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스펙트럼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장애, 의사소통의 장애, 그리고 제한된 관심과 반복적이고 상동적인 행동을 특징으로 한다.¹⁾ 제한된 관심과 반복적인 행동(restricted, repetitive behaviors and interests, RRBI)은 Leo Kanner²⁾나 Hans Asperger가 자폐증과 아스퍼거 증후군을 처음 보고했을 때부터 이 질병들의 핵심 증상이라고 생각하였다. RRBI는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fifth edition(DSM-5)에 따르면 네 가지 하위 유형으로 나뉘는데, 제한된 관심(restricted interest), 동일함에 대한 고집(insistence on sameness), 상동적이고 반복적인 운동 매너리즘(repetitive motor movement), 감각에 대한 특이한 흥미(unusual interest in sensory input)를 포함한다.¹⁾

RRBI가 ASD를 진단하는 데 있어서 하나의 진단 영역으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각각의 항목을 보면 반복적인 몸의 움직임부터, 제한된 관심사와 같이 인지적인 특성이 포함된 증상까지 다양한 범위에 걸쳐 있어 RRBI로 분류되는 증상들이 이질적(heterogenous)이라는 의견들이 있었다.³⁾ 이에 RRBI의 하위 유형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어 왔는데, Turner⁴⁾는 RRBI를 반복적인 감각 운동 행동(repetitive sensory and motor behavior)과 동일함에 대한 고집 두 가지 하위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보고하였고, 다른 연구들도 이를 지지하였다.^5-8) 하지만 Lam 등³⁾과 Honey 등⁹⁾은 반복적인 운동 행동(repetitive motor behavior), 동일함에 대한 고집 외에 한정된 관심거리(circumscribed interest)라는 제3의 하위 유형이 있다고 보고하여서 RRBI 내에 특정한 하위 유형이 있는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

RRBI와 ASD에서 다른 임상 특징의 관련성은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Gabriels 등¹⁰⁾은 RRBI와 지능 수준을 비교한 연구에서 비언어성 지능지수(nonverbal IQ)가 낮은 그룹에서 RRBI가 더 많다는 결과를 보고하였다. 하지만 일부 연구자들은 RRBI 중에서 특정 하위 유형만 비언어성 지능지수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였는데, 반복적인 감각 운동 행동의 경우 비언어성 지능지수가 낮을수록 심하지만, 동일함에 대한 고집의 경우 비언어성 지능지수와 관련성이 없다고 보고하였다.⁸⁾ 한편 Bishop 등⁶⁾은 사물의 반복적 사용(repetitive use of objects), 손과 손가락의 매너리즘(hand and finger mannerism), 자해(self-injury), 유별난 집착(unusual preoccupation), 다른 복잡한 매너리즘(other complex mannerism)과 같이 대부분의 RRBI는 비언어성 지능지수와 부적 상관성을 가지지만, 한정된 관심거리(circumscribed interest)는 오히려 비언어성 지능지수가 높을수록 더 많다고 보고하였다.

ASD 환자에서 RRBI와 사회성, 의사소통 능력 사이에는 상관성이 중간 정도(correlation coefficient=0.59)로 알려져 있으며, RRBI와 사회성 결핍이 우연히 공존한 것인지, 아니면 기전적으로 동일한 것인지가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¹¹⁾ 이에 특정한 RRBI 하위 유형만 자폐 증상과 관련있을 것이라는 가설이 제시되었고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RRBI 하위 유형과 사회성, 의사소통 능력 사이의 상관성에 대한 보고는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Lam 등³⁾은 반복적인 운동 행동, 동일함에 대한 고집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결핍과 의사소통 능력의 결핍과 연관이 되지만, 한정된 관심거리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하지만 Szatmari 등⁷⁾은 반복적인 감각 운동 행동이 있으면 사회적 상호작용의 결핍이 심한 것과 관련 있으며 동일함에 대한 고집이 있는 것은 의사소통 능력의 결핍이 심한 것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하여 서로 일치하지 않았다.

