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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 학술지
Etude comparative sur l’expression de la responsabilite publique entre Le Corbusier et Louis Kahn 르 코르뷔지에와 루이스 칸의 공공성 상징방식 비교연구
  • 비영리 CC BY-NC
ABSTRACT
Etude comparative sur l’expression de la responsabilite publique entre Le Corbusier et Louis Kahn
KEYWORD
representativite , Le Corbusier , Louis Kahn , forme , lumiere
  • 1. 들어가는 글

    근대 및 현대 건축의 거장들은 자기 자신만의 고유한 건축적 사고 체계를 형성하고 있었으며 이를 통하여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건축 작품을 선보였다. 그들 중에 건축에서 새로움과 함께 본질을 추구한 두 사람의 건축가가 있다. 한 사람은 근대 건축의 거장으로 알려진 르 코르뷔지에1)이고 또 다른 이는 빛과 침묵의 건축가로 알려진 루이스 칸2)이다. 서로 다른 시대와 지역에서 활동했음에도 두 건축가를 이어주는 건축적 관련성이 발견된다. 신흥 저개발 국가인 중근동 지역의 인도 펀잡주와 그 당시 동파키스탄3)의 입법기관인 의사당 건축의 사례를 통하여 비교 가능한 건축적 상황에서 유사하고 또 상이한 건축 행위의 결과물을 보여준다. 이 두건축가가 만들어내는 건축 작품을 통하여 사유와 실행, 즉 이론과 작품의 유기적인 보완 관계를 사례를 통하여 살펴본다.

    본 연구의 목적은 건축에서 드러나는 공공성의 상징 방식을 살펴보는데 있다. 특히 건축의 순수성을 추구한 르 코르뷔지에와 건축의 본질을 추구한 루이스 칸의 입법기관 건축사례를 통하여 공공성의 상징 방식에 있어서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고찰하여 봄으로써 추상적 가치인 공공성이 어떻게 건축적으로 구현되는지를 살펴보고자한다.

    연구의 대상 범위는 마스터 플랜(master plan)의 영역 전체를 건축적으로 분석대상으로 하기보다는 국회의사당 건축 자체에 한정하여 비교 및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 연구 대상이 되는 두 프로젝트 모두 새로운 행정수도의 개념을 가지고 시작되었으나 본 연구에서는 가장 중심이 되고 대표성을 가지는 입법기관인 의사당으로 한정하여 분석한다. 우선 공공성의의미를 파악하고, 르 코르뷔지에와 루이스 칸의 건축적 성향에 대한 분석을 한다. 이를 바탕으로 르 코르뷔지에와 루이스 칸이 인도 펀잡주의 찬디가르 의사당(Assemblée de Chandigarh, 1955)과 동 파키스탄의 다카의사당(l'Assemblée nationale du Bangladesh, Dhaka, 1974) 건축에서 어떻게 공공성을 건축적으로 구현하였는지를 살펴본다. 그리고 공공성의 상징 방식으로서의 빛과 형태라는 두 가지의 건축 요소에 대한 고찰을 시도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하여 두 건축가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공공성의 표현이라는 건축적 화두로 서로 조우하게 된다.

    1)Le Corbusier (1887-1965), 본명 Charles-Édouard Jeanneret-Gris, 스위스 쇼드퐁 출생, 1930년 프랑스 국적 취득, 건축가, 도시계획가, 화가, 저술가. 근대건축 5 원칙(purisme, Cinq points de l'architecture moderne), 도미노 시스템(le principe du Dom-ino) 등의 건축이론을 주창하였다. 대표적인 건축 작품으로는 빌라 사브와(Villa Savoye), 롱샹 성당(Chapelle Notre-Dame-du-Haut, Ronchamp), 라 투레트 수도원(le couvent de Sainte-Marie de la Tourette)등이 있다. 저서로는 “Le Modulor”, “Vers une architecture” 등의 저서가 있다.  2)Louis Kahn(1901-1974), 본명 Itze-Leib Schmuilowsky, 에스토니아 Schmuilowsky 출생, 1906년 미국 필라델피아로 이주, 건축가, 교육자, 대표적인 건축 작품으로는 리차즈 의료연구동(Richards Medical Research Builsing), 솔크 연구소(Salk Institute), 킴벨 미술관(Kimbell Art Museum) 등이 있다.  3)지금의 방글라데시(Bangladesh). 파키스탄에서 1971년 독립.

