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전체 메뉴
PDF
맨 위로
OA 학술지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아동학대 사망사례 개입경험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 A Phenomenological Study on the Experiences of Counselors at Child Protection Agencies who Intervened in Child Abuse Cases Resulting in Death
  • 비영리 CC BY-NC
ABSTRACT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아동학대 사망사례 개입경험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

This study aims to identify the essence of the experiences that counselors at child protection agencies had while intervening in child abuse cases resulting in death. We conducted in-depth interviews with eight counselors. For a qualitative data analysis, Giorgi's descriptive phenomenology was applied. We drew 6 components and 15 subcomponents from the research participants’ experiences. The six components are 1) immature and disempowered abusers, 2) abuse with willful negligence or unresolved abuse issues, 3) abuse resulting in death: dealing with an irrevocable or unpredictable situation, 4) the limit that counselors at child protection agencies feel in adverse social system, 5) the dilemma and trauma that counselors should bear alone, and 6) the society that tolerates violence and human rights violation against children. The essence of participants’ intervention experiences that we found from these components is that they feel helpless despite their efforts to confront the unfavorable social environment in which child abuse issues are neglected. Based on this result, we propose ideas to prevent and resolve child abuse cases resulting in death.

KEYWORD
질적연구 , 현상학적 연구 , 아동학대 , 아동학대 사망사례 , 아동보호전문기관
  • Ⅰ. 서론

    우리나라 헌법 제10조에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국가는 인간존엄성과 기본인권보장 의무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인간이라 함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모든 인간을 의미하며, 인간존엄과 생명의 가치는 상대적 가치가 아니라 절대적 가치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렇게 헌법에서 인간존엄성과 기본적 인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모든 국민에게 있음을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인에 비해 아동의 인권이 가볍게 여겨지고 있으며, 아동을 완전한 인간이 아닌 미완의 존재 또는 부모의 소유물로 인식하는 전근대적 사고가 우리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사회전반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일례로 부모가 자녀를 살인한 후 자살하였을 경우 대부분의 언론에서 동반자살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이는 자녀를 하나의 인격체로 여기기보다는 부모의 일부나 부속품 같은 존재로서 자녀의 생사여탈권을 부모가 가지고 있음을 은연중에 인정하고 있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전근대적 인식은 법에도 남아있어,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은 분명히 심각한 폭력으로 인한 타살이지만 살인사건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처벌의 수위가 가볍다.

    더욱이 가족관계에서 부모에 의한 자녀폭력은 범죄라기보다는 대부분 통제와 훈육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많다.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라든가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고, 예쁜 놈 매 한 대 더 때린다’라는 식의 속담을 조상의 지혜처럼 받아들이면서 아동에 대한 체벌을 당연시 여기고 있고, 아동에 대한 가정 내 폭력이 발생하는 경우 대개는 ‘폭력이라는 범죄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애가 뭔가 잘못했나?’라는 의문에 초점을 두고, 급기야 ‘잘못했으면 때려서라도 가르쳐야지’라는 식으로 폭력을 합리화하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 때론 가정이 오히려 아동폭력의 사각지대이자 무법지대로 남게 되며, 치명적 학대로 인한 사망 사건마저도 부모의 양육스트레스 등으로 이해되거나 간혹 가정 내 숨겨진 범죄 로 남게 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아동살해는 대부분 가족 내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가족구성원 특히 부모에 의한 살인이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호주에서는 매년 평균적으로 25명의 아동이 부모에 의해 살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Mouzos & Rushforth, 2003), 스웨덴에서는 1971년부터 1980년까지 벌어진 아동살해를 분석한 결과 77건의 아동살해 중 대부분이 가족 내 살해로 나타났다 (Somander & Rammer, 1991). 그리고 특히 어릴수록 가족 내 살해가 더 많이 나타 나는데, Jason(1983)은 1976년부터 1979년 사이의 아동살해에 대한 FBI통계를 분석한 결과 0-3세 사이의 아동은 대부분 가족 내에서 살해가 일어났다고 보고하였으며, 영국에서도 5세 이하의 아동 살해자는 거의 대부분 가족 내에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Pritchard & Bagley, 2001).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김지혜 외(2013)의 연구를 살펴보면, 2000년부터 2012년 5월까지 우리나라 신문기사에 나타난 아동학대 사망사건은 총 141건인데, 이중 사망아동 연령은 1세 미만이 95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가해자는 미혼모(34.8%, 49건), 친모(22.7%, 32 건), 동거녀·계모·입양모·위탁모(9.9%, 14건), 친부(9.2%, 13건), 친부모(7.1%, 10건), 부모로 의심되나 증거가 없는 경우(4.3%, 6건), 계부나 동거남(1.4%, 2건), 친부와 계모(1.4%, 2건)등의 순으로 나타나, 생모를 포함하여 대부분 친부모에 의해 살해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아동학대로 인한 살해가 거의 대부분은 가족 내에서 부모에 의해서 벌어지며, 어린 나이일수록 학대로 인한 살인에 더욱 취약하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부모에 의해 가정 내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아동학대와 학대로 인한 사망이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인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에서는 여전히 아동학대를 일종의 훈육 방식으로 치부하면서,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아동폭력에 대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공적 영역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국가의 보호를 받지만 가정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해, 가장 안전해야할 가정이 오히려 안전의 사각지대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국가가 소극적 개입 또는 아예 방치하고 있는 사이에 아동들은 안전의 사각지대가 된 가정에서 학대로 인해 상처를 받고 심지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에 대한 정확한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아동학대 사망사건을 다룬 연구 자체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아동학대 사망에 관해 공식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유일한 자료인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사망아동수는 2001년부터 2012년까지 12년에 걸쳐 총 97건이라고 보고하고 있다(보건복지부·아동보호전문기관, 2013). 그러나 이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접수된 사례로서, 앞서 살펴본 김지혜 외(2013)의 신문기사 분석에서 2000년부터 2012년 5월까지 기사화된 아동학대 사망 사건 141건보다도 훨씬 적은 수가 집계되고 있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학대로 인해 죽어가고 있는지 그 실태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문제는 학대행위자의 심리·정서·행동의 문제 및 가족 내 역동뿐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인권수준과도 밀접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단순히 소수의 학대행위자가 저지르는 우발적 범행으로 치부하고 문제를 개인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본다. 아동학대 사망사건은 주 양육자가 살인자가 되는 심각한 반인륜적인 문제로서 문제예방 및 해결을 위한 단초를 얻기 위해서는 문제의 역동성과 맥락성을 포함하여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아동학대 사망문제와 관련된 선행연구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사건의 맥락을 이해하고 문제의 역동성을 심층적으로 탐색하기 위해서는 먼저 학대사망사건을 직접 접하고 개입한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경험을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질적연구를 활용하여 아동학대 사망사례에 직접 개입했던 상담원들의 개입경험을 통해 아동학대 사망사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아동학대 보호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하였는지 등에 대한 보다 역동적이고 실제적인 이해를 얻고자 하며, 이를 토대로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대한 효과적인 개입전략과 정책을 모색하는데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를 위한 주요 연구 질문은 “아동학대 사망사례 개입경험은 무엇인가?”이다.

    Ⅱ. 문헌연구

       1. 아동학대 사망에 대한 이해

    1) 아동학대 사망의 정의 및 유형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은 아동학대 사망(Child Maltreatment Fatalities, CMF), 아동학대 살해(Child Abuse Homicide) 등 다양한 용어로 표현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합의된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칸자스 아동사망사례위원회(Kansas State Child Death Review Board, SCDRB)에서는 아동학대 살해를 아동의 보호자가 훈육이나 처벌의 형태로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아동에게 상해를 입히는 학대, 또는 안전, 관리감독, 영양을 공급하지 않는 방임의 결과(Kajese, Nguyen, Pham, Pham, Melhorn, & Kallail, 2011)로 정의하고 있다. 미국 각 주의 아동보호서비스 부서로 부터 사망한 아동의 정보를 수집하여 연방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아동학대 보고서의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아동학대 및 방임 데이터 시스템(National Child Abuse and Neglect Data System; NCANDS)에서는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을 학대나 방임으로 사망하는 것 뿐 아니라 아동이 학대가 사망에 이르게 되는 원인을 제공한 경우까지로 정의하고 있다(Douglas & McCarthy, 2011).

