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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Etude sur le monde mythique dans Un de Baumugnes 『보뮈뉴의 한 남자』에 나타난 신화적 세계
  • 비영리 CC BY-NC
ABSTRACT
Etude sur le monde mythique dans Un de Baumugnes
KEYWORD
la nature , Pan , Terre-Mere , la parole , la musique
  • 1. 들어가는 글

    지오노의 초기작품에 속하는 『보뮈뉴의 한 남자Un de Baumugnes』는 『언덕Colline』, 『소생Regain』과 함께 ‘목신의 삼부작’으로 일컬어진다. 삼부작 중 두 번째로 출간된 이 소설은 나이 지긋한 화자의 1인칭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골 처녀 앙젤(Angèle)은 마르세유 출신인 루이(Louis)의 꼬임에 빠져 타락하고, 결국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아기를 안고 부모의 품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그런 딸을 치욕스럽게 여긴 아버지는 그녀를 감금시켜버리지만, 알뱅(Albin)은 사랑으로 그녀를 구원한다. 『보뮈뉴의 한 남자』는 “지오노의 소설 중에서 가장 단순하고 가장 단조로운le plus simple et le plus linéaire de tous ses romans”1) 스토리를 취하지만 심층적 차원에서 살펴본 바 ‘이야기의 상징적 형태나 대상’, 즉 신화적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신화란 태초에 살았던 인물이나 태초에 일어난 사건 또는 우주 발생에 대한 창조의 이야기이다. 신 또는 신화적 영웅들의 이야기와 모험담은 인간의 모든 행위에서 모범이 되고, 인간은 자신을 능가하는 초월적 존재를 모방함으로써 신성한 시간에 합류할 수 있게 된다. 이 때 원형을 모방하여 그것을 재생하고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려는 신화적 행동은 태초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주기적 회복(le recouvrement périodique)의 그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신화는 “역사적 시간이 아니라 신화적 시간인 ‘본래의 시간’으로 역사적 사실과 무관하고, 보통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진리를 표현하는 특수 표현의 양식이며, 우리가 추구해야 할 시원적인 것을 암시하고 있다.”2)

    외견상 단순한 이야기로 여겨질 수 있는 『보뮈뉴의 한 남자』에서 이러한 신화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들은 상당 부분 발견된다. 그것을 작가에게 말과 이미지로 제공하고 있는 주체는 다름 아닌 자연으로, ‘보뮈뉴’라는 특권적 시·공간에서 자연은 공통된 하나의 이미지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본 논문은 『보뮈뉴의 한 남자』를 연구 대상으로 하여, 자연·인간·공간에 나타난 신화성을 고찰해보기로 한다.

    1)Pierre Citron, Giono, Seuil, 1990, p. 123.  2)안진태, 『엘리아데·신화·종교』, 고려대학교출판부, 2005, pp. 20-21.

    2. 본론

       2.1. 자연, 목신Pan, TOUT

    지오노는 자연의 이미지를 전적으로 감각에 의존하여 전달하고자 한다. 그것은 인간·동물과 같이 몸·형태·소리·냄새·감촉 등을 가지고 있는 물질로 묘사된다.

    대지를 표현한 신체용어(“une épaule de mamelon”3)), “휜 무화과나무 둥치le tronc courbé du figuier”(125), “구불구불한 습곡les replis de couleuvre”(27) 등은 유연하고 역동적인 자연의 움직임을 떠올리게 하고, 동시에 대지와 물의 감각성인 부드러운 곡선과 물결과 같은 일렁임을 불러일으켜 그 이미지는 뱀의 상상력에까지 이르게 된다. “동물 중에서 가장 대지적인” 뱀의 형태와 움직임, 즉 꾸불꾸불한 생김새와 땅으로 잠입하고 땅을 찌르고, “유연하면서도 단단하고, 꼿꼿하면서도 둥글고, 부동적이면서도 잽싼souple et dur, droit et rond, immobilisé ou rapide”4) 몸짓에 의해 자연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의 감각성을 띤다.

