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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미혼여성에서 기혼여성으로의 이행에서 심리적 변화과정* The Process of Psychological Change in Transiting from a Unmarried to Married Woman
  • 비영리 CC BY-NC
ABSTRACT
미혼여성에서 기혼여성으로의 이행에서 심리적 변화과정*

This study used a qualitative research methodology to explore the process of women’s psychological change as they transit from unmarried to married status. For this purpose, in-depth interviews were conducted with 14 married women and the data were analyzed using the grounded theory methods. As a result, 55 concepts, 27 subcategories, and 13 categories were derived. The process of psychological change in transiting from the unmarried to married women consists of three stages (i.e., the illusory unmarried stage, the strategic married stage, the responsible adaptive stage). The core category of the change process was the process of actively self-choosing within relational contexts. Six types of active self-choosing within relational contexts were identified: activity restriction, needs expansion, process skipped over, conformational change, overcoming through faith, and coping with stress. Based on these findings, implications for therapeutic interventions are discussed.

KEYWORD
결혼 , 미혼여성 , 기혼여성 , 심리적 변화
  • 연구문제

    본 연구의 목적은 여성이 미혼에서 기혼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변화와 경험은 어떠한가?’라는 물음을 가지고 심층면접을 통해 결혼 초기 기혼여성의 경험을 탐색하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 ‘미혼여성’은 결혼의향이 있는 결혼 전의 여성을 뜻하고 ‘기혼여성’은 사실혼의 동거형태가 아닌 법적 결혼상태의 무자녀 기혼여성과 임신, 출산, 양육을 경험한 유자녀 기혼여성을 의미한다. 연구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연구문제를 설정하였다. 첫째, 미혼여성에서 기혼여성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경험의 실체와 구조는 무엇인가? 둘째, 미혼여성에서 기혼여성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경험의 유형은 어떠한가? 유형분석의 시도는 기혼여성의 경험 자체를 여러 유형으로 구분하여 요인 속성 간의 관련성에 대한 이해를 도울 것이며 여성들이 겪는 다양한 경험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방 법

      >  연구 참여자 및 자료수집 절차

    참여자 선정은 개념에 근거해서 사건, 활동, 사람 등의 표본을 추출하는 이론적 표본추출(Strauss & Corbin, 1996)을 활용하였다. 주요 대상은 연구의 목적을 알고 자발적 참여의사가 있는 지인이나 지인을 통해 추천받은 기혼여성이었다. 면담을 통해 수집된 내용에서 나타난 개념이 이후 참여자에게도 해당되는지를 확인해가며 참여자들의 소개를 통하여 참여자를 확보하였다. 또한 포괄적이고 다양한 배경의 참여자들이 연구에 포함될 수 있도록 거주지, 결혼기간, 자녀 수, 종교 등에서 최대한 참여자 정보가 중복되지 않도록 하였다. 참여자 선정 과정에서 정신건강의 문제가 두드러지거나 이혼상태의 여성은 제외하였다.

    본 연구의 참여자는 14명의 기혼여성으로, 무자녀 및 유자녀 여성이 각 7명이다. 유자녀 여성은 1-3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다. 참여 여성의 나이 분포는 27-35세이고, 평균나이는 31.9세(SD=2.76세)이다. 결혼기간은 2개월에서 7년으로 평균 2년 10개월(SD=29.15개월)이며,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시가에서 분가하여 생활하고 있었다. 5명은 전업주부이고, 나머지는 교사, 물리치료사, 사무직 등에 종사하고 있었으며, 종교를 가지고 있는 참여자가 6명, 무교가 8명이었다. 거주 지역은 대구를 비롯하여 충청북도, 경기도, 경상북도 등으로 분포되어 있다. 참여자들의 기본적인 인적사항은 표 1과 같다.

    [표 1.] 연구 참여자 기본 인적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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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 참여자 기본 인적사항

    자료수집은 2011년 12월에서 2012년 4월까지 총 5개월간 이루어졌다. 참여자에게 유선상으로 연구목적과 절차를 밝힌 후 참여의사를 분명히 밝힌 경우에 한하여 심층면접을 진행하였다. 면담은 참여자의 의사를 반영하여 참여자의 자택 또는 거주지 인근 카페, 연구자의 상담실에서 진행하였다. 면담은 3차에 걸쳐 이루어졌으며 1차는 직접면담으로, 2차와 3차는 직접 면담이나 이메일 또는 유선 상으로 이루어졌다. 참여자 직접면담에서 참여 동의서와 연구 참여자에 대한 기본 인적사항으로 구성된 연구 기초질문지를 작성하도록 하였고,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 미혼여성일 때와 기혼여성일 때를 비교하여 달라진 점 등을 묻는 반구조화 질문목록을 안내하였다. 면담시간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30분으로 평균 면담시간은 약 1시간 50분, 표준편차는 약 17분이었다.

      >  자료분석

    본 연구에서는 Strauss와 Corbin(1996)이 제시한 분석단계에 따라 자료를 분석하였다. 코딩은 개방코딩, 축코딩, 선택코딩 3가지로 이루어졌다. 개방코딩에서 얻은 범주들로 귀납적 사고와 연역적 사고를 오가며 서로 연합관계를 만들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자료를 재조합하였다. 축코딩 과정에서는 범주화 과정, 맥락화를 위해 기혼여성으로의 이행과정에 있어서 현상과 관련된 문제, 사건을 파악하고 인과적 조건, 현상, 맥락적 조건과 중재적 조건, 작용/상호작용 전략, 결과의 구조를 밝혀 패러다임 분석을 시도하였다. 또한 과정분석을 통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여성들이 어떻게 변화해 나가고 영향을 받는지, 또 그러한 현상에 대응하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파악하였다. 범주를 통합시키고 정교화하는 과정인 선택코딩 단계에서는 추상화 과정을 통해 연구의 주제를 잘 드러내 줄 수 있는 핵심범주를 선택하였다. 이후 가설적 정형화와 관계진술문을 제시하여 핵심범주를 중심으로 한 범주 간의 전후관계를 드러내어, 마지막 단계로 범주 간의 반복적 관계를 기반으로 한 유형분석을 통해 유형별 특성과 의미를 밝히고 중심현상을 설명하였다.