    학대로 인해 사망한 아동은 단일의 동질적인 집단이 아니며, 따라서 사망원인에 따라 아동학대 사망 유형을 분류하여 살펴보아야 그 특성을 잘 파악할 수 있다(Sidebotham, Bailey, Belderson, & Brandon, 2011). 아동학대 사망은 구타, 질식, 흔들린 충격으로 인한 상해(shaking injury)와 같은 직접적 살해와 의료적 방임, 신생아 방치, 아동에 대한 관리감독 미흡과 같은 간접적 살해로 구분되기도 한다(Douglas & McCarthy, 2011). 미국 연방정부에서 사용하고 있는 아동학대 및 방임에 대한 정의에 따르면,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의 원인은 치명적 아동학대와 치명적 방임으로 구분된다(ECM, 2010). 치명적 아동학대(fatal child abuse)는 일정기간동안 반복적으로 학대가 발생하거나 한 번의 충동적인 사건이 일어난 경우를 의미하며, 치명적 방임(fatal neglect)은 주 양육자가 어떤 것을 행했기 때문이 아니라 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로, 계속 식사를 제대로 주지 않는 경우 등 만성적 학대와 아이를 욕조에 혼자 두어 익사하는 경우 등 급성적 학대를 모두 포함한다. 그 외 익사, 화재, 질식 등 의도치 않은 상해로 인한 사망(unintentional injury death)이 발생하는 경우를 학대나 방임으로 분류해야 하는 지에 대한 논란이 존재한다(ECM, 2010).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에는 사망원인이 명확히 학대나 방임으로 판명된 경우만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에 포함하지만, 사망관련 연구에서는 학대로 인한 사망인지 불명확한 경우까지 포함하기도 한다. Kajese 등(2011)은 1994-2007년 미국 칸자스주의 아동학대 사망사례 현황을 분석한 연구에서 사망사례를 신체적 학대 사망, 신생아 살해 또는 방치로 인한 사망, 아동양육을 위탁받은 사람에 의해 야기된 사망, 가정폭력 피해나 범죄에 피해당한 무고한 사망, 학대나 방임과 관련되었지만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사망 등 5개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한편 Sidebotham 등(2011)은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아동을 심한 신체적 폭력, 굶주림이나 의료적 방임과 같은 지나친 방임 또는 결핍, 유아살해 및 숨겨진 살해, 아동 살해의 직접적인 의도가 있는 고의적인/명백한 살해, 유아돌연사나 익사, 실족사 등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학대와 관련이 있는 사망 등 5개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2) 아동학대 사망의 국내외 현황

    미국에서 아동살해의 거의 절반은 아동학대로 인한 것으로, 14세 이하 아동 사망원인의 네 번째(Kajese et al., 2011), 5세 이하 아동 사망원인의 다섯 번째 사망원인(Klevens & Leeb, 2010)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NCANDS을 통해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2011년 공식 집계된 학대 및 방임으로 인해 사망한 아동수는 1,570명으로, 아동인구 10만명 당 아동학대 사망률은 2.10명으로 추정되었다(Child Welfare Information Gateway, 2012). 미국 아동학대 사망률은 1997년 1.4명에서 2005년 1.96명, 2008년에는 2.33명으로까지 증가하였다(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Administration on Children, Youth and Families 2007, 2010). 그러나 공식적으로 보고된 아동학대 사망통계는 아동학대 정의의 불일치, 데이터의 부정확성 등으로 인해 아동학대 관련 사망 아동의 5-60% 정도는 낮게 추정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학계의 견해이다(Kajese et al., 2011; Palusci, Wirtz, & Covington, 2010). 따라서 미국을 포함한 서구 국가들에서는 아동학대 사망으로 보고되지 않은 숨겨진 사망자수를 파악하여 정확한 통계를 집계하기 위한 노력과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다.

    아동학대 사망의 원인을 살펴보면, 방임이 가장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미국내 학대 및 방임으로 인해 사망한 아동 중 71.1%는 방임이 단일한 학대유형이거나 방임과 함께 다른 유형의 학대가 중복되어 발생한 경우였고, 47.9%는 신체적 학대 또는 다른 학대 유형과 신체적 학대가 중복되어 발생한 경우였다(Child Welfare Information Gateway, 2012). 이러한 결과는 단순히 아동학대에서 신체적 학대보다는 방임이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Damashek & Bonner, 2010). 한편 아동학대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는 심한 두부 외상(severe head trauma) 또는 뇌흔들림증후군(Abusive head trauma; AHT), 흔들린 아이 증후군(shaken baby syndrome)이 보고되었다(Graham, Stepura, Baumann, & Kern, 2010; Kasim, Cheah, & Shafie, 1995; Kajese et al., 2011; Sidebotham et al., 2011). 미국 질병관리본부(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가 살인이나 자살과 같은 폭력으로 인해 발생한 사망을 명확히 이해함으로써 그러한 사망을 예방하기 위해 주정부의 사망통계, 범죄통계, 병원 기록, 아동사망사례조사팀 자료 등을 연계하여 구축한 폭력 사망 보고 시스템(National Violent Death Report System, NVDRS)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서, 2003-2006년 보고된 5세 미만 사망아동 1,374명 중 학대로 인해 사망한 아동은 600사례(44%)였고, 사망원인으로는 뇌흔들림증후군이 63%, 다른 신체적 학대로 인한 사망이 27.5%, 방임으로 인한 사망이 10%였다(Klevens & Leeb, 2010).

    국내에서는 학대로 인한 아동사망에 대한 관심이 저조하고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사건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거의 없다. 또한 어느 범위까지 아동학대로 볼 것인지와 관련하여 아동학대의 정의와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학대로 인한 아동사망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신고 사례를 집계하여 매년 발간하는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가 유일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전체 아동학대사례 6,403건 중 사망아동 사례는 10건(0.2%)이었고, 2001년부터 2012년까지 학대로 인한 사망아동 누적수는 총 97명으로 집계되었다(보건복지부·아동보호전문기관, 2013). 이외 공식적 통계는 아니지만 언론에 기사화된 아동학대 사망사례를 분석한 김지혜 외(2013)의 연구에서는 2000년부터 2012년까지 기사화된 아동학대 사망사례가 총 141건으로 나타났다. 이들 보고서와 신문분석에 따르면 연평균 약 8-12명의 아동이 아동학대로 사망하고 있는데, 수사기관이나 의료기관을 통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보고되지 않거나 언론을 통해 드러나지 않은 잠재된 아동학대 사망사례를 고려하면 실제 학대로 인해 사망한 아동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망사례의 학대유형을 살펴보면, 2011년에는 방임이 8건(61.5%)으로 가장 많았고 중복학대 3건(23.1%), 신체적 학대 2건(15.4%) 이었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된 아동학대 사망사례 총 74건의 특성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사망사례 중 64.9%에서 신체적 학대가 발견되었고, 방임이 45.9%, 정서적 학대가 27.0% 발생하였다(정익중 외, 2012).

    3) 아동학대 사망의 특성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과 관련된 위험 요인은 크게 아동 요인, 학대행위자 요인, 가족 요인으로 구분하여 볼 수 있다. 아동 요인으로는 주로 아동의 학대당시 연령과 성별, 아동의 건강 등이 포함된다. 대부분의 연구에서 연령이 낮을수록 아동학대 사망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1세 미만이 아동학대로 인해 사망한 경우가 많았다(Crume, DiGuiseppi, Byers, Sirotnak, & Garrett, 2002; Klevens & Leeb, 2010; Kajese et al., 2011; Pritchard & Bagley, 2001). 미국의 2011년 아동학대 사망사례 중 81.6%가 4세 미만 아동이었고(Child Welfare Information Gateway, 2012), 국내 2001-2010년 아동학대 사망사례 중 4세 미만 아동이 48.6%, 1세 미만 영아가 차지하는 비율이 27.0%로 연령이 낮을수록 아동학대에 취약한 것을 알 수 있다(정익중 외, 2012). 또한 여아보다는 남아가 아동학대 사망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Klevens & Leeb, 2010; Sidebotham et al., 2011). 미국의 2011년 아동학대 사망률은 남아가 2.47명, 여아가 1.77명으로 남아가 많았다(Child Welfare Information Gateway, 2012). 반면 국내 2001-2010년 아동학대 사망 사례의 성별은 남아가 44.6%로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정익중 외, 2012). 출생시 저체중, 질병이나 건강문제, 행동문제 등도 학대로 인한 아동사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Ewigman, Kivlahan, & Land, 1993; Graham et al., 2010).

    학대행위자는 보통 친부모 또는 양부모와 같은 주양육자이며(Damashek & Bonner, 2010), 학대유형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신체적 학대는 아버지 또는 아버지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학대행위자인 경우가 많았고, 방임에 있어서는 어머니 또는 어머니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학대행위자인 경우가 많았다(Klevens & Leeb, 2010; Schnitzer & Ewigman, 2008; Sidebotham et al., 2011). 또한 학대행위자의 나이가 어리고(Herman-Giddens, Smith, Mittal, Carlson, & Butts, 2003; Kajese et al., 2011), 학력이나 소득 등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고(Stiffman, Schnitzer, Adam, Kruse & Ewigman, 2002), 미혼모(Kajese et al., 2011; Schnitzer & Ewigman, 2008) 또는 한부모가정(Friedman, Horwitz, & Resnick, 2005; Schnitzer & Ewigman, 2008)인 경우가 많았다. 또한 국내 2001-2010년 아동학대 사망사례 중 여성이 가해자인 경우가 55.4%로 더 많았고, 가해자가 부적절한 양육태도와 양육지식 및 기술이 부족한 경우가 88.0%에 달했다(정익중 외, 2011).

    가족요인을 살펴보면, 친부모 이외에 부모의 친구 또는 이성친구와 같이 혈연관계에 있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경우(Schnitzer & Ewigman, 2008), 그리고 가정폭력이 발생한 경우(Sidebotham et al., 2011)에 학대로 인한 사망위험이 높다. 특히 가정폭력의 가해자는 아동양육시 신체적 통제 전략을 과도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잠재적 아동학대자가 될 위험이 크며(Jaffe, Campbell, Hamilton, & Juodis, 2012), 가정폭력의 극단적인 방법이 가정내 살해로 나타나기도 한다.

