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에서는 공격성 유발에 기여하는 인지 및 대인관계 요인들 간의 관계를 살펴보고 통합된 이론 모델을 제안하고자 한다.
지방 소재 대학 학부생 461명(남: 166명, 평균연령=22.55(SD=3.16); 여: 295명, 평균연령= 21.65(SD=2.51))을 대상으로, 일반적 신념 및 태도 척도, 공격성질문지, 인지정서조절질문지, 대상관계척도, 이차분노사고척도를 실시하였다.
이차분노사고척도(Secondary Anger-Thought Scale: SATS)
서수균과 권석만(2005a)이 분노유발 상황에서 경험하는 이차분노사고를 평가하기 위해서 개발한 척도로, 타인비난/보복(19문항), 무력감(7문항), 분노통제/건설적 대처(8문항)라는 3개의 하위척도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화가 났던 상황에서 얼마나 자주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는지를 Likert 형의 5점 척도(1: 전혀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2: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3: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4: 자주 이런 생각을 한다, 5: 항상 이런 생각을 한다)상에 평정하도록 하였다. 타인비난/보복, 무력감, 분노통제/건설적 대처 하위척도 각각의 내적합치도는 각각 .96, .78, .75였다(서수균, 권석만, 2005a). 세 하위척도 중에서 타인비난/보복과 무력감 하위척도는 역기능적인 이차 분노사고로 명명된다. 이에 비해 분노통제/건설적 대처는 분노를 완화시키거나 통제하는 역할을 하는 기능적인 사고이다. 본 연구에서는 역기능적 이차 분노사고만을 사용하였다.
공격성질문지(Aggression Questionnaire- Korean version; AQK)
Buss와 Perry(1992)가 개발한 것으로 신체적 공격성, 언어적 공격성, 분노감, 적대감 하위척도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수균과 권석만(2002)이 번안하여 한국판으로 개발하였다. Likert 형의 5점 척도(1: 전혀 그렇지 않다, 2: 약간 그렇다, 3: 웬 만큼 그렇다, 4: 꽤 그렇다, 5: 매우 그렇다)상에 평정하도록 하였다. 전체 척도(27문항)의 내적합치도는 .86이었으며 검사-재검사 신뢰도는 .81이었다(서수균, 권석만, 2002).
일반적태도 및 신념척도(General Attitude and Belief Scale-Korean version: GABS-K)
GABS-K는 DiGiuseppe, Leaf, Exner와 Robin 1988)이 개발한 GABS를 서수균(2009a)이 번안한 것으로, 5개의 비합리적 신념 하위척도(인정욕구, 자기비하, 편안함 욕구, 성취욕구, 공정성 요구)로 구성되어 있다. 각 문항은 Likert 형의 5점 척도(1: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2: 동의하지 않는다, 3: 중간이다, 4: 동의한다. 5: 강하게 동의한다)상에서 평정되었다. 서수균(2009a)의 연구에 따르면 전체 척도(36문항)의 내적 합치도는 .93이었으며 검사-재검사 신뢰도는 .81이었다.
인지정서조절질문지(Cognitive Emotion Regulation Questionnaire: CERQ)
Garnefski, Kraaij, Spinhoven(2001)이 정서조절을 위한 인지적 대처를 측정하기 위해서 개발한 질문지로 김소희(2004)가 번안하였다. 이 질문지는 적응적 인지전략과 부적응적 인지전략으로 크게 구분되며, 적응적 인지정서조절전략에는 수용, 계획 다시 생각하기, 긍정적 초점변경, 긍정적 재평가, 조망 확대 하위척도들이 포함되고 부적응적 인지정서조절전략에는 자기비난, 남탓하기, 반추, 파국화 등이 포함된다. 각 문항은 Likert 형의 5점 척도(1: 전혀 그렇지 않다, 2: 별로 그렇지 않다, 3: 보통, 4: 약간 그렇다. 5: 매우 그렇다)상에서 평정되었다. 김소희(2004)의 연구에 따르면 내적 합치도는 적응적 인지정서조절전략이 .87, 부적응적 인지정서조절전략이 .79였다. 본 연구에서는 인지적 취약성에 초점을 두고 있어 부적응적 인지정서조절전략 척도만을 사용하였다.
