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아동기에 경험한 부모의 정서적 돌봄과 과보호적 통제가 자기존중감과 역기능적인 신념을 통해 우울증에 미치는 심리적 경로를 애착이론에 근거하여 조사하였다. 친부모가 초혼으로 혼인 관계를 지속중인 여대생 381명을 대상으로 아동기의 부모애착, 자존감, 역기능적 태도, 우울증상을 측정하는 4개의 척도들을 사용하여 수집된 자료를 구조방정식을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부 및 모의 정서적 돌봄은 각각 자기존중감과 역기능적 신념을 통해 우울증을 예측하는 반면, 부 및 모의 과보호적 통제는 역기능적 신념을 통해 자존감과 우울증을 각각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아동기에 부모로부터 방임과 거절을 많이 경험한 여자대학생일수록 자신의 존재 가치를 낮게 지각하고 타인의 인정을 받기위해서는 완벽해야 한다는 역기능적 신념을 많이 지님을 나타내는데, 우울증은 이러한 낮은 자존감과 역기능 신념과 관계 깊다는 것이다. 또한, 아동기에 부모로부터 독립심과 자율성을 제한하는 과보호적 통제를 많이 경험할수록 역기능적 완벽주의 신념을 더 갖게 되는데 낮은 자존감과 우울증은 이러한 역기능적 신념과 관련됨을 나타낸다. 본 연구결과의 상담적, 교육적 의의가 연구의 제한점 및 추후 연구 과제들과 함께 제시되었다.
This study aimed to examine psychological pathways in which parental care and overprotection in childhood predict adulthood depression through self-esteem and dysfunctional beliefs. A total of 381 female college students, whose biological parents are in marriage, participated in this study and responded to four scales to measure parental bonding, self-esteem, dysfunctional attitudes, and depression. Results indicated that parental lack of care predicted depression through low self-esteem and dysfunctional beliefs, while parental overprotection predicted low self-esteem and depression through dysfunctional beliefs. These findings suggest that female students who experienced emotional neglect in childhood show more low self-esteem and maladaptive perfectionism, which in turn lead to depression. Besides, those who experienced overprotective control that limits a sense of independence and autonomy show more dysfunctional beliefs, which in turn predicts low self-esteem and depression. Clinical and educational implications of the findings of this study are discussed with limitations and future directions.
본 연구는 대학생의 정신건강이라는 제목의 연구에 참여한 서울시 소재 2개 대학교와 경상남북도와 전라북도 소재 4개 대학교의 학부생 총 675명 중, 부모가 초혼으로 혼인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여자대학생 381명을 분석대상으로 하였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심리학, 교육학 또는 일반교양과목 수강자들로 연구자 또는 연구보조자의 안내에 따라 소규모 집단(1-15명)으로 설문에 응답하였다. 설문지는 응답 중에 발생할 수 있는 피로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역균형 방식(counter-balanced)으로 구성되어 배부되었다. 분석 대상자 381명의 연령분포를 보면 10대가 52명(13.6%), 20대가 321명(84.3%), 30대 이상이 8명(2.1%)으로 평균연령은 21.7세(
아동기 부모양육행동
아동기에 경험한 부모의 양육행동을 측정하기 위해 Parker 등(1979)이 개발한 Parental Bonding Instrument(PBI)를 본 연구자가 한국어로 번안하고 대학생 표집을 대상으로 타당화한 후 한국형 부모 애착척도(K-PBI)라는 명칭으로 사용하였다. K-PBI는 16세 이전의 아동기에 부모와의 관계에서 경험한 부모의 양육 행동과 태도를 4점 Likert형 척도(1=아주 그랬다, 2=다소 그랬다, 3=다소 그렇지 않았다, 4=전혀 그렇지 않았다)로 측정하는데 부 또는 모와의 관계에 대한 25개의 문항으로 각각 구성되어 있다. K-PBI는 2개의 하위척도로 구성되는데 돌봄(care) 척도는 부 및 모와의 관계에서 경험한 정서적 유대/애정 또는 방임/ 거절의 정도를 측정하는 12문항(예: 어머니/아버지는 ‘나에게 따뜻하고 다정하게 말해주었다.’-역 채점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고, 과보호(overprotection) 척도는 부모의 과보호적 통제 또는 자율/독립의 정도를 측정하는 13문항(예: 어머니/아버지는 “내가 하는 것은 무엇이든 간섭하려 했다.’)으로 구성되어 있다. 돌봄 척도의 높은 총합 점수는 부모로부터 정서적 따뜻함과 공감적 애정을 많이 받은 정도를 반영하며 낮은 총합 점수는 부모로부터 무관심과 거절을 많이 경험한 정도를 나타낸다. 과보호 척도의 높은 총합 점수는 부모로부터 과잉보호와 통제를 많이 경험한 정도를 반영하며 낮은 총합 점수는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양육을 많이 경험한 정도를 나타낸다.
