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건축의 3대 거장 중 한 사람으로서 르 코르뷔지에가 근대건축의 이론 정립에 기여한 역할은 지대하다고 볼 수 있다. 그가 주창한 여러 이론 중 특히 ‘근대건축 5원칙’은 르 코르뷔지에의 대표적인 건축이론으로서 동시대 건축 및 후대 건축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전통적인 주거건축 및 건축계획의 패러다임에서 새로운 재료, 구조 및 형태의 사용을 통하여 새로운 건축을 구현하는 변화의 촉매제가 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르 코르뷔지에가 주장한 근대건축 5원칙의 의미와 내용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 하버드 대학 카펜터 센터에 적용된 건축적 기법적용 사례를 분석하여, 설계기법적인 실천 방식 및 성과를 정리하여 본다.

근대건축 5원칙은 필로티, 옥상정원, 자유스러운 평면, 수평연속창, 자유스러운 입면 등의 다섯가지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 연구의 분석대상인 카펜터 센터의 건축사례에서 필로티 기법은 초기 건축 사례와 대부분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다. 기법들 중에서 옥상정원은 초기 계획안에서는 존재하였으나 건축된 실례에서는 사라져버린 것으로 파악되었다. 또한 자유스러운 평면 기법은 구조의 구속에서 탈피하여 기법 본연의 의미대로 자유스럽게 평면을 구사되고 있다. 수평연속창 부분은 차양벽 및 수직 루버와 결합하여 발전적으로 수정되는 건축적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자유스러운 입면 기법은 사브와 주택 사례의 연장선 상에서 다양한 입면요소로 표현이 되고 있다. 카펜터 센터에서 보여지는 근대건축 5원칙의 건축기법적 적용사례는 초기 대표적인 적용 사례인 사브와 주택에서 보여지는 적용 방식과 비교하여 지속되어지는 원칙과 부분적으로 변화되어진 원칙으로 구성되어있다.

미국에서 실제 건축물로 유일하게 실현된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건축물인 하버드 대학의 카펜터 시각예술센터를 대상으로 건축적인 분석과 고찰을 하여본다. 근대건축 5원칙이 미국에서의 건축사례에 어떠한 방식으로 적용되었으며, 건축기법으로서 어떻게 작용하였으며, 그리고 그에 따라 생성된 건축적 의미를 살펴보도록 한다. 우선 르 코르뷔지에의 근대 건축 5원칙의 정의 및 의미를 파악하여 보고, 그의 미국에서의 건축가로서의 역할 및 활동을 배경으로 카펜터 센터의 설계 의미를 살펴본다. 이어서 카펜터 센터에 깃들여져 있는 건축기법으로서의 근대건축 5원칙을 분석하여 도출하여 보고, 이에 따른 각 기법들의 적용, 변화 및 수정에 관하여 고찰하여 본다. 이에 따라 카펜터 센터의 건축사례를 통하여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세계의 미국에서의 구현사례 및 건축기법에 대한 연구를 하여 본다. 이에 따라 근대건축으로의 전환 과정이 상대적으로 유럽건축 보다 늦을 수 밖에 없었던 미국 근대건축에 미친 르 코르뷔지에의 역할과 건축적 영향을 분석하여 본다.

르 코르뷔지에1)의 대표적인 건축이론을 들자면 ‘도미노 시스템’(le systeme Dom-Ino)2)과 ‘근대건축 5원칙’3)을 들 수가 있다. 근대건축의 확립 및 전개의 전환기에서 르 코르뷔지에는 1926년경 자신의 근대건축적 설계원리를 정리하여 ‘근대건축 5원칙’이란 이름으로 종합화 하였다. 여기서 근대건축 5원칙의 각 요소들을 건축기법의 측면에서 그 의미를 분석하여 보도록 한다.

우선 필로티(les pilotis)는 지면으로부터 건축물을 떠받치는 기둥 부분으로서 마치 그리스 신전이 거꾸로 뒤집은 것 같은 형태를 띠게 된다. 따라서 지면과 건축물을 이격시키고 비워진 공간은 다른 잠재적 행위와 기능의 여백으로 가동된다.

