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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The Study on the Street Theatre in Korea 한국의 거리극 연구
  • 비영리 CC BY-NC
ABSTRACT
The Study on the Street Theatre in Korea

우리 거리극은 연극 제도에서 벗어나 탈 양식화를 지향하는 공연들을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에게 거리극은 낯선 장르가 아니다. 이미 전통극에서 그 원형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02년 최초의 실내공연장 협률사가 등장한 이래 전통극은 무대와 객석을 구분하는 프로시니엄 형태의 극장 안으로 이동하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 우리 연극이 다시 거리의 활력을 향수하면서 극장 밖으로 나선 것은 1970년대 마당극 운동을 통해서이다. 하지만 90년대 서구 사회주의의 몰락, 문민정부의 등장 등 정치․사회 상황이 변하자 마당극은 급속도로 쇠퇴했다. 1990년대 이후 공연예술로서의 성격을 강조하는 거리극이 등장했다. ‘거리’를 극적 공간으로 수용했던 앞서의 시도들이 자연발생적이거나 사회운동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면 이 시기에 이르러 ‘거리’에 대한 인식을 갖춘 예술적 움직임으로 구체화되어 거리의 미학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물리적 환경이 조성되지 못했거나 삶의 현장이라는 정치적 의도로 ‘거리’를 수용했던 것과 달리 ‘거리’는 예술적 공간으로 이해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지자체의 지원으로 양산된 지역축제를 기반으로 거리극은 급속하게 발전했다. 이 시대에 연극이 거리로 귀환한 것은 필연적이다. 지배적 미학인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거리 공간을 실험성과 다양성이란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물질문명과 도시화에 대한 저항담론이 확산되었다. 그리고 양산되는 지역 공연예술축제의 컨텐츠가 필요해지고,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라는 경제적 효용성까지 부각되면서 거리극은 점차 기존 공연예술의 대안으로까지 인식되기 시작했다. 우리 거리극의 특성으로 대안예술, 탈 양식화, 쌍방향 소통방식, 공공성, 놀이성, 생태성 등을 꼽을 수 있다. 거리극은 크게 고정거리극과 이동거리극으로 나눌 수 있는데, 고정된 공간에서 진행되는가, 극적 공간이 실제적으로 이동하는가에 따라 구분된다. 하지만 이러한 동적인 구분 외의 분류는 거의 불가능하다. 독립적인 창작과정과 실험적인 시도로 이루어지는 거리극은 예술가의 수만큼 다양한 양식과 내용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우리 거리극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내적, 외적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외적으로 공공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지원금 같은 경제적 지원뿐만아니라 제작소 확보, 법 규정의 유연한 적용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지원하되 거리극 특유의 독립적인 제작방식을 침해하지 않는 지원체계를 모색해야 한다. 내적으로는 거리극의 예술적 완성도를 확보하기 위해 공간, 서사, 관객과의 소통방법, 생태의식의 회복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 단절의 시대에 소통의 길을 열고, 막장의 시대에 인간적 가치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는 공공성에 대한 인식도 제고해야 한다.

KEYWORD
street , street theatre , street art , festival , de-conventionalization
  • 1. 들어가며

    거리극은 ‘거리’와 ‘연극’이란 명사의 결합에서 이루어진 용어로 어의에 집중하면 거리에서 이루어지는 연극 활동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거리’를 ‘사회적 공간이자 공공의 공간(espace public)으로서, 각 개인이 자신만의 영역을 벗어나 타인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환영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1)고 정의한 마르셀프레드퐁(Marcel Freydefont)의 의견을 받아들이면 거리는 소통의 공간이다. 그리고 ‘거리는 장소나 공간이 아니라 정신이다.’2) 갇히지 않아서 자유롭고, 정해진 룰이 없어서 유연하다. 그렇기에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그렇기에 거리극은 공공 공간을 소통의 공간으로 변하게 하고, 일상에서 벗어나 축제의 자유로움을 체험하게 한다.

    거리에서 이루어지는 예술활동을 포괄하기 위해 유럽에서는 거리예술이란 용어를 보편적으로 쓰고 있다. 프랑스 거리예술국립정보교류센터인 Hors les Murs의 자료에 의하면 거리예술은 서커스, 도시조형, 기념물 건축, 거리무용, 마술, 인형극과 물체극, 거리음악, 퍼레이드, 불꽃놀이, 연극으로 분류되어 창작 지원3)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거리예술이란 용어는 ‘도시의 공공장소에서 대중을 즐겁게 하거나 관객 감상비를 받을 목적으로 실연되는 아마추어의 소규모 공연행위’4)로 정의되는 것처럼 완성된 예술장르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아마추어의 개별 행위 정도로 저평가되고 있다. 이는 우리 거리예술의 연혁이 짧고, 공연 결과가 아직은 미숙하기 때문에 생긴 오해로 보인다. 그렇기에 본 논문에서는 아마추어적 성격이 강한 거리예술 전반을 연구 대상으로 하지 않고, 이미 예술적 성과를 내고 있는 거리극으로 대상을 한정해서 접근하고자 한다.

    1990년대 이후 실내 극장에서 벗어나 거리를 극 속에 수용하는 일련의 연극 활동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 연극을 대표하는 중견 연출가 이윤택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야외극의 시대’5)라고 주장할 만큼 거리극은 연극계의 새로운 경향으로 부상하고 있다.

    연극의 한 양상이면서 문화현상으로까지 받아들여지는 거리극은 거리 공간에 대한 탐구와 일상 공간의 변형을 시도하는 퍼포먼스에서부터 단순히 공연 공간만을 실외로 이동한 공연에 이르기까지 외연이 매우 넓고, 아직도 실험적 시도와 장르간의 혼종이 진행 중이다. 그렇기에 연극 제도에서 벗어나 탈 양식화를 지향하는 공연들을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직 공연예술로서의 거리극 역사가 짧고, 활동의 양적‧질적 수준이 미흡하며, 개념조차 광범위하기 때문에 거리극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거리극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자는 이화원이 유일하다. 「프랑스 거리극 연구-유형별 공연과 축제의 특성 및 의의」6)는 거리극에 대한 최초의 연구논문이다. 프랑스 거리극의 부흥 원인과 개념규정 등 거리극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제공하고, 개별 작품을 통해 유형적 특징을 살피며, 프랑스의 대표적 거리극 축제인 오리악축제와 샬롱거리축제를 소개한다. 「거리극에 대한 공연학적 연구-탈 양식화 현상을 중심으로7)」는 프랑스 거리극 작품을 대상으로 탈양식화 특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평론인 ‘공공 예술로서의 거리극’8)에서는 경계없는 예술프로젝트의 작품을 중심으로 거리극의 공공적 효능에 대해 고찰한다. 하지만 이화원의 연구는 주로 프랑스 거리극이나 자신이 주도하는 개별 극단의 작품에 한정되었다는 점에서 우리 거리극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라고 할 수 없다. 이 외에 거리극을 포괄하는 거리예술에 대한 논문인 서동진의 「우리나라 거리예술의 현황과 발전과제」9)가 있지만 이 논문은 거리예술을 아마추어 장르라는 관점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거리예술 자체에 대한 연구라기보다 예술행정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과천한마당축제가 운영하는 웹진 「거리예술」10)은 거리예술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제공한다. 거리예술에 관한 외국 평론을 번역‧게재하고, 우리 거리예술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자료 제공의 측면에서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프랑스의 거리예술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과 우리 작품의 단순 소개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이처럼 거리극에 관한 연구는 이제 시작단계이다. 더구나 우리 거리극의 경우는 연구가 전무하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이에 본고는 우리 거리극의 현재를 전체적으로 조망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우리 거리극의 역사를 살펴보고, 다른 장르와 구별되는 거리극의 특성에 대해 고찰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작품을 중심으로 현재의 양상에 대해 살펴보고 발전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1)이화원, 「프랑스 거리극 연구-유형별 공연과 축제의 특성 및 의의」,『연극교육연구』제6집, 한국연극교육학회, 2000, 57쪽에서 재인용.  2)프랑스 문화부, 「거리예술의 시대」, 2005.  3)우주희, 「다원예술의 조류와 지원방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07, 69쪽 참조.  4)서동진, 「우리나라 거리예술의 현황과 발전과제」,『문화정책논총』18집,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06, 194쪽.  5)「이제는 야외극시대」, 『부산일보』, 2010.07.21.  6)이화원, 앞의 논문.  7)이화원, 『한국연극학』제31호, 한국연극학회, 2007  8)이화원, 『연극평론』제310호, 한국연극평론가협회, 2008.12.  9)서동진, 앞의 논문.  10)http://www.gcfest.or.kr/