    한편 자연요소들에서 소리가 집중된 대상은 물·대지·식물로, 바람에 떨고 있는 잎새5), 밤에 노래하는 풀들6), 고양이처럼 가르랑거리고7) 이를 가는8) 뒤랑스(Durance)강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들이 내는 소리는 ‘떨림’, 즉 ‘인간의 호흡’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니다. 정태적 자연요소는 소리에 의해 원래의 모습이 아닌 동물·인간과 같이 역동성을 가진 새로운 이미지로 거듭난다. 뿐만 아니라 물9)·식물10)이 내는 비단 소리에 의해 자연은 비단옷을 입은 고귀한 여성의 이미지로 환기되기도 한다.

    “무른mou” 땅(149)의 촉감은 부드럽고 비옥한 습지, 그늘진 대지의 감각으로, 그것과의 접촉은 심신에 편안함을 제공한다. 또 손가락 사이를 물처럼 흐르는 곡식 낟알들은 충만한 대지와 물이 가진 원초적 생명력을 극대화하고11), “푸르름을 우려낸 것과 같은 바람du vent qui était comme une infusion de verdure”(173)에서 기체성의 그것은 식물의 색·맛의 감각을 통해 가시적 이미지로 변모한다.

    이처럼 자연은 지오노의 감각적인 표현에 의해 완전하게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자연에 대한 이러한 감각들은 사물들 간의 조응을 가능하게 하고, 상호간의 속성을 취함으로써 종(種)의 경계가 균열되고 파괴된다. 그 과정에서 자연의 형상은 분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전하게 열려 있는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 ‘고유한 형태가 없는 형태(une forme informe)’ 또는 인간·동물·식물․대지 등이 마구 뒤섞여 있는 ‘반죽’ 상태의 자연은 흡수·수용·포용이 언제든지 가능한 상태, 즉 무한한 잠재성을 내포한 여성의 고유성과 일치하고, 각각의 자연요소들은 완성된 자연의 이미지에 근접한다.

    대지·강·나무·바람 등이 독립적인 유기체로서 소우주적 존재가 되는 것은 지오노적 자연만의 특징으로 그것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목신의 이미지와 상통한다. “민간 어원설에서 스토아학파의 철학자들은 ‘모든것(Tout)’을 의미하는 목신을 ‘우주(l’Univers)’와 지능을 가진 풍요로우며 창조적인 자연과 동일시한다. (…) 라틴 문학에서 그는 파우누스(Faunus), 실바누스(Sylvain)와 자주 혼동되고 몇몇 작가들은 다른 이름의 같은 신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들 중 목신은 이름의 어원에서 자연의 상징으로 간주되는 유일한 신이다. (…) 그의 두 뿔은 태양 광선을, 선명한 안색은 하늘의 섬광을, 윗배에 별 문양의 염소 피부는 하늘의 별들을, 온통 털로 덮힌 발과 다리는 대지와 나무, 식물들이 있는 세상의 아래 부분을 의미한다고 신화학자들은 말한다.”12) 신화학자들과 철학자들은 어원설을 그대로 받아들여 그를 우주 만물의 화신(化身)으로 본다. 『보뮈뉴의 한 남자』에서 목신의 존재는 “염소 치는 여목동들의 웃음소리le rire des gardeuses de chèvres”(43), 목신Pan과 동일한 철자법의 의성어 ‘pan’13)에서와 같이 소리에 의해 떠올려지기도 한다. 바람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는 도처로 울려 퍼져나가는 속성 때문에, 소리가 닿는 곳은 모두, 즉 세상 전체가 목신의 지배하에 있는 것과 같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소리’는 자연이 가진 목신의 이미지를 감지하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오노가 자연을 의인화하는 것은 만물 더 나아가 세계와 신을 동일시 하는 범신론적 세계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것은 그의 작품 세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그는 글을 쓰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감각을 통해 직접 이해하고 맛보고자 한다.14)

    이 인용문은 사튀르냉(Saturnin)의 ‘웃음’에 대한 아메데(Amédée)의 설명이다. 여기에서 웃음은 ‘생명’을 상징하는 물, 다시 말해 생명의 물질로 표현되고 있어, 눈물이 흐르는 것 같은 웃음은 고통이 몸에서 피처럼 흐르는 이미지와 중첩된다. “피고름”(22), “깊은 샘물 속에서 썩어가고 있을 고깃덩이의 그림자와 같은 어둠une ombre, comme le reflet d’une viande qui pourrirait au fond d’une fontaine”(10)도 ‘웃음’과 같은 경우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크나큰 고통을 물질화한 것이다. 이와 같이 지오노가 모든 감각적 특질, 즉 모든 현상을 생명의 물질로 몽상한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물질 그 자체로 그것은 사고(思考)가 아닌 그 형태·힘·삶·포괄적인 삶을 포함한다.16) 그는 자연과의 물질적인 접촉을 통해 만물을 감각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2.2. 지모신

