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examine the moderated mediating effect of emotion regulation style through psychological distress on the association between insecure attachment and relationship addiction. A total of 204 undergraduates were asked to complete the questionnaires and the data was analyzed using SPSS 21.0 and its Macro. The main findings were as follow. First, the findings in a correlation analysis indicated that insecure attachment, psychological distress, and relationship addiction were positively correlated. Second, a mediating model showed that an association between insecure attachment and relationship addiction was partially mediated by psychological distress. Third, hierarchical regression analysis showed that a support-seeking emotion regulation style moderated the effect of psychological distress on relationship addiction. Fourth, a support-seeking emotion regulation style also moderated the mediating effect of insecure attachment on relationship addiction through psychological distress. Also implications for counseling practice are discussed and future research suggested.
본 연구는 서울 소재의 4년제 대학교에 재학 중인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였으며, 측정도구 문항의 성격 및 연구 목적의 특성상 연애경험이 있는 학생들로 설문 참여를 제한하였다. 설문에 참여한 학생은 총 209명(남 87명, 여 122명)이었으며, 이 중 불성실하게 응답하거나, 연애경험이 없다고 한 5명(남 2명, 여 3명)을 제외하고 총 204명의 자료를 분석 하였다. 성별 분포를 보면 총 204명 중 남학생이 85명(41.7%), 여학생이 119명(58.3%)으로 여학생의 참여비율이 더 높았으며, 평균 연령은 21.15세(
관계 척도 질문지(Relationship Scales Questionnaire: RSQ)
전반적인 대인관계에서 나타나는 애착 유형을 알아보기 위하여 성인 애착 척도인 관계 척도 질문지(RSQ)를 사용하였다. RSQ는 Hazan 과 Shaver(1987)의 3유형 성인애착 척도와 Bartholomew와 Horowitz(1991)의 4유형 성인애착 척도-관계설문지(Relationship Questionnaire: RQ), 그리고 Collins와 Read(1990)의 성인애착 질문지(Adult Attachment Scale: AAS)를 참고로 하여 1994년 Griffin과 Bartholomew가 만든 것으로, 총 30문항이며, 5점 리커트 척도(1 =
간이 증상 질문지(Brief Symptom Inventory: BSI)
심리적 고통을 측정하기 위하여 Derogatis와 Spencer(1982)가 개발하고 김광일, 김재환 및 원호택(1984)이 번안한 간이 증상 질문지(BSI)를 사용하였다. BSI는 Derogatis(1983)이 개발한 간이정신진단검사(Symptom Checklist-90: SCL-90)의 축약형으로 총 53문항이며, 지난 1주일 동안 9개 심리 상태(신체화 증상, 강박증, 대인관계 민감성, 우울, 불안, 적대감, 공포 불안, 편집증, 정신증)를 얼마나 경험하였는지에 대해 5점 리커트식 척도(0 =
정서조절양식 질문지
일상생활 속에서 주로 사용하는 정서조절양식을 측정하기 위하여 윤석빈(1999)이 개발하고, 임전옥과 장성숙(2003)이 수정한 정서조절양식 질문지를 사용하였다. 정서조절양식 질문지는 총 25문항으로 능동적 정서조절양식 (Active Regulation Style, 8문항), 지지추구적 정서조절양식(Support-seeking Regulation Style, 8문항), 회피 분산적 정서조절양식(Avoidant/ Distrative Regulation Style, 9문항)의 하위범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5점 리커트 척도(1=
관계중독 질문지
관계중독 정도를 측정하기 위하여 Peabody (2005)가 개발하고 이수현(2009)이 번안한 관계 중독 질문지(Relationship Addiction Questionnaire) 를 사용하였다. 이 척도는 중독적인 연애관계에서 경험할 수 있는 느낌이나 생각, 행동을 묻는 문항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40문항으로, 각 문항에 대해 5점 리커트 척도(1=
수집된 자료의 분석은 SPSS 21.0 프로그램 및 SPSS Macro를 사용하여 실시하였다. 측정 도구의 신뢰도를 검증하기 위하여 Cronbach'
측정변수들의 상관관계 및 기술통계를 표 1에 제시하였다. 관계중독과 불안정애착(
측정변수들의 상관 및 평균, 표준편차
그러나 불안정애착과 심리적 고통을 통제한 후 편상관분석(partial correlation analysis)을 실시하여, 관계중독과 정서조절양식과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표 2에 제시한바와 같이 지지추구적 정서조절양식만이 관계중독과 유의한 정적 상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2.] 불안정애착, 심리적 고통을 통제 후 관계중독과 정서조절양식 간의 상관관계
불안정애착, 심리적 고통을 통제 후 관계중독과 정서조절양식 간의 상관관계