    2. 거리극의 전개양상

    우리 전통극의 경우, 야외공간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이루어져 양식적 변화라든가 미학의 구축 같은 극적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서구 연극과 달리 신명이 넘쳤다. 축제정신이 살아있었다. 판소리, 가면극, 인형극, 그림자극 같은 전통극의 예인들은 장터나 양반집 마당, 너른 공터 등 열린 공간만 있으면 어디서든 해질녘 시작해서 해 뜰 때까지 판을 벌였다. 관중들은 일상의 고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들의 욕망을 속 시원하게 풀어내 대리만족을 제공하는 공연을 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하지만 1902년 최초의 관립극장 협률사11)가 건립되고, 1908년 원각사12)에서신극을 선보인 후부터 우후죽순으로 실내극장이 등장했다. 당시의 실내극장은 ‘무대예술에 대한 인식에 의해 세워졌다기보다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장소로서의, 건물개념으로서의, 극장공간으로서 거의가 기존 건물의 연희장화’13)가 이루어져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열악했다. 그럼에도 실내극장의 등장은 우리 전통극의 기반을 무너뜨렸다. 전통극은 무대와 객석을 구분하는 프로시니엄 형태의 극장 안으로 이동했고, 판소리가 창극으로 변모한 것처럼 서구의 공연문법을 받아들여야 했다. 일제의 전통문화 말살정책의 도구인 연극통제정책14)에 의해 공연시간이 밤 12시 이전으로 제한되었기 때문에 서사가 축소, 왜곡되었다. 우리 전통극의 원형질인 거리의 자유로움은 사라졌다.

    우리 연극이 다시 프로시니엄 무대에서 벗어나 거리의 활력을 향수하면서 거리로 나서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시작된 마당극 운동15)을 통해서이다. 1960~1970년대 박정희 독재정권의 개발 이데올로기16)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진보적인 지식인집단과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일어났다. 군부독재에 대한 저항과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자각, 주체적 역사의식에 의한 전통회복 논의가 이루어지면서 사회운동 차원으로 일어난 것이다.

    시대적 요구를 정확하게 인식하며 전통극 양식을 적극 받아들인 <향토의식 초혼굿>(1963)과 같은 연희가 자생적으로 등장하였으며 이러한 양식을 발전적으로 계승한 것이 마당극이다. 최초의 마당극으로 간주되는 작품은 1973년 김지하 작, 연출의 <진오귀굿>17)이다. 이 작품은 열린 판을 통해 극적 공간을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탈춤과 판소리의 표현법을 도입하였으며, 농민의 부조리한 현실을 굿의 형식을 빌어서 비판한 새로운 형식의 연극이었다. 한편 1974년에는 허규가 중심이 된 민예극장이 <서울 말뚝이>를 공연함으로써 마당극이 기성연극계에서도 실험되었다.

    마당극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축제성과 정치성이다. 축제성이 주로 마당극의 양식적 원리를 규정하는 특성이라면 정치성은 서사의 원리를 규정하는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마당극의 역사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한편으로는 너무도 당연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마당극의 발전이 이루어진 시기에는 축제성과 정치성이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적절한 타협을 이루었지만 마당극이 쇠퇴하기 시작한 시기에는 축제성이 희석되고 정치성이 강조되었다는 것이다.

    마당극의 축제적 특성은 공간의 개방과 집단의 신명, 관습적인 도식성, 중심인물의 하층계급화, 희극적 요소의 활용, 소통성의 극대화 등18)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축제성이 정치적 현실과 결합되었던 70~80년대에는 마당극이 기존의 연극을 대신하는 대안연극으로 적극적인 관심의 대상이었으나 90년대 정치상황이 변하면서 마당극에 대한 관심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이는 마당극이 내재하고 있는 정치성으로 인해 관중과 더 이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론논쟁을 벌이기도 하고 실내극장으로의 이동을 시도해 보았지만 이는 마당극의 가장 대중적인 기반인 축제성까지 상실케 해 쇠락을 재촉했다.

    1990년대 이후 공연예술로서의 성격을 강조하는 거리극이 우리 연극에 등장했다. ‘거리’를 극적 공간으로 수용했던 앞서의 시도들이 자연발생적이거나 사회운동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면 이 시기에 이르러 ‘거리’에 대한 인식을 갖춘 예술적 움직임으로 구체화되어 거리의 미학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물리적 환경이 조성되지 못했거나 삶의 현장이라는 정치적 의도로 ‘거리’를 수용했던 것과 달리 ‘거리’는 예술적 공간으로 이해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지자체의 지원으로 양산된 지역축제를 기반으로 거리극은 급속하게 발전했다.

    더욱이 1990년대 이후 지배적 미학으로 등장한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도 이러한 움직임을 가속화했다. 기존의 모든 미학적 형식을 거부하고 해체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징은 “논리적, 일관적 구성의 해체, 이미지의 파편화, 인식주체의 모호성, 대중예술과의 결합, 장르의 혼합, 이상적 실체적 시간 및 공간의 활용, 즉흥성과 우연성의 강조, 언어의 격하 및 퍼포먼스로의 환원, 굿‧놀이‧제의 등을 통한 집단적 체험, 유희성의 회복, 자기만족적 절충주의, 강렬한 정서의 찬미”19)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경향으로 기존의 이성과 논리 중심의 미학에 대한 일탈과 해체가 실험과 도전이란 이름으로 격려되면서 우리 연극에도 지각변동이 이루어졌다. 미학의 변화는 이제까지 쉽게 인정하지 않았던 거리 공간을 실험성과 다양성이란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탈 양식화에 대한 지향이 서구에서 이미 중요한 공연양식으로 자리 잡은 거리극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한 것이다.

    또한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물질문명과 도시화에 대한 저항담론이 확산되며, 양산되는 지역 공연예술축제의 콘텐츠가 필요해지고,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라는 경제적 효용성까지 부각되면서 거리극은 점차 기존 공연예술의 대안으로까지 인식되기 시작했다.

    11)협률사는 1902년 공연장이 아니라 고종 어극(御極) 40주년 칭경예식을 치르기 위한 행사장으로 황실 주관 하에 설립됐다. 예식을 위해 각국 외교사절을 초청해야 하지만 이들을 초대할 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자 새로운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건립 시부터 ‘희대(戱臺)’(『황성신문』1902.8.5.)라고 불린 것을 보면 협률사가 공연장으로서의 기능을 갖췄음을 알 수 있다.  12)1908년 문을 연 원각사는 최초의 공연전용극장이다. 새로 지어진 극장이 아니라 혁파령에 의해 공연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협률사를 이인직 등 민간인이 임대해 재개관한 것이다. 이곳에서 신극의 효시라고 평가되는 이인직의 <은세계>가 공연되었다.  13)유민영, 『한국 근대극장 변천사』, 태학사, 1998, 21쪽.  14)『대한매일신보』(1908.06.23.) 기사에 의하면 일제는 1908년 6월부터 위생경찰규칙이란 법규에 따라 극장의 공연활동을 12시까지로 제한했다. 관람객과 주변 인가의 편안한 잠을 방해하기 때문이란 명분을 내세웠지만 전통문화에 대한 노골적인 탄압으로 전통극의 인위적인 축소가 불가피했다. 외에도 극본검열, 임석경관, 배우단속 등의 관련법을 제정하여 전통극의 말살을 노골화했다.  15)마당극이 거리로 회귀했지만 기존의 연극문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거리극의 범주로 보지 않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서구에서 유입된 근대 연극의 제한된 틀에서 벗어나 근대 이전 우리의 전통적인 연희문화의 원형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면서 관객들의 일상, 일과 삶의 공간인 ‘마당’에서의 공연을 추구하고자 하였던 우리의 ‘마당극’의 경우, 서구의 탈 근대적 거리극과 여러 가지 공유하는 점이 많다.”는 이화원(「거리극에 대한 공연학적연구-탈 양식화 현상을 중심으로」, 219쪽)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16)이데올로기의 개념은 크게 두 가지로 받아들여진다. 하나는 특정 집단에 의해 부각되는 조직적인 사고 체계를 일컫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정한 눈가림이나 왜곡, 은폐를 의미한다. (존 스토리, 박모 번역, 『문화연구와 문화이론』, 현실문화연구 1999, 15쪽.) 우리의 부조리 한 정치상황은 이데올로기를 체제의 정당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재로 악용해 왔다.  17)이영미, 『마당극양식의 원리와 특성』, 시공사, 2002, 46쪽.  18)이에 관련한 설명은 졸고「마당극의 대중성 연구」, 『한국연극연구』제6집, 한국연극사학회, 2003 참조.  19)나진환, 「사적 접근(historical approach)으로 본 80년대, 90년대 연기사 : 1980년부터 1999년까지」, 『한국 근‧현대 연극 100년사』, 한국 근‧현대 연극 100년사 편찬위원회, 집문당, 2009, 85쪽에서 재인용.