    본 연구의 평가를 위한 기준으로는 Guba와 Lincoln(1985)이 제시한 4가지 항목인 진실성, 적용 가능성, 일관성, 중립성을 따랐다. 내적타당도인 진실성 확보를 위하여 참여자의 확인을 거쳐 결론을 내림으로써 참여자가 이야기의 정확성과 신빙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하였다. 실례로, ‘결혼을 통해 얻은 것이 없다’를 변화가 없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하였으나 배우자와의 동거생활 이외에는 결혼 후 변화된 것이 없다는 의미로 재확인하여 심리적인 안정감과 여유가 생겼지만 외적인 생활환경이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변화라고 인식하고있음을 명료화한 바 있다. 또한 외적 타당도인 적용가능성을 충족하기 위해 분석된 연구결과가 다른 독자들의 기준에서 얼마나 타당하고 적용이 가능한지를 확인하고자, 참여자 기준과 유사한 다른 기혼여성 3인에게 연구결과를 공유하였다. 이들은 모두 초혼으로 결혼기간은 1, 3, 7년, 연령은 30, 32, 35세였으며, 자녀 유무 면에서는 무자녀, 1명의 자녀, 1명의 자녀를 두고 있으면서 임신 중인 여성이었으며, 학력 면에서는 각각 고등학교 졸업, 전문대 졸업, 대학교 졸업이었고, 불교와 천주교, 기독교의 종교를 가지고 있었다. 연구결과가 이들의 개인적 경험과 관점에 근거하여 얼마나 전이가능성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들의 경험에 비추어 적용이 가능하거나 유사한지를 확인하였다. 개념과 범주가 대표성이 있는가, 공감이 되는가와 같은 적절성을 고려하면서 살펴본 결과, 기혼이 되면서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기도 하지만 스트레스를 경험하기도 한다고 보고하였다. 문제해결을 위해 나만의 방식으로 대처하고 남편과 자녀에 대한 책임감이 증가하는 등 분석된 자료와 상당부분 일치하였다. 신뢰도와 같은 개념인 일관성을 위하여 연구과정에서 활용한 질문지 등을 비롯하여 범주화 분석과정 등 연구진행 절차에 대한 분명한 자취를 남김으로써 다른 연구자들이 본 연구자가 진행한 연구과정을 따라갈 수 있게 하였다. 이를 위하여 지도교수뿐만 아니라 본 연구와 직접 관련이 없으면서도 근거이론 질적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고 질적 연구 경험이 풍부하며 상담학회의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한 외부 슈퍼바이저를 통해 연구과정 및 결과를 검토하고 정확성을 확보하여 연구결과, 해석, 결론이 자료에 의해 지지되고 있는지를 평가하였다. 마지막으로 중립성을 위하여 연구자는 참여자들의 실제 경험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10여년의 임상 및 상담 경험을 토대로 면접장면에서 최대한 안전하고 공감적인 분위기를 제공하도록 노력하였다. 또한, 인터뷰 과정에서 참여자의 경험에 대해 연구자의 주관대로 이해하거나 단정 짓지 않기 위해 연구자의 이해가 정확한 것인지를 재질문을 통해 확인해가며 경험이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사실 그대로를 드러내려고 노력하면서 인터뷰에 응하였다. 분석과정에서는 질적연구방법 이론 및 실습 워크숍을 여러 차례 참석하여 숙지한 근거이론연구절차와 방법에 충실함으로써 최대한 편견을 배제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결 과

    Strauss와 Corbin(1996)이 개발한 분석틀에 따라 범주화를 시도한 결과, 범주의 속성과 차원을 지속적으로 발달시켜나가는 과정을 통해 55개의 개념과 27개의 하위범주와 13개의 범주를 도출하였다. 미혼에서 기혼여성으로의 이행과정에 있어서 심리적 변화과정의 개념과 범주를 표 2에 나타내었다.

    [표 2.] 근거자료에서 도출된 개념과 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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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거자료에서 도출된 개념과 범주

      >  범주분석

    축 코딩에서는 현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설명을 위하여 개방코딩 작업을 통해 분석된 자료를 범주의 속성과 차원으로 구분하고 이에 따라 하위범주간의 연결을 시도한다. 이러한 범주들은 패러다임 모형으로서 인과적 조건, 현상, 맥락적 조건, 중재적 조건, 작용/상호작용 전략, 결과 간의 연관성을 나타낸다. 이러한 패러다임 모형은 그림 1에 제시하였다.

    인과적 조건: 상황에 영향을 받아 기혼이 됨/ 기혼이 됨을 선택함

    상황의 영향을 받아 기혼이 되는 경우는, 자연스레 결혼으로 연결되거나 예기치 못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경우로 나타났다. 자연스레 결혼으로 연결된 참여자들은 배우자와 장기간 교제해오면서 상대가 자신과 함께 라는 사실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결혼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남편에 대한 사랑과 성향에 대한 만족 그리고 취업과 친정에서 느끼는 심리적부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였다. 반면, 혼전임신의 경우, 참여자들은 뚜렷한 결혼욕구 없이 준비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되어 갑작스럽게 결혼을 결정하게 되었다. 이러한 참여자들은 큰 혼란과 적응의 어려움을 겪게 되고 미혼여성에서 곧바로 어머니가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맥락적 조건: 미혼기의 결혼에 대한 인식/기혼이 되면서 겪는 새로운 경험

    결혼생활에 대해 보유하고 있는 정보의 양이나 정확도, 결혼생활에 대한 환상 여부와 함께 기혼여성으로서의 삶을 바라보는 태도는 기혼으로의 이행과정에 영향을 주었다. 일부 참여자는 ‘로망이 없었기 때문에 비교적 기혼자의 삶이 괜찮았다’고 이야기하는 반면, ‘나름의 로망이 있었기 때문에 직접 경험한 현실은 달랐다’고 보고한 경우도 있었다. 시댁, 남편과의 관계에서 차이를 느끼는 것은 대부분 성향의 차이와 전통적인 성역할 영역이었다. 보수적인 배우자를 둔 여성은 집안일과 양육 및 보살핌 등과 관련한 전통적인 성역할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시부모를 비롯한 시댁식구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도 하였지만 대부분의 참여자는 시댁식구를 대하기 어렵다고 느끼거나 자신과 성향이 차이가 난다고 느끼고 있었다. 임신, 출산, 양육과 같은 생애사건은 긍정 정서와 부정 정서가 혼재된 복잡한 정서로 경험되었다. 임신 경험은 참여자에게 힘들지만 소중하고 가슴 벅찬 감동을 느끼게 하였다. 이러한 양가적 경험은 여성에게 심리적으로 충분히 수용될 때 좀 더 적응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양육 관련 경험은 유자녀 기혼여성과 무자녀 기혼여성의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영역으로 긍정정서와 함께 우울감,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경험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경험은 현재 상황이 자신의 선택으로 인한 것임을 자각하도록 만들며 개인 또는 환경을 바꾸어 적응적 방향으로 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중심현상 : 자기 선택에 대한 수용과 다면적 역할에 적응하기