ASD에서 RRBI에 대한 연구도 적은 편이지만, 특히 고기능 ASD에서 RRBI에 대해 체계적으로 보고한 연구가 많지 않다. 지금까지 보고된 것은 다른 발달장애보다 고기능 ASD에서 RRBI가 많다는 것과 RRBI가 심할수록 적응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¹⁰⁾ 또한 지능이 낮은 ASD에 비해 상대적으로 반복적인 감각 운동 행동이 적고, 강박행동이나 제한된 관심은 더 많다는 정도가 보고되었다.⁶⁾ 이처럼 고기능 ASD에서 RRBI에 대해 알려진 바가 많지 않고, 최근 개정된 DSM-5에서 RRBI가 없으면 ASD로 진단하지 않기로 변경되었기 때문에, RRBI와 사회성 및 정서적 특성과 관련성을 알아보는 것은 ASD의 병리를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고기능 ASD에서 RRBI와 사회성, 의사소통 능력, 정서, 행동상의 문제 사이의 관련성을 조사하는 것이다. 또한 고기능 ASD에서 RRBI의 하위 유형을 분류하고, 하위 유형과 ASD 증상의 관련성을 연구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이전에 시행된 두 연구에 참여했던 3-18세의 피험자들 가운데 선정 기준에 맞는 대상자들이다. 청소년 사회기술훈련인 Program for the Education and Enrichment of Relational Skills 프로그램의 효과 검증 연구에서는 12-18세의 고기능 ASD 청소년들이,¹²⁾ ASD의 행동유전학 연구에서는 고기능 ASD 환자 및 그들의 이환되지 않은 형제 자매들이 포함되었다.¹³⁾

모든 연구 대상자는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 의해 DSM, fourth edition, text revision(DSM-IV-TR)을 기준으로 전반적 발달장애로 선별되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판 사회적 상호작용 설문지(Korean version of Social Communication Scale, K-SCQ)와 한국판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척도(Korean version of Asperger Syndrome Diagnostic Scale, K-ASDS)가 선별 검사도구로 사용되었다. ASD의 진단을 확인하고, 증상을 정량화하기 위해 한국판 자폐증 진단면담(Korean version of Autism Diagnostic Interview-Revised, K-ADI-R)과 한국판 자폐증 관찰스케줄(Korean version of Autism Diagnostic Observation Schedule, K-ADOS)을 사용하였다.

연구 대상자의 지능은 한국판 웩슬러 아동지능검사(Korean Educational Developmental Institute’s Wechsler Intelligence Scale for Children, KEDI-WISC) 또는 한국판 라이터 국제동작척도(Korean version of Leiter International Performance Scale)로 측정하였으며, 본 연구에서는 비언어성 지능이 65 이상인 경우만 포함하였다. 그리고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신경학적 질환, 심각한 내과적 질환, 염색체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제외되었다.

ASD에서 흔한 행동적, 정서적 특성을 보기 위해 한국어판 사회반응성척도(Korean translated version of Social Responsiveness Scale, K-SRS)를 시행하였고, 다양한 범주의 소아청소년의 정서, 행동 문제를 평가하기 위해 아동 청소년 행동 평가 척도(Child Behavior Checklist, CBCL)를 시행하였다.

이 연구는 참여 기관의 임상시험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았고 모든 대상자와 대상자의 부모로부터 서면으로 사전동의를 받았다.