    2. 공공성과 건축

       2.1. 공공성의 정의

    건축의 다양한 장르 중 공공건축은 그 권위의 상징과 공공성의 표현이 화두가 되어왔다. 권위와 공공성은 그 건축적 표현 방식이 시대와 지역, 그리고 건축가의 건축관에 따라 동질성과 이질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따라서 본 장에서는 공공성의 의미를 우선 정의하여 보고, 건축에서 공공성이 어떤 관습적 방식으로 표현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이어서 본 연구의 주대상인 르 코르뷔지에와 루이스 칸의 건축 세계를 알아보고, 건축가의 건축 성향이 공공성의 상징방식에서 관습적인 표현 방식과는 어떻게 다르게 구사되었는지를 파악하여본다. 그리고 코르뷔지에와 칸의 공공성의 표현방식의 유사성과 차별성을 비교분석하여 본다.

    공공성이란 ‘한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일반 사회 구성원 전체에 두루관련되거나 이용되는 성질이나 성격’으로 사전적으로 정의될 수 있다. 이러한 공공성의 여러 가지 성격 중 본 연구에서 고려할 특성은 평등성과 대표성, 공적 신뢰, 전체 혹은 다수에 관련된 권위, 공공기관으로서의 행위, 공동체 관련성, 신뢰와 권위 등이 있다. 이러한 공공성의 다양한 특성들 중 대표성 및 대의성, 공적 신뢰와 권위를 건축적 주 표현 대상으로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공공성의 특성이 건축적으로 구체화되는 방식을 분석하여본다.

    종전의 관습적인 공공성의 상징방식을 살펴보기 위해 우선 종래의 건축 양식에 기댄 표현 방법에 대해 검토하여본다. “어떤 문화 내에서 대칭성과 같은 형태 혹은 원형과 같은 특정한 형상 그 자체가 연상적 의미를 나타낸다. 하지만 서구 사회에서 형태와 형상, 그리고 의미와의 결합이 하나의 사회적 관습이 된 종교 단체를 제외하고는 이런 의미들이 많이 상실되어져 왔다.”4) 따라서 건축 양식이란 시대, 지역, 그리고 용도의 형태적 특징과 유형적 수법을 구별하기 위하여 사용되어져 왔다. 그리스, 로마, 로마네스크, 고딕, 그리고 르네상스 같은 시대적 양식에 대규모 궁전, 또는 종교 건축물 같은 유형적 모티브를 통하여 세부형태이나 입면의 표현이 규정되어 왔다. 근세 이후의 공공 건축도 유형적이고 양식적 표현을 통하여 공공성과 상징성을 나타내어 왔다. 즉, 장식적 모티브와 대칭적 평면 및 입면으로 통치권자의 권위와 상징성을 표현하였다. 그러나 무장식의 미덕을 강조하는 근대 건축의 태동 이후로 새로운 공공성의 상징방식이 모색되어진다. 본 연구에서 코르뷔지에와 칸의 찬디가르와 다카의 의사당 건축사례를 분석하여봄으로써 새로운 공공성의 상징방식에 대한 고찰이 가능할 것이다.

    의회란 한 국가에서 대의 민주주의의 상징적 입법기관이다. 의사당 건축은 공공건축의 한 종류이고 국가의 권위와 대표성의 상징이다. 따라서 이런 공공성으로 대표되는 의회의 상징성을 어떻게 건축적으로 표현하는 가가 늘 화두가 되어왔다. 공공 건축으로 분류되는 의사당 건축은 국가적 권위와 대의성으로 인하여 공공성과 상징성에 대한 건축가의 해석과 표현이 주요 관심사가 되어왔다. 의사당이란 의회의 기능과 조직을 수용하며의원의 활동과 이에 관련된 여러 활동을 수용하는 건축이다. 즉, 국민을 대표한 의원들의 입법 활동 등의 의정 활동을 수용하는 시설로, 그 자체로 한 나라의 민주주의와 민권을 상징하는 건축이기도 하다.

    또한 공공성의 상징방식으로서의 의사당 건축이 표현하는 의미를 짚어 보도록 하자. 구축 환경으로서의 건축은 대중들에게 잠재된 상징적 의미를 전달하여 주는 장치이다. 따라서 의사당 건축은 평등성과 대표성, 공적신뢰, 전체 혹은 다수에 관련된 권위 등을 전달하는 장치가 된다.

