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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A Discord among Individual, Race, and History 개인, 인종, 그리고 역사의 불협화음
  • 비영리 CC BY-NC
ABSTRACT
A Discord among Individual, Race, and History
KEYWORD
Philip Roth , ‘thought experiment , ’ The Plot Against America , narrative , political fable , racial conflict , coexistence , fascism , anti-semitism , alternative history , postmodern , metafiction
  • I. 들어가기

    필립 로스(Philip Roth, 1933~ )의『미국에 대한 음모』(The Plot Against America, 2004)는 허구와 사실의 경계를 허물고 역사적으로 구성된 사회에 대한 의미를 탐구하거나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는 시도, 즉‘사고 실험’ (thought experiment)을 시도한다는 측면에서‘포스트모던 역사소설’이고, 서술 기법상‘풍자’라는 문학적 기법이 활용된 매우 특이한 작품이다. 이 점에 착안하여 본 연구는 탈구조주의적인 입장에서 역사의 상상적 창조와 복원을 지향하는 포스트모던 역사소설에 대한 규명을 시도한다. 그리고 본 연구는 로스가『미국에 대한 음모』에서 1940년 대 미국이라는 역사적 공간 속에서 한 인간으로서의 개인의 삶, 그리고‘보이지 않는 질서’속에서 반유대주의가 파편으로 남아 있는 상황, ‘보이는 질서’속에서 백인과 흑인의 인종 갈등 문제, 나아가 국가 권력의 어두운 측면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시도하면서 이데올로기에 종속된배타적인 삶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상호 이해와 존중의 미학을 추구한다는 점을밝히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미국에 대한 음모』는 1940년 미국 33대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인 찰스린드버그(Charles Lindbergh)가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Roosevelt)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면 미국의 역사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를 가정한다. 로스는『미국에 대한 음모』에서 가상의 역사를 상상하면서, 그 역사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개인, 또는 한 유대 가정의 수난과 역경의 삶을 묘사한다. 작품 속에서 린드버그는 미국이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의 나치즘을 옹호함으로써 유럽의 전쟁 소용돌이를 피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아이러니컬하게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다. 대통령에 당선된 린드버그는 노골적으로 반유대주의 정책을 펼친다. 린드버그의 전쟁을 반대한다는 대의명분은 그에게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는 유대인들이 소유한 재산을 국유화하고, 또 그들을 집단적으로 강제 이주시키는 등 파시스트적인 정책을 펼친다. 로스는 이 작품에서『사실: 소설가의 자서전』(The Facts: A Novelist’s Autobiography, 1988)과 마찬가지로 자전적 요소를 활용하여 반유대주의 문제와 인종적 차별을 받는 개인이 역사 속에서 어떤 갈등과 불협화음을 갖게 되는가를 점검한다.

    개인이나 집단의 정체성은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 구조나 역사적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구성된다. 『미국에 대한 음모』에서 나치즘과 파시즘, 그리고 그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일부 정치가들의 권력 남용은 작중 인물 허먼 로스 (Herman Roth) 가족에게 고통과 좌절의 삶을 불러온다. 백인이 아니라 유대인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존재론적 이유 때문에, 허먼 로스 가족 구성원들은 인격을 갖는 개인으로서 존중받는 대신에 반유대주의라는 집단적 이데올로기에 의해 그 존재가 인식되고 구축되며, 무의식적 군중 행위에 의해 배제와 차별의 삶을 살게 된다. 미국의 흑인들이 제도적 차원에서 또는‘보이는 질서’속에서 차별을 받고 살았다 한다면, 유대인은‘보이지 않는 질서’속에서 차별과 배제의 삶을 영위한다. 허먼 로스 가족 구성원들은 근원성과 창조성을 가지지 못하며, 불연속적이고 무목적적이며 일관성이 없는 정부 방침에 의해 재편되고 인격을 갖는 인간이 아니라 하나의 도구로 전락한다. 이들은 더 이상‘안정적이고 통일적이며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심리적 실체’가 아니고 타의에 의해 유동적으로 분류되는 수동체가 된다.

    지금까지 로스의 소설이 다양한 시도와 변신의 과정을 통한 개인적 정체성의 탐색이라면, 『미국에 대한 음모』는 더 이상 환원될 수 없고, 거부할 수 없는 인종적 정체성과 개인적 정체성의 합일점과 분리점, 그리고 역동하는 미국 사회와 역사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평가이다. 『미국에 대한 음모』는 작가의 상상력으로 구성된 가상의 역사적 공간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은 포스트모더니즘 역사소설이다. 린다 헛천(Linda Hutcheon)은 포스트모더니즘 역사소설을“역사기술학적 메타 픽션”(historiographic metafiction)이라고 명명한다. “역사와 허구가 인간의 구축물이라는 데 대한 이론적 자의식”(Hutcheon 5)을 가지고 역사를 재창조하는 소설이 포스트모더니즘 역사소설이라는 의미이다. 이 소설은 전통적인 역사 기술 방법, 즉 연대기적 사건 중심의 서술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면서,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역사를 기술하려고 한다. 실제로 존재했던 역사적 사건에 대한 대체물로서 환상적 역사를 창조하거나, 이미 밝혀진 역사적 사실들을 의도적으로 변형하여 역사적 사실의 진위 여부를 모호하게 처리한다. 이런 ‘사고실험’을 통해 역사의 임의성을 부각시키고, 저자의 필요에 의해 전략적인 차원에서 새로운 역사를 구축해 가는 소설이 포스트모던 역사소설이다.

    『미국에 대한 음모』에 대한 국외 연구는 비교적 활발하다. 왈터 벤 마이클 (Walter Benn Michaels)의「미국에 대한 음모: 신자유주의와 반인종주의」 “( Plots Against America: Neoliberalism and Antiracism”)를 비롯해 다수의 논문이 출간되었고 몇몇 주목할 만한 서평도 나와 있다. 하지만 로스의 여러 작품들 중 개인과 사회의 갈등, 반유대주의를 비롯한 인종주의, 그리고 국가 권력의 남용 문제가 동시에 거론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연구는 전무하다.

    본 연구는 먼저 로스의 문학의 특징이 솔 벨로우(Saul Bellow, 1915~), 버너드 맬러머드(Bernard Malamud, 1914~1986), 필립 로스(Philip Roth, 1933~) 로 이어지는 유대 문학의 단순한 부흥이 아니라 다인종, 다문화 사회인 미국 사회에서 다원적 공존과 상호 존중을 추구하는 문학임을 주장하고자 한다. 이 점을 밝히기 위해 로스의 가장 최근 작품인『미국에 대한 음모』를 포스트모던 역사소설로 규정하고 이 소설의 제반 특징들을 비평 이론가들의 견해를 바탕으로 검토할 것이다. 또한『미국에 대한 음모』와 로스의 이전 소설과의 관련성과 상이점들을 점검하면서 유대적 자아 및 개인의 정체성, 더 나아가 극단적 인종주의에 근거한 국가 권력 남용의 병폐를 살펴볼 것이다. 『미국에 대한 음모』에서 로스가 말하고자 했던“미국에 대한 음모”는 개인이 주체적 자아를 창조해 나가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들, 즉 미국사회에서 반유대주의적 시각, 인종간의 갈등, 극단적 이데올로기에 맹종하는 소수 지배계층의 국가 권력의 남용과 그들의 진실과 역사 왜곡임을 밝힐 것이다. 결론으로 로스는 체제 정복이나 사회 참여를 유도하는 선동적인 입장이 아니라 가상의 역사적 공간의 창조와 허구적 사건 을 통해, 다시 말해‘사고실험’을 통해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 무시되는 상황을 제시함으로써, 하나의 문학적 시도로 삶의 현실에 대한 반성과 각성을 촉구하고 도덕적 당위성을 피력한다는 점을 주장할 것이다.

    II. 가상의 역사

    로스의『미국에 대한 음모』는 과거 역사에 존재하지도 않았고, 현실에도 있을 수 없는 상황이나 사건을 작가의 상상력을 발휘해 설정하고, 그 설정된 상황이나 사건에서 파생될 수 있는 다양한 양상들을 전략적인 차원에서 묘사한다는 측면에서‘사고실험’적 소설이며, 포스트모던 역사소설이다. 로스는 이 작품에서 1940년 미국 33대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정치적 상황을 상상력을 발휘하여 미국의 역사를 새롭게 구성하고 그 가상의 역사 속에서 파생될 수 있었던 상황, 즉 나치즘에 근거한 반유대주의 정책, 흑백간의 인종 갈등 문제, 그리고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미국적 민주의의에 역행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반인륜적 만행과 도덕적 타락 등을 묘사한다.