    자연에서 환기된 목신의 형상은 등장인물에서도 발견된다. 먼저 앙젤을 보자. 자연의 숨소리와 관능성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어두운 밤, 그녀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처럼 “저 위에서” 수레 소리를 내며 등장한다. “단단하고 정확한” 손으로 수레와 말을 제어하는 앙젤17), 그리고 달빛에 비치는 그녀의 실루엣은 신화 속 여신의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것이 용맹스런 여신의 이미지였다면, 다음 예문에 나타난 그녀의 모습은 또 다른 이미지를 불러일으킨다.

    “뱃속 깊은 곳을 얼게 하는 노랫소리” 직후에 나타난 앙젤은 매우 관능적이면서 동시에 풍요로운 여신의 이미지로, 그녀의 몸과 머물러 있는 장소, 그녀의 행위가 이를 말해준다. 대지·물과 일체된 앙젤은 자연의 어머니가 되어 새 생명(“새로 난 풀”)에게 수유하듯 물을 준다. 지오노는 수유과정을 종교 의식처럼 엄숙하고, 또 자세하게 그려낸다.18) 앙젤의 미소와 아기의 흥분된 몸짓에서, 이 젖의 세례가 두 사람 모두에게 충만한 행복감을 가져다주고 있음을 우리는 확인한다. 자연만물은 생명의 순리에 따라 모유와 모태를 경험하고, 성장한 이후에도 그것은 “행복한 추억, 그 추억들에서도 가장 조용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영양이 되는 젖의 추억과 어머니의 품에 대한 추억이 된다.”19) 만물은 ‘레미니상스(réminiscence)의 내밀한 근원’이라 할 수 있는 그 각인된 추억에 의해, 수유자의 젖가슴에 안기어 깊이 잠든 아이를 스스로 꿈꾸게 된다.

    어두운 밤 앙젤이 갓난아기를 안고 등장하는 이 장면은 매우 극적이고 감동적이다. 비록 악인의 유혹에 빠져 윤락녀가 되고 사생아를 낳은 앙젤이지만, 그녀는 원초적인 자연의 순수함으로 이루어진 자연과 같은 인물이다.20) 그녀가 신비로운 천상의 여인으로 부각될 수 있는 것은 어둠속한 줄기 금빛 덕분으로, 그 역광에 의해 완연한 여신의 이미지로 변모한다. 자연의 기운을 받은(“버들가지와 비슷한 곡선으로 아이를 안기 위해 구부러진 팔과 어깨”(16)) 앙젤은 이상적이면서도 생생하게 성모 마리아-대지모로 구현된다.

    두 번째로 앙젤의 어머니, 필로멘느(Philomène)는 여성이지만 평소 남성이 하는 일을 도맡아 한다. 그녀는 남편 클라리우스(Clarius) 대신 일꾼의 삯을 흥정하고, 딸의 일로 충격을 받아 윽박지르고 폭력적인 사람이 되어버린 남편을 여성 특유의 힘으로 제어하고자 한다. 또 총으로 아메데를 위협하는 그를 어머니처럼 “등을 토닥이며” 달래고 잘못된 행동을 나무라기도 한다. 앙젤처럼 그녀도 자연의 기운을 가진 여성이다(“en bois d’arbre”(52)). 필로멘느의 초월적 면모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장소는 사람들이 모여 편안하게 식사하는 부엌이다. “한 마디 말없이”, “이를 문 채” 엄격한 질서 속에서 식사 준비를 하는21) 필로멘느의 움직임은 정확하고(“순서를 아는”), 그녀가 사용하는 ‘국자’는 일종의 상징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또한 부엌에 위치한 아궁이는 주인 필로멘느가 가진 창조적 힘을 증명해주는 요소이다.