불안정애착이 심리적 고통을 통해 관계중독 성향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매개모형(그림 2)을 검증하기 위해 Baron과 Kenny(1986)의 매개효과 분석단계에 따라 순차적 회귀분석을 실시하였으며, 그 결과를 표 3에 제시하였다. 1단계에서는 불안정애착이 관계중독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한지 분석하였고, 효과크기(c) 는 .469로 나타났다(
심리적 고통의 매개효과
이렇게 도출된 매개모형에서의 간접효과 크기가 유의한지 부트스트래핑(bootstrapping) 방법을 활용하여 검증하였다. 매개효과(ab)의 유의성을 검증하는 방법으로 그동안 많이 활용되어온 Sobel 검증의 경우, 간접효과(ab) 분포의 정규성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표본의 분포를 반영하지 못하여 통계적 검증력이 낮아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부트스트래핑 방식은 표본분포의 정규성을 가정하지 않고 통계적 모의실험 절차를 통해 대규모 가상 무선 표본을 만든 후 매개효과의 유의성이 통계적 무선오차에 의한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Shrout & Bolger, 2002)하게 되므로 Sobel 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검증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Preacher, Rucker, & Hayes, 2007). 본 절차에서 부트스트래핑으로 재추출된 표본 수는 5,000개였으며, 매개효과 계수 값은 .376 이었다. 95% 신뢰구간에서 구한 간접효과 계수의 하한값과 상한값은 표 4에 제시한바와 같이 각각 .151, .603으로 하한값과 상한값의 95% 신뢰구간 사이에 0을 포함하고 있지 않으므로 심리적 고통의 매개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다고 할 수 있다(Preacher et al., 2007). 따라서 애착이 불안정하게 형성되어 있을수록 심리적 고통을 많이 경험하며, 이는 다시 높은 관계중독 성향을 예측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앞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매개경로가 유의한 상태에서 불안정애착이 관계중독 성향으로 이어지는 직접적인 효과 또한 유의하기 때문에, 불안정애착이 심리적 고통을 통해 관계중독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심리적 고통에 대한 설명 없이도 관계중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심리적 고통의 매개효과 부트스트랩핑 결과
심리적 고통이 관계중독에 영향을 미치는 관계에서 정서조절양식의 종류 및 활용 정도에 의해 관계중독 수준이 달라질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각각의 정서조절양식에 대해 중다회귀분석 절차에 따라 조절효과의 존재여부를 확인하였고(Aiken & West, 1991), 조절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경우 단순기울기 검증을 통하여 조절효과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였다. 다중 공선성의 문제를 최소화 하고 조절효과에 대한 해석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독립변수와 조절변수를 평균 중심화 (Mean centering)하여 분석에 활용하였다. 한편, 인구통계학적 변인들(학년, 나이, 성별) 중, 종속변인인 관계중독과 성별만이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심리적 고통과 관계중독 사이의 관계에 능동적 정서조절양식의 조절효과가 유의한지 확인하기 위하여, 회귀식에 독립변수(심리적 고통)와 조절변수(능동적 정서조절양식)을 투입한 후, 2단계에서 상호작용항(심리적 고통 X 능동적 정서조절양식)을 투입하고
정서조절양식 중 지지추구적 정서조절양식 만이 심리적 고통과 관계중독 사이에서 유의미한 상호작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림 3). 상호 작용항(심리적 고통 X 지지추구적 정서조절양식)의 투입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설명량 변화를 나타냈는데(∆
[표 5.] 심리적 고통에 대한 지지추구적 정서조절양식의 조절효과
심리적 고통에 대한 지지추구적 정서조절양식의 조절효과
조절효과가 유의미한 것을 확인하였으므로, 조절변수의 어떤 조건, 어떤 값에서 상호작용 효과가 나타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조절변수가 연속 변수로 측정되었기 때문에 위와 같은 결과만을 통해서는 설명이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Aiken과 West(1991)는 조절변수의 특정 값(예: 조절변수의 평균값, ±1
[표 6.] 지지추구적 정서조절양식의 조건 값에 따른 단순회귀선 유의성 검증
지지추구적 정서조절양식의 조건 값에 따른 단순회귀선 유의성 검증
조절된 매개모형은 매개모형과 조절모형이 결합된 모형으로, 독립변수가 매개변수를 통해 종속변수에 영향을 미치는 매개효과가 조절변수의 값에 따라(conditional) 달라지는 경우 에, 이를 조건부 간접효과(conditional indirect effect) 또는 조절된 매개효과라 한다(Preacher et al., 2007). Preacher 등(2007)은 조절된 매개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방법으로 매개모형, 조절모형, 조절된 매개모형을 순서대로 분석할 것을 제안하였으며, 본 연구도 이러한 절차에 따라 순서대로 분석을 진행하였고,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매개모형과 정서조절양식 중지지추구적 정서조절양식의 조절모형이 유의함을 확인하였다. 이에 Preacher 등(2007)이 제안한 SPSS Macro 방법을 통해 조절된 매개모형을 분석하였다. 검증 결과는 표 7에 제시한 바와 같다.