       2.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현장에 대한 이해

    국내 학대아동 보호체계를 살펴보면, 아동복지법 제45조에 따라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중앙 및 50개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시도 19개소, 시군구 31개소)이 설치 운영되고 있다(보건복지부, 2013). 주요 전달체계인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은 24시간 아동학대 사례 신고접수와 아동학대 사례에 대한 현장조사, 피학대아동에 대한 각종 보호조치 및 서비스를 실시하며, 아동학대행위자에 대한 교육 및 상담, 경찰, 의료기관, 사법기관과 협조체계 구축, 아동학대사례판정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오정수·정익중, 2013).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역할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사법경찰, 의료기관 등 유관 기관들과의 연계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경찰은 112에 신고된 아동학대사례를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의뢰하고 접수된 신고사례에 대해 상담원의 현장조사 시 동행 협조하며, 이후 학대행위자의 형사재판을 요하는 사례에 대해 수사를 전담한다. 의료기관은 의료행위 시 학대가 의심되는 아동에 대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고, 아동학대 판정을 위한 의학적 진단, 소견 및 증언 진술을 하게 된다. 의료기관 내에 소아과, 소아정신과, 외과, 내과, 산부인과, 의료사회사업가 등으로 구성된 학대피해 아동 보호팀을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보건복지부, 2012).

    국내에는 학대아동 보호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전달체계가 구축되어 있지만, 신고접수, 현장조사, 사례개입 등 일체의 모든 절차를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주체는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은 학대발생을 조사하는 조사원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아동과 부모에 대해 개입하는 서비스 제공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기 때문에 이중적 역할상의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신준섭, 2008). 상담원이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더라도 부모의 동의 없이 부모와 아동을 분리하여 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에 아동학대 가정을 조사하고 적절한 개입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반면 선진국의 경우 정부에서 신고접수 및 현장조사를 실시하여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신속하고 강제적인 개입의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치료 및 서비스 제공은 전문성이 높은 민간이 제공하는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문선화·김지영·현안나·김현옥·김지연·김현지, 2010).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은 아동학대 신고조사 뿐 아니라 아동보호서비스, 상담서비스, 부모관련 서비스 제공 등 아동학대 사건 처리과정의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은 복잡하고 다양한 업무와 과중한 업무량, 폭력적인 학대행위자로부터의 신변의 위협으로 인해 업무상의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2011년 한 해 동안 상담원 1인이 교육 및 홍보사업을 제외한 아동학대 신고접수, 현장조사, 서비스 제공 등 아동학대 사례개입 및 관리 관련 업무량이 총 1,429.4회로 나타나 업무의 성격이 복합적이고 상담원 1인에게 할당되는 업무량이 매우 과중함을 알 수 있다(보건복지부·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2012). 특히 상담원은 민간인 신분이기 때문에 법적인 권한이 부여되지 않아 아동학대 사례개입 중 상담원이 학대행위자로부터 업무방해나 폭행, 흉기위협, 기물파손 등 신변의 위협을 경험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호중, 2009; 보건복지부·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2012). 또한 상담원들은 학대사건을 조사하고 학대받은 아동의 문제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협박을 당하거나 충격을 받는 상황에서 2차적 외상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Cornile& Meyers, 1999; 김미정·최말옥, 2012). 박지영(2008)은 아동보호전문기관 직원 2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7.3%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의 가능성이 있고, 적극적인 치료나 지원이 필요한 경우도 21.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이러한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업무수행의 어려움은 스트레스와 소진을 유발하고 이직의도를 높이는 등 상담원의 업무 효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공계순, 2005; 2005b,b; 김성희·이재연, 2005; 윤혜미·박병금, 2004; 아동보호전문기관, 2012).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들은 업무량이 과도하거나 신변의 위협에 대한 우려가 높을수록 스트레스나 소진, 이직의도가 높았고(강은숙·김민정, 2006; 공계순, 2005a; 2005b; 박지영, 2008), 실제 아동의 부모나 보호자로부터 폭력을 경험한 경우 직무만족과 이직의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신준섭, 2008). 또한 신변위협을 경험한 후 기관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경우 스트레스가 증가하고(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2012), 교육훈련 경험이 부족하고 수퍼비전이 부족하다고 느낄 경우(윤혜미·박병금, 2004) 소진이 높게 나타났다.

    Ⅲ. 연구방법

       1. 연구 참여자 선정 및 자료 수집

    질적연구는 근본적으로 다면적이고 심층적이며 빼놓지 않는 ‘빈틈없는 설명(thick description)’을 하고자 하므로(Geertz, 1973: 3-30), 표본이 얼마나 대표성을 띠는지 보다는, 얼마나 깊이 있고 풍부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이태진외, 2007:17). 본 연구에서도 이러한 점을 토대로 하여 2012년 6월 기준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 총 45개소에서 2000년부터 2012년 현재까지 근무경력이 있는 전·현직 상담원 중 아동학대 사망사례 개입경험이 있으며 본 연구의 목적을 이해하고 참여에 동의한 상담원들을 참여자로 선정하였다. 본 연구의 참여자는 총 8명으로 성별은 남성 4명과 여성 4명이며, 연령대는 30대가 7명, 40대가 1명이었고 근무기간은 2년부터 12년까지 다양하였는데 평균적으로 약 5년이었으며, 현직이 7명, 전직이 1명이었고, 각 참여자는 아동학대 사망사례 1-2사례를 직접 담당하고 개입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들이 경험한 총 아동학대 사망사례는 10사례였다.

    본 연구의 자료수집은 2012년 6월부터 2012년 8월까지 약 3개월간 진행되었으며, 연구 참여자에게 자신의 경험을 언어로 이야기하게 하는 심층면접기법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고, 이렇게 얻은 심층면접자료는 본 연구에서 가장 핵심적인 자료원으로 활용되었다. 면담횟수 및 시간은 한 연구참여자 당 평균 2-3시간 정도 진행하였고, 평균면담회수는 1회였으며, 필요시 전화면담을 1-2회 추가로 진행하였다. 면담장소는 참여자의 허락 하에 기관내 상담실 또는 커피숍 등에서 진행하였다. 그리고 심층면접은 참여자의 허락을 받은 후에 자료의 누락을 방지하기 위하여 녹음을 한 후 전사하였다.

       2. 분석방법

    현상학적 접근방법의 목표는 이론이나 모델을 개발하고 일반적인 설명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 중인 현상의 경험을 정확하게 기술하는 것이다(김병희·안경주·최명애, 2004:15). 즉 ‘경험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반복질문을 통하여 연구문제에 접근하면서, 자료 및 분석에서 인식된 개념이나 기대 또는 틀을 사전 제시하지 않는 것이 현상학적 접근의 전제조건이며 직관이 지식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본다(강진숙·장지훈·최종민, 2009). 본 연구 역시 의미의 총체적 이해 및 제시에 주안점을 둔만큼, 현상학적 분석방법을 활용하고자 한다. 특히 현상학적 분석방법 중 Giorgi의 분석방법은 참여자가 경험한 현상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Giorgi, 1985), 비구조화된 심층면접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절차와 학제적 태도를 강조함으로써 관련분야에 학문적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기에 본 연구에 적합하다고 판단되어, Giorgi의 분석방법을 채택하였다. 이에 본 연구에서 자료분석은 Giorgi가 제시한대로 먼저 녹취록을 만들어 텍스트를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은 후, 현상학적 태도와 학제적 태도를 취하면서 의미단위(meaning unit)를 구축하였고, 의미단위들을 묶어 하위구성요소(sub-constituents)를 도출한 뒤, 이를 묶어 구성요소(constituents)를 도출하였으며, 의미의 구성요소들을 통합하여 일반화, 즉 각 구성요소와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경험의 일반적 구조’를 도출하고 이를 기술하였다.

       3. 연구의 엄격성을 위한 노력

    연구자들은 본 연구의 엄격성을 충족하기 위해 널리 알려진 Lincoln과 Guba (1985)의 4가지 기준인 사실적 가치, 정확성, 일관성, 적용성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자 노력하였다.