옥상정원(le toit-terrasse)은 용어 그대로 옥상에 정원을 설치하는 것으로서 건축물이 들어서면서 소비된 대지의 영역을 옥상에서 회복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지붕 상부에 부가적인 휴게공간을 확보하는데 용이한 설계기법이다. 이러한 방식의 채용이 가능한 것은 근대적 건축재료 중 하나인 철근 콘크리트의 사용 및 방수 시공기술의 발달로 박공지붕에서 평지붕으로의 전환이 가능케 했던 기술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이다.

자유스러운 평면(le plan libre)은 실내외 공간을 구분하는 벽체를 건축물의 하중을 부담하는 구조적 내력기둥으로부터 분리함으로서 가능해진다. 구조적인 역할을 하는 기둥의 분할선에 제한되지 않고 오히려 그 틀을 초월하여 자유스러운 형태의 평면을 구사할 수 있게 하여주는 건축기법이다. 이러한 기법은 기둥열로부터 튀어나오는 캔틸레버4) 구조를 채택하여 벽체와 기둥을 분리시킨다.

자유스러운 입면(la façade libre)은 자유스러운 평면의 수직적 차원이다. 즉, 자유스러운 평면이 수평적인 구조 시스템의 구속으로부터의 탈피라고 하면, 자유스러운 입면은 똑같은 방식으로 수직적으로 구조 시스템으로부터 자유롭게 되는 기법이다. 따라서 구조부재인 보, 기둥, 슬래브의 구획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입면의 설계가 가능하여진다.

마지막으로 수평연속창(la fenêtre-bandeau)도 역시 자유스러운 입면과 동일한 방식의 구조적 해결로 기둥으로 분할되지 않는 수평으로 길게 연속되는 개구부의 설치가 가능한 기법이다. 이 방식을 활용하여 전통적 건축물의 사각형 창호나 수직창과 비교하여 새롭고 근대적인 긴 수평창이 설계되게 된다.

르 코르뷔지에는 위의 다섯 가지 기법을 지속적으로 그의 주택작품 등에서 실험적인 적용을 계속하여 다듬어나가며 건축적으로 확신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근대건축 5원칙이 본격적으로 동시에 적용된 건축사례로 사브와 주택이 대표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사브와 주택의 이곳 저곳에 사용된 곡선 벽체들은 그리드로 분할되어 정체적 느낌을 주는 공간에 동적활성화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으며 계단, 경사로, 자동차의 회전곡률로 인해 더욱더 동적인 공간의 흐름을 표현하고 있다.”5) 즉, 박스 형태의 매스가 만들어내는 정적 견고성과 자유스러운 평면과 입면이 만들어내는 동적 율동성이 어우러져 다섯 가지 건축기법이 혼재하는 형상의 원리를 보여준다. 따라서 “공간구성에 있어서 직선으로 짜인 정적인 분위기의 공간에 움직이는 느낌을 주는 곡선의 형상을 넣어 활성화시킴으로써 공간이 살아서 움직이는 듯한 유기체가 된다.”6)

그러면 이러한 근대건축 5원칙의 건축기법적인 의미와 그 적용사례로서의 사브와 주택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르 코르뷔지에의 후기작업인 하버드대학의 카펜터 시각예술센터의 건축적 개요 및 르 코르뷔지에의 대지해석 및 설계 접근방식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근대건축의 3대 거장7) 중에서도 가장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한 건축가는 단연 르 코르뷔지에가 우선적으로 꼽힌다. 하버드대 카펜터 시각예술센터(Le Carpenter center)8)에 대한 논의의 바탕으로, 스위스 출생이고 프랑스에서 활동한 건축가로서의 코르뷔지에가 미국에서의 활동은 수 차례의 미국방문에도 불구하고 제한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다수의 특강 및 건축관련 활동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완공된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설계 작품은 하버드 대학의 카펜터 센터가 유일한 사례이다.9) “1962년, 코르뷔지에의 곁에서 일한 적이 있는 호세 루이 세르트(Jose Luis Sert)는 자신이 대학원장으로 있는 하버드 디자인 대학원을 대표하여 카펜터센터를 설계해줄 것을 요청하였다.”10) 이에 코르뷔지에는 몇 번의 고민끝에 설계요청을 수락하게 된다.