    ‘자기 선택에 대한 수용과 다면적 역할에 적응하기’라는 중심현상 속에는 삶은 변화의 연속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변화의 핵심은 여성에게 주어지는 역할의 증가였다. 참여자들은 딸뿐 아니라 아내, 며느리, 어머니로서 1인 다역을 해내게 된다. 자녀의 유무에 따라 참여자들의 경험의 수준과 강도, 질 등에 있어 영향을 받는 정도가 달랐고, 특히 워킹맘들은 자녀를 돌보는 것과 직장의 업무를 해내야 하는 역할의 압박을 받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참여자들은 비록 예기치 않은 일들로 결혼하게 되거나 결혼 후의 모습이 자신의 기대와 다르다 하더라도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의 원인을 타인으로 돌리지 않고 그로 인한 결과를 수용하였다. 즉, 여성 자신이 기혼여성이 되는 과정을 스스로 선택하였기에 현실을 수용하고 적응해나가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중재적 조건: 개인적 성향/ 관계에 대한 태도

    ‘미혼여성에서 기혼여성으로의 이행에 있어서 심리적 변화과정’의 중재적 조건은 크게 개인적 성향, 가족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로 구분할 수 있었다. 참여자의 개인적 성향이 내 안에 집중하고 소극적인 경우, 집안일과 자녀양육으로 인해 발생하는 통제와 억압에 대한 거부감을 외적으로 드러내지 않았고 생활범위도 나와 가정에 국한된 형태로 외향적인 행동 양식은 비교적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관심영역이 넓고 적극적인 여성일수록 자기계발과 자기관리를 못하는 ‘아줌마 이미지’로 평가받기를 원하지 않았다. 또한 자신의 삶이 통제받는 것에 대해 보상받고자 하는 바람이 컸을 뿐 아니라 자기계발이나 자기 관리, 친구 모임 등의 자신 위주의 지출과 생활 패턴을 보였다.

    배우자, 자녀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따라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상호작용 전략에 영향을 주었다. 남편은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돕는 평생친구이며, 자녀는 힘들어도 내가 책임을 지고 돌봐야 하는 존재로 인식할수록 스트레스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자 하였다. 주변 사람들과의 지지적이고 소통할 수 있는 원만한 관계와 더불어 기혼생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친구들이나 주변 자원은 적응을 촉진하였다.

      >  작용/상호작용 전략: 혼자서 대처함/ 도움요청/ 서로에게 맞춰감/ 자녀를 통해 위안 얻음

    참여자들이 일상적인 양육 스트레스에 직면하거나 시댁, 친정 등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할 때 가장 빈번하게 활용하는 대처방법은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을 돌리려고 애를 쓰는 등 상황 극복을 위한 나름의 방법을 찾으려 하였다. 특히, 시댁과 양육 문제에 있어서 내 안에 집중하고 소극적인 성향의 참여자는 무조건적 인내를 보이기도 하였다.

    상담 경험이 있는 참여자는 2명으로, 상담을 통해 실제적인 도움을 얻고 내적 갈등에 대처하고자 하였다. 상담실 이외 관련기관을 활용하여 도움을 받은 사례에서 유자녀 기혼 여성들은 유치원을 통해 양육문제에 관한 도움과 개인시간을 확보함으로써 양육 스트레스에 대처하였다. 이밖에 비전문적인 도움을 받은 경우 도움 요청 대상은 친정 식구와 친구로 나뉘었다. 관심의 범위가 넓고 적극적인 성향의 참여자는 상대적으로 다양한 관계와 기관을 활용하여 주도적으로 모임에 참여하거나 자기표현을 하며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부관계에서 서로에게 맞춰가는 과정을 잘 견뎌낸 참여자는 맞춰가는 과정 자체에 만족하며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보고하였다. 비록 사소한 상황에서라도 남편이 참여자의 기분을 잘 알아차리고 맞춰주는 행위는 다시 남편에 대한 배려로 이어졌다. 남편을 평생 함께 갈 친구와 같이 느낄수록 부부관계를 서로 돕는 관계로 인식하였고 남편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일수록 서로에게 관심과 수용을 나타내었다.

    자녀는 참여자들에게 양육의 고달픔을 경험하게 하지만 때로는 모성애를 느끼게 함으로써 자신이 엄마가 되었다는 가슴 벅찬 느낌과 행복감을 경험하게 하였다. 이러한 긍정 정서의 경험은 참여자들이 직면하는 많은 스트레스를 극복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며 심리적 위안을 주었다. 양육은 매우 힘든 경험이지만 자녀를 책임지고 보살펴야 한다고 인식함으로써 힘든 양육 경험을 이겨내고 있었고 남편과의 조화로운 관계는 양육스트레스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자원이 되었다. 또한 자녀는 부부가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게 만들어주며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기도 하면서 부부관계를 돈독히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였다.

    결과: 발전을 위한 적응적 변화/ 지속되는 스트레스

    결혼생활에서 알력이 줄어들고 스트레스에 적절히 대처해 나가는 참여자는 심리적 안정감과 소속감을 느낀다고 보고하였다. 가족 공동체를 잘 이끌어 가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고 기혼여성이 되면서 부여된 책임감과 의무감이 참여자의 언행을 조심스럽고 어른스럽게 만들었다. 유자녀 기혼여성들에게 “자녀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자신을 되돌아보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한편, 참여자들이 기혼생활에 적응했다하더라도 여전히 스트레스는 남아있었다. 새로운 환경에 나름의 방법을 통해 대처하더라도 가사의 부담과 시댁과의 관계 등이 완전히 해결되기는 어려웠으며 자녀양육의 경우 긍정적인 정서경험도 있지만 어머니로서 해내야 하는 많은 역할과제로 인하여 끊임없는 고민과 스트레스가 지속되고 있었다.

    핵심범주: 관계맥락 속에서 능동적 자기선택의 과정

    참여자들의 공통점은 기혼여성이 됨으로써 다양한 현실에 직면하게 되고 심리 내‧외적인 변화를 겪는다는 것이다. 무자녀 여성에 비해 임신, 출산, 양육경험이 있는 유자녀 여성의 변화의 폭이 더 컸다. 결혼을 기점으로 여성은 나만의 가족을 형성하며 배우자를 비롯한 새로운 가족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된다. 미혼에서 기혼으로의 이행과정을 통해 딸에서 아내의 역할로, 또 다시 어머니의 역할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출산과 양육을 통해 여성은 모성애가 강화되고 누군가를 보살피고 돌보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여성은 내면이 단단해지고 성장한 나를 만나게 되지만 이러한 결과를 가져오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여성들의 소극적, 적극적인 성향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부터 상황에 대처하는 행동양식의 변화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은 참여자 스스로의 능동적인 선택을 통해 주체적인 자기가 되어가는 길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늘 적응적일 수는 없다. 여성이 일상 속에서 겪게 되는 문제의 대부분은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관계역할에 대한 적응과정이 스트레스를 야기하게 된다. 이때마다 여성은 자신의 선택임을 자각하여 상황에 대한 통제감을 유지하거나 회복하고자 한다.