    로스는『미국에 대한 음모』에서 1927년 세계 최초로 대서양을 단독 비행으로 횡단하여 국민적 영웅이 되었고, 후에 그의 아들이 납치당해 살해당함으로써 국민적 동정심을 받는 실존 인물인 찰스 린드버그(Charles Lindbergh, 1902~1974)를 등장시킨다. 로스에 의해 재 서술된 역사에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선임된 린드버그는 자신의 비행기, 즉“스피릿 오브 세인트 루이스”(Spirit of St. Louis)호를 타고 뉴욕의 롱아일랜드(Long Island)에서 미국 대륙을 횡단하여 공화당 전당 대회가 열리고 있는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에 낙하산 강하용 복장을 하고 등장한다. 그의 이런 극적인 등장은 대중들의 인기몰이에 충분했다. 나아가 그는 전쟁을 두려워하는 미국의 일반 시민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루스벨트가 독일과의 전쟁을 불사하고 있다고 역설한다. 루스벨트와 그의 추종자들은 미국의 안녕과 평화, 그리고 복지보다는 유대인들의 소원대로 나치 독일과의 적대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고 매도한다. 그는 세계 대전에 미국이 관여하지 않기 위해서는 독일의 히틀러 정권과 대화와 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전쟁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정치 지도자의 발언은 설득력을 갖게 되고, 그는 마침내 미국의 33대 대통령에 당선된다. 『미국에 대한 음모』는 파시즘적 지도자가 정권을 잡았을 경우 소시민들의 삶, 특히 미국에 살고 있는 유대인의 삶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를 가정한 소설이다.

    어떻게 보면 역사에 대한 기록과 역사 소설은 둘 다 우리가 과거라고 생각하는 사건을 재구성하고 의미체계를 만들어 가는 작업이다(정덕애 192). 전통적인 역사가들은 역사는 과거에 발생했던 사건들에 대한 명확한 기록이라는 입장을 고수하지만, 포스트모던 역사가들은 어떤 사건의 역사적 기록이 권력을 쟁취한 자들에 의해 서술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에 일반 대중이 인식하고 있는 역사는 하나의 허구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역사에 대한 서술은 소설쓰기와 같은 서술 법칙과 관습을 갖게 된다”(Bradbury 236). 포스트모던 역 사 소설가들은 역사와 소설, 모두 하나의 담론을 형성할 수 있으며 과거 사건의 의미는 과거에만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포스트모던 역사소설은 과거 사건들을 현재의 관점에서 재조명하여 해석하고, 새로운 역사적 사실로 만들어 가는 재현 행위이다. 따라서 포스트모던 역사소설이 가장 중시하는 부분은 어떤 사건이 어떤 방식으로 서술되고 묘사되는지에 관한 문제, 즉 서사성 문제이다. 포스트모던 소설에서는 파스티시(pastiche)나 패러디(parody) 수법이 활용되고, 저자 자신의 권위는 희석되고, 그의 서사는 파편화된다. 이렇게 작가는 스스로의 서사를 파편화시킴으로써 역사적 사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어떤 사건의 발생에 대한 원인, 그리고 타당성과 신빙성을 자의적으로 부각시킨다.

    『미국에 대한 음모』에서 시도되고 있는 역사의 허구화는 소설이 현실을 구성하는 하나의 방식, 즉 언어를 통한 세계의 모방이라는 전통적 담론을 해체하는 것이다. 오히려 소설은 역사를 허구화함으로써 언어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다(원철 101). 역사의 허구화는 우리에게 제시되는 역사적 사건들을 자연적이고 명백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관습적 인식을 반성케 한다. 역사소설을 쓰는 작가는 허구의 세계에서 게임과 판타지(fantasy)를 통해 자유롭게 역사적 사건의 의미를 탐구하고 그 사건의 실제적 의미를 구축해 나간다. 브래드버리(Malcom Bradbury)는 포스트모던 역사소설가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역사가 하나의 허구이고, 허구로 창조된 역사가 기록된 역사보다 더 진실할 수 있다는 생각은 상식적인 언어관, 즉 언어가 하나의 명확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는 믿음을 비켜서는 것이다. 실제 역사 기술에 사용된 언어는 권력을 쟁취한 자들의 사심이 투영될 수 있기 때문에 가치중립적일 수 없다. 언어는 다양한 구성 과정을 통해 다양한 서사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절대적인 서술이 아닌 이상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허구로 창조된 역사 기술에 사용된 문학 언어 또한 하나의 담론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언어의 의미가 절대적일 수 없다는 사실은 소설이 전통적 서사에서 벗어나 자의식적인 허구로 탈출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포스트모던 역사소설의 발생 근원을 19세기 말 니체(Friedrich Nietzsche)에서 시작하여 20세기 탈구조주의(poststructuralism), 그리고 신역사주의(New Historicism)에 이르는 서구 지성사에서 찾을 수 있다. 니체는 서구문화의 중심적 이데올로기를 형성했던 기독교적 세계관에 맞서 절대적 주체인“신은 죽었다”고 선언함으로써 시대의 반항아가 된다. 니체의 선언은 서구문화를 분할해 온 이분법적 구조의 해체를 의미했다. 나아가 그는 서구문화의 원동력을 주체적이고 권위적인 힘을 의미하는‘권력에의 의지’(will to power)로 형상화한다. 여기에서‘권력에의 의지’는 절대적인 힘이 아닌 상대적 주체들의 다원적 운동방식으로 생성되는 힘의 양식이다(Nietzsche 333-34).

    이러한 니체의 급진적 다원주의는 데리다(Jacques Derrida)에 이르러 해체론의 동력을 제공한다(Spivak 35). 데리다는 구조주의 언어학자 소쉬르의 언어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를 해체하려고 했던 탈구조주의자이다. 데리다에 따르면 글 또는 텍스트는 절대적 진리나 확정되고 고정된 의미가 있는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끊임없이 생성, 삭제, 재생되는 지시어들의 놀이 공간이다. 데리다는 지시어들의 상대적 결합 방식을‘다르게 하기’(differing)와‘유보하기’(deferring)를 의미하는‘차연’(diffe´ rance)이라는 사유문법으로 표현한다.

    니체에서 데리다로 이어지는 담론은 신역사주의의 역사 텍스트에 대한 탈정 전 개념의 출발점이 된다. 신역사주의자들은 모든 역사 텍스트는 개인적ㆍ집단적 인간 주체, 즉 어떤 세계 내에서 권력을 쟁취한 승리자들에 의해 취사선택된 기록이라는 입장을 취한다(전수용 159). 루이 몬로즈(Louis A. Montrose) 역시, ‘텍스트의 역사성’(the historicity of texts)과‘역사의 텍스트성’(the textuality of history)을 언급함으로써 불변의 진리를 담고 있는 절대적 역사(the History)가 권력 집단의 이데올로기를 반영하는 하나의 텍스트임을 주장한다(20). ‘텍스트의 역사성’이란 의미는 문학 텍스트가 가치중립적인 언어 구조물이 아니라 시대와 장소, 그리고 문화와 이데올로기에 종속된 것이고, 그것이 쓰여지고 읽혀지는 과정에서 현실과 역사에 참여하는 사회적 생산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역사의 텍스트성’이란 의미는 역사가 기록된 담론의 형태로만 존재하고 기록자의 시각에 따른“보전과 삭제라는 미묘한 사회적 과정”에 의해 매개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가 완벽하고 진실한 과거에 접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신역사주의자들의 견해는 신성하고 불변하는 절대적 진리로서의 역사 개념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켰고, 역사 자체도 소설과 마찬가지로 허구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포스트모던적 역사소설의 동인으로 작용한다.『미국에 대한 음모』는 1940~42년 사이의 미국 역사에 일어날 수도 있었던 상상의 역사(imaginative history)가 주 소재가 된다. 이 작품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구축된 과거 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하나의 우화(fable)이자 환타지(fantasy)이다. 또한『미국에 대한 음모』는 싱클레어 루이스(Sinclair Lewis, 1885~1951)의『그것은 여기서는 일어날 수 없다』(It Can’t Happen Here, 1935),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의『1984년』, 맬러머드의『신의 은총』(God’s Grace, 1982)의 경우처럼 전체주의 또는 파시즘이 국가 권력을 장악한 상황을 그린다는 측면에서 정치적 알레고리(political allegories)이다. 루이스, 오웰, 그리고 맬라머드가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면, 이 작품은 소콜로프(Sokoloff)가 지적 한 것처럼, 미국 역사에서 발생할 수 도 있었던“What if”의 상황을 묘사한다(306). 루이스, 오웰, 그리고 맬라머드가 먼 미래 사회에서 상상의 인물들을 작품 속에 등장시킨 반면, 로스는 자신의 아버지 허먼 로스(Herman Roth), 어머니 베스(Bess), 형인 샌디(Sandy), 그리고 1940년 당시 7살인 자기 자신을 상상의 역사 속에 투입시킴으로써 그 역사를 개인적 경험의 차원으로 끌어 내린다.