    3. 거리극의 특성

       3.1. 대안예술

    거리극은 기존의 관습적인 연극 공간, 연극 문법, 연극 미학에 저항한다. 실내극장에서 벗어나 거리로 나선 이유가 ‘근대적 기계문명과 도시화에 대한 비판적 저항이라는 정치적 의미’20)에 놓인 것처럼 거리극은 본질적으로 타자의 시선을 견지한다. 정형화된 공간에 갇혀서 기존 연극이 간과했던 일상의 의미를 찾아낸다. 기존의 연극이 환상으로 밖에 구현할 수 없었던 현실공간을 별도의 장치 없이 극적 공간으로 환치시켜 도시공간에 문화적 이미지를 덧입힌다. 뿐만 아니라 공연 공간에 대한 이해는 필요하지만 물리적인 공간이 필요 없기 때문에 자연친화적이며, 경제적인 공연이 가능하다. 이처럼 연극의 새로운 방향과 지형을 찾는 지속적인 실험을 모색하는 거리극은 대안예술의 위상을 갖게 된다.

       3.2. 탈 양식화

    ‘거리’를 극적 공간으로 수용한 출발점부터 거리극은 탈 양식화의 성격21)을 내재하게 된다. 희곡의 창작이나 배우의 연기, 공간의 활용, 관객의 체험 등 전체적인 측면에서 기존의 양식에서 벗어난다. 심지어 작업과정과 완성된 작품 사이의 경계까지 모호하다. 배우와 관객이 뒤섞이고, 하나의 형식이나 개념으로 규정하기 불가능할 만큼 다양한 유형의 작업이 진행된다. 형식과 작업과정이 자유롭기 때문에 다양한 예술장르와의 결합이 용이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질적인 요소들을 통합해서 장르통합과 해체의 시도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진다. 정해진 틀이나 룰이 없기 때문에 관습을 뛰어넘는 시도가 가능하다.

       3.3. 소통방식의 변화

    거리극의 관객은 주체적으로 공연을 선택하고, 참여한다. 공공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이기에 관객은 자발적으로 관람하거나 지나칠 수 있다. 공연 중간에도 이러한 선택은 자유롭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일단 공연을 관람하기 시작하면 무대와 관객과의 경계는 무너지고, 관객 간의 소통은 적극적으로 이루어진다. 무대 건너편 관객과의 정서적 교류가 직접적으로 이루어지면 집단체험의 힘은 더욱 커진다. 더구나 관객은 우연이든, 계획적이든 공연에 참여하는 순간부터 배우의 역할까지 담당한다.

    극단 몸꼴의 <빨간 구두>(윤종연 연출, 2010, 춘천마임축제)는 40여 명으로 제한된 숫자의 관객이 버스를 타고 도심 곳곳을 이동하며, 인간의 욕망에 대해 풍자하는 공연을 관람하는 이동거리극이다. 이 공연에서 배우와 관객은 구분 될 수가 없다. 버스 자체가 공연의 오브제이고, 버스에 타고 있는 관객 역시 외부의 관중이 보기에는 공연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잠상의 <파크>(최선경 연출, 2010, 과천한마당축제)는 영상 퍼포먼스이다. 미리 준비한 지역주민들의 다큐멘터리 영상과 관객들의 실시간 영상이 교차적으로 투사된다. 공연 장소도 도심의 주차장이었다. 카메라에 포착되는 순간 관객은 실제 배우가 되어 자신의 모습이 영상 속에 어떠한 이미지를 형성하는지 확인하게 된다. 이처럼 단순히 무대에서 일방적으로 관객에게 전달하는 소통방식에서 쌍방향 소통방식으로 전환되면서 거리극의 관객은 공연의 주체가 된다.

       3.4. 공공성

    열린 공간에서 공연되기 때문에 공공성에 대한 고려도 매우 중요하다. 특정 관객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불특정 관객에게 공연 자체가 열려 있다. 그렇기에 행위나 서사에 공공적 가치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 행위적 측면에서는 창작 과정이든, 실제 공연에서든 폐쇄적인 작업이 아니라 지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시도들을 추구해야 한다. 서사에 있어서도 사회적 의미가 담길 수 있는 가지지향적인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집단 작업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거나 계몽주의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실험적 시도를 하더라도 예술가만의 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관객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문화민주주의란 공익적 목적에 부합한다.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문화에 대한 요구는 커지는 반면 경제적 양극화와 중앙‧지역 간의 간극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킨다. 문화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안의 하나로 추진된 것이 공연예술축제이다. 고급관객의 눈높이에 맞추어 동시대 수작을 초청 공연하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등 실내극 중심의 축제가 있는가 하면 관객을 찾아나서는 거리극축제가 있다. 거리극은 극장에서 관객을 기다리는 대신 거리로 나가서 관객과 직접 부딪친다. 자발적인 관객을 대상으로 지정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공연부터 거리에 갑작스럽게 등장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일상 침투형 공연에 이르기까지 양상도 다양하다. 공공성이 전제되기 때문에 선정성을 전시하는 막장극도 없다. 실험적인 전위예술부터 대중성을 내세우는 서커스나 소극 공연에 이르기까지 그 층위도 다양하여 관객이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더구나 대부분의 공연이 무료이고, 열린 공간의 자유로움 때문에 심리적 거리감 없이 공연에 참여할 수 있다.

       3.5. 놀이성

    인위적인 극장 공간에서 허구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기존 공연과 달리 거리극은 삶과 뜨겁게 재회한다. 공감할 수 있는 현실을 담아내지 않으면 관객은 쉽게 자리를 떠난다.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점은 현실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을 사실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놀이로 표현한다. 기존의 공연이 인간 삶의 본질에 천착하면서 진지함을 규범으로 내세워 호모사피엔스(생각하는 인간)의 면모에 집착했다면 거리극은 호모루덴스(놀이하는 인간)로의 귀환을 보여준다. 호이징아에 의하면22) 진지함은 놀이를 배제하려 하지만 놀이는 진지함을 잘 포섭하기 때문에 놀이 개념이 진지함보다 더 높은 질서 속에 있다. 놀이의 회복은 ‘PLAY’였던 연극 원형으로의 회귀면서,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거리극은 일상공간을 일시적이고,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탈일상적이며, 신성화된 공간으로 변하게 한다. 그렇기에 일상 공간에서 현실의 담론을 담아내면서도 놀이성을 확보하는 데에 거리극의 매력이 있다.

       3.6. 생태성

    거리극은 본질적으로 생태적이다. 실내극장의 건설이나 무대 제작을 위해서 필연적인 자연의 훼손을 줄일 수 있고, 자연환경을 가공하지 않고 극적 공간으로 수용할 수 있다. 도시 공간에서 진행되는 거리극도 물질문명과 도시화에 대한 저항담론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거리극의 본질은 생태적일 수밖에 없다. 친환경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출발의 전제였던 과천한마당축제가 거리극 축제를 지향한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거리극은 친환경적이며 자발적인 관극 환경을 조성하여 일상의 피로감을 덜어준다. 도심의 아스팔트 바닥이나 공원의 풀밭 위에 자연스레 앉거나, 어떤 일이 벌어질 지 기대감을 가지고 공연의 움직임을 따라 이동하는 경험은 낯설지만 자극적이다. 극단 여행자의 <연 - 카르마>(양정웅 연출, 2004, 과천한마당축제)는 내용에 어울리는 극적 공간을 자연속에서 찾아가며 공연했다. 자연공간인 관악산을 ‘발견공간(found space)’23)으로 변화시켜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하는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데도 효과적이었다.