    참여자들에게 자기 선택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조절적 선택이다. 참여자들은 힘든 상황에 부딪힐 때 결혼생활이 근원적으로 자신의 선택에서 비롯된 것임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킴으로써 힘든 상황도 자신의 통제 하에 있다고 믿으려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상황이 자신의 통제 밖에 있다고 지각될 때 야기될 수 있는 불안이나 무력감 등 부정적인 감정을 조절하고 상황에 대한 통제감을 높여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과 개선을 위해 좀 더 건설적으로 에너지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선택의 또 다른 의미는 우선적 선택, 즉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나는 수많은 역할과제들 가운데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하여 행동화한다는 것이다. 이때 주로 부모-자녀관계에서 발생하는 역할과제에 우선순위가 주어진다. 유자녀 기혼여성일 때는 보살펴야 할 의무와 책임을 느끼는 자녀에게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며 무자녀 기혼여성일 때조차도 자녀가 생기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자녀 위주의 삶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단순히 기혼여성이 됨 그 자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계맥락 속에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행위와 결단을 통하여 한 층 더 안정되고 확장된 자기로의 변화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  과정분석

    미혼여성에서 기혼여성으로의 이행에 있어서 심리적 변화과정은 스스로 대처함→ 전문적/비전문적 도움 요청→ 서로에게 맞춰감→ 자녀를 통해 위안 얻음이라는 작용/상호작용 전략을 통해 환상 속의 미혼기에서 전략적 기혼기, 책임적 적응기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단계는 그림 2와 같다.

    환상 속의 미혼기

    환상 속의 미혼기에서 참여자들은 혼전임신, 양가에서 혼인을 서두름 등의 외적 사건이나 친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 예비배우자와의 성격 적합성 등 개인내적 요인에 영향을 받아 결혼을 결정하였다. 결혼 결정에 작용한 영향의 근원이 어떠하든 간에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당시를 되돌아보면서 결혼은 자신의 능동적인 선택이라는 관점을 견지하였다. 그렇지만 참여자들에게 있어 환상 속의 미혼기는 대체로 기혼이 된 후의 상황을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염려하며 대비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막연하게 편안하고 안정된 미래를 꿈꾸는 단계로 볼 수 있다. 혼전임신과 같이 준비 안 된 상태에서도 양육이 시작되기 전에는 ‘다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막연히 결혼 자체에 매력을 느끼거나 혹은 자신만의 가족을 꿈꾸며 계획적으로 준비하더라도 시댁식구라는 새로운 가족과 자신에게 부여될 많은 역할을 충분히 고려하지는 못하였다.

    전략적 기혼기

    전략적 기혼기는 참여자들이 임신, 출산, 양육 등의 생애사건을 겪음으로써 직면하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대처해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기혼여성이 되면서 직면하는 다양한 상황을 극복하고 대처하는 작용/상호작용 전략은 1단계-혼자서 해결함, 2단계-환경적 도움을 구함, 3단계-서로에게 맞춰감, 4단계-자녀를 통해 위안 얻음이다. 이러한 단계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된다고 볼 수 있으나, 자료 분석 결과 동시에 나타나기도 하였다. 하나의 특정한 방법을 집중적으로 사용하기보다 참여자의 특성과 주변여건에 따라 여러 전략들을 다양하게 활용하였다.

    책임적 적응기

    미혼여성에서 기혼여성으로 이행하는 과정은 단순히 삶의 형태만 변하는 것이 아니다. 책임적 적응기는 역할의 변화와 책임을 동반한다. ‘아이는 어머니가 키워야 한다’와 같은 전통적인 성역할 인식으로 인해 여성은 남성보다 더 큰 역할부담을 안게 된다. 어머니라는 새로운 역할에 대한 적응은 삶에 대한 만족감과 긍정적 정서를 가져오나, 적응실패는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유발한다. 성공적인 삶의 적응은 참여자 개인의 욕구조절과 더불어 자신에게 주어진 다면적 역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역할을 수행해 나가는지에 달려 있다. 대부분 참여자들은 자신의 역할들을 일관성있게 통합해 나가면서 고유한 대처방식을 통해 가정과 양육에 중대한 책임을 진 존재로 인식하며 삶에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  유형 분석

    본 연구에서 나타난 ‘관계맥락 속에서 능동적 자기 선택의 과정’이라는 핵심범주를 중심으로 관계유형을 찾아내기 위한 유형분석과정의 단계(Strauss & Corbin, 2001)인 가설적 정형화를 거친 결과, 관계맥락 속에서 능동적 자기 선택의 과정은 활동제약형, 형태변화형, 과정생략형, 필요확장형, 신앙극복형, 스트레스 대처형 총 6가지 유형으로 파악되었다. 유형들의 각 맥락적 조건과 중재적 조건은 성향, 태도, 인식, 생활경험 등과 관련된 조건으로 구성된다. 이는 서로 독립적인 조건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한 명의 참여자에게 동시에 나타나면서도 연속적인 현상으로 나타났다. 이를 고려하여 참여자들에게 가장 우세하게 나타나는 특성을 기준으로 유형을 분석하였다.

    활동제약형

    활동제약형(참여자 7, 11)은 자신이 가졌던 환상과 현실 간의 괴리를 느끼고 외향적 성향으로 인해 자유롭지 못한 기혼여성의 삶에서 스트레스를 느낀다. 이들은 스스로 결혼을 선택하였고 신앙수준은 높지 않았다. 미혼기에는 자기 위주의 자유로운 삶을 살았고, 내 가족이 꼭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았으며 결혼에 대한 구체적인 준비는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부부관계에서 서로에게 맞춰가기, 혼자서 대처함 등을 활용하며, 삶의 태도가 외부에 대한 높은 관심에서 내적 활동에 좀 더 집중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어 간다. 그 결과, 외부 활동에 대한 제약으로 인하여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기, 외모관리, 사랑받고 싶은 욕구 등 미혼기부터 지속되는 욕구 수준이 높았다.

    필요확장형

    필요확장형(참여자1, 10)의 성향은 비교적 내향적이고 결혼생활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자신이 생각해왔던 결혼생활과 현실 간의 괴리를 다소 느끼지만 활동에 대한 제약이나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오히려 점차 자신의 내향성으로 인하여 활동영역이 가정 내부로 제한되는 상황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관심을 외부로 확장시킨다. 필요확장형은 결혼 선택에서도 양가의 요구나 결혼적령기와 같은 상황에 의해 영향을 받았고 신앙수준은 높지 않았다. 조용하고 소극적이기 때문에 미혼기 삶의 태도에 있어서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갈망은 크지 않았다. 결혼생활 스트레스를 경험하기는 했지만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주로 스스로 대처함, 전문적/비전문적 도움 요청 등을 통하여 능동적으로 환경을 탐색하고 자신과 유사한 여성 집단과 교류하는 가운데 외적 관심이 증대된다.