    사실적 가치(truth value)는 참여자의 경험의 진가를 가늠하는 척도로 얼마나 진실에 근접하였는가의 문제다. 본 연구는 연구자의 오랜 현장에서의 실천경험으로 참여자들과 신뢰를 형성하는데 무리가 없었으며, 참여자들이 자신들의 경험에 대해 자연스럽고 진솔하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면담은 기관 내 상담실이나 커피숍 등 편안하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으며, 현상학적 분석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비구조적 면접방법을 활용하였다. 자료의 정확성을 위하여 필사된 자료를 반복해서 읽었으며, 연구자들의 개인적인 경험은 ‘괄호치기(bracketing)’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또한 학제적 의미와 함의가 도출될 때까지 전체 연구자들과 충분히 의사소통과 논의를 진행하였고 서로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일관성을 얻기 위해 아동보호전문기관 설립 때부터 활동해온 15년 이상의 현장경험이 있는 아동학대전문가 1인과 질적연구 경험이 있는 사회복지 전공교수 2인에게 자문을 받는 과정을 거쳤으며, 연구자들의 선지식이나 경험에 의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였다. 적용성(applicability)은 연구 상황 이외에서 이 연구가 얼마나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지에 관한 것으로 연구주제와 관련하여 자료를 심층적으로 수집하고 포화시킴으로써 충족되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 연구 주제와 관련된 경험을 가진 참여자들을 유의표집하여 이들로부터 두터운 진술(Thick Description)을 얻고자 노력하였으며 또한 자료가 충분히 포화될 때까지 진행하였고, 이에 아동학대와 관련된 분야에서 개입경험을 이해하고 적용하는데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Ⅳ. 연구결과

       1. 참여자들이 경험한 아동학대 사망사례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이 경험한 아동학대 사망사건은 크게 ‘치명적 신체학대(fatal child abuse)’와 ‘치명적 방임(fatal neglect)’ 그리고 ‘과실치사/기타’ 등 세종류로 구분해볼 수 있는데, 이러한 분류는 ‘미국 연방정부의 아동학대 및 방임에 대한 정의(ECM, 2010)’를 일부 수정·적용한 것이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이 경험한 아동학대 사망사례는 <표 1>과 같이 ‘치명적 신체학대’가 4건, ‘치명적 방임’이 3건 그리고 ‘과실치사/기타’가 3건으로 총 10사례인데, 이들 사례를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피해아동의 경우, 성별은 남녀가 비슷하고 출생순위도 다양한데 비해 연령의 경우 유독 1살 이하의 영아가 많아 두드러진 특성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외국의 선행연구 결과와도 일치하고 있다. 영국은 1세 이하의 아기가 다른 어떤 연령집단보다 더 많이 살해되는 것으로 나타났고(Pritchard & Bagley, 2001), 미국도 5세 미만 아동 특히 1세 미만이 아동학대로 인해 사망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Klevens & Leeb, 2010; Petit & Curtis, 1997; 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US DHHS Administration for Children and Families, U.S. Advisory Board on Child Abuse and Neglect, 1995, 2002). 그런데 이러한 결과는 사실 놀라운 것은 아니라 고 본다. 나이가 어릴수록 스스로 자기를 보호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부모의 우발적이거나 지속적인 학대행위가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학대행위자의 특성을 보면, 친모 5명, 친부모 2명, 조모와 위탁모 및 대리모가 각각 1명으로 유독 친모가 많았다. 이러한 경향은 기존 선행연구인 Resnick(1969)의 고전적인 연구와도 일치하고 있는데, 그의 연구를 보면 가해자가 어머니인 경우가 아버지보다 2배 이상 많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을 포함한 아동살인사건의 가해자는 아버지가 더 많은 것으로 보고하고 있어(Cavanagh, Dobash & Dobash, 2007), Resnick(1969)의 60년대 연구와는 반대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불일치는 이해불가한 결과라기보다는 주양육자와 관련된 문제로 보여 진다. 즉 과거엔 서구도 주양육자는 어머니였으며 우리나라는 현재도 여전히 주양육자는 어머니인데, 주양육자인 어머니는 당연히 아버지보다는 더 많은 시간을 자녀와 함께 보내면서 양육의 책임과 부담을 더 많이 지게 되기 때문에 학대행위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망사례의 두드러진 특징으로는 10사례 중 8사례가 학대로 인한 사망사건 이전에도 일반학대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학대로 인한 사망은 단일사건이라기보다는 기존의 학대문제를 방치한 치명적 결과임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표 1>] 참여자들이 경험한 아동학대 사망사례

    label

    참여자들이 경험한 아동학대 사망사례

       2. 참여자들이 경험한 아동학대 사망사례 개입경험

    [<표 2>] 참여자들이 경험한 아동학대 사망사례 개입경험의 하위구성요소와 구성요소

    label

    참여자들이 경험한 아동학대 사망사례 개입경험의 하위구성요소와 구성요소

    1) 미성숙하고 무력화된(disempowered) 학대행위자

    (1) 심리사회적 미성숙함과 불안정한 생활

    ① 준비 안 된 미성숙한 부모: 조혼, 양육에 대한 무책임·무능·무지, 인습적 사고

    학대행위자의 경우 어린나이에 임신하여 출산한 경우가 많았고, 자녀에 대한 부모로서의 책임감과 부양 및 양육능력도 현저히 부족하였다. 또한 부모 자신도 어린 시절 적절한 양육을 받지 못한 채 성장하여, 건강한 양육기술을 보고 배운 적이 거의 없고 사회전반에 잔존하는 체벌에 의존한 전근대적 훈육방식만 체득함으로 폭력과 훈육을 제대로 구분조차 하지 못하는 등 양육기술이 부재하고, 자녀의 인권과 생명을 경시하는 등 심리사회적으로 또는 인식수준에서 부모로서의 준비가 안 된 미성숙한 부모가 많았다. 실례로 어린나이에 자녀를 출산하여 양육기술이 부재한 상태에서 자녀를 훈육 명목으로 심하게 때려서 결국 사망한 경우가 있었다. 한편 부모 모두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능력이 있었으나, 수술후유증으로 인한 장애가 우려되자 친권포기각서까지 쓰고 수술을 포기하여 결국 자녀가 사망한 사례가 있는데 이는 장애에 대한 편견과 아동인권 및 생명을 경시하는 인습적이고 미숙한 인식에 기인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② 심리·정서·행동문제: 우울증, 무기력, 사회적 소외감, 폭발적 정서, 게임중독 등

    참여자들은 학대행위자가 우울증, 무기력, 외로움, 사회적 소외감, 폭발적 정서, 게임중독 등의 심리·정서·행동적 어려움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고 보고하였다. 특히 치명적 학대로 인한 사망사례의 경우 학대행위자가 우울증이나 폭발적 정서문제로 감정통제력을 상실한 채 자녀에게 심각한 폭력을 행사하여 사망한 경우가 많았으며, 치명적 방임의 경우는 수술포기로 인한 의료적 방임을 제외하면, 게임중독이나 유흥문화에 빠져 자기조절능력(self-regulation)이 매우 미숙한 상태에서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

    ③ 불안정한 생활

    대부분의 학대행위자들이 사회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직업은 대개 일용노동직, 유흥업소 종사자, 무직 등이었으며, 주거문제의 경우 주거비가 없어 시댁이나 친족의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거나, 원룸에서 원룸으로 계속 거주지를 옮겨 다니며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경우도 있었고, 부부관계는 동거나 별거중인 경우가 많았으며, 배우자가 상습 도벽과 가출문제를 가진 경우도 있었다.

    (2) 공식적?비공식적 지지체계의 부재

    학대행위자 중 母의 경우 친정이나 친구 없이 외딴 지역에서 홀로 임신·출산·양육하면서 낯선 지역에서의 적응의 어려움을 경험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또한 친정이나 친척들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지역에 거주하더라도 관계가 소원한 편이었고, 이웃이나 종교기관 등 지역사회와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아 전반적으로 양육에 대한 지원이나 정서적 교류가 결핍된 상태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학대행위자들은 대부분 사회서비스나 정책과 유리된 채 폐쇄적으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았고, 정서적 어려움이나 중독문제 또는 자녀양육문제 등에 대해 공적 서비스기관으로부터 적절한 지원을 받은 경험이 드물었다.

    2) 미필적(未必的) 또는 미해결된 학대문제

    (1) 대물림: 학대행위자 자신이 학대피해자

    참여자들은 사망사례 학대행위자 중 몇몇은 아동기 때 학대피해자였으며, 그중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정서적 학대나 방임문제로 신고되어 클라이언트로서 일시보호서비스와 상담서비스 등을 받은 경우도 있다고 보고하였다. 이렇게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학대의 대물림현상은 가정폭력의 경우와 유사한 것으로, 아동학대나 가정폭력문제는 시간이 경과하면 저절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고 다음 세대로 계속 대물림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세대 간 대물림되는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사회적 대책이 요구된다.

    (2) 지속성: 일반학대의 연속선에서 반복적 재학대 끝에 발생

    참여자들은 아동학대 사망사례가 일반 아동학대 사례에 비해 희귀하거나 특수한 사례이거나 또는 사망사례 학대행위자가 일반 학대행위자들과 다른 심리·정서·행동적 특성에 차이가 있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아동학대의 연장선에서 발생한다고 보았다. 즉 학대사망과 일반 학대의 차이점은 거의 없으며, 사망사례의 경우 대부분 사망 전에도 지속적이거나 간헐적인 학대문제가 있었으며, 결국 치명적 학대나 방임까지 이르게 된 것으로 보았다. 특히 자기방어능력이 없는 영유아일수록 반복적 학대에 훨씬 취약하고 치명적이었으며 나이가 어릴수록 학대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보았다.