    이러한 공공성에 대한 정의를 바탕으로 그 공공성의 건축적 구현 방식을 살펴보기 전에 연구 대상이 된 르 코르뷔지에와 루이스 칸의 건축관과 건축 세계에 관하여 알아보도록 하자.

       2.2. 르 코르뷔지에와 루이스 칸의 건축

    공공성의 건축적 상징방식과 르 코르뷔지에와 루이스 칸의 건축적 방식을 논의하기 전에 우선 찬디가르 국회의사당의 공공성 상징방식 및 코르뷔지에 건축의 특징에 대하여 알아보자.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적 영향은 현대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많은 건축가들이 코르뷔지에의 작품을 건축적 선례로서의 참고하고 있으며, ‘근대건축의 5 원칙’5)은 현대 건축에서 광범위하게 인용되는 상황이다. 그중에서 코르뷔지에의 후기 건축 경향은 전기에 비하여 훨씬 자유로운 형태를 구사하고 있다. “코르뷔지에는 초기에 기하형태를 추구했던 디자인 경향과 달리 후기에는 보다 인간적이며 유기적인 건축으로 이동하였다. 이것은 그가 사용한 주된 디자인 요소인 재료와 형태를 통해 보다 엄밀하게 이해될 수 있다.”6) 근대건축의 거장들에 관하여 저술7)한 피터 블레이크는 미스 반 데어 로에를 ‘구조의 거장’,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를 ‘공간의 거장’으로 분류한 반면에 르 코르뷔지에를 ‘형태의 거장’으로 규정하고 있다.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세계가 무장식의 박스형의 건축을 그 출발점으로 하고 있으나 형태적 측면의 인상이 강렬함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와 같이 르 코르뷔지에의 찬디가르 의사당 설계 당시인 후기 건축의 경향을 살펴보았다. 이어서 본 연구의 비교대상인 루이스 칸의 건축 세계에 관하여 살펴보도록 하자.

    부단히도 자신만의 건축 세계를 추구하였던 칸은 고유의 건축 이론과 특유의 사고 체계로 인하여 그의 건축은 신비감과 난해함을 동시에 안겨준다. 이런 루이스 칸의 건축적 배경을 살펴보자면 루이스 칸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보자르식(Style Beaux-Arts) 교육을 받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보자르의 건축교육은 여러 축 방향으로 대칭적이며 추상적인, 하지만 비 기능적인 고상함을 지닌 평면 양식에 노력을 집중하게 한다. 국제주의 양식은 칸을 새롭게 자각시켰다. 그것은 칸의 교육과 칸의 건축초기를 지배했던 형식적인 전통에서 그를 자유롭게 풀어주었다. 국제주의 양식을 통하여 그는 20세기 산업적으로 생산된 자료가 제시했던 새로운 구조의 가능성을 접하게 된다.8)

    1950년이 되자 미국의 국제주의 양식은 유럽에서 이미 그랬던 것처럼 관습화되고 변질되기 시작하였다. 새로운 경향은 기계적인 접근방식을 인간적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르 코르뷔지에의 후기 작품이 이러한 변화를 유도하였다. 1930년대 초에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은 조각적인 경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1950년이 되면서 롱샹 성당의 설계와 함께 그는 유동적인 윤곽선을 지닌 딱딱한 형태를 만들어내고 건물 모습을 거의 유기적인구조로 만드는 등, 새로운 방법으로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있었다. 한편 1928년 유럽 여행 이후, 칸은 르 코르뷔제의 충실한 찬미자로 있었으나 1947년에서 1950년까지 코르뷔지에의 책은 전혀 읽어보지 못했다. 근대건축 운동은 칸에게 카타르시스적인 효과를 미쳤다. 그 운동은 그의 내부에 아부 깊숙이 존재하고 있던 원리들을 나타낼 수 있도록 대담하고 새로운 매개수단을 제공해 주었다.9)

    1968년 무렵, 칸은 새로운 건축이란 공간의 심리적인 효과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기능주의를 초월한다고 믿었다. 그는 또한 측정 가능한 디자인 과정은 궁극적으로 측정 불가능한 예술작품을 만들어낸다고 믿었다. 그리고 일련의 건축적 수행의 결과로 칸은 국제주의 양식의 무미건조하고 분석적인 건축 접근방식에 대한 반발로 건물 디자인에 있어서 느낌이 사고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말하게 되었다. 칸은 아인슈타인처럼 우주에 우연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는 생각을 직관적으로 거부했었다. 반면에 원, 십자형, 삼각형 등과 같은 추상적인 시각 형태들을 즐겨 취하기도 했다.