    과정생략형

    과정생략형은 참여자8, 13, 14로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려 미혼여성에서 유자녀 기혼여성으로 곧바로 이행하게 된다. 이들은 모두 임신과 동시에 결혼이라는 생애사건을 함께 경험하면서 무자녀 결혼기를 겪지 않았기에 일부 과정이 생략된 유형이다. 이들은 혼전임신과 예기치 못하게 서두르게 된 결혼을 자신의 선택으로 분명하게 인식하였다. 결혼 후 생활은 부부가 서로에게 온전히 집중하기보다 출산과 육아에 전념하게 되면서, 이들은 다른 참여자들에 비해 빨리 많은 역할과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었다. 특히, 참여자13은 혼전임신을 통해 결혼 직후 유자녀 기혼여성이 되면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심리적 여유가 없이 갑작스럽게 주어지는 많은 역할로 인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경험하였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역할이행으로 인해 모든 유형 가운데 이 유형이 정체성과 관련한 스트레스가 초기 기혼기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 주관적 불편감을 해소하고자 이 유형의 참여자들은 적극적으로 스트레스에 대처해 나간다. 전문적/비전문적 도움을 요청하며 자신의 선택으로 얻게 된 자녀를 통해 위안을 얻는다.

    형태변화형

    형태변화형은 참여자4, 5, 12로 인생의 목표와 관심이 비교적 뚜렷하지 않고 미혼기의 결혼에 대한 인식과 삶의 태도가 다소 소극적이었다. 이러한 특성이 자신에게 결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 유형의 참여자는 결혼생활에 대해 비합리적으로 기대하거나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내 가족, 남편이 생긴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할 만큼 부부라는 새로운 가족 형태가 된 것 외에 결혼 전과 후의 삶 간의 차이를 느끼지 않는다. 따라서 예상치 못한 스트레스가 비교적 적어, 다른 유형에 비해 작용/상호작용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낮았다. 또한 적극적으로 충족하고자 하는 욕구 수준도 낮기 때문에 다른 유형과 비교하여 전반적인 변화에 대하여 인지하는 정도가 높지 않았고 스트레스 극복을 위해 시도한 활동이 비교적 적었다.

    신앙극복형

    신앙극복형은 참여자2, 9로 기혼이 되는 삶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신앙이라는 요인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다른 유형의 참여자가 자신과 배우자 집안이나 애정 욕구 등이 결혼을 결정하는 주된 이유였던 것과는 달리 이들에게는 신앙이 인생의 주요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힘으로 작용한다. 이 유형의 참여자는 미혼에서 기혼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의사결정 사안을 끊임없이 신앙에 비추어 되물음으로써 자신의 선택이 가장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결혼생활에 대한 양가적 감정 경험에 맞닥뜨릴 경우 개인적인 생각과 의사만을 반영하기보다 신앙 가운데서 해답을 찾으려 한다. 부부관계에서도 같은 신앙을 가진 배우자를 만나기를 희망하며 이러한 매개체를 통해 서로에게 맞춰가려 노력한다.

    스트레스대처형

    스트레스대처형은 참여자3, 6으로 자신과 배우자 집안과 관련된 상황적 요인에 영향을 받기보다 스스로 기혼이 됨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유형 참여자에게 신앙은 큰 영향을 주지 않았으며 미혼기 삶의 태도는 적극적 혹은 소극적이었다. 이들은 부부관계에서부터 자신의 가족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 즉, 친정과 시댁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주로 새롭게 주어지는 역할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거나 시댁과의 문화적 차이로 인한 것이었다. 이 유형의 참여자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능동적으로 바꿔나갈 방법을 찾아 스트레스에 대처하였다.