    20)나진환, 앞의 논문, 같은 쪽.  21)거리극의 탈 양식화에 대한 이론적 접근은 이화원의「거리극에 대한 공연학적 연구-탈 양식화 현상을 중심으로」를 참조.  22)요한 하위징아, 이종인 옮김, 『호모 루덴스』, 연암서가 2010, 20쪽 참조.  23)환경연극에서 말하는 ‘발견공간(found space)’은 거리, 시장, 산, 바다, 들판 등 대부분 삶의 공간에서 찾아진다. 이러한 공간들은 예술적 의도 때문이기 보다 쉽게 관객과 만날 수 있고, 엄격한 현대연극의 문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극적 공간이 된다.

    4. 거리극의 현재

    거리극은 크게 고정거리극과 이동거리극으로 나눌 수 있다. 고정된 공간에서 진행되는가, 극적 공간이 실제적으로 이동하는가에 따라 구분된다. 하지만 이러한 동적인 구분 외의 분류는 거의 불가능하다. 독립적인 창작과정과 실험적인 시도로 이루어지는 거리극은 예술가의 수만큼 다양한 양식과 내용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4.1. 고정거리극

    고정 거리극은 가설무대를 설치하거나, 기존 건물을 활용하거나, 자연 환경과 어우러지면서 이동하지 않는 공연을 지칭한다. 우리 거리극의 대부분이 이 범주에 속한다.

    (1) 가설무대에서의 공연

    이 경우, 대부분 객석 확보까지 고려하고, 조명과 대소도구에도 신경을 쓴다. 무대와 관객의 거리가 어느 정도 유지되면서 기존 연극의 문법과 적절하게 화해한다. 그렇기에 집중력을 높일 수 있어서 비교적 서사의 전달에 중점을 둔다. 가설무대에서 진행되기에 관객들의 출입은 자유롭지만 관객이 극적 상황에 개입하기 어렵다. 객석에서 멀고 분리된 무대로 인해 관객은 객관적 관찰자로만 존재하며 자신의 의견은 공연을 끝까지 관람하거나 과감하게 공연장에서 벗어 나는 것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한국실험예술정신의 <미몽>(김백기 연출, 2006, 과천한마당축제)은 이미지가 강한 총체극이다. 거대한 철골 구조물에 영상을 투사하고, 첨단 레이저 장비를 활용하여 빛의 흐름을 자유롭게 조정하며, 파열하는 음향효과와 불꽃‧풍선 등을 이용하여 강렬한 이미지를 구축한다. 또 무대 위에서 일본의 부토, 서구의 현대무용, 한국의 전통 춤사위가 충돌하고, 아크로바트, 마술 등의 기예가 펼쳐져 스펙터클하다. 극적 내용은 매우 단순하다. 아이의 눈을 통해 자연과 어우러지는 생태적 삶을 지향해야 인류에게 미래가 있다는 주제를 제시하는 것이다. 넌버벌 이미지 퍼포먼스를 표방했지만 부담스러울 정도로 이미지가 넘치고, 생태적 삶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현대문명을 대표하는 다양한 첨단기기를 활용한 점에서 주제와 표현양식의 부조화가 느껴지기도 했다.

    4관객 프로덕션의 <광기의 역사>(이준희 연출, 2007, 수원화성국제연극제)는 폭력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역사를 광기의 역사로 규정하며, 폭력에 의해 고통 받고 희생된 자들의 이야기를 이미지가 가득한 영상과 배우들의 움직임을 통해 표현한다. 특히 일제에 의해 위안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여성의 삶을 육성으로 들려줌으로써 역사를 구체적인 실존의 문제로 만든다. ‘피의 역사’를 표현하기 위해 흰 포장막에 붉은 낙서를 하는 등의 클리셰와 강약의 조율 없이 에너지를 쏟아내는 연출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거대한 철골 구조물이 주는 스펙타클과 역사적 사실들을 보여주는 영상,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움직임, 물‧불 등 강렬한 오브제의 활용으로 연극성은 잘 살아났다.

    <사라진 달들>(이준희 연출, 2008, 과천한마당축제)은 아이스퀼로스의 비극 <오레스테스> 3부작 중 <아가멤논>에서 모티브를 빌려왔다. 하지만 근친살해 모티브만 빌려와 희비극으로 재구성했기 때문에 원작의 의미를 찾기는 어려웠다. 이 작품은 과천의 온온사 안쪽 마당에서 공연되었는데, 무대 옆에 작은 정자가 있고(이곳에 연주자들이 자리하고 라이브연주를 하였다), 무대 뒤로는 숲이 어우러져 열린 공간임에도 적당히 닫힌 느낌을 주었다. 관객의 집중도를 높이는데 매우 효과적이었기 때문에 관객이 복잡한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 가기가 어렵지 않았다.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앨리스 프로젝트>(연출 배요섭, 2009, 과천한마당축제)는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해 현대의 부조리에 대해서 풀어낸 음악극이다. 무대인 커다란 돔 속으로 입장하기 위해서는 선착순으로 배부된 트럼프 카드를 제시하고, 배우들에게 손세정제를 받아서 손을 닦고 팔목에 도장을 찍어야 했다. 공연 당시 유행하던 신종플루를 예방하기 위한 행위였지만 환상의 공간으로 이동하는 제의처럼 치러져 흥미로웠다.

    돔 속은 흰 돌로 그어진 선들이 십자형 통로를 만들어 객석과 무대가 구분되어 있었다. 하지만 배우들은 객석 앞의 고정무대뿐만 아니라 통로에서도 움직이고, 돔을 지탱하는 철골 위에 올라가거나 주변의 숲을 횡단하는 등 다양한 움직임을 보인다. 고정무대를 중심으로 극이 이루어지지만 주변의 지형지물을 극 속에 적절하게 활용한다.

    인원제한으로 돔 속에 들어오지 못한 관객들은 어쩔 수없이 돔 밖에서 관극해야 했다. 하지만 돔 속 관객까지 포함된 또 다른 공연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이중의 관극 체험이 가능했다. 이런 점에서 관객의 주체적 참여를 자연스레 유도해 관극의 층위가 확장되었다.

    극단 공작소 365의 <바보배>(연출 도재형, 2009, 과천한마당축제)는 제바스티안 브란트의 <바보배>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유토피아를 찾아 떠난 ‘바보들’이 난파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허상을 좇는 현대인의 우둔함을 풍자한다. 공연은 2막으로 나누어진다. 1막은 유토피아로의 초대장을 받은 배우들이 자신들의 기쁨과 꿈을 표현하고, 2막은 유토피아를 꿈꾸며 배에 오르지만 태풍을 만나 난파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건물 사이에 놓인 구름다리를 지나 계단을 걸어 내려와 무대로 등장한 배우들은 자신들이 유토피아로 초대된 기쁨을 놀이로 표현한다. 다양한 크기의 사다리를 오브제로 활용하여 자신들이 타고 갈 것이 비행기인지, 잠수함인지 상상놀이를 한다. 그리고 유토피아에서는 자신들이 꿈꾸던 삶, 즉 건강한 다리로 달리기, 발레리나 되기,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기 등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상상을 한다. 이러한 상상장면은 애니메이션과 결합하여 유쾌하게 진행된다. 이어 유토피아로 떠나기 위해 힘들게 배를 만들어 승선한다. 태풍을 만나 고군분투 하지만 결국 난파한다. 이 과정을 위해 불과 물이 오브제로 활용된다. 배우들이 불붙은 막대를 휘두르고, 배 중앙에 서 있는 기둥에서는 물이 분수처럼 쏟아져 오른다. 조립되었던 배가 원래 상태로 해체되고, 잔해 위에는 지쳐 쓰러진 배우들만이 남는다. 배우에게 대사 대신 의미가 담기지 않은 소리를 부여하고, 움직임‧음악‧영상 등 다매체를 활용한 공연이었다.