    아궁이는 대체로 집의 중앙에 위치해 있고, 수많은 전통에서 중심 또는 세계의 중심(le nombril du monde) 역할을 한다.22) 그 불이 반사된 필로멘느의 빨간 눈은 아궁이의 상징성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부엌에서 아궁이의 불을 이용하여 음식을 만들고 자신의 몸을 통해 생명을 만들어내는 것은 모두 여성에 의해서이다. 둘루아르(Douloire)의 진정한 주인은 글의 내용에 나타나는 클라리우스가 아닌 필로멘느로, 그녀는 “사물들의 질서”를 꿰뚫고 있는 지혜롭고 창조적인 여성이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인물은 알뱅으로, 앙젤과 필로멘느가 여성인 데 반해 그는 남성이다. 알뱅은 “산의 일부”이고, 그의 이름은 ‘순수’의 또 다른 말이다.

    이 작품에서 “물처럼 맑은 남자”, “얼음처럼 속이 비치고 맑은 마음”, “얼음같이 순수한 남자”, 풍족한 물, 순백의 눈(目), 위로 솟아 있는 산 또는 나무, “훌륭한 목장”, “두 눈에 핀 꽃”, “나무의 솔직함”, “풀의 미소”, “물풀처럼 흔들거리며” 등은 알뱅에 대한 묘사로, 그가 그 누구보다 더 자연과 동일시되는 인물임을 말해준다. 알뱅은 흡사 자연을 자신의 옷처럼 입은 소우주적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의 상상적 차원에서 알뱅은 두 아이의 어머니로, 한 아이는 그에게 기대어 자고 또 한 아이는 알뱅의 젖을 빨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앙젤의 대지모적 이미지에서 언급한 것처럼, 젖은 우리의 심연 속에 각인된 어머니의 감촉 또는 물질로 “인간의 상상력에서 언제나 특권적인 물 toujours dans l’imagination des hommes une eau privilégiée”23)로 자리한다. 알뱅-자연은 남성이지만 만물의 영양분이 비축된 젖을 공급하는 대지모적 존재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세 사람은 지오노적 자연의 이미지, 즉 목신의 형상을 가진 인물들로, 지오노의 세계를 이루는 ‘우주 요소(l’élément cosmique)’이다. 그들 중에서 남성이면서 자연-목신과 동일시되는 알뱅의 고향 보뮈뉴와 보뮈뉴 언어의 고유성을 살펴보기로 한다.

       2.3. 말과 음악

    자연-목신과 동형(同形)인 알뱅은 하모니카를 연주하여 고통과 절망속에 죽어가는 앙젤과 둘루아르를 소생시키는 인물이다. 생명에 관여하는 그의 초월적 힘은 고향 보뮈뉴에서 비롯된다. 아주 먼 옛날 보뮈뉴의 조상은 모두가 믿는 종교를 믿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혀끝이 잘린 채 쫓겨난다. 갈 곳 없는 그들은 “자신들의 혀를 잘랐던 사람들이 믿지 못할 만큼 높이” 산으로 올라간다. 통과의례에 해당하는 이 수직적 오름의 행위는 시·공간의 폐기를 통해 ‘자유(la liberté)’와 ‘초월(la transcendance)’의 상태를 획득하는 과정으로, 엘리아데(Eliade)가 말한 ‘승천’, ‘비상’과 같은 상징성을 갖는다. 그 과정은 인간의 조건을 높은 곳으로 초월시켜 영적 의미가 되게 하여24) 보뮈뉴를 신성한 세계로 승화시킨다.

    보뮈뉴의 조상은 혀의 거세로 언어가 불가능한 상태이다. 말은 “짐승이 우는 소리”로 나오고 그들은 그렇게 “짐승을 닮아” 있다. 의사소통을 위해 그들은 하모니카를 이용하여 고유 언어를 만들어낸다.

    이 하모니카 곡조는 자연의 소리로, 음악이 언어를 대신한다. 그것은 특정한 개인 또는 소수만을 위한 소리가 아닌 “한 아줌마”, 즉 누구나가 내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리이다. 그들은 하모니카를 대화의 도구로 사용하고 설교도 하며 명절에는 그것으로 ‘모니카’를 연주하기도 한다. 하모니카 소리는 언어이자 음악이고 자연의 소리이자 신의 말이기도 하다.