    우리는 르 코르뷔지에와 루이스 칸의 건축적 성향을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두 건축가가 근대주의 건축의 동일한 맥락선상에 있으면서 두 사람사이의 시간적이고 공간적인 간격만큼 건축적인 지향점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코르뷔지에는 자유분방한 형태의 추구라는 특성을 발견할 수 있었고, 상대적으로 칸은 근대건축의 한계를 파악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자신만의 건축을 추구한 특성을 알 수 있었다. 건축의 근현대사에 있어서 르 코르뷔지에는 시대를 앞서갔지만 루이스 칸은 시대를 초월하였다. 따라서 근현대 건축에서의 역할은 코르뷔지에는 선도적이었다면 칸은 초월적인 의미를 가지게 된다. 코르뷔지에가 당시의 건축 풍조를 창출하였다면 칸은 건축 풍조에 얽매이지 않았다.

    1964년 루이스 칸은 예일대학 건축저널지인 ‘퍼스펙타’에서 “건축적으로 놀라운 업적들에 비추어볼 때 조차도 르 코르뷔지에는 바야흐로 그의가장 위대한 작품들을 창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언급하며 그의 건축적 사고를 긍정적으로 참조하고 있다. 보자르식 교육을 받은 이후에 근대 건축을 수렴하면서도 자신만의 건축을 추구했던 칸의 코르뷔지에와의 건축적 관계를 알 수 있다.

    이로서 공공성의 정의와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과 루이스 칸의 건축에 대하여 파악하여 보았다. 이어서 공공성의 건축적 구현의 구체적인 사례인 코르뷔지에의 찬디가르 사례와 칸의 다카 사례를 살펴보면서 두 건축가의 서로 다른 공공성 표현 방식에 대해 비교하여보자.

    4)존 랭, 조철희 외 역, 『건축이론의 창조』, 도서출판 국제, 1991, p.307  5)Cinq points de l'architecture moderne. 르 꼬르뷔지에가 주창한 근대건축의 원칙들. 필로티(pilotis), 옥상정원(toit terrasse), 자유로운 평면(plan libre), 수평 연속창(fenêtre-bandeau), 그리고 자유로운 입면(la façade libre)으로 구성되어 있다.  6)안우진, 『현대 건축의 새로운 흐름, 공간의 형식성과 유기성』, 기문당, 2010, p. 181.  7)Peter Blake, The Master Builders, Norton, 1996  8)알렉산드라 팅, 서유석 외 역, 『루이스 칸의 건축철학』, 태림문화사, 1993, p.26  9)Ibid, p.31

    3. 공공성의 상징적 표현

       3.1. 찬디가르 국회의사당

    1947년 인도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게 된다.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분리독립이 되면서 펀잡주도 두 개의 지역으로 분리되게 된다. 이에 따라 인도 정부는 동펀잡 지역에 주도를 세우게 된다. 수상인 네루는 현대적인 도시를 만들 야심으로 우여곡절 끝에 르 코르뷔지에에게 도시계획 초안을 맡기게 된다.10) 원래 찬디가르는 의사당, 상업지역. 호텔, 그리고 대학 등 10여 개의 영역으로 이루어진 도시계획이었으나 코르뷔지에는 의사당 영역의 건축물들만 직접 설계에 관여하고 고문 역할을 하게 된다. 코르뷔지에는 찬디가르에 고동법원(Haute Cour de Chandigarh, 1952), 미술관(Musée et Galerie d'Art de Chandigarh, 1952), 사무국(Secrétariat de Chandigarh, 1953), 찬디가르 의사당(Assemblée de Chandigarh, 1955), 에술학교(École d'Art de Chandigarh, 1959) 등의 건물을 설계하게 된다.

    그중 의사당 건물은 찬디가르의 가장 대표적인 건물로 코르뷔지에 작품 활동 중 후반기의 완숙한 건축적 역량이 총체적으로 구현되고 있다. 규칙적인 격자창이 배열된 육면체와 둥글게 말린 형상의 지붕의 조각적 파사드와 조합된 매스를 구성하고 있다. 마치 빌라 사브와와 롱샹 성당을 결합해 놓은 듯한 매스 구성은 2차 세계대전 이전의 코르뷔지에의 작품과 2차 세계대전 이후의 그의 건축이 합성된 듯한 이미지를 띠면서 형태적으로 기하학적 형태와 자유로운 형태가 강렬한 대비를 이루면서 결합되어 있다. 엄격한 직사각형의 건물 윤곽선 안에 의사당이 정중앙의 대칭적 중심이 아닌 치우쳐진 위치에 놓임으로서 절묘하게 좌우대칭을 피하며 비대칭적 조합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보자르식의 양식과 대칭에 기대지 않은 비대칭성과 중심성의 해체를 통하여 의회의 공공성을 표현하고 있다.