    (2) 도시공간에서의 공연

    기존 도심 건물을 활용하는 작품의 경우, 실험성이 두드러진다. 대사보다는 움직임이 강조되고, 퍼포먼스적인 경향이 강하다. 관객과의 소통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관객참여도 의도적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주변 공간과 작품과의 연계가 적다. 공간에 대한 탐구나 이해를 통해 극적인 공간으로 환치시키는 경우보다, 단순 공간으로 배치하는 경우가 아직은 더 많다. 어떠한 공간에서도 가능한 공연들이다. 특정공간을 공연의 시작 단계부터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심지어 실내에서도 충분히 공연 가능하다. 하지만 점차 공간에 극적 이미지를 덧입히는 시도들이 많아지고 있다.

    씨어터그룹 성북동 비둘기의 <연극의 본질–메디아>(연출 김현탁, 2007, 과천한마당축제)는 <메디아>를 빌려 연극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독특한 작품이다. 메디아의 인질극으로 시작하지만 메디아의 이야기보다 더 관심이 가는 것은 극 속에 배치해 놓은 연극에 대한 지식들이다. 하녀와 악사의 대화는 오랜 예술논쟁인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논쟁을 떠오르게 하고, 아이게우스는 <시학>을 들고 등장하여 카타르시스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아손은 등에 작은 무대를 지고 나와 무대 뒤의 현실과 무대 위의 환상의 관계에 대해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도심에서 진행된 공연이었지만 단층의 콘크리트 건물은 부분 조명 속에 그리스 왕궁처럼 보이고, 어두워 속이 보이지 않는 출입문은 술수와 복수가 난무하는 극적 분위기를 살린다. 제대로 정리되지 못해 혼란스럽기는 했으나 독창적인 시도가 돋보인 작품이었다.

    앨리스 김의 1인극 <쉬크>(김은숙 연출, 2008, 과천한마당축제)는 서민적인 빌라의 작은 마당에서 공연되었다. <쉬크>는 규모는 작지만 공간설정에 있어서 장소 특정 연극(Site-specific Theatre)의 공간개념을 잘 보여주었다. 어떠한 공간이 가지고 있는 질감이나 의미를 예술적으로 확장시키는 것이 장소 특정 연극이다. 특히 공연의 편의만을 위해서 설정된 공간이 아니라 극적 공간과 현실 공간이 매우 긴밀하게 관련되어 빌라 입구의 작은 마당을 연극적 공간으로 재발견하고 의미를 부여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외모지상주의와 상업논리가 일부 계층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일반 서민에게도 파급된 일반적인 현상임을 보여주는데 효과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객석은 열려 있지만 무대는 빌라의 출입문으로 인해 프로시니엄 무대와 같은 형태를 갖추고 있어 극적 집중도를 높이기에도 효율적이었다.

    이러한 작품 외에도 아직은 미미하지만 공간을 탐구하고 천착해 극의 주체로 받아들여서 익숙한 일상 공간의 의미를 환기시키고, 도시에 문화적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부여하는 공연도 점차 시도되고 있다.

    (3) 자연공간에서의 공연

    자연환경을 극 속에 적극적으로 어우러지게 수용하는 공연들이 있다. 인위적인 장치나 소도구의 도움 없이도 주변의 지형지물을 활용하여 공연 가능하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인식을 자연스레 환기시킨다. 아직 거리극에서의 비중은 낮지만 실내극이 절대 줄 수 없는 관극의 체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더 격려되어야 한다.

    장소 특정 연극을 표방한 열혈청년예술단의 <오이디푸스-산>(연출 윤서비, 2007, 과천한마당축제)24)은 관악산 계곡에서 공연되었다. 계곡물을 앞에 두고 나무다리를 만들고, 연주자들의 공간에는 돌탑을 쌓아 주변 환경을 극적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또 오이디푸스를 비극적 영웅이 아니라 육체적 불구와 모성결핍으로 인해 미성숙한 인물로, 라이오스를 산의 수호자로 새롭게 해석한 것과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눈을 찌르는 장면을 눈이 그려진 막을 통해 상징적으로 처리한 점 등은 신선했다. 하지만 쌓아올려진 돌탑의 극적 기능이 거의 없었다는 점, 배우들이 물속에 빠지는 등 상식적인 선에서 공간 활용이 이루어진 점은 아쉬웠다.

       4.2. 이동거리극

    이동거리극은 계획된 여정에 따라 진행되는 경우와 즉흥적으로 진행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특정 공간에서 출발하여 이미 정해진 계획에 따라 동선을 정하고, 배우들의 인솔에 의해 준비된 공간들을 순례하는 계획된 이동거리극과 관객의 반응이나 주위 환경에 따라 가변적으로 이동하는 즉흥적 이동거리극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규모가 큰 대형 공연의 경우는 계획된 이동극이고, 버스킹(busking)처럼 한 두 명의 배우가 등장하는 소규모 공연의 경우, 즉흥적 이동극일 경우가 많다.

    (1) 계획된 이동거리극

    극단 여행자의 <연-카르마>(양정웅 연출, 2004, 과천한마당축제)는 관악산에서 공연되었다. 이 작품은 인간의 통과의례인 ‘탄생-성장-결혼-죽음’의 과정을 한국적 움직임과 소리로 표현한 작품이다. 물론 순차적 진행이 아니라 ‘죽음-결혼-성장-탄생’으로 나아가 역순인 것이 흥미롭고, 의례적으로 생각하는 순환의 형식을 따르지 않은 것도 참신했다. 원래 이 작품은 실내극으로 만들어진 것이 었으나 과천한마당축제에 초청받으면서 야외극 형식으로 새롭게 구성되었다. 공연은 관악산을 오르며 진행된다. 다리 위에서는 죽음의 의식이, 계곡의 중간평지에서 혼례의식이, 계곡을 오르며 성장의식이, 계곡에서 탄생의식이 이루어진다. 이처럼 이 작품은 내용에 어울리는 극적 공간을 자연 속에서 찾아가며 공연25)했다. 관객을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시킴으로써 순례나 퍼레이드에서 느껴지는 공동체의식을 그들에게 주고자 했다고 볼 수 있다.26)

    극단 몸꼴은 이동형 거리극을 가장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극단이다. <다시 돌아오다>(연출 윤종연, 2009, 과천한마당축제)는 과천 교육원길 대로를 통제하고 이루어진 대규모 이동극이다. 우리의 열악한 연극현실을 고려하면 대형 트레일러, 거대한 화염을 방사하는 철골 구조물, 트레일러에 실린 ‘괴선박’뿐만아니라 여러 개의 ‘파괴드릴’, 철대문, 불수레, 조명수레, 가스방사기 등이 주요 오브제로 등장하는 작품 규모가 놀랍다. 또 도로를 파헤치는 굉음, 몸이 울릴 정도로 비트가 강한 음악이 청각을, 도로를 뒤덮는 불과 물이 시각을, 그리고 가스와 화염이 후각을 자극한다. 오감을 자극하는 강렬한 이미지가 공연을 가득 채운다.

    처음 배우들이 ‘괴선박’의 등장을 알리는 신문을 나누어주면서 관객들 사이로 움직일 때 원하는 위치에 흩어져 있는 관객들은 적당한 호기심과 긴장감을 가지고 그들을 주시하게 된다. 이어 트레일러가 등장하자 배우들이 도로에 누워 차를 멈추게 하고, 운전자를 폭력으로 제압하여 차를 탈취한다. 트레일러에 매달리고, 차 몸체에 그림을 그리며, 괴선박의 존재를 확인한다. 이어 드릴로 도로를 파헤치며 무엇인가를 찾으면서 불과 물이 어우러지는 다양한 퍼포먼스가 이어진다. 공연하는 동안 관객들은 배우들이 달리면 함께 달리고,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트레일러에 위축되어 뒷걸음치다가 차 문이 열리고 괴선박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면 탄성을 지른다.

    <빨간 구두>(윤종연 연출, 2010, 춘천마임축제)는 안데르센의 동화 <빨간 구두>에서 모티브를 빌려온 작품이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버스 안에서 배우들과 함께 어우러지며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무너져 관객은 자연스레 공연안에 존재하게 된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표현하려는 작품답게 도심의 빈 상가에 무대를 설치하여 구두에 대한 여주인공의 욕망을 드러내고, 대형 할인마트로 이동하여 관객들에게 쇼핑카트를 밀게 한다. 이동 중간에 배우들이 승하차 하면서 리듬감 있게 분위기의 변화를 주고, 중간에 마술공연과 같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에피소드를 삽입한다.