[표 7.] 지지추구적 정서조절양식의 조절된 매개효과 결과
지지추구적 정서조절양식의 조절된 매개효과 결과
먼저 불안정애착은 심리적 고통에 유의한 정적 영향(a1)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조절된 매개효과의 크기를 산출하는 위 수식을 통해서 볼 때, 조절변수인 지지추구적 정서조절양식의 수준에 따라 관계중독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고통의 매개효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조절분석에서 조절변인의 평균값 및 평균값 ±1
[표 8.] 지지추구적 정서조절양식(조절변수) 값에 따른 조절된 매개효과
지지추구적 정서조절양식(조절변수) 값에 따른 조절된 매개효과
본 연구는 관계중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불안정애착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 관계중독에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탐색적으로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우선 불안정 애착이 심리적 고통을 통해 관계중독에 이를 것이라는 매개모형을 검증하였다. 또한 매개모형에서의 심리적 고통과 정서조절양식이 상호작용하여 관계중독을 예측하는지에 대한 조절효과 모형을 검증하였다. 마지막으로 불안 정애착과 심리적 고통, 관계중독 사이의 매개모형에서 심리적 고통과 정서조절양식이 상호 작용하여 관계중독에 영향을 끼치는 지에 대해 조절된 매개모형을 통해 검증하였다. 연구 결과, 불안정애착 수준이 높을수록 더 큰 심리적 고통을 경험하게 되고, 이는 높은 수준의 관계중독 성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이 확인 되었다(매개모형). 또한, 정서조절양식 중 지지추구적 양식이 심리적 고통과 상호작용하여 관계중독 성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조절모형). 마지막으로 불안정애착이 심리적 고통을 거쳐 관계중독에 영향을 미치는 매개효과가 지지추구적 정서조절양식에 의해 조절되는 것을 확인하였다(조절된 매개모형). 여기서 지지추구적 정서조절양식의 조절효과는 불안정애착과 관계중독 사이의 관계에 대한 전반적 조절효과가 아니라, 심리적 고통의 매개효과를 조절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불안정애착으로 인해 높아진 심리적 고통이 관계중독 성향에 영향을 끼칠 때, 심리적 고통에 대한 지지추구적 정서조절양식의 사용정도에 따라 관계중독 성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조절된 매개효과(moderated mediation)는 독립변수의 종속변수에 대한 전반적인 조절효과가 아니라 조절변인에 의해 매개효과의 영향력이 중재 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이상균, 2008; Preacher et al., 2007). 따라서 애착이 불안정한 사람일수록 더 많은 심리적 고통을 경험하게 되며, 이러한 심리적 고통을 줄이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해소할 수 있는 내적자원이 부족하여, 타인에게 부적 정서를 투사하여 돌보려고 하거나, 맹목적으로 의존하려는 시도가 반복됨으로써, 관계중독 성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정서조절양식 중 지지추구적 양식을 활용하는 경우, 심리적 고통이 해소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계 중독 성향이 강화되는 부적응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이 관찰되었다.