    의사당 전면에는 물을 건축적 장치로 활용함으로써 상징적이고 초월적인 건축물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이런 건축 기법은 루이스 칸의 다카사례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루이스 칸의 다카 의사당이 삼각형이나 원형 개구부가 뚫린 벽을 통해 일조량을 조절함과 동시에 상징적인 입면을 만드는 반면에 “찬디가르의 의사당에서는 세로 격자형의 차양(brise-en-soleil), 입구측 정면에는 큰 차양이 설치되어 입면 디자인을 결정하고 있다.”11) 찬디가르 국회의사당은 장식은 없지만 건축물의 형태라고 하기에는 조각적이고 추상적이다. 코르뷔지에는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한 건축가이지만 그의 건축에서 형태에 비해 공간은 상대적으로 후차적인 요소로 보여지게 된다. 일엽쌍곡면(Hyperboloïde à une nappe)의 형상을 띄고 있는 의사당 주 회의실 상부는 전형적인 코르뷔제 후기 건축의 형태적인 기법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의사당 상부의 원추형의 매스형태는 루이스 칸의 다카 의사당과 마찬가지로 고측채광의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입법기관으로서의 상징성과 대의성으로서의 공공성은 강력한 위상기하학적(topologique) 형상으로 표출되고 있다. 가시적이면서 가촉적인 공공성의 표현매체는 형태가 가질 수 있는 시각적 상징성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보자르식 공공시설의 전형이던 양식과 대칭성은 소거되고, 대신에 중심성이 해체된 위치와 형상으로 공공성을 상징하고 있다.

       3.2. 다카 국회 의사당

    1962년 칸은 파키스탄의 수도 설계를 의뢰받았다. 사실 동 파키스탄의 다카 국회의사당은 르 코르뷔지에에게 의뢰되었으나 그는 너무 바쁘다는 이유로 사양하였다. 그 이후 알바 알토 역시 거절을 하고 결국 루이스 칸에게 부탁을 하고 루이스 칸이 이를 수락하게 된다. 형태를 올바르게 표현하려는 칸의 정열적인 탐구는 경험을 동반한 보다 깊은 통찰력의 결과 1962년에 칸이 착수했던 프로젝트-방글라데시 다카의 국회의사당-는 아주 대담하고 단순하며, 또한 그들의 형태개념을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칸은 어떠한 공공건물의 설계에서도 그 건물의 원형적 의미를 발견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다카 의사당의 설계에서 칸은 모든 변화에도 불구하고 통일된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모든 건물에 나타나는 엄격한 기하학적 단순성은 이것을 잘 대변하는 삼각형이나 사각형, 또는 원형의 개구부로 절개된 벽돌 벽을 구사하였다. “칸의 다카 의사당은 강한 햇살을 피하기 위해 삼각형이나 원형 개구부의 벽을 이용한 이중 피막이 만들어져 있다. 유리면에서 거리를 두고 그 벽이 솟아 있어 일조를 조절함과 동시에 안깊이가 있는 입면, 삼각 또는 원형 개구부가 뚫린 상징적인 입면이 만들어진다.”12) 찬디가르의 의사당에서의 입면의 세로 격자형 차양(brise-ensoleil)과 비교하여 훨씬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입면을 만들어 내는 동시에 빛을 조절하는 건물의 피막 구실을 하고 있다. 또한 의사당 건물의 평면 구성은 x 축과 y 축뿐만 아니라 사선 축을 포함하여 8 개의 대칭축이 생성되는 평면으로 이루어져 완벽한 대칭성 및 중심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리고 중앙 회의당의 상부에는 포물면(paraboloïde) 쉘의 천정이 있어 빛의 연출을 구현하는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이상으로 루이스 칸의 다카의사당의 건축적인 얼개를 파악하여 보았다. 이어서 다카 사례에서 구사된 공공성의 건축적 상징방식으로서의 빛의 사용 방법에 대한 고찰을 하여보자.