카펜터 센터의 입지는 고풍스러운 벽돌 건축물 사이에 끼인 조건의 대지가 선정되었다. 1959년 르 코르뷔지에는 그의 첫 번째 퀸시가(Quincy street)에 소재하는 대지 방문에서 두 가지 건축계획 방향을 결정한다. 좁은 대지여건에 대응하여 사선방향으로의 건물 배치를 결정한다. 또한 건축대지 주변의 네오조지아(neo-Georgian) 양식의 벽돌조 건물들과 대조되는 색채계획을 하기로 결심한다.11) 도시가로의 축에 대하여 평행 또는 직각으로 대응하는 캐임브릿지의 건축물과 가로망에 대응하여 코르뷔지에는 도로축에 기울어진 사선방향의 배치를 선택함으로서 다양한 표정의 파사드를 동시에 보여주며 크지 않은 대지의 양쪽 모퉁이에 외부공간의 여백을 확보하는 배치계획을 정한다.

건물 매스의 구성은 두 개의 유기적 형상의 매스를 맞대어 놓고 그 위에 사각 형태의 매스를 올려놓음으로서 정적인 매스와 동적인 매스가 결합되어 있는 건물형태를 구상한다. 그리고 두 개의 유기적 형태의 매스사이로 경사로를 대지 길이방향 전체에 걸쳐서 엇비슷하게 배치함으로서 전면도로와 배면도로 사이의 유기적인 소통과 흐름이 가능하도록 배치개념을 잡는다. 이 경사로는 카펜터 센터를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건축요소로 지상에서 3층 바닥까지 상승하였다가 건물을 관통한 후 다시 하강하는 구조로 계획되어졌다. 이러한 공간이동을 통하여 코르뷔지에가 주장하는 ‘건축적 산책’(promenade architecturale)이 체험적으로 구현되고 있다.

외부 입면은 기본적으로 노출 콘크리트 마감에 코르뷔지에 특유의 차양판(brise-soleil)과 수직 루버 등을 개구부 창 부분에 설치하여 다양하고 자유스러운 입면구성을 하고 있다. 여기서 르 코르뷔지에가 카펜터 센터를 설계할 시기는 건축적으로 후기에 해당되며, 이때의 건축 경향은 “초기에 기하형태를 추구했던 디자인 경향과 달리 후기에는 보다 인간적이며 유기적인 건축으로 이동하였다. 이것은 그가 사용한 주된 디자인 요소인 재료와 형태를 통해 보다 엄밀하게 이해될 수 있다.”12)고 평가되어 지고 있다. 또한 코르뷔지에 후기의 일련의 작품경향에 대해서는 “1950년은 르 코르뷔지에가 60세를 넘긴 시기이다. 이 시절 이후의 르 코르뷔지에는 이미 예전의 첨예한 순수주의자로서의 르 코르뷔지에는 아니었다. 그의 작품은 초기의 엄정한 기하학에서 유기주의로 변신하였다. 1954년 롱샹 성당(Notre Dame du Haut, Ronchamp)에서 기하학은 그 흔적이 사라지고, 건축은 다만 시인의 혼에 맡겨진 것처럼 조경된 것을 볼 수 있다.”13)라고 언급되어지고 있다. 따라서 카펜터 센터는 초기의 사브와 주택에서의 설계 스타일과 비교하여 보았을 때 코르뷔지에 특유의 자유스럽고 유기적인 형상의 조형 모티브가 혼재되어 있다. 그의 건축이론인 근대건축 5원칙의 적용에 있어서도 초기의 사브와 주택의 사례에서 보듯이 엄격하고 명확한 건축이론 및 설계기법의 적용 보다는 풍부한 건축적 요소들의 결합과 적용에 주안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로써 르 코르뷔지에의 근대건축 5원칙의 의미와 카펜터 센터의 건축적 개요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이어서 카펜터 센터에 적용된 건축기법으로서의 근대건축 5원칙의 분석과 각 기법의 적용방식 및 건축적 의미에 대해서 분석하여 보도록 한다.