    (3) 미필적(未必的) 행위: 적극적인 고의는 없었지만 결과의 심각성을 인지함

    참여자들은 방임으로 인한 사망이든 학대로 인한 사망이든 모든 사망사례에서 학대행위자들이 ‘죽일 목적은 아니었지만, 결국 사망케 한 자신들의 학대행위를 시인’하였다고 보고하였다. 즉, 학대로 인한 사망은 적극적 의도나 목적을 가진 행동이라기보다는 ‘미필적’ 행위라 할 수 있다. 미필적(未必的)이란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고 한 것은 아닌’ 이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로 일본어에서 유래되어, 우리나라에서는 ‘미필적 고의(未必的 故意)’라는 법률용어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단어이다. ‘미필적 고의’는 ‘행위자가 범죄 사실의 발생을 적극적으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자기의 행위가 어떤 범죄 결과의 발생 가능성이 있음을 알면서도 그 행위를 하는 의식(다음 국어사전)’이라는 뜻이다. 이에서 유추하면 ‘미필적 행위’는 행위목적의 적극성은 없었을지 몰라도 결과는 인지할 수 있었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아동학대 분야의 저명한 학자인 Kempe도 그의 동료와 쓴 저서에서 ‘아동학대는 우연한 사고에 의한 것이 아니라 부모나 보호자의 행위 및 태만의 결과’라고 정의하였는데(Helfer and Kempe, 1974:11), 실제 참여자들이 경험한 학대사망도 이 정의에 부합된다고 볼 수 있다. 학대행위자들은 대부분 ‘죽일 의도는 없었다.’, ‘죽을 줄 몰랐다’고 하였지만, ‘그 행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에 따른 두려움 때문에 때론 아동의 생사가 오가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솔직한 상황설명을 하지 않고 자신의 학대행위를 숨기고 거짓말을 하거나 도망가는 등 책임 회피적 태도를 보였고, 그로 인해 의료진이 긴급한 의료처리를 못하여 더 상황이 악화되기도 하였다.

    3) 학대사망: 돌이킬 수 없는 또는 예측불가능한 상황 다루기

    참여자들이 보고한 아동학대 사망사례의 경우 대부분 개입시점을 놓친 상태에서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단계에 이르러서 신고가 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일부는 개입 중 예측불가능한 상황에서 사망사례가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1) 사망직전후 발견되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서 개입하기

    아동학대 사망사례의 경우 병원에서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학대로 인한 사망 또는 사망위험이 높은 학대의 경우 대부분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서 발견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아동학대 사망사건은 사망직전이나 직후에 병원에서 발견되어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소고발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 외에는 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경찰이나 법원으로 바로 사건이 이전된 후 종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사망아동의 형제자매가 있는 경우는 적극적으로 가족개입을 하게 되는데, 필요시 신속히 아동을 분리보호조치하거나 아동에 대한 심리상담 등을 연계지원하고 학대행위자의 배우자에게 양육코칭이나 가사도우미, 직업훈련이나 취업 등을 연계하여 지원하기도 하며, 사망 전후 병원치료와 관련하여 의료비지원을 하거나 사망 후 장례절차나 장례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그리고 사후관리차원에서 학대행위자가 집행유예 등으로 법적구속을 면한 경우, 사망아동 형제자매에 대한 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대행위자가 개입을 거부할 경우 현재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개입권한이 없기 때문에, 지속적 개입이나 사후관리의 여지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2) 개입과정 중 예기치 못하게 발생한 사망사례에 개입하기

    사망직전후 발견되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서 개입하는 경우뿐 아니라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개입하고 있던 중에 예기치 못한 사망사례가 발생한 경우도 일부 있었는데, 이중 한 사례의 경우, 학대행위자에게 정신과적 문제도 없었고, 평소 면접시 매우 순응적이고 비공격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상담원이 전혀 예측하거나 예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순간적 감정폭발로 인한 사망이 발생하였다. 상담원은 사건발생을 인지한 직후 바로 고소고발 등 법적조치를 취하였고, 아동에 대한 부검 및 사망진단, 장례절차 등을 지원하였으며, 사망아동의 형제자매에 대한 분리보호조치 등 다양한 가족개입을 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사실 이렇게 외적으로 이상징후를 보이지 않는 ‘명백하지 않은’ 고위험 사례는 ‘명백한’ 고위험 사례에 비해 오히려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사망위험을 예방하거나 대처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4) 열악한 사회제도적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며 상담원이 직면하는 한계

    (1) 열악한 사회제도적 환경

    ① 아동학대 관련체계의 비협조적 태도와 인식부족

    참여자들은 관련체계와의 협력관계에 대해 대부분 개인적 관계를 기반으로 한 협력체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서로 안면식이 있어서 잘 알면 협조받기 쉬운 반면, 안면식이 없는 곳은 때론 담당자가 ‘당신 뭐야’ 하는 식의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거나 서로 책임회피를 하기 때문에 업무협조를 받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간혹 있다고 하였다. 실례로 병원과 의료진의 경우 소극적이고 비관여적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으며, 교육 및 보육기관은 조직특성상 매우 폐쇄적이고 책임회피적 태도를 보였고, 공무원 조직은 상명하복, 복지부동자세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한편 경찰과 법조계의 경우 아동학대에 대해 일반 시민들보다 더 민감해야하지만, 오히려 역으로 폭력에 대해 허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는 부지불식간에 학대행위자에게 전해질 수 있고 때로 예기치 못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참여자들은 이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였다.

    ② 공적권한부재

    참여자들은 민간기관에서 공적인 역할을 수행할 때 오는 어려움도 경험하고 있었다. 실제로 학대행위자에 대한 조사는 공권력이 필요한 업무로서 학대행위자가 조사자의 공적 권위를 인정하고 적절한 사회적 법적 통제를 받아야하는 상황이 필요한데, 민간기관인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은 공적권한이 부재하기 때문에, 학대신고를 받고 현장조사를 나가면 학대행위자가 ‘네가 뭔데 무슨 근거로 참견하느냐’ 등의 무시나 적대적이고 위협적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보고하였다.

    ③ 학대에 대한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 해석과 법적용

    학대와 관련된 법제도는 마련되어 있지만, 학대행위에 대해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 해석과 법적용이 만연해 있어, 일관성과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있다. 경찰, 교육계, 의료계, 법조계 등 관련체계마다 아동학대에 대해 서로 달리 판단하거나 해석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특히 법조계의 경우 검사나 판사에 따라서도 법적용이 각각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으며, 판결도 그 죄질(아동살해)에 비해 과도한 감경조치를 하는 경향이 있어 대체로 일반 살인사건에 비해 매우 낮은 형량으로 판결하고 있었다. 실례로 참여자들이 담당한 학대사망사례의 경우 사망에 이르는 학대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집행유예 판결을 받는 등 죄에 비해 형량의 가벼운 판결을 받았다

    ④ 개별 아동단위 신고개입체계 문제

    현재는 신고시스템이 개별 아동단위 중심이기 때문에 가족단위의 개입이 어려우며, 사망사례의 경우도 사망한 아동만 개별사례로 접수되어, 신고된 아동이 사망하면 종결되는 시스템이다. 즉, 학대는 가족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개별 아동단위의 신고 및 개입체계이기 때문에,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사례관리나 기록도 개별 아동단위로 관리되고 있고 학대사망아동의 형제자매가 있는 경우도 학대문제가 잠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가족개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즉, 형제자매가 있는 경우 학대행위자에 대한 사후관리와 가족개입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으로 가족단위의 개입권이 보장되지 않아 실천적 한계에 직면하고 있었다.

    ⑤ 소 잃고 외양간 방치하는 제도

    참여자들은 사망사례의 경우, 지역사회 내에 학대를 조기발견하고 개입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있었다면 충분히 예방될 수 있는 경우도 많다고 보았다. 즉 아동이 소속된 지역사회기관이나 교육기관에서 정기적 가정방문이나 위기가정 지원 및 사례관리 등 심각한 아동학대의 징후를 조기에 민감하게 발견하고 개입할 수 있는 학대예방‧대책시스템이 있었다면, 돌발적인 예측불가능한 사건 외에는 사망사례를 충분히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다고 보았다.

    (2) 24시간 위기개입에 따른 과도한 업무스트레스와 소진

    주요 업무가 위기개입이므로 24시간 근무하기 때문에 평소에도 야근이 잦은데 휴일이나 명절에도 상시로 업무연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업무스트레스가 높았다. 또한 학대행위자의 위협에 부지불식간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며, 현장조사나 위기개입이후 체계적인 연계시스템이 부재한 상태에서 언제 어떤 위급상황이 발생할지 몰라 항시 긴장상태에 놓여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또는 위기개입 사례를 다루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한 상태에서 과도하게 사례가 누적되는데 따른 스트레스도 많았다.

    (3) 과도한 개인적 책임감

    각 사례를 상담원 개개인이 각자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항상 과도한 책임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물론 각 사례에 대해 기관이 공적책임을 지고 있고 수퍼비전도 제공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위기개입상황에서 각 개인이 판단하고 개입해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담당사례에 대해 거의 무한책임을 져야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고, 항시 과중한 개인적 책임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특히 사망사례의 경우 좀 더 일찍 발견했다면 살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가정적 사고와 더불어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 및 업무에 따른 책임감을 과중하게 느끼고 있었다.