대상관계척도(Object Relation Inventory: ORI)
Bell과 Billington(1986)이 부적응적인 대인관계 양상을 측정하기 위해서 개발한 척도로, 박부형(2000)이 번안 및 타당화 하였다. 소외, 불안정 애착, 자아중심성, 사회적 무능력 등의 네 하위요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외 소척도는 기본적 신뢰 부족, 친밀한 관계 형성 및 유지의 어려움이나 무능감을 측정한다. 불안정 애착 소척도는 타인의 거절이나 상처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과도한 의존성 등을 측정한다. 자아중심성 소척도는 타인의 동기나 욕구에 대한 배려 부족, 타인에게 무리한 요구, 착취적인 타인 조정 등을 측정한다. 사회적 무능력 소척도는 이성관계 상황에서의 수줍음과 불안감, 관계 형성의 어려움, 자기주장성 부족 등을 측정한다. 내적합치도는 소외, 불안정 애착, 자아중심성, 사회적 무능력 각각이 .66, .74, .63, .71이었다(박부형, 2000).
비합리적 신념, 부적응적 인지전략 및 대인관계, 이차분노사고, 공격성 간의 상관분석 결과를 표 1에 제시하였다. 비합리적 신념의 소척도들은 부적응적 인지전략 및 부적응적 대인관계 양상과 대부분 유의한 정적 상관을 보였다. 자기비난만이 일부 비합리적 신념 소척도(인정욕구, 공정성요구)와 상관을 보이지 않았다. 부적응적 인지전략들은 이차분노사고 및 공격성과 대부분 유의한 정적 상관을 보였다. 여기서도 자기비난은 타인비난/보복 사고, 신체적/언어적 공격행동, 분노감과 유의한 상관을 보이지 않았으며 적대감과만 경등도의 유의한 정적 상관을 보였다. 부적응적인 대인관계 양상은 이차분노사고와 모두 유의한 정적 상관을 보였으며 공격성과도 대부분 유의한 정적 상관을 보였다. 소외는 신체적/언어적 공격행동 및 분노감과 유의한 상관을 보이지 않았으며 적대감과는 중등도의 정적 상관을 유의하게 보였다. 이상의 결과를 종합하면 대부분의 부적응적 인지전략과 대인관계 양상은 이차분노사고나 공격성과 유의한 정적 상관을 보였다. 다만 자기비난과 소외는 적대감을 제외한 다른 공격성 요인(신체적/언어적 공격행동, 분노감)과는 유의한 상관을 보이지 않아 공격성 보다는 우울이나 수치심 같은 자의식적인 부정적 정서와 더 관련이 있을 소지가 있어 보인다.
척도들 간의 상관분석
부적응적 인지전략과 대인관계 양상을 평가하기 위해서 인지정서조절질문지와 대상관계척도를 각각 사용하였다. 공격성을 유의하게 예언해주는 부적응적 인지전략과 대인관계 양상을 알아보고자 SPSSWIN 18.0을 이용해서 중다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먼저 4개 부적응적 인지정서조절 소척도(자기비난, 남탓하기, 반추, 파국화)들을 예언변인으로, 공격성을 준거변인을 지정하고 단계적 투입법으로 중다회귀분석을 실시하였으며, 대상관계척도의 4개 소척도(소외, 불안정 애착, 자아중심성, 사회적 무능력)를 예언변인으로 지정하고 같은 방법으로 중다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를 표 2와 표 3에 제시하였다. 부적응적 인지전략들 중에서 파국화와 남탓하기가 공격성을 유의하게 설명하였으며 자기비난과 반추는 유의하지 않았다. 파국화와 남탓하기는 공격성 분산의 18%를 설명하였다. 부적응적인 대인관계 양상 중에서는 자아중심성, 불안정애착, 소외가 공격성을 유의하게 설명하였으며 사회적무능력만 공격성을 유의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자아중심성, 불안정애착, 소외는 공격성 분산의 27%를 설명하였다.