1) 한국판 사회적 상호작용 설문지(Korean version of Social Communication Scale, K-SCQ)

K-SCQ는 ADI-R에서 추출된 40문항의 설문을 통해 자폐 스펙트럼장애 가능성이 있는 아동을 선별하는 질문지이다. 총점이 15점 이상이면 ASD의 가능성이 있다고 여기며 ASD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¹⁴⁾

2) 한국판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 척도(Korean version of Asperger Syndrome Diagnostic Scale, K-ASDS)

K-ASDS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변별하기 위한 부모 작성용 설문지이다. 총 50문항으로 “예” 또는 “아니오”로 답하게 되어 있으며 언어, 사회성, 부적응 행동, 인지, 감각운동 5개의 소척도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판 설문지는 충분한 수준의 중간 일치도와 진단 판별력을 가지고 있는 설문지이다.¹⁵⁾

3) 한국판 자폐증 관찰스케줄(Korean version of Autism Diagnostic Observation Schedule, K-ADOS)

ADOS는 1989년 Lord 등에 의해 개발된 반구조화된 자폐장애 진단도구이다. 자폐장애 및 다른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의심되는 환자에서 반구조화된 놀이를 직접 관찰함으로써 의사소통, 사회적 상호작용, 놀이 또는 사물의 상상적 사용을 평가하는 표준화된 평가도구이다. 걸음마기 아동부터 성인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언어가 전혀 발달되지 않은 경우에도 적용 가능하다. DSM-IV와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ICD)-10에 기반하고 있으며, ADI-R과 함께 자폐장애 관련 연구에서 표준으로 받아들여지는 대표적인 도구이다.¹⁶⁾

4) 한국판 자폐증 진단면담(Korean version of Autism Diagnostic Interview-Revised, K-ADI-R)

ADI-R은 1994년 Lord 등에 의해 개발된 반구조화된 면담 도구이다. ICD-10 및 DSM, third edition, revision(DSM-III-R)을 근거로 하고 있으며 아동의 부모 또는 일차 보호자를 면담하여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진단한다. 면담은 총 6개의 부분(일반적 정보, 초기 발달과정, 의사소통과 언어, 사회적 발달과 놀이, 특이한 관심과 행동, 비특이적인 행동문제, 특별한 능력)으로 구분되어 있다. 이 도구의 장점은 자폐장애 진단기준에 포함된 의사소통, 사회적 상호작용, 제한된 관심과 행동 등 핵심증상 세 영역에 관한 아동의 행동 양상을 포괄적으로 기술하고 평가하도록 되어 있어 아동이 영아기부터 현재까지 보였던 특징적인 행동들을 매우 상세히 정량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¹⁷⁾

5) 한국어판 사회 반응성 척도(Korean translated version of Social Responsiveness Scale, K-SRS)

K-SRS는 사회적 상호작용능력의 결여(social impairment), 사회적 통찰(social awareness), 사회정보처리(social information processing), 주고받는 사회적 의사소통능력(capacity for reciprocal social communication), 사회불안 및 회피(social anxiety/avoidance), 자폐적 몰입과 특질(autistic preoccupation and traits) 등을 측정한다. 자폐장애의 질적 진단가능성 여부에 상관없이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도구이다. 부모나 교사가 답할 수 있으며 본 연구에서는 부모에 의해 평정된 결과를 사용하였다.¹⁸⁾

6) 아동 청소년 행동 평가 척도(Child Behavior Checklist, CBCL)

다양한 범주에 걸친 소아청소년의 정서, 행동 문제를 평가하기 위한 설문지로 부모가 작성하도록 되어 있다. 총 16개의 하위척도에 대해 평가하며 본 연구에서는 T 점수를 사용하였다. 척도의 신뢰도 계수는 Cronbach’s alpha=.80으로 보고되었다.¹⁹⁾

7) 한국판 웩슬러 아동지능검사(Korean Educational Developmental Institute’s Wechsler Intelligence Scale for Children, KEDI-WISC)

전체 지능, 언어성 지능, 동작성 지능의 세 가지 지능지수를 산출할 수 있으며, 전체 점수와 각 연령 집단 내에서의 상대적 위치를 산출할 수 있다.²⁰⁾

8) 한국판 라이터 국제동작척도(Korean version of Leiter International Performance Scale)

라이터 국제동작척도는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표준화된 비언어적 지능측정도구로, 시각화 및 추론능력과 주의력 및 기억력으로 크게 구분되어 있다.²¹⁾