    5) 상담원이 홀로 짊어지는 딜레마와 트라우마

    (1) 조사와 상담, 이중적 역할에 따른 딜레마

    참여자들은 대부분 조사와 상담서비스를 모두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역할불일치에 따른 딜레마와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었다. 현장조사는 학대행위자의 가해문제에 대해 증거를 수집하고 위기상황에서는 피해아동의 생명을 긴급히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가해자 처벌중심으로 접근하게 되며, 상담서비스는 학대행위자의 변화를 돕는 것이기 때문에 클라이언트 중심으로 접근하게 된다. 이렇듯 동일한 학대행위자를 한편에서는 가해자로서 ‘조사’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클라이언트로서 ‘상담’하게 됨에 따라 참여자들은 그 이중적 역할을 수행하는데서 오는 ‘역할불일치’와 ‘관계’의 딜레마를 경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조사가 상담의 일부가 될 수도 있지만, 상담과 조사는 기본적으로 그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상담원 한사람이 동시에 두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조사에서 상담원이 배제된 채 경찰이나 공권력에만 조사를 전적으로 맡기게 되면, 가해자 처벌중심주의로 치우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피해아동을 방치하고 서비스 개입수준이 역행될 수 있으므로, 상담원이 조사자로서의 공적권한을 부여받고 아동주의 입장에서 현장조사를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2) 가족보존과 학대행위자 처벌의 딜레마

    참여자들은 사망사례에 개입하면서 가해자 처벌과 가족보존이라는 관점 그리고 가해자이자 클라이언트인 학대행위자와의 관계에서 오는 딜레마로 다소간 혼란스러움을 경험하였다고 한다. 학대행위자가 자녀살인이라는 중대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윤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고, 법에서 사망한 아동보다 남아있는 자녀의 양육에 강조점을 더 두고 관대한 판결을 하는 것에 대한 반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그리고 학대행위자인 부모가 집행유예 등으로 법적인 구속 상태를 벗어나게 되면, 법적으로 특별한 관리나 조치가 전혀 없기 때문에 사망아동의 형제자매의 경우 법적인 판결이후에 오히려 더 잠재적 학대위험에 방치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해자인 학대행위자도 클라이언트이며, 가장 변화가 필요한 핵심적인 클라이언트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진정한 학대문제 해결은 학대행위자의 변화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 죄질에 적합한 처벌도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문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도록 학대행위자의 변화를 돕는 공식적인 개입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3) 심각한 외상후 스트레스

    모든 참여자들은 사망사례에 개입한 뒤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무기력, 자책감, 두려움, 절망감, 자괴감, 분노감, 우울 등 다양하고 심각한 외상후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외상후 스트레스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체계는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아, 참여자들 대부분 스스로 문제를 감당하면서 극복하고 있었다.

    6) 아동학대 방기(放棄)하는 폭력허용적?몰인권(沒人權)적 사회

    (1)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아동에 대한 폭력이 허용되는 사회

    참여자가 만난 학대행위자들 대부분은 학대를 죄라고 인식하지 못하였으며, 단지 훈육의 일환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학대와 훈육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대행위자가 자녀의 잘못을 훈육한다는 명목으로 심각한 폭력을 행사하다 결국 자녀가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 이렇게 죽음을 부르는 훈육이라는 이름의 폭력은 우리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폭력허용적 태도와 낮은 인권수준을 반영하는 것이라 하겠다. 우리사회는 어른이 아동을 때리는 것을 볼 때, ‘때려서라도 가르쳐야 한다’거나 ‘맞을 짓을 했겠지’라로 생각하며 피해아동의 입장보다는 가해어른의 입장에 더 공감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전근대적인 사고는 학대행위자 뿐 아니라 학대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해결해야할 경찰, 교육, 법조계, 의료계 등 아동학대 협력체계 내의 전문가들에게서도 알게 모르게 만연해 있었다.

    (2) 아동을 소유물로 여기는 몰인권(沒人權)적 사회

    참여자가 경험한 아동학대 사망사례 중 우울증으로 자녀를 살해하고 자살한 母가 있었는데, 이렇게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고 자살한 경우에 대해 우리사회는 종종 ‘동반자살’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이 단어는 부모가 자녀의 생명을 박탈할 수 있음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동반자살’뿐만 아니라 어린 자녀의 생명은 부모가 결정 할 수 있는 것처럼 여기는 경우도 있으며, 심지어 자녀를 살해한 학대행위자 중 일부는 자녀살인이라는 씻지 못할 죄를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부모가 자식을 소유물로 여기고 자식의 생사여탈권을 가진 것으로 생각하는 등 아동에 대한 몰인권(沒人權)적인 인습적 사고가 뿌리깊이 내면화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사회가 아동을 온전한 한 인격체로서가 아니라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며 심지어 자녀에 대한 생사여탈권마저도 부모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전근대적 인식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3. 아동학대 사망사례 개입경험의 일반적 구조

    본 연구에 참여한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의 아동학대 사망사례 개입경험은 ‘아동학대 방기하는 열악한 사회제도적 환경에서 고군분투(孤軍奮鬪)하나 속수무책(束手無策, Helplessness: 어찌할 도리가 없음)’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경험의 의미에 대한 구성요소를 통합하여 도출한‘일반적 구조’는 [그림 1]과 같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이 경험한 아동학대 사망사례는 ‘치명적 신체학대’가 4건, ‘치명적 방임’이 3건 그리고 ‘과실치사/기타’가 3건으로 총 10사례인데, 이들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학대행위자의 특성을 살펴보면 친모의 경우 십대나 20대 초반에 임신출산한 경우가 많았는데 비해, 친부는 십대부터 삼십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였다. 결혼형태는 대부분 동거나 별거 등 법률혼관계보다는 사실혼관계가 더 많았으며, 직업은 일용직이나 유흥업소 또는 무직 등 대부분 불안정하였고, 주거도 원룸이나 월세 또는 더부살이 등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 학대행위자 중에는 자기 자신이 아동기 때 학대피해자로서 학대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청소년기에 가출하여 외지로 떠돌다가 남편을 만나 어린 나이에 출산한 경우도 있었으며, 가장은 대체로 사회적으로 직업적으로 무능력하여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지 못하고 원룸에서 원룸으로 떠돌며 빈곤하고 불안정한 생활을 하는 사례들이 많았다. 이는 가해자의 아동기 학대 경험, 아동기 보호의 질과 안전성(Loeber & Stouthamer-Loeber, 1998), 그리고 양육자의 어린 연령, 빈곤(Alexander, 1994; 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US DHHS Administration for Children and Families, U.S. Advisory Board on Child Abuse and Neglect, 1995) 등이 아동학대 사망과 관련 있다고 보는 기존 연구결과와 일치하고 있다.

    한편 참여자들이 경험한 학대행위자들은 대부분 폭발적 정서, 우울증, 무력감, 게임중독 등 심리정서행동상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고, 양육에 대해 무능·무지·무책임한 상태였다. 거의 모든 학대행위자들이 본인도 맞고 자랐기 때문에 아이들은 때려서 가르쳐야 한다는 식의 부적절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또한 훈육과 학대를 구분하지 못하는 가운데 학대가 시작되었고 시간이 갈수록 학대문제는 더 심각해져 갔다. 그러나 공식적·비공식적 지지체계가 매우 협소하거나 부재하여 주위로부터 적절한 개입이나 도움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이렇게 미해결된 문제가 점점 누적되어가는 상황에서 양육스트레스를 심각하게 경험할 때 또는 감정조절능력을 순간 상실할 때, 그리고 우울증 등 심리정서적 문제가 병행될 때, 학대행위자들은 미필적 고의 즉 적극적인 고의는 없었지만 결과의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는 상태에서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결과를 야기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아동학대 사망사례의 경우 치명적 상황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병원이나 경찰에 신고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대부분 돌이킬 수 없는 상황 또는 예측불가능한 상황에서 개입하게 되며, 이때는 의학적 또는 법적인 절차를 밟는 등 사건처리 위주의 개입 외에는 거의 개입의 여지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지역사회 내 적극적인 아동학대예방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아, 심각한 학대가 일어나더라도 훈육차원으로 이해하고 신고를 하지 않거나 또는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부모가 훈육차원의 체벌이라고 주장할 경우 심각한 외상이 아니면 대개 훈방조치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렇게 학대문제가 미해결된 채 방치되는 과정에서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예측불가능한 또는 돌이킬 수 없는 사망사례에서 속수무책인 상태를 경험한 모든 상담원들은 생명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큰 자책감과 함께 무력감, 무능감, 무기력, 우울 등 심각한 외상후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외상후 스트레스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은 없었으며, 대부분 홀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극복해내야만 했다. 이러한 트라우마 문제 뿐 아니라 상담원들은 개입과정에서 여러 가지 딜레마를 경험하였는데, 특히 행위자의 범죄를 조사하는 역할과 행위자의 변화를 돕는 상담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하는데서 오는 역할딜레마와 양육자이자 범죄자인 학대행위자의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과 가족보존에 대한 딜레마를 수시로 경험하고 있었다. 한편 기관의 인력이 항시 부족한 상태에서 24시간 위기개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상담원들은 새벽이나 휴일에도 위기전화를 받고 필요시 현장출동을 해야하는 등 늘 긴장상태에 놓여있는데다가, 담당사례에 대해 거의 무한책임을 요구받고 있어 모든 상담원들이 과도한 책임감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그에 따른 소진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상담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문제는 현재 아동학대에 대한 법적 제도적 환경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아동학대 예방과 대책에 대한 체계적 시스템이 부재하거나 미흡하다는 것이다. 상담원들은 상시 위험에 노출된 상태에서 현장조사를 수행해야하지만 공적권한이 부재하여 역할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경찰, 법원, 병원, 공적 전달체계 등 다양한 관련체계와 연계하여 조치를 취해야하는 상황이 많이 있지만 협력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아 필요한 협조를 구하기가 수월치 않았고, 관련 전문가의 아동학대에 대한 인습적 사고와 비협조적 태도로 인해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경우를 경험하기도 하였다. 게다가 의학적으로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아동학대에 관해 합의된 기준이 없어 각 분야에 따라 이현령비현령식의 해석을 하고 있어 개입시 혼란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또한 학대문제의 경우 가족개입이 필수불가결한데도 불구하고 신고체계나 개입단위가 신고된 개별아동으로 한정되어 있어, 과거 학대문제 등 형제자매나 가족에 대한 필수적인 정보조차 확인하기 어려워 시기적절한 개입이 어려웠던 사례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심각한 학대가 반복적으로 지속되고 있었으나 지역사회의 무관심과 시스템 부재로 신고·발견되지 않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생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망에 까지 이른 경우도 있는 등 열악한 사회제도적 환경이 개입에 큰 장애가 되고 있었다. 이렇게 상담원들은 여러 가지로 열악한 사회제도적 환경에서 아동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아동에 대한 폭력이 허용되고 있고, 여전히 부모에 의한 영아살해의 경우 다른 살인사건보다 훨씬 가볍게 처벌하거나 자녀살해 후 자살하는 경우를 동반자살이라고 표현하는 등 아동을 소유물로 여기는 인습적이고 몰인권적 사고가 만연되어 있는 뿌리 깊은 폭력허용적이고 몰인권적인 사회분위기에서 아동학대와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문제는 근절되기 어려우며, 상담원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Ⅴ.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아동학대 사망사례 개입경험의 본질을 밝히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연구자들은 아동학대 사망사례 개입경험이 있는 상담원 8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하였고, 질적자료의 분석방법은 Giorgi의 현상학적 연구방법을 적용하였다.