    보뮈뉴는 인간과 자연이 상생관계를 이루는 조화로운 세계로, 자연의 소리가 음악이고 언어인 상징적 공간이다. 이곳 태생의 알뱅은 보뮈뉴이자 자연 그 자체인 인물25)로, 그가 들려주는 보뮈뉴는 “그 자체가 이야기이고 이야기 전체”이다.26)

    보뮈뉴의 말은 알뱅의 입을 통해 전달된다. “고향의 이름이 입에 올라온 순간부터”, 그의 말은 “악(惡)을 알지 못하는 예쁜 나무와 아름다운 얼음으로부터 일직선으로, 보뮈뉴로부터 곧장 온다”.27) 그것은 식물의 호흡으로 이루어진 자연의 언어이다. “감정 없는 목소리une voix sans élan”로 자연의 말을 전하고 그것을 대변하는 알뱅은 “성목un saint de bois”의 이미지이고, “느릿느릿하고 완벽한 목소리”와 “낫의 반짝임”은 “둥근 세상을 초월하는” 그의 신성(神性)을 나타낸다.28) 알뱅의 이야기는 분명한 개인의 이야기로 개체성을 가지지만 마치 우주 전체가 이야기하는 듯한 분위기와 “한 남자un” - 이 작품의 제목에서 알뱅을 지칭하는 - 라는 익명성에 의해 보편성을 띠게 됨으로써 그의 말은 우주 창조를 포괄하는 진실의 차원 또는 그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그는 신화적 인물로 승화한다.

    알뱅의 하모니카는 “산바람”, “밤을 여행하는 높은 바람”의 소리로, 자연의 호흡을 선율화하는 생명의 소리, “바람의 음악une musique de vent”(105)이다. 그는 하모니카를 통해 보뮈뉴의 지상(地上)의 풍경을 그대로 실어 나르고, 소리에 편승한 자연의 원초적인 생명력29)은 무한하게 “퍼져나간다”.

    하모니카의 선율이 전하는 버섯향, 즉 자연의 냄새는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극복하게 하고, 비(非)자연도 자연이 되게 하는 특권적 힘을 발휘한다. 자연의 냄새·소리·색은 그 자체가 우주의 거대한 오케스트라와 같은 바람의 언어가 되어 끝없이 뻗어나가 자연, 즉 또 다른 보뮈뉴를 둘루아르에 입힌다. 그 다음(多音)의 선율은 보뮈뉴-자연을 전파하고, 전해진 보뮈뉴는 자연과 대지모(“젊은 엄마”)를 깨어나게 하여(132-133) 둘루아르의 재건을 유도한다.

    알뱅의 하모니카 곡조는 구원의 소리이다. 둘루아르에는 감금된 앙젤 뿐만 아니라 앙젤의 부모, 하인 사튀르냉도 크나큰 상심을 안은 채 살아가고 있다. ‘고통’의 ‘라 둘루아르’는 바로 그들이기도 한 것이다. 알뱅이 전하는 보뮈뉴, 즉 자연의 언어에 필로멘느는 울음과 신음을, 클라리우스는 고통을 호소한다. 공통적으로 그들은 산아(産兒)와 같은 상징적 행위, 일종의 해독 과정을 경험한다.(133-134) 이후 그들은 보뮈뉴의 조상처럼 ‘혀가 잘린 사람들’(132)이 된다. 이처럼 “『보뮈뉴의 한 남자』에서 음악은 말을 닫게 하는 경향이 있다.󈭲) 지오노의 세계에서 인간의 언어는 순수자연과 대립 관계를 이루는 불순한 인간을 상징하는 요소로, 평소 말수가 적은 알뱅의 말 또는 그의 침묵은 ‘순수함의 기호’를 나타내는 것이라 하겠다.31) 그러므로 둘루아르 사람들이 그의 하모니카 연주에 말을 잃어가는 것은 자연을 닮아가고 그것의 일부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하여 실비 비뉴(Sylvie Vignes)는 『보뮈뉴의 한 남자』를 “음악에 의한 속죄의 이야기l’histoire d’une redemption par la musique”라 말하고 있다.32) 둘루아르는 음악요법(la musicotherapie)의 도움으로 보뮈뉴와 일체되면서 마침내 되살아나게 된다.