    논 의

    본 연구에서는 미혼여성에서 기혼여성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성의 심리적 경험과 구조를 알아보고 그러한 경험의 유형을 파악하고자 근거이론적 접근방법을 적용하였다. 그 결과, 미혼여성에서 기혼여성으로의 이행에서 심리적 변화과정을 ‘관계맥락 속에서 능동적 자기 선택의 과정’으로 개념화하였다. ‘자기 선택에 대한 수용과 다면적 역할에 적응하기’라는 중심현상과 과정분석 및 유형분석을 통해 나타난 6가지 유형을 중심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자기 선택에 대한 수용과 다면적 역할에 적응하기라는 중심현상에서 자기 선택에 대한 수용은 여성들이 스스로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혼전임신과 같은 상황에서도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태도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주체가 자신임을 자각하여 스트레스 속에서도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인식하고 있었다. 자기 선택에 대한 수용과 함께 다면적 역할에 적응하는 경험은 참여자들이 기혼기에 주체적으로 1인 다역을 해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노성숙, 한영주와 유성경(2012)의 워킹맘의 다중역할 경험에 관한 연구에서 여성들은 가정과 직장에서 갈등과 어려움을 겪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역할의 무게중심을 잡으며 다중역할을 수행해나간다고 나타난 결과와 일맥상통한다. 결혼 후에는 한 여성으로서의 삶에 아내, 며느리, 어머니의 역할이 부가되고 이러한 역할과 함께 주어지는 가사, 자녀양육, 직업의 병행이라는 큰 부담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오롯한 선택(노성숙 외, 2012)’이 삶을 바라보는 태도로 어떻게 이어지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본 연구에서 참여자들은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상황이나 결과를 자신의 선택이라고 강하게 인식하려고 애썼다. 이러한 대응방식은 자신의 삶이 타인이나 외부상황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에 따른 결과임을 인식할 때 개인은 삶을 통제할 수 있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통제이론(Glasser, 1965)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즉, 여성들은 통제 소재가 나에게 있다고 여김으로써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덜 느끼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크고 작은 위기 속에서 여성은 자신이 정체성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면서 자신만의 오롯한 선택과 결단이라는 실존적 체험을 통해 삶의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선택이라는 본질은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버팀목으로 많은 역할 속에서 나름의 균형을 찾게 도와준다. 어느 하나를 버리고 선택하기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와 역할을 균형있게 선택했다고 여김으로써 자신의 삶에 중요한 의미와 가치에 충실했다고 믿는다. 이러한 기혼여성의 삶의 적응 과정은 자신의 의사를 반영한 선택을 통해 변화해 가는 것이다. 선택은 자신의 책임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으로 특히, 스트레스와 같이 견디기 힘든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다중 역할 경험은 기혼여성의 삶을 통해 얻게 된 확장된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이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역할과 과제에 직면하면서 혼란과 어려움을 겪는 정체성의 위기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여성의 정체성 중 어머니의 정체성을 가장 중요하게 규정하며(윤택림, 1996), 기혼여성들이 ‘처방된 관계역할(조혜자, 방희정, 2006)’로만 자신을 규정하도록 압력을 받고 그러한 잣대로만 평가받는 집단문화에 직면할 수 있다. 따라서 미혼여성에서 기혼여성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여성들이 여전히 자신의 고유한 성향과 욕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기혼여성에게 요구되는 의무와 책임으로 유발된 긴장관계 속에서 자신만의 중심과 균형을 유지하면서 확장되고 통합된 자아정체성을 형성해나가는 것이 핵심적인 적응 과제임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미혼여성에서 기혼여성으로의 이행과정은 결혼 이후의 삶을 막연하게 긍정적으로 기대하는 환상 속의 미혼기, 상호작용과 다양한 대처방법을 활용하는 전략적 기혼기, 가족 속에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책임적 적응기로 나타났다. 환상 속의 미혼기는 기혼생활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 잘 모르고 있거나 혹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기혼생활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고 예상치 못한 혼전임신과 같은 일을 겪었다 하더라도 막연히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특징이다. 나만의 가족을 꾸린다는 사실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으며 결혼 후 겪을 시댁관계, 자녀양육의 어려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예상하지 않는 단계이다. 이러한 특성은 여성들이 삶을 바라보는 태도나 원가족과 관련이 있다. 원가족에서 지켜본 부모의 원만한 결혼생활이 일종의 간접적인 결혼체험이 되어 자신의 결혼생활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임유진 외, 2008). 대체로 원가족에서 경험한 관계가 상호교류적이고 건강한 경우, 내가 꾸려갈 가정도 긍정적으로 지각할 경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략적 기혼기는 생활양식, 가치관 등에서 남편과의 차이를 좁히기 위한 단계이며 출산과 자녀 양육이 주요과업이다. 전략적 기혼기에 여성들은 대화와 이해를 통해 성격이나 가치관에서 남편과의 차이를 인정하고 수용해나가며 가사와 같은 일상에서 역할분담을 해나가고 있었다. 특히, 무자녀 여성은 돌봐야할 자녀가 없기 때문에 때로는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남편과 함께 여가시간을 보내며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남편과의 개인적 성향의 차이는 여성에게 스트레스원이 되기도 하지만 남편을 수용하고 맞춰 가는 과정을 통해 내 가족으로 인식하였다. 한편, 첫 자녀의 출생은 남녀가 서로에게 맞춰나가는 차원을 넘어 결혼 후 맞는 첫 번째 역할전이라는 점에서 가족 전체의 큰 변화를 가져오는 사건이다(고선주, 옥선화, 1993). 결혼이라는 자신의 선택으로 양육이라는 가장 큰 책임과 마주하게 되는 시기이다. 낯선 가족 구성원의 추가는 그 자체로 부부관계를 변화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며 이전 단계보다 많은 역할이 부여되기 때문에 역할갈등이나 역할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본 연구에 참여한 여성들도 자녀양육의 책임과 부담이 어머니에게 좀 더 부여되는 것으로 보고 있었다. 고선주와 옥선화(1993)의 연구에서는 육아부담으로 인해 여성이 남편보다 더 낮은 결혼적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자녀양육 과업이 여성에게 적응을 위한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편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주관적 불편감이 더 큰 상태이지만 이러한 심리적 상태가 여성들에게는 주어진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자 하는 동기가 되었다. 여성들은 역할적응에서 어려움을 겪더라도 대부분이 시기를 잘 이겨내기 위해 나름의 전략을 활용하고, 도움을 요청하였다.

    전략적 기혼기를 지나오면서 여성은 나에게 적합한 대처방법과 가족체제에 익숙해진다. 책임적 적응기에는 자신의 능동적인 선택을 통하여 겪게 된 상황에 책임과 의무를 다하려는 모습이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이 과정은 출산, 양육을 겪어본 유자녀 기혼여성에게 적용되는 단계이다. 무자녀 기혼여성은 부부관계로 이루어진 가족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나 자녀를 양육하게 된다면 더욱 큰 책임이 따를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서로 달랐던 성향에도 부부 각자의 수용 정도가 높아졌고 이전 단계에서 자녀에게 집중되어 있던 패턴이 현재에도 유지된다. 부부갈등과 결혼 적응과의 관계에서 지혜의 효과를 살펴본 윤애란과 이인수(2013)에 따르면, 여성은 지혜를 발휘하여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해결하여 조화로운 가족관계를 영위할 수 있도록 적응을 도모한다. 여성은 적절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갈등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욕구를 조절하기 위해 우선순위와 다양한 변화 가능성을 고려하게 된다. 맡은 일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책임적 적응기는 기혼여성으로서의 안정적인 구조가 형성되면서 기혼여성으로서 자신만의 삶의 지혜를 터득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혼여성으로의 이행과정에서 나타난 심리적 변화과정의 유형은 다음 6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유형들은 미혼에서 기혼이 되면서 나타나는 스트레스의 주요원인과 반응양식, 관계변화, 자기선택의 영향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각 유형별로 살펴보면, 활동제약형은 결혼을 자신의 선택으로 인식하지만 현실과 환상 간의 괴리감과 통제받는 느낌 및 상호의존성으로 인해 기혼생활에서 답답함을 느낀다. 이러한 요인들이 크면 클수록 스트레스가 커지지만 동시에 이러한 상황이 자신의 선택임을 자각하며 스트레스 조절을 시도한다. 미혼기에 추구하던 개인 위주의 자유로운 생활방식은 더 이상 기혼기에 똑같이 적용될 수 없다. 부부관계에서 관계성 못지않게 각자의 주체성을 추구하는 것과 더불어 심리적 자립이 중요함을 시사하는 장수지(2009)의 연구결과와 같이, 본 연구에서도 고학력과 종일근무직에 종사하는 여성일수록 주체성이 높고 비전통적 특성을 높게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요확장형은 내향적인 성향에서 점차 외향적인 성향으로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새로운 가족을 이루는 것은 경험해보지 못한 환경에 적응해나가야 하는 책임을 전제로 한다. 활동제약형이 내적 활동의 증가를 보이는데 비해, 필요확장형은 다양한 관계역할의 요구에 의해 관심이 점차 외부로 이동된다. 미혼기에는 개인의 내적 영역 속에 머물러 개별성을 뚜렷하게 드러내 보였다면, 기혼기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새롭게 부여되는 사회적 역할에 적응하고 관계를 확장시켜나가면서 이전과는 달리 좀 더 외부로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양상이다. 환경과 타인에 대한 관심의 증대는 개별성과 관계성의 통합, 즉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자기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친밀한 관계를 형성‧유지하는 것이 적응에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정생략형에게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기준은 자녀이다. 이들은 결혼의사결정이 혼전임신 때문에 이루어졌고, 이로 인해 가장 큰 스트레스를 경험하면서도 자녀를 통해 위안을 얻기도 하였다. 미혼여성에서 유자녀 기혼여성으로의 갑작스러운 이행이 자신의 선택임을 분명히 자각하고 있었기에 상황변화에 따른 스트레스를 수용하고 적절히 대처해나갈 수 있었으며, 이는 곧 자녀의 안전과 양육을 책임지는 마음가짐에 영향을 주었다. 유자녀 기혼여성들이 자녀에게 지지받기, 관계의존, 공감, 배려 등을 통해 관계적 자기를 보여준다고 본 조숙자, 방희정, 조혜자와 김현정(2008)과 유사하게 이들의 자녀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적응적 이행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에서 밝힌 과정생략형은 여성의 정체성에서 어머니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혼전임신이라는 예기치 못한 사건을 직면했을 때에도 결혼을 결정하고 유지시켜 나갈 수 있도록 자기선택에 대한 인식과 책임감이 극대화된 유형임을 보여준다.