    연구결과 참여자들의 아동학대 사망사례 개입경험은 하위구성요소 15개, 구성요소 6개로 도출되었는데, 도출된 6개의 구성요소를 살펴보면, 첫 번째 미성숙하고 무력화된(disempowered) 학대행위자, 두 번째 미필적(未必的) 또는 미해결된 학대문제, 세 번째 학대사망: 돌이킬 수 없는 또는 예측불가능한 상황 다루기, 네번째 열악한 사회제도적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며 상담원이 직면하는 한계, 다섯번째 상담원이 홀로 짊어지는 딜레마와 트라우마,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 아동학대를 방기(放棄)하는 폭력허용적·몰인권(沒人權)적 사회 등이다. 이러한 구성요소를 통합하여 도출한 아동학대 사망사례 개입경험은 ‘아동학대 방기하는 열악한 사회제도적 환경에서 고군분투(孤軍奮鬪)하나 속수무책(束手無策, Helplessness: 어찌할 도리가 없음)’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일반적 구조는 앞 장의 [그림 1]과 같다.

    이상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몇 가지 제언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아동학대 사망문제는 거시적으로 ‘아동인권과 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전환’에 초점을 두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즉 학대는 범죄라는 인식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인식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가차원에서 다양한 인식고양 프로그램과 캠페인을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법과 정책은 사회적 인식수준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과거에 비해 아동성폭력에 대한 법과 정책이 강화된 것은 아동성폭력이 심각하고 중대한 범죄라는 인식이 확고해졌고 그에 따라 강력한 법적조치와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래서 현재 아동성폭력은 성인성폭력보다 더 강력한 법적처벌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해, 아동학대나 학대로 인한 자녀살인은 법적 처벌수준이 다른 폭력이나 살인에 비해서 오히려 더 낮으며, 학대와 관련된 정책이나 서비스도 매우 미흡한 수준에 머물고 있어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수준이 척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 ‘아들딸 구별 말고…’ 라는 국가차원의 캠페인을 통한 가족정책으로 인습적인 남아선호사상이 크게 개선되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이는 사회적 인식전환이 적극적인 사회정책적 노력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아동학대에 대한 인습적이고 전근대적인 인식에 대해 전략적이고 사회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빠른 기간 내에 충분히 인식전환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둘째, 아동학대 사망문제는 사망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필수적 이며, 이를 위해 아동학대 예방·발견·신고·지원체계를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동학대 사망사건은 범죄적 부모에 의해 발생하는 특수범죄이거나 희귀한 사례라기보다는 학대의 연장선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아동학대 사망에 대한 최선의 대책은 예방이며, 이를 위해 아동발달단계에 따른 아동학대 screening 및 예방시스템이 작동되도록 해야 하며, 의료진, 교사, 사회복지사 등 신고의무자 및 기관에 관한 법을 강화하고 신고자에 대한 보호체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자기보호능력과 표현능력이 없는 신생아, 영유아에 대한 학대문제 발견과 보호를 위해 가정방문과 양육서비스를 지원하고, 학대위험이 높은 위기아동을 돕는 지역사회 지지체계를 구축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아동학대는 피해아동만이 아니라 가족 전체의 문제이므로, 개별아동 단위가 아니라 가족단위로 신고를 받고 가족단위로 개입할 수 있도록 개입단위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셋째,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가 학대행위자의 변화이므로, 학대행위자의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클라이언트 중심의 관점을 지향하면서 민관(民官) 영역의 상생적 서비스 지원체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아동학대는 아동이 스스로 예방하거나 대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학대행위자의 변화가 있어야 학대가 중단될 수 있기 때문에 학대행위자에 대한 조기개입은 아동학대 사망을 예방하는 핵심적 대책이 될 수 있다. 특히 학대행위자들의 심리·사회·정신적 미성숙과 무력화(disempowermenet)는 학대행위의 근원 중 하나이므로 학대행위자의 심리사회적 성숙과 임파워먼트를 통해 학대중단을 돕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사망사례의 경우 미필적 또는 미해결된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훈육과 학대를 구분 못하는 등 양육에 대한 무지와 더불어 학대에 대한 인식부재의 결과로도 볼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도 필요하다고 본다. 즉 학대는 명백한 범죄행위이며 심각한 문제임을 인식하도록 돕고 양육지원서비스, 부모교육, 지속적인 모니터링 등 학대재발 및 대물림을 방지하는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민간영역의 전문성과 클라이언트 중심의 관점을 지향하면서 공적영역의 협조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학대에 관한 전문성 확보나 충분한 사전준비 및 전달체계에 대한 변화 없이 학대관련업무가 공공영역으로 이전되면, 공무원 업무수행특성상 가해자중심, 조사, 법적처벌중심으로 방향이 전환될 가능성이 높고, 서비스전문성은 낮아지는 등 오히려 학대관련 정책과 서비스가 퇴보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 민간영역이 가지고 있는 클라이언트 중심의 전문적 서비스체계를 강화하면서 공적영역의 지원·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효과적이고 전문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업무지원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상담원들은 24시간 위기개입 업무와 더불어 법적권한이 부재한 상황에서 현장조사라는 공적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항시 긴장상태에 놓여 있다. 그리고 담당사례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한다는 심리적 압박감과 과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클라이언트에 대한 이중적 관점과 역할불일치에 따른 딜레마와 과도하게 누적된 사례 등으로 높은 수준의 업무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한편 사망사례 개입이후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무기력, 자책감, 두려움, 절망감, 자괴감, 분노감, 우울 등 심각한 외상후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었다. 이러한 실천현장의 다양한 어려움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위기개입이후 지역사회기관에서 지속적으로 사례관리를 할 수 있도록 차등적 대응체계(differential response)를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김지혜·정익중·이희연·김경희, 2013), 민간기관 상담원이 공적역할을 수행하는데 따른 법적 권한을 강화하고, 사고 시 법적보상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효과적인 업무수행에 필요한 전문적 수퍼비전 체계를 구축하고, 외상후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치료적 지원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아동학대 관련법과 제도를 사회적 의식수준 및 생명존엄의식에 부합하도록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동학대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법적기준을 마련하고, 사회복지분야, 의료분야, 교육분야, 경찰 및 법조분야 등 각 관련영역에서 각 담당자가 아동학대에 대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임의적용 하는 방식을 지양하며, 누가 어떤 영역에서 개입해도 명확하고 납득가능한 판단기준 및 동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 1. 강 은숙, 김 민정 2006 “아동학대예방센터 상담원의 직무스트레스 실태 및 이직고려와 직무 만족도에 관한 연구”. [『한국가족복지학』] Vol.11 P.43-663 google
  • 2. 강 진숙, 장 지훈, 최 종민 2009 “2008 촛불집회 참여 경험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 [『한국방송학보』] Vol.23 P.7-48 google
  • 3. 공 계순 2005 “아동학대예방센터 상담원의 이직의도 관련요인에 관한 연구”. [『한국아동복지학』] Vol.19 P.7-35 google
  • 4. 공 계순 2005 “아동학대예방센터 상담원의 소진에 관한 연구”. [『한국가족복지학』] Vol.10 P.83-103 google
  • 5. 김 미정, 최 말옥 2012 “아동보호전문기관 퇴직 상담원의 2차적 외상스트레스에 관한 질적연구”. [『사회과학연구』] Vol.28 P.153-183 google
  • 6. 김 병희, 안 경주, 최 명애 2004 “대학생의 비만경험과 비만예방 광고에 대한 현상학적 접근”. [『한국광고홍보학회』] Vol.6 P.7-38 google
  • 7. 김 성희, 이 재연 2005 “아동학대예방센터 상담원들의 신변안전에 대한 인식”. [『아동권리연구』] Vol.9 P.375-391 google
  • 8. 김 지혜, 정 익중, 이 희연, 김 경희 2013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대한 신문기사 분석”. [『한국사회복지학』] Vol.63 P.131-154 google
  • 9. 문 선화, 김 지영, 현 안나, 김 현옥, 김 지연, 김 현지 2010 『아동학대의 이해』. google
  • 10. 박 지영 2008 “아동보호전문기관 직원의 외상관련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및 관련요인 연구”. [『정신보건과 사회사업』] Vol.29 P.177-206 google
  • 11. 2012 2012년 아동분야 사업안내. google
  • 12. 2011 『2010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 google
  • 13. 2013 『2012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 google