[표 2.] 공격성에 대한 부적응적 인지전략의 단계적 선택 중다회귀분석
공격성에 대한 부적응적 인지전략의 단계적 선택 중다회귀분석
[표 3.] 공격성에 대한 부적응적 대인관계 양상의 단계적 선택 중다회귀분석
공격성에 대한 부적응적 대인관계 양상의 단계적 선택 중다회귀분석
비합리적 신념과 공격성 사이에서 부적응적 인지전략과 대인관계 양상의 매개효과를 알아보고자 AMOS 4.0을 이용해서 연구모델과 3개의 대안모델을 대상으로 구조방적식모델 검증을 실시하였다. 비합리적 신념과 공격성의 측정변인으로는 각각 GABS-K의 소척도들(인정욕구, 자기비하, 편안함 욕구, 성취욕구, 공정성 요구)과 AQ-K의 소척도들(신체적/언어적 공격성, 분노감, 적대감)을 사용하였다. 분노사고의 측정변인으로는 이차분노사고 척도의 타인비난/보복과 무력감 소척도를 사용하였다. 부적응적 인지전략과 대인관계의 측정변인으로는 앞의 회귀분석에서 공격성을 유의하게 예언해주었던 소척도들(파국화, 남탓하기, 자기중심성, 불안정애착, 소외)을 사용하였다. 측정변인들의 기술통계치가 표 4에 나타나있다. 측정변인들의 편포도와 첨도를 살펴보면 구조방정식모형에서 요구하는 정상분포조건(편포도<2, 첨도<4)을 모두 충족시키고 있다(Hong, Malik, & Lee, 2003).
측정변인들의 기술통계치
연구모델(그림 1)은 완전매개모델로 부적응적 인지전략과 대인관계가 비합리적 신념과 분노사고 사이를 완전매개하고 있으며 비합리적 신념이 분노사고를 직접 일으키지는 않는다. 대안모델 1(그림 2)은 비합리적 신념, 부적응적 인지전략 및 대인관계가 병렬적으로 직접 분노사고를 일으킨다고 가정하는 비매개모델이다. 대안모델 2(그림 3)는 부적응적 인지전략과 대인관계가 분노사고를 거치는 경로와 거치지 않는 경로를 모두 가정하고 있다.
모델들의 적합도를 비교한 결과를 표 5에 제시하였다. 연구모델의 적합도 검증 결과를 보면, TLI와 CFI 모두에서 양호한 적합도 수준을 보였으며 RMSEA에서도 괜찮은 수준을 보였다(TLI=.96, CFI=.97, RMSEA=.079(이순묵, 1990, 홍세희, 2000).
모델적합도 비교
대안모델 1(비매개모델)의 적합도 검증 결과에 따르면 회귀계수는 모두 유의하였지만 적합도 수준은 연구모델에 비해서 모두 조금씩 낮았으며 특히 RMSEA는 .079에서 .099로 현격히 떨어졌다. 연구모델이 대안모델 1 보다 좋은 모델인 것으로 여겨져 비합리적 신념과 분노사고 사이에서 부적응적인 인지전략과 대인관계 양상이 매개역할을 하고 있음을 가정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대안모델 2(부분매개모델 1)에서는 연구모델에 부적응적 인지전략과 대인관계 양상이 직접 공격성을 일으키는 경로를 추가하였다. 분석 결과, 추가된 두 경로의 표준화된 회귀계수는 각각 .07과 .09로 모두 유의하지 않았다. 즉 부적응적 인지전략과 대인관계 양상이 분노사고를 거치지 않고 직접 공격성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대안모델 3(부분매개모델 2)에서는 연구모델에 비합리적 신념이 직접 분노사고를 일으키는 경로를 추가하였다. 분석결과 그 경로의 표준화된 회귀계수는 -.11로 유의하지 않았다. 즉 비합리적 신념이 부적응적 인지전략과 대인관계 양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분노사고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이상의 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비합리적 신념과 공격성 사이를 매개하고 있는 것으로 가정된 부적응적 인지전략과 대인관계 양상, 그리고 분노사고의 매개역할은 모두 지지되었다. 매개과정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비합리적 신념과 공격성 사이에는 두 단계의 매개과정이 관여하고 있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비합리적 신념과 분노사고 사이를 부적응적 인지전략과 대인관계 양상이 완전매개하고 있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부적응적 인지전략 및 대인관계 양상과 공격성 사이를 분노사고가 완전매개하고 있다.