한국형 PBI의 번역 및 신뢰도 검정 절차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2012년 2월부터 6월까지 4명의 연구자(미국에서 12년간 다양한 임상 경험을 하고 상담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책임연구원 1명, 한국에서 상담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대학에서 고급통계와 연구방법을 강의하는 선임연구원 1명, 한국에서 상담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하고 학교 및 지역 상담센터에서 상담원으로 근무 중인 연구원 2명)가 번역 작업에 참가하였다. 먼저, 연구자들 중 1명이 1차 번역을 한 후 다른 2명의 연구자들이 번역의 적절성을 검토하였는데 1차 번역에서 의문이 드는 문항이 있을 경우, 책임연구원이 참여하는 전체 연구모임에서 4인의 토론을 거쳐 재점검하고 수정하였다. 4인의 토론 후에도 번역상의 의미가 명료하지 않은 문항이 있을 경우에는 1명의 이중 언어자(미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심리학으로 학사학위를 한 후 한국에서 다시 심리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영어와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함)에게 의뢰하여 번역하였다. 이중 언어자가 번역한 문항은 최종적으로 다시 4인 연구자의 전체 회의를 거쳐 재점검한 후 확정 하였다.
이상의 과정을 거쳐 번역된 척도는 서울지역 1개 대학의 심리학 및 교양심리학 수강생 329명을 대상으로 신뢰도 검증을 실시하였는데 모 돌봄, 모 과보호, 부 돌봄, 부 과보호의 문항내적합치도(Cronbach’s
구조방정식을 실행하기 위한 사전단계로 Russell, Khan과 Altmaier(1998) 및 Little, Cunningham, Shahar와 Widaman(2002)가 제안한 방식에 따라 4개의 하위척도인 모 돌봄(12문항), 모 과보호(13문항), 부 돌봄(12문항), 부 과보호(13문항)에 대해 각각 문항꾸러미 만들기(item parcelling)를 다음과 같이 실시하였다. 먼저, 하위척도 별로 주성분 분석추출법(principle component analysis)에서 요인수를 1개로 고정하고 varimax 회전법을 사용하여 문항들을 요인 분석 하였다. 그리고 부하량의 크기에 따라 정렬된 문항들을 부하량이 가장 큰 문항부터 낮은 문항 순으로 zigzag 방식으로 3개의 꾸러미에 각각 배정하였다. 이러한 방식으로 4개의 잠재변인 ‘모 돌봄’, ‘모 과보호’, ‘부 돌봄’, ‘부 과보호’ 각각에 대해 3개의 문항 꾸러미를 구성하였다.
자기존중감
자신을 가치 있게 생각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측정하기 위해 Rosenberg(1965)가 개발한 Self-Esteem Scale(RSES)을 한기백(2013)이 번안하여 대학생 표집을 대상으로 타당화한 한국형 Rosenberg 자기존중감 척도(K-RSES)를 사용하였다. K-RSES는 한 개인이 자신을 가치 있고 유능하다고 지각하는 정도를 묻는 4점 Likert형 척도(1=매우 그렇다, 2=그렇다, 3=그렇지 않다, 4=전혀 그렇지 않다) 10문항(예, ‘나는 내가 적어도 다른 사람만큼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낀다’-역 채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총합 점수가 높을수록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가 강함을 나타낸다. 한기백(2013)에 따르면 대학생 329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문항내적합치도는 .89이었으며, 91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3주 간격으로 실시된 검사-재검사 신뢰도는 .84 였다. 본 연구의 표집을 대상으로 한 문항내적합치도는 .89로 나타났다. 구조방정식을 실행하기 위한 사전단계로 위의 K-PBI에서 기술한 문항꾸러미 구성 방식에 따라 잠재변인 ‘자기 존중감’에 대해 3개의 문항 꾸러미를 구성하였다.