    따라서『미국에 대한 음모』에서 한 사람의 삶이 역사의 흐름 속에 놓여 있다는 의식은 로스의 다른 어떤 소설보다도 지배적이다. 게리 브로드스키(GarryM. Brodsky)는“현대의 유대인은 이민자로서, 그리고 박해로부터 도망친 이민자들의 후손으로서 역사에 있어 아주 특별한 느낌을 갖는다”(251)고 주장한다. 게리 브로드스키가 지적하듯이 유대인의 수난의 역사는 유대인으로 하여금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 자체는 물론,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신의 삶에 일어났던 사건에 더욱 민감하게 만들었다. 『미국에 대한 음모』의 작중 인물 허먼 로스는 비록 자신이 외모나 생물학적인 차원에서는 유대인이지만, 다른 유럽계 백인과 마찬가지로 미국으로 이민해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엄연한 미국인임을 주장한다. 로스는『미국에 대한 음모』에서 단지 유대인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미국인의 관점에서 상상력에 의해 구성된 역사에 접근을 시도한다.

    로스는『미국에 대한 음모』에서 어디까지가 역사적 사실이고 어디서부터 역사가 상상력에 의해 구성되는가의 문제를 밝히기 위해 후기(Postscript)로「독자를 위한 메모」(Note to the Reader)를 첨가한다. 『미국에 대한 음모』의 중요 등장인물인 프랭클린 루스벨트, 찰스 린드버그, 월터 윈첼(Walter Winchell), 헨리 포드 (Henry Ford) 등과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인물, 즉 찰스 코플린(Charles E. Coughlin) 목사, 메이어 란스키(Meyer Lansky), 프랭크 코스텔로(Frank Costello) 등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상세히 인물들의 행적을 적어놓고 있다. 이 후기는 물론 이 소설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로스의 배려이다. 하지만 로스는 이 후기의 첫 문장에서“『미국에 대한 음모』는 상상력에 의한 허구”(364)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는 로스의 이전 소설『샤일록 작전: 고백』(Operation Shylock: A Confession)에서와 동일하다. 로스는『샤일록 작전』의「서문」에서“이 작품은 50대 중반에, 그리고 1988년 초에 내가 실제로 내가 경험했던 일들에 대한 사건의 기록이다”(Roth, Operation Shylock 13)라고 서술해 놓고, 작품의 끝에「독자를 위한 메모」에서는“이 작품은 소설 작품에 불과하다. . . . 이 고백은 모두 거짓이다”(Roth, Operation Shylock 340)라고 말한다. 로스는 이렇게 모순적인 서술을 사용함으로써 린다 허천(Linda Hutcheon) 이 언급한“혼합되고 복합적이며 모순된 속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포스트모던적인 소설”(20)을 창조한다. 로스가 이렇게 모순적인 서술을 하는 이유는 포스트모던적 세계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상상력을 통해 구성된 리얼리티가 실제사건을 뛰어넘어 더 큰 신빙성을 갖는 상황이 도출된 것이다. 따라서 로스의『미국에 대한 음모』는 허구성과 진실성의 결합과 해체를 지향한다 하겠다.

    III. 반유대주의 또는 인종주의

    로스가『미국에 대한 음모』에서 포스트모던 역사소설이라는 서사적 프레임을 이용함으로써 분석하려고 했던 문제는 반유대주의, 또는 미국에 만연된 인종주 의 문제이다. 로스는 백인과 유대인의 관계가 지배와 피지배의 이분법적 관계라기보다는 유대인 역시 고단한 이주의 역사를 가진 미국 시민이라는 차원에서 상호 주체적 관계임을 역설한다. 즉 미국문학 전반에서 유대 문학은 더 이상 주변에 머물러 유대성만을 고집하는 좁은 의미의 민족 문학이 아니라 미국의 다원적 구조의 문학 풍토 속에서 그 독자적 주체성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1960년대에 흑인 민권운동이 일어나기 전까지 흑인에 대한 차별은 공공연한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흑인에 대한 차별은 짐 크로우(Jim Crow) 법안1과 같은 예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법률적·제도적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측면에서‘보이는 차별’이었다. 하지만 미국 안에서 유대인의 경우는‘보이지 않는 차별’이었다.유대인은 흑인들처럼 흑인 전용의 학교나 기차, 술집을 이용해야만 하는 정도의 인종 차별을 받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로스는 최근 대학에서 아시아 출신 학생들의 입학을 제한하는‘할당제’(quotas)처럼 대학과 전문학교에 유대인의 입학을 제한하는 관행이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여전히 인종주의에 근거한 차별과 배제가 미국 사회에 상존한다는 것이다. 이것은『미국에 대한 음모』에서 허먼 로스 가족이 호텔 방을 배정받지 못하고 쫓겨나게 되는 상황으로 극화된다.

    프란츠 파농(Frantz Fanon)은“식민주의는 기본적으로 인종의 드라마”(40)라고 말함으로써 식민지 상황에서는 인종이 사회적 갈등의 핵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식민지 사회가 사라진 오늘날 파농이 지적한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이분법적 경계는 무너졌다고 하지만 그가 의미한 인종의 역학 관계는 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노예제도와 식민지 시대의 근간이었던 인종주의는 그 명백한 모순과 부조리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전혀 수그러들지 않고, 자본주의와 문화제국주의의 헤게모니에 편승하여 그 잠재된 힘을 과시한다. 다인종 사회 혹은 다문화 사회임을 자부하는 미국에서 아직도 인종 문제는 폭탄의 뇌관처럼 민감한 문제이다. 다른 인종에 비해 스스로가 생물학적으로나 지적으로 우월하다고 믿는‘백인’과 그 대립항인‘흑인’또는‘유색인’이 각각 대표하는 중심부와 주변부 사이의 불평등한 권력관계가 해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이경원 908). 어떻게 보면 식민지 개척 시대가 종결된 시대에 탈식민주의라는 저항담론이 대두되고 그 열기가 식지 않는 역설적 현상도 인종간의 불협화음이 지속되고 있음을 반증한다.

    범아프리카주의(pan-Africanism)를 주장하면서도 미국 흑인, 즉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정체성 규정에도 관심을 가졌던 듀보이스(Du Bois)는 인종을 구성하는 필요조건은“공동의 혈통, 언어, 신체적 특성”이 아니라“공통의 역사, 전통, 욕구”라고 본다(Gooding-Williams 49). 다시 말해 흑인을 흑인으로 규정하는 필수 조건은 검은 피부와 곱슬머리, 그리고 아프리카 지역의 부족언어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외적인 측면이라기보다는 내적인 측면, 즉 식민 지배를 벗어나고자 하는 정치적 욕구라고 본다. 역사적 차원에서 흑인은 노예제도와 식민주의의 경험으로 인해 좌절을 경험했고 주체적 삶을 영위하지 못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듀보이스는 인종을 생물학적인 차원만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접근하면서, 독특한 흑인만의 문화를 발전시키자고 역설한다. 모든 흑인이 하나의 웅대한 목표를 가지고 단합해야 한다는 것이 듀보이스의 논지이다(Du Bois 40-1). 각도를 달리해 듀보이스의 견해를 로스에게 적용할 수 있다. 듀보이스가 흑인으로서 흑인의 역사 그리고 문화적 차원에서의 주체성을 강조하였듯이, 로스 역시 유대인으로서 유대 민족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의 복원을 주장한다. 하지만 로스는 배타적으로 유대 민족주의적인 입장을 취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로스는 유대 사회와 와스프(WASP, White Anglo-Saxon Protestant) 사회의 부정적 단면과 긍정적 단면을 직접적으로 냉철하게 묘사한다. 로스는 흑인이나 유대인만이 유일하게, 또는 빈번하게 인종차별의 희생자가 된 것이 아니라 아메리카 원주민이나 라틴계 사람들, 아시아계 사람들 역시 이 인종 차별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로스는 체격이나 피부색을 비롯한 여러 가지 신체적 조건을 갖춘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미국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는다. 로스는 차별보다는‘서로 다름’에 대한 상호 인정을 주장한다. 로스의 주된 관심은 다름 아닌 미국인으로서의 삶, 더나가 한 인간으로서의 주체적 삶이기 때문에‘다문화적·다원적 공존’을 지향한다.