본 연구 결과의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불안정애착이 관계중독에 유의한 영향을 끼치는 것을 확인하였다. 불안정애착과 관계 중독의 높은 관련성은 선행연구들을 통해서도 증명되어 왔으며(박연주, 2008; 이계선, 2013; 이수현, 2009), 중독적인 관계에 빠지는 사람들은 건강한 관계를 보지 못했거나, 사랑이 박탈된 가정에서 성장한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Whiteman & Petersen, 1998). Hazan과 Shaver(1987)는 이성과의 관계에서 겪게 되는 정서적 변화과정은 각 개인의 사랑에 대한 내적표상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하였으며, Mikulincer와 Horesh(1999)는 애착 유형이 타인에 대한 지각과 연관이 있으며, 불안정애착유형의 부정적 타인지각에는 투사나 투사적 동일시 같은 방어기제가 작동한다고 하였다. 애착이 불안정하게 형성된 사람들은 친밀한 관계에서 충분한 공감과 지지를 받아보지 못했거나, 그러한 경험이 있었다고 해도 자신의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내면에 뿌리 깊은 좌절감이 자리 잡고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좌절감을 회복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기치유 및 조절과 관련한 심리적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부정적 자기상을 타인에게 투사하여 돌보고자 한다. 이때, 인간의 기본 욕구인 자기애가 작동하여, 투사한 대상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쏟게 되며, 이러한 역기능적 투사가 반복될 경우 애착이 론에서 말하는 강박적인 돌봄(compulsive caring) 에 빠질 수 있으며, 이는 관계중독의 특성인 맹목적인 애정과 다르지 않다. 즉, 애착이 불안정하게 형성된 사람들은 초기 친밀한 관계 형성과 관련한 발달적 과제를 달성하는 것에 실패하고(Flores, 2004), 관계중독에 취약한 성격적 특성이 발달됨으로써, 역기능적인 심리적 역동을 경험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손상된 자기(self)를 타인과의 관계에서 회복하고자 하는 노력이, 끊임없이 상대에게 자신을 투사하게 하고, 타인과의 관계에만 집중하도록 함으로써, 실제의 자기는 사라지게 되는 상태에 이르는 것이다. 이는 Hart(1990)가 관계 중독에 대해 ‘실제로 그 대상을 사랑한다기보다 사랑에 빠지는 것을 사랑하는 상태’라고 정의한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둘째, 불안정애착과 관계중독간의 관계에서 심리적 고통의 유의한 매개효과를 확인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대표적 디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는 우울과 불안 수준을 통해 심리적 고통을 측정하였으며, 심리적 고통이 관계중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불안정애착과 관계중독 사이를 매개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관계에 중독되는 사람들은 내면에 미완성, 공허감, 절망, 상처에 대한 느낌 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좌절에 대한 내성이 부족하고, 감정적인 분출이 잦으며,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불안정한 기분을 견디지 못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특징이 있다(이의선, 2004). 그러한 가운데, 현재 맺고 있는 친밀한 관계를 정당성, 의미성, 안정성의 원천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이를 지속시키고자 상대방의 모든 필요를 충족시키고자 노력하며, 심리적 고통을 해소하고자 한다. 또한, 일시적 기분 전환이 가능하거나, 자신의 심리적 고통을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는 관계라면 그것이 설령 잘못된 관계이며, 나중에는 더욱 고통을 주는 관계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점점 더 관계 안에 빠지게 된다(이의선, 2004). 그러나 관계가 변함없이 유지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타인의 욕구를 모두 만족시킬 수도 없기 때문에 관계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더욱 더 큰 불안과 우울을 경험하게 된다(Martin, 1990). 즉, 스스로 충족감을 느끼거나 행복해질 수 없다는 좌절감과 혼자 남겨 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현재의 감정상태를 관계를 통해 극복하고자 관계에 의지하지만(May, 2007), 그 안에서 조율될 수 없는 관계의 한계를 경험하며, 다시 우울과 불안에 빠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관계중독은 타인과의 진정한 교류에 실패하고, 심리적 고립상태에 놓이게 되어 만성적인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게 되므로, 관계중독 치료에 있어 그들이 경험하는 내적 불안정감과 심리적 고통을 우선적으로 다뤄줄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셋째, 심리적 고통과 관계중독간의 관계에서 정서조절양식 중 지지추구적 정서조절양식의 조절효과가 확인되었으며, 가설에서 제시한 조절된 매개효과 또한 유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서조절이란, ‘개인이 불쾌한 정서를 감소시키기 위해서 동원하는 다양한 노력’으로,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부정적 정서를 줄이려는 목표로 이루어지는 일종의 대처라고 할 수 있다. 