고기능 ASD에서 RRBI와 사회성, 의사소통 능력 간의 관련성을 조사하기 위해 대상군인 고기능 ASD 내에서 K-ADI-R의 행동의 ‘제한적, 반복적, 상동적 패턴’의 절단점인 3점을 기준으로 제한적, 반복적, 상동적 패턴이 3점 이상인 군(이하 ASD+RRBI)과 3점 미만인 군(이하 ASD-RRBI)으로 나누었다. 여기에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아닌 형제 자매(unaffected sibling)를 대조군으로 하여 세 그룹을 비교하였다. 세 그룹에서 K-ADI-R에서 ASD를 진단하기 위한 세 가지 진단적 알고리즘, 즉 ‘주고받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질적 이상’의 총합, ‘의사소통의 질적 이상’의 총합, ‘행동의 제한적, 반복적, 상동적 패턴’의 총합과 ‘행동의 제한적, 반복적, 상동적 패턴’의 비알고리즘의 총합을 비교하였다. 이후 secondary outcome으로 K-SCQ, K-SRS의 총합과 K-ASDS의 5개 소척도를 비교하였다. 고기능 ASD에서 RRBI에 따른 정서, 행동상의 문제의 차이를 보기 위해 CBCL을 비교하였다.

고기능 ASD에서 RRBI의 하위 유형을 알기 위해 고기능 ASD를 대상으로 주성분 분석을 시행하였고, 그 하위 유형들과 ‘K-ADI-R의 주고받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질적이상’의 총합, ‘의사소통의 질적 이상’의 총합, K-SRS, K-ASDS의 소항목 간의 상관관계를 조사하였다.

통계분석은 Statistical Package for the Social Sciences(SPSS) version 19.0(SPSS Inc., Chicago, IL, USA)을 사용하였다. 인구학적 특징 비교를 위해서 연속형 변수의 평균 비교의 경우 analysis of variance(ANOVA)로 분석하고, 범주형 변수의 경우 카이 제곱 검정으로 각 군의 빈도를 비교하였다.

세 그룹 사이의 자폐장애 증상, 사회성, 의사소통 능력, 아동의 정서/행동문제가 유의한 차이를 보이는지 분석하기 위해 일원변량 분산분석(one-way ANOVA)을 사용하였고, 연령, 지능, 나이가 세 그룹 사이에 차이가 있어 공변량 분석(analysis of covariance)을 사용하여 검정하였다.

RRBI의 하위 유형을 알기 위해 고기능 ASD를 대상으로 주축 요인 추출 분석(principal axis factor analysis)을 시행하였다. 회전방식은 Promax 기법을 선택하였다. 추출된 각 요인과 자폐 증상의 상관성을 알아보기 위해 상관분석(Pearson correlation)을 시행하였다. 본 연구에서 사용된 통계적 유의성은 p value <.05로 정의하였다.

ASD군은 모두 146명이며, 연령은 121.87±48.86개월(범위 : 37-222개월)이었다. Unaffected sibling은 총 181명이고 연령은 100.09±48.52개월(범위 : 36-249개월)이었다. ASD군 중에서 ASD+RRBI군은 119명(81.5%)이고, ASD-RRBI군은 27명(18.5%)으로 진단적 역치를 넘는 ASD가 다수를 차지하였다. 세 집단의 인구학적 변수를 Table 1에 제시하였다. 세 집단의 인구학적 특성을 비교시 ASD군에서 unaffected sibling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남자가 많았으며 나이가 많았다(p<.01).

전체 지능의 경우 RRBI와 상관없이 ASD군에서 unaffected sibling보다 지능이 낮았다(p<.01). 동작성 지능의 경우 ASD+RRBI군(97.92±18.80), ASD-RRBI군(109.07±18.41), unaffected sibling(119.22±15.71)순이었다(p<.01).