1)Le Corbusier (1887-1965), 본명 Charles-Édouard Jeanneret-Gris, 스위스 쇼드퐁 출생, 1930년 프랑스 국적 취득, 건축가, 도시계획가, 화가, 저술가.  2)라틴어 domus와 혁신을 뜻하는 innovation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말로서 조각들을 차례대로 배열해 놓는 도미노 게임처럼 조립식 재료를 순서대로 연결하는 체계. 장 장제르, 김교신 역, 『르 꼬르뷔지에-인간을 위한 건축』, 시공디스커버리총서54, 시공사, 1997, p. 32.  3)‘Cinq points de l'architecture moderne’, 르 꼬르뷔지에가 주창한 근대건축의 원칙들. 필로티, 옥상정원, 자유로운 평면, 수평 연속창, 그리고 자유로운 입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에스프리 누보(L'Esprit Nouveau)지와 그의 저서 ‘새로운 건축을 향하여’(Vers une architecture)에서 발표.  4)cantilever, 기둥에서 내민 외팔보 형태의 구조방식.  5)김도식 외, 『Le Corbusier 건축작품읽기』, 기문당, 2002, p. 197.  6)ibid, p. 197.  7)근대건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르 코르뷔지에, 미스 반 데어 로에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를 지칭한다. 라이트 대신에 월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를 넣는 분류도 일부 존재하나 본 연구에서는 다수의 분류에 준한다.  8)Carpenter Center for the Visual Arts, Cambridge, Massachusetts, 1959-1962, 이하 ‘카펜터 센터’로 칭한다.  9)남북 아메리카 대륙을 통틀어 실현된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작품은 퀴륏셰 주택(Villa Curutchet, 1964)와 카펜터 센터 두 가지 사례만이 있다, FRAMPTON, Kenneth, Le Corbusier, New York, Thames & Hudson, 2001, p. 195.  10)장 장제르, 김교신 역,『르 꼬르뷔지에-인간을 위한 건축』, 시공디스커버리총서 54, 시공사, 1997, p. 107.  11)Harvard Gazette, http://news.harvard.edu/gazette/  12)안우진, 『현대 건축의 새로운 흐름, 공간의 형식성과 유기성』, 기문당, 2010, p. 181.  13)Ibid. p. 182.

근대건축 5원칙의 의미와 카펜터 센터의 건축적 내용을 바탕으로 이번장에서는 건축기법으로서의 근대건축 5원칙의 각 기법들이 카펜터 센터의 형태 및 공간구성에 어떻게 적용되었으며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되었고, 또한 각 기법들이 적용된 초기 건축사례와 비교하여 어떤 수정이나 진화가 있었는지를 입면적, 단면적, 그리고 평면적인 차원에서 살펴보고 평가하여 보도록 한다.

3.1.1 필로티(le pilotis)

르 코르뷔지에의 초기 주택건축인 사브와 주택에서처럼 필로티는 지면으로부터 건축물을 떠받치는 기둥 부분으로서 지면과 건축물을 이격시키고 비워진 공간은 다른 잠재적 행위와 기능의 여백으로 활용 가능하다. 카펜터 센터에서는 전면도로와 배면도로에 면하는 건축물 정면과 배면에 일층과 이층, 두 개층에 걸쳐서 각각 필로티 영역이 설정되어있다. 전면도로와 배면도로의 레벨차에 의하여 필로티 공간에 따라 층고의 차이는 있으나 일층 주출입구로 가는 개방된 동선 공간으로서의 기능은 충실히 소화해내고 있다. 필로티가 담지하고 있는 기능으로서 지상 외부공간의 추가적인 확보, 왕래 동선의 다양화, 기대하지 않았던 행위의 유발효과, 그리고 실내와 실외의 공간구분이 모호한 영역의 창출 등을 들 수 있다. 카펜터 센터에서의 필로티는 기능적인 효과 이외에 시각적으로도 큰 규모의 육중한 매스를 사뿐히 들고 있는 듯한 효과를 주고 있다.