    로스가 흑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유대인을 향한 차별과 편견으로 대치했다고 직선적 차원에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로스는 모든 종류의 차별—반흑인, 반유대인, 반동성애자, 반라티노, 반아시아인 등—을 거부한다(Michaels 298). 따라서『미국에 대한 음모』에서 피부색이나 생김새와 같은 생물학적 차원에 근거한 모든 차별과 배제는 다양한 인종이 저마다의 독특한 민족적 문화적 전통을 갖고 하나의 국가를 형성하고 있는 미국을 전복시킬 수 있는 매우 위험한‘미국에 대한 음모’에 해당되는 것이다.

    로스는『미국에 대한 음모』에서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히틀러를 옹호하는 파시즘적인 정권이 1940년부터 42년까지 미국의 역사 속에서 들어섰다면, 자율적인 삶을 원하는 개인 또는 한 유대 가정은 어떠했을까를 가정한다. 이 작품에서 로스는 미국의 가상적 역사에서 반유대주의 뿌리를 살펴보고, 그 역사 속에서 유대인, 그리고 현대 미국에서의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자아를 규정하려고 한다. 로스는 자기 자신이 유대인이 아니라 미국 시민권을 가진 엄연한 미국인임을 주장한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그를 유대인으로 규정하고, 그 자신도 역시 전승된 유대 문화와 전통의 영향 속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유대인이라는 민족적 뿌리를 거부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로스 역시 다른 유대인 또는 유대 작가들과 마찬가지로‘유대적 자아’에 대한 규정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개인의 자아와 정체성은 역사적 상황이나 사회적 위치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유대적 자아’는 결코 유대 민족의 역사와 분리될 수 없다. 따라서 로스는 미국 또는 인류의 역사 속에서 유대인의 상황과 위치를 점검해 볼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로스의‘유대적 자아’에 가장 중요한 핵심은 유대 민족 내에서의 유대 전통과 문화의 고수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공간에서 한 인간으로서의 삶이다. 『미국에 대한 음모』이전의 로스의 작품들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미국인의 전원』(American Pastoral, 1997)과『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IMarried a Communist, 1998), 그리고『인간의 오점』(The Human Stain, 2000)은 20세기 중반의 미국 사회, 그리고 그 사회 속에서 유대인 또는 한 개인으로서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삶의 편린들을 작품화한다. 『미국인의 전원』에서는 1960년대의 급격한 사회 변화가 뉴저지의 한 가정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었는가, 그리고 완강한 테러리스트인 딸 메리(Merry)와 조용한 가정에서의 평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아버지 스웨드(Swede)의 갈등을 묘사한다.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에서는 195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매카시즘의 희생자의 삶을 묘사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 아이라 린골드(Ira Ringold)의 삶은 공산주의와 매카시즘의 추종자들에 의해 완전히 붕괴되어 버린다. 『인간의 오점』에서는 빌 클린턴(Bill Clinton) 대통령과 모니카 르윈스키(Monica Lewinsky)의 섹스 스캔들을 배경으로, 대학 관리인인 젊은 여자와 사랑에 빠진 아테나 대학(Athena College) 고전문학 교수인 콜먼 실크(Coleman Silk)에 대한 사회의 도덕적 규탄을 다룬다. 이 세 작품은 편협한 가치관, 획일적인 규범만을 강조하는 사회가 자율적인 삶을 살기를 원하는 개인을 어떻게 규제하는가, 그리고“역사의 냉혹한 힘이 개인을 어떻게 통제하고 무자비하게 속박하는가, 또한 개인이 예기지 못한 사건, 우연히 일어난 일, 상상할 수 없는 대참사와 같은 보이지 않는 공포 (terror of the unforeseen)에 의해 어떻게 파괴되어 가는가“(Cowley 48)를 묘사한다.

    『미국에 대한 음모』에는 앵글로 색슨 계열의 백인에 대한 인종학적 우위를 강조하면서 보다 계획적인 차원에서 반유대주의 정책을 펼치는 린드버그 대통령과 그의 추종자들, 그리고 허먼 로스와 같이 미국은 서로 다른 인종, 서로 다른종교를 가진 이들이 선의를 가지고 평화롭게 살고 있는 나라라는 낭만적 이상주의를 가진 이들의 첨예한 갈등이 대립된다. 『미국에 대한 음모』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된 린드버그는 전략적인 차원에서 미국이 유럽의 전쟁 소용돌이를 피해 경제 성장을 지속함으로써 세계에서 경제적 우위를 점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역설한다. 더 나아가 그는 미국이 자국의 국민의 안녕과 복지를 꾀하기 위해서는 히틀러의 나치즘을 옹호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허먼 로스와 같은 인물은 미국은 민주주의라는 확고한 토대 위에 세워진 나라라는 믿음을 갖는다. 허먼 로스는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자 이제 우리의 동맹국은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이다. 그들은 어떤 일이든지 그들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 . 그것은 백악관으로부터 시작되었다”2라고 하면서 파시즘적인 정치노선을 택하고 있는 린드버그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다. 허먼 로스 가족이 링컨 기념관(Lincoln Memorial)에 방문했을때,3 오히려 주변 사람들은 린드버그 대통령에 대해 칭송을 하며 허먼 로스를 두고“허풍쟁이 유대인”(loudmouth Jew)이라고 혹평한다. 허먼의 애국적 이상주의와 민주주의의 기본 개념인 인간 평등을 무시하는 린드버그 대통령과 그의 추종자들, 그리고 일반 미국 시민들의 대조적 배치는‘냉소적 유머’(dark humor)을 만들어 낸다.

    린드버그 대통령의 반유대주의 정책은 확실한 법률적 근거 없이 유대계 미국인들의 삶을 제약하고 구속한다. 허먼 로스와 그의 가족들은 자신들이 유대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호텔에서 숙박을 거부당한다. 허먼 로스 가족이 링컨 기념관을 방문한 후 사전에 예약해둔 호텔로 되돌아왔을 때, 호텔 매니저는 다른 사람이 방을 예약해 버렸기 때문에 허먼 로스 가족은 호텔을 떠나야 된다고 말한다. 매니저의 태도는 분명 반유대주의적인 태도이다. 하지만 로비에 있는 다른 손님들은 도움을 제공하기는 커녕, 허먼 로스 가족을 보고 킬킬 웃기만 한다. 허먼 로스는 경찰을 불러 호텔 측의 부당한 처사를 시정해 주기를 원한다. 허먼 로스는 출동한 경찰관에게 링컨 기념관에 있던 게티즈버그 연설(Gettysburg Address)의 한 구절, 즉“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란 말을 의미 있게 인용하면서 호텔 측의 부당함을 하소연한다. 하지만 경찰관은“모든 호텔 예약이 동등하게 창조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라고 하면서“미리 떠나라 .. . 나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해 당신을 쫓아내기 전에”(70-71)라고 말한다. 허먼 로스 가족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허먼 로스가“그들[백인들]은 꿈속에살고 우리[유대인]는 악몽 속에 살고 있다”(76)고 말한 것처럼, 유대인은 백인중심 사회에서 영원한 이방인(outsider)이라는 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린드버그와 그의 추종자들은 보다 철저하고 계획적으로 반유대주의 정책을 펼친다. 그들은 반유대주의의 일환으로 “OAA”(Office of American Absorption)이라는 기구를 설립하고, “Homestead 42”라는 프로그램을 실행한다. 이 프로그램이 실행되었을 때 허먼 로스는“OAA에서 [Homestead 42라는 프로그램을] 발표한 목적은 서로 종교가 다른 소수 민족들에게 주류 미국 사회에로 참여와 협조를 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1941년 봄에 OAA가 심각하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소수 민족은 바로 우리 유대인이었다”(85)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허먼 로스의 지적처럼“Homestead 42”는 유대인과 그들이 속한 단체들로 하여금 정치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고, 유대인들의 단결력, 특히 국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응집력을 와해시키기 위해 유대 가족들을 집단 이주시키는 프로그램으로 변질되어 버린다.