1) K-ADI-R에서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 관련 증상

K-ADI-R의 ‘주고받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질적 이상’, ‘의사소통의 질적 이상’, ‘행동의 제한적, 반복적, 상동적 패턴’의 세가지 진단적 알고리즘의 총합과 ‘행동의 제한적, 반복적, 상동적 패턴’의 비알고리즘의 총합을 세 군 간에 비교하였다. 네 가지 항목 모두에서 세 군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고, ASD+RRBI군이 가장 점수가 높았고, unaffected sibling이 가장 점수가 낮았다. 이는 나이, 성별, 비언어성 지능지수를 통제한 분석에서도 결과는 동일하였다(Table 2).

2) 기타 자폐증 관련 증상

K-SCQ, K-SRS의 총합과 K-ASDS의 세부 항목인 ‘언어, 사회성, 부적응 행동, 인지, 감각운동’ 각각의 총점을 세 군에서 비교한 결과 K-SCQ, K-SRS, K-ASDS의 언어, 사회성, 부적응 행동, 감각운동 부분에서 세 군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ASD+RRBI군이 가장 점수가 높았고, unaffected sibling이 가장 점수가 낮았다. K-ASDS의 인지항목의 경우 ASD가 unaffected sibling보다 점수가 높았지만, ASD내에서 RRBI 여부에 따른 차이는 없었다. 이 결과는 나이, 성별, 비언어성 지능지수를 통제한 결과에서도 동일하였다(Table 2).

CBCL로 측정한 행동 문제 및 정서 문제를 비교한 결과를 보면 사회적 미성숙, 사고 문제, 주의집중 문제, 비행의 경우 세 그룹에서 모두 차이가 있었고, ASD+RRBI군, ASD-RRBI군, unaffected sibling군 순서로 점수가 낮아졌다. 위축, 불안/우울, 공격성, 내재화, 외현화, 총문제 행동은 ASD군이 unaffected sibling에 비해 점수가 높게 나왔지만, RRBI 여부에 따른 차이는 없었다. 신체증상, 성문제, 정서불안정은 ASD+RRBI군이 unaffected sibling보다 유의미하게 더 점수가 높았다(Table 2).

11개의 K-ADI-R의 ‘행동의 제한적, 반복적, 상동적 패턴’ 항목을 주성분 분석하였고, 이들의 기술 통계를 Table 3에 기술하였다.

요인적재값 0.4 초과를 유의하다고 정의하였을 때 K-ADI-R의 ‘행동의 제한적, 반복적, 상동적 패턴’은 두 가지 요인으로 가장 잘 설명되었다(Table 4). 초기 주성분 분석을 시행한 결과 고유근(eigenvalue)이 1 이상인 요인은 네 가지가 추출되었지만, 이 중에서 3, 4 요인은 항목이 2개로 적고, 요인 2와 요인 3, 4의 차이가 적어 2개의 요인으로 설명하는 것이 합당하였다.

이 두 요인에 의해 설명되는 변량은 33.13%였다. 우선 요인 1은 전체 변량의 21.71%를 설명하고 여기에는 유별난 감각적 관심, 사물의 반복적 사용, 개인 특유의 부정적 반응 보이기가 포함되었다. 요인 2는 전체변량의 11.42%를 설명하고 있으며 개인적 환경의 소소한 변화의 어려움, 아동과 상관이 없는 환경의 사소한 변화에 대한 저항, 강박행동/의식, 소음에 대한 과도한 민감성이 포함되었다.

나이, 비언어성 지능과 K-ADI-R로 측정된 사회성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의 이상, K-ASDS로 측정된 언어, 사회성, 부적응행동, 인지 항목과 RRBI 하위 유형들과의 관련성을 피어슨 상관분석을 통해 조사하였다(Table 5). 요인 1의 점수가 높을수록 낮은 비언어성 지능, 더 큰 사회성 결핍과 의사소통 능력의 결핍을 보였고, K-SRS의 총합도 높았다. 또한 K-ASDS로 측정한 사회성 및 인지능력, 의사소통 결핍이 크고, 부적응 행동이 많았다. 요인 2는 K-ASDS로 측정한 언어 능력이 상관성이 없는 것을 제외하고는 요인 1과 같은 결과를 보였다.