역기능적 신념
부적응적이고 역기능적인 태도와 신념을 측정하기 위해, Weisman(1979)의 Dysfunctional Attitude Scale-Form A(DAS-Form A, 40문항)를 Graaf, Roelofs와 Huiber(2009)가 대단위의 일반인 표집을 대상으로 확인적 요인분석을 통해 17문항으로 축약하여 제작한 DAS-17을 본 연구자가 번안하고 타당화한 후, 한국형 역기능적 태도 척도-17(K-DAS-17)라는 명칭으로 사용 하였다. K-DAS-17의 번역 절차 및 타당화 과정은 K-PBI에서 기술한 것과 같다. K-DAS-17은 우울증을 유발하는 일반적인 역기능적 신념들 중 두 가지 핵심 신념인 완벽한 업무수행 평가(perfectionism/performance evaluation) 11문항(예, ‘내가 항상 잘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나를 존중하지 않을 것이다’-역 채점)과 타인의 인정에 대한 강박적 의존(dependence) 6문항(예, ‘나의 행복은 나 자신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더 달려있다’-역 채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총 17문항은 모두 7점 Likert형 척도(1=매우 그렇다, 2=상당히 그렇다, 3=약간 그렇다, 4=보통이다, 5=약간 그렇지 않다, 6=상당히 그렇지 않다, 7=전혀 그렇지 않다)로 구성되어 있는데 총합 점수가 높을수록 타인의 인정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완벽한 수행에 대한 강박적 사고가 많음을 나타낸다. 서울 소재의 한 사립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 3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K-DAS-17의 문항내적합치도는 전체가 .85로, 완벽한 업무 수행 평가가 .82, 타인의 인정에 대한 강박적 의존이 .74로 각각 나타났으며, 대학생 91명을 대상으로 3주 간격으로 실시한 검사-재검사 신뢰도는 각각 .85, .86, .78로 나타났다. 본 연구 표집을 대상으로 한 문항내적합치도는 전체가 .86, 완벽한 업무수행 평가가 .83, 타인의 인정에 대한 강박적 의존이 .72였다.
구조방정식 모형을 구성하기 위한 사전단계로 문항꾸러미 만들기를 실시하였는데 Little 등(2002)의 제안에 따라 K-PBI에서 사용한 방식과는 다소 다른 문항꾸러미 구성 방식을 사용하였다. Little 등(2002)에 따르면 연구의 초점이 잠재변인과 관찰변인간의 관계가 아닌 잠재변인간의 구조적 관계에 있을 경우, 특성이 상이한 하위척도들을 관찰변인으로 직접 사용하는 것은 모형 적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에 각 하위척도의 문항들이 문항꾸러미들에 균형 있게 배분하는 방식을 권하였다. 본 연구의 목적은 잠재변인 간의 구조적 관계에 있기에 Little 등(2002)의 제안에 따라 두 하위 척도인 완벽한 업무수행 평가와 타인의 인정에 대한 강박적 의존 각각에 대해 먼저 요인분석을 실시하고 부하량 크기순으로 문항들을 나열하였다. 다음으로 하위척도별로 부하량의 크기순으로 3개의 문항꾸러미에 각각 배정하였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잠재변인 ‘역기능적 신념’에 대해 3개의 문항 꾸러미를 구성하였다.
