들어가며 즐거운 기분과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천천히 걷고 천천히 느끼고 천천히 살아가는 것 이는 마음으로부터 시작되어 몸으로 전이되는 것은 아닐까? 내 마음이 급해지면 느리게 걸을 수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다음과 같이 느리게 걷는 다는 것에 대한 담론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젠 걸어가도 되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정말 참다운 인간, 온전한 사람이 된다. 그 곳이 오솔길이든 산길이든 도심의 번잡한 거리이든 길이 있으면 나는 걷고 주변의 어떤 누구도 나의 여유로운 걸음에 방해되지 않는다. 길이 있고 그 위에 걷는 내가 있으면 나는 진정 즐거움과 여유를 생각하는 진정한 나로 돌아오게 된다(걷기에 대한 연구자의 담론).”

참고문헌
  • 1. 고 아침 (2007) 크리스토프 라무르, 걷기의 철학. google
  • 2. 김 병욱 (2012) 밀란 쿤테라, 느림. google
  • 3. 김 승욱 (2006) 조지프 A. 아마토, 걷기, 인간과 세상의 대화. google
  • 4. 김 정아 (2003) 레베카 솔닛, 걷기의 역사. google
  • 5. 김 화영 (2010) 다비드 르 브르통, 걷기예찬. google
  • 6. 박 수정, 신 규리 (2007) 여가활동으로서의 걷기 참여 제약요인 탐구. [한국여가레크리에이션학회지] Vol.31 P.85-96 google
  • 7. 신 정일 (2011) 가치있게 나이드는 법. google
  • 8. 이 향희 (2007) 걷기에 의한 심상의 표현연구. google
  • 9. http://www.kyobo.co.kr google
  • 10. http://lib.ewha.ac.kr google
이미지 / 테이블
  • [ 표1. ]  아마토의 시대별 걷기의 사용 및 변화1)
    아마토의 시대별 걷기의 사용 및 변화1)
  • [ 그림 1. ]  건강, 취미에 주안점을 둔 걷기관련 책
    건강, 취미에 주안점을 둔 걷기관련 책
  • [ 그림 2. ]  여행에 주안점을 둔 걷기관련 책
    여행에 주안점을 둔 걷기관련 책
  • [ 그림 3. ]  철학, 사색에 주안점을 둔 걷기관련 책
    철학, 사색에 주안점을 둔 걷기관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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