3.1.2 자유로운 평면(le plan libre)

자유스러운 평면은 실내외 공간을 구분하는 벽체를 건축물의 하중을 부담하는 구조적 내력기둥으로부터 분리하여 자유스럽게 평면을 구성하는 건축기법이다. 구조적인 역할을 하는 기둥에 얽매이지 않고 그 프레임을 탈피하여 자유스러운 형태의 평면을 구사할 수 있게 하여준다. 이러한 기법은 벽체와 기둥을 분리시킨후 다양한 유기적 형태의 평면을 구사할 수 있다. 카펜터 센터에서 평면계획을 분석하여보면 외벽이 기둥과는 별도로 위치하면서 유기적 형태의 공간과 볼륨을 형성하고 있다. 사브와 주택의 경우에는 사각 형태의 틀 안에서 유기적 형태의 자유스러운 평면이 담기었는데 카펜터 센터에서는 반대로 자유스러운 형태의 유기적 평면이 사각 형태의 매스 밖으로 튀어나와서 훨씬 동적이고 자유스러운 평면을 구가하고 있다. 이는 자유스러운 평면이란 기법의 본질적 의미인 구조열에 구속되지 않는 평면구성이라는 취지에 부합되게 건축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3.1.3 자유로운 입면(la facade libre)

자유스러운 평면의 수직적인 적용기법이 자유스러운 입면이다. 자유스러운 평면이 수평적인 구조 시스템의 구속으로부터의 탈피라고 하면, 자유스러운 입면은 수직적으로 구조 시스템으로부터 자유롭게 되는 기법이었다. 구조부재인 보, 기둥, 슬래브의 구획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입면의 설계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자유스러운 입면의 기법적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카펜터 센터의 입면은 이미 평면적으로 외벽부와 내력기둥부가 서로 분리되어있어 다양한 표정의 입면을 구사하고 있다. 평면적으로 구조열과 분리되어 코르뷔지에 특유의 차양판과 세장한 수직 루버가 자유스럽게 채택되고 개구부의 배치가 자유스럽고, 노출 콘크리트의 표면이 근대건축 특유의 물성을 보여주고 있다.

3.1.4 옥상정원(le toit-terrasse)

옥상정원 기법의 정의는 지붕 옥상에 정원을 설치하는 것으로서 건축물이 들어서면서 활용이 불가능해진 대지의 영역을 지붕위 옥상공간에서 회복하는 역할을 하는 의미이다. 이에 따른 효과로서 지붕 상부에 부가적인 휴게공간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는 설계기법이다. 이러한 방식이 사브와 주택같은 소규모 건축물이 아닌 카펜터 센터같은 대규모 건축물에도 동일하게 확대시켜 적용이 가능하다. 카펜터 센터의 경우 아래의 사진처럼 설계 초기단계의 모형에는 옥상정원 특유의 조경이 표현되어 있는 것을 근거로 분석하여 볼 때 르 코르뷔지에는 근대건축 5원칙 중 옥상정원기법도 적용하려했던 것이 명확해 보인다. 그러나 완공된 건물의 사진을 보면 옥상정원이 사라지고 대신에 평활한 옥상 슬래브로 처리된 것을 알 수 있다.

르 코르뷔지에의 근대건축 5원칙 및 근대 건축기법의 철저한 적용을 미국 건축계에 보여주고자 했던 건축가로서의 의도와는 달리 경제성과 시공성의 실리적 측면에서의 검토로 인해 실시설계 및 시공의 단계에서 삭제된 것으로 유추된다. 따라서 근대건축 5원칙 중에서 건축 계획설계 단계에서 고려되어진 기법이 실시 및 시공단계에서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되었다. 완공된 건축물로 판단할 경우, 근대건축 5원칙이 온전히 적용되었다고 평가되기 어려운 근거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르 코르뷔지에의 카펜터 설계안으로 미루어 보아서는 그가 정리하고 종합화한 근대건축 5원칙을 적용하고자 했던 사례로 유효하다고 판단된다.

3.1.5 수평 연속창(la fenetre-bandeau)