우울증상
한 개인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우울증상을 측정하기 위해 Radloff(1977)가 개발한 The Center for Epidemiologic Studies-Depression Scale(CES-D)를 한기백(2013)이 번안하여 대학생 표집을 대상으로 타당화한 한국형 병리학 연구센터 우울증 척도(K-CES-D)를 사용하였다. K-CES-D는 지난 한 주간에 경험한 우울증상들을 측정하는 총 20개의 자기보고식 문항들(예, ‘지난 일주일 동안 나는 가족이나 친구가 도와주더라도 울적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로 구성되어있다. 모든 문항들은 4점 Likert형 척도(1=드물게 또는 전혀, 1일 이하; 2=약간, 1-2일; 3=가끔, 3-4일; 4=거의 항상, 5-7일)로 구성되어 있는데 총 점수가 높을수록 우울증상들을 많이 경험함을 나타낸다. 한기백(2013) 은 대학생 329명의 표집에 근거한 K-CES-D의 문항내적합치도를 .91로, 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3주 간격의 검사-재검사 신뢰도는 .84로 각각 보고하였다. 본 연구 표집을 대상으로 실시한 문항내적합치도는 .91이다. 구조방정식을 실행하기 위한 사전단계로 K-PBI에서 기술한 문항꾸러미 만들기 방식에 따라 잠재변인 ‘우울증상’에 대해 3개의 문항 꾸러미를 구성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SPSS 18과 M
구조방정식에서 요구되는 모형 적합도 검증을 위해 본 연구에서 사용한 추론 평정법(estimator)은 Santoria-Bentler chi-square라고도 불리는 MLM이다. MLM은 다양한 형태의 분산 및 공변량 구조를 지닌 자료도 평가할 수 있는 가장 믿을 만한 평정 방법으로 알려져 있는데 자료가 비정상분포일 경우에도 신뢰롭고 타당하게 평정한다는 장점이 있다(Byrne, 2006, 2012; Muthen & Muthen, 2010). 모형적합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는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MLM
본 연구의 주된 분석 방법인 구조방정식을 실행하기 위해 7개의 잠재변인들에 각 3개의 측정(관찰)변인들을 구성하였다. 각 측정변인의 상관계수, 평균, 표준편차는 표 1과 같다. 측정변인들의 정상 분포성을 검토하기 위해 Shapiro-Wilk 정상분포 검사를 실시하였는데 대다수의 측정변인들이 정상분포를 이루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모형 검증을 위한 추론평정법으로 MLM을 사용하였다.
측정변인의 상관계수, 평균 및 표준편차
가설 모형의 검증은 일반적으로 두 단계의 절차(측정 모형 검증, 구조 모형 검증)를 필요로 한다는 Byrne(1994, 2006)의 제안에 따라 먼저 4개의 가설모형들의 측정모형을 검정하였는데 모두 양호한 적합도를 보였다. 모 돌봄 모형은 MLM
측정모형의 표준화된 경로계수와 표준오차
측정모형에서 잠재변인들 간의 상관계수
본 연구의 가설 구조모형인 자기존중감과 역기능적 신념이 아동기에 경험한 부ㆍ모의 두 가지 양육행동인 돌봄 및 과보호와 성인기 우울증상을 매개하는 경로를 검증함에 있어 Holmbeck(1997)이 제안한 구조방정식 매개모형 검증 절차를 따랐다. Holmbeck은 널리 알려진 Baron과 Kenny(1986)의 매개효과 검증절차에 기초하여 구조방정식으로 매개모형을 검증하는 3단계 절차를 제안하였다. 첫 단계는 ‘직접 효과 모형(direct effect model)’ 검증 단계로 매개변인들(자기 존중감, 역기능적 신념)을 투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예측변인(부/모 돌봄 또는 과보호)이 준거변인(성인기 우울증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검증하는 것이다. 이모형이 양호한 적합도를 보이고 예측변인과 준거변인간의 경로계수가 유의미하면 다음 검증단계로 넘어간다.
4개의 연구가설 모형들에 대한 직접효과 모형 검증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적합도를 보였다. 모 돌봄 모형은 MLM
매개모형 검증의 단계별 모형적합도
다음 단계는 일반적으로 부분 매개모형이라 고도 불리는 ‘전체 모형(overall model)’ 검증 단계로 예측변인에서 준거변인으로 직접 가는 경로와 예측변인에서 매개변인으로의 경로들 및 매개변인에서 준거변인으로 가는 경로들을 모두 포함한다. 이 모형이 적합하면 마지막 검증 단계로 넘어가는데 전체 모형 또한 아주 양호한 적합도를 보였다. 모 돌봄 모형은 MLM
최종 단계는 완전매개 모형이라고도 불리는 ‘매개 모형(mediating model)’ 검증 단계로 이 단계에서는 먼저 본 모형의 적합도를 검정한 후 전체 모형(부분 매개)의 적합도와 비교하게 되는데, 매개 모형은 전체 모형의 경로들 중에 예측변인에서 준거변인으로 가는 직접경로가 제외된 모형이다. 매개 모형 또한 아주 양호한 적합도를 보였다. 모 돌봄 모형은 MLM
전체 모형과 매개 모형간의 적합도 차이는 MLM평정을 위한 교정공식(MLM
한편, 4개의 최종 모형별로 실시된 매개 경로의 간접효과 검증 결과는 다음과 같다(표 5 참고). 첫째, 모 돌봄은 우울증상을 직접 예측할 뿐 아니라 자존감과 역기능적 신념을 통해 간접적으로도 예측하였다. 둘째, 부 돌봄은 자존감과 역기능적 신념을 통해서만 우울증상을 예측하였다. 셋째, 모 과보호와 부 과보호는 역기능적 신념을 통해 자기존중감과 우울증상을 함께 예측하였다. 한편, 4개의 최종 모형 모두에서 부적응적 신념은 우울증상을 직접 예측할 뿐 아니라 자기존중감을 통해 간접적으로도 예측하였다.