본 연구에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고기능 ASD에서 RRBI가 진단 역치를 넘는지 여부에 따라 사회성, 의사소통 능력, 정서 및 행동 문제에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또한 주축 요인 추출 분석을 통해서 제한된 관심과 반복적인 행동의 하위 유형을 알아보고 하위 유형과 자폐 증상 사이의 상관관계를 알아보았다.

본 연구에서 제한된 관심과 반복적인 행동이 절단점 이하인 ASD는 18.5%였다. ASD에서 제한된 관심과 반복적인 행동의 비율은 알려진 바가 많지 않은데, 연구 방법 및 대상자에 따라 0.2-50%로 다양하다.^22,23) 본 연구는 DSM-IV-TR을 기준으로 전반적 발달장애로 진단되었던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를 토대로 한다면 DSM-5 진단 기준을 적용하였을 때 이 가운데 약 18%는 더 이상 ASD로 진단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DSM-IV-TR에서 DSM-5로 진단을 변경하였을 때 ASD 유병률이 17% 감소 한다는 기존 연구결과와 일치한다.²⁴⁾

Gabriels 등¹⁰⁾의 연구에서 비언어성 지수가 낮을수록 RRBI가 많다고 보고되었는데 본 연구에서도 비슷하게 고기능 ASD 내에서도 ASD+RRBI군이 비언어성 지능지수가 낮은 수준을 보였다.

Honey 등⁹⁾은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 사회성, 의사소통 능력이 RRBI와 상관성 있다고 하였는데, 본 연구결과들에서도 K-ADI-R로 측정한 ‘주고받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질적 이상’과 ‘의사소통의 질적 이상’ 항목이 ASD+RRBI군에서 높은 점수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회성의 결핍과 제한된 관심과 반복적인 행동이 상관성을 가진다는 이전 연구와 일치하는 결과이다.¹¹⁾ 그리고 본 연구에서는 K-ADI-R뿐만 아니라 K-SRS, K-SCQ, K-ASDS의 다양한 측정도구를 사용했을 때도 일관되게 RRBI가 자폐 증상과 관련있음을 밝혔다.