    형태변화형은 큰 생활사건이나 스트레스에 직면하는 일 없이 미혼에서 기혼으로 무난히 이행한 경우이다. 이 유형에 속하는 여성들은 기혼기가 결혼을 통해 배우자와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된 것 외에 미혼기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인식한다. 이러한 인식은 이들의 삶에서 실제 변화한 것이 없음을 뜻하기보다 결혼 후 달라진 것이 배우자와의 동거 등과 같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생활사건 범위 내에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유형은 출산이나 양육경험이 없는데, 자녀양육 경험의 부재가 이러한 인식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자녀양육이 기혼여성의 자아정체성 형성에서 큰 역할을 하고(Peterson & Duncan, 2007), 자녀양육 역할에 대한 적응이 여성의 자아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연구결과(이복희, 박아청, 이경혜, 2010)는 이러한 추정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출산과 자녀양육 경험의 유무는 기혼여성으로의 이행에 있어서 심리적 변화 수준을 달리 인식하게 만드는 요인임을 짐작하게 한다. 이는 자녀의 존재가 여성의 역할적응과 정체감 형성에 영향을 줌과 동시에 자녀로부터 분리된 존재로서 독립적 가치를 수립하는 것 또한 여성의 자아존중감에 중요함을 시사한다(Lewis, 2000).

    신앙극복형의 삶에서 주요한 결정과 선택, 대처의 가장 큰 기준은 신앙이다. 이 유형의 여성들은 궁극적으로 신앙에 의지하고 되묻는 과정을 통해 기혼여성으로의 삶을 선택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대처해나간다. 이때 신앙은 삶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김필진, 2008), 개인이 자신의 신체, 마음, 영성을 통합하여 건강과 안녕을 누리게 함으로써 성장과 변화의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이 유형에서 신앙은 같은 신앙을 가진 사람들을 연결해줌으로써 개인에게 동질감과 안정감을 부여하고,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이어주고 확장시켜주는 매개체이다. 또한 신앙은 개인이 직면하는 문제를 종교적 기준에 비추어 물음으로써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게 하는 버팀목이 되며, 적응을 돕는 기능을 수행한다.

    스트레스대처형은 일상의 활동 대부분이 아내, 어머니, 딸, 며느리 등으로서 해야 할 일로 규정되며, 이 유형의 여성들은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 환경과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적극적으로 대처한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여성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의 수는 줄어들지만(차영란, 김기범, 전경숙, 2007), 본 연구의 대상인 기혼기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의 여성들은 여전히 많은 다면적 역할에 놓여 있었다. 다면적 역할 수행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식은 능동적인 자세에서 수동적인 자세 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관계역할에서 겪는 스트레스에 대한 여성 개개인의 대처와 극복은 삶의 적응과정이면서 여성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기혼여성들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그 특성을 파악하는 것은 여성이 겪는 심리적 경험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미혼여성에서 기혼여성으로의 이행에 있어서 심리적 변화 과정 유형은 유형별로 현재 욕구와 스트레스의 속성 및 수준을 가늠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삶의 인식과 태도, 스트레스 대처방식 등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틀을 제공한다. 자녀의 유무와 미혼기 삶에 대한 태도, 신앙에 의지하는 정도, 갑작스러운 결혼 결정, 결혼이 자신의 선택임을 자각하는 정도, 스트레스 대처능력 등은 기혼기로 이행 후 적응수준을 예상할 수 있게 하는 주요 지표가 될 수 있다.

    본 연구는 미혼여성에서 기혼여성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변화과정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에 따른 상담적 의미를 모색하고자 하였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반적인 인생의 단계로 당연시하지 않고 여성들의 생생한 체험적 진술을 통해 그 속에 내재된 의미를 살펴볼 수 있었다. 변화의 과정은 개인에게 충분히 가치롭고 발전적이기도 하지만 여성에게 새로운 역할이 주어질 때마다 개인과 환경 간, 그리고 개인의 역할과 역할 간 갈등으로 인한 긴장관계가 유발될 수 있으며, 이러한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나 극복 실패로 인한 문제는 스트레스를 야기하기도 한다. 하나의 역할에서 다른 역할로 전이되거나 기존의 역할에 다른 역할이 부여될 때, 또 역할 간의 유사성이 낮으면 낮을수록 적응을 위한 노력과 스트레스는 더욱 커질 수 있다(한상철, 김혜원, 설인자, 임영식, 조아미, 2012). 실제로 중년의 기혼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다중역할을 수행하는 여성의 삶의 안녕감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여성이 수행하는 역할의 수가 아니라 역할들과 관련된 경험의 질인 것으로 밝혀졌다(Baruch & Barnett, 1986). 일상에서 수행하는 역할의 질은 역할수행을 통해 실현하고 있는 가치와 의미를 찾는 것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따라서 내 삶의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가,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의미한 삶은 의미를 발견하지 못했거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하는 삶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명확한 태도를 정립하고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도 의미를 발견하고 성취할 때 비로소 건설적인 삶을 살 수 있다(Frankl, 2005).