    크리에이티브 바키의 <도시이동연구 혹은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이경성 연출, 2010, 서울변방연극제)는 ‘광화문 괴물녀’란 선정적인 제목으로 인터넷을 달구어서 주목받았던 공연으로 광화문이란 도심 공간의 은폐된 의미를 찾으려고 시도했다. <헤테로토피아>(서현석 연출, 2011, 페스티벌 봄)는 세운상가 건설 당시의 기억을 끄집어내서 과거와 현재의 간극을 확인케 한 공연이었다.

    (2) 즉흥적 이동거리극

    즉흥적 이동거리극은 정해진 공간에서 시작해 이동하는 공연에서부터 거리에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일상 침투형 공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프랑스 극단 일로토피(Illotopie)와 국내 극단인 호모루덴스 컴퍼니의 합동공연 <색깔 있는 사람들>(2005, 과천한마당축제)은 자신의 몸을 원색으로 칠한 배우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지하철을 이용하여 도심을 돌아다니며 시민들과 접촉한다. 쇼윈도를 바라보거나 벤치에 앉는 등 일상적인 행동을 하며, 관객들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 극적 공간과 현실공간의 경계를 없애버린다. 자신과 같은 계열의 색상을 발견하면 관심을 표하는 등의 행동을 보여 공연 속에 관객을 끌어들인다. 축제가 가지고 있는 비일상성을 일깨우며, 공간과 어우러지는 공연이었다.

    24)같은 공연을 수원화성국제연극제에서 공연할 때는 <오이디푸스-성>이란 제목으로 바꾸고 화성을 극적 공간으로 받아들여 관악산에서의 공연과 매우 다른 공간활용을 보여주었다.  25)이 역시 ‘발견공간(found space)’에 해당한다.  26)최치림,「환경연극(Environmental Theater)의 공간에 대한 연구 - 빵과 인형극단, 스넥익 씨어터, 퍼포먼스 그룹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창론』 1995. 12., 중앙대학교 예술연구소, 23쪽.

    5. 거리극의 미래

       5.1. 공공지원의 확대

    현재 거리극에 대한 지원은 크게 문화관광부와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한 공공지원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지역문화재단을 중심으로 한 민간지원으로 나누어져 있다. 하지만 개별적인 지원이 아니라 다원예술의 한 부분으로, 지역축제를 통한 간접지원이 대부분이다. 특히 ‘정형화된 기성 예술장르의 틀에서 벗어난, 독립‧실험‧대안적인 경향의 비주류 예술활동 및 창작 인프라 조성을 지원하여 다양한 예술 흐름의 수용 및 창조 역량 배양’27)이라는 다원예술 지원 목표를 명시하여 비주류 예술활동이라고 명시했다. 2005년 거리예술의 시대를 천명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한 프랑스28)처럼 실내극과 비견되는 공연예술로 인정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이지만 거리극을 변방의 범주에 놓아 둘 수는 없다.

    거리극은 물리적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공연예술의 대안이며, 사회적 가치창출이 가능한 블루오션으로서의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고 해체하며, 연극 제도에서 벗어나 탈 양식화를 지향하는 포스트모던한 예술이다. 급변하는 시대의 정서를 소극적으로 반영하거나 심지어 반영하지 못하는 예술은 존립기반조차 위협받고 있다. 제도 안에 갇혀서 관객과의 간극을 키우기만 해서는 안 된다. 변기를 전시해 미술의 가치개념을 뒤흔든 마르셀 뒤샹이나 관객이 내는 소음을 음악으로 해석해 서구 음악미학의 근본과 절연한 존 케이지 등과 같은 혁명적인 도전을 격려하고 지원할 때이다.

    (1) 지원금의 확대

    거리극의 발전은 지역 축제의 활성화와 비례하고 있다. 1990년대 지방자치 제가 실시되면서 지역의 공연예술축제가 급속도로 양산되었다. 하이서울 페스티벌,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과천한마당축제, 수원화성국제연극제, 의정부음악극축제, 안산거리극축제, 고양호수예술축제, 춘천인형극제, 거창국제연극제,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포항바다국제연극제, 부산국제연극제 등 손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중앙과의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지역민의 문화수혜 기회를 제공하며, 공동체 의식을 고취시킨다는 축제 본연의 취지 외에도 정치적, 경제적 목적이 더해지면서 경쟁하듯 양산된 것이다. 이 축제들 대부분은 야외에서 공연되는 거리극축제이고, 실내극 중심 축제도 부대 프로그램으로 꼭 거리극을 포함시킨다. 공연예술축제가 거리극을 공연 콘텐츠로 수용하면서 거리극 발전에 결정적인 추동력을 제공했다.

    축제에 참여하면 경제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참여 예술가간의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의 공연 참여를 통해 지역민과 예술가의 관계가 형성되고, 관객과의 쌍방향 소통을 통해 존립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축제는 특정 기간에 집중되는 만큼 거리극 극단이 항시적인 공연시스템 안에서 자생력을 기를 수 있는 현실적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 물론 활동의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시도들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 역시 거리극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지 못해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또 대부분의 공연이 무료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경제적 지원 없이는 독립적으로 자생력을 갖출 수가 없다.

    그렇기에 거리극 발전을 위한 지원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창작지원 뿐만 아니라 창작 기반의 형성, 보급 및 유통지원, 교육지원 등이 동시에,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과감한 경제적 지원을 통해 거리 예술가들이 생존의 위협에서 벗어나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거리극의 관객 확보와 지역사회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매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2) 제작소의 확보

    창작공간의 확보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거리극 창작집단의 체류와 제작을 위한 장소인 제작소는 거리극의 발전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축제를 활동의 중심기반으로 삼고 있는 거리극 극단은 특정 시기에 집중된 축제의 일정에 의해 활동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제작활동과 공연 활동을 연중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서 제작소의 확보는 필요하다. 서울시에서 도심재생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창작공간은 거리극에 한정된 것은 아니지만 바람직한 정책29)이다. 하지만 더 많이 확보되어야 하고, 지역으로까지 확대되어야 한다. 자생적으로 많은 예술가들이 모인 문래창작촌에 지자체 지원으로 공동의 작업장 형태의 문래예술공장(시각/공연)이 들어선 것처럼 새로 건물을 짓지 않고 유휴공간이나 쇠락지역의 재개발 차원에서 진행될 수 있다.

    (3) 법 규정의 유연한 적용

    거리극은 공공공간에서 공연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공공간을 규정하는 법과 충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극단 호모루덴스컴퍼니가 <로빈슨 크루섬>(남긍호 연출, 2009)을 공연하다 옷을 벗었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된 경우나 원하는 공간에서 공연할 수 없었던 크리에이티브 바키의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 경우30)처럼 공연 외적인 것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문화의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다. 거리극 및 축제 활성화를 위해 법과 규제의 벽은 완화되어야 한다.

    지원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거리극 특유의 독립적인 제작방식을 침해하지 않는 지원체계를 모색31)해야 한다. 지원을 내세워 거리극의 실험성과 다양성을 훼손한다면 이는 치명적이다. 거리극이 지향하는 세계가 바로 기존 공연예술이 보여주지 못했던, ‘금기를 뛰어넘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5.2. 예술적 완성도의 확보

    산만한 주위 환경에 속에서 관객의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거리극의 특성상 관객의 시선을 확보하고 소통하기 위해 몇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거리극의 예술적 수준을 담보하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실내에서 단순히 실외로 옮겨온다는 안일한 생각으로는 공연의 의미32)를 찾을 수 없다. 표현방법은 간결하되 배우간의 하모니는 더욱 긴밀해야 한다.