주택작품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큰 스케일의 건축물인 카펜터 센터는 입면상의 외관이 훨씬 다양한 외장 디자인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노출 콘크리트면과 함께 코르뷔지에 특유의 차양판(brise-soleil) 요소와 수직으로 세장한 루버14) 요소가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사브와 주택에서 볼 수 있는 순수한 의미에서의 수평 연속창의 요소가 일견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자세히 입면을 분석하여보면 외벽면의 차양판과 수직 루버의 배면에 위치한 수평 연속창과 같은 역할의 창호면을 발견할 수 있다. 수평 연속창의 본래 의미가 수직적으로 구조 시스템으로부터 자유롭게 되는 기법으로 구조부재인 보, 기둥, 슬래브의 구획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입면의 설계가 가능하여짐으로서 자유스러운 입면과 동일한 방식의 구조적 해결로 기둥으로 분할되지 않는 수평으로 길게 연속되는 개구부의 설치가 가능한 기법이다. 평면도상으로 외벽면의 건축적 및 구조적 처리 기법을 분석하여보면 구조 시스템으로서의 기둥열과 분리되어 차양판과 수직 루버가 외부로 설치되어 있다. 즉, 입면상 수평 연속창이 제거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차양판과 수직루버라는 외장요소가 수평 연속창과 결합되어 있는 상태로 분석된다. 따라서 사브와 주택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순수한 수평 연속창이 아닌 빛에 의한 공간 연출장치로서의 차양판과 수직루버가 결합이 된 발전적 형태의 수평 연속창으로 볼 수 있다. 비록 외관상으로 서로 다를지라도 구조체와의 분리를 통한 긴 수평창의 속성과 의미가 상통하기 때문에 건축적 기법으로서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담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또한 근대건축 5원칙의 한 기법인 수평 연속창의 발전적 수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위와 같은 분석을 통하여 르 코르뷔지에의 근대건축 5원칙이 카펜터 센터에 어떻게 적용되었는지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다섯 가지의 건축기법중 다수는 일관되게 적용이 되었고, 또한 발전적 수정을 한 기법과 무시된 기법이 있었다. 이제 카펜터 센터에 담지되어 있는 근대건축 5원칙의 적용 및 그 의미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한다.

르 코르뷔지에는 근대건축을 바라보는 미학적 관점으로서 “첫째, 철근콘크리트라는 새로운 재료의 이용 및 그 구조적이고 미학적인 기능을 완전히 파악한 형태의 추구. 두 번째, 건축에서 공업화 요청에 대한 배려. 세번째, 고전 그리스 건축의 영향을 받은 순수주의적인 형태 언어의 채용”15) 등 세 가지로 정리되는 그의 독창적 건축미학을 1920년대 초반 에스프리누보(L'Esprit Nouveau)지를 통해 주창한 바 있다. 코르뷔지에는 카펜터 센터의 설계작업에 근대건축 5원칙이란 건축기법을 통하여 자신의 건축미학을 제안하고 실천하고자 하였다.

르 코르뷔지에도 근대적 건축재료의 선구적 사용자인 오귀스트 페레16)나 피터 베렌스(Peter Behrens)로부터 철, 유리, 콘크리트 등의 활용법에 대하여 영향을 받고 사사받았으나, 그 틀에 갇히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물성의 잠재성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건축을 추구하였다. 카펜터 센터도 그가 정리하고 주창한 근대건축 5원칙의 지속적이고 새로운 적용방식의 한 사례이다. 르 코르뷔지에에게 있어서 근대건축 5원칙은 지속적인 건축이론 및 기법의 적용 및 실천이며, 또한 변화하는 다양한 건축기법의 변주이자 실험임에 틀림이 없다.

1945년경 한 건축대학원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르 코르뷔지에는 아래와 같은 건축관을 피력하였다.

르 코르뷔지에가 주창한 근대건축 5원칙은 그의 작품활동에서 지속적인 적용 및 실험을 통하여 종합화되고 정립되었다. 근대건축 5원칙은 근대건축이 가진 중요한 특징이자 표상의 하나가 되었다. 본 연구를 통하여 살펴본 카펜터 센터의 근대건축 5원칙 적용 사례는 그가 설파한 것처럼 다수의 요소가 채택 적용되고 발전적 수정을 하고, 일부가 적용과정에서 실용적인 이유로 실천되지 못하였다. 여기서 르 코르뷔지에는 몇 번을 망설이다가 수락한 카펜터 센터의 설계에 응하면서 근대건축의 개척지이자 신천지인 미국에서 모든 설계조건에도 불구하고 통과하거나 횡단하는 심정으로 임하였을 것이다. 건축의 변화의 규칙을 적용하고 실천하면서 죽은 건축이 아닌 산 건축을 구현하고자 했을 것이다. 그 결과 하버드 대학의 카펜터 시각예술센터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구현된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작품으로서 그의 건축이론이자 기법인 근대건축 5원칙을 담은 건축사례로 남게 되었다.