    내담자의 선택과 책임을 향상시키기 위한 상담전략은 핵심범주에서 나타나듯 스트레스 조절을 위한 자기선택의 자각과 적절한 우선순위 선정이다. 결혼초기 여성내담자들은 남편, 시댁, 자녀에서 비롯되는 관계역할문제가 스트레스의 주요한 원인이기 때문에 문제 호소는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의 가족을 비난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할 수 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 상담자와 내담자가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일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는 것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Bender & Messner, 2008). 이후 내담자가 삶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대처해나가는지를 찾는 것은 내담자에게 주어진 역할과제가 스스로의 오롯한 선택임을 상기시켜 스트레스 통제권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상담자는 내담자가 자신을 통찰할 수 있도록 질문을 함으로써 누구의 간섭이나 지시가 아니라 결국 내담자의 능동적인 선택이 현재 상황을 만든 것임을 자각하게 하여 더 나은 상황을 위한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 상담자는 지금 여기에서 내담자가 최우선으로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를 탐색하도록 돕고, 그 역할이 내담자의 어떤 가치관을 충족시키는지에 따라 실제 삶 속에서 버릴 것과 취해야 할 것을 명료화한다. 끝으로 결혼생활이라는 새로운 상황 속에서 많은 역할 가운데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주체적으로 설정하여 삶을 적극적으로 선택해나가도록 돕는다.

    본 연구에서 유형분석을 통해 도출한 6가지 유형에 대한 이해는 여성상담에 중요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 미혼여성에서 기혼여성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의 경험에는 공통점도 있지만, 개인적 성향과 욕구 및 현재 처한 상황적 특성에 따라 스트레스의 속성과 강도에서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관계역할과 삶의 과제에 대처하고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방식 등에서도 유형별로 차이가 있었다. 상담자는 활동제약형의 내담자가 자유로운 시간, 애정 등의 욕구 미충족에서 비롯된 상실감을 돌볼 수 있도록 충분한 공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높은 외향적 에너지가 개인 내부와 가족으로 향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며 개인적 욕구를 효율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실천방략을 설정하게끔 돕는 것이 필요하다. 반면, 필요확장형의 내담자에게 상담자는 타인과 세상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혼과 양육을 통해 외부환경과의 교류가 늘어난 상황 속에서 내담자 스스로가 주변 환경과 능동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과정생략형의 내담자는 큰 변화와 스트레스를 겪었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이 자신의 선택임을 자각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며, 스트레스에 대처할 수 있는 실천적 기술과 우선순위 행동목록을 점검해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형태변화형의 내담자는 무자녀의 기혼여성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추후 내담자들이 겪을 어머니 준비과정에 중점을 둔 상담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신앙극복형 내담자를 대하는 상담자는 신앙이 내담자에게 주는 의미와 영향 등을 잘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담장면에서 표현되는 경험의 독특성과 삶에서 영성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 충분한 공감과 수용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스트레스대처형 내담자의 경우, 자신만의 방식을 통해 스트레스에 대처해 왔기에 상담자는 내담자만의 방식들을 구체적으로 평가하고 강점과 약점을 보완하여 더 나은 적응을 도울 수 있다. 이처럼 상담자는 기혼여성에 대한 정형화된 인식에 따른 획일적인 해결책을 처방하는 접근을 지양하고,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유형별로 특징적인 여성의 성향과 욕구를 이해하고 각 유형의 고유한 대처방식을 기본적으로 존중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상담적 태도를 통해 궁극적으로 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책임질 수 있는 자기 삶의 통제자가 되도록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에서는 근거이론을 적용하여 귀납적 방식을 통해 기혼여성의 심리적 경험에 대한 실체이론을 도출함으로써 주로 변인들 간의 관련성이나 적응향상 프로그램의 효과성 검증에 치중하는 양적 연구에서 나타난 한계점을 보완하였다고 볼 수 있다. 둘째, 미혼여성에서 기혼여성으로의 이행에 있어서 심리적 변화의 과정모형을 체계화하여 나타냄으로써 전체 변화과정을 밝혀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인과적조건과 맥락적 조건, 이에 따른 현상과 중재적 조건, 단계적 이행과정 속에서 극복을 위한 작용/상호작용 전략, 결과를 밝혀 생애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조명하였다. 셋째, 본 연구에서는 유형분석을 통해 활동제약형, 필요확장형, 과정생략형, 형태변화형, 신앙극복형, 스트레스대처형의 6가지 유형을 파악하여 미혼에서 기혼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각 유형별로 여성이 현상을 어떻게 지각하고 어떠한 전략을 사용하여 대처하는지를 밝힘으로써 상담접근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다음으로, 본 연구의 한계점과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30대 전후 기혼여성 14명의 경험에 근거하여 생성한 실체이론이기 때문에 본 연구의 참여자와 유사한 조건을 가진 경우에 적용이 가능하다. 본 연구에서 도출된 이론의 일반화를 위하여 추후 양적 연구를 통해 검증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본 연구는 여성의 경험에 대한 심층적 정보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사회구조적 관점의 개입방법을 제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조남훈(2005)이 제시한 바와 같이, 여성의 인식변화 과정을 파악하는 것은 미시적 관점으로 개개인의 경험에 접근하는 것이므로, 저출산과 만혼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구조적‧정책적 대안과는 달리 사회현상을 이해하고 대처하는데 심리적 본질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셋째, 본 연구는 여성으로 제한하여 미혼에서 기혼으로의 이행에 있어서 심리적변화 과정의 본질과 경험을 탐색하였다. 후속연구에서는 여성에 국한하지 않고 미혼남성에서 기혼남성으로의 이행에 대한 심리적 변화 과정을 주제로 하여 연구를 진행하거나, 기혼 여성과 기혼남성 두 집단 간의 심리적 변화 과정 차이를 밝힐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본 연구에서는 미혼에서 기혼으로 이행하는 심리적 변화과정에 대한 생생한 경험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참여자를 20-30대 기혼여성으로 제한하였다. 후속 연구에서는 기혼자로서의 삶을 바라보는 인식이 연령증가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살펴봄으로써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성의 경험을 조망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후속연구에서는 본 연구 참여자처럼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여성이 아니라 유지하는데 실패한 여성 집단의 경험을 알아봄으로써 미혼여성에서 기혼여성으로의 이행에 대한 좀 더 포괄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본 연구는 미혼여성에서 기혼여성으로의 이행에 있어서 심리적 변화 과정의 과정모형, 6가지 유형을 제시하고 상담전략을 대략적으로 논의하였으나 상담실제에서 유형별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 상담 전략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본 연구에서 도출된 실체이론을 적용한 상담기법 및 집단프로그램 개발 등의 시도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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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표 1. ]  연구 참여자 기본 인적사항
    연구 참여자 기본 인적사항
  • [ 표 2. ]  근거자료에서 도출된 개념과 범주
    근거자료에서 도출된 개념과 범주
  • [ 그림 1. ]  ‘미혼여성에서 기혼여성으로의 이행에 있어서 심리적 변화과정’의 패러다임 분석
    ‘미혼여성에서 기혼여성으로의 이행에 있어서 심리적 변화과정’의 패러다임 분석
  • [ 그림 2. ]  ‘미혼여성에서 기혼여성으로의 이행에서 심리적 변화과정’의 과정 모형
    ‘미혼여성에서 기혼여성으로의 이행에서 심리적 변화과정’의 과정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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