매개경로의 간접효과 검증
본 연구는 최근에 급격히 증가하는 여자 대학생들의 우울증을 예측하는 심리사회적 변인들 중 아동기에 부 및 모와의 관계에서 경험한 정서적 돌봄과 과보호적 통제가 자기 존중감과 역기능적 신념을 통해 우울증을 예측하는 심리적 경로를 애착이론에 근거하여 구성하고 구조방정식을 사용하여 검증하였다. 친부모가 모두 초혼이면서 혼인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여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집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 및 모와의 관계에서 경험한 정서적 돌봄의 결핍은 낮은 자기존중감과 역기능적인 신념을 통해 우울증을 예측한 반면, 부 및 모의 관계에서 경험한 과보호적 통제는 역기능적 신념을 통해 낮은 자기존중감과 우울증을 각각 예측하였다. 한편, 이러한 매개 관계에서 역기능적 신념은 우울증을 직접적으로 예측할 뿐 아니라 자기 존중감을 통해 간접적으로도 우울증을 예측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Bowlby와 Ainsworth를 비롯한 애착 연구자들이 제안하고 보고한 결과들과 일치함과 동시에 Beck을 비롯한 인지치료자들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본 연구의 주요 결과 및 그 의미를 연구가설에 근거하여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기 존중감과 역기능적 신념은 아동기에 경험한 부 및 모의 돌봄과 성인기의 우울증을 각각 완전 매개할 것이라는 가설은 대부분 입증되었는데 모 돌봄에서 우울로 가는 직접적인 경로가 추가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아동기에 부 및 모와의 관계에서 정서적 지지와 애정을 많이 경험한 여자 대학생일수록 자기에 대한 가치감과 유능감이 높은 반면, 타인의 인정을 받기위해서는 반드시 완벽해야 한다는 역기능적 사고를 적게 지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렇게 자기 존중감이 높고 역기능적 사고가 적은 여자 대학생일수록 대학 시기에 우울증상을 적게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Bowlby(1969/1982, 1973, 1980, 1988)의 애착이론에서 제시된 가정들과 일치할 뿐 아니라 부모양육행동과 우울증을 매개하는 변인들에 대한 선행 연구결과들과도 일치한다. 즉, 여자 대학생들이 경험하는 우울증상의 상당 부분은 아동기에 부모와의 관계에서 경험한 정서적 방임과 거절에 의해 형성된 자신에 대한 낮은 존중감(최정아, 이혜은, 2008; 한기백, 2013; Kenny & Sirin, 2006)과 타인의 인정에 대한 강박적 욕구와 완벽주의적 신념(Campos et al., 2010; Randolph & Dykman, 1998; Wright et al., 2009)과 관련된다는 것이다.
한편, 가설과는 달리 모 돌봄은 자존감과 역기능적 신념을 통해 우울증을 예측하면서도 직접적으로도 우울증을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에 대한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 아동기의 일차적인 양육자는 모인 경우가 많다는 점과 관련시켜 볼 수 있는데 아동은 부모 모두와 애착관계를 형성하지만 상대적으로 부보다는 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고 상호작용의 빈도 또한 높기에 모와 정서적 유대와 친밀감을 더 강하게 체험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한기백, 2013; Sroufe et al., 2005). 특히, 모와의 애착은 소년들보다는 소녀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는데(Cassidy, 1990) 여자 대학생들이 아동기에 경험한 모와의 강한 정서적 유대는 아동기는 물론 성인기에 발생할 수 있는 우울과 같은 정서행동 문제들을 예방하는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 것(Allen, 2001; Schore, 2001)으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가능한 설명은 아동기의 모 돌봄과 성인기 우울증을 매개하는 정신적 표상들에는 자존감과 역기능적 신념 외에 다른 표상들이 존재한다는 관점과 관련시켜 볼 수 있겠다. 예를 들어, 한기백(2013)에 따르면 예측변인인 아동기에 경험한 부 및 모의 돌봄과 준거변인인 성인기의 우울증을 매개하는 변인들로 자기에 대한 표상인 자존감과 함께 대인관계 표상인 불안 및 회피 성인애착을 동시에 투입하였을 때는 부 및 모 돌봄에서 우울로 가는 직접 경로는 더 이상 유의미하지 않았다고 보고 하였다. 따라서 추후 연구에서는 아동기의 부모 돌봄이 성인기 우울증을 예측함에 있어 부모 및 자녀의 성차에 따른 부모-자녀 상호작용 관계와 함께 다양한 형태의 정신적 표상들을 투입함으로써 아동기 부모 돌봄이 성인기 우울증에 미치는 다양한 심리적 경로들을 조사해볼 필요가 있겠다.