    (1) 공간

    거리극의 가장 중요한 장점이면서도 어려움이기도 한 것이 공간이다. 대부분의 거리극 예술가들이 실내극에 국한된 교육이나 체험에 익숙한 상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거리의 중요성을 이해하면서도 실제에 있어서 간과할 때가 적지 않다. 특정 공간에 대한 탐구나 고민 없이 장소가 바뀌어도 똑같은 연출이나 연기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거리극이 예술적으로 발전하고, 관객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공연공간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연극의 본질-메디아> 공연에서는 공간의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마차가 무대 위에 자연스럽게 등장하지 못하고, 자연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무대 재질로 인해 배우가 빗속에 넘어지기도 했다. <사라진 달들>은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의 경사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배우들의 움직임을 방해했고 음모와 살해라는 핵심 사건이 이루어지는 이층방이 의미를 담기에 너무 좁고 부실했다. 아버지와 내연녀가 통화하는 오른쪽 공간의 활용도는 거의 없으면서 넓은 공간을 차지해 무대의 크기만 키웠다. 과장되고, 부풀려진 의상의 배우들은 좁은 공간에 동선이 집중되어 있어 서로 부딪쳤다. 그렇기에 배우들의 움직임이 정리되지 않은 것처럼 혼란스럽게 보였다. <바보배>는 과도한 오브제가 공연을 방해한 경우이다. 오브제인 사다리 중에 큰 것은 배우들이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할 만큼 무거웠고, 배를 조립하거나 해체하는 과정도 배우들이 연기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로 버거워 보였다. 심지어 배우가 횃불을 끄느라 연기를 잠시 멈추기도 했다. 폭풍에 휘둘리면서 위기에 처한 상황을 실감나게 보여 주어야 했는데 배우들이 연기보다 오브제 뒤처리에 힘쓰는 전도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공연의 현실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고, 의도만 가지고 제작된 무대세트가 어떻게 공연에 부담을 주는지 여실하게 보여주었다.

    (2) 서사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강력한 힘은 서사에 있다. 하지만 실내 공연과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여야 한다. 설명보다 압축을 선택하고, 대사보다 움직임으로 전달하며, 사건이나 인물의 디테일은 과감하게 생략하지만 주제의식은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사라진 달들>은 인물의 외형을 과장하고 희화화하며, 비사실적으로 재현함으로써 바흐찐이 말한 ‘그로테스크 육체’를 의도하고 있다. 이 점에서 그리스비극이 보여주는 정신적이고, 모범적이며, 고상한 세계를 전복시키고자 하는 연출의 도발적인 의도가 읽힌다. 그로테스크의 미학을 살려내기 위해서는 공포, 속물성, 혐오감 등과 웃음, 우스꽝스러움, 해학 등이 충돌하여 ‘파괴적인 유머’가 창출되어야 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 못했다. 육체의 희화화에만 웃음의 코드를 집중하였기 때문에 우스꽝스러움의 효과는 인물의 첫 등장 때만 있을 뿐 계속 유지되지 못한다. 특히 비극 <아가멤논>을 희비극이란 장르로 바꾸려는 의욕은 넘쳤지만 장르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부재하여 비극도, 희극도 아닌 정체불명의 공연이 되었다. 희비극을 의도했다면 인물이나 사건을 과감하게 해체했어야 하는데, 원작의 무게를 의식하여 표현방법에서만 희극성을 부여해 부조화를 이룬 것이다. <다시 돌아오다>의 공연이 끝난 후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무엇을 말하는 것이지?”였다. 공연 내내 관객은 공연과 소통하지 못하고 끌려만 다닌다. 그렇기에 공연이라기보다 요란스런 쇼를 본 듯한 느낌이었다. 배우들의 대사는 거의 들리지 않았고, 움직임은 모호했으며, 소음과 어우러진 음악은 단조로웠다. 스펙터클한 공연을 위해 얼마나 품을 들였는지 과정은 보였지만 노력에 비해 결과는 미흡했다. 보여주기 위한 공연이 아니라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공연이 되기 위해서 가장 보완되어야 할 것이 서사이다. 관객스스로 의미를 찾아내기 어려웠던 모호한 서사로 인해 배우들의 행위가 설득력을 잃었다. <빨간구두>의 경우 명확한 주제의식은 있었지만 많은 에피소드속에 다양한 의미를 담아내려는 시도 때문에 공연시간이 2시간(춘천마임페스티벌 공연의 경우)이 넘었다. 워낙 연령대가 다양한 관객의 집중과 참여를 이끌어 내기는데 부담이 되었다. 에피소드의 정리가 바람직했다.

    (3) 주체적 관객

    거리극을 향유하는 관객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관객을 자발적이며, 주체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관객을 극 속에 끌어들이기 위한 적극적인 시도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보조적 역할에 머무르는 것에서 나아가 자발적이며 적극적인 관객을 확보할 수 있는 소통방식을 찾아야 한다. <연-카르마>33)는 새로운 극적 공간을 확보했지만 아쉽게도 관객이 극적 창조자로까지 나아가게 하지는 못했다. 기존의 연극처럼 수동적인 관찰자의 역할에만 충실하였고, 이동의 불편함으로 인하여 중간에 포기하는 관객도 없지 않았다.

    (4) 생태의식의 회복

    거리극이 앞으로 존재의미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거리극이 본질적으로 내재하고 있는 생태주의적 특성을 더욱 강조해야 한다. 내용과 형식에서 모든 생명체의 상호의존성을 담아내야 한다. 제천의식에서 유래한 연극은 자연을 섬기는 정신을 구현하고 공동체의식을 다지는데 목적을 두었다. 또 공연에서 이루어지는 현장성은 어느 예술보다 가장 강력한 관객과의 소통, 그리고 상상력의 공유를 가능케 하기 때문에 개인의 내적 변화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

    거리극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함으로써 관객을 연극의 창조자34)로서 수용하며, 공연공간에 있는 각 개체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일체의 것35)을 극적 공간으로 수용한다. 배우와 관객을 포함한 모든 연극적 요소들은 서로 각기 다른 요소들의 환경의 일부로 존재하며 상호작용을 통해 작품으로 완성된다. 이런 점에서 거리극은 ‘장소 특정 연극(Site-specific Theatre)'36)의 공간개념을 수용하게 된다. 장소 특정 연극이 ‘관객과 공연,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 사이에서 상호연관성이 만들어질 것을 가정’37)하기 때문이다. 공연요소를 대립이나 차별적 개념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인 관계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한<연 - 카르마>, <색깔 있는 사람들>, <오이디푸스-산>, <당신의 소파를 찾아드립니다>, <헤테로피아> 같은 공연들은 장소 특정적 공간미학을 보여주었다. 이런 점에서 거리극을 통한 생태주의운동은 잊고 있던 연극의 본질을 일깨우는 작업이며, 무대와 관객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가 된다.

       5.3. 공공성의 인식

    거리극이 이 시대에 지향해야할 중요한 가치는 공공성에 있다. 단절의 시대에 소통의 길을 열고, 막장의 시대에 인간적 가치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는 시도들을 행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공공성은 공간뿐만 아니라 공동체의식이란 정신까지 고려해야 한다. 지역의 삶과 문화‧역사를 연구하여 극 속에 수용하고, 인간 가치 회복의 의지를 작품 속에 담아내야 한다. 물론 계몽성을 구현하라는 것이 아니다. 직설적으로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화두를 던져야 한다. 하지만 표현방법은 순화되어야 한다. 공공공간에서 다층의 관객과 만나기 위한 전제이다.

    <쉬크>는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유달리 가까웠다. 어린 관객까지 있었던 상황을 고려한다면 속이 훤하게 비치는 속옷 차림의 여자의 모습은 좀 부담스러웠다. 최소한의 속옷만이라도 제대로 갖춰 입었다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우리 사회의 경박함과 선정성에 대한 비판의식을 담고 있으면서도 이 공연 역시 이러한 선정성에 기댄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또 관객의 시선이 여배우의 몸에만 집중된다면 여성의 몸을 통한 사회비판이라는 논점이 흐려지기 쉽다.

    거리극은 새로운 시도라는 출발점에서 이미 나아갔기 때문에 이제는 예술적 완성도를 갖추어야 한다. 더 이상 ‘거칠다, 미숙하다, 아마추어다’와 같은 부정적 평가의 영역에 남아있어서는 안 된다. 아직은 소수의 창작집단에 의해 창작 작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양적인 팽창도 시급하지만 질적인 발전도 함께 이루어야 한다. 그래야 상대적으로 평가절하 되었던 기존 활동에 대한 평가를 요구할 수 있다.