    OAA는 유대 가족 출신의 고등학교 학생들을 위한“Just Folks”라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여름에 유대 가족 출신의 고등학생을 미국의 중심지에 있는 기독교 가정의 농장에 보내 집단생활을 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작품의 서술자인 필립(Philip)의 형인 샌디(Sandy)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샌디는 담배 농장에서 일하는 법을 배우고 전통적인 유대 관습에 의해 금기시해 온 음식들인 베이컨, 햄, 돼지고기, 소시지 등을 먹게 된다. 사실 미국에서 태어났고 또 미국의 생활 방식에 적응하고 있는 학생의 입장에서 본다면 베이컨, 햄, 돼지고기, 소시지 등의 음식은 당연히 엄마가 준비해 주었으면 하는 음식들일 것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유대교에서는 이런 음식들은 인간에게 탐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음식이라 하여 엄하게 금한다. 결국 린드버그 행정부가 행하고 있는“Just Folks”라는 프로그램은 유대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학생들의 성장과 학습에 도움이 되는 건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유대 전통과 관습에 대한 탄압이자 문화적 차원의 말살정책인 것이다.

    로스는『미국에 대한 음모』에서 행정부의 반유대주의 정책으로 인해 허먼 로스 가족같이 고통과 인내의 삶을 영위하는 유대인의 모습을 그리면서도 권력과 부를 쟁취하기 위한 기회주의자인 벤젤스도프(Rabbi Bengelsdorf) 랍비와 그의 아내 에블린(Aunt Evelyn)과 같은 위선적인 유대인의 모습도 묘사한다. 벤젤스도프 랍비는 린드버그와 그의 추종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유대 단체들로 하여금 재정착 프로그램, 즉“Homestead 42”을 따르도록 촉구하고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는 유대인 게토(ghetto)를 떠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한다. 린드버그가 히틀러의 잔인함을 따르려고 한다는 유대 사회의 공포를 완화시키기 위해 이 랍비는 유대인에 대한 미국의 OAA 프로그램은 나치의 경우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역설한다. 그는“[나치 독일의] 뉘른베르크(Nuremberg) 법률은 유대인들의 시민권을 박탈했고, 그들이 국민의 권리를 배제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할 수 있도록 해버렸다. 내가 린드버그 대통령에게 촉구한 것은 유대인들이 그들이 원하는 만큼 국민으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유대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작하라는 것이었다”(111)라고 오만적인 발언을 한다.

    필립의 이모이기도 한 에블린은 벤젤스도프 랍비와 마찬가지로 권력과 부를 쟁취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기회주의자이다. 그녀는 벤젤스도프 랍비와 함께 정부의 OAA프로그램을 관리 운영한다. 이들은 대통령의 사회 개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대단한 기쁨으로 생각한다. 그녀의 아파트를 방문한 필립에게 그녀는 정부가 주최하는 리셉션에서“아주 매력있는 신사”인“독일 장군인 리벤트로프(Mr. von Ribbentrop)와 춤을 췄다”(213)고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그녀는 필립이“Homestead 42”프로그램에 참여하면, 필립이 얼마나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를 마치 유혹하듯이 설득한다. 그녀는 필립에게 “[Homestead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행위는] 유대 소년 그 이상이 되는 방법이란다. . . . [너는] 너무나 무서워 게토를 떠나지 못하는구나”(216)라고 말한다.

    로스는 벤젤스도프 랍비와 에블린을 그들에게 합당한 처벌을 가함으로써 그들을 작품으로부터 퇴장시킨다. FBI는 랍비가 린드버그 영부인(Mrs. Lindbergh)에게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정부에 반하는 음모를 꾸몄다는 죄로 랍비를 체포한다. 물론 랍비는 무죄였다. 에블린은 FBI가 자신의 남편을 체포 했다는 사실을 알고 숨기 위해 친언니인 베스(Bess)의 집에 오지만, 베스는 그녀를 거절해 버린다. 친형제로부터 배척을 당한 에블린은 어쩔 수 없이 언니 집 지하실에 숨어 지내지만, 거의 미친 상태가 되어 버린다. 그녀는“린드버그와 그의 세계관을 숭배함으로써 미국 전역을 광란의 장소로 변형시킨 맹신에 자기자신을 내던져 버린 것이다”(352). 벤젤스도프 랍비와 에블린은 로스의 이전 소설의 등장인물, 즉『유령작가』(The Ghost Writer)에서 네이선 주커만(Nathan Zuckerman)에게 자기 가족과 다른 유대인들을 모욕하는 글을 쓰지 말라는 편지를 쓴 보수주의자 레오폴드 와프터(Leopold Wapter) 판사, 『인간의 오점』(The Human Stain)에서 정치적 공정성(political correctness)에 사로잡혀 대학에서 동료마저 배신한 델펀 렉스(Delphine Roux), 그리고『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에서 클레어 블룸(Claire Bloom)처럼 자기 남편을 모욕하고 비방하는 책을 쓴 이브 프레임(Eve Frame) 등과 동일선상에 있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모두 겉과 속이 다른 위선적인 인물들로 자기 자신의 안위와 이득만을 생각하는, 어떻게 보면 로스가 가장 혐오하는 인물들이다. 로스는 이 인물들을 스스로의 모순에 빠지도록 설정함으로써 그들을 노골적으로 조롱한다.

    로스는『미국에 대한 음모』에서 파시스트적인 린드버그 정권이 들어선 이후, 유대인들이 겪는 정체성의 대혼돈을 어린 서술자인 필립의 생각과 시각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되도록 구성한다. 이는 이념적인 틀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감수성이 풍부한 어린아이의 시선을 통해 반유대주의의 하극상을 보다 극적으로 드러내려 하는 작가의 의도가 숨어 있는 전략이다. 『미국에 대한 음모』의 서술자인 어린 필립은 평소에 자기 자신, 가족, 종교, 그리고 조국에 대해 가지고 있던 평화로운 의식은 완전히 전복되어 버렸다고 생각한다. 그와 그의 유대 가족은 1940년이 되기 전까지 자신들은 미국에서 삶을 영위하는 유대인이며, 자신들의 조국은 미국임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턱수염을 기른 어떤 이방인이“팔레스타인(Palestine)에 유대인들이 집단적으로 살 수 있는 국가적인 고향을 건설하기 위한 기부금”(4)을 그의 부모님에게 요청했을 때, 필립은“우리는 3세대 동안이나 [미국에서 살았고] 우리의 조국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매일 아침 학교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곤 했으며 . . . 우리의 조국은 미국”(4-5)이라고 생각한다. 필립은“세계와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에서, 미국의 도시에서, 미국의학교에서, 미국 부모의 아이로서 내가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해 오던 개인적인 안전을 완전히 상실해 버렸다”(7)라고 한탄한다. 어린 필립은“린드버그가 대통령이 아니었고, 내가 만약 유대인의 자손이 아니었다면 어떠했을까”(1)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필립이 유대인이면서 보험 판매원인 자신의 아버지와 켄터키 (Kentucky)에 있는 농장에서 담배 농사로 성공하여 찬양을 받은 기독교인 모히니(Mr. Mawhinney)를 비교한 내용이다.