둘째, 자기 존중감과 역기능적 신념은 부모의 과보호와 우울증을 각각 완전 매개할 것이라는 가설 또한 부분적으로만 입증되었는데 부 및 모의 과보호는 역기능적 신념을 통해서는 우울증을 예측하였지만 자존감을 통해서는 우울증을 예측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아동기에 부 및 모와의 관계에서 자율성을 저해하는 과보호적 통제를 많이 경험한 여자 대학생일수록 완벽해야만 타인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역기능적 사고를 많이 지니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역기능적 완벽주의 사고를 많이 지닌 여자대학생일수록 자신에 대한 낮은 존중감과 우울증상을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여러 애착연구자들(Ainsworth & Bell, 1970; Ainsworth, Blehar, Warters, & Wall, 1978; Bowlby, 1973, 1988)의 제안 및 연구결과와 일치할 뿐 아니라 아동기에 경험한 부모양육행동이 부적응적 신념체계를 통해 자존감과 우울증에 영향을 미친다는 선행 연구결과들(우미경, 박영신, 2012; 조은주, 이은희, 2013; Campos et al., 2010; Soenens et al., 2005b)과도 일치한다. 즉, 여자 대학생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낮은 자기 존중감과 우울증상은 완벽한 능력을 보여야만 타인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역기능적 신념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데, 이러한 역기능적 신념은 아동기에 부 및 모와의 관계에서 경험한 과보호적 통제 및 간섭과 관계 깊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설과는 달리 자존감은 부모 과보호와 우울증상을 매개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부 및 모의 과보호에서 자존감으로 향하는 경로가 유의미하지 않거나 또는 유의미하더라도 경로계수의 크기가 작거나 유의미 정도가 불안정하였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 부 과보호와 모 과보호는 자기존중감과 각각 -.19(
마지막으로, 역기능적 신념은 우울증상을 직접 예측할 뿐 아니라 자기 존중감을 통해서도 우울증상을 예측할 것이라는 연구가설은 입증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아동기에 부모 양쪽과의 관계에서 정서적 돌봄의 결핍이나 과보호적 통제를 많이 경험한 여자 대학생일수록 완벽해야만 타인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역기능적 신념을 특히 많이 지니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부모의 부적절한 양육행동에 의해 형성된 역기능적 완벽주의 신념은 여자 대학생들이 학창시절에 경험하는 우울증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낮은 자기 존중감을 통해 간접적으로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신적 표상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결과는 Beck(1976)이나 Ellis(1986, 2008)와 같은 인지행동치료자들의 이론적 가정과 일치하는데, 성인기의 우울증상이나 낮은 자기존중감은 아동기에 부모와의 관계 경험에 의해 형성된 역기능적, 비합리적 사고와 신념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에서 기술한 본 연구의 결과들이 갖는 상담적, 교육적 의의는 다음과 같다. 먼저, 우울증상을 호소하는 여자 대학생을 조력하는 상담자는 내담자가 자신에 대해 지닌 부정적인 내적 표상과 함께 완벽해야만 타인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역기능적 신념을 탐색하고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사실 우울증상의 상당 부분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외적 성취에 대한 타인의 인정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완벽해야만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역기능적 신념과 관련되는데 이것은 우울증의 처치에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된 심리치료접근들(예, 대인관계치료, 인지행동치료)에서 일관되게 강조하는 요소이다. 한편, 상담자는 내담자가 그러한 낮은 자기존중감과 역기능적 신념을 일상생활 장면에서 자각하고 변화시키도록 조력함과 함께 아울러 어떻게 그러한 부정적인 자기표상과 역기능적인 신념들이 형성되었는지 그 원인과 발달 과정에 대한 이해 또한 촉진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아동기에 부모와의 관계에서 경험한 정서적 방임과 거절 또는 독립심과 자율성의 발달을 저해하는 과보호적 통제가 어떻게 부정적인 자기 표상과 역기능적 완벽주의 신념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현재 겪고 있는 우울증상의 근원이 되었는지를 통찰토록 조력할 필요가 있겠다.