    27)우주희, 앞의 논문, 47쪽.  28)프랑스는 이미 1980년대 거리극 단체에 대한 창작지원을 시작했으며 1990년대에는 축제를 중심으로 창작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제작소를 설치하여 거리극 활성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2005년에는 ‘거리예술의 시대’를 천명하면서 3개년 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적극 지원하여 이 시기 지원예산이 2배로 증액되었다.  29)서울시창작공간은 서울시의 컬처노믹스 정책에 따른 도심재생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된 문화예술공간이자 창작공간이다. 현재 서교예술실험센터, 금천예술공장, 금천창작아케이드, 연희문학창작촌, 문래예술공장, 성북예술창작센터, 관악어린이놀이터, 홍은예술창작 센터가 개관해서 운영 중이다.  30)“처음 공연의 주요 공간은 광화문 주변이 아니라 광화문 광장과 시청 앞 서울광장이었다. 그런데 공연을 준비하면서 그 광장에 얼마나 많은 법과 규칙들이 촘촘히 짜여져 있는지를 발견하게 되었다.”는 연출가 이경성의 말(김소연, 「연극이 끝난 자리에는 어떤 흔적이 남아 있을까」, 『보일라』80호 참조)처럼 거리극 공연의 경우 공간의 허가를 얻는데도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31)2010년 문래 창작촌에서는 ‘물레아트페스티벌2010’과 ‘2010 문래예술공장페스티벌 MEET’이 거의 동시에 열렸다. ‘물레아트페스티벌’은 2007년부터 시작된 자립적인 예술축제로 문래동 철공소 거리에서 열려왔다. ‘2010 문래예술공장페스티벌 MEET’은 서울시 컬쳐노믹스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서울창작지원센터 ‘문래예술공장’을 중심으로 새롭게 추진된 축제다. 지역 예술인들의 자발적인 축제와 서울시가 주최하는 축제가 분리돼 행해지는 경우 예산, 규모면은 물론 문화예술발전에 있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러한 결과가 빚어진 이유는 ‘문화재단과 지역예술가간의 커뮤니케이션의 부재’(전성진, 커뮤니케이션 안되는 '문래예술공장', 한 지붕 두 축제, <문화저널 21>, 2010.11.12.)로 평가된다.  32)우리의 대표적인 축제인 거창국제연극제에 초청된 <날 보러와요>(2006)처럼 공간에 대한 고민 없이 실내극을 그대로 야외무대로 옮겨와 작품을 훼손한 경우가 적지 않다.  33)이 공연에 대해 이진아는 “이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새로 ‘처하게 된’ 시공간(상황)에 대한 사유가 지극히 피상적인 것에 기인한다. 극단은 ‘이동’이라는 불편과 ‘특별한 소동’을 체험해야 하는 관객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신속하게 ‘통제’하여 작품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장소에 빠르게 정리 배치되기를 기대한다.”며 매우 비판적인 평가를 하였다, (「다매체 시대의 한국 연극의 변화에 대한 소고」, 『드라마연구』제25호(통합 제3권), 한국드라마학회, 2007, 33~34쪽.  34)관객과 배우의 관계에 대해 리처드 셰크너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관객은 배우가 수영하는 물이며, 관객참여는 이를 확인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대개 관객은 당연히 공연에 도움을 주는 존재로 생각한다. 그러나 관객이 행동을 시작하면 배우는 물러서게 되고, 그리고 관객에게 공간을 양보한다. 하여튼 하나의 공연은 관중들의 세계로부터 나타나며, 관객과 배우들의 협동으로 계속될 수 있으며, 한 연극이 끝나면 공연은 관객들의 세계에 녹아들게 된다.” (Richard Schechner, Environmental Theatre, Hawthorn Book, Inc., 1973, 83쪽.)  35)최치림, 앞의 논문, 146쪽.  36)장소 특정 연극에 대해 김상균은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누구도 Site-specific Theatre의 정의를 확연히 내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접근 방식은 ‘새로운 실험, 예술로서의 공간 탐험’ - 일반적으로 Site-specific Theatre는 어떠한 형태의 건물에서 주어진 질감 및 공간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확장시키고 예술로서 승화시킨다. 공간은 작은 방에서 시작하여 빈 건물, 병원, 발전소, 그리고 도시전체에 이르기까지 끝없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공간과 예술 그리고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소통의 장을 만든다.”(「공간을 향한 새로운 여행(Site-specific Theatre)」,『한국연극』 2007.08, 53쪽)  37)김상균, 위의 글, 같은 쪽.

    6. 나가며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우리 거리극은 연극 제도에서 벗어나 탈 양식화를 지향하는 공연들을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에게 거리극은 낯선 장르가 아니다. 이미 전통극에서 그 원형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02년 최초의 실내공연장 협률사가 등장한 이래 전통극은 무대와 객석을 구분하는 프로시니엄 형태의 극장 안으로 이동하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 우리 연극이 다시 거리의 활력을 향수하면서 극장 밖으로 나선 것은 1970년대 마당극 운동을 통해서이다. 하지만 90년대 서구 사회주의의 몰락, 문민정부의 등장 등 정치‧사회 상황이 변하자 마당극은 급속도로 쇠퇴했다. 1990년대 이후 공연예술로서의 성격을 강조하는 거리극이 등장했다. ‘거리’를 극적 공간으로 수용했던 앞서의 시도들이 자연발생적이거나 사회운동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면 이 시기에 이르러 ‘거리’에 대한 인식을 갖춘 예술적 움직임으로 구체화되어 거리의 미학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물리적 환경이 조성되지 못했거나 삶의 현장이라는 정치적 의도로 ‘거리’를 수용했던 것과 달리 ‘거리’는 예술적 공간으로 이해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지자체의 지원으로 양산된 지역축제를 기반으로 거리극은 급속하게 발전했다.

    이 시대에 연극이 거리로 귀환한 것은 필연적이다. 지배적 미학인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거리 공간을 실험성과 다양성이란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물질문명과 도시화에 대한 저항담론이 확산되었다. 그리고 양산되는 지역 공연예술축제의 콘텐츠가 필요해지고,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라는 경제적 효용성까지 부각되면서 거리극은 점차 기존 공연예술의 대안으로까지 인식되기 시작했다.

    우리 거리극의 특성으로 대안예술, 탈 양식화, 쌍방향 소통방식, 공공성, 놀이성, 생태성 등을 꼽을 수 있다. 거리극은 크게 고정거리극과 이동거리극으로 나눌 수 있다. 고정된 공간에서 진행되는가, 극적 공간이 실제적으로 이동하는 가에 따라 구분된다. 하지만 이러한 동적인 구분 외의 분류는 거의 불가능하다. 독립적인 창작과정과 실험적인 시도로 이루어지는 거리극은 예술가의 수만큼 다양한 양식과 내용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우리 거리극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내적, 외적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외적으로 공공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지원금 같은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제작소 확보, 법 규정의 유연한 적용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지원하되 거리극 특유의 독립적인 제작방식을 침해하지 않는 지원체계를 모색해야 한다.

    내적으로는 거리극의 예술적 완성도를 확보하기 위해 공간, 서사, 관객과의 소통방법, 생태의식의 회복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 단절의 시대에 소통의 길을 열고, 막장의 시대에 인간적 가치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는 공공성에 대한 인식도 제고해야 한다.

    세계적 거리극축제인 프랑스 샬롱축제를 발의하고, 현재의 모습으로 키우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전임 시장 도미니크 페르벵(Dominique Perben)은 거리극 축제에 대해서 ‘내게 있어 도시를 다르게 살아내고, 그 거리의 광장들을 다시금 발견하며, 대부분 단순히 스쳐가는 곳을 축제와 만남의 장소로 재평가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거리극은 공공 공간을 소통의 공간으로 변하게 하고, 일상에서 벗어나 축제의 자유로움을 체험하게 한다. 하지만 거리극은 ‘아마추어다, 거칠다, 미숙하다’와 같은 부정적 표현으로 폄하되거나 비주류 예술분야로 인식되어 ‘낯선 시도’로만 평가되고 있다. 공공지원도 비주류 예술활동으로 규정되는 다원예술의 한 분야로 국한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의 거리극은 20여 년도 안 되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샬롱축제처럼 세계적인 축제에 앨리스 김의<쉬크>(김은숙 연출), 비주얼씨어터컴퍼니 꽃의 <자화상>(이철성 연출) 같은 작품이 초청되기 시작했고, 극단 몸꼴의 <다시 돌아오다>(윤종연 연출)와 같은 대형 이동거리극도 공연될 만큼 예술적 수준이나 규모에 있어서 괄목할 발전을 이루고 있다. 거리극은 피상적인 이해와 선입견이 어우러져 평가절하 되고 있지만 관객과 멀어진 기존 공연예술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것이 거리극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지금 이 곳’에서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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