    소리와 말이 얽혀 있어 복합적이고 다음(多音)적인 알뱅의 음악은 자연-알뱅이 전하는 목신의 목소리로 자연-보뮈뉴를 보뮈뉴의 언어로 전달하는데, 그것은 연주의 주체가 보뮈뉴의 후손이자 보뮈뉴 그 자체인 알뱅이기에 가능한 일이다.33) 소리 이상의 신비롭고 주술적인 힘을 가진 그의 음악은 소리이자 말이고 자연의 언어로서 구원자의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그것은 인간 언어 - “분절적인 말의 빈약함과 불충분함l’inadequation et la pauvrete de la parole articulee󈭶) - 의 한계를 넘어서서 “우주 만물이 상호 간에 몸으로 주고받는 언어”로, “그 기쁨은 인간의 플륫과 목신의 플륫, 인간의 노래와 세상의 노래의 일치에서 시작된다.󈭷) 이와 같이 알뱅의 음악은 구술 음악으로 그는 음악가이자 시인이고 “주술사sorcier”이다.

    음악 같은 언어 또는 언어 같은 음악인 자연의 소리는 궁극적으로 인간을 자연과 하나가 되게 한다. 그것을 전달하는 알뱅은 작가를 대변하는 인물로 그의 분신이라 할 수 있다. 지오노는 보뮈뉴처럼 언어와 사물이 분리되지 않은 순수한 세계, 자연과 우주의 비밀스러운 진리를 특유의 예민한 감수성으로 이야기한다. 우리는 그가 ‘순수’ 자연의 음악 같은 말과 이미지를 그대로 써내려가는 작가인 것을 확인한다.