    칸은 1960년대 중반 그리스 신전과 같은 고대건물이나 르 코르뷔지에의 롱샹 성당과 같은 최근의 건물들이 어떻게 빛을 내부공간으로 받아들 이는가를 관찰하였다. “여러분들이 쏟아지는 빛 속에 서 있다 하더라도, 최초로 빛의 흔적을 보여주는 것은 바로 이 창들입니다. 여러분들은 창들을 보고나서야 비로소 빛을 의식할 수 있는 것입니다.”13)라고 칸은 언급하고 있다. 또한 칸은 빛을 자연이 준 표현의 수단이나 도구로 보았고 침묵을 집단 무의식에서 솟구치는 표현하고 싶은 욕구로 보았다. 이 둘의 만남에서 예술작품을 창조하는 영감이 발현하는 것이다.

    칸은 침묵과 빛의 관계를 표현할 때 그는 침묵과 빛 둘 다 영감을 함축한다고 설명하였다. 칸은 침묵을 이미 존재하고 있는 열망이 아니라 존재가 되고자 하는 열망으로 설명하였다.14) 칸이 침묵과 연관해서 빛을 사용한 것은 생명의 근원이라고 여겼던 빛의 이해에 대한 그의 감각의 확장을 의미한다. 이제 빛은 침묵을 보완하는 것이 되었다. 침묵이 의식적인 표현하고자 하는 열망을 가진 원초적이며 비물질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반대로 빛은 의식적인 목적이 없기 때문에 물질화하려는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15) 즉, 표현하고자 하는 열망인 침묵과 그 표현수단인 빛인 것이다.

    칸은 다카 의사당 계획에서 건축의 구조가 만들어내는 기하학적인 평상과 공간이 빛의 유입을 더욱 강조하도록 계획하였다. 대 회의당의 바닥과 천정 사이의 열려 있는 큰 공간을 설계하여 빛이 공간 특유의 분위기를 연출하도록 고안하였다. 즉 고측창으로 유입된 자연광이 구조, 공간과 빛이 통합적으로 구현되는 장면을 연출한다. 칸은 이러한 공간과 빛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즉, 공간, 구조 그리고 재료가 통합적으로 빛과 만나 빛을 연출하는 건축이 형성된다. 칸은 기둥, 아치, 돔, 볼트 등의 건축요소들을 빛과 그림자를 주조하는 방법이라는 관점에서 설계로 형상화된다는 점을 주목하였다. 이상으로 르 코르뷔지에의 공공성 상징방식으로서의 형태적 건축 기법과 루이스 칸의 빛에 의한 공공성 상징방식을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이 두가지 방식의 차이와 특징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자.

       3.3. 공공성의 상징: 형태와 빛

    공공 건축으로 분류되는 국회의사당 건축은 국가적 권위와 대의성으로 인하여 공공성과 상징성에 대한 건축가의 해석과 표현이 주요 관심사가 된다. 르 코르뷔지에의 공공성의 해석은 형태적 매체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대담하고 강렬하면서 조각적인 형태는 시각적으로 직설화법을 통하여 입법기관의 공공성인 대의성을 전달하고 있다. 이와 대비되어 르 코르뷔지에의 형태적 공공성의 상징방식에 비교하여 루이스 칸의 빛에 의한 공공성의 상징방식을 살펴보자.

    칸은 자신의 다카 의사당에 대해 “의회건물과 기도소가 같이 있게 한 것은 의회라는 말의 의미가 사회적 참여에 적용될 때는 정신적인 차원을 획득한다는 칸의 직관적이고 강력한 깨달음의 결과인 것이다.”17)라고 설명하고 있다. 동 파키스탄 사람들의 삶에 있어서의 종교생활방식을 살펴봄으로, 의회의 공간 조직에 엮어진 모스크가 이러한 정서를 반영하리라고 생각하고 모스크를 갖는 의회를 처음 스케치하였다.

    “이런 생각이 공공건물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떠올랐습니다. 중요한 공공건물은 삶에 대한 인스퍼레이션으로 자라납니다. 그리고 그것은 사람의 공공기관에서 미약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내가 감지하고 싶은 것은 짓는다는 것에 대한 인스퍼레이션입니다.”18)라고 설명하고 있다.