정서조절양식이 효과적으로 사용 되는 경우, 심리적 고통을 감소시키고 개인의 안녕감을 증진시킬 수 있지만, 부적절하게 사용될 경우에는 부정적 정서를 해소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심리적 고통이 축적되거나 강화 되어 다양한 정서장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서론에서도 밝혔듯이 의존성 성격장애는 불안과 긴장을 낮추기 위해 습관적으로 지지추구적인 정서조절양식을 활용함으로써 발전된 병리적 증상이라고 볼 수 있으며(이지영, 권석만, 2006), 정서조절양식의 효과성은 조절양식의 사용 맥락이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지지추구적 정서조절양식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정서를 표현하고, 조언을 구하는 등의 방식으로 부정적 정서를 해소하고자 하는 대처양식이다. 선행연구에서 지지추구적 양식은 원만한 대인관계와 유의한 정적상관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어 왔고(유안진, 이점숙, 정현심, 2006; 윤석빈, 1999), 우울, 불안, 분노, 수치심 등의 정서조절에 있어 능동적 조절양식만큼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민경환 등, 2000). 그러나 의존성 성격장애의 예처럼, 정서조절 양식의 효과성은 개인의 성격적 특성, 환경적인 맥락, 심리적 고통의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정서조절곤란을 설명하는 연구자들은 일반적으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정서조절양식이 과정이나 상황에 맞지 않게 부적절하게 사용되거나, 극단적 방식을 취할 때 정서조절곤란이 유발될 수 있다고 하였으며(Cicchetti et al., 1995; Keenan, 2000), 현재 당면한 구체적 상황에 융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Cole et al., 1994; Thomson, 1994). 이지영(2009)의 연구에 의하면 정서강도 수준이 높을수록 지지추구적 양식을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본 연구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불안정애착으로 인해 대인 관계에 대한 깊은 불안과 두려움으로, 높은 심리적 고통을 경험하는 경우, 지지추구적 정서조절 양식의 잦은 사용은 오히려 관계중독을 강화 시키는 부적응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관계 안에서 자신과 타인의 고유한 특성을 상호 존중하며, 정서적 지지를 구하고, 조언을 얻는 것은 지지추구적 정서조절양식이 갖고 있는 적응적인 측면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그 효과성이 달라질 수 있고, 심리적 고통을 감소시키기 위해 타인과의 관계에 몰두하는 관계중독 에서는, 지지추구적 정서조절양식이 과도하게 사용될 경우, 오히려 병리적인 증상을 강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능동적 정서조절양식 및 회피 분산적 정서조절양식과의 상호작용이 유의하게 나타나지 않은 것은 이 두 가지 정서조절양식의 초점이 ‘자기 자신’에게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며, 이는 타인에 집중하는 관계중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능동적 정서 조절양식에는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인 행동에 옮기는 것, 자신의 느낌이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등이 포함되며, 회피 분산적 정서조절양식은 자신을 불쾌하게 만든 사람이나 상황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지 않거나, 관계없는 다른 일들을 떠올리면서 기분을 전환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정서가 유발된 상황과 다소 거리를 두고 현재 자신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측면이 있다. 반면, 지지추구적 양식의 경우,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만 활용 가능한 정서조절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관계중독의 치료 과정에서, 치료자는 관계중독에 빠진 사람들의 심리적 고통을 낮춰줄 수 있도록 하며, 지지추구적인 정서조절양식의 과도한 활용을 줄일 수 있도록 개입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이처럼 관계중독에 이르게 되는 경로에서의 예측변인 및 조절변인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그동안 관계중독을 다룬 연구들은 주로 신학 및 종교적 치유에 중심을 두고 있었으며, 관계중독 현상을 체계적 으로 탐색한 연구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한 연구에서 관계중독과 성인애착, 친밀한 관계에 대한 두려움과의 관련성을 밝혔으나(최연화, 2012), 관계중독에 이르는 경로나 인과관계가 나타나 있지는 않다. 관계중독은 아주 극적인 상황에 이르기 전까지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을 수 있고, 겉으로 보기에는 관계중독적인 특성들이 오히려 친근하고 따뜻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알코올 중독이나, 도박 중독과 같은 다른 중독에 비해 사회적 비판에서 피하기 쉽고(이수현, 2009) 문제의 양상이 미묘하여 그 심각성이 간과될 위험이 있다. 