    3)Jean Giono, Un de Baumugnes, Bernard Grasset, 1929, p. 45. 이후로 이 작품을 인용할 때 인용문 끝에 쪽수만 표시한다.  4)Gaston Bachelard, La Terre et les rêveries du repos, Librairie José Corti, 1948, p. 297.  5)“Moi, j’écoutais un petit bruit dans les platanes, très curieux et que je trouvais doux : c’était une feuille sèche qui tremblait au milieu du vent.”(127)  6)“Quand il fut nuit, je fis mon lit à côté d’un pré qui chantait de toutes ses herbes, […].”(43)  7)“[…] on entendait ronronner la Durance.”(124)  8)“On entendait d’ici le grignotis de ses dents.”(109)  9)“Il[le torrent] coulait de chaque côté de nous avec des bruits de soie.”(93)  10)“[…] et les feuilles faisaient du bruit comme une robe de faille.”(132)  11)“[…] il se baissait pour fouiller sous la paille et tirer une poignée de grains ; il la laissait couler entre ses doigts pour tâter le poids et il riait.”(65)  12)Pierre Commelin, Mytholgie grecque et Romaine, Bordas, 1991, pp. 177-180.  13)“Après, c’est comme un calme, le bruit d’un pas sur un chemin : et pan, et pan ; un pas long et lent qui monte et chante sur des pierres, […].”(126)  14)Henri Godard, D’un Giono l’autre, Gallimard, 1995, p. 65 : “Il[Giono] ne se contente pas d’écrire : 《 Le monde est là ; j’en fais partie. 》 Il ajoute : 《 Je n’ai d’autre but que de le comprendre et de le goûter avec mes sens. 》”  15)『보뮈뉴의 한 남자』는 아메데가 청자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므로 대화체로 해석하기로 한다.  16)Christian Michelfelder, Jean Giono et les religions de la terre, Gallimard, 1938, p. 20 : “《 Beaucoup ne voient que la forme, l’important, c’est la matière même. C’est avec la matière qu’on vit et qu’on modèle, ce n’est pas avec les idées ; et la matière contient sa forme, sa force, et sa vie, et la vie. […] 》”  17)“Elle prend les guides, dit : “oh, hi, oh” de sa voix qui est encore là, avec d’autres mots, dans ma tête, et vire. Alors, c’est la lune qui lui tape en plein dessus, du pied au cheveu, et c’est elle que je vois, entière, avec ses jambes et son doux ventre et ses deux seins pleins que le corsage tenait, et sa belle tête aux tresses tortillées.”(16)  18)“Je la[Angèle] vois qui le[monsieur Pancrace] pose sur ses doux genoux sensibles et elle en relevait un peu un pour faire oreiller à la petite tête. Elle écarte son fichu, elle dégrafe son corsage, elle sort un beau globe de sein fleuri, elle le penche sur la bouche affolée et les cris s’arrêtent. Alors, elle relève sa tête : ses yeux et ses lèvres sont pleins d’un immense rire immobile.”(166)  19)Gaston Bachelard, L‘Eau et les rêves, José Corti, 1942, p. 141 : “[…] un souvenir heureux, le plus tranquille et le plus apaisant des souvenirs, le souvenir du lait nourricier, le souvenir du giron maternel.”  20)“Une femme comme ça, c’était un morceau de la terre, le pareil d’un arbre, d’une colline, d’une rivière, d’une montagne.”(166)  21)“La maîtresse - on l’appelait Philomène - allait, sans dire un mot, les dents serrées, de l’âtre à la table, avec sa grande louche qui charriait chaque fois une pleine écuellée de soupe aux choux. Elle savait l’ordre des choses […].”(56)  22)Jean Chevalier/Alain Gheerbrant, Dictionnaire des Symboles, Robert Laffont, 1982, p. 463.  23)Gaston Bachelard, L‘Eau et les rêves, op. cit., p. 179.  24)Mircea Eliade, Mythes, rêves et mystères, Gallimard, 1957, pp. 126-153.  25)“- Donc, tu vois, qu’il reprend, Baumugnes, c’est moi. C’est, tout en tas, fourré dans ma peau […].”(25)  26)“Et il reprend, alors, juste au fil. C’était devenu son papier à musique, cette chose-là. - Je t’ai dit que mon pays c’était l’histoire, et toute l’histoire ; je te l’ai dit parce que c’est vrai.”(21-22)  27)“Alors, c’est venu tout droit de Baumugnes, en droite ligne des beaux arbres et de la belle glace qui connaissent pas le mal.”(104)  28)지오노의 작품에서 알뱅, 아메데처럼 떠돌아다니면서 일하고 살아가는 보헤미안은 이미 자연에 편입한 상태로, 시·공간을 극복한 우주적 존재로 보아야 한다. 그들의 초월성은 둥근 세상을 두 발로 밟고 서 있거나(9, 176) 그곳으로 부터 완전하게 벗어나 멀리서 관조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모리스 슈발리(Maurice Chevaly)는 저서 『살아있는 지오노Giono vivant』에서 지오노가 프로방스를 가방에 넣어 등에 메고 세계를 다닐 사람이라고 언급하는데(p. 43.), 『보뮈뉴의 한 남자』에서 자기 고향을 옷 보따리처럼 지고 있는 알뱅(97)은 슈발리가 말한 지오노의 모습과 매우 닮아있다. 이처럼 보헤미안은 시공의 모든 제약으로부터 벗어난 절대적 자유인으로, 삶을 초월한 신의 이미지를 표상한다.  29)“D’abord, ce fut comme un grand morceau de pays forestier arraché tout vivant, avec la terre, toute la chevelure des racines de sapins, les mousses, l’odeur des écorces ; une longue source blanche s’en égouttait au passage comme une queue de comète.”(125-126)  30)Jean Giono, Oeuvres romanesques complètes Ⅰ, Gallimard, 2002, p. 969 : “La musique Un de Baumugnes tend à faire taire la parole.”  31)cf. 알뱅의 말을 살펴본 바 그것은 음악이고 자연의 감각성을 띤다. 이렇게 볼때, 작품 전반부에 나타난 그의 모습 - 재갈이 물려지고 말굴레가 씌워진 채 마구 끌려다닌 알뱅 - 은 하모니카의 소리와 동일시된 자연의 그것에 재갈을 물린 것, 즉 음악이 나와야 하는 그의 입을 강제로 틀어막은 것으로, 이는 곧 알뱅과 자연의 피학성을 동시에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Là que je pouvais le[Albin] regarder à mon aise, je voyais sur sa figure les blessures de son mal. Ça lui avait mis comme un mors dans la bouche, un bon bridon, et ça le menait où ça voulait et ça avait gâté le coin de ses lèvres […].”(38)  32)Sylvie Vignes, Giono et le travail des sensations : Un barrage contre le vide, Nizet, 1998, p. 205.  33)Jean Giono, Oeuvres romanesques complètes Ⅰ, op. cit., p. 963 : “La terre forme [la conscience] de l’homme. L’âme de l’homme est faite de bruits de feuilles de sa terre natale et des odeurs et des couleurs. Il est l’essence de la terre ; l’esprit.”  34)Gianfranco Rubtno, “Le clavier des cinq sens”, in Giono Romancier Ⅱ, Pu Provence, 1999, p. 447.  35)Christian Michelfelder, Jean Giono et les religions de la terre, op. cit., p. 172 : “La joie naît de l’accord de la flûte de l’homme et des flûtes de Pan, du chant de l’homme et du chant du monde.”