이와 같은 상담적 의의는 개인상담 장면에서 뿐만 아니라 가족 치료나 교육 장면에도 적용될 수 있는데 상담자는 여자 대학생 내담자가 지닌 부정적인 자기표상과 역기능적 완벽주의 신념이 어떻게 부모와의 상호작용 관계에서 유발되는지를 가족상담 장면에서 부모와 직접 논의하거나 역할놀이(예, 두 의자 기법)를 통해 체험적으로 탐색할 수 있게 조력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 있어 상담자는 특히, 부모 자신들이 자녀와의 관계에서 무의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적, 비언어적 의사소통 패턴과 역기능적인 완벽주의 신념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러한 의사소통 방식과 신념들이 어떻게 자녀의 의사소통 패턴과 역기능적 신념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자각토록 도울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부모의 역기능적 의사소통 패턴과 신념은 세대를 거쳐 전이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Belsky, 2005; Bowlby, 1973; Obegi, Morrison, & Shaver, 2004). 이러한 가족치료적인 관점은 자녀양육방식에 대한 교육이나 부모-자녀 관계 증진 프로그램 등에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에서 기술한 의의들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중요한 제한점들을 지니고 있다. 첫째, 본 연구는 회상적 기억과 변인들 간의 상관에 기초한 연구이다. 아동기에 경험한 부 및 모와의 관계를 측정함에 있어 기억들을 회상하여 응답하도록 하였기에 실제 부모와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측정하였다기보다는 참여자의 주관적인 회상에 기초하여 측정하였다. 따라서 회상에 기초한 부모의 양육행동이 자기 표상과 역기능적 신념을 통해 성인기의 우울증상을 예측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상관적이지 인과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인과적 관계란 변인들이 측정된 시점들 간에 시간적 차가 명백할 경우에만 허용되기 때문이다(Shadish, Cook, & Campbell, 2001). 따라서 추후 연구에서는 종단적 관점에서 아동기에 경험한 부모의 양육행동이 정신적 표상을 통해 성인기의 정서행동 조절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조사할 필요가 있겠다. 둘째, 본 연구에 사용된 자료는 모두 자기보고식 척도들로 수집되었다. 자료의 신뢰도를 증진시키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솔직한 응답을 요청하였지만 참가자들이 얼마나 정직하게 응답했는지 또는 얼마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응답했는지를 점검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추후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의 긍정적 또는 부정적 응답 편향성을 측정하는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개인적으로 민감한 설문(예, 우울증상, 아동기 부모양육 경험) 문항들에 대한 참가자의 응답 편향성의 영향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추후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의 자기보고에만 국한하지 않고 제 3자(예, 참가자의 지인이나 가족)의 관점도 포함시킴으로써 연구의 타당도와 신뢰도를 높일 필요가 있겠다.
셋째, 본 연구는 전국의 4개시에 거주하는 여자 대학생들만을 연구대상으로 하였기에 본 연구의 결과를 한국의 전체 여자 대학생 또는 남자 대학생들에게 일반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지역 간의 문화경제적 차이와 함께 대학 간의 특성 차이가 심화되고 있는 경향을 고려할 때 추후 연구에서는 연구 참가자 수를 확대하여 지역별, 계층별, 대학별, 성별 간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조사해볼 필요가 있겠다.
이상에서 언급한 제한점들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최근 급격히 증가하는 여자 대학생들의 우울증상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사회적 변인들 간의 관계 경로를 조사함에 있어, 아동기 부 및 모와의 관계에서 경험한 정서적 돌봄과 과보호적 통제가 각각 자기에 대한 존중감과 역기능적 완벽주의 신념을 통해 성인기의 우울증상을 예측하는 심리적 경로들을 밝힌 첫 연구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