그러나 물질 중독이나 행동 중독은 궁극 적으로 볼 때, 모두 특정 행위를 통해 욕구 충족의 효과를 소비하는 양상이라고 볼 수 있으며, 유사한 심리구조 하에서 나타나는 것으로(박상규, 2009), 관계중독 또한 압도적 의존, 대상에 대한 몰두, 신체적 갈망 등의 증상을 보인다는 점, 그리고 중독은 혼자 벗어나기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치료 개입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스스로 동원할 수 있는 내적 자원이 없기 때문에, 바깥에서 외부적으로 제공되는 자기-조절의 원천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대상 허기 상태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중독 대상을 갈망하는 것은 일종의 자기-조절을 위한 노력(Flores, 2004)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태에서는 점차 자기 조절 능력 및 내적 동기를 발전시킬 가능성이 낮아지게 되므로, 중독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관계중독에 이르는 경로에서 심리적 고통의 매개효과를 확인한 바와 같이, 관계중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중독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의 심리적 고통에 주목하고, 안정감을 찾고자 하는 욕구를 다뤄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치료자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 밝힌 관계중독에 대한 상담 및 심리치료에서의 함의점은 첫째, 중독증상 기저에 있는 심리적 고통의 영향력을 확인했다는 것이며, 둘째, 부정적인 정서를 조절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여러 정서조절양식들이 모두 적응과 정신 건강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며, 맥락에 따라 병리적 증상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관계중독의 치료과정에서 치료자는 내담자와 서로 주도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이들이 상담자에게 의존하거나, 지지를 구하는 것에 집중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의존적이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대인관계가 어떤 것인지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위와 같은 학문적, 치료적 의의가 있으나, 다음과 같은 한계점들이 있으므로, 이러한 제한적 측면을 밝히고,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본 연구의 연구 대상이 서울 시내에 대학교에 재학 중인 대학생들에 국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연구 결과를 일반화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보다 다양한 계층,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연구 변인들 간의 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본 연구를 통하여 불안정애착과 관계중독 간에 정적인 관계가 있으며, 선형적인 매개모형이 유의하다는 것을 밝혔다는 의의가 있으나, 앞서 결과에서 제시한 것과 같이 연구대상의 특성 상 주요 변인인 불안정애착 및 관계중독 수준의 평균 점수는 크게 높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바, 추후 연구에서는 높은 정도의 증상을 보고하는 집단, 연구 변인의 특성을 뚜렷하게 나타내는 집단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함으로서 연구 결과의 타당성을 공고화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치료 장면에서 심한 애착불안을 호소하는 집단, 관계중독 임상군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본 연구에서는 예측변인인 불안정애착이 준거변인인 관계중독에 이르는 경로에서 매개변인으로서의 심리적 고통의 매개효과를 탐색적으로 살펴보았는데, 심리적 고통의 부분매개효과모형이 유의한 것으로 확인된 바, 불안정애착과 관계중독 간의 관계에 또다른 매개변인들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관계중독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진 또 다른 변인들, 예컨대, 자존감, 심리적 외상과 같은 변인들이 연구 모형 내에서 어떠한 직ㆍ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본 연구서는 성인애착 유형 중 안정형 애착을 안정애착으로, 거부형, 의존형, 두려움형 애착을 불안정애착으로 구분하여 관계중독과의 관계를 살펴보았으나, 불안정한 애착의 하위 유형인 거부형, 의존형, 두려움형은 타인과의 관계 패턴에서 서로 다른 양상을 나타낼 수 있는 바, 각 하위 유형별로 관계중 독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은 한계점들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Preacher 등(2007)이 제안한 SPSS Macro를 활용하여, 관계중독에 불안정애착 및 심리적 고통이 끼치는 영향력 및 지지추구적 정서조절 양식의 조절효과를 확인하고, 조절된 매개모형을 검증함으로써, 여러 변인들의 포괄적 관계를 모형화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또한 그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연구가 미비했던 관계중독에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중독과 관련한 실제 상담 장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요인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