  • 14. 신 준섭 2008 “사회복지 실천현장의 클라이언트 폭력 연구: 아동보호서비스 현장을 중심으로”. [『한국아동복지학』] Vol.27 P.37-68 google
  • 15. 오 정수, 정 익중 2013 『아동복지론』 google
  • 16. 윤 혜미, 박 병금 2004 “아동학대예방센터 상담원의 소진관련 요인에 관한 연구”. [『한국사회복지학』] Vol.56 P.279-301 google
  • 17. 이 태진, 홍 경준, 김 태완, 최 현수, 김 문길, 김 선미, 김 사현, 최 옥금, 우 선희, 김 효진, 강 성민 2007 『2007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점검 평가-기초보장수급자 및 담당자 심층면담을 중심으로-』. google
  • 18. 이 호중 2009 “아동학대개입시 상담원의 신변보호를 위한 법제도적 개선방안”. [『서강법학』] Vol.11 P.381-410 google
  • 19. 정 익중, 이 희연, 김 경희, 김 지혜, 김 세원, 이 정은 2012 『아동학대 사망관련 지원서비스 체계화방안 연구』. google
  • 20. 2012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스트레스 반응에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 google
  • 21. Alexander R. 1994 Verbal testimony. [Executive Committee Meeting] google
  • 22. Cavanagh K., Dobash E., Dobash R. P. 2007 “The murder of children by fathers in the context of child abuse.” [Child Abuse & Neglect] Vol.31 P.731-746 google cross ref
  • 23. 2012 Child maltreatment 2010: summary of key findings. google
  • 24. Cornille T. A., Meyers T. W. 1999 “Secondary traumatic stress among child protective workers prevalence, severity and predictive factors.” [Traumatology] Vol.5 P.1-17 google cross ref
  • 25. Crume T. L., DiGuiseppi C., Byers T., Sirotnak N. P., Garrett C. J. 2002 “Underascertainment of child maltreatment fatalities by death certificates, 1990-1998.” [Pediatrics] Vol.110 P.e18 google cross ref
  • 26. Damashek A., Bonner B. L. 2010 “Factors related to sibling removal after a child maltreatment fatality.” [Child Abuse & Neglect] Vol.34 P.5633-569 google cross ref
  • 27. Douglas E. M., McCarthy S. C. 2011 “Child maltreatment fatalities: predicting rates and the efficacy of child welfare policy.” [Journal of Policy Practice] Vol.10 P.128-143 google cross ref
  • 28. 2010 We can do better: Child abuse and neglect deaths in America. google
  • 29. Ewigman B., Kivlahan C., Land G. 1993 “The missouri child fatality study: underreporting of maltreatment fatalities among children younger than five years of age, 1983 through 1986.” [Pediatrics] Vol.91 P.330-337 google
  • 30. Friedman S. H., Horwitz S. M., Resnick P. J. 2005 “Child murder by mothers: a critical analysis of the current state of knowledge and a research agenda.”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Vol.162 P.1578-1587 google cross ref
  • 31. Geertz C. 1973 The Interpretation of Cultures: Selected Essays. P.3-30 google
  • 32. Giorgi A. 1985 Phenomenology and psychological research. google
  • 33. Graham J. C., Stepura K., Baumann D. J., Kern H. 2010 “Predicting child fatalities among less-severe CPS investigations.” [Children and Youth Services Review] Vol.32 P.274-280 google cross ref
  • 34. Helfer R. E., Kempe C. H. 1974 The Battered Child (2nd ed). google
  • 35. Herman-Giddens M. E., Smith J. B., Mittal M., Carlson M., Butts J. D. 2003 “Newborns killed or left to die by a parent: A population-based Study.” [Journal of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Vol.289 P.1425-1429 google cross ref
  • 36. Jaffe P. G., Campbell M., Hamilton L. H. A., Juodis M. 2012 “Children in danger of domestic homicide.” [Child Abuse & Neglect] Vol.36 P.71-74 google cross ref
  • 37. Jason J. 1983 “Child homicide spectrum.” [American Journal of Diseases of Childhood] Vol.137 P.578-581 google
  • 38. Kajese T. M., Nguyen L. T., Pham G. Q., Pham V. K., Melhorn K., Kallail K. J. 2011 “Characteristics of child abuse homicides in the state of Kansas from 1994 to 2007.” [Child Abuse & Neglect] Vol.35 P.147-154 google cross ref
  • 39. Kasim M. S., Cheah I., Shafie H. M. 1995 “Childhood deaths from physical abuse.” [Child Abuse & Neglect] Vol.19 P.847-854 google cross ref
  • 40. Kempe C. H., Silverman F. N., Steele B. F., Droegemuller W., Silver H. K. 1962 “The Battered Child Syndrome.”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Vol.181 P.17-24 google cross ref
  • 41. Klevens J., Leeb R. T. 2010 “Child maltreatment fatalities in children under 5: findings from the national violence death reporting system”. [Child Abuse & Neglect] Vol.34 P.262-266 google cross ref
  • 42. Lincoln Y. S., Guba E. G. 1985 Naturalistic Inquiry. google
  • 43. Loeber R., Stouthamer-Loeber M. 1998 “Development of juvenile aggression and violence: Some misconceptions and controversies.” [American Psychologist] Vol.53 P.242-259 google cross ref
  • 44. Mouzos J., Rushforth C. 2003 Family homicide in Australia(Trends & Issues in Crime and Criminal Justice No. 255). google
  • 45. Palusci V. J., Wirtz S. J., Covington T. M. 2010 “Using capture-recapture methods to better ascertain the incidence of fatal child maltreatment.” [Child Abuse & Neglect] Vol.34 P.396-402 google cross ref
  • 46. Petit M., Curtis P. 1997 Child abuse and neglect: A look at the states. google
  • 47. Pritchard C., Bagley C. 2001 “Suicide and murder in child murderers and child sexual abusers.” [Journal of Forensic Psychiatry] Vol.12 P.269-286 google cross ref
  • 48. Resnick P. 1969 “Child murder by parents: A psychiatric review of filicide.”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Vol.126 P.325-334 google cross ref
  • 49. Schnitzer P. G., Ewigman B. G. 2008 “Household composition and fatal unintentional injuries related to child maltreatment.” [Journal of Nursing Scholarship] Vol.40 P.91-97 google cross ref
  • 50. Sidebotham P., Bailey S., Belderson P., Brandon M. 2011 “Fatal child maltreatment in England, 2005-2009.” [Child Abuse & Neglect] Vol.35 P.299-306 google cross ref
  • 51. Somander L., Rammer H. 1991 “Intra and extra familial child homicide in Sweden 1971?1980.” [Child Abuse & Neglect] Vol.15 P.45-55 google cross ref
  • 52. Stiffman M., Schnitzer P. G., Adam P., Kruse R. L., Ewigman B. G. 2002 “Household composition and risk of fatal child maltreatment.” [Pediatrics] Vol.109 P.615-621 google cross ref
  • 53. “Administration for Children and Families, U.S. Advisory Board on Child Abuse and Neglect. 1995.” A nation’s shame: Fatal child abuse and neglect in the United States. google
  • 54. 2007 Child Maltreatment 2005. google
  • 55. 2010 Child Maltreatment 2008. google
  • 56. DAUM국어사전. google
OAK XML 통계
이미지 / 테이블
  • [ <표 1> ]  참여자들이 경험한 아동학대 사망사례
    참여자들이 경험한 아동학대 사망사례
  • [ <표 2> ]  참여자들이 경험한 아동학대 사망사례 개입경험의 하위구성요소와 구성요소
    참여자들이 경험한 아동학대 사망사례 개입경험의 하위구성요소와 구성요소
  • [ <그림 1> ]  상담원들의 아동학대 사망사례 개입경험의 일반적 구조
    상담원들의 아동학대 사망사례 개입경험의 일반적 구조
(우)06579 서울시 서초구 반포대로 201(반포동)
Tel. 02-537-6389 | Fax. 02-590-0571 | 문의 : oak2014@korea.kr
Copyright(c) National Library of Kore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