    3. 나오는 글

    주지하다시피 남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보뮈뉴의 한 남자』는 평범한 이야기 속에 목신과 지모신의 이미지, 자연의 언어라 할 수 있는 구술 음악 등의 신화적 요소들을 갖고 있다. 지오노의 글에 그것이 자리하는 것은 아마도 전 생애를 함께한 친숙한 자연과, 은행원 시절 탐독한 수많은 고전 작품들 때문으로 생각된다.36)

    신화는 태초로부터 생겨났지만 신화 속 이야기는 항상 우리 앞에 재현 실화된다. 지오노의 감각적인 표현은 사물을 입체화시키고 1인칭 화자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은 장면을 현전화시키고 있어, 독자는 영화를 보는 느낌으로 이야기 전개에 동참한다.

    우리를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비정형의 자연과 등장 인물들의 특징은 소우주 형태의 목신의 형상으로, 물활의 신, 우주의 창조자로서 여성성을 띤다는 것이다. 특히 남성이지만 대지모의 이미지로 나타나는 알뱅은 하모니카에 보뮈뉴의 숨결을 불어넣어 둘루아르 전체로 뻗어나가게 함으로써 자연만물을 상응하게 하고, 그것은 앙젤과 둘루아르를 되살아나게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음악’으로 아픈 자를 어루만지고 보살펴 치유하고 소생시키는 알뱅의 손길은 바로 어머니의 그것을 의미한다. 결국 자연의 소리와 일치하는 음악 같은 언어(또는 언어 같은 음악)를 구사하는 인간은 자연·우주와 일체된 신화적 존재로, 그 시적 언어는 시간과 역사의 폐지를 내포하고 태초의 상황, 즉 보뮈뉴와 같은 신성한 세계로의 회복을 목표로 한다. 신화 속 인물이나 에피소드가 그런 것처럼 『보뮈뉴의 한 남자』를 구성하고 있는 신화적 요소들은 우리로 하여금 태초의 시공으로 거슬러 올라가 원초적이고 우주적인 생명력과 대면하게 하고, 타락한 세계를 태초의 순수의 상태로 되돌아가게 하는 주술적 성격을 띤다. 이와 같이 그저 평범하고 단순한 이야기로 단정될 수도 있었을 이 작품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신화가 되어 ‘순수’로의 회귀를 꿈꿀 수 있게 한다.

    36)Jean Carrière, Jean Giono, La Manufacture, 1996, p. 134.

참고문헌
  • 1. 안 진태 2005
  • 2. 에리히 노이만 2007
  • 3. 질베르 뒤랑, 진 형준 2007
  • 4. Bachelard (Gaston) 1942 L‘Eau et les reves google
  • 5. Bachelard (Gaston) 1948 La Terre et les reveries du repos google
  • 6. Carriere (Jean) 1996 Jean Giono google
  • 7. Chevalier (Jean), Gheerbrant (Alain) 1982 Dictionnaire des Symboles google
  • 8. Chevaly (Maurice) 1995 Giono Vivant : Notre ami Jean le bleu google
  • 9. Commelin (Pierre) 1991 Mytholgie grecque et Romaine google
  • 10. Eliade (Mircea) 1957 Mythes, reves et mysteres google
  • 11. Giono (Jean) 1929 Un de Baumugnes google
  • 12. Giono (Jean) 2002 Oeuvres romanesques completes Ⅰ google
  • 13. Godard (Henri) 1995 D’un Giono l’autre google
  • 14. Jossua (Jean-Pierre) 1997 Pour une histoire religieuse de l’experience litteraire google
  • 15. Michelfelder (Christian) 1938 Jean Giono et les religions de la terre google
  • 16. Rubtno (Gianfranco) 1999 “Le clavier des cinq sens”, in Giono Romancier Ⅱ P.443-454 google
  • 17. Vignes (Sylvie) 1998 Giono et le travail des sensations : Un barrage contre le vide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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