    의사당의 매스 구성 차원에서 찬디가르와 다카의 외부 입면 이미지를 비교하여 보면, “칸은 벽을 수직으로 치올려 건축물 외관을 구분 짓는 데 비하여 코르뷔지에는 벽 치올리기를 적극적으로 적게 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전자는 수직적, 후자는 수평적인 표현이 되고 있다.”19) 이러한 외부입면 구법의 차이로 인하여 찬디가르의 경우는 수평적 매스를 바탕으로 의사당 상부의 자유스러운 형태가 외부를 향하여 시각적으로 상징적 역할을 한다. 반면에 다카의 경우는 수직 벽으로 둘러싸인 매스를 형성함으로써 외부 입면의 추상적 구성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 빛을 구사하는 상징의 장치가 매입되게 된다. 따라서 찬디가르 의사당은 수평적 입면 구성과 형태적 상징 장치를 가지게 되며, 다카 의사당은 수직적 입면 구성과 함께 빛의 상징 장치를 보유하게 된다.

    또한 건축물 내부의 공간 구성의 측면에서 보면 ‘중심적인 공간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방법과 균질한 가운데에 편심을 주는 공간을 삽입하는 방법’20)으로 대조가 된다. 찬디가르 의사당의 경우는 ‘ㄷ’자형으로 둘러싼 공간 속에 자유스러운 형태의 의사당 부분을 한 쪽으로 치우쳐서 편심으로 배치하고 있다. 이러한 편심적 공간 구성은 단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일엽쌍곡면(Hyperboloïde à une nappe)의 의사당 상부의 조형적 요소를 더 드러나게 하고 있다. 다카 의사당의 경우는 중앙의 의사당 주위로 다른 공간들이 동심원 모양으로 중심적인 평면 조합을 하고 있다. 이러한 공간 구성은 건물 중앙의 빛의 연출이 극대화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이러한 두 의회 시설의 공간 구성을 비교하여 보면 코르뷔지에의 찬디가르 의사당은 편심적 공간 구성을 하고 있고, 그 편심적 공간의 중심에는 조형적 상징 장치가 위치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칸의 다카 의사당은 중심적 공간 구성을 하고 있고, 그 중심적 공간의 중심에는 빛의 상징 장치가 내장되어 있는 구조이다. 르 코르뷔지에의 찬디가르 의사당은 수평적 매스 구성과 함께 편심적인 평면 구성을 하여 형태에 의한 공공성의 상징효과가 극대화 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대비되어 루이스 칸의 다카 의사당은 수직적 벽 구성과 함께 구심적인 평면 구성을 하여 그 중앙에 빛에 의한 공공성의 상징 효과가 극대화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10)네루 인도 수상은 미국의 건축가 앨버트 메이어(Albert Mayer)에게 도시계획 초안을 의뢰하는데 그의 파트너인 폴란드의 건축가 마튜 노비키(Matthew Novicki)의 사망으로 계약이 불발된다. 이에 따라 1950년 르 코르뷔지에에게 의뢰하게 된다.  11)原口 秀昭, 『ルイス․カーンの空間構成―アクソメで読む20世紀の建築家たち』, 彰国社, 1998, p.78  12)Ibid, p.79  13)알렉산드라 팅, 서유석 외 역, 『루이스 칸의 건축철학』, 태림문화사, 1993, p.149  14)1967년 뉴 잉글랜드 컨서버토리(New England Conservatory)에서의 강연.  15)Ibid, p.177  16)Ibid, p.168  17)Ibid, p.125  18)Ibid, p.157  19)原口 秀昭, 『ルイス․カーンの空間構成―アクソメで読む20世紀の建築家たち』, 彰国社, 1998, p.78  20)Ibid, p.79

    4. 나오는 글

    이상으로 건축에서 드러나는 공공성의 상징방식을 살펴보았다. 건축의 순수성을 추구한 르 코르뷔지에와 건축의 본질을 추구한 루이스 칸을 연구 대상으로 선정하여 입법기관인 국회의사당 건축사례를 공공성의 상징방식에 있어서의 유사성과 차이점이란 관점에서 고찰하여 봄으로써 추상적 가치인 공공성이 어떻게 건축적으로 구현되는지를 살펴보았다. 두 건축가의 사례를 비교하여본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으로 요약된다.