14)라 투레트 수도원에 설치된 수직 루버와 동일한 형태, 제나키스가 음악 리듬의 대수적 비례에 상응하는 루버를 고안함, 김도식 외, 『Le Corbusier 건축작품읽기』, 기문당, 2002, p. 284.  15)이호정, 『근대건축사』, 문운당, 2009, p. 123.  16)Auguste Perret(1874-1954), 철근 콘크리트 구조를 사용하여 새로운 건축의 가능성을 열었던 인물이며 코르뷔지에에게 일정 부분 영향을 주었다. 기존의 고전적인 언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등 소극적인 해석에 머무른 반면 코르뷔지에는 형식적인 양식의 계승을 거부하고 내용적으로도 완벽한 새로운 건축의 구현을 희망하여 페레와 결별하게 된다. 김연준,『르 코르뷔지에의 보이드에 의한 자유로운 평면 구성에 관한 연구』, 대한건축학회논문집 계획계 통권 284호, 2012, p. 154.  17)COHEN, Jean-Louis, Le Corbusier le grand, London, Phaidon press limited, 2008, p. 722.

근대건축의 선구자인 동시에 걸출한 거장인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적 영향력은 건축이론 및 기법적 측면에서 오늘날에도 지속되고 있다. 시공을 초월하여 코르뷔지에가 정립한 건축이론이자 기법인 ‘근대건축의 5 원칙’은 현대 건축에서도 참조되고 인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본 연구는 근대건축 5원칙이라는 르 코르뷔지에의 이론을 통하여 하버드대학의 카펜터 시각예술센터를 분석하는 과정을 통하여 근대건축 5원칙의 필로티, 옥상정원, 자유스러운 평면, 수평연속창, 자유스러운 입면 등 각 기법을 그 배경과 담긴 의미를 되짚어봄으로서 기법별 속성과 본원적 의미를 파악하여 보았다.

이에 따라 카펜터 센터에 적용된 근대건축 5원칙 중 필로티, 자유스러운 평면, 자유스러운 입면의 건축기법은 초기 사브와 주택과 동일한 방식으로 채택되어 르 코르뷔지에 후기건축 특유의 유기적이며 조형적인 건축물 매스구성에 기여하며 가동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였다. 카펜터 센터에 적용된 근대건축 5원칙 중 옥상정원 기법은 르 코르뷔지에의 근대건축 5원칙 및 근대 건축기법의 철저한 적용을 미국 건축계에 보여주고자 했던 건축가로서의 의도와는 달리 경제성과 시공성의 실리적 측면에서의 검토로 인해 실시설계 및 시공의 단계에서 삭제된 것으로 유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르 코르뷔지에의 카펜터 설계안으로 미루어 보아서는 그가 정리하고 종합화한 근대건축 5원칙을 적용하고자 했던 사례로 유효하다고 판단된다.

르 코르뷔지에에 의하여 카펜터 센터에 적용된 근대건축 5원칙 중 수평 연속창 기법은 입면상 수평 연속창이 제거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차양판과 수직루버라는 외장요소가 수평 연속창과 결합되어 있는 상태로 분석된다. 따라서 사브와 주택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순수한 수평 연속창이 아닌 빛에 의한 공간 연출장치로서의 차양판과 수직루버가 결합이된 발전적 형태의 수평 연속창으로 볼 수 있고, 건축적 기법으로서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담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르 코르뷔지에는 근대건축을 바라보는 그의 독창적 건축미학을 카펜터 센터의 설계작업에 근대건축 5원칙이란 건축기법을 통하여 자신의 건축미학을 제안하고 실천하고자한 사실을 파악하였다.

따라서 르 코르뷔지에는 근대적 건축재료의 활용법에 대하여 영향을 받았으나 그 틀에 갇히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물성의 잠재성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건축을 추구하였고, 카펜터 센터의 사례도 근대건축 5원칙의 지속적인 건축이론 및 기법의 적용 및 실천이며, 또한 변화하는 다양한 건축기법의 변주이자 실험임을 파악하였다. 이러한 의미의 분석을 통하여 우리는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그의 건축설계 작업에 일관되게 새로운 건축과 변화를 도모하였으며, 근대건축에 대한 새로운 설계기법 및 거기에 깃든 의미를 제시하고, 이에 따라 그의 건축관 및 건축적 실천은 시간을 초월하여 건축의 규범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