정서 및 행동 문제를 CBCL로 측정했을 때 사회적 미성숙, 사고 문제, 주의집중 문제, 비행은 ASD+RRBI군이 ASD-RRBI군보다 점수가 높게 나왔고, 위축, 불안/우울, 공격성, 내재화, 외현화, 총문제 행동은 RRBI의 유무와 상관이 없었다. 이는 ASD의 핵심 증상인 사회성, 인지 기능과 관련된 항목은 두 군 사이에 차이가 있지만, 이차적으로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두 군 사이에 차이가 없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는 고기능 ASD에서 RRBI가 심할수록 Vineland Adaptive Behavior Scale로 측정한 적응 능력이 낮아진다는 Liss 등²⁵⁾의 연구와 상반된다. 따라서 고기능 ASD를 대상으로 제한된 관심과 반복적인 행동 유무에 따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삶의 질이나 적응 능력의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RRBI의 하위 유형을 알아본 요인 분석 결과는 기존의 보고들과 차이가 있다. 연구마다 차이가 있으나 동일함에 대한 고집은 개인적 환경의 소소한 변화의 어려움, 아동과 상관이 없는 환경의 사소한 변화에 대한 저항, 강박행동/의식을 공통적으로 포함하고, 반복적인 감각 운동 행동의 경우 사물의 반복적 사용, 복잡한 매너리즘, 손과 손가락의 매너리즘을 공통적으로 포함한다.^3,6,7) 하지만 본 연구의 결과에서는 복잡한 매너리즘, 사물의 반복적 사용, 손과 손가락의 매너리즘이 같이 분류되지 않았다. 이 결과에 대해서는 두 가지 원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연구 대상자 차이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는 고기능 ASD를 대상으로 하여 이전 연구 대상자들에 비해 지능이 높다. 이전 연구 대상자들의 평균적인 지능은 70 정도였고,^3,7) 본 연구에 참가한 대상자의 지능은 87.9이다. 두 번째로 사물의 반복적 사용, 손과 손가락의 매너리즘, 복잡한 매너리즘이 다른 기전에 의해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Militerni 등²⁶⁾은 반복적인 감각 운동 행동 중에서도 지능이 좋아질수록 복잡한 형태의 운동 상동증이 나타난다고 보고하였다. 이를 보면 이전 연구에서 사물의 반복적 사용, 손과 손가락의 매너리즘과 복잡한 매너리즘이 하나의 하위 유형으로 분류된 것은 같은 기전을 공유하기 때문이 아니라 낮은 지능의 환아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전 연구에서 반복적인 감각 운동 행동의 경우 지능과 상관이 많고 자폐증에 덜 특이한 데 반해, 동일함에 대한 고집은 자폐증에 더 특이한 것으로 보고되었다.²⁷⁾ 본 연구에서도 개인적 환경의 소소한 변화의 어려움, 아동과 상관이 없는 환경의 사소한 변화에 대한 저항, 강박행동/의식은 하나의 유형으로 분류되었는데, 이는 상기 세 가지 속성이 지능과는 무관한 자폐증에 특이한 증상임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전 연구에서 ADI-R의 전체 항목을 요인 분석한 결과에서도 상기 세 항목은 같은 하위 유형으로 분류되었던 것으로 미루어볼 때 이 세 가지 항목이 공통점이 많고, 비슷한 기전에 의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²⁸⁾

RRBI 하위 유형에 따른 자폐 증상과의 관련성을 보면 하위 유형 모두 자폐 증상과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는 요인 분석 결과에 따라 포함되는 항목들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전 연구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우나 반복적인 운동 행동, 동일함에 대한 고집이 사회적 상호작용의 결핍, 의사소통 능력의 결핍과 연관이 된다는 Lam 등³⁾의 보고를 지지하는 결과이다.

논문의 장점은 첫째, 국내 처음으로 ASD 환자군을 대상으로 제한된 관심과 반복적인 행동과 사회성, 의사소통 능력의 상관성을 본 연구라는 점이다. 둘째, 다양한 측정도구를 통해 비교하여 결과의 신뢰성을 높였다. 셋째, 제한된 관심과 반복적인 행동은 비언어성 지능지수의 영향이 큰데 본 연구에서는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만을 대상으로 하여 이전 연구에 비해 균일한(homogenous) 대상을 연구했다는 점이다.

반면 이 연구의 한계점은 제한된 관심과 반복적인 행동이 발달 단계에 따라 양상의 변화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⁶⁾ 본 연구에서는 연구대상자가 3-18세로 넓은 범위로 분포하여 발달에 따른 차이를 간과하였다는 점이다. 둘째로 RRBI를 부모보고를 기반으로 파악하였기 때문에 부정확한 기억이나 부모의 제한된 관심과 반복적인 행동에 대한 인식 정도에 따라 부정확하게 측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를 통해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 제한된 관심과 반복적인 행동이 사회성, 의사소통능력, 정서행동상의 문제와 관련이 있음을 관찰하였다. 주축 요인 추출 분석에서 제한된 관심과 반복적인 행동이 두 가지 하위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는데 이 중 개인적 환경의 소소한 변화의 어려움, 아동과 상관이 없는 환경의 사소한 변화에 대한 저항, 강박행동/의식은 이전 연구에서부터 일관되게 한 요인으로 분류되어 비슷한 기전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고, 추후 제한된 관심과 반복적인 행동의 병태생리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