    첫째, 공공성의 건축적 상징 측면에서 공공성의 여러 성격 중 평등성과 대표성, 공적 신뢰, 전체 혹은 다수에 관련된 권위, 공공기관으로서의 행위, 공동체 관련성, 신뢰와 권위 등이 있다. 이러한 공공성의 다양한 특성들 중 대표성 및 대의성, 공적 신뢰와 권위를 주 대상으로 규정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

    둘째, 찬디가르 국회의사당 사례를 통하여 르 코르뷔지에의 공공성의 상징방식이 형태를 사용한 건축적 구현 방식임을 알았다. 코르뷔지에의 후기 건축의 특징인 자유로운 형태를 이용한 대의성의 상징방식은 보자르방식과는 구별되는 중심성 해체의 성격이 담지되어 있음도 알았다.

    셋째, 다카 국회의사당 사례를 통하여 루이스 칸의 공공성의 표현 방식이 빛 사용한 건축적 구현 방식임을 알았다. 칸의 건축 이론의 특징인 빛과 침묵을 이용한 대의성의 상징방식은 역시 코르뷔지에의 방식과는 구별되는 중심성의 성격이 담지되어 있음도 알았다.

    넷째, 칸은 빛의 사용에서 측정할 수 있는 측면과 측정할 수 없는 측면 등의 이분법적으로 사용하였고, 반면에 코르뷔지에는 형태의 사용에서 기계적인 부분과 유기적인 형태가 만나는 통합적인 구법을 사용하였음을 알았다. 또한 코르뷔지에의 찬디가르 의사당은 수평적 입면 구성과 형태적 상징 장치를 가지게 되며, 칸의 다카 의사당은 수직적 입면 구성과 함께 빛의 상징 장치를 구사하고 있음을 알았다.

    다섯째, 코르뷔지에의 찬디가르 의사당은 편심적 공간 구성을 하고 있고, 그 편심적 공간의 중심에는 조형적 상징 장치가 위치하고 있는 반면에 칸의 다카 의사당은 중심적 공간 구성을 하고 있고, 그 중심적 공간의 중심에는 빛의 상징 장치가 내장되어 있는 구조임을 알았다.

    마지막으로, 코르뷔지에에게서는 자유분방한 형태의 추구라는 특성을 발견할 수 있었고, 상대적으로 칸에게서는 근대건축의 한계를 파악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자신만의 건축을 추구한 특성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참고문헌
  • 1. 김 도식 2002
  • 2. 존 로벨 1993
  • 3. 유지니어 벨 1999
  • 4. 알렉산드라 팅 1993
  • 5. 장 장제르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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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 Gossel (Peter), Leuthauser (Gabriele) 1991 L’Architecture du XXe siecle google
  • 9. Jenger (Jean) 2002 Le Corbusier Choix de lettres google
  • 10. Le Corbusier 1977 Maniere de Penser l’urbanisme google
  • 11. Monnier (Gerard) 1992 Le Corbusier, Besancon google
  • 12. 2008 Le Corbusier le grand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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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테이블
  • [ 그림 1 ]  <찬디가르 의사당 배치도>
    <찬디가르 의사당 배치도>
  • [ 그림 2 ]  <의사당 이층 평면도>
    <의사당 이층 평면도>
  • [ 그림 3 ]  <찬디가르 국회의사당 전경>
    <찬디가르 국회의사당 전경>
  • [ 그림 4 ]  <루이스 칸의 다카 의사당 배치도>
    <루이스 칸의 다카 의사당 배치도>
  • [ 그림 5 ]  <루이스 칸의 다카 의사당 이층 평면>
    <루이스 칸의 다카 의사당 이층 평면>
  • [ 그림 6 ]  <루이스 칸의 다카 국회의사당 전경>
    <루이스 칸의 다카 국회의사당 전경>
  • [ 그림 7 ]  <코르뷔지에의 의사당 지붕스케치>
    <코르뷔지에의 의사당 지붕스케치>
  • [ 그림 8 ]  <코르뷔지에의 찬디가르 의사당 지붕>
    <코르뷔지에의 찬디가르 의사당 지붕>
  • [ 그림 9 ]  <루이스 칸의 다카 의사당 스케치>
    <루이스 칸의 다카 의사당 스케치>
  • [ 그림 10 ]  <루이스 칸의 다카 의사당 단면 모형>
    <루이스 칸의 다카 의사당 단면 모형>
  • [ 그림 11 ]  <찬디가르 의사당 엑소노메트릭>
    <찬디가르 의사당 엑소노메트릭>
  • [ 그림 12 ]  <다카 의사당 엑소노메트릭>
    <다카 의사당 엑소노메트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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