잠재변인들 간의 직접 및 간접 효과를 분석하여 표 6에 제시하였다. Cohen(1988)에 의하면 표준화 경로계수의 절대값이 .10이하면 효과의 크기가 ‘작다’라고 해석하고 .30에서 .50사이면 ‘보통’, .50 이상이면 ‘크다’라고 해석한다. 비합리적 신념이 부적응적 인지전략과 대인관계양상에 미치는 직접효과는 각각 .70과 .77로 높은 수준이었으며, 분노사고와 공격성에 미치는 간접효과도 거의 유사하게 높은 수준을 보였다. 분노사고에 대한 부적응적 인지전략과 부적응적 대인관계의 직접효과는 각각 .36과 .58로, 부적응적 대인관계가 부적응적 인지전략보다 분노사고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런 경향은 공격성에 대한 부적응적 대인관계와 부적응적 인지전략의 간접효과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공격성에 대한 분노사고의 직접효과는 .94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잠재변인들 간의 직접 및 간접효과
분노감, 적대감, 공격행동 등의 공격성을 유발 및 악화시키는 인지적, 사회적 요인을 찾고 이들 간의 인과관계를 구조방정식 모델 검증을 통해서 알아보았다. 인지적 요인으로는 비합리적 신념, 부적응적인 인지전략(파국화, 남탓하기, 자기비난, 반추), 분노유발 자동적사고인 이차분노사고(타인비난/보복, 무력감)가 고려되었고 사회적 요인으로는 부적응적인 대안관계 양상(자아중심성, 불안정애착, 소외, 사회적무능력)이 고려되었다. 비합리적 신념은 인지구조를, 부적응적인 인지전략은 인지과정에서 일어나는 인지왜곡을, 이차분노사고는 인지왜곡을 거쳐 일어나는 인지적 산물(예, 자동적 사고)을 대표하고 있어, 이들간의 관계에 대한 검증은 공격성 유발과 관련된 인지구조, 인지과정, 인지적 산물 간의 관계를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다(권석만, 1995. Ingram & Kendall, 1987). 부적응적인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역기능적인 공격성 유발에 관여하는 신념, 인지적 대처, 사고 등을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검증하고 수정할 기회나 경험을 가지지 못하기 쉬워 공격성 유발 및 악화에 더욱 취약할 것이다. 대부분의 분노조절 인지행동 프로그램들이 인지적 재구조화와 대인관계 기술 훈련을 모두 비중있게 포함시키고 있어, 역기능적인 공격성 유발에 인지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이 모두 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회귀분석 결과에 따르면, 부적응적인 인지전략들 중에는 파국화와 남탓하기가 공격성을 유의하게 예언하였다. 자기비난과 반추는 파국화와 남탓하기에 더해서 공격성을 설명해주지는 못했다. 자기비난은 주로 분노보다는 우울과 관련이 더 많은 사고 특징이며, 인지특수성 가설에 근거해서 보자면 반추와 특정 정서의 관련성은 반추하는 인지의 내용에 의해 주로 결정될 것이다(Beck, 1991; Greenberg & Beck, 1989). 파국화와 남탓하기는 이전 연구들에서도 분노감이나 공격행동 유발에 관여하는 주요한 인지왜곡으로 제안된 바 있다(Deffenbacher & McKay, 2000; Deffenbacher, 2011; Digiuseppe & Tafrate, 2001; Dodge, 1993; Mazur, Wolchik, & Sandler, 1992). 부적응적 대인관계 양상들 중에서는 사회적 무능력을 제외한 자아중심성, 불안정애착, 소외가 공격성을 유의하게 예언하였으며, 이는 이전 연구들과도 일관된다(Johnson, 2004; Johnson & Whiffen, 2003; Wallin, 2007). 이러한 결과는 분노유발 사건에 대해서 극단적으로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그것이 타인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지각하며, 자기중심적으로 대인관계를 맺어 타인을 배려하거나 공감하는 것이 어렵고 타인을 신뢰하지 못해서 양가감정이 많고 철수되어 있는 사람일수록, 역기능적인 공격성을 많이 경험함을 시사한다.