    어린 필립은 자기 아버지는 단지 유대인이라는 존재론적인 사실 때문에 미국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았고, 경제적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마저 갖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과 가족이 유대인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나라인 미국에서 외계인 취급을 받는다는 의식을 갖는다. 필립은 자기 자신이 역사로부터, 그리고 유대인이 되어야만 한다는 사실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필립은“나는 내가 했던, 그리고 하지 않았던 모든 것들로 부터 도망치고 싶다. 그래서 아무도 알지 못하는 소년으로 새로운 출발할 것이다”(346)라고 말한다. 반유대주의적 사회 분위기는 어린 필립에게도 견디기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미국 행정부의 반유대주의 정책은 유대계 미국인들로 하여금 정체성 혼란을 가속화시킨다.

    로스에게 유대성은 재난도 불행도 아니고, 자부심을 가질 어떤 성취도 아니며 오히려 동맥이나 정맥처럼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다. 한 사람이 유대인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은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존재론적 차원에서 본인에게 부여된 것이기 때문에 차별이나 배제를 받을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로스는 파농이나 듀보이스와 같은 흑인 민족주의자들의 경우처럼 반유대주의자들에 대한 반감과 혐오, 나아가 유대 민족의 전통 문화에 대한 복원과 인종적 유대만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로스는 극단주의자들의 이데올로기가 권력과 결합되었을 때 야기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 대해 너무나 잘 인식하고있었다. 사실 유대 민족의 수난의 역사가 대표적인 한 예이다. 다인종적ㆍ다문화적 미국 사회에서 생물학적 요소를 근거로 특정한 인종의 우월성을 주장하고,그들이 갖는 전통과 문화만을 최고의 것으로 생각하는 인종주의, 또는 자문화 우월주의는 악순환, 즉 인종차별의 심화와 배타적인 정책들을 양산할 뿐이다. 로스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혼종하는 미국사회에서 상호존중과 공존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1이 법은 1876년부터 1965년까지 공공장소에서 흑인과 백인의 분리와 차별을 규정한것이다. 이 법은‘프레시 대 퍼거슨’(Plessy V. Ferguson) 사건으로 더욱 공고히 실행된다. 1896년 루이지애나에서 흑인 승객이 열차의 백인 칸에 탐승 한 뒤 다른 칸으로의 이동을 거부한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은 연방 대법원까지 상정되어 열띤 공방이 펼쳐진다. 연방 대법원은‘분리하되 평등’(separate but equal)이라는 애매한 평등의 원칙이 위헌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린다. 짐 크로우 법은 모든 공공기관에서 흑백의 분리를 의무화하도록 했으며, 교묘히 흑인을 차별하는 수단이 된다. 이후 1954년 브라운 대 토피카 교육위원회 재판에서 연방대법원이 공립학교에서의 차별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리자 이법의 폐지가 가속화 된다. 이 법은 1964년 민권법과 1965년 투표권 법으로 인해 실질적인 효력을 상실한다. 미국 흑인의 역사 또는 이와 관련된 법안에 대한 자세한 것은 John Hope Franklin and Alfred A. Moss, Jr.,의 From Slavery to Freedom: A History of African American과 김형인의「미국 흑백인종주의의 특성과 변천」을 참조.  2Philip Roth, The Plot Against America. (New York: Houghton Mifflin Company, 2004), 65. 앞으로 이 책에서의 인용은 괄호 안에 쪽수만 표기함.  3허먼 로스와 그의 가족들은 린드버그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미국의 수도 워싱턴 (Washington, D.C)으로의 가족 여행을 떠난다. 이들은 링컨 기념관을 비롯한 여러 유적지를 돌며 미국적 민주주의에 대한 자신들의 신념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고자 한다.

    IV. 이데올로기에 종속된 국가 권력

    로스는『미국에 대한 음모』에서 다양한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대두됨으로써 혼란이 가중됐던 1940년대 가상의 미국 역사 속에서, 앞 장에서 살펴본 반유대주의 및 인종주의 문제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기를 원하는 개인과 극단적 이데올로기에 종속된 국가 권력과의 갈등 문제 역시 분석한다. 로스의 이전 소설, 즉『우리 패거리』(Our Gang, 1971)와『프라하의 야단법석』(The Prague Orgy, 1979) 역시 개인과 국가 권력 사이의 불협화음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미국인의 전원』과『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그리고『인간의 오점』이 주로 개인과 사회의 갈등이 주 테마였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미국에 대한 음모』는 이 모든 갈등, 즉 개인, 인종, 그리고 역사의 불협화음을 한데 아우르는 오케스트라와 같은 작품이고, “이전 작품들을 잘 조화시킨 성숙된 작품이다” (Posnock 272).

    국가 권력 또는 역사가 개인의 삶을 규제하고 통제하는 상황을 묘사한다는 측면에서『우리 패거리」와『프라하의 야단법석』은『미국에 대한 음모』와 맥을 같 이한다. 로스는「우리 패거리』에서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행정부의 도덕적 타락, 재집권을 향한 야욕, 국민에 대한 정치인의 거짓과 기만, 전쟁마저도 자기들의 권력유지 수단이 되고 있는 현실, 집권자의 언론조작, 그리고 정치권력이 국민 개개인의 삶을 억압하고 생존마저 위협하고 있는 현실 등을 풍자한다. 스티븐 웨이드(Stephen Wade)가 지적하고 있듯이“『우리 패거리』는 미국의 정치적 현실에 대한 토론과 논쟁을 담고 있는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로스는 왜곡, 법석 떠는 희극적 상황, 환상, 그리고 패러디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미국의 현실 자체에 접근을 시도한다”(72-73). 로스에게 60년대 후반과 70년대 초반 미국의 상황은 유대인에 대한 대학살을 상기시키는 것이었다. 나치정권이 서슴지 않고 자행한 6백만 명의 유대인 학살은“암흑 속에 감추어진 채 아무말도 못하고 [가장 지독한] 고통을 당해야만 했으므로 어디에서나 느낄 수 있으나 실제로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숨겨진 상처”(Shechner 240)였다. 로스도이 아프고 쓰라린 상처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미국의 사회적 상황을 바탕으로『우리 패거리』에서 정치적ㆍ사회적 억압이 개인의 삶을 규제하고 통제하는 상황을 풍자했던 것이다.

    또한 국가체제에 의한 정치권력의 억압이 잘 드러난 작품은『프라하의 야단법석』이다. 로스는『우리 패거리』에서 다소 공격적인 풍자라는 문학적 기법을 활용하지만, 『프라하의 야단법석』에서는 비교적 주인공의 경험을 통한 사실주의적 입장에서 현실을 고발하는 입장을 취한다. 『프라하의 야단법석』에서 로스는 주인공 주커만으로 하여금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유린당하고 공산주의 사회제도가 강요하는 억압의 생활을 체코에서 경험케 한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개인은 역할 수행자로, 사회, 당, 그리고 이데올로기에 의해 희생된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개인은 자아를 철저히 거부당하고, 집단 속에서 사회를 위한 전체적인 사고와 행동을 강요당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 주커만은 철저한 감시와 통제가 이루어지는 사회에서 개인은 절망적인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음을 실감한다.

    로스는『미국에 대한 음모』에서 1940년 미국 33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찰스 린드버그가 극단적 이데올로기, 즉 나치즘과 파시즘을 표방하면서 개인의 삶을 규제하고 통제하는 상황을 묘사한다. 『미국에 대한 음모』에서 린드버그는 권모술수에 매우 능한 정치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다음은 히틀러가 폴란드를 비롯한 거의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을 정복하고 구소련(Soviet Union)을 공격하기 시작했을 때, 린드버그가 국회에서 한 연설문이다.

    린드버그는 미국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수호라는 명분으로 국민을 현혹한다. 그는 미국이 히틀러 정권과 공조함으로써 사악한 공산주의 국가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미국이 외국의 모든 전쟁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되고, 모든 외국의 전쟁이 미국 밖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84)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독일이 미국 군대를 대신해 전쟁을 치루고 있음을 국민들에게 상기시킴으로써, 히틀러가 표방하는 반유대주의 정책을 미국에서도 실행하려 한다. 그는 사회질서 유지, 그리고 부의 공정한 분배라는 명분으로 유대인들이 소유한 재산을 국유화하고, 또 그들을 집단적으로 강제 이주시켜 버린다.

    『우리 패거리』의 작중 인물, 딕슨 대통령은 자신의 실책을 무마하기 위해 책임을 떠넘길 희생양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 딕슨이 자신의 희생양으로 선택한 인물은 야구 선수, 커트 플러드(Curt Flood)이다. 실존했던 인물과 동일하게 플러드는 필라델피아 필리즈(Philadelphia Phillies)로 이적되는 것을 거부한다.4 이런 플러드의 행위는 극히 개인적인 것으로, 정부를 부정하고 반항하는 행위는 결코 아니다. 하지만 딕슨 행정부는 야구는 미국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에, 야구의 질서를 거부하는 플러드의 행위는 정치적ㆍ사회적 불안을 야기시키는 주도적 행위라고 매도한다. 딕슨이 플러드라는 인물을 희생양으로 내세운 것은 조지 오웰의『1984년』에서 당이 임마누엘 골드스타인 (Emmanuel Goldstein) 같은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적을 조작해 통제력을 유지하려는 것과 유사하다. 또한 그것은『미국에 대한 음모』에서 린드버그가“이 나라에서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엄청난 부를 소유하고 영화사, 언론사, 라디오 방송사, 그리고 우리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유대인”(14)이라고 하면서, 극심한 빈부격차와 사회적 혼란의 원인을 유대인에게 전가하는 것과 동일하다.

    『미국에 대한 음모』의 허먼 로스 가족은 극단적 이데올로기에 종속된 국가권력의 희생자라는 점에서 사코와 반제티(Sacco and Vanzetti), 그리고 유대계 미국인인 로젠버그(Rosenberg) 부부와 같은 부류에 속한다. 단순히 정치적 차원에서 무정부주의자인 사코와 반제티는 특별한 근거도 없이 무장 강도로 기소되어 1927년에 처형당한다. 유대계 미국인인 로젠버그 부부는 2차 세계대전 직후 소련 스파이에게 원자탄 제조에 관한 비밀문서를 넘겨준 혐의로 체포되어 1951년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된 후 1953년 8월 19일에 싱싱(Sing Sing) 교도소에서 사형을 당한다. 로젠버그 부부에 대한 재판은 전 미국의 이목이 집중된 역사적 사건이었고,5 이 재판은 인간과 정치, 개인과 국가, 그리고 판결과 사면 사이에 빚는 갈등의 상징이었다.

    로스는『미국에 대한 음모』에서 1940년, 나치즘과 파시즘을 표방하는 린드버그 정권이 국가 권력을 장악했을 때의 시대 상황을 서술자로 등장하는 어린아이인 필립이 느끼는 공포로 형상화한다. 린드버그의 반유대주의 프로그램이 발효되기 전 필립은 다른 모든 어린 아이들처럼 마음의 위안을 주는 엄마와 늘 함께하고 자신의 취미인 우표 수집에 열중하는 평범한 생활을 영위한다.6 하지만 린드버그의 반유대주의 정책들이 사회 분위기를 압도했을 때, 필립은 공포에 사로잡혀 버린다. 그의 사촌인 알빈(Alvin)이 캐나다 군인으로 히틀러와의 전쟁에 참전 한 후 다리 하나를 잃고 돌아왔을 때, 필립의 공포는 더욱 심화된다. 필립은 알빈의 절단된 다리가 길거리를 걸을 때 자신을 쫓아온다고까지 생각한다. 더군다나 필립은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은 그의 이웃 위시나우(Mr. Wishnow)의 유령이“우리들의 일을 감시하고 우리들의 행동을 조사하기 위해 . . . 우리집의 이층 아래에 거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140). 로스는 어린 필립이 느끼는 공포를 단순히 어린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공포로 취급하지 않는다. 로스는 어린 필립이 1940~42년에 느꼈던 공포를 2001년 9.11 테러로 맨해탄(Manhattan)의 쌍둥이 건물이 무너져 내릴 때 미국 시민들이 느꼈던 공포와 유사한 것임을 암시한다(Safer 151). 또한 필립에게 공포심을 심어주는 주체를 알빈의 절단된 다리 부분이나 지하실에 거주하는 유령이 아니라 국가 권력이 개인의 삶을 감시하고 추적하는 일련의 행위로 본다면 그 공포의 의미는 더욱 흥미롭다. 이 소설 전체를 통해 로스 가족 구성원들은 미국은 열심히 일하고 꾸준히 자신들의 부를 축적해 나가면서 자신의 인생을 살 수 있는 곳이라는 믿음을 견지한다. 하지만 그들은 미국은 자신들이 꿈꾸어 온 곳이 아닐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의 음모에 사로잡힐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된다(Sokoloff 310).

    로스는 린드버그가 표방한 나치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 기법을 활용한다.7『미국에 대한 음모』는 다음과 같이 종결된다. 린드버그는 갑자기 사라져 돌아오지 않는다. 린드버그가 사라진 것에 대한 소문이 분분하다. 라과디아(La Guardia) 시장은 기자 회견에서“만약 우리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나치 독일로 도망갔다면,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 . . 그는 백악관에서 나치 요원으로 일을 해 온 것이다. 나는 인류 역사에서 그렇게 사악한 반역을 묘사할 말을 찾을 수 없다”(313)고 말한다. 이런 견해와는 상반되게 독일이 린드버그의 아들을 납치해 그와 그의 아내는 최악의 적에게 노예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동정의 소문도 돈다. 1942년 11월 3일 특별 선거가 있었고 루스벨트가 대승하여 3번째 대통령 임기를 맡게 된다. 이 사건 이후 모든 일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실제 역사와 동일하게 전개된다. 『미국에 대한 음모』에 사용된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디킨스(Dickens)의 소설, 즉『올리버 트위스트』(Oliver Twist)의 엔딩과 동일하다. 일반 사람들이 권력을 쥐고 있는 린드버그와 그의 추종자들을 공격하여 전복시킨다는 점은 올리버 트위스트가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는 상황처럼 극히 희박한 경우이다. 19세기 영국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할 때 올리버와 같은 극빈자가 갑작스럽게 경제적 부를 획득한다는 사실은 기적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미국에 대한 음모』에 제시된 모든 해결책들은 실제로 불가능하며 현실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로스가『미국에 대한 음모』에서 1940년부터 1942년까지의 일련의 사건들을 연대기적 순서에 의해 각 장을 배치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마지막 장인 9장이 8장보다 하루 전날의 사건들이 서술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9장의“영원한 공포”“( Perpetual Fear”)는 1942년 10월 15일이고, 전장인 8장의“나쁜 날들”“( Bad Days”) 장은 1942년 10월 16일에 있었던 사건이 서술된다. 8장에 이미 모든 사건의 결말, 즉 루스벨트가 다시 대통령에 오르고 미국의 자유를 위협했던 적들은 제거되고 이차세계대전이 발생하는 역사적 사건들이 서술된다. 9장에는 로스 가족의 개인적 이야기가 다시 서술된다. 마지막장에서 허먼 로스는 린드버그 프로그램에 의해 켄터키로 재배치되고 반유대주의의 대혼돈 속에 엄마가 살해를 당해 고아가 된 셀던(Seldon)을 뉴저지(New Jersey) 집으로 데리고 온다. 동시에 그의 아내는 집에서 백과사전 속에 접어두었던 미국 지도를 꺼내 자신들의 앞으로의 일에 대해 계획을 세운다. 서술자인 필립은 세계에서 자신들이 살고 있는 조그마한 공간에 대해 생각하고 소속감과 편안함을 가져다줄 수 있는 곳의 경계를 지음으로써 자신의 이웃들의 정겨운 모습을 묘사하는 데 치중한다. 『미국에 대한 음모』의 결론이라 볼 수 있는 8장과 9장의 내용은‘우리에게 친숙한 것으로의 환원’이다. 8장의 결론은 우리가 알고있는 역사와 동일한 것으로의 환원이고, 9장은 로스 가족에게 친숙한 집과 이웃으로의 환원이다.

    9장의 제목이“영원한 공포”이고 1장이“공포가 우리의 기억을 지배해 영원한 공포가 된다”(1)로 시작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미국에 대한 음모』가 다시 시작된다는 느낌을 준다”(Sokoloff 309). 모든 사건의 결말을 이미 8장에 제시한 상황에서 마지막 9장에 또다시 필립의 눈을 통해 반유주의가 파생시킬 수 있는 상황이 독자에게 전달된다. 반유대주의의 분노가 극에 달해 조직적인 대량 학살이 미국에서 이루어진다. 유대인의 가게가 파괴되고 유대교의 예배당이 불태워지고, 사람들이 살해당한다. 마지막 장에서 필립의 눈은“미국의 반유대주의에 대한 분노가 파이프라인 22번을 타고 동쪽으로 솟아올라 . . . 마치 홍수처럼 우리 집 뒤 계단까지 밀려온 상황”(343)을 비춰 주는 창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Safer 161). 로스는 이 마지막 장을 통해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을 장악하려는 전체주의의 위협이 언제나 상존해 왔음을 경고한다.