비합리적 신념과 이차분노사고 사이에서 부적응적인 인지전략 및 대인관계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구조방적식 모델 검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에 따르면, 부적응적 인지전략과 부적응적 대인관계는 비합리적 신념과 이차분노사고 사이를, 이차분노사고는 부적응적 인지전략 및 대인관계와 공격성 사이를 완전매개하고 있는 모델이 가장 타당해 보였다. 즉 비합리적 신념이 이차분노사고를 직접 유발하지는 않았으며, 부적응적 인지전략 및 대인관계 역시 공격성을 직접 유발하지는 않았다. 이차분노사고(타인비난/보복, 무력감)가 공격성을 직접적으로 유발하고 있음은 이전 연구들에서 확인되었지만(서수균, 2004; 서수균, 권석만, 2005a, 2005b), 역기능적인 이차분노사고를 일으키는데 기여하는 인지적 대처(혹은 인지왜곡)에 대한 연구는 없었다. 본 연구에서 파국화와 남탓하기가 타인비난/보복 사고와 무력감 사고를 직접적으로 일으키는 인지왜곡임이 확인되었다. 분노유발 사건을 극단적으로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책망할수록 개인이 느끼는 타인에 대한 원망/보복 사고와 무력감은 더욱 증가하고 이는 곧바로 공격성으로 이어진다. 또한 연구결과는 비합리적 신념 수준이 높은 사람들 중에서 특히 역기능적 공격성에 취약한 사람들의 인지적 및 대인관계적 특징을 보여주는 것으로, 비합리적 신념이 높으면서 파국화와 남탓하기 같은 부적응적 인지전략을 많이 사용하고 자기중심적이고 불안정한 친밀한 관계를 지배적으로 보이는 사람일수록 분노유발 사고를 많이 경험하고 이는 역기능적인 공격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역기능적인 인지구조(즉, 비합리적 신념), 인지왜곡(파국화, 남탓하기), 역기능적인 자동적 사고(분노사고)의 인과적인 관계가 공격성 유발에 어떻게 관여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여러 인지행동치료 연구자들(권석만, 1995; Ingram & Kendall, 1987)이 인지구조, 인지왜곡, 자동적 사고가 포함된 병리적인 인지처리 모델을 제안하였지만, 이차분노사고와 공격성을 포함시켜서 이 모델이 검증된 바는 아직 없었다. 그리고 병리적인 인지처리 과정에서 부적응적인 대인관계 양상이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포함시켜 본 것도 본 연구의 새로운 시도로 여겨진다. 도구적인 목적의 공격성이 아닌 역기능적인 공격성으로 인해 심각한 사회적 및 개인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으며 이들을 위한 다양한 치료 프로그램들이 활용되고 있다. 본 연구 결과는 이러한 치료 프로그램들을 인지적 재구조화와 사회기술 훈련 면에서 보다 정교화하는데 중요한 경험적인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여겨진다. 다양한 인지왜곡들 중에서도 파국화와 남탓하기를 수정하는데 보다 초점이 맞춰진 인지적 재구조화 작업이 요구되며, 인지적 재구조화 작업과 함께 부적응적인 대인관계 개선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치료자가 기대하는 치료효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시사된다.
끝으로 본 연구의 제한점과 향후 연구 방안들을 몇 가지 제안하고 글을 마치겠다. 첫째, 본 연구에서 사용된 부적응적 인지전략을 측정하는 질문지가 인지행동치료에서 제안하고 있는 인지왜곡들을 모두 포괄하고 있지 않다. 인지왜곡의 종류는 학자들에 따라 차이가 많으며 모든 인지왜곡을 포함시켜 연구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후속 연구들에서 공격성 유발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 다른 인지왜곡들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구조방적식 모델 검증을 통해서 변인들 간의 인과적인 관계에 대한 추론을 했지만, 인과관계에 대한 보다 엄격한 검증은 실험 연구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파국화와 남탓하기 같은 인지왜곡이 공격성 유발에 기여하는 바가 실험연구를 통해서 검증된다면 보다 강력한 인과적인 설명력을 가질 것이다. 셋째, 자기보고형 척도를 사용해서 모든 측정변수들이 평가된 것은 본 연구의 중요한 제한점이다. 비합리적 신념과 이차분노사고와는 달리 공격성이나 대인관계 양상은 행동 관찰이 가능한 변인들이다. 특히 아동이나 청소년 집단과 같이 자기보고형 척도에서 얻은 결과가 신뢰하기 어려울 수 있는 경우에는 타인의 행동적 관찰치가 측정변인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 끝으로 대학생 집단과 같이 인지적 기능 수준이 높은 집단 외에 교육수준이나 연령이 낮은 집단에서도 연구모델이 지지되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