    로스는『미국에 대한 음모』에서 가상의 역사 공간으로 설정하고, 그 공간에서 파생될 수 있는 사건들을 상상력을 발휘해 희화화했다. 로스는 가상의 역사적 공간에서 풍자라는 문학적 기교를 사용함으로써 그 효과를 극대화한다. 로스는 한 인터뷰에서 풍자소설을 통해 무엇을 기대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풍자는 어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여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실을 뒤틀고 과장하여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시각으로 그 사실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드는 문학 기법이다. 로스는 린드버그 대통령의 권모술수를 과장하여 표현하고 그의 위선적인 면을 들추어낸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로스가 특정한 역사적 공간을 설정하여 정치적 상황 또는 정치권력에 대해 풍자하면서도 체제의 전복이나 사회참여를 유도하는 선동적인 입장에 서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남용된 정치권력에 무조건적으로 반항하거나 대항하면 감금과 구속은 물론 급기야 생명을 빼앗길 수 있다. 로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로스는 인간을 탄압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정권에 대항해 싸우거나 반항하는 행위 자체를 자기 소설의 핵심 주제로 다루지 않는다. 비록 소극적인 입장이라 비난받을 수 있겠지만, 로스는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 무시되는 상황을 제시해 도덕적 당위성을 피력하고 현실의 변화가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주장한다.

    로스는『미국에 대한 음모』에서 지극히 문학적인 차원에서 가상의 역사적 사건을 설정하고, 그 역사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한 유대 가족의 애환의 삶을 조 명함으로써 미국인으로서의 미국에 대한 반성과 각성을 꾀하고 도덕의식을 고취시킨다. 로스는 미국이 지향하는 이상적 민주주의, 즉 개인의 자유와 행복에 해가 되는 일련의 사고와 행위는 비록 그것이 나름대로의 정당성을 내세운다 하더라도‘미국에 대한 음모’로 간주한다. 로스는 단순히 유대인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개인적 삶과 인종주의와 같은 극단적 이데올로기에 종속된 사회와 국가와의 갈등을 자신의 작품 속에 투영함으로써 문학적 보편성을 획득하려 한다. 요컨대『미국에 대한 음모』에서 로스는 하나의 역사적 공간 속에서 한 인간으로서의 개인의 삶과 정체성, 극단적 이데올로기에 근거한 인종주의의 병폐, 그리고 국가 권력의 근본적인 속성과 어두운 측면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시도한다고 할 수 있다. 할 것이다.

    4플러드는 1968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St. Louis Cardinals)의 중견수(Center Field)로 활약했던 흑인 야구선수이다. 그는 필라델피아 필리즈 팀으로 이적되는 것을 거절했던 실존 인물이다.  5이 엘 닥터로우(E. L. Doctorow, 1931~ )의『다니엘의 자서전』(The Book of Daniel, 1971)은 로젠버그 부부에 대한 재판과 그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닥터로우는 이 소설에서 로젠버그 부부의 사건과 상징, 그리고 딸과 아들의 사고와 행동을 현재의 무질서와 그 극복이라는 측면에서 재조명한다. 닥터로우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을 단지 허구로 재구성한 것이 아니라“실제 사건이 담화적 사건으로 변형되는 과정”(Trenner 61)을 제시한다. 『다니엘의 자서전』은“미국정치에 대한 고찰, 다시 말하면, 세대차를 메우고 신좌파의 급진주의를 과거와 재연결시켜 보려는 급진주의 운동에 대한 창조적 재해석”(Levine 38)이다. 닥터로우는 신좌익과 구좌익의 급진주의 사상과 운동을 규명하고 미국사회에 존재하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부각시킨다.  6필립은 한 때 자신이 유대인의 후손이라는 사실이 싫어 가출을 결심하고 자신의 가장 소중한 소지품 중의 하나인 우표 수집철을 들고 고아원에 들어갈 결심을 한 적이 있다. 고아원 정문 앞에서 필립은 일하고 있는 말에 부딪쳐 정신을 잃어버린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병원이었다. 필립은 이 사고로 자신이 소중하게 수집해 오던 모든 우표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 당시 필립과 그의 친구 얼(Earl)을 포함한 거의 모든 어린 아이들은 유명한 미국인들의 초상화가 그려진 우표를 수집했다. 이 우표 수집은 린드버그가 정권을 잡기 전 유대계 미국인을 포함한 모든 미국인들의 애국주의와 이상주의를 상징한다. 따라서 필립이 그 우표를 잃어버렸다는 것은 미국에 대한 애국주의와 이상주의의 상실을 의미한다(Safer 187).  7고대 그리스극에서 자주 사용하던 극작술(劇作術)의 하나이다. 초자연적인 힘을 이용하여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긴박한 국면을 타개함으로써 극을 종결하는 기법이다. 라틴어로‘기계에 의한 신(神)’또는‘기계장치의 신’을 의미하며, 무대 측면에 설치한 일종의 기중기(起重機)를 움직여서 여기에 탄 신이 나타나도록 연출한다 하여 이런 이름을 붙었다.

    V. 나오기

    로스는 자신의 문학이 지향하는 목표를 더 이상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운, 강요되지 않고 자발적인, 무기력하지 않고 정열적인, 그리고 비역사적이지 않고 역사적인‘미국적 자아의 창조’라는 점을 역설한다. 로스의 이러한 제안은 근원적으로 개인이 자유롭고 정열적인 삶을 영위하거나 유대인 또는 미국인으로서 주체적 자아를 창조하는 데 걸림돌이 상존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미국에 대한 음모』에서 제시되고 있는 이 걸림돌은 미국을 뒤흔들 수 있는 하나의 음모로서 인종 차별, 즉 반유대주의적 시각, 그리고 도덕적으로 타락한 소수의 지배계층에 의한 국가권력의 남용, 진실과 역사 왜곡이다.

    로스가『미국에 대한 음모』에서 1940년 미국 33대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정치적 상황을 상상력을 발휘해 구성한 역사적 사건은 미국 역사에서 발생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일어날 가능성이 결코 없는 사건이다. 또한 인륜적·도덕적 차원에서 일어나서도 안 되는 사건들이다. 하지만 로스는 이 가상의 역사적 사건이 미국의 실제 역사에 있어서 일어날 수도 있었다는 점을 전제한다. 로스는 이 가상의 역사 속에서 어떤 한 개인이 유대인, 또는 유색 인종이기 때문에 받아야 했던 차별과 배제의 삶을 조명하고, 다인종, 다문화로 구성된 미국 사회가 도덕적 차원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현대 미국은 여러 인종이 이민이라는 수단을 통해 하나의 국가를 형성하고 고도의 상업화와 공업화를 이룬 대표적인 이민 국가이다. 여전히 피부색에 근거한 인종 차별의 잔재가 남아 있고, 이 잔재가 남아 있는 한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내재되어 있는 사회이다. 또한 치열한 생존경쟁에 따르는 인간성 상실, 도덕적 타락, 그리고 각 개인이 인격자로서보다는 IBM카드로 간단히 처리되는 기계화된 사회이다. 이 사회에서 생존을 도모해야 하는 개인은 인종에 상관없이 삶의 부조리와 모순을 겪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로스는 인간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사회, 그리고 일부 지배계층에 의한 국가권력의 남용이 없는 사회라면 암울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그는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이데올로기에 종속된 배타적인 삶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상호이해와 존중이라고 본다. 요컨대, 유대인이면서 미국작가인 로스는 자신의 소설에서 미국의 정치적·경제적 현실을 직시하고 통찰하면서, 단지 유대인의 생활방식과 사고만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삶의 진실을 추구함으로써 스스로 반성하고 새 도덕성을 찾는, 폐쇄가 아닌 열린 삶, 고립이 아닌 공존의 삶의 전망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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